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며 투자심리가 얼어붙었지만, 이로 인해 주요 투자지표가 역사적 저점에 근접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역설적이게도 PBR(주가순자산비율),PER(주가수익비율)과 같은 밸류에이션 지표는 매력적으로 전환,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지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종가 기준 코스피는 PBR 0.85배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초 0.97배와 비교하면 20% 이상 하락한 수준이다. 최근 3년간 저점인 0.83배에 근접했으며, 2023년 초 기록했던 0.84배와 비슷한 수준이다. 당시 코스피 지수는 2200포인트대였다.
PBR은 순자산을 주가로 나눈 비율로서 주가 수준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 중에 하나다. 1배를 기준으로 높고 낮음을 평가하며, 지난 10월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주요 지표이다.
수익성 지표인 PER도 매력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현재 12개월 예측 PER은 7.9배로, 금융위기를 제외한 과거 저점인 7.6~7.7배에 근접했다. 특히 전 세계 증시(18.7배)와 신흥국 증시(12.0배) 대비 각각 58%, 35% 할인된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어 상대적 투자 매력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등 돌린 개미, 국내서 美 주식·ETF로
코스피가 역사적 저점 수준으로 하락한 주요 원인은 개인투자자들의 투매급 매도다. 코스피에서 대량 이탈한 개인자금은 미국 시장으로 흘러드는 모습이다.
개인투자자들의 매도세는 계엄이 트리거를 했지만, 본질적으로는 국내 증시에 대한 본질적인 실망이 내재된 결과라는 게 금융투자업계 중론이다. 코스피가 장중 10% 급락했던 지난 8월5일에도 개인은 1조7000억원 매수에 나선 것과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로 개인은 지난 3거래일 연속 코스피에서 발을 빼고 있다. 3거래일 만에 빠져나간 개인 자금은 1조8900억원에 달한다.
반면 미국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에는 뭉칫돈이 몰렸다.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계엄 사태 발발 직후인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단 6거래일 만에 미국 주식·ETF TOP50 매수결제 규모는 7조3000억원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증권가에서는 최근 미국에 투자하는 ETF 잔액이 전년보다 급증했다는 소식 이어지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9일 'ACE 미국배당다우존스 ETF'의 개인 순매수액이 1500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ETF의 순자산액도 지난해 말 1931억원에서 8일 5551억원으로 187.47% 늘었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AI 소프트웨어 ETF' 순자산도 최근 일주일 새 약 275억원 몰리며 1000억원을 돌파했다.
◇PBR로 본 투자시점은?
전문가들은 최근 주가 하락으로 코스피가 매력적인 장으로 변해간다고 보고 있다. 개인에게 코스피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트린 주요 원인인 정치적 리스크는 차기 대선 시점이 결정되면 해소될 악재이며,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발 관세 우려는 과도하게 선반영 돼 있다는 진단이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일단은 불확실성의 구간을 지나가야 하지만 차기 대선 시점이 결정되며 정치적 리스크가 낮아지는 시점이 올 것"이라며 “주목해야 할 부분은 차기 정권의 재정 확대"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민주당이 차기 정권을 확보하게 된다면 상법 개정은 빨라질 수 있고 재정정책의 확대와 정부 부채 증가가 예상된다"며 “사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재정지출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그는 코스피 최저점을 2250포인트(p)로 가정하고 2400p부터는 매수할만한 밸류에이션이라 진단했다.
코스피 밸류에이션과 펀더멘털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치적 리스크가 더 악화되지 않는다면 특정 산업 중심으로 시장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주식시장 비관론 핵심은 관세였다"며 “코스피가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던 7월 고점을 기록하고 11월 낙폭을 반복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시 관세 위협에 노출되는 대표 국가로 지목받고 있다. 한국 GDP(국내총생산) 대비 교역 비중은 경제 규모 상위 20위권 중 4위다. 한국은 중국 대상 교역 익스포저(외환 거래·대출·투자 관련 위험)도 여전히 높다. 올해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국가들 공통점은 높은 GDP 대비 교역 비중, 중국 익스포저다.
노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는 펀더멘털로 놓고 봤을 때 과매도 상태라고 진단했다. 현재 코스피는 과거 저평가 구간에 속하며, 12월에는 2300~2600p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그는 “현재는 중앙은행과 정부에서 유동성 위험을 억제하고 있는 구간으로 아직까지 유동성 위기 수순으로 발전하지는 않았다"며 “PBR 하단은 이 경우 0.81~0.83배 사이에서 결정됐다. 현재 장부가 고려 시 2310~2370p에서 바닥을 가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