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일렉 변압기, 유럽 해상풍력단지로…“국내업계 최초”

HD현대일렉 변압기, 유럽 해상풍력단지로…“국내업계 최초”

HD현대일렉트릭이 유럽 해상풍력단지 프로젝트에 핵심 전력기기를 납품하며 현지 전력인프라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17일 공식 링크드인 게시물을 통해 대형 해상변전소(OSS)의 출항 소식을 공개했다. 공개된 게시물에는 HD현대일렉트릭의 275킬로볼트(kV)급 변압기와 분로리액터가 탑재된 대형 해상변전소가 베트남 붕따우(Vung Tau) PTSC M&C 야드를 떠나 폴란드 발트해 현장으로 향하는 모습이 담겼다. 앞서 출항 기념 행사 '세일 어웨이 세리머니'는 지난 12일 베트남 야드..

국방 R&D 시연회서 드론 추락…‘실패’인가 ‘혁신 과정’인가

국방부 주관 기술 시연회에서 무인기가 연이어 추락하자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행사를 진행했느냐는 십자포화에 가까운 날선 비난이 당국과 기업들을 향하고 있다. 일부 성공적인 시연 사례도 있었으나 아직도 무기체계 연구·개발(R&D) 단계의 시행착오를 결과적 실패로 규정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19일 방산업계와 전문가들은 흠결 없는 성과만을 요구하는 '압축 성장' 패러다임이 연구 현장의 보신주의를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미국·일본 등 선도국처럼 실패를 데이터 축적 과정으로 수용하고 '성실 수행 인정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등 인식과 제도의 전환이 요구된다. 지난 16일 국방부 주관으로 경기 포천 승진 훈련장에서 '2026 국방 드론 기술전'이 개최됐다. 이 행사에는 주한 미군·해외 방산 관계자 등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내 방산업체들의 무인기 기술 시연이 진행됐다. 이날 시연에서는 일부 기업들이 기술적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대한항공은 독자 기술로 자체 개발한 인공 지능(AI) 기반 무인기 22대의 자율 군집 비행·군집 동시 타격을 선보였다. AI 기반 실시간 자동 표적 식별(ATR) 기술을 적용한 선두 드론 2대가 정찰 임무를 수행하고 10대는 적 방공망 교란을, 나머지 10대는 표적에 수직 강하해 정밀 타격을 완료했다. 또한 AI가 무인기 상태와 임무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음성으로 중계하는 'AI 기반 종합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용하며 1인이 다수의 무인기를 통제하는 역량을 입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무인기 기업 제너럴 아토믹스 에어로노티컬 시스템(GA-ASI)과 공동 개발 중인 단거리 이착륙(STOL) 무인기 '모하비'의 국내 모의 전투 비행을 실시했다. 모하비는 450마력급 터보 프롭 엔진과 고양력 장치를 장착해 폭이 좁은 전차 기동로에서 200m 미만 이륙, 100m대 착륙을 기록했다. 국토 대부분이 산악 지형인 국내 환경에 최적화된 야전 운용 능력을 평가받았고 양산 시 국내 생산 비중을 70% 이상으로 확보할 예정이다. 하지만 시연회 전체 결과는 이와 달랐다. 당일 계획된 17개 임무 중 6개가 실패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AI 고속제트무인기 1호기는 사출 직후 지상으로 추락했고 2호기는 비행 중 통신이 단절되며 제어 불능 상태에 빠졌다. 중소 방산업체들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직충돌 드론·요격 드론 역시 비행 고도를 잃거나 표적 타격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동원된 12개의 민간 드론 중 5개가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해당 기체들은 전력화가 완료된 양산품이 아닌 기술적 한계를 검증하는 R&D 시험 비행 단계의 시제품이었다. 통제되지 않은 주파수 간섭 환경에서 기체가 오작동을 일으킨 데이터를 실측한 것은 향후 전자전(EW) 상황 대비 및 항재밍(Anti-jamming) 능력 보완을 위한 귀중한 실측 자료로 활용된다. 그러나 시연 직후 언론과 여론은 이를 '기술적 망신'으로 규정하고 비판을 가했다. 결함을 찾아가는 정상적인 R&D 과정의 시행착오를 결과적 실패로 간주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든 기체의 시연이 대한항공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처럼 됐다면 아름다운 그림이었겠지만 실제 무기체계 연구·개발(R&D) 현장은 시행착오의 연속"이라며 “준비가 안 됐다며 야유를 퍼부으며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언론의 행태는 분명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단기간에 무결점의 성과를 요구해 온 한국의 '압축 성장' 패러다임을 꼽는다. 현재 국가 R&D 사업 성공률은 99%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연구진이 감사·징계를 회피하기 위해 달성 가능한 하향식 목표만을 설정하는 보신주의적 구조를 반영한다. 국방 분야에서는 사업 초기부터 작전 요구 성능(ROC)을 보수적으로 설정하게 돼 장기간의 체계 개발이 끝난 시점에는 변화된 글로벌 기술 환경에 부합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로 이어진다. 반면 글로벌 항공·우주·방산 선도국들은 R&D 과정의 실패를 필수 데이터 획득 과정으로 포용하고 있다.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2023년 대형 로켓 '스타십'의 첫 궤도 비행 중 발생한 공중 폭발을 '성공적인 실패'로 규정했다. 기체 파괴 전 획득한 원격 측정 데이터(Telemetry data)를 바탕으로 수냉식 시스템과 핫 스테이징 방식을 설계에 즉각 반영하며 혁신 속도를 높였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안전한 프로젝트를 실패로 간주하는 극단적인 위험 수용 문화를 유지한다. 스텔스 폭격기 F-117 개발 당시 시제기 '해브 블루' 두 대의 연이은 추락 과정에서 확보한 레이더 반사 면적(RCS) 실측 데이터를 통해 스텔스 설계를 실전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실전 배치 자산의 상실 앞에서도 철저히 실용주의적 기조를 보였다. 최근 일본 항공자위대에 실전 배치된 1000억 원 규모의 무인 정찰기 RQ-4B 글로벌 호크 1대가 임무 중 동해상에 추락했지만 방위성은 평정심을 유지하며 원인 규명에 착수하는 한편, 이미 계획된 민간 대(對)드론 방어 체계 실전 배치 평가는 일정의 흔들림 없이 강행했다. 우리 정부도 R&D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2024년 1월 '국방과학기술혁신 촉진법' 일부 개정안을 시행했다. 연구 수행 과정의 성실성이 인정되면 과제가 실패하더라도 사업비 환수·참여 제한 등의 제재 처분을 100% 전면 감면할 수 있도록 '성실 수행 인정 제도'를 대폭 확대한 것이다. 그러나 연구 현장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에 구조적 한계를 제기하고 있다. 성실성 판정 기준이 정성적이고 주관적이고 행정부의 제재 감면 승인 이후에도 감사원 등 외부 사정 기관의 사후 감사가 독립적으로 이뤄져 실무진이 특혜 논란을 우려해 면책 결정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맹점이 있다. 아울러 성실 실패로 인정된 과제의 실패 원인 분석 데이터(Raw Data)가 후속 연구를 위한 지식 기반 정보 체계(DB)로 연계되지 못하고 행정 서류로 소모되는 실태도 개선 과제로 지적된다. 첨단 국방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문가들은 과제 평가 기준을 시제기의 정상 작동 유무 중심에서 '한계 상황에서의 유의미한 실측 데이터 획득'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또한 기술 준비 수준(TRL) 도약 목표치가 높은 고위험 과제에 대해서는 명백한 위법 행위가 없는 한 제재를 우선 면제(Opt-out)하는 '네거티브 감찰 규제 방식'이 요구된다. 나아가 민간 방산 업체가 극한의 전자전 모사 환경을 상시 활용해 테스트와 알고리즘 수정을 빠르게 반복할 수 있는 오픈형 테스트 베드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밤엔 이재용, 새벽엔 홍라희 자택 앞…삼성 DX 노조 ‘1인 시위’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부문 노조 간부가 이재용 회장 자택 앞 밤샘 텐트 농성에 이어 19일 오전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자택 앞에서 '고 삼성전자 DX 부문 추모' 피켓을 들고 '기습 1인 시위'를 벌였지만, 재계 반응은 싸늘하다. 차기 위원장 선거 위법성 논란과 다른 노조와의 법적 다툼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오너 일가의 자택까지 찾아가 관심을 돌리려 한다는 시각이 나오기 때문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방탄·뒷북 집회'라는 비판마저 나온다. 복수노조가 참여한 공동교섭단을 통해 올해 임금협상이 이미 최종 타결됐는데도 장외 투쟁에 나선 것은 노사 합의의 신의성실 원칙을 저버린 행위라는 것이다. 게다가 소통 창구를 열라는 요구가 내부 갈등에서 시선을 돌리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날 새벽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 인도. 회색 돌바닥 위에 갈색 텐트 한 동이 서 있었다. 옆에는 파란 천막 두 동이 붙어 있었고, 주황색 라바콘 사이로 붉은 소형 발전기와 기름통, 이동식 확성기가 놓여 있었다. 텐트 앞 나무 탁자에는 흰색 플라스틱 바구니가 포개져 있었다. 그 위에는 손으로 쓴 편지 한 통이 놓여 있었다. 텐트 뒤편 현수막에는 노란 글씨로 '사람은 비용이 아닙니다, 삼성의 경쟁력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텐트 안은 단출했다. 야전침대 위에 침낭이 둘둘 말려 있었고, 검정 배낭과 접이식 의자가 곁에 놓였다. 검정 조끼 가슴팍에 '동행'이라는 글자를 단 백순안(44)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 정책기획국장이 침대 끝에 걸터앉아 있었다. 딱딱해 보이는 침대에서 자는 게 불편하지 않으냐고 묻자 그는 그는 “춥고, 모기가 많다"고 했다. 노숙에 가까운 생활을 가족이 어떻게 보느냐는 물음에는 “별로 좋아하지는 않죠"라고 했다. 업무 이후 시간을 쪼개 회장 집 앞에 텐트를 친 이유는 뜻밖에 애정 고백에서 시작했다. “저는 삼성전자를 정말 사랑해요." 네트워크사업부(수원)에서 26년째 일하는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삼성전자에 들어온 고졸 입사자다. 그가 보기에 삼성전자에는 더 좋은 조직문화와 경영진, 인재를 키울 역량이 충분한데 “제대로 된 소통을 못 한다"고 했다. 과거에는 노사협의회로 조직을 바꿔 보려 했지만 “겉모습은 바뀌나 속은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10년 전 이미 “위태위태해 보였고", 그때 문제를 반영하지 못한 대가로 “착했던 연구원들이 이제 터진 것"이라는 것이다. 이 회장 집 앞 농성은 노사 갈등이 커질 때마다 반복돼 왔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올해 4월 총파업 가능성이 거론되자 이곳에 천막을 치고 20여일간 농성을 벌였다. 천막은 임금 협상이 마무리되고 나서야 철거됐다. 2022년에는 당시 부회장이던 이 회장의 자택 앞에서 임금교섭과 복리후생 개선을 요구하며 91일간 24시간 천막 농성이 이어졌다. '재충전 휴가 3일' 등 복리후생 개선안이 추가된 뒤에야 농성은 끝났다. 동행노조는 이번엔 조합원이 한 명씩 텐트를 지키는 방식을 택했다. 농성과 함께 집회, 1인 시위도 병행하기로 했고 종료 시점은 정하지 않았다. 현재 이 회장 자택 앞에는 삼성전자 노조뿐 아니라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도 일주일째 텐트를 치고 농성 중이다. 삼성중공업 노사는 최근 다시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백 국장은 이재용 회장이 사태를 모른다고 본다. 문제를 제기한 지는 5월부터 넉 달이 넘었지만, 경영진이 나서 대화를 언급한 건 노태문 대표이사가 한 차례 “얘기해 보자"는 취지로 나선 것이 전부라고 했다. 수원과 서초 집회에 이어 한남까지 온 이유는 그래서 “알리기 위해서"다. 알았다면 “적어도 이러시지는 않으실 분"이라는 것이다. 근거로는 삼성의 보고 체계를 들었다. 서초 사업지원실 아래에 DX와 DS 부문별 경영지원실이 있고, 그 밑에 사업부와 개발·연구개발·제조 조직이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매달린 구조인데, 협상 테이블에 나오는 경영지원실 상무는 결정 권한이 없다고 했다. 보고가 층층이 올라가는 사이 “정작 중요한 D는 빠지고 A, B, C만 전달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수원 집회 규모와 요구 사항이 위로 갈수록 축소되고 회사 입장에 맞게 다듬어진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전날에는 회사 임원이 만류에 나섰다고 한다. 그는 “가족은 건드리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고 “당신들도 선을 지키지 않았는데 내가 뭘 지키느냐"고 맞받았다. 테이블을 마련하겠다는 답이 돌아왔지만 그는 조건을 달았다. 회사가 할 수 있는 것과 제안을 들고 나와야 하고, 수원 DX 경영지원실장이 나오면 거절하겠다는 것이다. 만나야 할 사람은 서초의 사업지원실장이라고 했다. 요구는 소박하다고 했다. 그동안 노조는 자사주 1000주(약 3억원) 수준의 보상을 요구해 왔지만 “그 정도 수준의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고 DX 부문 구성원들이 그 정도 기여는 있었다"고 했다. 그보다 먼저 받고 싶은 건 사과다. “사과할 사람들은 아니고요." 협상은 회사가 '못 준다, 너희가 좀 내놔라'는 식으로 나오는 한 시작조차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를 사탕에 빗댔다. 12명이 나눠야 할 사탕 한 봉지가 일부에게만 쏠린다는 것이다. 그는 회장에게 손편지도 썼다. 금박 민들레 그림이 찍힌 편지지에 손글씨로 이렇게 적었다. '존경하는 이재용 회장님, DX 부문과 DS 부문은 한 회사 한 몸입니다. 우리 직원들의 마음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도록 이제 마음을 다독여 주세요.' 끝에는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 정책기획국장 백순안'이라고 적었다. '사람은 비용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내건 건 회사가 사람을 재원으로 “재단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2004년 군 복무를 마치고 복직해 환경안전 업무를 맡았던 그는 토·일에도 출근했고 밤 11시를 넘겨도 수당 없이 12시, 1시까지 일하던 시절을 기억한다. “그렇게 해서 TV도 핸드폰도 나온 것인데 서초는 그걸 모른다"고 했다. 밤을 텐트에서 보낸 그는 아침 일찍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자택 앞 골목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르막을 따라 나뭇결 무늬가 그대로 남은 회갈색 널판 담장이 길게 이어졌고, 담장 위에는 산울타리와 나무가 얹혀 있었다. 작은 나무 쪽문 하나가 유일한 틈이었다. 그 앞에서 백 국장은 검은 리본에 흰 국화와 백합을 두른 영정 액자 모양 피켓을 들었다. 피켓에는 '추모 고 삼성전자 DX 부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담장이 얼마나 높으냐고 묻자 그는 “제 키가 170이니까 한 5m 되겠네요"라고 했다.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홍 명예관장의 자택 앞 시위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에 그는 “감내하겠다"고 했다. 그는 “경영진 누군가가 소통만 해줬어도 이렇게까지 될 일이 아니었다. 그게 뭐가 어렵다고"라며 “소통을 하지 않아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했다. 홍 명예관장에게까지 호소해야 한다고 느낀 계기를 묻자 “소통을 해달라고 몇십 번을 얘기했는데도 어느 누구도 소통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화살을 이쪽으로 돌린 것"이라며 “저도 이러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홍 명예관장이 시위를 직접 보거나 메시지를 전달받길 원하느냐는 물음에는 “실제로 뵙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날 오전 7시 50분을 넘기자 그는 한 손에 마이크를 쥐고 발치의 휴대용 스피커를 켰다. 백씨는 마이크를 입에 대고 “노동조합 동행의 목소리를 들어 주십시오"라고 외쳤다. 그는 이재용 회장을 향해 “저 간신배들의 말에 속지 마시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며 “오늘도 새벽까지 밤을 새워 일하는 직원들을 살펴봐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날 스마트폰 소음측정 앱(연설 모드)으로 잰 소리는 오전 7시 54분 기준 69데시벨(dB-A)이었다. 동행노조는 이달 18일부터 30일까지 홍 명예관장 자택 앞 집회를 신고했다. 동행노조는 9월 중 홍 명예관장 자택 인근인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27다길 일대에서도 노동자의 목소리를 알리는 소규모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동행노조의 이번 집회를 두고 노조 내부 문제에서 시선을 돌리려는 '방탄·뒷북 집회'라는 비판이 나온다. 차기 위원장 선거를 둘러싼 위법성 논란과 다른 노조와의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면을 전환하려는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이들은 동행노조가 차기 위원장 선거 위법성 논란 속에 지도부가 둘로 갈라졌다고 주장한다. 한쪽은 불법 선거라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냈고, 다른 쪽은 진정서 제출을 주도한 대의원에게 직무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 내홍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동행노조 지도부가 초기업노조와 노선 갈등을 벌이는 과정에서 모바일 단체대화방을 통해 인신공격성 폭언과 욕설을 주고받았고, 두 노조 지도부 사이에 모욕죄·명예훼손 혐의 고소·고발이 오가며 사법 공방으로 번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백 국장은 앞서 인터뷰에서 이번 행동이 “9월 말까지 임기"에 맞춘 1차 액션이며 10월부터는 다른 임원진이 이어받을 수 있다고 했다. '평화의무'를 둘러싼 지적도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복수노조가 참여한 공동교섭단을 통해 2026년도 임금협상을 최종 타결했고, 동행노조도 공동교섭단에 참여했다. 노동법 원칙상 유효한 단체·임금협약이 체결되면 협약 기간 중 이에 반하는 쟁의행위를 하지 않을 '평화의무'가 생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동행노조가 이미 서명한 임금협약을 뒤집고 장외 투쟁에 나서는 것은 협약 자치주의와 신의성실 원칙을 저버린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슬아 인턴기자

이재용 자택 3m 앞서 터진 외침…“이건희의 약속 어디 갔나”

“이건희 선대회장님께서는 20년 전 임직원들에게 이렇게 약속하셨습니다. '삼성이 초일류 기업으로 인정받는 날, 그 모든 영광과 결실은 여러분들의 것'이라고. 그 약속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서민성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 사무국장 후보가 18일 오후 5시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에서 3m 떨어진 지점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자택 인근에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 조합원이 중심인 동행노조 조합원 40여명이 모였다. 조합원 곽혁준씨는 “책임을 질 수 없는 분들이 와서 회사가 힘들다는 얘기만 하고 간다. 진짜 권한을 가진 분이 와서 조율하는 협상 과정이 필요한데 그럴 생각 자체가 없어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합원들은 검은 옷과 '동행' 로고가 박힌 조끼 차림으로 자택 앞에서 출발해 리움미술관 인근을 거쳐 다시 자택 앞으로 돌아오는 1㎞ 구간을 10분간 행진했다. 행렬 앞에는 세탁기·로봇청소기 등 가전제품에 검은 띠를 두른 영정사진 형태의 피켓이 늘어섰고, '고(故) DX'라는 글자가 새겨진 상장(喪章)형 액자와 '사람은 비용이 아닙니다, 삼성의 경쟁력입니다'라는 현수막도 등장했다. 조합원들은 행진 내내 “같은 회사, 같은 권리"를 외쳤다. 사업부 소속이라고 밝힌 40대 조합원 이모씨는 “AI가 도입되면서 희망퇴직이 눈에 띄게 늘고 있어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삼성을 사랑하고 삼성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다른 발언자들도 선대 회장들을 잇달아 소환했다. 안영석 MX사업부 프로는 “이병철 회장님은 사업보국의 꿈이, 이건희 회장은 신경영이 있었지만 이재용 회장께서는 꿈과 비전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상호 사무국장 후보는 “이재용 회장께서는 언제까지 이건희 회장님 아버님의 그늘 아래에서만 계실 것이냐. 이제는 삼성그룹 전체의 아버지 역할을 하셔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혁준 홍보국장의 선창에 조합원들은 “이건희 회장님 보고 싶습니다"를 함께 외치기도 했다. ◇ 하나의 삼성인데, 임금협상만 두 개의 삼성 동행노조가 이 회장 자택까지 찾아온 배경에는 임금교섭에서 배제됐다는 DX 직원들의 누적된 불만이 있다. 동행노조 측은 “DX와 DS는 다른 회사가 아니라 하나의 삼성전자인데, 올해 임금교섭에서는 DX의 목소리가 단 1줄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또 “삼성전자는 역대 최대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고 DX 역시 전년 대비 매출이 늘었는데도 현장에서는 비용절감과 인력효율화 압박을 체감하고 있다"며 이른바 '의도된 적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용훈 복지국장은 “부품을 담당하는 사업부와 완제품을 만드는 사업부가 나뉘어 있는 구조에서, 관리회계상 특정 부문에 이익을 몰아주거나 특정 부문을 적자로 만드는 것이 경영진의 선택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적자 프레임과 분리된 재원'이라는 표현으로 DX 부문 임직원에게 보상을 하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성과급 재원을 부문 간 공유한 전례가 없다며 성과주의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1000주 요구하는 DX 노조 동행노조는 이날 '1000주' 요구의 산정 근거를 처음으로 설명했다. 이 복지국장은 “과거 DX 부문에서 발생한 초과이익이 DS 부문 투자로 활용됐다고 가정하고 기여도를 계산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 안팎에선 적자인 DX에 이미 자사주 지급이 결정된 상황에서 1인당 1000주를 추가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이에 대해 동행노조는 “1000주라는 숫자 자체보다 상징적 의미로 봐 달라. 회사가 합리적인 계산식으로 기여도를 납득시켜 준다면 충분히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는 입장이다. 교섭 대표성을 둘러싼 갈등은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초기업노조는 내년 공동교섭단을 구성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데 이어 DS 직원만 가입하도록 규약 개정을 추진 중이다. 최승호 위원장 등 6명은 임직원 10만여명의 개인정보와 노조 가입 여부를 수집·관리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로, 동행노조는 엄벌 탄원서 1만5000건 이상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동행노조는 오는 28일 5기 위원장 선거가 끝나는 대로 새 집행부가 임금·단체협상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임금·보상을 둘러싼 노사 마찰은 다른 기업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앞서 10년 만에 전면파업에 나섰고, 포스코 노조도 쟁의권을 확보해 창사 첫 파업 가능성이 거론된다. 네이버제트에서도 임금·처우 문제로 노조가 추가 단체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동행노조는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자택 인근에서도 별도 집회를 열 계획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슬아 인턴기자

국제유가 치솟는데 ‘또 동결’…“최고가격제 ‘정치논리’ 변질”

'최고가격제' 적용을 받고 있는 휘발유 등 석유제품의 가격 상한선이 3개월 째 동결됐다. 국제가격과 내수가격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국내 정유업계와 정부의 부담이 불어나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한시적 비상경제조치로써 해제 내지는 인상 국면에 들어서야 할 최고가격제가 정치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글로벌 석유제품 가격 치솟는데…정부는 3개월 째 '동결' 18일 산업통상부는 19일 오전 12시부터 향후 4주간 적용될 10차 석유 최고가격을 기존 9차 최고가격인 휘발유 1784원·경유 1773원·등유 1380원(각 리터당)으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 26일께 시행된 7차 최고가격이 3개월 이상 유지되는 셈이다. 국제유가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서민 물가부담과 최고가 지정 동향, 환율 하락 추세 등을 종합 고려한 결과 민생 안정에 무게를 두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게 산업부 측 설명이다. 문제는 국제가격과 내수가격의 간극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싱가포르 석유제품 도매시장에서 휘발유(옥탄가 92RON) 가격은 지난 17일 기준 배럴당 143.48달러를 기록했다. 7차 최고가격 시행일(6월 26일) 당시 가격(배럴당 98.5달러) 대비 45.6% 증가한 수치다. 마찬가지로 최고가격제 통제에 놓인 등유와 경유의 가격 상승세는 훨씬 가파르다. 등유 가격은 같은 기간 180.92달러를 기록해 64% 뛰었고, 경유(황함량 0.001%)는 이 기간 191.95달러로 72% 치솟았다. 국제가격 급등세에도 불구하고 상한선 제약이 있는 내수가격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며 양자간 격차가 크게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국제가격과 내수가격의 격차 확대는 국내 정유업계는 물론, 정부로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유사의 경우, 비싼 가격으로 도입해 생산한 석유제품을 최고가격제에 따라 통제된 가격 이내에서 판매해 기대수익보다 손실을 보게 된다. 손실분을 정부가 보전해 준다지만 올 1~2분기 손실분조차 정산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경영상 불확실성으로 잔존하는 구조다. 정유업계 손실을 보전해줘야 하는 정부도 부담이다. 정부가 올해 누적된 정유업계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확보한 예산은 약 5조70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4분기 손실분 보전 명목 예산은 1조5000억원으로, 전체 규모의 26.3% 수준이다. 보전해야 할 손실 규모가 예산으로 충당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서면 정부는 추가경정(추경)을 통해 예산을 추가 확보해야 할 수 있다. 정유업계는 손실 규모가 이미 5조원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경제 조치를 정치논리로 운영…정부, 수요관리 나서야" 이 같은 구조 속 정부가 이번 10차 최고가격의 인상이 아닌 동결을 택하면서, 전문가들은 한시적 비상 경제조치인 최고가격제를 운용하는 정부가 정치적 논리에 기반한 결단을 내렸다고 지적한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는 본지에 “최고가격제는 본격적으로 폐지 수순을 밟아야 할 상황이고, 그러려면 단계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면서 국제유가에 맞춰야 한다"며 “그런데 최근 대통령이 '걱정하지 말라'고 공언하면서 산업부가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자신의 X(구 트위터)를 통해 “원유와 국제 정제유가는 폭등 중이지만, 국내 정제유는 최고가격제와 수출물량 통제로 무리없이 안정적 가격과 공급물량을 유지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서는 유가에 관해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덕환 교수는 “최고가격제는 시장을 마비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정책"이라며 “지금이라도 정유사 손실을 온전히 보전하고 최고가격제를 종료한 뒤 업계의 자발적 상생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태도를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현재 최고가격제는 경제적 논리보다는 정치적 논리에 따라 운영되는 측면이 있다"며 “특히 추석이 바로 다음 주이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도 국제 여건에 맞춰 최고가격을 인상하기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원유·석유제품 수급 여건이 구조적 공급부족 구도로 빠르게 기울고 있는 만큼, 정부의 선제조치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양 교수는 “원유 가격이 안정되더라도 글로벌 여건 상 석유제품 가격은 쉽게 완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정치적 논리로 최고가격제가 운영되다보니 내수가격 제한으로 시장 신호에 둔감해지면서 소비자들이 휘발유 등 석유제품 소비를 줄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염려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는 다소 안정적인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내수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글로벌 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심해질 수록 현재 한 달 간격의 가격 변경 주기를 다시 2주 간격으로 좁히는 등의 조치가 필요한데, 정부에 그런 의사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정부는 일단 이번 10차 최고가격을 향후 4주간 적용하되 대내외 여건을 고려해 조정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중동정세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최고가격제를 통한 민생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국제유가 변동과 국내 석유 소비 추이 등을 면밀히 살펴보겠다"며 “유연하면서 신중하게 최고가격제를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2029년 1차 팹 완공’ 삼성·SK 호남 반도체, 공정률 0%·남은 시간은 3년

정부가 '속도전'을 강조해온 호남권 반도체 메가프로젝트가 여전히 출발선에 머물러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제 반도체 팹 건설만 놓고 보면 공정률은 사실상 0%다. 후보지 선정과 조사·설계, 전력·용수 공급계획, 기업과 정부·한국전력 간 협약 등 사전 준비까지 사업 진척으로 최대한 폭넓게 인정하더라도 전체 사업 진행률은 5~10%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발표 후 3개월이 지난 만큼 연내 물리적 착공에 돌입할 수 있도록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29년부터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에 3기가와트(GW)의 전력을 우선 공급하고 초기 팹을 완공한다는 시간표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단지 조성공사부터 팹 건설, 전력망 구축까지 대부분의 물리적 공정이 앞으로 남아 있다. 여기에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력망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한전의 25조원 규모 전기요금 선납 제안을 거절하면서 정부가 내건 '속도전'을 뒷받침할 전력망 재원 확보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 팹 공정은 0%…준비까지 후하게 쳐도 '초기 단계' 18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호남 반도체 국가산단은 현재 LH가 개발사업 조사·설계와 인허가 등을 준비하는 단계다. LH 전자조달시스템에도 지난 10일 '호남권 반도체 첨단 국가산업단지 개발사업 조사설계용역' 관련 자료가 공개됐다. LH가 제시한 산단 조성공사 면적은 약 820만㎡, 추정 공사비는 4455억원이며 예상 공사기간만 46개월이다. 이마저 반도체 생산시설과 외부 전력·용수 기반시설을 제외한 산단 조성공사 기준이다. LH는 전체 산단 완성을 기다리지 않고 팹 부지를 먼저 착공하기 위해 설계·조사·인허가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사업의 진척도를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숫자는 크게 달라진다. 실제 건설공사를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팹 건설 공정률은 사실상 0%다. 아직 팹 토목·건축공사나 클린룸 구축, 장비 반입 등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후보지 선정과 기업의 투자계획, 정부·LH의 조사·설계, 전력·용수 계획, 삼성·SK와 한전의 전력공급 협약 등 착공 전 준비까지 사업 진행과정으로 최대한 후하게 포함한다면 전체 프로젝트가 대략 5~10% 수준의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정부나 LH가 발표한 공식 공정률이 아니라 전체 사업단계를 기준으로 현재 위치를 가늠한 분석적 수치다. 즉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의 현재 위치는 '물리적 공정 0%, 사전 준비까지 포함하면 10%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 남은 과정이다. 산단 조성뿐 아니라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구축과 팹 건축, 클린룸 조성, 제조장비 반입·설치, 시운전을 거쳐 실제 양산까지 이어져야 한다. ◇ 2029년 3GW 공급 목표…전력망도 동시에 달려야 정부의 시간표는 빠듯하다. 정부와 한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지난달 호남권 반도체 산단 전력공급 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6GW 이상으로 예상되는 최종 전력수요 가운데 기업의 전력 필요시점을 고려해 2029년부터 약 3GW를 우선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신장성~신광주 송전선로에서 산단으로 연결되는 공급선로를 만들고 산단 내 변전소 1개를 우선 구축한다. 이후 추가 송전선로와 변전소를 확보해 누적 6GW 이상으로 공급능력을 확대한다. 산단과 팹만 빨리 지어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의미다. 부지조성·팹 건설과 함께 송전선로와 변전소 건설이라는 세 개의 시계가 동시에 돌아가야 한다. 정부가 일반적인 순차 방식 대신 조사·설계·인허가를 병행하고 팹 부지를 우선 착공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46개월이 예상되는 전체 산단 조성을 마친 뒤 팹을 짓는 방식으로는 2029년이라는 시간표를 맞추기 어렵다. 전력망 건설비 분담도 남은 과제다. 정부는 호남 산단 1단계 전력공급 설비 비용을 한전과 기업 등이 전력사용량에 따라 분담하고 민간 분담금 일부에는 반도체특별법을 통한 재정 지원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 삼성·SK, 25조 선납 거절…'속도전' 재원은 어디서 이런 가운데 전력망을 빠르게 구축하기 위해 한전이 마련했던 대규모 자금조달 방안 하나가 최근 무산됐다. 한전은 삼성전자에 약 20조원, SK하이닉스에 약 5조원 등 총 25조원 규모의 향후 5년치 전기요금을 미리 납부해 달라고 제안했다. 한전은 선납금을 국가 기간 전력망 구축에 우선 투자하고 잔액에는 국고채 2년물보다 높은 수준의 이자를 적용하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회사는 내부 검토 끝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뜻을 한전에 전달했다. 남은 자금조달 방법은 한전 채권 발행 혹은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지원이다. 채권의 경우 국회가 2022년 발행한도를 최대 5배로 늘려준 특례가 내년 말 종료를 앞두고 있어 또 다시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 양사의 거절이 호남 반도체 투자계획 철회나 전력공급 협약 파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전도 전력공급 협약과 전기요금 선납은 별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삼성·SK의 호남 투자계획에도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확인된 변화는 없다. 다만 한전이 전력망 건설 재원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마련했던 카드가 사라진 만큼 대체 재원을 얼마나 빨리 마련하느냐는 전력망 건설 속도의 변수가 됐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10조7000억원에 달하고 하루 이자비용도 약 115억원이다. 한전은 기존처럼 자체 자금과 한전채 발행, 정부 지원 등을 통해 필요한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 따라서 선납 거절이 곧바로 전력망 공사 지연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2029년 3GW 공급을 위해서는 산단 조성과 팹 건설뿐 아니라 송·변전망까지 동시에 앞당겨야 하는 만큼 재원 조달계획의 구체화 여부도 향후 시간표를 가늠할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라이엇 게임즈, 리프트바운드 한국 출시…‘LoL’ 인기 TCG로 잇는다

라이엇 게임즈가 글로벌 인기 지식재산권(IP)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실물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을 앞세워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선다. LoL의 핵심 시장 중 하나인 한국의 강력한 팬덤을 TCG로 끌어들이며 게임을 넘어 실물 콘텐츠로 IP 사업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18일 라이엇 게임즈는 서울 동대문구 GGX에서 '리프트바운드' 출시 기념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쳉란 차이(Chengran Chai) 리프트바운드 총괄 프로듀서는 “'LoL'의 가장 큰 시장인 한국에 '리프트바운드'를 소개하게 돼 기쁘다"며 “수많은 'LoL' 플레이어들이 리프트바운드를 시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프트바운드는 LoL의 세계관과 챔피언을 바탕으로 고유한 규칙과 전략을 갖춘 실물 TCG다. LoL 챔피언의 개성을 카드와 덱의 플레이 방식으로 구현했으며 실제 카드를 테이블 위에 펼쳐놓고 다른 플레이어와 직접 마주 앉아 전략을 겨루는 게임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이번 한국 출시를 기념해 한국어판 '오리진'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한국 전용 오버넘버 카드 '아리, 구미호'도 내놨다. 라이엇 게임즈는 LoL의 국내 이용자를 TCG 플레이어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TCG 전문매장에서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PC방에서도 리프트바운드를 만날 수 있도록 접점을 넓힐 예정이다. 쳉란 차이 총괄은 “LoL은 지난 2011년 12월에 출시돼 이번주를 기준으로 한국 PC방에서 425주째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10대 남성의 70%가 즐기는 게임"이라며 “리프트바운드는 LoL에 등장하는 챔피언의 모습을 카드에 그대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았고, 챔피언의 정체성을 카드와 플레이 방식으로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라이엇 게임즈는 '오리진' 출시 후 약 3개월간 플레이어들이 게임에 익숙해질 시간을 둔 뒤 후속 세트를 순차 출시할 예정이다. 이지수 퍼블리싱 전략 운영 본부장은 “일단 한 세트가 나오면 충분히 시간을 드리고 즐기실 수 있도록 해 균형점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2028년부터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플레이어들이 같은 흐름 안에서 새로운 세트를 만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라이엇 게임즈는 리프트바운드 플레이어들이 오프라인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넥서스 나이트'를 매주 운영하고 스토어 예선과 오픈 예선, 코리아 메이저 등 다양한 공식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내년까지는 분기별 약 1000만원 규모의 상금과 다양한 프로모 카드를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 본부장은 “프로모 카드는 플레이어들의 참여를 높이는 장치가 되고, 상금은 더 높이 도전하는 동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리프트바운드는 국내 TCG 전문 매장과 라이엇 게임즈 온·오프라인 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다. GGX 등 일부 거점 PC방에서는 게임을 직접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L2P(Learn to Play)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향후 라이엇 게임즈 가맹 PC방에서도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삼성 노조에 무슨 일이…내홍 속 DS가 더 단단해진 이유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가 반도체(DS) 부문에서 조직 기반을 빠르게 다지고 있다. 18일 삼성전자 전사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거에서 조합이 낸 DS부문 공식 후보 5명이 사업장별 선거구에서 모두 당선되면서다. 위원장을 둘러싼 비위 의혹과 간부 불신임 투표, 다른 노조와의 마찰 등 내홍이 격화하는 와중에도 조직 재편의 속도는 오히려 빨라지는 모습이다. 이날 초기업노조에 따르면 이번 선거는 DS부문 전 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사업장별 선거구 단위로 치러졌다. 초기업노조 공식 후보들은 평택(최승호 위원장·득표율 94.0%), 기흥(김성동·39.7%), DSR(정경준·66.3%), 화성(서장훈·82.3%), 천안·온양(황대하·61.0%) 등 출마한 5개 선거구에서 모두 당선을 확정지었다. 최승호 위원장은 “DS부문 전 직원이 참여한 이번 선거에서 초기업노조가 낸 후보 5명이 한 명도 빠짐없이 전원 당선되어 고무적"이라며 “9월 말 예정된 전사근로자대표 확보까지 최선을 다하고, 27년 임단협에 사업장 대표 모두 교섭위원으로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업노조는 오는 21일 'SELU 대표자 회의체'를 가동해 전사 근로자대표 권한 확보, 노조 운영계획, 사업장별 노사 소통채널 구성 방안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번 전원 당선은 초기업노조가 올 들어 DS부문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해온 흐름과 맞물린다. 조합에 따르면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조합원 비중은 5개월 만에 28%에서 1% 수준까지 급감했다. 지난 5월 성과급 협상에서 DS 부문에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이 신설된 반면 DX 부문은 600만원 상당 자사주 지급에 그치면서, 부문간 보상 격차에 대한 불만이 조합원 이탈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DX부문 중심의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도 이에 반발해 공동투쟁본부에서 탈퇴했다. 초기업노조는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총회를 열어 신규 조합원 가입 자격을 DS부문 임직원으로 제한하는 규약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존 DX부문 조합원의 자격은 유지되지만 신규 가입은 막힌다. 노조 측은 “조직 대상을 DS부문 소속 근로자로 명확히 해 조직 운영과 단체교섭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기업노조는 2027년 임금교섭부터 동행노조와 분리 교섭하겠다는 방침도 밝힌 상태다. 조직 재편이 속도를 내는 사이 내부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조합 회계를 맡아온 이송이 부위원장은 최 위원장의 조합비 집행 내역을 공개하며 사적 유용 의혹을 제기했다. 조합비 약 4억2596만원이 카드로 결제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마일리지·포인트가 최 위원장 개인에게 귀속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리솜리조트 회원권 2건의 1회차 대금 2억3250만원이 법인·개인카드로 나뉘어 결제됐지만 관련 혜택이 조합에 귀속된 기록이 없고, 동탄 롯데백화점에서 조합 물품을 구매한 영수증 41건에는 '최*호' 명의로 약 11만 포인트가 적립된 사실도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 부위원장은 수사기관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부위원장과 이원일 광주지회장은 초기업노조가 올해 3~4월 집회용 물품 구매에 최 위원장 장인이 운영하는 업체와 약 3억6793만원 규모로 계약한 사실을 공개하며 적절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물품 운반 과정에서 처남의 트럭을 대여했다는 대화 내역과 20만원 상당 상품권이 지급된 정황도 함께 제시됐다. 최 위원장은 복수 업체의 가격·납기 등을 비교해 선정한 것이며 자신이나 친족에게 부당한 금전적 이익이 돌아간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한 시민단체는 최 위원장을 배임·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초기업노조는 이 부위원장과 이 지회장이 장인 업체 계약 내용을 외부에 제보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두 사람에 대한 불신임 안건은 지난 16일부터 전자투표에 부쳐졌으며, 사유로는 '노조 와해 작업'이 거론됐다. 오는 22일까지 진행되는 투표에서 노조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이 부위원장과 이 지회장은 모두 DX부문 소속으로, 초기업노조 측은 두 사람이 DS 중심 조직 재편을 막기 위해 최 위원장을 끌어내리려 한다고 주장한다. 이 부위원장은 최 위원장이 “광주로 돌아가라"는 말을 계속 해왔다며 이를 사실상 노조 활동 중단 요구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초기업노조는 지난 14일 동행노조에 공문을 보내 내부 대화방에서 최 위원장과 삼성전자 임직원을 겨냥한 폭력적·비하성 발언이 오갔다며 사과와 재발 방지, 대화방 기록 보존을 요구했다. 여기에 최 위원장이 삼성전자 임직원 10만여명의 개인정보로 노조 가입 여부 등이 담긴 명단을 작성했다는 '노조 블랙리스트' 혐의로 지난 4일 검찰에 불구속 송치되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동행노조는 엄벌 탄원서 1만2000건 이상을 확보했고, 초기업노조는 이에 맞서 전자서명업체 이용에 조합비 약 2000만원을 책정하며 선처 탄원서 3만건을 목표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조 간 공문을 주고받고 탄원서로 맞서는 모습은 국내 대기업 노동운동에서도 이례적"이라며 “내부 파열음이 길어질수록 외부에는 조직 관리 실패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HD현대일렉 변압기, 유럽 해상풍력단지로…“국내업계 최초”

HD현대일렉트릭이 유럽 해상풍력단지 프로젝트에 핵심 전력기기를 납품하며 현지 전력인프라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17일 공식 링크드인 게시물을 통해 대형 해상변전소(OSS)의 출항 소식을 공개했다. 공개된 게시물에는 HD현대일렉트릭의 275킬로볼트(kV)급 변압기와 분로리액터가 탑재된 대형 해상변전소가 베트남 붕따우(Vung Tau) PTSC M&C 야드를 떠나 폴란드 발트해 현장으로 향하는 모습이 담겼다. 앞서 출항 기념 행사 '세일 어웨이 세리머니'는 지난 12일 베트남 야드 현장에서 개최됐으며, 발주사인 외르스테드(Ørsted)와 셈코 마리타임(Semco Maritime), HD현대일렉트릭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번 출항은 국내 전력기기 기업이 공급한 변압기와 분로리액터를 탑재한 해상변전소가 유럽 해상풍력 단지로 운송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번 납품을 계기로 핵심 전력기기 제작을 넘어 실제 유럽 현장 납품까지 성공시키며 글로벌 프로젝트 수행 역량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HD현대일렉트릭이 납품한 전력기기가 탑재된 해상변전소는 덴마크 에너지기업 외르스테드와 폴란드 국영전력기업 PGE가 공동 개발 중인 '발티카 2' 해상풍력 프로젝트 현장에 투입된다. 해당 프로젝트는 폴란드 연안 약 40킬로미터(km) 해상에 조성되는 대규모 발전사업이다. 해상 풍력터빈에서 생산된 전력을 모아 송전 적합 전압으로 변환한 뒤, 해저케이블을 통해 육상 전력망으로 보낸다. 특히 HD현대일렉트릭의 변압기는 프로젝트에서 전력을 고전압으로 승압하는 방식으로 장거리 송전에 쓰인다. 분로리액터는 불필요한 전압 변동을 줄여 전력망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해상풍력용 전력기기는 염분과 습도, 진동 등 가혹한 해양 환경에서 장기간 작동하고, 설치 후에도 유지보수 제약이 커 육상 설비보다 높은 신뢰성과 품질이 요구된다. 이 같은 운전 조건을 충족하는 275kV급 기기를 성공적으로 공급함으로써 HD현대일렉트리은 독보적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는 평가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이번 발티카2 프로젝트는 고신뢰성이 요구되는 유럽 해상풍력 시장에서 HD현대일렉트릭의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해상풍력 분야와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의 기술 경쟁력을 지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혔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유재호 인턴기자

‘전 국민 무료 AI’ 내건 정부…수익모델은 아직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전 국민 무료 AI'가 연내 서비스를 시작한다. 정부는 GPU와 서비스 운영비를 지원하고 기본 AI는 무료로 제공하도록 했지만, 서비스를 이어갈 사업자들의 수익모델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고난도·특화 서비스의 유료화 허용에도 사업자들은 당장 서비스 출시와 이용자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모두의 AI' 사업에는 SK텔레콤과 KT, 카카오가 각각 이끄는 3개 컨소시엄이 참여하고 있다. 3사는 베타서비스를 거쳐 연내 정식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범용 AI 챗봇을 넘어 예약과 공공업무 등 실제 과업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를 국민 누구나 비용과 이용량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올해 엔비디아 B200 그래픽처리장치(GPU) 512장을 3개 컨소시엄에 지원한다. 내년에는 모두의 AI 사업에 25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1700억원은 GPU 이용 비용, 300억원은 3개 컨소시엄의 시스템 운영 등에 지원하고 나머지 500억원은 AI 에이전트 생태계 확대에 활용한다. AI 서비스는 이용자가 늘수록 운영비 부담도 커진다. 이용자가 질문하거나 AI 에이전트가 검색과 예약, 구매 등 여러 작업을 수행할 때마다 GPU를 활용한 추론 연산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모두의 AI가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여러 서비스를 연결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로 확장되면 처리해야 할 연산도 늘어난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GPU와 추론 비용도 함께 증가할 수 있다. 정부 지원 범위를 넘어 이용량이 늘더라도 필수 기능은 무료로 유지해야 한다. 공진호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정책기획과장은 지난 7월 사업설명회에서 “GPU 지원 범위를 초과해 이용량이 급격히 늘어나도 기업들이 자체 수익모델 등을 활용해 필수 기능 무료 제공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신 기업이 별도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길은 열어뒀다. 기본 기능은 무료로 제공하되 고도화 기능이나 맞춤형 특화 서비스는 유료로 운영할 수 있다. 이종근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정책기획과 서기관은 당시 “공공성을 너무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정 부분 수익이 나야 자생적인 생태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기본 기능을 넘어서는 범위에서 유료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은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본 기능과 유료화할 수 있는 고도화 기능을 가르는 세부 기준은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참여 기업 3곳도 수익화 방안을 구체화하지 않은 상태다. 현재는 연내 서비스 출시와 이용자 확보에 집중하고 있으며, 실제 서비스 운영을 거쳐 수익모델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KT는 '이음 인사이드'를 통해 다음과 무신사, 직방, EBS, 매스프레소, BC카드 등 외부 서비스를 AI와 연결한다. 실제 거래가 발생하면 생태계 안에서 크레딧을 정산하고 순환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향후 일부 유료화가 허용되면 별도 프리미엄 서비스를 운영하고, 전문가용이나 업무용 PC 에이전트에 유료 모델을 적용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다만 이들 방안 모두 아직 확정된 수익모델은 아니다. KT 관계자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며 수익 방안 등은 아직 확정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크레딧 정산 방식 역시 검토 방안 중 하나로, 구체적인 모델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도 당장은 수익화보다 이용자 확대와 비용 효율화를 우선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초기에는 이용자 저변을 확대하고 서비스의 안정성과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프라와 서비스 운영을 효율화해 보다 낮은 비용으로 더 많은 국민에게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개인 에이전트와 데이터 수익화를 기반으로 한 '토큰 경제'를 구상하고 있다. 외부 기업과 개발자가 AI 에이전트 등을 만들어 생태계에 참여하면 포인트나 크레딧 등으로 보상하는 방식이다. 다만 카카오는 이용자와 AI 생태계가 충분히 확대된 이후 수익모델도 발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도 아직 구체적인 사업모델을 정하지 않았다. 서비스 출시 이후 실제 이용 패턴과 서비스 고도화 방향을 살펴 사업모델과 제휴 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우선 이용자에게 유용한 AI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이용 경험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향후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다양한 사업모델과 제휴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대한항공, LCC 3사에 예지 정비 기술 공유…‘통합 진에어’ 출범 지원

대한항공이 항공기 데이터를 분석해 고장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는 '예지 정비' 기술과 운영 경험을 그룹 항공사들과 공유했다.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의 통합을 앞두고 정비 분야 기술 교류를 확대해 통합 저비용 항공사(LCC)의 안정적인 출범을 뒷받침한다는 취지다. 대한항공은 18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통합 LCC 예지정비 워크숍'을 열었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통합 대상인 3개 LCC와 아시아나항공 등 그룹사 정비 담당자 30여 명이 참석했다. 예지 정비는 운항 중 쌓이는 데이터를 토대로 부품과 시스템의 이상 가능성을 예측하고 고장이 현실화하기 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정비 방식이다. 항공기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해 정비 시점을 판단하는 만큼 운항 신뢰도와 정비 효율을 함께 높일 수 있다. 이번 워크숍은 이러한 기술을 각 항공사의 정비 현장에 어떻게 활용할지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한항공은 예지 정비 추진 현황과 주요 기술을 소개하고 운항 데이터를 분석해 정비 업무에 활용한 사례를 제시했다. 자체 개발한 예지 정비 모델의 적용 경험도 공유했다. 참석자들은 국내외 항공업계의 기술 동향을 살펴본 뒤 각사의 운영 경험과 현안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행사 말미에는 자유 토론을 통해 현장 적용 방안을 검토하고 통합 LCC 출범 이후의 기술 협력 방향을 논의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4월 개최한 '2026 예지 정비 글로벌 항공사 워크숍'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그룹사 교류 자리를 마련했다. 운항·정비 데이터로 자체 예지 정비 모델을 고도화하고 이를 실제 업무에 적용해 결함 전조를 파악하는 등 스마트 유지·보수·정비(MRO) 역량을 키우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합 LCC 출범을 앞두고 열린 이번 워크숍은 당사가 축적해 온 예지 정비 기술과 노하우를 그룹사와 공유하는 뜻깊은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그룹사 간 긴밀한 기술 교류와 협력을 바탕으로 정비 품질과 항공기 운영 안정성을 한층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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