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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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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타트업의 도약 92] 그린컨티뉴 “모피 대신 식물성 가죽으로 환경 보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7.07 16:30

선인장 껍질 활용 ‘비건레더’ 국내최초 개발·제조
동물가죽보다 강도·무게 뛰어나 완벽 대체 자신
녹차·카카오 껍질 등 다양한 부산물도 적극 활용
롯데 초콜릿·코오롱 신발원단·아모레 녹차 협업

전인호 그린컨티뉴 대표(스타트업)

▲전인호 그린컨티뉴 대표. 사진=그린컨티뉴

20세기 글로벌경제를 제조와 금융 중심의 '골리앗기업'이 이끌었다면, 21세기 경제는 혁신창업기업 스타트업(start-up) '다윗기업'이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최근 20여년 간 글로벌 경제와 시장의 변화의 주인공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스타트업이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알리바바, 틱톡은 물론 국내의 네이버, 카카오, 넥슨, 쿠팡 등도 시작은 개인창업에서 출발했다. 이들 스타트업들이 역외와 역내 경제에서 새로운 부가가치, 새로운 직종(일자리) 창출을 선도하고 있다.

한낱 '양치기'에서 당당한 '장군'로 성장한 '스타' 스타트업을 꿈꾸며 벤치마킹하는 국내외 창업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성공의 열매를 맛보기 위한 과정은 매우 험난하다. 스타트업(창업)은 했지만 점프업(성장)하기까지 성공보다 좌절이 더 많은 '정글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돌팔매질을 연마하는 '다윗 후예' 스타트업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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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사육해 가죽을 얻는 현재의 공장식 축산 방식은 동물에 가해지는 고통 행위와 심각한 환경오염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연간 약 720만 마리에 해당하는 가축 도살에 필요한 대규모 밀집사육 부지는 전 세계 산림 벌채의 가장 큰 원인으로 환경단체의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해 2월 창업한 그린컨티뉴는 소가죽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식물성 가죽인 '비건 레더'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국내 최초로 '선인장 가죽'을 개발·제조한 스타트업이다.


전인호 그린컨티뉴 대표는 “그린컨티뉴가 선인장 가죽을 제조하기 전까지 국내에서 판매되는 선인장 가죽은 전량 해외수입이었다"며 “기술 개발을 위한 진입장벽이 높았고 가격 등의 문제로 인해 국내 시장의 수요가 적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선인장 가죽은 소가죽에 비해 가격이 높아 접근성이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그린컨티뉴는 가격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력해 현재 해외제품 대비 선인장 원단 가격을 절반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이를 위해 선인장 가죽에 사용되는 바이오매스 소재 비율을 78%까지 늘렸다. 전 세계 최초로 선인장 가죽을 제조한 멕시코 기업은 바이오매스를 통상 65% 활용 중으로, 그린컨티뉴는 타 기업 대비 바이오매스 소재 사용량이 많은 편이다.




선인장 가죽은 일반 가죽 대비 습기와 마모에 강하며, 흠이 잘 남지 않고 가볍다는 장점이 있다. 염색도 가능해 가방과 카드지갑 뿐 아닌 신발과 등산화 등 아웃도어 제품 등 일반 가죽으로 제조할 수 있는 상품은 전부 만들 수 있다.


전 대표는 그린컨티뉴의 또 다른 특징으로 카카오, 녹차 등 식품을 제조하고 남은 부산물의 셀룰로스를 추출해 가죽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실제로 그린컨티뉴는 코오롱 스포츠에 '무브어스' 신발용 선인장 원단을 납품한 데 이어, 아모레퍼시픽 뷰티 브랜드인 이니스프리에 녹차 부산물로 제조한 카드지갑용 가죽 원단을 제공했다. 롯데 가나에 카카오 껍질로 만든 팝업스토어용 가죽 원단을 납품한 기록도 지니고 있다.


기업 부산물 처치, 국내 로컬 기업과의 협업이라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강조 측면에서 각 기업과 이해관계가 맞아 손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부산물별로 수율과 가공법이 달라 협업을 위한 연구를 진행, 각 기업에서 원하는 조건을 전부 맞췄다고 전 대표는 덧붙였다.


K-스타트업 제품

▲그린컨티뉴에서 제조한 식물성 원단 제품. 사진=그린컨티뉴

그린컨티뉴는 지난해 선인장 가죽으로 미국 농무부의 USDA 바이오매스 인증을 취득했다. 또한, 지난해 정부 과제 16개를 수주한 데 이어 올해는 △농식품 벤처기업 육성사업 △산업통상자원부 바이오매스 기반 비건레더 개발 사업 △SK ESG 코리아 △KT&G 인도네시아 글로벌 트랙에도 선정됐다. 선인장 원단 제조방법은 특허 1건 등록, 1건 출원했다.


전 대표는 “식물성 가죽은 없던 시장인 만큼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에게 이슈 없이 잘 전달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다"며 “제품에 합성섬유인 폴리우레탄이 일부 사용돼 아직 100% 친환경 제품이라고는 할 수 없어 더 친환경적으로 제조하기 위한 연구개발(R&D)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그린컨티뉴가 제조한 일부 가죽은 생분해가 가능하다. 그린컨티뉴는 가죽을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갖춰나갈 예정으로, 사용 후 폐기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업사이클링(Upcycling, 새활용)해 가죽을 다시 뽑아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전 대표는 “국내 후발주자가 생겨서 식물성 소재 시장 자체를 끌어올리면 좋겠다"며 “누구 하나가 잘하면 다들 따라서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크다"는 등 시장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향후에는 직접 제품을 제조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B2C)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친환경 상품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큰 관심을 보이는 만큼 해외 시장 진출도 고려 중이다.


전인호 대표는 “하나의 기술 고도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선인장 가죽이 가장 유리한 수율과 상징성을 지닌 만큼, 선인장 가죽 기능 고도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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