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추경 7번 편성’ 안도걸 의원, “초과 세수 20조원…경제성장률 하락 방어”

[인터뷰] ‘추경 7번 편성’ 안도걸 의원, “초과 세수 20조원…경제성장률 하락 방어”

두바이유가 기준 배럴당 100달러를 뚫은 지난 10일, 여의도에서 가장 바쁜 의원 중 한 명이 움직였다. 기재부 차관 출신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동남갑)이다. 코로나 1기 때 예산실장·차관으로 7번의 추경을 직접 설계한 그는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터지자마자 당내 중동사태 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는 “추경 예산 편성만 7번 해봤다. 역사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저보다 추경을 많이 편성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대통령 발언과 법안 발의 사이, 그 간격이 유독 짧은 의원으로 유명하다...

[기자의 눈] 잇따른 플랫폼 금융 전산사고…편리함 뒤 드러난 불안

플랫폼 기반 핀테크 기업과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전산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네이버페이의 결제 장애에 이어 토스뱅크에서 엔화 환율이 절반 수준에서 거래되는 오류가 발생했으며, 카카오뱅크 역시 모바일 앱 접속 장애를 겪었다. 앞서 지난 2월 빗썸에서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가 발생한 후 불과 얼마되지 않아 전산 사고가 잇따르며, 국내 주요 플랫폼 기반 금융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들 기업은 그동안 뛰어난 정보기술(IT) 기술력을 바탕으로 '플랫폼'이란 영토 위에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오프라인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며 변화를 주도해 왔다. 간편결제, 송금, 환전 등 다양한 기능이 온라인에서 손쉽게 가능해지며 금융의 진입장벽도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최근의 연이은 사고는 이런 '비대면'의 특수성이 지닌 취약점을 드러냈다. 전통적인 은행에서 디지털 장애가 발생하면 영업점을 이용해 일정 부분 대응이 가능하지만, 플랫폼 기업은 시스템이 복귀되기 전까지 이용자가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한 곳에 오류가 생기면 유기적으로 연결된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어려워져 이용자의 불편도 커진다. 이번 사고를 통해 플랫폼 기업의 시스템 장애는 불확실성이 더욱 크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 같은 상황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관련한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 논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인의 발행 주체를 두고 은행과 비은행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은행 주도 발행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은행에서도 디지털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 기간 축적된 금융 안정성과 리스크 관리에 대한 믿음이 부각되며 은행이 유리한 자리를 점하게 된 것이다. 핀테크 기업과 인터넷은행은 그동안 혁신을 앞세워 은행권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메기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혁신은 신뢰 위에서만 가능하다. 서비스가 아무리 편리하더라도 안정성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는 어렵다. 플랫폼 금융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끊김 없고 정확한 서비스를 위한 안정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이슈&인사이트] 트럼프, BTS, 그리고 K방산

말은 마음의 거울이자, 그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주는 창이다. 공적인 위치에 있는 이들의 언어는 개인 차원을 넘어 그 조직과 국가의 격조를 결정짓는다. 최근 전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새로울 게 없긴 하여도, 그 일관성에 재삼 놀라고 또 '경탄'하게 된다. CNN의 에런 블레이크 기자가 지적했듯, 트럼프 대통령의 언어가 금도를 넘은 지 오래다. 그는 로버트 뮬러 전 FBI 국장의 사망 소식에 “죽어서 기쁘다"고 환호하는가 하면,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등 고인이 된 정적들을 향해 저급하고 몰지각한 비난을 쏟아냈다. 블레이크 기자는 “수년간 이어온 저급한 발언들의 정점"이며 “이제는 단순히 막말하는 수준을 넘어 죽음을 노골적으로 축하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더 큰 비극은 트럼프의 천박한 언어가 실제 행동과 일치를 이룬다는 점이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권력자의 언어가 타인의 삶을 파괴하는 행동으로 이어진 사악한 언행일치의 심각한 사례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1865년 3월 4일, 남북전쟁 막바지에 행한 제2차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누구에게도 악의를 품지 말고, 모든 이를 향한 자애로운 마음으로(With malice toward none; with charity for all)"이란 유명한 말을 남겼다. 트럼프는 모두에게 악의를, 자신에게만 자애로운 언어를 구사하는 듯하다.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얽힌 방산 수출 현장은 다른 의미에서 언어의 품격이 시험대에 오르는 곳이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원유 공급 협상 과정을 설명하며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원유 수급과 방산을 계속 연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성과를 과시하기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은 바람직한 태도다. 중동의 비극적인 전쟁 상황 속에서 우리 무기의 경이적인 요격률과 방산 대박을 찬양하는 보도가 자칫 초상집 옆에서 잔치를 벌이는 형국이 될 수 있다는 한겨레신문의 관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한겨레가 사실 확인의 어려움과 인도주의 관점을 들어 보도를 절제한 것은 언론의 기능과 품격이 만나는 지점을 보여준다. 확인되지 않은 승전보를 옮기기보다, 왜 우리가 이 시점에서 침묵하거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더 나은 보도가 될 수 있다. 보도하지 않은 이유를 보도하는 제3의 길이 언론에게 적절한 타협안이 된다. 대중문화 예술인으로서 BTS가 21일 공연에서 보여준 태도 또한 긍정적이다. 그들은 화려한 조명 아래서 그들의 아미뿐 아니라, 슈가와 지민 등이 직접 언급했듯 공연의 안전을 위해 헌신한 경찰과 서울시 관계자들에게 거듭 사의를 표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한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감사의 언어는 공동체에 대한 존중이자 품격의 발로다. 만일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더 바랄 것이 없어진다. 트럼프가 천박한 말과 사악한 행동의 일치를 보여주었다면, 반대로 품격 있는 언어에도 상응하는 행동이 따라붙는다면 더 아름다운 모습이 되지 않을까. 따뜻한 감사의 말을 넘어, 광화문이라는 공공의 장을 활용한 BTS가 공공의 가치를 위해 뭔가 실제적인 행동까지 보인다면 무대의 상업적 품격이 무대 밖에서 인격적이고 실천적인 품격으로 완성된다. 품격 있는 언어는 단순히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타인의 슬픔에 공감할 줄 알고, 자신의 성과 앞에서 겸손하며, 보이지 않는 곳의 헌신을 기억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사회의 지도층이 내뱉는 말은 신중해야 한다. 그만큼 의무가 따르지 않지만 스타들의 말에도 품격이 서리면 좋다. 내뱉는 말의 격이 곧 삶의 격이 되고, 그 격조가 다시 행동으로 순환하는 사람을 뉴스에서 더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bienns@ekn.co.kr

[EE칼럼] 재생에너지는 산업 연료이고 안보 자산이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반감을 자주 드러냈다. 법원의 저지를 받기는 했지만, 수억 달러에 달하는 해상풍력 발전 사업을 무산시키려 했고, 육상풍력 발전 사업도 막으려 했다. 다른 국가들에게 화석연료로 회귀하도록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영국을 향해서는 “나라 곳곳에 풍력발전기가 설치되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태양광 패널에 대해서도 경관을 해치는 흉물, 매우 비효율적인 것이라고 비난했고, 세기의 사기극이라고까지 불렀다. 그는 화석연료를 우선시 하며 태양광 프로젝트 수백 건의 최종 승인을 막았다. 그러나 최근 기류가 변하고 있다. 미국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인해 큰 폭의 전력수요 증가를 겪고 있다. 기술 기업들은 전력 부족으로 인해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여기서 재생에너지의 실용적 가치가 부각되었다. 화석연료나 원자력 발전소는 건설에 긴 시간이 소요되지만, 태양광과 풍력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내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효율적인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구글은 미시간주 남동부에 계획된 1GW 규모의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20년간 2.7GW 규모의 태양광,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두 번째 계기는 지정학적 위기와 에너지 안보이다. 미국의 이란 공격이 이를 부각시켰다. 에너지를 외부의 장거리 운송이나 분쟁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것은 국가 안보에 치명적일 수 있다. 반면 태양과 바람은 특정 국가가 독점할 수 없으며, 운송로 봉쇄 위험에서도 자유롭다. 이번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급등이 글로벌 시장을 흔들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많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그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기반인 MAGA 진영도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 보좌관인 스티븐 밀러의 아내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추종자인 케이티 밀러는 최근 “태양에너지는 미래의 에너지이다. 우리는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태양광 발전을 빠르게 확대해야 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토니 파브리치오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 등 트럼프의 주요 측근들도 전력수요 급증과 에너지 가격 부담이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름에 따라 태양광발전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어조조차 바뀌었다. 그는 미국의 에너지 비용 인하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태양광 발전이 해결책의 원동력이 될 수 있고 또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변화의 징후는 그동안 중지시켰던 여러 대규모 프로젝트의 허가 절차를 재개한데서 나타났다. 태양광발전을 전력망에 기생하는 존재라고 비판했던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역시 어조를 바꿨다. 그는 태양광 발전이 전력망에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하는 상업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책 기조의 변화는 통계로 증명된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2026년 미국은 역대 최대 규모인 약 86GW의 발전 설비를 새로 추가할 계획이다. 이는 2025년의 53GW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주목할 점은 그 구성이다. 신규 설비의 절반 이상(43.4GW)이 태양광이며, 배터리 저장장치(24.3GW), 풍력(11.8GW)이 그 뒤를 잇는다. 천연가스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약 6.3GW이다. 재생에너지가 미 전력망 확충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탄소중립의 수단이라는 명분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전력수요가 폭증하는 시대에 재생에너지는 선택이 아닌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재로 재정의되고 있다. AI 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산업 연료이자, 지정학적 리스크로부터 국가를 지키는 안보 자산인 것이다.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속도와 자립에 있다. 우리처럼 화석연료 매장량이 부족한 국가들에게 있어 태양광과 풍력이 이를 적극적으로 담당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조차 실용적인 해답을 찾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이미 수립된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할 때, 비로소 AI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에너지 자립이라는 국가적 숙제 해결을 위해 한발짝 더 나아갈 수 있다. ekn@ekn.co.kr

[데스크 칼럼] 석유 최고가격제는 독배(毒杯)다

정부가 중동 전쟁으로 급등한 기름값을 잡기 위해 지난 13일 도입한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 열흘을 맞았다. 효과는 확실해 보인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시행 전날일 12일 리터당 1899원에서 22일 현재에는 1820원으로 내렸고, 같은 기간 경유 판매가격은 1919원에서 1817원으로 휘발유보다 더 내렸다. 유권자들은 “역시 일 잘하는 이재명 정부"라며 내려간 기름값에 환호한다. 환호는 지지율로 이어진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3월 3주차 주간 집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62.2%로 3주 연속 상승했다. 그러나 시장 가격을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최고가격제는 심각한 시장 부작용을 불러 올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소비 절약 유인을 소멸시킨다는 점이다. 가격은 시장에서 수급을 조절하는 가장 강력한 신호등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가격 상승을 통해 자연스럽게 소비 감소를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가격을 누르면 소비자는 위기 상황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이전과 다름없는 소비 행태를 유지한다. 이는 실제 데이터로 확인된다. 한국도로공사 자료에 따르면 토요일 기준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부터 신갈JC까지 통행량을 보면 전쟁 전인 2월 21일 9만1242대에서 3월 7일 9만2066대, 14일 9만5669대, 21일 9만8679대로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통행량이 더 늘었다. 정유사의 손실 보전금액도 눈 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석유사업법의 최고가격제 조항에는 “정부가 사업자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최고액정산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크게 오른 국제가격 대비 국내 시장에는 제한된 가격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그만큼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싱가포르 거래기준 휘발유(옥탄가 92RON) 가격은 배럴당 12일 130달러에서 20일 151달러로, 같은 기간 경유(황함량 0.001%) 가격은 195달러에서 223달러로 크게 올랐다. 여기에 함께 고려해야 하는 원달러 환율도 같은 기간 1467원에서 1499원으로 올랐다. 손실액을 리터당 100원으로 가정하고, 소비량을 지난해 3월 기준으로 계산하면 대략적인 정유사의 한달간 손실액은 휘발유 1328억원(소비량 13억2752만리터), 경유는 2086억원(20억8579만리터)으로, 총 3414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대략적인 추정치이지만, 그만큼 정부의 손실 보전액이 상당할 것임을 가늠할 수 있다. 가짜석유 유통도 우려된다. 기본적으로 가짜석유 원료인 용제나 등유는 원가가 휘발유와 경유보다 비싸다. 그럼에도 가짜석유에 동원되는 이유는 유류세만큼 이득을 편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류세는 리터당 보통휘발유 694원, 경유 476원이다. 유류세 인하 정책은 그만큼 편취 이득이 줄어들지만, 최고가격제는 유류세가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가짜석유 업자한테는 더 좋은 기회가 된다. 6월 지방선거가 세 달도 남지 않은 지금,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들한테 인기 있는 정책을 쓰고 싶어할 것이다. 하지만 석유 최고가격제는 석유 수급 위기, 정부 재정부담, 가짜석유 유통을 부추길 수 있는 독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중동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를 정도로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는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전체적으로 이익이 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1970년 석유사업법 제정때 만들어졌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는 점도 곱씹어 봐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 조사는 이달 16일부터 20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응답률 5.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p다. 정당 지지도 조사는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했다. 응답률 5.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두 조사 모두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기자의 눈] 금융당국, 목적 없는 지배구조 개선...아집버려라

금융당국이 작년 말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가 시간이 갈수록 명분도, 목적도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이달 12일 최고경영자(CEO) 경영승계절차의 공정성·투명성 제고, 이사회 독립성 및 다양성 강화 등을 뼈대로 한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하겠다고 공지했다가, 4시간여만에 돌연 취소한 것을 두고 숱한 뒷말이 나온다. 당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바젤은행감독위원회 최고위급 회의와 유럽 금융감독당국 최고위급 면담을 위해 스위스, 독일 출장 중이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그간 금융지주 지배구조에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이 원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금융위가 이를 기습 발표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번 건은 금융위와 금감원 간에 불화설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됐다. 또한 금융위가 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배구조 개선에 얼마나 마음이 급한지를 보여주는 방증으로 평가된다. 이미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를 향해 칼을 빼들기 전부터 지배구조 개선의 명분과 타당성이 없다는 이야기가 숱하게 나왔다. 금감원은 올해 1월 8대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관련 특별점검을 실시했는데, 해당 검사에서 어떠한 문제점을 발견했는지는 베일에 싸여있다. 이찬진 원장이 지난달 시중은행장과 만난 자리에서 “은행권이 먼저 지배구조 혁신에 과감히 나서달라"고 당부한 것도 실체가 모호하다. 은행권이 어떤 이유로, 어떤 방법으로 지배구조를 혁신해야 하는지 세부적인 메시지는 쏙 빠져있다. 이 원장의 발언은 지금까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금융당국의 의중을 금융사가 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센스있게 이행하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대상이 불분명한 금융당국의 칼날은, 금융시장 혼란으로 귀결된다. KB금융지주,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만 해도, 금융시장 환경 변화와 시대에 맞춰 지배구조도 끊임없이 발전돼야 한다는 기본원칙은 공감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금 금융지주사에 보여줘야 할 건 으름장이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타당성이다. '지배구조 개선'의 목적이, 정부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꽂는 식의 불순한 의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EE칼럼] 다시 생각해 보는 자연독점사업자의 의무

자연독점산업을 경쟁에 맡기게 되면 여러 사업자가 나누어서 생산하게 되어 평균생산비가 올라가고 이에 따라 가격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는 자연독점 사업의 경우 독점사업자를 지정하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독점사업자로 지정되고 나면 독점의 횡포를 부릴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즉, 가격을 높게 받고 품질에는 신경을 쓰지 않으며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수준도 떨어질 수 있다. 게다가 공급하기 어려운 곳에 있는 소비자에게는 여러 핑계를 대며 공급을 거절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정부는 자연독점사업의 경우 가격 규제와 보편적 공급의무를 부과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자연독점 규제는 진입 규제, 가격 규제, 보편적 공급의무의 세 가지 규제가 하나의 묶음으로 규정되게 마련이다. 에너지 분야에 있어서 이와 같은 자연독점 규제가 가장 강하게 나타나 있는 법은 전기사업법, 도시가스사업법 그리고 집단에너지사업법이다. 일반적으로 독점사업자 외에는 진입을 금지하는 진입 규제 규정은 사업에 대한 허가제(전기사업법 제7조, 도시가스사업법 제3조, 집단에너지사업법 제9조)를 통하여 나타나 있다. 가격 규제는 전기사업법에서는 전기의 공급약관(제16조)으로, 도시가스사업법과 집단에너지사업법에서는 공급규정(각각 제20조 및 제17조)으로 규정된다. 보편적 공급은 공급의무라는 표현(전기사업법 제14조, 도시가스사업법 제19조, 집단에너지사업법 제16조)으로 규정되어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막강한 자연독점 사업자는 바로 한전이다. 발전자회사 6개를 통하여 발전설비 60% 가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송배전과 판매에 있어서는 사실상의 순수 독점사업자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엄청난 진입 규제로 보호받고 있는 한전에 대하여 정부는 제대로 가격 규제와 공급의무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지는 자성해 봐야 한다. 가격 규제 측면에서는 지금까지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규제를 했다고 판단된다. 이 때문에 한전은 제대로 그 원가를 보상받지 못했다. 그 결과가 200조 원이 넘는 한전 부채다. 그러나 2022년의 러-우 전쟁 발발 이후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을 뒤늦게 반영하기 위해 정부가 2024년 하반기에 올린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 특히 2천7백만이 넘는 주택용 수용가 대신 전체 수용가의 1.7% 수준의 산업용 수용가를 대상으로 급하게 올린 산업용 요금은 지나치게 정치적인 결정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공급의무 측면에서도 정부의 규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 가장 심각한 결과는 만성적인 송전망 공사의 지연이다. 물론 지역주민과 지자체의 반대가 심각했다는 이유를 들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정부는 독점사업자가 제대로 의무를 이행하도록 규제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진입 규제는 한전이란 독점사업자가 누릴 수 있는 특혜이다. 그렇지만 이런 특혜는 그냥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엄격한 가격 규제와 공급의무가 특혜를 누리는 사업자가 감당해야 할 몫인 것이다. 전력이 모자랐던 2010-2013년 기간 동안 정부와 한전은 민간사업자들에게 석탄발전소를 빨리 지어달라고 5, 6차 전기본을 통해 부탁하다시피 하였다. 그리고 2019년까지는 동해안에서 백두대간을 넘어오는 송전망을 준공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이 송전망 공사는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가동률 저하로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는 민간사업자들을 위해 전기사업법을 개정하여 송전제약 지역에 대해 PPA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지만 아직 정부는 관련 고시조차 제정하지 않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가 심사 중인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에 있어서도 가장 핵심 쟁점은 전력 직접거래와 PPA 허용 여부인데 담당부처는 한전의 독점사업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에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전이 자신에게 주어진 공급의무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할 때는 진입 규제를 완화하고 경쟁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ekn@ekn.kr

[기자의 눈] 에너지 위기 극복, 국민 협조도 필요하다

선박이 통과하는 좌우 폭의 실제 길이가 3㎞에 불과한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사태'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공급망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초기인 이달 초까지만 해도 2주 정도면 끝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이란의 거센 반격에 따른 전쟁 장기화 흐름과 맞물려 호르무즈 해협 봉쇄사태도 길어지면서 원유를 비롯한 주요 국제 원자재의 수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중동발 원유 운반선이 다음주까지만 들어오는 상황에 급기야 우리 정부와 정유사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가 나서 아랍에미리트(UAE)산 원유 2400만톤을 긴급 확보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석유화학(석화)업계도 나프타 수급 차질에 '공급 불가항력(Force Majeure)' 가능성을 고객사에 알리고 있으며, 정부는 나프타를 경제안보 품목으로 지정했다. 석화사들이 생산하는 플라스틱은 산업용 소재로 안 쓰이는 데가 없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생산원가를 자극할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생각지 못한 데서도 중동발 불씨가 튀고 있다. 반도체는 생산 과정에 쓰이는 헬륨의 절반 가까이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조선사들은 선박 용접을 위해 에틸렌을 가져다 쓰고 있어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가뜩이나 1400원대 후반에 고착화된 고환율에 원유수급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물가에 상승 압력까지 가중됐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1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원유 수급 차질의 직격타를 받는 석유제품의 생산비가 6.30%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화학제품과 고무·플라스틱 제품의 생산비용 증가폭은 각각 1.59%, 0.46%다.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원유 수급 등 현안을 한국 혼자서 해결하기 어렵고,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 수호를 위한 군사지원을 요구하는 '다국적 해법'도 현재까지 호응이 적다는 점이다. 그만큼 원유 수급 위기가 지속될 수밖에 없고 경제와 기업에 피해를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국가들이 액화천연가스(LNG) 수급 걱정을 했던 때처럼 한국도 '혹독한 쇼크'를 맞이할 지도 모른다. 주유소 휘발유·경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넘어 비축유 방출, 대체원유 물량 확보, 차량 5부제 등 정부의 비상대책 못지 않게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기자의 눈] 김천시의회 청렴도 5등급…책임 없는 권력의 민낮

김천=에너지경제신문 윤성원기자 김천시의회가 국민권익위원회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최하위인 5등급을 받았다. 숫자 하나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단순한 점수표가 아니라 의회가 시민 신뢰를 얼마나 잃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장'이다. 문제는 결과보다 이후 대응이다. 누가 책임지는지,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의장은 의회 운영의 방향과 책임을 지는 자리다. 상임위원회는 행정을 견제하고 정책을 검증하는 핵심 기구다. 사무국은 이를 뒷받침하며 내부 통제와 관리 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이번 결과는 이 세 축이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의장은 리더십을 입증하지 못했고, 상임위원회는 견제 기능을 충분히 수행했는지 의문이 남으며, 사무국 역시 실질적인 통제 장치로 기능했는지 되묻게 된다. 결국 책임은 특정 개인이 아니라 '책임지지 않는 구조' 그 자체에 있다. 더 우려되는 점은 지금이다. 청렴도 최하위라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부에서 위기의식이 얼마나 공유되고 있는지조차 불분명하다. 일부에서는 정치 행보가 거론되고, 일부에서는 책임론이 흐려진 채 일상이 유지되는 모습도 감지된다. 시민 눈높이에서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지방의회는 권한을 가진 조직이다. 예산을 심의하고 정책을 결정하며 지역의 방향을 좌우한다. 그 권한의 정당성은 오직 시민 신뢰에서 나온다. 청렴도 5등급은 “지금 방식으로는 신뢰를 유지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다. 이제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구조다. 보여주기식 개선이 아니라 누가 책임지고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다. 책임 없는 권력은 반복된다. 그리고 반복된 불신은 결국 의회를 무너뜨린다. 김천시의회가 지금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다음 평가에서도 같은 결과를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윤성원 기자 won56789@ekn.kr

[이슈&인사이트] 지진조기경보의 경제사회적 가치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약 2만 2천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였고, 40만 채 이상의 가옥이 소실되거나 파손되었다. 전체 경제 피해액만도 약 2300조 원에 이른다. 이렇듯 단 한 번의 지진으로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지진으로 발생하는 강한 땅의 흔들림을 견딜 수 있도록 건물과 시설물을 튼튼하게 짓는 것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 왔다. 그러나 건물을 단순히 더 튼튼하게 짓는 것이 지진 재해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진 규모가 1 증가하면 방출되는 에너지는 약 32배 커진다. 다시 말해, 지진 규모가 0.2 증가할 때마다 에너지는 약 두 배씩 증가한다. 즉, 규모 6.2의 지진은 규모 6.0의 지진보다 두 배 많은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는 건축물을 두 배 더 강하게 만든다 하더라도, 기존 건축물이 견딜 수 있는 지진 규모보다 규모 0.2 정도 더 큰 지진에 대응하는 수준에 불과함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어느 정도 규모의 지진까지를 고려해야 하는지도 중요한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지진 규모가 커질수록 발생 주기는 길어진다. 수천 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지진을, 사용 기간이 100년 내외인 건축물 설계에 반영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따라서 건축물의 중요도와 사용 연한을 고려하여 내진 성능을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발생 주기가 긴 대규모 지진이 공교롭게도 오늘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내진 설계만으로는 지진 재해를 완벽하게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딜레마를 보완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지진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그 대표적인 기술이 바로 지진조기경보이다. 지진조기경보는 지진 발생 초기, 지진계에 기록된 지진파형을 바탕으로 수 초 이내에 지진의 위치와 규모를 추정하고, 지역별 예상 피해 정보를 신속하게 전파하는 시스템이다. 지진계의 고른 분포와 충분한 밀도는 신속한 지진 탐지와 정확한 정보 산출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지진파가 도달하기 전, 수 초에서 수십 초의 귀중한 대응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경보를 받은 시민들은 강한 흔들림이 도달하기 전에 자신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후 진동이 약해지면 안전한 장소로 대피할 수 있다. 이러한 대응 과정은 이어지는 큰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16년 경주지진 예에서 보듯이, 규모 5.1의 지진이 먼저 발생하고, 약 48분 뒤 더 큰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하였다. 이처럼 하나의 지진이 더 큰 지진의 전조 역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진조기경보를 통한 신속한 대응과 대피는 후속 지진 피해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지진조기경보는 경제·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강한 지진동이 도달하기 전에 엘리베이터를 정지시키거나, 철도·공장·전력 시설 등 주요 산업 시스템의 가동을 사전에 중단함으로써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특히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일본은 지진조기경보를 활용하여 고속열차를 감속하거나 정지시켜, 열차 탈선과 같은 대형 사고를 예방하고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줄인 바 있다. 이처럼 몇 초의 시간 차이는 대형 시설이나 인구 밀집 지역에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러한 피해 감소는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 감소뿐 아니라, 의료비 절감, 생산성 손실 감소 등 사회적 비용 절감으로도 이어진다. 특히 현대 산업 구조의 특성상 이러한 영향은 한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 결국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은 단순한 재난 알림 기술을 넘어, 지진 위험을 관리하고 경제적 손실을 줄이며 사회적 회복력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상청 주관으로 2017년부터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관측 기술과 데이터 처리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지진조기경보의 정확성과 활용 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피할 수 없는 지진이라도 우리의 대응에 따라 피해의 크기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EE칼럼] 다시,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충남 공주시에서 관광버스 22대가 올라왔다. 예산, 금산, 홍성, 당진 주민들도 뒤를 따랐다. 전북, 경기, 광주에서도 사람들이 모였다. 전국 100여 개 단체 5,000명이 광장을 채웠고, 무대 위에서는 삭발식이 거행되었다. 마이크 없이도 한 말이 퍼졌다. “밀양이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 이들이 반대한 것은 반도체가 아니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전북 14개, 충남 15개 시군구를 관통하는 345kV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이 추진 중이다. 전북에서만 627km 노선이다. 완전 가동 시 필요한 전력은 최대 15GW, 원전 10기에 맞먹는 규모다. 경제적 이익은 수도권과 대기업에 귀속되고, 송전탑은 농촌 논밭 위에 세워진다. “에너지 식민지"라는 말은 감정적 수사가 아니라 구조의 정확한 묘사다. 같은 날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SNS에 정반대 방향의 글을 올렸다. “국가 전략산업이 불확실성 속에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이 직접 추진 의지를 천명해 달라." 두 메시지는 모두 대통령을 향했지만, 요구의 방향은 정확히 달랐다. 갈등의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다. 한편 SK하이닉스는 바로 그 시점에 21조 6,000억 원 추가 투자를 공시했다. 이미 투자된 돈이 많다는 사실은 재검토를 더 어렵게 만들고, 주민들을 더 조급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갈등을 찬반의 문제로 보면 해법이 없다.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 순서가 틀렸다. 산단 입지 확정, 전력 수요 산출, 송전 경로 결정,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이 순서가 모두 끝난 뒤에야 주민 설명회가 열렸다. 공주시 주민이 “입지선정위원회는 이미 결정된 노선을 정하는 요식 행위"라고 말한 것은 정확하다. 밀양도 그랬다. 2005년 계획 이후 10년간 이어진 갈등, 수천억 원의 추가 공사비, 노인들의 분신 그 모든 것의 뿌리는 기술의 실패가 아니라 절차적 배제였다. 지금 충남과 전북에서 그 경로가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송전망 국민펀드는 이 맥락에서 주목할 만한 시도다. 한전 적자와 전력망 투자 재원 부족을 보완하면서, 주민을 보상 수령자가 아닌 투자자로 전환하겠다는 발상 자체는 옳다. 그러나 순서가 잘못되면 또 다른 실패가 된다. 사업에 대한 이해와 학습 없이 제공되는 금전은 결국 “돈으로 무마하려 한다"는 불신만 키운다. 광화문 집회의 진짜 요구는 사업 철회가 아니었다. “우리를 처음부터 참여시켜 달라." 이것이 핵심이다. 그러므로 순서는 이래야 한다. 먼저 실질적 권한을 가진 사회적 대화 기구를 구성한다. 경과 지자체 대표, 주민 대표, 한전, 기후에너지환경부, 갈등 전문가가 함께 노선 대안과 분산에너지 도입 규모를 논의하되, 실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야 한다. 이미 결정된 것을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함께 설계하는 자리여야 한다. 그 과정이 선행될 때 비로소 주민들은 사업을 강요된 인프라가 아닌 함께 만든 인프라로 인식한다. 그 다음, 국민펀드를 지역 우선 구조로 설계한다. 경과 지역 주민에게 우선 투자권을 부여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에 연동된 20~30년 연금형 이자소득을 지급한다. 단기 보상금이 아니라 장기 투자 구조다. 기초 지자체에서 광역, 전국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맞다. 주민이 학습하고, 스스로 투자 여부를 판단하고, 이해당사자가 되는 과정이 선행될 때 비로소 펀드는 “돈 봉투"가 아닌 신뢰의 매개가 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정확한 숫자를 제공해야 한다. 대통령께서 “생산된 전기를 외지로 보내는 것은 원시적 방법"이라 했다면, 분산에너지로 장거리 송전 의존도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을 공개해야 한다. 용인 산단 인근의 지붕 태양광과 수요반응(DR)·ESS를 조합하면 345kV 회선 수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그 숫자가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 올라올 때 선언은 비로소 신뢰가 된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과 지역 공동체 수용성은 양자택일이 아니다. 대화 없는 보상은 실패하고, 참여 없는 소득은 신뢰를 만들지 못한다. 순서를 바로잡으면 두 가지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밀양이 남긴 교훈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광화문의 5,000명은 그 교훈을 다시 되새길 기회를 정부에 주고 있다. ek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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