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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파면]‘국론 분열 예방’한 전원일치…선고는 왜 늦었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4.04 15:41

헌재 윤 대통령 제기 탄핵소추 절차·내용 문제 하나도 수용 안해

비상계엄·국회장악 시도 등 국회 탄핵 소추 사유는 모두 인정

뚜껑 열자 ‘전원 일치’, 소수 의견 없어

선고 지연, 절대적 시간 부족에 막판 문구 조율에 시간 걸린 듯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인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해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인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선고에서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전원 '파면'쪽에 손을 들어줬다. 따라서 기각·각하 등 소수 의견이 존재할 경우 국론 분열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씻게 됐다. 당초 “내부 이견이 커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일부 기각·각하 등 소수 의견이 나올 것"이라는 일각의 예측이 무색해졌다. 국회 탄핵 소추안의 절차상·내용상 문제점을 이유로 국민의힘 등에서 '4대4' 기각까지 전망했던 것과도 정반대의 결과다.


이날 심판을 앞두고 헌재·정치권 안팎에선 진보-보수 성향 재판관들 사이에 이견이 커서 조율이 어렵기 때문에 선고가 지연되고 있다는 설이 파다했다. 지난달 18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 때 인용 1명, 기각 5명, 각하 2명 등 헌재 재판관들이 이념 성향에 따라 다양한 의견을 표출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8대0 전원일치 인용 결정이 나왔다.


이유는 윤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과정에서 저지른 행위의 위법·위헌 행위의 중대성에 재판관 전원이 동의했으며, 윤 전 대통령 측이 주장한 국회 탄핵 소추안의 절차적·내용적 문제도 단 하나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회는 △비상계엄 선포 정당성 △계엄포고령 위헌성 △국회장악·의원체포 시도 △선관위 장악 시도 △법조인 체포 시도 등이 윤 대통령의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 혐의로 탄핵 사유로 제시했었다.


헌재는 판결문에서 이 5가지 사유를 모두 일일이 거론하며 윤 전 대통령 측의 의견을 배척하고 국회의 손을 들어줬다. 우선 지난해 12월 3일 당시 국가비상사태가 아니었는데도 윤 대통령이 헌법상 요건을 어겨 불법으로 계엄을 선포했다고 봤다. 윤 전 대통령 측이 비상계엄의 이유로 거론한 야당의 '줄 탄핵', 예산안 삭감에 대해서도 “국회의 권한 행사가 위법·부당하더라도 헌재의 탄핵심판, 피청구인의 법률안 재의요구 등 평상시 권력행사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으므로 국가긴급권의 행사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부정선거론'에 대해서도 “의혹이 있다는 것만으로 중대한 위기 상황이 현실적으로 발생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의사당에 모인 의원들을 끌어내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려 했다는 의혹도 사실로 인정됐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육군특수전사령관 등에게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으니,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는 등의 지시를 했다"고 판단했다.


계엄 선포 당시 주요 정치인·법조인 등의 위치를 확인하려 시도했다는 점도 사실로 인정됐다. 다만 문 대행이 읽은 선고 요지상으로는 그 주체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으로만 명시됐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측이 제기한 문제는 하나도 수용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국회가 탄핵소추안에서 내란 혐의를 제외한 것,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라 당사자 동의없는 검찰 조서의 증거 능력 제한, 곽종근 증언·홍장원 메모 등 일부 증거들의 오염 등을 근거로 기각·각하를 요구했다.


하지만 헌재는 이 주장들을 모두 배척했다. 다만 검찰 조서 증거 능력과 관련해서만 재판관들 사이에 이견이 확인됐다. 이미선·김형두 재판관은 “탄핵심판절차에서 형사소송법상 전문법칙을 완화하여 적용할 수 있다"고 본 반면, 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탄핵심판절차에서 앞으로는 전문법칙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이처럼 헌재의 '만장일치' 파면 선고가 나오자 한때 '5대3 데드락설'까지 나돌았던 헌재·정치권 안팎에선 “그럼 왜 이렇게 늦어졌냐"는 궁금증이 나오고 있다. 헌재는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때에는 최종 변론 후 2주일 쯤 후에 선고를 했었다. 이번엔 지난 2월25일 11차 변론 후 무려 38일이나 지났다.


우선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지 않았냐는 의견이 나온다. 헌재는 지난해 12월14일 국회 탄핵 소추안 의결 직후에는 최우선적으로 윤 전 대통령 탄핵안을 심사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지난달 18일 한 총리 탄핵안을 기각하는가 하면,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여러 명의 탄핵 심판 심리와 선고를 동시에 진행했다. 물리적으로 윤 전 대통령 사건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해 선고가 늦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박 전 대통령 사건 때와 달리 탄핵 반대 여론이 30~40%를 오가면서 정치권·국민 간 대립이 격화됐고, 막판 일부 주요 쟁점·문구를 놓고 재판관들 사이에 의견이 정리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다는 분석도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모든 재판이 그렇지만 재판관들마다 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이견은 언제나 존재한다"며 “그런데 (탄핵심판 선고는) 역사 기록으로 남는 것이기 때문에 소수 의견을 달기가 굉장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결국은 최종적인 의견 조율 과정이 길어졌던 것"이라며 “소수 의견을 낸 재판관들이 선고 늦춰달라고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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