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에 맞서 중국이 34%의 맞불 관세를 예고함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에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1430원대까지 하락한 원·달러 환율이 다시 하루새 33.7원 급등하며 5년여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로 글로벌 무역전쟁, 경기침체 우려 등이 부각되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만일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 1500원대 진입도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악재가 해소된 만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정책에도 환율이 1500원대로 급등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 대비 33.7원 오른 1467.8원을 나타냈다.
환율은 지난주 금요일 하루새 32.9원 내린 1434.1원을 기록하며 2022년 11월 11일(59.1원) 이후 2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다시 오름세로 전환했다. 장중에는 147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에 맞서 중국이 34%의 맞불 관세를 예고함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에 파문이 일고 있다. 고율 상호관세 시행으로 미국 경기침체 리스크가 가시화됐고, 무역전쟁이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특히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상호관세 부과일 이전에 일부 국가와의 협상을 통해 해당 국가에 상호관세 부과 시행을 연기하거나 유예할 가능성을 일축한 점도 투자심리에 부정적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렇듯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자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점검하며 필요시 가용한 시장안정화 조치를 즉각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향후 미 관세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고, 예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24시간 점검체제를 통해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가용한 시장안정화 조치를 즉각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5대 금융지주 회장 등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성 공급 등 필요한 조치가 언제든 취해질 수 있도록 약 100조원 규모의 시장안정프로그램 준비와 집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안정프로그램은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채안펀드)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건설 관련 약 60조원 등으로 구성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된 점에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트럼프 무역전쟁이라는 큰 불확실성이 남았지만, 환율이 1500원대로 급등할 가능성은 낮은 만큼 1460원부터는 고점매도로 접근하기에 매력적인 수준이라는 진단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지난주 탄핵 인용이라는 재료가 없었다면, 환율이 1500원을 바라볼 수도 있었지만 탄핵안이 인용되면서 국내 정치적 요인은 해소됐다"며 “현재 환율이 오른 것은 중국의 보복관세 조치로 인해 증시가 하락하고,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주 환율이 1430원대까지 하락한 점에 비춰보면, 향후 관세 협상이나 증시 조정이 마무리되고, 관세 우려가 완화된다면 환율 역시 약세를 기록 중인 달러 인덱스를 추종할 것"이라며 “환율 상단보다는 하단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호관세가 진정되고 국내 경기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으로 모멘텀이 회복될 경우 2분기 중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 초반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이러한 전망에는 미국 경기가 침체가 아닌 둔화에 그치며 미국 달러가 당분간 약세를 보여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나아가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구간에서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하락하기 위해서는 국내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완화될 필요가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환율은 트럼프 상호관세 불확실성이 완화되기 전까지 1400원 중후반에서 등락을 보일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국내 경제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렵지만, 추경 편성 등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적인 대응이 이어진다면 단기적으로 원화 가치에는 우호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