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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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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승부수' 약일까 독일까?…배터리 공급 '난항'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0.13 07:58

테슬라, 대형 ESS 프로젝트 집중에 일반 고객은 ‘팽’ …배터리 공급망 ‘난항’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 (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추석 연휴가 한창이던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전기차·에너지 기업인 테슬라가 파나소닉에서 삼성SDI로 배터리 공급 파트너를 변경했다는 소식은 국내 언론을 뜨겁게 달궜다. 주로 삼성SDI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데 초점이 맞춰졌으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공급망 파트너의 변화로 기존 ESS 계약 건 설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 1일 닛케이 아시안 리뷰는 테슬라가 남호주에 설치될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 저장시설(ESS) 구축을 위해 파나소닉 대신 삼성SDI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가 그동안 일본 파나소닉으로부터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삼성SDI는 테슬라가 호주 남부에 건설 중인 에너지 저장시설에 ESS를 공급하기 위해 2~3개월 전부터 협의해 왔으며, 주문 물량을 순차적으로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들은 "파나소닉이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집중하는 사이에 ESS 생산 능력이 뛰어난 삼성SDI가 기회를 잡았다"면서 "전기차 배터리 주문이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결정은 파나소닉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머스크 CEO가 지난 3월 ‘계약서에 사인 후 100일 안에 남호주에 ESS를 가동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미뤄볼 때,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분주한 파나소닉 대신 공급 기한을 맞추기 수월한 삼성SDI에 물량을 준 것으로 보인다.


◇ 남호주 프로젝트·푸에르토 리코, 사실상 남는 것 없는 장사

사실 머스크 CEO가 스스로 공언한 마감시한이 촉박한 데다, 호주로 배터리 저장시설을 완공해 보내기 전 최종 조립을 위해 배터리셀을 미국으로 들여와야 하는 만큼 테슬라가 남길 수 있는 이익은 거의 없다. 이익보다는 홍보효과를 노린 게 분명한 이유다.

또, 머스크가 공언한 바에 따라 테슬라가 남호주 프로젝트를 100일 안에 완성하지 못한다면, 호주정부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100일이라는 시계는 9월 29일 호주 현지기업 엘렉트라넷과 송전망 연결 계약을 체결했을 때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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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마리아가 휩쓸고 간 잔해 옆에 "SEND TESLA, (테슬라에 보내라)"라는 메시지가 쓰여있다. (사진=SNS)


머스크의 야심은 호주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엔 허리케인 마리아에 폐허가 된 푸에르토 리코다.

허리케인 강타 이후 전력공급이 끊어진 푸에르토 리코는 테슬라를 향해 "태양열 발전과 배터리시스템으로 푸에르토리코의 전력시스템을 재구축할 수 있느냐"고 SOS를 보냈다. 머스크 CEO는 "이야기를 해보자"며 푸에르토 리코 주지사에 긍정적인 답변을 한 상태다.

허리케인이 휩쓸고 간 잔해 옆에 "SEND TESLA, (테슬라에 보내라)"라는 메시지가 담긴 한 장의 항공 사진은 이같은 논의를 촉발했다.

호주에 이어 푸에르토 리코의 ESS 프로젝트까지 성공시킬 경우, 테슬라는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ESS 기업으로 우뚝 설 전망이다.


◇ 홍보에 목숨 거는 테슬라…일반 고객은 배송 지연

그러나 테슬라의 미래가 마냥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공격적 진출이 배터리 공급망에 심각한 부담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호주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조사기관인 GTM리서치와의 인터뷰에서 "남호주 프로젝트의 공급선 변화는 미국 등 다른 시장에서 공급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미국 네바다 주에 건설해 지난해부터 가동을 시작한 세계최대의 리튬 이온 전지 공장 기가팩토리가 남호주 100MW 배터리 공장 건설에 주력한다면, 다른 제품들이 영향을 받을 것은 불보듯 뻔하다"면서 "미국 등 일부 지역의 ESS 프로젝트 비용이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관측자들은 공급 병목 현상으로 인해 테슬라가 다른 주문사항을 제쳐두고 마감 시한이 촉박한 프로젝트부터 처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테슬라 측은 모든 주문은 선착순으로 처리되고 있다면서, 고객들이 주문할 때 예상 설치·배송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테슬라의 해명과는 달리, 내년 1분기까지 가정용 ESS인 파워월 신제품 주문 건은 배송을 완료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호주 태양광 산업 베테랑인 나이젤 모리스 전문가는 호주 리뉴이코노미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파워월2를 구매한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호주로 들어오는 재고가 없는 상황"이라며 "언제쯤 배송이 완료될 지도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신재생에너지 조사기관인 GTM 리서치의 라비 에너지부문 디렉터는 "제한된 선적으로 인해 테슬라는 빠르게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계약자들에 우선권을 주고 있다"면서 "시장에 진출할 때도 보다 이목을 끌 수 있는 국가와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호주 시장 선점을 위해 100일 안에 최대규모 ESS를 설치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단적인 예다.

라비 디렉터는 "호주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다른 시장의 손해를 감수할 수도 있다는 게 테슬라의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의 일부 태양광 설치자들은 테슬라가 솔라시티 인수 이후 독립 파트너와의 공급 계약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태양광 패널 제조기업 스파이스 솔라의 배리 시나몬 CEO는 "테슬라의 가정용 에너지저장 설비인 파워월은 정말 멋진 제품이다. 많은 이들이 이 제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나몬 CEO는 "테슬라의 ESS 설치 계약에 자사가 인수한 솔라시티의 재고를 사용하다는 것은 합리적인 비즈니스 감각"이라며 "테슬라는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그는 "스파이스 솔라를 포함해 파워월 재고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설치자들은 테슬라가 ESS를 대중화하는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태양광 패널을 팔기 위해 계약한 많은 업체들이 있고, 여전히 장비들을 기다리고 있는 업체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운송 지연이 제품 부족에서 기인한 만큼, 파워월 설치를 기다리고 있는 독립 계약자들을 위해 테슬라는 공급망을 늘릴 방침이다. GTM리서치는 테슬라 제품을 주문한 업체들 중 일부가 테슬라의 운송 지연으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고 항의하면서, 배터리 공급망을 대체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했다.

라비 디렉터는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은 없다"면서도 "테슬라가 ESS를 설치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계약을 맺은 업체는 손에 꼽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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