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이 올해 하반기 검토해왔던 자사주 매입 등 가업가치 제고(밸류업) 조치를 내년 이후로 연기한다는 방침이다. 해운업계에서는 민영화 시점을 내년 하반기 이후로 보고 매각 적기에 밸류업 조치를 단행하기 위해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이라 해양수산부와 KDB산업은행 등이 리더십을 가지고 민영화를 추진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또 채권단이 보유하는 지분이 점차 늘어나고 HMM 스스로도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당장 몸값을 감당할 원매자를 찾기 힘들어 지금이 민영화 적기가 아니라는 시각에서다.
2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이 검토해왔던 밸류업 조치는 내년에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 HMM 내부에서는 최근 탄핵 정국과 내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등의 변수가 많기에 상황을 좀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이 힘을 얻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HMM이 내년 매각 적기에 자사주 매입 등의 밸류업 조치를 시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HMM은 대주주인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의 자사주 매입을 포함한 밸류업 계획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자사주 매입 방식은 HMM을 둘러싼 이해 관계자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HMM에 투입했던 금액 일부를 회수할 수 있고 소액주주들도 주주가치 개선 효과를 개대할 수 있다. 아울러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의 지분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잠재적인 원매자의 인수 부담을 경감시켜줄 수 있다.
실제 최근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율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잠재적 원매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HMM의 대주주인 산은과 해진공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전환사채(CB)의 주식전환권을 꾸준히 행사한 결과 이달 들어 양 기관의 합산 지분율은 67.05%가 됐다. 남은 BW·CB의 주식전환권을 모두 행사한다면 합산 지분율은 71.69%까지 늘어난다.
주식 뿐 아니라 HMM 자체의 체급도 커졌다. HMM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조4614억원을 기록해 삼성전자마저도 추월했다. 지난해 3분기 758억원에 비해서 19배나 급등한 결과다. HMM의 분기 영업이익이 조 단위를 기록한 것은 2022년 4분기 이후 약 2년 만이다.
이 같은 호실적은 지난해 말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면서 발생한 이른바 '홍해 사태'의 영향으로 운임이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또한 신규서비스(아시아~멕시코) 개설과 1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투입 등 조치도 수익성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HMM의 민영화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채권단의 지분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HMM의 기업가치도 확대되면서 인수자의 자금 부담이 상당히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다만 해운업계에서는 HMM의 민영화가 당분간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탄핵 정국으로 해수부와 산은이 리더십을 가지고 민영화를 주도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밸류업 조치 지연도 민영화 적기에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원매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가장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다소 시간을 가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HMM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검토 중이나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 주주환원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정해진 바 없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은 방법적으로 검토 해야할 사항이 남아있는데다 내년 경기 상황 등의 변수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행하기) 적절한 시점이 언제일지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