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항공대 서인원 교수 “항공사 옥죄는 ‘규제’는 결국 소비자 권리 저해”

[인터뷰] 항공대 서인원 교수 “항공사 옥죄는 ‘규제’는 결국 소비자 권리 저해”

[인터뷰] 항공대 서인원 교수 “항공사 옥죄는 '규제'는 결국 소비자 권리 저해" 국제 항공 여객 운송은 태생적으로 다수의 국경과 관할권을 횡단한다. 1929년 제정된 바르샤바 협약과 1999년 제정된 몬트리올 협약은 국경을 넘나드는 항공운송을 통일적으로 규율하며, 항공법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 규제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5월 바하마 나소에서 열린 제4차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민간 항공 법률 자문가 포럼(CALAF, Civil Aviation Legal Advisers Forum)을 관통한..

[기자의 눈] 반도체로 쏠린 돈, 동전주는 기업만의 책임일까

상장폐지 제도는 경쟁력을 잃은 기업을 자본시장에서 내보내 시장 전체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다. 최근 시장에서는 제도의 취지와 어긋나는 듯한 장면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이 동전주 퇴출 등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한 가운데, 급격한 주가 변동이 생존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어서다. 시장 변동성까지 겹치며 '억울한 동전주'를 호소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미 이 같은 문제의식이 터져나온다. 최근 한 세미나에서는 코스닥 상장 기업 관계자들이 “기업 기초체력(펀더멘털) 외에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외부적 요인이 주가를 결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기업들은 경쟁력과 무관하게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업 자체의 문제보다 시장의 자금 흐름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퇴출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을 호소한 셈이다. 물론 시장의 자금 이동이나 특정 투자 상품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투자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업종으로 자금을 옮길 자유가 있고, 레버리지 ETF 역시 다양한 투자 수단을 제공하는 순기능이 있다. 강화된 상장폐지 제도 역시 시장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다. 문제는 시장의 자금 쏠림과 강화된 상장폐지 제도가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맞물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 업종이 수급 대부분을 가져가며 기업 경쟁력과 주가가 괴리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주가는 기업 가치를 반영하는 중요한 잣대다. 그렇지만 언제나 기업의 본질적 경쟁력을 담아내는 것은 아니다. 특히 특정 업종과 상품의 영향력이 커지고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수급이 가격을 좌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일시적 시장 환경까지 상장폐지 심사의 결과로 이어진다면, 자본시장은 경쟁력 있는 기업을 가려내는 기능보다 시장 변동성을 재생산하는 기능에 가까워질 수 있다. 상장폐지는 시장의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한 제도이지 시장의 변동성을 기업에 전가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경쟁력을 잃은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시장 구조가 만들어낸 주가 하락까지 기업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제도의 목적은 변해서는 안 된다. 상장폐지가 기업의 펀더멘털이 아닌 일시적인 변동성에 좌우되는 순간, 투자자로부터 신뢰받는 시장을 만들겠다는 취지가 퇴색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이슈&인사이트] 정부가 안전문화 조성에 걸림돌이 되어서야

세계적인 안전학자 제임스 리즌은 안전문화 요소로 공정한 문화, 보고문화, 학습문화, 유연한 문화를 꼽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피규제자의 안전문화 조성을 위해선 규제자의 안전문화 조성이 필수적이다."라고 하면서 기업의 안전문화 구축을 위해선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기업의 안전문화 조성에 올바른 역할을 하고 있을까. 리즌이 제시한 기준으로 볼 때 기대치와는 거리가 멀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공정한 문화를 위해선 허용할 수 있는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 간의 경계를 설정하고 구성원이 이를 명확히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경계가 불명확하거나 구성원에게 주지하지 않은 채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제재하는 건 불공정한 처사다. 그런데 산업안전관계법에선 주무부처조차도 답변하지 못할 정도로 의무주체 간의 역할과 책임이 착종되어 있고 예컨대 도급인(원청), 수급인(하청) 간] 모호한 부분이 많아 기업은 행동의 경계를 설정하기 매우 어려운 상태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귀책사유를 따지지 않고 처벌할 구실을 뭐라도 찾아 어떻게든 처벌하는 수사 관행이 고착화되어 있다. 이는 안전정보를 보고하는 문화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기업에선 처벌의 빌미가 될 걸 우려해 자율적으로 문제를 찾으려 하지 않고 찾거나 알아도 보고·공유하려 하지 않는다. 진실이 덮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중대재해 원인을 기업 자체적으로 면밀히 분석·규명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는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재해조사 위축은 재해로부터 학습하고 개선할 기회의 약화로 이어져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처벌이 정의롭기 위해선 죄질과 책임에 비례해야 하는 것이 근대형법의 철칙이다. 중대재해 발생을 이유로 사고원인을 따지지 않고 강한 처벌을 당연시하는 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지언정 공정한 문화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기업 전체가 경영책임자 처벌을 회피하고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데 여념이 없다. 처벌과 직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선 개선할 여유와 생각을 갖지 못한다. 법을 준수하고 있다는 증빙자료를 작성하는 일에 매몰돼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개선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전과 비교하여 안전 개선을 위한 학습 의지가 약화되고 안전정보의 보고와 공개에 대한 방어적 자세, 비밀주의가 부쩍 강화된 모습이다. 규제기관의 전문성이 낮아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항을 지적하거나 적발을 위한 적발을 하는 행태는 유연한 문화 조성에 큰 걸림돌이다. 기업은 안전 자체보다 적발을 피하는 데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런 소모적 공방으론 기업의 안전역량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처럼 우리나라 기업은 안전문화를 조성하기에 녹록지 않은 환경에 놓여 있다. 안전문화 수준을 4단계로 전제하고 평가할 때 초대기업조차 겨우 2단계와 3단계에 걸쳐 있는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문제는 안전에 엄청난 자원을 투입하고도 안전문화 수준이 향상은커녕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되레 후퇴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다른 영역에선 일류기업이 많이 발견되는데 유독 안전 영역에서만 일류기업이 보이지 않는 것이 과연 기업만의 탓일까. 안전이 법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의 제재 일변도의 거친 행정과 전문성 태부족에 많은 원인과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안전문화를 저해하는 법정책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법정책에 일대 혁신이 없으면 앞으로도 우리나라에서 안전문화 우수기업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안전 선진국 정부처럼 우리 정부도 기업 안전문화 조성에 걸림돌이 아닌 마중물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bienns@ekn.kr

[EE칼럼] 메가프로젝트와 탄소중립 2.0, 지역발전의 새로운 모멘텀

최근 환경단체들이 이재명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를 향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개발 폭주를 멈춰라."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산업개발이 막대한 전력과 용수를 소비하고 환경과 사회적 숙의보다 경제성장을 앞세우고 있다는 주장이다. 귀 기울일 부분도 있다.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대규모 산업정책일수록 충분한 정보 공개와 사회적 숙의가 필요하다. 정부가 기업들과 먼저 투자 방향을 정하고 국가 전략으로 발표한 뒤 지역사회와 국민이 논의에 참여하는 방식은 절차적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국가가 방향을 정하고 기업이 투자하며 지역은 뒤따르는 과거 개발국가 방식이 오늘날에도 그대로 통용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환경단체가 무조건 개발을 하지 말자는 주장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도 대규모 개발을 추진하려면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공급체계를 갖추고 에너지 수요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문제는 그 조건이 현실의 산업과 에너지 시스템이 요구하는 속도와 규모를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AI와 반도체는 세계 각국이 국가의 미래를 걸고 경쟁하는 산업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방향에는 동의하더라도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필요한 시점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산업의 시간표까지 맞출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대규모 첨단산업의 전력수요를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로 어떻게 안정적으로 충당할 것인지는 유럽에서도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에너지 시스템을 미래산업 추진의 선행조건으로 요구한다면 자칫 탄소중립이 산업전환을 이끄는 동력이 아니라 산업의 진입장벽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환경운동이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을 사회적 의제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탄소중립은 어느새 감축과 규제, 재생에너지 중심의 환경 의제로 인식돼 왔다. 유럽에서 형성된 에너지전환 모델을 우리가 따라가야 할 모범답안처럼 받아들이는 경향도 있었다. 하지만 제조업 비중이 높고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경제의 중요한 축인 대한민국은 산업경쟁력과 에너지 안보, 탄소감축을 함께 고려한 우리 여건에 맞는 전환의 로드맵을 설계해야 한다. 탄소중립은 완성된 정답을 따라가는 일이 아니라 기술과 시장의 변화에 맞춰 단계적으로 진화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메가프로젝트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전혀 없던 사업을 새로 만든 것이라기보다 지역과 기업이 추진해 왔지만 전력·용수·인허가 등의 문제로 지지부진했던 사업에 국가가 실행력을 불어넣었다. AI와 반도체라는 미래산업을 지역발전의 새로운 모멘텀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공장과 데이터센터를 지방에 유치하는 것만으로 균형발전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균형발전은 지방에 권한과 책임을 나누고, 지역이 자신의 자원과 강점을 바탕으로 스스로 먹고살 길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 시점에서 탄소중립 정책도 '탄소중립 2.0'으로 한 단계 진화해야 한다. 탄소중립 1.0이 감축목표와 규제에 무게중심을 두고 무엇을 줄일 것인가를 고민했다면, 탄소중립 2.0은 탄소를 줄이면서 무엇을 새롭게 만들고 어떤 산업을 성장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 두 축은 미래산업과 지방분권이다. 탄소중립의 실제 실행 공간은 결국 지역이다. 에너지와 건물, 교통, 폐기물과 산업의 전환도 지역에서 일어난다. 기초지방정부까지 탄소중립 계획을 수립하는 만큼 이제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감축목표를 이행하는 역할을 넘어 탄소중립을 자신의 경제발전 전략으로 활용해야 한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이 지역에 들어온다면 지방정부도 사업의 '지분'을 가져야 한다. 단순한 소유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업의 설계와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지역의 토지와 전력, 용수와 기반시설을 사용하는 만큼 성장의 이익을 지역과 공유하도록 협상할 권리다. 지역기업 참여, 지역인재 고용, 에너지산업 육성, 폐열 활용과 같은 조건도 지역이 함께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산업을 지역에 가져다주는 것과 지역이 미래산업을 자신의 발전전략으로 선택하는 것은 다르다. 중앙정부는 큰 방향과 실행력을 제공하되 지역이 스스로 선택하고 계획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 지방정부 역시 기업 유치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미래산업과 탄소중립을 연결해 지역의 새로운 성장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탄소중립은 환경단체의 전유물도 아니며, 기후환경 정책에 국한되어 다루어져서도 안 된다. 산업정책이고 에너지정책이며 지역발전 전략이다. 이제 얼마나 강하게 규제할 것인가를 넘어,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어떤 산업과 시장을 만들고 그 성장의 과실을 지역이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 지역이 성장하면서도 지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설계하는 것, 그것이 탄소중립 2.0이다. bienns@ekn.kr

◇ 본사 ▲ 감사실장 이희재 ▲ 방사선환경처장 한승혁 ▲ 기획처장 안형준 ▲ 상생협력처장 이한용 ▲ 조직평가실장 강태윤 ▲ 인사처장 남영규 ▲ 조달처장 최훈 ▲ 홍보실장 이진 ▲ 안전경영단장 하경석 ▲ 원전통합경영실장 최준녕 ▲ 발전처장 김덕헌 ▲ 규제협력처장 양승태 ▲ 원전사후관리처장 김병직 ▲ 연료실장 정윤창 ▲ 엔지니어링처장 조정래 ▲ 설비개선처장 최진혁 ▲ 구조기술처장 송창국 ▲ 원전건설처장 전광옥 ▲ 원전건설기술처장 김장곤 ▲ 양수건설처장 서용관 ▲ 수력처장 김시영 ◇ 고리원자력본부 ▲ 대외협력처장 전혜수 ▲ 제1발전소장 최동철 ◇ 한빛원자력본부 ▲ 대외협력처장 박천중 ▲ 제1발전소장 황승호 ▲ 제2발전소장 박정서 ▲ 제3발전소장 정운영 ◇ 월성원자력본부 ▲ 제2발전소장 조철 ▲ 제3발전소장 박승후 ◇ 한울원자력본부 ▲ 대외협력처장 임형진 ▲ 제1발전소장 이창희 ▲ 신한울제1발전소장 민성목 ▲ 신한울제2발전소장 황교 ▲ 신한울제2건설소장 강휘 ◇ 새울원자력본부 ▲ 대외협력처장 이제호 ▲ 제2발전소장 김낙상 ▲ 제2건설소장 채명식 ◇ 한강수력본부 ▲ 본부장 맹승원 ◇ 산청양수발전소 ▲ 산청양수발전소장 진현태 ◇ 양양양수발전소 ▲ 양양양수발전소장 김철기 ◇ 청송양수발전소 ▲ 청송양수발전소장 안준연 ◇ 영동양수건설소 ▲ 영동양수건설소장 김선신 ◇ 홍천양수건설소 ▲ 홍천양수건설소장 김광섭 ◇ 중앙연구원 ▲ 중앙연구원장 이돈국 ◇ 인재개발원 ▲ 인재개발원장 윤승호 ◇ 체르나보다TRF건설소 ▲ 체르나보다TRF건설소장 손명호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기자의 눈] 침묵을 입법하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시행된 지 보름 남짓이 지났다. 정부는 '허위조작정보 근절'이라고 말하고, 현장에선 이 법을 '입틀막법'이라고 부른다. 법 시행 이후 플랫폼과 언론계에서는 콘텐츠 차단과 소송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개정법은 대규모 플랫폼에 불법·허위조작정보 신고를 접수하고 조치할 의무를 부과한다. 이에 따라 플랫폼은 삭제와 접근 차단뿐 아니라 노출 제한, 계정 정지, 수익화 제한 등 여러 조치를 선택할 수 있다. 사실관계가 법원에서 최종 확정되기 전에도 민간 사업자의 판단만으로 표현의 유통 범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구조다. 플랫폼 업계도 난색을 표한다. 현장의 한 플랫폼 관계자는 “우리가 법원도 아닌데 기준조차 애매해 판단할 권한도 명분도 없다"며 “어차피 다 KISO(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로 넘겨버린다"고 털어놓는다. 리스크를 피하려는 민간 기업이 일단 막고 보는 보수적 대응을 선택함에 따라, 공론장의 검증 기능과 시민의 알 권리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언론이 느끼는 부담은 더 직접적이다. 공적 인물에 대한 의혹 보도는 취재 시점의 팩트를 기반으로 하더라도 향후 재판 과정에서 평가가 달라질 여지가 존재한다. 기자들 사이에서 “징벌적 손배 소송이 남발될 테니 당분간 몸을 사리라"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도, 취재보다 분쟁 리스크를 먼저 계산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법 시행 첫날엔 '1호 차단' 사례로 방송인 김어준 씨가 지목되는 웃지 못할 장면도 연출됐다. 이동재 매일신문 객원편집위원의 신고 접수 이후 김 씨의 유튜브 영상이 국내에서 접속 차단 처리된 것이다. 민주 진영이 주도한 법의 첫 적용 대상이 자당의 대표적 스피커였고, 차단 기준 역시 외부에 확인되지 않으면서 시행 초기부터 적지 않은 논란이 이어졌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일은 허위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자기 교정 능력을 지키는 일이다. 미국 연방대법원 루이스 브랜다이스 대법관은 “허위에 대한 해답은 강요된 침묵이 아니라 더 많은 말(More speech)"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민간 플랫폼의 차단 절차로 표현을 통제하는 지금의 방식은, 공론장의 자율적 검증을 행정적 규제로 대체하려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김한성의 AI시대] 더 큰 AI보다 더 나은 판단

김한성 투비유니콘 최고철학책임자(CPO) 지난 7월 14일, 인공지능 시장에서는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뉴스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미국의 데이터센터 개발·운영사들은 수백억 달러 규모의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 허깅페이스 통계에서는 가중치를 공개한 중국계 AI 모델, 이른바 오픈웨이트 모델이 올봄 다운로드의 41%를 차지했다. 반면 IBM은 이례적인 실적 경고를 내놓은 뒤 주가가 25% 급락했다. 한쪽에서는 AI 인프라를 향한 투자가 이어지고, 다른 쪽에서는 비용이 낮고 통제하기 쉬운 모델이 확산되는 동안 전통적인 기업용 기술의 강자는 시장의 혹독한 질문을 받았다. 세 뉴스가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AI 경쟁의 질문이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는 “얼마나 크고 똑똑한 모델을 만들 수 있는가"를 물었다. 이제는 “어떤 문제에 어떤 모델을 적용해, 얼마의 비용으로 어떤 성과를 낼 것인가"를 묻는다. 최첨단 모델은 고난도 업무에 쓰이는 프리미엄 수단으로 남겠지만, 일상적인 서비스는 더 작고 저렴하며 맞춤화하기 쉬운 모델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 선택해야 할 것은 가장 뛰어난 모델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와 비용 구조에 가장 적합한 조합이다. 양자컴퓨터 경쟁조차 개별 큐비트 수보다 반도체·광통신·냉각·제어 소프트웨어를 하나로 묶는 시스템 엔지니어링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여기에 더 근본적인 경고도 나왔다. 케임브리지대와 캘리포니아대 샌타바버라 연구진은 특정 동적 시스템에서는 데이터가 무한히 주어져도 어떤 알고리즘도 안정적으로 학습할 수 없는 문제가 있음을 보였다. AI가 무용하다는 뜻이 아니다. 모든 실패를 데이터 부족이나 모델 규모의 문제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풀 수 있는 문제라도 과도한 메모리와 전력, 냉각을 요구한다면 비용과 사회적 부담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이 곧 실제로 해야 한다는 결론은 아니다. 이 대목에서 19세기 철학자 찰스 샌더스 퍼스의 통찰은 놀랍도록 현재적이다. 퍼스에게 의미는 말 속에 고정된 내용이 아니라, 그 말이 실제 경험과 행동에서 만들어내는 차이를 통해 분명해진다. 탐구는 이미 아는 답에서가 아니라 예상과 현실이 어긋나는 '놀라움'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그 어긋남을 설명할 가설을 세우고, 예상되는 결과를 추론한 뒤, 현실과 다시 대조해 믿음을 고친다. 이 관점에서 AI의 답은 완성된 지식이 아니라 하나의 '해석 후보'다. 생성형 AI는 그럴듯한 문장과 관계를 풍부하게 만들지만, 현실은 그 문장에 저항한다. 따라서 좋은 AI는 오류가 전혀 없는 AI가 아니다. 출처와 현장 데이터, 실행 결과와 반례에 연결되고, 인간의 비판을 받아 판단을 고칠 수 있는 AI다. 검증할 수 없는 확신보다 수정할 수 있는 추론이 더 높은 지능이다. 기업과 공공기관은 AI 도입 전에 세 가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첫째, 이 문제는 AI가 학습하고 풀 수 있는가. 둘째, 기대 성과가 비용과 위험을 넘어서는가. 셋째, 그 결과는 어떤 업무 습관과 제도를 남기는가. 그다음에야 어떤 모델을 쓸지 결정해야 한다. 화려한 성능 시연보다 시간 단축, 오류 감소, 위험 통제와 서비스 품질을 측정해야 한다. 중단 조건과 인간의 판단 권한을 정하고, 검증된 결과를 표준 절차와 정책, 조직의 기억으로 남겨야 한다. 성과를 내지 못한 시도도 원인을 기록해야 같은 오류에 다시 비용을 쓰지 않는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단순한 모델 연결기가 아니라 '판단 체계'다. 사실과 가설을 구분하고, AI가 생성할 것과 도구가 계산할 것, 사람이 결정할 것을 나누는 운영 구조다. 개인의 학습도 마찬가지다. AI가 핵심을 요약해 주면 낯선 분야에 빠르게 들어갈 수 있지만, 요약은 이해의 입구일 뿐이다. 반례를 찾고 실제 문제에 적용하며 자신의 질문을 고칠 때 비로소 지식은 판단 능력이 된다. 한국의 기회도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최고 모델 순위와 데이터센터 규모만 좇기보다 오픈웨이트 모델과 최첨단 모델, 현장 데이터와 규칙, 인간의 판단과 감사 기록을 연결하는 '판단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어떤 모델이 더 우수한지를 넘어, 어떤 조건에서 누구의 판단을 얼마나 개선했는지를 축적하는 국가적 학습 체계가 필요하다. 이는 기술 경쟁에서 물러나는 길이 아니라 기술의 가능성을 실제 가치로 전환하는 길이다. AI 시대의 수준은 얼마나 큰 모델을 가졌는가보다, 그 모델이 틀렸을 때 얼마나 빨리 현실로 돌아와 판단과 제도를 고칠 수 있는가에서 드러날 것이다. AI의 다음 경쟁은 더 많은 답을 생산하는 경쟁이 아니다. 현실의 저항 앞에서 답을 수정하고, 그 경험을 더 나은 습관과 제도로 축적하는 능력의 경쟁이다. bienns@ekn.kr

[EE칼럼] ‘원가’ 빼고 전기요금 이야기하는 정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물가 부담이나 국민 소득 문제가 없다면 가정용 전기요금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비록 '인상'이 아니라 '조정'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 발언은 주목할 만했다. 우리 사회에는 '주택용(가정용) 전기요금이 산업용보다 비싸고, 그 차액으로 산업용을 보조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주재한 공개석상에서 산업용 평균 판매단가가 주택용보다 높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대통령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문답에서 나온 장관의 설명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김 장관은 “보통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더 싸고 주택용 전기요금이 비싼 게 세계적 추세"라며 “기업들은 국제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용 평균 판매단가는 kWh당 180원, 주택용은 150~160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판매단가는 맞지만 핵심을 빠뜨렸다. 산업용 요금이 주택용보다 낮은 국제적 현상은 기업 경쟁력 지원 정책의 결과가 아니라 고압 수전, 높은 부하율, 상대적으로 적은 배전망 이용 등 용도별 공급원가의 차이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장관의 설명만 들으면 각국이 기업 경쟁력을 위해 산업용 요금을 의도적으로 낮추고 그 부담을 일반 국민에 떠넘기는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 요금을 제대로 비교하려면 표면적인 판매단가가 아니라 용도별 공급원가와 '원가회수율'을 함께 봐야 한다. 원가회수율은 용도별 평균 판매가격을 해당 용도에 전기를 공급하는 데 들어간 원가로 나눈 비율이다. 산업용은 대체로 주택용보다 공급원가가 낮다. 왜 그런가. 전기는 어떤 상황에서도 365일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한다. 전력 당국이 가장 민감하게 관리하는 것이 피크(Peak) 수요다. 연중 최대 수요에 대비해 발전소와 송배전망을 갖춰야 하므로 그만큼 비용이 든다. 주택용은 계절과 시간대에 따른 수요 변동이 크다. 반면 산업용은 업종별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부하율이 높고 수요 패턴도 상대적으로 일정하다. 따라서 주택용에는 피크 수요 대비 설비 비용이 더 많이 배분될 수 있다. 또 대규모 산업용 고객은 고압 또는 초고압으로 수전해 배전 단계가 짧고 전력 손실이 적다. 소수의 대량 고객이어서 관리비도 낮다. 반면 주택용은 저압 배전망을 광범위하게 이용하고 소규모 고객이 분산돼 고객당 설비·관리 비용이 높다. 전기요금은 원가주의, 공평주의, 공정보수주의라는 세 원칙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원가주의는 공급에 든 비용을 요금에 반영하는 것이고, 공평주의는 특정 집단의 지원 비용을 다른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떠넘기지 않는 것이다. 공정보수주의는 전기사업자가 설비 유지와 투자에 필요한 적정 보수를 확보하도록 하는 원칙이다. 문제는 세 원칙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가주의'는 물가 관리라는 명분 앞에서 번번이 후퇴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지만 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못했다. 그 결과 한전은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고 전력망 투자 여력도 약화됐다. '공평주의'도 무너졌다. 원가 이하 요금을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부 특례요금까지 시행되고 있다. 한전 자료에 따르면 그 규모가 연간 1조원에 달한다. 복지와 취약산업 지원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비용은 전기요금이 아니라 정부 예산으로 투명하게 집행해야 한다. '공정보수주의'도 작동하지 않았다. 한전은 흑자로 전환했지만 부채는 여전히 206조원 안팎이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사전에 의제와 자료가 준비되는 자리다. 그런 회의에서 전기요금을 담당하는 장관이 평균 판매단가만 말하고 공급원가와 원가회수율을 짚고 넘어가지 않은 것은 아쉽다. 산업용 요금을 무조건 내리자는 말이 아니다. 정부는 2013년부터 전기 용도별 원가회수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산업용과 주택용 전기가 원가보다 비싼지 싼지도 공개하지 않은 채 정치적 필요에 따라 특정 용도의 요금만 올리고 내리는 관행을 끝내자는 것이다. 지금 정부는 호남권 반도체 산단을 포함한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의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전력망과 전원 투자가 불가피하다. 국민이 전기요금의 원가와 부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필요한 투자도 합리적인 요금 개편도 어렵다. 장관의 정교하고 책임 있는 설명이 필요한 이유다. bienns@ekn.kr

◇ 승격 및 보직이동 ▲ AI혁신단장 김광호 ◇ 보직이동 ▲ ESG경영처장 박채수 ▲ 안전정책실장 유석 ▲ 기획실장 서민석 ▲ IT혁신실장 최영민 ▲ 고객총괄실장 김진이 ▲ 재생e통합관리실장 서영준 ▲ 성과혁신팀장 김철호 ▲ 총무팀장 문준상 ▲ 노무복지팀장 최재영 ▲ ESG홍보협력팀장 정선호 ▲ 윤리경영팀장 한지연 ▲ 법무팀장 정유석 ▲ 계약시장팀장 김상민 ▲ 분산에너지SG팀장 김규동 ▲ 재생e고객시장팀장 조재왕 ▲ 에너지계획팀장 조세철 ▲ 수급전망팀장 이호승 ▲ 선도시장팀장 이자겸 ▲ 입찰제도팀장 김은환 ▲ 가격제도팀장 김기식 ▲ 수소시장팀장 김권 ▲ 재생e기준팀장 김양일 ▲ 재생e성능팀장 손기원 ▲ 송전운영팀장 최범선 ▲ 중앙관제부장 류헌수 ▲ 제주기획실장 김미성 ▲ 시장규칙부장 김석종 ▲ 제주IT부장 위성한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이슈&인사이트] AI 시대, 왜 다시 가스터빈인가

반도체가 AI의 두뇌라면, 전기는 혈액이다. 아무리 뛰어난 두뇌도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면 제 기능을 할 수 없듯, AI도 전력 없이는 단 한 번의 연산도 수행할 수 없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더 이상 반도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이제는 안정적인 전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발표한 Energy and AI 보고서에서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가 2030년 약 945TWh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 일본 전체의 연간 전력소비량을 넘어서는 규모다. 우리나라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본격화되면서 막대한 전력 수요가 예상된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확보하고도 이를 뒷받침할 전력을 적기에 공급하지 못한다면 국가 경쟁력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막대한 전기를 무엇으로 공급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고려하면 두 전원 모두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그러나 AI 시대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현실이 되었고, 기존의 전력 수급 전망은 근본적으로 다시 쓰이고 있다. 원자력은 건설과 송전망 확충에 긴 시간이 필요하고, 재생에너지는 자연조건에 따라 출력이 달라진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역시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단기간에 모두 감당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문제는 새로운 전원을 확충하는 속도보다 AI가 전기를 요구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데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미국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셰브론(Chevron),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GE 버노바(GE Vernova)는 텍사스에서 약 2.67GW 규모의 가스발전 설비를 AI 데이터센터와 함께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송전망 확충을 수년씩 기다리기보다 발전설비와 데이터센터를 동시에 구축해 필요한 전력을 직접 공급하는 방식이다. 일본 역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고효율 가스터빈 발전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유럽도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전력계통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전원을 확보하는 데 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서도 AI 시대의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두 전원만으로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느 나라도 특정 발전원에 의존하지 않고, 가스터빈을 포함한 다양한 전원을 조화롭게 활용하는 방향으로 미래 전력시스템을 설계하고 있다. 역설적인 사실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가스터빈의 가치가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전기는 생산과 소비가 거의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에너지다. 태양광 출력이 갑자기 감소하거나 풍속이 변하면 그 부족분을 즉시 보충할 발전원이 필요하다. 가스터빈은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동시에 출력을 빠르게 조절할 수 있어 산업단지와 AI 데이터센터의 주전원으로 활용될 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전력계통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조정전원의 역할도 수행한다. 다시 말해 가스터빈은 재생에너지의 경쟁자가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더욱 안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시설인 셈이다. 기술적 장점도 분명하다. 가스터빈은 수십 메가와트 규모의 분산형 발전부터 대규모 복합발전까지 폭넓게 적용할 수 있으며, 최신 대형 가스터빈 두 기를 활용한 복합발전은 약 1.2~1.4GW 규모의 전력을 생산해 원자력발전소 한 기에 버금가는 전력 공급도 가능하다. 또한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산업용 증기나 지역난방에 활용하는 열병합발전을 적용하면 총 에너지 이용효율은 약 90%까지 높아질 수 있다. 같은 연료로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대표적인 고효율 에너지 시스템이다. 물론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가스터빈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하지만 이미 상용화된 고효율 복합발전과 열병합발전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고, 수소 혼소와 탄소포집(CCS) 기술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면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AI 시대에 필요한 안정적인 전력을 현실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강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대형 발전용 가스터빈 독자 기술을 확보한 나라다. 발전용 가스터빈과 전투기·무인기 등에 사용되는 항공엔진은 동일한 가스터빈 기술을 기반으로 하며 핵심 원리와 요소기술을 공유한다. 가스터빈은 전력설비를 넘어 항공우주와 방위산업까지 뒷받침하는 국가 전략기술인 것이다. AI 시대의 에너지 정책은 어느 한 전원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발전원의 장점을 어떻게 균형 있게 조합할 것인가의 문제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그리고 가스터빈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될 때 우리는 AI 시대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와 탄소중립이라는 두 과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E칼럼] 한국이 AIDC 걸음마도 못떼는 사이, 중국은 저멀리 달아나고 있다

지금 세계는 격렬하게 AI 세상을 향해 재편되고 있다. 우리는 반도체 주식의 레버리지 논쟁을 하는 사이에 이미 미국과 중국은 국가의 생존을 건 AI 주권 경쟁 중이다.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지역균형 발전, 수도권 규제, 지역 반발, 발전원 차별, 전력계통 부담, 주민 수용성 논쟁, 복잡한 규제로 인하여 AI 데이터센터(AIDC) 한 동 짓는 데 수년을 소모하고 있다. 그 사이 중국은 이미 저멀리 날아올라 도망가고 있다. 지난 7월 문샷AI(Moonshot AI)가 공개한 Kimi K3는 그 상징적 신호탄이다. 파라미터 2조 8,000억 개의 초거대 오픈소스 모델로, 아레나AI의 웹 개발 평가에서는 앤스로픽의 Claude Fable 5와 OpenAI의 GPT-5.6 Sol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Artificial Analysis 종합지능지수에서도 세계 4위, 발스AI 종합평가 2위를 기록했다. 미국산 AI를 이용한 증류에 대한 논쟁이 있지만, 미국이 최신 AI 반도체 수출을 전면 통제하는 상황에서 저성능 중국산 칩만으로 세계 최고 수준 모델을 만들어낸 것이다. 미·중 성능 격차가 사실상 좁혀지고 뒤집힐 수도 있다는 충격적 사건이다. 중국은 왜 날아오르는가? 첫째, 국가 주도의 인프라 폭격이다. 중국은 2026년 6월 블룸버그가 확인한 대로 향후 데이터센터 구축에만 약 2,950억 달러(2조 위안) 규모의 국가계획을 편성했다. '동수서산(東數西算)' 전략을 통해 서부 사막에 초대형 컴퓨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동부 산업지대와 광통신망으로 통합한다. 우리가 '어디에 지을지'를 놓고 다투는 동안, 그들은 '얼마나 더 지을지'를 논한다. 둘째, R&D에 대한 국가의 무한 베팅이다. 중국 과기부는 AI 기초연구·모델 아키텍처·반도체 자립화에 이르는 全 밸류체인에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실패해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탄약'을 국가가 대주는 것이다. 한국의 R&D 예산은 반대 방향으로 삭감된 뒤 뒤늦게 복원 논의 중이다. 셋째, AI 인재에 대한 파격 대우다. 문샷AI, 딥시크, 지푸(智譜)의 핵심 엔지니어 다수는 20~30대다. 정부는 이들에게 세제 감면·주거·연구비를 패키지로 제공한다. 반면 한국은 AI 박사급 인재의 순유출국(純流出國)이다. 대학은 인건비 상한에 묶이고, 기업은 스톡옵션 규제에 발목이 잡힌다. 유능한 인재들을 지방으로 이전하라고 내몰고 있다. 넷째, 프라이버시를 넘어선 데이터 확보다. AI가 학습할 데이터를 국가가 무제한으로 공급한다. 자유민주주의 관점에서 무섭지만 AI는 그 양분을 충분히 먹고 자라고 있다. 우리도 산업경쟁력 관점에서는 데이터 활용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 중국은 14억 인구의 의료·교통·산업·소비 데이터를 사실상 국가자산으로 활용한다. 우리는 개인정보보호법·의료법·마이데이터 규제가 서로 충돌하며 AI 학습용 데이터의 물길 자체가 막혀 있다. 데이터가 없는 AI는 연료 없는 엔진이다. 다섯째, 기업 주도의 규제 완화다. 중국은 기업이 먼저 뛰고 정부가 뒤에서 규제를 정리한다. 미국 역시 '허가받고 하는' 방식이 아니라 '하다가 조정하는' 사후규제형이다. 한국은 정부 주도로 사전 인허가·환경영향평가·계통영향평가·지자체 동의를 순차적으로 통과해야 한다. AIDC 특별법은 절름발이에 불과하다. 여전히 대부분의 절차가 AI를 위한 철저한 '완화'가 아닌 뒷다리 잡기 수준에 머문다. 속도가 곧 경쟁력인 시대에 이는 치명적이다. 여섯째, 전기요금이 사실상 공짜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는 국산 AI 칩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에 산업용 전기요금을 최대 50%까지 할인해 준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역시 “중국은 전기료가 사실상 무료"라며 미국의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반면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 2년간 인상을 거듭했고, 데이터센터 전용요금에 대한 논의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터센터에는 오히려 PPA 등이 허용되지도 않으면서 공공 그리드망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발전소를 짓지 않는 나라가 산업혁명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듯, AIDC를 짓지 않는 나라는 지능혁명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왜 우리 동네에 짓느냐"는 지역 정치와, “재생에너지 100%가 아니면 안 된다"는 이념적 잣대로 스스로의 발목을 묶고 있다. 과거 경부고속도로가 반대에도 불구하고 놓였기에 오늘의 한국 제조업이 있었다. AIDC와 그 기반이 되는 인프라와 저렴한 전기요금 체계는 오늘의 고속도로다. 실속없는 이념이 아니라 미래 경제성장과 경제주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조홍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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