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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그룹 분석-하림③] 25살 짜리 김준영, 6조 그룹지배...'몰아주기' 로 급성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2.20 16:18

하림그룹 2세 김준영 씨 지분 100%…경영 승계 전 최대주주 부상


▲김홍국 회장의 아들 준영 씨가 2012년께 올품의 지분 100%를 소유하면서 한순간에 하림 그룹의 실질적인 최상위 지배자 지위를 얻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하림그룹의 총수는 김홍국 회장이다. 경영과 관련해 모두 김 회장의 의중에 따라 움직인다. 하지만 지배구조만 놓고보면 하림그룹의 최상위 지배자는 김 회장의 아들인 준영 씨다.

한국2만기업연구소에 따르면 김 회장은 1남3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김 회장의 아들 준영 씨가 2012년께 올품의 지분 100%를 소유하면서 한순간에 하림 그룹의 실질적인 최상위 지배자 지위를 얻었다. 100억 원 상당하는 증여세도 모두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림 그룹은 최정점인 올품 산하에 하림홀딩스와 제일홀딩스 2개의 중간 지주사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구조다. 올품의 지분 100%를 김준영 씨가 보유한 것은 사실상 1인 회사나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특이한 점은 올품의 최대주주인 김준영 씨는 회사에 다녀본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하림 그룹 관계자 역시 "김준영 씨는 올품에서 근무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김준영 씨의 나이는 올해 25세로, 사회생활을 할만큼 나이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인 김홍국 회장이 경영 수업 전에 승계의 터를 미리 닦아놓은 셈이다.

2만기업연구소는 이러한 승계 패턴이 국내 대기업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는 아버지가 상당수 지분을 쥐고 있다가 경영에서 물러날 때 쯤 경영 승계 수업을 받은 자녀에게 지분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 회장이 단 하루도 회사를 다녀보지 않은 자녀에게 올품의 지분을 왜 미리 상속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일찍 후계자를 낙점해 경영 승계에 대한 잡음을 원천적으로 없애고 경영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함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아들이 경영에 참여한 후 아버지와 경영 방식에 차이가 생기면 부자간 경영 분쟁이 벌어질 위험도 내포한다는 시각이 있다. 또 다른 이유로 상속세를 일찍 내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이득이라는 풀이도 있다. 일반적으로 상속세를 미리 내면 기업의 지분 가치가 낮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김 회장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 상속세제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눈길을 끌고 있다. 김 회장은 "현행 상속세제를 그냥 두면 100년 장수기업이 나오기 어렵다"며 "독일은 상속세 감면제도를 도입해 기업 경쟁력이 좋아졌다"고 밝힌 바 있다. 김 회장의 지분 승계가 상속세를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김 회장은 올품에 여러 계열사의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올품은 2013년 합병 이후 매출액이 폭증했는데 상당부분이 계열사를 통해 올리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의 아들 준영씨는 2012년 말 지주사인 제일홀딩스가 농수산홀딩스를 흡수 합병할 당시 김 회장으로부터 올품의 전신인 한국썸벧판매 지분을 100% 넘겨받았다.


▲올품의 연도별 매출액 변동 추이(한국2만기업연구소 제공).


한국썸벧판매는 한국썸벧의 지분을 전량 보유한 회사로 이 회사가 舊올품과 2013년 합병하면서 현재의 사명으로 바뀐 올품의 매출이 4배나 폭등해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졌다. 올품의 매출액은 2010년 814억 원, 2011년 709억 원, 2012년 861억 원을 기록했으나 합병 이후인 2013년 3464억 원, 2014년 3469억 원, 2015년 3712억 원으로 갑작스런 고공행진을 그렸다. 2013년 초 한국썸벧판매가 舊 올품을 흡수해 사명을 올품으로 변경하면서 매출은 858억 원에서 3464억 원으로 급증했고 내부거래율은 80% 대에서 2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합병 전 매출 대부분을 내부거래로 달성한 한국썸벧판매가 내부거래율 3% 미만인 올품을 품에 안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림 그룹의 계열사 지배구조를 보면 올품의 지분 승계와 몸집 불리기에 더욱 이목이 집중된다. 김준영 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올품은 동물약품제조업체인 한국썸벧의 지분을 100% 갖고 있다. 한국썸벧은 김홍국 회장이 지분 8.26%를 보유한 제일홀딩스의 지분 7.3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제일홀딩스는 하림홀딩스의 지분을 68.09% 보유한 중간지주사다. 이를 감안하면 올품→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홀딩스의 구조로 사실상 올품이 핵심 계열사를 손에 쥐고 있는 셈이다.

▲ 하림 그룹 지배구조 (한국2만기업연구소 제공).



하림 그룹은 합병을 통해 내부거래율을 대폭 낮추긴 했으나(85%→21%), 비상장사의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이 20%를 넘지 말아야 하는 공정거래법 상 부담은 계속될 전망이다. 2015년 기준 올품의 내부거래율은 21%였다.

본지는 하림그룹과 올품에 이같은 내부거래에 대한 공식 입장을 지난 1주일간 수차례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올품 한 관계자는 "민감한 내용이어서 알아도 말할 수 없다"며 답을 피했다. 하림그룹 측은 전화통화 후 메일을 통해 보낸 공식 인터뷰 질의서에 대해서도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대기업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규제 대상 39개 기업집단(141개 계열사)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국내 58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하림 그룹이 공정위의 전수조사를 받을지 주목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이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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