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업이냐 상생이냐…노사협상 해법찾기 ‘내주 분수령’

삼성전자 파업이냐 상생이냐…노사협상 해법찾기 ‘내주 분수령’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진행 여부가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대표 기업에서 잡음이 계속 새 나오면서 정계와 재계는 물론 일반시민들까지 삼성전자 노사협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노사간 대화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근본 원인은 양측간 입장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이런 와중에 가장 많은 노조원 수를 거느린 삼성전자의 최대 노조는 명분 없이 투쟁 깃발만 치켜들고 있다. 임단협 요구안을 상향 조정하며 계속 말을 바꾸거나 임직원간 갈등을 대놓고 조장하는 등 노사 양쪽에서 모두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이..

삼성전자 파업이냐 상생이냐…노사협상 해법찾기 ‘내주 분수령’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진행 여부가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대표 기업에서 잡음이 계속 새 나오면서 정계와 재계는 물론 일반시민들까지 삼성전자 노사협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노사간 대화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근본 원인은 양측간 입장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이런 와중에 가장 많은 노조원 수를 거느린 삼성전자의 최대 노조는 명분 없이 투쟁 깃발만 치켜들고 있다. 임단협 요구안을 상향 조정하며 계속 말을 바꾸거나 임직원간 갈등을 대놓고 조장하는 등 노사 양쪽에서 모두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주주는 물론 일반국민들도 노조를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측은 노조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회사가 입을 피해액이 천문학 수준이기 때문이다. 갈등이 지속되면 삼성전자 사업장을 넘어 우리 산업계와 국가 경쟁력까지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을 필두로 정치권이 총출동해 노사협상을 중재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까닭이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파업' 카드를 자신들의 밥그릇만 챙기는 데는 쓰지 못하도록 이참에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 일등기업 삼성이지만 노사 대화 '경험 전무'…노조 폭주 빌미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이 전 국민 관심사로 급부상한 것은 노사가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는 경험을 거의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등 기업' 직원과 경영자들이 임금 및 단체협약에는 서툰 탓에 일을 키웠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 시절부터 '무노조 경영'을 원칙으로 삼았다. 국면이 바뀐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섰던 2020년이다. 삼성전자 노사가 첫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은 창사 50여년만인 지난 2021년이다. 무노조 경영 철폐 선언 이후 삼성전자 내부의 노조 지형은 급격히 변해왔다. 한국노총 산하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급격히 세력을 불렸다가 위축됐다. 이들은 2년 전 창사 이래 첫 파업을 주도한 조직이다. 최근 들어서는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가 부상하며 과반 노조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초기업노조가 몸집을 키운 방법이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억대 성과급'을 받게 됐다는 사실이 일등기업 삼성전자 구성원의 자존심을 자극하면서 노조로 모여들었다. 집행부의 리더십이나 도덕성을 검증하지 못한 상황에서 조합원이 갑자기 불어났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한 직원은 “초기업노조 조합원들이 다른 가치는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성과급에만 집중하고 있다. (게시판 등에서) 도를 넘은 의견들도 자주 언급된다"고 귀띔했다. 8일 기준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는 7만3135명이다. 대부분 디바이스솔루션(DS) 소속이다. 작년 말 기준 삼성전자 전체 직원 수는 12만8881명이다. 이 중 DS 소속은 7만8064명이다. 성과급을 위해 뭉친 초기업노조는 말 그대로 '폭주'하고 있다. 먼저 사측과 협상 과정에서 정당성을 잃었다. 협상을 시작하며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은 성과급 상한 폐지였다. 회사가 주던 기존 제도가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만큼 이를 투명·제도화해 달라는 의견도 내놨다. 당시만 해도 성과급 지급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사측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다. 올해 1분기 실적이 발표된 이후 노조는 영업이익의 15~2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말을 바꿨다. 역대급 실적에 맞게 특별포상도 내놓으라고 회사를 압박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300조~350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반도체 부문에서만 300조원 가까이 돈을 벌 것으로 관측된다. 단순 계산하면 DS 직원이 일인당 6억원 가까이 받아갈 수 있는 셈이다. 여론의 시선이 싸늘하게 식어간 것도 이 시점부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구개발(R&D)에 약 37조7000억원을 투입했다.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에게 배당한 금액은 9조8000억원이다. 평택 캠퍼스 등 공장을 짓고 장비를 사들이는 시설 투자에는 약 52조7000억원을 사용했다. 노조의 요구는 그간 삼성전자 성장에 기여한 지역사회 헌신, 정부의 지원, 주주들의 투자 등을 모두 부정하는 수준으로 해석된다. 초기업노조는 여기서 한 술 더 떴다. 파업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임직원간 갈등을 조장하는 선택을 내린 것이다. DS 직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소속이다. 가전·네트워크 등 일부 사업부의 경우 올해 이익이 급감하거나 영업적자를 낼 가능성도 있다. 초기업노조는 DX 직원들을 철저히 배제한 채 '반도체끼리 투쟁' 형식의 판을 깔고 있다. 반도체 직원들은 일인당 수억원씩 받아야 하는 반면, DX 직원들에게는 공통 영업이익에서 자사주 1주(약 25만원)조차 나눠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결국 노노(勞勞)간 갈등으로 불이 붙었다. 삼성전자 노조는 그동안 초기업노조, 전삼노, 동행노조 등 3개 단체가 공동투쟁본부(공투본)를 구성해 사측과 협상을 벌였다. DS 직원 위주로 세워진 초기업노조가 과반 지위를 확보하면서 DX 구성원이 많은 다른 조직들과 불화를 겪고 있다. DX 임직원 2300여명이 가입한 동행노조는 지난 4일 공투본에서 빠지기로 했다. 이들은 “과거 초기업노조는 과반 조합이라는 권한을 남용해 우리 노조의 의견을 고의로 무시·배제하거나 심지어 형법 제311조(모욕)에 해당하는 비하 등을 지속했다"고 강조하며 초기업노조 측에 사과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2대 조직인 전삼노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전삼노는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타 노조에 대한 경솔한 언행으로 대외적 신뢰를 실추시켰던 전례에 이어 이제는 내부의 정당한 목소리마저 '교섭 배제'라는 압박으로 입막음하려는 태도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 과반 노조로서 특정 부문을 외면하거나 배제하지 말고 DS와 DX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초기업노조 내부에서는 DX 직원들 대부분이 탈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각종 커뮤니티 등에 '탈퇴 인증' 글을 남기면서 내부 갈등에 대한 걱정도 커졌다. 집행부가 부당하게 사익을 편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나온다. 파업 기간 스태프에게 활동비 최대 30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고 조합비 역시 기존 1만원에서 5만원으로 갑자기 올랐다는 이유에서다. 초기업노조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는 중이다.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직원을 해고하겠다고 협박하거나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임직원 개인정보를 빼돌리려다 적발되는 등 '상식 밖' 행보가 지속되고 있다. 최 위원장이 총파업을 한달여 앞둔 상황에서 동남아시아로 장기 휴가를 떠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오며 조합원들이 술렁였다고 전해진다. 노조 영향력이 큰 한 제조업 기업 관계자는 “노조가 '협상 카드'로 무리한 요구를 내놓고 협상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어도 대화 과정에서 의견을 맞추는 법"이라며 “(삼성전자 노사는) 서로를 인정하고 협상에서 '선'을 지키는 법을 아직 모르는 듯하다"고 일침했다. ◇ 삼성전자 '비상' 정치권도 노사 협상 중재 총력전 노조는 사측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이달 21일부터 오는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손실 금액이 '측정 불가'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 증권가에서는 예상 손실액이 단기적으로 20조~30조원가량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조가 예고한 기간 파업이 벌어지고 이후 설비를 복구하는 시간을 계산한 금액이다. 영업이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는 금액도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파업이 장기화하거나 설비를 고의로 고장 내는 등 예외적인 사건이 일어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파업이 장기화하면 손실액이 50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실적 악화를 넘어 기업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수준"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라인은 한 번 멈추면 재가동 후 수율을 정상화하는 데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수주가 걸린다는 특징이 있다. 가동 중단 시 라인에 깔려 있던 수만 장의 웨이퍼를 전량 폐기해야 할 수도 있는데 이 비용도 상당하다. 고객사들이 삼성전자의 '공급 안전성'에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는 것도 핵심 포인트다. 당장은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쟁사에 점유율을 뺏기는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대부분 '책임 있는 대화'를 강조하며 노조에 손을 내밀고 있다. 삼성전자 대표이사인 전영현 부회장과 노태문 사장은 지난 7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임금협상으로) 미래 경쟁력이 손실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들은 “회사는 임직원 여러분과 미래 경쟁력, 사업 운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안을 제시하고 노동조합과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했다"며 “아직 최종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안타깝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중한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미래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도록 경영진 모두가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임직원 여러분께서도 우리의 미래 경쟁력이 손실되지 않도록 각자 역할에 최선을 다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도 지난 5일 사내 게시판에 메시지를 올렸다. 신 의장은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노사 모두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막대한 파업 손실과 고객 이탈로 회사의 가치가 하락할 경우 주주, 투자자, 임직원, 지역사회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어 “수백억달러의 수출과 수십조원의 세수가 감소하고 환율 상승 유발로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드는 등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지금은 회사가 직면한 무한경쟁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임직원 모두가 합심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정치권도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 부당한 요구를 해서 우리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게 되면 해당 노조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히게 된다"며 삼성전자 노조를 에둘러 비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과 경쟁력이 노사만의 전유물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결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삼성전자의 결실에는 수많은 인프라, 수많은 협력 기업, 400만명이 넘는 소액주주와 국민연금 등이 연결돼 있다"며 “현재 발생한 이익을 회사 내부 구성원들끼리만 나눠도 되는 이슈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7일 “오늘 삼성전자가 있기까지 수많은 협력업체의 노력, 정부의 지원, 연구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특히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막대한 전력 확보를 위한 지역 주민들의 협조가 있었다"며 “노사 간 교섭 테이블이 마련된다면 정부는 실질적인 교섭이 촉진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노사 일단 협상 테이블로…핵심쟁점 '성과급' 절충안 나올까 삼성전자 노사는 일단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는 방침이다. 김도형 고용노동부 경기지방고용노동청장이 8일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과 면담하는 등 노동 당국이 중재 노력에 나선 결과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삼성전자 노사를 상대로 사후조정 절차 참여를 타진했다. 사후조정은 조정이 종료된 뒤 노동쟁의 해결을 위해 노사 동의하에 다시 실시하는 협상이다. 중노위가 중재자 역할을 맡게 된다. 지난 2024년 7월 삼성전자 노조 첫 파업 때도 중노위가 사후조정에 들어갔었다. 초기업노조는 한 차례 결렬된 노사조정의 후속 절차로서 사후조정 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 관련 대화는 오는 11일과 12일 집중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노사 간 견해 차이는 좁히기 쉽지 않아 보인다. 사측은 지난 3월 열린 집중 교섭에서 DS 직원들에게 업계 1위 달성 시 경쟁사 이상의 보상을 해주겠다고 제시했다.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쓰겠다고 약속했다. '성과급 상한 유지'라는 주장도 한발 물러나 특별 포상을 통해 직원들에게 상한선 이상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구적인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지급 등을 주장하고 있다. 변수는 여론이다.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전 국민이 쳐다보고 있는 만큼 노사 모두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돼 있다. 특히 주주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 경제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목소리에 양측 모두 집중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정부 차원에서 '밸류업'을 통해 주주권 강화 운동을 벌이는 만큼 이번 성과급 논란에서도 '주인'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홍 광운대 명예교수는 지난 6일 '이해관계자 경영학회' 춘계 정기세미나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 관련 “주주의 잔여청구권 이론에 의하면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정률로 배분받는 것은 일종의 선배당을 받는 것"이라며 “이는 노조의 '준 주주화'를 의미하며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소액주주들도 단체를 만들어 현수막 시위를 열거나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일부 조직들은 노조원들이 단체행동을 벌이면 근처에서 '맞불 집회'를 여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7~28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3%는 삼성전자의 파업 관련 '무리한 요구 및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로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정당한 권리 행사 및 보상 요구로 적절하다'는 응답은 18.5%에 그쳤다.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펼쳐졌다. 무선(100%)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4.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노사관계 균형 자체를 다시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노조의 쟁의권은 강한데 기업의 대응 수단은 지나치게 제한돼 있다는 논리에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등 친노동 입법은 활발한데 사업장 불법 점거를 제한하는 등 회사 측 방어수단은 거의 없다"며 “파업이 벌어져도 대체인력 투입이나 외부 인원 활용 등이 어려운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짚었다. 학계 한 관계자는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게 가장 시급하다"며 “조합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감사 제도를 도입하는 등 거대 노조 선진화 작업을 거쳐야 한국 특유의 노사 갈등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일본차 저물고 중국차 뜬다…전동화 전환에 ‘수입차 지각변동’

전동화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무기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반면 하이브리드 중심 전략에 머문 일본 업체들은 전동화 흐름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며 시장 지배력을 점차 잃어가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비야디(BYD)를 시작으로 지커, 샤오펑, 체리 등 전기차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국내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선두 주자인 BYD는 국내 진출 첫해 6107대를 판매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해 역시 지난달 기준 5991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수입차 시장의 성과 지표로 꼽히는 '1만대 클럽' 가입이 유력한 상황이다. BYD는 지난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돌핀', 중형 세단 '씰', 중형 SUV '씨라이언7' 등 3종의 신차를 앞세워 공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올해는 소형 해치백 '돌핀'을 시작으로 자사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기술을 탑재한 'DM-i(Dual Mode-intelligent)' 모델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뒤이어 지리홀딩스 산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는 올해 중형 SUV '7X' 출시를 예고하며 국내 진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지커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소비자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7X는 현재 인증 절차가 진행 중이며 마무리되는 대로 출시 시점이 확정될 전망이다. 가격은 5000만원대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커는 최근 서울 강남에 국내 첫 브랜드 갤러리를 열고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는 등 시장 안착을 위한 기반 마련에도 나섰다. 이외에도 샤오펑의 국내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중국 전기차 공세는 한층 거세지고 있다. 샤오펑은 이미 '엑스펑모터스코리아' 법인 설립을 완료했다. 특히 재키 구 샤오펑 기술위원회 회장은 지난해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에서 “한국 진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샤오펑은 '중국의 테슬라'로 불릴 만큼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는 브랜드다. 특히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XNGP'는 현지에서도 높은 수준의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샤오펑의 국내 첫 출시 모델로는 준대형 전기 세단 'P7'이 유력하다. P7은 800V 고전압 플랫폼을 기반으로 10분 충전 시 최대 525㎞ 주행이 가능하며 자체 개발 인공지능(AI)을 적용해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체리자동차 역시 산하 브랜드를 통해 국내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는 체리자동차 산하 오모다의 전기 SUV 'C5 EV'와 'E5' 등을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 중 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중국 업체들의 국내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는 반면 한때 수입차 시장을 주도했던 일본 업체들의 존재감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지난 2012년 스바루가 진출 3년 만에 철수한 데 이어 2020년에는 닛산과 인피니티가 국내 사업을 종료했다. 최근에는 혼다코리아가 올해 말을 기점으로 자동차 판매 사업 종료를 공식 발표하면서 일본 브랜드의 입지는 더욱 축소되는 분위기다. 혼다는 한때 국내 수입차 시장 성장을 이끈 대표 브랜드였다. 지난 2008년에는 연간 1만2356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1만대 클럽'을 달성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 시장에 남은 일본 브랜드는 토요타와 렉서스 정도로 사실상 토요타 중심의 구조로 재편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일본차 약세와 중국차 부상의 배경으로 전동화 전환 속도의 격차를 꼽는다.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시장 주도권 역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8만3529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9.5% 증가했다.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 기조와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확대 정책이 맞물리며 전기차 시장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업체들은 여전히 하이브리드 중심 전략에 머물며 순수 전기차 전환 속도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동화 전환은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는 흐름"이라며 “전기차 경쟁력 확보 여부가 향후 수입차 시장 주도권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과거처럼 '중국산=저품질'이라는 인식은 이미 상당 부분 깨진 상황"이라며 “최근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기술력을 기반으로 품질 경쟁력까지 끌어올리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고유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전기차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고 한때 제기됐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우려도 예상보다 짧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 브랜드들의 공세는 이제 단순히 수입차 시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내 완성차 시장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며 “결국 소비자 선택을 좌우하는 것은 가격만이 아니라 완성도와 품질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본격 AI·뉴 스페이스 시대…“항공우주 혁신 막는 낡은 규제 깨고 ‘법적 나침반’ 새로 만들어야”

인공 지능(AI) 기술의 급진전과 민간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항공우주 산업의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하지만 눈부신 기술의 발전 속도를 기존의 낡은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이른바 '규제 지체' 현상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규범적 이정표를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8일 오후 1시 30분, 법무법인 율촌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 타워 39층 렉처 홀에서 항공우주정책·법학회 2026 춘계 학술대회를 공동 주최했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AI 시대, 항공우주 법적 현안과 정책 과제'였다. 현장에는 학계와 법조계, 산업계 및 정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치열한 연구 끝에 도출된 정책적 대안을 나누며 다가올 미래를 논의했다. ◇“AI 시대일수록 방향 제시하는 법학·인문학 통찰 절실해" 이근영 한국항공우주정책·법학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1988년 창립 이래 대한민국의 항공우주 정책 개발과 법적 문제 연구를 통해 관련 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해 온 우리 학회가 앞으로도 든든한 연구 플랫폼이 되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단상에 오른 손금주 율촌 방산우주항공전략센터장(변호사)은 “우리는 지금 AI가 항공과 우주라는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전환기에 서 있으며, 피지컬 AI(Physical AI)가 곧 우리 곁에 놓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기술의 진보가 법의 공백 때문에 더 나아가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제도적인 개혁을 이끄는 시발점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황창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부원장 역시 축사에서 “AI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항공기와 위성 발사체 설계·제작·운영 등 전 과정에 이미 깊숙이 스며든 현재의 기술이 됐다"며 “아무리 우수한 기술이라도 합리적인 법과 정책의 뒷받침 없이는 산업으로 꽃피울 수 없으며, 반대로 현장의 기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제도는 혁신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기술과 제도의 동반 성장을 역설했다. 학회 부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황호원 항공안전기술원장(전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교수)은 시대적 변화에 따른 학문의 역할을 강하게 주문했다. 황 원장은 “우리가 직면한 새로운 문제들은 과거의 방식이 아닌 창의성 있게 함께 지혜를 모아 소통하며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AI 시대가 도래하고 새로운 제도가 도입될 때 법이 질서를 부여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하므로, 역설적으로 가장 필요한 학문은 인문학과 법학"이라며 “AI 시대일수록 오히려 법학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철학적 통찰을 남겼다. ◇복잡해지는 AI 항공기 사고…피해자 증명 부담의 거대한 벽을 깨라 '항공 교통 체계의 법적 안정성과 안전 관리 거버넌스'를 주제로 진행된 제1 세션의 서막이자 이번 행사의 서두는 서인원 한국항공대 항공우주정책대학원 교수가 장식했다. 서 교수는 '제조물 책임법상 증명 부담의 완화 가능성에 대한 비교법적 검토'를 주제로 고도화된 항공기와 AI 소프트웨어 결함 시 피해자가 겪는 입증의 한계를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 서 교수는 조종사의 과실·기체 결함·부적절한 구조물 등 여러 사고 차단 방벽들의 틈새가 일렬로 겹칠 때 대형 사고가 발생한다는 '스위스 치즈 모델(Swiss Cheese Model)' 시각 자료를 띄우며, 지난 2024년 12월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 활주로 이탈 사고를 거론했다. 해당 사고의 일부 유족들은 기체 제조사인 보잉을 상대로 국내가 아닌 미국에서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지적한 그는 “소송 대리인은 실체적 측면뿐만 아니라 소송 진행이라는 절차적 측면에서도 미국 내 제소가 유가족들에게 훨씬 유리하다고 언급했다"며 사법학자로서 피해자들의 증명 부담을 합리적으로 완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서 교수는 통상적인 제조물 소송에서 피해자인 원고가 직면하는 거대한 장벽으로 세 가지를 꼽으며 심층 분석을 이어갔다. 첫째는 핵심 증거와 기술이 제조사에 집중된 '증거 편재' 현상이다. 그는 “현대형 소송의 증거는 물리·법률적으로 제조사에 편제돼 있다"며 “백신 관련 증거가 제약사의 영업 비밀인 것처럼 항공기 제조물 또한 완성품·부품·원재료 제조자 등 다수가 복잡하게 개입돼 있어 증거 편재 문제가 배가된다"고 지적했다. 둘째는 이를 규명하기 위한 천문학적인 시간과 비용의 문제다. 서 교수는 “증명을 위한 시간과 비용이 막대하다면 원고 승소 판결은 요원하다"며 승강기를 해체하고 분석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홍콩의 엘리베이터 추락 사고 판례를 방증으로 제시했다. 셋째는 물리적·내용적 접근성의 한계다. 흉부에 이식된 심장박동기 사례처럼 생명 유지와 직결된 제조물은 물리적 접근성이 떨어지며 한 분야의 전문가라 하더라도 다른 분야에는 일반인에 불과해 내용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AI가 항공기에 본격 탑재되는 'AX(AI Transformation)' 시대에는 이 증명 부담의 벽이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AI 소프트웨어가 단독으로 확대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증거 편재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대용량의 변경·훼손이 쉬운 전자 문서를 다루는 '디지털 포렌식' 과정이 큰 시간과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AI의 자율성, 예측 불가능성, 설명 불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본질 때문에 개발자조차 결함과 오작동에 대한 규명이 훨씬 어려워져 내용적 접근성이 극도로 심화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서 교수는 양 당사자가 소송 전 자료를 상호 의무적으로 생성·제출하는 미국의 '디스커버리(증거 개시)' 제도 도입을 제안하면서도 “비례성과 비용 부담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가장 핵심적인 해법으로 그는 미국 판례법의 '기능 이상 이론(Malfunction Theory)' 취지를 살려 우리 제조물 책임법을 해석·개정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서 교수는 “우리 제조물 책임법 제3조의 2가 미국의 기능 이상 이론을 계수했기 때문에 이 취지를 그대로 살리면 된다"며 “비정상적 사용이 부재한 사실과 합리적 2차 요인이 부재한 사실이 증명되면 확대 손해를 발생시킬 결함을 내재한 제조물로 법률 판단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법관이 요구하는 증명도 역시 “영미법계(커먼로)처럼 '과반의 개연성(balance of probability)'을 취해 현실 세계에서 피해자의 땀과 노력으로 직접 할 수 있는 최선의 증명을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서 교수는 유럽항공안전청(EASA)이 마련한 조력형-조화형-자유형 등 항공 AI 3단계 로드맵 시각 자료를 띄우며 정책적 제언을 던졌다. 그는 “사람인 조종사의 권한이 인공지능으로 양도되는 것에 비례해 조종사의 과실 책임이 항공 인공지능의 '제조물 책임'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법률적 함의에 주목해야 한다"며 국토교통부가 준비 중인 한국형 AI 로드맵에도 이러한 민사 책임의 전환 논의가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지훈 공군 항공안전단 전문관은 '도심항공교통(UAM) 운영에 따른 공군 영향 분석 및 안전 확보 방안'을 다뤘다. 박 전문관은 성남 비행장(제15특수임무비행단) 인근에 설정된 잠실-수서 UAM 실증 노선을 지도로 보여주며 군 공역 침범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UAM 실증 및 초기 비행은 회전익 항공기의 시계 비행(VFR)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성남 비행장은 VIP들이 이용하는 공항이자 기지 남북으로 육군 회전익 항공기 다수가 비행하고, 상공으로 항공로가 통과해 항공기 운항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V자 형태인 활주로와 UAM 실증 노선이 수평 거리 480~800m, 수직 300~600m 수준으로 인접하게 된다. 통상 회전익 항공기는 불규칙한 비행을 하므로 기상이나 장비에 따라 상하좌우로 이동 시 수송기 등 기존 항공기와 서로 영향을 줄 수 있어 우려된다는 게 그의 평가다. 박 전문관은 “우리나라 공역은 굉장히 협소한데 밀도가 높고, 분단 국가라 민간이 쓸 수 있는 공역이 적다"며 “국내 공역 상황을 반영해 UAM 기체에 자동 종속 감시 시설(ADS-B) 등 장비를 의무화해 관제 시설에서 식별 가능하도록 조화로운 비행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석대 한국공항공사 변호사는 'UAM 운용 체계상 신규 사업의 국내법적 구현 한계'를 조목조목 짚었다. 강 변호사는 도심 항공교통법은 UAM 산업 진흥·운영 체계 도입 정리를 위한 과도기적 성격이 아주 강하다며 두 가지 구체적인 입법적 불비를 꼬집었다. 그는 정부의 'K-UAM 운용개념서 1.5'에 비도심 공공 관광형 모델이 있는데, 정작 현재 도심 항공교통법에는 '관광 비행' 모델이 적용 규정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현행 법령은 버티포트(이착륙장)를 지정할 때 도심항공교통회랑을 동반적으로 같이 지정하도록 돼있는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운영 개념 1.0을 아예 바탕으로 한 것으로서 지금의 1.5 모델의 유연성을 소화할 수 없는 규정이라고 비판했다. 강 변호사는 “본격 상용화 시점인 1.5 모델은 국가 공역 시스템을 통합해 운영하는 것을 선명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국내 항공 4법 중심으로 통합적 UAM 규범 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심우주 탐사·상업 위성 폭증…낡은 우주법·조달 체계 뜯어고쳐야 제2 세션에서는 '민간 우주 비즈니스의 걸림돌과 해법'을 주제로 우주 산업 생태계 전반의 정책적 한계와 개선 방안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주 활동 영역의 확장과 국가의 관리 감독'을 주제로 강단에 올랐다. 이 연구원은 다누리호의 성공과 향후 화성 착륙선 추진 등 우주 활동의 영역이 지구 궤도를 넘어 심우주로 뻗어나가는 현실과 민간 상업용 위성의 폭발적인 증가로 지구 궤도가 유례없는 혼잡 상태에 이르렀음을 데이터를 통해 설명했다. 그는 외기권 조약에 따라 우주 활동이 국가 활동이 됐건 정부 활동이 됐건 민간 활동이 됐건, 일어나는 책임은 국가가 부담하도록 돼 있다고 전제했다. 이 연구원은 “지구 궤도상에 있는 우주 물체의 개수가 엄청나게 급증하고 있으며, 통제 불가한 상태가 돼 '지구 궤도는 이미 실패했다'는 이야기마저 듣고 있다"며 “이제는 무분별한 활동으로 달이나 다른 천체가 오염될 것을 미리 막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달 표면 기지 건설 등 심우주 활동 시 타국 활동 방해 금지나 우주 환경 오염 회피 등 복합적인 요소를 국가가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요컨대 우리 민간 기업이 달에 기지를 세우겠다고 했을 때 국가는 관리 감독 책임이 있으니 그냥 하라고 할 수 없어 환경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해서 허가를 해줘야 한다"며 “여태까지 우주 물체가 어디에 있다는 단순한 정보만을 '등록' 받던 개념을 넘어 이제는 '허가'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김권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은 '안보·상업 융합 우주 비즈니스의 법·정책적 과제'를 심층 분석하며 산업계의 체증을 풀어냈다. 김 연구위원은 막대한 상업적 가치를 지닌 민간 우주 자산이 국가 안보 역량과 직결되는 융합 시대를 맞았지만 한국의 경직된 국방 조달 체계가 그 시너지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방위사업법은 획득 체계가 진짜 '물품'을 사다가 쓰는 것으로 표현이 돼 있다"며 “예를 들어 우리가 민간 위성에서 찍은 사진을 국방에서 쓴다고 했을 때, 이 '서비스'를 국방에서 계약으로 취득할 수 있느냐 하면 현재 법문상으로는 어려워 보인다"고 꼬집었다. 물리적 무기체계 확보를 중심으로 설계된 현행법으로는 민간의 발사 '서비스'나 데이터 '이용'을 계약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국가가 물건을 직접 소유했을 때는 절차가 엄청 복잡해진다. 그럴 바에는 일정한 서비스를 외부 민간 기업에 맡겨서 쓰고, 국가는 원하는 효과만 얻으면 될 수 있도록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달 개념의 확장을 주문했다. 나아가 그는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한 인허가의 복잡성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위원은 “발사체 한 번 쏘려고 할 때 우주개발진흥법 제11조 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개별 부처를 일일이 다 찾아가 서류를 각각 제출하는 것은 민간 비즈니스 생태계 조성에 맞지 않으므로, 규제 해소보다는 '합리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주간 신차] ‘올 뉴 RAV4’ 사전계약…마칸 GTS 일렉트릭 출시

◇ 토요타 '올 뉴 RAV4' 사전계약 실시 토요타코리아가 전국 전시장에서 '올 뉴 라브4(RAV4)' 사전계약을 받기 시작했다. 공식 출시일은 다음달 16일이다. 신차는 '라이프 이즈 언 어드벤처'(Life is an Adventure)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개발됐다. 라인업은 4개 트림으로 확대됐다. 주행 성능을 강조한 'PHEV GR SPORT'를 새롭게 추가한 게 특징이다. 차량에는 2.5L 가솔린 엔진과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들어갔다. 실내에는 12.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파노라마 문루프, 파노라믹 뷰 모니터,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편의 사양이 적용됐다. 토요타 '올 뉴 RAV4'의 가격은 4927만~6180만원이다(이하 개별소비세 3.5% 기준). ◇ 현대차,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등 상용차 라인업 강화 현대자동차가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등 주력 상용 모델 3종을 새롭게 내놨다. 상품성을 강화한 '2027 엑시언트' 및 '더 뉴 2027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더 뉴 2027 마이티', '더 뉴 2027 파비스' 등이다. 더 뉴 2027 마이티는 2015년 출시된 이후 약 11년 만에 나온 부분변경 모델이다. 더 뉴 2027 파비스는 2019년 이후 약 7년 만에 새롭게 돌아왔다. 2027 엑시언트는 고객의 실사용 환경을 고려해 제동 성능과 내구성을 향상한 게 특징이다. ◇ 포르쉐, 신형 마칸 GTS 일렉트릭 출시 포르쉐코리아가 '신형 마칸 GTS 일렉트릭'을 국내 시장에 공식 출시했다. 신차는 마칸 터보 일렉트릭과 동일하게 리어 액슬 전기 모터를 장착했다. 최고출력 516마력, 최대토크 97.4kg·m 수준의 힘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3.8초가 소요된다. 100kWh 용량의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했다. 완충 시 WLTP 기준 최대 437km 주행이 가능하다. 최대 270kW 출력을 지원해 10%에서 80%까지 21분만에 충전할 수 있다. 포르쉐 신형 마칸 GTS 일렉트릭의 가격은 1억3300만원부터 시작된다. ◇ BMW, 5월 온라인 한정 에디션 9종 선봬 BMW 코리아가 오는 12일 오후 3시 샵 온라인을 통해 5월 온라인 한정 에디션 9종을 선보인다. 계절감을 반영한 외장색과 차별화된 사양을 적용한 모델들이다. 초고성능 M 모델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까지 라인업을 폭넓게 구성했다. 대표 라인업은 M2 쿠페 상파울로 옐로우 에디션, M3 컴페티션 M xDrive 투어링 드라빗 그레이 에디션, XM 레이블 마리나 베이 블루 에디션, BMW X1 xDrive20i M 스포츠 프로즌 퓨어 그레이 스페셜 에디션 등이다. ◇ '더 MINI 쿠퍼 컨버터블 S 인디고 브리즈 에디션' 출격 MINI 코리아가 특별 모델 '더 MINI 쿠퍼 컨버터블 S 인디고 브리즈 에디션'을 선보였다. 외장색으로 '인디고 선셋 블루'를 사용했다. 트윈파워 터보 4기통 가솔린 엔진을 품었다. 엔진은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0.6kg·m의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MINI 쿠퍼 컨버터블 S 인디고 브리즈 에디션의 가격은 5500만원이다. ◇ 볼보 'XC90 블랙 에디션' 55대 한정 판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오는 12일 오전 10시부터 디지털 숍을 통해 'XC90 블랙 에디션'을 한정 판매한다. 물량은 55대가 준비됐다. 플래그십 SUV XC90에 전용 디자인을 입힌 차량이다. 외관에 '오닉스 블랙'(Onyx Black) 컬러를 적용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B6) 30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T8) 25대가 판매된다. 볼보 'XC90 블랙 에디션'의 가격은 B6 1억90만원, T8 1억1720만원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단독] 제주항공, ‘1Q 영업익 644억’ 공시 직후 승무원 무급 휴직 기습 공지

올해 1분기 600억대 호실적을 달성하며 축포를 터뜨린 제주항공이 정작 내부적으로는 객실승무원들을 대상으로 단기 무급 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중동 전쟁과 같은 불안정한 국제 정세에 따른 고유가 여파로 선제적인 인건비 절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8일 본지 취재 결과 제주항공 객실 기획팀은 이날 늦은 오후 사내망을 통해 '2026년 6월 객실 승무원 단기 무급 휴직 신청' 공지를 띄우고 희망자 접수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청 기한은 오는 11일(월) 11시까지다. 8일 금요일 퇴근 무렵에 기습적으로 공지가 올라온 점을 감안하면 주말을 포함해 불과 사흘 남짓한 기간 동안만 신청을 받는 촉박한 일정이다. 이번 무급 휴직 대상에서 인턴 승무원과 올해 복직자는 제외됐고, 운항을 담당하는 조종사와 정비사와 사무직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최근 저비용 항공사(LCC) 업계 전반에 고환율·고유가 한파가 불어닥치면서 인건비 다이어트가 확산하는 추세다. 제주항공 측은 돌연 무급 휴직 카드를 꺼내든 핵심 배경으로 대외 악재로 인한 '운항 편수 축소'를 꼽았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중동 사태로 인한 고유가 기조가 이어지며 부득이하게 일부 노선의 운항 편수 감축이 이뤄지고 있다"며 “운항 편수에 비례해 근무 인원이 결정되는 객실 승무원 특성상 여유 인력이 발생했고, 육아·가족 돌봄·휴식이 필요한 승무원들을 지원하기 위해 희망자를 받아 한 달간 실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는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6월 한 달만 진행하며, 이는 타사의 절반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이와 같은 공지가 올라온 이날 오후 4시 41분 제주항공은 보도자료를 통해 1분기 매출액은 4982억원, 영업이익 6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6.5% 증가하고 357억원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때문에 일선 객실 승무원들 사이에서는 동요가 예상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KGM 6분기 연속 흑자 여세 몰아 ‘수출 덩치’ 키운다

KG모빌리티(KGM)가 '국내 흑자' 연료를 채우고 '수출 확대'에 가속 페달을 밟는다. 영업이익 6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한 재무 안정성을 토대로 연구개발(R&D) 집행금액을 크게 늘리는 동시에 노사 상생협력 관계를 구축한 것을 계기로 수출물량 늘리기를 지속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GM은 올해 1분기(1~3월)에 매출 1조1365억원, 영업이익 217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1분기 대비 각각 25.3%, 104.7% 증가한 수치다. 무쏘, 무쏘 EV 등 신차 판매 호조에 힘입어 6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KGM는 흑자행진을 맞이하기까지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2000년대 중국, 2010년대 인도 등 대주주들이 전신인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뒤 별다른 투자 없이 기술을 빼간 게 화근이었다. 2016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의 출시 성공으로 잠시 숨을 돌렸지만 2017~2022년 6년 가까이 적자 늪에 빠졌다. 결국 지금의 대주주 KG그룹에 인수된 이후인 2024년 3분기에도 400억원대 영업적자를 냈다. 이같은 긴 적자 터널을 벗어날 수 있었던 비결로는 '레저용차량(RV) 명가' 이미지를 회복하면서 실적 순항에 올라탄 것이 꼽힌다. 티볼리-토레스-액티언으로 이어지는 SUV는 물론 무쏘, 무쏘 EV 등 픽업트럭 라인업까지 갖추며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힌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자동차 등 경쟁사와 달리 노사가 '상생'을 위해 적극 소통하고 있다는 점도 KGM만의 경쟁력이다. 대외 환경도 나쁘지 않다. 내수에서 꾸준히 수요를 창출하고 있고 원재료 가격도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KGM의 원재료 매입 내역을 보면 2023년 철판을 톤당 131만원에 사왔지만 지난해 127만원에 구매했고 같은 기간 도료 매입액도 1㎏당 4373원에서 4198원으로 낮아졌다. KGM은 우호적인 사업 환경을 바탕으로 R&D 투자비를 빠르게 늘리며 중장기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연간 R&D 집행액이 2023년 1814억원에서 지난해 2441억원으로 2년 사이 34.6% 뛰었다. 같은 기간 매출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4.9%에서 5.7%로 높아졌다. 업계는 KGM이 더욱 안정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수출물량 확대가 필요하다고 본다. 평택 공장 가동률을 더 끌어올려 외형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SUV 선호도가 높은 신흥국 공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KGM의 지난해 연결 기준 실적을 보면 자동차 판매를 통해 국내 1조4208억원, 수출 2조1229억원의 매출을 나란히 달성했다. 내수에서는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서도 틈새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해 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1~4월 누적 판매가 1만4851대로 전년동기(1만1730대)보다 26.6% 늘었다. 토레스(3173대), 무쏘(2946대), 티볼리(1541대) 등 주력차종이 골고루 팔리는데다 전기차 무쏘 EV(1245대)도 선전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수출은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같은 기간 실적이 2만2311대에서 2만1738대로 6.3% 줄었다. KGM은 튀르키예 등 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실적 개선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지난 4월 28~29일(현지시각) 튀르키예에서 '무쏘 글로벌' 출시행사를 열고 현지 매체 등을 대상으로 시승행사를 가졌다. 지난해 말에는 이스라엘에 토레스 하이브리드와 무쏘 EV 등을 출시했다. 베트남 진출을 앞두고 막판 담금질 작업에도 한창이다. 곽재선 KGM 회장은 지난 3월 베트남을 찾아 반조립수출(KD) 현지 파트너사인 푸타 그룹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생산 현장을 둘러봤다. KGM은 올 하반기부터 렉스턴과 무쏘 등을 베트남 현지에서 만든다는 계획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도이치모터스, K리그 수원삼성과 ‘브랜드 데이’…스포츠 마케팅 강화

도이치모터스가 프로축구 K리그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스포츠 마케팅을 확대하며 고객 접점 강화에 나선다. 도이치모터스는 오는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삼성블루윙즈와 대구FC 경기에 맞춰 '브랜드 데이'를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도이치모터스와 수원삼성블루윙즈 간 파트너십을 기념하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과 고객들에게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는 권혁민 도이치모터스 대표의 인사말과 시축으로 시작되며 팬 투표를 통해 선정된 '4월의 MVP' 시상식도 진행된다. 수상자로는 홍정호 선수가 선정됐다. 이와 함께 어린이 22명이 참여하는 에스코트 키즈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경기장 외부 중앙광장에는 BMW 주요 차종 전시 공간이 마련된다. 이날 경기장에는 관중석 배너 등 총 13종의 브랜딩 요소가 적용돼 수원월드컵경기장 전반이 양사의 상징색인 블루 컬러로 꾸며질 예정이다. 권혁민 도이치모터스 대표는 “수원삼성블루윙즈와 함께 매년 발전된 형태의 브랜드 데이를 선보이게 돼 뜻깊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브랜드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한국타이어, 1분기 영업익 5069억원…전년比 42.9%↑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는 올해 1분기 매출 5조3139억원, 영업이익 5069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0%, 영업이익은 42.9% 늘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타이어 부문은 매출 2조5657억원으로 전년보다 9.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1.1% 늘어난 437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7.1%로 나타났다. 자회사 한온시스템의 열관리 부문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1분기 매출은 2조7482억원으로 전년 대비 5%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972억원으로 361.1% 급증했다. 제품 믹스 개선도 두드러졌다. 1분기 기준 승용차·경트럭용 타이어 매출 가운데 18인치 이상 고인치 제품 비중은 49.1%로 전년 대비 2%포인트 상승했다. 신차용 타이어 매출 중 전기차용 제품 비중 역시 29.6%로 6.6%포인트 확대됐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지커, 강남에 브랜드 갤러리 첫선…中전기차 진면모 알린다

국내 진출을 앞둔 중국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가 브랜드 갤러리를 앞세워 소비자 접점 확대에 나선다. 지커는 첫 모델 출시 전부터 갤러리 공간을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하고 브랜드 정체성과 기술력을 선제적으로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6일 지커코리아는 국내 첫 브랜드 갤러리 사전 공개 행사를 열었다. 1호 브랜드 갤러리는 서울 강남구에 마련됐다. 이날 현장에는 고성능 전기차 '001 FR', 플래그십 다목적차량(MPV) '009', 공간 활용성을 강조한 '믹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9X' 등이 전시됐다. 다만 국내 첫 출시 예정 모델로 알려진 중형 SUV '7X'는 공개되지 않았다. 브랜드 갤러리는 일반 판매 전시장보다 '쇼룸'에 가까운 형태였다. 차량을 단순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커라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기술력과 방향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전시장 초입에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SEA가 배치됐다. SEA 플랫폼은 소형 전기차부터 대형 MPV까지 적용 가능한 모듈형 구조로 지커뿐 아니라 볼보와 폴스타 등 지리그룹 산하 브랜드들이 함께 사용하는 핵심 기술이다.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단순 전시를 넘어 기술력을 강조하려는 메시지에 가깝다. 디자인이나 편의사양보다 차량의 기반이 되는 전동화 기술을 먼저 보여주며 '기술 중심 브랜드'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어 전시된 001 FR은 지커의 고성능 전기차 개발 역량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델이다. 4개의 전기모터를 탑재한 고성능 차량으로 월 99대 한정 생산되는 만큼 대량 판매보다 기술력 과시에 초점을 맞췄다. 지커코리아는 이를 통해 프리미엄을 넘어 초고성능 차량까지 아우를 수 있는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했다. 009에서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고급감이 두드러졌다. 2열 중심 설계가 특징인 플래그십 MPV로 마사지·통풍·열선 기능을 갖춘 시트와 대형 디스플레이, 냉장고, 프라이버시 기능 등이 적용됐다. 실제 2열에 앉아보면 넉넉한 공간감이 먼저 체감된다. 신장 175cm 성인이 다리를 뻗어도 여유가 남을 정도로 좌석은 자동차 시트라기보다 거실 소파에 가까운 편안함을 제공했다. 이동 수단을 넘어 '의전 공간'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믹스 역시 공간 활용성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다. 차량 주변에는 캠핑 장비 등을 배치해 아웃도어 활용성을 강조했고 실내에는 테이블을 펼치고 좌석을 회전할 수 있도록 설계해 이동 수단을 넘어 '체류 공간'으로의 확장을 제시했다. 지커의 기술력은 대형 SUV 9X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커코리아는 이를 지리그룹의 최상위급 모델로 소개하며 별도 공간에 배치했다. 9X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방식으로 엔진을 발전기로 활용하고 전기모터로 구동하는 파워트레인을 갖췄다. 아쉽게도 이날 국내 시장 출시가 예정된 7X는 만나볼 수 없었다. 업계에 따르면 7X는 현재 국내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며 출시 시점은 인증 완료 이후 확정될 예정이다. 가격은 트림에 따라 5000만원대 초반에서 6000만원대 중반 수준이 거론된다. 지커가 국내 진출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만큼 넘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진입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실제 BYD코리아는 지난해 4월 첫 고객 인도 이후 11개월 만에 누적 판매 1만대를 돌파하는 등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다만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단순한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브랜드 신뢰도와 서비스 네트워크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에서다. 지커코리아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전국에 전시장 14곳과 서비스센터 11개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날 공개된 브랜드 갤러리는 전반적으로 향후 행보를 보여주는 '예고편'에 가까웠다. 지커는 개별 차량보다 브랜드 전체를 먼저 보여주는 전략을 택했다. 고성능과 고급감, 전동화 기술을 앞세워 기존 '가성비 중심 중국차' 이미지를 넘어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강형배 인턴기자

‘아이온2’ 엔씨, 북미·日에 K게임 흥행코드 심는다

엔씨가 북미와 일본을 중심으로 글로벌 게임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흥행에 성공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이온2'의 글로벌 출시를 추진하는 동시에, 일본 시장을 겨냥한 서브컬처 신작 퍼블리싱에도 나서며 장르 다변화 전략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8일 엔씨에 따르면, 올해 기존 지식재산권(IP) 경쟁력 강화와 신규 IP 글로벌 출시를 중심으로 해외시장 확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북미와 일본은 각각 글로벌 게임시장 매출 1위와 3위를 차지하는 핵심지역으로, 엔씨는 시장 특성에 맞춘 맞춤형 전략으로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먼저 북미·유럽 시장에서는 대형 IP 기반 MMORPG 경쟁력을 앞세운다. 엔씨는 올해 하반기 '아이온2' 글로벌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다. 글로벌 버전은 PC 플랫폼 전용으로 개발 중이며, 스팀(Steam)과 퍼플(PURPLE)을 통해 서비스된다. 운영 지역은 북미·남미·유럽·일본 등으로 구분되며, 지역별 서버 체계를 구축한다. 지원 언어는 영어·독일어·프랑스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일본어·한국어·러시아어·중국어(간체·번체) 등 총 10개다. 아이온2는 국내 시장에서 이미 흥행 성과를 거둔 상태다.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으며, 출시 초기 일일 활성 이용자 수(DAU)는 150만명을 넘어섰다. 출시 이후 20회 이상 개발자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이용자 소통을 강화했고, 지난달 열린 오프라인 간담회에는 600명 이상이 참석하며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엔씨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러한 운영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달 중 글로벌 이용자를 대상으로 아이온2 주요 콘텐츠와 서비스 방향성을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할 예정이다. 일본 시장에서는 서브컬처 장르를 앞세운 현지화 전략에 집중한다. 첫 타이틀은 빅게임스튜디오가 개발한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다. 해당 작품은 일본 최대 서브컬처 행사인 '니코니코 초회의'에 참가한 데 이어 '도쿄게임쇼 2025' 참가도 예고하며 현지 이용자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일본 미디어 그룹 카도카와가 현지 마케팅을 담당하면서 일본 시장 내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또 다른 기대작은 디나미스원이 개발 중인 '아스트라에 오라티오'다. 앞서 '프로젝트 AT'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던 이 작품은 지난달 30일 정식 타이틀을 공개하고,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한 트레일러와 핵심 비주얼을 선보였다. 향후 추가 정보를 순차적으로 공개하며 기대감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엔씨가 MMORPG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서브컬처와 캐주얼 장르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글로벌 체질 전환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미시장의 '아이온2' 성과와 일본을 겨냥한 서브컬처 신작 흥행 여부가 향후 글로벌 사업 확대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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