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폭락” 외치더니…8천피 앞에 힘 빠진 ‘간달프’

“코스피 폭락” 외치더니…8천피 앞에 힘 빠진 ‘간달프’

“코스피 폭락"을 외치던 월가 대표 약세론자의 목소리가 최근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수혜 기대감 속에 한국 증시가 사상 첫 8000선 돌파를 눈앞에 두자, 과거처럼 직접적인 폭락 전망 대신 경기침체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하는 수준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JP모건 수석 전략가 출신인 마르코 콜라노비치는 올해 들어 '코스피 거품론'을 강하게 제기해왔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육천피'(코스피 6000)를 돌파했던 지난 2월 말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코스피 목표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했다. 당시 노무라는 코스피가..

코스피 8000 목전에 두고…김용범 ‘국민배당금’에 AI 랠리 꺾일까 [이슈+]

중동 전쟁과 고유가, 인플레이션 불안까지 무시하며 질주하던 인공지능(AI)발 글로벌 증시 랠리가 처음으로 실질적인 리스크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산업 호황으로 발생한 수익을 국민들과 공유하는 이른바 '국민배당금제' 구상이 처음으로 거론되자 코스피가 장중 5% 가량 급락하면서, 시장이 AI 시대의 재분배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진단이다. 미국 SPI자산운용의 스티븐 이네스 트레이딩 총괄은 12일 FX스트리트 기고문을 통해 “그동안 투자자들은 AI 생산성 혁명이 고유가와 지정학적 리스크, 고금리 장기화 등 모든 거시경제 악재를 상쇄할 것으로 믿어왔다"며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구축은 현대판 산업혁명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러나 이날 한국 증시 사례는 AI 랠리의 다음 단계를 보여줬다"며 “정부가 AI 이익을 어떻게 분배할지 논의하기 시작하는 순간 시장의 초점은 혁신에서 재분배로 이동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사를 보면 증시 호황이 끝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믿기 시작하는 순간 정치권의 개입이 등장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이 끌어낸 결과가 아니다"라며 “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그것이 역대급 초과 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응당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구조적인 초과 이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제도화할지에 대한 여러 참고 모델이 있다"며 “노르웨이는 1990년대 석유 수익을 국부펀드에 적립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형 모델로는 가칭 '국민배당금'을 제시한다고 언급했다. 김 실장은 “이 과실은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은 기반 위에서 나온 것"이라며 “과실의 일부는 구조적으로 국민에게 환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코스피는 장중 순식간에 5% 넘게 급락했다. 이후 김 실장이 기업 초과이익에 대한 새로운 횡재세를 도입하자는 취지가 아니라, AI 붐으로 발생한 초과 세수를 활용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하면서 코스피는 낙폭을 줄여 전장 대비 2.29% 내린 7643.15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이네스 총괄은 “이미 투자자들은 중요한 메시지를 받아들였다"며 “시장은 AI 랠리 동안 대부분 무시했던 새로운 리스크와 마주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주요 경제국 가운데 처음으로 AI 붐에 따른 재분배를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재분배 논의가 시작되는 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AI 대표 기업들의 미래 이익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네스 총괄은 “시장은 높은 밸류에이션을 오래 견딜 수는 있어도, 누가 최종적으로 이익을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견디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국민배당금 논란이 한국을 넘어 앞으로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갈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AI 인프라 붐으로 발생한 부가 반도체 기업과 데이터센터, 고급 엔지니어 등 특정 산업과 계층에 집중될수록 정치권과 노동계의 압박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네스 총괄은 “역사적으로 자본 집중이 정치권과 노동계의 반발 없이 무한정 지속된 사례는 드물다"며 “노동자들은 더 많은 몫을 요구하고, 정부는 더 많은 세원 확보를 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권자들은 국가적 기술 호황으로 발생한 부가 왜 소수 기업과 투자자들에게만 집중되는지 묻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흐름은 이미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배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달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총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026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열었지만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이네스 총괄은 “이번 코스피 움직임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한국 정책 리스크 때문이 아니다"라며 “투자자들은 AI 시대의 미래 정치경제 구조를 잠시 들여다본 것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이어 “AI 산업의 막대한 수익이 전적으로 주주들의 몫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시장의 가정에 한국을 계기로 의미 있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세계 곳곳에서 재분배 논의가 본격화되는 순간 기업 가치 역시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재평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예상치도 못했다”…김용범 정책실장 한마디에 코스피 ‘냉온탕’ [머니+]

12일 개장 직후 코스피가 8000선 턱밑까지 치솟았다가 돌연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2.29% 내린 7643.15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1.68% 오른 7953.41로 출발한 뒤 장 초반 7999.67까지 치솟으며 사상 첫 8000선 돌파를 눈앞에 뒀다. 특히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날도 나란히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자 시장에서는 '8천피(코스피 8000)' 돌파가 유력하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장중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서자 지수도 급격히 밀리기 시작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코스피는 한때 5.12% 급락한 7421.71까지 떨어졌다. 이날 장중 고점과 비교하면 58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 호황으로 발생한 수익을 활용해 '국민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거론하자 코스피가 크게 흔들렸다고 이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국민배당금 정책의 범위를 두고 혼란이 커졌다"며 “실제 배당금 규모나 구체적인 시행 방식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고 짚었다. 이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인공지능(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이 끌어낸 결과가 아니다"라며 “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그것이 역대급 초과 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응당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적었다. 이어 “구조적인 초과 이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제도화할지에 대한 여러 참고 모델이 있다. 노르웨이는 1990년대 석유 수익을 국부펀드에 적립한 바 있다"며 “(한국의 경우에는) 가칭 '국민배당금'이라는 이름을 붙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과실은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은 기반 위에서 나온 것"이라며 “과실의 일부는 구조적으로 국민에게 환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김 실장이 기업 초과이익에 대한 새로운 횡재세를 도입하자는 취지가 아니라 AI 붐으로 발생한 초과 세수를 활용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하자 코스피 낙폭은 다소 축소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장 대비 2.28% 내린 27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에는 29만1500원까지 치솟으며 2018년 액면분할 이후 최고가(28만8500원·지난 11일)를 갈아치웠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며 한때 6.83% 급락한 26만6000원까지 밀렸다. 삼성전자가 하락 마감한 것은 6거래일 만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전장 대비 2.39% 내린 183만5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장중 한때 196만7000원까지 오르며 전날 기록한 사상 최고가(194만9000원)를 다시 경신했지만 오전 10시를 전후해 급격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후 한때 4.04% 내린 180만4000원까지 떨어졌다가 낙폭을 일부 만회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SK하이닉스가 하락 마감한 것도 7거래일 만이다. 블룸버그는 또 “이번 논란은 AI 시대에 빈부격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세계 각국에서 확산하는 가운데 나온 사례"라며 “특히 한국에서는 글로벌 AI 인프라 붐의 수혜를 입은 산업계가 이익을 사회와 더 많이 공유해야 한다는 요구가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8배 급증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수익성이 높은 기술기업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영업이익이 239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프랭클린 템플턴 연구소의 크리스티 탄 선임 투자전략가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김 실장의 AI 국민배당금제 제안은 초과 세수를 활용하자는 것이지만 납세자 입장에서는 결국 자신들이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롬바르드오디에의 이호민 전략가는 “이번 급락은 예상치도 못한 김 실장의 배당금 발언이 직접적인 촉매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김 실장이 횡재세 도입이 아니라는 점을 부인하면서 투자심리가 일부 회복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코스피 상승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AI 수혜주에 지나치게 의존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급락이 예고된 변동성이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DS자산운용의 윤준원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유동성이 집중되는 편중된 장세 속에서 투자자들은 언제든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며 “이번 코스피 급락이 이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글로벌 IB들 “올해 美 기준금리 인하 늦어진다”…인상 가능성도 ‘꿈틀’ [이슈+]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 시점을 줄줄이 늦추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는 와중에 미 노동시장마저 견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준이 금리 동결 기조를 예상보다 더 오래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기존에 예상했던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 전망을 모두 철회하고, 금리 인하 시점을 내년 7월과 9월로 미뤘다. 연준은 지난달 29일 기준금리를 연 3.5~3.75%로 동결한 바 있다. 아디티아 바베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경제 지표만으로는 올해 금리 인하를 정당화하기 어렵다"며 “근원 인플레이션은 지나치게 높은 수준인데 다시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견조했던 4월 고용보고서는 결정타였다"며 최근 연준 인사들의 발언이 매파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4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 대비 11만5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6만2000명 증가)를 크게 웃돌았다. 실업률도 4.3%로 유지되면서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바베 애널리스트는 이어 “인플레이션 역시 여전히 목표치를 웃도는 수준에 고착돼 있다"며 “3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2% 상승했고, 유가 급등 영향도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블룸버그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 금리 전략가들은 이날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시장이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지나치게 낮게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 2년물 국채를 매도하고 단기채 가격이 장기채보다 더 크게 하락하는 방향에 베팅할 것을 권고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메리클 애널리스트도 보고서를 통해 연준의 두 차례 금리 인하 전망 시점을 각각 한 분기씩 늦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오는 12월과 내년 3월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리클 애널리스트는 “에너지 비용 상승분의 전가 효과로 인해 근원 PCE 가격 상승률이 올해 내내 2%보다 3%에 더 가까운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올해 금리를 인하하려면 유가 충격이 약해진 이후 인플레이션 둔화와 노동시장 추가 약세가 함께 나타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최종 기준금리 전망치를 기존과 같은 연 3.0~3.25%로 유지했다. 다만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경우 연준이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4월 고용보고서 발표 이후 연준의 다음 금리 인하 시점을 기존 9월에서 12월로 늦췄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모건스탠리와 바클레이즈 등도 연준이 당분간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연준이 올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 데 이어 내년 3분기에는 오히려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크게 악화되거나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경제 충격이 더욱 심화할 경우에만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시장에서도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조금씩 반영하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현재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말 기준금리가 연 3.75~4.0%로 25bp 인상될 가능성을 24.8% 확률로 반영하고 있다. 이 확률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1.6% 수준에 불과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빅쇼트’의 “팔아라” 경고에 놀랐나…코스피 장중 5% 급락 [머니+]

한국 코스피 지수가 12일 장중 5% 급락한 가운데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인공지능(AI) 수혜로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글로벌 증시에 대해 결국 급격한 하락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버리는 서브스택에 올린 글에서 현재 시장 상황이 닷컴 버블 붕괴 직전의 정점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가 지난 3월 말 이후 약 70% 급등한 점을 대표적인 과열 신호로 지목했다. 그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가 현재 주가수익비율(PER) 43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적정 수준으로 판단하는 약 30배를 크게 웃도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버리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월가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기업들의 실적을 50% 이상 과대평가하고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역사를 목격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그것은 좋은 의미가 아니다"라며 “마치 피투성이 교통사고 현장을 사고 직전에 바라보는 장면과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버리는 공매도에 대해서는 풋옵션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고 시기를 잘못 맞출 경우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며 신중한 견해를 내비쳤다. 그럼에도 그는 저평가됐다고 판단하는 기업들에 대해 “상당한 규모의 레버리지 공매도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가장 엄격한 밸류에이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비중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급등 랠리에서 일부 차익을 실현하고 기술주 중심으로 전체 주식 비중을 줄일 것을 권고했다. 그는 “설령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이런 포물선형 상승세에 올라탄 투자자들이 매도하지 않는 것은 결국 스스로 고점 근처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능력에 베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사는 파티가 앞으로 일주일, 한 달, 세 달, 혹은 1년 더 이어지더라도 결국 훨씬 낮은 가격으로 끝났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우리는 이제 너무 극단적인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으며, 어디에 숨든 그 결과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버리가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의 AI 투자 확대가 촉발한 증시 랠리에 대해 우려를 제기해온 대표적인 시장 전문가 가운데 한 명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선다이얼 캐피털 리서치의 제이슨 괴프퍼트 애널리스트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동시에 구성 종목 가운데 단 5%만이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사례가 이번이 역사상 네 번째라고 분석했다. 이는 증시 상승세가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또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 집계에 따르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200일 이동평균선을 이처럼 크게 웃돈 사례는 1995년 7월과 닷컴 버블 정점이었던 2000년 3월 등 두 차례뿐이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개장 직후 7999.67까지 치솟으며 8000선 돌파를 눈앞에 뒀지만 이후 급락세로 전환했다. 오전 10시 40분에는 전장 대비 5.12% 급락한 7421.71까지 밀렸다. 한국시간 오전 11시 13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 대비 1.23% 내린 7726.10을 기록 중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가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이 3조5167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2조8396억원, 6368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E칼럼] AI와 전력, 그리고 국가 전략의 재편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필자는 지난 4월부터 스탠포드대학교 프리먼 스포글리 국제학 연구소(FSI, The Freeman Spogli Institute for International Studies at Stanford) 산하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APARC, The Shorenstein Asia-Pacific Research Center)에 머물며, 다양한 학제 간 세미나와 토론에 참여할 기회를 가졌다. 경제, 기술, 안보를 넘나드는 논의 속에서 가장 중요한 시대적 흐름을 하나 꼽으라면 역시 인공지능(AI)이다. AI는 이미 선택의 문제가 아니며, AI를 얼마나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되었다는 현실을 새삼 절감하게 되었다. AI 시대의 국가 경쟁력을 가름하는 요소로는 인재, 첨단 반도체, 효율적인 거버넌스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요소로 전력을 꼽을 수밖에 없다. AI 경쟁은 결국 전력 경쟁이다.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고, 알고리즘을 훈련시키며, 산업은 물론 국가 경영 전반에 AI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양의 전력을, 적절한 가격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전력 공급이 늦어질수록 기술 격차는 그대로 산업 격차로 이어진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에너지 안보의 의미도 빠르게 재정의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더해 중동에서의 긴장까지 고조되면서, 에너지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는 다시 전면에 부상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둘러싸고 특정 전력원(源)에 대한 찬반이 비교적 명확하게 갈렸던 것은 이미 과거의 일이 되었다. 그러나 화석연료의 지정학적 위험성이 커지면서 에너지 전환 자체가 에너지 안보와 맞물리게 된 것도 사실이다. 스탠포드대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州)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최첨단을 걷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캘리포니아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혁신 역량과 높은 환경 의식을 동시에 갖춘 지역이다. 경제 규모만 보더라도 일본을 넘어설 정도로 세계 상위권 규모를 자랑하는 데다가 경제 성장률 역시 미국 전체 성장률보다 높다. 이러한 캘리포니아의 전력 구성에서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청정에너지 비중이 60%에 다다를 정도로 크게 확대되었다. 다만 이러한 캘리포니아 모델을 모든 국가가 그대로 따를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후나 지리와 같은 자연 조건, 산업 구조, 정책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한편 스탠포드대에서도 단연코 가장 빈번하게 논의되는 중국은 나름의 방식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유기업(SOE)과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가 유기적으로 연계된 구조 속에서 AI 발전에 국가적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물론 첨단 반도체와 GPU 확보라는 제약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중국의 AI 발전 속도와 규모는 이미 글로벌 경쟁 구도를 재편할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발전 설비용량과 발전량은 모두 2023년에 이미 미국의 2배 이상이 되었다. 전력산업과 관련된 투자도 2024년 기준으로 글로벌 투자액 전체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6%(3,383억 달러)였는데 반해, 중국의 비중은 39%(8,184억 달러)에 달했다. 석탄 비중이 여전히 높지만 빠르게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면서 배터리와 신에너지 분야도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한국은 제조업 중심 경제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동시에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이러한 조건에서 AI 시대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 투자만으로는 부족하다. 전력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설계,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 그리고 산업 정책과 에너지 정책의 통합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다. AI 시대의 경쟁은 선형적이지 않다. 일정 시점을 넘어서면 격차는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다. 전력 공급이 늦어질수록, 그리고 정책 대응이 지체될수록 한국이 직면하게 될 비용은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은 개별 기업이나 특정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전략적 방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에너지와 AI, 그리고 산업 정책을 하나의 축으로 묶는 '국가 대계'와 이를 뒷받침할 사회적 합의, 그리고 일관성 있는 추진력이 요구된다. bienns@ekn.kr

“코스피 폭락” 외치더니…8천피 앞에 힘 빠진 ‘간달프’ [머니+]

“코스피 폭락"을 외치던 월가 대표 약세론자의 목소리가 최근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수혜 기대감 속에 한국 증시가 사상 첫 8000선 돌파를 눈앞에 두자, 과거처럼 직접적인 폭락 전망 대신 경기침체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하는 수준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JP모건 수석 전략가 출신인 마르코 콜라노비치는 올해 들어 '코스피 거품론'을 강하게 제기해왔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육천피'(코스피 6000)를 돌파했던 지난 2월 말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코스피 목표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했다. 당시 노무라는 코스피가 8000선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콜라노비치 역시 2월부터 코스피가 거품 영역에 진입했다는 주장을 집중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2월 25일 엑스(X·옛 트위터)에 “과거 코스피가 1000에서 2000으로 가는 데만 40년이 걸렸다"며 “불과 몇 달 만에 4000포인트가 오른 것은 역사적 평균 수익률로 보면 100년 이상의 상승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틀 뒤인 27일에는 “코스피가 '블로오프 탑'일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블로오프 탑은 주가가 과열된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치솟은 뒤 급격히 꺾이는 현상을 뜻한다. 당시 그의 경고는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다. 콜라노비치는 과거 정확한 시장 예측으로 월가에서 영향력을 키워왔고, 언론 매체들로부터 '간달프'(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현명한 마법사)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특히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증시 반등 가능성을 비교적 정확히 예측하며 명성을 쌓았다. 이런 이력이 있는 만큼 그가 던진 '코스피 거품론' 역시 적지 않은 관심을 끌었다. 공교롭게도 2월 28일 미국이 이스라엘과 이란을 공습한 충격으로 코스피는 3월 첫 거래일부터 폭락했고, 콜라노비치의 경고가 현실화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실제로 코스피는 지난 3월 3일 7.24% 하락했고 4일에는 12.06% 급락하며 단숨에 5000선까지 밀렸다. 이때 콜라노비치는 “전쟁이 일어날 날짜를 말해줬고 코스피와 닛케이가 붕괴할 것이라고도 말했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눈을 가리는 선택을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그의 전망이 맞아떨어진 적은 있었다. 그는 3월 7일 “월요일(3월 9일) 흥미로운 장세가 펼쳐질 것 같다"고 적으며 추가 하락 가능성을 시사했고, 실제로 3월 9일 코스피는 5.96% 급락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8시간 내 초토화' 발언을 처음 내놓은 3월 21일에는 “이번 48시간 시한은 블랙 먼데이와 맞물려 있다"고 주장했고, 코스피는 3월 23일 6.49% 하락했다. 그러나 4월 들어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과 이란 간 휴전 소식이 나오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의 1분기 '깜짝 실적' 발표가 잇따르자 코스피는 다시 급등하기 시작했다. 코스피는 4월 들어서만 30.61% 상승했다. 이 과정에서도 콜라노비치는 경고를 이어갔다. 그는 지난달 23일 “SK 하이닉스 실적이 내 예상보다 낮았다"는 엑스 게시물을 인용하면서 “EWY(아이셰어즈 MSCI 한국 ETF)와 DRAM ETF(반도체 상장지수펀드)가 실적 기대감에 6% 급등했다, 이제 정점을 찍었나"라고 썼다. 당시 SK하이닉스는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장중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인 끝에 0.16% 상승 마감했다. 그는 지난달 2일에도 AI 관련주들이 급등한 것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콜라노비치는 “글로벌 지정학적 혼란 속에서도 AI 모멘텀 관련 주식들이(샌디스크, 웨스턴 디지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EWY, 루멘텀 홀딩스 등) 지난 24시간 동안 약 25% 급등했다"며 “이는 거시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애널리스트들의 낙관적 보고서에 의해 부풀려진 결과로, 내가 본 것 중 가장 어리석은 일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코스피는 이달 들어서도 강세를 이어갔고, 12일 장중에는 7999.67까지 상승했다. 잇단 경고에도 시장이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자 콜라노비치는 이날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등의 급등세를 언급해 “역사상 최악의 에너지 위기 속에서도 기술주 모멘텀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며 “결국 이러한 흐름이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처럼 코스피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직접적인 폭락 가능성을 언급하기보다는 거시경제 차원의 우려를 제기하는 수준으로 경고의 수위가 다소 낮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콜라노비치는 2022년부터 시장 흐름과 엇갈린 전망을 이어가다 결국 2024년 7월 JP모건에서 퇴사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김병헌의 체인지] 거대해진 쿠팡, 작아진 정부… 플랫폼 권력의 역전

한때 미국의 혁신 아이콘으로 불렸던 엔론은 정계와 규제기관 주변에 막강한 인맥망을 구축했다. 전직 관료와 정치권 인사들이 기업 자문과 로비 창구로 줄줄이 이동했고, 엔론은 이를 기반으로 시장 규제를 피해가며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결과는 파국이었다. 회계조작과 권력 유착 의혹이 터지자 세계 최강 기업이라던 엔론은 순식간에 붕괴했고, 미국 사회는 “기업이 권력과 결합하면 결국 시장 전체가 무너진다"는 교훈을 얻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쿠팡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도 그 불안감이 스며들고 있다. 쿠팡은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글로벌 기업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현실은 명확하다. 쿠팡의 핵심 시장은 한국이다. 한국 소비자의 클릭이 매출이 되고, 한국 자영업자의 입점이 플랫폼을 키웠으며, 한국 물류노동자의 희생이 로켓배송 신화를 만들었다. 쿠팡은 한국 시장에서 성장한 기업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책임과 윤리 앞에서는 지나치게 미국식 기업 논리 뒤에 숨는다는 비판이 거세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관 중심의 대관·자문 구조다. 쿠팡은 그동안 검찰·경찰·공정거래 분야 출신의 전직 고위 인사들을 다수 영입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기업이 법률 전문가를 채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문제는 그 규모와 방식, 그리고 시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와 플랫폼 규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전직 고위 공직자 출신들이 대거 포진하는 모습은 국민에게도 강한 의구심을 남긴다. '기업 방어를 위한 전관 네트워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쿠팡은 자체브랜드(PB) 상품 우대 및 검색 알고리즘 운영 문제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아왔다. 소비자들은 플랫폼을 중립적인 시장으로 믿고 이용하지만, 특정 상품 노출 방식과 리뷰 운영 구조를 둘러싼 논란은 “플랫폼 권력이 공정한 경쟁 질서를 흔든다"는 우려를 키웠다. 여기에 입점업체 수수료 갈등, 물류센터 노동환경 문제, 배송기사 과로 논란까지 겹치며 쿠팡은 단순한 유통회사를 넘어 한국 사회의 공공성과 충돌하는 거대 플랫폼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쿠팡은 사회적 책임보다 방어 논리 구축에 더 능숙해 보인다. 미국 정치권에서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막대한 로비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현실이다. 미국의 정치자금, 로비 활동, 기업·단체의 정치권 지출 내역 등을 추적·공개하는 대표적인 비영리 감시기관인 OpenSecrets 에 따르면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로비 지출은 해마다 수천억 원대에 달한다. 쿠팡 역시 미국 기업이라는 지위를 활용해 글로벌 네트워크와 대외 대응력을 강화해왔다.지금도 진행중이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한국 사회에까지 그대로 투영된다는 점이다. 한국은 미국처럼 로비 활동이 제도적으로 투명하게 공개되는 구조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직 검찰·경찰·경제관료 출신 인사들의 기업행은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국민 입장에서는 “과거 공직에서 쌓은 영향력과 인맥이 지금은 거대 플랫폼의 이해를 위해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게 된다. 특히 쿠팡처럼 한국 시장 의존도가 절대적인 기업일수록 이런 의혹은 더욱 치명적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쿠팡이 보여주는 몰지각하고 뻔뻔한 태도다. 노동환경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혁신 과정의 불가피한 비용"처럼 접근했고, 플랫폼 공정성 문제에서는 “시장 경쟁의 결과"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시장이란 강한 기업이 약한 참여자를 배려할 때 지속가능해지는 것이다. 수많은 소상공인과 입점업체가 대기업 쿠팡의 플랫폼 의존 구조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데, 오직 성장과 속도만 강조한다면 결국 사회적 반발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세계는 이미 이런 사례를 여럿 경험했다. 세계적인 자동차사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세계적 신뢰를 잃었고, 한때 실리콘밸리의 혁신 신화로 불렸던 테라노스는 정관계 유명 인사들을 전면에 세워 혁신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거대한 허상이 드러나며 붕괴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였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보다 권력과 이미지 관리에 집착하기 시작했다는 대목이다. 쿠팡도 예외일 수 없다. 한국 소비자 덕분에 성장한 기업이라면 당연히 한국 사회의 상식과 윤리를 먼저 존중해야 한다. 전관 인맥과 대관 조직으로 비판을 관리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소비자 신뢰는 빠르게 흔들린다. 기업의 힘이 커질수록 더 투명해야 하고, 더 낮은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지금 쿠팡은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비난이 만만찮다. 정치권과 정부도 자유로울수 없다. 플랫폼 기업의 전관 영입 현황 공개, 로비 활동 투명성 강화, 공정거래 감시 확대 같은 제도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국민의 감시다. 편리함에만 익숙해지는 순간 쿠팡처럼 거대 플랫폼은 공공질서 위에서 군림하기 시작한다. 쿠팡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한국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답게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것인가, 아니면 전관과 대관 네트워크에 기대어 비판을 관리하는 기업으로 남을 것인가. 선택은 쿠팡의 몫이지만 한국 국민은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5조 규모 펀드의 ‘삼전·하이닉스’ 몰빵…결과 보니 [머니+]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급등에 힘입어 코스피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반도체 관련 종목 비중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나 관심이 집중된다.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픽테자산운용이 운용하는 35억달러(약 5조1600억원) 규모의 다자산 펀드 '픽테 스트래티직 인컴 펀드(Pictet Strategic Income Fund)'는 미국과 이란 간 휴전이 선언된 지난달 초 이후 아시아와 미국의 인공지능(AI) 관련주 비중을 약 65% 수준까지 거의 두 배로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현금성 자산의 최대 30%를 AI 인프라 및 저평가 종목에 투입했다. 그 결과 해당 펀드는 최근 한 달 동안 동종 펀드 가운데 약 90%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지난 1년간 수익률은 약 43%에 달했다. 펀드를 공동 운용하는 로레인 궈는 “AI 산업은 여전히 매우 강하고 장기적인 상승 사이클에 있다"며 “이는 아시아 공급망에 큰 수혜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여전히 미국 기술주를 선호하고 있다"며 “AI 모델과 반도체, 유통 채널까지 모두 갖춘 기업들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펀드의 주요 투자 종목에는 올해 들어 주가가 약 190% 급등한 SK하이닉스와 138% 가량 오른 삼성전자가 포함됐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코스피 상승분의 약 3분의 2를 견인했다고 전했다. 이날 역시 삼성전자(6.33%)와 SK하이닉스(11.51%) 주가 급등에 힘입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32% 오른 7822.24에 거래를 마감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7800선에서 마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가 기준 '8천피'까지는 177.76포인트만 남겨두게 됐다. 픽테 스트래티직 인컴 펀드는 이 밖에도 알파벳, 애플, 엔비디아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이 펀드는 기술주 비중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 비중은 축소했다. 궈 공동 운용자는 “지난해부터 금 가격이 지나치게 급등했고 일부 중국 금 유통업체들을 중심으로 투기적 움직임도 나타났다고 판단해 올해는 금에 투자하지 않았다"며 “분산 투자 자산으로서 금의 역할이 이전보다 약해졌다"고 말했다. 픽테자산운용의 이같은 위험선호 확대는 최근 글로벌 투자심리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번 중동 전쟁이 해결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방어적 포지션을 줄이고 있는 데다, AI 공급망 기업들이 잇달아 공급 부족을 언급하자 자금이 AI 인프라 관련 종목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픽테자산운용의 다자산 부문 총괄이자 해당 펀드를 운용하는 앤드 웡은 “우리는 공급망 병목의 변화를 추적하는 풀스택 방식으로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며 “컴퓨팅 성능도 중요하지만 운영체제(OS)와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AI 대장주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AI 공급망 종목들에 대한 관심도 확대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제조업체 삼성전기와 반도체 기판 업체 일본 이비덴 주가는 최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이란 전쟁 속 성사된 미중 정상회담…베이징 담판서 ‘빅딜’ 나올까

중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이후 약 10년 만에 다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게 된다. 1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외교부 대변인을 인용해 “시 주석의 초청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5월 13일부터 15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을 공식 확인하지 않으면서 미중 정상회담이 또 한 차례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복수의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현재 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미국·이란 전쟁이 해결될 때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추진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고 전했다. 당초 3월 말~4월 초로 거론됐던 정상회담 일정은 중동 정세 악화 여파로 트럼프 대통령이 연기를 요청하면서 한 차례 미뤄진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중국 정부가 일정을 공식 발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은 예정대로 성사되게 됐다. 중국은 통상 보안 문제 등을 이유로 정상급 외교 일정을 임박해서 공개한다. 앞서 미 백악관도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다고 발표했다. 이튿날인 14일에는 환영 행사에 이어 시 주석과 양자 회담을 진행하고, 함께 베이징 명소인 톈탄(天壇)공원을 둘러본 뒤 국빈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막 날인 15일 시 주석과 양자 티타임 및 업무 오찬을 가진 뒤 미국으로 돌아간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14~15일 이틀 동안 최소 6개 공식 행사에서 대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란 전쟁 문제가 핵심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최근 전쟁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미 재무부는 최근 중국의 대형 민간 정유업체를 포함한 중국 민간 정유사 5곳에 대해 이란산 원유를 가공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부과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기업들에 미국의 제재를 무시하라고 공개적으로 지시하며 이례적으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중국은 또 트럼프 대통령 방중을 일주일 앞두고 이란 외무장관을 베이징으로 초청하며 양국 간 긴밀한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회담에서 중국이 실제로 이란에 압박을 가할 의향이 있는지, 또 그 대가로 미국에 어떤 요구를 제시할지가 핵심 변수로 거론된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미중 무역전쟁 휴전 연장, 중국의 희토류 수출,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대만 문제, 미국산 농산물 구매, 보잉 항공기 계약 등이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양측이 이번 회담에서 농업·항공우주·에너지 분야에서 중국의 구매 확대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라며 “관련 발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기간 중 또는 직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1만피’ 정말 현실로?…트럼프 “이란 공격”도 무시하는 코스피 [머니+]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다시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음에도 코스피가 11일 강세를 이어가며 8000선 돌파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스피가 1만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파격적인 전망까지 등장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70% 오른 7775.31로 출발한 뒤 장중 한때 5.05% 급등한 7876.60까지 치솟았다. 장 초반 급등세로 인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프로그램매수호가 일시효력정지(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이는 지난 6일 이후 3거래일 만이다. 오후 1시 31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 대비 4.81% 오른 7858.91을 기록 중이다. 이날 증시 상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추가 공격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시사 프로그램 '풀 메저' 인터뷰에서 “우리는 2주 더 (이란에) 들어가 모든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며 “우리가 원했던 특정 목표물 가운데 약 70%는 이미 수행을 마쳤지만 여전히 공격 가능한 다른 목표들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의 종전 제안에 대한 이란 측 답변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방금 이란의 이른바 '대표들'로부터 온 답변을 읽었다"며 “마음에 들지 않고,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이라고 주장했다.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악시오스는 지난 6일 양국이 종전과 핵 협상의 기본 원칙을 담은 1쪽 분량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논의 중이며, 체결 이후 30일간 세부 협상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이어지면서 종전 협상의 돌파구는 다시 안갯속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한국 증시에 대한 낙관론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의 믹소 다스 등 전략가들은 보고서를 통해 코스피 기본 시나리오 목표치를 9000으로, 강세 시나리오 목표치는 1만으로 각각 제시했다. 이는 지난 8일 종가 대비 약 33%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특히 JP모건이 불과 한 달 만에 전망치를 다시 상향 조정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JP모건은 지난달 코스피 기본 목표치를 7000, 강세 목표치를 8500으로 제시한 바 있다. 보고서는 “단기적으로는 기술적 과열 신호가 다시 부각될 수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과 지배구조 개혁, 테마 성장 등 시장의 핵심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와 같은 특수한 환경에서는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비한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며 성급하게 사이클 종료를 예상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지난주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강한 실적 모멘텀을 근거로 코스피 목표치를 9000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시장 과열 우려도 여전하다. 블룸버그는 코스피가 14일 상대강도지수(RSI) 기준으로 이달 들어 매 거래일 과매수 구간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폭(market breadth) 역시 제한적인 모습이다. 이날 코스피 구성 종목 835개 가운데 상승 종목은 176개에 그쳤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LG에너지솔루션(-1.78%), 두산에너빌리티(-1.47%), 삼성바이오로직스(-0.88%), 삼성전기(-2.08%), KB금융(-0.68%) 등이 하락세다. 개인투자자 중심의 매수세가 최근 상승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코스피 주식을 약 6조원어치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에 나서며 7조원 이상 순매도했다. 그럼에도 JP모건은 앞으로 2년 동안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가격과 출하량 증가에 힘입어 상승 사이클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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