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호실적을 달성한 카카오 주가 조정이 길어질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과거 기대했던 커머스와 해외 컨텐츠 성장 둔화로 성장 동력이 상당 부분 상실된 만큼 반등할 재료가 없다며 당분간 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것 이라고 관측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는 한 달(4월12일~5월10일)간 0.10% 하락했다. 지난 1월2일 5만 7400원에 마감한 카카오는 이내 하락세를 거듭하며, 4월4일 4만원대로 추락했다. 이후 카카오 주가는 4만8000원~4만 6000원대에서 횡보 중이다.
카카오의 성장성에 의문이 커지던 중 지난 1분기 실적이 발표됐지만, 주가는 움직이지 않았다. 카카오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2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2% 늘어났다.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1조9884억원을 기록했다. 콘텐츠 부문의 매출도 1조3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특히 콘텐츠 부문 내 뮤직 매출은 468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2% 성장했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에 대해 실적 모멘텀은 작용하기 힘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커머스 부문의 실적 역시 성수기 효과 이후 거래액이 계속 둔화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본업의 실적 개선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해온 만큼 실적 모멘텀은 단기간에 소멸할 것"이라면서 “중국 커머스 광고 수혜가 1분기부터 반영되면서 광고 부문이 견조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2분기부터는 그 이상의 추가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은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기존 6만6000원에서 5만9000원으로 10.6% 낮췄다.
메리츠증권도 기존 7만3000원에서 6만1000원으로, 대신증권은 기존 7만1000원에서 6만8000원으로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내려잡았다. DS투자증권(7만4000원→6만9000원)과 다올투자증권(7만3000원→7만원) 등도 카카오의 목표가를 하향 조정했다.
카카오의 신성장 전략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개발도 쉽지 않은 만큼 단기 주가 반등은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AI는 높은 비용으로 소비자향(B2C) 측면에서 수익화에 성공한 모델을 찾기 어렵고, 카카오톡 내에서 가격 상승을 이끄는 AI 상품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9일 새로운 경영진의 첫 번째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AI 등 신성장 전략 발표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새 전략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 또한 시장에 실망감을 줬다는 평가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카카오는 신성장동력 발굴과 전사 비용 효율화, 사법 리스크 해소 등 다양한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만큼 본격적인 주가 반등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AI 개발 조직을 통합하고 이에 기반한 새로운 AI 서비스 출시를 예고했으나 수익 창출로 이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자원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가 구체적인 성장전략을 내놓아야 할 때라는 지적도 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사업에 대한 방향성과 타임라인 등 관련 전략이 기대 대비 모호하게 제시돼 멀티플이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라면서 “카카오브레인의 본사 합병 후 통합에 시간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AI 전략 구체화까진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밸류에이션을 25배에서 20배로 하향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