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박규빈

kevinpark@ekn.kr

박규빈기자 기사모음




[기내 절도 ③] 항공사 간 ‘위험 평가·정보 공유’ 과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9.30 10:34

싱가포르항공·스쿠트, 승객 신고 접수 후 지상 대응
카타르항공·IATA, 사건 분류·익명 자료 구축 논의

객실 승무원이 승객의 기내 절도 의심 신고를 접수하는 상황. 그래픽=박규빈 기자

▲객실 승무원이 승객의 기내 절도 의심 신고를 접수하는 상황. 그래픽=박규빈 기자


전세계 항공업계가 기내 절도 사건의 정보를 공유하고 예방 절차를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항공사별로 접수한 신고를 공통 기준으로 분류하고 익명화한 자료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해외에서는 승객 신고가 지상 연락과 경찰 조사, 피해품 발견으로 이어진 사례도 공개됐다. 국내에서도 현장에서 접수한 신고가 항공사 내부의 위험 평가와 교육, 후속 운항의 대응 절차에 어떻게 반영되는지에 대한 점검 소요가 예상된다.


30일 본지 취재 결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5년 보안 연차 보고서'를 통해 카타르항공은 지난해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기내 절도 대응 워크숍을 열고, 비밀 유지 조건 아래 참가 항공사들과 운항 현장의 정보를 교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워크숍에서는 △승무원 교육 △승객 안내 △업무 절차 개선 △사건 이후 처리와 보고 체계 등이 다뤄졌다. 후속 과제로는 업계 지침 마련과 공통 사건 분류, 익명화된 자료 구축 등이 제시됐다. 항공사별 사건을 함께 분석할 기반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별도 접근 요청이 필요한 제한 배포 자료이기는 하나 IATA는 올해 '기내 절도 관리에 관한 일반 지침(General Guidance on Managing In-Flight Theft)'도 제시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올해 발표한 '기내 절도 관리에 관한 일반 지침(General Guidance on Managing In-Flight Theft)'. 사진=IATA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올해 발표한 '기내 절도 관리에 관한 일반 지침(General Guidance on Managing In-Flight Theft)'. 사진=IATA

싱가포르항공은 작년 8월 두바이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던 SQ495편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을 지상 직원과 경찰에 전달했다. 싱가포르 매체 CNA의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의 아내는 다른 남성이 남편의 가방을 선반에서 꺼내 옮기는 모습을 보고 승무원에게 알렸다. 남성은 가방을 돌려놓고 자신의 짐으로 착각했다고 주장했다. 가방 안에서 없어진 물품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승무원들은 상황을 확인한 뒤 창이공항 지상 직원에게 연락했다. 경찰 신고가 이뤄졌고 남성은 도착 후 체포됐다. 물품이 제자리에 돌아온 뒤에도 관계 기관의 확인으로 연결한 사례다.


싱가포르항공은 별도로 CNA에 승무원들이 의심스러운 행동을 살피고 관계 당국에 알리도록 교육받는다고 설명했다. 절도 의심 사건이 발생하면 신고하려는 승객을 지원하고 당국의 조사에 협조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스쿠트에서는 승객 신고와 승무원의 협조가 피해 현금 발견으로 이어졌다. 작년 2월 4일 제주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던 항공편에서 한 승객은 다른 남성이 자신의 가방을 만지는 모습을 발견했다. 가방을 확인한 결과 현금이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됐고, 이 상황은 객실 승무원에게 전달됐다. 다른 승객들도 해당 남성이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을 봤다고 진술했다.


싱가포르 경찰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창이공항 도착 후 공항 경찰은 승무원들의 협조를 받아 남성이 이동했던 곳 인근의 다른 선반에서 미화 885달러를 찾았다. 승객이 가방을 보관한 위치와 현금이 발견된 위치가 달랐던 사건으로, 신고 이후 기내 상황을 확인하고 경찰 조사에 협조하는 과정이 피해품 발견에 기여했다.


이와 같은 대응 경험을 다음 운항의 예방 조치에 활용하려면 항공사 내부의 검토 절차가 필요하다. 현장에서 어떤 정보가 유용했는지, 연락이 지연된 지점은 없었는지, 담당 부서의 역할이 명확했는지를 살피고 그 결과를 교육과 업무 절차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조직 차원의 대응을 설계할 때 참고할 수 있는 틀은 보안 관리 체계(SeMS)다. IATA의 관련 매뉴얼 공개 안내는 책임 배분·위험 평가·보안 보고·의사 소통·점검 등을 주요 구성으로 제시한다. 추가 지침 항목에는 기내 절도도 포함돼 있다.


대한항공 객실 훈련원에서 교관들이 거동 수상자를 제압하는 훈련을 하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 객실 훈련원에서 교관들이 거동 수상자를 제압하는 훈련을 하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국내에서 이 같은 접근을 검토한 연구가 나왔다. 권성희 씨는 2024년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대학원 석사 학위 논문 'SeMS 국내 도입을 위한 법적 연구'를 통해 내부자 위협·사이버 위협·기내 절도 등을 예방적 위험 관리 대상으로 제시했다. 권 씨는 논문에서 “항공 보안 분야에서 위험 관리는 보안 위협 수준과 취약성 등에 따라 항공 보안과 관련된 활동을 적절히 조정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 절차를 구체화한 해외 지침도 있다. 영국 민간항공청(CAA)의 2025년 '항공 보안 관리 체계 기본체계(Framework for an Aviation Security Management System·CAP 1223)'는 무엇을 언제, 어떤 방법으로 누구에게 보고하는지 명확히 하도록 안내한다. 접수 자료를 분석 가능한 형태로 보관하고 필요한 경우 보고자의 신원을 보호하며 분석 결과를 보고자에게 전달하는 절차도 제시한다.


이 원칙을 적용하려면 객실과 고객 상담 창구 등에 들어온 신고가 보안 부서로 전달되는 기준부터 정립해야 한다. 비행 중 접수된 신고와 하차 후 접수된 신고를 연결하고 같은 사건이 여러 창구에 들어오면 중복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추가 자료가 제출됐을 때 기존 기록을 갱신할 담당자도 필요하다.


신고 이후 절차가 바뀌었다면 현장 직원에게 변경 이유와 내용을 알려야 한다. 사건의 개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더라도 확인된 문제와 수정된 대응 방식을 공유할 수 있다. 직원이 보고한 내용이 실제 검토와 개선으로 이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다.


현장 직원이 우려 사항을 알릴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2018년 '보안문화 강화 도구집(Toolkit on Enhancing Security Culture)'에서 보고자의 비밀을 보장하는 체계와 보고 방법에 대한 교육을 제시했다. 사건 보고를 조직 개선에 활용하고 보고한 직원의 기여를 인정하는 조치도 포함했다.


절도 의심 신고는 범행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불필요한 보고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분실·절도 의심·경찰 인계 여부를 구분해 기록하고, 확인된 사실에 따라 갱신하며 판단이 어려웠던 사례는 교육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신고 자료의 분류는 이러한 검토를 뒷받침한다. 분실 신고와 절도 의심, 경찰 인계 여부를 나눠 기록하고 이후 확인된 사실에 따라 상태를 갱신하는 방식이다.


항공사 사이의 정보 공유에도 공통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슷한 신고를 서로 다른 명칭과 범위로 기록하면 자료를 모아도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유 대상은 사건 양상과 대응 경험 등 목적에 맞게 정하고, 개인을 식별하는 정보의 제공은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찰과 항공사가 함께 범행 양상을 공유하는 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홍콩 정부가 2024년 12월 입법회에 제출한 답변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그해 1∼10월 기내 절도와 범죄 예방 등을 주제로 세미나 38회를 열었고 38개 항공사의 공항 관계자 937명을 대상으로 범죄 동향과 주요 수법을 설명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보안 문화 도구집. 사진=ICAO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보안 문화 도구집. 사진=ICAO

ICAO의 보안 문화 도구집도 직원이 보안 조치를 수행할 시간과 자원을 제공하도록 제안한다. 모의 훈련에서는 대응 능력을 확인하고, 발견된 교훈을 기록해 계획과 절차를 수정하도록 한다.


기내 절도 관찰과 순찰을 강화할 때는 업무량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난기류나 응급 환자 발생에 대비해 사건 확인·기장 보고·다른 구역의 객실 업무를 분담하고, 공항 관계 기관과의 연락은 지상 담당 부서와 연결해야 한다. 착륙 후에는 피해자에게 사건 접수번호와 담당 창구, 추가 자료 제출 방법을 안내해야 한다.


국내 항공사의 대응 수준도 이러한 운영 내용을 기준으로 확인해야 한다. 관련 매뉴얼의 존재에 더해 신고의 보안 부서 전달 기준과 정기적인 사건 검토, 교육·안내를 변경한 사례, 변경 사항의 현장 적용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과 점검에서는 신고 건수의 증감만으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신고 창구와 안내를 개선하면 이전에 드러나지 않았던 사례가 접수될 수 있다. 운항 규모와 신고 여건의 변화를 함께 살피면서 보고 누락·처리 지연·개선 조치 이행 여부 등을 확인하는 방식이 뒤따라야 한다.


영국 CAA는 자체 보안 관리 체계 지침을 통해 보안 절차가 시행되고 있는지와 그 절차가 효과적인지를 구분해 평가하도록 안내한다. 기내 절도 대응에서도 교육 실시나 신고 접수 실적뿐 아니라 분석 결과에 따라 무엇을 바꿨고, 변경한 조치가 작동했는지까지 확인하는 것이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실제 적용에 참고할 경우 현장에서의 대응 능력 제고가 기대된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