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1일은 '세계 명상의 날'이다. 잠시 업무와 일상을 내려놓고 명상을 통해 몸과 마음의 균형을 되찾으며 한 해를 차분히 마무리해 보면 어떨까? 명상이라고 하면 흔히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모습을 떠올린다. 물론 조용히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는 것도 좋은 명상이다. 하지만 명상의 본질은 특정한 자세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차리고 균형을 되찾는 과정이다. 한의학에서는 스트레스와 긴장이 지속되면 몸의 에너지가 위로 몰려 머리는 뜨겁고 하체는 차가워진다고 보며, 이유 없이 반복되는 불면, 불안, 두통, 만성 피로 등의 원인으로 손꼽고 있다. 명상은 위로 치우친 에너지 흐름을 다시 아래로 안정시켜 머리는 맑고 몸은 편안해지는 균형 상태를 회복하도록 돕는 방법 중 하나이다. 명상의 핵심은 '어디에 의식을 두느냐'이다. 머릿속 생각이 아니라 몸의 감각, 특히 하체의 움직임과 무게감에 주의를 두는 순간, 위로 몰렸던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려와 균형을 찾는다. 생수 한 병을 들고 계단을 천천히 오르는 행동 또한 아주 좋은 생활 명상이다. 생수로 상기된 화를 식히면서 발바닥이 계단에 닿는 느낌, 숨이 차 오르는 리듬에 집중하는 것이다. 3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은 줄어들고 몸의 중심은 단단해진다. 이외에도 발바닥에 의식을 둔 가벼운 산책이나 잠자리에 들기 전 숨을 내쉬면서 긴장과 열기가 발끝으로 빠져나간다고 상상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호흡이 깊어지고 심박이 안정되며, 과도하게 긴장했던 근육이 이완된다. 명상은 특별한 치료가 아닌, 몸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가장 자연스러운 생활 습관이다. 명상 이후 느낄 수 있는 안정감은 단순한 기분 변화가 아닌,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가 긴장 모드에서 회복 모드로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이재동 교수 박효순 의료 전문기자 anyto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