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재건축 기준 바꿨다’… 개포주공3단지 장영수 조합장의 성공 조건은?

[인터뷰] ‘재건축 기준 바꿨다’… 개포주공3단지 장영수 조합장의 성공 조건은?

“그냥 새 아파트를 짓는 데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대한민국 건축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아파트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 기존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 해 2019년에 개발 사업을 완료했다. 이제 입주 7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여전히 국내 대표 하이엔드 아파트로 꼽히는 단지다. 이 사업을 이끈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장영수 조합장이자 현 대표 청산인은 성공적인 재건축의 핵심으로 원칙과 전문성, 디테일을 꼽았다. 최근 디에이치 아너힐즈에서 만난 장 조합장은 재건축 사업의 성패는 결..

[기자의 눈] 가계대출·집값 다 놓쳤다…고개드는 대출 억제 ‘무용론’

정부가 지난해 6·27 대책 시행 후 강도를 높여가며 금융권 내 대출을 전방위적으로 틀어막고 있지만 대출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수요가 늘면 제도로 억누르는 방식을 반복적으로 사용했지만 과연 이 방식만이 능사일까. 실제로 지난 5월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지난달부터 은행권은 주담대와 신용대출 문을 더 좁혔고, 풍선효과로 인해 대출 수요가 인터넷은행(인뱅)과 카드론 등으로 튀자 인뱅과 2금융권을 불러모아 역시 일제히 대출 관리를 주문했다. 정부는 전방위적 압박을 지속해왔으나 끝내 가계대출 수요를 누르는 데는 실패했다. 현재 가계대출 증가 폭은 1년여만에 최대 수준으로 확대된 상태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774조9608억원까지 늘며 전월 대비 4조1378억원 늘었다. 상반기 말 기준 가계대출은 전년 대비 7조2827억원 늘면서 사실상 가계대출이 전혀 잡히지 않은 것이다. 가계대출 억제의 최대 목표인 집값도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작년 각종 대출규제 후 서울과 수도권 내 집값 상승세가 잠시 둔화했지만 결과적으로 다시 우상향하며 대책 발표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정부 정책이 양방으로 작용하며 오히려 대출 수요에 기름을 붓는 상황도 벌어졌다.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증시 활성화 정책을 일으키자 최근 '빚투'는 광풍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신용대출은 두 달 연속 2조원 넘게 불어나며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지난달 말 기준 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한 신용대출 잔액은 108조6704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1550억원 급증했다. 그러는새 실수요자와 취약계층은 무너진 시장 원리와 닫힌 자금 창구로 인해 시름하고 있다. 시장 원리를 거스르며 고금리에 대출에 줄을 서는 고신용자부터 실수요 자금이 급한 중저신용자도 카드론이나 보험약관 대출을 기웃거리고, 취약차주는 대부업이나 제도권 밖 금융권으로 밀려나는 위협에 놓인 상태다. 정부는 수요가 살아날수록 더 옥죄는 방식으로 여전히 금융사들에게 강도높은 대출 억제를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성과는 보지 못한채 부작용만 늘어나고 있는 것이 실상이다. 이쯤되니 성과 없는 고강도 대책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정부가 종합적인 대책 발표를 앞둔 가운데 아무리 제도로 저지해도 수요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다는 점을 상기하며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이슈&인사이트] 홍명보를 위한 변명

대한민국 전체가 고대 로마의 원형경기장으로 변했다. 콜로세움 한복판에 묶인 사냥감은 홍명보 감독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참사의 화살이 온통 그에게 쏟아지고 있다. 성난 군중은 저마다 손에 돌멩이를 쥐고 그가 얼마나 파렴치한 인간인지, 얼마나 무능한 지휘관인지 침을 튀기며 성토한다. 거의 축제에 가까운 단죄의 에너지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가정을 해보자. 내가 한때 그 바닥에서 이름깨나 날렸던 전문가다. 마침 관련 조직의 최고 권력을 쥔 수장은 나와 친하게 지내는 동문이다. 어느 날, 대학 시절 돈독하게 지냈던 후배 녀석이 찾아와 손을 꼭 잡으며 애절하게 속삭인다. “형님, 형님밖에 적임자가 없습니다. 저희가 판 다 깔아놓을 테니 같이 큰일 한번 도모하시죠." 명예와 수십억 원의 연봉, 그리고 찬란한 미래가 패키지로 눈앞에 흔들린다. 이 짜릿한 유혹 앞에서 침착하게 자기객관화 센서를 작동하며 “허허, 나는 깜냥이 안 되고 도덕적 흠결이 있으니 더 훌륭한 분에게 양보하겠네"라고 거절할 성인군자가 우리 중 대체 몇이나 되겠는가? 자신의 그릇을 모르고 과욕을 부리는 것, 아는 인맥에 묻어가며 이권을 탐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돌아볼 성찰 능력이 부재한 것. 이것은 홍 감독만의 특이질환이 아니다. 거의 모든 나약한 인간이 가진 보편적인 본능이자 유전자에 새겨진 속물근성일 뿐이다. 홍 감독은 그 본능에 충실한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진짜 악마는 그 평범한 탐욕을 제어하지 못하고, 오히려 권력을 동원해 판을 깔아준 무능하고 부패한 시스템이다. 멕시코 현지 베이스캠프에서 들려온 그의 건조하고 짤막한 사퇴 성명과 새벽녘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포착된 그의 자태는 이 수준 낮은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다. 질문도 받지 않은 채 입국장을 빠져나간 그의 굳은 표정과 묘한 태도는 대중의 분노에 다시금 기름을 불렀다. 세상은 또 다시 손가락질하지만, 거대한 시스템의 덫에 걸려 만신창이가 된 한 인간이 쥐어짜 낸 마지막 자존심의 방어기제로도 보인다. 광장에 끌려 나와 돌팔매질을 당하는 제물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존엄은 비굴하게 눈물을 흘리며 목숨을 구걸하지 않는 것뿐이다. 사냥터로 등 떠밀린 사냥감이 사냥꾼들을 향해 꼿꼿하게 목을 세우는 그 뻣뻣함 속에서, 이 야만적인 제의가 연출한 씁쓸한 블랙코미디를 목격한다. 르네 제라르는 공동체가 붕괴 위기에 처했을 때 작동하는 희생양 메커니즘을 말한 바 있다. 내부의 혼란과 분열로 위기에 처한 집단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가장 만만한 제물 하나를 찾아내 광장으로 끌고 나온다. 그에게 모든 공동체의 죄와 부정을 뒤집어씌우고 돌을 던져 죽임으로써, 집단적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며 가짜 평화를 얻는다. 지금 한국 축구를 두고 벌어지는 일이 이 야만적인 제의를 닮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SNS를 통해 “공사구별을 못하고 공익보다 사익을 앞세우는 엉터리 인사가 가능한 것은 인사권자에 대한 감시 견제 문책이 불가능하거나 어렵기 때문"이라며 뼈 때리는 말을 날린 것은 사태의 은폐된 본질을 정확히 파악한 진단이다. 거버넌스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었다면, 애당초 홍 감독이 제 역량을 망각하고 그 자리를 넘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의 지적대로 문제의 핵심은 홍명보라는 불량 상품이 아니라, 그런 불량품을 견제 장치도 없이 백화점 메인 쇼윈도에 진열해 놓은 무너진 거버넌스 그 자체다. 현재의 광기는 홍명보라는 광대를 향한 가성비 좋은 분노에 불과하다. 한국 축구에 광대는 홍명보 하나로 족하다. 광대 죽이기에 몰두해 정작 광대를 만든 거버넌스 개혁을 소홀히 할까 하는 기우에서 하는 말이다. bienns@ekn.co.kr

[EE칼럼] 아직도 RE100인가?

요즘 슬금슬금 RE100(Renewable Energy 100)이 다시 나온다. 재생에너지를 옹호하거나 확대하자는 주장에는 전가의 보도처럼 RE100이 나온다. 그런데 그게 이미 한물간 캠페인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RE100은 2014년 런던에 본부를 둔 환경단체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이 시작한 캠페인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하자는 것이다. 여러 기업이 이에 동참하였다. 애플(Apple), 구글(Google), 페이스북을 포함한 많은 기업이 참여했다. 시작 단계에서는 의무가 없기 떄문에 참여 선언 그 자체는 매우 쉬웠기 때문이다. RE100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RE100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원자력발전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것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기후변화를 막자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자는 의도였던 것이다. 1킬로와트시(kWh)의 전기를 생산하려면 석탄발전은 이산화탄소 약1000g(그램)을 배출한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700g, 원자력은 10g, 재생에너지는 50g이다. 이에 필요한 비용은 원자력은 55원, 재생에너지는 270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둘째, RE100은 실제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REC(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만 구매해도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인정해 준다. 즉 RE100만을 위해서라면 재생에너지가 많은 특정 지역으로 갈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어디에 있더라도 REC만 구매하면 RE100을 한 것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셋째, 구글의 태도가 바뀐지 오래다. 구글은 이미 2018년 이산화탄소배출이 없는 전력원을 사용하자는 'CF100(Carbon Free)' 계획을 내놓았다. 구글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하루 24시간, 주 7일 무탄소 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구글은 '원전도 무탄소 에너지원'이라고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넷째, 정작 RE100의 진원지인 기후그룹의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 기후그룹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RE100도 여전히 살아있지만, 24/7 CFE(Carbon-free Energy) 이니셔티브도 인정하고 있으며 심지어 24/7 카본프리 에너지 콤팩트(24/7 Carbon-free Energy Compact)의 공동 출범 주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즉 기후그룹이 RE100만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여기저기서 'RE100을 해야 한다'. 또 'RE100을 하지 않으면 우리 무역하는데 장벽이 된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거짓이던지 뭘 모르는 얘기다. 원자력발전으로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도 인정된다. 명나라가 망하고 청나라로 바뀐 상황에서도 조선은 여전히 명나라를 모셨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정작 RE100 캠페인을 시작했던 기후그룹은 원자력발전을 인정하는데 지구 반바퀴 떨어진 우리나라에서는 원래의 RE100을 그대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RE100은 소개될 당시부터 옹색한 주장이었다. 이산화탄소 배출은 억제하자면서도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배제한 것이 그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입맛에는 딱맞는 것이었기 때문에 정부의 위상도 잊은 채로 기후그룹이라는 작은 환경단체의 주장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차관이 따라했다. 그 당시에도 UN에서는 원자력발전도 무탄소에너지로 인정하는 CFE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 정부는 UN을 버리고 NGO를 택했다. 그것 말고는 과학과 합리를 막아낼 방패가 없었던 것이다. 2년 전에는 삼성전자에 노광장비를 공급하는 네덜란드의 ASML(사)가 RE100을 하기로 했다는 오보가 나오면서 우리도 RE100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이는 가짜뉴스였다. ASML의 정책보고서와 연례보고서 그리고 직접 담당자와 연락해봐도 그런 주장은 나온 바가 없었다. 삼성전자를 몹시 위해주는 척하며 RE100을 주장하던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AI 데이터 센터나 반도체 공장은 모두 원전 5기 내지 10기분의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한다. 또 고정밀의 민감한 시설이기 때문에 생산이 들쭉날쭉한 간헐적 전기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가장 중요한 점은 전기요금이 낮아야 한다. 그게 정부보조금이나 다른 국민이 더 감당해서 될 일이 아니다. 이제 RE100 주장은 그만할 때가 됐다. bienns@ekn.kr

[이슈&인사이트] 지구촌적 불안의 원인은?

21세기 세계를 설명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불안'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 불안의 중심에 가장 강력한 국가인 미국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달러는 국제 금융의 중심이고, 실리콘밸리는 인공지능 혁명의 심장부다. 그럼에도 미국은 지금 어느 때보다 불안해 보인다. 그리고 그 불안은 세계 곳곳을 흔드는 외교와 군사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벌이는 AI 경쟁은 단순한 기술혁신 경쟁이 아니다. 반도체와 희토류, 데이터센터, 전력망, 해저케이블, 개발원조, 금융제재까지 모두 하나의 전략 아래 묶여 있다. AI는 기술이 아니라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국가전략이 되었다. 왜 미국은 이렇게까지 서두르는 것일까. 답은 중국에 있다. 중국은 제조업 규모에서 이미 미국을 앞질렀고,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희토류 정제, 일부 AI 응용기술에서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군사적 영향력을 유지하며 미국 중심 질서에 균열을 만들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세계는 더 이상 단극 체제가 아니다. 문제는 미국은 경쟁자를 단순한 경쟁자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은 상대의 성장을 자신의 쇠퇴로 해석한다. 그래서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대신 기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 군사동맹을 확대하고, 경제제재를 강화하며, 기술을 안보 문제로 바꾸고, 금융을 외교의 무기로 활용한다. 오늘날 국제정치의 상당수 갈등은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침공이라는 직접적인 원인과 함께 유럽 안보 질서와 NATO 확대라는 더 숨가쁜 상황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중동에서는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한 지원이 지역 갈등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다. 이란과의 긴장 역시 핵문제만이 아니라 중동의 세력균형과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중남미에서도 제재와 외교적 압박은 오랫동안 미국의 영향력 행사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이들 사안은 각각의 원인이 달라, 쉽게 판단할 수 없다. 그러나 공통점은 분명하다. 세계 주요 분쟁마다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종종 자유와 민주주의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점점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 민주주의는 누구를 위한 민주주의인가. 그 국제질서는 누구를 위한 질서인가. 미국은 스스로를 보편적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은 패권이 흔들릴수록 예외를 만들기 시작한다. 동맹국에는 관대하고 적대국에는 원칙을 적용한다. 국제법은 선택적으로 적용되고, 인권은 외교적 언어가 된다. 규범은 점차 보편적 기준이 아니라 전략적 자산으로 변한다. AI 시대는 이러한 모순을 더욱 극단적으로 만들고 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요구하고, 데이터는 전력을 요구하며, 전력은 희토류와 반도체를 요구한다. 결국 AI 경쟁은 광물과 항만, 해저케이블과 전력망, 금융과 군사동맹까지 하나의 거대한 지정학으로 연결된다. AI는 새로운 산업혁명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냉전의 기반이 되고 있다. 패권국이 가장 위험한 순간은 절대적으로 강할 때가 아니라 상대적인 쇠퇴를 자각할 때다. 역사는 이를 반복해서 보여주었다.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국가는 점점 더 많은 자원을 군사와 제재에 투입하고, 경쟁자는 더욱 빠르게 대안을 구축한다. 그 과정에서 국제사회는 진영으로 나뉘고, 중간국들은 선택을 강요받는다.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문제는 단순히 미국과 중국 가운데 누가 승리하느냐가 아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패권 경쟁 자체가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와 빈곤, 난민, 전염병 같은 공동의 문제를 해결할 여지를 점점 좁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AI가 인류를 위한 기술이 될 것인가, 아니면 패권을 위한 무기가 될 것인가는 기술이 아니라 정치의 문제다. 그리고 지금 세계를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새로운 강대국의 등장이 아니라, 자신의 쇠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기존 패권국의 착각 때문일지 모른다. 성일권

[김병헌의 체인지]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이 성공하려면

집은 삶의 공간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집은 사는 곳보다 사고파는 상품으로 인식됐다. 노동으로 얻는 소득보다 부동산 상승으로 얻는 이익이 더 커지는 사회에서는 청년의 희망도, 경제의 역동성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바라보는 방향도 여기에 있다. 오래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혜택을 받는 구조보다 실제 거주하는 사람을 보호하고, 필요 이상의 주택을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는 경우에는 합당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게 하자는 것이다. 보유세 조정은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는 오른다"는 기대 심리를 낮추는 역할을 해야 한다. 양도세 개편은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시장"이 아니라 “필요 없는 주택은 자연스럽게 시장으로 이동하는 구조"를 만드는 방향이어야 한다. 싱가포르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와 투자 목적 매입에 더 높은 부담을 부여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추가취득세(ABSD)와 대출 관리 정책을 함께 활용하면서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고 실거주 중심 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캐나다 밴쿠버 역시 빈집세를 도입했다. 주택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을 투자 목적으로 방치하는 것을 막고 시장에 다시 공급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핵심은 단순히 세금을 더 걷는 것이 아니라 주택이 본래 기능인 거주 공간으로 활용되도록 방향을 잡은 점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목적의 정책도 시장이 움직이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면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세금을 높이면 반드시 집이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단순한 공식은 현실에서 통하지 않는다. 집을 가진 사람이 “팔아야겠다"고 판단하려면 명확한 출구가 있어야 한다. 보유 부담은 높이면서 동시에 일정 기간 합리적으로 처분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문을 모두 닫아놓고 나가라고 하면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특히 과거 정부 정책을 믿고 등록임대사업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는 예측 가능한 변화가 필요하다. 제도를 조정하더라도 충분한 유예기간과 단계적 적용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 정책의 가장 큰 자산은 세금이 아니라 신뢰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공급이다. 세금 정책만으로 집값을 완전히 안정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투기 수요는 줄이되 실제 살 집은 꾸준히 공급돼야 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에 필요한 주택이 공급되지 않으면 아무리 강한 세금 정책도 결국 가격 압력을 막기 어렵다.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은 결국 하나다. 시장에 건강한 매물이 나오느냐에 달려있다. 다주택자가 필요 이상의 주택을 자연스럽게 정리하고, 실수요자가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이 만들어진다면 성공이다. 하지만 세 부담 때문에 팔지도 않고 버티는 매물 잠김 현상이 발생하면 거래는 얼어붙고 시장 불안은 반복될 수 있다. 그래서 정부의 세제 개편은 내우 정교해야 한다. 투기 목적의 반복적인 주택 매입,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 실거주 없는 장기 보유에는 분명한 부담을 줘야 한다. 반면 평생 노력해 마련한 1주택자, 은퇴 고령층, 실제 거주자는 보호해야 한다. 진짜 정교한 세제란 많이 걷는 세제가 아니다. 시장에 정확한 신호를 보내는 세제다. “살 집은 보호한다. 그러나 돈을 벌기 위해 쌓아두는 집에는 책임을 묻는다." 는 메시지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가 풀렸다 강화됐다 반복하면 시장 참여자는 정책보다 다음 선거를 기다린다.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최소한의 사회적 원칙은 정권을 넘어 유지돼야 한다. 정부는 데이터에 기반한 세제 설계, 충분한 공급 계획, 투명한 정책 운영으로 시장 신뢰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 역시 부동산을 빠른 부의 증식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집이 돈을 버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갈 때,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도 건강한 방향으로 다시 설 수 있다. 정부의 세금을 통한 부동산 억제책 성공 가능성은 결국 '강도'가 아니라 '균형'에서 결정될 것이다. 투기 수요를 정확히 겨냥하면서도 실수요 보호와 공급 확대가 함께 작동한다면 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팔 수 있는 길은 좁히고 보유 부담만 높이는 정책은 매물이 나오는 시장이 아니라 매물이 숨어버리는 시장을 만들 수 있으며, 그 순간 부동산 안정 정책은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진다.

한수원, 정용석·이광훈·최일경 상임이사 선임

한국수력원자력이 30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정용석 전 기획본부장과 이광훈 전 발전본부장, 최일경 전 건설사업본부장을 상임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정 신임 상임이사는 경영부사장으로, 이 신임 상임이사는 품질기술본부장(부사장)으로, 최 신임 상임이사는 사업총괄본부장(부사장)으로 각각 자리하게 됐다. 정 경영부사장은 인사처장, 전략경영단장, 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한 경영관리 분야의 전문가다.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혁신을 주도하여 경영 효율화를 선도해 왔으며, 중장기 경영전략 수립과 실행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다져왔다. 이 품질기술본부장은 발전처장, 고리원자력본부장, 발전본부장 등을 거친 원전 운영・기술 분야의 전문가다.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발전설비 운영 효율 향상의 최일선에서 원전 안전과 기술 경쟁력 강화에 힘써왔다. 최 사업총괄본부장은 원전건설처장과 건설사업본부장 등을 거치며 원전 및 양수 건설사업을 총괄해 온 사업관리 전문가다. 유에이이(UAE) 원전 사업 초기 단계에 참여해 사업 추진 기반을 구축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 영동양수발전소 건설 등 회사 핵심사업 추진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슈&인사이트] 이란 전쟁 종전 이후 우려되는 미국 리더십 위기

지난 6월 18일 미국과 이란의 이란 전쟁 종결 양해각서 내용이 공개된 이후 국제사회가 동요하고 있다. 미국이 공들여 진행한 합의의 결과가 실망스럽다는 평가이다. 일부 언론은 합의 내용을 보면 오히려 이란이 승전국 같다고 비판하는 기사를 냈다. 이 양해각서를 보면, 1단계에서 전쟁 즉시 종결, 미국 봉쇄 해제 및 이란의 호르무즈 개방, 이란산 원유 제재 해제와 이란의 동결 해외 자산·자금 이용을 허용하고, 2단계에 가서 이란 핵을 영구적으로 불능화한다는 내용이다. 만약 미국이 2단계 목표를 완전히 달성한다면, 우크라이나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번 전쟁을 결심한 미국의 선택이 옳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각서에 문제가 있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3,000억 불에 달하는 이란 재건 자금을 지원하는 조항이다. 미국이 이란과 종전 조건으로 이란 자금 동결 해제와 원유 수출 개재 허용 등 당근을 줄 거라는 예상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핵 포기 확정도 하기 전에 3,000억 달러의 재건 자금까지 대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그동안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나쁜 행동을 해 온 이란에 대한 과분한 보상이다. 이스라엘이 사주했다는 등 과격한 주장이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번 전쟁이 이란 핵 능력 불능화 및 수만 명의 자기 국민을 살해하고 주변국에 테러와 혁명을 수출하는 악의 정권 축출이 목표였다. 그러나 미국이 '악의 축'이라고 불렀던 급진 이슬람 정권교체에 실패하고, 오히려 이란 급진 정권에 날개를 달아 줄 동결 자금 해제, 원유 수출 재개 허용, 3,000억 불 재건 자금 지원 등은 납득하기 어렵다. 아무리 나쁜 짓을 하더라도 버티기만 하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나쁜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번 양해각서 체결을 너무나 서둘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번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신봉자인 마가(MAGA)를 중심으로 공화당이 지지했지만, 반대도 많았다. 더군다나 이 전쟁이 초래한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미국 중하층민이 많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이들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핵심 세력이지만, 오히려 트럼프의 정책으로 피해를 봤다. 이 전쟁으로 큰 피해를 본 국제사회가 아무리 비난해도 트럼프가 신경을 안 쓰는 이유는 본인을 지지하는 미국민만 바라보면 되기 때문이다. 미국 유권자만 미국 대통령을 선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지지자만 아우르면 된다. 이런 소수 극렬 추종자만 바라보는 팬덤(열성팬)·인기영합주의 정치는 이미 전 세계에 만연했기 때문에 새로운 것도 아니다. 한국도 좌우를 막론하고 지지자만 바라보는 팬덤 정치에 올인(all-in)하고 있다. 아무리 정치를 못 해도 견고한 팬들의 지지만 있으면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정책을 내놓기도 한다. 문제는 이번 사태로 트럼프의 마가(MAGA) 기반 팬덤 정치가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재선된 가장 큰 이유는 급진적인 '정치적 올바름' 사상에 매몰된 바이든의 민주당 정권이 워낙 잘못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잘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이 너무 못해서다. 이번 이란 합의가 비겁하거나 즉흥적으로 보인다면 그나마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에 대해 가지고 있던 비교우위가 무력화될 수도 있다. 9.11 테러 이후 국제사회가 생각하던 강하고 정의로운 미국의 이미지는 퇴색했다. 이미 많은 미국민이 양극화한 정치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관심을 잃었다. 더 이상 미국이 강하고 정의로운 나라라는 믿음이 사라지면, 희망과 기대를 잃은 미국민은 점차 냉소적 고립주의로 회귀할 수 있다. 미국 정치의 실패는 미국의 영향력 훼손으로 그리고 국제사회 미국의 리더십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은 막강한 영향력과 국력을 기반으로 국제사회를 자유민주주의라는 이상적인 질서로 유지했고, 이 때문에 대한민국 같은 많은 나라가 번영할 기회가 있었다. 이번 미국의 성급한 결심이 불확실한 미래를 가속할 수 있는 징조여서 우려된다. 만약 미국 리더십이 이전 같지 않다면 한국도 독자생존의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지금까지 가보지 않았던 길이다. 그러나 지정학적 위기와 충돌이 확산하는 현재 이는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bienns@ekn.kr

[기자의 눈] “왜 써야 하나” 의문 키우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실제로 얼마나 쓸지는 계속 의구심이 있어요. 준비는 하지만 확신은 없는 거죠."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준비하는 금융권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실제 사용률에 의문을 제기한다. 향후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시장 등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고됐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얼마나 이용할지는 미지수란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나 특정 자산 가치와 연동돼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자산(암호화폐)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일반 가상자산처럼 가격 급등락이 크지 않아 화폐의 대체 수단으로 활용된다. 블록체인, 스마트 계약, 토큰화 등 복잡한 기술이 적용돼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나, 결제 환경에서 실제 사용 방식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카드 포인트 등을 이용해 온·오프라인에서 손쉽게 결제하는 것처럼 사용 수단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바뀔 뿐 소비자가 체감하는 사용 경험은 유사하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 사용 수단을 바꿀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 이미 간편결제와 신용카드, 포인트 서비스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할인, 적립 등 다양한 혜택은 물론, 신용카드로 할부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 방식을 전환할 만한 유인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국내 가맹점의 90%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가능해도 사용자는 4.4%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편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구심에도 금융권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준비에 힘을 쏟고 있지만,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마저 지연되며 사업 방향성을 잡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이재명 정부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 조만간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열릴 것이란 기대감이 나왔지만 가이드라인조차 마련되지 않으며 사실상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법안이 지연되며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나오지 않아 소비자 관심도 더욱 멀어지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를 당장 예상하기는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속도감 있게 제도를 마련해 업계가 아이디어와 서비스를 실험하고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을 빠르게 조성해 줘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사업 모델이 등장할 수 있다. 지금처럼 제도적인 기반부터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시장의 불안감만 커질 뿐이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E칼럼] 원전의 미래는 장기안전운영에 달려 있다

세계는 지금 새로운 에너지 안보 시대를 맞고 있다. 지정학적 갈등의 장기화, 인공지능 산업과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성장, 전기화(Electrification)의 가속화는 안정적이고 대규모의 전력공급 능력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만들고 있다. 과거에는 값싼 에너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언제나 공급 가능한 에너지의 확보가 국가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원자력은 다시 세계 에너지정책의 중심으로 복귀하고 있다. 미국, 프랑스, 영국, 캐나다를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신규 원전 건설과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동시에 기존 원전의 성능 향상과 장기 운전(Long-Term Operation, LTO)에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세계 원전산업의 관심이 신규 건설만이 아니라 기존 원전의 장기적 활용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다.이미 운영 중인 원전은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운전 경험과 기술적 검증, 그리고 막대한 투자비가 반영된 국가적 자산이다. 충분한 안전성 검증과 체계적인 노화 관리 아래 이러한 자산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경제성, 환경성,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모두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 운전을 단순히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제도로 이해한다면 그 본질을 놓치게 된다.장기 운전은 노후 원전을 오래 사용하는 기술이 아니다.그것은 노화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기술이며, 안전여유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운영전략이고, 더 나아가 국가 자산을 미래세대에 안전하게 계승하는 경영 철학이다. 필자는 지난 40여 년 동안 원전의 연구개발, 건설, 운영, 정비, 정책수립, 국제협력, 그리고 최고경영자의 역할까지 다양한 위치에서 원자력 산업을 경험해 왔다.그 과정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원전의 장기적 안전 운영은 특정 설비나 특정 기술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안전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노화 관리가 체계적으로 수행되어야 하며, 경험과 지식이 다음 세대로 전수되어야 한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 전체가 장기적 관점에서 안전과 신뢰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실제로 장기 운전의 가장 큰 위험은 설비의 노화가 아닐 수도 있다.조직의 노화와 지식의 단절이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수십 년간 축적된 경험과 암묵지는 한 세대의 퇴직과 함께 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장기 운전은 설비관리 프로그램인 동시에 지식관리 프로그램이며, 인재 육성 프로그램이고, 리더십 프로그램이기도 하다.최근 디지털 트윈과 인공지능, 예측 정비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트윈의 가치를 가상모델 자체에서 찾지만, 실제 가치는 의사결정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있다. 기술의 목적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더 안전하고 더 현명한 경영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데 있다. 장기 운전은 기술의 문제를 넘어 경영의 문제이며, 궁극적으로는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의 문제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장기 운전에 대한 시각을 한 단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그동안 우리는 신규 원전 건설과 수출 경쟁력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건설 역량과 운영 실적을 확보하였다. 그러나 앞으로의 세계 시장은 신규 건설 시장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수백 기에 달하는 기존 원전의 장기 운전, 성능 향상, 디지털 전환, 노화 관리, 지식관리 시장이 더욱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은 이미 이러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험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가 축적했던 높은 이용률, 우수한 설비 신뢰도, 체계적인 정비 기술, 안전 문화, 그리고 인적자원 개발 경험은 향후 글로벌 장기 운전 시장에서 매우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장기 운전을 단순한 규제 절차나 발전소 운영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국가 에너지 안보, 탄소중립, 산업 경쟁력, 원전 수출 전략을 연결하는 국가 차원의 핵심 의제로 인식해야 한다.이를 위해 정부, 규제기관, 운영기관, 연구 기관, 공급망 기업, 정비 산업계, 학계가 참여하는 국가 차원의 장기 운전 전략과 실행 체계를 조속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각 기관은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정립하고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장기 운전은 특정 기관의 과제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적 자산을 미래세대에 안전하게 계승하기 위한 공동의 책무이다.원전의 미래는 단순히 더 많은 원전을 건설하는 데 있지 않다.이미 보유한 자산을 얼마나 안전하고 현명하게 활용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대한민국은 신규 원전 건설 강국을 넘어 장기 운전과 원전 자산 관리 분야에서도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이제 필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비전이다. 장기 운전에 대한 국가적 함의를 분명히 정립하고, 모든 원전 산업 참여자들의 역할과 책임을 체계적으로 연계하는 새로운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장기 운전은 노후 원전을 오래 사용하는 기술이 아니다.그것은 안전과 지식, 자산과 신뢰를 미래세대에 전달하는 책임 있는 경영철 학이며, 대한민국 원자력 산업의 다음 30년을 결정할 국가전략이다.

[박영범의 세무칼럼] 묵인되던 관행이 세금 폭탄으로…국세청, 법인 슈퍼카 겨누는 이유

지난 5월 28일, 국세청은 법인 소유 슈퍼 카의 사적 사용 및 관련 탈루 혐의에 대해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24년 8천만 원 이상 법인 차량에 의무화된 '연두색 번호판' 제도가 오히려 부의 상징으로 왜곡되면서 고가 법인 차량 등록이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 것이 이번 기획 조사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번 조사는 단순한 차량 사적 사용 적발을 넘어 기업 자금 유출과 편법 증여 전반을 파헤치는 강도 높은 검증이 될 전망이다. 국세청이 타깃으로 삼은 19개 법인은 총 90대(약 300억 원 상당)의 고가 차량을 소유하고 있으며, 적발된 탈루 혐의 금액만 약 3,000억 원에 달한다. 가장 빈번하게 적발되는 사례는 법인 명의로 초고가 슈퍼 카를 취득한 후 사주 일가의 '개인 전용차'로 전락시키는 경우다. 조사에서 법인 명의로 8억 원 상당의 슈퍼 카 3대를 취득해 골프장, 특급 호텔 방문 등에 사적으로 유용한 사례가 드러났다. 또한, 사주 일가의 미술품, 명품 의류 구입은 물론 고급 단독주택의 인테리어 비용까지 법인 비용으로 전가한 심각한 도덕적 해이도 포착되었다. 법인 차량을 사적으로 유용하다 적발될 경우, 법인의 비용(손금)으로 인정받지 못해 법인세가 추징되는 것은 기본이다. 더 큰 문제는 부인된 비용만큼 대표이사의 '상여'로 처분되어 막대한 근로소득세와 4대 보험료까지 연쇄적으로 부과된다는 점이다. 백화점, 골프장, 피부과 등 업무와 무관해 보이는 결제 내역은 국세청의 PCI(소득-지출 분석) 시스템에 의해 즉각 이상 징후로 포착된다. 따라서 접대비나 복리후생비로 처리하더라도 실질적인 업무 연관성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내부 증빙(품의서, 참석자 명단 등)을 반드시 구비해야 한다. 고가 법인 차량 세무조사 시 국세청 조사국에서 가장 엄격하게 교차 검증하는 자료가 바로 '업무용 승용차 운행 기록부(운행일지)'이다. 세법상 임직원 전용 보험에 가입하더라도 운행 기록부를 작성하지 않으면 연간 1,500만 원까지만 비용으로 인정된다. 빈틈없는 기록과 객관적인 업무 운행 사실 자료만이 실무적인 세무 리스크를 완벽하게 방어할 수 있다. 단순히 '업무용', '외근', '거래처 방문'이라고 뭉뚱그려 적는 것은 조사 시 허위 기록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 방문처와 구체적인 업무 목적을 명확히 기재해야 함다. 국세청 조사 요원들은 운행일지 내용과 하이패스 통행 내역, 주차장 영수증, 법인카드 결제 위치(주유소, 식당 등), 나아가 차량 내비게이션 기록까지 대조하여 모순점을 찾아낸다. 주말이나 공휴일 운행, 혹은 골프장, 주요 관광지, 사주 일가의 자택 인근 등 업무 연관성이 떨어져 보이는 장소로의 운행 내역은 조사관들의 1차 타깃이다. 불가피한 주말 업무나 휴일 접대였다면, 이를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휴일 근무 품의서, 접대비 지출 결의서, 회의록 등의 증빙은 운행일지와 하나의 세트로 묶어 보관해야 한다. 연말 법인세 신고를 앞두고 기억에 의존해 1년 치를 일괄 작성하는 관행은 매우 위험하다. 회사의 경영권을 쥔 사주가 거래 과정에 자녀 회사를 '끼워 넣어' 부당한 통행세 이익을 주거나, 법인 소유의 슈퍼 카를 사주 일가에게 헐값에 저가로 양도하는 방식이 대표적인 세금 탈루 유형이다. 심지어 배우자가 지배하는 특수관계 법인에 가상자산 채굴기 구입 대금 200억 원을 무상으로 빌려주거나, 조세회피처의 페이퍼 컴퍼니에 허위 광고비를 지급해 막대한 자금을 국외로 빼돌려 은닉한 혐의를 있는 법인이 집중 조사를 받고 있다. 법인은 자녀나 배우자가 운영하는 특수관계 법인과의 거래, 혹은 법인 자산(차량, 부동산 등)의 매각 시 반드시 세법상 적정한 '시가'로 거래해야 힌디. 시가보다 낮게 팔거나 높게 사주는 행위는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이 적용되어 법인세가 엄격하게 추징된다.특히 가공의 광고비나 컨설팅비 명목의 외환 송금은 국세청 국제조사과의 집중 타깃이다. 조사에서 해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는 자녀의 시기에 맞춰 3억 원대의 수입 스포츠카를 법인 명의로 사주거나, 자금 출처가 없는 미성년 자녀와 180억 원 상당의 빌딩을 공동 매입하면서 50억 원의 취득 자금을 편법으로 증여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사례들이 적발되었다. 법인에 실제로 출근하지 않는 자녀에게 수억 원의 가공 인건비를 지급한 악의적 사례도 포함되어 있다.사주 자녀의 재산 취득 시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한 '자금 출처' 확보. 자녀 명의로 부동산이나 주식을 취득할 때는 객관적인 '소득 증빙'이 필수적이다. 법인에서 정당하게 급여나 배당을 받아 자금을 마련하되, 실제 근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업무 일지나 사내 메일, 결재 명세 등을 반드시 남겨야 가공 인건비 논란과 증여세 추징을 피할 수 있다. 사전 증여로 부를 이전해야 한다면 편법을 동원하기보다, 합법적이고 정당한 플랜을 만들어 사전에 증여세를 납부하는 것이 징벌적 가산세를 피하는 가장 장기적이고 안전한 절세 전략이다.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에서 금융계좌 추적과 디지털 포렌식(문서 감정)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며, 장부 조작이나 차명계좌를 이용한 고의적 조세 포탈이 확인되면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엄정하게 고발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지금은 과거의 묵인되던 관행이 치명적인 리스크로 돌아오는 시대다. 당장이라도 기업의 회계 처리와 세무 신고 내역, 그리고 사주 일가의 자산 변동 내역을 꼼꼼하게 재점검하고 선제적인 방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ek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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