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 시발점으로 지목되는 'VIP 격노설'에 근거가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지난해 7∼8월 채 상병 사건 조사 결과와 관련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
이 가운데 'VIP 격노설'에 대해서는 사건 이첩 보류, 자료 회수, 국방부 재검토 등에 대통령실 관여가 있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꼽힌다.
공수처로서는 현재 피의자로 입건된 이종섭 국방부 전 장관이나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을 넘어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할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다만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격노'를 확인하더라도, 범죄 소명은 불충분하다는 게 중론으로 전해진다.
국방부가 경찰에 인계할 수사 서류에서 혐의자 등을 빼라는 '구체적인 지시'가 격노 내용에 포함되는지가 향후 수사 쟁점이 될 것이란 전망 역시 나온다.
최근 여권 일각에서도 윤 대통령 격노가 사실이더라도 군 문제에 관해 의사 표현을 한 것뿐이므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 직권을 폭넓게 해석할 수 있는 만큼 격노했다는 정황만으로도 수사 과정에 외압을 가하려는 의도가 입증된다는 반론도 있다.
구체적 지시 또는 명령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격노, 즉 대통령이 '크게 화를 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하급자들에게는 압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책임 소재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는 쟁점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만약 윤 대통령이 명확한 지시를 한 것이 아니라면 하급자들에게 직권남용 책임이 한정될 수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스스로 구체적인 요구를 했거나, 혹은 군 관계자들이 압박을 느껴 이첩 보류 등을 결정한 경우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윤 대통령이 구체적 지시를 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위법한 지시를 이행한 하급자들은 책임을 덜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는 당시 이 전 장관 등의 이첩 보류 및 자료 회수 등 지시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법리적 판단을 전제로 한다.
이 전 장관 측은 지난 24일 공수처에 제출한 3차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등 조치가)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보더라도 그것이 위법하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그렇다면 장관은 지시에 따라 의무 없는 일을 억지로 한 피해자인 셈인데 왜 피고발인 신분이 되느냐. 의혹 제기 자체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격노 유무와 관련해서도 “지난해 7월 31일 대통령 격노를 접한 사실이 없다"며 “이 전 장관은 대통령을 보좌하며 대통령의 위임을 받아 자신의 판단과 결정으로 국방 사무를 관장했다. 제기된 의혹과 같은 피해를 입은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공수처 향후 과제는 'VIP 격노설'이 존재했는지를 넘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처음 등장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군에 전달됐는지, 이것이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 등을 밝히는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 등 '격노설'의 전달 과정과 관련된 이들로 수사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