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진영의 ‘족보 밖’ 대통령 흔들기…‘20년 전 노무현’ 보인다

진보 진영의 ‘족보 밖’ 대통령 흔들기…‘20년 전 노무현’ 보인다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가까워지면서 진보 진영 특유의 '정통성 경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참여정부 말기의 '노무현 흔들기'를 떠올리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권 내부에서 대통령의 국정 노선과 리더십을 견제하는 모습이 과거와 닮았다는 것이다. 당권 주자인 정청래 전 대표는 12일 페이스북에 “최악의 자기 정치는 선거 때 탈당해 무소속 출마하거나 남의 당 후보를 돕는 구태정치"라고 비판했다. 이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며 '후단협(후보단일화협의회) 사태'의 중심에 섰던 김민석 전 총..

[하반기경제]지방 이전 근로자 비과세·카드 포인트 ‘지역화폐로’…청년 ISA 비과세↑

지역 내 중소기업 취업자는 근로소득세 감면 혜택이 커진다. 지역으로 옮긴 기업이 근로자에게 주는 이전지원금도 비과세된다. 카드 포인트 잔액은 지역화폐로 쓰는 방안도 추진된다. 청년 자산 마련을 위해 비과세 혜택을 대폭 늘린 '청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내년 상반기 출시된다. 정부는 14일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지방주도 성장과 청년·신혼부부 지원책을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지역 균형 발전·성장을 위해 지방 이전 기업과 근로자에게 재정과 세제 혜택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현재 중소기업 취업자 중 청년은 근로소득세를 취업 후 5년간 90%, 노인·장애인 등은 취업 후 3년간 70%를 각각 감면받고 있다. 여기서 지방 중소기업 취업 시 근로소득세 감면 혜택이 더 커질 전망이다. 대신, 수도권 취업자의 세 감면은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또, 지방으로 옮긴 기업의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이전지원금은 과세하지 않기로 했다. 지방 기업의 연구개발(R&D)과 투자, 고용 관련 세제 혜택도 대폭 늘리고, 지역 창업 관련 세제 혜택도 확대한다. 지방 우대 사업도 올해 7개에서 내년에 더 늘어난다. 특히, 공공 조달 및 입찰 과정에서 인구 감소지역 기업의 가격 평가 우대, 지방 중소기업 제품 구매 촉진 등을 추진한다. 정부는 9월 중 이 같은 내용의 '국가계약 체계 구축 세부 실행방안'을 마련해 연내 입법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방 우대지수'도 개발해 각종 재정사업에 적용할 방침이다. 해당 지수에는 서울과의 거리, 지역별 사회·경제 지표, 인구 소멸 위기 등이 반영된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 지원도 강화된다. 정부는 카드, 결제, 쇼핑 멤버십 가입 등으로 적립된 개인 포인트 잔액을 지역화폐로 전환해 지방 소비를 촉진한다. 고향사랑 기부제도 인구 감소·관심 지역에 우선 적용한다. '지역 반값 여행'도 4곳에서 14곳으로 늘린다. 인구 감소 지역으로 여행갈 경우 경비의 50%, 최대 10만원까지 지원한다. 숙박 할인권도 10만장 배포한다. 지방 과학고, 자율형 공립고의 정원을 늘리고,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자녀 입학 특례도 적용한다. 최근 취업과 주택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과 신혼부부 재정·세제지원도 강화된다.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청년형 ISA의 경우 납입금 소득공제를 10% 적용하고, 이자·배당소득 비과세·납부 한도도 대폭 늘어난다. 대상은 총급여 7500만원 이하 청년이다. 청년 공공임대주택 공급도 늘린다. 청년들에게 역세권, 적정면적 등 선호도 높은 공공임대주택 중심으로 우선 공급한다. 도심 내 매입 임대와 전세 임대 등도 신속 공급한다. 전세료 반환보증료 지원사업도 청년의 경우 소득 요건을 완화해 대상자를 늘리기로 했다. 신혼부부도 올해 하반기부터 디딤돌·버팀목·보금자리론 등 주택자금 대출 시 소득 요건을 완화한다. 신혼부부 대상 주택 특별공급 청약 기회도 더 늘어난다. 현재 혼인신고 후 7년이 지나면 청약 기회가 사라진다. 정부는 앞으로 만 2세 이하 출산 가구의 경우 일정 비율로 신생아 특별공급을 추진하기로 했다. 청년이 공공임대 거주하다 결혼해 소득 자산 기준을 초과하더라도 1회 재계약도 허용한다. 혼인신고로 부부가 경차 2대를 소유하면 1대는 유류세를 환급해 준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6000원이면 당락 좌우”…이중당적 범죄자들, 당내 선거판 뒤흔든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중당적'을 통한 여론 왜곡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원 권한을 키우는 '당원 주권주의'가 화두로 떠올랐지만 소수의 이중당적자나 특정 조직에 의해 전당대회, 경선 같은 당내 선거가 좌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당법에는 누구든지 2개 이상의 정당의 당원이 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반할 시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현실은 정치 성향이 비슷한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또는 국민의힘·자유통일당·개혁신당에 중복 당적을 두는 이들이 존재한다. 심지어 여야를 넘나들며 4개 정당에 가입한 사례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각 당의 당원 명단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비공개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이중당적자들이 당의 의사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통상 전당대회, 경선 등 주요 당내 선거 투표율은 30~40%대에 머문다. 전체 유권자 대비 권리당원(책임당원) 수가 적은 상황에서 최소 가입비인 월 1000원을 일정 기간(민주당 6개월, 국민의힘 3개월) 납부하면 투표권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민주당의 전체 권리당원은 약 110만~158만명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책임당원은 장동혁 대표 당선 뒤 6개월 만에 20여만 명이 늘어나 110만명 수준이다. 이들은 '이중당적'을 보유할 정도로 정치 관여도가 높은 편이다. 이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일 경우 당락이 쉽게 뒤바뀔 수도 있는 구조라는 얘기다. 대표적 사례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등에 관여한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신천지'다. 앞서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은 신도들에게 국민의힘 입당을 강요한 혐의로 지난달 24일 구속됐다. 검경은 이 회장이 2021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과 2024년 총선 등을 앞두고 입당을 강요한 교인 수가 5만6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중당적자들이 많을텐데 당원 명부를 전수조사하려 드는 순간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탄압이자 검열'이라는 역풍을 맞을 게 뻔하다"며 “지도부 역시 외연 확장의 성과에만 매몰돼 부작용을 쉬쉬하고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평소 당원 관리가 안 되다 보니 선거철마다 외부 세력이 조직적으로 유입돼 표심을 휘둘러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불법 당적을 솎아내기 시작하면 당장 의원들 본인의 지역구 표밭인 '유령 당원'의 실체가 드러나게 되니 정치인들이 제 발등을 찍는 개선책에 동의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현재의 '당원 주권주의'가 형해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리당원에게 막강한 권한(투표권)을 부여하면서도, 그에 걸맞은 의무는 요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비를 납부하는 '주주'나 '구독자' 개념을 넘어, 지역위원회 의무 출석이나 당원 교육 이수 등 실질적인 활동을 권리당원의 자격 요건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벽을 무작정 낮추기보다는 검증된 진성 당원을 육성해 여론 왜곡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일부 정치인들은 문제 의식을 드러냈다. 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전당대회에 출마하며 “이중당적을 청산해야 한다. 신천지의 선거 개입을 발본색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양향자 최고위원이 “선관위에 이중당적 자동검증 시스템을 설치하도록 정당법을 개정해 정당이 신규 입당을 승인하거나 책임당원 권리를 부여할 때 중앙선관위 시스템에 중복 여부를 확인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나머지 기득권 정치인들은 제도 개선에 미온적이다. 당원 주권주의를 내세우면서도 실제 주요 당론 결정 과정에서는 당원 의사를 묻지 않는 등 당원을 필요할 때만 동원하는 '선택적 주권주의'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원 명단은 공천 심사 등 본인이 직접 밝히지 않는 이상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각 정당이 이를 교차 검증할 방법이 없다. 이에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심의 시스템 개편이 꼽힌다. 당원 가입 단계부터 온라인으로 이중당적자를 즉각 걸러낼 수 있는 통합 연동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연주 시사평론가는 “양당 모두 7대3, 8대2 정도로 당원 투표 비중이 높아졌는데 특정 성향의 당원들이 똘똘 뭉치게 되면 당심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며 “양당 중 한 후보가 대선이든 총선이든 주로 당선되는 시스템이 정착돼 있는데 당심에 따라 후보가 바뀌어 민심과 괴리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여론조사 100%로 뽑을 게 아니라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라며 “특정 종교세력이나 이중당적으로 불순한 의도로 당에 침투해 있는 상당수의 세력이 있다면 한꺼번에 정화시키는 것이 앞으로 우리 정치 앞날을 위해서도 기본적으로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李대통령, 초고가 1주택 보유세 기준에 “20억 하면 큰일 날 것”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국민 삶에 직결된 물가와 부동산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초격차, 초혁신 성장동력 육성으로 잠재 성장률을 3%까지 단계적으로 높여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하반기에 우리가 어떤 성과를 만드느냐에 따라 대한민국 미래 30년이 좌우될 것"이라며 “올해가 잠재성장률 3%, 세계무역 4강, 국민소득 5만 불이라는 대체불가 대한민국으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기억되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다음 주 예정된 국민 대토론회를 앞두고 공급·금융·세제 분야 국민 의견 수렴을 지시했다. 특히 초고가 1주택자의 보유세를 언급하며 “'(주택이) 100억이어도 실거주 1주택이면 거의 감면해주는 게 맞냐' 이런 논란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진행된 생중계 댓글 투표 결과 '추가 부담 찬성'이 다수를 차지하자 “얼마 이상부터 추가 부담을 부과할지 20억, 30억, 40억 등 답해달라"고 했다. 임기근 국무조정실장이 “30억이 제일 많다"고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의외네, 50억은 할 줄 알았는데"라고 말했다. 아울러 “20억도 많느냐. 그거 하면 우리 큰일 날 것 같은데"라며 '30억원' 기준에 대해서도 “우리 너무 가혹한데"라고 했다. 촉법소년 제도와 관련해서는 살인·강도·성범죄 등 중대범죄에 한해 연령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보고받고 “최종 결정을 오늘 하지 말고 추가 토론을 해보라"며 “국민 의견을 다양한 방식으로 받아보는 게 필요하다"고 지시했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 처음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부동산 정책 관련 발언을 요청했지만 한성숙 국무총리가 “국민 토론회로 넘어갔으면 좋겠다. 시장님이 주실 건 서류로 받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의 재건축·재개발이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왜 공급이 부족하게 됐는지 현황 보고도 넣어서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이슈&인사이트] 갈등을 줄이는 비전의 조건

선거철마다 정치권은 '비전'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비전이 정작 사회의 갈등을 줄이기는커녕 키우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목격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반복되는 이 패턴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문제는 비전의 유무가 아니라 비전의 '설계 방식'에 있다. 목소리 큰 사람이 아니라 설계가 정교한 사람이 결국 신뢰를 얻는다는 사실을, 정치는 자주 잊는다. 갈등을 키우는 비전과 줄이는 비전은 대개 하나의 질문에서 갈린다. “누가 문제인가"를 규정하느냐, “무엇이 문제인가"를 규정하느냐다. 전자는 결집력은 있지만 필연적으로 상대 진영을 적으로 세우고, 후자는 합의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갈등을 완화하며 지속가능한 정책으로 이어진다. 이 차이는 이념의 좌우 문제가 아니라 정치 기술의 문제에 가깝다. 1987년 재정위기에 몰린 아일랜드는 정부와 노동계, 재계가 함께 '국가회복 프로그램'에 합의했다. 노동계는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정부는 세제 개편과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느 한쪽이 상대를 굴복시킨 결과가 아니라, 위기의 원인을 특정 계층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규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합의였다. 이 협약은 이후 20년 가까이 이어지며 아일랜드 경제 회복의 토대가 됐다. 한국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노사정위원회는 기업의 정리해고 유연화와 실업급여 확대라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에게 각각 고통과 안전판을 동시에 제시하는 합의를 끌어냈다. 갈등을 줄이는 비전은 이렇듯 손실을 감수해야 할 집단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누가 무엇을 양보하고 무엇을 보상받는지를 명확히 밝힐 때 합의의 정당성이 생긴다. 독일의 사례는 반대로 그 대가를 보여준다. 2003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어젠다 2010'을 통해 노동시장 유연화와 실업급여 축소를 밀어붙였다. 단기적으로는 지지층의 반발을 불렀고 본인은 정권을 내주는 대가를 치렀지만, 이후 10여 년간 독일 경제의 고용률과 산업 경쟁력을 지탱하는 뼈대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적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구조적 문제를 회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역시 '문제를 규정하는' 비전의 한 형태다. 덴마크의 '유연안정성' 모델도 같은 원리다. 기업의 해고는 쉽게 하되, 실업자에게는 관대한 실업급여와 적극적인 재훈련을 제공한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에게 '내가 손해 보는 정책'처럼 보이지만, 노사가 함께 설계에 참여했기 때문에 30년 가까이 정치적 지형이 바뀌어도 골격이 유지되고 있다. 시간의 축을 정치 주기 너머로 설정하는 것도 중요한 조건이다. 영국은 2008년 기후변화법을 여야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시키며 탄소 감축 목표를 법적 구속력으로 못 박았다.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뒤집기 어려운 장치를 만들어 놓음으로써,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요동치며 발생하는 소모적 갈등 자체를 원천적으로 줄인 것이다. 싱가포르가 국가 인재 재교육 체계인 '스킬스퓨처'를 5년, 10년 단위 국가계획으로 못 박아 여러 총리를 거치며 흔들림 없이 이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책이 선거 결과에 따라 매번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신뢰 자체가, 사회 갈등을 줄이는 자산이 된다. 정리하면 갈등을 줄이는 비전에는 네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적이 아니라 문제를 규정한다. 둘째, 손실과 보상의 주체를 숨기지 않고 명시한다. 셋째, 정치적 손실을 감수할 각오로 구조적 문제를 회피하지 않는다. 넷째, 정치 주기를 넘어서는 시간 설계로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한다. 지금 한국 정치에 필요한 리더십은 이 네 조건을 실행 설계 수준까지 구체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정교하게 손실과 이익을 설계하느냐가 비전의 진정성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그 설계가 구체적일수록 유권자는 막연한 구호와 실질적 정책을 구분할 수 있게 되고, 정치에 대한 냉소도 함께 줄어든다. 여야 어느 쪽이든, 이 능력을 먼저 증명하는 쪽이 다음 시대의 리더가 될 것이다. bienns@ekn.kr

[EE칼럼] “낮 3시간 전기료 0원”… 호주가 햇빛을 공짜로 푸는 이유

7월부터 호주의 가정들은 낮 3시간 동안 전기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지붕 태양광(rooftop solar) 보급이 크게 늘면서, 낮에는 전력이 남고 저녁에는 모자라는 현상이 확대되었다. 이로 인해 전력 수급의 불균형이 심화되었다. 낮 시간대에 전력이 남아돌면서 도매시장에서 마이너스 가격이 발생하는 일도 많아졌다. 호주 정부는 이 시간대에 무료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태양광 공유 요금제(Solar Sharer Offer)를 도입해 전기 소비를 낮 시간대로 이전시키고자 한다. 뉴사우스웨일스, 퀸즐랜드 남동부, 남호주에서 고객 수가 1,000명 이상인 전기 소매업체는 태양광 공유 요금제를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스마트 계량기가 설치된 주거용 고객이 이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으며, 낮 3시간 동안 최대 24kWh의 전기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요금제는 전력 사용량이 많은 피크시간대의 전력소비 일부를 무료사용 시간대로 옮길 수 있는 고객에게 적합하다.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주거용 지붕 태양광을 보급한 국가 중 하나다. 현재 약 3가구 중 1가구가 태양광 설비를 갖추고 있다. 호주 청정에너지위원회(Clean Energy Council)에 따르면, 2025년 말까지 430만 가구가 지붕 태양광을 설치했는데, 용량이 28.3GW에 달한다. 2025년에 호주 전체 전력의 13.9%를 지붕 태양광으로 공급했다. 소비자들은 지붕 태양광을 통해 호주의 비싼 전기요금을 피해갈 수 있다. 그러나 지붕 태양광을 설치할 수 없는 세입자, 저소득 가구, 아파트 거주자들은 태양광 발전의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한다. 호주 정부는 태양광 공유 요금제를 통해 이들에게도 요금 절감 혜택을 나누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소외되는 계층 없이 가계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피크시간대의 소비를 무료사용 시간대로 분산하면 전력수요가 평준화되어 비용이 많이 드는 피크 대응용 발전을 줄이고, 전력망의 안정성을 높인다. 또한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전력망 보강을 지연시키거나 줄여 전력망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 전력의 출력제어(curtailment)를 줄여 전력망 내 태양광 비중 확대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전력공급 비용을 낮추어 전기요금 인하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호주 에너지 규제기관(Australian Energy Regulator)은 7월부터 동부지역 일부 가정용 전기요금이 최대 10.7%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뉴사우스웨일스 일부지역의 전기요금도 최대 8.3%, 남호주는 최대 10.7% 인하될 것으로 분석했다. 호주 정부는 전기요금이 인하된 배경에 대해 태양광, 풍력 발전 확대와 배터리 확충에 따른 효과로 보고 있다. 낮 시간대에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증하면서 값싼 전력이 시장에 더 많이 공급됐고, 이에 따라 전력 도매가격도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재생에너지로 인한 가격 변동성과 출력제어를 줄이기 위해 호주 정부는 지붕 태양광에 배터리를 추가로 설치할 수 있도록 2025년 7월부터 가정용 배터리 보조사업(Cheaper Home Batteries Program)도 시작했다. 5kWh에서 100kWh에 이르는 배터리 설치비용을 약 30% 할인받을 수 있다. 6개월 동안 183,245개의 배터리가 판매되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배 증가한 수치이다. 2025년 말까지 설치된 배터리 누적 대수는 454,473개에 달한다. 과거 호주는 전 세계 기후변화 시민단체들로부터 여러 차례 기후악당 국가로 지목되었다. 태양광, 풍력에서 큰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석탄과 가스를 주요 수출 품목으로 유지하면서 탈탄소화에 미온적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2025년 기준으로 호주는 전력의 42.7%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했다. 태양광이 21.6%, 풍력이 15.7%, 수력이 5.3%를 차지했다. 호주 정부는 2030년까지 전력의 82%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전문가들은 에너지 전환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은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리는 속도뿐만 아니라, 생산된 전기를 얼마나 지혜롭게 시스템에 통합하고 나누느냐에 달려 있다. 쏟아지는 햇빛을 가계의 부담을 더는 공공의 혜택으로 탈바꿈시킨 호주의 노력이 돋보인다. bienns@ekn.co.kr

오뚜기라면, 구미에 2,000억 원 투자…수출 전진기지 세운다

구미 국가2 산단에 생산공장 신설…2029년까지 120명 채용 라면 축제 도시브랜드가 투자로 연결…푸드 테크 협력도 추진 구미=에너지경제신문 윤성원기자 오뚜기라면이 경북 구미에 2,000억 원을 투자해 해외 수출용 라면 생산공장을 짓는다. 구미시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라면 축제 중심의 도시브랜드를 식품 산업과 관광이 결합한 산업 생태계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구미시는 13일 시청 대강당에서 경상북도·오뚜기라면과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와 김장호 구미시장, 이신혁 오뚜기라면 대표이사, 지역 경제단체장과 기업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협약에 따라 오뚜기라면은 구미 국가2 산업단지 내 옛 효성티앤에스 부지에 해외수출 제품 생산을 위한 공장을 신설한다. 투자 규모는 약 2,000억 원이다. 2029년까지 공장을 구축하고 120여 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구미시는 인허가와 기반 시설 조성 등 투자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기업 맞춤형 행정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오뚜기라면은 '진라면'을 주력 제품으로 보유한 국내 대표라면 제조 기업이다. 안정적인 브랜드 인지도와 소비자 충성도를 바탕으로 국내라면 시장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 세계 시장에서 K-푸드 수요가 확대되면서 라면 수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25년 라면 수출액은 전년보다 21.9% 증가한 15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식품 단일 품목 가운데 수출액이 15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오뚜기라면은 구미의 산업단지 기반과 교통·물류 경쟁력, 제조업 인프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글로벌 수출 대응을 위한 신규 생산기지로 구미를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미시는 이번 투자가 지역 대표 행사로 성장한 구미 라면축제의 도시브랜드와 전국적 인지도가 기업 투자로 연결된 사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라면 산업을 기반으로 시작한 축제가 기업 투자를 이끌고, 생산시설 확충이 다시 축제와 관광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협약에는 K-푸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푸드테크 분야 협력 내용도 담겼다. 경북도와 구미시, 오뚜기라면은 스마트 제조 확산과 수출 제조혁신, 제조데이터 표준화, 관련 규제 개선 등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이번 투자는 구미가 반도체와 방산, 이차전지뿐 아니라 식품산업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도시라는 점을 인정받은 결과"라며 “구미가 라면축제의 원조 도시를 넘어 식품산업 클러스터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윤성원 기자 won56789@ekn.kr

원주시, 역대 최대 1023억원 투자 유치…신흥MST 문막에 임플란트 공장

원주=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국내 치과의료기기 산업을 대표하는 신흥그룹이 원주에 역대 최대 규모인 1023억원을 투자한다. 연구개발 중심이던 원주 의료기기 산업이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까지 확대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원도와 원주시는 13일 강원도청에서 ㈜신흥MST와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민선9기 출범 이후 첫 대규모 투자유치 성과다. ㈜신흥MST는 국내 최초 치과의료기기 기업인 ㈜신흥의 임플란트 제조 전문 자회사다. 문막 자동차부품 일반산업단지에 첨단 임플란트 생산공장을 신설하고 2030년까지 총 1023억원을 투자한다. 생산라인 구축에 맞춰 지역인재 80명도 단계적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의 의미는 생산 규모 확대에 있다. 신설 공장이 가동되면 임플란트 생산능력은 월 5만 세트에서 월 100만 세트로 20배 늘어난다. 지난해 신흥과 유한양행이 공동 추진한 브랜드 '유한 에버티스(evertis)'의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도 맡는다. 국내 공급은 물론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시장 공략의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원주는 의료기기 기업과 연구기관이 집적된 국내 대표 의료기기 산업도시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연구개발과 제품 개발 중심의 산업 구조가 강했다. 이번 투자는 대규모 생산시설이 들어서면서 연구개발, 생산, 수출이 한 지역에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갖추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산업단지 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자동차부품 중심으로 조성된 문막 자동차부품 일반산업단지는 준공 11년 만에 100% 입주를 달성했다. 동시에 첨단 의료기기 기업이 입주하면서 산업단지의 기능도 미래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으로 확장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기업 유치를 넘어 원주 산업지형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의료기기 산업이 연구개발 중심에서 대규모 생산과 글로벌 수출까지 아우르는 산업 구조로 확장되면서 지역 제조업의 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구자열 원주시장은 “이번 협약은 역대 최대 규모 투자유치이자 미래산업 육성 전략이 본격적인 성과로 이어진 사례"라며 “기업이 성장하고 지역이 함께 발전하는 산업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우상호 강원도지사는 “민선9기 첫 투자협약을 국내 치과의료기기 산업을 대표하는 신흥과 유한양행의 협력 사업으로 시작하게 돼 의미가 크다"며 “원주시와 협력해 신흥MST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에스더 기자 ess003@ekn.kr

장외투쟁·윤리위 재가동…고립의 길 가는 ‘마이독선웨이’ 장동혁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장외 집회 참석을 이어가는 동시에 당 중앙윤리위원회(이하 윤리위) 재가동에 속도를 내며 강경 노선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흔들리는 리더십을 다잡기 위한 승부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강성 지지층 중심의 행보가 당내 갈등과 외연 축소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 대표는 전날 부산을 찾아 지난 6·3 지방선거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대여 투쟁의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부산을 기점으로 장외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장 대표는 앞으로 전국을 도는 순회 투쟁을 통해 지지층 결집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잠실 올림픽공원 집회에 연일 참석하며 세를 과시해온 그는 광주와 대구·경북 지역 집회에도 참석해 참정권 박탈 사태 여론화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앞서 지난 8일 인천 집회에서도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등을 주장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선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가 원내보다 장외를 선택한 배경에 당원과 보수 지지층 결집을 통한 리더십 강화 전략이 깔려 있다고 분석한다. 당내 기반이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지도부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당심 결집을 리더십의 동력으로 연결하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장외에서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면, 당 안에서는 윤리위를 앞세워 기강 잡기에 나선 모습이다. 장 대표는 윤리위 재가동을 통해 당 기강 확립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장 대표는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서 “우리한테 총부리를 겨누는 사람을 정리를 해야 된다고 하는 것을 무조건 뺄셈 정치라고 하는데 그런 거(징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게 뺄셈 정치"라며 징계를 통한 당 기강 확립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국민의힘 윤리위도 징계 채비를 마친 모습이다. 지난 9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법조인 위원 1명을 보강한 윤리위는 국회 부의장 경선에 불복해 이탈표를 유도했다는 내용으로 회부된 조경태 의원과 6·3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을 지원한 배현진·진종오 등 친한계(친한동훈계) 의원들을 우선 심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윤리위 카드를 단순한 당무 정상화 차원을 넘어 당내 질서를 재정비하고 비판 세력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려는 수단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결국 장외 행보와 윤리위 재가동은 각각 독립된 행보가 아니라 하나의 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밖으로는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안으로는 당 기강을 다잡으며 리더십을 공고히 하려는 '투트랙' 전략이라는 것이다. 최근 당 안팎에서 제기된 사퇴론과 지도체제 불안 논란 속에서 장 대표가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강경 노선의 효과를 놓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보수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는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비주류와 중도 성향 인사들의 반발을 키우며 계파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당 지도부가 징계를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오히려 리더십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장동혁 대표의 최근 행보는) 당내 세력을 키우고 리더십을 다지기보다는 고립의 길로 가게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신지호 전 국회의원은 최근 KBS 1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장 대표는 '장외 행보'와 '징계 강행'이라는 두 축을 통해 자신의 지지층을 계속 결집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일종의 '불나방 정치'라고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좋은 줄 알고 불빛을 향해 맹렬히 돌진하다가 전등에 부딪혀 즉사하는 것이 불나방의 행태"라며 “장 대표가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관건은 장 대표의 강경 전략이 당내 장악력 강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외연 확장의 한계와 내부 갈등 심화로 귀결될지 여부다. 강성 지지층 결집만으로는 전국 단위 선거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당내 통합과 중도층 확장이라는 과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장 대표 리더십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정치권에서 제기된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李대통령 “추가세수 ‘미래대응’ 투자재원 활용”…재정운영 3원칙 천명

이재명 대통령이 인공지능(AI) 혁명이 이끈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 세수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신설하는 미래대응기금을 통해 미래 산업과 청년, 지방, 교육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를 축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에도 정부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인공지능(AI) 혁명이 촉발한 반도체 대호황에 힘입어 전례 없는 추가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대규모 추가 세수를 미래 대응을 위한 전략적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전 부처가 참여해 내년도 예산안과 중장기 재정운용 방향을 논의하는 사실상의 첫 범정부 재정전략회의다. 이 대통령은 취임 2년 차 국정 비전인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뒷받침할 재정 운영의 3대 원칙을 제시했다. 첫 번째 원칙은 미래대응기금 신설이다. 이 대통령은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해 미래, 청년, 지방, 교육 등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며 “이번 추가 세수는 전 세계 AI 패권이 결정되는 골든타임에 쓰일 소중한 재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그 과실을 모든 국민께 돌려드리려면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담보하는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미래대응기금이 그 기능을 수행해 미래세대와 함께 대도약을 이뤄낼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원칙으로는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투자가 기업의 시간표대로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역량을 총동원해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수 자원인 전력과 용수의 안정적 공급은 물론 교통·물류 인프라 확충, 주거·교육·의료·문화 등 정주 여건과 혁신 기반까지 갖춰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거점을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29일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 구상을 발표했다. 수도권 중심의 생산거점을 지방으로 확장해 첨단산업 경쟁력과 지역균형발전을 함께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과 SK는 각각 2655조원, 210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세 번째 원칙으로는 '모두의 성장'을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는 일자리부터 주거, 자산 형성까지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지원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AI 시대에 불가피하게 늘어날 비정형 노동자들도 빈틈없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사회 안전매트'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며 “국민 모두가 AI 기술 발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오늘 우리가 논의할 재정의 방향은 앞으로 대한민국의 20년, 30년을 결정하게 된다"며 “모두가 대한민국의 최고재무책임자(CFO)라는 각오로 논의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진보 진영의 ‘족보 밖’ 대통령 흔들기…‘20년 전 노무현’ 보인다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가까워지면서 진보 진영 특유의 '정통성 경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참여정부 말기의 '노무현 흔들기'를 떠올리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권 내부에서 대통령의 국정 노선과 리더십을 견제하는 모습이 과거와 닮았다는 것이다. 당권 주자인 정청래 전 대표는 12일 페이스북에 “최악의 자기 정치는 선거 때 탈당해 무소속 출마하거나 남의 당 후보를 돕는 구태정치"라고 비판했다. 이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며 '후단협(후보단일화협의회) 사태'의 중심에 섰던 김민석 전 총리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후단협 사태는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당내 반노(반노무현)·비노(비노무현) 의원들이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를 주장하며 집단 탈당한 사건을 말한다. 김 전 총리는 당시 정 후보 캠프에 합류한 바 있다. 앞서 유시민 작가는 지난달 26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증축'을 원했는데 정작 이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 한다고 비유했다. 유 작가는 '문조털래유'(문재인·조국·김어준·정청래·유시민)라는 별칭에 포함되는 친문계 인사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개혁 진영은 뚜렷한 대권 주자를 찾지 못한 끝에 비주류였던 노무현 후보를 선택했다. 그러나 정권 출범 이후 여권 내부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향한 공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정동영·천정배 등 열린우리당 핵심 인사들이 국정 운영을 둘러싸고 노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웠고 끝내 대통령 탈당과 신당 창당을 겪었다. 정치권에서는 당시 갈등의 배경으로 운동권 내부의 '정통성 의식'을 거론한다. 학생운동과 재야운동의 계보를 중시하는 일부 세력에게 노 전 대통령은 정치적 성장은 함께했지만 출발점은 달랐던 인물이었다. 민주화운동의 상징성을 공유하면서도 기존 운동권 주류와는 다른 경로를 걸어온 만큼, 완전한 '우리 편'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최근 이 대통령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기류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 역시 노동운동이나 학생운동 중심의 이른바 386 운동권 계보와는 거리가 있다. 시민운동과 성남시장·경기지사를 거치며 독자적인 정치 기반을 구축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일부 진보 진영에서는 여전히 '친노·친문 적통'과는 결이 다른 정치인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표면적으로는 정책과 노선의 차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차기 권력 구도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특히 친노·친문 일부 인사들이 연일 이 대통령을 겨냥한 비판을 이어가는 것을 두고 정치적 차별화를 넘어 진영 내부의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내부 균열이 정권 운영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참여정부 역시 야당보다 여권 내부의 갈등이 더 큰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고, 이는 국정 동력 약화와 조기 레임덕의 한 요인으로 평가된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본지에 “항상 여당에서 은연중에 차기 대권을 꿈꾸는 자는 기본적으로 전임자를 밟고 간다"며 “전임자하고 동일한 노선을 하다가 전임자가 국정에 실패하면 같이 무너지니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 민주당의 전통적 전략"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진보 진영이 과거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정 성과를 만드는 경쟁보다 '누가 진짜 적통인가'를 둘러싼 내부 경쟁이 앞설 경우, 노무현 정부 말기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여권 내부의 결속이 정권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보 진영의 '족보 정치' 논란이 국정 운영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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