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레이스에서 한동훈 후보에게 윤석열 대통령·김건희 여사 관련 네거티브 공세를 퍼부었던 원희룡 후보가 전략을 급격히 선회했다.
이미 경쟁 후보들과 친윤 전반이 가세한 네거티브보다는 '정책 역량'을 내보이는 프레임으로 전환한 기색이 역력하다.
정치 신인급인 한 후보를 상대로 제주지사, 대선 캠프 정책본부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 그간 쌓아온 정책 경력을 강조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원 후보는 9일 국민의힘 대표 후보 첫 TV 토론회에서 그간 가장 앞장서 제기해왔던 한 후보와 김 여사 문자 논란에 대해 언급을 아꼈다.
또 자신이 한 후보에 제기했던 '친인척 공천개입' 의혹에 대해 당사자인 한 후보가 해명이나 사과를 요구한 데 대해서도 “당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다툼을 중단하고 정책과 비전 경쟁을 시작해달라고 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언급을 중단하겠다"고 회피했다.
이런 스탠스는 '악플 읽기' 코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원 후보는 자신이 '선의의 경쟁'을 다짐하며 한 후보와 어깨동무한 사진을 올렸다가 최근에 한 후보를 향한 공세를 핀다고 꼬집힌 댓글에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몸을 낮췄다.
이렇게 원 후보가 네거티브 카드를 내려놓고 꺼내든 카드는 '정책 차별화'였다.
원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출근 비용만 줄여도 무수한 사회적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다"며 “주 3일만 출근하고 이틀은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일명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후보는 “출근은 일상적인 관념으로 자리잡혀 있지만, 출퇴근 준비부터 통근 시간, 주거 부담 등은 엄청난 물리적 제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곧 수도권 과밀화, 교통체증 등 사회적 문제뿐 아니라 일·생활 양립의 어려움이라는 초저출산 현상의 핵심 원인으로도 작용한다"고 평했다.
원 후보는 “사회적 합의만 가능하다면 주3일 출근제로 국가 근로 패러다임을 변환시키는 것이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정보통신(IT)·미디어·금융·보험업 등 사무직들이 대부분 재택 또는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전체 기업 원격 근무 비율이 61.5% 수준이라고 근거를 들었다.
원 후보는 “한국 역시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원격 근무가 생산성 저하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만큼, 당시 미진했던 부분을 개선하는 것을 전제로 주3일 출근제 도입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 후보는 오후에는 페이스북에 “수도권 원패스 추진"이라는 한 줄 공약을 내놨다.
수도권 원패스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제한 교통정액권 정책을 말한다.
수도권 원패스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제한 교통정액권 정책을 말한다.
이를 표현한 '한 줄'은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메시지 간결성과 선명성을 위해 사용했던 공약 발표 방식이다.
대선 이후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여러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정책 홍보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원 후보 캠프는 이날 언론 공지에서 “원희룡 '원팀' 캠프는 정책과 민생 이슈에 집중한다"며 “'원패스' 등 총선 과정에서 추진됐던 민생·경제정책들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로인해 한 후보에게 제기되는 윤 대통령·김 여사 관련 논란이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친윤 지도부 청년최고위원이었던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라디오방송 등에서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 할 때부터 여론관리를 해주고 우호적인 온라인 여론을 조성하는 팀이 별도로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표였던 김기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김 여사는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뭐든 하겠다는 내용으로 읽히는데, 한 전 위원장은 어느 대목에서 '사실상 사과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파악했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한 후보가 당시 비대위원장으로서 총선 중요 현안인 김 여사 사과를 결정할 위치에 있었다면서 “판단 착오를 인정하고, 이것이 총선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비윤계인 경쟁 주자들 역시 비판 기조를 유지했다.
나경원 후보는 “공적·사적을 떠나서 당사자 의사가 제일 중요한데 당사자 이야기를 듣지 않고 소통을 단절하는 것은 정치적 판단이 미숙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영부인이 문자를 보내왔다는 것을 공적 통로로 (대통령실에) 말했는가"라고 지적했다.
윤상현 후보는 김 여사 문자와 관련한 한 후보 입장이 매번 달라진다며 “피의자가 그렇게 말을 바꾸면 구속영장 바로 때려 버린다"고 직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