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지로’ 일대 재개발 사업 밑그림 나왔다

‘힙지로’ 일대 재개발 사업 밑그림 나왔다

'힙지로'라 불리는 충무로, 을지로, 퇴계로, 삼일대로로 둘러싸인 충무로 1·2·3·4·5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의 밑그림이 나왔다. 23일 정비사업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제4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중구 충무로 43번지 일대 「충무로 1·2·3·4·5 도시정비형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 · 정비계획 결정 및 경관심의(안)을 수정 가결했다. 이번 도시정비형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정비계획 결정은 충무로 일대 재개발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다. 시가 토지 등 소유자들이 어떤 토지를 어떻게 규합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마스터플랜을 제..

‘힙지로’ 일대 재개발 사업 밑그림 나왔다

'힙지로'라 불리는 충무로, 을지로, 퇴계로, 삼일대로로 둘러싸인 충무로 1·2·3·4·5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의 밑그림이 나왔다. 23일 정비사업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제4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중구 충무로 43번지 일대 「충무로 1·2·3·4·5 도시정비형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 · 정비계획 결정 및 경관심의(안)을 수정 가결했다. 이번 도시정비형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정비계획 결정은 충무로 일대 재개발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다. 시가 토지 등 소유자들이 어떤 토지를 어떻게 규합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마스터플랜을 제시한 것이다. 과거 인쇄와 영화산업의 본거지였던 충무로 일대 재개발구역은 산업구조 변화와 도심 공동화로 부침을 겪었다. 최근 레트로 열풍이 불자 낡고 허름한 건물 2, 3층이나 인쇄소 바로 옆 골목에 감각적인 카페, 와인바, 음식점이 들어서면서 청년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구시가지로 변모했다. 2010년대 초반 을지로 일대는 퇴근 시간 이후 인적이 드물었지만 2019년 말 기준 일평균 유동 인구는 6만2000명이다. 기존 주민공람안에서 수정된 주요 내용은 용적률 체계 변화와 지구 경계 변경, 대규모 복합용도 건물 계획 시 고도 상향 방안이다. 백병원 부지의 택지 분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과거 서울 사대문 안 일반상업지역 용적률은 600%가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다. 최근 시는 도심 재개발 활성화를 위해 용적률 인센티브 시스템인 '600-880체계'를 도입했다. 이번 수정가결안에는 600-880체계가 반영됐다. 이 체계는 개방형 녹지를 조성하거나 공공지원시설(응급의료, 문화시설 등) 공공기여를 하면 기본 600% 용적률을 최대 880%까지 상향시켜주겠다는 것이다. 각 구역 안에 포함된 지구의 경계도 변경됐다. 또 시행 면적 3000㎡이상 복합용도 건물을 계획하면 높이를 20m 추가로 높일 수 있게 했다. 시는 백병원 부지에 택지 분할 가능성을 열어둬 별도로 개발할 수 있게 했다. 백병원 부지는 소유주가 명확하고 규모도 크기 때문에 단독으로 시행 계획을 세워 바로 인허가 신청이 가능하다. 시는 도심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응급의료시설(지상 1층 포함 3000㎡이상) 도입을 의무화하는 등 세부적인 계획을 마련했다. 시는 충무로 일대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정비계획안을 추진했다. 충무로․퇴계로 일대는 기존에 인쇄업과 영화산업이 주를 이뤘다. 시는 인쇄제조·영상산업을 도입하면 인센티브를 부여해 기존 산업이 재정착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설명이다. 특히 서울영화센터가 위치한 충무로 일대에 공연장, 영화상영관 등을 계획하면 용적률 인센티브 계수를 완화해준다는 계획이다. 을지로변은 업무시설이 50% 이상 들어올 수 있도록 유도해 도심 업무기능을 강화하겠다는게 시의 설명이다. 정비계획의 주요 내용은 충무로 1·2·3·4·5 구역별 정비 방향에 따라 일반정비, 소단위정비 등으로 정비 수법을 설정하고 건폐율과 용적률을 설정했다. 일반정비지구(노란색 영역)는 가장 범위가 넓고 대규모 개발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여러 필지를 하나로 묶어 대형 빌딩을 짓는 방식이다. 업무시설·근린생활시설·숙박시설·주거시설·지식산업센터 등이 들어올 수 있다. 높이는 기본 70m다. 3000㎡ 이상 복합개발할 경우 높이 20m가 추가로 상향될 수 있다. 소단위정비지구(파란색 영역)는 좁은 골목이나 필지를 유지하면서 개발한다. 노후한 건물을 새롭게 정비하는 방식이다. 높이는 일반정비지구 수준과 비슷하지만 대규모 통합 개발 보다 개별 필지의 특성을 더 고려하는 것이 특징이다. 소단위관리지구(하늘색 영역)는 기존 건물을 수선하는 정도로 정비가 제한된다. 높이도 일반정비지구의 절반 수준인 35m 이하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싱크홀 탐사 요청 4년 새 3배…국토안전관리원 ‘부담’

봄·여름이면 땅이 꺼진다. 지반침하 발생 현황을 계절별로 살펴보면 봄(28.03%, 440건), 여름(48.34%, 759건)이 76.37%를 차지한다. 지하에 생긴 공동을 미리 탐지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2018년 시행된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지하안전법)은 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게 연 1회 이상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그러나 자체 역량이 부족한 지자체들이 국토안전관리원에 의존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전국을 대상으로 지자체를 지원하는 국토안전관리원 업무가 과중한 상황이다. 23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2014년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싱크홀을 계기로 정부와 지자체가 지하안전관리를 주요 정책과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그 해 국토교통부는 싱크홀 예방을 위해 '지하공간 통합지도'를 중심으로 지하공간 통합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고자 했다. 지하공간 통합지도는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몰라서 관로를 건드리거나 지반을 무너뜨리는 사고를 막기 위한 기초자료다. 지자체는 관련 기관마다 흩어져 있던 지하매설물, 지하구조물, 지반 정보를 한 데 모은 자료를 시설물 안전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이런 제도적 노력과 더불어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자체에게 계획 단계, 인허가 단계, 유지·관리 단계 의무가 부과됐다.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지하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인허가 단계에서는 지하안전평가를 통해 사전에 사업의 안전성을 분석한다. 지자체는 유지·관리를 위해 연 1회 이상 실태 점검 및 위험도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지자체가 이처럼 법적 의무에 따라 매년 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지하시설물의 노후화 속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5년간 전국 지반침하 사고는 총 760건. 이 가운데 46%의 원인이 하수관로 노후화로 인한 손상이다. 다짐(되메우기) 불량(15%), 굴착공사 부실(10%), 상수관로·기타매설물 손상(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싱크홀 발생 우려가 높은 구간은 육안으로 판단이 어렵다. 지하를 보는 것이다 보니 전용 탐사장비로 땅을 스캔한 뒤 그 자료를 2주에 걸쳐 추가로 분석한 뒤에야 싱크홀 발생 의심 구간을 추정할 수 있다. 구역이 추려지고 나면 해당 구역에 구멍을 뚫고 공동을 확인해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 땅을 스캔할 때는 지표투과레이더(GPR) 기술을 활용한 차량형 탐사장비(RSV4)와 핸디형 탐사장비를 사용한다. 식별된 싱크홀 의심 구간에는 긴급 채움재를 주입하거나 관로를 보수하는 등 긴급 복구공사를 진행한다. 문제는 이미 지반침하가 발견된 지역은 그 주변으로 지하 공동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번의 탐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추적 조사가 필요하지만 이는 기초지자체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토안전관리원 관계자는 현실적 여건과 재정적 부담 등으로 자체 기술 인력을 보유하지 못한 지자체들은 외부 전문 기관에 용역을 주어 점검 보고서를 만들고 이를 근거로 행정조치를 취한다고 설명했다. 자체 기술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서울시와 부산시 정도다. 국토부 산하의 국토안전관리원은 매년 탐사 지원을 위해 수요 조사를 받고 있다. 관리원은 전국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지자체의 실태조사를 담당하는 기관은 아니다. 다만 지자체의 요청이 오거나,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 지원하고 있다. 지자체가 관리원에 요청한 안전 점검 횟수는 2020년 207건에서 해마다 증가해 2024년 601건이 돼 4년 새 3배 가량 늘었다. 지하의 공동을 확인해 후속 조치를 한 경우도 83건에서 266건으로 증가했다. 국토안전관리원의 한정된 인력만으로는 전국 지자체의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이나 인력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하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그동안 지자체 자율에 맡겨졌던 지반침하 안전지도 제작을 시·도지사에게 의무화하는 것이다. 전문 인력을 보유한 광역지자체가 직접 안전지도를 만들어 공개함으로써 기초지자체의 행정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AI) 기반의 탐사 장비와 지하정보 분석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연구·개발(R&D) 근거도 담겼다. AI 활용을 통해 분석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산하에 중앙지하안전위원회를 신설해 안전관리체계를 일원화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황희 의원실 관계자는 “많은 지자체에서 지반침하 탐사 역량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국토안전관리원도 부담이 많은 상황이지만 관리원같은 전문기관과의 상시 협력체계를 갖추고 법개정안도 함께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원전株 거듭난 현대건설…설계 주도권 ‘숙제’

현대건설이 북미와 북유럽을 중심으로 원전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형 원전뿐 아니라 소형모듈원전(SMR), 용융염원자로(MSR) 등 차세대 원자로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글로벌 원전 EPC(설계·조달·시공) 시장 공략에 나선 모습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협력 구조 속에서 설계 주도권과 수익 배분 구조를 둘러싼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핀란드와 스웨덴을 중심으로 원전 협력 논의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협력해 대형 원전(AP1000) 프로젝트 참여를 추진하는 한편, 스웨덴에서는 홀텍(Holtec)과 SMR 사업 협력을 검토 중이다. 네덜란드에서는 MSR 기술 기업과 협력하며 차세대 원전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일각에서 언급된 '원전 40조원' 규모는 확정된 수주잔고가 아니라 향후 수주 가능성을 반영한 '수주 예정 프로젝트 및 파이프라인' 규모로 해석된다. 증권가에서는 2026년 이후 현대건설의 원전 관련 수주 파이프라인을 약 40조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는 SMR, 유럽 원전 프로젝트, 북미 사업 등을 포함한 중장기 전망치다. 실제 전자공시 기준으로 확인되는 주요 원전 관련 계약은 신한울 3·4호기와 UAE 원전 등으로, 전체 수주잔고(약 90조원 대) 대비 원전 비중은 제한적인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파이프라인과 확정 수주를 혼용할 경우 사업 규모에 대한 시장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유럽의 정책 환경도 원전 확대에 우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스웨덴은 탈원전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고 신규 원전 건설 규제 완화와 재정 지원 방안을 추진 중이고, 2035년까지 2기, 2045년까지 10기 이상 건설을 목표로 설정했다. 핀란드 역시 원자력법 개정을 통해 SMR 전용 인허가 체계를 도입하는 등 원전 확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에너지 안보 전략이 주요 배경이다. 다만 이러한 정책 변화가 단기간 내 실질 수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제시한 수주 파이프라인의 경우 향후 본계약 체결 및 착공 시점에 따라 실제 매출 인식까지 시차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일부 프로젝트는 협력 또는 초기 검토 단계일 가능성도 있어 해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 측 역시 사업별 금액이나 해외 원전 비중에 대해서는 “대외비로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해외 원전 사업에서 단순 시공을 넘어 설계 영역까지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회사 측은 “설계 기술은 자체적으로 확보한 상태이며 현재 기본설계(FEED)를 수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사업에서도 기본설계를 담당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독자 원전 모델 개발 계획은 없다고 밝혀, 글로벌 기술 기업과의 협력 기반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구조를 두고 원전 설계 영역의 특수성을 감안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원전 설계는 원자로 핵심 계통(NSSS)과 건설 및 계통 설계(BOP·FEED)로 구분되는데, 현재 해외 프로젝트에서는 원자로 설계와 핵심 기술은 주로 글로벌 기술 기업이 담당하고, 국내 건설사는 계통 설계와 시공을 수행하는 역할 분담 구조가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김규태 동국대 교수는 “건설·플랜트 엔지니어링 영역에서는 독자 수행이 가능하지만, 원전의 핵심은 원자로 설계"라며 “노심 설계는 고도의 전문 영역으로 별도의 기술 축적이 필요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전 사업은 기술과 동시에 지적재산권이 결합된 산업이라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구조와 관련해 김 교수는 보다 직설적인 분석도 내놨다. 그는 “원전은 기술 산업이면서 동시에 특허 산업"이라며 “스마트폰 산업처럼 설비를 완공한 이후에도 기술 사용 대가 문제가 제기될 경우 수익성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또 “현재 한국 원전 산업은 기술력은 확보했지만 지적재산권 구조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과도기적 상태"라며 “이로 인해 해외 기술 기업과 협력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선택으로 자리 잡은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건설의 기술 역량에 대해서는 “격납건물 등 건설 영역(BOP)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원자로 설계는 여전히 글로벌 기술 기업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며 “원천 기술 보유 기업이 로열티를 요구할 경우 사업 수익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웨스팅하우스와 한국수력원자력 간 지식재산권 분쟁은 이러한 구조적 특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원전(APR1400)이 자사 기술 기반이라고 주장하며 제3국 수출 시 자사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기했고, 체코 원전 사업 등을 둘러싸고 법적 대응에 나선 바 있다. 한국 측은 독자 기술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분쟁 자체가 수출 협상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원자력 전문가는 “북미와 유럽은 규제와 감리 기준이 매우 엄격하고 발주처 요구 수준도 높다"며 “공급망, 인증, 인력 등 다양한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환경에서는 기술력뿐 아니라 제도 대응 능력과 파트너십 구조가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협력 구조가 단기적으로는 해외 시장 진입과 수주 확대에 기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원천 기술 보유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독자적인 시장 확장성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대건설의 해외 원전 사업 확대 전략에 대해 원자력 업계 관계자는 “기술 협력 자체는 문제 될 것이 없지만,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북미나 유럽에서 추진되는 대형 원전은 사실상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계열 기술이 중심"이라며 “이 구조 안에서 참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문제는 그 방식이 국내 원전 산업의 전략적 방향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이미 APR1400이라는 완성된 원전 모델과 '팀코리아'라는 통합 수출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이 체계를 통해 설계부터 시공, 운영까지 전체 밸류체인을 확보하는 것이 국익 측면에서는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SMR 시장에서는 기존 '팀코리아' 중심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형 원전 수출은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설계·시공·금융이 결합된 패키지 방식으로 추진돼 왔지만, SMR 분야에서는 건설사들이 각기 다른 해외 기업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홀텍, 삼성물산은 뉴스케일, DL이앤씨는 엑스에너지와 협력하는 등 개별 협력 모델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30년 경력의 한 원자력 기술사는 “원전 산업은 설계·기자재·운영·연료까지 결합된 통합 산업"이라며 “해외 기술 기업과의 협력 구조가 확대되는 만큼, 국내 산업 생태계 차원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 전략 없이 개별 기업 중심으로 시장에 접근할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주도권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개별 기업이 해외 기술 기업과 협력해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방식이 확대되면, 기존에 축적해 온 산업 생태계가 분산될 수 있다"며 “결국 설계는 해외 기업이 맡고 국내 기업은 시공 중심으로 참여하는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국내 산업이 원전 '하도급형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 문제는 단순히 기업 차원의 전략이 아니라 국가 산업 전략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팀코리아 체계를 어떻게 유지하고 확장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글로벌 원전 기업들과의 전략적 협력은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시공 및 FEED 설계 역량을 세계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며 “독보적인 공기 준수 능력과 시공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원전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집 사라고 빌려준 돈 아니다”…李대통령 ‘사업자 대출 용도 유용’ 사기죄 처벌 초읽기

이재명 대통령이 개인 사업자 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기에 활용하는 '편법 대출'에 대해 연일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단순한 금융 규제 위반을 넘어 '사기죄'라는 형사 처벌 카드까지 꺼내 들면서, 시장에는 전례 없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대통령이 언급한 '사기죄' 성립 여부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형법 제347조(사기)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를 처벌한다. 사업자 대출을 신청하면서 실제로는 주택 구입에 사용할 목적임에도 불구하고 '운영 자금' 등으로 허위 기재했다면, 이는 금융기관을 속인 '기망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은행이 주택 구입 용도임을 알았더라면 대출을 승인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인과관계가 뚜렷하다"며 “대출금이 실행되는 순간 사기죄의 기수(범죄 완성)에 해당하며, 나중에 돈을 갚더라도 범죄 성립에는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특정 기사를 링크하며 압박에 나선 배경에는 최근 급증한 편법 대출 통계가 있다. 작년 하반기 주택 구입 자금 조달 수단으로 사업자 대출을 활용한 사례는 전년 동기 대비 35%나 급증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해당 사례들에 대한 전수 검증에 착수하기로 했다. 조사 결과 용도 외 유용이 확인될 경우 △대출금 즉시 강제 회수 △차주 및 해당 사업체 세무조사 △금융권 대출 금지 등 행정적 제재는 물론,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수사기관 고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에 이어 21일에도 “사기죄 처벌과 자발 상환 중 어떤 게 합리적일지는 분명하다"며 자진 시정을 권고했다. 이는 정부의 본격적인 사법 처리가 시작되기 전, 차주들에게 마지막 탈출구를 열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단순히 규제를 우회하는 꼼수를 넘어 공정한 금융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로 보고 있다"며 “대통령의 경고가 반복되는 만큼, 적발 시 관용 없는 법 집행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세운4구역 재개발 20년…협의체 진행에도 ‘시계 제로’

국가유산청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국가유산청장의 허가 없이 세운4구역에서 시추를 했다는 이유로 SH를 16일 고발했다. 그러면서도 국가유산청은 세운4구역 인허가 중단을 전제로 전제로 3자 협의체를 제안했다. 17일 서울시는 SH를 고발한 국가유산청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협의체 구성을 받아들였다는 점을 의미 있는 진전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시는 서울시·국가유산청·주민·전문가로 구성된 4자 협의체를, 국가유산청은 국가유산청·서울시·종로구로 구성된 3자 협의체를 원한다.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이 협의체 구성을 달리 가져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협의체가 좌초된다면 대안은 있을까? 21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세운4구역 재개발 논의는 벌써 20년째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와 국가유산청(과거 문화재청)간 충돌이 장기화 되면서 재개발 사업에서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논의는 뒷전이 됐다. 기관 간 힘겨루기에 어떤 주제가 협의체에서 논의돼야 할지 목표조차 선명하지 않은 상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설명하는 세운4구역 재개발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강북전성시대' 정책의 일환으로서 재개발을 통해 도심을 리모델링해서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 다른 하나는 녹지 축을 만들어 도심에 녹지 비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국가유산청이 막고 있는 고도 제한을 풀어 건물을 높이 짓고, 사업성을 개선해 유동인구를 높여 도시에 활력을 찾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의 구상은 처음 서울시장으로 취임하던 2006년부터 시작됐다. 앞서 2004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도 세운상가에 적용되던 종로변 55m 기준을 2배 이상 높이려고 시도했지만 문화재청 심의위원회에서 부결된 바 있었다. 오 시장 1기 시정에서도 역시 같은 심의위원회에서 종묘 경관 훼손 우려로 반려됐다. 2011년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취임하고서도 사업은 이어졌다. 시장이 바뀌면서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둘러싸고 부침이 있었다. 문화재청 심의는 5년 간 이어져 2014년이 되어서야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로 고도 기준이 정비됐다. SH는 이 심의결과를 기반으로 2021년까지 사업을 진행했다. 수익성 저하로 설계 공모 선정이 3년 늦어지긴 했지만 재개발 사업계획 막바지 단계를 거쳐 지상 20층 사업을 진행 중이었다. 2022년 재보궐선거로 오 시장 2기 시정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오 시장은 세운 재정비 촉진지구를 '녹지생태도심재창조전략' 핵심 사업지로 선정하고 사업 방향을 수정했다. 다시금 고도를 높이기로 한 것이다. 과거에 이미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를 모두 받았으나 고도를 2배 가량 상향하면서 사업시행계획을 새롭게 짜야 했다. 이때부터 문화체육관광부·국가유산청의 법적 대응도 시작됐다. 서울시는 제도 정비에 들어갔다. 2023년 서울시의회는 문화재 주변 100m 밖 규제를 풀기 위해 서울시 문화재 보호 조례를 개정했다. 이에 문화체육부 장관은 대법원에 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지난 16일에는 국가유산청이 SH를 고발했다. 매장유산 유존지역에 대한 발굴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세운4구역에서 국가유산청장의 허가 없이 시추를 했다는 이유였다. 현행 법령상 종묘 앞 세운4구역 내 개발 공사는 행정적 완료 조치 없이는 추진이 불가능한 상태다. 국가유산청은 법적 대응뿐만 아니라 국제기구의 권고, 정치권을 통한 압박 등 다방면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국가유산청은 14일 유네스코세계유산센터로부터 강력한 입장표명이 담긴 서한을 받았다고 16일 밝혔다. 지난해 4월 서울시는 유네스코로부터 세운지구 재개발 추진에 앞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우선 실시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고시 변경을 통해 세운4구역의 고도를 종로변 98.7m, 청계천변 141.9m로 상향했다. 이에 유네스코가 사업승인을 중단하라고 한 차례 더 권고한 바 있다. 국가유산청은 “두 차례 권고에도 서울시가 개발을 강행할 경우 종묘의 세계유산 지위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유네스코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어 유네스코는 “서울시가 세운4구역의 개발 인허가 절차에 앞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겠다는 입장 확인 서한을 3월 안에 회신하지 않을 경우, 세계유산위원회 '보존 의제'로 상정하거나, 공식 현장 실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보존의제로 상정한다는 것은 이 유산이 심각한 훼손 위기에 처해있다고 판단해 국제사회의 공식적인 감시체계에 올리겠다는 의미다. 정치권을 통한 압박도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10일 김민석 총리가 종묘를 방문해 서울시의 개발이 “세계문화유산 지정이 해지될 정도로 위협적"이라며 “이번 문제를 적절히 다룰 법과 제도 보완 착수를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12월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토부·문체부 업무보고에서 “종묘 경관 훼손 논란이 어떻게 돼가느냐"고 물으며 사실상 부정적인 기류를 내비친 바 있다. 이에 오 시장은 “수박 겉핥기식 질의응답"이라며 대통령을 직격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국가유산청은 국무총리 산하의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인허가 조정 신청을 하기도 했다. 법에 의해 강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세운4지구 재개발 사업에 부정적 의중을 비친 국무총리 산하의 위원회라는 점에서 서울시는 입장을 내 강하게 반발했다. 오 시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갈등이 정치화되면 합리적 해결을 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국가유산청의 법적 대응에 대해선 “고도 변경과 관련한 제안은 기관끼리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국가유산청이 '어느 날 갑자기 매우 급발진'을 해서 공격적인 성명을 발표한 것은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는 중앙정부가 법적 대응을 비롯해 유네스코를 앞세워 다방면으로 압박을 가해 정쟁화하지 말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운4구역 재개발 문제는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문제라고 봤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SH 사장을 맡았던 김세용 고려대학교 도시연구원 교수는 서울시가 사업계획을 바꿔 고도를 상향하는 것은 이제와 논쟁하면 안되는 부분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시민과 약속을 하고 진행을 했는데 그걸 왜 뒤집느냐"고 지적했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법대로만 하면 당연히 정당하게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것"이라며 “세운4구역 재개발이 문제 되는 건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법원은 국가유산 보존에 관한 개발 규제를 완화한 서울시 조례 개정이 유효하다고 봤다. 다만 대법원은 문화유산법에 따라 문화유산 보호가 가능하다는 점을 명시했다. 문화유산 보호라는 공적가치를 위해 사유재산 개발을 제약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20년간 지역을 지킨 주민들의 이익과 세계유산 경관 보호라는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 서울시는 4자 협의체를 제안하며 서울시·국가유산청·주민·전문가가 협의체에 포함되기를 원했다. 국가유산청은 협의체 논의에 응하며 주민과 전문가 대신 종로구를 구성에 포함시키고자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의 의견을 폭넓게 다루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3자 협의체 구성과 관련해 주요 행정기관인 종로구청장을 포함시켜 실효성 있는 논의를 이끌어내고자 함이라 설명했다. 관계자들 모두 아직 협의체가 개최되지 않은 만큼 협의체에서 어떤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어질지는 알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상생을 위해 열린 상태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협의체 구성을 두고 기관마다 각자의 셈법이 다르다. 서울시가 주민을 협의 주체로 포함시키려는 것은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 여론을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가유산청은 20년 째 개발을 기다린 주민들을 협의체 주체로 포함시키는 것은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시의 입장과 주민의 입장이 완전히 동일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민들 중에는 고도 상승으로 조합원 분담금이 감소 등을 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더 이상 개발 논의가 장기화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도 존재한다. 오 시장 2기 시정에 들어 사업을 원점으로 돌리고 고도를 두 배 가까이 올리지 않았다면 인허가 충돌도, 유네스코의 잇따른 권고도 없었을 수 있다. 협의체가 결렬될 경우 양측 모두 비용을 치러야 한다. 서울시가 법적으로 문제없는 재개발 사업을 강행한다고 하더라도 유네스코 제재가 현실화 되면 그 정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국가유산청도 마찬가지다. 주민들에 대한 사유재산권 침해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협의체가 풀어야 할 근본적인 질문은 종묘 경관이라는 이익과 주민 재산권이라는 이익이 충돌 할 때 어느 쪽에 얼만큼 가중치를 둘 것인지다. 협의체는 현재 서울시 안(종로변 98.7m, 청계천변 141.9m)과 기존 합의안(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 사이 어느 지점에서 두 이익을 합리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지 답을 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국가유산청이 기존 합의안의 고도를 정하는 데에 5년이 소요됐다. 이번 협의체 결성을 통해 세운지구 개발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지 시험대에 선 상황이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60년 투기억제 패러다임 깨야”… 주택학회 35주년, 정책 대전환 주문

한국 주택정책 35년의 흐름을 되짚고 미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에서 학계 원로들과 전문가들이 “가격 안정에 매몰된 규제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주택 공급 총량은 크게 늘었지만 체감 안정은 여전히 부족한 만큼, 앞으로의 정책은 투기 억제 일변도보다 실수요자 주거 사다리와 주거복지, 지역 맞춤형 공급 체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20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한국주택학회는 전날 서울 서초구 감정평가사회관에서 '한국의 주택정책에 대한 회고와 미래 방향'을 주제로 창립 35주년 기념 라운드테이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정호 전 KDI 교수, 손재영 건국대 명예교수, 이상영 명지대 교수, 정의철 건국대 교수, 조만 서강대 교수, 진미윤 명지대 교수, 천현숙 전 SH도시연구원장 등이 참석해 지난 35년간의 정책 성과와 한계, 미래 과제를 논의했다. 이원재 한국부동산연구원장은 축사에서 “1991년 200만호 수준이던 전국 아파트 재고가 2025년 1300만호로 증가하는 등 한국 주택시장은 비약적인 양적 성장을 이뤘다"며 “주택정책은 가격 안정, 주거환경 개선, 주거복지 실현, 공급 원활화 등 복합적 목표를 가진 분야인 만큼 인구구조 변화와 기술 발전, 금리 변화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한국 주택정책의 35년을 “공급 확대, 금융의 정교화, 정책 목표의 확장"으로 요약했다. 과거 외곽 신도시와 택지 개발 중심의 대량 공급 체제에서 최근에는 도심 정비와 사업관리 중심으로 축이 이동했고, 금융 역시 담보가치와 대출 규모 중심에서 주거서비스, 보증, 취약계층 보호를 아우르는 구조로 발전했다는 설명이다. 발표자는 “현재 주택정책은 가격 안정, 주거복지, 도시정비라는 세 축으로 구성된다"며 “문제는 이 세 축이 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발표자는 한국 주택정책사를 △1991~1997년 공급 기반기 △1998~2002년 시장 자율화기 △2004~2012년 정책 패키지화기 △2013~2021년 강한 수요관리와 임차제도 변화기 △2022년 이후 규제 재조정과 거래안전 강화기 등으로 구분했다. 특히 최근에는 외곽 택지 공급과 도심 재정비가 병행되지만, 정책 평가의 핵심이 단순 총량보다 도심 내 실현 가능성과 속도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토론에서는 공급 확대와 거래 통제, 수요 억제 중심의 과거 정책 패러다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결국 앞으로의 주택정책이 단순히 집값을 잡는 정책이 아니라, 인구 감소와 고령화, 청년 주거 불안, 전세사기, 지역 불균형 등 복합 위기에 대응하는 생활정책이자 도시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급 총량 확대라는 양적 성장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실수요자 보호와 질적 관리, 지역 맞춤형 복지와 금융 설계가 새로운 정책 경쟁력의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손재영 건국대 명예교수는 “1960년대부터 이어져 온 투기 억제 정책이 지금까지도 중요한 주택정책 기조로 남아 있지만, 60년간 반복해도 효과가 없었다면 그 패러다임 자체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확히 정의되지도 않은 '투기'라는 말을 앞세워 세제·금융·대출 규제를 반복해온 것은 어둠 속에서 칼질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고 움직이는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국민의 자산 형성과 주거 안정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상영 명지대 교수도 “정부가 '가격 안정' 자체를 정책의 직접 목표로 삼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정부의 목표는 내 집 마련 지원과 저소득층 임대 안정이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가격 안정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결과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 단기적으로 반응하는 규제보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게 충분한 금융을 제공하고 공공임대와 임대 안정 체계를 다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의철 건국대 교수는 양적 공급 확대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이제는 공급의 양보다 질과 대상의 정교함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주택의 양적·질적 수준은 과거보다 좋아졌지만 격차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이제는 대량 공급 시대가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형태의 주거를 제공할 것인지 더 세분화된 정책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공공주거정책과 주거복지정책의 큰 틀은 마련됐지만 어떤 정책이 실제로 효과적인지는 더 엄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정호 전 KDI 교수는 좌평에서 “앞으로의 주택정책은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지원과 시장 기능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재건축이 만능 해법인 것처럼 접근하기보다, 도시 전체를 더 넓게 보는 재개발 방식이 주거 문제 해결에 더 적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친화적인 기법이 더 적극적으로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래 과제로는 인구구조 변화, 청년 주거 문제, 지방화, AI·빅데이터 기술 활용 등이 제시됐다. 조만 서강대 교수는 “AI와 빅데이터 같은 범용기술이 가격 예측 비용을 낮추고 시장의 비효율을 줄일 수 있다"며 “정책도 이런 기술 환경 변화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미윤 명지대 교수는 “오피스텔, 고시원, 게스트하우스 등 통계상 '시장 밖'으로 밀려난 거주 형태를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며 “우리가 양질의 주거로 인정하지 않는 영역까지 포함해 정책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현숙 전 SH도시연구원장은 중앙집중적 정책 구조의 한계도 언급했다. 그는 “시장 안정이 이뤄져야 복지정책 효과도 살아난다"며 “장기적으로는 주택정책의 지방화가 필요하고, 지역별 주거복지 수요에 맞춰 기능과 재원을 재배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LH의 일원화된 기능 역시 지방화 과정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GH, 3기신도시 하남 교산지구 주택 조기공급...‘GH형 패스트트랙’ 추진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20일 3기 신도시의 공공주택 공급시기를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는 'GH형 패스트트랙(Fast Track)' 모델을 국토교통부에 공식 제안하며 주택시장 안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GH는 지난 19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의 남양주 왕숙신도시 현장 방문 당시 'GH형 패스트트랙'의 성과를 소개하고 이를 3기신도시 주요 지구로 확대적용할 것을 건의했다. GH에 따르면 'GH형 패스트트랙'은 신도시 내 하수처리장·배수지 등 필수 기반시설이 완공되기 전이라도 해당 지자체의 기존 상·하수도 인프라를 임시로 연결해 주택공급 일정을 앞당기는 지자체-시행자 간 협업 모델이다. GH는 신도시 개발 과정을 단계별로 분석해 주택 조기공급 방안을 마련했다. 3기신도시 하남 교산지구에 이 모델을 시범 적용하기로 하고 하남시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하수임시사용승인을 마쳤으며 GH는 하남 교산지구 주택 공급시기를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8개월까지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용진 GH 사장은 “3기신도시의 주택 조기공급은 수도권 부동산 안정에 반드시 필요하다"며 “GH형 패스트트랙의 3기신도시 확대를 통해서 주택공급시기를 앞당겨 나갈 것이라며 국토교통부, 관계 지자체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GH 여자 레슬링팀이 같은날 올해 국내 첫 대회인 '제44회 회장기 전국레슬링대회'에서 개인전 금메달 및 동메달 하나를 수확했다고 전했다.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강원도 철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국대회 레슬링 여자일반부 자유형 경기에서 50kg 김진희, 57kg 조은소 선수가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50kg 김진희 선수는 1라운드 10대0, 2라운드 6대0으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올라간 결승에서 서울중구청 이정현 선수를 10대0 테크니컬 폴승으로 이기고 2025년에 이어 이 대회 2연패를 차지했다. 김용진 GH 사장은 “창단 3년차 GH 여자 레슬링 선수들의 값진 승리가 자랑스럽다"면서 “앞으로도 GH는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호 기자 sih31@ekn.kr

[단독] “고발로 멈춘 4구역, 5구역은 굴착”…세운지구 개발 기준 ‘충돌’

서울 종묘 인근 세운지구 재개발 현장에서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정반대 공정'이 확인됐다. 세운4구역은 고발 이후 중장비가 철수되고 사업 인가 절차도 중단 요구가 내려진 반면, 세운 5-1·3구역은 발굴과 토공 작업이 병행되며 공정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세운지구 안에서 한쪽은 '위법', 다른 한쪽은 '정상 진행'이라는 상반된 상황이 공존하는 것이다. 19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세운4구역은 국가유산청의 고발 이후 사실상 공정이 중단된 상태다. 현장은 넓게 비어 있는 부지에는 중장비나 차량의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려웠고, 잡초가 듬성듬성 올라온 황량한 공터만이 펼쳐져 있었다. 공사 현장에서 흔히 보이는 굴착기나 트럭, 작업 인력의 움직임은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 국가유산청이 지난 16일 발굴조사가 행정적으로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추가 이뤄졌다며 매장유산법 위반 혐의로 SH를 고발한 이후, 장비가 철수되며 공정이 사실상 중단된 모습이 현장에서 확인됐다. 반면 바로 인접한 세운 5-1·3구역에서는 굴착기 가동과 잔토 정리, 지반 정비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현장에서는 발굴조사 안내문이 설치된 상태에서 토공 작업이 병행되고 있었고, 일부 구간은 부지 평탄화와 흙막이 준비까지 상당 부분 진척된 상태였다. 다만 타워크레인이나 골조 공사는 확인되지 않아 본공사 직전 단계로 평가된다. 중구청은 “현재 착공 신고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본공사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문화재 발굴 과정 이후 이뤄지는 작업으로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은 단순한 공정 차이가 아니라 규제 적용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다. 세운4구역은 종묘 인접 지역으로 문화재 보호 기준이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적용되는 구역인 반면, 세운 5-1·3구역은 발굴 결과와 입지 조건에 따라 개발이 가능한 상태로 전환된 구역이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세운 5-3구역은 이미 발굴조사가 행정적으로 완료된 구역이다. 해당 구역은 지난해 9월 발굴 허가와 12월 변경 허가를 거쳐 조사가 진행됐고, 올해 2월 완료 신고 이후 학술 자문을 거쳐 지난 4일 최종 완료 조치가 내려졌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출토된 유구는 기록으로 보존하고, 유물은 국가 귀속 절차를 거친 뒤 사업 시행이 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이 일대는 전반적으로 유적이 나오는 지역이지만, 세운 5-3구역의 경우 세운4구역과 유사한 유구가 확인됐음에도 보존 상태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아 기록 보존 후 발굴 완료 조치가 내려졌다"며 “출토된 유구는 기록으로 남기고 유물은 국가 귀속 절차를 거치며, 기본적으로 조사가 완료된 만큼 사업 시행에는 무리가 없는 구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운지구는 하나로 이어진 지역이지만 발굴 허가와 행정 절차는 구역별로 구분돼 있다"며 “임의로 나눈 것이 아니라 행정적으로 관리되는 구역 단위"라고 설명했다. 결국 하나의 재정비촉진지구 안에서도 발굴 결과와 행정 절차 진행 수준에 따라 규제 강도와 적용 방식이 달라지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논란의 핵심은 '공사를 했느냐'가 아니라 발굴이 끝났다고 판단하는 기준에 있다. 국가유산청은 세운4구역을 행정적으로 완료되지 않은 '발굴조사 중 유존지역'으로 보고, 보존조치 심의와 완료 신고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11개 지점, 최대 약 38m 깊이의 시추가 이뤄졌다는 이유로 매장유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고발했다. 또한 복토 이후 행위 역시 별도 허가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세운4구역은 현장 조사와 별개로 보존조치 대상 유구에 대한 심의와 완료 신고 절차가 남아 있어 법적으로는 아직 발굴조사가 종료되지 않은 상태라는 게 국가유산청의 판단이다. 특히 이문(里門)과 배수로 등 일부 유구에 대해 보존조치가 요구됐지만, 이에 대한 이행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발굴조사는 현장 작업이 끝났다고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완료 신고와 행정기관의 확인을 거쳐야 종료된다"고 강조했다. 복토 승인 범위를 둘러싼 해석도 쟁점이다. 국가유산청은 복토 승인은 안전 조치를 위한 것이며, 이후 시추 등 추가적인 현상 변경 행위까지 허용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세운4구역에서 이뤄진 시추를 별도 허가 없는 현상 변경 행위로 보고 있다. 반면 SH는 사실관계 자체를 다르게 보고 있다. SH에 따르면 세운4구역은 2022년 5월 발굴 허가를 받아 2024년 7월까지 현장 조사를 완료했고, 같은 해 8월 복토 승인 후 11월 복토까지 마친 상태다. 발굴 과정에서 확인된 이문, 건물지, 석축 배수로 등 유구는 모두 이전 보존 조치돼 현재 공주·가평·양주 소재 시설에 보관 중이라는 설명이다. SH 관계자 이를 근거로 “현장에는 더 이상 매장유산이 남아 있지 않다"며 국가유산청의 '유존지역' 판단에 반박하고 있다. 또한 문제 된 11개 지점 시추에 대해서도 “건축 설계를 위한 지반조사로, 공사가 아닌 설계 단계 행위"라고 규정했다. SH는 이번 시추가 사업시행계획 변경 인가를 위한 구조설계 자료 확보 목적이며, 직경 약 80mm 규모의 소규모 시추 11공을 최대 약 38m 깊이로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시추는 현지 보존 유구와 약 33m 이상 이격된 위치에서 진행됐고, 지하수법에 따른 신고 절차도 완료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SH 관계자는 “이미 정밀 발굴조사 완료와 복토 승인 이후 진행된 조사 행위인 만큼 매장유산법 위반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이번 작업은 본공사가 아닌 설계 단계 조사이며, 본공사는 매장문화재 심의와 행정적 완료 조치 이후 착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양측은 같은 행위를 두고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행정 절차 완료 여부를 기준으로 발굴 종료를 판단하는 반면, SH는 현장 조사 완료와 유구 이전 여부를 기준으로 보고 있다. 시추 행위를 두고도 국가유산청은 '현상 변경', SH는 '설계 조사'로 해석하면서 법적 판단 기준 자체가 엇갈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국가유산청의 SH 고발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3자 논의 제안에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협의 참여 의사를 밝혔다. 세계유산 보존과 도심 정비사업의 균형 있는 해법 마련을 기대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세운4구역의 조속한 정상화와 사업 추진 의지를 재확인하며 관계기관과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도시계획 전문가와 정비업계 관계자는 “동일 사업권 내에서 규제 기준이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으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사업자 입장에서는 어떤 기준을 따라야 하는지 불명확해지고, 행정기관 간 해석 차이가 반복되면 결과적으로 정책 신뢰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세운지구처럼 대규모 도심 재개발 사업에서는 문화유산 보존과 개발 규제가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만큼, 기준의 일관성과 적용의 명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유사한 분쟁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행정 절차와 현장 판단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통합적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출입구 29개로 막았다”… 광화문, BTS 공연에 ‘폐쇄형 도시’ 실험

서울 광화문광장이 공연장을 넘어 하나의 '시설'로 재편되고 있다. BTS 컴백 공연을 앞두고 경복궁 월대부터 시청역까지 1.2km 구간은 단순 행사 공간이 아니라, 초단기 시공이 적용된 대형 가설 구조 프로젝트 현장으로 변모 중이다. 최대 26만 명을 수용하기 위한 이번 작업은 사실상 '도심형 임시 건설'에 가깝다. 19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공연 준비는 이달 중순부터 본격화됐으며, 수일 만에 대형 구조물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가설 구조 설치 공정이 단기간 압축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공간 점유 방식 역시 '건설 현장형'이다. 광화문광장은 현재 펜스와 바리케이드로 구획되며 사실상 가설 울타리(Temporary Fence) 기반의 통제 구역으로 전환됐다. 공간 점유 방식 역시 '건설 현장형'에 가깝다. 광화문광장은 현재 펜스와 바리케이드로 구획되며 사실상 가설 울타리(Temporary Fence) 기반의 통제 구역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행 동선은 재설계됐고, 차량 접근도 제한되면서 도심 내 임시 공사장에 준하는 수준의 접근 통제 체계가 작동하는 모습이다. 현장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구조물이다. 무대 상부를 지탱하는 타워형 트러스(Truss) 시스템은 강재 부재를 삼각 구조로 결합해 하중을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공연·이벤트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가설 철골 구조다. 구조물은 크레인 사용을 최소화한 모듈 단위 조립 방식으로 설치되며, 각 타워에는 대형 음향·조명 장비가 리깅(Rigging) 설계에 따라 매달린다. 이는 하중 분산과 안전 확보를 고려해 설계된 구조적 설치 방식이다. 중앙 무대는 프리패브(Pre-fabrication) 방식에 가까운 조립형 공법으로 구축되고 있다. 바닥 데크와 LED 월, 조명 프레임 등은 사전 제작된 부재를 현장에서 결합하는 방식으로 설치된다. 공정은 ▲자재 반입 ▲구조물 조립 ▲설비 설치 ▲시운전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단계로 진행된다. 다만 전체 공기가 수일 단위로 압축된다는 점에서 일반 건설 현장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공정 관리가 요구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는 “수천 톤의 하중을 견뎌야 하는 임시 건축물을 며칠 만에 세우는 고난도 프로젝트"라며 “광화문은 지면 아래 지하철 노선과 각종 배관이 지나가는 예민한 부지인 만큼, 일반 건설 현장보다 훨씬 정교한 구조 계산과 하중 분산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동식 발전기 용량만 해도 웬만한 중소 공장 여러 곳을 동시에 가동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단순 이벤트 전력이 아니라 수만 명의 안전과 직결된 시스템인 만큼 이중화 설계를 적용해 정전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7~18일 광화문광장 일대에서는 또 다른 장면이 포착됐다. 통제 펜스 너머로 다국적의 BTS 팬과 시민들이 몰려들어 조립 중인 구조물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일부는 펜스에 바짝 붙어 내부 공정을 지켜봤다. 아직 공연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현장은 이미 '건설 중인 공간' 자체가 관람 대상이 된 상태였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30대 시민은 “광장이 완전히 막혀 있는 걸 보니 행사라기보다 공사장 같다"며 “도심 한복판에서 이런 규모의 구조물이 단기간에 올라가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BTS 응원봉을 들고 사진을 찍던 아미(팬)는 “공사가 본격 시작된 17일부터 이곳을 찾았다"며 “펜스 안쪽이 완전히 다른 공간처럼 느껴지고, 공연 전인데도 이미 하나의 'BTS 세계'가 만들어진 느낌"이라고 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번 공연 구간을 '가상 스타디움'으로 설정하고 총 29개의 출입구만을 허용하는 폐쇄형 동선 설계를 적용했다. 이는 기존 집회나 행사처럼 열린 공간에서 인파를 분산·유도하는 방식과 달리, 공간 자체를 하나의 '시설'로 규정하고 운영하는 접근이다. 광화문에서 시청역에 이르는 약 1.2km 구간은 하나의 거대한 구조물처럼 관리되며, 관람객은 동측 17개, 서측 12개 등 지정된 통로로만 출입할 수 있다. 내부 혼잡도가 임계치에 도달할 경우 외부 유입을 즉각 차단하는 '컷오프(Cut-off)' 방식도 적용된다. 과거 촛불집회나 국가 행사에서 차벽과 도로 통제가 이뤄진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광장 전체를 폐쇄형 경기장처럼 설계해 운영하는 방식은 사실상 처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장에 투입된 한 건설·설치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 무대 설치를 넘어 구조물과 인파 관리를 동시에 고려하는 방식에 가깝다"며 “광화문광장에서 서울광장까지 약 1.2km 구간이 하나의 관리 구역으로 운영되고, 혼잡도에 따라 출입을 제한하는 체계가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형 트러스와 모듈러 구조물이 들어서면서 보행로 폭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동선 설계와 구조물 배치가 함께 이뤄지고 있다"며 “차량 통제나 지하철 무정차까지 검토되는 점을 보면 일반 건설 현장보다 더 높은 수준의 통합 관리가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껑충 뛴 보유세…다주택자 “버티기”, 은퇴자 “울며 급매”

17일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발표된 이후 강남 3구·한강 인접 자치구와 그 외 자치구들 간 자산 양극화 경향이 뚜렷하게 관찰됐다. 69%로 현실화율을 동결하고 시세만 반영한 결과임에도 강남(24.7%)·한강 인접 자치구(23.13%)가 서울 평균(18.67%)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외 자치구 상승률은 6.93%다. 19일 에너지경제신문이 주택시장 현장을 취재한 결과, 서울 강남과 한강벨트 등 보유세 부담이 높은 지역 위주로 주택 보유자들의 셈범이 바빠지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주택자들은 버틴다는 분위기지만 고령 1주택자는 세금 부담에 매물을 내놓는 모양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은 주택 가액이 높을수록 컸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9억 이상 주택의 변동률은 20% 이상이다. 가액대별로 9~12억 원(20.9%), 12~15억 원(25.38%), 15~30억 원(26.63%), 30억 원 초과(28.59%) 변동률을 보였다. 6~9억 원대는 12.7%, 6억 원 이하 공동주택은 는 한 자리수 변동률이다. 공시가격 변동률에 따라 10억 원대 이상 공동주택 단지 위주로 세 부담이 증가하는 모양새다. 특히 강남 3구·한강 인접 자치구는 주요 단지별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40~50% 증가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9차의 경우 지난해 1858만 원이었던 보유세가 올해 2919만 원이 돼 전년대비 57.1% 상승했다. 종부세 대상이 아닌 그 외 자치구는 공시가격이 5% 내외로 상승한 만큼 보유세 역시 한 자리 수 상승률을 보였다. 도봉구 방학동 대상타운 현대아파트의 재산세는 지난해 62만 원이었지만 올해 66만 원으로 5.1% 상승했다. 공시지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며 올해 종부세 대상이 된 1세대 1주택 가구는 전년대비 16만9364가구 증가했다. 그중 서울이 13만4531가구로 80%를 차지한다. 지역구별로 살펴보면 강남3구의 경우 올해 종부세 대상 주택 수는 송파구(7만5902가구, 33%↑), 강남구(9만9372가구, 18%↑), 서초구(6만9773가구, 15%↑) 순서로 증가율을 보였다. 한강 인접 자치구 중 마포구와 성동구에서 종부세 대상이 되는 1세대 1주택자가 크게 늘었다. 성동구는 올해 2만5839가구가 새롭게 종부세 대상이 됐으며 이는 전년대비 147% 상승한 결과다. 마포구는 전년대비 140% 상승해 2만1244가구가 올해 종부세 대상이 됐다. 시장에선 급등한 공시가격에 놀라는 분위기다. 성동구 행당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보유세 오르는 속도가 무섭다"며 “은퇴한 1주택자 분들이 보유세 때문에 다시 일해야겠다고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올해 성동구 서울숲 리버뷰 자이의 보유세는 475만 원으로 전년대비 54.6% 올랐다. 급매가 많지는 않지만 현금 융통이 어려운 고령 1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는 모양새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다주택자들은 실거래가 보다 높게 받기 위해 가격을 많이 낮추지는 않는 상황"이라며 “급매로 나오는 매물들은 은퇴한 1주택자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 많이 올라 매수자들도 급매가 아니면 실거래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주택자들은 버틴다는 분위기다. 2주택자라는 A씨는 “본인 한 채, 배우자 한 채는 상속까지 갈 것"이라며 “상속세 내나 양도세 내나 똑같다"고 말했다. 지금 서울 집을 팔면 다시는 그 집을 못살 것이라는 불안감이 지배적이다. 다주택자 중에서도 지방에서 임대 사업을 하는 B씨는 매도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방에는 임차인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샷시도 새로 해주고, 전부 수리를 해주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시장에선 “아직까진 버틸만 하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6월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 세제개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재명 정부의 공시가격 로드맵이 현실화되면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순차적으로 인상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90% 목표를 도입하여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상향하려 했다. 윤석열 정부에 들어 해당 로드맵을 사실상 폐기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초고가 주택의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세제 손질이 예상된다. 다만 이 대통령이 “부동산 보유세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언급했고, 홍익표 정무수석 역시 보유세는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한 만큼 시차는 있을 예정이다. 월세로 임대를 놓고있는 다주택자 C씨는 “보유세가 올라가는 만큼 월세로 보충하겠다"고 말했다. 세금이 높아지면 결국 세입자에게 전가시키는 것 아니냐하는 우려가 일부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는 보유세 상승에 고령층이 빠르게 반응할 것으로 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초고령사회에 일정한 소득이 없는 고령자들이 보유세 증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매물 출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고가 1주택자와 다주택자가 주택 규모나 금액을 줄이고 있다"며 “보유세 인상 뿐만 아니라 고가 1주택에 대한 양도세 장기보유 특별공제 축소나 전세 임대 시 간주 임대료 부과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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