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지와 동해안을 중심으로 대설경보가 발효 중인 2일 오전 강원 춘천시 중앙고속도로 인근 숲에 밤새 내린 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
2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영동 지방에 하루 사이 최고 80cm가 넘는 눈이 쌓이는 등 끝나지 않은 겨울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3월 첫 날부터 내린 눈으로 강원 지방에서는 눈길 교통사고가 수 십 건이 발생해 1명이 숨지고 90여 명이 다치기도 했다.
기상청에서는 3월 초 대설이 내린 이유를 북쪽의 찬 대륙고기압과 남쪽의 따뜻한 저기압이 만나 서로 세력을 다투는 ‘북고남저’ 기압형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보통 12월과 1월에는 대륙성 고기압 영향에 따라 서해안에 눈이 많이 내리고 2월에는 영동쪽에 눈이 내린다"며 "이번에는 2월에 내려할 눈이 조금 늦게 내리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이번 겨울은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널뛰기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극단적인 날씨가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탓에 기온 변동까지 잦아졌다.
이런 잦은 폭설과 극단적인 추위, 널뛰기 날씨가 반복되는 이유로는 북극의 이상고온과 라니냐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기온의 급격한 변동이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에서 기인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북극한파로 역대급 강추위가 이어졌다. 북극 바렌츠-카라해를 중심으로 얼음 면적이 작고 기온이 높은 ‘북극진동’이 음으로 전환되면서 찾아왔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북극 지역 이상고온 현상이 심해지자 북극을 감싸는 제트기류의 힘이 약해지면서 극소용돌이가 중위도 지역까지 이동해 한반도까지 한파를 몰고 왔다.
라니냐는 적도 동태평양 해수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이다. 현재 라니냐 감시구역의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0.8도 낮다. 한반도 추위 대부분이 라니냐 현상에 따라 발생했다. 1980년 이후 라니냐는 총 9회 발생했고 이때 6번이나 겨울철 평균기온보다 추운 날씨를 보였다.
올해 눈이 많이 내린 것도 라니냐 현상의 영향을 받았다. 라니냐 현상으로 상대적으로 따뜻한 해류가 서태평양 적도 부근으로 몰려 한반도와 일본 등 해수면 온도가 올라간 데에 북쪽에서 찬 공기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해수면 온도와 만나 기온차로 눈구름이 만들어졌다.
지난 1월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8.6도로 20년 만에 가장 추운 날씨를 보였다. 서울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역대 최저기온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이후 1월 말 날씨는 갑자기 포근해졌다. 1월 말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13.9도까지 올라 역대 1월 날씨 가운데 가장 따뜻한 기온을 보였다. 기상청이 1월 전국 일 평균기온의 최저와 최고를 비교한 결과 19.5도나 기온 변동 폭을 보였다. 이는 1973년 전국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수치다.
냉탕과 온탕을 오고가는 널뛰기 날씨는 지난달에도 이어졌다.
설 연휴 전인 2월 초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서울 등 수도권과 일부 중부·내륙지방 등에 한파특보가 내려졌다.
2월 첫 주 영하권 기온을 나타내며 찾아온 반짝 추위는 급격히 영상 기온을 찾으면서 주춤해졌다.
이후 설 연휴 동안 서울 낮 기온은 15.9도까지 올라 지난달 중순 기준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 연휴 마지막 날인 14일에는 13.8도를 나타냈다.
따뜻했던 날씨는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사라졌다. 연휴가 끝나자마자 낮 기온은 영상 2도에 머물렀고 이후 하루사이 영하 6도까지 떨어지면서 하루이틀 사이에 20도를 넘나들었다.
이상 기후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를 원인으로 꼽으며 지금이라도 지구온난화 진행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권원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기후센터 원장은 "이번 한반도 한파 뿐 아니라 지난해 미국과 유럽에서도 한파가 발생한 것을 보면 온난화의 영향이 크다"며 "지금 같은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된다면 폭염과 한파의 빈도 수가 잦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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