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중공업, 100% 친환경 선박용 ‘부유식 배터리 충전소’ 기술 선점

[단독] 삼성중공업, 100% 친환경 선박용 ‘부유식 배터리 충전소’ 기술 선점

삼성중공업이 순수 전기 추진 선박의 짧은 항해 거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바다 한가운데서 완충된 배터리를 통째로 교체해 주는 '부유식 배터리 충전소' 기술 선점에 나섰다. 아울러 바다 위에 띄우는 '부유식 데이터 센터' 등 차세대 해양 인프라 기술도 선보이며 다가오는 인공지능(AI) 시대의 전력·냉각 문제와 부지 부족 현상, 전기 선박의 항속거리 한계 등을 바다에서 해결하는 '종합 해양 공간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초격차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4일 본지 취재 결과, 삼성중공업은 최근 100% 친환경 자체 발전 시..

젠슨 황 내일 방한…삼겹살 회동·AI동맹 확대 ‘테라급 행보’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7개월 만에 한국에 다시 온다. 지난해 10월 방한 때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서울 시내 치킨집 '깐부 회동'으로 화제를 모았던 젠슨 황이 이번 방한에서도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삼겹살 회동'을 가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국내외 비즈니스 핫이슈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메모리 반도체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외에 LG전자·현대자동차·네이버도 방문해 피지컬 AI·AI데이터센터 인프라 등 협력 확대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젠슨 황은 대만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AI 콘퍼런스 'GTC 타이베이' 등 주요 일정을 마친 뒤 5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관련 일정으로 방한한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재계는 젠슨 황의 이번 방한이 국내 재계 총수들과 단순한 친목 차원을 넘어 AI 반도체와 로보틱스, 자율주행, 피지컬 AI 등 미래 산업 전반에 걸친 협력 방안이 논의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젠슨 황이 방한 첫날인 5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과 서울 성수동의 한 삼겹살 전문점에서 만찬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해외 출장 일정으로 참석이 어려울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역시 참석 여부를 검토하며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이 성사될 경우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AI 산업 생태계 핵심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례적인 자리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만남에서는 AI 산업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해 차세대 데이터센터, 로보틱스,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 등 피지컬 AI 분야 협력 확대 방안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젠슨 황은 최근 대만에서 열린 행사에서 “한국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을 수 있다"고 언급하며 방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방한 기간에 젠슨 황이 국내 주요 기업들과 연쇄 회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삼겹살 회동 외에도 구광모 LG그룹 회장과의 만남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엔비디아와 LG는 AI 데이터센터와 차세대 반도체, 로봇 등 미래 사업 분야에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LG는 최근 AI 데이터센터용 냉각 솔루션과 전력 시스템, 로봇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어 엔비디아와의 협력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삼성전자 사업장 방문 가능성도 관심사다. 젠슨 황이 평택 반도체 캠퍼스로 직접 내려가서 차세대 HBM 공급과 AI 반도체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SK하이닉스 이천 반도체 사업장 방문 가능성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핵심 HBM 공급사로 자리매김하며 AI 반도체 시장 성장의 최대 수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젠슨 황이 이천 M16 공장을 방문할 경우 양사의 협력 관계를 재확인하는 상징적 행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젠슨 황이 네이버와 현대차그룹을 방문할 가능성에도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제2사옥 '1784' 방문을 놓고 네이버와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이 성사될 경우 이해진 의장과 최수연 대표 등을 만나 AI 서비스와 클라우드, 소버린 AI 전략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 양재 사옥 방문 일정은 현대차그룹은 최근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슈퍼널,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엔비디아와의 협력 범위가 더욱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에서 나온 것이다. 젠슨 황의 국내 게임업계와의 만남도 추진되고 있다. 평소 한국 게임산업에 높은 관심을 보여온 젠슨 황은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는 “한국은 e스포츠를 만들었고 PC 게이밍을 세계적인 현상으로 만들었다"며 “PC 게이밍과 PC방, e스포츠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엔비디아도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밖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회동이나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 등 주요 경영진과 만남 추진도 흘러나오고 있다. 또, 업스테이지·노타 등 국내 스타트업 및 로보틱스 관계자와의 비공개 간담회, 서울대 AI연구원 방문 등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젠슨 황의 방한은 단순한 기업 방문을 넘어 한국 AI 생태계 전반과 협력 접점을 확대하려는 행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반도체부터 로봇, 모빌리티, 게임,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젠슨 황은 방한기간 비공식 행보로 오는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26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키움히어로즈 경기의 시구자로 나서고,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시타자로 나와 함께 행사를 빛낼 것으로 알려졌다. 또,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다는 사실도 tvN 제작진으로부터 공식확인됐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수입차 2대 중 1대는 전기차…테슬라 4개월째 선두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며 전동화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4개월 연속 수입차 판매 1위를 차지하며 독주 체제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2만9860대로 전년 동기(2만8189대) 대비 5.9% 증가했다. 연료별로는 전기차가 1만4520대로 전체 판매의 48.6%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이어 하이브리드가 1만2071대(40.4%), 가솔린 3092대(10.4%), 디젤 177대(0.6%) 순으로 집계됐다. 브랜드별 등록 대수에서는 테슬라가 1만866대를 기록하며 4개월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이어 BMW가 6555대, 메르세데스-벤츠가 3553대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 아우디(1509대), 렉서스(1291대), 볼보(1058대), BYD(1032대), 포르쉐(820대), 토요타(804대), 미니(604대)가 판매 상위 10개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베스트셀링 모델은 테슬라 모델Y 프리미엄으로 지난달에만 7195대가 판매됐다. 이어 테슬라 모델Y 롱레인지(L)가 1513대로 2위, BMW 520이 1390대로 3위를 기록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이사회 역할 강화 절실…사회연대 분배 방법도 고민해야” [재계 성과급 전쟁]

전문가들은 재계에서 벌어지는 '성과급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각 계층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측인 경영계는 구성원들과 신뢰를 쌓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노측인 노동조합은 협력업체와 상생 방안을 함께 제시하는 등 '품위'를 지키는 식이다. 근본적으로는 이사회 역할을 강화하고 새로운 분배 방법에 대한 정의를 함께 모색하는 등 구조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1일 공개한 '토요타 노사관계의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기업과 노조가 혁신과 상생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총은 우선 △기업 이익 분배 요구 등 분배적 교섭 △개정 노조법 시행으로 인한 산업현장 혼란 증가 △파업 만능주의, 과격투쟁 만연을 최근 우리나라 노사 관계의 문제점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올해 일본 토요타 노사협의회의 노조위원장과 부위원장 주요 발언을 소개하며 시사점을 제시했다. 경총은 “토요타 노조는 무조건적인 분배를 요구하기에 앞서 회사가 직면한 품질 저하와 생산 차질의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했다"며 “스스로 생산성 향상이나 원가 절감을 위해 일하는 방식의 비효율을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경영진의 결단만을 수동적으로 기다리거나 외부 환경 탓을 하지 않고 노조가 주도적으로 행동선언을 채택하고 실천에 옮기겠다고 했다. 이는 노조가 혁신의 주체가 돼 조직의 체질을 바꾸는 실천력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경총은 토요타 노사가 서로 대립하는 '춘투(春闘)'가 아닌 함께 과제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춘공(春共)'으로 나아가겠다고 함께 결의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최근 노동계에서 영업이익 또는 순이익의 N% 지급과 같은 과도한 이익 분배를 요구하며 투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글로벌 완성차 업계 1위 기업조차 전례 없는 위기감 속에서 노조가 먼저 생존 전략을 고민하고 결의해 전사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 노사관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경영 영속성 측면에서 노조의 역할을 강조했다. 반면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최근 논평에서 “방식은 다를 수 있지만 성과 공유 자체를 금기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인공지능(AI)과 플랫폼 경제 확산 상황에서 기업 성과를 어떻게 사회적 공유할 것인가는 세계적 과제"라며 해외의 성과급 공유 추세를 내세웠다. 다만, 한국노총도 “지금 필요한 건 기업이 창출한 성과를 누구와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노사 간 대화"라고 밝혀 어느 쪽의 일방적인 성과 공유 찬반이 아닌 주체간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문제는 전례 없는 '성과급 투쟁' 국면에서 노사가 대화를 지속하라고 압박만 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앞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삼성전자 사례의 경우에도 양측이 극한 대립을 이어가다 결국 정부 중재로 가까스로 갈등을 봉합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우선 이번 사안의 본질을 꿰뚫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국 특유의 '나눔' 정서가 여전히 남아 있는데 우리 경제는 지난 80여년 사이 폐허에서 빌딩숲으로 빠르게 성장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해외 사례를 무작정 답습하면 안된다는 경계심이 조성된다. 우리나라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제도를 재조명해 손보는 식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이사회의 기능 강화다. 최근 상법 개정 등을 통해 '거수기 이사회' 관행을 없애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현재 성과급은 상법상 어디에도 쟁의 대상이라고 명확히 표기돼 있지 않다. 만일 삼성전자에서 파업이 벌어졌다면 이는 불법파업이라고 봐야한다"며 “주주는 잔여이익 청구권자고 근로자는 임금채권자다. 법에도 임금을 최우선적으로 지급하라고 명시돼 있다. 기업의 계속성을 생각하고 재투자할지 배당할지를 결정하는 게 이사회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최 명예교수는 “기업 경영에서는 이사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주주, 근로자, 소비자, 공급처, 협력업체 이 모든 이들의 이해 관계를 조율하고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이사회에서 해야한다"며 “주요 기업 이사회 힘이 없고 제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성과급 전쟁 같은) 문제들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사 관계를 연구해온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주요 대기업들이 이익을 두고 다투는 상황이 많이 전개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눈여겨봐야 되는 사안은 이들은 전체 노동자들의 극히 일부분이라는 점"이라며 “초과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기업 자체가 많지 않다. 노동 시장의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수 있는 문제"라고 짚었다. 이 명예교수는 “기업 이익이 늘면 세금이 같이 들어오니 초과세수를 활용해 '사회연대 분배'를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노사도 자율적으로 상생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노조의 가치가 연대와 단결이다. 자기 몫만 불리려 하지 말고 노동 약자에 대한 기금 등을 조성하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성과급 논란은 단순히 '돈을 얼마 더 주느냐' 문제를 넘어 기업 내 세대 갈등, 경영 투명성, 공정성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맞물린 매우 중요한 거시·미시적 경영 이슈"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일단 성과급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가장 핵심이다. 영업이익이나 경제적부가가치(EVA) 등 기준이 되는 지표를 명확히 제도화하고 이를 직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사전 합의된 룰이라는 신뢰가 쌓여야 불필요한 감정 소모와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과급 산정 기준을 수립하거나 변경할 때 노사 공동 위원회나 사내 평의회 같은 제도적 소통 채널을 활성화할 필요도 있다. '과정적 공정성'이 확보되면 경영 상황이 악화돼 성과급이 줄어들더라도 직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당해연도 실적뿐만 아니라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 기여도, 혁신적인 프로젝트 성공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다면적 평가 체계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재계 한 관계자는 “새로운 시대 핵심 경쟁력은 우수 인재 확보에 있다. 성과급을 단순히 비용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구성원 동기부여를 위한 '전략적 투자'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K-핵잠 시대 (하)] 핵연료 저농축·비확산 투명관리로 ‘국제사회 빗장’ 푼다

독자적인 첨단 기술력을 확보하고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입한다 할지라도 대한민국 핵추진 잠수함 획득을 가로막는 진정한 '최종 보스'는 따로 있다. 바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국제 외교 무대와 전 세계를 촘촘히 옭아매고 있는 '핵 비확산(Non-proliferation) 체제'다. 핵무기가 아닌 순수한 추진 동력으로만 원자력을 사용하려 해도 민감한 핵물질인 우라늄이 군사 장비에 탑재되는 순간 국제사회는 필연적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자칫 국가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제재를 부를 수도 있는 사안이다. 국방부가 지난 5월 26일 '대한민국 핵추진 잠수함 개발 기본 계획'을 전격 발표하며, 군사적 당위성 못지않게 “국제 사회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높은 수준의 핵비확산 의무 이행"을 거듭 천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미·영식 고농축(HEU) 포기한 국방부…저농축(LEU) 프랑스식 '솔로몬의 지혜' 잠수함의 심장인 원자로를 설계할 때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은 연료로 쓰일 우라늄의 '농축도'다. 이 결정이 잠수함의 운명과 작전 교리를 통째로 좌우하기 때문이다. 강기식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초빙 교수와 우승민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부교수가 공동 집필한 논문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 도입의 기술 동향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핵잠수함을 운용하는 국가들의 우라늄 운용 방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세계 최강의 원잠 전력을 자랑하는 미국과 영국은 전통적으로 농축도 90% 이상의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HEU)'을 쓴다. 90%대 HEU를 사용하면 원자로 노심 크기를 극단적으로 줄이면서도 잠수함의 수명인 20~30년 내내 '핵연료 교체'를 할 필요가 없어 작전 효율이 극대화된다는 압도적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번 발표에서 개발 제1원칙으로 “원자로의 핵연료는 저농축 우라늄(LEU)을 사용하며 핵연료 교체를 최소화하도록 장주기 운전이 가능하게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작전 효율이 높은 미국식 HEU 모델을 과감히 포기한 것이다. 강 교수팀은 논문에서 “우리가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제한될 뿐만 아니라 언제든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어 자칫 '핵무장'이라는 국제적인 오해를 사 치명적인 외교적 고립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팀은 가장 현실적이고 훌륭한 롤 모델로 '프랑스식 저농축 해법'을 제시했다. 미국과 달리 독자 모델을 개척한 프랑스는 상용 원전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약 7~7.5% 수준의 저농축우라늄을 잠수함 연료로 사용한다. 이 경우 HEU 대비 원자로 부피가 커지고 대략 10년마다 핵연료를 교체해야 하는 단점이 발생한다. 그러나 프랑스는 이 단점을 역발상의 기회로 삼았다. 연구팀은 “어차피 프랑스 원자력 안전 규정상 군용 원자로도 10년마다 정기 유지·보수와 안전 검사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며 “프랑스는 이 시기에 맞춰 비좁은 잠수함 선체 일부를 절단해 내부 주요 전투 체계와 센서를 최신형으로 개조하면서 원자로 구획을 열어 핵연료 교체 작업을 병행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켰다"고 설명했다. 군사 기술이 급변하는 현대전에서 무교체로 30년을 버티는 것보다 10년마다 최신 전투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하며 핵연료도 교체하는 '프랑스식 실용주의'가 우리의 저농축 원칙과 정확히 부합한다는 것이다. 국방부가 '저농축 기반의 장주기 운전'을 선언한 것은 국제적 수용성과 작전 지속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려는 고도의 전략적 타협안인 셈이다. ◇ “핵무기 개발 아니다"…NPT·IAEA의 사찰·통제 '바늘구멍 뚫기' 아무리 저농축 우라늄을 선택했다고 해도 국제 외교의 모든 빗장이 풀리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핵 확산 금지 조약(NPT)에 가입한 비핵 국가로서 모든 평화적 핵 활동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엄격한 사찰과 통제를 받아야 한다. 군사 무기에 핵을 싣는 것 자체가 조약의 정신과 충돌할 여지가 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국방부는 이례적으로 △어떠한 형태의 핵무기도 보유·개발하지 않는다 △미국과 긴밀한 소통하에 우라늄 확보 전반의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다 △IAEA와 공동으로 잠수함에 적용 가능한 새로운 '안전 조치 체계'를 구축한다 등 세 가지 확고한 약속을 천명했다. 강기식·우승민 교수팀은 논문을 통해 IAEA의 깐깐한 감시 체계 안에서 군사용 핵잠수함을 합법적으로 운용할 합법적 돌파구로 'IAEA 전면 안전 조치 협정(CSA, INFCIRC/153) 제14조'를 지목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핵잠수함은 폭발 목적의 무기가 아니므로 관행상 '비폭발적 군사적 이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제14조는 '핵물질이 금지되지 않은 추진 동력 등 군사 활동에 쓰일 경우 핵무기 전용을 방지하기 위한 특별한 검증 조건을 IAEA와 합의한다는 전제하에 일시적으로 통상적 안전 조치(사찰) 적용을 제외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실제로 오커스(AUKUS) 동맹을 맺고 핵잠수함을 도입하려는 비핵국가 호주가 바로 이 조항을 근거로 IAEA와 치열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연구진은 “이는 안전 조치 체제에서 완전히 도망치겠다는 것이 아니라 군사 활동 기간 동안 핵물질이 철저히 추진 목적으로만 쓰이고 폐기 시 다시 안전 조치로 복귀함을 보증하는 촘촘한 특별 검증 약정을 맺는 것"이라며 우리 역시 호주의 선례를 벤치마킹해 당당하고 투명한 협상을 주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 한미 원자력 협정의 오해와 흔들림 없는 '핵잠 생태계'의 완성 외교의 또 다른 중대한 축은 동맹국 미국과의 관계다. 방위산업협회 정책위원인 김홍유 경희대 교수는 칼럼 '보이지 않는 억제력,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의 전략적 의미'에서 “복잡한 외교·법적 절차를 '기술 주권 확보'와 '국제 신뢰 구축'이라는 양면의 균형 전략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일각에서는 가장 큰 걸림돌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꼽으며 이를 개정해야만 핵잠수함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전혀 달랐다. 강기식·우승민 교수팀은 “현행 한미 원자력 협정 제13조는 철저히 '평화적 목적(원자력발전소 등)'을 전제로 맺어진 조약이므로, 핵물질의 어떠한 군사적 목적 이용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군사적 목적인 핵잠수함 추진을 이 평화 목적의 원자력 협정 테두리 안에서 무리하게 풀려 하거나 조약 개정을 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대신 연구팀은 “별개의 군사 협정을 통해 도입할 수 있는 체계"라며 한미 원자력 협정 밖에서 한미 국방 당국 간의 새로운 '군사·안보 협정'을 타결해 연료를 수입하는 투 트랙(Two-track) 우회 방식이 올바른 해법이라고 제시했다. 국방부가 기본계획에 “미국과 긴밀한 소통하에 투명하고 확고하게 이행하겠다"고 콕 집어 명시한 것 역시 이 별도의 외교적 안보 담판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잠수함만 건조할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핵잠 생태계(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방부는 “방사성 폐기물을 법령에 따라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강 교수팀은 미국의 세계 최강 핵잠 함대를 일군 리코버 제독의 조직관리 체계를 거론하며 강력한 인프라를 주문했다. 연구팀은 “프랑스식 10년 주기 핵연료 교체 모델을 한국에 적용하려면, 방사능 노출을 완벽히 차단한 채 압력 선체를 자르고 거대한 장비와 연료를 교체할 수 있는 '핵추진 잠수함 전용 유지·보수 조선소'가 국내에 반드시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설계자나 군 운영자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 민간 규제 기관이 군용 원자로의 전 수명 주기 안전을 엄격히 감시할 수 있는 체계가 법제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전에 대한 투명한 관리가 전제돼야 국내의 사회적 갈등을 막고 진정한 생태계를 완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생산 차질 감수”…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국 9개 공장·R&D 센터 ‘올 스탑·안전 점검’ 초강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눈앞의 생산 차질을 감수하더라도 현장의 '완벽한 안전'을 확보하겠다며 전국 사업장의 가동을 멈춰 세우는 초강수를 뒀다. K-방산 호황기 속에서 납기 준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임에도 '안전 없이는 생산도 없다'는 경영진의 확고한 쇄신 의지가 반영된 파격적 행보다. 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부터 5일까지 이틀 간 필수 공정을 제외한 국내 9개 전 사업장의 생산 라인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대대적인 특별 안전 점검과 임직원 안전 교육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번 셧다운(가동 중단) 대상에는 K-9 자주포·장갑차·항공 엔진 등을 생산하는 핵심 거점인 경남 창원 1·2·3 사업장과 추진제·장약을 다루는 대전·충북 보은·전남 여수 사업장, 그리고 대전·판교·아산 등에 위치한 R&D 캠퍼스가 모두 포함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전사 차원에서 동시에 공장을 멈춰 세운 것은 2023년 방산 통합 법인(에어로·한화디펜스·㈜한화 방산 부문) 출범 이후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례적인 전면 조업 중단은 과거 발생했던 대전 사업장 사고와 같은 치명적인 인명 피해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혁신을 위해 단기적인 생산 지연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작업장 환경을 완벽히 통제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결단이다. 이틀간 전 사업장은 각 사업장장·안전 관리 책임자의 진두지휘 아래 강도 높은 '현미경 점검'을 받는다. 화재·폭발 위험 요소와 구조물·기계 장치의 불안전 상태를 샅샅이 살피는 것은 물론, 최근 3년 동안의 위험성 평가 결과와 재발 방지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철저히 검증한다. 특히 폭발 위험이 상존하는 화약류 취급 사업장(대전·보은·여수)에 대해서는 한층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이와 관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공실별 보호구 착용 실태 △접지 및 온·습도 제어 상태 △치공구 관리 △노후 안전 장비 △폐화약 관리 현황 등 전반을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비상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 훈련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들 고위험 사업장의 '안전 사고 제로(0)화'를 위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추진제 생산 등 화약 관련 공정에 대해 '무인 자동화'를 전면 도입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본격적인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다. 기존에는 고위험 공정에 한해 선별적으로 무인화를 진행했으나 앞으로는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다고 평가되는 공정까지 자동화 영역을 넓혀 인명 피해 가능성 자체를 원천 배제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장 근무자들의 안전 의식 무장도 대폭 강화한다. 양일간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급박한 위험 상황 발생 시 근로자가 즉각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작업 중지권' 행사에 대한 특별 교육을 실시해 현장 조직 단위의 비상 대응 계획을 재정립할 계획이다. '안전 최우선' 쇄신의 신호탄은 그룹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화·한화솔루션·한화토탈에너지스·한화임팩트·YNCC 등 한화그룹 주요 석유화학 계열사들은 이달 10일까지 환경·안전 집중 점검에 돌입한다. 각 계열사는 대표이사가 직접 책임지고 주관하는 자체 점검단을 꾸려 국내외 전 사업장의 생산 공정과 현장 작업 안전 관리 실태를 전면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석유화학 계열사은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대대적인 정밀 점검 대상에 포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삼성중공업, 100% 친환경 선박용 ‘부유식 배터리 충전소’ 기술 선점

삼성중공업이 순수 전기 추진 선박의 짧은 항해 거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바다 한가운데서 완충된 배터리를 통째로 교체해 주는 '부유식 배터리 충전소' 기술 선점에 나섰다. 아울러 바다 위에 띄우는 '부유식 데이터 센터' 등 차세대 해양 인프라 기술도 선보이며 다가오는 인공지능(AI) 시대의 전력·냉각 문제와 부지 부족 현상, 전기 선박의 항속거리 한계 등을 바다에서 해결하는 '종합 해양 공간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초격차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4일 본지 취재 결과, 삼성중공업은 최근 100% 친환경 자체 발전 시스템을 갖추고 선박용 배터리를 교환해 주는 '부유식 배터리 충전소'와 '부유식 데이터센터'를 지식재산처에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해양도시 구축용 모듈 △중고 상선 개조기술 △부유식 블루 암모니아·수소 생산 설비 등 차세대 해상구조물 특허를 대거 낸 것으로 확인됐다. ◇“디젤 발전기 아웃"…바닷물 온도 차이로 무한 전력 생산 '배터리 스와핑' '부유식 배터리 충전소' 특허는 미래 해상 모빌리티 생태계의 핵심이다. 최근 해운업계의 탄소 중립 기조에 발맞춰 배터리와 모터로만 추진력을 얻는 친환경 순수 전기 선박 도입이 늘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 용량의 한계 탓에 장거리 운항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기존 해상에 떠 있는 '벙커링 스테이션'이나 '부유식 LNG 충전소' 역시 결국 화석 연료를 주입해 주거나 내부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해야 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솔루션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었다. 삼성중공업은 이 딜레마를 '해수 온도차 발전(OTEC, Ocean Thermal Energy Conversion)' 시스템으로 원천 해결했다. 이는 24℃ 이상인 표층의 따뜻한 해수와 깊은 바다 속 4℃ 이하 차가운 심층수의 온도차를 이용해 구조물 자체에서 화석 연료 한 방울 없이 전력을 생산하는 친환경 발전 기술이다. 특허 명세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부유식 구조물 내부에 상대적으로 따뜻한 표층수와 차가운 심해수가 각각 유동하는 공간을 분리해 마련했다. 표층수의 열기로 증발기 내 순환 유체를 기화시켜 발전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들고, 이후 구조물 하부로 길게 뻗은 파이프를 통해 끌어올린 차가운 심해수로 가스를 다시 냉각기에서 액화시키는 사이클을 통해 무한한 해양 에너지만으로 전력을 만들어낸다. 삼성중공업은 발전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차가운 물을 끌어올리는 심해수 유입 파이프를 배출 파이프보다 전방에 배치하고 바닷속 더 깊은 곳까지 연장되도록 설계했다. 이렇게 바다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친환경 전력은 구조물 내 선원들의 거주구 하단에 위치한 대규모 '에너지 저장 체계(ESS, Energy Storage System)'에 1차로 보관된다. 이후 거주구 전방에 상부가 개폐되는 형태로 마련된 거대한 '배터리 공간'에 수용된 수많은 선박용 배터리들을 상시 충전하는 데 사용된다. 항해 중이던 전기 선박의 배터리 잔량이 부족해져 이 부유식 충전소에 도킹하게 되면 거주구와 배터리 공간 사이에 회전 가능하게 설치된 '배터리 이동 설비'가 나선다. 방전된 선박의 배터리를 빼내고 충전소에서 미리 100% 완충해 둔 배터리로 통째로 교체(스와핑)해 주는 방식이다. 수 시간이 걸리는 충전을 멈춰서 기다릴 필요 없이 신속하게 배터리 팩만 교체해 선박이 곧바로 장거리 항해를 이어갈 수 있게 한 바다 위의 '전기 선박 오아시스'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열 식히고 공간 확보…매머드급 데이터 센터와 융합 시너지 이러한 부유식 배터리 충전소의 무탄소 전력 생산·대규모 배터리 제어 기술은 전력 소모가 극심한 '부유식 데이터 센터(FDC, Floating Data Center)' 인프라와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해상 데이터 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보조하는 동시에 데이터 센터를 오가며 물류와 인력을 수송하는 친환경 전기 선박들의 '해상 충전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AI 산업 발달로 데이터 처리량이 폭증하면서 육상 데이터 센터는 막대한 전력 소모·냉각수 확보·부지 부족·주민 민원 등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삼성중공업이 고안한 부유식 데이터 센터는 길이 160m·폭 58m 규모의 이중저 선체 상부에 6층 높이의 대규모 서버룸을 구축한 형태다. 총 전력 용량은 100MW(메가와트)로 설계돼 대규모 IT 부하를 감당할 수 있다. 핵심은 데이터 센터 전력 소모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냉각'을 해상 환경에 최적화했다는 점이다. 선체 하부 기계실에 다수의 냉각기를 배치해 무한한 바닷물로 서버의 열을 식힌다. 또한 층고를 낮추고 선박의 복원성을 높이기 위해 공기 통로가 필요 없는 '침지 냉각' 기술 적용도 명시했다. 침지 냉각이란 서버를 특수 냉각액에 담그는 방식을 말한다. 전력 공급의 신뢰성도 극대화했다. 선체 상부 중앙 공간에 무정전 전원 장치(UPS, Uninterruptible Power Supply)·변압기와 함께 거대한 배터리를 촘촘히 배치 전력 단절도 원천 차단했다. 삼성중공업 측은 특허 명세서를 통해 “육상에 67MW 규모의 데이터 센터를 지을 경우 토지비를 제외하고도 약 8200억 원의 공사비가 소요되지만 부유식 데이터 센터는 조선소의 모듈화 건조 방식을 활용해 획기적인 총 공사비 절감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레고 조립형 해양 도시부터 노후선 재활용, 쓰나미 방재까지 총망라 삼성중공업의 시선은 데이터 센터와 에너지를 넘어 무한한 '해양 공간' 인프라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번에 함께 공개된 수십 건의 특허에는 기존 조선·해양 산업의 패러다임을 뒤집는 혁신 기술들이 대거 포함됐다. 토지 고갈과 해수면 상승에 대비한 '해양 도시 구축용 단위 부유식 구조물' 특허가 대표적이다. 다각형 모양의 거대한 부유체 모듈의 옆면에 수형(Male)과 암형(Female) 결합부를 만들어 마치 레고 블록이나 퍼즐을 맞추듯 바다 위에서 고정핀을 꽂아 해양 도시의 근간이 될 인공섬의 면적을 무한정 확장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 기술이다. 건조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플랜트 개조·친환경 기술들도 눈길을 끈다. 삼성중공업은 환경 규제로 노후화된 LNG 운반선 등을 폐선하는 대신 'U'자나 'ㄷ'자 형태의 거대한 외부 선체로 감싸 별도의 육상 도크 없이 저비용으로 FLNG나 FPSO로 개조하는 '운반선 개조용 부유식 생산 설비' 제작 역량을 갖췄다. 또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개질해 청정 연료를 생산하고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층에 주입하는 '부유식 블루 암모니아 생산 설비' 기술도 갖춘 상태다. 이밖에 LNG 재기화 과정에서 버려지는 차가운 냉열과 수소 연료 전지의 폐열을 융합해 전력을 추가로 생산하는 '하이브리드 FSRU 발전 시스템'과 해상 풍력 하부 구조물을 콘크리트 모듈과 스틸 프레임으로 분할 제작해 조립하는 기술 등 친환경 해양 플랜트 기술도 확보했다. 극한의 해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디테일한 안전 기술도 돋보인다. 쓰나미 발생 시 계류선의 장력 이상을 감지해 선체 하부와 측면에 초대형 에어백을 터뜨려 충돌 파손을 막는 '에어백 구비 부유식 설비', 가스 소각탑(플레어 타워)의 엄청난 열기와 방사선으로부터 크레인 조종사를 보호하기 위해 특수 차단막이 롤 스크린처럼 내려오는 '크레인 보호 유닛' 등이 고안됐다. ◇LNG 밸류 체인 이어 차세대 먹거리로 '부유식' 엿보는 삼성중공업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의 이 같은 행보를 '조선업의 공간 혁명'으로 평가하고 있다. 육상의 전력 소모와 부지 부족 문제를 바다에서 해결하려 고안한 해상 데이터 센터부터 전기 선박의 주행거리 한계를 돌파할 해상 충전 인프라까지 전사적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부유식 생태계' 확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LNG 밸류 체인' 장악력에 이어 차세대 먹거리로 부유식 시장을 엿보고 나섰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중공업은 부유식 액화 천연 가스 생산 설비(FLNG) 분야에서 전 세계 발주 물량 11척 중 7척을 수주하며 약 64%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최근 북미 지역에서 4조33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FLNG 1기를 단독 수주하는 등 막대한 현금 흐름과 극한 환경의 해양 엔지니어링 역량을 탄탄하게 축적해 왔다. 경영진은 이 굳건한 지배력을 디딤돌 삼아 첨단 IT 인프라와 무탄소 에너지 분야 등 이종 산업과 융합하며 미래 먹거리 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 삼성중공업은 글로벌 기업들과 다국적 융합 얼라이언스(동맹)를 맺고 부유식 시장 전방위 확장에 돌입했다. 미국 AI 서버 전문 기업 '수퍼마이크로' 및 로이드선급(LR)과 손잡은 부유식 데이터센터(FDC)를 필두로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 '에퀴노르'와 협력해 15MW급 부유식 해상풍력(FOW) 독자 모델을 개발했다. 특히 에퀴노르의 750MW급 울산 '반딧불이 프로젝트' 하부 구조물 50기 제작을 맡아 터빈 통합 공정 기술까지 확보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공동 개발해 미국 선급(ABS) 인증을 받은 부유식 소형 모듈 원전(FSMR, Floating SMR), 말레이시아 MISC와 손잡고 해저 지층에 이산화탄소를 영구 격리하는 부유식 탄소 포집 저장 설비(FCSU, Floating CO2 Storage Unit) 등 넷제로(Net-Zero) 밸류 체인을 채워나가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국내제조 완성차 98% 수출…한국지엠에 약일까 독일까

한국지엠이 국내에서 생산한 차량 대부분을 해외 시장에 공급하고 국내 시장에서는 수입차 판매를 확대하는 사업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내수 시장 존재감은 갈수록 약해지는 반면 수출 의존도는 높아지면서 한국지엠이 사실상 글로벌 생산·수출거점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올해 들어서도 수출 중심의 사업 구조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높은 수요를 유지하면서 생산 물량 대부분이 해외로 향하고 있다. 실제 한국지엠의 내수 판매 비중은 매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2024년 한국지엠의 글로벌 판매량은 총 49만9559대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해외 판매는 47만4735대에 달한 반면 내수 판매는 2만4824대에 그쳤다. 내수 판매는 전년 대비 35.9% 감소했다. 지난해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지엠은 글로벌 시장에서 총 46만2310대를 판매했으며 이 중 내수는 1만5094대, 수출은 44만7216대로 전체 판매의 약 97%가 해외 시장에서 이뤄졌다. 특히 내수 판매는 전년 대비 39.2% 감소하며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올해도 부진은 이어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약 23만7000대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내수 판매는 4200여 대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판매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2%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실상 한국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해외 시장에 공급하는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이 사업의 중심이 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한국지엠이 과거 국내 완성차 업체에서 현재는 글로벌 생산·수출거점 성격이 강한 회사로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의 수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지면서 국내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지엠이 생산·수출거점으로 전락한 배경에는 신차 부재가 꼽힌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하는 차종은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2종뿐이다. 이들 모델 역시 각각 2023년과 2020년 출시돼 시장에서는 사실상 노후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신차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새로운 차종 투입을 통해 사업 구조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지엠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 의사결정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인 만큼 독자적인 신차 개발이나 국내 시장 맞춤형 제품 전략 수립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GM은 최근 한국 사업장의 제품 경쟁력 강화와 공장 설비 업그레이드를 위해 총 6억달러(약 880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번 투자 계획에는 신차 생산이나 미래차 개발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투자금은 생산 설비 고도화와 안전 인프라 확충, 작업 환경 개선, 운영 효율성 향상 등에 집중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노조를 중심으로 미래차 투자와 신차 배정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는 최근 미국 본사를 방문해 미래차 투자 확대와 신차 배정을 공식 요청했다. 안규백 한국지엠 노조지부장 등 노조 관계자들은 미국 본사와 주요 생산시설을 방문해 부평·창원공장의 노후 설비 문제와 미래차 전환 필요성을 전달했다. 특히 안 지부장은 본사 경영진과 면담에서 “한국지엠에서 발생한 이익이 신차와 미래차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메리 바라 GM 회장에게 보낸 서한에서는 한국지엠이 단순 조립기지가 아닌 연구개발과 생산을 함께 수행하는 핵심 거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 사업장에 대한 중장기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신차 투입과 미래차 투자 확대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음에도 한국지엠은 내수 시장에서 수입차 브랜드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생산 차량 판매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수입차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강화하며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국지엠은 최근 미국 정통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픽업트럭 브랜드 GMC와 프리미엄 브랜드 뷰익의 국내 도입을 추진하며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섰다. GMC 3개 차종과 뷰익 1개 차종 등 총 4종의 신규 모델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한국 시장에서는 쉐보레와 캐딜락에 이어 GMC, 뷰익까지 운영하게 된다. 한국은 북미를 제외하고 쉐보레·캐딜락·GMC·뷰익 4개 브랜드가 동시에 진출한 첫 해외 시장으로 알려졌다. 이미 한국지엠은 GMC 브랜드를 통해 대형 SUV 아카디아와 픽업트럭 캐니언, 전기 SUV 허머 EV 등을 판매하고 있다. 판매 가격은 아카디아 8990만원, 캐니언 7685만원, 허머 EV 2억4657만원에 달한다. 대부분 고가 차량으로 수입차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모델들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고가 수입차 중심 전략이 국내 시장 정서와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중저가 대중차 신차 투입은 제한적인 반면 상대적으로 수요층이 좁은 고가 수입차 판매 확대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국 시장이 사실상 북미 시장에서 판매가 둔화된 차량의 신규 판로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제기된다. 실제 미국 시장에서 허머 EV는 2024년 4분기 5091대가 판매됐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2555대로 줄어들며 49.8% 감소했다. GMC 아카디아 역시 지난해 4분기 판매량이 1만3365대로 전년 동기(1만7041대) 대비 21.6% 감소했으며 GMC 캐니언도 같은 기간 1만1259대에서 8599대로 23.6% 줄었다. 미국 시장에서 성장세가 꺾인 차종들이 한국에서는 프리미엄 신차로 소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국지엠은 국내 판매보다 수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구조"라며 “국내에서 생산한 차량은 해외로 보내고 국내 시장에서는 수입차를 판매하는 형태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차 투입과 전동화 전략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내수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한국지엠의 국내 시장 존재감은 더욱 약해질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국내 소비자 접점을 확대할 수 있는 제품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제조사는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신차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판매를 확대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경쟁력"이라며 “한국지엠은 최근 6~7년 동안 시장을 이끌 만한 신차 투입이 사실상 없었던 만큼 현재의 내수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미국 본사를 설득해 국내 소비자 수요가 높은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모델 개발 및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르노코리아처럼 국내 시장에 맞춘 독자적인 제품 전략과 신차 개발 역량을 확보해야 내수 점유율은 물론 수출 기반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처럼 국내에서 생산한 차량은 수출하고 내수 시장에서는 수입차 판매에 의존하는 구조만으로는 장기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신차를 얼마나 적기에 투입하느냐가 한국지엠의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기자의 눈] 카카오 성과급 갈등이 삼성전자와 다른 점

노사 간 성과급 갈등에 이번에는 카카오가 중심에 섰다. 카카오톡 등 카카오의 서비스가 워낙 전국민의 일상에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보니 카카오 노조의 파업을 '딴세상 이야기' 정도로만 치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 됐다. 카카오 노조는 오는 10일 창립 이래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한다고 예고했다. 일단은 4시간짜리 부분 파업으로 카카오의 대국민 서비스에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향후 파업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카카오 사측의 입장은 명확하다. 노조가 요구하는 보상의 규모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반면에 노조는 단순 '돈 문제'가 아니라 '투명한 성과 보상 구조'라고 주장한다. 임원들만 돈을 챙기고 직원들은 제대로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카카오의 임원 보수는 실적과 연동된 구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카카오 주요 임원 보수는 기본급과 성과급으로 구성되며, 성과급은 영업이익 등 재무지표 개선에 따라 증가하는 구조다. 그러나 일반직원들은 실적 상승분이 성과급에 연동되지 않는다. 카카오의 임원도, 직원도 아닌 일반인의 관점에서 보면 이같은 카카오의 성과 배분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노조의 주장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갈 수 있다. 카카오의 주주환원 정책 역시 비판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도 주당 현금배당은 75원, 현금배당수익률은 0.1%에 그쳤다.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정신아 대표의 보수는 2024년 6억1300만원에서 지난해 13억6100만원으로 크게 늘어나 약 122% 상승률을 기록했다. 성장기업 특성상 주주환원보다는 투자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성장의 과실'을 임원들만 취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카카오 노조는 임원들의 잇단 퇴사에도 “수년간 반복적인 임원 영입 실패"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노조가 제시한 영입 실패 리스트에는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양주일 전 AXZ 대표, 백상엽 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 홍민택 전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 등의 사례가 올라 있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임원 인사까지 개입하냐는 지적도 있지만 임원들이 단기적 과실만 챙겨 서둘러 떠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빌미를 사측이 제공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카카오는 임원을 제외한 직원에게, 주주에게 과연 '공정한 보상'의 믿음을 줄 수 있을까. 카카오의 실질적 지배주주인 김범수 의장이 고민하고 답을 줘야할 때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영업이익의 N% 성과급 달라” 분출…노사 갈등 ‘새 뇌관’으로 [재계 성과급 전쟁]

재계에서 '성과급 전쟁'이 시작됐다.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나누는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노조원의 몫을 달라고 강한 목소리를 내며 본격적으로 임금협상 핵심쟁점으로 내걸고 사측을 압박하고 단체행동 명분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서 촉발된 노사간 '성과급 갈등'이 현대차그룹, 카카오 등 등 산업계로 번지며 노사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노(勞勞)간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고 있다. 각계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정부도 중재 노력을 하고 있지만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 주요 대기업 노조 '투쟁 모드' 본격화 3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성과급 대란'은 우여곡절 끝에 노사 자율합의로 봉합됐지만, 후폭풍이 삼성그룹 계열사와 다른 대기업 등 산업계로 몰아치고 있다. 우선 삼성 계열사 곳곳에서 성과급 요구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이미 지난 5월 1∼5일 창사 이래 첫 전면파업을 단행했다. 성과급 상한을 없애고 올해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 재원으로 쓰라는 게 노조의 요구사항이다. 전면파업은 끝났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이후에도 준법 파업 방식으로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사측도 영업비밀자료 유출 혐의로 노조위원장을 고소하는 등 노사 갈등의 골이 계속 깊어지는 양상이다. 이미 올해 초 2026년 임금협상을 끝낸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다른 계열사에선 삼성전자 성과급 타결 이후 직원들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사는 삼성전자의 역대급 성과급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며 노사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합의안을 만들어낸 삼성전자도 '성과급 후유증'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반도체사업과 비교해 실적이 좋지 않은 스마트폰·가전·TV 사업의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이 턱없이 적은 성과급 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임금협상 타결을 주도한 초기업노조 내 DX 노조원들이 임금협상 무효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고, DX 소속 일부 조합원은 초기업노조 교섭의 절차적 정당성에 이의를 제기하며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다. 초기업노조 내 부문별 조합원 간 갈등, 삼성전자 내 복수노조간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노-노 갈등'이 조직 화합 및 경쟁력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른 산업군 노조들도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 요구안에 영업이익의 30% 성과 공유를 넣었다. LG유플러스 역시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노조는 순이익의 30%를 달라고 제안한 상태다. 셀트리온에서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조가 만들어졌다. 이들 역시 투명한 초과이익 성과급 기준을 산정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영업이익의 13∼14% 정도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노사 협상에 난항을 겪어 이달 중 파업이 예고된 상태다. 현대제철 노조의 경우 전년 대비 성과급 액수를 150% 인상해야 한다는 안건을 교섭장에 들고 나왔다. 다른 기업들 역시 사정권이다. 아직 노사 상견례를 시작하지 않은 제조·IT·서비스 기업 노조 대부분이 협상 요구안에 'N% 성과급' 문구를 넣을지를 고민 중이라고 전해졌다. 문제는 기업마다 처지가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사실 '성과급 전쟁'의 불씨를 지핀 곳은 SK하이닉스였다. 지난해 SK하이닉스 노사는 성과급 상한을 없애고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기로 합의했다. 반도체 호황기를 맞아 수백조원대 이익이 예상되자 직원들 사이에서 보상을 확대해 달라는 요구가 거셌고, 사측도 사업 초기 파산 직전 시기에 회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임직원의 헌신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이를 받아들였다. 이같은 SK하이닉스의 파격적 보상 지급에 자극받은 삼성전자 노조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주도의 영업이익 급등을 계기로 성과급 투쟁을 시작했다. 업계 만년 2위였던 SK하이닉스의 처우가 대한민국 및 업종 1위 기업을 자부하던 삼성전자를 넘어서자 '성과급 우위'를 사측에 요구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이슈는 모두 평소보다 '지나치게 많은 이익 발생'이 근본 원인이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70%를 넘었고, 삼성전자는 1분기 46%를 달성한데 이어 2분기 51%로 예상된다. 하지만, '잘 나가는 두 기업'을 보고 '패턴 교섭'에 나선 다른 기업들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자산이 충분하고 실적을 꾸준히 내는 대기업이라는 점은 사실이지만 '초과이익'을 나눌 수준은 전혀 아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대표적인 성장기업이다. 아직 수익성보다는 몸집 불리기가 중요한 시점이라 시설투자에 매년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야 한다. LG유플러스나 카카오 등도 반도체 업체들과 비교하면 회사가 남기는 이윤이 초라한 수준이다. 자동차·조선업계는 경쟁 심화와 중국의 추격 등을 따돌릴 연구개발(R&D) 투자 강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철강 업종은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형국이다. ◇ 각계각층 첨예한 대립…주주들도 '격분' 단체 행동 나서 이번 성과급 전쟁을 두고 각계각층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걱정스러운 반응이 나온다. 기업이 노조의 이익 배분 요구에 응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달 31일 회원사에 배포한 '경영계 특별 권고'를 통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배분하는 제도를 명문화하는) 노조의 요구는 기존 성과급 제도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것으로 기업 이익의 직접적 배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총은 “기업의 이익은 지속가능성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 고용, 연구개발, 재무구조 개선 등에 활용돼야 하는 경영 자원"이라며 “노조가 기업 이익의 선제적 배분을 요구하는 것은 주주의 권리를 제약하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 글로벌 기업에서도 이익의 일정 비율을 근로자에게 배분하기로 사전에 약정하는 제도를 두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의 영업이익 등 경영성과를 배분하는 성격의 금품은 임금에 해당하지 않음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노조가 '영업이익 배분' 등을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임금의 일종으로 간주해 노사 교섭에서 기업의 이익에 대한 배분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이같은 요구가 법과 판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해야 한다"고 회원사에게 주문했다. 경총은 “기업 이익의 배분 기준 제도화는 기업의 고유한 경영판단에 속하는 사항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노조법상 의무적 단체교섭 대상은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근로자의 지위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에 한정되며, 기업의 이익 배분은 임금이 아니며 복지나 기타 대우에도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경총의 입장에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지난 1일 논평을 내고 “현장에서는 성과급 등 다양한 의제가 교섭을 통해 결정되고 있다"며 경총에 권고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교섭 대상을 임금이라는 형식적 개념에만 한정하지 않는다"며 “노동자의 경제·사회적 지위와 처우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어떤 판례도 성과급 자체가 노사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한 적 없고 단체교섭 효력을 부정한 사례도 없다"며 “노조가 요구하는 건 성과급이든 이익공유금이든 기업이 창출한 성과를 노동자와 어떤 기준으로 공유할 건지에 대한 논의"라고 반박했다. 한국노총은 “인공지능(AI)과 플랫폼 경제 확산 상황에서 기업 성과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공유할 것인가는 세계적 과제"라며 “기업의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과 노동자가 성과를 공유해야 한다는 요구는 양립 불가능한 게 아니다. 오히려 성과 공유는 노동자의 참여·혁신을 촉진하고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일침했다. 투자자인 주주들도 성과급 지급에 분명하게 반대했다. 손실에 따른 책임은 지지 않는 임직원에게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삼성전자 노사가 합의한 성과급 지급이 상법을 위반한 행위라며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이들은 “영업이익은 법인세 등 조세를 공제한 뒤 비로소 분배 대상이 되며 세후 단계에서도 상법 제462조 제1항이 규정한 배당가능이익 산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회사 자금의 외부 유출은 주주총회 결의 사항이지 노사 자율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무엇보다 성과급 전쟁의 가장 큰 폐해로 우리나라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영업이익 N% 요구'가 가능한 기업이 일부 대기업으로 한정적인데다 가뜩이나 심각한 임극 격차 문제가 더 부각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를 이끄는 대기업의 연구개발 역량이 위축되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정부도 성과급 전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대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갈등의 원인을 개별기업의 실적 향상, 분배를 중시하는 노동시장의 인식 변화에서 찾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사태 등 사안이 심각한 경우에는 직접 개입도 추진하며 사회적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점점 더 벌어지는 노동자 간 격차를 그냥 보고만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이 주권자인 국민의 뜻"이라며 “원·하청(위탁기업과 수탁기업) 간 상생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사정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는 글을 올리고 정부 차원의 기업 양극화 해소 의지를 드러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첨단 무기 시대, AI가 방아쇠 당기고 우주·해저서 쟁탈전…외교, 국가 안보 해결책”

육·해·공 안보 전문가들이 인공지능(AI)·우주·해양이 결합한 미래 전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경고하며 기술 만능주의 속에서도 확전을 막고 국제 규범을 정립할 '외교의 역할'이 역설적으로 더욱 중요해졌다고 일제히 입을 모았다. 이날 현장에서는 병력 감소에 대응한 한국형 유·무인 복합 체계(MUM-T) 구축, 민·군 안보 우주 거버넌스 신설, 대만 해협 유사시를 대비한 한·미·일 연합 해상교통로 보호 인프라 및 비우방국을 포용하는 '확장 외교' 등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한 구체적인 통합 안보 전략이 제시됐다. 2일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외교타운 12층에서 대국민 강연회인 '제33회 IFANS 톡스'를 개최했다. 이수지 외교안보연구소 연구원의 사회로 시작된 이번 행사는 'AI·우주·바다에서 찾는 미래 안보의 길'을 주제로 육·해·공과 사이버 영역을 망라한 전문가 3인이 연사로 나섰다. ◇손한별 교수 “AI가 깬 전쟁의 삼위일체…죽음·감정·책임 없는 전장" 첫 연사로 나선 손한별 국방대학교 전략학부 교수는 '군사 AI와 미래 전쟁 양상 분석-전쟁의 본질은 변화하는가?'라는 주제로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2022년 전 세계 교통 사고 사망자 130만 명, 당뇨병 사망자가 200만 명을 넘긴 반면 전쟁 사망자는 23만7000여명이었다.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이를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대'라 평했지만 손 교수는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이스라엘-이란 공습에서 보듯 전쟁은 여전히 우리에게 지대한 관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에이브러햄 링컨과 윈스턴 처칠(영화 '다키스트 아워')의 사례를 들어 '불명예를 선택해 전쟁을 피하려 해도 결국 전쟁은 찾아온다'는 진리를 상기시켰다. 그는 고대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꼽은 이익·명예·두려움 등 '전쟁의 3대 원인'이 이란 전쟁에서도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이익·미 스텔스 드론 격추에 맞선 이란의 저항 서사·상호 핵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정확히 작동하고 있다면서도 전쟁의 수행 방식만큼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파했다. 프로이센의 군사학자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가 주창한 전쟁의 '삼위일체(정부의 이성·군대의 용기·국민의 열정)'에 인공지능(AI)이 세 가지 균열을 냈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죽음 없는 전쟁'을 거론하며 “네바다 사막의 컨테이너에서 커피를 마시며 지구 반대편의 드론을 조종하는 미군에게는 '나와 내 자식이 죽을 수 있다'는 공포가 없어 민주주의 사회에서 전쟁을 억제하던 제동 장치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 AI는 두려움이나 동정심이 없어 '감정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는 점도 나왔다. 최근 시뮬레이션에서 AI가 95% 확률로 효율성만을 따져 핵무기 사용을 선택했다는 결과는 상호 확증 파괴의 억지력이 무너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책임 없는 전쟁'도 언급됐다. 미국 국방부(펜타곤)이 주도하다 현재 팔란티어가 운영하는 AI 표적 선별 시스템 '프로젝트 메이븐(Project Maven)'은 이란 전쟁 개전 첫 24시간 만에 1만1000여개의 표적을 타격했다. 킬 체인이 수초로 압축돼 인간은 '확인 버튼'만 누르는 상황에서 민간인 오폭 책임을 조종사·정보 분석가·알고리즘 개발자 중 누구도 지기 어렵게 됐다는 평가다. 손 교수는 3000만 원짜리 저가 자폭 드론이 1조 원짜리 미 조기 경보기(AWACS)와 5대의 공중 급유기를 타격하고 두바이 호텔과 아마존 데이터 센터까지 타격하는 현실과 한 발에 30억 원인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값싼 드론을 막아야 하는 '비용의 비대칭성'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군 역시 2028년까지 드론 50만 대를 확보해 '우다(OODA) 루프' 속도전에 뛰어들었다며 '기술 속도와 인간 판단의 균형' 등 5가지 새로운 균형 전략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끝으로 그는 “평화는 책임과 희생을 요구한다"는 버락 오바마의 2009년 오슬로 노벨 평화상 연설을 인용하며 발표를 마쳤다. ◇엄정식 교수 “우주전은 현실, 우크라전의 '스타링크 쟁탈전'이 증명" 엄정식 공군사관학교 군사전략학과 교수는 “우주 기술은 태생부터 군사적이었다"고 운을 뗐다. 1944년 독일 V2 로켓·1957년 소련 스푸트니크 발사체(R7 ICBM 기술)·1958년 미국 익스플로러 1호 모두 군사 무기에서 출발했다. 1960년 미 U-2 정찰기 격추 이후 코로나 위성이 필름을 우주에서 떨어뜨려 공중에서 낚아채던 첩보전을 거쳐 1991년 위성통신과 GPS가 활용된 걸프전(CNN 전쟁)이 우주전의 본격적인 서막이었다. 엄 교수는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현대 우주전의 민낯을 생생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개전 직후 러시아가 미국 위성통신망 비아샛(Viasat)을 해킹해 지휘망을 마비시키자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 5만~7만 대를 긴급 지원했다. 하지만 확전을 우려한 머스크의 제한 조치 속에서 통신망이 취약한 러시아군이 오히려 무인기에 스타링크 단말기를 장착해 역이용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가짜 텔레그램 봇으로 2420곳의 러시아 단말기 좌표와 비용 정보를 추출해내고, 72km/h 이상 고속 이동 시 통신을 제한하게 만들어 러시아 무인기를 무력화시키는 고도의 지능전을 펼쳤다. 미래 우주전은 파편을 발생시켜 자국 위성까지 위협하는 운동성 무기인 요격 미사일 대신 레이저·로봇팔·전자전(재밍)·지상국 사이버 공격 등 '비 운동성 무기'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엄 교수는 러시아가 이미 모든 영역의 대우주(Counter-space) 공격 능력을 갖췄고, 위성체 기술이 부족한 북한 역시 뛰어난 전자전·사이버 능력으로 한국의 우주 자산을 마비시킬 역량이 충분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공군의 우주 전자 광학 감시 체계·로켓랩을 통해 1호기를 올린 초소형 군집 위성(총 40기 예정), 최근 4차 야간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 발사체 등 위성체·발사체·지상국을 모두 보유한 세계 굴지의 우주 강국"이라며 “이제는 우리 군이 우주를 타군 작전을 지원하는 부수적 역할이 아닌 '독립된 작전 영역(전장)'으로 인식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반길주 교수 “해저 케이블부터 대만 봉쇄까지…'선진 강국' 2D 전략' 절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국제안보통일연구부 교수는 글로벌 복합 위기 속 해양 안보 개념의 무한 확장에 주목했다. 과거 해상 교통로(SLOC) 보호나 해양 통제에 머물렀던 안보는 이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통제(식량 안보), 이란의 호르무즈·바벨만뎁 해협 봉쇄(에너지 안보), 발트해·대만 해협의 해저 케이블 절단(사이버 안보) 문제로 번졌다. 비가시성·연계성·모호성이라는 바다의 특성은 현 신냉전의 '과도기성·예측 불가성·공세성' 질서와 맞물려 위협을 증폭시킨다. 중국은 과거 11단선에서 10단선으로 남중국해 90%를 인공섬·군사 거점으로 내해화한 바 있다. 다행히 한중 정상회담의 외교적 성과로 잠정 조치 수역 이동 조치되긴 했지만 2014년부터 우리 서해 백령도 인근과 잠정 조치 수역에 해상 부이(설랑 1·2호)와 폐석유 시추 구조물 등을 무단 설치하며 이익을 잠식하는 '회색지대(Gray-zone)' 전략을 노골화했다. 대만 해협을 대상으로는 작전계획 수준의 포위 훈련을 연 2회 실시하며 레드 라인을 긋는 '흑색 지대(Black-zone)' 전략을 구사 중이며, 미국 역시 그린란드 북극해 선점 등 해양 공세성을 띠고 있다. 북한 해군 역시 노골적인 전면전 위협을 가하고 있다. 작년 5000톤급 신형 구축함 2척을 진수하고 8700톤급 전략 핵 잠수함 건조를 추진하며 '원양 작전 함대'를 내세웠다. 한반도 서해를 제2전선으로 삼아 NLL 무실화를 넘어 인도·태평양으로 해양 공세를 넓히겠다는 의도다. 반 교수는 한국이 G7 플러스에 버금가는 '선진 강국'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국방력을 통한 억제(Deterrence)와 소통(Diplomacy)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2D 링킹 전략', 동맹국과의 배타적 상위 해양 영역 인지(MDA)와 비우방국을 포함한 하위 MDA 동시 구축, 9년 만에 재개된 한일 탐색 구조 훈련(SAREX)처럼 포용성에 기반한 '해양 국민 외교' 활성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압도적 기술의 시대…“외교, 역설적으로 역할 확대 시대" 강연 직후 Q&A 세션에서 사회를 맡은 송태은 국립외교원 국제안보통일연구부 교수는 인간의 뇌와 마음을 타격하는 '인지전(Cognitive Warfare)'의 중요성을 환기하며 공통 질문을 던졌다. 송 교수는 “기술 강자가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물리적 파괴가 쉬워진 전장에서 비용과 시간이 드는 '외교'는 효용성을 잃고 종말을 맞은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세 교수들은 만장일치로 “역설적으로 외교의 전성기이자 역할이 폭발적으로 커진 시대"라고 입을 모았다. 손 교수는 “군사적 타격이 곧 정치적 종결을 의미하지 않고, 그 간극을 잇는 것이 외교"라며 “개전 문턱이 낮아진 만큼 확전을 막는 예방 외교가 절실하고, 무엇보다 AI 자율 살상 무기의 기준과 책임 소재 등 비어있는 '국제 규범' 공간을 채워 넣는 치열한 룰(Rule) 경쟁의 장이 바로 외교"라고 제언했다. 엄 교수는 “우주 분야 역시 기술적 성취와 우주 경험 자산을 축적한 국가의 룰이 국제 표준이 된다"며 “우주 강국인 한국은 IP4 연대·발사장 및 정보 공유 등 무궁무진한 우주 과학 기술 외교를 주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 교수는 “힘의 논리만으로는 안보를 지킬 수 없기 때문에 전시 종결은 물론, 평시 모호한 환경 속 오판을 방지하고 예측 불가성을 선제적으로 통제하는 장치가 바로 2D 전략과 연계한 외교"라고 정리했다. 이어진 객석 질의에서는 병력 부족과 민군 협력·대만 유사 시 대책·AI 규범 형성·북한발 실질적 위협 등 핵심 현안이 쏟아졌다. 본지는 손 교수에게 '인구 절벽 현실에서 군사 AI 기술 도입의 한계와 보완점'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그는 물리적 전장이 굉장히 좁고 수도권이 다 밀집돼 있어 피해가 집중될 것이고, 방공망 자체가 촘촘히 밀집될 수밖에 없어 게다가 국내 인구 구성 문제에 있어 분명히 심각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짚었다. 병력 감소 속 AI 한계 지적에는 “물리적 전장이 좁고 방공망과 인구가 밀집된 탓에 한계는 있지만 한국의 압도적 제조업 강점과 공군 로열 윙맨-해군 네이비 씨 고스트 등 뛰어난 유·무인 복합 체계(MUM-T) 통합 능력을 발휘한다면 충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이에 대해 우리 군은 '50만 대 전쟁 드론 확보', 결심을 빠르게 돕는 'AI 참모 장비 개발' 등 여러 대안을 내놓고 있다"며 “'통합 운용 개념'을 조금 더 발전시켜야 하며, 한국의 뛰어난 생산 능력과 그에 맞춘 대응 전략들을 같이 만들어 나갈 때 비로소 현실과 계획의 간극을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본지는 뉴 스페이스 시대인 현재, 우주 지정학적 경쟁 속 올바른 민-군 협력 방안에 관한 질문도 던졌다. 이와 관련, 엄 교수는 군이 우주 기업들에게 '우리가 어떤 작전을 할 것이고, 안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는 방향성과 구체적인 수요를 제시하고 초기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한 실패를 감안하면서 혁신적인 기술을 시도하고 생산으로 이어지게 해 이를 시장으로 만드는 것은 철저히 민간 기업이 주도해야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만 현재 이 둘의 협력을 조율할 안보 측면의 거버넌스가 없는데, 이는 '국가우주위원회'는 안보 문제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이 아닌 점에 기인한다"며 “앞으로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것은 민군의 협력 내용을 안보적인 차원에서 전담해 조율할 수 있는 체계"라고 개진했다. 마지막으로 본지는 대만 해협 등 복합 위기 발생 시 한국의 선제적 해양 전략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에 반 교수는 3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우선 한·미·일 연합 SLOC 보호 인프라 구축이다. 그간 우리나라가 단독으로 SLOC을 보호해왔지만 이제는 역량을 구축한 한·미·일이 한꺼번에 연합 작전을 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한국 주도로 평시에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작전적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 강국 주도의 '확장 외교' 방안도 나왔다. 대만 문제가 국제 사회의 도전으로 비화하기 전 '촉발 요인'을 선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 교수는 “미·중 강대국 정치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G7에 버금가는 '선진강국'인 한국이 직접 나서서 위기 요인을 사전 관리하는 별도의 안전 장치를 구축하는 '확장 외교'를 주도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9년 만에 한·일 수색 구조 훈련(SAREX)을 재개한 것처럼, 훈련 강도는 다를지라도 중국 등 비우방국과도 평시에 이를 추진해 포용 외교의 기반을 다져둔다면 대만 유사 관리 측면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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