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데이터 이동…SK하이닉스, ‘CPO’로 AI 병목 뚫는다

‘빛’으로 데이터 이동…SK하이닉스, ‘CPO’로 AI 병목 뚫는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경쟁의 무대를 '칩'에서 '시스템'으로 넓히는 밑그림을 내놨다. HBM으로 메모리와 프로세서 사이 병목을 뚫었다면, 이번엔 수천 개의 GPU가 뭉친 랙·포드 단위 AI 클러스터의 데이터 이동 한계를 빛으로 풀겠다는 구상이다. 20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회사는 글로벌 연구진과 함께 AI·고성능컴퓨팅(HPC)을 위한 차세대 광 인터커넥트 기술 'CPO'의 발전 방향을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게재했다. 논문에는 SK하이닉스 홍승훈 팀장(AI Infra)과 버지니아대 이규상 교수가 교신저자로..

연봉보다 센 ‘7억 성과급’…SK하이닉스, 60% 자사주로 준다

SK하이닉스 노사가 성과급의 60%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250조 원에 이를 경우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은 25조 원 규모로 추산되며, 전체 임직원 3만5000명 기준 1인당 평균 지급액은 7억 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20일 오후 SK하이닉스 노조는 긴급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잠정합의안을 조합원들에게 공유했다. 앞서 지난해 노사는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 상한을 폐지하고 해당 체계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하면서, PS의 80%는 당해 현금 지급,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방식을 택한 바 있다. 올해 협상에서는 이 지급 방식이 크게 바뀌었다. PS 재원의 40%는 당해 연도 현금으로, 나머지 60%는 자사주로 지급하는 구조로 개편됐다. 60% 중 40%는 당해 매도가 가능한 주식, 나머지 20%는 1년 후 10%·2년 후 10%씩 나눠 매도할 수 있는 이연지급분이다. 이연지급분은 지급 당해에 '주식 수'와 '이연 금액' 중 한 가지 기준을 미리 확정해야 하며, 주식 수 산정 시에는 연간 잠정 실적 공시일·PS 현금 지급일·주식 지급일 세 시점의 종가 중 가장 낮은 값을 적용해 주가 변동성에 따른 구성원 부담을 낮췄다. 구성원에게는 선택권도 부여됐다. 희망할 경우 주식 지급 비율을 100%까지 높일 수 있고, 반대로 제도 시행 첫해에는 자금 운용 계획 등 사유가 있는 구성원에 한해 현금 지급을 선택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증권가 전망대로 SK하이닉스가 올해 연간 영업이익 250조 원을 낼 경우 PS 재원은 25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전체 임직원 약 3만5000명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1인당 평균 PS는 7억 원 수준이다. 새 지급 방식을 적용하면 평균 2억8000만 원은 현금으로, 4억2000만 원 상당은 자사주로 받게 되는 셈이다. 다만 실제 지급액은 직급과 개인별 성과평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노사는 이번 합의에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도 명시적으로 담았다. 적자가 발생하면 임금의 3% 이내에서 지급을 이연하되, 이는 고용안정 대책 등 구체적인 위기극복 방안에 노사가 합의한 뒤 시행하도록 했다. 회사가 경영을 정상화하면 이연된 임금은 즉시 회복 지급된다. 성과 배분에 한정됐던 기존 논의를 위기 상황까지 확장해, 좋을 때는 함께 나누고 어려울 때는 함께 견딘다는 원칙을 문서화한 셈이다. 이는 과거 노사가 자발적 무급휴직을 시행하거나, 2023년 다운턴 당시 임금 일부를 이연해 위기극복에 우선 투입한 뒤 흑자 전환과 동시에 지급했던 전례를 계승한 것이다. 사회공헌과 복지 분야에서도 다양한 안이 합의됐다. 구성원이 성과급 일부를 기부하면 회사가 동일한 금액을 출연하는 '1:1 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 제도가 새로 도입된다. 참여 여부는 구성원의 자율적 결정에 맡긴다. 복지 부문에서는 기혼자 주택자금 대출 한도가 기존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늘어나고, 본인 사망 지원금은 3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자녀 사망 지원금은 15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각각 확대된다. 정년퇴직자에게는 퇴직 연도 성과급의 50%를 현금으로 지급하며, 이 밖에 식단가 상향과 경조사 지원 프로그램, 사내 복지 포인트 확대 등도 합의안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이번 잠정합의안의 최종 확정을 위한 대의원 투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네이버 노조 “8년 개별교섭 끝내자”…전 계열사 통합교섭 공식 요구

네이버 노동조합이 지난 8년간 계열사별로 진행해 온 개별교섭을 네이버 본사가 참여하는 통합교섭 체계로 전환할 것을 공식 요구했다. 계열사별 교섭이 반복되면서 협상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늘고 법인 간 처우 격차도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네이버지회 '공동성명'은 20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 사옥 1784에서 '2026년 통합교섭 킥오프'를 열고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통합교섭을 요구했다. 행사에는 노조 추산 300여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1년간 16개 계열사에서 150차례의 교섭이 진행됐으며 노사가 교섭에 투입한 시간은 1000시간에 달한다. 한미나 네이버지회 부지회장은 “지난 8년간 이어진 개별 교섭 구조 속에서 계열사 간 처우 격차는 오히려 계속 벌어지고 있다"며 “네이버 본사가 합의하기 전까지 계열사 사측은 입도 벙긋 못 하다가 네이버가 합의해야 비로소 움직이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 △전사 통합 경영 프로세스 개선 △근무 환경 개선 △안전·보건 제도 개선 △복지 제도 확대 △통합적 노사관계 구축 등 5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전사 통합 경영 프로세스와 관련해서는 모든 계열사 구성원이 네이버의 사업 방향과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요구했다. 근무 환경에서는 근무 시간과 장소 선택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출퇴근과 사무 공간의 인프라를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안전한 근무 환경을 위해서는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산업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을 요구했다. 조직문화 개선과 직장 내 괴롭힘 관리 체계 마련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복지 분야에서는 주거 안정 지원 확대와 업무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비 지원을 제시했다. 통합교섭 선포에 앞서 임금 교섭이 결렬된 네이버제트 조합원들의 집회도 열렸다. 네이버제트 노사는 지난 2월 26일 임금 교섭을 시작했다. 이후 네이버와 네이버제트의 모기업인 스노우가 각각 잠정합의에 이르렀지만 네이버제트 사측은 지난 6월 24일 열린 5차 교섭에서 임금 인상률 0%를 제시했고 교섭이 결렬됐다. 이후 두 차례 노동위원회 조정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졌다. 네이버제트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투표율 88.6%, 찬성률 98%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오세윤 네이버지회 지회장은 네이버제트 조합원의 호소문을 대독하며 “스노우, 네이버제트, 크림에 돈을 넣을지 말지는 결국 네이버가 결정한다"며 “권한을 행사한 경영진은 책임지지 않고 권한이 없었던 구성원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국민 비서 ‘모두의 AI’…병원부터 쇼핑몰까지 다 이용할 수 있게 만든다

SK텔레콤과 KT, 카카오가 정부의 전 국민 인공지능(AI) 서비스 '모두의 AI'를 위해 생활서비스 기업들을 대거 끌어모았다. 금융과 의료는 물론 쇼핑, 주거, 교육 분야까지 가세했다. 단순한 무료 AI 챗봇을 넘어 예약과 신청 등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로 확장하기 위해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인 만큼 이용자 접점과 데이터 확보도 주요 참여 유인으로 꼽힌다.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업계에 따르면, '모두의 AI' 사업 공모에는 SKT, KT, 카카오, 이스트소프트, 제논, 엠케이디 등 6개 사업자가 제안서를 제출했다. 과기정통부는 서면 평가와 발표 평가를 거쳐 이달 말 사업자를 선정한다. 이후 협약 체결과 베타 서비스를 거쳐 연내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모두의 AI는 국민 누구나 비용과 이용량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범용 AI 챗봇과 공공 AI 에이전트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과기정통부는 국민의 AI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이고 국산 AI 모델을 실제 대국민 서비스로 연결한다는 목표다. ◇ 신한카드·무신사·서울대병원…3사 '각양각색' SKT는 자사를 포함해 총 20개 기업과 기관으로 가장 큰 컨소시엄을 꾸렸다. 월간 사용자 1000만명 규모의 '에이닷'과 자체 AI 모델 'A.X K2', 약 2250만개 이동통신 회선을 앞세웠다. 여기에 신한카드와 하나카드, 티맵모빌리티, 굿닥 등을 끌어들여 금융과 모빌리티, 의료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혔다. KT는 생활서비스와 AI 기술 기업을 폭넓게 묶었다. 다음과 무신사, 직방, EBS, BC카드가 검색과 쇼핑, 주거, 교육, 금융을 맡는다. 모델 분야에는 독파모 2차 평가를 통과한 업스테이지와 탈락한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등이 참여한다.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도 합류했다. KT는 이들 기업에 자사의 통신과 클라우드 운영 역량을 결합한다. 카카오는 LG그룹과 손잡고 카카오톡을 전면에 내세웠다. LG AI연구원의 'K-엑사원', LG유플러스의 통신 고객 접점, LG전자의 가전, LG CNS의 공공 시스템 역량을 결합한다. 서울대학교병원과 루닛은 의료 분야에, 신한은행은 금융 분야에 참여한다. 국산 AI 반도체 기업 퓨리오사AI도 합류했다. ◇ 답만 하던 AI 넘어…예약까지 '척척' 세 컨소시엄이 금융사와 병원, 쇼핑 플랫폼까지 끌어들인 이유는 정부가 '모두의 AI'를 단순한 무료 챗봇에 그치지 않고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로 확대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SKT가 공개한 구상이 가장 구체적이다. 초기에는 대화와 검색, 요약 등을 제공하지만 향후 공공서비스 신청과 증명서 발급은 물론 의료와 교통, 금융, 교육 분야의 예약과 신청, 결제까지 지원한다. 질문에 답하는 AI에서 사용자의 요청을 직접 처리하는 AI로 확장하는 셈이다. KT도 무신사와 직방, EBS, BC카드 등을 통해 쇼핑과 주거, 교육, 금융 서비스를 연결하고, 카카오는 서울대병원과 신한은행 등을 통해 의료와 금융 등 생활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가 제시한 방향도 같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사업 추진 당시 “모두의 AI는 단순한 서비스를 넘어 우리 국민들이 AI와 함께 일하고 배우며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AI 시대의 계산기·컴퓨터"라고 밝혔다. ◇ 전 국민 AI에 기업들 '눈독'…핵심은 데이터 기업들이 앞다퉈 대규모 컨소시엄을 꾸린 배경에는 '전 국민 AI'가 가진 사업적 가치가 있다. 수천만 이용자와 직접 만나는 접점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서비스 과정에서 쌓이는 데이터가 향후 AI 경쟁력을 높이는 자산이 될 수 있어서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AI 서비스에서 가장 결정적인 것은 데이터"라며 “전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의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것은 미래 경쟁력 측면에서 상당히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국민과 자사 서비스, 공공을 연결하면 파괴력이 굉장히 세다"며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있어서도 상당히 유리할 수 있고 데이터는 AI 모델의 성능을 높이는 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업자가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용자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데이터 수집과 활용 범위는 향후 서비스 운영 방식과 관련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최 교수는 복수 사업자를 선정하는 구조와 관련해서도 “컨소시엄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며 “어떤 형태로 흘러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말 최종 사업자를 선정하고 협약 체결과 베타 서비스를 거쳐 연내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LG전자, 바다숲 조성한다…신소재 ‘마린 밸런스’ 사업화 속도

LG전자가 해양수산부, 경상남도, 한국수산자원공단과 손잡고 해양생태계 복원에 나선다. 기능성 신소재 '마린 밸런스(Marine Balance)'를 바다숲 조성에 적용해 탄소흡수원을 넓히는 동시에, 관련 기술을 B2B 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20일 경남 창원 LG스마트파크에서 해양수산부·경상남도·한국수산자원공단과 '바다숲 조성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식에는 LG전자 최성봉 빌트인·쿠킹솔루션사업부장, 해양수산부 최현호 수산정책실장, 경상남도 박일웅 행정부지사, 한국수산자원공단 김종덕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협약에 따라 2026년부터 2029년까지 4년간 경남 고성군 덕명리 해역 약 1.5㎢에 바다숲이 조성된다. 여의도 면적(2.9㎢)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정부·지자체·공공기관이 고성군 해역에 마린 밸런스를 적용하면, 이후 해조류 생장과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이번 협약은 LG전자의 해양생태계 복원 행보 연장선에 있다. 앞서 부산광역시·순천시와 각각 협약을 맺고 낙동강 하구 염습지, 순천만 갯벌 약 1500㎡에 마린 밸런스를 적용해 효과를 실증해 왔다. 마린 밸런스의 핵심은 물과 만나면 미네랄 이온을 방출해 해조류·염생식물의 생장에 필요한 성분을 일정한 양과 속도로 공급하는 기술이다. LG전자는 사용 목적과 환경에 따라 미네랄 성분의 용출량·속도를 정밀 제어하는 독자 기술을 확보했다. 성분과 함량은 물론 소재 형태까지 환경에 맞춰 설계할 수 있어, 미네랄이 빠르게 흩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단단한 비즈나 납작한 칩 등 다양한 형태로 구현이 가능하다. ◇ 특허 420건에 베트남 증설까지…B2B 소재사업으로 육성 LG전자는 이 기술을 단순한 환경 캠페인을 넘어 B2B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유리 파우더 기반 기능성 소재의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 역량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1996년부터 연구를 이어와 현재까지 확보한 기능성 소재 관련 특허만 420여 건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미국·유럽 시장 진출에 필요한 항균제 관련 규제 등록을 마쳤고, 유해성 평가를 통해 제품 안전성도 입증했다. 생산 인프라 확대도 뒤따르고 있다. LG전자는 창원 LG스마트파크에서 연간 약 4500톤 규모의 기능성 소재 생산라인을 운영 중인 가운데, 최근 베트남 하이퐁 생산법인에 연간 약 2000톤 규모의 생산라인을 추가로 구축했다. 하이퐁 라인을 통해 북미·유럽·중국은 물론 인도·동남아 등 글로벌 사우스 시장 수요에도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적용 분야도 계속 넓어지고 있다. 플라스틱·페인트·고무 등에 소량 첨가해 미생물로 인한 악취와 오염을 억제하는 항균·항곰팡이 소재 'LG 퓨로텍', 무기물 기반으로 헹굼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세탁 기능성 소재 'LG 미네랄 워시(LG Mineral Wash)' 등이 대표적이다. LG전자는 고객 요구에 맞춰 성분과 특성을 설계하는 맞춤형 솔루션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LG전자 최성봉 빌트인·쿠킹솔루션사업부장은 “환경 보전과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하는 기능성 소재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B2B 사업 기회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빛’으로 데이터 이동…SK하이닉스, ‘CPO’로 AI 병목 뚫는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경쟁의 무대를 '칩'에서 '시스템'으로 넓히는 밑그림을 내놨다. HBM으로 메모리와 프로세서 사이 병목을 뚫었다면, 이번엔 수천 개의 GPU가 뭉친 랙·포드 단위 AI 클러스터의 데이터 이동 한계를 빛으로 풀겠다는 구상이다. 20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회사는 글로벌 연구진과 함께 AI·고성능컴퓨팅(HPC)을 위한 차세대 광 인터커넥트 기술 'CPO'의 발전 방향을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게재했다. 논문에는 SK하이닉스 홍승훈 팀장(AI Infra)과 버지니아대 이규상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고,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난양공대, MIT, 연세대 연구진이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생성형 AI 시대를 이끈 HBM은 AI 가속기 패키지 안에서 벌어지는 메모리 병목을 풀며 성능 혁신을 이끌었다. 하지만 수천 개의 GPU와 HBM이 뒤엉킨 초대형 클러스터가 등장하면서, 이제는 시스템 사이의 데이터 이동을 가로막는 '대역폭 장벽(Bandwidth Wall)'이 새로운 발목을 잡고 있다. 실제로 연산 성능은 2년마다 3배가량 뛰는 반면 대역폭은 1.4배 느는 데 그치고 있고, 데이터가 패키지를 벗어나 랙 사이를 오갈 때 쓰는 기존 구리 배선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신호 감쇠와 전력 소모가 급증해 한계로 지목돼왔다. 이규상 교수는 “연산칩 성능이 향상돼도 칩 사이의 데이터 이동 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시스템 전체 성능은 올라가지 않는다"며 “물리적 한계를 안고 있는 구리 배선 대신 빛으로 데이터를 옮기는 것이 가장 유력한 확장 경로"라고 연구 배경을 밝혔다. 이번 논문은 HBM이라는 단일 제품의 혁신을 넘어, 메모리·패키징·광 인터커넥트가 어떻게 융합해야 하는지를 종합한 기술 로드맵을 체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 빛으로 잇는 메모리와 프로세서…“관건은 공동 설계" 논문이 이 병목을 풀 해법으로 제시한 게 CPO다. 홍승훈 팀장은 CPO를 “칩과 칩이 긴 전기 배선 대신 빛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광 송수신기(TRx)를 프로세서와 한 패키지 안에 넣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짧은 거리에서는 구리 배선도 경제적이지만, 속도와 거리가 늘어날수록 신호를 보상하는 회로 탓에 전력 소비와 지연 시간이 함께 불어난다. 반면 광 엔진을 패키지 내부에 집적하는 CPO는 고속 전기 신호의 이동 구간을 최소화하고 나머지를 빛으로 연결해, 칩·랙·포드 단위로 통신 범위를 넓히면서도 대역폭 밀도와 에너지 효율, 전자기 간섭에 강한 신호 무결성을 함께 유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노드당 100Tb/s 이상의 대역폭, 1pJ/bit 미만의 에너지 소비, 10ns 미만의 칩 간 지연시간이라는 구체적 기술 목표를 제시했다. 패키징 방식도 2D에서 2.5D 인터포저, 3D 이종 집적으로 발전하는 경로와 상용화 과제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장기적으로는 광 연결을 메모리 인터페이스까지 확장하는 게 목표다. 광 인터포저로 메모리와 프로세서를 직접 연결하는 '옵틱스 중심(Optics-Centric)' 아키텍처를 구현하면, 여러 가속기가 하나의 거대한 메모리 풀을 공유할 수 있어 AI 모델 대형화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광 인터커넥트는 앞으로 AI 인프라를 구성하는 핵심 연결 기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실험실을 벗어나 산업화 초입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이어 “저전력 광소자 집적부터 일관성 프로토콜, 신뢰성 기술까지 과제가 많지만 결국 핵심은 메모리 소자와 컨트롤러, 광소자, 패키지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공동 설계(Co-design)'하는 것"이라며 “바로 이 지점에서 SK하이닉스와의 협력이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홍 팀장은 “학계의 전문성과 산업계의 현장 경험이 연결돼 AI 인프라의 미래 방향을 함께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고객과 산업 생태계에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개방형 협력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현장] 이토록 아름다운 패밀리카라니…제네시스 GV90 만나보니

단순히 '패밀리카'라고 말할 수 없다. 가족을 태우기에 충분히 넓은 초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지만, 문을 열고 들여다본 실내는 자동차보다는 고급 라운지에 가까웠다. 푸른빛을 머금은 차체는 조명을 받을 때마다 색이 미묘하게 달라졌고, 실내에는 가죽과 금속, 직물 느낌의 소재가 층층이 어우러졌다. 지난 18일 제네시스가 처음 선보인 초대형 플래그십 전동화 SUV 'GV90'을 마주했다. ◇ 달항아리에서 찾은 초대형 SUV의 새로운 비례 첫인상은 '크다'보다 '매끈하다'에 가깝다. 전장 5285㎜, 전폭 2030㎜, 축거 3245㎜에 달하는 차체지만 각진 선을 과하게 사용하지 않았다. 긴 후드와 넓은 차체, 풍성하게 부풀린 펜더가 웅장한 비례를 드러내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매끈한 덩어리처럼 보였다. 24인치 대형 휠도 한몸처럼 자연스럽게 차체와 어우러졌다. 초대형 SUV다운 존재감은 압도적이지만, 부드러운 곡면이 이어지는 차체에서는 위압감보다 유려함이 먼저 느껴졌다.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온 건 외장 색상이다. 푸른빛과 은빛이 섞인 듯한 색감은 단순한 파란색과는 달랐다. 전시장 조명이 차체에 닿자 보닛과 펜더의 곡면마다 색의 농도가 달라졌다. 차가운 금속성 느낌에 은은한 보랏빛이 겹쳐졌다. 반짝이는 밤하늘이나 우주를 연상시키는 색감이었다. 제네시스는 GV90에 총 16종의 외장 색상을 마련했다. 소노란 네이비·코모 블루·카프리 블루 등 푸른 계열을 비롯해 세이셸 베이지, 바에나 그린 등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색상을 녹여냈다. 남택성 제네시스 CMF 팀장은 외장 컬러의 방향을 “빛과 시간이 만들어내는 순간의 색채"라고 설명했다. 차체 디자인의 출발점은 한국의 달항아리다. 제네시스는 달항아리가 가진 둥근 곡선과 여백의 미에서 영감을 받아 장식을 덜어내고 차체의 비례와 실루엣을 강조했다. 전면부에는 제네시스 양산 모델 최초로 '윙 페이스 MLA 헤드램프'를 적용했다. 양쪽으로 날개처럼 펼쳐진 두 줄의 램프는 차체와 경계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컷리스' 공법으로 마감해 전면 전체가 하나의 면처럼 이어진다. 과하지 않다는 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큰 차체와 웅장한 전면부를 갖췄지만 어느 한 부분도 튀지 않았다. 덜어낼 것을 덜어내고 남은 형태와 비례를 정교하게 다듬은 덕분이다. 허정택 제네시스 외장 프로덕트 디자인 팀장은 “달항아리처럼 본질적인 형태, 즉 차량의 실루엣이 하나의 인상으로 남도록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측면에서는 긴 후드와 휠베이스가 안정적인 비례감을 만든다. 뒤로 갈수록 풍성해지는 차체 볼륨은 초대형 SUV다운 웅장함을 더한다. 반면 후면으로 갈수록 디자인은 오히려 담백해진다. 덜어낼 것을 덜어낸 뒤 남은 형태와 비례만으로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리어 스포일러를 없애고 불필요한 선을 덜어내면서 차체의 둥글고 매끈한 곡면을 그대로 살렸다. 가까이서 보면 분명 입체적인 볼륨인데도 한 발짝 물러서면 여러 면이 나뉘기보다 하나의 실루엣처럼 보인다. 후면을 가로지르는 두 줄의 리어 램프도 차체와 자연스럽게 이어져 매끈한 인상을 유지한다. ◇ 활짝 마주 열린 문, 라운지가 된 실내 무엇보다 차 문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진가를 알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GV90 네오룬에는 앞문과 뒷문이 서로 마주 보며 열리는 코치도어 방식의 '네오룬 아치 게이트'가 적용됐다. 실제로 네 개의 문을 모두 열자 마치 옷장 문을 양쪽으로 활짝 열어놓은 듯 차량의 옆면이 통째로 열린 모습이 됐다. B필러(자동차의 중간 기둥)가 사라지면서 차체 측면이 시원하게 열렸다. 활짝 열린 문 너머로 드러난 실내는 작은 비즈니스 미팅룸 같기도, 단란한 가족 거실 같기도 했다. 가장 적절한 표현을 꼽으라면 역시 '럭셔리 라운지'에 가까웠다. 대시보드와 도어 상단은 따뜻한 브라운 계열로 마감했고, 도어 안쪽에는 촘촘한 패턴의 소재를 적용했다. 여기에 보랏빛 앰비언트 조명이 은은하게 더해지면서 일반적인 SUV 실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다. 실내 곳곳에 서로 다른 소재와 색을 조합한 방식도 눈에 띄었다. 제네시스는 천연 우드와 리얼 스톤, 울 캐시미어 등 실제 소재를 가니시(내장 장식)에 선택할 수 있도록 했으며 소프트 세미 아닐린 가죽 시트도 적용했다. 실내 색상 역시 GV90과 GV90 네오룬 각각 5가지 조합으로 구성했다. 중앙의 크리스털 스피어 통합 컨트롤러도 은은한 조명과 어우러지며 기능 버튼이라기보다 실내를 구성하는 하나의 오브제처럼 느껴졌다. 오재호 제네시스 내장 프로덕트 디자인 팀장은 GV90의 실내 디자인 목표를 “럭셔리 라운지 같은 느낌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트, 콘솔, 스티어링 기능, 조작계 등이 따로따로 보이기보다는 하나의 공간에 가구를 적절하게 배치해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연결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기능을 전면에 드러내기보다 필요할 때 자연스럽게 나타나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GV90에는 현대차그룹 최초로 시동 버튼을 없앤 신규 전원 체계가 적용됐다. 도어 핸들을 당기면 차량 전원이 켜지고, 탑승 후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를 변속하면 바로 주행할 수 있다. 센터 OLED 디스플레이는 주행 중 23.6인치로 사용하다 정차하면 90㎜ 올라오며 24.6인치까지 확장된다. 트렁크를 열었을 때도 비슷한 인상이 이어졌다. 적재공간 역시 검은 플라스틱을 중심으로 구성된 일반적인 SUV 트렁크와 달리 따뜻한 베이지·브라운 계열의 소재감이 이어졌다. 트렁크 바닥부터 좌우 벽면, 2열 뒤쪽까지 마감의 분위기가 연결되면서 적재공간마저 실내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GV90은 디자인과 도어 구성에 따라 일반 GV90과 GV90 네오룬 두 가지로 운영된다. 일반 GV90은 스윙 도어와 프레임 플러시 타입 도어 유리를 적용해 보다 매끈하고 정제된 측면 디자인을 구현했다. 네오룬은 앞·뒤 도어가 마주 보며 열리는 '네오룬 아치 게이트'와 24인치 휠, 아노다이징 알루미늄 B필러·하단 몰딩을 적용해 차별화했다. 여기에 네오룬의 최상위 한정판인 '퍼스트 에디션'은 투톤 외장과 외장 색상을 포인트로 적용한 24인치 단조 휠, 울 캐시미어 가니시 등을 더했다. GV90의 국내 출시일과 세부 트림별 판매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전선업계 닥친 ‘호황 청구서’…역대급 실적 뒤 현금부담 ‘쑥’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와 글로벌 전력망 투자 확대에 힘입어 역대급 호조를 보이고 있는 국내 전선업계가 호황 청구서를 받아들기 시작했다.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이 최근 6개월 새 급격히 확대되며 '현금 부담'이 가중된 까닭이다. 업계의 현금전환 속도와 자금부담 완화 능력이 슈퍼사이클 속 성장의 질을 판단할 주요 지표로 작용할 전망이다. ◇ 실적 좋았는데 늘어난 '재고'…구리 가격 등 영향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S전선과 대한전선 등 국내 주요 전선업체의 연결 기준 재고자산은 최근 6개월 동안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LS전선의 올 2분기 말 재고자산은 총 2조114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3463억원 대비 57.1% 급증했다. 전년 말(1조4566억원)과 비교해도 45.2% 증가한 수치로, 올 상반기 들어 증가폭이 가팔라진 흐름이다. 대한전선도 재고자산이 크게 늘었다. 2분기말 연결기준 재고자산은 1조1400억원으로 각각 전년동기(7156억원)·지난해 말(8563억원) 대비 59.3%·33.1%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재고자산의 급증은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누적의 신호로 해석되는 반면, 이번 전선업계의 재고 증가는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다. LS전선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4조5232억원과 영업이익 2384억원을 올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실적 기록을 경신했다. 대한전선도 매출 2조2820억원과 영업이익 1213억원을 벌어 최대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 즉, 업황 슈퍼사이클에 기반한 수주·생산 확대에 대응해 원재료와 재공품 등 재고 확보가 늘어난 가운데, 주요 원재료인 구리 가격 상승에 따른 재고 평가액 증가까지 겹치면서 재고자산 증가폭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구리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각 기업의 재고자산 변동에 상당 수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LS전선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기준 전기동 매입(수입)가격은 톤(t)당 2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2% 증가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원재료 매입액 규모도 같은 기간 35% 뛴 2조9003억원으로 집계됐다. 대한전선 역시 이 기간 원재료 매입액이 27.5%(1조2873억원→1조6407억원) 뛰었다. ◇ '받을 돈'도 두 자릿수 증가...커지는 '괴리' 재고뿐 아니라 매출채권도 외형과 함께 불어났다.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더라도 실제 대금을 회수하기 전까지는 매출채권으로 남는 만큼, 외형 성장이 가팔라질수록 영업 과정에 묶이는 자금의 절대 규모도 커질 수 있다. 실제 LS전선의 올 2분기 말 연결기준 매출채권(유동)은 1조7939억원으로 지난해 말 1조4770억원 대비 21.5% 증가했다. 대한전선도 같은 기간 매출채권이 6137억원에서 7056억원으로 15% 늘었다. 매출채권 증가 자체가 대금 회수 지연이나 재무건전성 악화로 해석되는 것은 아니다. 매출이 성장하면 정상적인 대금 회수기간을 유지하더라도 매출채권의 절대 규모는 함께 늘어날 수 있어서다. 문제는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이 동시에 불어나면서 회계상 이익 증가와 실제 현금 유입 사이의 간극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생산 확대를 위해 원재료를 먼저 확보하는 데 현금이 투입되는 반면, 제품을 판매해 매출을 인식한 뒤에도 실제 대금을 회수하기까지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고객으로부터 미리 받은 선수금·계약부채 등 영업성 부채는 이 같은 운전자본 부담을 일부 완충하는 역할을 했다. LS전선의 경우 2분기 말 연결기준 계약부채가 약 9328억원으로 지난해 말 9119억원보다 소폭 증가했고, 대한전선의 선수금·계약부채도 같은 기간 1913억원에서 2473억원으로 늘었다. 수주 확대에 따라 고객으로부터 먼저 유입된 자금이 재고·매출채권 증가에 따른 현금 소요를 일부 완충한 셈이다. 반면 매입채무는 양사 모두 감소하며 운전자본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LS전선의 2분기 말 연결기준 매입채무는 6507억원으로 지난해 말 7184억원보다 9.4% 감소했고, 대한전선도 같은 기간 3922억원에서 3356억원으로 14.4% 줄었다. 결국 재고와 매출채권 증가에 따른 자금 소요가 선수금·계약부채 증가에 따른 완충 효과를 웃돈 데다 매입채무까지 감소하면서, 전반적인 운전자본 부담은 확대된 양상이다. ◇ 현금흐름, 대규모 순유출로...재무활동 '보완' 이 같은 운전자본 부담은 양사의 실제 현금흐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역대 최대 수준의 영업실적에도 재고와 매출채권 증가가 현금유출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회계상 이익이 실제 현금창출력으로 온전히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LS전선의 경우 올 상반기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 변동이 9706억원 규모 현금유출로 나타났고, 이 중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이 각각 66.5%(6453억원)·26.3%(2550억원) 비중을 차지했다. 이 같은 변동은 현금 흐름을 크게 끌어내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7042억원 규모 순유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이 2982억원 규모로 순유입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한전선도 상반기 재고자산과 매출채권 증가가 각각 2651억원(63.0%)·622억원(14.8%) 규모의 현금 유출 요인으로 작용했다. 두 항목에서만 3273억원(77.8%)이 빠져나가면서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 변동은 총 4207억원 규모 유출이 발생했다. 이에 영업활동현금흐름 순유출 규모도 지난해 상반기 680억원에서 올해 3180억원으로 확대됐다. 이런 가운데, LS전선과 대한전선 양사 모두 올 상반기 영업·투자활동에서 발생한 현금유출을 재무활동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보완하는 흐름도 강하게 포착된다. LS전선은 상반기 각각 영업활동현금흐름과 투자활동현금흐름에서 7042억원·1524억원 규모 순유출을 기록한 반면, 재무활동현금흐름은 전년 동기 순유출(387억원)에서 9080억원 규모로 유입 전환됐다. 대한전선도 영업·투자활동현금흐름이 모두 순유출(3180억원·182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재무활동현금흐름에서 3203억원이 유입돼 전년 동기 대비 현금유입 규모를 102.6% 늘렸다. ◇ “설비투자 해야 하는데"...현금전환·자금조달 '주목' 이처럼 역대급 호황기를 맞은 전선업계의 실적과 현금흐름이 엇갈린 방향성을 보이면서, 각 기업의 향후 재고자산·매출채권 현금전환 속도와 자금조달 부담 완화 능력은 성장의 질을 판단할 주요 관전포인트로 남게 될 전망이다. 운전자본 부담 심화를 유발하는 구리 가격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업계의 대규모 생산설비 투자 역시 지속되고 있어서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립 중인 LS전선은 2분기말 기준 생산능력과 품질·효율 개선을 목표로 국내외 종속회사를 포함해 올해 총 4797억원을 투입했다. 올해 총 예상투자액이 1조2881억원에 달하는만큼, 투자 계획을 이행하려면 하반기에도 8084억원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충남 당진에 해저케이블 2공장을 건설하는 등 생산능력 확대를 진행 중인 대한전선은 올해 예상 투자액 1313억원 중 상반기 238억원을 지출하는데 그쳐 연중 투입할 향후 투자액이 연간 계획 기준 1075억원 규모로 잔존해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기적으로 국내 업체들의 외형과 이익창출력은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대규모 설비투자와 전기동 가격 상승에 따른 운전자본 부담 등으로 차입 부담 확대가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현장] 하트 그리며 춤추는 로봇…코엑스 홀린 휴머노이드

판다 모양 로봇 두 대가 엉덩이를 맞대자 여기저기서 “귀엽다"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어 바닥에 엎드려 관람객들의 시선을 모으더니 두 발로 일어서 앞발을 까딱거리며 묘기를 부렸다. 뒤편 대형 화면에서는 수십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영상이 흘러나왔다.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I SUMMIT SEOUL & EXPO 2026' 화인로보틱스 부스 현장. 곧이어 성인 허리 정도 높이의 휴머노이드 로봇 'AGIBOT X2'가 뚜벅뚜벅 나타나 관람객을 이끌었다. 최대 보행속도는 초속 2m, 사람이 빠르게 걷는 정도의 속도로, 전시·안내나 고객 응대 등에 활용되는 것을 염두에 둔 모델이다. 키 131㎝, 무게 35㎏의 앙증맞은 로봇이 관람객 앞에 멈춰서서 머리 위로 양팔을 들어 하트 모양을 그리자 얼굴 화면에는 동그란 눈이 나타났다. 관람객들도 로봇의 몸짓과 음성을 따라 자연스럽게 전시 부스 앞으로 움직였다. 화인로보틱스의 X2는 시각·음성·촉각·표정 인식 등을 활용해 사람과 상호작용하도록 설계됐다. 부스 중앙 휴머노이드 시연존에 도착하자 X2는 '뱅뱅뱅'과 '빌리진'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움직일 때마다 기계가 맞물리는 듯한 덜커덕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춤 동작은 끊김 없이 이어졌다. 손목과 골반까지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춤을 선보이자 주변에선 감탄사가 이어졌다. 한 관람객은 “확실히 몸치는 아니네"라며 농담을 건넸다. X2는 20가지 이상의 동작을 미리 설정해 춤이나 군무 등 다양한 퍼모먼스를 선보일 수 있다. 얼굴 표정 애니메이션도 30개 이상 지원한다. 춤 뿐 아니라 물체를 집어 옮기거나 원격조작으로 상품을 전달하는 동작도 가능하다. ◇ 검은 가발에 사람 옷까지…173㎝ A3 X2보다 눈에 띄게 큰 휴머노이드도 있었다. 화인로보틱스의 'AGIBOT A3'다. 키 173㎝, 무게 55㎏으로 성인과 비슷한 체격이다. 검은색 옷을 입고 검은 가발까지 쓴 모습은 X2보다 한층 사람에 가까웠다. A3가 몸을 움직이자 움직임에서도 차이가 느껴졌다. 관절을 움직이는 동작이 더 부드러웠고 뒷걸음질도 가능했다. A3는 전신 제어와 다양한 관절 자유도를 기반으로 자연스럽고 유연한 움직임을 구현하도록 설계됐다. 작동시간도 X2보다 길다. 듀얼 배터리팩을 적용해 최대 10시간 작동할 수 있다. A3 앞에는 물체를 조작하고 운반·분류하는 AGIBOT G2가 작은 물건들을 집게손으로 집어 옮기고 있었다. 물건을 놓을 때 툭 소리가 나긴 했지만 움직임 자체는 끊김이 없었다. 옆에서는 사람이 고글을 쓰고 G2를 원격 조작하고 있었다. 고글에는 로봇이 바라보는 시야가 그대로 보인다. 사람이 팔을 들고 몸을 움직일 때마다 로봇의 몸과 팔도 같은 동작을 따라 했다. 마치 사람의 움직임을 비추는 거울 같았다. G2는 AMR 기반 모바일 매니퓰레이터로 VR 원격제어를 활용해 물품을 집어 옮기고 분류하거나 박스를 적재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제조·물류 자동화와 피지컬 AI 학습 등에 활용을 염두에 둔 로봇이다. 화인로보틱스 관계자는 AGIBOT이 “단일 기능에 특화된 로봇을 넘어 인지·판단·제어·행동을 통합하는 AI 기반 로봇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제조·물류·서비스·교육·연구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가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완제품을 앞세워 시장 선점에 나선 가운데 한국은 부품과 공급망에서 존재감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6월 한국 기업들이 2035년 글로벌 휴머노이드 생산에서 직·간접적으로 약 30%를 차지할 수 있으며, 2030년에는 한국 공급망을 통해 약 7만4000대가 생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 청소하고 손 내밀고…'일하는 로봇' 한자리에 사람의 움직임을 대신하거나 반복적인 일을 수행하는 로봇들도 눈에 띄었다. 정사각형 형태의 자율주행 청소로봇이 바닥에 청소솔을 부착한 채 전시장 이곳저곳을 움직였다. 푸두로보틱스의 'CC1 Pro'다. 무릎 높이의 로봇이 작동음조차 거의 내지 않으며 조용하게 움직이니, 로봇을 미처 보지 못한 사람들과 부딪히기도 했다. 메인 스크린의 동작 버튼을 누르자 전체 공간 지도가 메인 화면에 뜨면서 청소 현황을 보여줬다. 근처로 관람객들이 몰리자 로봇은 움직임을 인식하고 곧바로 멈춰 섰다. CC1 Pro는 바닥 세척과 청소, 진공, 먼지 밀기를 한 대로 수행하며, 오염도에 따라 청소 강도를 조절하고 보행자 등 움직이는 장애물도 피한다. 청소로봇 옆에서는 사람의 팔 동작을 대신하는 로봇도 움직이고 있었다. 리얼맨로보틱스의 '단일 팔 승강 로봇'이다. 검은색 로봇 손과 팔이 위아래로 움직이자 관람객들이 다가가 직접 로봇 손을 만졌다. 악수하듯 로봇 손을 잡고 움직여보기도 했다. 팔은 90㎝ 이상 위아래로 움직인다. 높이는 1.6m, 무게는 약 100㎏으로, 최대 5㎏의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다. 물류·산업 현장부터 리테일과 연구 환경까지 다양한 공간에서 활용하는 것을 겨냥한 모델이다. 이날 전시에는 피지컬 AI 뿐 아니라 생성형 AI와 에이전틱 AI, 산업별 AI 솔루션 등 다양한 AI 기술이 함께 소개됐다. 올해 행사에는 7개국 118개사가 307개 부스 규모로 참여했다. 행사는 21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 B홀과 그랜드볼룸에서 열린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삼성전자 DX “메모리값 폭등에 적자 불가피…체질 개선으로 정면 돌파”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이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당분간 적자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시장점유율 확대와 체질 개선을 통해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19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수원사업장 'R5 모바일 연구소'에서 노태문 대표이사 겸 DX 부문장 주관으로 임직원 대상 경영현황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서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DX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약 2% 성장했음에도, 지난해 대비 4배 이상 치솟은 메모리 가격 등 '칩플레이션' 영향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DX 부문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2조 1,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8조 원)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회사는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한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X사업부의 단기 적자 흐름이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른 하반기 DX 부문 사업 전략으로는 △시장점유율 확대 △체질 개선 지속 △내년도 혁신제품 준비가 제시됐다. High-원가 구조가 업계 전반에 적용되는 상황을 역이용해, 시장의 호평을 받는 '갤럭시 S26'과 '갤럭시 Z폴드8' 시리즈의 판매를 공격적으로 늘려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치킨 게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사들이 가격 인상과 출하량 축소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때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향후 메모리 가격이 안정화된 이후 더 큰 시장 파이를 차지하겠다는 포석이다. 한편, 최근 DS(반도체) 부문과의 성과급 격차로 인해 DX 부문 직원들 사이에서 제기된 보상 불만에 대해서는 추가 보상이 어렵다는 명확한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는 완제품(DX)과 부품(DS) 사업을 분리 운영해 온 '부문제'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했다. 반도체 고객사가 완제품 시장에서는 경쟁사가 되는 모순을 해결하고 기밀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2009년부터 인사·재무·회계 등 경영지원 기능까지 완전히 분리해 '한 지붕 두 회사'처럼 독립 운영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반도체 불황기 당시 MX사업부가 DS부문에 투자했던 자금에 대해서도 DS부문이 이자를 더해 상환했던 사례를 들며, 2009년 이후 부문 간 성과급 재원을 공유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성과주의 원칙'을 다시 한번 확립했다. 그러나 성과급 격차에 대한 내부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DX 부문 최대 노조인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은 오는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사옥 인근에서 약 3,000명 규모의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동행노조 측은 DX 부문 임직원 1인당 자사주 1,000주 수준의 보상안 마련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노사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경찰, ‘삼성·SK하이닉스 성과급 배임’ 고발인 조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를 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 결정 권한을 둘러싼 노사와 주주 간 갈등이 수사 단계로 넘어갔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민경권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 대표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앞서 주주운동본부는 지난달 22일 전영현·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와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사건은 이달 초 경기남부경찰청 수사 부서에 배당됐다. 주주운동본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정한 노사 합의를 문제 삼고 있다. 성과급이 단체교섭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데다 주주총회 결의 없이 회사 자산을 지급하기로 한 것은 경영진의 배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를 유지하면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 특별경영성과급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사업 성과의 일정 비율을 재원으로 사용하되 지급률 상한은 두지 않는 방식이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으로 사용하고 기존 지급 상한을 폐지하는 제도를 향후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올해 임단협에서는 PS 가운데 일부를 현금 대신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놓고 막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경영계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배분이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아닌 경영상 판단의 영역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반면 노동계는 성과급이 근로의 대가이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노사 교섭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날 조사는 고발인의 주장과 고발 경위를 확인하는 절차다. 경찰은 조사 내용을 검토한 뒤 피고발인 조사 여부와 추가 수사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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