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지주를 필두로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가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예년과 달리 과감한 세대교체나 파격 인사보다는 '안정'을 택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미 지난해 은행, 카드 등 규모가 큰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면서 올해는 인사 대상자가 많지 않았고, 계열사별로 대규모 금융사고와 같은 이슈가 부각되지 않은 점이 금융지주 인사 기조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말로 CEO 임기가 만료되는 주요 금융지주 계열사 가운데 수장을 교체한 곳은 1곳 혹은 2곳에 그쳤다. KB금융지주는 KB증권, KB손해보험, KB자산운용, KB캐피탈 등 계열사 6곳 중 KB증권 IB부문과 KB저축은행 CEO를 새로운 인물로 발탁했다. 강진두 KB증권 경영기획그룹장 부사장은 기업금융, 인수금융, 글로벌 등 다양한 IB 영역을 경험하며 전문성을 갖춘 점을 인정받아 IB부문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KB저축은행 대표이사로 내정된 곽산업 KB국민은행 개인고객그룹대표 부행장은 디지털, 마케팅을 아우르는 경험을 갖췄고, 고객 기반 확대를 위한 은행과의 시너지 창출 역량을 겸비한 점이 호평을 받았다. KB손해보험, KB자산운용, KB캐피탈, KB부동산신탁 대표이사는 각각 임기를 1년 연장해 신임 대표이사 임기 2년, 재선임 시 1년이라는 2+1년의 관행을 그대로 이어갔다. 신한금융지주는 CEO 임기 만료 대상이 되는 4개 자회사 중 2곳 CEO를 교체했다. 신한라이프 사장으로 내정된 천상영 그룹재무부문 담당 부사장은 새 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환경에서 신한라이프의 재무건전성 강화와 재무상태표(B/S) 중심 경영, 질적 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천상영 내정자가 2024년부터 신한라이프 비상임이사를 지내며 그룹사 내부와 그룹 전체의 전략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도 이번 인선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신한금융지주는 주요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외부 인사를 계열사 사장으로 발탁하며 그룹 특유의 인재 육성에 대한 DNA는 그대로 이어갔다. 신한자산운용 사장으로 신규 추천된 이석원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략부문장은 기금운용본부 최초로 공모에 의해 주식운용실장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자산운용업계 내에서 전문성, 리더십 모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인사 대상인 7개 관계사 가운데 하나에프앤아이 수장만 교체했다.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 남궁원 하나생명보험 사장, 민관식 하나자산신탁 사장, 정해성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 박근형 하나금융티아이 사장, 배성완 하나손해보험 사장은 모두 연임 추천됐다. 하나에프앤아이 대표이사 사장 후보에는 오랜 여신심사 경력을 보유한 이은배 하나은행 영업지원그룹장(부행장)을 내정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각 지주사별로 지난해 은행, 카드 등 규모가 큰 계열사 수장들 인사를 단행한 만큼 올해는 상대적으로 인사 폭이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이맘때와 달리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같은 변수가 많지 않고, 내년부터 현 정부와의 호흡을 토대로 생산적 금융, 포용금융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해야 하는 점도 인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대내외적인 분위기를 고려할 때 실적, 금융사고 등 결격사유가 없는 한 이미 리더십이 검증된 인물을 재선임하는 것이 최선의 판단이라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계열사는 안정적인 실적과 건전성 관리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며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현 CEO를 재선임하는 기조"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는 내년 3월 임종룡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아직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가 정해지지 않아 계열사 인선을 가늠하긴 어렵다. 이달 말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가 정해진 후 계열사 인사에 대한 윤곽도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은 우리금융캐피탈, 우리투자증권, 우리자산신탁, 우리저축은행, 우리자산운용 등 계열사 10곳의 사장단 임기가 올해 말로 만료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각 지주사들이 향후 5년간 생산적 금융, 포용금융 프로젝트에 수십~수백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만큼 사장단 인사에서도 경영 안정성을 추구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