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5일(금)
에너지경제 포토

여헌우

yes@ekn.kr

여헌우기자 기사모음




자기자본 20% 있어야 부동산PF 허용한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1.14 14:28

국토교통부, 14일 제도 개선 방안 발표

리츠에 토지 현물출자 유도해 자기자본 비율 20% 이상 높이기로

대신 세제혜택 제공해 안정성 확보

“중단기적 체질개선 추구한다는 점 긍정적···중소 업체 지원책도 나와야”

자료사진. 서울 시내 한 공사 현장 이미지.

▲자료사진. 서울 시내 한 공사 현장 이미지.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기준을 대대적으로 손본다. 현물출자를 통해 현재 3∼5%에 불과한 자기자본비율을 20%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 토지·건물을 부동산투자회사(리츠)에 현물출자하는 경우에는 실제 이익을 실현하는 시점까지 양도소득세 납부 시점을 늦춰준다.


정부는 14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부동산 PF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토지주가 토지·건물을 부동산 투자 회사(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리츠)에 현물출자하도록 유도해 PF 자기자본비율을 20% 이상으로 높인다는 것이다. 이를 촉진하기 위해 토지를 PF사업에 출자할 때 내야 하는 법인·양도세도 조세특례법을 개정해 납부 시기를 늦춰주기로 했다. 수도권 주요 지자체 내 100평 이상 주거·상업지역 나대지 7000만㎡ 가량이 현물출자 대상으로 꼽힌다.


부동산 PF 기존 브릿지 대출과 현물 출자 시 자본구조 변화 예시.

▲부동산 PF 기존 브릿지 대출과 현물 출자 시 자본구조 변화 예시.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주택·업무용 부동산 개발은 현재 디벨로퍼(시행사)가 총 사업비의 약 3~5%만 출자해서 만든 부동산PF를 통해 진행된다. 따라서 사업비가 없어 토지 매입 단계부터 고금리 대출이 불가피하다. 영세한 시행사들은 담보 능력이 없어 주로 대형 건설사나 투자신탁사의 보증(책임 준공 확약)에 의존해 은행 대출을 받는다. 갑자기 금리가 오르거나 부동산 경기 불황이 찾아 와 사업성이 악화되면 시행사는 물론 사실상의 보증을 선 건설사나 은행들까지 위기에 빠지게 된다. 2000년대 말 미국발 금융 위기 때 등이 대표적 사례다. 우리나라는 대형 건설사들의 부도로 인한 금융권 디폴트 사태를 막기 위해 대규모 공적 자금을 투입해야만 했다. 최근에도 부동산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정부가 수조원대의 돈을 부실 부동산 PF 정리에 투입한 상태다.


그러나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디벨로퍼가 금융사·연기금 등 지분 투자자를 유치해 자기자본 30∼40%를 갖고 토지를 매입한다. 이후 건설 단계에서 대출을 받는다. 네덜란드의 자기자본비율 기준도 총 35%(시행사 10%, 지분투자자 25%)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앞으로 부동산 PF의 자기자본 비율을 20% 이상으로 높여 체질을 개선, 안정적인 사업 추진과 책임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토지 현물출자를 활용한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선도사업도 진행한다. 토지 용도 제한과 건폐율·용적률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공간혁신구역'에 랜드마크 빌딩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공공에서 리츠 설립과 사업성 분석 컨설팅을 지원한다.


토지주가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같은 정책사업을 위해 토지 현물출자를 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 확약으로 사업성을 보완한다. 서울시는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PF사업에 용적률·공공기여 완화 등 도시규제 특례를 적극 부여하기로 했다.


정부는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책임준공 개선 방안과 PF 수수료 개선 방안도 내년 중 마련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 관련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낮은 자기자본비율로 과도한 대출을 일으키는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만큼 중장기적인 체질 개선책을 마련했다는 이유에서다. 제도 수혜를 누리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중소 시행사(디벨로퍼) 구제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PF 관련 개선안은 꾸준히 마련·발표돼 왔고 이번 결정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며 “당장 부실 위험이 없어지거나 하진 않겠지만 조금 늦더라도 (과도한 부채를 끌어쓰는 등)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결국 건실한 디벨로퍼 위주로 살아남는 구조가 되는만큼 중소업체들이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김효선 NH농협 부동산 수석위원은 “기존 지원책들은 이자 지연 등 단기적인 게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에는 장기적으로 PF 사업의 불안정한 부분을 개선할 수 있는 체질개선을 목표로 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영세한 디벨로퍼들이 많은데 경험·자본이 있는 곳들과 협업을 하게 해주는 등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번 발표 관련) 시스템 구축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이라며 “기준을 정확하게 세우지 않으면 오히려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하고 안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