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2만원 바람막이도 품절…한남동에 줄 선 ‘팔란티어 팬들’

[현장] 22만원 바람막이도 품절…한남동에 줄 선 ‘팔란티어 팬들’

2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문을 연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팔란티어의 팝업스토어. 22만5000원짜리 검은색 바람막이는 오후 1시 30분쯤 이미 품절돼 있었다. 한국 한정판으로 나온 흰색 바람막이에도 방문객들의 관심이 쏠렸다. 가격이 부담스러운 일부 방문객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티커를 살펴보며 구매를 망설였다. 정부기관과 기업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미국 AI 기업의 굿즈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이날 낮 12시 55분쯤 행사장 앞에는 사전 예약을 마친 방문객 50여명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디제이(DJ)가 틀어..

[현장] “비싸도 살 건 사야죠”…329만원 아이폰에 17시간 밤샘

23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애플 명동 매장. 직원들이 카운트다운을 외치자 매장 앞에 줄을 선 고객들이 박수를 치며 입장했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를 받으려는 사람들이다. 329만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에도 개점 직전 대기 인원은 100명을 넘어섰다. 가장 먼저 줄을 선 고객은 전날 오후부터 17시간을 기다렸다.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매장 앞에는 사전예약한 제품을 받으려는 고객들이 모여들었다. 개점 시간이 가까워지자 줄은 매장 입구에서 건물 끝까지 이어졌다. 고객들은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거나 일행과 대화를 나누며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가장 먼저 줄을 선 사람은 인천에서 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성건(34)씨였다. 박씨는 전날 오후 3시부터 매장 앞을 지켰다. 휴대전화 액세서리 관련 업무에 신제품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는 촬영할 때 아이폰 듀오를 카메라 모니터 대신 사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씨는 “절대적인 가격 자체는 높지만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따로 샀을 때 가격과 비교하면 합리적이긴 하다"며 “감독 일을 하지 않았다면 고민했겠지만 업무에 필요하니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줄을 선 영상 PD 구태영(34)씨도 전날 오후 3시부터 기다렸다. 구씨 역시 휴대전화 케이스 관련 업무를 위해 사전예약한 제품을 받으러 왔다. 오전 8시 매장 문이 열리자 직원들이 박수를 치며 고객들을 맞았다. 고객들은 약 30명씩 나눠 입장했다. 제품을 수령한 뒤 곧바로 매장을 떠나기보다 전시대로 향하는 사람이 많았다. 고객들은 아이폰 듀오를 여러 차례 접었다 펼치며 화면 가운데 주름을 살폈다. 기존 휴대전화와 양손에 하나씩 들고 무게를 비교하거나 펼친 화면에서 두 개의 앱을 동시에 실행해 보기도 했다. 화면을 반쯤 접어 영상을 재생하는 기능에도 관심을 보였다. 제품을 펼치자 작은 태블릿PC와 비슷한 크기의 화면이 나타났다. 접고 펴는 동작은 부드러웠지만 한 손으로 오래 들기에는 무게가 느껴졌다. 접히는 부분의 주름은 정면보다 비스듬히 볼 때 더 눈에 띄었다. 개점 직후 전시대 주변으로 고객들이 몰렸지만 별도의 체험 대기줄은 생기지 않았다. 오전 9시가 지나자 매장 밖 대기줄도 대부분 사라졌다. ◇ “첫인상 만족, 가격 빼고"…최고가 구매자도 이날 매장에서 만난 공공기관 직원 정우덕(46)씨는 아이폰 듀오 최고가 모델을 구매했다. 스타 화이트 색상의 2테라바이트(TB) 모델로 가격은 509만원이다. 정씨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하자마자 주문해 이날 오전 8시 제품을 받았다. 매년 새 아이폰이 나오면 구매한다는 정씨는 제품을 직접 펼쳐 보이며 화면 가운데 접히는 부분을 가리켰다. 그는 “자세히 보면 굴곡이 있기는 한데 굉장히 잘 숨겼다"며 “첫인상은 만족스럽다. 가격 빼고"라고 말했다. 기존에 아이폰17 프로 맥스를 사용하던 정씨는 넓어진 화면에서 사진 편집과 영상 확인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무게는 적응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지만, 액션 버튼과 얼굴인식 기능인 페이스ID가 빠진 점은 아쉽다고 했다. 서울 왕십리에서 온 직장인 박덕영(31)씨는 삼성전자 폴더블폰 대신 아이폰 듀오를 선택했다. 사진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그는 갤럭시 Z 폴드의 화면 필름 질감과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구매를 미뤄왔다고 했다. 박씨는 “예전부터 폴더블폰을 사고 싶었는데 삼성 제품은 플라스틱 필름 질감이 싫어 계속 머뭇거렸다"며 “이번에는 제가 원하는 형태에 사용하던 애플 생태계의 제품이 나와 구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 현장 구매 못 해…배송은 내년 1월 출시 첫날 매장에 고객들이 몰렸지만 사전예약 없이 제품을 바로 구매할 수는 없었다. 애플 명동 매장 직원에 따르면 이날은 사전예약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 수령이 이뤄졌다. 매장에서 새로 주문할 수는 있지만 당일 가져갈 수 있는 물량은 없었다. 지금 주문하면 내년 1월에 제품을 받을 수 있다는 안내도 나왔다.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직후부터 초기 물량이 빠르게 소진됐다. 이동통신 3사의 1차 사전예약 물량은 1분 만에 동났고, 애플 공식 온라인스토어에서도 예약 시작 약 30분 만에 전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밀렸다. 구매자는 30~40대에 집중됐다. SK텔레콤이 공개한 사전예약 현황에 따르면 30대가 36%, 40대가 35%를 차지했다. 두 연령대를 합치면 전체의 71%다. 아이폰 듀오는 애플이 처음 내놓은 폴더블 스마트폰이다. 책처럼 안쪽으로 접는 형태로, 접으면 5.4인치 외부 화면을 사용하고 펼치면 7.6인치 내부 화면을 쓸 수 있다. 무게는 254g, 펼쳤을 때 두께는 5.2㎜다. 국내 출고가는 256기가바이트(GB) 모델 329만원, 512GB 359만원, 1TB 419만원, 2TB 509만원이다. 기본 모델 가격은 삼성전자 갤럭시 Z 폴드8보다 101만원 비싸다. 애플은 국내 초기 공급 물량과 전체 사전예약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았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이수진 인턴기자, 유재호 인턴기자

HD현대, 美 합작법인 ‘키윗조선’ 출범…신규 스마트조선소 짓는다

HD현대가 미국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현지에서 신규 스마트 조선소 건립에 나선다. HD현대는 22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건설·엔지니어링·인프라 기업 '키윗(Kiewit)'과 조선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앞서 양사는 지난 7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미국 내 선박 공동 건조와 선박용 블록·모듈 생산 등에서 협력체계 구축에 나선 바 있다. 휴스턴에서 진행된 계약 체결식은 최한내 HD한국조선해양 기획부문장과 채드 존슨 키윗 마리타임 최고경영자(CEO) 등 양사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번 합작법인은 'HD KIEWIT SHIPBUILDING(HD키윗조선)'으로 명명됐다. HD현대의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과 조선소 운영 노하우에 키윗의 대규모 제작·건설 수행 능력을 결합하고, 미국 조선업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최고의 조선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늠 게 회사 측 설명이다. HD키윗조선은 현지 산업부지에 첨단 스마트 조선소를 건립할 예정이다. 신규 조선소는 내년부터 착공에 들어간 뒤, 오는 2029년 본격적인 가동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특히 이번 사업은 '노후 조선소 인수 후 재가동' 방식이 아닌 '신규 조선소 건립 프로젝트'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미국 조선사업 재건의 중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실제 신규 조선소가 본격 가동되면 현지 고용 인력은 약 3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는 기술 교육을 통해 인력을 양성하는 등 미국 내 공급망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신규 조선소는 HD현대가 추진 중인 '미래 조선소' 모델과 디지털 생산 기술이 미국 조선소 중 처음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HD현대는 디지털 트윈과 자동화 생산시스템, 로봇 용접 등 첨단기술 도입을 통해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스마트 조선소를 구축해 생산성과 품질,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숙련인력 부족 문제도 해소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계기로 HD키윗조선은 미 해군 군수지원함과 상선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한편, 현지 조선소에 선박 블록과 모듈을 제작·공급하는 사업으로의 확장도 검토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항만 인프라 분야로 사업 협력 범위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최한내 HD한국조선해양 기획부문장은 “HD키윗조선의 출범은 미국 조선산업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HD현대의 의지와 비전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역량을 결집해 미국 조선산업 재건과 한·미 조선협력 확대에 기여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지속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2026 국감] 리콜했는데 또 고장, 추가 리콜은 거부…닛산 리프 배터리 ‘안전성’ 논란

닛산 전기차 리프에서 배터리 관련 고장이 반복되면서 차량 재매입 등 피해구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배터리 점검에서 정상 판정을 받고도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주행 중 배터리 잔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사례가 보고된 데다, 배터리 교환 견적이 2600만원을 넘는 경우도 확인됐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은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닛산 리프의 배터리 고장과 안전 문제를 지적하고, 차량 재매입을 포함한 구체적인 피해구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KCC모빌리티 심현보 대표이사에게 차량 점검의 신뢰성과 리콜 문제, 피해 차주 대응 등을 질의했으며, 피해 차주도 참고인으로 출석해 경험한 피해를 진술했다. 황 의원이 제시한 사례에 따르면 닛산 리프 차량의 한 차주는 차량 시동이 걸리지 않는 문제를 겪었지만, KCC의 점검에서는 배터리 상태가 매우 양호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다른 차주도 점검에서 정상 판정을 받은 뒤 차량을 찾아왔으나, 다음 날 급속충전 후 시동이 걸리지 않아 견인됐다. 배터리 잔량 표시가 급격히 떨어지는 사례도 제기됐다. 한 피해 차량에서는 주행 중 배터리 잔량이 약 20초 만에 95%에서 9%로 낮아지고 출력이 제한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피해 차주들은 서비스센터에서 이상이 없다는 설명을 들었음에도 고장이 반복돼 차량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배터리 리콜과 별개로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스웰링 현상도 쟁점이 됐다. 닛산 리프는 올해 5월 급속충전 관련 리콜에 들어갔지만, 차주들은 이후에도 고장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국토교통부가 배터리 팽창 문제에 대한 별도 리콜을 요구했으나 닛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보도된 리프 배터리 화재 사례도 언급하며 안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수리비 부담도 상당한 수준이다. 한 차주가 제시받은 배터리 모듈 12개 교환 견적은 2625만2930원이었다. 황 의원은 미국에서 배터리 수리가 수개월간 지연된 리프 차량을 닛산이 재매입하고 새 차량을 제공한 사례도 소개하며, 국내 피해 차주에게도 재매입을 포함한 구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CC의 피해 차주 대응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황 의원은 배터리 결함을 호소하는 차주들에게 사기와 사문서위조 등 형사상 법적 대응 가능성을 통보한 사실을 언급하며, 안전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소비자에게 법적 대응을 거론하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 물었다. 이어 KCC가 피해 차주들과 직접 협의해 구체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의원은 KCC가 닛산의 공식 서비스 임포터이자 차량 판매 당사자인 만큼, 닛산과 함께 차량 재매입을 포함한 피해구제 방안과 이행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2028년 광주서 무인 로보택시 상용화 추진…아파트 배송로봇 규제도 푼다

정부가 2028년 광주에서 운전자 없는 로보택시 상용화를 목표로 자율주행 서비스 사업자 제도를 마련한다. 아파트 배송과 주차, 건설현장 운반 등에 쓰이는 이동로봇의 상용화를 위해 건축·도시공간 규제도 정비한다. 기술 실증에 적용하던 한시적 특례를 일상적인 사업이 가능한 제도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23일 국토교통부는 위 내용을 골자로 한 자율주행자동차·이동로봇 상용화 지원 및 창업기업 행정서류 정비 방안을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날 대통령 주재 규제합리화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다뤄진다. 핵심은 무인 자율주행차의 운행과 서비스 제공을 위한 법적 기반 마련이다. 정부는 내년까지 자율주행 서비스 사업자를 제도화하고, 광주 실증도시를 시작으로 2028년 유료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전 설명회에서 “내년에 제도화하겠다는 것은 법을 개정해 시행을 준비하겠다는 의미"라며 “일반 시민이 로보택시를 요금을 내고 이용할 수 있는 시기는 2028년"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도 실증 특례를 활용한 유상운송은 가능하다. 정부는 이를 자율주행자동차법과 도로교통법,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등 관계 법령에 반영해 정식 제도로 전환할 계획이다. 운전자가 없는 차량을 관리할 서비스 사업자는 원격관제를 통한 운행 모니터링과 승객 안전관리, 사고 발생 시 현장 조치, 사이버 보안 확보 등을 맡는다. 관련 시설과 인력, 운영체계 등 요건을 충족한 사업자가 인허가를 받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실증 단계의 행정절차도 줄인다. 안전성이 입증된 동일 자율주행차에 대해서는 임시운행허가에 필요한 절차를 간소화해 연간 목표 물량을 일괄 허가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사후관리와 조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허가에 걸리는 행정절차를 3개월 이상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부터 확대되는 실증도시에는 자율주행차 3000대 이상을 신속히 투입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올해 200대에 이어 내년 추가 2800대 투입을 위한 예산안이 국회 심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는 내년 800대를 추가해 총 1000대 규모로 실증하고, 다른 도시의 상용화 시점은 지역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 택시업계와의 상생은 풀어야 할 과제다. 정부는 사회적 협의체를 통해 서비스 요금과 사업모델, 기존 업계의 참여 방안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다만 구체적인 상생모델과 고용 영향 분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에 논의를 충분히 해 택시업계가 참여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가 수집하는 영상과 위치정보 등의 보안 관리도 강화한다. 서비스 사업자에게 데이터의 국내 보관과 보호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국외 이전 때 별도 허가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차량 제작사의 사이버보안 관리체계에 대한 사전 조사와 사후 관리·대응체계도 마련한다. 사고 책임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줄이기로 했다. 제작사와 자율주행기업, 서비스 사업자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통해 사고 유형별 책임 분담 구조를 구체화하고, 연말까지 사고책임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동로봇 분야에서는 로봇이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의 규제를 정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동주택 단지와 주차장, 도시공원, 건설현장, 철도·공항시설 등에서 로봇을 활용할 수 있는 근거와 운영기준을 마련한다. 현재는 로봇 기술이 개발돼도 건축물과 공공공간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여러 법령과 시설 기준을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정부는 이동로봇 특별법을 통해 규제 정비와 상용화 지원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관련 특별법은 지난 9월 3일 발의됐으며 연내 제정을 목표로 국회와 협의한다. 우선 로봇 대기·충전시설을 용적률 산정에서 제외하고, 로봇설비와 건축물의 통신 연동 등을 고려한 로봇 친화형 건축기준을 마련한다. 공동주택과 공원·녹지 등에 로봇 관련 시설을 설치할 근거를 명확히 하고, 주차로봇 운영에 맞는 기준도 정비한다. 윤성호 국토부 모빌리티총괄과장은 “기술 개발은 기본이고 인프라와 제도가 갖춰져야 상용화가 된다"며 로봇이 활동할 수 있는 건축·도시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설명했다. 자동문과 승강기 등 건축설비를 로봇과 연동하는 체계를 지원하고, 로봇 친화형 건축 설계 가이드라인과 인증제도도 추진한다. 건설현장과 주차장, 생활물류 등 분야별 운영기준은 기업 의견과 실증 결과를 반영해 마련할 계획이다. 로봇 자율주행에 필요한 정밀 공간정보도 지원한다. 보도와 건축물 내부 등 로봇이 이동하는 공간의 데이터를 구축하고, 기업이 실제 서비스를 시험하려는 지역을 중심으로 제공체계를 마련한다. 안전인증과 책임보험, 운영자 신고 등 관리체계도 특별법에 담는다. 창업기업의 행정 부담을 줄이는 작업도 병행한다. 국토부는 창업기업 지원과 신산업·신기술 관련 행정서비스 43건을 대상으로 제출서류를 정비한다. 서류 종류는 331개에서 175개로, 분량은 2426장에서 1426장으로 줄이고 전체 작성 항목은 약 53% 감축한다. 행정기관이 공동이용 시스템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서류는 제출을 면제하고, 중복 서식과 기재 항목을 통합한다. 사업계획서에는 분량 상한을 두고, 지원이 확정된 뒤 필요한 서류는 제출 시기를 늦춰 초기 신청 부담을 줄인다. 정부는 이를 통해 신청기업의 서류 작성시간을 연간 약 3만6512시간 줄이고 인건비 약 5억5000만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관련 지침과 매뉴얼은 연내 정비하고 사업 공모와 공고 등에 반영할 예정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중국 지커, “한국서 7X 고객 첫 인도…1년 새 글로벌 판매 2배”

중국 지리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가 국내 고객 인도를 본격화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지커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면서 국내 시장 안착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지커 공식 딜러사 아이언EV는 전날 부산 해운대구 '지커 해운대 센터+'에서 부울경·대구경북 지역 첫 지커 7X 인도식을 열고 사전 예약 고객에게 차량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지커 7X는 국내에 처음 선보인 지커의 순수 전기 5인승 SUV다. 지난 6월 사전 예약을 시작한 이후 예약 대수 2000대를 넘어섰다. 앞서 지커코리아도 국내 고객 인도를 시작했다. 지커는 지난 21일 서울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국내 첫 고객인 SK온에 7X를 전달했다고 22일 밝혔다. SK온에 인도된 차량은 최상위 울트라 트림으로, 회사는 업무용 차량으로 활용하고 구성원들이 직접 차량을 체험할 기회도 제공할 예정이다. 7X 울트라 트림은 100㎾h 용량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와 전·후륜 전기모터 2개를 탑재했다. 최고 출력은 645마력, 최대 토크는 72.4㎏·m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9초 만에 도달하며, 국내 상온 복합 인증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40㎞다. 국내 판매 가격은 프로 5299만원, 맥스 5999만원, 울트라 6999만원이다. 글로벌 판매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커 지주사인 지리홀딩그룹이 지난 21일 발표한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커는 올해 1~9월 전 세계에서 28만8404대를 인도했다. 전년 동기 대비 101%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 인도량 17만8370대에 3분기 인도량 11만34대를 더해 올해 누적 인도량은 90만대를 넘어섰다. 지리홀딩그룹 전체 판매량도 1~9월 300만2640대로 해당 기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179만2617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6% 증가했으며,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9.7%였다. 그룹 내 지리자동차는 같은 기간 223만5481대를 판매했고, 링크앤코는 19만6117대를 기록했다. 지커코리아는 연말까지 전국에 14개 전시장과 11개 서비스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역 딜러사의 전시장·서비스센터 확대와 함께 국내 고객 접점을 넓혀 판매 기반을 다진다는 방침이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최태원·이재용 빠진 국감…호남 반도체 투자계획 검증 ‘미완’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기업들의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확인하지 못한 채 주요 검증 과제를 남겼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증인 채택이 무산된 가운데 정부의 기반시설 구축비용은 처음 공개됐지만, 정작 생산시설을 건설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착공 일정과 단계별 투자 집행계획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양사도 여전히 구체적인 일정에 관한 답변은 밝히지 않고 있다. 23일 국회와 재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부 종합국정감사에서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기반시설 비용과 재정지원 체계, 군공항 이전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산업부는 전력·용수·폐수 등 1단계 기반시설 구축에 5조4000억원이 소요된다는 추계를 처음 제출했다. 그러나 군공항 이전과 도로망, 정주여건 조성 등을 포함한 전체 사업비는 공개되지 않았다. 국회가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의 재정 부담과 사업 관리체계에 대한 질의는 이어졌지만 기업들이 실제 어느 시점에 얼마를 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 투자 의지는 확인…실행 일정은 여전히 미공개 정부는 지난 6월 호남권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메모리 반도체 팹 2기씩 총 4기를 구축하는 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2030년 첫 양산을 목표로 관련 기반시설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도 사업 추진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9일 광주 군공항 부지를 방문해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용인과 호남의 생산시설을 병행 건설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력·용수 공급이 늦어지더라도 여건이 허락하면 공사를 먼저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삼성전자 역시 경영진의 현장 방문 등을 통해 투자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양사 모두 호남 신규 팹의 구체적인 착공 시점과 연도별 투자 집행계획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본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호남 신규 팹의 착공 일정과 단계별 투자 집행계획, 공개 시점 등을 확인했으나 양사 모두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이는 기업들이 투자를 철회하거나 사업 추진을 중단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반도체 생산시설은 시장 수요와 기술 변화, 장비 조달 및 기반시설 구축 상황에 따라 투자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 다만 정부가 제시한 2030년 양산 목표를 판단할 수 있는 기업별 실행 일정이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은 남는다. ◇ 용인과 호남 병행 투자…자금·인력 배분도 과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규모 생산시설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호남 신규 팹 건설까지 병행할 경우 기업들은 투자 재원뿐 아니라 첨단 생산장비와 전문인력 확보 일정도 함께 조정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팹 건설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장비 도입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시장 상황에 따라 실제 투자 집행 시점이 달라질 수 있어 정부의 산업단지 조성 일정과 기업의 설비투자 일정이 일치하는지가 중요하다. 호남 클러스터의 경우 군공항 이전과 전력·용수 공급 등 선행 과제도 남아 있다. 이번 국감에서는 기반시설 비용과 재정지원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지만 기업별 투자 일정과 이를 연계한 구체적인 공정표까지 확인되지는 않았다. ◇ 총수 출석 무산…기업 투자계획 직접 확인 못 해 이번 국감에서 야당은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호남 반도체 투자계획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두 총수의 출석은 무산됐다. 국감에서는 산업부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정부의 준비 상황과 기반시설 구축계획을 검증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구체적인 투자 집행계획을 기업 측으로부터 직접 확인할 기회는 마련되지 않았다. 물론 기업 총수의 출석이 투자계획 검증의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사업 책임 임원의 설명이나 기업의 공식 자료 제출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번 국감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직접 검증도 이뤄지지 않았다. 한 산자위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2030년 양산 목표를 실제 투자 일정으로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착공 계획과 단계별 투자 집행 일정이 보다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차 어때] “사장님, 제 말 안 들리세요?”…길 위의 ‘퍼스트클래스’ 렉서스 ‘LM 500h’

뒷좌석에서 말을 건네도 운전석에서는 들리지 않았다. 앞좌석과 뒷좌석 사이 파티션을 닫자 두 공간은 사실상 분리됐다. 유리의 투명도를 조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리까지 차단하는 구조다. 앞뒤 좌석에서 서로 다른 오디오를 재생할 수도 있다. 한 차에 타고 있지만 각자 독립된 공간에 머무는 듯한 경험. 렉서스의 플래그십 MPV 'LM 500h' 가 구현해낸 럭셔리의 새로운 기준이다. 최근 4인승 모델인 LM 500h ROYAL을 사흘간 시승했다. '오모테나시(환대)'를 내세우는 '의전'의 렉서스답게 뒷좌석 승객을 위한 편의 사양이 강조된 차지만, 운전석에서의 개방감과 큰 차체 부담을 줄여주는 주행감도 인상적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반 뼘 남짓해 보이는 얇은 A필러가 눈에 띈다. 앞유리에서 측면 유리로 이어지는 시야가 넓게 확보돼 전방과 좌우를 바라볼 때 시원한 개방감을 준다. 앞좌석과 뒷좌석은 작은 창 하나를 제외하면 파티션으로 완전히 분리돼 있다. 뒷좌석으로 손을 뻗어 짐을 싣거나 뒷좌석 상황을 살피는 데는 제약이 있어 답답할 수 있지만, 넓게 트인 전·측면 시야가 이를 상쇄한다. 후방 시야는 스마트 룸미러가 대신한다. 뒷좌석 역시 개방감이 좋다. 천장에는 넓은 듀얼 글라스 루프가 자리해 시야가 위쪽으로도 크게 열린다. 창문에 적용된 쉐이드도 외부에서는 실내가 거의 보이지 않지만, 실내에서는 바깥 풍경이 희미하게 비친다. 외부 시선을 가리면서도 탑승객이 바깥과 완전히 단절됐다는 느낌은 줄이는 방식이다. 앞좌석에서는 얇은 A필러가, 뒷좌석에서는 대형 글라스 루프와 쉐이드가 각각 개방감을 만든다. 반면 앞좌석과 뒷좌석 사이에는 확실한 경계가 있다. 두 공간을 나누는 파티션의 작은 창에는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 '디밍 글라스'가 적용됐다. 파티션을 닫으면 운전석과 뒷좌석이 시각적으로 분리되는 것은 물론 소리도 차단된다. 실제로 뒷좌석에서 동승자가 여러 차례 말을 걸거나 음악을 재생했지만 운전석에서는 웅웅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프라이버시를 제어하는 방식도 세심하다. 파티션은 뒷좌석에서 잠금 기능을 설정할 수 있어 뒷좌석 승객이 원하지 않을 때 운전자가 임의로 공간을 열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오디오 역시 앞좌석과 뒷좌석에서 서로 다른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다. 같은 차 안에서 운전자는 운전자대로, 뒷좌석 승객은 승객대로 각자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셈이다. 파티션과 독립 오디오가 결합하면서 앞뒤 좌석의 분리감이 한층 뚜렷해졌다. 뒷좌석의 편의성은 차에 오르는 순간부터 드러난다. 슬라이딩 도어가 열리면 발받침이 2단으로 펼쳐진다. 차체가 높은 미니밴에 탑승할 때 무릎을 크게 굽히거나 다리를 높이 들어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려는 구성이다. 좌석에 앉은 뒤엔 리클라이닝 시트의 등받이가 76.5도까지 기울어지면서 체감상 몸을 완전히 눕히다시피 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시트 각도와 마사지 기능, 공조 등은 탈착식 리모컨으로 간단하게 조절할 수 있다. 정면 파티션에는 48인치 울트라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다만 아이폰을 이용한 스마트폰 화면 미러링은 시승 당시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아 튜브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앱을 그대로 활용하는 데는 제약이 있었다. 반면 USB 저장장치에 담긴 영상이나 HDMI로 연결한 외부 기기의 콘텐츠는 끊김 없이 시청이 가능했다. 차체가 큰 MPV를 운전할 때 부담스러운 일은 주차할 공간을 찾는 것뿐 아니라, 발견한 자리에 차를 정확하게 밀어 넣는 것이다. 시승 중 주차 어시스트를 사용한 곳은 구획이 불분명한 야외 주차장이었다. 주차선은 닳아 거의 보이지 않았고, 한쪽 선은 옆에 주차된 차가 살짝 밟고 있어 식별하기 어려웠다. '이게 될까' 싶은 생각으로 자동 주차 작동하자마자 차량이 해당 공간을 주차 가능 구역으로 인식하고 디스플레이에 표시했다.. 이후 차체 양옆으로 여유가 거의 없는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주차를 마쳤다. 도로를 달리면서는 내내 조용했다. 운전석 창문만 열어도 밖에서는 전기모터가 작동할 때 특유의 '위잉'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창문을 닫으면 안에서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엔진이 작동하거나 전기모터 중심으로 주행하는 상황이 바뀌어도 실내에서 소음과 진동의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계기판의 EV 주행비율을 보지 않으면 하이브리드 차량 특유의 동력원 전환을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주행이 자연스러웠다. 가속감 역시 조용하고 부드러웠다. LM 500h는 2.4ℓ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해 시스템 총출력 368마력, 최대토크 46.9㎏·m를 발휘한다. 앞쪽의 엔진과 전기모터에 더해 뒤쪽에도 별도의 전기모터를 탑재했다. 주행 상황에 따라 앞뒤 바퀴의 구동력을 배분하는 사륜구동 시스템이다. 공차 중량이 약 2.5t에 달하지만 가속페달을 밟으면 무겁다는 느낌 없이 빠르게 속도를 높였다. 가속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급가속을 반복했음에도 사흘간 총 232㎞를 주행한 뒤 계기판에 기록된 연비는 ℓ당 11.5㎞였다. 통상 차체가 높은 MPV는 코너를 돌 때 좌우로 기우는 롤링이 두드러지기 마련이다. 전고가 1955㎜에 달하는 높은 차체에도 LM 500h의 움직임은 차분했다. 렉서스는 LM 500h에 차체 강성을 높이고 무게중심을 낮춘 'GA-K' 플랫폼을 적용했다. 여기에 전자제어 가변 서스펜션(AVS)을 적용해 주행 상황에 따라 댐퍼의 감쇠력을 조절한다. 실제로 시속 60㎞로 코너를 돌아도 몸이 양옆으로 크게 쏠리지 않았다. 방지턱을 넘을 때도 차체가 뜨거나 출렁이는 대신 가볍게 타고 올라갔다가 부드럽게 내려왔다. 충격을 받은 뒤 차체의 진동이나 움직임도 빠르게 정리됐다. LM 500h는 4인승 로열과 6인승 이그제큐티브 두 가지 모델로 판매된다. 시승차인 4인승 로열은 운전석과 뒷좌석을 분리하는 파티션 글라스와 48인치 디스플레이, 마사지 기능을 갖춘 독립 시트를 적용했다. 6인승 이그제큐티브는 3열 시트와 14인치 후석 디스플레이를 갖췄다. 가격은 4인승 로열이 1억9620만원, 6인승 이그제큐티브가 1억4800만원이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석유제품 수출제한 7개월 만에 풀리나…정유업계, 경영부담 완화 기대감

정부가 7개월간 지속해왔던 석유제품 수출제한 조치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경영부담 완화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다. 업계의 수출 여력이 지난 3분기 들어 정부 제한의 상한선에 근접한 만큼, 업계를 중심으로 제한 완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최근 국내 석유제품 재고와 수급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존 석유제품 수출 제한 조치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와 함께 지난 3월 시행된 수출제한 조치는 국내 정유업계의 휘발유·경유·등유 등 석유제품 수출물량을 전년 동월 대비 100% 밑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골자다. 산업부가 제한조치 완화 검토에 나서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도 국내 정유사의 수출물량 확대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 같은 조치가 신속히 진행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인 지난 21일 자신의 X(구 트위터)를 통해 “국내공급 최고가 지정과 국내 공급물량 유지 행정명령을 통해 국내 경유·휘발유 소매가는 적정선에서 매우 잘 유지관리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최근 정유사 생산능력이 회복되고 국내 경유소비가 줄어 국내의무공급량을 적정하게 줄이고 정유사들의 수출물량을 늘릴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산업부의 수출제한 조치가 고시상 주무부처 장관의 판단에 따라 수출물량 한도를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별도 고시 개정 없이 신속한 완화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수출제한 완화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국내 정유업계로서는 정부의 이번 제한 완화 검토에 따라 내수환경에서 발생하는 경영부담을 일부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최고가격제 시행 장기화로 내수 손실이 지속되는 와중, 이를 메울 수출물량 역시 최근 제한조치 천장에 근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실제 국내 업계의 전년 동월 대비 경유 수출물량 비중은 지난 4월 84.5% 수준에서 5월 76.3%까지 하락한 뒤, 6월 90.9%까지 반등했다. 이후 7·8월은 각각 97.5%·96.8% 수준을 기록하면서 정부 수출제한 상한선(100%)까지 빠른 속도로 근접했다. 반면, 국내 경유 수요는 지난 8월 기준 897만9000배럴로 전월 대비 30.3%, 전년 동월 대비 31.5% 감소했다. 8월 국내 경유 재고의 경우, 전년 동월보다는 5.6% 감소했으나 전월보다 45.5% 증가하면서 업계의 수출을 제한할 유인이 약화됐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내수환경에서 석유제품 물량이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보니 일부 업체에서는 수출제한으로 재고가 누적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며 “수출제한이 완화되면 최고가격제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가 난관을 헤쳐나갈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수출제한 조치가 완화될 경우 업계도 적지 않은 수혜를 입게 될 전망이다. 글로벌 수급불균형이 장기화함에 따라 업계의 수출 단가 역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지난 8월 국내 업계의 경유 수출 단가는 배럴당 154.09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79.2% 오른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수출 시황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14일 발표한 '10월 석유시장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글로벌 경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2720만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170만배럴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달 글로벌 경유 수출량 역시 하루 평균 470만배럴로 전년 동월보다 약 70만배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동과 러시아의 수출 차질이 글로벌 공급부족을 심화시키는 양상이다. 지난달 중동·러시아의 경유 순수출량은 하루 평균 82만배럴로 전년 동월 대비 130만배럴 급감했다. IEA는 올해 4분기 글로벌 정유시설의 가동률 회복에도 불구하고 경유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글로벌 경유 재고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드는 시점도 내년 하반기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현장] 22만원 바람막이도 품절…한남동에 줄 선 ‘팔란티어 팬들’

2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문을 연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팔란티어의 팝업스토어. 22만5000원짜리 검은색 바람막이는 오후 1시 30분쯤 이미 품절돼 있었다. 한국 한정판으로 나온 흰색 바람막이에도 방문객들의 관심이 쏠렸다. 가격이 부담스러운 일부 방문객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티커를 살펴보며 구매를 망설였다. 정부기관과 기업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미국 AI 기업의 굿즈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이날 낮 12시 55분쯤 행사장 앞에는 사전 예약을 마친 방문객 50여명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디제이(DJ)가 틀어놓은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오후 1시부터 입장이 시작됐다. 1층에는 팔란티어 로고 모양의 금속 벤치가 놓였고, 연기를 활용한 전시 공간이 마련됐다. 2층에는 바람막이와 후드티 등 굿즈를 판매하는 매장이 들어섰다. 팔란티어가 지난해 성수동에 이어 올해 한남동에서 두 번째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22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가을·겨울(FW) 신상품을 한국에 먼저 공개했다. 팔란티어는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 등에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며 성장한 기업이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하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는 팬층이 형성돼 있다. ◇ 후드티 3장 사고, 엔지니어 만나러 오고 이날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들의 목적은 제각각이었다. 굿즈를 사려는 사람뿐 아니라 팔란티어 직원들을 직접 만나거나 회사의 기술을 알아보려는 사람도 있었다. AI 전환(AX) 컨설팅 프리랜서인 신유진(20대)씨는 이날 후드티 3장을 구매했다. 지난해 성수동 팝업을 찾았다가 긴 대기 줄 때문에 입장을 포기했던 그는 올해 사전 예약에 성공했다. 신씨는 대학원 졸업 후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했으며, 평소 제조기업 컨설팅에 활용할 수 있는 팔란티어의 기술에 관심을 가져왔다고 했다. 신씨는 “IT 업계에서는 콘퍼런스 등에 갈 때 기업 굿즈를 입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팔란티어 채용에도 지원했다는 그는 이날 구매한 후드티를 입고 지원 영상을 촬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이동민(24)씨는 굿즈를 구매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지난 9~10월 팔란티어 엔지니어들과 채용 면접을 진행했다는 이씨는 “면접 과정에서 회사에 더 관심이 생겼다"며 “회사 사람들과 네트워킹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팔란티어 주식 투자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는 “그냥 회사 자체에만 관심이 있다"며 “국내에서는 AI를 실제로 만드는 기업이 많지 않아 해외 기업에 더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굿즈를 구매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돈 없는 대학생이라서"라며 “가격이 많이 비싸더라"고 했다. 전직 방송계 종사자인 안상혁(29)씨는 동생의 주식 투자를 계기로 팔란티어를 알게 됐다. 방송계에서 AI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했다. 안씨는 “팔란티어는 정보를 많이 공개하지 않는 기업으로 알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팝업을 연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일 싼 게 스티커더라. 스티커라도 하나 사 갈까 생각 중"이라며 구매를 망설였다. ◇ '소버린 AI' 내걸었지만 기술 시연은 없어 올해 팝업의 주제는 '소버린 AI(주권 AI)'다. 기업이 자체 데이터와 AI 시스템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면서 AI를 활용한다는 개념이다. 행사장 화면과 굿즈에는 '소버린'이라는 문구가 등장했지만, 관련 기술을 직접 체험하거나 작동 원리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 전시보다는 의류와 기념품 판매에 무게를 둔 행사였다. 팔란티어는 굿즈를 통해 소버린 AI에 대한 관심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서 만난 채드 월퀴스트 팔란티어 AI 아키텍처 총괄은 “굿즈 자체보다는 소버린 AI라는 메시지가 중요하다"며 “티셔츠에 관련 문구를 넣으면 사람들이 그 의미를 궁금해하고 대화를 시작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데이터와 지식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모른 채 AI를 사용한다"며 “굿즈를 소버린 AI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팔란티어가 한국에서 2년 연속 팝업을 연 배경에는 높은 굿즈 구매 수요와 국내 사업 확대가 있다. 월퀴스트 총괄은 “한국은 미국을 제외하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라며 “조선과 인프라 등 중요한 산업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팔란티어의 사업과 접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작은 나라임에도 팔란티어 굿즈 구매 규모가 세계 2~3위 수준"이라며 “유럽 등 다른 지역보다 많이 구매한다"고 했다. 팔란티어가 올해 팝업 주제로 소버린 AI를 내세운 것도 한국 제조업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월퀴스트 총괄은 “소버린 AI는 기업과 기관이 보유한 지식이 외부 AI 모델 회사로 넘어가지 않도록 스스로 지키는 것"이라며 “한국은 특히 조선 등 제조업에서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가 중요한 만큼 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말하는 주권 보호란 모든 기업과 기관이 자체 지식과 기술에 대한 소유권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팔란티어는 국내 기업과의 협력도 넓히고 있다. 지난 1월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만나 AI 협력을 그룹 전반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조선과 정유, 건설기계에 이어 로봇과 전력기기 분야에도 팔란티어의 AI 플랫폼을 적용할 계획이다. 지난 7월에는 KT와 함께 네트워크 보안 관제와 에너지 운영을 최적화하는 AI 에이전트 개발에도 나섰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김윤정 인턴기자, 유재호 인턴기자

[중국 게임사의 두 얼굴①] 원화 쓸어담는 중국 게임사…위반은 반복, 감독은 허술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2025년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의 연간 매출액은 약 52억달러(약 7조2800억원)로 추정된다. 연 매출액이 가장 많은 게임 1위는 국산 게임인 엔씨의 '리니지M'이었지만, 2위와 3위는 중국산 게임인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Century Games)과 '라스트 워: 서바이벌'(FUNFLY)이 차지했다. 데이터 분석 업체 앱매직에 따르면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과 '라스트 워: 서바이벌'의 지난해 한국 매출액은 각각 1억5772만달러(약 2208억원), 1억5500만달러(약 2170억원)로 추산된다. 중국산 게임 하나가 한국 시장에서만 연간 2200억원대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계 게임의 국내 시장 공략은 대형 흥행작에 그치지 않는다. 삼국지 등 한국 이용자에게 친숙한 소재를 앞세운 게임들도 잇따라 진출하며 유료 상품 판매 경쟁을 벌이고 있다. ◇ 韓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 7.3조…매출 2·3위는 중국산 유료 상품을 판매하거나 이용자가 고액을 결제하는 행위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판매 과정에서 이용자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는지, 공지한 확률과 실제 운영이 일치하는지, 분쟁이 발생했을 때 사업자가 책임 있게 대응하는지에 있다. 한국에서 매출을 올리는 해외 게임 사업자에게도 국내법이 적용된다. 그러나 법률상 의무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의무를 실제로 이행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 중국 게임사 142곳서 법규 위반 1033건…국내 업체 전체보다 많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의원(국민의힘)이 지난해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3월 22일부터 2025년 9월 22일까지 국내외 게임사업자 338곳에서 확률형 아이템 정보 표시 의무 위반 사례가 2181건 적발됐다. 해외 게임사의 위반 건수는 1524건(69.0%)으로, 이 가운데 중국 소재 게임사의 위반 건수는 1033건으로 전체의 47.4%에 달했다. 중국 게임사의 위반 건수만 국내 게임사의 위반 건수(657건)보다 376건 더 많았다. 우리나라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획득 확률 등의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이용자가 구매 전에 당첨 가능성을 확인하도록 한 것이다. 이 법은 지난 2024년 3월 22일부터 시행됐는데, 법 시행 이후에도 확률정보를 누락하거나 표시 기준을 지키지 않은 사례가 잇따랐다. 시정명령마저 이행하지 않은 게임사도 있었다. 중국 소재 한 게임사는 지난해 3월 10일 확률정보 미표시로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약 7개월이 지나도록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확률정보 표시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시정명령과 국내 유통 제한 등 법률에 따른 후속 조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해외 사업자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위반 상태를 바로잡기까지 추가적인 행정절차가 필요하다. ◇시정 요청받은 해외 게임사 85.6%…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 없어 최근 3년간 시정 요청을 받은 해외 게임사 10곳 중 8곳 이상이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복적으로 법규 위반이 확인되더라도 국내 대리인을 둘 의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해외 게임사에 대한 행정 감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의원(조국혁신당)이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시정 요청을 받은 해외 게임사 277곳 중 237곳(85.6%)은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 대상이 아니었다. 중국 소재 한 게임사는 6개 게임에서 총 30차례 시정 요청을 받았지만 국내 대리인을 두지 않았다. 정식 시정명령을 받은 해외 게임사 18곳 중에서도 16곳에 국내 대리인이 없었다. 현행 제도는 전년도 전체 매출액이 1조원 이상이거나 국내 모바일기기에서 하루 평균 1000건 이상 설치되는 게임을 서비스하는 해외 사업자 등을 국내 대리인 지정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게임 유통 질서를 현저히 해치는 사건·사고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보고 요구를 받은 사업자도 대상에 포함된다. 그러나 법규 위반에 따른 시정 요청이 반복되더라도 그 자체로는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사업 규모 등 법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위반 행위가 반복되거나 정식 시정명령을 받더라도 국내에 공식적인 소통 창구를 확보하기 어려운 셈이다. 국내 대리인이 이용자 환불을 보장하거나 해외 사업자의 모든 법적 책임을 대신 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감독기관이 해외 사업자와 소통하고 법령상 의무 이행을 요구할 수 있는 공식 창구라는 점에서 행정 감독의 실효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결국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의 사각지대에 놓인 해외 게임사가 법규 위반을 반복하거나 행정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가 과제로 남는다. 사업자의 규모뿐 아니라 반복적인 위반 행위와 행정 조치 불이행 가능성 등을 고려해 감독 수단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 천만원 넘게 썼는데 안 떠…확률정보 사실 확인은 어려워 해외 게임사에 대한 감독의 한계는 이용자가 확률형 상품의 추첨 결과에 의문을 제기할 때 드러난다. 고액을 결제하더라도 공지된 확률이 실제로 적용됐는지 이용자가 직접 검증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계 모바일게임 '삼국지왕전'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제기됐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이 게임에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 이상을 지출한 복수 이용자의 결제 내역을 확보했다. 일부 이용자는 확률형 상품을 반복 구매하는 과정에서 특정 유형의 카드가 연속적으로 등장하자 실제 추첨 확률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게임사는 지난 14일 복수 이용자의 무장 모집 기록 제공 요청에 대해 서버 원본 로그를 포함한 시스템 데이터는 내부 보안 규약상 외부에 별도로 제공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용자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하고, 의심 정황이 발견되면 외부 전문가의 통계 검증을 거쳐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외 사업자가 감독기관의 자료 제출 요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이용자는 결제 즉시 대금을 지불하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추첨 기록 확보부터 사실관계 검증, 피해 구제까지 상당한 시간과 절차를 감수해야 한다. 한국 시장에서 수익을 올리는 해외 게임사업자가 국내법을 위반했을 때, 정부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법률에 제재 수단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위반 여부를 검증하고 시정을 강제하며, 책임 이행까지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경민 기자 darkhorse1978@iclou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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