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류세 인하 아닌 세제 개편”…20년 학자의 외침

[인터뷰] “유류세 인하 아닌 세제 개편”…20년 학자의 외침

정부가 중동 전쟁 여파로 급등한 기름값을 억제하기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나섰다. 정부·여당은 유류세 추가 인하,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상향 등 대응책을 잇달아 검토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빠르게 반영되면서 서민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눈에 띄는 건 이번 유가 급등에서 경유 상승 폭이 휘발유를 앞질렀다는 점이다. “원래 싸야 할 경유가 왜 이렇게 비싸졌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경제 상식'이 잘못된 것이라고 20년째 주장해온 학자가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다. 노..

[기자의 눈] 빅파마 투자 몰리는 한국, 영국을 반면교사 삼아야

모처럼 국내 바이오벤처 생태계에 활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빅파마들의 조단위 투자금이 한 달 새 집중되면서다. 이재명 대통령 주도 하에 '바이오 5대 강국' 도약을 추진하는 한국으로서는 반가울 따름이다. 이 투자금이 바이오 강국 역군이 될 우리 바이오텍을 대상으로 한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 구축에 쓰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가까이에선 유한양행-오스코텍의 '렉라자'가, 멀리선 중국이 오픈 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을 증명하고 있다. 렉라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롤 모델'로 우뚝 섰으며 중국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미국의 아성을 위협할 바이오 패권국 도약의 원동력이 됐다. 우리 바이오텍 기술력에 글로벌 빅파마들의 추진력과 노하우가 접목된다면 '바이오 강국'이라는 장밋빛 미래는 공염불로 치부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달 일라이릴리와 로슈로부터의 국내 오픈 이노베이션 투자 유치는 의미가 무척 크다. 이쯤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례가 있다. 빅파마들의 종전 투자처 중 한 곳인 영국이다. 당초 영국에 6억달러(약 90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었던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돌연 투자 철회를 결정했다. 같은 해 일라이릴리와 머크(MSD)의 투자 계획도 중단됐다. 이 같은 결정은 미국의 최혜국(MFN) 약가 압박, 온쇼어링 정책을 비롯한 통상 압력 등 다양한 대외 변수가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핵심은 영국 정부의 '똥 볼'이었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해 브랜드 의약품에 대한 약가 환급률을 15.5%에서 23.5~35.6%로 대폭 상향키로 결정해 현지 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영국은 의약품 매출이 특정 수준에 도달하면 제약사가 수익의 일부를 환급해야 한다. 예컨데 제약사가 1000만원 수익을 올렸을 때 155만원을 뱉어내던 기존 제도를 최대 356만원까지 토해내도록 고쳤으니, 모험자본이 이를 두고 볼리 만무했다는 설명이다. 결국 영국은 지난해 말 약가환급 비율을 다시 15%로 인하했으나 빅파마들은 이미 미국과 중국으로 떠난 뒤였다. 바이오제약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규정한 우리 정부는 범정부 차원의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를 꾸리고 산업 육성 로드맵을 마련 중이다. 올해 1분기 중 발표를 앞둔 이 로드맵은 업계의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영국이 차 놓은 똥 볼을 좇아서는 안 될 일이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이슈&인사이트] 다문화가정 장애아동 교육, 통합적 지원 체계 구축이 시급

우리는 급속도로 진전되는 세계화로 다양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같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결혼과 취업, 그리고 교육 등의 다양한 이유로 외국인의 국내 이주가 활발해지면서 점점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2022년 외국인 유학생 통계」에 의하면 2022년 기준 유학생 수는 166,892명으로 전년 대비 14.6% 증가하였고, 「2024 외국인 근로자 현황」에 따르면 일반 고용허가제(E-9) 외국인 근로자 수는 2024년 기준 225,307명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하였다. 그리고 「2022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다문화 혼인(17,428건)은 전년 대비 25.1%(3,502건) 증가하였다. 이에따라 다문화 가구는 39.9만 가구, 다문화 가구원 수는 115만 명으로 매해 증가하고 있다. 서로 다른 문화적 가치와 언어, 그리고 생활 방식이 공존하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다문화 가구에서 주목할 것은 점점 늘어나는 장애 아동의 수다. 다문화 가구의 등록 장애인이 있는 비율은 2021년 기준 7.3%(약 25,269명)로 2018년보다 5.8% 증가하였다. 다문화가정에서 장애아동을 양육하는 부모들은 언어적·문화적 장벽, 사회적 편견,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장애 아동을 키우는 것은 양육 부담과 스트레스가 과중하다. 즉, 이들은 아동 양육에 대해 의사소통 장애와 양육 문화에 대한 부적응 등 많은 문화적 장벽을 느끼고 있다. 특히 의사소통 장애로 인해 소극적인 양육 활동이 아동의 학습에 도움을 주지못하게 되어 아동에게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낀다. 그뿐만 아니라 본인의 능숙하지 못한 학습 지원으로 자녀의 지적 성장과 언어 발달에 장애를 주는 것, 그리고 이에 따라 학습이 뒤처지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불안해한다. 또한 그들은 자녀가 학교에서 또래와의 다툼, 외모로 인한 놀림과 같은 사회적 차별로 인해 더 위축되는 것을 본다. 다문화가정의 장애 학생은 장애 특성으로 인해 학교생활 외의 환경을 접하는 데 제한이 있고, 학교생활에서도 다문화가정의 일반 가정의 장애 학생보다 더 많은 문제를 경험한다. 「2020 교육 통계 분석 자료」에 의하면 장애가 있는 아동이 있는 가정은 교육, 의료 등에 있어 이중적 어려움과 더 심각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과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나 장애 아동 또는 장애 위험 아동을 양육하는 다문화 가정의 경우 다문화 가족 지원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에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문화장애 아동을 양육하는 가정을 위한 지원책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다문화 가정 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은 자녀의 장애로 인한 교육적 지원 요구뿐 아니라 언어적 장벽, 문화적 차이, 교육 정보 부족 등 다양한 어려움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었다. 특히 학교와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언어적 한계와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은 자녀의 교육 참여와 지원을 제한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므로 다문화 가정 장애아동의 통합교육 지원이 단순한 특수교육 지원을 넘어 문화적·사회적 맥락을 고려한 통합적 지원책이 모색되어야 한다. 둘째, 다문화 가정 장애 아동의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교와 가정, 그리고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통합적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즉 학교 차원에서는 다문화 감수성을 고려한 특수교육 지원과 부모 상담 체계를 강화할 필요하고, 지역사회와 사회복지 기관은 부모 교육 프로그램, 언어 지원 서비스, 가족 상담 등을 제공하여 부모가 자녀의 교육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 셋째, 다문화 가정 장애 아동의 교육 지원은 단순한 교육 문제를 넘어 포용적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복지 정책의 중요한 과제임이 확인되었다. 다문화 가정 장애 아동과 그 가족이 경험하는 어려움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지원 부족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크다. 따라서 향후 정책적으로는 다문화 가족 지원 정책과 장애인 복지 정책을 연계한 통합적 서비스 체계를 마련하고, 학교와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다학문적 지원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언어 지원을 포함한 부모 교육 프로그램, 학교와 연계한 학습 지원 서비스, 심리·정서 상담, 지역사회 돌봄 체계 등이 동시에 이루어질 때 실질적인 도움이 가능하다. 이러한 노력이 이루어질 때 다문화 가정 장애 아동은 교육과 사회 참여의 기회를 더욱 공평하게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EE칼럼] 신규 원전 부지는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지난 1월 21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원자력 발전이 안전하다는 응답률이 60.1%, 60.5%, 기존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신규원전계획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응답은 69.6%, 61.9%라는 두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전 정책을 뒤집으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신규원전 건설에 힘을 실어주었다. 마침내 1월 26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제11차 전기본의 신규원전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한국수력원자력은 1월 30일 신규원전 2기와 소형원전 1기의 부지 확보를 위한 유치공모에 착수하여, 희망하는 지자체는 지방의회의 동의를 받아 3월 30일까지 신청하도록 공지하였다. 과거로부터 배우지 않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고 하였다. 풍경 하나. 2003년 7월 22일 전북 부안군 수협 앞에서는 수천 명의 주민들이 모여 '핵폐기장 반대 부안군민 궐기대회'를 열었다. 단상에는 삭발을 한 여성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서 있었다. 1990년 안면도, 1994년 덕적도에 핵폐기장을 건설하려다 실패한 정부는 2003년 울진, 부안 등 7개 지역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면서 핵폐기장 부지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7월 2일 부안군의회는 유치신청을 부결시켰으나 7월 14일 부안군수가 산자부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7월 24일 산자부는 부안군 위도를 최종후보지로 발표하였다. 이에 주민들은 초중학생 등교 거부와 주민결의대회, 차량시위, 해상시위, 삼보일배 등 반대 운동을 확대해나갔다. 정부의 강행과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는 주민투표를 둘러싸고 절정에 달했다. 정부는 주민투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선관위가 선거 관리를 거부하여 투표는 민간의 주관으로 시행되었다. 2004년 2월 14일 실시된 주민투표에서 91%의 반대가 확인되었다. 새로운 부지를 물색하던 정부는 2005년에 '3000억 + α'라는 지역지원 대책을 내세워 포항, 영덕, 군산 세 곳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한 뒤 89.5%로 찬성률이 가장 높은 경주를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으로 결정했다. 풍경 2. 2014년 8월 20일 김양호 삼척시장은 원전건설 신청 철회를 위한 주민투표 동의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그해 6월 무소속으로 당선된 김시장의 공약이었다. 전임시장은 '원전건설은 국가사무로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라는 안전행정부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주민투표를 반대하다 그해 선거에서 현 시장에게 패했다. 삼척시민들은 삼척핵발전소 유치백지화 투쟁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반대 활동에 돌입했다. 원전 유치를 추진해온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2012년 10월 31일 실시되었으나 정족수 미달로 개표도 하지 못하였다. 삼척시의 주민투표 요구는 2014년 9월 1일 안행부의 '국가사무' 유권해석을 내세운 삼척시 선관위의 거부로 무산되었다. 그러나 삼척시는 2012년 10월 석탄화력발전소 유치를 추진하던 경남 남해군이 주민투표를 실시해 사업을 백지화한 사례를 들어 반박했다. 결국 민간기구들이 중심이 되어 주민투표관리위원회를 구성하여 10월 9일 주민투표에 들어갔다. 투표에는 67.9%의 유권자가 참석하여 84.9%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주민투표가 법적인 효력이 없다고 무시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원전 건설 추진은 어려워졌고, 5년 뒤인 2019년 5월 31일이 되어서야 산자부가 전원개발사업추진위원회에서 삼척시 대진원전 예정구역 지정 철회를 의결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불과 21세기 20년 동안 이런 전철을 겪고도 이번에 한수원이 공지한 후보부지 유치 공모를 보면 자치단체장이 해당 지방의회의 동의서를 첨부하여 신청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어떤 지원 대책을 내세워 주민들을 달래려 할지는 모르겠으나 원전 건설은 주민들의 생명 및 생활과 직결된 중요한 사항이므로 주민투표를 통해 의견을 묻는 것이 타당하다. 설령 신청은 현재 공지한 대로 받더라도 후보지 결정 과정에서는 주민투표를 거쳐야 현지의 갈등과 대립을 줄이고 정책 수행 과정도 원활해질 것이다. 정부가 여론조사를 내세워 원전 건설을 추진하려면 다음 질문이 들어갔어야 마땅했다. “귀하가 사는 지역에 원전을 건설한다면 찬성하시겠습니까?" 신동한

[데스크 칼럼] 과천 경마공원 이전,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1.29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불거진 경기 과천 서울경마공원 이전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달 7일 과천경마공원 이전 반대 시민궐기대회를 열었던 과천 시민들은 한 달만인 지난 7일 다시 궐기대회를 갖고 삭발식 등 더욱 격화된 정부 규탄 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26일 우여곡절 끝에 취임한 한국마사회 우희종 신임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충분한 협의와 구체적인 로드맵 수립을 강조하고 경마공원 이전에 대응하기 위한 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TF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마사회 노조는 우 회장의 미온적인 태도를 비판하며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경마업계 종사자들은 경주마 생산농가부터 기수, 마주까지 유관단체가 모두 참여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정부의 이전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 와중에 경기도 내 10여개 지자체는 경마공원을 유치하기 위해 앞다퉈 경쟁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장은 마사회장을 찾아와 경마공원 유치를 위한 '당근책'을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경마장 이전과 유치를 추진하는 정부와 지자체들이 과연 경마산업에 대한 이해를 갖고 추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일부 경기 북부권 지자체는 수십년간 안보 희생에 대한 보상으로 경마장 유치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미군 반환공여지를 활용해 경마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재 과천경마공원에는 1400두 가량의 경주마가 살고 있으며, 경주마들은 매일 새벽 야외에서 훈련을 한다. 가뜩이나 열악한 국내 경마 인프라 속에서 경기 북부지역의 겨울 추위는 경주마 훈련과 경기력 향상에 치명적이라는게 경마업계의 평가다. 재정경제부와 국토교통부가 주도한 1.29 부동산대책은 2030년 이전에 과천경마공원을 폐쇄할 것을 예정하고 있다. 이전 부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5년 내에 옮기라는 것으로, 과연 정부가 2만여 민간 종사자의 생계 터전인 과천경마공원의 이전을 골프장이나 공공기관 이전과 같은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경마업계에 따르면 경마장 이전에는 부지 공모와 선정, 예비타당성 조사와 정부승인, 기본계획 설계와 각종 인허가, 시공업체 선정과 건설 등 필요한 절차만 10년 이상 걸린다. 경마공원 이전이 경주마 경기력, 경마 고객 증감, 승마 등 말산업 전체에 미칠 파급효과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재경부나 국토부는 물론 마사회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도 이번 경마공원 이전과 관련해 실무 기관인 마사회측에 의견을 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정부와 일부 지자체가 경마산업을 1~3차산업이 결합된 하나의 산업으로 바라보기보다 단순 사행산업으로만 바라본다면 경마·승마산업의 레저화·선진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만일 과천 경마공원 폐쇄 후 신규 경마공원 개장까지 공백기간이 생긴다면 과천경마공원 의존도가 높은 국내 말산업·승마산업은 산업기반 붕괴에 직면하고, 합법 경마의 위축은 불법 경마의 성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때였던 지난 2020~2021년 실제 현실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제라도 정부는 과천경마공원 이전 계획이 경마산업에 대한 몰이해 속에서 졸속으로 이뤄진 결정임을 인정하고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기자의 눈] 홈플러스, 재기의 마지막 기회다

한때 대형마트 업계 2위라는 명성을 누렸던 홈플러스가 이도 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오는 5월까지 2개월 늘리며 한숨 돌렸지만 여전히 경영 정상화는 안갯속이다. 유동성 확보와 채권단 설득, 슈퍼마켓 사업부(SSM·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회생 절차가 1년을 넘어가면서 재도약의 희망도 꺼져가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회생은 기업에 재무 상태를 회복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장치지만, 장기화될수록 정상화 동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세금마저 밀릴 만큼 악화된 재정 상황은 본업 경쟁력 부진으로 이어졌다. 납품 대금조차 제때 지급하지 못해 협력사가 공급을 중단하면서 상품 재고가 크게 줄었다.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간신히 매대를 채워도 결국 상품 다양성이 떨어져 손님 발길이 줄어든 실정이다. 임금 체불뿐 아니라 매출 감소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 리스크 등 직원들이 체감하는 누적 피로도도 만만치 않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긴급운영자금(DIP)으로 1000억원을 출연했지만 어디까지나 유동성 압박을 잠시 모면하는 수준이다. 연체된 직원 급여 등 일부 채무는 변제하더라도 매장 운영비 등 장기적인 운영을 위해선 이보다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홈플러스가 제출한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대로라면 총 3000억원의 자금이 요구된다. 대표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과 공감대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나머지 2000억원 자금 조달도 막막한 상황이다. 중장기적인 현금창출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결국 재무 부담을 크게 낮출 방안으로 일부 적자 점포 매각과 함께, 알짜 자산인 SSM 분리 매각으로 시선이 쏠린다. 현재 홈플러스는 여러 원매자와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제 거래 성사로 연결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구조혁신 취지에서 일반노조 동의는 구했지만, 마트노조와 노사 간 갈등은 아직 봉합하지 못한 상황이다. 홈플러스 회생 여부는 현장 노동자·입점업체뿐 아니라 업계 전반에서도 주목하는 사안이다. 다행히 2개월의 골든타임은 벌었지만 길지 않은 시간이다. 여태껏 홈플러스와 MBK 모두 강력한 회생 의지를 밝힌 만큼 약속을 지켜야 할 때다. 이제는 급한 불끄기 수준을 넘어 뾰족한 묘수를 내놓아야 한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EE칼럼] 호르무즈 위기와 에너지전환의 새로운 조건

중동 정세가 긴장되면서 국제 에너지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공급망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 통로 가운데 하나로, 이 해협을 통해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 해상 원유 거래량의 약 25%가 이동한다. 또한 세계 LNG 교역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지난다. 좁은 해협 하나가 원유와 천연가스를 동시에 연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호르무즈는 세계 최대 에너지 요충지이자 대표적인 병목지점(chokepoint)으로 평가된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국제유가 상승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과거에도 국제 원유 가격은 여러 차례 급등했다. 1970년대의 석유위기는 공급 충격이 중심이었다. 산유국의 실제 공급 감소폭은 제한적이었지만 당시 국제 사회는 석유 의존도가 매우 높았고 대체 수단도 충분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는 단기간에 네 배 가까이 상승했다. 당시 위기의 핵심은 공급량 자체보다 공급 감소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었다. 반면 2008년 국제유가 급등은 다른 구조였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원유 수요가 빠르게 증가했고, 여기에 금융시장 자금이 유입되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147달러까지 상승했다. 공급 감소보다 수요 확대와 금융 요인이 가격 상승을 주도한 사례였다. 즉 1970년대의 유가 상승은 공급 중심 충격이었다면, 2008년은 수요 압력이 원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현재의 상황은 이 두 사례와 모두 다르다. 공급 차질 가능성과 함께 공급망 전체의 불확실성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원유뿐 아니라 LNG 가격에도 영향을 준다. 중동산 LNG는 아시아 시장의 핵심 공급원이며, 이 경로가 흔들리면 한국과 일본, 중국 같은 LNG 수입국의 전력 생산 비용도 직접 영향을 받는다. 동시에 선박 보험료 상승, 우회 항로 확대, 운임 증가가 발생하면 석유화학 원료와 산업용 자재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움직인다. 즉 현재의 에너지위기는 특정 연료의 가격 문제가 아니라 원유, LNG, 해상운송, 전력 생산 비용, 산업 원료 가격이 함께 연결되는 복합적 에너지 시스템 충격이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외부 충격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는다. 또한 우리 산업의 핵심인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자동차와 같은 제조업은 에너지 가격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같은 국제 연료 가격 상승이라도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는 생산비 부담이 더 크게 나타난다. 국제 연료가격 상승이 산업 경쟁력 문제로 직결된다. 그러나 현재의 위기를 단기적인 공급 충격으로만 볼 수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전환이라는 장기적 과제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다. 최근 국제 에너지 논의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 가운데 하나가 에너지복원력(energy resilience)이다. 이는 단순히 연료를 더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공급망 충격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에너지 시스템 전체가 기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World Energy Outlook」에서 에너지 안보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에너지 시스템의 복원력이 에너지정책의 핵심 조건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복원력 있는 전환(resilient transition)이라는 개념도 중요해지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장기 목표는 유지하되, 외부 충격이 반복되더라도 전환 자체가 중단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저장장치, 송전망, 전략비축, 수입선 다변화가 함께 논의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반복되는 공급 충격 자체가 에너지전환의 필요성을 더 분명하게 만든다. 수입 화석연료 의존 구조는 외부 충격이 반복될수록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 반대로 국내에서 생산 가능한 전원과 전력망 유연성은 장기적인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Reuters 등 주요 국제 언론은 이번 호르무즈 해협 위기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경제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냈으며, 에너지전환은 더욱 견고하게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수입 의존도가 높고 제조업 비중이 큰 경제에서는 공급 안정, 가격 관리, 산업 경쟁력, 탄소 감축이 동시에 고려될 수밖에 없다. 단기적 대응은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전환이라는 방향을 유지하면서 시스템의 복원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위기가 의미하는 것은 더 많은 연료를 확보하는 일에 머무르지 않고, 외부 충격 속에서도 전환의 방향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더 정교하게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것이 이번 위기가 시사하는 에너지전환의 새로운 조건이다. ekn@ekn.kr

[기자의 눈] 가상자산 거래소 공공성, 지분 규제가 답일까

가상자산 거래소를 둘러싼 '지분 규제' 논쟁이 격렬하다. 금융당국은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거래소를 단순한 민간 플랫폼이 아니라 금융시장 인프라에 가까운 공공적 성격의 기관으로 보고 지배구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문제의식 자체에는 충분히 공감할 만한 부분이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단순히 매매를 중개하는 플랫폼이 아니다. 어떤 코인을 상장할지 결정하고, 거래를 체결하며, 투자자 자산을 보관하는 역할까지 맡는다. 사실상 시장의 '문지기' 역할을 하는 셈이다. 상장 심사나 내부 통제가 부실하면 투자자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성 논의가 나오는 것도 자연스럽다. 문제는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법이 '지분 규제'여야 하느냐다. 현재 논의되는 안은 대주주 지분을 20% 안팎으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지분율을 낮춘다고 해서 거래소의 공공성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책임 있는 지배구조가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창업주나 최대 주주의 지분이 분산되면 경영책임이 희석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도 대주주 지분율을 직접 규제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이나 유럽은 대주주의 '지분 규모'보다 '적격성'을 중심으로 규제한다. 자금 출처가 투명한지, 법 위반 이력이 없는지, 내부 통제를 제대로 할 수 있는지 등을 따져 대주주를 심사하는 방이다. 공공성을 확보하면서도 시장 자율성을 지나치게 훼손하지 않기 위한 균형 장치다. 가상자산 시장은 여전히 빠르게 진화하는 산업이다.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에 공공성을 강조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규제 수단이 반드시 지분 제한일 필요는 없다. 사고 발생시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리거나 내부 통제와 자산 보관 규제를 정교하게 만드는 방법도 있다. 공공성을 확보하는 길은 하나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책임성과 혁신을 동시에 살리는 균형이다. 지분율이라는 단일한 잣대를 들이대기 전에 무엇이 진정으로 거래소의 공공성을 높이는 길인지 다시 한번 차분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신율의 정치 내시경] 주민소환제 완화, 신중해야 하는 이유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들은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다. 주민소환제란 선출직 지방 공직자를 임기 중에도 끌어 내릴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현행 법에 따르면, 선출직 지방 공직자를 소환하려면,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는 주민소환투표 청구권자 총수의 10% 이상, 시장·군수·구청장은 15% 이상, 시·도의회 의원은 20% 이상의 서명을 받아 소환투표를 실시한 뒤, 유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 총수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인식이 있으니까 국회의원들은 주민소환제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에는 찬성하기 어렵다. 그 이유로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국회의원들 '자신들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민소환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주민소환제는 선출직 지방 공직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인 반면, 국민소환제는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인데, 우리나라에는 국민소환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례대표 의원이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소환제를 실시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지역구 의원들의 경우에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발의로 소환할 수 있겠지만, 비례대표 의원들의 경우에는 서명 발의의 주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회의원들에 대한 소환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회의원들이 노출하는 문제가, 지방의 선출직 공직자들보다 덜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이 주민소환제 적용 요건의 완화를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두 번째로 지적할 수 있는 문제점은 대의민주주의의 원리와 관련돼 있다. 대의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세 가지 기둥은 책임성, 책임 귀속성, 그리고 대응성이다. 이 가운데 대응성이란 특정 지역의 사정을 체감하고 반응하는 정도를 의미하기 때문에, 소환제와의 직접적 연관성은 크지 않다. 핵심은 책임성과 책임 귀속성이다. 책임성이란 선출직 공직자가 자신의 임기 동안 책임을 지고 정치적 행위, 즉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즉 자신이 책임을 지되, 옳다고 판단하는 정책을 소신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책임성의 핵심이다. 책임 귀속성이란, 임기 동안 공직자가 책임을 지고 정책을 추진했지만, 주민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다음 선거에서 심판을 받는다는 원칙이다. 그런데 주민소환제를 실시하게 되면 이 두 원칙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즉 당위론적으로는 타당한 정책을 추진한 선출직 공직자도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면 주민소환을 당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시장이 자신의 지역에 화장장을 유치하려다 주민소환을 당할 뻔한 사례가 있었다. 화장장 건설은 공익적 차원에서 분명히 필요하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주민소환 위기에까지 몰렸던 것이다. 이런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책임성이 훼손될 경우 공직자가 주민들이 당장 원하는 것만 하는, 이른바 포퓰리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님비(NIMBY)에 충실한 공직자만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이런 문제점이 있기에 주민소환제든 국민소환제든, 임기 내에 선출직 공직자를 끌어내리는 문제는 신중히 다뤄야 한다. 물론 선출직 공직자 중에는 파렴치범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에는 기존 법률에 따라 직무를 정지시키면 된다. 오히려 현행법을 개정해서,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되면 보수 지급을 정지시키는 방향으로 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의 정서상 '빨리빨리' 일을 처리하기를 바라지만, 기다릴 줄 아는 태도가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kn@ekn.kr

[EE칼럼] K-원전 수출은 기술 전쟁이 아니라 ‘금융·외교’ 전쟁이다

'기술 역량'의 단계를 넘어 '금융 역량과 'PPA 전략'으로 승부할 때 최근 이재명 정부의 국내 원전 2기 추가 건설 결정은 침체돼 있던 원전 생태계 복원은 물론 해외 원전 수출 전선에 강력한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제 시선은 해외로 향한다. 체코를 넘어 미국, 베트남, 튀르키예, 사우디, 폴란드까지 K-원전의 영토 확장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이제 원전 수출은 '누가 더 안전하게 짓는가'라는 기술 경쟁을 넘어, '누가 더 유리한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설계하는가'라는 금융·계약·외교의 총력전으로 전장이 옮겨갔기 때문이다. 기술력은 이미 '상수(Constant)', 변수는 금융 주권이다 대한민국 원전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On time, Within Budget, With Proven Quality'**를 입증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UAE 바라카 원전의 성공은 이를 전 세계에 증명했다. 하지만 원전은 건설 기간만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초(超) 자본집약적 사업이다. 수십 조 원에 달하는 건설 비용을 어떻게 조달하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 원전 총사업비의 대부분이 건설 기간 중 투입되며, 균등화발전비용(LCOE)에서 금융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통상 35~45%에 달한다. 이 구조에서는 자본조달비용(WACC)을 1%포인트만 낮춰도 LCOE를 약 7~10% 이상 절감 효과와 Project IRR을 최대 1%까지 높일 수 있어 가격 경쟁력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는 핵심 열쇠가 되며, 이는 곧 수주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러시아, 중국, 프랑스, 일본 정부가 전면에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 국가는 단순한 수출금융(ECA)지원을 넘어, 정부보증, 후순위 대출, 수익보장 장치(CfD, RAB), 장기 저리 자금 조달 구조를 정책 패키지에 제공한다. 즉, 해외 원전 발주국 질문은 명확하다. “누가 더 싼 돈으로,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해 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기술이 아니라 금융 구조다. 금융 주권 확보를 위한 정부의 결단과 PPA 전략 정부는 이제 원전 수출을 단순한 산업 지원이 아닌 '국가 안보' 차원의 금융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의 자본금을 확충하고, 'K-원전 펀드' 조성 등 파격적인 금융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가 만든 원전을 우리 돈(금융)으로 제어하고 수익을 가져오는 권리인 금융 주권을 확보하여야 한다. 특히 금융 조달의 담보가 되는 전력구매계약(PPA, Power Purchase Agreement) 전략이 중요하다. 정부가 상대국가와 협상을 통해 미리 원전 건설 전, 60년 동안 생산할 전기를 누가 얼마에 살지 도장을 찍어 두는 안정적인 PPA 체결을 보증하고 신용을 보강해준다면, 원전 금융은 단순한 대출을 넘어 향후 60년 이상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국가적 자본 주권의 초석이 될 것이다. 글로벌 표준인 '단일 수출 기구' JV 구성 시급 글로벌 시장의 경쟁자들은 이미 국가 차원의 단일 대오를 갖추고 있다. 러시아의 Rosatom, 중국의 CNNC와 CGN, 그리고 프랑스의 EDF는 모두 국가가 주도하는 단일 수출 기구를 통해 설계부터 금융, 시공까지 통합 대응하고 있다. 우리 역시 한전, 한수원,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및 민간 시공사가 결합한'통합 원전수출 합작법인(Joint Venture)'을 구성해야 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듯, 원전 수출이라는 거대 함선을 지휘할 단일화된 책임과 권한을 가진 통합 기구가 출범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수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금융의 물꼬가 곧 수출의 물꼬다 올해 이재명 정부 출범하면서 원전 실용주의에 방점을 두고 있어, 대형 원전은 물론 소형 원전에서도, 해외 수주영역 확대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어, 원전 수출의 다시 오기 힘든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가 도래하고 있다. 원전 수출 관련 공기업과 주기기 제작 및 시공사는 '원팀'으로서 통합 팀 코리아JV로 결집하고, 정부는 이념과 진영을 초월한 범국가적 협력과 지원으로 후대의 백년 먹거리인 원전 수출의 기회를 반드시 움켜쥐어야 한다. 이제 K-원전 수출은 공학의 영역을 넘어 경제와 외교가 맞붙는 총력전이다. 우리가 기술 강국을 넘어 '금융·외교 강국'으로 체질을 개선할 때, 대한민국은 비로소 진정한 원전 수출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기자의 눈] 보험 판매는 분리, 임금은 ‘빅텐트’

최근 몇년간 보험업계에서는 제판분리가 지속됐다. 이는 원수보험사가 상품을 개발하고, 법인보험대리점(GA)이 판매를 맡는 방식이다. 보험사는 고정비를 줄이고 GA는 다양한 회사의 상품을 고객에게 제시할 수 있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윈윈'으로 인식된 형태다. 삼성생명·삼성화재·한화생명·신한라이프·미래에셋생명 등 국내 기업 뿐 아니라 라이나생명과 메트라이프생명을 비롯한 외국계 보험사도 자회사형 GA를 운영하는 이유다. 그러나 임금협상을 포함한 교섭에 있어서는 이와 반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노동조합법 제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이 원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이는 하청 노동자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교섭에 나설 수 있고, 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 강화 및 쟁의행위 범위 확대를 내용으로 한다. 법이 시행되자마자 “진짜 사장 나와"라고 외치며 도로를 점거하는 행태가 보험업계에서도 벌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해당 법안이 근로자의 권익 향상이라는 명분을 갖고 있으나,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특수고용직에 해당하는 보험설계사를 회사 소속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다. 법안 통과가 6개월 전에 이뤄졌음에도 기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셈이다. 금융당국의 통계에서 전속과 교차모집 설계사 모두 임직원과 따로 집계되고, 판매를 GA에 맡겨 설계사수가 '0'명으로 나오는 생·손보사만 10곳이 넘는 것은 보험업에 노란봉투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사용자 범위가 넓어져도 원청이 명확하게 정해질 수 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자회사형 GA와 모 보험사의 사장이 다르지만, 특정 기업의 이름을 달고 있고 지배구조 등으로 볼 때 모회사 대표가 '진짜 사장'이라는 주장을 펴는 것이 가능하다. 해당 기업의 상품을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이들에게 힘을 싣는 요소다. 매출(보험료) 발생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독립형 GA와 원수보험사 사이에는 이러한 관계성이 부재하고, 자체적인 영업전략을 펴는 등 하청-원청의 관계로 보기 어렵다. 판매를 담당하는 GA의 입지가 강해지면서 보험사가 '슈퍼을'로 불리는 만큼 경제적 종속성 여부도 불투명하다. 금융당국·보험업계·GA업계가 조속히 이와 같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않은 상태로 쟁의행위가 벌어지면 신상품 판매 축소를 넘어 고객 관리 소홀로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하는 만큼 허심탄회하고 합리적인 소통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