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반도체는 단순한 산업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전략 자산이다. 특히 AI 시대의 도래로 시스템반도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강국인 한국의 산업 구조 혁신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대만 TSMC의 독보적 위상과 중국의 맹추격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에 대비한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걸린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프로젝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480조원 규모의 이 국가적 프로젝트는 전력 공급이라는 최대 난관을 해결하며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진정한 도전은 이제부터다. 이에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의 성공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서 기술 경쟁력 확보, 나아가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까지, 우리가 직면한 기회와 위기의 본질을 살펴봤다.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가 전력망 문제를 해결하며 첫 발을 내디뎠지만,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특히 반도체 생태계 구축, 환경 문제 대응, 인프라 확충 등 내부적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2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의 가장 큰 과제는 반도체 생태계 구축이다. 현재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중심의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되어 있다. 이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의 생태계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TSMC는 2008년부터 'Open Innovation Platform(OIP)'이라는 개방형 협력 생태계를 운영하며 39개의 설계자산 기업, 16개의 설계자동화 기업, 29개의 설계하우스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의 경쟁력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30% 수준인 공급망 자립률을 2030년까지 50%로 높이는 것이 목표지만, 쉽지 않은 도전이다. 특히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소부장 기업이 현재 4개에 불과해 이를 10개로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안기현 전무는 최근 인터뷰에서 “중장기적으로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 문제도 심각한 도전 과제다. 반도체는 생산과정에서 다량의 폐수와 휘발성 화합물, 유해가스, 고형폐기물이 발생한다. 특히 발암성, 유전독성, 생식독성 물질 등 수많은 유해화학물질이 사용되는데,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처리 방안이 필요하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용인 메가클러스터가 완공되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3377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우려하는 환경계와 지역 주민과의 갈등은 잠재된 리스크다.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달성도 큰 과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50년까지 RE1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한국의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실질적인 이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TSMC가 2040년까지 RE100 달성을 선언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 기업들의 대응이 더딘 상황이다. 배후도시 조성도 쉽지 않은 과제다. 용인이동 공공주택지구는 신도시로 개발될 예정이지만, 70개 이상의 기존 기업들의 이전도 필요하다보니 관련 논의가 더 필요하다. 이전 대상 기업들의 영업 손실 최소화와 원활한 이전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단순한 생산시설의 규모가 아닌, 전체 생태계의 경쟁력에 달려있다"며 “용인 메가클러스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 환경 문제 해결, 인프라 확충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정부는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을 통한 규제 완화, 세제 지원 확대, 인프라 구축 가속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용인 메가클러스터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현창 기자 k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