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한항공 독주’ 굳어진다…항공업계 ‘양극화’ 심화

내년 ‘대한항공 독주’ 굳어진다…항공업계 ‘양극화’ 심화

2026년 대한민국 항공업계가 대한항공과 '나머지 항공사' 간의 실적 격차가 극복하기 힘들 정도로 벌어지는 구조적 '양극화'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고환율·고유가·인건비 상승 등 3중고가 업계를 덮친 가운데 상대적으로 기초 체력이 약한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좁아진 단거리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에 내몰릴 전망이다. 반면, 대한항공은 장거리 노선의 독점적 지위와 탄탄한 화물 수익, 프리미엄 여객 수요를 바탕으로 '나 홀로 고공 비행'을 이어가며 시장 지배력을 절대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 256GB DDR5 서버용 D램 ‘인텔 제온 6’ 인증 통과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5세대(1b) 32Gb 기반 고용량 서버용 D램 모듈 제품인 256GB DDR5 RDIMM을 인텔 제온 6 플랫폼에 적용하기 위한 인텔 데이터센터 인증(Intel Data Center Certified) 절차를 통과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인증 절차는 미국에 위치한 인텔의 첨단 연구시설인 어드밴스드 데이터센터 디벨롭먼트 랩(Advanced Data Center Development Laboratory)에서 진행됐다. 이 곳에서 SK하이닉스는 수차례의 다면 평가를 거쳐 이번 제품이 제온 플랫폼과 결합했을 때 신뢰할 수 있는 성능과 호환성, 품질을 갖췄다는 결과를 얻었다. 회사는 이에 앞서 올해 1월, 10나노급 4세대(1a) 16Gb 기반 256GB 제품에 대한 인증도 받은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서버용 CPU 시장을 선도하는 인텔의 최신 서버 플랫폼과의 호환성을 업계 최초로 검증 받으며 당사의 고용량 DDR5 모듈 기술력이 글로벌 최고 수준임을 입증했다"며 “이를 발판으로 글로벌 주요 데이터센터 사업자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급증하는 서버 고객들의 수요에 적기 대응해 차세대 메모리 시장 리더십을 이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AI 인프라에서 메모리는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AI 추론 모델들이 단순 답변 생성을 넘어 복잡한 논리적 사고 과정을 수행하면서,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처리하려면 고용량·고성능 메모리가 필수적이며, 이에 따른 시장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회사는 이번 제품이 늘어나는 시장 수요에 부응하는 최적의 솔션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개발진은 “이번 제품을 탑재한 서버는 32Gb 128GB 제품을 채용했을 때 대비 16% 추론 성능이 향상된다"며 “32Gb D램 단품 칩을 활용한 설계로 전력 소모량도 기존 1a 기반 16Gb 256GB 제품보다 최대 약 18%까지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성비를 중시하는 데이터센터 고객들의 높은 관심이 예상된다. 이상권 SK하이닉스 부사장(DRAM상품기획 담당)은 “서버용 DDR5 D램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확실히 하면서 고객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풀 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로서 고성능·저전력·고용량 메모리 수요 확산에 적극 대응해 고객들의 만족을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LG U+, 5년 연속 ‘지역사회공헌 인정 기관’ 선정

LG유플러스가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공동 주관하는 '지역사회공헌 인정제'에서 최고 등급인 S등급을 획득했다. 이로써 LG유플러스는 5년 연속 지역사회공헌 인정 기관으로 인정받았다. 18일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지역사회공헌 인정제'는 비영리단체와 협력해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펼친 기업과 기관의 공로를 인정해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심사는 환경경영(E), 사회적 책임경영(S), 투명경영(G) 3개 영역으로 구분해 진행되며, 19개의 심사 지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등급이 부여된다. LG유플러스는 올해 평가에서 친환경 경영 체계 구축과 지역사회와의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협력 성과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구체적으로 LG유플러스는 매년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환경 목표를 수립하고, 에너지·폐기물·용수 등 주요 지표를 관리하며, 내부 심사를 실시해 사업장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ISO 14001(환경경영시스템) 인증 자격 획득으로 이어졌다. 이로써 LG유플러스는 환경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관리·개선하기 위한 국제 규격인 ISO 14001 인증을 2년째 유지하게 됐다. 또한 LG유플러스는 친환경 경영체계 구축을 위해 건축물에도 에너지 효율 설비를 적용했다. 주요 연구개발(R&D) 조직이 입주해 있는 LG사이언스파크(마곡)는 최초 설계 단계부터 에너지 효율 설비를 적용, 2018년부터 국제 친환경 건축 인증인 녹색건축인증(LEED) '실버'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협력하기 위한 사회공헌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독거어르신 반찬 나눔 △'배터리 리사이클링 원팀(이하 배리원)' 협의체 운영 △ 장애가정 청소년에게 장학금과 멘토링을 지원하는 '두드림 U+요술통장' △군인 자녀를 대상으로 맞춤형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아이드림챌린지' △순직 소방관 유가족 지원을 위한 추모 마라톤 '119메모리얼런' 등을 전개하고 있다. 향후 LG유플러스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와 협력해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박경중 LG유플러스 대외협력담당(상무)은 “지역사회와의 협력은 단기간 성과가 아니라 꾸준히 이어가야 할 과제"라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中 철강수출 관리로 ‘저가물량 감축’ 기대…K철강, 한숨 돌리나

중국이 저품질 철강제품에 대한 수출 관리를 예고하면서 한국 철강사들이 저가재 공급 과잉 고민을 덜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중국 경기 부양책 발표나 철강 감산 같은 과거 조치와 다르게 수출량 감축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특히 무역조치 보호막이 없던 철근 시장에는 조금이나마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중국의 이 같은 정책이 나중에 고부가가치 소재 중심 경쟁력 면에서 한국을 추격할 단초라는 시각도 나온다. 17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내년부터 300여개의 철강제품을 대상으로 수출 관리 대상으로 둘 예정이다. 대상 철강제품들은 선철·철스크랩 같은 원료부터 빌릿·슬라브 등의 반제품, 열·냉연강판이나 도금강판 같은 완성품까지 광범위하다. 수출 관리 대상에 오르면 수출 계약 내용과 품질 검사 결과 등을 기반으로 수출 허가 여부를 따지게 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 9월 철강 수출 구조를 최적화하기 위해 2025~2026년 철강산업 성장 안정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철강업계 성장률 목표를 연평균 4% 내외로 성장률을 맞춰 업계 수익성을 회복하고, 생산능력 정밀 조정과 공장 설비 고도화, 수출 관리 강화 등 10개 조치를 제시한 바 있다. 중국철강협회는 첸 레이밍 회장 명의의 성명서를 내고 이번 발표에 대해 “저부가가치 철강재의 관리되지 않는 수출을 억제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기업들의 세계 무역장벽 대응과 친환경 전환을 촉진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철강 시장은 저가 제품의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다가 올해 들어 주춤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1~10월 생산한 철강제품이 8억1790만톤으로 전년 동개 대비 3.9% 줄었지만, 2위인 인도보다 5배 넘게 많았다. 철강업계는 아직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중국의 감산 조치와 수출 통제 예고는 지난해부터 이어졌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후판 한국 무역당국이 후판과 열연강판에 반덤핑 같은 조치를 내린 이후 가격이 과도하게 내려가는 문제가 완화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중국에서 나온 철강 감산 예상과 달리, 이번에는 저품질 철강재의 중국 밖 수출을 제한한 내용이 들어있다"며 “정부 철강산업 고도화 대책이 나오고 내년 상반기 K스틸법(철강산업 특별법)도 시행될 예정이라 시황 개선 기대감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강종은 철근이다. 철근은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로 내수가 줄어든 데다 같은 문제를 겪는 중국에서 철근 물량이 늘어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이 동시에 나타났다. 국내 철근 제품의 기준 가격은 톤당 92만원이지만, 시장 유통 가격은 올 하반기 들어 70만원선 아래로 내려가 있다. 판재와 달리 철근은 반덤핑 관세 등 무역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다. 올 들어 철강사들은 철근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기도 했다. 현대제철은 4월 한달간 인천 철근공장을 셧다운(전면 가동 중단)했고, 여름철 대보수를 진행하며 철근 생산 감축 효과를 봤다. 동국제강은 7~8월에 걸쳐 인천 철근공장을 멈췄다가 축소 가동하고 있다. 철근 생산이 대부분인 중소 철강사들도 영향을 받는 상황이다. 가동 중단으로 철근 시장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효과가 미미했다. 정부의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에도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철근을 중심으로 가동 축소 같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중국의 철강 기술 추격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품질 철강 제품 수출을 관리해 세계 시장에서 반덤핑 무역장벽을 피하는 동시에, 중국 철강산업을 고도화해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철강협회는 철강사들을 향해 새 정책에 적응할 것을 주문하며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고성능 베어링강과 내열 합금 같은 고품질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고려아연, 내년 대졸자 채용 규모 2배↑…“온산-美 현지 제련소 시너지 극대화”

고려아연이 미국 제련소 건설과 온산제련소의 고도화를 위해 내년도 국내 채용 규모를 기존 계획 대비 2배로 대폭 확대한다. 해외 투자가 국내 생산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일축하고 글로벌 확장을 통해 국내 사업장의 경쟁력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낙수 효과' 전략을 분명히 한 것이다.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이 울산시청을 방문해 김두겸 울산광역시장에게 미국 제련소 건설 계획과 이에 따른 지역 경제 파급 효과를 설명하며 이 같은 채용 계획을 17일 밝혔다. 고려아연은 2026년 대졸 신입 사원 채용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두 배 이상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는 미국 정부와 함께 약 11조 원을 투자해 건설하는 미국 제련소 운영과 기존 온산 제련소의 신규 설비 투자에 필요한 인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함이다. 최 회장은 이날 면담에서 “미국 제련소 건설은 세계 최대 핵심 광물 시장인 미국의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온산 제련소의 생산 물량을 이전하는 것이 아니므로 인력이나 규모 축소 우려는 기우"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미국 제련소의 엔지니어링·건설·운영 초기 단계에 원천 기술을 보유한 온산 제련소의 숙련 인력을 투입하고 이에 따른 공백을 신규 채용으로 메운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2028년부터 온산 제련소에서 게르마늄과 갈륨 등 핵심광물을 생산하기 위한 신규 설비 투자도 진행 중이어서 추가적인 인력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고려아연의 임직원 수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말 1396명이던 임직원 수는 올해 12월 기준 2085명으로 5년 새 약 49%(689명) 증가했다. 고려아연은 과거 호주 진출 사례를 들며 이번 미국 투자가 온산 제련소의 '제2의 도약'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1990년대 후반 호주 썬메탈 제련소(SMC) 건설 당시에도 국내 생산 감소 우려가 있었으나 온산 제련소는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SMC가 준공된 2000년 당시 온산 제련소의 아연·연 생산 능력은 각각 37만 톤, 19만 톤 수준이었으나, 2024년 현재 아연 64만 톤, 연 43만 톤으로 생산 규모가 수배 이상 확대되며 세계 1위 제련소의 입지를 굳혔다. 회사 측은 미국 제련소 운영 노하우가 역으로 국내에 이식되는 '기술 선순환'도 기대하고 있다. 환경 및 안전 규제가 엄격한 미국 현지 기준에 맞춰 개발된 첨단 공정과 운영 시스템을 온산제련소에 적용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번 투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핵심 광물 공급망 강화'의 이정표로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와 파이낸셜 타임즈(FT)·월 스트리트 저널(WSJ)·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고려아연의 미국 투자가 중국의 자원 무기화를 견제하고 미국의 국가 안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투자는 고려아연이 미국의 '국가 안보 공급 업체'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JP모건체이스와 미국 정부가 반도체·방위·항공우주 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을 공급할 고려아연의 계획을 지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FT는 최윤범 회장이 지난 8월 한국 경제 사절단으로 워싱턴을 방문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이번 사업은 한국이 미국 내에서 진행하는 핵심광물 분야 최대 투자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특히 “고려아연은 안티모니·인듐·텔루륨·카드뮴·게르마늄 등 중국의 엄격한 수출 통제 대상인 핵심 소재를 다수 생산하고 있어 전략적 중요성이 강조된다"고 분석했다. WSJ과 로이터 역시 “중국이 희토류 공급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미국과 한국이 안정적이고 독립적인 공급망 확보를 추진하는 과정"이라며 이번 시설이 전자제품과 무기 생산에 필수적인 원자재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정부의 기대감도 남다르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1970년대 이후 이 같은 대규모 아연 제련소 건설은 없었다"며 “핵심 광물에 대한 미국의 해외 의존을 끝내고 노동계층의 번영을 회복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계속 활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투자는 울산 지역 경제와 협력사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고려아연의 사업 확장에 따라 계열사와 협력사들도 추가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등 고용 창출 효과가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려아연은 2차 전지 소재·신재생 에너지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어 관련 계열사의 고용도 지속해서 늘어날 예정이다. 김두겸 시장은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설은 온산제련소와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며 “울산을 거점으로 둔 세계적인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자원이 부족한 한국에서 고려아연이 성장할 수 있었던 원천은 결국 '사람'"이라며 “미국 제련소 건설은 온산 제련소와 협력사, 나아가 울산과 국내 경제가 동반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두산, SK실트론 품고 미래 도약…SK, AI 기반 다지고 재무 개선

두산이 세계 3위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을 인수한다. SK㈜는 17일 SK실트론 지분 매각을 위해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통보했다고 공시했다. 또한 “세부적인 사항은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으로, 추후 관련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3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설명했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칩의 핵심 기초소재인 반도체용 웨이퍼를 생산하는 국내 유일 전문기업이다. 12인치 웨이퍼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3위다. 매각 대상은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로 알려졌다. 전체 회사 가치가 5조원 수준이라는 평가를 고려하면 이번 인수 규모는 3조∼4조원대일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한 나머지 SK실트론 지분 29.4%를 이번에 함께 매각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최근 두산그룹은 반도체 테스트 기업 두산테스나와 자회사 엔지온을 인수하는 등 반도체 소재 장비 사업을 육성하며 사업 재편을 추진 중이다. 이번에 SK실트론을 인수할 경우 반도체 사업 분야 경쟁력은 크게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경북 구미 소재 SK실트론 본사와 공장에 대한 실사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두산그룹이 SK그룹으로부터 국내 유일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을 인수하는 것은 단순한 계열 확장을 넘어 그룹의 산업 포트폴리오 전환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두산이 에너지·기계 사업에 이어 첨단 반도체를 주축으로 한 근본적인 그룹 체질 개선을 본격화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년에 걸쳐 진행한 리밸런싱(사업 재편) 전략의 일환으로 이번 매각을 추진해 온 SK그룹은 인공지능(AI) 밸류체인 중심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윈윈'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 두산 기존 반도체 사업과 시너지 기대…“근본 체질 개선 계기" 두산이 12인치 웨이퍼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3위 기업인 SK실트론을 인수하면 반도체 전·후방 사업을 아우르는 핵심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으로 단기간에 도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K실트론은 메모리·비메모리를 가리지 않고 글로벌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을 고객으로 확보해 왔다. 앞서 두산은 2022년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국내 1위 기업인 두산테스나를 인수했으며, 이후 반도체 전·후방 연계 사업을 염두에 두고 관련 기업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향후 두산테스나와 ㈜두산의 전자BG(전자비즈니스) 사업부, SK실트론을 세 축으로 반도체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테스나는 비메모리 반도체 테스트를, ㈜두산 전자BG사업부는 반도체 기판용 동박적층판(CCL) 생산을 맡고 SK실트론은 맞춤형 웨이퍼를 공급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SK실트론 인수는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안정적 사업구조를 구축하고,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붐으로 성장하는 시장에 발 빠르게 진입해 고정적 매출원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아울러 두산이 그간 축적한 전방위 기술력과 SK실트론 간 시너지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두산이 고정밀 기계 가공과 공정 자동화, 발전·플랜트 분야에서 보유한 기술이 웨이퍼 제조 공정의 설비 고도화와 생산 효율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두산이 최근 강조해 온 디지털 전환(DX)과 스마트팩토리 역량을 접목하면 공정 안정성과 수율 개선 측면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SK실트론 인수는 두산이 전통 제조업 기반에서 첨단소재·기술 중심으로 근본적인 체질을 다시 한번 바꿀 수 있는 계기라는 평가도 있다. 두산은 2007년 당시 미국 건설기계 기업이던 밥캣(현 두산밥캣)을 인수하면서 유통 등 소비재 기업에서 기계·중공업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 2020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겪은 후 지난해에는 사업 재편을 거쳐 스마트머신(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클린에너지(두산에너빌리티·두산퓨얼셀), 반도체·첨단소재(두산테스나)의 3대 축으로 사업 구조를 세웠다. 향후 두산은 SK실트론을 통해 그간 상대적으로 약한 축으로 평가받아 온 반도체와 첨단소재 중심의 미래 사업을 강화하며 재차 도약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 리밸런싱 막바지 들어선 SK…AI 중심 '선택과 집중' 이번 거래는 SK그룹이 작년 초부터 사업 전반에 걸쳐 진행해 온 리밸런싱의 '마지막 퍼즐'로 해석된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운영 효율화 등을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의 SK E&S 합병, SK온의 SK엔무브 합병, SK에코플랜트의 환경 자회사 매각 및 반도체 자회사 편입 등이 이뤄졌다. SK의 이번 매각 결정은 단순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아닌 그룹이 추구하는 '본원적 경쟁력'을 명확히 하는 전략적 판단으로 읽힌다. SK는 2012년 SK하이닉스(옛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이후 2017년 LG그룹으로부터 LG실트론을 인수하는 등 반도체 소재·부품을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에 주력해 왔다. SK실트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안정적인 고객사를 확보해 SK 편입 이후 한 번도 적자를 낸 적 없는 '알짜 기업'으로 평가됐다. AI 수요 확대와 주요 고객사의 가동률 상승 등에 힘입어 중장기 업황 전망도 비교적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SK는 AI 대전환기라는 산업 환경 변화 속에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AI 밸류체인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웨이퍼 등 소재 분야는 그룹 차원에서 직접 보유하기보다 협력이나 거래 구조를 통해 관리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봤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운영개선(O/I·Operation Improvement)을 잘해야만 그 위에 AI를 더 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SK실트론 매각 역시 이 같은 기조 아래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반을 다지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 산하에서는 SK하이닉스와의 거래가 부각되다 보니 SK실트론의 외형 확장에 제약이 있다는 시선도 있었다"며 “여러 고객사와의 거래 확대는 웨이퍼 산업 경쟁력과 AI 시대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매각은 재무구조 개선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SK는 매각으로 확보한 수조원의 재원을 AI·반도체 핵심 사업에 대한 투자와 재무 안정성 제고에 투입해 그룹 전반의 투자 여력과 신용도를 보완하는 데 활용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알파7V로 풀프레임 카메라 절대 1위 차지”…소니의 호언장담

소니코리아가 '알파(Alpha) 7 시리즈' 신모델을 국내에 출시하며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이미 글로벌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상품성을 더욱 끌어올린 제품을 출시하며 국내에서도 '왕좌'를 확실히 지키겠다는 구상이다. 소니코리아는 1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풀프레임 하이브리드 카메라 '알파 7 Ⅴ'(A7M5)를 공개했다. 소니는 글로벌 카메라 분야 최강자 중 하나다. 특히 지난 2013년 35mm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알파 7', '알파 7R'을 출시하며 시장에 큰 변화를 유도했다. 기존 DSLR 위주로 편성돼 있던 판도를 미러리스 제품으로 가져온 것이다.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A7M5는 국내 풀프레임 카메라 시장에서 역대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알파 7 시리즈의 다섯 번째 모델이다. 전작 A7M4 이후 4년만에 신모델로 돌아온 것이다. 키타지마 유키히로 소니코리아 대표는 “알파 7 시리즈는 풀프레임 미러리스 분야 전환점을 만들었고 알파 7 V는 시장을 더욱 진화시키는 제품"이라며 “소니가 풀프레임 카메라 시장에서 절대적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A7M5는 화질이 개선됐다. 새롭게 개발된 약 3300만 화소 부분 적층형 CMOS(Complementary Metal-Oxide-Semiconductor) 이미지 센서와 새로운 이미지 프로세싱 엔진이 들어갔다. 이를 통해 처리 속도, 색상 정확도, 이미지 캡처 및 영상 등 전반적인 성능이 개선됐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A7M5는 부분 적층형 센서를 통해 초당 최대 60회 고정밀 트래킹 및 AF·AE 트래킹을 지원한다. 여기에 최대 16스톱의 다이나믹 레인지를 구현했다. 이로 인해 밝은 영역부터 어두운 영역까지 폭넓은 명암 표현으로 깊이 있고 풍성한 사진의 표현력을 경험할 수 있다고 소니코리아는 소개했다. 인공지능(AI) 기술도 적용됐다. '자동 화이트 밸런스'(AWB) 기능은 광원의 색을 추정하는 AI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덕분에 기존 A7M4보다 더욱 정확하고 안정적인 색 재현력을 보여준다. 후반 작업 시간 역시 단축시켜준다. 사용 시간은 더욱 길어졌다. 새로운 모니터 저전력 모드가 배터리 수명을 연장하고, 개선된 발열 관리 기능이 품질을 올리는 데 기여한다. 뷰 파인더 사용 시 약 630장, 액정표시장치(LCD) 사용 시 약 750장 촬영이 가능하다. 소니는 A7M5에 4K 녹화 모드를 추가 도입했다. 제작자가 풍부하고 세밀한 영상을 만들고 이를 유연하게 편집할 수 있게 돕기 위해서다. AI 기반 피사체 인식으로 녹화 중 최적의 피사체 구도를 유지시켜 주는 '오토 프레이밍'(Auto Framing) 기능도 탑재됐다. 새롭게 들어간 노이즈 감소 및 향상된 내장 마이크 기능은 주위의 소음을 줄여주고 간섭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소니코리아는 신제품 출시와 함께 고객과 소통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제품을 체험하고 프로 사진 작가의 사용기와 촬영 팁을 들을 수 있는 신제품 체험회를 전국에서 개최한다. 이날 콘래드서울을 시작으로, 대구, 부산, 대전, 광주, 제주 등을 찾아갈 계획이다. 각 지역별 행사 일시 및 참가 신청에 대한 정보는 소니코리아 알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A7M5의 소니스토어 판매가는 359만9000원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HD현대 김장나눔봉사에 정기선 회장, 수육 들고 ‘깜짝 등장’ 화제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사내 연말 이웃돕기행사에 참여한 임직원 및 임직원 가족을 위해 직접 수육 음식을 준비해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뒤늦게 화제에 올랐다. 17일 HD현대에 따르면, 지난 5일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에서 열린 '김장 나눔봉사'로 마련한 총 7000㎏ 규모의 김치를 전국 아동생활시설과 성남 지역의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했다. 올해 김장 봉사에는 임직원과 임직원의 가족 등 총 32명이 참여했다. 참여자들은 위생복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김장 교육을 받은 뒤 '급식대가'로 알려진 이미영 셰프로부터 고구마 김치 레시피와 김장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특히, 이날 김장봉사 현장에 정기선 회장이 깜짝 등장해 참여자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정 회장은 이미영 셰프에게서 전수받은 레시피로 수육 음식을 직접 준비해 이날 참석한 임직원과 가족들에게 제공하고 나눔활동을 격려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정기선 회장은 사내 행사에 종종 깜짝 등장해 임직원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격려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HD현대는 성남뿐 아니라 울산과 인천 등지의 계열사에서도 김장 나눔을 이어갔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1월 26일 울산에서 '2025년 사랑의 김장 나누기'를 열고 6000상자(총 3만㎏) 분량의 김치를 울산 지역 취약계층 약 4300세대와 복지시설 50곳에 후원했다. HD현대 건설기계 부문도 11월 인천·울산·군산에서 임직원 참여 김장 나눔을 진행해 총 2400박스를 복지 사각지대 이웃에게 전달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앞으로도 현장에서 함께하는 나눔과 소통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15% 관세, 보조금 폐지로…현대차·기아, 내년에도 ‘수익 경고등’

미국 관세 여파 등으로 수익성이 흔들린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내년에도 실적 방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와 중국 기업들의 급성장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부담과 위기감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판매시장의 경쟁 심화와 관세 부담 등으로 내년 현대차·기아의 이익 규모는 올해보다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미국발 관세 여파로 수익성이 크게 흔들린 만큼 내년 실적에 대한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미국 관세가 적용된 이후 수익성이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관세 리스크가 가장 컸던 3분기의 경우 현대차는 매출 46조72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9.2% 줄어든 2조5373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기아 역시 매출 28조686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2% 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49.2% 급감한 1조4622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이 가운데 현대차·기아는 관세 비용으로 각각 1조8000억원, 1조2340억원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모두 3분기에만 약 3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부담한 셈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 정부가 대미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했지만 관세 부담이 여전히 남아 있어 현대차·기아의 수익성 불확실성은 4분기뿐 아니라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 배경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로 누려온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면서 기본적인 수익성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미 자동차 관세율이 하향 조정됐지만 그동안 무관세 혜택을 누려온 현대차·기아는 여전히 15%의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며 “15%는 기존 25%보다 낮아 보일 수 있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발표한 내년 자동차 산업 전망 자료 역시 현대차·기아가 관세 부담과 이를 회피하기 위한 현지 공장 설비 투자 등으로 내년 수익성 확보에 다소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폐지로 현지 수요 둔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9월 말부로 폐지된 대당 7500달러의 전기차 보조금으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가 위축되면서 현대차·기아의 판매 성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지난 10월 보조금 폐지 이후 현대차 아이오닉5는 11월 판매량이 전년 대비 59% 급감한 2027대에 그쳤으며 아이오닉6도 56% 감소한 489대에 머물렀다. 기아 EV9은 918대(전년 대비 57% 감소), EV6는 603대(전년 대비 68% 감소)로 절반 이상 줄었다. 더불어 중국 전기차의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는 가격 경쟁력과 공급망 우위를 앞세워 현대차·기아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할 수 있는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대차·기아는 관세 부담과 투자 비용, 현지 수요 둔화라는 삼중고 속에서 내년 실적 방어에 더욱 신중하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차·기아는 관세 대응 및 수익성 방어를 위해 내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역량을 끌어올려 미국 100만대 생산 체제를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통해 미국 판매량의 현지 생산 비중을 60%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글로벌 시장에는 현지 전략형 모델을 출시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 점유율 방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를 계기로 가격 경쟁력과 소비자 선호에 맞춘 맞춤형 제품 공급으로 글로벌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기자의 눈] 자사주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아니다

식민 지배, 전쟁, 군사독재, 외환위기. 한국 근현대 경제사를 꿰뚫는 핵심 키워드다. 파란만장한 역사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구조를 탄생시켰다. 옥스퍼드사전에도 등재돼 있는 대체불가능한 한국 고유의 단어 '재벌(Chaebol)'이다. 재벌 대기업 중심 경제 발전은 우리나라를 빠르게 선진국 반열에 올리는 데 기여했다. 석유 한 방울 없는 나라가 글로벌 석유화학제품 생산거점으로 거듭났다. 기술·자본 모두 부족했던 삼성은 '반도체 초격차 신화'를 썼다. 국민들도 마음속으로 '한국 기업'을 응원했다. 해외에서 삼성·현대차의 로고를 보면 많은 이들이 묘한 뿌듯함을 느낀다. 100년 넘게 이어진 독립운동정신의 연장선인 듯하다. 외국계 자본이 우리 기업 지분을 사들이면 이를 '공격'이라고 표현한다. 정부는 대기업 총수를 '동일인'이라고 지정하며 별도로 관리한다. 글로벌 스탠다드 관점에서는 어느 하나 평범한 게 없다. 문제는 어느 순간 재계가 '한국의 특수성'과 '재벌 특혜'를 혼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뜨거운 감자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란 사례가 대표적이다. 재계는 해당 상법 개정에 반대하며 “경영권 방어 수단이 사라진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사주는 주주 전체의 돈으로 사들인 '회사의 자산'이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를 소각하는 게 전세계 자본시장의 상식이다. 특정 총수 개인의 지배력 유지를 위해 이를 우호 세력과 맞교환하는 행위는 배임이라고 보는 게 합당하다. 회사 돈으로 본인 경영권을 지킨다는 생각 자체를 했다는 게 놀랍다.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꽃놀이패'로 활용하는 관행은 재계의 도덕적 권위를 스스로 갉아먹는 행위다. 기업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주주 권익을 침해하면서 노동계·정치권을 향해 “법과 원칙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재계가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등에 반대할 때 내세운 명분도 '글로벌 기준'이 아니었나?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고집하는 것은 재계가 '기득권 지키기'에 스스로 매몰돼 있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명분이 무너지면 시장, 주주, 국민 모두 기업의 편에 서지 않는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박윤영 KT호에 던져진 과제 ‘해킹 보안·AI 투자’

KT 차기 최고경영자(CEO) 최종 후보로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이 선정되면서, 박 내정자가 풀어야 할 과제에 관심이 쏠린다. 최종후보 낙점과 함께 KT의 단순한 조직 안정이나 내부 수습을 넘어 보안 신뢰 회복과 인공지능(AI) 성장 전략 재설계라는 구조적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박 내정자의 경영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추위)는 지난 16일 박윤영 전 사장을 비롯해 주형철 전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홍원표 전 SK쉴더스 대표 등 3명을 대상으로 대면 면접을 실시한 뒤 박 전 사장을 차기 CEO 최종 후보로 낙점했다. 이추위는 박 내정자에 대해 “KT 사업 경험과 기술 기반의 경영 역량을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DX)·기업 간 거래(B2B) 분야에서 성과를 거둔 인물"로 평가했다. 김용헌 이추위 의장은 “박윤영 후보가 새로운 경영 비전 아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 대내외 신뢰를 조속히 회복하며 이해관계자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부연설명했다. KT CEO는 5만7000여명에 달하는 그룹 임직원과 약 46조원 규모의 자산을 책임지는 자리로, 통신업계 안팎에서 그 상징성과 무게가 상당하다. 업계에서는 박 내정자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과제로 해킹 사태 수습과 신뢰 회복을 꼽는다. 이번 사건은 피해 규모보다도 KT의 보안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를 흔들었다는 점에서 파장이 컸다. KT에서는 지난 8월 불법 초소형 기지국(펨토셀)을 활용한 무단 소액 결제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피해자 368명, 피해 금액은 2억4000만원으로 집계됐으며, 개인정보 유출 정황이 확인된 가입자만 2만2227명에 이른다. KT는 지난 9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서버 침해 흔적 4건과 의심 정황 2건을 신고했다. 김영섭 현 대표가 해킹 사태의 책임을 지고 연임을 포기한 만큼 조속한 사태 수습과 재발 방지의 과제가 차기 대표의 어깨로 지워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해킹 사태 이전부터 향후 5년간 정보보호 분야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는 KT가 박 내정자 취임 이후에 보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관리 체계 개편을 빠르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보안 문제와 맞물려 AI 사업 전략의 재정비 역시 새 대표가 짊어져야 할 핵심 과제다. 통신 본업의 성장성이 둔화되는 가운데 KT는 AI를 미래 먹거리로 내세우며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KT는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정부가 추진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탈락한 데다 이후 해킹 사태까지 겹치며 AI 사업 추진 동력이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MS), 팔란티어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 역시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박윤영 CEO 내정자가 AI 기술 자체보다 산재된 AI 조직과 투자 전략을 통신·B2B 사업과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할지에 대한 '경영적 조정자'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 전환 과정에서 데이터 활용과 네트워크 고도화가 필수적인 만큼, 보안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AI 전략 역시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두 과제는 분리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 내정자의 강점으로는 '정통 KT맨'이라는 이력이 꼽힌다. 1962년생인 박 내정자는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1992년 KT 전신인 한국통신에 입사했다. 이후 융합기술원 미래사업개발그룹장, 기업사업부문장 등을 거쳐 2020년 KT 기업부문장(사장)에 오르기까지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 내부 사정과 조직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박 내정자는 최근 소액결제 해킹 사태와 과거 KT가 겪었던 통신 재난을 교훈 삼아, 네트워크 인프라 전반을 재점검하고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구상도 밝힌 바 있다. 토목공학 전공을 살려 통신 인프라 구축에 참여했던 경험이 보안 체계 재정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아울러 기업부문장 재직 당시 5G 융합 사업 발굴과 기업 대상 DX 컨설팅을 주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AI와 B2B를 연계한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다. 한편, 박 내정자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변이 없는 한 선임 절차를 통과해 3년 공식 임기에 들어간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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