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참사, 그 이후 ③] 국가 불신이 부른 ‘각자도생’…유가족 둘러싼 기획 소송과 2차 가해

[무안 참사, 그 이후 ③] 국가 불신이 부른 ‘각자도생’…유가족 둘러싼 기획 소송과 2차 가해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2024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2216편 추락 참사 발생 이후 1년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국가 주도 진상 규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12·29 여객기 참사 특별수사단을 꾸린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현재까지 34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특히 행정 당국이 행정 편의를 위해 희생자 179명을 일괄적으로 '동시 사망'으로 처리해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은 일부 유족들이 법적 상속 절차에 따른 공제 혜택조차 받지 못한 채 막대한 상속세 폭탄까지 떠안게 된 상황은 국가..

LS일렉트릭, 캐나다 CSA 공인시험소 자격 확보…“북미 고부가 시장 정조준”

LS일렉트릭이 캐나다에서 자사 기술원에 대한 공인시험소 자격을 확보하며 북미권 시장 진출을 위한 인증 리드타임을 단축했다. LS일렉트릭은 자사 전력시험기술원(PT&T)이 최근 캐나다 표준협회(CSA)의 '인증기관 입회(WMTL) 인정시험소' 자격을 확보했다고 13일 밝혔다. CSA가 입회 하에 LS일렉트릭이 PT&T에서 자사 전력기기 제품에 대한 규격시험을 직접 수행하고, 해당 시험의 결과를 토대로 CSA의 인증서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CSA는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이 지정한 민간 국가인정시험소(NRTL) 중 한 곳으로, 주요 글로벌 인증기관과 동등하게 제품을 인증하고 인증마크를 부여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캐나다를 비롯한 북미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선 CSA 등 제3자 시험·인증 기관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는 안전·품질 인증 요건이 엄격해 현지 표준에 맞춘 인증 확보가 시장 진입과 수주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지목된다. LS일렉트릭은 이번 자격 확보를 통해 CSA 인증 대응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크게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PT&T에서 직접 규격시험을 수행해 인증 프로세스를 보다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PT&T는 LS일렉트릭의 국내 유일 민간기업 전력 시험소로, 저압부터 초고압에 이르는 전력기기 시험 역량을 갖추고 있다. 대전력·고전압 시험 설비와 글로벌 규격 대응 경험을 기반으로 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시험과 인증, 품질 검증까지 연계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LS일렉트릭은 이번에 자격을 획득한 PT&T를 통해 제품개발 과정에서 북미 규격 요구사항을 선제적으로 반영하고, 인증 리드타임을 단축해 현지 고객 대응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북미 데이터센터 등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제품공급을 확대하고 수주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이번 CSA 인정시험소 자격 확보를 통해 PT&T의 시험·인증 역량이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며 “앞선 기술력과 현지 맞춤형 전략을 바탕으로 북미 고객 대응 속도를 높이고, 전력 인프라 슈퍼사이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OTT 광고형 매출 63조 시대…방송도 ‘광고 족쇄’ 푼다

오는 10월부터 방송사의 광고 편성 자율성이 크게 확대된다. 프로그램별 광고시간 제한을 없애고 30분짜리 프로그램에도 중간광고를 허용한다. OTT와 유튜브 등 디지털 중심으로 광고시장이 재편되자 정부도 변화한 미디어 환경에 맞춰 방송광고 규제 손질에 나섰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방송광고 규제 개선을 담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시행령은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을 거쳐 9월 초 공포한 뒤 1개월 후인 10월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방송사의 광고 편성 자율성을 확대하는 것이다. 개별 방송프로그램에 적용했던 광고시간 20% 총량 규제를 폐지하고 채널별 하루 광고시간 총량은 하루 방송시간의 평균 17%에서 20%로 확대한다. 중간광고 규제도 완화한다. 현재 45분 이상 프로그램에만 허용되는 중간광고를 30분 이상 프로그램부터 넣을 수 있게 된다. 45~60분 프로그램의 중간광고 허용 횟수는 1회에서 2회로, 60~90분 프로그램은 2회에서 3회로 늘어난다. 가상광고와 간접광고 규제도 완화된다. 가상광고 허용 장르는 교양프로그램까지 넓어지고 가상광고와 간접광고가 화면에서 차지할 수 있는 크기는 기존 4분의 1 이하에서 3분의 1 이하로 확대된다. 다만 광고가 특정 시간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평일 오후 7~11시, 토요일과 일요일 및 공휴일 오후 6~11시에는 별도로 광고시간 20% 총량을 적용한다. 방미통위는 중간광고 규제 완화만으로 연간 약 500억원의 방송광고 매출 증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현재 중간광고 판매 단가 등을 토대로 계산해 산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OTT는 '광고 시대'…국내 이용자 절반 넘어 정부가 방송광고 규제를 손질한 배경에는 달라진 미디어 광고시장이 있다. 방송은 광고 시간과 횟수, 가상광고와 간접광고 등에 방송법상 규제를 적용받는 반면 OTT와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은 법적 지위가 달라 같은 편성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특히 OTT에서는 광고형 요금제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암페어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올해 북미 지역 광고형 OTT의 구독 매출과 광고 매출을 합친 규모는 451억달러(약 6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2018년 44억달러에서 2024년 303억달러로 늘어난 데 이어 8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하는 셈이다. 올해 북미 구독 스트리밍 서비스 매출의 54%가 광고형 요금제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광고 매출만 180억달러를 웃돌아 전체 구독 OTT 매출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도 처음으로 20%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됐다. 넷플릭스의 광고 사업도 확대되고 있다. 넷플릭스의 광고 매출은 지난해 15억달러(약 2조1200억원)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두 배 수준인 30억달러(약 4조2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광고형 요금제 이용이 늘고 있다. KT나스미디어의 '2026 인터넷 이용자 조사(NPR)'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자의 59.7%가 광고형 요금제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 이용자의 54.2%, 티빙 이용자의 53.5%가 광고형 요금제를 선택했다. 광고 수익 비중이 커지면서 OTT의 콘텐츠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가입자 증가뿐 아니라 이용자의 시청시간과 재방문을 늘려 광고 노출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로리 구더릭 암페어 애널리시스 리서치 매니저는 “광고는 콘텐츠 발주와 성공을 측정하는 방식을 바꿔놓고 있다"며 “가입자 성장이 둔화되면서 이용자 참여와 습관적인 시청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첫걸음' 뗀 규제완화…추가 개편 추진 방송업계는 OTT와 유튜브 등 디지털 매체와 같은 광고시장에서 경쟁하면서 방송에만 상대적으로 강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방문신 당시 한국방송협회장은 지난해 10월 정부의 핵심 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동일한 디바이스로 시청하는 OTT나 유튜브엔 아무런 제약이 없다"며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에 따른 지상파 광고와 협찬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한국방송협회도 당시 성명을 통해 정부의 규제 개선 방침을 “규제의 시대에서 진흥과 육성의 시대로 전환"하는 계기로 평가하고 후속 입법과 시행령 개정을 촉구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에도 이 같은 요구가 반영됐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방송사들로부터 광고 규제를 개선해달라는 요구와 의견이 있었다"며 “그런 부분들을 참고해 일부 수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에서도 규제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달 27일 방미통위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개정안의 방향에 찬성한다"며 “디지털 환경에 맞게 광고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전통 방송사의 경쟁력과 콘텐츠 제작 기반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조치만으로 디지털 매체로 이동한 광고 수요가 방송으로 되돌아올지는 지켜봐야 한다. 방미통위 역시 시장 회복 효과를 직접적으로 전망하기보다는 방송업계의 규제 개선 요구를 일부 수용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이번 시행령 개정을 방송광고 혁신의 끝이 아닌 '첫걸음'이라고 규정했다. 하반기에는 입법 사항을 포함해 방송광고 생태계 전반을 대상으로 근본적인 규제 혁신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추가 개편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나 다른 부처와 협의가 필요한 사항들이 있다"며 “그런 부분들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변화한 미디어 환경을 반영한 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영화와 방송, OTT를 하나의 '영상콘텐츠' 산업으로 묶어 지원하는 내용의 '영상진흥기본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영화와 방송, OTT 등으로 나뉜 기존 제도를 변화한 미디어 환경에 맞게 정비하고 관련 산업을 함께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시동 안 켰어?”…제네시스, 전기차 안 부러운 ‘GV80 하이브리드’ 공개

제네시스가 정숙성과 가속감을 전기차 수준으로 끌어올린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공개했다. 연비 개선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하이브리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기차에 가까운 주행 감성을 구현하는 데 무게를 실은 것이 특징이다. 제네시스는 최근 국내 판매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중심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다음 달 GV80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확대하고, 브랜드 첫 대형 전기 SUV인 GV90 출시도 준비하며 전동화 전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제네시스는 13일 새로운 2.5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공개하고, 이를 다음 달 출시 예정인 GV80 하이브리드에 처음 적용한다고 밝혔다. 새 시스템은 엔진 시동과 발전을 담당하는 P1 모터, 차량 구동과 회생제동을 맡는 P2 모터를 조합한 병렬형 구조다. 합산 최고출력은 352마력(PS), 최대토크는 54.0kgf·m로 기존 GV80 2.5 터보 가솔린 모델보다 더 강력한 성능을 낸다. 출력은 16%, 토크는 26% 향상돼 출발 가속과 재가속 성능을 모두 끌어올렸다. 연비도 좋아졌다. 제네시스 연구소 자체 측정 기준으로 19인치 2륜구동 모델의 복합연비는 가솔린 모델보다 25% 이상 높아졌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1초다. 이번 시스템의 가장 큰 변화는 전기차처럼 조용하고 부드럽게 달리는 주행 감각이다. 현대차그룹 하이브리드 최초로 배터리를 물로 냉각하는 수냉식 배터리 시스템을 적용해 배터리 성능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고, 모터만으로 달릴 수 있는 구간도 크게 늘렸다. 덕분에 출발 직후 30km/h까지는 모터만으로 주행하는 EV 모드를 적극 활용하도록 설계됐다. 지하주차장이나 저속 주행 구간에서는 엔진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하고, 일정 속도 이상에서 자연스럽게 엔진이 개입하는 방식이다. 정체 구간에서도 EV 모드 활용 범위를 넓혀 정숙성을 높였다. 가속 반응도 빨라졌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엔진과 모터가 함께 작동해 힘을 즉각적으로 전달하도록 했다. 시속 100km로 달리다 다시 속도를 높일 때의 재가속 성능은 기존 2.5 가솔린 터보 모델보다 18% 빠르다. 새로운 편의 기능도 추가됐다. '스테이 모드'를 이용하면 엔진을 켜지 않아도 에어컨과 멀티미디어 등 차량 내 편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목적지와 도로 상황을 미리 분석해 EV 모드와 하이브리드 모드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예측 제어 기능과, 주행 상황에 맞춰 회생제동 강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스마트 회생제동 기능도 함께 적용됐다. 제네시스는 이번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효율과 정숙성, 주행 성능을 함께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춰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시혁 제네시스사업본부장은 “신규 파워트레인은 효율과 정숙성, 주행 성능의 균형을 정교하게 완성해 차별화된 주행 경험을 구현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GV80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시장 환경 변화와 고객 수요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주행거리 아쉬움 덜었다…MINI 전기 컨트리맨 35km 더 간다

“배터리는 동일…휠 베어링·공기역학 성능 개선" 파노라마 글라스 선루프, 전 트림 기본 사양 적용 MINI 코리아가 전기 SUV '디 올-일렉트릭 MINI 컨트리맨'의 주행거리와 전비를 개선한 모델을 출시했다. 배터리 용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려 1회 충전 주행거리를 최대 35km 늘린 것이 핵심이다. MINI 코리아는 13일 새 모델을 국내에 공식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모델은 'E'와 'SE ALL4' 두 가지 라인업으로 운영된다. 실리콘 카바이드(SiC) 인버터를 적용해 전기를 모터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전비와 주행거리를 개선했다. 여기에 배터리 관리 시스템을 새롭게 적용하고 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해 전력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배터리 총용량은 기존과 같은 66.5kWh지만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을 늘려 효율을 높였다. 바퀴를 더 부드럽게 구르게 하는 저마찰 휠 베어링을 적용하고, 공기역학 성능도 함께 개선했다. 주행거리는 눈에 띄게 늘었다. 컨트리맨 E는 복합 전비가 5.3km/kWh로 개선되면서 1회 충전 주행거리가 381km를 기록했다. 이전보다 32km 늘어난 수치다. 사륜구동 모델인 컨트리맨 SE ALL4는 복합 전비 5.0km/kWh, 주행거리 361km를 확보해 기존보다 35km 더 달릴 수 있게 됐다. 두 모델 모두 에너지소비효율 등급도 3등급에서 2등급으로 올라갔다. 실내 사양도 손봤다. 기존에는 일부 모델에만 적용됐던 파노라마 글라스 선루프를 전 트림 기본 사양으로 확대했고, 원형 OLED 디스플레이와 MINI 특유의 토글 방식 조작계를 그대로 유지했다. 뒷좌석은 4:2:4 분할 폴딩을 지원해 적재 공간 활용성도 높였다. 운전자 보조 기능도 강화했다. 전 모델에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보조 기능 등을 포함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 서라운드 뷰와 원격 3D 뷰 등을 지원하는 '파킹 어시스턴트 플러스'를 기본 적용했다. 최상위 JCW 트림에는 차선 변경 보조와 전방 교차 통행 경고 등 추가 기능이 포함된다. 국내 판매 가격은 컨트리맨 E 클래식 5890만원, 컨트리맨 SE ALL4 페이버드 6350만원, 컨트리맨 SE ALL4 JCW 6610만원이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중동 공백 메우는 K-윤활기유…정유업계, 글로벌 핵심 공급망 부상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윤활기유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며 안정적인 생산 능력을 갖춘 국내 정유업계의 글로벌 공급망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중동권의 공급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국내 업계의 글로벌 윤활기유 시장을 둘러싼 각축전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13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글로벌 핵심 시장인 미국에선 중동발(發) 공급불안의 여파로 윤활기유 수입과 중동산 제품 비중이 가파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글로벌 윤활기유 전문 매체인 베이스오일뉴스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인구조사국 무역 통계를 인용해 미국의 2분기 윤활기유 수입분이 약 250만배럴(33만톤)로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수입물량을 40% 수준으로 차지하던 중동산 제품 비중은 2분기 6% 미만까지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중동권의 주요 윤활기유 설비가 중동전쟁의 여파로 가동 불가 상태에 진입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윤활기유 중 고성능 제품군인 그룹3 기준 전세계 공급물량의 30% 수준을 차지하는 카타르의 '펄 GTL' 설비는 이란의 설비 타격으로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중동전쟁 여파에 휩쓸리며 중동권의 윤활기유 공급능력이 크게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국산 윤활기유는 미국향(向) 수출 실적이 급성장하며 중동산 공급차질의 여파를 상당 부분 흡수해 대체 수입처로 급부상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국산 윤활기유의 미국향 수출물량은 16만9656톤(t)으로 전년 동기(13만1682t) 대비 28.8% 증가했다. 수출액의 경우 4억871만달러(6000억원)로, 같은 기간 160.4% 증가해 수출물량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이에 힘입어 국내 정유업계의 2분기 윤활기유 및 윤활유 사업부문 실적도 큰 폭으로 성장했다.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의 2분기 윤활기유·윤활유 사업부문 매출은 합산 4조29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5% 늘었고, 영업이익은 1조7084억원으로 같은 기간 297.7% 급증했다. 이처럼 국내 정유업계가 중동권 윤활기유 공급차질 여파를 흡수할 수 있었던 배경엔 이들 업계의 안정적인 생산역량이 자리한다. 이들 정유업계가 글로벌 공급차질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가동률을 유지하며 전세계 윤활기유 시장의 핵심 공급망으로써 경쟁력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국내에서 윤활기유 생산 능력이 가장 높은 SK이노베이션의 경우, 하루당 약 8만배럴 수준의 그룹3 윤활기유를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경쟁사인 에쓰오일 역시 하루 4만4000배럴 수준의 윤활기유 생산 역량을 자랑한다. 두 회사만으로 전세계 윤활기유 생산량의 40%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선 중동권의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동의 생산능력 회복이 지연됨에 따라 윤활기유 고마진 현상이 지속되는 한편, 안정적인 생산 능력을 토대로 한 글로벌 파트너로써의 입지를 공고히 할 기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동권의 공급 정상화 시점은 내년 이후까지 지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글로벌 고부가 윤활기유 시장을 둘러싼 국내 정유업계의 경쟁관계도 내년을 기점으로 한층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 시기 HD현대오일뱅크가 그룹3 윤활기유 생산에 착수할 예정인 까닭이다. 앞서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HD현대쉘베이스오일을 통해 대산 윤활기유 공장을 증설하고 내년부터 그룹3 윤활기유 생산시설의 상업 가동을 본격화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HD현대쉘베이스오일은 HD현대오일뱅크와 글로벌 에너지기업 쉘의 합작법인이다. 기존 기업들의 공급망 입지 강화 행보도 가파르게 전개되고 있다. SK엔무브(SK이노베이션)은 이달 초 미국 에너지기업 HF싱클레어와 그룹3 윤활기유 장기 공급·유통 관계를 구축하며 북미 판매망을 강화했다. 이밖에 GS칼텍스는 이달 인천 윤활유 글로벌 물류센터의 완전 자동화를, 에쓰오일은 지난해 유럽 현지법인 'S-OIL Europe B.V.'를 설립하고 윤활기유 트레이딩·마케팅 역량 확대에 나서는 등 글로벌 윤활유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 차질로 국내 업계의 성장 지표가 두드러진만큼 중동권의 생산능력이 단기간에 회복될 경우 업계 성장세도 일부 조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동 업체의 공백이 장기화될수록 공급 파트너로써 국내 정유업계의 입지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무안 참사, 그 이후 ③] 국가 불신이 부른 ‘각자도생’…유가족 둘러싼 기획 소송과 2차 가해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2024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2216편 추락 참사 발생 이후 1년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국가 주도 진상 규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12·29 여객기 참사 특별수사단을 꾸린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현재까지 34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특히 행정 당국이 행정 편의를 위해 희생자 179명을 일괄적으로 '동시 사망'으로 처리해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은 일부 유족들이 법적 상속 절차에 따른 공제 혜택조차 받지 못한 채 막대한 상속세 폭탄까지 떠안게 된 상황은 국가 시스템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낳았다. 결과적으로 사법적 진실 규명의 짐을 짊어진 유가족들은 단일대오를 유지하지 못한 채 책임 소재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소송전이 세 갈래로 분화되는 각자도생의 형국을 띠고 있다. ◇ “빠른 조사 아닌 바른 조사" 진상 규명이 표류하는 가운데 지난 6일 무안공항에서는 참사 발생 1년 8개월 만에 최기영 신임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과 유가족 협의회 간의 첫 간담회가 열렸다. 유가족 측은 신임 위원장에게 △마지막 4분 7초 기록이 중단된 조종실 음성 기록 장치(CVR)와 비행 데이터 기록 장치(FDR) 등 모든 원본 데이터의 투명한 즉시 공개 △해외 전문가 조사의 권한과 역량 검증이 포함된 사고 조사 종합 계획과 로드맵 수립 △정례 간담회를 통한 알 권리 보장 및 조사 과정 참여 제도화 △확인된 위험 요소에 대한 선제적 긴급 안전 권고 즉각 수립 등 4가지를 촉구했다. 밀실 조사와 편파 조사 논란을 불식시키고 조류 충돌부터 불법 둔덕 충돌, 관할 당국의 항공 안전 관리 문제, 제주항공의 정비·교육 결함 여부까지 성역 없이 밝혀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 사항이다. 국가의 조사만을 수동적으로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73명의 유가족은 투명한 심사 절차를 거쳐 '법무법인 원'을 대리인으로 선정하고, 정부·항공사를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라는 가시밭길을 택했다. 이들 앞에 놓인 가장 큰 장벽은 다름 아닌 '시간'이다. 국제 항공 운송 중 발생한 사고 배상 책임을 규정한 몬트리올 협약에 따르면 소멸 시효는 항공기 도착 예정일로부터 정확히 2년으로 제한된다. 권리 소멸을 막기 위해 유가족들은 어떠한 사정이 있더라도 오는 12월 28일 자정 이전에는 반드시 법원에 본안 소장을 제출해야만 한다. 시간이 촉박해지는 가운데 법무법인 원은 지난 6일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 사고 현장의 폐쇄 회로(CC) TV 영상과 수습된 유류품 등에 대한 증거 보전 신청서를 제출했다. 참사 이후 2년이 돼가도록 사고 여객기 파편이 허허벌판에 방치된 데다 조사 당국이 사고 현장을 제대로 보존하지 않고 훼손한 정황마저 파악돼 민사 재판 개시 전 법원의 강제력을 빌려 선제적으로 증거를 동결하려는 소송 전략이다. 이와 함께 전직 국토부 장관 등을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고소하며 수사 기관을 압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2216편 참사의 원인을 미국 제조사 보잉의 기체 결함으로 좁혀가는 사조위의 조사 논점이 결과적으로 미국 내 항공 소송 전문 로펌들에게 유리한 법률적 근거를 제공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조위가 기초 동역학 한계와 배치되는 '16G(중력가속도) 좌석 안전 규정 미달' 가능성을 부각함에 따라 미국 법원에서 제조사를 상대로 막대한 배상금을 청구한 원고 측 대리인들의 소송 전략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반면 참사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관할 당국의 콘크리트 둔덕 방치와 항공사의 운항 책임은 상대적으로 소송의 쟁점에서 멀어지는 양상이다. ◇ “조류 충돌이 설계 결함 탓"…사조위 회의록 인용한 소송 전략 이들 대리인단은 사고의 모든 본질을 '보잉의 총체적 시스템 실패'로 규정하고 있다. 찰스 허만(Charles Herrmann)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16일 서울에서 연 기자 회견에서 “기자 여러분이 쓰는 휴대폰과 비교해 보라. 보잉은 66년 전인 1958년에 설계된 전기·유압 시스템 아키텍처를 그대로 쓰고 있다"며 '낡은 시스템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조류 충돌 후 벌어진 상황에 대해 “엔진 고장으로 시작해 FDR·CVR이 멈췄고 랜딩 기어와 역추진 장치 등 15가지 안전 시스템이 연쇄 붕괴했다"며 “조종사들은 기댔어야 할 시스템을 강탈당했고 이들의 과실은 보잉에 비하면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잉이 맥도넬 더글러스를 인수한 후 스톤 사이퍼 당시 최고경영자(CEO)가 “더 이상 엔지니어링 회사가 아닌 이윤을 원한다"며 본사를 시카고로 옮긴 점을 거론하며, 이를 보잉의 중과실이라고 공격했다. 이와 같은 책임 전가 상황에서 최근 언론을 통해 유출된 사조위의 '16G 좌석 규정 미달' 정황은 원고 측의 징벌적 손해배상 논거를 한층 더 강화할 핵심 무기로 활용될 전망이다. 앞서 국내 협력 대리인인 하종선 변호사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좌석 비산이 사실로 입증될 경우 사망자를 늘리는 결정적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낡은 설계' 비난의 모순…66년 간 검증된 베스트 셀러의 신뢰성 그러나 항공업계와 공학 전문가들은 허만 변호사의 “66년 전 낡은 설계"라는 주장에 논리적 모순이 있다고 반박한다. 보잉 737 시리즈가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해당 전기·유압 시스템 아키텍처의 기본 골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 시스템이 전 세계 민간 항공 역사상 가장 많은 비행 횟수와 수천만 시간의 운항을 통해 안전성이 검증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 기종이기 때문이다. 항공 공학계에서 새로운 설계로의 무리한 전환은 오히려 예측 불가능한 버그를 낳을 수 있어 장기간 신뢰성(Proven Reliability)이 입증된 시스템을 개선해 사용하는 것이 글로벌 표준이다. 사고기인 보잉 737-800 역시 가장 안전한 기종 중 하나로 꼽힌다. 이를 중과실로 몰아가는 것은 법정 여론전을 위한 선동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국제 항공 사고 조사 기구 요직을 지낸 업계 관계자 A씨는 사조위의 보잉 책임론 유출 시점에 대해 “이 시기에 섣부르게 보도된 것을 보면 무언가 구린내가 난다"며 “보잉을 상대로 재판을 걸 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노려 유가족 측이나 법률 대리인들에게 청탁을 받고 쓴 기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A씨의 이 같은 의견은 국가 주도의 사고 조사 데이터가 사고 예방과 객관적인 진상 규명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상실한 채 거액의 징벌적 배상금을 노린 기획 소송 세력의 유리한 논거로 오용되거나 편향되고 있다는 공학계의 짙은 우려를 대변한다. ◇ 美 판례 '불편한 법정의 원칙' 우회용…관할권 심리가 변수 허만 로펌 등 항공 사고 전문 대리인단은 과거 대한항공 007편 피격 사건·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610편 추락 사고 등에서 대규모 배상 합의를 이끌어낸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 전문 로펌의 전략은 장기적인 배심원 평결에 도달하기 직전에 연대 및 개별 책임(Joint and Several Liability)' 원칙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거대 다국적 기업을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와 언론 노출 리스크를 부각해 거액의 합의를 유도하는 방식에 집중된다. 허만 변호사는 작년 회견에서 “보잉의 과실이 10%만 인정되더라도 100%의 손해 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다"며 징벌적 배상 제도가 있는 미국 법정을 고집하는 이유를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가족 대리인들이 '66년 된 시스템 결함' 등을 끌어들이는 진짜 이유가 미국 손해배상 소송이 절차적 이유로 기각될 가능성을 우회하기 위함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연방법원은 외국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불편한 법정의 원칙(FNC, Forum Non Conveniens)'을 적용한다. 연방대법원 판례(Piper Aircraft Co. v. Reyno)에 따르면 △사건의 발생 장소 △핵심 증거(공항 인프라) △주요 증인이 모두 미국 외 국가에 소재할 경우 법원은 관할권을 거부하고 원고를 사건 발생국 법원으로 이송할 수 있다. 특히 보잉 측이 방어권 행사의 일환으로 “사고의 실질적 원인 제공자인 국토교통부의 둔덕 방치와 제주항공을 미국 법정에 강제로 피고 합류시킬 수 없어 공정한 재판이 불가능하다"고 항변할 경우 미국 법원이 사건을 심리할 명분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허만 변호사가 기자 회견 당시 “미국 소송과는 별개로 한국 소멸 시효 2년이 지나기 전 제주항공과 무안공항을 상대로 한국에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힌 것 자체가 정작 근본 원인을 제공한 한국 측 당사자들을 미국 법정에 함께 세우지 못하는 한계를 자인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美 법원, 소송 기각 심리 일정 확정…신중론 펴는 대리인단 찰스 허만 등 일부 로펌이 징벌적 배상을 공언하고 있지만, 관할권 기각 우려는 미국 현지 법정에서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미국 워싱턴주 서부 연방지방법원의 '무안 참사 다중지구 소송(Multidistrict Litigation, MDL 3174)' 명령서에 따르면 제임스 L. 로버트 판사는 보잉 측이 FNC에 근거해 제기할 소송 각하 신청(Motion to Dismiss) 심리 일정을 승인했다. 명령서에 명시된 일정표를 보면 보잉 측은 오는 9월 11일(현지시각) FNC 소송 각하 신청서를 정식 제출하고 양측은 10월 23일까지 서면 공방을 마쳐야 한다. 핵심 증거와 주요 피고가 한국에 있다는 이유로 기각 결정이 내려지면 배상 심리조차 못한 채 재판이 무산된다. 이러한 기각 리스크에 대해 국내 대리인단 중 일부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 대형 로펌 '크레인들러(Kreindler)'와 제휴 중인 하종선 변호사는 본지 통화에서 “소장을 낸 찰스 허만 변호사 측과는 처음부터 공조하지 않고 별도로 움직이고 있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하 변호사는 “FNC 기각 리스크가 존재해 우리는 아직 소장을 내지 않고 (보잉 측과) 협상 중"이라며 “현재 FNC 관련 증거 개시(Discovery)가 진행 중이며, 빠르면 10월 말이나 11월 중에 판사의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수사 안 되니 로펌에 의지할 수밖에"…세 갈래로 쪼개진 유가족들 소송 각하 리스크와 불확실성 속에 방치된 유가족들은 대리인단의 성향에 따라 크게 세 그룹으로 흩어졌다. 무안 참사 유가족 B씨는 본지에 “현재 유족들은 국내 소송을 준비하는 '법무법인 원', 찰스 허만 측과 국제 소송을 낸 '서원', 그리고 하 변호사가 제휴한 '크레인들러' 측으로 나뉘어 있다"며 “일부 로펌 역시 FNC 기각을 우려해 관망하는 등 서로 입장이 다 다르다"고 말했다. B씨는 현재 국면에 대해 “국가 차원의 진상 조사나 수사가 전무하다 보니 진실을 모르는 유족들로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로펌들 얘기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비참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A씨 역시 이 사건의 책임 규명이 편향적으로 흐르고 있음을 꼬집었다. 그는 “만약 콘크리트 둔덕이 진짜 원인이라면 과거 무안공항보다 4배나 높은 둔덕이 있었던 여수공항에서는 왜 대형 사고가 나지 않았겠느냐"며 “결국 비행기가 왜 그 속도로 거기까지 밀려가게 됐는지, 조종사의 훈련 상태와 운항 승무원 편조의 적절성 같은 제주항공 측의 책임이 우선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인프라의 구조적 방치 문제뿐만 아니라 1차적으로 비행기를 통제하고 최후의 순간까지 위기 상황에 대처했어야 할 조종사들의 대응 등 인적 과실 요인을 최우선으로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어 “보잉은 법률적으로 결코 만만한 기업이 아니며, 근본 원인을 외면한 채 사조위의 억지 논리를 무기 삼아 무리한 소송을 걸었다가는 미국 법정에서 기각돼 유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부메랑을 맞게 할 것"이라고 했다. ◇ 2차 가해에 두 번 우는 유족…사법적 단죄와 처벌 불원의 딜레마 이처럼 험난한 소송전 속에서 유가족들은 법정 밖에서도 깊은 상흔에 시달리고 있다. 참사의 슬픔을 추스르기도 전,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영상 플랫폼을 중심으로 진상을 규명하려는 유가족 협의회 지도부를 향해 “특정 정당 소속의 가짜 유족이다", “정치적 목적을 띠고 있다"는 등의 무자비한 허위 사실이 조직적으로 유포되며 심각한 2차 가해가 가해졌다. 도를 넘은 모욕에 참다못한 유가족들은 광주지방변호사회의 자발적 조력을 받아 '법률지원단'을 꾸리고 대규모 형사 고소로 맞섰다.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 역시 전국 시·도경찰청 전담 수사관들을 투입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하며 엄정 대응 기조를 밝혔다. 실제로 악의적인 허위 사실을 유포한 30대 남성 악플러 한 명은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 훼손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부산지방법원의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공소를 기각했다. 앞서 가해자의 거듭된 사과와 선처 호소에 유족 대표가 고심 끝에 처벌 불원서를 법원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형사 처벌을 할 수 없는 '반의사 불벌죄'에 해당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V 붐 후반전 시작…타이어 3사 ‘교체 시장’ 정조준

전기차 타이어가 교체 주기에 접어들면서 타이어 업계의 승부처가 바뀌고 있다. 2분기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수익성을 끌어올렸고, 넥센타이어는 비용 부담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세 회사 모두 교체용 타이어와 고부가 제품 확대를 하반기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2분기 타이어 부문 매출 2조8073억원, 영업이익 4832억원을 올리며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했다. 금호타이어 역시 매출 1조3328억원, 영업이익 1822억원으로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넥센타이어는 매출 8913억원으로 외형은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343억원으로 감소했다. 겉으로 보면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의 수익성 개선, 넥센타이어의 부진으로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3사가 고부가 제품 확대와 교체용(RE) 시장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량 경쟁보다 수익성이 높은 제품과 시장 비중을 얼마나 확대하느냐가 실적을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는 타이어 3사의 공통 전략이다. 3사는 특히 수익성 개선 효과가 큰 고인치 타이어 판매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SUV와 픽업트럭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18인치 이상 고인치 타이어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고인치 타이어는 프리미엄 차량에 적용되는 비중이 높아 승차감과 소음, 고속 주행 안정성 등에서 높은 수준의 성능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일반 제품보다 판매단가와 마진이 높고, 원재료 투입 대비 부가가치도 커 수익성 개선에 유리한 제품군으로 평가된다. 한국타이어의 2분기 승용차·경트럭용 타이어 매출에서 18인치 이상 고인치 제품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49.5%다. 금호타이어는 47%, 넥센타이어는 38.8%를 나타내며 고인치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EV) 타이어도 고부가 제품으로 분류된다. 전기차는 배터리 탑재로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차체가 무거운 경우가 많고, 전기모터의 높은 초기 토크 특성으로 타이어에 가해지는 하중과 마찰이 커진다. 이에 따라 저소음·고하중·내마모 성능을 강화한 전용 타이어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2분기 승용차·경트럭용 신차용(OE) 타이어 매출에서 EV 전용 타이어 비중이 31.8%까지 상승했다고 밝혔고, 금호타이어는 글로벌 OE 매출 기준 EV 타이어 공급 비중이 25.1%를 기록했다. 넥센타이어도 아이오닉6·EV3·EV9 등 EV 신차용 타이어 공급을 확대하고 중국 BYD에 신규 공급을 시작하는 등 전동화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가 더 주목하는 변화는 교체용 시장이다. 그동안 전기차 타이어 시장은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신차용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초기 보급된 전기차 물량이 점차 교체 주기에 접어들면서 교체용 타이어 시장이 새로운 성장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승용차 타이어의 일반적인 교체 주기가 3~5년 수준인 만큼 2021~2022년 판매된 초기 전기차 물량이 점차 교체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 한국타이어는 지난 11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 타이어 교체 주기 도래에 따른 교체용 타이어 판매 확대가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IEA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의 59%를 차지했고, 2023년 기준 누적 전기차 등록 대수는 약 2040만대로 전 세계 운행 중인 전기차의 거의 절반에 해당한다. 업계에서는 대규모로 보급된 전기차 물량이 점차 교체 주기에 접어들면서 중국에서 RE 수요가 먼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사례가 다른 주요 EV 시장의 RE 수요를 가늠할 선행 지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시장의 현지 생산력도 변수로 꼽힌다. 미국은 SUV와 픽업트럭 비중이 높아 고인치 타이어 수요가 큰 시장이다. 한국타이어는 2017년부터 가동한 미국 테네시 공장의 승용차용 생산능력을 기존 550만본에서 1100만본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금호타이어는 2016년부터 조지아 공장을 운영 중이다. 반면 넥센타이어는 미국 현지 생산기지가 없어 미국 반덤핑 관세율 조정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2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미국은 차량 교체 주기가 길어 교체용(RE) 타이어 수요가 꾸준한 시장으로도 평가된다. 미 시장조사업체 S&P 글로벌 모빌리티(S&P Global Mobility)에 따르면 미국에서 운행되는 차량의 평균 연령은 2019년 11.8년에서 2025년 12.8년으로 높아졌다. 결국 하반기 경쟁은 고인치와 EV 등 고부가 제품 확대에 더해 교체용(RE) 시장 대응력이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차 판매 둔화로 신차용 타이어 시장 성장세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마진이 높은 RE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얼마나 빠르게 높이느냐가 수익성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역시 전기차 타이어 시장이 신차용(OE) 중심에서 교체용(RE) 중심으로 이동하는 초기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삼성증권 임은영 연구원은 “글로벌 타이어 수요의 80%가 교체용 타이어로 경기와 무관하게 견조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전기차 수요 붐은 2020년 이후 시작돼 2026년에는 전기차 타이어 교체 주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삼성 印 푸네에 ‘AI 냉각기지’…연 6500대 쏟아낸다

삼성전자가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에 플랙트그룹의 신규 냉난방공조(HVAC) 생산라인을 준공하며 인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AI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삼성전자는 12일(현지시간) 푸네에서 신규 생산라인 준공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삼성전자 DA사업부장 김철기 부사장, 플랙트그룹 데이비드 도니(David Dorney) 대표 등 경영진과 주요 거래선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신규 생산라인은 기존 노이다 생산시설과 함께 인도는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 고객에게 신속하게 HVAC 솔루션을 공급하는 핵심 생산기지 역할을 맡는다. 생산라인이 들어선 푸네는 인도의 데이터센터·산업 인프라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지역으로, 뭄바이 항구와 인접해 공급망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전략적 입지를 갖췄다. 신규 생산시설은 생산라인과 사무실, 부대시설을 포함해 1만3826㎡(4190여 평) 규모로 조성됐다. 올해 초 설비·장비 구축에 착수해 약 6개월 만에 양산 체제를 갖췄으며, 완전 가동 단계에서는 연간 최대 6500대의 HVAC 장비를 생산할 수 있다. 푸네 생산라인에서는 플랙트그룹의 주력 제품인 공기조화기(AHU)를 비롯해 팬 월 유닛(FWU), 컴퓨터룸 공기 처리 장치(CRAH) 등 다양한 HVAC 장비가 생산된다. AHU는 냉각수를 이용해 데이터센터와 대형 상업용 건물 내 공기를 식히고 공기질을 쾌적하게 관리해주는 제품이다. 벽면 설치형 송풍 장비인 FWU와 고정밀 공기 조절 장치인 CRAH는 서버실 내 IT 장비가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삼성전자 DA사업부장 김철기 부사장은 “이번 인도 푸네 생산라인 준공은 인도를 넘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HVAC 공급을 확대하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삼성의 AI·플랫폼 기술력과 플랙트그룹의 HVAC 역량을 결합해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다양한 고객에게 최상의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현장] “연 150회 교섭에 1000시간 낭비”…네이버 노조, 본사에 통합교섭 촉구

네이버 노동조합이 본사에 계열사를 아우르는 통합교섭을 촉구하고 나섰다. 계열사별로 법인은 나뉘어 있지만 임금과 인센티브, 근무제도 등 주요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인 결정 권한은 네이버에 집중돼 있는 만큼 교섭 구조도 이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IT업종 통합교섭구조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IT 기업집단의 교섭 구조와 통합교섭 필요성을 논의했다. 이날 네이버 노조는 법인별로 쪼개진 현행 교섭 구조의 비효율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현재 네이버를 포함한 16개 법인과 각각 교섭하면서 연간 150회의 교섭이 이뤄지고 있으며, 100명이 넘는 노사 양측 교섭위원이 각각 연간 1000시간 이상을 교섭에 쏟고 있다는 것이다.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부위원장 겸 네이버지회장은 “실질적인 근로조건의 결정 권한은 모회사에 집중돼 있고 노동조합은 이미 모회사와 자회사를 통합한 하나의 노동조합으로 구성돼 있다"며 “모회사가 사실상 모든 것을 책임지는 현실과 현재의 교섭 구조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 16개사 쪼개진 교섭…“연 150회 반복" 현재 노조는 네이버를 포함한 15개사와 단체협약을 맺고, 1개 법인과 추가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총 16개 회사와 임금교섭을 해야 하는 구조다. 오 지회장은 “전 계열사를 합산하면 연간 150회의 교섭이 열리고, 100명이 넘는 노사 양측 교섭위원이 각각 연간 1000시간 이상을 교섭에 쏟고 있다"며 “내용은 대부분 동일한데 법인별 법무법인 자문료까지 감안하면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비용과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동일한 근로조건인데도 자회사 체제라는 명분을 유지하기 위해 법인별로 미묘한 차이를 두다 보니 오히려 자회사 노동자들의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노조에는 올해 8월 기준 28개 법인 소속 6200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조직 대상은 네이버를 비롯한 48개 관계·계열사 구성원이다. ◇ “본사 합의 없인 임금안도 못 내" 오 지회장은 통합교섭의 핵심 근거로 계열사에 대한 네이버의 실질적인 영향력을 들었다. 네이버는 네이버클라우드·네이버랩스 지분 100%, 스노우 90%, 네이버파이낸셜 89%를 보유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 이사의 절반 이상이 네이버 임원을 겸직하고 있으며, 네이버랩스는 매출 전액, 네이버클라우드는 87%가 네이버 및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한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근로조건 결정에서도 네이버가 중심에 있다는 주장이다. 2018년 네이버가 포괄임금제 폐지를 결정하자 계열 법인들이 동시에 폐지 절차를 밟았고, 인센티브 규모 역시 네이버 이사회가 최종 결정한다고 오 지회장은 설명했다. 특히 임금교섭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오 지회장은 “매년 임금교섭 시즌이 되면 네이버 본사의 합의가 나오기 전까지 다른 법인들은 사측안조차 내놓지 못한다"며 “네이버에서 합의가 되면 몇 달 동안 멈춰 있던 다른 법인의 교섭이 바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어 “형식은 개별교섭이지만 실질은 네이버의 결정이 다른 법인들의 교섭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구조"라고 했다. ◇ “특혜 요구 아냐"…통합교섭 당위성 강조 오 지회장은 통합교섭이 노조에 유리한 별도의 교섭 구조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통합교섭을 특혜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미 통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 교섭 형식을 맞춰 실질과 형식을 일치시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가 결정하는 문제는 네이버와 교섭하고, 법인별 특성에 관한 문제는 해당 법인의 사용자와 논의하면 된다"며 “업종 의제는 업종교섭, 기업 차원 의제는 기업단위, 자회사 의제는 자회사에서 다루면 된다"고 설명했다. 오 지회장은 “AI 전환기를 맞아 네이버가 계열 전체를 하나의 방향으로 이끌어가려고 한다면 노사관계도 그 실질에 맞게 재편돼야 한다"며 “네이버가 계열 법인들의 통합교섭 요구에 책임 있게 응하는 것이 진짜 사용자로서 마땅히 취해야 할 자세"라고 했다. ◇ “통제하면 책임져야"…전문가도 힘 실어 전문가들도 기업집단의 실질적인 지배·의사결정 구조를 교섭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권오성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통제하면서 법인격이 다르다는 이유로 단체교섭의 상대방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통제력을 가지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준혁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도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의 사업 구조를 고려하면 기업집단 단위의 교섭이 필요하다고 봤다. 문 교수는 “하나의 플랫폼을 중심으로 여러 기업이 존재하지만 결국 하나의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교섭도 하나의 틀에서 진행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집단별 통합교섭을 장기적으로 IT업종의 산별·업종별 교섭으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제시됐다. 기업집단 단위에서 교섭 경험을 축적한 뒤 점차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한편 노조는 오는 20일 네이버에서 통합교섭을 요구하는 자리를 열고 이후 사측에 공식적으로 교섭을 요청할 예정이다. 오 지회장은 “20일에는 실제로 통합교섭을 요구하는 자리를 네이버에서 진행할 예정"이라며 “그 이후 공식적으로 네이버 측에 교섭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 사측의 답변에 따라 이후 대응이 결정될 것 같다"며 “그날 통합교섭에서 어떤 의제들을 요구할지도 지금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12월 메가 캐리어 뜬다…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안’ 동시 가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같은 날 각각 이사회와 주주 총회를 통해 합병안을 최종 결의함에 따라 오는 12월 대한민국 항공 역사를 새로 쓸 통합 '메가 캐리어' 출범이 9부 능선을 성공적으로 넘었다. 이로써 1988년 창립 이래 38년간 대한민국 하늘길을 수놓았던 아시아나항공은 기나긴 색동 날갯짓에 마침표를 찍고 통합 대한항공으로 거듭나게 됐다. 12일 대한항공은 서울 중구 서소문 사옥에서 정기 이사회를 열고 '합병 승인의 건'을 의결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합병이 상법(제527조의3)상 신주 발행 규모가 적은 '소규모 합병' 요건을 충족함에 따라 별도 주주 총회 없이 이사회 결의로 승인 절차를 갈음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전 9시 아시아나항공은 서울 강서구 오쇠동 본사 교육훈련동 지하 1층 강당에서 임시 주주 총회를 열고 단일 안건인 '합병 계약 체결 승인의 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안건 심의에 앞서 최준선 감사위원장의 감사 보고도 원활히 진행됐다. 표결 결과 아시아나항공의 발행 주식 총수 2억5990만711주(보통주) 중 의결권 있는 주식 수는 2억5900만990주다. 이날 주총에는 총 1억6856만673주가 출석해 81.86%의 높은 참석률을 기록했다. 특별결의 사항인 합병안 통과를 위한 의결 정족수는 1억1237만3783주였으나 실제 찬성 주식 수는 1억6743만6677주에 달해 가결 요건을 충족했다. 주총 참석 주식 수 기준 찬성률은 99.33%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양사의 이번 결의는 지난 5월 이사회 승인으로 체결된 합병 계약을 공식적으로 수용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두 회사는 각사 채권자 보호 등 남은 실무 절차를 마무리하고 오는 12월 17일 합병 등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흡수·합병해 존속 법인이 된다. 합병 비율은 대한항공 1 대 아시아나항공 0.2736432로, 아시아나항공 보통주 1주당 대한항공 신주 약 0.27주가 배정된다. 합병에 반대하는 아시아나항공 주주들은 이날부터 9월 1일까지 주당 7030원에 주식 매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12월 16일 합병 기일을 거쳐 이튿날 해산 등기까지 마치면 아시아나항공 법인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며, 합병 신주는 2027년 1월 4일 상장된다. 주총 의장을 맡은 송보영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2020년 11월부터 시작돼 5년 넘게 이어온 기나긴 여정이었다"며 “오는 12월 17일 기업 결합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통합 대한항공'으로 새롭게 거듭나 대한민국 항공 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초석을 다지겠다"고 선언했다. 주총 종료 직후 출입 기자들과 만난 송보영 대표는 다가오는 12월 출범 전까지 남은 4개월간 직원 화합과 고객 편의 제고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송 대표는 통합 준비 상황에 대해 “마지막 마무리 작업을 원만하게 진행 중이고 직원들도 현 상황에 만족하며 잘 준비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그동안 준비해 온 사항들을 재점검하고, 통합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새로운 통합 항공사가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 되기 위해 최선의 준비를 다하겠다"며 “결국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고객들에게 혜택을 돌려드리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통합 과정에서 고객들이 혼선이나 불편을 겪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초미의 관심사인 '마일리지 통합' 현안에 대해서도 “소비자 복리 증진과 불편 최소화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성실히 협의 중이고 내부적으로는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혀 순조로운 융합을 예고했다. 최종 관문을 넘으면서 대한항공이 주도하는 인수 후 통합(PMI, Post Merger Integration) 작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국토교통부의 심사를 거쳐 지난 6월 25일 조건부 합병 인가를 받았고,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 신고서 역시 7월 24일 자로 효력이 발생했다. 현재는 출범 첫날부터 차질 없는 항공기 운항을 위해 통합사 운항 증명(AOC, Air Operator Certificate)·해외 항공 당국 운항 인허가 취득 절차를 관계 기관과 면밀히 협의 중이다. 특히 '원 팀(One Team)'이 되기 위한 조직 문화 융합과 협업 체계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여객·화물 직원을 대상으로 통합 출범 대비 직무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운항·객실 부문에서도 업무 수행에 필요한 합동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양사 승무원이 참여한 통합 비상 탈출 시범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며 통합 이후에도 승객의 안전을 책임질 역량을 입증했다. 아울러 양사 임직원들의 합동 봉사활동 등 자발적인 교류도 활발하게 확산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합 항공사 출범까지 남은 4개월여 동안 제반 절차를 빈틈없이 완료하고 대한민국의 항공 산업 위상을 세계에 드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