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가로 잘 알려진 노스트라다무스는 흑사병의 치료법을 개발해 널리 보급했을 만큼 진취적인 의사였다. '인간의 굴레', '달과 6펜스'의 서머싯 모옴, '셜록 홈즈'의 코난 도일, '아Q정전'의 루쉰,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체 게바라…. 당대 최고의 문학가들 중에는 의사들이 많았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와 인간의 내면을 끄집어 내는 문학가, 둘 사이에는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의사·시인(필명 유담)·의학평론가·수필가 등으로 활동하는 유형준 한림대 의대 명예교수(내분비대사내과)가 '의학과 문학 사이를 오가며 인간 이해의 시선을 글로 풀어낸 의사문인들' 108명을 소개하는 신간 '글 짓는 의사들'(의학신문 발간)을 펴냈다. 유 교수가 집요하게 취재한 다큐멘터리 같은 내용들은 장장 5년 5개월(53개월) 동안 '의학신문'에 연재되면서 많은 독자들의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 의학과 문학은 모두 '인간을 치유하고 이해하려는 몸부림'이라고 갈파해온 저자는 “사람의 고통과 생명의 의미를 헤아려 낫게 하려는 점에서 의학과 문학이 다붓한 건 당연하다"라고 말한다. 의학과 문학이 맞닿아 서로를 더 여물게 하고, 인간 이해와 창의적 공감이 더욱 풍성해진다는 것이다. “현대 의학 속 언어는 메말랐고, 진료실에는 검사 데이터만 수북합니다. 의사와 환자의 거리는 멀어지고 최첨단 진단기기의 숫자와 기호에만 의존하는 치료 과정 속에 인간적 이해의 치유 행위는 사라지고 있어요.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자는 '의학과 문학의 접경에서' 몸부림쳤던 다양한 의사문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갈수록 각박해지는 사회 속에서 지치고 무기력해진 많은 독자들이 잊고 있던 삶의 가치와 이해를 되찾기 바란다. 유 교수는 한림대 의대 내과학 및 의료인문학 교수로 오래 재직했다. 대한노인병학회장, 한국노인관련학술단체연합회장, 대한영양의학회장, 대한비만학회장,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초대회장, 대한당뇨병학회장, 한국만성질환관리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임 후 현재 씨엠병원 내과장으로 진료하고 있다. 한국의사시인회 초대회장, 문학예술동인회장, 박달회장, 문학청춘작가회 초대회장을 지냈다. 현재 함춘문예회장, 쉼표문학 고문, 한국의사수필가협회 회장, 의료 예술 연구회장, 의학과 문학의 접경 연구소장, 한국의약평론가회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단독 저서로 △노화수정 클리닉 △당뇨병 교육 △당뇨병 알면 병이 아니다 △시집 '가라앉지 못한 말들' '두근거리는 지금' △산문집 '늙음 오디세이아' '의학에서 문학의 샘을 찾다' 등을 썼다. 서울의대 함춘의학상, 대한당뇨병학회 설원 학술상, 대한노인병학회 특별학술상, 지석영 의학상, 문학청춘작가회 동인지 작품상, 옥조 근정 훈장 등을 받았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