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은 왜 빌 게이츠만 네 번 만났나…HD현대의 ‘SMR 우회로’

정기선은 왜 빌 게이츠만 네 번 만났나…HD현대의 ‘SMR 우회로’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다시 만나면서 HD현대의 국내외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회장은 14일 방한한 게이츠 이사장과 만나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자력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만난 이후 7개월 만이다. 두 사람의 만남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 4년간 이어진 HD현대의 행보다. 국내 원전 기자재 업체들이 여러 해외 SMR 개발사와 협력망을 넓혀가는 동안 HD현대는 육상 SMR 상업 공급망에서는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와의..

[현장] 50년 무사고 하늘길 누비고 ‘기억의 자리’로…국립항공박물관 ‘대통령 전용기’ 야간 개장 가보니

한여름 밤, 붉은 노을이 내려앉은 김포국제공항 인근 항공기 엔진 형상의 국립항공박물관을 배경으로 웅장한 비행기 한 대가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1974년 우리나라가 대통령 전용기로 도입한 첫 번째 항공기이자 50여 년간 대한민국 공군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운용된 'HS-748(기체 번호 1713)'이다. 국립항공박물관은 8월 11일 개막하는 특별전 '마지막 비행, 새로운 시작 - 대통령 전용기 HS-748'을 앞두고 지난 12일 저녁, 개관 6년 차 이래 처음으로 특별 야간 개장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야간 행사에는 175팀이 지원해 단 20팀(56명)만이 선정될 정도로 관람객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기자는 이 특별 여정에 동행해 대한민국 영공을 누빈 HS-748의 발자취와 영웅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이날 야외에서는 국토교통부 항공교통관제사 출신인 국립항공박물관 학예연구관이 김포공항과 활주로에 얽힌 흥미로운 역사 해설을 진행하며 행사의 깊이를 더했다. 그는 “이곳 김포공항 부지는 1950년대 6·25 전쟁 때부터 미군이 군용 비행장으로 사용하던 곳으로, 주변에 황토색 지붕으로 된 공군 군사 우체국(APO) 건물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김포공항에는 2개의 활주로가 있는데, 박물관과 가까운 구 활주로는 길이 3600m에 폭 45m인 반면 건너편 신 활주로는 길이 3200m, 폭 60m로 짧고 더 넓다"며 “항공기가 발달하면서 이착륙 거리는 짧아지는데 비행기 동체는 점차 넓어지는 경향이 있어 이를 수용하기 위해 새로 만들어지는 활주로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라고 전문적인 관제 지식을 곁들였다. ◇ 국가의 품격을 더한 '공군 1호기'와 무사고의 심장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자 “모든 임무를 마치고 기억의 자리로 오다"라는 문구가 이번 전시의 의미를 묵직하게 전달했다. 우리나라 첫 대통령 전용기는 1950년대 미군으로부터 인수한 C-47이었으나 1970년대 귀빈 공수 임무 전담 비행대대가 창설되며 국가의 품격을 더할 수 있는 전용기가 필요해졌다. 이에 1974년 영국 왕실 전용기로도 사용되며 성능과 안정성을 인정받은 호커 시들리(Hawker Siddeley)의 HS-748이 도입됐다. 본격적인 전시에 앞서 최은정 국립항공박물관 도슨트는 “초창기 모델인 C-47은 앞쪽 하단에 무궁화 그림이 있어 '무궁화호' 또는 '루머'라는 애칭으로도 불렸다"며 “현재 우리나라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는 과거처럼 직접 구입하지 않고 대한항공의 기재를 임차해 운용하고 반납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역사적 배경을 짚었다. 전시장 제원표와 야외 안내판에 표기된 HS-748의 제원도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영국의 항공기 제작사 '호커 시들리'가 생산한 쌍발 프로펠러 여객기인 HS-748은 길이 20.42m(67ft), 날개 길이(폭) 30.02m(안내판 기준 30.2m, 98ft 6in), 높이 7.57m(24ft 10in)이며 기본 무게(Basic Empty Weight)는 1만2882kg이다. 롤스로이스 다트 엔진 2기를 탑재해 417km/h(225kt)의 순항 속도를 낸다. 원래 52인승으로 설계됐으나 대통령 전용기로 도입되면서 26명만 탑승할 수 있도록 개조됐다. 1974년 도입부터 1985년까지 중·단거리 대통령 전용기로 운용됐고 이후 공군 수송 임무를 수행하다 2024년 12월 31일부로 공식 퇴역했다. 전시를 안내한 최은정 국립항공박물관 도슨트는 “HS-748은 1985년까지 11년간 대통령 전용기로서 'KOREA AIR FORCE 001' 콜사인으로 불리며 임무를 수행했고, 이후 2024년 공식 퇴역할 때까지 공군에서 정부 수송기로 활약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비행기의 심장인 '롤스로이스 다트(Rolls-Royce Dart) 터보 프롭 엔진' 실물이었다. 프로펠러 길이가 4m가 넘는 이 엔진은 짧은 활주로에서도 안정적인 이착륙을 가능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최 도슨트는 “조종사와 정비사 모두 입을 모아 엔진의 훌륭함을 칭찬했다. 날개가 길어 만에 하나 엔진에 문제가 생겨도 글라이딩 착륙이 가능할 만큼 튼튼하고 뛰어난 기체였다"고 부연했다. ◇ “정비사의 자랑과 완벽한 임무"…보이지 않는 영웅들의 헌신 전시는 '비행기와 사람들'이라는 주제를 통해 50년 무사고 비행을 이끈 조종사외 정비사, 객실 승무원의 헌신을 깊이 있게 조명했다. 최 도슨트는 비행기 정비 방식의 원리를 설명하며 “비행기는 튼튼하면서도 하늘에 무사히 떠야 하기 때문에 견고하고 가벼운 조립이 필요하다. 따라서 무거운 용접이나 접착제 대신 '리벳(rivet)'을 이용해 촘촘히 기체를 조립하는 원리로 정비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50년 무사고 비행, 정비사의 자랑' 코너에는 우리나라 공군에 도입된 유일한 영국제 항공기였기에 기체 관련 설명서부터 시작해 정비 교본이 모두 영국식 영어로 작성돼 있어 선배들의 노트로 밤낮없이 공부해야 했던 정비사들의 고충과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또한 '안전한 비행, 완벽한 임무'를 위해 갤리에 구비된 핫팟과 오븐으로 정성껏 다과를 준비했던 승무원들의 일화도 돋보였다. 이들은 최종 선발 이후 기내 안전 교육은 물론 비즈니스클래스 객실 서비스 교육까지 철저히 받은 뒤 임무에 투입됐다. 전시장 한편에 마련된 복장과 기내 물품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최 도슨트는 조종 예복을 소개하며 “현재 1호기 기체는 민항사 기체를 빌려 쓰기에 대한항공의 정복을 입지만, 그 외 고정익이나 헬기 임무를 수행하는 공군 조종사들은 전시된 남색 조종 예복(특수복)을 입고 비행에 나선다"고 전했다. 또한 베이지색 승무원복에 대해 “1960년대 초기에는 여자 승무원만 있었고 치마나 원피스를 주로 입었으나, 2010년대부터 남녀 승무원이 모두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 전시된 의상은 헬기 임무나 추운 날씨에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여자 승무원에게 새로 도입된 바지 정장"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봉황기가 새겨진 기내 서비스 식기를 가리키며 “이런 기내 식기에 밥을 먹으면 한 그릇이 얼마나 예뻤을까 상상하게 된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조종사 코너에서는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당시 수송 임무를 맡았던 조종사가 훗날 교황청으로부터 전달받은 흑백 사진이 관람객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보안상 군 공항에서 사진 한 장 남기기 어려웠던 시절, 철책을 함께한 자신의 '애기(愛機·아끼고 사랑하는 비행기)'와의 잊지 못할 순간을 간직한 귀중한 사료였다. ◇ “대통령이 이렇게 좁은 곳에?"…찜통 더위 날린 관람객들의 환호 이날 행사의 백미는 야외 전시장에 위치한 HS-748 실물 기체 내부 관람이었다. 보존과 방역상의 이유로 평소 굳게 닫혀 있던 기체의 문이 한시적으로 열리자 관람객들은 신발에 덧신을 씌우고 조심스레 트랩(계단)을 올랐다. 본래 52인승으로 설계된 내부는 26인승 맞춤형 공간으로 개조돼 있었다. 프로펠러 항공기 특성상 소음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기체 맨 뒤쪽에는 넓은 좌석과 테이블이 갖춰진 '하늘 위 집무실(대통령 좌석)'이 자리 잡고 있었다. 비록 기내 냉방 시설이 없어 찜통 더위가 이어졌지만 관람객들의 얼굴에는 호기심과 설렘이 가득했다. 가족과 함께 온 관람객 정명옥 씨는 “뉴스에서만 보던 전용기를 실제로 보니 요즘 여객기보다 크기가 아담해 신기했다"며 “노을 지는 활주로 야경이 너무 아름다워 다른 국립박물관들처럼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야간 개장을 정례화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아들 김진혁 군 역시 “진짜 비행기인가 싶어 가까이 가봤다"며 눈을 반짝였다. '항공 덕후' 아들 시현 군과 함께 온 신윤복 씨는 “비행기의 역사를 훑어보고 실물을 직접 볼 수 있어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평했다. 딸 윤서 양과 함께 방문한 윤세진 씨는 “대통령이 어떻게 이렇게 좁은 곳을 탔을까 상상해보는 것이 신기했다. 여름 방학을 맞아 아이에게 평소 볼 수 없는 전용기를 보여줄 수 있어 즐거웠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프로펠러 여객기가 생소하고 신기했다는 관람객 임대환 씨의 긍정적인 평가도 이어졌다. ◇ '마지막 비행, 그리고 새로운 시작' 2024년 12월 31일, 하늘에서의 모든 임무를 마친 HS-748은 국립항공박물관으로 이전하기 위한 대공사를 거쳤다. 안전한 이송을 위해 엔진·프로펠러·날개·동체를 모두 분리한 뒤 공군의 도움과 전문가·보존 과학자들의 손길을 통해 비행기는 지금의 자리에서 새롭게 재조립됐다. 그간 HS-748이 공군에서 무사히 50여 년간 임무를 이어올 수 있었던 원천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린 사람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었다. 탁월한 성능과 사람들의 헌신이 빚어낸 이 항공 문화 유산은 이제 퇴역 기체라는 꼬리표를 떼고 국립항공박물관에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고 있다. 50여 년 대한민국 영공의 품격을 지켜낸 HS-748 특별전은 국립항공박물관 3층 기획 전시실과 야외 공간에서 무료로 만나볼 수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광복절과 재계 ③] 라디오부터 자동차·철강까지…한국 산업의 ‘국산화 81년’

1959년 11월 국내 최초의 국산 라디오가 세상에 나왔다. 금성사, 현재 LG전자가 만든 진공관식 라디오 'A-501'이었다. 지금은 평범한 전자제품처럼 보이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사용하는 라디오 대부분을 외국 제품에 의존하던 시절이었다. A-501은 현재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 제품의 제작 시기를 1959년으로 기록하고 있다. 광복 이후 한국 산업의 역사는 어쩌면 이런 '처음'들의 연속이었다. ◇ 1959년 라디오, 1973년 쇳물, 1975년 자동차 금성사는 라디오에서 멈추지 않았다. 1960년 국내 최초 국산 선풍기를 생산했고 1966년에는 국내 최초 흑백TV를 개발·생산했다. 전자제품을 수입해서 쓰던 나라가 직접 만들어 쓰는 나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철강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1968년 포항종합제철이 출범했다. 자본도 기술도 부족한 상황에서 일관제철소 건설에 나선 지 5년 만인 1973년 6월9일 포항 1고로에서 첫 쇳물이 쏟아졌다. 포스코는 당시의 창업정신을 '제철보국'으로 설명한다. 철강을 직접 생산해 자동차·조선·건설 등 다른 산업이 성장할 기반을 만들겠다는 의미였다. 2년 뒤에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상징적인 제품이 등장했다. 1975년 12월 생산을 시작한 현대자동차 '포니'다. 현대차가 공식적으로 '대한민국 최초의 고유모델 승용차'라고 소개하는 차량이다. 디자인은 이탈리아의 조르제토 주지아로에게 맡기고 일부 핵심 부품과 기술은 해외에서 들여왔지만 국산화율을 크게 높였다. 처음부터 모든 기술을 국내에서 개발한 자동차라기보다 해외 기술을 흡수하면서 독자적인 자동차 산업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였던 셈이다. ◇ '못 만들던 나라'에서 세계시장 경쟁자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국산화의 의미도 달라졌다. 처음에는 해외에서 완제품을 들여오지 않고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 자체가 목표였다. 이후에는 부품과 소재, 생산설비를 자체 개발하는 단계로 넘어갔다. 조선도 마찬가지다. HD현대중공업은 1972년 조선사업을 시작했다. 조선소가 완공되기도 전에 초대형 유조선을 수주해 건조하는 이른바 '현대중공업 신화'를 만들었고, 설립 10년 만에 세계 1위 조선소로 올라섰다. 현재도 HD현대중공업은 조선·대형엔진 부문 세계 1위 기업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화의 역사도 국산화와 맞닿아 있다. 1952년 한국화약으로 출발해 산업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화약 국산화에 나섰고 1957년 국내 최초로 다이너마이트를 국산화했다. 1959년에는 공업용 화약 자체생산 체제를 갖췄다. 이렇게 쌓인 제조업 기반 위에서 한국은 이후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배터리 등으로 산업 영역을 확대했다. ◇ 81년 뒤 '기술독립'의 대상이 바뀌었다 2026년 한국 기업들이 고민하는 국산화는 1950~1970년대와 성격이 다르다. 라디오나 자동차 같은 완제품을 국내에서 만들 수 있느냐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이제 경쟁은 인공지능(AI), 첨단 반도체 장비·소재, 차세대 배터리, 로봇,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반도체 하나만 해도 완제품 생산능력만으로 기술자립을 말하기 어렵다. 설계 소프트웨어부터 제조장비와 소재, 첨단 패키징까지 세계 각국의 기업이 하나의 공급망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기술독립'은 모든 것을 국내에서 만드는 과거식 국산화와도 거리가 있다. 핵심 기술을 확보하면서도 글로벌 공급망에서 다른 국가와 기업이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1959년 국산 라디오 한 대에서 시작한 도전은 1970년대 쇳물과 자동차, 조선소를 거쳐 반도체와 배터리로 이어졌다. 광복 81년을 맞은 한국 산업의 질문도 달라졌다. 과거의 질문이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있는가'였다면 이제는 '세계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우리가 갖고 있는가'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경쟁은 남기고 피로도는 낮춘다”…‘제우스’ vs ‘이클립스’

국내 게임업계의 신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경쟁에 불이 붙었다. 컴투스가 오는 26일 '제우스: 오만의 신'을 선보이는 데 이어 스마일게이트도 다음 달 '이클립스: 더 어웨이크닝'을 출시한다. 두 게임 모두 기존 MMORPG의 핵심 재미인 성장과 경쟁은 유지하면서도 이용자들이 MMORPG에서 느끼는 '플레이 피로도'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주목된다. ◇ 신작 MMORPG 맞대결 '시동' 1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컴투스의 MMORPG '제우스: 오만의 신'(이하 제우스, 개발사 에이버튼)이 오는 26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사전 예약을 진행하고 있다. '제우스'는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한 MMORPG로, 모바일과 PC 크로스플랫폼을 지원한다. 최고신 제우스를 중심으로 세력 간 협력과 대립, 다양한 성장 시스템 등을 핵심 콘텐츠로 내세운다. 특히 '모두를 위한 MMORPG'를 표방하며 이용자가 각자의 성장 속도에 맞춰 경쟁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제우스'와 맞대결이 예상되는 작품은 스마일게이트의 '이클립스: 더 웨이크닝'(이하 이클립스, 개발사 엔픽셀)이다. '이클립스'는 현재 사전등록을 진행 중이며, '제우스'가 출시되고 약 보름 후인 9월 10일을 정식 출시일로 잡았다. '이클립스'는 신의 축복 아래 번영한 세계 '에데리온'과 그 이면의 세계 '오르테아', 그리고 교단의 절대적 질서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자유 의지와 각성을 그린다. MMORPG 장르 본연의 성장과 경쟁의 재미를 유지하면서 플레이 부담을 낮춘 'MMO라이트(Lite)'를 지향한다. ◇ “경쟁의 재미는 그대로, 플레이 부담은↓" 두 작품의 공통점은 '경쟁을 없애지 않으면서도 경쟁에 따른 피로도를 어떻게 낮출 것인가'에 있다. 다만 접근 방식은 다르다. '제우스'가 이용자가 경쟁의 시점과 강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클립스'는 접속 시간과 전투 부담 자체를 줄이는 방식으로 MMORPG를 가볍게 만들었다. 먼저 '제우스'는 이용자가 직접 경쟁에 뛰어드는 시점과 강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인공지능(AI)을 통해 이용자들이 자신의 스펙에 맞춰 경쟁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고, 계층 간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지 않도록 시스템적으로 개입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이클립스'의 경우 방치형 시스템을 도입해 MMORPG의 긴 경쟁에 따른 유저 피로도를 줄이는 데 집중했다. 이용자는 '성소' 시스템을 통해 게임에 접속하지 않은 시간에도 성장 재화와 경험치 등을 축적할 수 있다. 또 과금 측면에서도 피로도를 줄였고, 게임 내 안전 지역의 범위를 넓혀 이용자 간 전투(PvP)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세력 간 전투(RvR) 콘텐츠의 경우에도 플레이타임을 10분 내외로 설정해 경쟁의 강도를 조절했다. 두 게임의 맞대결은 단순한 신작 MMORPG 간 흥행 경쟁을 넘어, 새로운 MMORPG 문법이 시장에서 통할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경쟁의 강도를 낮추면서도 MMORPG 특유의 성장과 협력, 경쟁에서 오는 재미를 얼마나 살려내느냐가 관건이다. '제우스'와 '이클립스'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제시한 '덜 피곤한 MMORPG' 가운데 어떤 형태가 이용자의 선택을 받을지 주목된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광복절과 재계 ②] 1945년에도 삼성은 있었을까…지금의 대기업들 찾아보니

삼성은 1945년 8월15일 광복 당시에도 존재했을까. 현대와 LG, SK는 어땠을까. 지금은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이지만 시계를 81년 전으로 돌리면 모습은 전혀 달라진다. 어떤 기업은 이미 장사를 하고 있었고, 상당수 그룹은 이름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현재 주요 그룹의 역사를 광복 당시로 되돌려봤다. ◇ 삼성은 있었다…반도체 아닌 식품 팔던 '삼성상회' 삼성의 역사는 광복보다 7년 빠르다. 이병철 창업회장은 1938년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설립했다. 오늘날 삼성그룹의 출발점이다. 삼성에 따르면 삼성상회는 대구에서 식품 등을 중국 만주와 베이징 등에 수출하는 사업을 했다. 따라서 1945년 8월15일 당시 삼성은 창업 7년차였다. 다만 지금의 삼성전자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삼성전자가 만들어진 것은 1969년이다. 반도체와 스마트폰은커녕 전자산업 진출 자체가 광복 이후 20여년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 현대의 뿌리는 자동차 정비소 정주영 현대 창업회장의 사업 역사는 광복 이전부터 시작됐다. 정 창업회장은 1940년 자동차 정비소 '아도서비스'를 설립했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 현대자동차공업사로 이름을 바꾸면서 사업에 처음 '현대'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듬해에는 현대토건을 설립했다. 현재의 현대자동차는 1967년 출범했고, HD현대의 뿌리인 현대중공업의 조선사업은 1972년 시작됐다. ◇ LG·SK·한화는 모두 광복 이후 태어났다 LG의 출발은 광복 2년 뒤다. 구인회 창업회장이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를 설립했다. 첫 사업 가운데 하나가 화장품이었다. 1958년에는 금성사를 세우면서 전자산업에 뛰어들었다. 오늘날 LG화학과 LG전자의 모태다. SK의 출발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이다. 최종건 창업회장이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선경직물 공장을 복구하면서 그룹의 역사가 시작됐다. 한화 역시 전쟁 이후 탄생했다. 김종희 창업회장이 1952년 한국화약을 설립했다. 당시 국가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산업용 화약을 국산화했고, 1957년 국내 최초로 다이너마이트 국산화에 성공했다. ◇ 롯데도 없었다…신격호는 일본에 롯데 역시 광복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신격호 창업회장은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가 공부와 일을 병행했다. 광복 이후에도 일본에 남아 사업을 시작했고 1948년 일본 롯데를 세웠다. 한국에서 롯데제과를 설립한 것은 1967년이다. 포스코는 더 늦다. 포항종합제철은 1968년 창립됐다. 자본도 기술도 부족했던 상황에서 일관제철소 건설에 나섰고, 1973년 6월9일 포항 1고로에서 처음 쇳물을 뽑았다. ◇ 81년 뒤 세계 산업의 한복판으로 광복 당시 존재했던 기업도, 이후 태어난 기업도 출발점은 지금과 크게 달랐다. 삼성은 식품 무역에서 반도체·스마트폰으로, 현대는 자동차 정비에서 자동차·건설·조선으로 영역을 넓혔다. LG는 화장품과 플라스틱에서 전자·배터리·AI로, SK는 직물에서 반도체·통신·에너지로 성장했다. 한화의 산업용 화약은 방산·우주항공으로 이어졌고, 1972년 울산의 작은 어촌에서 시작한 HD현대의 조선사업은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업체로 성장했다. 81년 전 광복 당시의 기업 지도를 현재와 겹쳐놓으면 한국 산업이 얼마나 짧은 시간에 바뀌었는지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1945년에는 이름조차 없었던 기업 상당수가 이제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배터리, 방산 등 세계 산업의 중심에서 경쟁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케이크 맛집’ 된 벤츠, ‘커피 맛집’ 된 BMW…자동차 회사들의 취향 저격 변신

“딱 백원 모자라서 벤츠는 못 사고 치즈케이크만 먹고 왔습니다" 요즘 성수에서는 이 농담이 꽤나 그럴듯하게 들린다. 자동차를 보러 간 공간에서 케이크를 먹고, 커피를 마시고, 전시를 즐기는 경험이 자동차 회사들의 새로운 마케팅이 됐다. 이제 경쟁 무대는 도로 위를 넘어 카페와 전시, 패션과 미식의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자동차를 파는 회사에서 자동차가 상징하는 취향과 라이프스타일까지 함께 제안하는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 10일 손종원 셰프와 협업한 '1886 독일 치즈케이크'를 서울 성수동 '메르세데스-벤츠 스튜디오 서울'에서 단독 판매하기 시작했다. 1886년 칼 벤츠가 특허를 출원한 세계 최초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한 디저트로, 브랜드의 역사와 독일 헤리티지를 '먹는 경험'으로 풀어낸 사례다. 지난 5월 문을 연 메르세데스-벤츠 스튜디오 서울은 차량 전시뿐 아니라 카페와 브랜드 컬렉션,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복합 라이프스타일 공간이다. 개관 이후 누적 방문객은 6만6000명을 넘어섰다. 벤츠 코리아는 스튜디오 서울을 '브랜드의 역사와 가치를 일상 속 다양한 경험으로 확장하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MW도 비슷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는 커피와 브런치 메뉴를 판매하는 카페와 레스토랑, 라이프스타일 숍이 함께 운영되며 차량 전시와 시승을 넘어 브랜드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BMW M FEST 2026'을 열어 전시와 드라이빙 체험뿐 아니라 패션·공연·푸드존 등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결합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현대자동차도 체험형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7월 서울 성수동 인포멀 스퀘어에서 '더 뉴 그랜저 테크 팝업 스토어'를 열고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플레오스 커넥트, 스마트 비전 루프 등 주요 기술을 전시와 체험 콘텐츠 형태로 공개했다.연구원들이 직접 기술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방문객이 전시를 체험한 뒤 SNS 인증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기아 역시 지난해 EV4 출시 당시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협업한 'EV4랑 무신사랑 스타일링 합니다' 캠페인을 진행했다. 성수동 '기아 언플러그드 그라운드'에서는 EV4 전시와 함께 패션 쇼케이스, 스타일링 토크쇼, 쇼룸 전시 등을 열며 자동차와 패션을 결합한 체험형 콘텐츠를 선보였다. 이렇듯 자동차 판매 경쟁에 브랜드 경험 경쟁이 더해지고 있다. 소비자에게 자동차 성능과 가격을 설명하는 데서 나아가 브랜드가 상징하는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먼저 경험하게 하는 전략이다. 과거 자동차 마케팅이 광고 모델과 전시장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셰프·패션 브랜드·아티스트와 협업해 브랜드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체험하게 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현대차, 기아 등이 성수를 중심으로 브랜드 공간과 팝업, 문화 콘텐츠를 잇달아 선보이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카페와 전시, 패션과 팝업스토어가 결합된 성수의 소비 문화가 자동차 회사들의 마케팅 전략과 맞물리면서 새로운 고객 접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취향 소비'와 '경험 소비' 확산의 결과로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체험형 공간은 소비자들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면서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확산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잘 만든 광고 한 편보다 소비자가 직접 올린 게시물이 더 신뢰를 얻는 경우가 많고,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보다 훨씬 깊은 경험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회사들이 셰프와 협업하고 카페와 전시 공간을 만드는 것은 단순히 차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동차를 타는 것 이상의 경험과 감정을 제안하는 것"이라며 “승차감이나 기능을 강조하는 광고와 달리 자동차를 통해 연상되는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경험하게 하는 전략"이라고 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메타 글래스, 몰카 논란에 ‘빨간불’…獨 형사고발·英 착용 제한

메타의 인공지능(AI) 스마트글래스(안경)를 둘러싼 '몰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촬영 사실을 알리는 안전장치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독일에서는 형사고발로, 영국에서는 식당·극장 등의 착용 제한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독일 시민단체 헤이트에이드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메타의 AI 스마트글래스 '레이밴 메타 웨이페어러'가 독일의 디지털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률을 위반했다며 메타와 안경 제조업체 에실로르룩소티카, 유통업체 관계자들을 형사고발했다. 헤이트에이드는 독일 법률상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한 상태에서 촬영할 수 있도록 설계된 통신기기의 판매가 금지돼 있다며 메타의 AI 스마트글래스가 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조세핀 발롱 헤이트에이드 공동대표는 “스마트 글래스를 피할 수 있는 장소가 없다"며 “언제든지 촬영돼 인터넷에 노출될 수 있음을 예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검찰 산하 인터넷범죄 전담부서(ZIT)는 고발장 접수 사실을 확인했다. 현재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근거가 있는지 판단하기 위한 예비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독일 당국은 앞서 스마트글래스의 은밀한 촬영 가능성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독일 연방네트워크청(BNetzA)은 2023년 말 은밀한 오디오·비디오 녹음을 위한 커넥티드 기기는 금지된다고 밝혔다. 다만 녹화 기능이 광학 신호 등을 통해 명확하게 표시되는 경우 스마트글래스의 소유·수입·판매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 1.4달러 스티커에 보호 장치 '무력화' 핵심 쟁점은 주변 사람이 스마트글래스의 촬영 여부를 명확하게 알아차릴 수 있느냐다. 메타 스마트글래스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면 전면의 백색 LED가 켜져 주변에 촬영 사실을 알리도록 설계됐다. LED를 가리거나 훼손한 것으로 감지되면 카메라 작동을 차단하는 보호 기능도 적용했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안전장치를 손쉽게 우회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오면서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미국 IT 전문매체 엔가젯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틱톡숍에서 구입한 개당 약 1.4달러짜리 스티커를 이용해 메타 스마트글래스의 촬영 알림 기능을 우회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스티커는 투명 플라스틱 조각과 검은색 스티커가 결합된 구조다. 미세한 구멍을 통해 기기 센서에는 빛이 들어가도록 하면서 외부로 향하는 LED 불빛은 가리는 방식이다. 기기는 LED가 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인식하지만 외부에서는 촬영 표시등을 확인하기 어려워진다. 엔가젯이 2세대 레이밴 메타 글래스에 해당 스티커를 부착해 시험한 결과 카메라를 강제로 종료하는 기능도 작동하지 않았다. 가까운 거리나 특정 각도에서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 한 LED 불빛을 알아채기 어려웠다는 게 엔가젯의 설명이다. 메타 측은 엔가젯에 “내장된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을 우회하는 제품 및 사용자는 당사의 정책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조작을 감지하고 카메라를 비활성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 英 식당·극장서 스마트글래스 '퇴짜' 영국에서는 식당과 펍, 극장 등 민간 공간을 중심으로 스마트글래스 사용을 제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별도의 스마트글래스 규제를 도입하기보다 기존의 '동의 없는 촬영 금지' 원칙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지난 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유명 외식업자 제러미 킹은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손님들이 녹화 기능을 갖춘 스마트글래스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펍 체인 웨더스푼스도 동의 없이 손님이나 직원을 촬영해서는 안 된다는 기본 규정을 스마트글래스에 적용하고 있다. 회원제 클럽 운영업체 소호하우스 역시 촬영 금지 원칙에 따라 스마트글래스를 쓴 회원에게 글래스를 벗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런던과 브리스틀, 에든버러에서 극장을 운영하는 ATG시어터스도 극장 내 촬영 금지 규정에 따라 스마트글래스를 착용한 관람객에게 이를 벗어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다. 기기 자체의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만으로 주변 사람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민간 사업자의 자체적인 이용 제한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 韓도 '사생활 침해' 우려에 보호책 고심 국내에서도 AI 스마트글래스 확산에 대응한 개인정보 보호 논의가 시작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달 말 삼성전자 관계자와 만나 연내 출시 예정인 AI 글래스의 개인정보 보호 방안을 논의했다. 카메라와 마이크가 작동할 때 주변 사람이 촬영이나 정보 수집 사실을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불빛이나 소리 등 알림 장치를 적용하는 방안이 주요 논의 대상에 올랐다. AI 글래스는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 이용자가 보고 듣는 주변 환경을 인식한다. 음성 명령으로 사진을 촬영하거나 눈앞의 글자를 번역하고 주변 사물·장소에 대한 정보를 AI로 확인하는 식이다. 반면 일반 안경과 외형이 비슷해 이용자의 시선에 따라 주변 사람의 얼굴과 음성, 행동 등이 자연스럽게 수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카메라 촬영 시 외부 LED가 켜지고 얼굴에 착용했을 때만 카메라가 작동하도록 AI 글래스를 설계했다. LED를 의도적으로 가리거나 파손하면 카메라 기능이 멈추도록 했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개인정보위는 앞서 국내에 AI 스마트글래스를 출시한 메타 측과도 만나 촬영 알림 등 개인정보 보호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올 하반기 산업계와 협의해 AI 글래스와 자율주행 로봇 등에 적용할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광복절과 재계 ①] 감옥 가고 독립자금 대고…기업가들의 또 다른 얼굴

오늘날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을 일군 창업주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얼굴이 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참여해 옥고를 치르거나 독립운동가에게 자금을 지원한 이들이다. 광복 81주년을 맞아 국내 기업 창업주와 그 가문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기업을 일으키기 전부터 독립운동과 인연을 맺은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이들이 해방 이후 기업을 세우면서 독립과 산업 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도 '산업보국'이라는 기업가 정신으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인물이 효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조홍제 회장이다. 조 회장은 중앙고등보통학교에 재학 중이던 1926년 6·10만세운동에 참여했다. 순종 인산일을 계기로 학생들이 중심이 돼 일으킨 항일독립운동이다. 조 회장은 이 과정에서 일제에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이후 사업가의 길로 들어서 효성을 창업하고 섬유와 화학, 중공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효성은 올해 6·10만세운동 100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천도교 중앙대교당에 세워진 기념비 건립을 후원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조 창업회장의 애국·애족 정신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생명의 뿌리에도 독립운동과의 인연이 있다. 창업주 신용호 회장은 독립 사상가 신갑범의 소개로 항일시인 이육사와 교류했고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했다. 신 회장의 부친 신예범과 큰형 신용국 역시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교보생명에 따르면, 이육사는 신 회장에게 훗날 큰 사업가가 돼 동포를 돕는 민족자본가가 되라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신 회장은 이후 1958년 대한교육보험을 창립했다. 현재 교보생명의 출발이다. 독립운동과 기업 경영은 시대적으로는 다른 영역이지만 두 세대 사이에는 공통된 단어도 등장한다. 바로 '나라'다. 해방 직후 한국에는 자본도 기술도 부족했다. 기업인들에게 물건 하나를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 자체가 외화를 아끼고 산업 기반을 만드는 일이었다. 이런 배경에서 삼성은 '사업보국', 포스코는 '제철보국', 한화와 효성 등도 산업을 통한 국가 발전을 창업 정신의 중요한 부분으로 내세웠다. 독립운동이 나라를 되찾는 일이었다면 해방 이후 기업가들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는 나라의 산업을 세우는 일이었던 셈이다. 81번째 광복절을 맞은 2026년 한국 기업들은 이제 세계시장에서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배터리, 방산 등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기업의 규모도, 경영환경도 100년 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달라졌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거리에서 만세를 외쳤던 학생이 훗날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창업주가 됐다는 사실은 한국 재계의 역사에도 광복의 흔적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최태원, 9440억 재산분할 재상고…“주주·그룹경영 영향 최소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지급하라는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재상고했다. 이로써 15일 0시 확정될 예정이던 판결은 효력이 유보되고, 사건은 다시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14일 최 회장 법률대리인단의 입장문을 통해 “최태원 회장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고심 끝에 상고장을 제출하였다"며 “주주들과 그룹경영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자세로 향후 절차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재상고로 판결 확정이 미뤄지면서 당장의 현금 부담도 뒤로 밀리게 됐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최 회장은 완제 시까지 연 5%의 지연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9440억원 기준 연 472억원, 하루 약 1억3000만원 수준이다. 법조계에서는 최 회장 측이 재원 마련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지급 의무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대법원에서 원심이 유지되면 확정 시점만 늦춰질 뿐 부담은 그대로 남는다. 이번 재상고심의 성격은 1차 상고심과 다르다. 대법원은 이미 지난해 10월 노태우 전 대통령 측 자금을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며 재산분할 부분을 파기환송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는 파기환송심이 그 취지를 제대로 반영했는지가 핵심 심리 대상이 된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단을 수용하면서도 최 회장 보유 SK㈜ 주식은 재산분할 대상이 맞는다고 봤다. 분할 비율은 최 회장 3분의 2, 노 관장 3분의 1로 정했고, 주식 가액 산정 기준일은 환송 전 항소심 변론 종결일인 2024년 4월 16일로 잡되 이후 주가 상승분은 분할 비율에 반영했다. 이 판단들이 환송 취지의 범위 안에 있는지가 다퉈질 전망이다. 한편 노 관장 측의 재상고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위자료 20억원은 1차 상고심에서 이미 확정돼 이번 다툼의 대상이 아니다. 입장문에서 주주와 그룹경영을 앞세운 대목은 재원 조달 방식과 맞물려 읽힌다. 파기환송심은 최 회장 명의 SK㈜ 주식을 그대로 두고 현금으로 지급하는 '대상분할' 방식을 택했다. 해당 지분이 그룹 지배권의 근거라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29.4% 활용과 SK㈜ 지분 담보 차입이 유력한 선택지로 거론돼 왔다. 어느 쪽이든 지주사 지배력과 주가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는 구조를 짜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법적 불확실성이 길어지는 점은 그룹 입장에서 부담 요인이다. SK그룹은 인공지능(AI)·반도체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총수 개인의 자금 조달 문제가 그룹 재무 전략과 어떻게 맞물릴지가 계속 관전 포인트로 남게 됐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최태원 “美 생태계만 갖춰지면 어디든 팹 짓겠다”…내년 메모리 공급난 정점 경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내 메모리 반도체 전(前)공정 생산시설 신설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개 언급했다. 동시에 내년 글로벌 메모리 시장이 사상 최악 수준의 수급 불균형을 겪을 것이라는 경고도 내놨다. 최 회장은 13일(현지시간)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내 웨이퍼 가공(전공정) 라인 추가 건설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의향은 충분하지만, 조건에 맞는 부지 찾기가 만만치 않다"고 답했다. SK그룹 총수가 미국 전공정 팹 신설 의사를 공식 석상에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건은 물·전력·부지 같은 물리적 조건이 아니라 '생태계'라는 게 최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반도체 공장 하나를 돌리려면 소재·화학물질을 대는 협력사가 600~700곳은 뒷받침해줘야 한다"며 “이런 생태계를 갖출 수만 있다면 어디든 공장을 짓겠다는 게 원칙이고, 지금 미국을 포함해 여러 지역을 함께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서 약 40억달러 규모의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는데, 이는 후공정 투자로 이번에 언급된 전공정 팹과는 별개다. 최 회장이 신규 팹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내년으로 예고된 공급난이 있다. 그는 빅테크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 대부분이 SK하이닉스에 기존 대비 두 배 물량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 생산능력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모두가 더 많은 메모리를 원하는, 전쟁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라는 게 그의 표현이다. 팹 증설에 통상 4~5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내년이 공급 부족의 정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도 내다봤다. 최 회장이 특히 신경 쓰는 대목은 메모리 가격 급등이 완제품 물가로 옮겨붙는 이른바 '칩플레이션'이다. PC·스마트폰·가전은 물론 완성차 업체들까지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물가 전반이 밀려 올라가는 흐름을 우려스럽게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역할 중 하나를 “메모리 시장을 지키는 일"로 규정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5년 내 웨이퍼 생산능력을 두 배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최 회장은 이번 수요 급증을 일시적 호황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로 봤다. 과거 스마트폰 같은 하드웨어는 한 사람이 한 대씩 구매하는 데 그쳤지만, AI 시대에는 한 사람이 여러 AI 모델을 동시에 쓸 수 있고 그 각각이 더 많은 메모리를 필요로 한다는 논리다. 수요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 만큼 과거처럼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사이클도 예전과 같은 패턴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다만 훗날 공급과잉으로 돌아설 리스크에 대해서는 안전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고객사와의 장기공급계약(LTA) 비중을 늘리는 한편, 메모리와 운영 솔루션을 묶어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형 메모리(MaaS)' 모델 도입도 검토 중이다. 최 회장은 “팹 합작법인(JV) 설립도 선택지 중 하나"라며 “장기공급계약은 매년 갱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최태원, SK㈜서 상반기 17억5000만원…윤풍영은 주식보상 포함 77억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 상반기 지주회사 SK㈜에서 17억5000만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SK㈜ 경영진 가운데서는 3년 전 부여받은 주식보상이 반영된 윤풍영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장의 보수가 77억원을 넘어 가장 많았다. 14일 SK㈜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최 회장은 올해 1∼6월 급여로 17억5000만원을 수령했다. 상여와 주식보상 등은 별도로 공시되지 않았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에서도 보수를 받고 있다. 다만 5억원 이상을 받은 임직원 가운데 보수 상위 5명만 공개하는 공시 기준에 포함되지 않아 정확한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SK㈜에서 받은 17억5000만원이 최 회장의 상반기 전체 보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은 SK㈜에서 급여 15억원을 받았다. 장용호 SK 사장은 급여 10억원과 상여 8억원을 합해 총 18억원을 수령했다. 윤풍영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장의 상반기 보수는 총 77억1500만원으로 집계됐다. 급여 5억원과 상여 8억원 외에 3년 전 부여받은 성과조건부주식(PSU) 1만2103주에 대한 보상 64억1500만원이 반영됐다. PSU는 일정 기간 회사의 경영성과와 주가 등 사전에 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주식이나 이에 상응하는 금액을 지급하는 장기성과보상 제도다. 윤 사장의 경우 전체 상반기 보수 가운데 약 83%가 PSU 보상에서 발생했다. SK㈜의 보수 현황에서도 기본급보다 주식과 연계한 장기성과보상이 임원 간 보수 격차를 좌우했다. 윤 사장의 급여는 최 회장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지만, 과거 부여된 PSU 보상이 반영되면서 공시 보수 총액은 최 회장이 SK㈜에서 받은 금액의 4배를 넘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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