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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문화 전쟁에서 이겨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9.10 15:32

전경우 미래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


올해가 한류라는 말이 세상에 나온 지 20년이 된다. 한류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9년 문화부에서 제작한 음반 <韓流-Song from Korea>에서다. 한류라는 말이 생겨날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문화 콘텐츠 수입 양이 수출보다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반대다. 문화 콘텐츠 수출이 수입의 두 배를 넘는 콘텐츠 강국으로 성장하였다. 그 중심에는 한류가 있다.

작년 우리나라의 콘텐츠 산업 매출은 116조를 넘는다. 그중 수출액은 75억 달러로, 그 전 해에 비해 약 9%나 성장한 것이다. 국내 콘텐츠 수출액은 2014년 이후 해마다 9% 이상의 성장했는데, 우리나라 전체 수출 연평균 성장률 1.4%에 비하면 엄청나게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전에는 TV나 세탁기 등이 우리나라 수출 효자 상품이었는데, 지금은 콘텐츠가 수출 규모에서 가전제품을 앞서고 있다. 정말 격세지감이다.

한류가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에 알려진 것은 알려지게 된 계기는 2003년 KBS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 NHK를 통해 방송된 것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한국의 문화 콘텐츠는 아시아 권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겨울연가>의 주인공 배용준과 최지우는 국제적 스타로 발돋움했고,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일본의 <겨울연가> 팬들이 앞 다퉈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에도 <가을 동화> <별은 내 가슴에> <대장금> <천국의 계단> <아내의 유혹>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등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방송 콘텐츠가 한류를 주도하였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출연 배우들의 몸값이 상승하였을 뿐 아니라 패션과 화장품, 심지어 치맥 등 한국의 먹거리가 크게 인기를 모았고, 국내로 들어오는 관광객들도 급증하였다. 한류는 콘텐츠 뿐 아니라 소비재와 관광 산업 등 제 2, 제 3의 부가 가치들을 창출하며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방송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류는 그 범위를 단정 짓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분야로 파급되었다. 음악 시장의 경우에도 BTS를 중심으로 한 한류 바람이 여전히 그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BTS는 이제 대한민국과 아시아가 아닌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아이콘이 되었다. 빌보드에서 비틀즈가 이룬 성취를 뛰어넘었고, 저 지구 반대편의 작은 시골 마을의 아이들이 BTS를 꿈꾸며 BTS의 노래를 부르고 BTS의 춤을 춘다. 그리고 BTS의 나라 대한민국을 그리워한다.

세상 모든 것이 때가 있고, 특히 유행이라는 것도 돌고 도는 것이라 했다. 문화 현상도 일종의 유행처럼 엄청난 폭발력으로 살아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시들어버리기도 한다. 특히 문화현상은 정치 경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였을 때 일본에서는 한국 드라마의 방송을 취소하였고, 2016년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은 한국 문화 콘텐츠 수입을 제한하였다.

일본과의 정치적 경제적 갈등도 한류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정치적 상황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한류에 영향을 줄지 알 수가 없다. 중국의 한류에 대한 제한 조치가 완전히 풀린 것도 아니다. 방송 드라마를 비롯해 한류 상품의 가장 큰 시장인 중국과 일본에서 타격을 받는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중국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자체 컨텐츠를 제작, 자국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국이 콘텐츠 시장의 실력자로 등장하면서 우리의 경쟁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넷플릭스 등 거대자본과 기술력, 막강한 콘텐츠를 자랑하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의 국내 시장 진출도 예사롭지 않다. 세계 시장에서 한류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 못지않게 해외 콘텐츠 기업으로부터 국내 미디어 산업을 지키고 육성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시장을 지키면서 해외 시장을 공략해야만 하는, 문화 전쟁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것이다. 정치 경제적으로 뿐 아니라 문화적으로 엄중한 시기다. 모두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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