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IT·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MZ세대 주식부자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향후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 방식에도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MZ세대, 100억 클럽 7명 진입
12일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2024년 국내 주식종목 중 비(非)오너 임원 및 주주 주식평가액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시가총액 2조원 이상 기업 중 주식재산이 100억원을 넘는 비오너 주식부자 27명 가운데 7명이 1980년 이후 출생한 MZ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100억원 이상의 주식재산을 보유한 27명 중 30~40대가 12명으로 44.4%를 차지했다.
게임과 IT 관련 기업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981년생인 스콧 사무엘 브라운 하이브 사내이사의 주식재산은 599억원에 달했다.
게임 업계에서는 1981년생 조인상 시프트업 최고인사책임자가 174억원의 주식재산을 보유했고, 1982년생 이동기 시프트업 테크니컬 디렉터는 101억원의 주식재산을 기록했다. IT 분야에서는 1982년생 허정우 레인보우로보틱스 기술이사가 509억원의 주식재산을 보유해 눈길을 끌었다.
30대 초반의 젊은 임원들도 부상 중이다. 1989년생인 민경립 시프트업 부사장과 임정수 레인보우로보틱스 기술이사는 각각 562억원, 437억원의 주식재산을 보유해 이목을 끌었다. 이는 게임과 IT 분야의 신생 기업들이 젊은 인재들에게 과감한 지분 보상을 제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크래프톤, 100억 클럽 4명 배출
게임 업계의 강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크래프톤 그룹에서는 비오너 중 주식재산 100억 클럽에 가입한 인원만 4명에 달했다. 김정훈(49세) 라이징윙스 대표이사의 주식재산은 2723억원으로, 작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김창한(50세) 크래프톤 대표이사도 1771억원의 주식재산을 보유해 비오너 주식부자 2위에 올랐다. 송인애(50세)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이사(428억원)와 류성중(45세) 주주(292억원)도 100억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IT 분야에서도 젊은 주식부자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이정호(47세) 대표이사는 1731억원의 주식재산으로 3위를 차지했다. 같은 회사의 허정우(42세) 기술이사와 임정수(35세) 기술이사도 각각 509억원, 437억원의 주식재산을 기록했다.
신흥 게임업체 시프트업에서도 4명의 임원이 100억원 이상의 주식재산을 보유했다. 민경립(35세) 부사장을 비롯해 이형복(47세) 정보보호 최고책임자, 조인상(43세) 최고인사책임자, 이동기(42세) 테크니컬 디렉터가 그 주인공이다.
전통 대기업과 뚜렷한 대조
이러한 현상은 전통 대기업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국내 매출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비오너 주식부자 1위인 박학규 사장의 주식재산이 19억원에 그쳤다. SK하이닉스에서는 박정호 부회장이 34억원 이상으로, 현대차에서는 호세 무뇨스 사장이 22억원으로 각각 해당 기업 내 비오너 중 최고액을 기록했지만, 게임·IT·엔터 기업 임원들과는 큰 격차를 보였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과거에는 국내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차와 같은 주요 대기업에서도 주식재산이 100억원 넘는 전문경영인 등이 등장했었지만, 근래에는 50억원을 넘기는 경우도 드물어졌다"며 “이와 달리 최근에는 게임업체 등에서 활약하는 30~40대 중에서 100억원 넘는 신흥 주식부자들이 다수 배출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