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신차를 쏟아내며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3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보급형 모델부터 가격이 1억원을 훌쩍 넘는 프리미엄 차량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국내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주춤할 수 있다는 판단에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 수요를 늘리겠다는 심산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다음달 초부터 EV3 계약을 받기 시작할 계획이다. 브랜드 세 번째 전용 전기차인 EV3는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보조금 수령 시 3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게 해 진입장벽을 낮춘 게 특징이다. 롱레인지 모델의 경우 1회 충전 시 17인치 기준 501km의 주행가능거리를 갖췄다.
기아는 이 차의 올해 내수 판매 목표를 3만대로 잡았다. 상위 모델인 EV6의 작년 국내 판매가 1만7227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기준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EV3는 기아의 차별화된 상품성과 고객경험을 더 많은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개발된 콤팩트 SUV 전기차"라고 소개했다.
현대자동차는 최초의 대형 SUV 전기차 '아이오닉 9'를 내놓는다. 다음달 개막하는 '2024 부산모빌리티쇼'에서 실차를 공개하고 하반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아이오닉 7'으로 알려졌지만 럭셔리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차명까지 변경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아이오닉 9와 EV9 고객층이 겹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단순히 디자인 뿐 아니라 차량 크기나 적용 소재 등도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성된다.
수입차 브랜드도 전기차 신모델을 활발하게 내놓고 있다. 캐딜락은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 SUV '리릭'의 사전계약을 받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제조 역량을 총집결해 고급차 이미지를 최대한 끌어올렸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국내에는 단일 트림으로 출시된다. 가격은 1억696만원이다.
BMW는 X2를 기반으로 제작한 'iX2'를 하반기 국내에 선보일 방침이다. '수입차 업계 1위' BMW는 이미 소비자들에게 럭셔리 감성을 충분히 전달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신차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려 판매를 늘리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뉴 미니(MINI) 컨트리맨 일렉트릭의 신모델도 출격을 앞두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22일 부분변경 모델인 '더 뉴 EQA'와 '더 뉴 EQB'를 출시했다. 벤츠는 이들이 실용성이 돋보이는 패밀리 전기 SUV라고 홍보하고 있다. 더 뉴 EQA 하위 트림의 경우 가격을 6790만원에 책정했다. 두 차종은 지난해 벤츠 전기차 전체 판매의 41%를 차지한 주력 모델이다. 벤츠는 하반기에는 럭셔리 전기차까지 들여올 계획이다. 마이바흐 EQS SUV와 G클래스 기반의 전기차 출시가 유력하다.
포르쉐는 럭셔리 전기차 타이칸에 이어 마칸 기반의 전동화 모델까지 들여오며 국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스포츠카 수준의 성능을 지닌 선택지를 제공해 고객들의 마음을 잡는다는 구상이다.
볼보는 EX30 등 신차를 앞세워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폴스타는 폴스타4를 전면에 내세운다. 폴스타4는 고성능 전기차로 주행가능거리와 가속 성능을 극대화한 차량이다. 테슬라는 지난 3월부터 중국 공장에서 만든 새로운 '모델 3' 등을 국내에 들여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