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를 향해 다음 달부터 '큰 싸움'에 나서겠다고 경고한 가운데 환자 단체들은 자신들의 책임을 통감하고 나섰다.
정부는 이미 의대 증원이 확정됐다는 입장으로, 전공의 복귀 일정에 따라 처분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31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3개 환자단체와 간담회를 열고 전공의 사직과 의료 공백 사태에 따른 환자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6개 환자단체가 소속된 한국중증질환연합회를 비롯해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참석했다.
이들은 간담회 이후 낸 입장문에서 “사태 초기에는 의료계와 정부 양쪽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분통을 터트렸지만, 우리 환자들도 이 사태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이런 의료 시스템을 방치한 책임을 우리 환자들도 통감하고, 반성한다"며 “향후 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의료 시스템은 재정비돼야 하며 우리 환자들도 제도권 안에서 다양한 요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말로만 '환자 중심'이라 하지 말고 환자가 중심이 될 수 있게 다양한 환자들이 논의에 동참하도록 정부가 적극 협조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의협은 정부 의대 증원 확정 이후에도 목소리를 더 강하게 내고 있다.
의협은 전날 서울을 비롯한 전국 6개 지역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정부 증원 정책을 '의료 농단'이라고 맹비난했다.
임현택 의협회장은 “6월부터 본격적으로 의료 농단에 대한 큰 싸움을 시작한다. (의대) 교수님들도 기꺼이 동의해줬다. 이제는 개원의, 봉직의도 본격적으로 이 큰 싸움에 나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사 총파업' 등 집단행동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다.
이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이날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거쳐 전공의들 복귀를 촉구했다.
전병왕 중대본 제1통제관(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의료계가 2025학년도 의대 증원에 반대하면서 전공의 이탈 등을 통해 여러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미 증원은 확정된 상태로, 이와 관련해 집단휴진 등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집단행동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전공의들의 복귀 의사를 파악하고자 각 수련병원에 요청한 개별상담 결과 제출 기한을 종전 29일에서 이날까지로 미뤘다.
상담을 진행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했다는 게 복지부 설명이다.
전 통제관은 “오늘까지 상담 자료를 제출하기로 했는데, (참여가 저조하다면) 추가로 더 필요할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복귀한 전공의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최소화할 방침이라며 전공의들 조속한 복귀를 재차 촉구했다.
전 통제관은 “전공의 대상 유연한 처분이라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는데, 이탈 기간이 다르면 그에 따른 처분 내용도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복귀한다면 수련을 제때 마칠 수 있는 방법도 검토할 텐데, 하루라도 더 빨리 복귀하면 더 빨리 수련과정을 마치고 전문의가 돼 원하던 길로 가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통제관은 “정부는 전공의 수련에 대한 국가 지원을 강화한다는 재정투자 방향 아래 전공의 수련에 대한 지원을 이전에 없던 수준으로 대폭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정책 파트너인 전공의 여러분들이 빨리 복귀해 원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지도록 동참해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