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경영능력 평가-구광모 ②] 전장서 증명한 ‘원LG’…AI·로봇도 돈 벌 수 있을까

[오너 경영능력 평가-구광모 ②] 전장서 증명한 ‘원LG’…AI·로봇도 돈 벌 수 있을까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 후 보여준 첫 번째 경영 판단은 적자사업을 정리하는 '선택'이었다. 두 번째 시험은 그 자리에 인공지능(AI)과 전장, 로봇, 바이오 등 새로운 성장축을 세우는 '집중'이다. 1편에서 살펴본 구 회장 체제의 재무 성적은 계열사마다 달랐다. LG전자는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는 취임 전보다 부진했다. 스마트폰과 태양광 패널 등 한계사업에서 철수한 결정은 성과로 볼 수 있지만, 그룹 전체가 고수익 사업구조로 전환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구 회장의 다음 성적표는 철수로 확보한 자본과 인..

[이슈&인사이트] 반도체의 두 얼굴

지난달 26일 코스피는 5,469로 마감했다. 코스피 5,5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 4월 이후 여섯 달 만이다. 6월과 7월 한때 9,100선을 넘보며 “만스피"라는 말이 돌던 지수를 떠올리면, 올 한 해 인공지능과 반도체가 쌓아 올린 탑이 불과 몇 달 만에 크게 흔들린 셈이다. 그런데 같은 날 외환시장의 풍경은 정반대였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23원으로, 주요 교역국 통화와 비교할 때 우리 원화의 가치는 약 2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불과 넉 달 전 1,600원에 육박하여 필자가 우려하던 바로 그 환율이다. 이제 그림이 바뀌어 한쪽에서는 주가가 급락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원화가 초강세를 보이는 상전벽해가 불과 넉 달 만에 펼쳐진 것이다. 우리가 아는 상식에 따르면 주가와 원화 가치는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주가가 무너지면 외국인이 자금을 회수하고, 그 과정에서 원화를 팔아 달러로 바꾸니 원/달러 환율은 오르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지난 26일 하루에만 7천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그런데도 원화 강세는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올해 들어 주가지수와 원화 가치라는 두 지표의 방향이 계속 엇갈리는 기묘한 현상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 답은 이미 우리가 아는 단어에 있다. 반도체다. 지금 증시를 끌어내리는 힘도, 원화 가치를 떠받치는 힘도 모두 같은 요소에서 나온다. 먼저 환율을 보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앞세운 반도체 수출은 여전히 사상 최대 수준을 이어가고, 그렇게 벌어들인 달러가 경상수지 흑자로 쌓인다. 수출 대기업들이 이 달러를 시장에 내다 팔고, 매파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한국은행이 그 흐름에 더욱 힘을 보태는 형국이다. 그런데 바로 그 반도체가 증시에서는 정반대의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전 세계를 휩쓴 인공지능 투자 열풍의 수익성에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하면서다. 미국에서는 거대 인공지능 기업의 매출 규모를 둘러싼 논란과 데이터센터 업체의 신용위기, 빅테크의 투자 부담이 잇따라 불거졌다. 여기에 중국 메모리 기업이 차세대 제품 양산 계획을 내놓으며 공급과잉 공포가 시장 전반에 번졌다. 인공지능이라는 날개를 달고 가장 높이 날아오르던 반도체주가, 그 꿈이 흔들리며 가장 깊이 추락한 것이다. 한국경제의 입장에서는 반도체가 정말 든든한 보험과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이것은 안도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두려워할 일이 아닌가 싶다. 바로 그 반도체가 흔들리는 순간 주가는 추락하고, 원화 가치마저 동시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시장의 우려로 남아 있는 반도체 공급과잉이 현실화하면 수출 단가가 하락하고, 이를 선반영해 온 증시의 회복은 더욱 더뎌질 수 있다. 동시에 원화 가치를 떠받치던 경상수지 흑자도 줄어들게 된다. 지금까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던 두 시장이, 그때는 나란히 아래를 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두려움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화려한 성적표 위에서 짙어지고 있다. 바로 이번 주, SK하이닉스는 28일 3분기 영업이익 83조 원대를, 삼성전자는 29일 107조 원대를 발표하며 나란히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전대미문의 실적이다. 그러나 시장이 바라보는 곳은 이 빛나는 지난 성적표가 아니라, 그 이익을 떠받친 메모리 가격이 과연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가라는 물음인 듯하다. 사상 최대 실적에 증시는 다시 크게 반등했지만, 이것이 추세적인 회복의 시작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물론 이는 며칠 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 원화의 강세는 튼튼한 경제구조의 증거라기보다, 소수의 반도체 품목에 과도하게 기댄 우리 경제의 민낯일 수 있다. 여기에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드는 국제유가와 20여 년 만의 고점에 올라선 미국 국채금리까지 더해지면, 에너지를 수입하고 반도체를 수출하는 우리 경제에 그 그림자는 더욱 짙게 드리울 수 있다. 주가가 부진한데 원화만 홀로 빛나는 지금, 많은 이들이 원화 강세에서 위안을 찾기 쉽다. 그러나 필자는 그 빛이 반도체라는 하나의 횃불에서 나온 것이라면, 그 뒤에 드리운 그림자까지 함께 살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조용히 생각하게 된다. 주가와 원화 가치가 다시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될 때, 부디 함께 웃는 얼굴이기를 바랄 뿐이다. bienns@ekn.kr

네온가스 재활용 나선 삼성전자…‘수입 의존’ 반도체 소재 리스크 줄일까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이 포토 공정의 핵심 소재인 네온(Ne)가스를 재활용하는 설비를 본격적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반도체 생산이 늘면서 원자재 사용량도 함께 불어나는 만큼, 쓰고 난 소재를 다시 공정에 투입하는 방식이 원가와 공급망 리스크를 얼마나 덜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공정 소재뿐 아니라 사업장 생활 폐기물까지 자원으로 돌리는 작업도 병행하면서, 반도체 업계의 자원순환이 환경 대응을 넘어 공급망 관리 수단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사업장에서 가동을 시작한 네온가스 재활용 시스템을 향후 다른 생산라인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소재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2022년부터 협력사들과 관련 연구와 설비 개발을 진행해왔으며, 지난달 16일 평택사업장에서 가동식을 열고 재활용 공정을 본격 시작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2030년까지 기흥·화성·평택·천안·온양 등 국내 반도체 제조 사업장 5곳의 폐기물 재활용률을 99.9%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을 줄이고, 공정에서 나온 폐자원을 다른 산업의 원료로 넘기며, 공정 소재를 재생해 다시 반도체 생산에 투입하는 세 갈래로 추진하고 있다. ◇ 네온·텅스텐, 공급망 취약 소재부터 재생 네온가스는 웨이퍼 위에 빛으로 회로를 새기는 포토 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소재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네온 수급 불안과 가격 급등을 겪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외부 공급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완충 장치를 사내에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텅스텐(W)도 재활용 대상에 올랐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산업 전반에 쓰이지만 수입 의존도가 높아 자원순환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소재다. 삼성전자는 메탈 공정에 쓰는 육불화텅스텐(WF6) 가스의 부산물을 정제해 다시 WF6 원료로 되돌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텅스텐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원료 조달 기반도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 폐웨이퍼·커피박도 원료로…'순환자원' 31개로 늘어 공정 밖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자원화하는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은 정부의 순환자원 인정제도다. 인체와 환경에 유해하지 않고 경제성을 갖추는 등 법적 기준을 충족한 폐기물을 자원으로 인정해, 폐기물 규제를 받지 않고 원료로 쓸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해까지 28건을 인정받았다. 올해는 온양사업장의 실리콘(Si) 슬러지(2월), 평택사업장의 폐웨이퍼(5월), 천안사업장의 솔더볼(10월)이 추가돼 지난달 기준 누적 31개 항목이 됐다. 회사는 올해 이를 통해 연간 약 8000톤의 순환자원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장에서 일상적으로 배출되는 폐기물도 분리 수거 체계를 갖췄다. 화성사업장은 올해 사내 카페에서 나오는 커피박(원두 추출 후 남은 찌꺼기)을 일반 폐기물과 따로 모아 비료 원료로 넘기는 공정을 구축했다. 그동안 버려지던 연간 약 90톤이 재활용 대상이 됐다. 평택사업장은 유한킴벌리와 손잡고 사용한 핸드타월을 전용 수거함으로 모아 새 핸드타월 원료로 재생하는 '바이사이클(BI:CYCLE)' 캠페인을 추진한다. 삼성전자 측은 “유한킴벌리의 전과정평가(LCA) 기준으로 연간 약 50톤(CO2eq)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임직원 대상 분리배출 교육 등 인식 개선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같은 업종의 관계사들과 자원순환 성과와 노하우를 공유하는 협력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소재의 재활용 비중이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느냐가 향후 반도체 공급망을 가늠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네온·텅스텐은 지정학적 변수에 따라 가격과 수급이 크게 흔들리는 소재"라며 “재활용 설비를 다른 라인으로 얼마나 빨리 넓히느냐에 따라 원가 경쟁력에도 차이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로보락, G마켓 빅스마일데이서 연말 할인전…청소·세탁 가전 라인업 총동원

글로벌 스마트 홈 브랜드 로보락이 연말 쇼핑 성수기를 맞아 오픈마켓 대형 할인 행사에 참여해 판매 확대에 나선다. 2026년 플래그십 로봇청소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진공 물걸레 청소기와 세탁건조기 등 비(非)로봇청소기 제품군까지 할인 대상에 올렸다. 행사 기간 라이브 방송도 여섯 차례 편성해 온라인 판촉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로보락은 2일부터 13일까지 G마켓·옥션에서 열리는 쇼핑 행사 '빅스마일데이'에 참여해 주요 스마트 홈 가전을 할인 판매한다고 2일 밝혔다. 빅스마일데이는 G마켓과 옥션이 매년 진행하는 대규모 할인 행사다. 할인 대상은 로봇청소기, 진공 물걸레 청소기, 무선청소기, 세탁건조기 등 4개 제품군이다. 로봇청소기에서는 2026년 플래그십 모델인 'S10 맥스V 울트라 스팀(S10 MaxV Ultra Steam)'을 중심으로 주요 라인업이 할인가에 판매된다. 진공 물걸레 청소기는 'F25 울트라'와 'F25 RT' 등 F25 시리즈 주력 모델이 포함됐고, 무선청소기 'H60' 시리즈와 올인원 세탁건조기 '제오 엑스(Zeo X)'도 할인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로봇청소기 단일 품목으로 국내 시장에 안착한 로보락이 청소·세탁 가전 전반으로 넓혀온 라인업을 대형 할인 행사에 한꺼번에 투입한 셈이다. 로보락 관계자는 “플래그십 로봇청소기부터 진공 물걸레 청소기, 세탁건조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폭넓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라이브커머스도 병행한다. 행사 첫날인 2일에는 G마켓 모바일 라이브 방송을 통해 오전 9시와 11시, 오후 9시 세 차례에 걸쳐 S10 맥스V 울트라 스팀을 특별 혜택가에 판매한다. 방송 중 구매 고객에게는 액세서리 키트를 증정하고, 구매 인증 고객 가운데 10명을 추첨해 커피 쿠폰을 제공한다. 이후 3일과 6일, 9일, 11일, 13일에도 'Q레보 L 프로(Qrevo L Pro)'와 'F25 스팀' 등을 소개하는 방송을 이어가며, 방송 중 구매 고객 대상 추가 혜택을 마련할 예정이다. 제품별 세부 할인 내용은 G마켓과 옥션의 공식 행사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르포] ‘수도권 러브 콜’ 청주공항·에어로케이, ‘접근성 개선’에 달린 지속 성장 가능성

“인천엔 없고 청주에서 뜨는 특정 노선 아니면 다시 가는 건 재고해봐야겠다." 기자는 지난 10월 18일 일본 에히메현 일대 취재를 위해 서울 강남구 신사동 자택에서 차량으로 약 20분을 이동해 수서역에 도착했다. 낮 12시 28분 출발하는 KTX를 타고 오후 1시 21분 오송역에서 내렸다. 열차 이동에 53분이 걸렸고, 특실에 지불한 금액은 2만2200원이었다. 오송역에서 청주공항까지는 택시로 약 30분을 더 이동했다. 택시비는 약 3만원이었다. 열차와 택시 비용만 합쳐 편도 약 5만2200원이다. 자택에서 수서역까지 차량으로 이동한 비용은 포함하지 않았다. 이동 시간도 차량 20분, 열차 53분, 택시 30분을 더하면 1시간 43분이다. 역 안에서 이동하거나 열차와 택시를 기다린 시간까지 더하면 실제 소요 시간은 이보다 길어진다. 특실과 택시를 선택한 개인의 지출이 모든 청주공항 이용객의 교통비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실이나 버스를 이용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수도권 이용객이 항공편 출발 시각에 맞춰 이동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편의를 확보하려면 어느 정도의 추가 비용을 감수하게 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기자가 같은 자택에서 인천공항으로 갈 때 비교한 공항 버스는 약 1시간에 1만7000원이다. 지하철은 약 1시간 30분에 제1여객터미널까지 4850원, 제2여객터미널까지 5450원이다. 이는 기자의 출발지와 이용 경로를 기준으로 한 비교로, 도로 상황과 이용 시간대에 따라 소요 시간은 달라진다. 이번 청주공항행 열차·택시 비용은 인천공항행 버스 요금의 약 3.1배로, 편도 차액은 3만5200원이다. 귀국 때도 같은 비용으로 이동한다고 가정하면 청주공항 접근 교통비는 왕복 10만4400원, 인천공항 버스는 3만4000원으로 차이가 7만400원까지 벌어진다. 실제 귀국편 지출을 합산한 금액은 아니지만, 항공권을 비교할 때 공항 접근 비용까지 계산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한 수준이다. 현재 한국공항공사 청주국제공항과 에어로케이항공은 수도권 이용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지만 이처럼 공항까지의 이동 시간과 비용은 여전히 넘어야 할 문턱이다. 항공권 가격과 취항지만으로 공항을 선택하기에는 집에서 여객 청사까지 이어지는 여정의 부담이 작지 않다. 에어로케이가 제공한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도 현재 수요의 중심은 충청권이었다. 2025년 응답자 1169명 가운데 충북 거주자는 24.7%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전 23.6%, 충남 14.3%, 경기 11.5%, 세종 7.9%, 그 외 지역 18.0% 순이었다. 충북·충남·대전·세종을 합친 충청권 비중은 70.5%였다. 충북과 대전의 차이는 1.1%포인트에 그쳤다. 공항 소재지인 충북에 더해 대전도 주요 수요 기반인 셈이다. 경기 거주자는 10명 중 1명 이상이었지만, 서울은 별도로 집계되지 않았다. 에어로케이 관계자는 “2025년 자료에서 서울은 그 외 지역에 포함됐다"며 “당시에는 서울 거주 이용객이 부산이나 경남권보다 적었다"고 말했다. 올해 자료에서도 충북과 대전의 비중이 높았다. 자료에 기재된 설명에 따르면 충북은 약 25%, 대전은 약 22%였다. 막대 그래프상 충남은 약 13%, 경기는 약 12%, 세종·서울·전북은 각각 약 6% 수준이었다. 지난해와 달리 서울과 전북이 별도 항목으로 표시됐다. 에어로케이 관계자는 “올해는 전주시와 협약도 맺어 전북 거주 이용객이 늘고 있고, 꾸준한 수도권 홍보로 서울 거주 이용객도 증가하고 있어 별도로 표기했다"고 설명했다. 회사에 따르면 에어로케이는 올해 2월 전주시·전주관광재단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청주공항 국제선을 지역 관광과 연결하는 협력으로, 회사는 이를 전북 이용객 증가 배경 중 하나로 설명했다. 이는 청주공항 전체 이용객을 집계한 통계가 아니다. 공항 현장에서 에어로케이 국내·국제선 실제 탑승객에게 설문 QR 코드를 배포해 수집한 응답자 구성이다. 지난해에는 6월 23일부터 7월 12일까지 1169명, 올해는 7월 1일부터 22일까지 651명이 응답했다. 조사 대상 노선도 지난해 5개에서 올해 6개로 달랐다. 서울의 분류 방식까지 바뀐 만큼 두 자료만으로 서울 이용객의 정확한 증가 폭이나 홍보 효과를 산출하기는 어렵다. 수도권 수요 확대의 관건은 오송역에서 공항까지 이어지는 교통이다. 철도편으로 오송역에 도착한 뒤에도 버스나 택시, 충북선 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연결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환승 부담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열차에서 내린 시각과 다음 교통편의 출발 시각이 얼마나 맞물리는지가 중요하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경로도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기존 취재에서 확인한 서울역∼오송역 KTX 일반실 정상 운임 1만8500원과 열차 이동 시간 약 50분을 기준으로 오송역-청주공항 택시비 2만3000∼2만9000원을 더하면 편도 약 4만1500∼4만7500원이다. 같은 조건으로 왕복하면 약 8만3000∼9만5000원이다. 자택에서 서울역까지의 비용은 별도다. 오송역-공항 도로 이동 거리는 약 22㎞로, 안내상 차량 이동 시간은 약 23분이지만 기자의 실제 이용에서는 약 30분, 약 3만원이 들었다. 버스를 이용하면 지출은 줄어든다. 청주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관리위원회 운임표에 따르면 747번 급행 버스의 성인 요금은 현금 2100원, 교통카드 2050원이다. B3번 광역 급행 버스의 오송역∼청주공항 구간 기본 운임도 성인 2100원이다. 대신 버스별 경로와 운행 시간을 살펴야 한다. 747번은 청주대학교와 시외버스터미널 등 시내를 경유해 오송역과 공항을 잇는다. 공항에서는 2번 게이트 앞 4번 승강장에서 이용한다. 소요 시간은 약 1시간∼1시간 15분으로, 약 70분을 잡으면 서울역∼오송역 열차 탑승 시간과 합쳐 약 2시간이다. 역내 이동과 버스 대기 시간은 여기에 더해진다. 옛 757번인 B3번은 청주공항-오창-오송역-세종고속시외버스터미널을 연결한다. 오송역-공항 이동은 약 40∼48분으로 747번보다 짧다. 공개된 시간표상 배차 간격은 대체로 18∼30분이고 공항 출발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다. 늦은 시간대의 일부 차량은 세종까지 가지 않고 오송역에서 운행을 마친다. 747번은 공개된 공항 출발 시간표상 낮 시간대 대체로 30∼40분 간격이지만 시간대에 따라 간격이 더 벌어진다. 버스가 저렴하더라도 열차에서 내린 직후 연결편을 놓치면 기다림이 길어질 수 있다. 짐을 들고 이동하는 국제선 이용객에게는 버스 탑승 시간 만큼이나 환승 대기 시간이 부담이다. 오송역에서 충북선 무궁화호로 갈아타는 방법도 있다. 기존 취재에서 확인한 청주공항역까지의 이동시간은 약 20분, 성인 일반실 운임은 2600원이다. 서울역-오송역 KTX 일반실 운임을 더하면 편도 2만1100원으로 택시보다 저렴하다. 그러나 연결 열차의 출발 시각에 따라 대기 시간이 달라진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청주공항역은 여객 청사에서 약 600m 떨어져 있어 하차 후 청사까지 추가 이동도 필요하다. 결국 비용을 아끼면 환승과 대기 부담이 커지고, 시간을 줄이려 택시를 타면 지출이 늘어나는 구조다. 기자처럼 서울 강남권에서 출발하는 이용객에게는 청주 출발 항공편의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지상 교통비를 더한 전체 여행 경비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물론 수도권 안에서도 거주지와 동행 인원, 이용 시간대에 따라 유리한 공항은 달라진다. 에어로케이는 올해 마쓰야마·하코다테·하나마키·후쿠시마·도야마 등에 부정기편을 운항하며 일본 여행 선택지를 넓혀 왔다. 특정 소도시로 향하는 항공편은 청주공항을 선택할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목적지의 매력이 첫 이용을 이끌더라도 공항까지의 번거로운 이동이 반복되면 재이용을 망설이게 할 수 있다. 수도권 홍보와 함께 필요한 것은 항공편·고속 열차·공항 연결 교통을 하나의 여정으로 설계하는 일이다. 오송역 고속열차 도착과 항공편 출발 시각을 고려한 연결편, 이른 출발편과 늦은 도착편에 대응하는 첫차·막차, 항공기 지연 때의 귀가 대안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 운행 횟수를 일률적으로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의 대기를 줄이는 방식이 필요하다. 역과 공항의 환승 안내, 수하물을 동반한 이동 편의, 항공권과 연계한 교통 할인도 검토할 과제다. 한국공항공사와 항공사뿐 아니라 지방 자치 단체, 철도·버스 운영 기관이 함께 풀어야 할 문제다. 이번 설문에는 거주지별 비중이 담겼지만 공항까지 어떤 교통 수단으로 얼마나 오래, 얼마를 들여 이동했는지에 관한 분석은 포함되지 않았다. 수도권 이용객을 늘리려면 먼저 이들이 공항까지 오는 과정에서 어디에 불편을 느끼고, 무엇 때문에 다른 공항을 선택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청주공항 활성화와 에어로케이의 지속 성장은 취항지와 항공편 확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수도권 이용객에게 필요한 것은 청주공항을 알리는 홍보와 함께 실제로 그 공항까지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길이다. 청주=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에히메를 걷다 ②] 흙벽 골목에서 강변 다실까지…우치코·오즈의 ‘오래된 하루’

우치코의 옛 거리는 벽부터 천천히 보게 한다. 흰색 사이로 황토빛이 섞이고 창문 위와 지붕 아래에는 작은 장식이 남아 있다. 고개를 들어 건물의 모양을 살피다가 다시 문턱과 계단으로 시선을 내린다. 지난 10월 21일 오전 찾은 일본 에히메현 요카이치·고코쿠 거리는 그렇게 걸음보다 눈이 바쁜 곳이었다. 그러다 이발소 앞에서 일행의 질문이 이어졌다. 옛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남겨 놓은 곳인지 묻자 가이드는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 이발소"라고 답했다. 얼마나 오래 영업했는지 확인하니 40년이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지나온 건물들이 조금 달라 보였다. 여행자에게는 사진으로 남길 풍경이지만 이곳에서 사는 사람에게는 일을 하고 손님을 맞는 오늘의 거리였다. 우치코를 살찌운 것은 목랍이다. 옻나무과 나무의 열매에서 얻는 식물성 왁스로 양초 등을 만드는 데 쓰였다. 그 생산과 거래로 번성한 마을에는 상가와 부유한 상인들의 저택이 남았다. 약 600m에 이르는 요카이치·고코쿠 거리는 1982년 중요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 지구로 선정됐다. 천천히 걸으면 건물의 크기뿐 아니라 부를 표현하던 방식까지 눈에 들어온다. 가이드는 위아래로 움직이는 문을 보여주고 흙벽의 색을 짚었다. 건물 안에서는 벽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살폈다. 대나무를 바탕으로 흙과 짚을 섞어 여러 번 바르고, 안쪽의 거친 재료 위에 바깥의 고운 표면을 만든다. 조금 전 거리에서 보았던 벽 한 면에 생각보다 많은 층이 들어 있었다. 계단에는 또 다른 궁리가 숨어 있었다. 발을 딛는 자리 아래로 수납 공간이 이어지는 상자 형태였다. 위층으로 오르는 길과 살림을 넣는 가구가 한 몸이다. 가이드는 옮길 수도 있다고 했다. 옛집의 재미는 이런 곳에 있다. 처음에는 익숙해 보이던 물건이 설명을 듣고 나면 새롭게 보인다. 거리로 나오자 이번에는 벽면의 장식이 발길을 잡았다. 회반죽을 흙손으로 다뤄 만든 '고테에'다. 벽을 마무리하는 도구로 그림까지 만드는 장인의 솜씨가 집주인의 취향을 드러낸다. 낮게 눌린 듯한 2층과 상대적으로 높아진 층고를 비교하며 걸으면 에도 시대에서 메이지 시대로 이어지는 건물의 차이도 만날 수 있다. 하가 가문의 흔적을 따라 가미하가 저택으로 향했다. 들어가기 전 가이드는 지붕의 무게를 받치는 기둥과 넓은 부엌을 눈여겨보라고 했다. 물과 관련된 지붕 장식에는 화재를 피하려는 바람이 담겼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크게 지은 집에 살던 사람들도 불이 나지 않기를 빌었다. 화려한 장식의 의미를 알고 나면 오래전 집주인의 마음이 조금 가까워진다. 오후에는 오즈로 옮겨 갔다. 히지카와 강 가까이, 오하나한 거리의 수로에서 잉어가 움직였다. 가이드는 주변 주민들이 먹이를 주며 돌본다고 설명했다. 물고기를 따라 잠시 시선을 낮췄다가 다시 옛집들이 이어진 길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마을에 머무는 방식도 특별했다. '니포니아 호텔 오즈 조카마치'는 골목 곳곳에 흩어진 옛 건물을 고쳐 만든 호텔이다. 객실과 라운지 등을 나눠 놓아 한 건물 안에서 모든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길을 걷다가 방으로 돌아가고, 다시 나와 주변 가게와 음식점을 찾는 여행을 그려볼 수 있다. 마을을 구경하는 시간과 호텔에 머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방식이다. 먼저 둘러본 라운지는 목랍을 만들던 공장이었다. 숙박객이 커피와 감귤 주스, 주류 등을 이용하며 쉬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우치코에서 들었던 목랍 이야기가 이곳에서도 따라왔다. 옛 산업의 흔적을 보고 곧바로 지나치는 대신, 그 안에 앉아 잠시 쉬도록 만든 공간이었다. 이어서 본 객실은 공장 직원들의 기숙사를 손본 곳이었다. 2층에 침실이 있고 아래층에 욕실이 놓였다. 일행은 층을 오르내리며 구조를 살피고, 몇 명까지 묵을 수 있는지 물었다. 안내받은 방의 정원은 두 명. 더 많은 인원이 함께 온다면 정원이 다른 객실을 선택해야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오래된 벽을 남겨 둔 이유를 묻자 가이드는 “최대한 지킬 수 있는 것은 지키는 것이 이곳의 콘셉트"라고 말했다. 원래 건물이 달라 객실의 모습도 제각각이다. 반듯하게 같은 모양을 반복하는 호텔에 익숙한 여행자라면 어떤 집에서 하룻밤을 보낼지 고르는 일부터 여행의 즐거움이 될 듯했다. 거리의 다른 건물은 위층을 객실로, 아래층을 상업 공간으로 쓰고 있었다. 숙박객이 골목을 오가며 가게에 들르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우치코에서는 오래된 이발소가 계속 손님을 맞고, 오즈에서는 옛집이 새로운 여행자를 맞는다. 두 마을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건물의 다음 시간을 이어가고 있었다. 히지카와 강변의 가류산장에서는 보는 속도를 한 번 더 늦춰야 했다. 목랍 무역으로 부를 쌓은 고치 도라지로가 조성한 별장이다. 산장에 들어서자 안내자는 돌을 쌓은 담부터 짚었다. 강의 흐름과 배, 달을 떠올리게 하는 구성이라는 이야기였다. 건물에 닿기도 전에 살펴볼 것이 생겼다. 본채 가류인의 '세이스이노마'는 여름을 생각하며 만든 방이다. 북쪽을 향해 바람이 통하게 하고 천장을 다른 방보다 높였다. 방의 방향과 높이에 계절을 견디는 궁리가 담겼다. 장식과 창문을 하나씩 살피는 동안, 이곳에 사는 사람은 여름에 어디에 앉아 쉬었을지 상상하게 됐다. '잇시노마'에서는 발밑에 이야기가 있었다. 다다미를 걷으면 전통 공연인 노의 무대로 쓸 수 있고, 바닥 아래에는 소리가 울리도록 도자기 항아리를 놓았다고 한다. 눈앞의 목재와 창만으로 방의 쓰임을 다 알 수는 없었다. 안내를 따라가며 보이지 않는 구조까지 떠올리는 것이 이 산장을 둘러보는 재미다. 정원을 지나 만나는 후로안은 강을 내려다보는 벼랑의 다실이다. 건물을 배에 비유하고 대나무를 엮은 천장을 배 밑바닥 같은 형태로 만든 공간이다. 공식 해설에는 달빛을 받아들이는 장치에 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한낮에 찾은 다실에서 밤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창밖의 풍경뿐 아니라 다른 시간에 찾아올 빛까지 건물에 담으려 했던 셈이다. 가류산장에서는 풍경을 보는 일과 집을 보는 일이 자꾸 겹친다. 강을 바라보다가 창의 모양을 살피고, 방을 둘러보다가 바깥에서 들어올 바람을 생각한다. 안내 없이 지나쳤다면 알기 어려웠을 작은 장치들이 머무는 시간을 늘린다. 우치코의 흙벽에서 시작해 오즈의 다실에 이르기까지 이날의 여행은 오래된 집들을 따라 이어졌다. 그 가운데에는 여전히 손님을 받는 이발소도, 이제 여행자를 재우는 기숙사도 있었다. 돌아보고 나니 기억에 남는 것은 건물의 연대만이 아니었다. 문을 여닫고, 벽을 고치고, 다음 손님을 맞으며 그 집의 시간을 이어 가는 사람들의 생활이었다. 취재 지원: 일본국 에히메현청(日本国 愛媛県庁) 일본 에히메현 키타군 우치코·오즈시=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에히메를 걷다 ①] 성문을 지나 온천으로…청주에서 만난 마쓰야마의 ‘느린 시간’

마쓰야마에서는 성문 앞에서 걸음을 늦추고 온천에 들어서서는 시계를 잠시 잊어도 좋다. 높은 돌담을 따라 읽는 옛이야기와 목조 건물의 복도를 돌아 만나는 작은 방들이 하루를 채운다. 유명 관광지를 바삐 오가는 여행에 익숙해졌다면 성과 온천을 번갈아 들여다보는 이 도시의 하루가 제법 다르게 다가온다. 지난 10월 18일부터 21일까지 일본 에히메현을 찾았다. 출발지는 청주국제공항. 이곳을 거점으로 하는 에어로케이의 마쓰야마행 부정기편은 만석에 가까운 탑승률을 보이며 이번 여행의 길을 열었다. 도쿄와 오사카를 지나 조금 다른 일본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에히메는 오래된 건물과 그 안에 남은 생활을 천천히 펼쳐 보였다. 첫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만난 에히메현 관계자도 그 점을 이야기했다. 대도시들을 여행한 뒤 새로운 목적지를 찾는 한국인들이 비교적 한적한 마쓰야마에 관심을 보인다는 설명이었다. 노면 전차와 온천, 공항에서 멀지 않은 시내를 이 도시의 매력으로 꼽았다. 그는 전용 차량으로 공항에서 시내까지 약 25~30분이 걸린다며 “짧은 시간에 콤팩트하게 도시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청주 노선을 향한 기대도 컸다. 앞서 운항한 전세기의 호응이 추가 운항을 검토하는 바탕이 됐다는 설명과 함께 목표 탑승률로 80%를 제시했다. 처음 온 손님에게 에히메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그 손님이 다시 찾아올 이유는 무엇인지. 식탁 위에서 오간 질문을 품고 이튿날 도시를 둘러봤다. 19일 오전 찾은 마쓰야마성은 시내 중심부 가쓰야마에 자리한다. 1602년 가토 요시아키가 축성을 시작했고, 화재와 재건을 거친 현재의 천수각은 에도시대 말기에 세워졌다. 일본에 남아 있는 '현존 12천수' 가운데 하나다. 400년을 넘긴 성의 역사에는 건물을 세우고, 잃고, 다시 일으킨 시간이 함께 들어 있다. 마쓰야마성을 보는 재미는 천수각에만 있지 않다. 문 하나를 지날 때마다 옛 성을 지키던 이들의 계산을 떠올릴 수 있다. 문짝이 없는 도나시몬은 적을 안쪽으로 유도하고, 돌담 뒤에 숨은 가쿠레몬은 쓰쓰이몬으로 다가온 적의 옆과 뒤를 노리는 구조다. 오늘의 여행자가 사진 속에 담는 성문은 한때 낯선 사람의 발걸음을 경계하던 시설이었다. 성의 윤곽을 크게 바라보다가 문과 문 사이를 살피면 보이지 않던 것이 드러난다. 길이 꺾이는 곳, 돌담에 가려지는 공간, 쉽게 지나칠 만한 작은 문에도 이유가 있다. 천수각 내부에 전시된 갑옷과 칼, 고문서는 그 공간을 오갔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탠다. 오후에는 도고온천으로 향했다. 먼저 들른 아스카노유는 2017년 문을 연 시설이다. 오래된 본관과 함께 둘러보면 도고온천을 즐기는 서로 다른 방법이 보인다. 현장에서 들은 설명에 따르면 본관과 쓰바키노유, 아스카노유는 같은 온천수를 사용한다. 어떤 건물에서, 어떤 방식으로 쉬고 싶은지가 선택의 기준이 된다. 아스카노유 2층 휴게 공간에서는 일행의 시선이 발밑으로 향했다. 다다미의 감촉과 나무 향을 두고 감탄이 오갔다. 차와 다과를 즐기며 쉴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지자 목욕을 마친 뒤 이곳에 앉아 있을 시간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방마다 놓인 에히메의 전통 공예품도 둘러볼 거리다. 온천 여행의 즐거움에는 물에 몸을 담그는 시간뿐 아니라 그 뒤에 느긋하게 쉬는 시간도 포함된다. 이동이 불편한 여행자를 위한 배려도 소개됐다. 입구의 단차를 줄이고 엘리베이터를 갖췄고 욕실용 휠체어도 빌릴 수 있다는 안내였다. 가족이나 일행끼리 이용하는 특별 욕실은 본관의 황실 전용 욕실인 유신덴을 본떠 꾸몄다. 본관에서 관람하는 공간의 모습을 이곳에서는 목욕을 하며 경험할 수 있다. 방문 전에는 이용 코스를 구분해 두는 편이 좋다. 취재 당시 배부된 무료 쿠폰은 아스카노유 1층 실내탕과 노천탕에 사용할 수 있었지만 차와 다과를 곁들이는 2층 휴게 코스나 특별 욕실까지 포함하지는 않았다. 온천욕만 할지, 휴식까지 즐길지에 따라 머무는 방식이 달라진다. 본관 앞에서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겹겹의 지붕 위에는 백로 장식이 있다. 다리를 다친 백로가 온천물에 발을 담갔다가 나았다는 전설을 듣고 나면 작은 새 한 마리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안내자가 지붕 위의 북과 백로를 설명하던 중 비를 피해 일행을 안으로 이끌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서자 바깥에서 보던 건물의 모습이 복도와 계단, 여러 방으로 나뉘어 다가왔다. 1894년 지어진 목조 3층 본관은 올해로 132년을 맞았다. 1994년 국가 중요 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에서 지금도 온천을 즐길 수 있다. 관람객에게는 오래된 건축이고, 목욕하러 온 사람에게는 오늘 이용하는 온천이라는 점이 이곳을 특별하게 만든다. 유신덴에서는 돌로 만든 욕조와 황실을 위해 꾸민 공간을 살폈다. 일반 관람객이 이곳에서 목욕할 수는 없다. 앞서 아스카노유에서 본 특별 욕실이 어떤 모습을 본뜬 것인지, 두 곳을 함께 둘러보니 한층 분명해졌다. 복도를 따라가다 보면 문학의 흔적도 만난다. 마쓰야마에서 교사로 지냈던 나쓰메 소세키와 소설 '도련님'을 떠올리게 하는 '봇짱노마'다. 성의 역사에서 시작한 하루가 온천의 전설을 지나 소설가의 기억으로 이어졌다. 안내자는 세 시설의 온천수가 같더라도 역사적 의미를 생각하면 본관을 한번 둘러볼 것을 권했다. 마쓰야마에서는 이렇게 건물 하나를 보고 나오는 데도 이야기가 여럿 따라온다. 성문의 생김새를 다시 떠올리게 되고, 온천 지붕 위 백로의 의미를 알게 된다. 여행의 기억은 방문지의 개수보다 그런 작은 발견으로 오래 남기도 한다. 도심이 선사하던 고즈넉한 여유는 정작 관문인 마쓰야마 공항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행자가 온천수에 몸을 담그며 자발적으로 누리는 느긋함과 좁은 터미널에 갇혀 허비하는 대기 시간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시내와 공항이 지척이라는 지리적 이점조차 입·출국장을 빠져나가는 데 걸리는 긴 시간 앞에서는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특히 귀국길에 마주한 출국 절차는 인천국제공항의 신속한 시스템에 익숙한 여행객에게 적잖은 답답함을 안겼다. 체크인 카운터 바로 앞에 놓인 검색 기계에 위탁 수하물을 한 사람씩 일일이 통과시켜야만 수속을 밟을 수 있는 구조 탓에 짐을 부치는 단계부터 심한 병목 현상이 빚어졌다. 탑승 게이트로 향하는 보안 검색대의 경직된 운영 방식 역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대다수 국제공항에서는 100㎖ 이하의 향수나 화장품 등 소량 액체류의 경우 기내 반입 가방에 넣어도 비교적 유연하게 통과시켜 주는 편이다. 반면 마쓰야마 공항은 허용 용량 이하의 액체류라도 예외 없이 단 하나의 지퍼백에 모두 모아 담지 않으면 현장에서 강제로 폐기 처분했다. 글로벌 공항들의 보편적인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융통성 없는 일처리가 마쓰야마를 떠나는 마지막 순간에 씁쓸한 뒷맛을 남긴 셈이다. 마쓰야마가 한국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거듭 찾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로 거듭나려면 이처럼 더디고 불편한 출입국 체계부터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공항 운영 주체와 관계 당국은 수하물 위탁과 보안검색 등 과도하게 시간이 지체되는 절차를 재점검하고 여객이 몰리는 시간대의 처리 역량 확충과 동선 효율화, 외국어 안내 강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 고성과 온천에서 차곡차곡 쌓은 좋은 기억이 공항에서의 피로감과 실망으로 퇴색되지 않도록 살피는 것 또한 손님맞이의 중요한 일부다. 모든 여행의 설레는 첫인상과 여운이 남는 마지막 인상은 결국 공항에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취재 지원: 일본국 에히메현청(日本国 愛媛県庁) 일본 에히메현 마쓰야마시=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3500억원 투자에 日이 절반 이상 지원…이재용이 요코하마로 간 이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자 창립 57주년인 1일 국내 사업장이 아닌 일본 요코하마의 첨단 반도체 패키징 연구거점을 찾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3500억원을 투자하는 연구시설이지만 투자액의 절반 이상을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고, 주변에는 세계적인 반도체 소재·부품·장비기업이 밀집해 있다. 이 회장의 일본행은 단순한 해외 현장경영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기업을 끌어들이는 일본의 투자환경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의 무게중심이 미세공정에서 첨단 패키징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보조금과 소부장 생태계, 기술 검증 속도가 기업의 연구개발 거점을 결정하는 핵심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 日 공공자금, 삼성 투자액의 최대 56% 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일본 요코하마의 '어드밴스드 패키지 랩(APL)'을 방문해 차세대 패키징 소재·공정 기술 개발 현황을 점검했다. 일본 소부장기업과의 협력 확대 방안도 논의했다. APL은 지난 9월 공식 개소한 삼성전자의 일본 내 첨단 패키징 연구거점이다. 삼성전자는 2024년부터 2028년까지 5년 동안 400억엔, 약 3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웨이퍼 본딩과 유리기판 등 차세대 소재·공정뿐 아니라 저전력·고성능 AI 반도체를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패키징 구조를 연구한다. 주목되는 부분은 일본의 지원 규모다. 일본 정부는 삼성전자 APL에 최대 200억엔을 지원하고 요코하마시도 25억엔을 별도로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 한도를 모두 적용하면 공공자금은 총 225억엔으로, 삼성전자 전체 투자액의 56.3%에 해당한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2000억원 규모다. 삼성전자가 실제로 받는 최종 금액은 투자 집행과 지원 조건 충족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연구개발 거점 투자비의 절반 이상을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하는 구조다. 공장뿐 아니라 연구시설까지 대규모 보조금으로 유치하려는 일본의 반도체 산업정책이 반영됐다. ◇ 소부장 옆에서 바로 시험…두 달 걸리던 검증 단축 삼성전자가 요코하마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소부장 생태계다. 일본에는 고성능 반도체 기판을 생산하는 이비덴을 비롯해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 웨이퍼 절단·연마장비 분야의 디스코 등 첨단 패키징 관련 기업이 밀집해 있다. 삼성전자는 일본 기업 약 50곳과 협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PL은 이들 기업이 개발한 소재와 장비를 현장에서 곧바로 시험하고 시제품까지 제작하는 역할을 맡는다. 일본에서 개발한 소재를 한국으로 가져와 화학물질 승인과 수출입 절차를 거쳐 평가하던 방식과 비교하면 최대 두 달가량 검증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첨단 패키징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서로 다른 반도체를 하나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칩 간 데이터 전송속도뿐 아니라 전력 소비와 발열을 좌우한다.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을 묶은 '원스톱 솔루션'을 강화하려면 소재·장비업체와의 공동개발 및 검증시간 단축이 필수적이다. 경쟁사인 대만 TSMC도 일본의 소부장 생태계를 활용하고 있다. TSMC는 2022년 이바라키현 쓰쿠바에 3D 반도체 패키징 연구센터를 열었다. 일본 정부는 총사업비 약 370억엔 가운데 약 190억엔을 지원했고, 이비덴·아사히카세이·디스코 등 일본 기업 20여곳이 사업에 참여했다. 삼성전자와 TSMC 모두 투자비 절반가량을 지원받아 일본에 패키징 연구거점을 마련한 것이다. ◇ 국내 생산 이전 아닌 한·일 연구 분업 삼성전자의 일본 투자를 국내 패키징 기능의 이전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삼성전자는 APL이 국내 반도체연구소 산하 패키징 조직과 서로 다른 분야를 연구하며 양측의 협업을 통해 기술개발 속도를 높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천안·온양사업장이 HBM 후공정과 첨단 패키징 양산을 담당하고, 일본 APL은 소재·장비업체와의 요소기술 공동개발과 사전 검증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이 회장도 지난 6월 천안사업장을 찾아 HBM 후공정과 패키징 경쟁력을 점검한 바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요코하마 투자는 반도체기업의 투자 결정을 끌어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부지 제공이나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만으로는 부족하고, 보조금과 전문인력, 소부장기업의 집적, 신기술을 빠르게 시험할 수 있는 규제·행정환경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현지 연구인력을 100명 이상으로 확대하고 APL을 일본 소부장기업과 삼성의 반도체 역량을 연결하는 글로벌 연구협력 거점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요코하마의 인력과 산·학·연 인프라를 활용해 APL을 연구협력 허브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한화오션, 수입 의존 잠수함 ‘수평 발사 장치’ 국산화…ADD와 10년 협력 결실

한화오션이 수입에 의존해 온 잠수함용 수평 발사 장치를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10년간 협력한 성과로, 핵심 무장 장비의 조달 비용과 납기를 줄이고 차세대 잠수함에 적용할 기술 기반을 확보했다. 한화오션은 ADD와 함께 '워터램(Water Ram) 방식 수평 발사 장치'의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잠수함 내부에 실린 어뢰 등 주요 무장을 함 밖의 바다로 밀어내는 장비다. 이번에 개발한 장치는 수압으로 발사체를 밀어내는 워터램 방식을 적용했다. 개발의 핵심은 무장을 밀어내는 힘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데 있다. 한화오션은 발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힘을 제어해 어뢰 등이 정해진 속도로 안정적으로 발사되도록 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수중 작전 환경을 고려한 안전성과 내구성도 설계에 반영했다. 깊은 바닷속에서 발사관 외부 문을 열고 무장을 발사할 때 가해지는 높은 수압을 견디도록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하고, 강한 충격에 버티는 내충격 성능을 갖추도록 개발했다. 오작동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단계의 안전 장치를 복합적으로 적용했고 구조를 단순화해 유지·보수와 운용 편의성도 높였다. 한화오션은 이번 국산화로 해외 장비 도입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고 조달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잠수함 형태에 맞춰 발사 장치를 설계하는 데 필요한 발사력 해석 기술도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다양한 잠수함에 대응하는 관련 장비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향후 차세대 잠수함 탑재와 해외 수출도 추진 방향으로 제시했다. 핵심 무장 장비를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할 수 있게 된 만큼 잠수함 전력 강화와 수출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건호 한화오션 방산기술연구센터장(상무)은 “이번 개발을 통해 축적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잠수함 핵심장비의 완성도를 높이고, 차세대 잠수함에 필요한 관련 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대한민국 해군력 강화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그룹, 美 해군 함정 첫 수주…3575억원 상륙함 계약에 추가 3척 옵션

한화그룹이 미국 필리 조선소 인수 이후 처음으로 미 해군 함정 건조 사업을 따냈다. 약 3575억원 규모의 중형 상륙함(LSM) 1척을 건조하는 계약으로 추가 3척에 대한 옵션도 포함됐다. 미국 현지 조선소 확보와 인력·기술 투자를 바탕으로 상선 중심의 사업 영역을 해군 함정으로 넓히며 후속 수주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한화그룹은 한화디펜스USA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 해군 선박 건조·관리 업체(VCM)인 TOTE 서비시스(Services)와 LSM 1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계약 금액은 약 2억6900만 달러(약 3575억원)이며, 실제 건조는 한화 필리 조선소가 맡는다. 데이브 매코믹 미국 연방 상원의원(공화당·펜실베이니아주)이 지난달 30일 배포한 별도 자료에 따르면 이번 계약에는 추가 함정 3척에 대한 옵션이 담겼다. 현재 확정된 건조 물량은 1척이고 옵션이 행사되면 물량이 늘어나는 구조다. 착공은 2027년 4분기로 예정돼 있다. 이번 계약은 미 해군의 위임을 받은 TOTE 서비시스가 건조 업체를 선정하고 사업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VCM은 발주처를 대신해 선박 건조 계약과 관리 전반을 수행한다. TOTE 서비시스는 지난 7월 LSM 사업의 VCM으로 선정돼 22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LSM은 인도·태평양 등 분쟁 가능성이 있는 연안에서 미 해군과 해병대의 분산작전을 지원하는 원정작전용 상륙함이다. 병력과 장비, 보급품을 연안 지역으로 수송하고 전개하는 임무를 맡는다. 길이 100m, 폭 16m에 경하 중량은 약 2687톤이며, 항속 거리는 약 7400㎞다. 미 해군은 네덜란드 다멘(Damen)의 LST-100 설계를 토대로 LSM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상용 설계를 활용하고 여러 조선소에서 동시에 건조해 초기 전력화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전체 도입 계획은 35척으로 한화그룹에는 이번 계약의 이행 실적이 향후 추가 물량 확보를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한화 필리 조선소의 기존 건조 이력도 이번 사업과 맞닿아 있다. TOTE 서비시스는 경쟁 절차를 통해 안전과 품질, 납기 준수 실적 등을 종합 평가해 건조 업체를 선정했다. 한화 필리 조선소는 미 해사청의 국가 안보 다목적선(NSMV) 사업에서 TOTE 서비시스와 같은 VCM 방식으로 협업해 4척을 건조·인도했다. 한화디펜스USA 역시 올해 초부터 필라델피아 현지에 인력을 투입해 조선소의 해군 사업 준비를 지원했다. 한화그룹은 2024년 12월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뒤 미국 연방 정부를 고객으로 하는 선박 사업을 확대해 왔다. 올해 3월에는 한화 필리 조선소와 한화디펜스USA가 미 해군 차세대 군수 지원함(NGLS) 개념설계 사업에 참여했다. 7월에는 미국의 '골든돔' 미사일 방어체계와 연계된 해상 미사일 시험 계측선(MRIV) 건조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번 LSM 계약으로 해군 함정 분야에서도 설계 참여에 이어 실제 건조 실적을 쌓을 기회를 확보했다. 마이클 쿨터 한화디펜스USA 대표는 “2024년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이후 한화그룹은 미 해군 등 연방 정부 고객을 위한 선박 건조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인력과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해 왔다"며 “일정과 예산에 맞춰 함정을 인도할 수 있도록 TOTE 서비시스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권은 이번 계약을 자국 조선업과 제조업 기반을 되살리는 투자 성과로 평가했다. 필리 조선소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를 지역구로 둔 매코믹 의원은 한화디펜스USA와 한화 필리 조선소의 사업 선정을 환영하며 현지 일자리와 산업 역량 확대에 의미를 부여했다. 매코믹 의원은 “펜실베이니아주는 미국 조선업 재건을 선도하며 일자리·제조업·새로운 기회를 우리 주에 다시 가져오고 있다"며 “한화그룹이 필라델피아에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투자 의지는 미국 노동자와 미국 산업에 투자할 때 무엇을 이룰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의 조선 인프라와 생산 역량을 살펴봤다. 방한 기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만나 미국 조선업에 대한 추가 투자 기회를 논의했고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도 조선·방위산업 제조·기술 분야의 한미 협력과 대미 투자 확대 방안을 협의했다. 매코믹 의원은 특히 한화그룹이 지난해 발표한 필리 조선소의 50억 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언급했다. 동맹국과의 협력이 미국의 선박 건조 역량을 회복하고 방위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화그룹은 조선소 인수 이후 투자를 이어가며 생산 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이번 수주를 계기로 미 해군 함정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추가 3척 옵션과 향후 발주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인력을 양성하고 설비 투자를 이어가는 한편, 첫 계약 함정을 일정과 예산에 맞춰 인도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글로벌 AI 허브 유치 나선 경기도…31개 시군 묶는 산업 생태계 승부수

고양 킨텍스서 전문가 200여 명 참여 유치전략 포럼 개최 산업·연구 인프라와 국제협력 연계…중소기업 AI 전환 지원 구상 정부 입지 공모 앞두고 대응 본격화…지역 간 성과 공유가 관건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이성재 기자 경기도가 정부의 '글로벌 AI 허브' 유치를 위해 산업과 연구개발, 국제협력을 하나로 연결하는 전략 마련에 나섰다. 단순히 국제기구 협력시설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내 기업의 인공지능(AI) 전환과 31개 시군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성장 기반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1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달 30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지페어 코리아(G-FAIR KOREA) 2026' 현장에서 '경기도 글로벌 AI 허브 유치전략 포럼'을 개최했다. 'AI 대전환, 경기와 세계를 잇다'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는 주형철 경기도 경제부지사와 김태형 경기도의회 미래과학협력위원장, AI 전문가와 기업인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글로벌 AI 허브는 정부가 유엔 산하 국제기구와 다자개발은행 등과 협력해 국내 구축을 추진하는 국제 AI 다자협력 플랫폼이다. 정부는 지난달 14일 입지 선정 공청회를 열었으며 후보지 공모와 평가, 현장실사 등을 거쳐 최종 입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경기도는 지난달 12일 유치 추진 지원단을 출범시키고 시군 및 공공기관과 공동 대응에 나섰다. 이번 포럼의 핵심은 경기도의 산업적 강점을 국제협력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 맞춰졌다. 글로벌 AI 허브가 정책 연구와 국제교류에 머무르지 않고 제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신산업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선우 세종대 교수는 지속 가능한 AI 대전환을 위한 경기도의 역할을, 김용호 성균관대 교수는 AI와 과학기술혁신을 연계한 글로벌 과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진 정책대담에서는 연구개발 인프라와 기업 집적도, 산업 현장의 AI 수요를 활용해 국제협력 기반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경기도가 가진 강점은 다양한 산업과 연구기관, 기업들이 집적돼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시설 유치 자체가 곧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제협력 성과를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과 현장 적용으로 연결할 구체적인 실행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허브가 특정 지역에 들어서더라도 도내 다른 시군과 기업들이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주형철 경제부지사는 “글로벌 AI 허브가 도내 어느 곳에 자리 잡더라도 31개 시군과 도내 기업이 함께 참여하고 성과를 나눌 수 있는 협력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포럼에서 제시된 의견을 유치 전략에 반영하고 정부 공모와 평가에 대응할 방침이다. 글로벌 AI 허브 유치의 성패는 입지 경쟁력뿐 아니라 국제협력을 실제 산업 현장의 변화로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경기도가 제시할 구체적인 산업 연계 전략과 시군 협력 방안이 향후 평가의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성재 기자 gado444@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