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핵 시설 타격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원유·해운주가 강세를 보이는 등 한국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이란이 보복 가능성을 내비치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시사하면서 시장에서는 전쟁 확산과 유가 급등,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도 제기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오전 11시 7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0.65%(19.70포인트) 내린 3002.14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0.98% 하락 출발했던 코스피는 한때 1.68%까지 밀렸지만, 현재는 0.5% 안팎 내림세로 다소 안정을 찾는 모습이다. 중동 위기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외국인과 기관의 대규모 매도세도 나타났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590억원, 6335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던졌으며, 개인은 1조314억원어치 매수해 하락장을 방어했다. 환율과 원자재 시장은 급등세를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은 같은 시각 1381.5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개장 직후 1375원으로 출발해 시간이 갈수록 상승 폭이 확대됐다. 엔·달러 환율은 2.79엔 오른 943.15엔,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낸 달러인덱스는 0.30% 상승해 99.01을 기록했다. 가상자산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비트코인은 한때 9만8286.21달러까지 밀리며 지난달 8일 이후 처음으로 10만 달러 선이 무너졌고, 이더리움은 2116.68달러, XRP는 1.91달러, 솔라나는 126.83달러, BNB는 602.71달러까지 급락해 모두 최근 한 달 내 최저치를 나타냈다. 다만 비트코인은 오전 11시 25분 기준 전일 대비 0.53% 상승해 회복세를 보였고, 이더리움(0.77%), XRP(0.14%), 솔라나(1.11%), BNB(1.52%)도 다시 오름세를 나타냈다. 원유·해운 업종은 급등세를 연출했다. 미국의 핵 시설 공습 직후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하면서 원유 운송 차질과 운임 급등 우려가 확산된 영향이다. 이날 오전 11시 30분 기준 한국거래소에서 중앙에너비스는 25.32% 급등해 2만4450원에 거래됐다. △대성에너지(15.89%) △흥구석유(16.55%) △한국석유(11.77%)도 강세를 보였으며 △SK이노베이션(0.39%) △S-Oil(1.63%)도 상승했다. 해운주도 강세를 나타냈다. △STX그린로지스는 12.76% 급등했으며 △흥아해운(9.79%) △대한해운(4.67%) △HMM(1.09%)도 올랐다. 반면 현대자동차(-4.05%)와 기아(-3.24%)는 원유 급등 우려로 원가 부담이 늘고 글로벌 소비 둔화 가능성이 부각되며 내림세를 보였다. △삼성전자(-2.52%) △SK하이닉스(-0.39%) △삼성SDI(-3.97%) 등 대형 기술주도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 속에 하락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중동 위기가 원유·해운 운임 급등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 라스 타누라발 일본 지바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운임은 지난 20일 기준 2주 전보다 85% 급등했다. 하루 약 2000만 배럴,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5분의 1이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힐 경우 원유 가격과 글로벌 경제 모두 큰 충격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동 사태 추이, 파월 의장 청문회,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 가능성 등이 변수로 작용하면서 한국 증시는 3000선을 전후로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