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지주사인 SK㈜가 에너지·환경 등 성장 분야 핵심사업 지분을 대폭 확대하며 '질적 성장'에 박차를 가한다. 자회사들의 역량을 집중,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핵심사업의 지분을 선제적으로 확대해 지주사 기업가치까지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그룹 리밸런싱(Rebalancing) 방향에 맞춰 우량 자산은 내재화하고, 미래핵심사업 간 시너지는 극대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SK㈜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최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SK이노베이션-SK E&S의 합병에 대한 동의 안건과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에센코어-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로 재편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번 재편 과정이 끝나면 SK㈜의 SK이노베이션 지분율은 36.2%에서 55.9%로, SK에코플랜트 지분율은 41.8%에서 62.1%로 늘어나게 된다.
SK㈜ 관계자는 “SK㈜가 보유한 지분가치 중 약 80%가 자회사 지분이며 나머지 20%가 글로벌 자산과 자체 투자한 포트폴리오로 구성돼 있어 자회사들의 성과가 지주사 가치에 직결되는 구조"라며 “중복되는 영역은 과감하게 통합하고 시너지를 도출하는 등 자회사 지분 가치를 끌어올림으로써 궁극적으로 SK㈜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포트폴리오 재편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SK㈜는 에너지, 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를 이미 구축해 놓은 상태다. 이에 따라 전략적 포트폴리오 관리를 통해 자회사들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고 △자회사 간 시너지 창출 △그룹의 지속가능성 강화 △성장분야 육성 등 지주회사 본연의 역할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SK E&S를 합병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합병은 오는 다음달 27일 임시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11월1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합병에 따른 존속법인은 SK이노베이션이 된다.
양사가 합병하면 자산 100조원, 매출 90조원 이상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한다. 아시아·태평양지역 민간 에너지 기업 중 최대 규모다. 양사간 합병에 따른 시너지로 기존 에너지 사업 경쟁력이 강화되고 전기화(Electrification) 사업에서의 신규수요 창출 및 시장확대 등 효과가 기대된다.
SK이노베이션의 원유정제, 원유·석유제품 트레이딩, 석유개발사업, SK E&S의 가스개발, LNG 트레이딩, 발전사업이 결합돼 일부 중첩된 기능을 해소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양사가 추진해온 전기화 사업도 한층 탄력 받을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래 에너지 사업으로 전기차 배터리, ESS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 등을 추진해왔고, SK E&S는 충전 인프라, 재생에너지, 에너지 솔루션 등에 주목하고 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양사의 합병은 에너지 산업이 직면한 위기를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혁신"이라고 언급했다.
SK㈜ 이사회는 SK에코플랜트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반도체 모듈과 산업용 가스 회사를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안건도 통과시켰다. 반도체 사업의 높은 수익성을 토대로 환경 사업의 안정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반도체 관련 사업에 환경 사업을 접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SK㈜가 반도체 모듈 재가공 회사 에센코어를 보유한 투자목적법인(SPC) S.E.Asia 지분 100%를 SK에코플랜트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반도체용 산업가스 제조 회사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지분 100%를 SK에코플랜트가 발행한 신주와 교환해, 결과적으로 SK㈜의 반도체 사업 자회사 두 곳이 SK에코플랜트 산하로 재편된다.
에센코어는 홍콩에 본사를 둔 반도체 모듈 기업이다. DRAM 메모리 모듈을 비롯해 SSD, SD카드, USB 등 메모리 제품을 전 세계에 제조·판매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이익 증대가 기대된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각 사의 장점을 살려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모두 안정적인 수익 창출력 및 미래 성장성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재무안정성 제고 효과도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