경찰이 '전공의 집단 행동'을 부추긴 혐의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당선인 등 주요 인물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책 영역에서도 의대 증원 실무 작업이 거듭 진행 중으로, 이번에는 의정 갈등 '그립'을 제대로 잡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26일 오전 임 당선인 휴대전화 등을 추가로 압수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3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임 당선인 휴대전화가 과거에 사용하던 것으로 확인돼 현재 사용 중인 휴대전화를 압수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그가 회장을 맡았던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마포구 사무실과 충남 아산 주거지에도 수사관을 보내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임 당선인 등 의협 전·현직 간부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 집단행동을 부추겨 의료법 등을 위반했다는 보건복지부 고발장을 지난 2월 접수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3월 압수수색으로 첫 강제수사에 착수한 뒤 임 차기 회장 당선인을 비롯해 의협 전·현직 간부 6명을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 혐의로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은 현재 의협 관계자나 의협 사무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참고인 조사와 압수수색으로 확보된 증거물을 분석해 이들의 혐의 입증을 위한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서울 성동경찰서는 교육부로부터 수사의뢰를 받고 다른 학생들에게 단체수업 거부를 지속하라고 강요한 혐의로 한양대 의대 일부 학생들을 수사 중이다.
이런 흐름과 관련해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인수위)는 이날 “명백한 정치적 보복이고 매우 치졸한 행위"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임기 시작을 며칠 앞둔 당선인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은 분명한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다음 달 1일부터인 임 당선인 임기 시작을 강조했다.
인수위는 “들은 바 없는 대통령실의 '5+4 협의체 제안 소동'과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참여 거부,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경질 요구, 의대생 수사 중지 촉구 등 최근 당선인의 몇몇 행보 이후 갑작스럽게 추가 압수수색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민들 앞에서는 의료계와 진정으로 대화를 원한다고 하면서 임기가 공식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유일한 의사 법정단체인 의협의 당선인을 압수수색했다. 절대 납득할 수 없는 겁박"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의협은 의료계 내부에서 의대 증원을 찬성하는 '반대파'에는 소송으로 대응 중이다.
임 당선인은 “수술실에서 무자격자에게 의사 업무를 시켜 왔다"며 조승연 인천광역시의료원장과 의료원 소속 직원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승연 원장은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의료계 대내외에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다.
조 원장은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엉터리 같은 이야기"라고 반발했다.
그는 “내부 조사 결과 이미 사실이 아닌 걸로 밝혀진 사안이고 의료법에 저촉되는 행위는 없었지만 경찰 조사가 들어오면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의협은 다양한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전문가 입장에서 정부에 조언해야 한다. 생각을 따르지 않는다고 고발하는 건 상식을 벗어난 일"이라고 지적했다.
'강대강' 대치 속에 주목 받는 건 교수들 사직·휴진 행보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두 달이 넘도록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비우고 있는 상황에서 의대 교수 단체가 주 1회 휴진과 사직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대 교수들께서는 환자와 사회 각계의 호소를 외면하지 말고 환자 곁을 계속 지켜주실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또 정부는 '의대 2000명 증원'에서 물러났다는 사실 역시 다시 강조했다.
전 실장은 “정부는 오랜 고민 끝에 내년도 모집 정원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정책적 결단을 내렸다"며 “의료계도 집단행동을 접고 의료계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논의의 장으로 나와주실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