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로보틱스 전환…사측은 ‘가속페달’, 노조는 ‘브레이크’

현대차 로보틱스 전환…사측은 ‘가속페달’, 노조는 ‘브레이크’

현대자동차그룹이 모빌리티를 넘어 피지컬 인공지능(AI) 기반 로보틱스 기업으로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미래 제조 경쟁력의 핵심축으로 로봇 기술을 낙점하고, 물류·웨어러블부터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미국 로보틱스 자회사 보스턴다이나믹스를 통해 향후 10년 내 범용 로봇의 대중화를 실현하고,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생산 현장 투입을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공장으로 확대해 생산성과 품질공정에 혁신을 달성한다는 목표이다. 그러나, 이같은 아틀라스 로봇의 제조 현장 배치에 현대차와 기아 노조가 크..

해운 시장, 지정학적 리스크·남미 곡물 호조에 요동…BDI 3000선 ‘턱밑’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선사들의 할증료 인상과 남미 곡물 출하 성수기가 맞물리면서 글로벌 해운시장이 전반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11일 한국해양진흥공사(KOBC)가 발표한 '주간 해운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건화물선(Drybulk)은 남미 곡물 피크와 케이프선의 견조함이 시장을 이끌었고 컨테이너선은 비수기임에도 선사들의 적극적인 운임 방어와 할증료 도입으로 상승했다. 유조선 시장은 이란의 아랍 에미리트(UAE) 항만 공격으로 중동발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운임이 오르는 등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건화물선, 남미 곡물 피크·양대 수역 수요가 견인한 상승장 건화물선 시장은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8일 기준 발틱 운임 지수(BDI)는 전주 대비 248포인트(9.1%) 상승한 2978포인트를 기록하며 3000선 돌파를 목전에 뒀다. KOBC 건화물선 종합 지수(KDCI) 역시 10.5% 오른 2만8692달러를 기록했다. 선형별로 대형선인 케이프(Cape)는 고점 인식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 출회에도 서호주 항로에서 마이너 광업사들의 활발한 성약 활동으로 운임이 올랐다. 중국 노동절 이후 철강 거래량이 일시적으로 올해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원료 구매 심리가 회복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선물(FFA) 시장에서는 5·6월물이 강력한 백워데이션(현물 고평가) 구조를 보이며 2분기 말 하향 안정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중형선인 파나막스(Panamax)는 남미 대두 피크 시즌 유지와 북미 옥수수 수출 급증이 지수를 강하게 견인했다. 수프라막스(Supramax) 역시 대서양 곡물 항로 강세와 아시아 석탄 수요가 맞물리며 지지력을 유지했다. ◇컨테이너선, 비수기 뚫은 선사들의 '할증료' 승부수 컨테이너 운임 지수인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 지수(SCFI)는 전주 대비 42.81포인트 상승한 1954.21을, 한국형 컨테이너운임지수(KCCI)는 2포인트 오른 2194를 기록했다. 비수기 진입으로 실질적인 화물 수요가 둔화됐음에도 운임 상승을 주도한 것은 미주와 남미 등 장거리 원양 노선이었다. 주요 선사들이 비상 연료 할증료(EFS)와 성수기 할증료(PSS)를 적극 도입한 결과다. 일례로 선사 MSC는 아시아-미주 동안 노선의 EFS를 FEU당 430달러에서 644달러로 대폭 인상했고 CMA-CGM은 5월 1일부로 아시아-북미 전 노선에 FEU당 2,000달러의 PSS를 전격 도입했다. 중동 항로는 미국-이란 간 협상 소식에도 이란의 CMA-CGM 컨테이너선 공격과 HMM 운영 화물선·고속정 위협 등 보안 사고가 이어지며 우회 운항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해운업계 재편과 관련된 굵직한 소식도 전해졌다. 독일 하팍-로이트(Hapag-Lloyd)는 이스라엘 선사 짐(ZIM) 주주들의 압도적 찬성(97%)으로 42억 달러 규모의 인수안을 통과시키며 선복량 300만 TEU 이상의 초대형 선사로 도약할 전망이다. 아울러 머스크(Maersk) 최고 경영자(CEO)는 중동 전쟁이 종식될 경우 아시아-유럽 항로 운항 시간 절감을 위해 홍해 및 수에즈 항로 상업 운항 복귀를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UAE 석유터미널 피격에 VLCC 반등…유가는 '휴전 기대'로 하락 유조선 시장은 중동 지역의 일촉즉발 위기 상황에 선종별 운임이 엇갈렸다. 5월 초 이란이 UAE 푸자이라(Fujairah)항 석유터미널을 드론으로 공격했다는 소식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영되며 중동-중국 구간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운임이 단기 급등 후 강보합세를 보였다. 수에즈막스(Suezmax) 역시 중동 긴장 고조로 서아프리카 등 대서양 수역의 대체 원유 수요가 몰리고 미국 원유 재고가 크게 줄면서 강세를 탔다. 반면, 호르무즈 해협 외곽마저 위험에 노출되자 화주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며 아프라막스(Aframax)와 제품선(LR2, MR)은 용선 활동 급감과 가용 선박 증가로 운임이 하락했다. 한편 해상 운송 리스크 고조에도 국제 유가는 하락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주 대비 배럴당 6.52달러 하락한 95.42달러를 기록했다.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 상선 보호를 위한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을 전개하고 미국-이란 간 14개 항목에 달하는 휴전 양해각서(MOU) 합의가 임박했다는 보도가 원유 공급 불안 심리를 잠재웠기 때문이다. 반면 벙커유(선박 연료유) 가격은 푸자이라항 피격 여파로 싱가포르 등 주요 항만에서 일시 급등하는 불안정한 장세를 보였다. ◇신조선가 '강세' 랠리, 중고선·해체선은 약세 전환 선박 매매 시장에서는 신조선가(Newbuilding)가 전 선형에 걸쳐 랠리를 이어갔다. 18만 톤급 케이프선 신조선가는 7200만 달러, 31만 톤급 VLCC는 1억2746만 달러로 오름세를 유지했다. 반면 5년 선령의 중고 선가는 선종별로 희비가 엇갈려 케이프와 수에즈막스 등은 전주 대비 상승한 반면 캄사르막스, 파나막스, VLCC 등은 하락하며 혼조세를 보였다. 방글라데시 기준 인도 대륙의 선박 해체 가격은 벌커와 탱커 모두 전주 대비 톤당 5달러 하락(벌커 430달러, 탱커 435달러)하며 약세로 전환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에쓰오일, 고유가 재고 효과에 실적↑…”최고가격제로 사실상 손실”

에쓰오일이 2월 말 본격화한 미국-이란 전쟁이 초래한 고유가에 따른 재고 효과로 올해 1분기 영업실적을 개선했다. 다만 재고 효과를 빼면 정부가 두 달 전부터 시행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의 영향으로 손실을 낸 것으로 계산된다. 석유제품 공급 불안 지속으로 스프레드(판매 가격에서 제조 원가 등을 뺀 값)가 견조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실적 전망은 긍정적이다. 에쓰오일은 모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원유 공급 능력과 홍해 쪽 항구를 통한 원유 수급 경로를 토대로 공급 불안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1조2311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흑자 전환했다고 11일 공시했다. 매출은 8조9427억원으로 0.5%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721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1~2월 정제마진이 양호했지만,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영향으로 3월에는 고유가에 따른 재고효과와 원유 구입 비용에 대한 래깅 효과가 나타났다. 에쓰오일은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의 영향으로 나타난 유가와 정제마진 강세가 회사 이익에 미친 영향이 3월부터 계획된 정기보수와 정부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기회손실로 상쇄됐다"며 “하지만 유가상승이 회계장부상 재고 이익 증가로 이어져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정유 부문은 매출이 0.4% 증가한 7조1013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이 1조39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1~2월에는 등유와 경유 중심으로 주요 석유제품의 스프레드가 우크라이나 정유시설 대상 드론 공격과 러시아산 원유·석유제품에 대한 국제 금융제재 등의 영향에 힘입어 견조한 수준을 유지했다.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증산 결정에 따른 공급 과잉우려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수준을 유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미-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3월에는 석유제품 수급 불안이 커진 데다 두바이유 가격이 오른 영향에 정제 마진과 재고 관련 이익이 크게 나타났다. 다만 공장 정기보수와 정부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의 여파로 유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빼면 사실상 적자였다고 에쓰오일은 설명했다. 1분기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이익이 5250억원 나타났고, 유가 상승분이 1달여의 시차를 두고 원가에 반영되는 '래깅 효과'도 약 4300억원 발생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이날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최고가격제로 내수 판매가를 국제 석유가격에 연동하지 못해 정상가격 대비 상당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며 “정유사가 3개월마다 공인회계법인 검토를 거쳐 손실 보전을 요청하면 정부가 심사해서 보상하는 제도의 경우 구체적인 손실 계산 규정이 아직 없기에 회계 원칙을 따라 보상금액이 확정되는 시기에 손실 규모를 반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석유화학 부문도 재고 이익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255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매출은 1조1044억원으로 2.1% 줄었다. 전쟁 직전인 1~2월 중국 내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생산설비 신규 가동과 기타 다운스트림 설비 가동율 개선에 힘입어 파라자일렌(PX)와 벤젠(BZ) 수요가 늘어 스프레드가 개선됐다. 그러나 3월에는 나프타 수급 차질 탓에 원료 가격이 상승하며 스프레드가 대폭 축소됐다. 올레핀의 경우 폴리프로필렌(PP) 제품의 스프레드도 중동전쟁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윤활부문은 매출이 7370억원으로 6.8% 줄어든 반면 영업이익은 1666억원으로 51.8% 증가했다. 다만 원재료 가격이 급등했는데도 그만큼 제품 가격에 반영되지 못해 지난해 4분기보다는 줄었다. 2분기 시황에 대해서는 석유제품 공급 차질 영향으로 정유부문의 견조한 시황과 석화부문의 원료 수급·가격 변동성 확대, 윤활부문의 빠듯한 수급 상황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1분기에 고유가로 인한 재고 효과가 컸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유가 하락 현상이 나타나면 재고 관련 손실과 래깅 효과로 영업이익 하방 리스크를 안을 우려도 있다. 이에 대비해 에쓰오일은 아람코와 맺은 원유 장기구매 계약, 아람코의 해운 계열사인 바흐리와의 장기운송계약을 토대로 2분기 안에 원유 수급 규모를 전쟁 전 수준으로 회복할 계획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이날 실적 설명회에서 “에쓰오일이 보유한 일일 67만배럴 규모의 원유 정제시설을 정상 가동하기 위해 월 평균 10개 카고(화물창) 규모로 원유를 도입해왔다"며 “올해 3~4월은 정기보수 등의 이유로 원유 도입 물량이 월 7.5개 카고로 줄었지만, 5~6월에는 원유를 평시 수준인 월 10개 카고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을 피하기 위해 사우디 동-서부를 잇는 '이스트웨스트 파이프라인'을 거쳐 얀부항에서 원유를 선적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아랍 라이트(경질)·미디엄(중질)·수퍼라이트(초경질) 유종 중 아랍 라이트의 비중이 다소 증가할 수 있다"며 “에쓰오일 정제설비에 투입하는 원유의 성상이 평소 대비 라이트해지는 (점도가 낮아지는) 측면이 있어 수익성을 고려해 설비를 최대한 유연하게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에쓰오일이 울산에 에틸렌 연산 180만톤 규모로 조성 중인 생산기지 샤힌 프로젝트는 설계·조달·시공(EPC) 기준 진행률이 96.9%까지 올라왔다. 스팀 크래커의 주요 설비와 원유에서 바로 석화제품을 뽑아내는 설비 'TC2C' 가열로 등 주요 설비 설치가 끝났고, 고객사와 연결하는 지선 배관 공사도 상반기 중 끝날 예정이다. 상업 가동은 올해 말까지 시운전을 끝낸 뒤 내년 본격화할 계획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현대차 로보틱스 전환…사측은 ‘가속페달’, 노조는 ‘브레이크’

현대자동차그룹이 모빌리티를 넘어 피지컬 인공지능(AI) 기반 로보틱스 기업으로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미래 제조 경쟁력의 핵심축으로 로봇 기술을 낙점하고, 물류·웨어러블부터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미국 로보틱스 자회사 보스턴다이나믹스를 통해 향후 10년 내 범용 로봇의 대중화를 실현하고,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생산 현장 투입을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공장으로 확대해 생산성과 품질공정에 혁신을 달성한다는 목표이다. 그러나, 이같은 아틀라스 로봇의 제조 현장 배치에 현대차와 기아 노조가 크게 반발하며, 올해 노사 단체협상의 핵심 이슈로 제시해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사업확대에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미국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기술 고도화와 상용화 작업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 역량과 AI·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해 제조 혁신은 물론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전반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주요 로봇 라인업은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 △물류 로봇 '스트레치(Stretch)'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 △웨어러블 로봇 '엑스블(X-ble)' △서비스 로봇 '달이(DAL-e)'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단연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다. 아틀라스는 사람과 유사한 형태의 팔·다리 관절 구조를 기반으로 보행은 물론 물체 이동, 조립 등 다양한 생산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피지컬 AI 기반 로봇으로 기존 공장 설비와 자연스럽게 연동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최대 50㎏의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고 약 2.3m 높이까지 작업 수행이 가능하다. 자재 운반부터 정밀 조립까지 폭넓은 작업을 수행할 수 있으며 배터리가 부족할 경우 스스로 충전소로 이동해 배터리를 교체한 뒤 즉시 작업재개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아틀라스가 물구나무 자세를 시작으로 두 손만으로 몸을 지탱한 채 수평 자세를 유지했고, 기계체조 동작인 'L-시트(L-sit)' 자세까지 수행하는 시연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같은 로보틱스 기술 진화를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을 시범 투입하고 공정 단위별 검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오는 2028년 HMGMA 투입 이후 2029년 하반기에는 기아 조지아 공장(KaGA)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후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제조 현장의 16개 핵심 공정을 중심으로 안전성과 생산성, 품질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이 실제 생산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강성 노조로 알려진 현대차·기아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월 아틀라스 공개 직후 소식지를 통해 “생산 현장 내 로봇 단 1대의 투입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히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어 최근 열린 올해 임금 협상 상견례에서도 AI 시대 고용 안정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로봇 확대 적용에 대한 우려를 재차 제기했다. 노조는 AI·로봇 도입에 따른 임금 감소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완전 월급제 도입'도 주장하고 있다. 생산량이나 잔업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보장해 자동화 확산에 따른 노동시간 감소와 임금 하락 가능성을 막겠다는 취지다. 특히 기아 노조는 AI·로봇 등 신기술 도입 시 기존의 단순 통보 수준을 넘어 노조와의 사전 협의를 의무화하고, 이를 단체협약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요구안도 제시한 상태다. 문제는 이 같은 요구가 임금이나 복지 차원을 넘어 고용 안정, 정년 연장, 근로시간, 기술 도입, 설비 투자 등과 패키지 형태로 연계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사 간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협상 난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 사례가 향후 국내 제조업 전반의 노사 관계 방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최근 주요 제조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과 인력난 대응을 위해 AI·로봇 기반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 우려 역시 동시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조선·철강·전자 업계 등에서도 자동화 설비와 협동 로봇 도입이 확대되면서 노사 갈등 이슈가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현대차 노사 협상 결과는 향후 국내 제조업 전반의 로보틱스 도입 과정에서 하나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산업 현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본격 투입될 경우 노조 역시 이에 따른 고용 안정과 보상 체계 마련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따라서 황 교수는 “AI와 로봇 기술 도입 과정에서 생산성 향상과 고용 안정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노사 협상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본업 넘어 AI인프라 사업자로”…통신사 AI데이터센터 전략 보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활황으로 AI데이터센터(AIDC)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동통신사들이 미래 먹거리로 투자한 AIDC 사업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직까지 본업인 통신 사업에 비해 파이 자체는 작지만, AIDC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만큼 이를 차세대 캐시카우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사의 1분기 실적에서 이통사의 차세대 먹거리인 AI DC 사업이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의 1분기 AIDC 매출은 131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89.3% 급성장했고, LG유플러스 AIDC 사업은 전년동기대비 31.0% 성장한 1144억원을 기록했다. KT의 경우 아직 1분기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AIDC 사업을 전담하는 KT클라우드는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인다. AI데이터센터는 AI 모델을 학습하고 추론하는 데 필요한 고성능 인프라를 갖춘 데이터센터다. 일반 데이터센터가 웹서비스·업무시스템 등을 폭넓게 처리한다면, AI 데이터센터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가속기, 고속 네트워크, 대용량 스토리지, 강력한 전력·냉각 시스템으로 AI 연산에 최적화돼 있다. 이통사들은 수년 전부터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에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해 왔으나, 여전히 시장에서는 AI 데이터센터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이통3사의 AIDC 사업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3사의 AIDC 합산 매출은 1조9394억원으로 전년대비 27.2% 증가했다. 올해 이통사들은 AIDC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예고한 상황이다. 박종석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7일 실적발표 이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AIDC 사업의 경우 수익성 관련 지표는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공개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다만 당사의 핵심사업인 AIDC의 수익성은 기존 통신 사업과 비슷하며, 앞으로 더 수익성이 높아질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안형균 LG유플러스 엔터프라이즈·AI사업 그룹장도 “AI DC 수요가 대형 고객 중심으로 늘어나며 관련 수주도 이어지고 있다"며 “지난해 시장에 신규 진입한 이후 매출에 본격적으로 반영됐는데, 올해도 AIDC 사업의 높은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통신 3사의 AIDC 구축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공동으로 울산에 AI 특화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으며, 서울 및 서남권 지역에 추가 건설을 계획 중이다. SK텔레콤은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거점으로 오는 2030년 AIDC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KT는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액체냉각 방식이 적용된 가산 AIDC를 오픈했다. AI 연산에 특화된 설계로, 향후 산업 전반의 AIDC 수요를 책임질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LG유플러스는 오는 LG그룹과 역량을 합쳐 오는 2027년 파주에 하이퍼스케일급 인프라를 갖춘 AIDC를 개설할 예정이다. AI 인프라 수요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 사업목적에 데이터센터 설계·구축·운영(DBO) 사업을 추가하며 수익 다변화를 예고했다. 안형균 LG유플러스 엔터프라이즈·AI사업 그룹장은 “AIDC 사업은 기존 코로케이션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설계, 구축, 운영 전반을 아우르는 DBO 사업으로 본격 확대하며 사업 영역과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관련 사업 목적을 정관에 추가했고 이를 기반으로 외부 자산의 개발 및 위탁 운영 역량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역대급 실적 최윤범號 고려아연, 美핵심광물 패권 노린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과 공급망 붕괴,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친 이른바 '퍼펙트 스톰' 속에서도 고려아연이 질주를 거듭했다. 외형 성장을 넘어 압도적인 수익성까지 챙겨 본업의 고도화와 미래 신사업을 동시에 좇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 리더십이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11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적으로 연결 기준 매출 6조 720억원, 영업이익 7461억원을 지난 6일 공시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58.4%, 영업이익은 무려 175.2% 급증한 실적이다. 분기 실적 공시가 의무화된 이후 무려 '105분기 연속 영업흑자'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이어갔고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 역시 12.3%로 껑충 뛰며 내실을 단단히 다졌다. 이번 호실적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최악의 대외 환경을 극복하고 얻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올 1분기는 이란 무력 충돌 우려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와 국제 유가·원자재 가격 급등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였다. 악조건 속에서도 고려아연은 안정적인 생산 능력을 무기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수급 불안에 기민하게 대처했다. 그 결과 금·은 등 귀금속의 판매량 증대와 이에 따른 가격 상승효과를 톡톡히 누렸으며, 핵심광물 부문의 매출 호조까지 더해져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했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보여준 '지속 성장'의 든든한 배경으로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의 뚝심 있는 미래 전략을 꼽는다. 최 회장은 2022년 말 취임 이후 기존 제련업의 초격차 경쟁력을 다지는 동시에 △신재생 에너지·그린수소 △2차 전지 소재 △자원 순환을 3대 신성장 동력으로 삼는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 전략을 진두지휘해 왔다. 경영권 분쟁 등 내부적인 노이즈 속에서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추진된 이 비전은 이제 실제 이익을 창출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궤도에 오른 신사업 부문의 실적 기여도는 올 1분기 구리(동) 판매량 증가와 함께 더욱 뚜렷해졌다. 특히 자원순환 사업의 전초기지인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Pedalpoint)'는 지난해 첫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확고한 실적 성장세를 띠며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완벽한 성공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막강한 기초체력을 확인한 고려아연의 시선은 이제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 대륙을 정조준하고 있다. 최 회장과 경영진이 전사적 역량을 쏟고 있는 현안은 미국 테네시주에 통합 제련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이다. 이는 미국 정부 등의 투자를 바탕으로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을 구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고려아연의 제련 기술력과 북미 현지 네트워크가 결합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조기에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핵심 광물 밸류 체인 내에서 대한민국과 고려아연의 글로벌 위상을 단숨에 끌어올릴 승부수로 평가받는다. 이를 위해 고려아연은 지난달 테네시주에 위치한 니어스타USA 제련소 및 관계사 인수를 마무리 짓고 '크루서블 징크(Crucible Zinc)'를 공식 출범시키며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최 회장은 출범 기념식에서 “우리의 모든 역량과 경험, 최신 기술을 총망라해 세계 최고의 핵심광물 처리 시설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천명했다. 이어 “고려아연 성장의 근간에는 늘 '사람'과 '진심'이 있었다"며 “동료, 지역사회와 함께 100년 이상 지속 가능한 위대한 기업을 만들 것"이라며 사람 중심의 경영 철학을 재차 강조했다. 고려아연의 광폭 행보에 미국 연방정부도 전폭적인 인허가 지원으로 화답하고 나섰다. 최근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미국의 대형 인프라·자원 인허가 패스트트랙 제도인 'FAST-41' 적용 대상으로 최종 지정됐다. 국내 여러 부처에 산재한 복잡한 인허가 심사를 통합 관리해 속도전을 가능케 하는 파격적인 제도다. 미국 인허가위원회에 따르면, FAST-41에 지정된 프로젝트는 최종 결정기록서(ROD) 발급까지 걸리는 기간이 비지정 사업 대비 평균 18개월이나 단축된다. 공기 단축이 곧 수익성 극대화로 직결되는 만큼 엄청난 날개를 단 셈이다. 시장과 증권가에서는 지정학적 전쟁 위기나 귀금속 가격 변동 등 단기적인 모멘텀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려아연의 고속 질주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구리 생산량 확대 등 빈틈없는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향후 본격화될 '프로젝트 크루서블'의 시너지가 강력한 방어막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윤상 iM증권 연구원은 8일 발간한 리포트를 통해 “현재 비우호적인 거시 환경과 실적 모멘텀이 다소 둔화하더라도 고려아연 주가의 중장기 방향성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중동 리스크가 최악의 상황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판단되며, 아연·연·동 등 주력 품목의 실물 수급 차질이 오히려 가격 하방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희소금속의 전략적 가치가 치솟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을 쥔 고려아연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재벌승계지도] 교통정리 끝낸 정용진·정유경…신세계그룹 미래 ‘갈림길’

신세계그룹은 3세 승계 관련 교통정리를 끝낸 상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대형마트·편의점·복합쇼핑몰 같은 사업을 책임지고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백화점·패션·면세점 등에 집중하는 구조다. 경영권이 확실히 분리됐고 지분 정리 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남은 과제는 SSG닷컴 지분 교환 정도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두 사람이 각자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동력을 찾아낼 수 있을지 여부다. 이를 통해 과거 투자 실패 등 악재를 극복해야 '3세 경영'이 본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 이명희 총괄회장 지분 증여 통해 남매 '계열 분리' 신세계그룹이 남매 계열 분리를 공식화한 것은 지난 2024년이다. 당해 3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이 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고 10월에는 정유경 ㈜신세계 총괄 사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들의 모친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지분도 모두 처분했다. 정용진 회장은 작년 2월 이명희 총괄회장이 가진 이마트 지분 전량(10%)을 시간외 거래로 사들였다. 정유경 회장은 모친이 지닌 ㈜신세계 주식 10.21%를 같은 해 4월 증여받았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신세계 두 축으로 구성돼 있다. 이마트 최대주주는 정용진 회장(28.85%)이다. 국민연금공단(7.89%)을 제외하면 5% 이상 지분을 소유한 주주가 없다. 이마트 자회사로는 SCK컴퍼니(67.5%), 신세계프라퍼티(100%), 이마트24(100%), 신세계푸드(55.47%), 조선호텔앤리조트(99.9%), 신세계건설(100%), 신세계아이앤씨(43.86%), 신세계야구단(100%) 등이 있다. 이밖에 자산 유동화나 부동산 개발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들도 몇 개 있다. G마켓의 경우 이마트가 세운 인수목적용 법인 산하에 있다. 에메랄드에스피브이가 아폴로코리아 지분 80.01%를 들고 있는 형식이다. 에메랄드에스피브이는 이마트의 100% 자회사다. 신세계푸드는 세린식품, 스무디킹코리아 등 지분을 전량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광주(100%), 스타필드청라(99.9%), 스타필드하남(51%), 스타필드고양(51%) 등 주식을 소유했다. 정유경 회장은 ㈜신세계 29.15%, 신세계인터내셔날 15.29%의 지분을 각각 들고 있다. ㈜신세계 역시 정유경 회장과 국민연금공단(13.42%)을 제외하면 주요 주주가 없다. ㈜신세계 밑에는 신세계디에프(100%), 신세계인터내셔날(39.31%), 신세계센트럴(60.02%), 신세계까사(97.9%), 광주신세계(62.84%), 신세계사이먼(25%), 신세계라이브쇼핑(76%), 신세계의정부역사(27.55%) 등이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신세계사이먼 지분 25%를 가졌고 광주신세계가 신세계의정부역사 주식 25%를 소유했다. 신세계센트럴은 서울고속버스터미널(70.49%)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아래로는 어뮤즈(100%), 신세계톰보이(95.4%), 시그나이트(50%)가 있다. 시그나이트의 경우 ㈜신세계(30%)와 신세계센트럴(20%)이 나머지 주식을 가졌다. 이마트와 ㈜신세계가 동시에 지분을 가진 계열사는 SSG닷컴이 유일하다. 이마트가 45.6%, ㈜신세계가 24.4%를 각각 보유했다. 이마트 자회사인 신세계건설이 신세계의정부역사 지분 19.9%를 지녔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완전한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이들 소유권을 정리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신세계의정부역사는 부동산 임대업을 영위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자산총계 2173억원 규모 덩치를 지녔지만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 매출액 149억6800만원, 영업이익 10억9000만원의 실적을 올렸지만 1억6100만원 당기순손실을 봤다. 이 회사를 두고 남매간 분쟁이 생길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 SSG닷컴은 상황이 다르다. 자산총계가 2조3282억원에 이르는데다 그룹 차원 신사업을 상당수 도맡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유통의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신세계그룹 선봉장에 서있는 회사다. 더블유컨셉코리아 및 플래티넘페이먼츠를 100% 자회사로 두고 있기도 하다. SSG닷컴은 최근 '쓱7클럽' 혜택을 대폭 확대하고 가입자 유치에 사활을 거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명품 등 패션·뷰티 제품을 판매하거나 이마트 장보기 기능을 강화하는 등 계열사간 시너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프로야구 SSG랜더스를 운영하는 신세계야구단과 협업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지원 사격도 이어지고 있다. SSG랜더스가 올해부터 티켓 예매 대행을 SSG닷컴에 맡기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SSG랜더스는 기존 충성고객들의 혜택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쓱7클럽을 '끼워팔기'해 야구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그룹 입장에서는 프로야구 열풍의 수혜를 SSG닷컴에 밀어주고 있는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이 친족독립경영을 신청하면 심사를 통해 계열 분리를 최종 확정한다. 상장사는 상호 보유지분 3% 미만, 비상장사는 10% 미만 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명희 총괄회장이 삼성그룹에서 백화점을 가지고 독립한 것은 지난 1991년이다. 공정거래법상 삼성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완전히 분리된 것은 1997년이었다. ◇ SSG닷컴 정용진이 가져갈 듯…신성장동력 발굴 '공통 과제' 재계에서는 SSG닷컴이 결국 이마트 산하로 편입될 것으로 본다. 당초 이마트의 지분율이 높은데다 마트나 프로야구단 등과 시너지 기대감도 더 크기 때문이다. 지분은 정리하더라도 ㈜신세계 산하 기업들과 협업은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남매간 사업 분리 방식을 두고 불만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표면적으로는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부터 이어온 승계 방식을 이명희 총괄회장이 그대로 따랐다는 점이 주목받는다. 이명희 총괄회장은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막내딸이다.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대기업은 장남이 경영권을 가지고 딸들은 지분만 받아가는 사례가 많지만, 신세계백화점은 대를 이어 딸의 몫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개인 역량을 기반으로 봤을 때도 계열사가 체계적으로 나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유경 회장은 1996년 조선호텔 상무를 시작으로 백화점, 화장품, 면세점 등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정용진 회장은 부회장 시절부터 그룹 사업 전반을 이끄는 동시에 대형마트, 이커머스, 부동산임대업 등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덩치 측면에서도 균형이 잘 맞춰진 편이다. 6일 종가 기준 상장사 시가총액을 살펴보면 ㈜신세계 3조8500억원, 신세계인터내셔날 5000억원, 광주신세계 3000억원 수준이다. 정용진 회장쪽 회사는 이마트 2조8700억원, 신세계아이앤씨 2800억원, 신세계푸드 2000억원 등이다.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신세계프라퍼티와 스타벅스(SCK컴퍼니)가 이마트 산하에 있다는 점 정도가 정유경 회장이 불만을 가질만한 요소로 꼽힌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작년 연결 기준 매출 7664억원, 영업이익 4674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같은 시기 SCK컴퍼니의 매출·영업이익은 각각 3조2380억원, 1730억원이다. 대신 정유경 회장은 '신세계'라는 그룹명을 계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 분리 마무리 국면에서는 신세계야구단, 신세계프라퍼티, 신세계건설 등은 사명을 변경할 전망이다. 신세계그룹 4세는 1990년~2000년대 생들이다. 대부분 학생 신분이고 정유경 회장의 장녀는 아이돌 가수로 데뷔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정용진 회장의 장남 정해찬씨는 대학 졸업 후 경영 수업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인턴 생활을 한 경력이 있다. 다만 아직 '3세 경영'이 안정 궤도에 접어들지 못한 상태라는 점에서 총수 일가 4세의 경영 참여 여부는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게 재계 중론이다. 정용진·정유경 회장 모두 경영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공통 숙제는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쿠팡이 각종 사건·사고에 연루되며 빈틈을 보이는 가운데 롯데·네이버 등 경쟁 상대들도 저마다 활로를 찾기 위해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다. 특히 그룹 성장에 크게 기여했던 대형마트와 면세점 등은 업황 자체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두 사람의 경영 스타일은 '정반대'다. 정용진 회장은 트렌드 파악에 능하고 '현장 경영'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편이다. 프로젝트 추진 등에서 유연성이 뛰어나고 임직원 및 고객들과 소통이 활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과감한 신사업 진출과 인수합병(M&A) 결과물을 두고는 성과에 대한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정유경 회장은 반대로 신중한 경영 스타일을 유지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화점, 뷰티·패션 등 분야에서 꾸준히 내공을 쌓으며 트렌드를 잘 따라가는 결정을 내린다는 호평이 주를 이룬다. 다만, 외부활동이 적다보니 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용진 회장은 조직 체질 개선에 시동을 건 상태다.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등 새로운 측면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그림을 다각도로 그려나가고 있다. 그룹 콘트롤타워인 경영전략실을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이를 과감하게 실행할 혁신 조직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지난달 말 선언했다. 이를 위해 경영전략실 전반에 걸친 조직 개편을 진행할 방침이다. 당초 경영전략실장을 겸하고 있던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의 겸직도 해제했다. 임 사장은 앞으로 신세계프라퍼티 대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게 된다. 경영전략실은 신임 실장이 선임될 때까지 정용진 회장이 진두지휘하게 된다. 정용진 회장은 신세계푸드를 이마트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중복 상장 구조를 해소하는 동시에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의사결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다. 현재 양사 주식 포괄적 주식교환을 결정하고 소액주주 및 당국 등을 설득하는 단계다. 작업이 마무리되면 이마트와 신세계푸드간 사업 시너지를 강화하고 중장기적인 사업 재편을 보다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유경 회장의 비밀병기는 시그나이트다. 기업형 벤처캐피탈 역할을 수행하며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역할을 하는 회사다. 시그나이트는 단순히 돈을 버는게 목적이 아니라 신세계 기존 사업들과 시너지를 낼 기술이나 브랜드를 찾고 있다. 이를 활용해 AI를 비롯한 신기술을 적극 장착하면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대응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SK에너지, 전국 SK주유소에 월 최대 200억 지원

SK에너지는 직영을 제외한 국내 SK주유소 2500여곳 전체를 대상으로 매월 최대 200억원 규모의 고유가·위기극복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10일 밝혔다. 지원 대상 기간은 1차 최고가격제 시행 시점인 지난 3월 13일 0시부터 향후 최고가격제 종료일까지다. SK에너지는 3~4월분 지원금에 대해 이르면 이달 중 전달을 마칠 계획이다. 지원금은 판매량 연동 지원금과 정액 지원 방식으로 지급된다. 고유가에 따른 전국 SK주유소들의 운영 부담을 일부 덜어 석유제품의 안정적 유통을 도모한다는 취지라고 SK에너지는 설명했다. 김종화 SK에너지 사장은 “SK는 국내 정유업계 선도기업으로서 정부 정책 기조에 적극 동참하며, 에너지 수급 불안 최소화와 공급 안정화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2년새 5배 급팽창 음식물처리기, 중견가전사 ‘땅 따먹기’ 경쟁

악취와 위생 문제 해결용으로 여겨졌던 음식물처리기가 빠르게 생활 필수가전으로 자리잡으면서 시장 규모도 덩달아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올 들어 기후변화에 따른 여름철 폭염 예고, 친환경 중시 가치소비 트렌드 확산, 혼수 구매 증가 등 시장 환경이 유리하게 조성되면서 가전업체들이 음식물처리기 선점 경쟁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10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국내 음식물처리기 시장 규모는 지난 2023년 약 20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오는 2028년에는 1조3000억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한때 일부 소비자 중심의 틈새가전으로 여겨졌던 음식물처리기가 빠르게 대중화되면서 생활 필수가전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음식물처리기는 대표적인 계절가전으로 꼽힌다. 여름철 기온이 높아질수록 음식물 쓰레기의 빠른 부패 속도로 냄새와 벌레 문제가 가정내 골칫거리로 등장한데다 해를 거듭할수록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과 열대야 빈도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편안하고 청결한 음식물처리 요구도 한층 높아지는 분위기다. 아울러 친환경 소비 트렌드도 음식물처리기 시장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처리 과정에서의 불편함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 중심으로 음식물처리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전업계는 음식물처리기가 단순한 편의 가전을 넘어 '위생·관리 가전'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또한, 혼수시장에서도 음식물처리기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의류관리기와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등이 대표적인 프리미엄 혼수가전으로 꼽혔지만 최근에는 음식물처리기까지 필수품목으로 포함하는 분위기다. 가전업계는 무엇보다 올 여름 폭염 가능성과 혼인 증가 흐름이 맞물리며 음식물처리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기상청은 '2026 여름 기후전망' 보고서에서 오는 6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낮 동안 기온이 상승해 고온현상이 나타나며, 7~8월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무더운 날씨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국가데이터처가 집계한 올해 1~2월 혼인 건수는 4만1197건으로,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1990년대 초중반 출생자의 결혼 증가에 힘입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음식물처리기는 더울수록 판매가 늘어나는 대표적인 계절가전"이라며 “새로운 혼수 아이템으로도 자리잡고 있는 만큼 혼인 증가 흐름이 이어진다면 제품 보급률 역시 꾸준히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음식물처리기 수요 확대가 이어지자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가전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 선두권으로 평가받는 앳홈은 소형가전 브랜드 미닉스의 음식물처리기 제품 '더 플렌더'를 앞세워 디자인과 공간 효율성을 중시하는 젊은층 공략에 나서고 있다. 더 플렌더는 미닉스의 상징인 '한뼘 디자인(19.5㎝)'을 적용한 제품으로 현재 베이직·프로·맥스 등 3가지 라인업을 갖췄다. 스마트카라·휴롬·쿠쿠 등 다른 가전업체들도 성능을 강화한 음식물처리기를 잇달아 선보이며 맞대응 수위를 올리고 있다. 스마트카라는 건조통 내부 눌어붙음을 개선한 음식물 처리기 신제품 '블레이드X 그라나이트'를 이달 12일 출시한다. 휴롬도 하반기 중 건조분쇄 방식의 슬림형 신제품을 선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쿠쿠는 지난 4월 '눌음 방지 기능'을 도입한 음식물처리기 신제품 '에코웨일 큐브'를 공개했다. 건조통 바닥에 강력한 코팅을 적용해 강한 열과 음식물 마찰, 건조 분쇄 과정에서도 내구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특히, 렌털 절대강자 코웨이도 10여년 만에 음식물처리기 재도전에 나설 태세여서 기존 경쟁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아직 가정 내 음식물처리기 보급률이 10%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시장성장 여력은 충분하다"면서 “그만큼 주요 업체들의 선점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한·미 조선파트너십센터 연내 설립…K-조선 ‘마스가 본격화’

우리 정부가 미국 조선업 부흥을 위한 핵심 파트너 역할을 수행할 양국 협력기구인 '한미조선파트너십센터'를 연내 미국 수도 워싱턴에 출범시킨다. 한미 조선 파트너십센터는 우리 정부가 미국 내 조선업 투자를 비롯해 전문인력 양성, 생산성 혁신, 기술 교류 등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을 적극 지원하는 키맨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내 조선업체들의 대미 진출 확대를 통한 K-조선의 글로벌 경쟁력 및 위상을 강화하는데 든든한 후원자 역할도 맡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우리 정부와 미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 등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시간) 방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조선·해양산업 협력 플랫폼인 '한미조선파트너십 이니셔티브(KUSPI)' 출범에 합의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는 상선 건조를 포함해 인력·투자 등 한미 조선산업 전반의 협력을 강화하는 공식 소통채널 구축과 함께 올해 안에 워싱턴DC에 한미조선파트너십센터(KUSPC)를 설립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미조선파트너십센터와 관련해 미국 정부는 자국 조선사와 공급업체, 대학 및 연구기관 간 교류 확대를 지원하고 미 정부 차원의 연락창구 역할을 기대한다. 우리 정부는 국내 조선업계 및 관련 기관과의 협력을 조율하고 센터 운영에 필요한 인력과 재정을 지원한다. 협력 분야로는 미국 해양산업 기반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 확대, 조선소 생산성 향상 프로젝트, 전문 인력 양성, 기술 교류 등이 포함됐다. 미 국제무역청은 “이번 MOU는 전략 산업 분야에서 지속돼 온 한미 협력의 연장선"이라며 “동맹 간 산업 역량 강화와 투자 확대, 첨단 제조 분야 협력 심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이번 MOU는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이 방미기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제안했던 MASGA 프로젝트의 후속조치라는 점에서 이후에 MASGA 지원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당시 우리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MASGA 프로젝트 지원을 위해 1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조선 투자를 약속했다. 이는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적용하던 국가별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약속한 총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계획의 일부다. 한편, 방미 중인 김정관 장관은 러트닉 미 재부장관과 회담을 갖고 한국의 대미투자 프로젝트 구체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장관 간 대미투자 협의는 앞서 지난 3월 한국 국회에서 '한미 전략적 투자관리를 위한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 통과와 함께 해당 법안의 6월 18일 시행을 앞두고 양국간 구체적인 투자 방안을 조율하는 성격을 띤다. 우리 정부는 이번 미 정부와 조율을 거쳐 6월 이후 첫 대미투자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첫 대미투자 프로젝트로는 현재 미국 루이지애나주 액화천연가스(LNG) 수출터미널 건설이 얘기되고 있다. 다만, 김정관 장관은 지난 6일 워싱턴DC 도착 직후 한국 취재진에 해당 LNG 수출터미널 건에 대해 “검토 대상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확정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삼성전자 파업이냐 상생이냐…노사협상 해법찾기 ‘내주 분수령’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진행 여부가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대표 기업에서 잡음이 계속 새 나오면서 정계와 재계는 물론 일반시민들까지 삼성전자 노사협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노사간 대화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근본 원인은 양측간 입장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이런 와중에 가장 많은 노조원 수를 거느린 삼성전자의 최대 노조는 명분 없이 투쟁 깃발만 치켜들고 있다. 임단협 요구안을 상향 조정하며 계속 말을 바꾸거나 임직원간 갈등을 대놓고 조장하는 등 노사 양쪽에서 모두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주주는 물론 일반국민들도 노조를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측은 노조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회사가 입을 피해액이 천문학 수준이기 때문이다. 갈등이 지속되면 삼성전자 사업장을 넘어 우리 산업계와 국가 경쟁력까지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을 필두로 정치권이 총출동해 노사협상을 중재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까닭이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파업' 카드를 자신들의 밥그릇만 챙기는 데는 쓰지 못하도록 이참에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 일등기업 삼성이지만 노사 대화 '경험 전무'…노조 폭주 빌미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이 전 국민 관심사로 급부상한 것은 노사가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는 경험을 거의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등 기업' 직원과 경영자들이 임금 및 단체협약에는 서툰 탓에 일을 키웠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 시절부터 '무노조 경영'을 원칙으로 삼았다. 국면이 바뀐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섰던 2020년이다. 삼성전자 노사가 첫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은 창사 50여년만인 지난 2021년이다. 무노조 경영 철폐 선언 이후 삼성전자 내부의 노조 지형은 급격히 변해왔다. 한국노총 산하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급격히 세력을 불렸다가 위축됐다. 이들은 2년 전 창사 이래 첫 파업을 주도한 조직이다. 최근 들어서는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가 부상하며 과반 노조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초기업노조가 몸집을 키운 방법이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억대 성과급'을 받게 됐다는 사실이 일등기업 삼성전자 구성원의 자존심을 자극하면서 노조로 모여들었다. 집행부의 리더십이나 도덕성을 검증하지 못한 상황에서 조합원이 갑자기 불어났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한 직원은 “초기업노조 조합원들이 다른 가치는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성과급에만 집중하고 있다. (게시판 등에서) 도를 넘은 의견들도 자주 언급된다"고 귀띔했다. 8일 기준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는 7만3135명이다. 대부분 디바이스솔루션(DS) 소속이다. 작년 말 기준 삼성전자 전체 직원 수는 12만8881명이다. 이 중 DS 소속은 7만8064명이다. 성과급을 위해 뭉친 초기업노조는 말 그대로 '폭주'하고 있다. 먼저 사측과 협상 과정에서 정당성을 잃었다. 협상을 시작하며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은 성과급 상한 폐지였다. 회사가 주던 기존 제도가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만큼 이를 투명·제도화해 달라는 의견도 내놨다. 당시만 해도 성과급 지급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사측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다. 올해 1분기 실적이 발표된 이후 노조는 영업이익의 15~2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말을 바꿨다. 역대급 실적에 맞게 특별포상도 내놓으라고 회사를 압박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300조~350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반도체 부문에서만 300조원 가까이 돈을 벌 것으로 관측된다. 단순 계산하면 DS 직원이 일인당 6억원 가까이 받아갈 수 있는 셈이다. 여론의 시선이 싸늘하게 식어간 것도 이 시점부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구개발(R&D)에 약 37조7000억원을 투입했다.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에게 배당한 금액은 9조8000억원이다. 평택 캠퍼스 등 공장을 짓고 장비를 사들이는 시설 투자에는 약 52조7000억원을 사용했다. 노조의 요구는 그간 삼성전자 성장에 기여한 지역사회 헌신, 정부의 지원, 주주들의 투자 등을 모두 부정하는 수준으로 해석된다. 초기업노조는 여기서 한 술 더 떴다. 파업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임직원간 갈등을 조장하는 선택을 내린 것이다. DS 직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소속이다. 가전·네트워크 등 일부 사업부의 경우 올해 이익이 급감하거나 영업적자를 낼 가능성도 있다. 초기업노조는 DX 직원들을 철저히 배제한 채 '반도체끼리 투쟁' 형식의 판을 깔고 있다. 반도체 직원들은 일인당 수억원씩 받아야 하는 반면, DX 직원들에게는 공통 영업이익에서 자사주 1주(약 25만원)조차 나눠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결국 노노(勞勞)간 갈등으로 불이 붙었다. 삼성전자 노조는 그동안 초기업노조, 전삼노, 동행노조 등 3개 단체가 공동투쟁본부(공투본)를 구성해 사측과 협상을 벌였다. DS 직원 위주로 세워진 초기업노조가 과반 지위를 확보하면서 DX 구성원이 많은 다른 조직들과 불화를 겪고 있다. DX 임직원 2300여명이 가입한 동행노조는 지난 4일 공투본에서 빠지기로 했다. 이들은 “과거 초기업노조는 과반 조합이라는 권한을 남용해 우리 노조의 의견을 고의로 무시·배제하거나 심지어 형법 제311조(모욕)에 해당하는 비하 등을 지속했다"고 강조하며 초기업노조 측에 사과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2대 조직인 전삼노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전삼노는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타 노조에 대한 경솔한 언행으로 대외적 신뢰를 실추시켰던 전례에 이어 이제는 내부의 정당한 목소리마저 '교섭 배제'라는 압박으로 입막음하려는 태도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 과반 노조로서 특정 부문을 외면하거나 배제하지 말고 DS와 DX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초기업노조 내부에서는 DX 직원들 대부분이 탈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각종 커뮤니티 등에 '탈퇴 인증' 글을 남기면서 내부 갈등에 대한 걱정도 커졌다. 집행부가 부당하게 사익을 편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나온다. 파업 기간 스태프에게 활동비 최대 30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고 조합비 역시 기존 1만원에서 5만원으로 갑자기 올랐다는 이유에서다. 초기업노조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는 중이다.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직원을 해고하겠다고 협박하거나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임직원 개인정보를 빼돌리려다 적발되는 등 '상식 밖' 행보가 지속되고 있다. 최 위원장이 총파업을 한달여 앞둔 상황에서 동남아시아로 장기 휴가를 떠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오며 조합원들이 술렁였다고 전해진다. 노조 영향력이 큰 한 제조업 기업 관계자는 “노조가 '협상 카드'로 무리한 요구를 내놓고 협상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어도 대화 과정에서 의견을 맞추는 법"이라며 “(삼성전자 노사는) 서로를 인정하고 협상에서 '선'을 지키는 법을 아직 모르는 듯하다"고 일침했다. ◇ 삼성전자 '비상' 정치권도 노사 협상 중재 총력전 노조는 사측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이달 21일부터 오는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손실 금액이 '측정 불가'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 증권가에서는 예상 손실액이 단기적으로 20조~30조원가량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조가 예고한 기간 파업이 벌어지고 이후 설비를 복구하는 시간을 계산한 금액이다. 영업이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는 금액도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파업이 장기화하거나 설비를 고의로 고장 내는 등 예외적인 사건이 일어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파업이 장기화하면 손실액이 50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실적 악화를 넘어 기업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수준"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라인은 한 번 멈추면 재가동 후 수율을 정상화하는 데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수주가 걸린다는 특징이 있다. 가동 중단 시 라인에 깔려 있던 수만 장의 웨이퍼를 전량 폐기해야 할 수도 있는데 이 비용도 상당하다. 고객사들이 삼성전자의 '공급 안전성'에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는 것도 핵심 포인트다. 당장은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쟁사에 점유율을 뺏기는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대부분 '책임 있는 대화'를 강조하며 노조에 손을 내밀고 있다. 삼성전자 대표이사인 전영현 부회장과 노태문 사장은 지난 7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임금협상으로) 미래 경쟁력이 손실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들은 “회사는 임직원 여러분과 미래 경쟁력, 사업 운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안을 제시하고 노동조합과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했다"며 “아직 최종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안타깝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중한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미래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도록 경영진 모두가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임직원 여러분께서도 우리의 미래 경쟁력이 손실되지 않도록 각자 역할에 최선을 다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도 지난 5일 사내 게시판에 메시지를 올렸다. 신 의장은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노사 모두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막대한 파업 손실과 고객 이탈로 회사의 가치가 하락할 경우 주주, 투자자, 임직원, 지역사회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어 “수백억달러의 수출과 수십조원의 세수가 감소하고 환율 상승 유발로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드는 등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지금은 회사가 직면한 무한경쟁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임직원 모두가 합심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정치권도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 부당한 요구를 해서 우리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게 되면 해당 노조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히게 된다"며 삼성전자 노조를 에둘러 비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과 경쟁력이 노사만의 전유물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결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삼성전자의 결실에는 수많은 인프라, 수많은 협력 기업, 400만명이 넘는 소액주주와 국민연금 등이 연결돼 있다"며 “현재 발생한 이익을 회사 내부 구성원들끼리만 나눠도 되는 이슈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7일 “오늘 삼성전자가 있기까지 수많은 협력업체의 노력, 정부의 지원, 연구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특히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막대한 전력 확보를 위한 지역 주민들의 협조가 있었다"며 “노사 간 교섭 테이블이 마련된다면 정부는 실질적인 교섭이 촉진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노사 일단 협상 테이블로…핵심쟁점 '성과급' 절충안 나올까 삼성전자 노사는 일단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는 방침이다. 김도형 고용노동부 경기지방고용노동청장이 8일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과 면담하는 등 노동 당국이 중재 노력에 나선 결과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삼성전자 노사를 상대로 사후조정 절차 참여를 타진했다. 사후조정은 조정이 종료된 뒤 노동쟁의 해결을 위해 노사 동의하에 다시 실시하는 협상이다. 중노위가 중재자 역할을 맡게 된다. 지난 2024년 7월 삼성전자 노조 첫 파업 때도 중노위가 사후조정에 들어갔었다. 초기업노조는 한 차례 결렬된 노사조정의 후속 절차로서 사후조정 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 관련 대화는 오는 11일과 12일 집중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노사 간 견해 차이는 좁히기 쉽지 않아 보인다. 사측은 지난 3월 열린 집중 교섭에서 DS 직원들에게 업계 1위 달성 시 경쟁사 이상의 보상을 해주겠다고 제시했다.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쓰겠다고 약속했다. '성과급 상한 유지'라는 주장도 한발 물러나 특별 포상을 통해 직원들에게 상한선 이상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구적인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지급 등을 주장하고 있다. 변수는 여론이다.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전 국민이 쳐다보고 있는 만큼 노사 모두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돼 있다. 특히 주주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 경제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목소리에 양측 모두 집중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정부 차원에서 '밸류업'을 통해 주주권 강화 운동을 벌이는 만큼 이번 성과급 논란에서도 '주인'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홍 광운대 명예교수는 지난 6일 '이해관계자 경영학회' 춘계 정기세미나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 관련 “주주의 잔여청구권 이론에 의하면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정률로 배분받는 것은 일종의 선배당을 받는 것"이라며 “이는 노조의 '준 주주화'를 의미하며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소액주주들도 단체를 만들어 현수막 시위를 열거나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일부 조직들은 노조원들이 단체행동을 벌이면 근처에서 '맞불 집회'를 여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7~28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3%는 삼성전자의 파업 관련 '무리한 요구 및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로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정당한 권리 행사 및 보상 요구로 적절하다'는 응답은 18.5%에 그쳤다.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펼쳐졌다. 무선(100%)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4.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노사관계 균형 자체를 다시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노조의 쟁의권은 강한데 기업의 대응 수단은 지나치게 제한돼 있다는 논리에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등 친노동 입법은 활발한데 사업장 불법 점거를 제한하는 등 회사 측 방어수단은 거의 없다"며 “파업이 벌어져도 대체인력 투입이나 외부 인원 활용 등이 어려운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짚었다. 학계 한 관계자는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게 가장 시급하다"며 “조합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감사 제도를 도입하는 등 거대 노조 선진화 작업을 거쳐야 한국 특유의 노사 갈등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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