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AX 달려온 현대차, 연구소와 공장 넘어 ‘피지컬 AI’로

[현장] AX 달려온 현대차, 연구소와 공장 넘어 ‘피지컬 AI’로

현대차그룹이 생성형 AI를 조직 전반에 확산시키며 연구개발과 생산, 정비, 고객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AI 전환(AX)을 본격화했다. 단순한 AI 도입을 넘어, 현장에 축적된 경험과 데이터를 AI가 활용하는 업무 체계로 전환한 점이 핵심이다. 1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AX 성과 발표회'에서는 2019년부터 추진해 온 디지털 전환(DX) 과정을 바탕으로 AI를 실제 업무 혁신과 연결한 사례들이 공개됐다. 현대차그룹은 협업 시스템과 데이터 체계를 먼저 구축한 뒤 이를 기반으로 AI 활용을 전사에 확산시키는 전략을 추..

[현장] “연 150회 교섭에 1000시간 낭비”…네이버 노조, 본사에 통합교섭 촉구

네이버 노동조합이 본사에 계열사를 아우르는 통합교섭을 촉구하고 나섰다. 계열사별로 법인은 나뉘어 있지만 임금과 인센티브, 근무제도 등 주요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인 결정 권한은 네이버에 집중돼 있는 만큼 교섭 구조도 이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IT업종 통합교섭구조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IT 기업집단의 교섭 구조와 통합교섭 필요성을 논의했다. 이날 네이버 노조는 법인별로 쪼개진 현행 교섭 구조의 비효율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현재 네이버를 포함한 16개 법인과 각각 교섭하면서 연간 150회의 교섭이 이뤄지고 있으며, 100명이 넘는 노사 양측 교섭위원이 각각 연간 1000시간 이상을 교섭에 쏟고 있다는 것이다.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부위원장 겸 네이버지회장은 “실질적인 근로조건의 결정 권한은 모회사에 집중돼 있고 노동조합은 이미 모회사와 자회사를 통합한 하나의 노동조합으로 구성돼 있다"며 “모회사가 사실상 모든 것을 책임지는 현실과 현재의 교섭 구조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 16개사 쪼개진 교섭…“연 150회 반복" 현재 노조는 네이버를 포함한 15개사와 단체협약을 맺고, 1개 법인과 추가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총 16개 회사와 임금교섭을 해야 하는 구조다. 오 지회장은 “전 계열사를 합산하면 연간 150회의 교섭이 열리고, 100명이 넘는 노사 양측 교섭위원이 각각 연간 1000시간 이상을 교섭에 쏟고 있다"며 “내용은 대부분 동일한데 법인별 법무법인 자문료까지 감안하면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비용과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동일한 근로조건인데도 자회사 체제라는 명분을 유지하기 위해 법인별로 미묘한 차이를 두다 보니 오히려 자회사 노동자들의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노조에는 올해 8월 기준 28개 법인 소속 6200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조직 대상은 네이버를 비롯한 48개 관계·계열사 구성원이다. ◇ “본사 합의 없인 임금안도 못 내" 오 지회장은 통합교섭의 핵심 근거로 계열사에 대한 네이버의 실질적인 영향력을 들었다. 네이버는 네이버클라우드·네이버랩스 지분 100%, 스노우 90%, 네이버파이낸셜 89%를 보유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 이사의 절반 이상이 네이버 임원을 겸직하고 있으며, 네이버랩스는 매출 전액, 네이버클라우드는 87%가 네이버 및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한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근로조건 결정에서도 네이버가 중심에 있다는 주장이다. 2018년 네이버가 포괄임금제 폐지를 결정하자 계열 법인들이 동시에 폐지 절차를 밟았고, 인센티브 규모 역시 네이버 이사회가 최종 결정한다고 오 지회장은 설명했다. 특히 임금교섭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오 지회장은 “매년 임금교섭 시즌이 되면 네이버 본사의 합의가 나오기 전까지 다른 법인들은 사측안조차 내놓지 못한다"며 “네이버에서 합의가 되면 몇 달 동안 멈춰 있던 다른 법인의 교섭이 바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어 “형식은 개별교섭이지만 실질은 네이버의 결정이 다른 법인들의 교섭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구조"라고 했다. ◇ “특혜 요구 아냐"…통합교섭 당위성 강조 오 지회장은 통합교섭이 노조에 유리한 별도의 교섭 구조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통합교섭을 특혜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미 통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 교섭 형식을 맞춰 실질과 형식을 일치시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가 결정하는 문제는 네이버와 교섭하고, 법인별 특성에 관한 문제는 해당 법인의 사용자와 논의하면 된다"며 “업종 의제는 업종교섭, 기업 차원 의제는 기업단위, 자회사 의제는 자회사에서 다루면 된다"고 설명했다. 오 지회장은 “AI 전환기를 맞아 네이버가 계열 전체를 하나의 방향으로 이끌어가려고 한다면 노사관계도 그 실질에 맞게 재편돼야 한다"며 “네이버가 계열 법인들의 통합교섭 요구에 책임 있게 응하는 것이 진짜 사용자로서 마땅히 취해야 할 자세"라고 했다. ◇ “통제하면 책임져야"…전문가도 힘 실어 전문가들도 기업집단의 실질적인 지배·의사결정 구조를 교섭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권오성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통제하면서 법인격이 다르다는 이유로 단체교섭의 상대방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통제력을 가지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준혁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도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의 사업 구조를 고려하면 기업집단 단위의 교섭이 필요하다고 봤다. 문 교수는 “하나의 플랫폼을 중심으로 여러 기업이 존재하지만 결국 하나의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교섭도 하나의 틀에서 진행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집단별 통합교섭을 장기적으로 IT업종의 산별·업종별 교섭으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제시됐다. 기업집단 단위에서 교섭 경험을 축적한 뒤 점차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한편 노조는 오는 20일 네이버에서 통합교섭을 요구하는 자리를 열고 이후 사측에 공식적으로 교섭을 요청할 예정이다. 오 지회장은 “20일에는 실제로 통합교섭을 요구하는 자리를 네이버에서 진행할 예정"이라며 “그 이후 공식적으로 네이버 측에 교섭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 사측의 답변에 따라 이후 대응이 결정될 것 같다"며 “그날 통합교섭에서 어떤 의제들을 요구할지도 지금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12월 메가 캐리어 뜬다…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안’ 동시 가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같은 날 각각 이사회와 주주 총회를 통해 합병안을 최종 결의함에 따라 오는 12월 대한민국 항공 역사를 새로 쓸 통합 '메가 캐리어' 출범이 9부 능선을 성공적으로 넘었다. 이로써 1988년 창립 이래 38년간 대한민국 하늘길을 수놓았던 아시아나항공은 기나긴 색동 날갯짓에 마침표를 찍고 통합 대한항공으로 거듭나게 됐다. 12일 대한항공은 서울 중구 서소문 사옥에서 정기 이사회를 열고 '합병 승인의 건'을 의결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합병이 상법(제527조의3)상 신주 발행 규모가 적은 '소규모 합병' 요건을 충족함에 따라 별도 주주 총회 없이 이사회 결의로 승인 절차를 갈음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전 9시 아시아나항공은 서울 강서구 오쇠동 본사 교육훈련동 지하 1층 강당에서 임시 주주 총회를 열고 단일 안건인 '합병 계약 체결 승인의 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안건 심의에 앞서 최준선 감사위원장의 감사 보고도 원활히 진행됐다. 표결 결과 아시아나항공의 발행 주식 총수 2억5990만711주(보통주) 중 의결권 있는 주식 수는 2억5900만990주다. 이날 주총에는 총 1억6856만673주가 출석해 81.86%의 높은 참석률을 기록했다. 특별결의 사항인 합병안 통과를 위한 의결 정족수는 1억1237만3783주였으나 실제 찬성 주식 수는 1억6743만6677주에 달해 가결 요건을 충족했다. 주총 참석 주식 수 기준 찬성률은 99.33%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양사의 이번 결의는 지난 5월 이사회 승인으로 체결된 합병 계약을 공식적으로 수용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두 회사는 각사 채권자 보호 등 남은 실무 절차를 마무리하고 오는 12월 17일 합병 등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흡수·합병해 존속 법인이 된다. 합병 비율은 대한항공 1 대 아시아나항공 0.2736432로, 아시아나항공 보통주 1주당 대한항공 신주 약 0.27주가 배정된다. 합병에 반대하는 아시아나항공 주주들은 이날부터 9월 1일까지 주당 7030원에 주식 매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12월 16일 합병 기일을 거쳐 이튿날 해산 등기까지 마치면 아시아나항공 법인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며, 합병 신주는 2027년 1월 4일 상장된다. 주총 의장을 맡은 송보영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2020년 11월부터 시작돼 5년 넘게 이어온 기나긴 여정이었다"며 “오는 12월 17일 기업 결합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통합 대한항공'으로 새롭게 거듭나 대한민국 항공 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초석을 다지겠다"고 선언했다. 주총 종료 직후 출입 기자들과 만난 송보영 대표는 다가오는 12월 출범 전까지 남은 4개월간 직원 화합과 고객 편의 제고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송 대표는 통합 준비 상황에 대해 “마지막 마무리 작업을 원만하게 진행 중이고 직원들도 현 상황에 만족하며 잘 준비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그동안 준비해 온 사항들을 재점검하고, 통합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새로운 통합 항공사가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 되기 위해 최선의 준비를 다하겠다"며 “결국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고객들에게 혜택을 돌려드리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통합 과정에서 고객들이 혼선이나 불편을 겪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초미의 관심사인 '마일리지 통합' 현안에 대해서도 “소비자 복리 증진과 불편 최소화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성실히 협의 중이고 내부적으로는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혀 순조로운 융합을 예고했다. 최종 관문을 넘으면서 대한항공이 주도하는 인수 후 통합(PMI, Post Merger Integration) 작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국토교통부의 심사를 거쳐 지난 6월 25일 조건부 합병 인가를 받았고,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 신고서 역시 7월 24일 자로 효력이 발생했다. 현재는 출범 첫날부터 차질 없는 항공기 운항을 위해 통합사 운항 증명(AOC, Air Operator Certificate)·해외 항공 당국 운항 인허가 취득 절차를 관계 기관과 면밀히 협의 중이다. 특히 '원 팀(One Team)'이 되기 위한 조직 문화 융합과 협업 체계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여객·화물 직원을 대상으로 통합 출범 대비 직무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운항·객실 부문에서도 업무 수행에 필요한 합동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양사 승무원이 참여한 통합 비상 탈출 시범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며 통합 이후에도 승객의 안전을 책임질 역량을 입증했다. 아울러 양사 임직원들의 합동 봉사활동 등 자발적인 교류도 활발하게 확산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합 항공사 출범까지 남은 4개월여 동안 제반 절차를 빈틈없이 완료하고 대한민국의 항공 산업 위상을 세계에 드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내 차처럼 타보고 결정’…르노코리아, SUV 판매 전략 승부수 던졌다

르노코리아가 시승부터 구매, 유지관리까지 이어지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앞세워 SUV 판매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자동차를 계약하기 전에 충분히 타본 뒤 구매 여부를 판단하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완성차 업계도 경험 중심의 판매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르노코리아는 8월 그랑 콜레오스와 필랑트를 중심으로 시승 서비스와 반납 보장, 금융 혜택, 사후 관리 프로그램을 연계한 고객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차량을 충분히 경험한 뒤 구매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매 과정 전반을 재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대표 프로그램은 그랑 콜레오스 60일 반납 보장이다. 차량을 일정 기간 운행해 본 뒤에도 구매를 철회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출퇴근과 장거리 주행, 가족 이동 등 실제 운전 환경에서 차량을 경험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시승 방식도 달라졌다. '차가옴'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차량을 보내 시승을 진행한다. 전시장 중심의 짧은 시승에서 벗어나 실제 생활 동선에서 차량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구매 이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금융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3ZERO 할부는 차량 구매 후 첫 3개월 동안 납입금이 발생하지 않아 초기 자금 부담을 완화한다. 차량을 인도받은 직후 비용 부담이 집중되는 시기를 고려한 방식이다. 필랑트 구매 고객에게 제공되는 '5년 걱정-제로 바이백'은 잔존가치 보장과 5년·10만km 연장 보증, 주요 소모품 교환 등을 포함한 유지관리 프로그램이다. 차량을 장기간 이용하는 과정까지 고려한 서비스다. 여기에 8월 한달 간 전동 선쉐이드 또는 50만 원 상당의 순정 액세서리를 제공한다. 시승과 구매, 금융, 사후 관리까지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접점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르노코리아는 이러한 전략에 제품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랑 콜레오스는 출시 이후 누적 판매 7만대를 돌파했고, 하이브리드 E-Tech 시스템과 정숙성, 실내 공간 등을 앞세워 국내 주요 자동차 시상식에서 '올해의 SUV' 3관왕을 차지했다. 출시 이후에는 다섯 차례의 F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공조 기능과 인포테인먼트,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왔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구매 과정이 '설명 중심'에서 '체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좋은 선택은 충분한 경험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고객이 내 차처럼 충분히 경험하고, 스스로 확신을 갖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美 ‘대형부하 전용 요금제’ 뭐길래…K-초고압변압기 몸값 더 뛰나

미국이 현지 전력업계의 전력망 교체·증설 투자 부담을 핵심 전력 수요처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DC) 등 대형부하 업체에 귀속하는 정책적 환경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책적 요인으로 현지 전력업계의 인프라 투자 회수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만큼 이들의 설비 발주를 촉진할 환경이 갖춰진다는 점에서 초고압 전력기기 시장의 생산 슬롯 확보 경쟁이 심화하는 한편, 국내 전력기기 업계의 북미향(向) 수주 여건도 한층 개선될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AI DC 구축이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국은 최근 주 정부를 중심으로 '대형부하 전용 요금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앞서 미국 에디슨 전기협회(EEI)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최소 24개 주 정부에서 현지 전력업체가 제출한 대형부하 전용 요금제를 1개 이상 승인했다고 밝혔다. 신규 요금제를 검토 중인 6개 주를 포함하면 전국 50개 주 가운데 60%가 대형부하 요금제 도입에 나선 셈이다. AI DC 열풍이 본격화한 지난해 각 주에서 관련 제도 도입 시도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올해 다수 주에서 제도 도입을 승인하면서 내년부터 미국 각지에서 신규 요금제가 전격 시행될 예정이다. 대형부하 전용 요금제는 단일시설 기준 전력수요가 수십~수백메가와트(MW)에 이르는 데이터센터 등 대형 전력수요처에 일반 고객과 구분되는 별도의 요금·계약 조건을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현지 전력업체의 투자비 회수 불확실성을 낮추고 관련 비용이 일반 전력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다. 각 주별 제도의 세부 내용은 차이가 있으나 장기계약과 최소청구수요, 중도해지 수수료, 담보 제공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계통연계에 필요한 전력인프라 설비 투자비와 사업 취소·축소에 따른 비용 부담이 궁극적으로 데이터센터 등 대형부하 업체에게 귀속되도록 설계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연방정부 차원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가 추진 중인 '대형부하 접속 규칙' 개정 작업을 통해서다. 해당 개정은 대형부하 시설의 전력망 접속 절차를 효율화하면서도 이에 따른 비용과 리스크를 각 계에 적절히 분배하자는 취지로, 주 정부와 연방 정부가 각각 전용 요금제·접속 규칙 개정을 통해 대형부하 시설이 계통연계에 필요한 전력인프라 투자비용의 적정 몫을 부담하도록 제도적 보완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해당 제도가 설비 발주 주체인 현지 전력업체의 투자 회수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AI DC를 비롯한 대형부하 시설 프로젝트가 지속 추진되면서, 미국에선 그간 '쇼핑 어라운드' 현상이 전력인프라 설비 투자의 신속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돼왔다. 대형부하 시설 업체들이 계통 접속이 가장 빠르고 비용이 저렴한 지역을 찾기 위해 다수의 전력업체에 접속을 신청하고, 이로 인해 전력업체의 부하 전망이 허수로 부풀려져 설비 투자비용 회수 불확실성이 가중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용 요금제 도입과 접속 규칙 개정을 통해 전력망 교체·증설 투자 부담을 대형부하 시설 업체에 귀속시킴으로써 설비 발주 주체인 전력업체의 투자 불확실성이 상당 수준 완화되는 방향으로 정책적 환경이 조성되고, 이로 인해 이들 전력업체의 신규 전력인프라 발주 확대를 촉진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생산 슬롯이 부족한 초고압변압기 등 고부가 설비를 중심으로는 수요 증가에 따른 선별 수주 여건 강화 등 공급자 우위 구도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외신 등에 따르면 현지 초고압변압기 리드타임(수주→납품)은 3~4년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시행될 가능성이 높은 대형부하 접속 규칙 개정이 현실화하는 경우, 미국 유틸리티는 자본투자비 부담과 심사기간 축소, 가수요 배정 슬롯의 확정 수요 전환 가속화 등으로 고압·초고압변압기와 차단기의 계약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지 공급 부족 등을 감안하면 빠른 전력 공급을 원하면서 자금력이 풍부한 AI DC를 중심으로 프리미엄을 지불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현지에서 초고압변압기 등 전력기기 중심의 공급자 우위 구도가 강화될 조짐을 보이는 까닭으로,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등 국내 업체의 북미권 중심 고부가 선별수주 전략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은 여유 생산 슬롯을 확보하기 위한 현지 생산능력 확대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각각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변압기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50% 확대하기 위해 내년 4월 완료를 목표로 앨라배마 제2공장 신축을, 효성중공업은 현지 최대규모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오는 2028년 완료를 목표로 맴피스 공장 증설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현지 수요가 높고 제도 시행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만큼 당장 수주에 추가적인 프리미엄이 반영되지는 않는 상황"이라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호적인 수주 환경이 지속적으로 갖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KT, 2분기 영업익 6483억원…시장 전망치 7% 웃돌아

KT가 올해 2분기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648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기업간거래(B2B) 사업 회복과 비용 안정화, 데이터센터·부동산·콘텐츠 등 그룹사 실적 개선에 힘입어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34.3% 증가했다. 인공지능 전환(AX)과 클라우드 사업도 각각 20% 안팎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KT는 12일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연결 기준 2분기 매출 6조6799억원, 영업이익 648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 6035억원을 약 7.4% 웃돌았다. 당기순이익은 480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3.7% 증가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0.1%, 영업이익은 36.1%, 당기순이익은 34.5% 각각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 강북개발사업에서 발생한 일회성 부동산 분양이익에 따른 기저효과가 실적에 반영됐다. 별도 기준 매출은 4조5235억원, 영업이익은 3890억원을 기록했다. 고객 보답 프로그램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지만, B2B 사업 회복과 비용 안정화로 전분기 대비 개선됐다. 개인정보 침해사고와 관련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부과한 539억원 규모 과징금은 영업외비용으로 반영돼 당기순이익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 ◇ AX 매출 22.3% 증가…금융권 사업 확대 AX와 클라우드 사업은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KT와 KT클라우드를 합산한 2분기 AX 사업 매출은 36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3% 증가했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AI 도입 수요가 확대되고 클라우드 사업 매출이 증가한 영향이다. KT는 금융과 공공, 제조업을 중심으로 B2B AX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5대 시중은행 중 4곳에서 AI 챗봇과 상담봇 등 인공지능컨택센터(AICC) 구축·운영을 맡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AI 기반 개발·운영체계(AIDLC) 구축 등을 포함한 금융권 AX 사업 22건을 수주했다. KT클라우드의 2분기 매출은 26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8%, 전분기 대비 6.1% 증가했다. 가산 데이터센터(DC) 가동과 설계·구축·운영(DBO) 사업 확대가 반영됐다. 서울과 경북을 연계한 멀티리전 기반 공공 클라우드 구축도 완료했다. KT는 이를 기반으로 재해복구(DR)와 고가용성 체계를 강화하고 공공·기업 고객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 무선 가입자 2950만명…해지율 0.9%로 하락 통신 사업에서는 고객 보답 프로그램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한 가운데 가입자 지표는 개선됐다. 2분기 무선 사업 매출은 1조74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무선 서비스 매출도 1조6749억원으로 1.8% 줄었다. 무선 가입자는 2950만1000명으로 전분기 대비 1.2% 증가했다. 이동통신(MNO) 가입자는 2045만3000명으로 전분기보다 4만명 늘었다. 해지율은 1분기 1.7%에서 2분기 0.9%로 낮아졌다. 5G 가입자 비중은 전체 핸드셋 가입자의 83.2%를 기록했다. 유선 사업 매출은 1조31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이 가운데 인터넷 매출은 기가인터넷 가입자 증가와 부가서비스 이용 확대로 1.1% 증가한 6380억원을 기록했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1023만1000명으로 1.6% 늘었다. 미디어 사업 매출은 5245억원으로 0.5% 감소했다. IPTV 가입자는 954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했다. 기업서비스 매출은 전년도 대형 구축사업 종료에 따른 기저효과로 2.3% 감소한 9011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로는 3.3% 증가했다. ◇ AX 매출 두 배로…AIDC 1GW 추가 확보 KT는 AX 인프라와 솔루션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 규모를 확대한다. 2028년 AX 매출을 2025년 대비 2배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산업별 AX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2031년까지 AI 데이터센터(AIDC) 용량 1GW와 해저케이블 용량 90Tbps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수익성 지표로는 2028년 연결 영업이익률 9% 이상과 자기자본이익률(ROE) 9~10%를 제시했다. 저수익 사업 합리화와 AX를 활용한 영업·운용 효율화, 유휴 부동산과 투자자산 등 비핵심 자산 유동화도 추진한다. KT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간 총 7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할 계획이다. 지난 2월 발표한 25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은 오는 9월 9일까지 마무리한다. 2분기 주당 배당금은 600원으로 확정했으며 13일 지급한다. 민혜병 KT 재무실장(CFO) 전무는 “하반기에도 핵심 포트폴리오 중심의 성장을 이어가는 한편 고객 정보 보호와 보안 역량 강화를 지속해 고객 신뢰를 높이고 기업가치 제고 계획도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에미레이트항공, ‘아스널’과 27년 동행…EPL ‘최장수 인연’

에미레이트항공이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 '디펜딩 챔피언' 아스널 FC의 파트너십을 2033년까지 이어가기로 함에 따라 선수들의 유니폼 가슴팍에서 현행 로고를 계속 볼 수 있게 됐다. 12일 에미레이트항공은 아스널 구단과의 파트너십을 오는 2033년까지 대폭 연장하는 초대형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 연장은 두 브랜드가 처음 손을 잡은 지 20주년이 되는 해에 성사돼 그 의미를 더했다. 에미레이트항공과 아스널의 인연은 지난 2006년 아스널이 런던의 새 홈구장으로 둥지를 틀면서 시작됐다. 이번 합의를 통해 양측은 최장 27년에 달하는 동행을 확정지으며 EPL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유지되는 '최장수 유니폼 전면 스폰서십'이라는 기록을 쓰게 됐다. 계약에 따라 에미레이트항공은 2033년까지 아스널의 메인 유니폼 전면 스폰서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선수단 훈련복 파트너 역할도 지속한다.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친숙한 아스널의 홈구장 '에미레이트 스타디움(Emirates Stadium)'의 명칭 사용권 역시 계속해서 독점 보유한다. 특히 이번 초대형 장기 계약은 아스널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시점에 이뤄져 스포츠 마케팅에 따른 상업적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는 파트너십 연장과 발맞춰 팬들을 위한 글로벌 마케팅 사업에도 박차를 가한다. 매년 여름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개최되는 프리시즌 친선 대회인 '에미레이트 컵(Emirates Cup)'을 비롯, 전 세계 팬들을 북런던 현지로 초청해 잊지 못할 직관 경험을 선사하는 '글로벌 구너스(Global Gooners)' 프로그램을 변함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팀 클라크 에미레이트항공 사장은 “지난 20년간 아스널과 우리는 대단히 자랑스러운 파트너십을 구축해 왔다"며 “우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수백만 명의 아스널 팬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전 세계 팬들과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리처드 갈릭 아스널 최고 경영자(CEO) 역시 “에미레이트항공은 구단이 마주했던 수많은 위기와 도전, 그리고 영광스러운 성공의 매 순간마다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면서 “이번 계약 연장은 아스널의 찬란한 미래에 대한 양측의 확신이자, 탄탄한 기반 위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두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화답했다. 뜻깊은 파트너십 20주년을 자축하기 위한 풍성한 볼거리도 마련됐다. 독일 분데스리가 명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초청해 치르는 에미레이트 컵을 신호탄으로 향후 수주에 걸쳐 지난 20년의 스폰서십 발자취를 돌아보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다채로운 기념 프로그램이 릴레이로 팬들을 찾는다. 이에 맞춰 아스널의 '레전드' 수비수로 활약했던 페어 메르테자커가 특별 출연한 시네마틱 필름도 대중 앞에 공개됐다. 이 영상은 에미레이트항공과 아스널의 지난 20년을 상징하는 소품들로 가득 찬 골동품점을 배경으로, 구단·후원사·팬들이 함께 만들어 온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고 향후 펼쳐질 비전을 담아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의 글로벌 스포츠 후원에 관한 보다 자세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 미디어 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40형 화면 하나로 CT·MRI 다 본다…LG가 노리는 새 시장

LG전자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진단용 모니터 신제품(모델명 40HT513D)을 출시했다. 기존 3메가픽셀급 모니터 3대로 나눠 하던 영상 판독 업무를 하나의 화면에서 처리할 수 있게 하면서, B2B 의료용 모니터 라인업을 대폭 강화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신제품은 40형 크기의 21:9 화면비에 곡면 IPS 블랙 패널을 적용했다. 5120×2160 해상도와 총 11메가픽셀(MP)을 구현해 3메가픽셀급 모니터 3대분의 화면을 한 대로 흡수했다. 핵심은 한 화면을 세 구역으로 나눠 서로 다른 영상 소스를 동시에 띄우는 '3PBP(3 Picture By Picture)' 기능이다. 여러 대의 모니터를 붙여 쓸 때 생기던 화면 간 경계선이 판독을 방해하고, 화면을 오갈 때마다 불필요한 시선 이동이 발생하는 문제를 이 기능으로 해소했다. 엑스레이나 CT·MRI의 원본 영상과 이전 영상을 비교하고 전자의무기록(EMR)까지 살펴야 하는 영상 진단 업무 특성상, 화면 전환 없이 한 화면 안에서 여러 자료를 동시에 볼 수 있다는 게 실질적 효익이다.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진료부원장이자 대한영상의학회장인 정승은 교수는 신제품을 7주간 사용한 뒤 “베젤 없는 넓은 모니터 덕분에 여러 화면을 보다 효율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화면 간 경계로 인한 단절감이 없고, 곡면 디스플레이를 통해 높은 판독 환경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업무 효율을 높이는 하드웨어 기능도 갖췄다. 하나의 키보드·모니터·마우스로 PC 두 대를 제어하는 'KVM 스위치'를 내장해, 마우스 커서를 화면 경계로 옮기는 것만으로 PC를 전환하고 파일도 드래그 앤 드롭으로 옮길 수 있다. 모니터 밝기·명암을 정밀 관리하는 캘리브레이션 센서는 탈부착 방식으로 적용해, 평소엔 센서 팁을 내부에 수납해두다 성능 측정이 필요할 때만 꺼내 쓰도록 했다. 판독 정확도와 유지보수 편의성을 동시에 잡은 설계다. 소프트웨어 기능도 판독 특화로 짜였다. 마우스와 키보드만으로 관심 영역을 밝게 강조하고 나머지를 어둡게 처리하는 '포커스 뷰' 모드, 세포 등 병리학적 구조를 선명하게 보이도록 해상도·색감을 조정하는 '패솔로지' 모드를 지원한다. 병원 내 설치된 모니터는 LG전자 자체 소프트웨어 'LG 캘리브레이션 스튜디오 메디컬'로 원격 통합 관리도 가능하다. 각종 규격에 맞춘 품질관리 테스트를 수행하고 결과를 중앙 서버에서 모니터링하며, 이상이 감지되면 관리자에게 즉각 알림을 보내 신속한 조치를 지원한다. LG전자 디스플레이사업부장 이충환 부사장은 “FDA 승인을 받은 진단용 모니터 라인업을 지속 강화해 B2B 의료용 모니터 분야에서 압도적인 디스플레이 기술력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현장] “38년 비행 마친다”…아시아나항공, 마지막 주총서 합병안 통과

1988년 2월 창립해 대한민국 항공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아시아나항공이 오는 12월 17일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앞두고 마지막 주주 총회를 열어 합병안을 최종 승인했다. 이로써 38년간 이어진 아시아나항공의 독자 경영이 마침표를 찍고 통합 '메가 캐리어' 출범을 위한 9부 능선을 넘게 됐다. 12일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강서구 오쇠동 본사 교육훈련동 지하 1층 강당에서 임시 주주 총회를 열고 단일 안건인 '합병 계약 체결 승인의 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안건 심의에 앞서 최준선 감사위원장의 감사보고도 원활히 진행됐다. 이날 주주 총회 표결 결과, 합병안은 주주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아시아나항공의 발행 주식총수 2억5990만711주(보통주) 가운데 의결권 있는 주식 수는 2억5900만990주로 집계됐다. 이날 총회에는 1억6856만673주가 출석해 81.86%의 높은 참석률을 기록했다. 합병 계약 승인은 상법상 주주 총회 특별 결의 사항으로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과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이날 가결을 위한 의결 정족수는 1억1237만3783주였고 실제 찬성 주식 수는 1억6743만6677주에 달해 가결 요건을 충족했다. 주주 총회 참석 주식 수 기준 찬성률은 99.33%다. 의장을 맡은 송보영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2020년 11월부터 시작돼 5년 넘게 이어온 기나긴 여정이었다"며 “오는 12월 17일 대한항공과의 기업 결합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통합 대한항공으로 새롭게 거듭나 대한민국 항공 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초석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임직원이 하나 돼 성공적인 통합 항공사 출범과 더불어 아시아나항공의 마지막 여정을 뜻깊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주총 현장에 참석한 주주들도 통합 항공사 출범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보냈다. 주주 김경호 씨는 “슬롯 조정이나 화물 사업 매각 등 조건부 승인에 따른 여파로 기업 가치 하락과 소비자의 우려도 존재하지만 양사 통합 후 새로운 대한항공이 대표 항공사로서 더 큰 글로벌 경쟁력을 발휘하리라 확신한다"며 찬성 의사를 표했다. 또 다른 주주 신혁수 씨 역시 “합병으로 양사 간 시너지가 극대화돼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더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힘을 보탰다. 이날 안건 통과로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흡수 합병돼 소멸 법인이 된다. 합병 비율은 대한항공 1 대 아시아나항공 0.2736432로, 아시아나항공 보통주 1주당 대한항공 신주 약 0.27주가 배정된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이날부터 오는 9월 1일까지 1주당 7030원에 주식 매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합병 기일은 오는 12월 16일이고 다음날인 17일 합병 등기·해산 등기를 마치면 아시아나항공 법인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2027년 1월 4일이다. 한편 주총 직후 출입 기자들과 만난 송보영 대표는 다가오는 12월 통합 법인 출범 전까지 남은 4개월간 직원 화합과 고객 편의 제고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송 대표는 현재 통합 준비 상황에 대해 “마지막 통합 마무리 작업을 원만하게 진행 중"이라며 “직원들도 현 상황에 만족하며 함께 잘 준비하고 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출범 전까지 중점적으로 신경 쓸 부분에 대해서는 “그동안 준비해 온 사항들을 다시 한번 재점검하고, 통합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마음가짐과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새로운 통합 항공사가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 되기 위해 최선의 준비를 다하겠다"며 “결국 우리의 목표는 고객들에게 혜택을 돌려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직원들과의 화합을 최우선으로 도모하고, 고객들이 통합 과정에서 어떠한 혼선이나 불편을 겪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의 초미의 관심사인 양사 간 '마일리지 통합' 현안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송 대표는 “소비자 이익을 보호하고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성실히 협의 중이고, 내부적으로도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혀 마일리지 통합 절차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현장] AX 달려온 현대차, 연구소와 공장 넘어 ‘피지컬 AI’로

현대차그룹이 생성형 AI를 조직 전반에 확산시키며 연구개발과 생산, 정비, 고객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AI 전환(AX)을 본격화했다. 단순한 AI 도입을 넘어, 현장에 축적된 경험과 데이터를 AI가 활용하는 업무 체계로 전환한 점이 핵심이다. 1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AX 성과 발표회'에서는 2019년부터 추진해 온 디지털 전환(DX) 과정을 바탕으로 AI를 실제 업무 혁신과 연결한 사례들이 공개됐다. 현대차그룹은 협업 시스템과 데이터 체계를 먼저 구축한 뒤 이를 기반으로 AI 활용을 전사에 확산시키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 AX 시동, DX가 닦아놓은 길에서…데이터 연결하니 AI가 일상으로 현대차그룹이 AI보다 먼저 손댄 것은 협업과 데이터다. 연구개발, 생산, 품질, 판매 조직이 각각 다른 시스템에서 일하던 구조에서는 AI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2019년부터 프로젝트 관리와 지식 공유 체계를 정비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Microsoft 365(M365)' 기반 협업 환경을 전 사업장으로 확대하면서 흩어져 있던 문서와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했다. 연구개발에서 생성된 정보가 생산과 품질 관리로 이어지고, 판매 데이터가 다시 제품 개발과 공정 개선으로 연결되는 데이터 흐름도 구축했다. DX를 단순히 시스템을 늘리는 작업이 아니라, 조직 안에 흩어져 있던 경험과 정보를 연결하는 과정으로 접근했다. 이 기반 위에서 AI 활용도 빠르게 확산됐다. 현대차는 생성형 AI 플랫폼인 '에이치 챗 프로(H Chat Pro)'를 통해 전직원이 챗지피티(ChatGPT), 제미나이(Gemini), 클로드(Claude) 등을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개발자가 아닌 일반 직원들도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거나 데이터를 분석하는 도구를 현업에서 스스로 설계하는 방식이다. 지난 7월 기준 H Chat Pro 사용자는 3만명을 넘어섰다. AI가 일부 조직의 실험 단계를 넘어 회사 전체의 업무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 연구소와 생산라인 달린 AI…충돌 데이터, 부품 경로 최적화 현대차그룹은 AI를 연구개발과 생산, 서비스 현장에 직접 적용하며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연구개발에서는 '충돌안전 AI 어시스턴트'가 대표 사례다. 과거 충돌시험 결과와 이미지, 해석 자료를 한 번에 찾아 유사 사례까지 비교해준다. 엔지니어들은 관련 사례 탐색과 분석 자료 검토 시간을 약 90% 줄였고, 확보한 시간을 설계 개선과 시험 전략 수립에 활용하고 있다. 과거 숙련자의 경험에 의존하던 연구개발 과정이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조 현장도 같은 흐름이다. 생산 공정의 품질 관리와 운영 효율 개선에 AI가 활용되고 있다. 'AI 자동화 인식 서비스'는 차량 식별번호를 AI로 실시간 판독해 작업 오류를 조기에 찾아낸다. 현재 국내외 70개 생산 거점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연간 52억400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대차 정렬 최적화 기술'은 생산라인 부품 공급 과정에서 AI가 이동 경로를 자동으로 계산해 생산 중단 시간을 약 86% 줄인다. 이를 현장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해 제조 특화 AI 플랫폼 '이포레스트: 폴라리스(E-FOREST: POLARIS)'도 구축했다. 현장 엔지니어들이 품질과 설비, 물류 업무에 맞는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어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개인의 노하우를 조직 차원의 AI 자산으로 축적하는 구조라는 점이 특징이다. 서비스 분야에서도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해외 정비 현장에서는 AI가 매뉴얼과 과거 정비 기록을 분석해 진단 결과를 제시하면서 정비 대응 시간이 약 42% 단축됐다. 고객 리뷰 대응 역시 AI가 초안을 작성하면서 처리 시간이 크게 줄었다. 현대자동차는 현재 전체 리뷰의 85% 이상이 AI 기반으로 처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 현장에서 검증한 AX…다음 목적지는 '피지컬 AI' 마지막 단계는 '피지컬 AI(Physical AI)'다. 지금까지 연구소와 생산라인에서 AI가 데이터를 찾고, 공정을 최적화하고, 정비를 지원했다면 앞으로는 차량과 로보틱스, 제조 현장처럼 물리적 세계에서 AI가 직접 판단하고 움직이는 단계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의 AX는 그 기반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은 연구개발과 생산, 서비스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와 운영 경험을 차량과 로봇, 공장으로 연결하는 Physical AI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AI를 업무 효율화 도구에 머물게 하지 않고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의 핵심 기술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은 이날 성과발표회에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누구보다 빠르게 흡수하고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 현대자동차 그룹이 오랫동안 축적해 온 DNA"라며 “목표는 AI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AI를 가장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전환은 특정 기업만의 경쟁력이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어야 된다"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은 그동안 축적해 온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중소기업의 AX 전환을 적극 지원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중동 리스크에 VLCC 시황 요동…운임 이어 중고선가도 ‘고공행진’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중동지역의 원유 수송 차질이 장기화하면서 초대형 유조선(VLCC) 시황이 연일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운임은 물론 선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시황 업사이클에 따른 국내 해운·조선업계의 성장 기대감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12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주 중동-극동아시아 노선의 VLCC 기준 하루 왕복항차 환산수익(TCE)은 49만7971달러(7억원)로, 전 주 대비 16.3% 증가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본격화하기 이전인 지난 2월 2주차와 비교하면 해당 노선의 TCE는 300.2% 수준으로 급증했다. VLCC 용선료는 중동발(發) 해상 운송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오만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내 임시 항로를 구축하는 협상을 이어가면서 상방 압력이 한층 거세졌다. 제한적으로나마 호르무즈 해협의 수송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되며 극동아시아 화주를 중심으로 선복 확보 수요가 확대돼 운임 상승을 유발했다는 분석이다. 해진공은 “이란과 오만 간 호르무즈 해협 임시항로 구축 합의 이후 극동아시아 화주의 조기 선복 확보 수요로 용선료가 급등했다"며 “일부 선주의 페르시아만 화물 기피에 따른 가용 선박 급감으로 선주 협상 우위 환경이 조성됐고, 높은 전쟁위험보험료의 선주 호가 반영이 시장 강세를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같은 선복 확보 수요가 VLCC의 자산가치를 함께 밀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선대에 투입할 수 있는 중고 선박을 중심으로 이러한 가치 상승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주 31만 재화중량톤(DWT)급 VLCC의 중고 선가는 선령 5년을 기준으로 1억4631만달러(2069억원)를 기록해 지난해 평균 선가(1억1343만달러)를 29% 웃돌았다. 특히 5년 중고 VLCC 선가는 지난 6월과 지난달 각각 평균 1억4116만달러(1997억원)·1억4281만달러(2019억원)를 기록하며 1.2% 수준 증가율을 보인 가운데, 지난주 1억4631만달러로 전월 대비 오름폭(2.5%)을 확대하며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에 5년 중고 선가와 신조 선가의 가격 격차도 6월 평균 1336만달러(189억원)에서 지난달 1465만달러(207억원), 지난주 1766만달러(250억원)까지 확대됐다. 이 같은 시황은 중동 산유국의 원유 수송 전략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VLCC 선대를 보유한 글로벌 해운사와의 운송 계약에 의존하던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직접 선박 확보에 나서면서다. 업계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에너지기업인 아드녹의 물류 자회사 아드녹L&S는 최근 중고 VLCC 5척을 5억9000만달러(8347억원) 규모로 매입하고, 장금상선으로부터 원유 운반선 25척을 빌리는 등 선복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非)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 협의체 OPEC+에서 증산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해상운송 차질을 겪고 있는 중동 산유국을 중심으로 중고 선박 매입·용선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중동 리스크에서 촉발된 선박·용선 수요가 확대 흐름이 강화되면서 국내 해운·조선업계의 수혜 가능성도 거론된다. 해운업계의 경우, 주요 화주들이 안정적인 운송 역량 확보를 위한 장기 운송계약을 늘리면서 실적 기반을 강화할 기회가 마련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는 2028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VLCC 공급과잉이 본격화함에 따라 운임 하방 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견되는 만큼, 장기 운송계약 중심 용선 수요 확보는 업계의 핵심 생존전략으로 지목된다. 조선업계 입장에서도 신조선가 대비 중고선가 강세에 따른 고수익 신규 수주기회가 확대될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고선가가 신조선가보다 높은 상황이 장기간 유지될 경우 신규 선조 발주 확대를 유발하는데다, 건조 슬롯 역시 수년치 일감을 확보해 둔 만큼 수익성이 높은 일감을 위주로 선별 수주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납기 슬롯을 안정적으로 채워둔 만큼 고부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선별 수주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수요 변화에 따라 유연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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