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몸값 재평가 나선 최태원…美서 메모리 세일즈

SK하이닉스 몸값 재평가 나선 최태원…美서 메모리 세일즈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시장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함에 따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미국을 찾아 상장 기념 오프닝벨 타종 행사에 참석한다. 상장 기념식에서 글로벌 투자자들과 직접 소통하고, 주요 고객사들과 만나 인공지능(AI) 메모리 협력 확대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1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SK하이닉스 ADR 나스닥 상장 기념식에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등 주요 경영진과 함께 자리한다. 나스닥 개장과 함께 진행되는 오프닝벨 행사는 글로벌 기업의..

LS전선, 차세대 HVDC 해저케이블 사전인증 통과…“에너지고속도로 공략 강화”

LS전선이 국내 최고 용량의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 상용화 속도를 올리며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프로젝트 공략을 위한 사업 역량을 한층 강화했다. LS전선은 국내 최초로 525킬로볼트(kV)·80℃급 HVDC 해저케이블의 사전검증(PQ) 시험을 통과했다고 9일 밝혔다. PQ 시험은 장기 성능과 신뢰성을 검증하기 위한 국제 인증 절차다. PQ 시험을 통과한 기업은 사업 수주 시 사실상 형식시험(Type Test)만 거치면 제품 공급이 가능한만큼, 이번 시험 통과를 계기로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525kV·80℃급 해저케이블 공급 기반을 확보했다는 게 LS전선 측 설명이다. 이번 해저케이블은 도체의 허용 온도를 70℃에서 80℃로 높여 송전 용량을 최대 25% 향상시킨 차세대 제품이다. 장거리·대용량 송전에 적합하지만 초고압 절연 기술과 장기 신뢰성이 요구돼 개발·상용화 난이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글로벌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확산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장거리·대용량 송전망 구축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시장 역시 동반 성장하는 추세다. LS전선은 제주 2·3 연계사업, 유럽 테넷 프로젝트를 통해 관련 사업 경험을 축적한 것은 물론, 국내 유일의 상용화 실적도 보유하고 있다. LS전선은 자회사를 통해서도 국내외 초고압 케이블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LS에코에너지가 북미용 400kV급 초고압 케이블의 PQ 시험을 완료한 데 이어, 가온전선도 한전 규격의 초고압 케이블을 개발해 내년부터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LS전선 관계자는 “이번 PQ 시험 통과는 차세대 국가 전력망 시장 공략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라며 “LS마린솔루션과의 제조·시공 턴키 역량을 토대로 에너지고속도로와 글로벌 HVDC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전기차 안 팔리는데…승용차 ‘하이브리드’·트럭 ‘EREV’ 인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다양한 동력원(파워트레인)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승용차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HEV)가 빠르게 성장하고, 트럭 등 상용차 시장에서는 수소연료전지차(FCEV)와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가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9일 자동차 전문 리서치 업체 마크라인스(MarkLines)는 6월 한 달간 미국 신차 판매대수가 전년 대비 7.8% 증가했다고 밝혔다. 고유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수요가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의 미국 시장 내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도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 1일 현대모터아메리카가 발표한 6월 판매 실적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74% 늘어났다. 상반기 총 판매량 역시 총 450,568대를 판매하여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중 차종 별로 산타페 HEV(+12%), 소나타 HEV(+246%), 투손 HEV(+14%) 등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전체 판매 성장을 주도했다. 유럽 역시 하이브리드 수요가 전기차를 앞지르며 새로운 시장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1~4월 EU 신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점유율은 38.2%로 전체 파워트레인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전기차 점유율은 19.7%였다. 전동화가 진행될수록 순수 전기차 비중이 가장 높아질 것이라는 기존 전망과 달리 실제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며 전동화는 곧 순수 전기차라는 공식이 변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전기차와 내연기관 사이의 현실적 대안으로 하이브리드가 선택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부족과 차량 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전기차 전환을 망설이던 소비자들이 충전에 대한 부담이 없으면서도 연비까지 챙길 수 있는 하이브리드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하이브리드 경쟁력을 향후 완성차 업체의 수익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박광래 연구위원은 “이제 하이브리드 공급 능력을 갖춘 기업들에게 투자 프리미엄이 집중될 것"이라며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지 못한 업체들은 하반기 수익성 방어에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상용차 시장에서는 수소연료전지차(FCEV)와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 등 더 다양한 파워트레인이 등장하고 있다. 중대형 상용차 시장은 승용차에 비해 전동화 전환이 비교적 까다로운 분야로 평가되어 왔다. 화물차나 버스는 용도에 따라 운행 시간과 조건이 다양하고, 차량 가동 시간이 길어 전동화 과정에서 고려해야할 요소가 많다. 가동률이 낮아질수록 수익성이 하락하기 때문에, 전기차로 전환할 경우 배터리 충전 시간만큼의 운행 공백과 손실이 발생한다. 하지만 최근 탄소중립 정책과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용차 시장도 친환경 전환의 압력을 받아왔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EU)은 유로7(Euro7) 도입을 추진하며 상용차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했다. 이에 글로벌 물류 기업들도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친환경 차량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예컨대 글로벌 물류 기업 DHL은 2030년까지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전기·수소 상용차 도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순수 전기차(BEV)의 특성인 대용량 배터리다. 늘 배터리를 탑재해야 하는 만큼 차량 중량이 늘어나 적재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장거리 운행 시 충전 시간도 부담이다. 대용량 배터리라는 파워트레인 자체가 물류 효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주목받는 기술이 수소연료전지차(FCEV)와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다. FCEV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으로 생산한 전기로 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이다. 충전 시간이 짧고 주행거리가 길어 장거리 물류 운송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EREV는 전기모터로 차량을 구동하면서 내연기관을 발전기로 활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구조다. 전기차의 주행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충전 인프라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완성차 업체들도 이 같은 변화에 맞춰 파워트레인을 다변화하고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5월 열린 수소 산업 박람회에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탑재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과 수소 상용차 라인업을 선보이며 상용차 수소 시장 공략에 나섰다. ▲더 뉴 2027 마이티 ▲더 뉴 2027 파비스 ▲2027 엑시언트 및 더 뉴 2027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등이다. 앞서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9월 '2025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HEV(하이브리드),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EV(전기차), EREV(주행거리연장형 전기차), FCEV(수소연료전지차) 등 다양한 전동화 기술을 동시에 확대해 전기차 캐즘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토큰’이 뭐길래…빅테크 이어 통신사도 경쟁 공식 바꿨다

인공지능(AI) 시대 새로운 경제 단위로 '토큰(Token)'이 떠오르고 있다. AI 모델 경쟁이 성능 중심에서 토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로 이동하면서 기업들의 경쟁 기준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KT는 기업의 AI 토큰 사용을 최적화하는 '토큰 팩토리'를 공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AI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에 이어 국내 통신업계도 토큰을 중심으로 AI 플랫폼과 인프라 경쟁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AI 영역의 토큰은 언어를 이해하고 답변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최소 연산 단위다. 일반적으로 토큰 1개는 단어 0.75개 수준이며, 1000단어 분량의 문서는 1300개의 토큰으로 처리된다. AI는 문장을 한 번에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토큰을 하나씩 예측하고 연결하는 방식으로 답변을 완성한다. 사용자의 질문을 이해하고 추론해 답을 생성하는 모든 과정에서 토큰이 소비된다. 토큰은 AI를 움직이는 '디지털 연료'로도 불린다. AI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토큰 소비도 증가하고, 이는 곧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와 음성도 토큰 형태로 변환돼 처리되며, 이미지 한 장도 수백에서 수천 개의 토큰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외부 도구를 활용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는 모델을 여러 차례 호출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챗봇보다 훨씬 많은 토큰을 사용한다. 작업이 복잡할수록 토큰 사용량과 비용도 빠르게 늘어난다. AI 활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과금 방식도 정액제에서 실제 사용량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종량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제는 AI를 얼마나 도입했느냐보다 토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생성하고 활용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토큰이 AI 산업의 핵심 경쟁 지표로 자리 잡았다. 올해 1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우리가 최적화하는 핵심 지표는 와트당 토큰과 달러당 토큰"이라고 밝혔다. 이어 3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와트당 토큰과 달러당 토큰"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은 중국 통신업계로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 6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MWC26에서는 중국 통신사와 장비업체들이 일제히 '토큰 이코노미(Token Economy)'를 핵심 화두로 제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화웨이다. 화웨이는 '토큰을 위한 최적의 컴퓨팅 인프라'를 새로운 비전으로 내세우며 AI 컴퓨팅과 AI 에이전트, 6G 네트워크를 모두 토큰 처리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인프라로 정의했다. 한국 정부 역시 토큰을 AI 시대 핵심 자산으로 보고 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달 'AI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에서 “AI 데이터센터는 토큰을 생산하는 토큰 팩토리(Token Factory)"라며 “1GW 규모 AI 데이터센터는 40조~400조 개의 토큰을 생산할 수 있다. 토큰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한 '토큰 이코노미'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도 토큰 이코노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AI가 경쟁력이 되면서 앞으로는 돈이 아니라 토큰을 요구하는 상황이 늘어날 것"이라며 “토큰 이코노미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실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토큰이 AI 시대의 새로운 경제 단위로 부상하면서 국내 이동통신 3사도 토큰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과 인프라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통신업계에서는 KT가 가장 먼저 나섰다. KT는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의 AI 토큰 사용을 최적화하는 플랫폼 '토큰 팩토리'를 공개했다. AI 모델을 자동으로 연결하는 '토큰 게이트웨이'에 통신사의 과금 시스템과 AI 데이터센터를 결합해, 기업 고객이 AI 비용과 토큰 사용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박윤영 KT 대표는 “인터넷 시대 경제의 기본 단위가 비트(Bit)였다면 AI 시대에는 토큰이 새로운 경제 단위가 되고 있다"며 “AI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월 정액제에서 사용량 기반 과금 체계로 전환되는 것이 글로벌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어떤 AI 모델을 쓰느냐보다 토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관리하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KT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이 챗GPT와 클로드 등 여러 AI 모델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모델마다 성능과 토큰 가격이 다르다"며 “단순한 업무는 비용이 낮은 AI 모델로 처리하고, 복잡한 업무는 고성능 AI 모델을 활용하는 것이 비용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토큰 팩토리는 기업의 업무 특성에 맞는 AI 모델을 자동으로 연결하고, 사용한 토큰량을 관리해 과금과 정산까지 지원하는 플랫폼"이라며 “KT가 통신사업을 통해 오랜 기간 축적한 '사용량 측정→과금→정산' 역량을 AI 토큰 시장에 적용한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와 함께 토큰을 대량으로 생성·처리할 수 있는 AI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양사가 추진하는 AI 팩토리는 GPU 기반 연산 자원을 활용해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토큰 생성을 수행하는 차세대 AI 인프라다. 기존 AI 데이터센터보다 한 단계 진화한 개념으로, 토큰 생성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엔비디아와 SK그룹은 2027년 국내 첫 AI 팩토리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텔레콤도 울산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하이퍼스케일급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등 AI 인프라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AI 에이전트와 기업용 AI 서비스 확대에 맞춰 토큰 처리 효율을 높일 수 있는 AI 인프라와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중동 정세에 최고가격제 ‘안갯속’…손실보전 ‘이중고’

미국과 이란 간 무력충돌이 다시 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종료 수순을 밟던 석유 최고가격제의 향방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정부가 줄곧 종료 조건으로 제시해온 중동 정세와 유가 안정 흐름이 다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와 국내 정유업계가 진행할 예정이던 최고가격제 후속 절차인 손실보전 협상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9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지난 8일 전장 대비 5.2% 상승한 배럴당 78.0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역시 같은 기간 4.37% 오른 73.52달러로 마감했다. 미국-이란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을 전후로 안정화되는 듯 하던 국제 유가가 중동 정세 재악화 조짐으로 지난달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며 반등을 본격화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그간 국내 유가 산정의 기준으로 여겨졌던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도 8일 기준 보통 휘발유 94.8달러·121달러(각 배럴당)를 기록하며 반등 전환했다. 글로벌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통행 재개 여부 자체도 한층 불투명해졌다. 대(對)미국 협상단을 지휘하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국영TV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의 위협에 의해서가 아닌 오직 이란의 통제하에서만 재개방될 것"이라고 엄포하며 재봉쇄 가능성을 시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꼐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정세가 우리 정부의 최고가격제 종료 요건과 전면 배치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그간 국제 유가 안정화와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중동 전쟁 종결 등을 최고가격제 종결을 위한 핵심 요건으로 지목해왔다. 앞서 산업통상부도 지난달 27일 7차 최고가격제 시행을 통해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리터당 150원 인하하면서 “7차 최고가격을 향후 4주간 적용할 예정이지만 중동 정세·국내외 유가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조정 주기를 탄력적으로 운영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미국-이란 무력충돌 재격화 양상으로 이러한 요건들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한층 확대되며 최고가격제 종결은 커녕 유지 압력까지 동반 확대되는 양상이다. 비록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리터당)이 이달 들어 1800원대에 진입하며 외견상 국내 유가 동향이 안전화하는 흐름에 진입했으나, 국제 유가가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시장에 반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중동 정세가 장기적으로 악화할 경우 최고가격제 유지 명분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달까지만해도 유가 안정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최고가격제 종료 전망이 우세했는데, 중동 상황에 따라 최근 유지 전망이 확대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최고가격제 유지를 부추기는 대외 압력이 확대되면서 석유제품 가격 제한에 따른 정유사 손실보전 난이도도 덩달아 상승하는 모양새다. 현재까지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는 손실 규모는 4~5조원 규모에 이르는데,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최고가격제가 장기 유지될 경우 업계의 체감 손실은 지속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정부가 보전해줘야 할 업계 손실 규모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손실보전 명목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확보한 예비비는 4조2000억원 규모다. 최근 검찰로부터 발표된 이른바 '유가 담합' 논란도 손실보전 협상 난이도를 한층 부풀리는 형국이다. 특히 검찰이 “제조원가를 기준으로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기간에도 정유사들이 이익을 냈다"며 산업부에 관련 자료까지 제공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업계 안팎에선 손실규모 책정부터 실제 손실보전 집행 규모까지 산업부·업계 양자의 부담이 동반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산업부는 일단 '원가 기반 정산'이라는 기조 하에 담합 논란과 관계없이 예정대로 업계와 손실보전 협의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내달 말까지 업계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는 한편, 회계·법률·시장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정산위원회를 통해 손실 규모 산정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현대차그룹, ‘HTWO ENERGY 청주’ 준공…수소 생태계 확대 나선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 첫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친환경 수소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현대차그룹은 9일 충청북도 청주시에서 'HTWO ENERGY 청주' 준공식을 가졌다. 'HTWO ENERGY 청주'는 7,500m2 규모로 현대차그룹이 직접 운영하는 첫 번째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충전 복합사업장이다. 청주 지역 안에서 발생한 하수 슬러지 폐기물로부터 추출한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청정 수소를 생산 및 공급한다. 하루에 500kg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수소전기승용차 넥쏘 기준 100대, 수소전기버스 기준 30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HTWO ENERGY 청주'의 하루 평균 수소 생산량을 2톤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현지 시장 맞춤형 수소 솔루션을 설계∙적용하는 수소 생태계 조성 프로젝트를 인도네시아, 홍콩 등에서 추진 중이다. 현대차그룹 서강현 사장은 “'HTWO ENERGY 청주'는 지역의 폐자원을 청정 에너지인 수소로 전환해 다시 지역 내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기반의 순환경제 모델을 구축한 사례"라며 “이를 계기로 지역자립형 수소생산 모델을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SK하이닉스 몸값 재평가 나선 최태원…美서 메모리 세일즈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시장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함에 따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미국을 찾아 상장 기념 오프닝벨 타종 행사에 참석한다. 상장 기념식에서 글로벌 투자자들과 직접 소통하고, 주요 고객사들과 만나 인공지능(AI) 메모리 협력 확대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1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SK하이닉스 ADR 나스닥 상장 기념식에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등 주요 경영진과 함께 자리한다. 나스닥 개장과 함께 진행되는 오프닝벨 행사는 글로벌 기업의 상장을 기념하는 대표적 이벤트로 통상 오너 경영자 등 최고위 경영진이 직접 참석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실제 종을 치는 방식과 달리 나스닥은 터치스크린 형태의 디지털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세리모니를 진행한다. 이번 행사는 SK하이닉스가 AI 시대 핵심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이후 처음으로 미국 자본시장에서 대규모 ADR을 발행하는 자리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상장을 위해 전체 발행주식의 2.5%인 최대 1779만주를 신주로 발행한다. SK하이닉스 ADR 수요예측에 공모 물량의 7배가 넘는 청약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장기투자 펀드와 기술 전문 펀드, 국부펀드, 아시아 전문 글로벌 투자자 등의 수요가 집중되면서다. 공모가는 9일 확정되며, 직전 거래일인 8일 종가(207만6000원) 기준으로 산정될 경우 조달 규모는 245억달러(37조1400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는 알리바바(250억달러)에 이어 외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상장 전 예상치로는 총 290억달러(43조원) 규모까지 거론돼, 외국 기업의 첫 미국 주식 매각으로는 사상 최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ADR은 10일 임시 거래를 시작해 13일부터 정규 거래로 전환되며, 신주 예탁증서(DR)의 최종 상장일은 29일이다. 조달 자금은 전액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건설 ▲청주 P&T7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 건설·장비·부대비용 ▲극자외선(EUV) 스캐너 등 기계장치 취득 및 시설투자에 투입될 방침이다. 이번 ADR 상장은 AI 데이터센터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 속에서 AI 인프라 확산의 핵심 기업으로 부상한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 추진됐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한국 증시에만 상장돼 있어 거래 시간, 환전 문제, 낮은 유동성의 장외 ADR 등으로 미국 투자자들의 직접 투자에 한계가 있었고, 이는 실제 경쟁력에 비해 저평가되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나스닥 상장이 이뤄지면 미국 정규장 시간대 거래가 가능해지고 나스닥100 등 주요 지수 편입 가능성도 열리면서, 패시브 상장지수펀드(ETF)의 기계적 매수 수요까지 유입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나스닥 입성이 SK하이닉스를 '범용 메모리 업체'에서 AI 인프라 핵심 기업으로 재평가받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을 상대로 SK하이닉스의 AI 메모리 경쟁력과 중장기 성장 전략을 직접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올해 초 출간한 SK하이닉스 HBM 성공 스토리를 담은 저서 '슈퍼 모멘텀'에서 “시장이 SK하이닉스를 아직 '커머디티(범용)' 제조사로 인식해 더 높은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았다"며 “하이닉스는 지금보다 10배는 더 커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SK하이닉스를 단순 메모리 공급업체가 아닌 고객 맞춤형 AI 메모리 솔루션 기업으로 키워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방미 기간 엔비디아, 테슬라 등 주요 빅테크 경영진과도 잇달아 회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 회장은 올해 2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나 HBM은 물론 차세대 서버용 메모리 모듈 소캠(SOCAMM),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포함한 중장기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지난달 방한한 황 CEO와 다시 만나 협력 관계를 재확인했다. 이에 앞서 최 회장은 혹 탄 브로드컴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과도 잇달아 회동하며 글로벌 빅테크와의 AI 협력을 확대해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지정학 방정식 上] ‘가성비·속도전’ 약발 다한 ‘K-방산 수출 1.0’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비 경쟁 심화로 전 세계 국방 지출이 뚜렷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방위산업(이하 K-방산)은 2022년 이후 폴란드를 비롯한 주요국에서 대규모 수주 실적을 기록하며 외형적 팽창을 이뤘다. 증권업계와 관련 기관 지표를 종합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한국항공우주산업(KAI)·LIG D&A 등 국내 주요 방산 4사의 올해 합산 매출은 48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초기 K-방산의 수출 실적을 견인한 핵심 요소는 활성화된 양산 라인을 바탕으로 한 '신속한 납기'와 경쟁국 대비 우수한 '가격 대비 성능'이었다. 안보 위협에 직면해 단기적인 전력 공백을 우선적으로 메워야 했던 일부 국가들의 긴급 소요(UOR, Urgent Operational Requirement)와 K-방산의 제조 공급망 우위가 부합한 결과다. 그러나 각국이 단기 소요를 어느 정도 충족하고, 향후 30~50년을 운용해야 하는 해양 플랫폼·차세대 기갑 등 초대형 전략 무기체계 획득 사업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기존의 수출 공식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도입국의 요구 조건이 개별 무기체계의 하드웨어 제원 평가를 넘어 기존 안보 동맹망과의 상호 운용성, 장기적인 군수 생태계 편입, 그리고 도입국의 거시 경제적 산업 인프라 구축으로 고도화돼서다. 해상 작전 환경, 특히 잠수함 운용은 고도의 은밀성이 요구되며 고립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따라서 도입 시점의 플랫폼 스펙보다 수명 주기 전반에 걸친 동맹국 간의 수중 데이터 연동과 기항지에서의 부품 호환, 연합 대잠전 수행 능력이 사업자 선정의 핵심 기준으로 작용한다. 총사업비 60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의 우선 협상 대상자 미선정 사례는 이러한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으로 이뤄진 '원팀 코리아'는 태평양 무기항 횡단을 통해 원양 작전 능력이 실증된 3600톤급 장보고-III 배치(Batch)-II(도산 안창호급) 모델을 제안했다. 반면 캐나다 국방부가 1순위로 고려한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의 '타입 212CD'는 현재 기본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는 플랫폼이다. 실증된 자산이 도면 상의 자산에 밀린 결정적 요인은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체계 내에서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확보에 있다. 독일은 전 세계 20여 개국에 잠수함을 공급하며 북해와 대서양 전반에 방대한 유지·보수·운영(MRO) 공급망과 전술 데이터 베이스를 선점하고 있다. 캐나다 군 당국 입장에서는 독립적 규격의 우수한 플랫폼을 단독 도입해 독자적인 정비망을 구축하는 것보다 기존 NATO 회원국들과 부품을 상호 융통하고 작전 지휘망을 원활히 연동할 수 있는 '연합 군수 생태계 편입'을 전략적 운용 리스크 최소화 방안으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기존 방산 시스템에 종속되는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이 제조업 역량을 상쇄한 것이다. 총 7조4000억 원 규모의 폴란드 신형 잠수함 도입 사업(오르카 프로젝트) 역시 유사한 맥락을 지닌다. 폴란드는 앞서 지상 전력 부문에서 한국산 현대로템 K-2 전차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를 대규모로 채택했지만, 해상 전력 사업에서는 인접국인 스웨덴 사브(Saab)를 우선 순위 파트너로 선정했다. 이는 전장 환경의 지리적 특수성과 직결된다. 폴란드의 핵심 해상 방어 구역인 발트해는 수심이 얕고 염도가 균일하지 않아 러시아 발트 함대 견제를 위한 역내 국가 간의 밀접한 전술 공유가 필수적이다. 최근 스웨덴이 NATO에 공식 합류함에 따라 발트해의 지정학적 구도가 재편됐고, 폴란드는 물리적 거리가 먼 한국의 플랫폼 대신 수십 년간 발트해 해상 네트워크를 주도해 온 스웨덴과의 직접적인 전력 통합을 안보적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지상 무기의 대규모 도입 이력이 타 영역의 무기 체계 획득으로 자동 승계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정학적 연대가 해양 전력 획득의 변수라면 지상 무기체계 부문에서는 유럽연합(EU) 중심의 역내 방산 경제 보호주의가 실질적인 비관세 진입 장벽으로 작동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보병 전투 장갑차 '레드백(Redback)'이 탈락한 루마니아 장갑차 사업(5조 원, 246대)은 이를 입증하는 사례다. 레드백은 앞서 호주 육군 차세대 장갑차 사업에서 독일 라인메탈의 '링스(Lynx) KF41'을 기술·성능 평가에서 앞서며 최종 선정된 바 있다. 루마니아 수주전에서는 라인메탈의 링스가 최종 낙찰자가 됐다. 국방·획득 전문가들은 이 결과의 원인을 무기의 기계적 성능 격차가 아닌 EU 특유의 자본 조달 구조와 자국 산업 내재화 규제에서 찾고 있다. 우선 자금 조달 구조에 따른 배타성이 거론된다. 루마니아는 이번 사업 전체 물량 중 94%에 해당하는 232대의 구매 자금을 EU의 '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 기금을 통한 저리 대출로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SAFE는 유럽 내 방위산업 기반(EDTIB) 강화와 회원국 간 무기체계 공동 구매를 장려하기 위해 조성된 자본이다. 역내 자금을 활용해 무기를 도입하는 구조상 비(非)유럽권 국가의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재정 운영의 목적성 및 EU 정책적 타당성 측면에서 구조적인 불이익을 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다. 고강도 현지 생산·밸류체인 통합 요구도 제기된다. 루마니아 정부는 기술 이전(ToT) 외에도 자국 내 메디아스(Mediaș) 공장에서 전체 장갑차 물량의 70~80%를 조립·생산하고, 핵심 부품 공급망과 유지보수 체계를 현지 산업과 100% 통합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라인메탈은 일찍이 헝가리 등 동유럽 거점에 궤도형 장갑차 생산 라인을 선제적으로 구축하며 역내 방산 공급망에 융합돼 있어 이와 같은 요구에 유연한 대응이 가능했다. 이는 국방 예산을 자국의 제조업 고용 창출과 산업 고도화를 위한 경제적 도구로 활용하려는 동유럽 국가들의 최근 획득 경향을 반영하며 결과적으로 외부 국가의 진입을 차단하는 산업적 보호막 역할을 수행했다. 캐나다·폴란드·루마니아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도출해낼 수 있는 결론은 글로벌 주요 방산 시장의 획득 기준이 단품 위주의 'B2B(기업 간 거래) 제조·납품' 방식에서 이탈했다는 점이다. 무기체계의 제원과 단가 비교단계를 넘어 ▲대상국의 거시 경제 파급 효과 ▲장기 군수 조달 안정성 보장 ▲역내 안보 동맹망으로의 완전한 편입 여부가 사업의 최종 승패를 가르는 결정 변수로 격상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K-방산의 외형적 성장은 유의미한 경제적 지표이나 현재의 양적 팽창을 넘어 북미 및 서북유럽 등 방산 선진국이 주도하는 주력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K-방산 1.0' 모델의 구조적 한계를 객관적으로 진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입국의 방위산업 생태계에 자본과 기술을 직접 투자하는 전면적 현지화 역량, 대규모 국방 예산의 재정적 부담을 대체할 수 있는 G2G 기반의 금융(차관·대출) 지원 패키지, 수명 주기를 책임지는 장기 MRO 네트워크 구축 역량이 결합된 '통합 국방 솔루션 제공자(System Integrator)'로의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아, 송민수 대표 선임…송호성과 각자대표 전환

기아가 송민수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의 노무·생산 조직 개편에 따른 후속 인사로 풀이된다. 기아는 8일 이사회를 열고 송민수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아는 송호성 사장 단독 대표 체제에서 송호성·송민수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변경일은 이사회 결의일인 이날부터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당시 기아의 생산·노무를 총괄했던 최준영 기아 국내생산담당 및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를 그룹의 정책개발실장으로 임명했다. 이후 기아는 약 두 달 간 송호성 사장 단독대표 체제로 운영됐다. 이번 인사는 이때 발생한 기아 내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새로 선임된 송민수 대표는 기아 오토랜드(AutoLand) 화성공장장 등을 거친 생산 부문의 현장 전문가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기아 노무지원사업부장을 지냈다. 이후 2022년부터 올해까지 기아 오토랜드 화성공장장을 역임했으며, 노무지원사업부장, 서비스지원실장, 화성지원실장 등을 거쳤다. 기아 이사회는 송 대표에 대해 “생산 부문에서 풍부한 경험과 고도의 전문성을 축적한 제조·생산 분야 전문가"라며 “핵심 생산 거점을 총괄해 온 송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함으로써 미래 사업 재편과 생산 전략 관련 의사결정에 현장의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고 실행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MS, 게임부문 대규모 구조조정…게임업계 덮친 ‘AI 역습’

마이크로소프트(MS)가 게임 부문을 위주로 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게임산업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단순한 경기침체에 따른 비용절감 차원을 넘어, 인공지능(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게임업계 고용구조를 뒤흔드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AI에 수조원 쏟아붓는 MS…게임 부문은 대규모 구조조정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MS가 전 세계 직원의 약 2.1%에 해당하는 4800명을 감원한다. 이중 3분의 2가량은 엑스박스 등 게임 부문 소속이며, 엑스박스는 산하 게임 스튜디오 4곳을 분리하거나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S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표면적 이유는 낮은 수익성 때문이다. 엑스박스 사업이 유사 플랫폼 대비 3~10배 낮은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내부 진단이 발단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MS는 지난 2023년 687억달러(약 92조원)를 들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며 게임 부문을 확장했으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이나 닌텐도와의 격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AI 도입에 따른 투자 비용 증가와 AI 중심의 생산성 혁신 등이 이번 구조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근 MS는 기업의 AI 도입을 지원하는 전담 조직을 신설하면서 25억달러(약 3조8000억원)를 투자하고 6000명의 산업 전문가와 엔지니어를 고객 현장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전통적인 콘텐츠 개발 조직은 쳐내면서 AI 부문에 있어서는 거침없는 투자를 단행한 상징적 사건이다. 에이미 콜먼 MS 최고인사책임자(CPO)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오늘 사라진 직책이 AI로 대체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동시에 AI가 업무 수행 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의 구조조정이 곧바로 AI 대체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노동 구조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AI 중심의 생산성 혁신이 기존 노동력의 성격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는 평가다. ◇ 아직은 '대체' 아닌 '보완'이라지만…현장엔 불안감 '엄습' 국내 게임업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AI를 통한 게임 개발 생산성 향상에 주목하는 한편, 조직 안에 AI를 통한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일으키기 위한 비용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게임 산업은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높은 산업으로, 생성형 AI의 도입은 비용 절감의 핵심 카드일 수밖에 없다. 또 커머스나 금융 등 타 산업 대비 거버넌스 차원의 규제가 많지 않다는 점은 AI 도입에 유리한 부분이다. 넥슨은 지난달 회사의 AI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직인 AI 본부를 신설했다. 해당 조직은 넥슨이 그동안 정리해 온 게임 데이터 풀에서 AI가 스스로 데이터를 활용해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게 목표다. 엔씨는 AI 기술을 통한 사업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엔씨AI의 기술을 활용하면 게임 내 수많은 오브젝트들은 단순한 텍스트 입력만으로 자동 생성되고, 음성 입력만으로도 캐릭터의 얼굴 애니메이션과 표정의 변화를 표현할 수 있다. 지난해 'AI 퍼스트 기업'을 선언한 크래프톤은 AI 캐릭터와 팀을 이뤄 생존경쟁을 하는 시스템을 게임에 도입했다. AI 캐릭터는 게이머와 음성으로 전략을 논의하고, 파밍·교전·생존 중 어떤 행동을 취할지 스스로 판단해 유연하게 대응한다. 사실상 게임의 핵심적인 재미 요소를 생성형 AI로 대체한 것이다. 업계는 AI 도입에 따른 당장의 인력 대체는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일단은 '대체'보다는 '보완'의 역할에 무게 중심이 쏠려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실제 게임 개발 현장에서는 AI 도입에 따른 무게감을 크게 느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게임 개발자 A씨는 “'업무 효율화'나 '창의성 제고'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그럴싸한 말로 포장이 돼 있지만, 회사 차원의 AI 도입은 개발자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당장 인력 감축에 나서지 않더라도 질적 수준 제고나 생산성 향상에 대한 압박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개발자 B씨는 “AI를 활용하지 못하면 회사에 다니기 어렵고, 신규 인력도 더 보수적으로 채용하지 않겠나"라며 “1인 개발자들에겐 AI가 기회일 수 있지만, 대규모 개발팀의 규모는 기존보다 슬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선글라스 낀 이재용, 선밸리서 ‘파운드리 세일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과 함께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이 총집결하는 자리인 만큼, 파운드리 및 AI 반도체 협력 확대로 이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과 한 사장은 7일(현지시각)부터 11일까지 나흘간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 리조트에서 열리는 '앨런&컴퍼니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두 사람이 현지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참석 사실이 알려졌다. 이날 공개된 사진 속 이 회장은 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채 하늘색 체크무늬 셔츠에 네이비 재킷을 걸친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으로 손에는 생수병을 들고 있었다. 한 사장은 안경을 쓴 채 하늘색 카라 폴로 셔츠와 청바지를 입었다. 두 사람은 각각 콘퍼런스 참가자 명찰을 목에 걸고 있었다. 선밸리 콘퍼런스는 미국 투자은행 앨런&컴퍼니가 1983년부터 매년 7월 개최하는 비공개 행사다. IT·미디어·금융 등 각 분야 극소수 유력 인사만 초청받는 자리로 '억만장자의 여름 캠프' 또는 '억만장자 사교클럽'으로 불린다. 초청 인사들은 5일간 휴가를 겸해 이곳에 모여 친목을 다지는 동시에 첨단 기술 동향을 논의하고 사업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이 회장은 2002년부터 거의 매년 선밸리를 찾은 '단골 멤버'이며, 이 행사를 연중 일정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과거 “선밸리는 1년 중 가장 바쁜 출장이자 가장 신경 쓰는 출장"이라며 “애플과 페이스북 등 20~30개 고객사와 만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올해 행사에는 팀 쿡 애플 CEO와 차기 CEO 내정자인 존 터너스 수석부사장,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이 대거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는 파운드리 사업을 총괄하는 한 사장이 동행한 만큼, 주요 고객사들과 AI 반도체·파운드리 협력 확대를 집중 논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테슬라와 20조원 대의 AI 칩 생산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진 데 이어, 엔비디아 자율주행칩과 그록(Groq) AI 칩 생산에도 협력 중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 개발사인 앤스로픽과도 AI 칩 생산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지는 등 고객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모바일 AP 설계업체 퀄컴, PC·서버용 CPU 설계업체 AMD 등 추가 글로벌 고객사와의 협력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선밸리를 시작으로 미국 현지 체류 기간 주요 고객사들과 잇달아 접촉해 파운드리뿐 아니라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 협력 방안도 구체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이달 말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리는 글로벌 테크 CEO 모임 '구글 캠프' 참석 가능성도 점쳐지면서,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 행보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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