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자 비관론자’도 돌변…금값 랠리, 월가 새로운 대세로 자리잡나

‘금투자 비관론자’도 돌변…금값 랠리, 월가 새로운 대세로 자리잡나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통상적인 '역(逆)의 상관관계'가 깨진 배경에는 화폐 가치에 대한 불안이 커지며 투자자들이 대체 자산으로 몰린 탓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돈풀기를 지속하면서 금과 같은 실물자산의 가치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14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국제 금 선물가격은 전장대비 0.73% 오른 온스당 4163.40달러에 거래를 마감, 신고가..

금·은값 신고가 경신, 이제 구리만 남았다?…“시세 1만2000달러까지 오른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국제 금·은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잇따라 경신한 가운데 경기에 민감한 원자재인 구리 가격도 조만간 신고가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구리 및 코발트 생산업체 CMOC 그룹의 최고상업책임자(CCO)이자 원자재 트레이딩 업체 IXM의 최고경영자(CEO)인 케니 아이브스는 이날 'LME(런던금속거래소) 위크' 행사에서 올 연말 구리 가격이 톤당 1만1000달러, 혹은 1만2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구리 가격은 콩고민주공화국, 칠레, 인도네시아 등 주요 생산국에서 잇따른 사고와 광산 중단으로 공급 차질 우려가 확산하면서 역대 최고가 수준까지 치솟았다. LME 금속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구리 현물 가격은 톤당 1만866.50달러에 거래를 마감, 종가 기준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장중 최고점은 지난해 5월(1만1104.5달러)에 기록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100% 추가 관세를 예고한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1만600달러로 하락, 3거래일 연속 미끄러졌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구리값 상승세가 꺾이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한때 글렌코어에서 최고직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아이브스가 시장 견해를 밝히는 경우는 드물다"며 “그의 낙관론은 미중 갈등 재점화에도 흔들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같은 행사에 참석한 머큐리아 에너지그룹의 닉 스노우든 금속 리서치 총괄 역시 “구리값이 톤당 1만2000달러까지 꽤 쉽게 오를 수 있다"며 그 근거로 상당한 공급 차질과 원자재에 대한 투자자금 유입 등을 지목했다. 특히 산업의 전기화와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 등이 구리 수요를 촉진 시켜 10년 이내 공급부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구리 가격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15일 중국 상해시간 기준 오후 2시 1% 반등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콘퍼런스 공개 연설에서 “8월까지 실업률은 여전히 낮고 고용 증가는 가파르게 둔화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이민 감소로 인한 노동력 증가 감소와 노동시장 참여 감소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보다 덜 역동적이고 다소 약한 노동시장에서 고용의 하방 위험이 증가해온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물 경제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닥터 코퍼'로 불리는 구리는 금리 인하 시기에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구리 가격이 고점을 찍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LME 위크 행사에 참석한 원자재 거래업체 트라피구라 그룹의 그레메 트레인 금속 및 광물 총괄은 “중국에서 최근의 산업 활동이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사이클이 전환될 경우 구리 가격은 3~6개월 가량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오인 딘스모어 애널리스트 역시 “글로벌 구리 시장은 여전히 공급이 과잉됐으며 내년엔 수요공급이 균형을 맞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사업 관계 단절”…희토류·조선에 콩까지 번지는 미중 갈등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불거졌던 미중 무역갈등이 조선업에 이어 농업 분야까지 확산하고 있다. 양국은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화의 여지를 열어놓으면서도 서로에 대한 보복 조치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강공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중국이 의도적으로 미국의 대두를 사지 않는 것으로 믿고 있다. 우리 대두 농가들에게 어려움을 주는 것은 경제적으로 적대적인 행위"라며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우리는 식용유 및 다른 교역 품목과 관련된 중국과의 사업 관계를 단절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우리는 식용유를 손쉽게 생산할 수 있어 중국으로부터 구매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식용유와 대두는 비교적 흔한 식품이지만 미국 정부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에서 곡물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와중에 중국이 미국산 대두를 구매하고 있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농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해관총서(세관) 자료를 보면 중국은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6130만톤의 대두를 수입했는데 이중 70%가 브라질산이었다. 미국산은 25%에 그쳤다. 또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미국 대두 수출량의 3분의 1(120억 달러·약 17조 원) 가량을 구매했지만, 지난 5월 이후부터 구매를 중단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미국의 중국산 식용유 수입은 전년 대비 52% 급증한 127만톤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중국산 식용유가 헐값에 미국에 들어오자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월초 해외 식용유를 사용한 바이오연료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중단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수입산 식용유 사용을 제한하는 움직임에 나섰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대중 100% 추가 관세'를 예고한 이후 나왔다. 앞서 그는 지난 10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맞서 11월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한 대(對)중 수출 통제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 운항 및 중국산 선박 대상 수수료 부과 정책을 전날 시행하자 중국은 한화오션의 미국 내 자회사 5곳을 겨냥한 제재를 발표하고 미국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다만 관세 부과 시점인 11월 1일 전까지는 대화를 통해 해결점을 찾아보겠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고, 미중 양국은 물밑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미중 고위급 당국자들이 최근 불거진 갈등에 대해 논의를 지난 13일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과거에도 그들과 함께 경로를 모색하는 데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해결되리라고 생각한다"며 “미리 확정하고 싶지 않지만 기회가 될 때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낙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에 “우리는 중국과 괜찮은 관계를 갖고 있기에 (상황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신중한 낙관론을 펼쳤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역시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상무부 대변인은 전날 “싸우려면 끝까지 할 것이고, 대화하려면 대문은 활짝 열려있다"면서 “중국과 미국은 광범한 공동 이익과 광활한 협력 공간을 갖고 있고, 양국은 협력하면 모두에 이롭고 싸우면 모두가 다친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머니+] ‘금투자 비관론자’도 돌변…국제금값 랠리, 월가 새로운 대세로 자리잡나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통상적인 '역(逆)의 상관관계'가 깨진 배경에는 화폐 가치에 대한 불안이 커지며 투자자들이 대체 자산으로 몰린 탓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돈풀기를 지속하면서 금과 같은 실물자산의 가치가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14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국제 금 선물가격은 전장대비 0.73% 오른 온스당 4163.40달러에 거래를 마감, 신고가를 또다시 경신했다. 금 시세는 이달에만 2 거래일(2일·9일)을 제외하고 모두 오르면서 사상 처음으로 4000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이젠 4200달러선 돌파마저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써 올해 금 시세 상승률은 58%에 달한다. 미국 기준금리가 이달 인하될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상황 속에서 미중 무역갈등이 최근 재점화된 것이 금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금값 랠리의 근본적인 배경엔 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해 귀금속·비트코인 등 대체자산에 자금이 몰리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가 자리잡고 있다. 디베이스먼트는 과거 16세기 헨리 8세 시절 때 화폐 개주(改鑄)로 통화가치가 현저히 감소하는 이른바 '대붕괴'(Great Debasement)에서 비롯됐다. 헨리 8세는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화폐에 포함된 금·은 순도를 낮춰 화폐 공급을 대폭 늘렸다. 그러나 그 결과 통화 가치의 추락과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지금의 통화제도는 당시와 다르지만, 각국 정부의 재정 악화 속에 가치가 훼손될 수 있는 화폐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 “금이 달러보다 안전"…대세로 부상한 디베시으먼트 트레이드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이후 동맹국까지 포함한 관세 정책을 실행하고 있고 막대한 재정 적자를 가중시킬 감세안을 발효했다. 미국 회계감사원은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50년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금리 인하 압박도 이어가자 올 들어 탈(脫)달러 현상이 두드러졌다. 실제 세계 주요 6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 선물은 작년 말 108.38였지만 현재 98.6수준을 기록, 올 한 해에만 10% 가까이 추락했다. 또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율이 작년 6월 30일 44.3%에서 올 2분기말 40.3%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금은 18.0%에서 22.9%로 늘었다. 비슷한 현상은 일본과 유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가 승리하자 엔화와 일본 국채 가격이 동반 하락했다. 프랑스는 재정 불안을 둘러싼 정치 혼란으로 유로화가 약세를 보였고, 영국 역시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국채 시장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월가 주요 거물들도 금투자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한 행사에서 “보유하는 데 4%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나는 금을 구매하지 않는다"면서도 “현 환경에선 금값이 5000~1만달러까지 쉽게 오를 수 있다. 포트폴리오에 금을 추가하는 것이 어느 정도 합리적인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레이 달리오, 켄 그리핀도 금이 달러보다 더 안전할 수 있다고 최근 주장했다. 달리오는 “금은 포트폴리오에서 매우 훌륭한 다각화 수단"이라고 했고 그리핀은 “투자자들이 금을 달러보다 더욱 안전한 자산으로 여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값 랠리와 함께 은 가격 급등 역시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 위험자산 비트코인도 동반 랠리…“금 뒤이을 것"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도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수 있는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JP모건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이 금에 이어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의 다음 주자로 부상할 수 있다며 가격이 16만5000달러까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비트코인 시세는 최근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로 휘청였지만 올해 상승률은 여전히 20%를 넘어섰고 이달초엔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달러 등 전통 화폐에서 벗어나 대체자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추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입을 모은다. 블랙록에서 채권 총괄로 지낸 스티븐 밀러는 “40년간 일하면서 통화와 국채에서 대체자산으로 이처럼 큰 규모의 자금 이동은 처음"며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는 앞으로 지속될 여지가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XTB의 캐틀린 브룩스 리서치 책임도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지 알 수 있으며, 디지털 자산이 현재 환경에서 더 신뢰할 수 있는 가치의 원천이 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며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가 조만간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美 국채 수요 견조…“모멘텀 트레이드에 불과" 주장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 국채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이 실제 디베이스먼트를 우려한다면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나타내는 미 채권시장에서 변화가 없는 점이 이상하다"며 “투자자들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 장기적으로 미 국채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현재 연 4.61% 수준으로, 연초 5%에 근접했던 때보다 낮다. 30년 국채 금리는 지난달부터 2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WSJ는 “장기적인 문제와 지금 당장 일어나는 일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또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달러를 사야 한다는 점에서 현재 뉴욕증시의 강세가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 논리를 약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미즈호증권의 오모리 쇼키 수석 전략가는 “화폐와 채권이 비트코인과 금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라며 현재 금값 강세 등이 펀더멘털과 무관한 모멘텀 트레이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마크 커드모어 블룸버그 마켓라이브 총괄 편집자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는 최근 몇 달간의 이례적인 시장 움직임을 설명하는 데 합리적"이라면서도 “이 용어가 널리 퍼졌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한쪽으로 쏠렸음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中 무역갈등 속 한화오션 제재…비트코인 시세 다시 휘청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격화로 한국 조선업이 피해를 입었다. 중국 정부가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상징하는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다섯 곳을 겨냥한 제재 조치를 발표하면서다. 미중 무역갈등 재격화란 암초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물론, 회복세를 보이던 비트코인 등 시세도 하루 만에 급락했다. 중국 상무부는 14일 “미국이 중국에 대해 취한 해사·물류·조선업 (무역법) 301조 조사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한화오션 등의 미국 자회사 5곳에 대해 반격 조치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들 법인이 중국 기업·개인과 거래하거나 협력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고 발표했다. 제재 대상 업체는 한화쉬핑과 지난 8월 이재명 대통령이 방문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 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 한화쉬핑홀딩스, HS USA홀딩스 등 한화그룹 조선·해운 계열사의 미국법인 5곳이다. 이중 한화필리조선소는 국내 조선업체인 한화오션이 미국에서 인수한 첫 현지 조선소로, 미국과 한국 간 조선 협력의 상징같이 여겨지는 곳이다. 중국의 제재는 미국이 이날부터 중국 운항 및 중국산 선박에 부과한 입항 수수료에 대한 맞대응 조치로 보인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중국 운항 및 중국산 선박 대상 입항 수수료 부과 정책을 지난 4월 발표했다. 미국은 이 정책에 따라 이날부터 중국 선박에 항만 서비스 요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로 한국과 미국의 조선업 협력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대미 제재에 직격탄을 맞은 한화오션은 이날 5.76% 급락했다. HD현대중공업(-4.06%), 삼성중공업(-4.72%), HD현대마린솔루션(-2.92%) 등 기타 조선주들의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이런 가운데 양국 간 무역 갈등도 점점 심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입항 수수료 정책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이날부터 미국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강화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와 수출 통제를 시행하겠다고 맞대응했다. 미중 갈등 격화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이날 코스피는 개장 후 직전 장중 사상 최고치(10월 10일·3617.86)를 갈아치웠지만 전장 대비 0.63% 내린 3561.81로 하락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일보다 5.2원 오른 1431.0원을 기록했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1430원대는 지난달 29일(1,437.3원) 이후 5개월 반 만에 처음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에 대한 중국의 제재가 발표되자 S&P500 지수와 나스닥 100 선물이 각각 0.7%, 0.9%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MSCI AC 아시아 지수'는 3거래일 연속 하락해 지난 8월 이후 가장 긴 하락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반등에 나섰던 가상자산 가격도 다시 고꾸라지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후 5시 48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2.88% 급락한 11만1980달러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시세는 전날까지만 해도 11만6000달러선 돌파를 넘봤으나 미중 무역 갈등 고조에 다시 하락 전환한 것이다. 같은 시각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 가격의 경우 4.37% 급락한 3989달러를 보이면서 4000달러선이 다시 무너졌다. 바이낸스(-12.16%), 리플(-6.26%), 솔라나(-1.11%), 도지코인(-5.54%), 트론(-3.43%), 카르다노(-5.84%) 등 주요 알트코인 시세도 급락세다. 일각에선 비트코인 등의 하락을 계기로 반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분석업체 글래스노드는 투자노트를 통해 “시장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며 “이는 투자자들의 새로운 신중함, 선택적 위험 감수, 현물 및 파생상품 시장 모두에서 보다 신중한 신뢰 회복으로 정의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불안에 떨던 투자자들이 지난 13일 미국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ETF에서 7억5600만달러(약 1조800억원)를 유출했다"고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심기 또 건드린 골드만삭스…“美 소비자들이 관세 떠안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의 절반 이상은 미국 소비자들이 떠안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전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해 말까지 미국 소비자가 관세 부담의 55%를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수익성 유지를 위해 가격을 인상하면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설명이다. 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22%를 부담하고 해외 수출업체들은 가격 인하를 통해 약 18%를 흡수할 것으로 예상됐다. 나머지 5%는 회피되거나 면제될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엘시 펭과 데이비드 머리클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정책이 소비자 가격에 즉각 반영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현재로서는 미국 기업이 상당 부분의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며 “일부 기업들은 사전에 재고를 비축해 가격 인상을 늦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최근 발효된 관세와 향후 부과될 관세가 모두 반영되면 소비자들이 전체 비용의 약 55%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올해 0.44%포인트 상승했으며 연말에는 3%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6개월 간 트럼프 행정부는 구리,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품목별 관세'를 부과해왔다. 여기에 전 세계 교역국을 대상으로 하는 상호관세도 지난 8월부터 시행됐다. 골드만삭스의 이같은 전망은 수입산 목재에 대한 관세를 반영하지 않았다. 수입 목재에는 10%, 소파 및 화장대 등 천을 씌운 가구, 주방 찬장 등의 수입 가구에는 25%의 관세가 14일 오전 0시(한국시간 오후 1시)부터 새로 적용됐다. 해당 품목을 수출하는 국가가 올해 안으로 미국과 무역 협정을 맺지 않을 경우 내년 1월 1일부터 천을 씌운 가구는 30%, 주방 찬장과 세면대는 50%로 관세가 오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포고문에 서명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는 목재 관세까지 반영할 경우 근원 PCE 상승률이 0.6%포인트로 확대되고, 소비자 부담 비중은 최대 7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對)중국 100% 추가 관세와 관련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 변경을 가정하지 않았지만 최근 움직임을 고려하면 관세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이와 상반된 입장을 내놓았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최근 성명을 내고 “미국인들이 관세로 인한 과도기를 겪을 수 있지만 결국 해외 수출업체들이 관세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며 “기업들은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옮기는 등 관세에 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는 과거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앞서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마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월 한 콘퍼런스에서 “무역정책이 성장에 역풍으로 작용하고 있고 불확실성이 투자를 둔화시켰다"며 “한 줌의 건설적인 힘이 어느 정도의 역풍과 불확실성에 맞서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지난 8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미국 소비자들이 지난 6월까지 관세 비용의 22%를 흡수했지만 과거 사례가 반복된다면 이 비중이 향후 67%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그들은 오래전부터 시장 반응과 관세에 대해 잘못된 예측을 했고, 그 예측은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틀렸다"며 “데이비드는 새 이코노미스트를 고용하거나 그냥 (취미 활동인) DJ로 활동하고 대형 금융기관 경영에는 신경을 안 쓰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비꼬았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시세에 천장이 없네”…금값에 이어 은 가격도 신고가

국제 금값이 달러 약세와 미중 무역전쟁 격화 등의 요인들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4100달러선도 돌파한 가운데 또 다른 귀금속인 은 가격도 1980년에 기록됐던 역대 최고가를 넘어섰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전장 대비 2% 뛴 온스당 4110.27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14일 오전 싱가포르 시장에서도 금값은 온스당 4140.82달러를 기록해 상승세를 이어갔다. 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온 금 값은 올해 들어서만 57% 가량 급등했다. 금 선물 가격도 신기록을 세웠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 따르면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3.31% 오른 온스당 4133.00달러에 장을 마쳤다. 은값의 상승폭은 더 가팔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장중 은 현물가격은 온스당 52.8983달러까지 치솟아 '은파동 사태' 당시인 1980년 1월의 최고가를 44년 만에 돌파했다. 올해 은 시세 상승률은 81%에 달한다. 앞서 1979년 여름, 미국 텍사스의 석유 재벌 헌트 일가는 은값이 온스당 10달러 이하로 떨어지자 여러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대규모 매수에 나섰다. 그 결과 1980년 1월 21일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기준 은 가격은 온스당 52.50달러까지 폭등했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뒤인 3월, 가격은 다시 10달러대로 급락했다. 블룸버그는 백금과 팔라듐을 포함해 “4대 귀금속이 올해 56~81% 급등하며 원자재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금값 랠리는 각국 중앙은행의 매입 확대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 미 정부의 셧다운(업무 중단) 사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애나 폴슨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전미경제학회(NABE) 연례회의에서 “올해 안에 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연준이 이달에도 금리를 인하할 것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기준금리가 10월에 3.75~4.00%로 0.25%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98.9%로 반영하고 있다. 12월에 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확률도 94.0%에 달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반발해 11월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밝힌 점도 시장 불안을 자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개최되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면하지 않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이틀 뒤인 12일 “중국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라는 글을 올리며 정면 충돌을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내놨지만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캐피탈닷컴의 카일 로다 애널리스트는 “지정학적·무역 리스크가 잠잠해지려던 시점에 미중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며 “양측이 대화의 여지를 남겨 변동성이 완화되더라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이는 금값 상승에 매우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월가를 중심으로 글로벌 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해 귀금속 등 대체자산에 자금이 몰리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가 확산하는 점도 금·은 등 귀금속 가격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 확대 기조를 이어가자, 달러 등 통화자산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한 투자자는 “금과 은의 가격 상승세에 굳이 맞설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정부의 재정상태 약화, 통화정책 혼선, 정치적 불확실성 등 구조적인 요인들이 금·은 시세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은의 경우 런던 거래소에서 유동성이 부족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해 투자자들 사이에서 '은 확보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은 시장은 금보다 약 9배 규모가 작고 유동성이 낮아 가격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트레이더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진행 중인 핵심 광물 국가안보조사 결과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사 대상에는 은, 백금, 팔라듐 등이 포함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결과에 따라 '품목별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구리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 바 있으며, 당시에도 관세 발효를 앞두고 구리 가격이 급등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금과 은 가격 전망치도 갈수록 높여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소시에테 제네랄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ETF 등에) 자금이 유입되는 속도가 우리의 예상치보다 가팔랐다"며 “금 가격이 내년말까지 5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내년 은 목표가격을 기존 온스당 44달러에서 65달러로 이날 대폭 상향하면서 “지속적인 공급 부족과 재정 적자 확대, 낮은 금리가 은 가격 상승을 지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은 금과 달리 산업재 성격도 강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전기차, 태양광 패널 등에 폭넓게 사용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인사이트] 한미 관세협약은 트럼프 치적 과시용, 경제 을사늑약으로 귀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 달러와 관련해 '선불'이라고 발언함으로써 양국 간 관세 협상 전망은 한층 어두워졌다. 특히, 미국측이 한국측 요구조건인 통화스와프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사실상 타결하기가 어려워졌는데, 이러한 상황에서는 타결해서는 결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 경제는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측 요구에 대해 “객관적이고 현실적으로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범위"라고 선을 그었다. 3500억달러는 한국의 최근 5년 치 전 세계 해외직접투자(FDI) 금액보다 클 뿐만 아니라 한국 외화보유고의 84%가 넘는 금액이다. 이 정도로 막대한 금액을 보증, 대출 등을 거의 동원하지 않으면서 단기에 현금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트럼프는 한국은 부자 나라라고 하면서 일본처럼 빨리 합의서에 서명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5,500억 달러 투자에 합의한 일본은 기축통화국이고 외환보유고가 한국 보다 훨씬 많을 뿐더러 해외에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어 한국과는 확연히 다르다. 트럼프는 당초 중국에 대한 관세전쟁을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강력 대응하자 관세부과 유예 조치를 취하면서 원래 공언했던 싸움을 벌이지 못하고 있다. 대신 EU, 일본, 한국 등 동맹국을 상대로 팔을 비틀고 소위 '삥땅'을 뜯어 정치적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사실 트럼프는 큰 위기에 봉착해 있다. 관세부과로 소비자물가는 오르고 있어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그러자 관세 수입을 재원으로 활용해서 이른바 '배당금(Dividend)' 형태로 국민들에게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미국의 국가 부채는 사상 최대로서 37조 달러를 넘어선 상황이다.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가 지속되고 있고, 이민자 단속을 강행하면서 시위대와의 충돌도 격화되고 있다. 급기야 국경순찰대가 시위대 여성에게 총격을 가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시카고에 주방위군 병력 배치를 승인했다. 트럼프는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엉망진창 속으로 빠뜨리고 미국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폭탄 정책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국제사회의 반감을 불러일으키기만 하고 미국의 경제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트럼프가 압박을 가한다 해도 트럼프의 요구에 응해서는 안 된다. 한국에게는 죽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환율이 1400원을 넘고 있는데, 만약 한국이 미국의 요구에 양보하면 막대한 현금이 단기간에 빠져나가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실물 경제 전반에 타격을 주게 된다. IMF 위기 같은 외환위기가 올 것이 뻔하고, 한국 경제는 고꾸라진다. 한미 관세협정에 사인하는 것은 경제적인 을사늑약에 사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이 합의하지 않으면 미국은 계속 압박할 것이나, 마음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관세전쟁으로 미국내 소비자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어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근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불법이라고 판결하였다. 물론 연방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지만 마구잡이식 관세폭탄 투하 모우멘텀은 상실했다. 중간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트럼프는 궁지에 몰릴 것이다. APEC 계기에 한미관세를 타결하려는 움직임도 있으나 여기에 연연하면 안 된다. 정부는 치열하게 협상하되 사인하는 것은 가능한 미루고, 사인안할 수도 있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그리고 언론과 시민단체, 그리고 국회는 트럼프 요구의 문제점과 부당성을 강하게 제기해야 한다. 물론 정부가 “가장 성공적인 협상이었다. 합의문을 작성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잘 되었다"고 자화자찬하였는데, 이것은 잘못되었지만, 그 후 태세 전환하여 다행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관세 협상 합의문에 사인했으면, 탄핵 당했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을 가지고 야당에서 반미선동 운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여야가릴 것이 없다. 오로지 국익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행동해야 한다. 이강국

“한국 경제는 기적, 문제는?…노벨경제학상 받은 교수들의 진단보니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엘 모키어(79)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와 피터 하윗(79) 브라운대 명예교수는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출산율 회복'과 '반(反)독점 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모키어 교수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노스웨스턴대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경제의 성장 둔화 해법에 관한 질문에 “한국에서 이런 질문이 나온다는 게 조금 아이러니하다"며 “지금까지 해온 일을 계속하면 된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은 1950년대 매우 낮은 1인당 국민소득에서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로 기적적으로 성장했다"며 한국 대신 “형편없는 제도"를 가진 북한, 미얀마 등을 더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 청중 가운데 일부는 한국산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을 텐데 그들은 한국산 차를 나쁜 기술의 대표적 사례로 여기지 않을 것"이라며 “진짜 형편 없는 자동차를 보고싶다면 '트라반트'를 몰아보라"고 말했다. 냉전시기 동독에서 생산된 차량인 트라반트는 형편없는 품질과 내구성으로 악명이 높았던 차량이다. 모키어 교수는 다만 국경 개방과 저출산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지구상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라며 저출산 문제가 성장을 정체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한국은 인구통계적 문제를 제외하고는 그것(성장)이 지속될 수 없는 특별한 이유를 보지 못한다"며 “지금처럼 국경을 개방하고 세계 최고의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의 정치 체제와 관련해 “성공적인 민주주의를 이뤘다"고 평가하며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와 자유로운 선거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기술 진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전제 조건을 파악한 공로를 인정해 모키어 교수를 노벨 경제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왕립과학원은 선정 이유에 대해 “올해 경제학상 수상자들은 혁신이 어떻게 더 큰 진보를 위한 원동력을 제공하는지 설명한다"고 밝혔다. 필리프 아기옹(69) 프랑스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와 공동 연구로 노벨경제상을 수상받은 하윗 교수도 한국이 혁신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이들은 '창조적 파괴를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 이론'을 제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창조적 파괴란 새롭고 더 나은 제품이 등장하면 기존 것을 대체하면서 경제가 혁신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하윗 교수는 이날 노벨경제학상 수상 발표 후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한국 경제가 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확고한 반독점 정책을 가지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선도기업들이 혁신을 계속할 유인을 가질 수 있도록 경쟁적 시장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지프 슘페터가 (창조적) 파괴에 대해 처음 썼을 때 그의 주장은 강력한 독점 허용을 지지하는 논거가 됐다"며 “독점적 지위에서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익 전망이 혁신을 창출하는 유인을 제공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윗 교수는 또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는 한국에 대해 “혁신은 젊은 층에서 더 쉽게 일어난다"며 “고령화는 일반적으로 혁신에 유리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또 고령화 추세 속에 혁신을 지속하려면 지식과 아이디어의 교류·개방이 중요하다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의 흐름이 개별국가의 (고령화) 인구통계 변수에 의해 제한되지 않도록 다른 곳에서 오는 아이디어에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벨경제상 수상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했다. 아기옹 교수는 수상자 발표후 통화로 기자들에게 “미국의 보호주의 물결을 환영하지 않는다"며 “이것은 성장과 혁신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의 고율 관세가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지목하며 “개방성이 성장의 원동력이다. 개방성을 방해하는 그 어떤 것이라도 성장의 장애물"이라고 강조했다. 하윗 교수도 경쟁시장을 유지하기 위해 개방적인 자유무역정책이 중요하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무역전쟁이 일어나고 관세가 올라가 무역이 제한될수록 시장 크기가 줄어들기 때문에 혁신할 인센티브가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올해 노벨경제학상, ‘지속 성장의 비밀’ 밝힌 3인방에

'지속가능한 성장' 연구에 공을 세운 경제학자 3인인 조엘 모키어(79), 필리프 아기옹(69), 피터 하윗(79)이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13일(현지시간)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이들 경제학자 3명을 올해 노벨경제학자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선정 이유에 대해 “지난 2세기 동안 세계는 역사상 처음으로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뤘고,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빈곤에서 벗어나 번영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올해 경제학상 수상자들은 혁신이 어떻게 더 큰 진보를 위한 원동력을 제공하는지 설명한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출신 미 노스웨스턴대 교수인 모키어는 '기술 진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전제 조건을 파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지속적인 혁신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단순히 효과가 있다는 것만이 아니라 그 이유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기옹 교수와 하윗 교수는 '창조적 파괴를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 이론'을 세운 공로가 높이 평가됐다. 아기옹은 프랑스에서 태어나 현재 프랑스의 콜레주 드 프랑스와 INSEAD, 영국 런던정치경제대(LSE) 교수로 있다. 하윗은 캐나다에서 태어나 현재 미국 브라운대 교수이다. 이들은 1992년 논문에서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을 수학적 모델로 정립했다. 창조적 파괴란 새롭고 더 나은 제품이 등장하면 기존 것을 대체하면서 경제가 혁신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두 사람은 이른바 '아기옹-하윗 성장 모형'이라는 수리경제 모형으로 조지프 슘페터가 1940년대에 제시한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조명했다고 평가받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기옹 교수는 수상자 발표후 통화로 기자들에게 “미국의 보호주의 물결을 환영하지 않는다"며 “이것은 성장과 혁신에 좋지 않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기술혁신을 주도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립이 미국에 뒤처지는 이유에 대해 “획기적인 첨단 기술 혁신을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기옹 교수는 또 인공지능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게 되어 AI는 큰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면서도 “문제는 그 잠재력을 활용하는 것이며, 이 부눈에서 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웨덴 발명가 알프레드 노벨의 뜻에 따라 인류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인물에게 주어지는 노벨상은 지난 6일 생리의학상부터 이날 경제학상까지 올해 수상자 발표를 모두 마쳤다.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열린다. 수상자는 증서, 메달, 상금을 받는다. 올해 상금은 분야별로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6억4000만원)다. 경제학상 상금은 모키어 교수가 전체의 절반을, 아기옹·하윗 교수가 나머지 절반을 나눠 갖는다. 생리의학상 수상자로는 '말초 면역 관용' 메커니즘을 발견한 메리 E. 브렁코(64), 프레드 램즈델(65·이상 미국), 사카구치 시몬(74·일본) 등 3인, 물리학상 수상자로는 거시적 규모에서 나타나는 양자역학적 효과 연구로 존 클라크(83·영국), 미셸 드보레(72·프랑스), 존 마티니스(67·미국)가 선정됐다. '금속-유기 골격체'(MOF)를 발견한 공로로 기타가와 스스무(74·일본), 리처드 롭슨(88·영국·호주) 오마르 야기(60·미국)는 화학상을 받았다. 문학상은 헝가리 현대문학의 거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가, 평화상은 반독재 투쟁을 벌이는 베네수엘라 야권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8)에게 돌아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미중 갈등 재점화에 금값 또 신고가…은 시세도 고공행진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다시 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국제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이날 장중 온스당 4068.21달러까지 오르면서 지난 주 최고점을 넘어섰다. 이날 상승으로 올해 들어 국제 금값의 누적 상승률은 55%에 육박한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매입에 힘입어 고공행진을 이어온 국제금값은 미 기준금리 인하 기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 미 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중지) 사태 등이 맞물리며 오름폭을 더욱 키웠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반발해 11월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밝힌 점도 시장 불안을 자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개최되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면하지 않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이틀 뒤인 12일 “중국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라는 글을 올리며 정면 충돌을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내놨지만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캐피탈닷컴의 카일 로다 애널리스트는 “지정학적·무역 리스크가 잠잠해지려던 시점에 미중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며 “양측이 대화의 여지를 남겨 변동성이 완화되더라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이는 금값 상승에 매우 좋은 소식"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국제은값도 고공행진 중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장중 은 현물 가격은 온스당 최대 52달러까지 급등, 1980년 사상 최고가인 52.50달러에 근접했다. 올해 은값 상승률은 78%에 달한다. 미중 갈등 격화로 안전자산 성격이 강한 은에 매수세가 몰린 데다, 런던 거래소의 유동성 부족 우려가 확산한 점도 상승세를 부추겼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와 함께 트레이더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진행 중인 핵심 광물 국가안보조사 결과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사 대상에는 은, 백금, 팔라듐 등이 포함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결과에 따라 '품목별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구리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 바 있으며, 당시에도 관세 발효를 앞두고 구리 가격이 급등한 바 있다. 한편, 백금 가격은 전장 대비 3% 가까이 오른 온스당 1643.87달러를 기록 중이고 팔라듐 가격은 장중 최대 3.6% 올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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