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외형적 성장을 이룬 가운데 수익성 측면에서는 대·중견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중소 제약업계는 체질 개선으로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연구개발(R&D) 투자와 인력을 늘리며 신약개발에 강한 의지를 밀고 나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1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최근 93개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공시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3년 4분기 및 연간 상장 바이오헬스케어기업 동향 결과'에서 지난해 의약품 분야 전체 기업 매출은 총 26조4955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0.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코로나 엔데믹으로 백신 매출이 크게 감소한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대기업 매출이 줄은 영향으로, 실제 지난해 의약품 분야 전체 대기업 매출은 전년대비 15.2% 감소했지만 유한양행 등 주요 상위 제약사들이 포진돼 있는 중견기업 매출은 전년대비 6.3% 늘었고 중소기업 매출은 15.0%나 늘었다.
지난해 의약품 수출도 대기업은 전년대비 20.4% 줄어든 반면 중견기업은 12.8%, 중소기업은 27.7% 증가해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제약사는 대부분 지난해 외형적 성장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수익성 측면에서 보면 대기업·중견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지난해 의약품 분야 전체 대·중견·중소기업의 영업이익은 총 3조112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13.7%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바이오협회가 기업규모별로 분석한 결과를 들여다보면, 대기업 영업이익률은 29.9%, 중견기업은 9.0%이었지만, 중소기업 영업이익률은 -13.4%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대기업은 3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고, 종근당 14.6%, JW중외제약 14.1%, 한미약품 11.8%, 대웅제약 10.9% 등 주요 중견기업도 10%를 웃도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 2000억원 이하 중소 제약사들의 경우, 부광약품·국제약품·대화제약·경남제약·조아제약 등 주요 중소 제약사들은 영업손실로 고전했다.
중소 제약사의 수익률 저조는 수익성 낮은 복제약과 그에 따른 판매관리비의 비중이 큰 반면 수익성 높은 신약 개발은 R&D 투자금액이 커 대·중견기업에 비해 영업이익률 하락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올해 1분기 소폭의 흑자전환에 성공한 부광약품의 사례처럼 체질개선을 통한 비용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신약개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 경영목표로 삼는 중소 제약사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바이오협회가 기업규모 별로 지난해 R&D 투자현황을 분석한 결과에서 대기업 연구개발비는 총 9953억원으로 전년대비 3.6% 증가한데 비해 중견기업은 4.6%, 중소기업은 5.0%로 대기업보다 높았다. 의약품 분야 중소기업들이 수익성 악화에도 신약 연구개발 투자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의약품 분야 기업들의 R&D 인력도 지난해 대기업은 전년대비 -8.9%로 줄였지만, 중견기업은 9.3%, 중소기업은 7.9%로 오히려 더 증원했다. 전체 인력 중에서 연구개발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도 대기업 16.3%, 중견기업 13.6%에 비해 중소기업은 23.4%나 돼 중소제약사의 신약개발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지난해 전반적으로 수출감소 등의 영향으로 성장이 위축됐으나 4분기에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기업들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고용 및 연구개발에 투자를 늘려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