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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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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병원직원, 의사 출신 변호사까지...의사들 ‘대국민 분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6.12 21:41
연세의료원 산하 세브란스병원에서 한 의사가 걸어가고 있다.연합뉴스

▲연세의료원 산하 세브란스병원에서 한 의사가 걸어가고 있다.연합뉴스

의사단체 등이 정부 의료 개혁에 반발해 투쟁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12일도 병원 안팎 각계각층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수들을 향해 휴진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


연합회는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한국폐암환우회 등 6개 단체가 속해 있다.


28년째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인 김태현 한국루게릭연맹회 회장은 휠체어에 탄 채로 대독자를 통해 정부에 “법과 원칙에 입각해 의사집단의 불법 행동을 엄벌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의사들의 행동은 조직폭력배와 같다"며 “죽을 때 죽더라도 학문과 도덕과 상식이 무너진 의사 집단에 의지하는 것을 포기하겠다"라고까지 말했다.




식도암 4기 환자인 김성주 연합회 회장은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다른 대형병원 교수들도 휴진을 선언할 분위기이고, 대한의사협회의 전면 휴진도 맞물려 중증질환자들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환자단체연합회 역시 오는 13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의료계의 집단휴진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병원 직원 조합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도 500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의사들에게 명분 없는 집단행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100일 넘게 지속된 의료공백으로 환자들이 치료 적기를 놓쳐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또 명분 없는 집단휴진을 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들은 치료를 받지 못해 죽어가고 있고, 병원의 경영난 심화로 인한 피해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특히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비겁한 의료노예로 굴종하며 살지 않겠다고 하지만 누가 의사들을 노예라고 생각하느냐"고 따져물었다.


그러면서 “의사들을 노예처럼 부려 먹은 것은 의사 선배들이다. 병원으로 돌아와 선배들하고 투쟁하라"고 말했다.


김진아 전북대병원 노조 지부장은 “지난 4개월 동안 정부의 강압적인 정책 추진과 의사들의 기득권 지키기 틈바구니에서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온 힘을 다해왔지만, 정당한 보상은커녕 경영악화의 책임을 전가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정부가 국립대병원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하지만, 규제 완화는 보건의료 노동자가 아닌 의사들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쟁 뿐 아니라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인 부담 등 의협 주장들에도 반박이 뒤따르고 있다.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소속이자 의사 출신인 박호균 대표변호사는 이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료소비자연대·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주최한 토론회에 나서 '한국 의료사고 민사책임, 형사책임 및 행정상 규제의 문제점과 입법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의협 정회원이기도 한 박 변호사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과 관련, “주요 내용은 의사가 보험에 가입하면 교통사고처럼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것이고, 실제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벤치마킹하였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그동안 논의 배경 등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막연하게 한국 의사의 처벌이 외국보다 높다는 왜곡된 정보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도 의사단체를 향해 “말로만 국민을 위해 집단행동을 할 뿐"이라며 “집단행동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가 의료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집단 진료거부로 자신들의 이익을 챙겨왔다"는 주장인 셈이다.


건보노조는 또 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건보재정 투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의료공백에 대응하고자 올해 2월부터 넉 달간 총 8003억원 건보재정 투입을 확정했다.


건보노조는 “정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을 해결하겠다고 국민이 어렵게 모은 보험 재정을 임의로 사용하는 데 어떤 정당성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의료공백이) 국가적 재난 상황이라는 점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국고 일반예산이 투입되는 것이 정상"이라고 주장했다.


또 “계속 지출을 연장 의결하면서 건보재정을 소모하는 것은 재정 건전성을 흔들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최악의 선택"이라며 “건보재정은 의료안전망의 재원이지 정부의 쌈짓돈이 아니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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