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러당 1400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고점을 찍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수출 주도 경제회복, 원화 가치절하를 막기 위한 당국의 노력 등으로 원화 약세와 관련해 최악은 지났다는 분석이다.
2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한미일 재무장관이 달러 대비 원화와 엔화의 가치 하락에 대해 공동 구두개입에 나선 이후 원화 환율 전망에 대한 낙관론이 커지기 시작했다.
지난 17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은 미국 워싱턴 D.C. 재무부에서 열린 첫 3개국 재무장관회의에서 “최근 엔화와 원화의 급격한 평가절하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심각한 우려를 인지했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한 바 있다.
여기에 한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점도 원화 강세 전망에 대한 또다른 이유로 지목됐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실질 GDP는 1.3%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3.4% 증가해 시장 전망치(2.5%)를 대폭 상회했다.
여기에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58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35억7000만 달러) 늘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주요 기관들의 전략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싱가포르 화교은행(OCBC)의 크리스토퍼 웡 외환 전략가는 반도체 수출 회복,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으로 원/달러 환율이 올 연말 달러당 1335원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1400원 수준에서 환율 상승이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일 재무장관 회의 이후 1400원선에서 심리적 저항선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경제가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점도 원화 강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레딧 애그리콜의 에디 청 선임 신흥시장 전략가는 “한국 경제에 대한 우리의 긍정적인 펀더멘털 견해를 반영해 원화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올 연말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35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일각에선 원화가 약세를 보일 경우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로열 뱅크 오브 캐나다(RBC)의 알빈 탠 아시아 외환 전략 총괄은 “전반적인 달러 강세 흐름에서 당국이 특정 수준에 환율을 방어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금융당국이 원화 가치절하를 막기 위해 노력하되 원/달러 환율 1400원 돌파가 도화선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편, 29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7원 높은 1379.0원으로 개장했다.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과 중동 불안에 따른 위험 회피 심리가 고조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이달들어 급등세를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