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지지율 폭락’ 李, ‘청년 챙기기’ 나서지만…“내로남불·불공정 민심, 회복 쉽지 않다”

‘2030 지지율 폭락’ 李, ‘청년 챙기기’ 나서지만…“내로남불·불공정 민심, 회복 쉽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2030세대의 지지율 하락세 속 이들의 민심을 붙잡기 위한 '청년 챙기기'에 연일 속도를 내고 있다. 취업·주거·결혼·출산 등 청년층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직접 챙기는 데 이어 대출·청약·세제 등 자산 형성과 직결된 정책까지 손질하며 정책 실행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다만 2030세대의 민심 이탈이 단순히 자산 형성 문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 만큼, 청년 정책만으로 단기간에 지지율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최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우리 청년들이..

[이슈&인사이트] 금리인상기 취약 차주 악순환, 부분보증·대환 대출이 끊어야 한다

최근 금리인상기에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청년과 중저신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청년층 대상 정책 서민금융인 '햇살론유스'의 대위변제 건수는 불과 몇 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했고, 중저신용자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4년 만에 최고치 수준에 도달했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취약차주의 이자부담 증가는 개인별 어려움을 넘어 국민경제 전반의 불안 요인으로 비화되고 있다. 우선 현재 국면의 특징은 '이자비용 쇼크'가 취약층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다중채무이면서 저소득·저신용인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 증가폭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자 부담 증가는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소비 여력 축소를 통해 민간소비를 위축시키는 채널로 작동한다. 청년층과 자영업자, 중저신용자를 중심으로 소비가 줄어들면, 이들 계층을 상대로 하는 시장의 매출 감소가 다시 이어지고, 해당 과정에서 소득·고용·투자가 함께 위축되는 악순환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자 부담 증가는 개별 차주의 상환능력을 떨어뜨려, 금융권 자산건전성에도 부담을 준다. 중저신용자의 연체율 상승은 은행·카드사·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이 보수적으로 신용을 공급하도록 유도하고, 자연스럽게 대출 문턱은 높아진다. 위험가중치가 높은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자금공급이 제한되면, 경기 둔화기에 필요한 운전자금·생존자금조차 제때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가계·기업의 부실화 → 금융권의 대출 축소와 금리 프리미엄 확대 → 취약 차주와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애로 심화 → 경기 위축의 재확대라는 금융·실물의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정부의 정책금융 역할은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특히, 국민경제 전체 관점에서 보면, 고금리 부담을 민간이 단독으로 떠안도록 방치하는 것보다, 정책금융을 통해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합리적으로 분담하는 것이 경기 안정과 재정 건전성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정책금융이 일부 재정부담을 늘릴 수 있지만, 중소기업·취 약가계의 연쇄부실과 실업·파산 증가, 사회복지 지출 급증을 감안하면, 정부의 선제적 개입이 사회 전체 비용을 줄이는 투자로 기능할 수 있다. 선진국의 정책금융 사례를 보면, 정부가 직접 '저금리 대출'을 공급하는 방식보다 부분보증(partial guarantee)을 통해 민간금융을 견인하는 방식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부분보증은 정부나 공공보증기관이 대출원금의 50~80% 정도를 보증하고, 나머지 리스크는 민간 금융기관이 부담하는 구조이다. 해당 모델은 세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정부가 전액보증을 하지 않음으로써 도덕적 해이와 무분별한 대출을 줄일 수 있다. 둘째, 민간은행이 보증부 여신에 대해 금리를 낮추고 심사를 효율화함으로써, 중소기업·취약차주에 대한 자금공급을 확대할 유인이 생긴다. 셋째, 재정 입장에서는 직접대출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재정 투입으로 많은 민간자금을 레버리지 효과처럼 끌어올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중소기업 금융지원에 부분보증을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주·연방정부는 중소기업 대출에 대해 일정 비율의 보증을 제공함으로써, 은행이 리스크 부담을 줄이고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도록 유도해 왔다. 세계은행(WB)의 부분보증 프로그램도 국가나 공기업의 채무에 대해 일부를 보증함으로써 시장에서 장기·저금리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표 사례이다. 부분보증 제도는 신용보증기금·지역신용보증재단 등 우리 제도와도 유사한 점이 많지만, 보증비율·위험공유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함으로써 민간금융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끌어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서민·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정책금융 3종 세트(근로자햇살론, 햇살론15, 징검다리론 등)와 신용보증기금·지역신보를 통한 저금리 대환 보증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갈아타게 해주는 정책자금 대환대출은 고금리 대출을 저리의 정책자금으로 전환하며 월 이자를 줄여주는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럼에도 여전히 취약 청년·중저신용자의 이자부담 완화라는 관점에서 정책금융은 한 걸음 나갈 필요가 있다. 첫째, 부분보증의 적극적 확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중저신용 청년·자영업자에 대해 일정 금액까지는 정부가 60~70% 수준의 부분보증을 제공하고, 나머지 리스크를 은행이 부담하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보증부 대출에 대해서는 금리를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고, 대위변제율·연체율에 따라 보증비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식으로 위험·유인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둘째, 저금리 대환 대출의 제도적 정착이 중요하다. 현재 일부 정책자금으로 고금리 사업자 대출을 저금리로 갈아타게 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나, 이를 청년층·중저신용 근로자·다중채무자에게 체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청년층 정책서민금융과 연계하여, 일정 기간 성실 상환 실적을 쌓은 경우 고금리 신용대출을 저금리 정책자금으로 대환해 주는 제도를 설계할 수 있다. 결국 금리인상기는 단순히 '통화긴축'의 시간이 아니라, 민간부채 구조를 재점검하고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정책금융의 시험대이다. 특히, 청년·중저신용자의 이자 부담을 합리적으로 분담하는 것은 거시경제 안정과 금융시스템 건전성 제고에 기여하는 방안이다. bienns@ekn.kr

[EE칼럼] 에너지전환시대에 천연가스개발이 중요한 이유

기록적인 여름 폭염과 같은 이상기온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모든 것이 기후변화 탓이라고 이야기한다. 기후변화의 주원인은 이산화탄소 방출이다. 이산화탄소의 대부분은 인류의 주요 에너지원인 화석연료로부터 시작된다. 현재 화석연료가 일차에너지의 80%를 담당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 에너지전환이다.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의 생산과 활용을 늘려야 한다.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 지구적인 노력은 아직 큰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인구가 많고 산업 규모가 큰 미국, 중국, 인도 등 전 세계 탄소 방출이 많은 국가의 획기적 변화 없이는 지구의 탄소중립은 요원한 것이 사실이며 현실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탄소증립이 훨씬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 탄소배출의 2% 미만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은 어떻게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는 것이 현명한 대안이 될까? 4차산업 시대로 들어서면서 생산 자동화와 인공지능을 위한 데이터센터 등 에너지의 수요가 급증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전력의 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하여 바야흐로 전기의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많은 국가는 신재생과 원자력을 활용하여 전력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력의 60%를 석탄과 천연가스가 차지하고 있다. 즉, 완벽한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기존의 전력 생산을 신재생, 원자력, 수소 등과 같은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바꿔야 하고 동시에 늘어날 전력수요도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에너지전환의 길이 멀고 험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2050년까지 남은 25년간 탄소중립 목표와 에너지전환을 계획대로 추진하고 달성할 수 있을까? 화석연료가 전체 에너지원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또한 전력 생산의 35%를 석탄이, 27%를 LNG가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에너지원 공급 현실과 에너지 인프라 전환 및 건설 기간 등을 고려하면 에너지전환 목표 달성은 불가능해 보인다. 미래 에너지원인 수소에너지도 현재는 90% 이상을 대부분을 석탄과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에 기반하여 생산하고 있다. 문제는 계획 자체보다는 실효성 있는 탄소중립 정책의 실행에 필요한데 그 실천은 큰 희생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감내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망 확보가 더 아프게 다가오는 우리에게 미래의 에너지전환은 그냥 나중 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다가오는 “전기의 시대"에 늘어나는 전력을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원자력과 천연가스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현실적인 탄소중립 정책을 위해서는 탄소배출이 많은 석탄을 대신해 탄소배출이 60% 수준인 천연가스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력과 달리 천연가스는 일차에너지원으로서 냉난방에도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천연가스는 수소의 생산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다만 수소 생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지층에 주입하여 저장 격리하는 이산화탄소 지중저장(CCS) 분야가 연계되는 것이 중요하다. 전 세계 탄소중립의 늦은 속도와 큰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지금의 에너지전환 시대에는 천연가스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 탄소중립 정책이 본래 시간표대로 수행되더라도 에너지전환의 가교 에너지원으로서 천연가스의 역할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며 수소에너지 시대에 접어들어서도 CCS 기술과 연계되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만약 탄소중립이 우리의 청사진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늦어진다면 천연가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생산이 완료된 가스전은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천연 가스전은 자체로 탄소중립이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불확실한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시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천연가스와 이를 활용한 수소 생산과 CCS 분야를 연계한 적극적인 정책이 추진되면 에너지 신산업화 뿐만 아니라 국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국내 가스전 개발과 그 활용인 CCS가 중요한 이유이다. bienns@ekn.kr

울진·경주 원전 13기·12.8GW 발전 인프라 강점 수도권은 '추론', 발전지역은 '학습'…AI 연산의 공간분업 구상 100~300MW 실증 거쳐 1GW급 AI 학습캠퍼스로 단계적 확대 포항·구미 제조업, 대구·경산 R&D 연계하면 광역 AI 산업벨트 가능 관건은 전력망·통신·냉각·부지와 장기 연산수요 확보 안동=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인공지능(AI) 경쟁의 무게중심이 '기술'에서 '인프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더 크고 정교한 AI 모델을 개발하려면 막대한 연산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센터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은 이제 국가 AI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최대 원전 집적지역 가운데 하나인 경북 동해안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그동안 울진과 경주의 원전은 수도권과 산업도시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기지라는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발상을 바꿀 수 있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막대한 전력을 먼 곳으로 보내는 대신,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AI 학습시설을 발전지역 가까이 배치하는 방식이다. 경북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이 12일 'CEO Briefing' 제767호를 통해 제안한 '경북 원전벨트의 국가 AI 학습거점 전환'이 주목받는 이유다. 핵심은 단순히 데이터센터 한두 곳을 경북에 유치하자는 데 있지 않다. 울진·경주의 원전과 포항·구미의 제조업, 대구·경산의 연구개발(R&D) 및 인력 기반을 연결해 경북을 국가 AI 인프라의 한 축으로 재편하자는 구상이다. ▲AI 데이터센터 경쟁, 결국 '전력 확보전' 정부는 AI 데이터센터(AIDC)를 국가 성장의 핵심 기반시설로 보고 대규모 민관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계획상 AIDC 규모는 1단계 8.4GW에서 장기적으로 18.4GW까지 확대된다. 문제는 전력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지속적으로 소비한다. AI 모델이 대형화되고 고성능 가속기 사용이 늘어날수록 필요한 전력도 급격히 증가한다. 특히 데이터센터가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되면 '어디서 전력을 생산할 것인가'뿐 아니라 '그 전력을 어떻게 데이터센터까지 보낼 것인가'라는 문제가 동시에 발생한다. 발전설비만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 데이터센터까지 전기를 전달하려면 송·배전망과 변전시설을 함께 확충해야 한다. 송전망은 단기간에 건설할 수 있는 시설도 아니다. 대규모 투자와 긴 사업기간이 필요하고 노선과 입지를 둘러싼 지역사회 갈등 가능성도 존재한다. 결국 AI 시대의 전력정책은 하나의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데이터센터가 있는 곳으로 계속 전력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전력이 풍부한 곳으로 이동 가능한 연산기능을 옮길 것인가.' ▲울진·경주 원전 13기·12.8GW…경북이 가진 결정적 자산 경북이 AI 학습거점 후보지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인 발전 인프라다. 울진 한울·신한울과 경주 월성·신월성에는 모두 13기의 원전이 운영되고 있으며 설비용량은 12.8GW에 달한다. 산업화 시대에 이러한 발전능력은 국가 산업단지와 대도시에 전력을 공급하는 에너지 자산이었다. 그러나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는 AI 시대에는 첨단산업을 유치하는 입지 경쟁력으로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 연산이라고 해서 모두 소비자 가까이에서 이뤄질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AI 연산은 크게 '학습(training)'과 '추론(inference)'으로 나눌 수 있다. 이용자의 질문에 AI가 즉시 답하거나 실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론은 통신 지연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수도권이나 대도시 등 수요처와 가까운 곳이 유리하다. 반면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AI 모델을 처음 훈련하거나 다시 학습시키는 작업은 상대적으로 입지 선택의 폭이 넓다. 초대형 AI 모델 학습에서는 소비자와의 물리적 거리보다 대규모 전력 확보와 연산설비의 안정적 운영이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경북연구원이 제시한 국가 차원의 'AI 연산 공간분업' 구상이 여기서 출발한다. 서울·수도권과 대구·부산 등 대규모 수요지역에는 추론과 서비스 기능을 배치하고,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대규모 학습·재학습 기능은 발전지역인 경북 동해안에 두자는 것이다. 쉽게 말해 '수요지에서는 AI를 쓰고, 발전지에서는 AI를 키우는' 구조다.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낼까, AI를 발전소 옆으로 가져올까 이 구상이 현실화되면 국가 전력정책에도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다. 현재 전력 시스템은 발전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과 대규모 산업지역으로 장거리 송전하는 구조가 기본이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가 대규모로 늘어나면 전력 소비 역시 급증한다. 발전설비 확충과 함께 송전망을 추가로 건설해야 하는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모든 전력수요를 기존 소비지역에서 충당하는 대신 '장소 이동이 가능한 전력수요'를 발전지역으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대표적인 대상이 AI 학습이다. 대규모 AI 학습시설을 원전 인근에 배치하면 발전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가까운 곳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자원으로 활용하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이는 지역경제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경북 동해안이 단순히 전기를 생산해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전력 생산지역'에서 벗어나, 생산한 전력을 활용해 AI라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AI 생산지역'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전력의 생산지가 곧 첨단산업의 입지가 되는 셈이다. ▲중국은 이미 연산기능을 동·서로 나눴다 해외에서는 전력과 데이터센터 입지를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접근하는 움직임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의 '동수서산(東數西算)'이다. 데이터와 디지털 서비스 수요가 집중된 동부지역에서 발생하는 연산 가운데 실시간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작업을 전력과 토지 여건이 좋은 서부지역으로 보내 처리하는 국가 프로젝트다. 데이터가 풍부한 동부와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서부를 연결해 국가 차원의 연산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여기서 더 나아가 전원과 전력망, 연산부하, 저장장치를 함께 설계하는 이른바 '원망하저(源網荷儲)' 방식도 추진하고 있다. 발전과 송전, 소비, 저장을 각각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해 운영하는 개념이다. 미국에서도 원전과 AI 데이터센터를 연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안정적인 대규모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 전력구매계약을 활용하거나 AI 연산시설과 발전원을 직접 연계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세계 AI 인프라 경쟁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확보를 넘어 '어디서, 어떤 전력으로 AI를 학습시킬 것인가'​를 결정하는 단계로 확대되고 있다. ▲울진·경주에서 포항·구미까지…'경북 AI 산업벨트' 가능성 경북의 강점은 원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울진과 경주의 발전기반을 남쪽과 서쪽으로 연결하면 포항의 철강·소재·이차전지 산업, 구미의 반도체·전력기기 산업과 맞닿는다. 여기에 대구·경산이 보유한 대학과 연구기관, 전문인력까지 연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AI 학습캠퍼스는 단순히 데이터센터 한 곳을 유치하는 사업과는 다른 파급효과를 낼 수 있다. 초대형 데이터센터에는 안정적인 전력공급 설비와 변압기·전력기기, 냉각시스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이 필요하다. AI 연산에는 고성능 반도체와 서버, 네트워크 장비가 필수다. 여기에 데이터센터에서 확보한 AI 연산능력을 철강·소재·이차전지·전자산업에 접목하면 산업용 AI 실증으로 영역을 확대할 수도 있다. 이를 공간적으로 연결하면 역할 분담도 가능하다. 울진·경주가 '전력과 연산', 포항·구미가 '산업과 제조', 대구·경산이 '연구개발과 인력'​을 담당하는 광역 AI 산업생태계다. 이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경북 동해안 원전벨트는 기존 에너지산업에 AI와 반도체, 전력기기, 첨단 제조업을 결합한 새로운 산업축으로 변화할 수 있다. ▲처음부터 1GW는 아니다…100~300MW부터 사업성 검증 다만 대규모 발전설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사업에서는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 규모와 변전소 여건, 초고속 통신망, 부지, 냉각용수, 재해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간기업의 장기적인 연산수요다. 수조원대 투자가 필요한 대규모 AI 인프라는 시설을 건설하는 것보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사용할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사업성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경북연구원이 처음부터 1GW급 시설을 건설하기보다 단계적 접근을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 전력과 통신, 부지 등 조건을 갖춘 후보지역을 선정한 뒤 100~300MW 규모의 독립형 AI 학습모듈을 구축해 전력품질과 연산성능, 냉각효율, 경제성을 검증한다. 사업성이 확인되면 500MW급으로 확대하고 최종적으로 1GW급 AI 학습캠퍼스로 성장시키는 방식이다. 캠퍼스에는 원전과 공용 전력계통뿐 아니라 지정 변전소, 다층형 ESS, AI 학습모듈, 냉각·용수시설 등을 구축하고 이를 하나의 통합운영플랫폼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전력 공급량과 AI 가속기 이용률, 학습작업, 냉각부하를 동시에 관리해 기존 데이터센터와 차별화된 대규모 AI 학습기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원전지역'에서 'AI 생산지역'으로…남은 과제는 구상의 규모가 큰 만큼 경북만의 사업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AI 데이터센터에는 막대한 투자비가 필요하고 발전·송전·변전·통신 등 국가 기반시설과도 직접 연결된다. 따라서 정부와 전력기관, 경상북도, 민간 데이터센터 사업자, AI 기업이 참여하는 공동 추진체계를 구축하고 후보지역별 전력 공급능력과 부지, 통신, 냉각 여건, 장기 연산수요를 동시에 검증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핵심은 '누가 사용할 것인가'다. AI 기업과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사업자 등이 장기간 사용할 연산수요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전력이 풍부해도 대규모 투자를 끌어내기 어렵다. 반대로 안정적인 전력과 대규모 부지, 고성능 통신망에 장기 연산수요까지 확보한다면 경북은 국내 AI 인프라의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경북 입장에서도 목표를 AI 데이터센터 한두 곳을 유치하는 수준에 둘 필요는 없다. 원전과 전력망, ESS,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고 이를 기반으로 전력기기와 냉각산업, AI 반도체, 산업용 AI까지 실증하고 사업화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더 큰 그림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공장과 항만, 도로가 도시와 지역의 경쟁력을 결정했다. AI 시대에는 전력과 데이터센터, 반도체, 통신망이 새로운 산업지도를 그릴 가능성이 크다. 경북에는 이미 그 출발점이 될 12.8GW 규모의 원전 발전기반이 존재한다. 이제 관건은 이 전력을 단순히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데 머물 것인지, 경북 안에서 새로운 산업과 부가가치로 전환할 것인지다. 울진과 경주의 원전벨트에서 AI를 학습시키고, 포항·구미의 제조업에 AI를 접목하며, 대구·경산의 연구개발 역량과 인재를 연결하는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경북의 산업지도 역시 달라질 수 있다. 경북 원전벨트가 국가 AI 인프라 경쟁의 새로운 무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마오쩌둥 좌우명이 내 좌우명”…국힘, 안규백 즉각 경질 촉구

국민의힘이 마오쩌둥(毛澤東·모택동) 전 중국 주석이 신조로 삼았던 말을 자신의 좌우명이라고 소개한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 대해 즉각적인 경질을 촉구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1일 논평에서 “대한민국 안보 수장이 6·25전쟁 침략군 총사령관 마오쩌둥의 어록을 좌우명으로 떠받드는 기막힌 참사가 벌어졌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앞서 안 장관은 지난 6월 15일 공군사관학교를 방문해 교수와 훈육관, 사관생도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처변불경(處變不驚)'을 자신의 좌우명으로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변불경'은 정세가 급변해도 놀라거나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한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안 장관은 당시 “마오쩌둥이 중국 대륙을 통치하면서 항상 가슴에 품었던 처변불경, 마오쩌둥의 좌우명이 곧 내 좌우명"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장관은 과거에도 같은 표현을 자신의 좌우명으로 소개했다. 그는 2016년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취임 당시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나의 좌우명은 처변불경"이라며 “어떤 변화가 와도 놀라지 않고 가볍게 행동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마오쩌둥 전 주석이 신조로 삼았던 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은 특히 안 장관이 해당 발언을 미래 군 간부를 양성하는 사관생도들 앞에서 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박 수석대변인은 “미래 군 간부를 양성하는 사관생도들 앞에서 적장의 신조를 읊조린 안규백 장관은 주적과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현충일과 6·25 기념사에서 북한을 언급조차 하지 않더니 전군주요지휘관회의 모두발언에서도 '북한'이라는 주적 단어를 한 번도 입에 담지 않았다"며 “이 정도면 역사관이 아니라 정권 전체의 안보관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과 정부의 대북·국방 정책도 함께 문제 삼았다. 박 수석대변인은 “북한은 군사분계선 80여m 앞까지 철책과 지뢰를 매설하며 정전협정을 대놓고 위반하고 있다"며 “북한이 국경을 요새화하는 동안 안 장관은 거꾸로 민통선을 평균 8㎞에서 6㎞로 줄이겠다며 나라를 통째로 북한에 바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안 장관은 육·해·공군사관학교를 사실상 폐교하고 자운대 통합 사관학교를 밀어붙여 70여년 역사를 자랑해온 군 정체성을 말살하고 있다"며 “한미 연합 야외기동훈련(FTX)마저 역대 최소 규모로 축소됐다"고 주장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안 장관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존재 자체로 군에 대한 조롱"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당장 국방부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적이 어디인지 대답도 못 하는 정권에서 탈영 의혹을 받는 국방부 장관이 사관학교 생도들 앞에서 마오쩌둥의 좌우명을 금과옥조처럼 떠받들고 있다고 자랑한 것"이라며 “도대체 어느 나라 군대이고 어느 나라 장관이냐"고 반문했다. '처변불경'의 출처를 둘러싼 문제 제기도 나왔다. 정 원내대표는 “처변불경은 원래 마오쩌둥이 아니라 장제스 총통이 한 말이라는 설도 있다"며 “출처도 모른 채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안 장관의 과거 방위병 복무 당시 탈영 의혹을 거론하며 “안 장관은 탈영 의혹 하나만으로도 결격"이라고 강조했다. 박 수석대변인 역시 “정작 자신의 방위병 복무 중 탈영 의혹에는 병적기록부 공개조차 거부한 채 침묵하고 있다"며 “국방부가 '허위'라고 해명했지만, 당사자가 기록 공개를 계속 미루는 한 그 해명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문제를 종합해 안 장관의 경질을 거듭 요구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적장을 흠모하고, 국경을 스스로 허물고, 병역 의혹조차 해명 못 하는 안규백 장관은 이미 헌정사상 최악의 국방장관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안규백 장관을 즉각 경질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안 장관의 발언이 특정 인물이나 사상을 옹호하기 위한 취지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안 장관이) 평소 변화와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세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이고, 특정 인물을 강조하기 위한 사항은 당연히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정 대변인은 또 “'처변불경'은 과거부터 사용되는 사자성어로 정계에서 널리 쓰는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범죄자도 인간이다”…인권단체, 구금시설 ‘폭염’ 환경개선 촉구

폭염 속 교정시설의 냉방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인권단체들의 요구가 나왔다. 하지만 교정시설 냉방을 확대하는 데 대해서는 일반 국민의 반감도 적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수용자인권증진모임 등 인권단체들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폭염 속 구금시설의 수용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교정시설 내부 온도가 37도에 육박하지만 별도의 냉방시설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수용자들이 선풍기와 얼음물 등에 의존해 더위를 견디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이 머무는 외국인보호소 역시 폭염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수용자뿐 아니라 교정시설에서 근무하는 교정직 공무원도 온열질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가 폭염 속 수용 환경에 대한 개선을 권고했지만 정부의 후속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의 김동현 변호사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이미 폭염수용이 인권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적정온도 기준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들은 △구금시설 적정온도 기준과 폭염 단계별 보호조치 법제화 △교정시설 냉방설비 보강 △피구금자의 온도·습도 정보 접근권 보장 △폭염 대응계획 이행결과 공개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관련 의견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다만 교정시설 냉방시설 확충을 바라보는 국민 여론은 인권단체의 주장과 온도 차가 있다. 범죄로 형을 받고 수용된 사람에게 국민 세금으로 냉방시설까지 제공하는 것은 과도한 처우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특히 폭염에 따른 일반 국민의 생활고와 냉방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교정시설에 대한 예산 투입을 우선해야 하느냐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실제 법무부는 올해 1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추진할 예정이었던 교정시설 냉방설비 보강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국민 세금으로 왜 범죄자에게 에어컨을 달아주느냐'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사업 추진에 부담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민주 당심, 호남서도 갈린다…광주·전남 ‘명분’, 전북 ‘실리’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의 최대 승부인 호남 경선이 시작된 가운데 광주·전남과 전북 당원들의 투표 행태가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광주·전남 당원들은 수도권 확장성과 본선 경쟁력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 반면, 상대적으로 당내 세가 적은 전북 당원들은 차기 당권에 가까운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실리적 방어 투표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다. 전체 호남 권리당원의 과반인 약 31만 명을 보유한 광주·전남은 지역 연고보다는 수도권 표를 끌어올 수 있는 정치적 체급과 정책적 명확성을 갖췄는지가 주요 기준으로 꼽힌다. 과거 대선 경선 당시 전남 영광 출신인 이낙연 후보 대신 이재명 후보를 선택했던 전례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같은 흐름이 반복될 경우 호남 출신이라는 사실만으로 표심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송영길·이성윤 후보에게는 호남 출신이라는 점 외에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가 과제로 지목된다. 메시지의 구체성도 엄격히 검증받고 있다. 정청래 후보는 반도체 클러스터 특별법 제정, 국가산단 지정 등 입법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정책 면에서 평가를 받았으나, 지난 지방선거 공천 과정의 현장 불만이 변수로 남아 있다. 김민석 후보는 국무총리 시절 행정 경험을 강조하지만, 메시지가 친명 대 반명 구도에 편중돼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약 19만 명의 권리당원이 포진한 전북의 분위기는 다르다. 광주·전남에 비해 당원 숫자가 적어 당내 권력 지형이나 정부·당 지원 구도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부담 탓에, 대세론을 형성한 후보 쪽에 표를 몰아주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새만금 개발과 국가산업단지 등 중앙정부·집권여당의 지원이 필요한 사업이 많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정치권에서는 김민석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전북 당원들이 60% 안팎의 득표율을 몰아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북 출신 이성윤 후보 등이 지역 연고를 호소하고 있지만, 당선권과 거리가 있을 경우 실리적 표심의 이탈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후보의 노선과 신뢰도가 지역 현안보다 우선할 가능성도 있어, 몰표 현상이 실제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광주·전남이 민주당의 정치적 정통성과 상징성이 강한 지역이라면, 전북은 지역 개발과 산업 기반 확충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크다. 이에 따라 광주·전남에서는 '누가 민주당을 이끌 것인가', 전북에서는 '누가 전북의 이익을 관철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각각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클러스터 공약을 두고도 두 권역의 시각차가 드러난다. 정청래 후보는 특별법 제정과 국가산단 지정 등 구체적 입법 과제를 제시한 반면, 김민석 후보는 현대차 투자 유치 등 행정 경험을 강조했으나 성장 전략의 구체성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광주·전남 당원에게는 전국적 성장 전략 설계 능력이, 전북 당원에게는 그 전략이 실제 투자와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각각 다르게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김민석·정청래·송영길 후보는 11일 일제히 호남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호남 당심이 승부처로 떠오르면서 후보들의 호남 구애전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출근 인사를 했다.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김민석이 광주, 전남, 전북의 미래, 국정 성공, 총선 승리, 그리고 호남 발전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며 “든든한 당 대표로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어서 당도 정부도 안정적으로 승리해 나갈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광주교대에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와 간담회를 한 뒤 전남 광양으로 이동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2002년 노무현의 바람이 이인제의 조직을 이겼듯이 정청래의 바람이 김민석의 조직을 이기게 해달라"며 “의리를 지킨 정청래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호남의 어머니, 아버지들께서 강력한 개혁 당 대표 정청래를 지켜달라"고 거듭 지지를 요청했다. 송 후보는 사실상 호남에 상주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후에는 조선대 해오름관에서 열린 전남·광주 필승 결의대회에 참석하며 표심 공략에 나섰다. 한편 호남에서 김민석 후보가 차기 당 대표 지지도 조사에서 과반의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가 지난 9∼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응답자 2003명 중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 10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민주당 차기 당 대표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호남권에서 김 후보는 57.7%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정 후보(28.2%)보다 29.5%p 앞섰다. 송 후보는 6.8%로 나타났다. 호남권에서 선호투표를 반영한 결과도 김 후보가 62.4%, 정 후보 29.8%를 기록하면서 두 후보 간 격차는 32.6%p로 더 벌어졌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100%) RDD 자동응답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p, 응답률은 3.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2030 지지율 폭락’ 李, ‘청년 챙기기’ 나서지만…“내로남불·불공정 민심, 회복 쉽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2030세대의 지지율 하락세 속 이들의 민심을 붙잡기 위한 '청년 챙기기'에 연일 속도를 내고 있다. 취업·주거·결혼·출산 등 청년층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직접 챙기는 데 이어 대출·청약·세제 등 자산 형성과 직결된 정책까지 손질하며 정책 실행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다만 2030세대의 민심 이탈이 단순히 자산 형성 문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 만큼, 청년 정책만으로 단기간에 지지율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최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우리 청년들이 국가의 정책 때문에 결혼을 망설이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며 “결혼이 부담이 아닌 희망찬 새 출발이 될 수 있도록 정부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른바 '결혼 페널티'로 꼽히는 22개 개선 과제를 점검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결혼으로 인해 겪을 수 있는 제도상 불이익을 면밀히 조사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며 “그 과정에서 대출, 청약, 세제와 같이 주거와 자산 형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22개 과제가 우선 제안됐다"고 설명했다. '청년 목소리로 찾은 결혼 페널티 22개'에는 △디딤돌 내 집 마련 소득요건 완화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소득요건 완화 △보금자리론 소득요건 완화 △전세사기 피해자 대상 주택 대출 소득요건 완화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자금 대출 신청 대상 확대 △신생아 특례대출 신청 대상 확대 △신생아 특례대출 맞벌이 소득 기준 확대 △신혼부부 특별공급 및 주택대출 요건 확대 등이 포함됐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참모들과의 상황 점검 회의에서 청년층과 개인 투자자의 반발이 거셌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안'과 '주가 누르기 방지법'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지난 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청년을 '취약 계층'으로 표현하며 각종 청년 정책에 속도를 높이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청년은 지금 거의 취약계층이 돼 가고 있다"며 “국정과제 가운데 속도를 높여야 할 것 중 하나가 청년 대책"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편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지원 문턱을 낮춰서 보다 많은 청년이 수혜를 받을 수 있게 하고, 맞춤형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지원 체계를 두텁게 설계하는 방안을 고려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이 대통령의 2030세대 지지율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눈에 띄게 낮아진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본지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20대(18~29세)의 긍정 평가는 27.9%에 그쳤다. 2주 전보다 4.9%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같은 기간 30대 역시 6.1%p 떨어진 33.2%를 기록했다. 조사된 연령층 가운데 긍정 평가가 20~30%대에 머문 것은 2030세대가 유일했다. 반면 2030세대의 부정 평가는 60%대로 전체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았다. 최근 2030세대의 지지율 하락 배경으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증시 급락 등 자산시장과 관련한 요인들이 거론된다. 특히 2030세대의 부동산 문제는 정치권을 흔드는 뇌관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고, 주택 공급과 전월세 부족 상황이 이어지면서 청년층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국내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으로 손해를 본 청년들의 사례가 늘어난 점도 지지율 하락의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이 대통령이 챙기는 청년 정책의 상당 부분이 단순한 복지 지원을 넘어 주거와 자산 형성에 집중돼 있는 것도 이와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내 집 마련과 전세자금 대출, 청약뿐 아니라 ISA 등 금융자산과 관련한 정책까지 손질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청년층이 체감하는 '자산 형성의 사다리'를 복원하는 데 정책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정치권에선 이 같은 정책만으로 청년층의 민심을 되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2030세대의 정치적 이탈에는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정책 방향과 안보, 공정성 등에 대한 인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부동산 정책과 증시 급락 등이 2030의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은 맞지만 단순히 이 때문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장윤기 사건'으로 인해 2030 여성들을 중심으로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 여론이 높았는데, 보완수사권 폐지를 밀어붙인 점도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줬다"며 “이 외에도 북의 강력한 대남 도발 태세 앞에 우리 군의 최전선 경비병이 빈총으로 경계하고 있다는 사실은 '안보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2030 남성이 보수화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현 정권 인사들의 '내로남불'도 젊은 층의 불공정 인식이 작용하는 데 한몫했을 것"이라며 “단순히 청년 정책만으로 민심을 되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 청년층의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 제안이 '내로남불' 논란으로 번진 사례가 나왔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폐기되는 버스를 주거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고 대학가 청년의 단기성 주거 공간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해 본다"는 글을 게시했다가 논란이 일자 “청년들의 마음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8·17 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예비경선에 출마했던 김보미 전 강진군의회 의장은 버스 하우스 논란에 대해 “장관까지 지낸 3선 민주당 국회의원이라면 청년 주거 문제의 절박함을 더 깊이 살피고, 실현 가능성과 주거의 질을 충분히 검토했어야 한다"며 “청년들이 분노한 이유는 본인들은 쾌적한 넓은 집에 살면서 청년에게는 폐버스를 던져주는 내로남불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례는 청년층이 단순히 주거 지원의 확대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제시하는 정치권이 청년들의 현실과 눈높이를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도 함께 따져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이 대통령이 결혼·주거·자산 형성 등 청년층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2030세대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경제·자산 문제를 넘어 안보와 공정성, 정책에 대한 신뢰 등 복합적인 불만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청년층의 경우 정책의 규모보다 실제 삶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중시하는 만큼, 이번 정책 행보가 단순한 지지율 방어를 넘어 청년층의 장기적인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평가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조사는 무선(100%) 무작위 추출 임의번호를 활용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조사의 응답률은 4.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김정관 장관 “호남 반도체 공장 앞당긴다…2029년 1차 완공”

정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광주 군 공항을 지정한 가운데 오는 2029년까지 1차 반도체 생산공장(팹)을 설립할 계획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2029년 반도체 팹 1차 완공을 목표로 국토교통부와 함께 국가 산업단지(산단) 조성 및 수립 계획 등을 빠른 속도로 추진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날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2차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지정된 광주 군 공항의 기능을 2028년 중순까지 다른 군 공항으로 임시 배치하고, 무안 군 공항 착공도 동시에 진행한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호남에 각각 반도체 팹 2기씩, 총 4기를 짓는 대규모 투자를 추진 중이다. 김 장관은 “중앙과 지방정부, 기업이 협력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조속한 가동을 목표로 부지·인프라 확보를 위한 조치를 점검 중"이라며 “기후에너지환경부 중심으로 1단계 지중선로 공사 기간도 단축하는 등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심 인프라인 전력·용수는 지역 내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열병합·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안정적 전력 공급을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로또복권 5000원 당첨금도 ‘휴대폰 앱’ 자동 지급…8월 18일부터

앞으로 종이 로또복권 구매 시 당첨 여부는 휴대폰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확인하고, 당첨금도 앱을 통해 자동 지급받는다. 기획예산처 복권위원회는 간편결제 앱(페이코) 시스템을 구축해 이달 18일부터 본격 운영한다. 복권위는 11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복권의 발행·관리 및 판매에 관한 지침 개정안' 등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복권 판매 관련 대국민 서비스 향상과 판매점 지원을 위한 과제들을 제도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오는 18일부터 판매점에서 구매한 종이 로또복권을 휴대폰 간편결제 앱에 등록하면, 정기적으로 당첨 알림을 받게 된다. 등록 후에도 찾아가지 않은 당첨금은 지급 기한 당일에 자동 입금된다. 현재 로또 판매점에서 구매한 종이 복권의 경우 인터넷 구매와 달리 신원 확인이 불가능하다. 당첨자가 직접 당첨금을 찾아가지 않아 소멸시효가 만료돼 기금으로 환수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복권위에 따르면 로또복권의 미수령 당첨금은 지난해 기준 581억원에 달한다. 찾아가지 않은 당첨금 대다수가 4등(5만원)과 5등(5000원)이었다. 로또 복권 당첨금은 지급 개시일부터 1년 안에 수령하지 않으면 전액 복권 기금으로 귀속된다. 복권위는 “이번 간편결제 앱 구축으로 적은 금액이라도 끝까지 찾아드릴 수 있는 수단을 마련했다"며 “복권에 대한 신뢰가 크게 높아질 것"이고 설명했다. 아울러, 복권위는 전국 9500여개 로또 판매점의 위치, 실시간 영업 정보도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을 통해 제공한다. 복권 판매점 매출 증대를 위해 기업 경품용 연금복권 교환권도 5000원 이하 소액으로 시범 도입한다. 다만, 청소년 구매는 제한된다. 로또복권 판매액은 지난 2002년 12월 첫 출시됐던 해 1조원 미만에서 2025년 7조700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복권 판매점도 2002년 5100여개에서 지난해 9500여개로 확대됐다. 복권위는 복권의 양적 성장에 걸맞는 대국민 서비스 향상 노력과 함께 복권 발행·판매제도에 대해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복권 기금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판매점 현수막, 복권 봉투, QR코드 화면 등에 해당 지역 기금 사업을 적극 홍보하기로 했다. 조용범 기획처 차관은 “제도 개편으로 복권 구매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취약계층 위주로 구성된 판매점의 매출 향상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들의 의견을 소중히 듣고 지속적인 혁신을 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이슈&인사이트] 소상공인∙중소기업 정책, ‘모두 살리기’에서 구조전환으로

한국의 소상공인·중소기업 문제를 대기업이나 플랫폼의 탐욕, 자영업자의 준비 부족과 같은 특정 주체의 잘못으로만 설명해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 문제의 본질은 일자리와 사회안전망의 부족이 생계형 창업을 늘리고, 정책자금과 보증이 수익성이 낮은 사업의 퇴출을 지연시키며, 정작 성장하는 기업에는 지원이 끊기는 구조에 있다. 따라서 정책의 원칙부터 바뀌어야 한다. 모든 사업체를 끝까지 살리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사업체는 성장시키고 실패한 사람은 끝까지 보호해야 한다. 사업체의 생존과 사업자의 생존을 같은 것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소상공인 정책은 경영이 어려워질 때마다 대출을 늘리고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그러나 시장 수요와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은 사업에 자금을 계속 공급하면 폐업을 막는 것이 아니라 부채를 키우고 실패 시점을 늦출 뿐이다. 정부는 기업을 성장형, 회복형, 사업전환형, 신속정리형으로 구분해 지원해야 한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는 생산성 향상과 시장개척을 집중 지원하고, 일시적 위기 기업에는 조건부 회복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기존 사업의 전망이 어두운 기업에는 업종전환과 인수·합병을 지원하고, 회복 가능성이 낮은 사업은 추가대출보다 조기 폐업과 채무조정을 유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누가 손해를 보고 누가 혜택을 받는지도 숨겨서는 안 된다. 일률적인 보조금과 반복적인 정책자금이 줄어들면 기존 수혜기업과 지원기관은 손실을 본다. 과밀업종에 대한 보증을 축소하면 신규 창업 희망자의 자금조달도 어려워질 수 있다. 플랫폼과 프랜차이즈 본부에 거래조건 공개를 요구하면 이들의 비용 부담도 커진다. 반면 생산성이 높은 기업과 근로자, 과도한 경쟁에서 벗어나는 기존 상인, 부실지원 비용을 부담해 온 납세자는 이익을 얻는다. 구조개혁이 지속되려면 손실을 보는 주체에게도 전환기간과 합리적인 보상이 제공돼야 한다. 지원금을 하루아침에 끊는 대신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줄이고, 폐업자에게는 채무조정과 재취업 훈련, 한시적 소득지원을 결합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가장 어려운 결정은 “모든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는 약속을 포기하는 것이다. 폐업이 늘면 정책 실패로 비칠 수 있고, 지원을 줄이면 즉각적인 반발도 발생한다. 하지만 회복 가능성이 없는 사업을 부채로 연명시키는 것이야말로 사업자와 가족에게 더 큰 손실을 남긴다. 폐업 자체를 실패로 볼 것이 아니라, 폐업 이후 부채가 얼마나 줄었는지, 재취업과 경제활동 복귀가 얼마나 빨랐는지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중소기업 정책도 작은 규모를 유지하도록 보호하는 방식에서 성장과 졸업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는 기업이 규모 기준을 넘더라도 원칙적으로 5년간 중소기업 지위와 주요 세제 혜택을 유예받기 때문에 지원이 즉시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예기간이 끝난 뒤에는 중소기업 전용 금융·세제·연구개발 지원의 자격과 우대 수준이 제도별로 크게 달라져 성장기업이 새로운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 따라서 현행 5년의 졸업 유예에 그칠 것이 아니라, 유예 종료 이후에도 주요 지원을 일정 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중견기업 지원체계로 자연스럽게 연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다. 선거 때마다 보조금과 채무조정 기준이 달라지면 기업은 투자보다 정책 변화에 의존하게 된다. 정부는 향후 10년 동안 유지할 구조전환 계획을 법제화하고, 세제·보증·규제 변경은 원칙적으로 사전에 예고해야 한다. 재난지원과 긴급금융도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매출감소, 연체율, 고용감소 등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자동으로 시작되고 종료돼야 한다. 소상공인·중소기업 정책의 목표는 기업 수를 무조건 유지하는 데 있지 않다. 경쟁력 있는 기업은 더 크게 성장하고, 한계기업은 부채가 커지기 전에 전환하거나 정리하며, 실패한 사업자는 다시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정책은 '작은 기업이라는 지위'를 보호하는 데서 벗어나, 사람은 보호하고 기업은 성장·전환·퇴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bienns@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