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디지털 화폐 시장에서 표준화된 모델을 선점하고자 프로젝트 한강과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기업들과 전방위적으로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가상자산 발행·유통·공시·상장 등의 생태계를 포괄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2단계 입법)이 통과되면 선발주자와 후발주자의 윤곽이 드러나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실질적인 기술 공유와 사업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KB금융지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KG이니시스, BGF리테일, GS리테일과 함께 예금 토큰 실증 사업인 '프로젝트 한강'을 수행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2023년 10월부터 작년 8월까지 진행된 '프로젝트 한강' 1단계에서는 디지털화폐 및 예금 토큰이 제조, 발행, 유통, 환수, 폐기 전 과정에서 원활하게 작동했는지 확인하는 단계였다. 프로젝트 한강 2단계는 디지털화폐 기반 지급결제 인프라의 상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단계로, 고객들이 실제 생활에서 예금토큰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지자체 보조금과 바우처, 정책자금 등을 예금 토큰 기반으로 지급하고, 지정된 사용처에서 활용해 공공 재정 집행 영역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함께 검증한다. 해당 기술이 구현되면 자금의 목적 외 사용을 막고, 지급 및 정산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와 별개로 물밑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연결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기싸움에 한창이다.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 금융사들은 이달 13일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USDC) 발행사 서클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레미 얼레어 방한 일정에 맞춰 회동한다. 주요 금융사 CEO들은 이 자리에서 서클과 전략적 협업 관계를 공고히하고, 미래 금융 인프라를 혁신하기 위한 실행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금융지주는 BNK금융지주, iM금융지주, SC제일은행, OK저축은행과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컨소시엄을 꾸렸다. 특히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스테이블코인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을 정도로 관심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영주 회장은 올해 1월 연간 경영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다양한 파트너사와 협업해 코인의 발행처를 확보하고, 발행부터 유통, 사용, 환류로 이어지는 하나의 완결된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라며 “향후 플랫폼, 인프라 기업과도 협력관계를 구축해 확장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이 통과되면 스테이블코인의 '기술 표준'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여러 기업과 협업하는 분위기다.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지역화폐, 외국인,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어 금융사들은 각 파트너사의 강점과 보유 역량, 시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자산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시장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글로벌 발행사, 시장 선도기업 등과 비즈니스 기회를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금융권이 어느 기업들과 어떤 내용으로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인지에 대해서도 극비리에 이뤄지고 있다. 지금은 어떤 기업과 업종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주축'이 될지 알 수 없고, 특정 기업과 협업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 다른 파트너사들과 협업 기회를 상실할 수 있어서다. 결국 디지털자산기본법이 통과되기 전까지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선점하고, 표준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기업 간에 눈치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통과되면 어느 기업의 디지털화폐와 금융인프라가 표준모델인지 윤곽이 드러나고, 그 모델을 중심으로 시장 파이가 커질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디지털화폐와 관련된 미팅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향성이 나오기 전까지는 최대한 많은 기업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밝혔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