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용에 갇힌’ 李 정면돌파 나서나

‘김지용에 갇힌’ 李 정면돌파 나서나

중대범죄수사청이 조직의 수장이 없는 상태에서 2일 출범한다. 이른바 개문발차다. 임명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이 여권 강경파 반대 속에서 장고를 거듭하면서다. 연이은 개각 인사 낙마로 정치적 부담이 커진 이 대통령이 강경파 반발이 최소화할 수 있는 시점에 중수청장을 임명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李 “김지용이 친윤 검사? 허위 주장"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새벽 자신의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에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에 관한 글을 연달아 올렸다. 여권 내 강경파와 강성 지지층의 김 후보자 반대 기류에 정면돌파를 시..

수출 사상 첫 8000억달러 돌파…연간 1조달러 눈앞

우리나라 수출이 9개월 만에 8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수출액을 넘어섰고, 올해 사상 첫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이 600억 달러 이상 차지하며 전체 수출의 50% 가량 견인했다. 산업통상부는 올해 9월 수출액 1209억4000만달러로 전년대비 83.5% 증가했다고 1일 밝혔다. 월간 수출이 1200억달러를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올해 1~9월 누적 수출액만 8145억달러로, 역대 최대였던 작년 연간 실적 7093억달러를 이미 뛰어넘었다. 올해 연간 수출 1조달러까지 남은 금액은 1855억달러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이 추세대로라면 1조달러 달성은 굉장히 유력한 상황"이라며 “남은 3개월 중 2달만 1000억달러를 지속하면 이르면 11월 말이나 12월 초에는 1조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반도체 호황이 전체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9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62.8% 증가한 603억달러로, 지난달 최고치 467억달러 기록을 갈아치웠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가 늘고, 반도체와 컴퓨터 가격 상승세도 이어진 영향으로 분석됐다. 실제 메모리반도체 수출이 358.6% 증가한 540억7000만달러, 시스템반도체는 28.8% 늘어난 55억4000만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컴퓨터 수출도 435.3% 증가한 70억 달러로 두 달 연속 역대 최대였다. 반도체 외에도 석유제품 수출이 72억2000만달러로 72.0%, 석유화학이 39억5000만달러로 5.1% 각각 증가했다. 중동 사태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과 원료 가격 상승 등의 영향이다. 화장품 수출도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시장에서 수요가 고르게 늘어 31.4% 증가한 15억1000만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고부가가치 물량이 늘어난 선박 수출도 37억6000만달러로 29.9% 늘었다. 반면, 자동차 수출은 추석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 중고차 수출 부진 등에 따라 60억5000만달러로 5.5% 감소했다. 농수산식품도 조업일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4.7% 줄어든 11억1000만달러였다. 강 실장은 “반도체 상승세가 올해 연말 또는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되지 않을까 본다"며 “다른 품목도 견조하게 수출이 이뤄지고 있어 반도체 편중 우려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9월 수입액은 26.0% 증가한 710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로써, 9월 무역수지는 전년 대비 403억7000만달러 증가한 498억5000만달러 흑자를 봤다. 월간 무역흑자가 4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500억달러를 목전에 뒀다. 올해 1~9월 누적 무역흑자는 2525억달러로 전년보다 2027억달러 증가했다. 8월 347억5000만달러에 이어 9월까지 이미 지난해 연간치인 774억달러를 넘어섰고, 올해 무역수지 흑자가 3600억달러 이상 예상된다는 게 산업부 설명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이 기대되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동 긴장 등 대외 변수가 남아있지만 4분기에도 수출 상승 모멘텀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자료부터 남다른 국감 스타 탄생의 ‘필요조건’

매년 10월이면 국회 의원회관의 밤이 길어진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보좌진들은 피감기관 답변서를 다시 뜯어보고 통계표의 숫자를 대조하며 의원이 던질 질문의 순서를 바꾼다. 의원실마다 목표는 비슷하다. 피감기관을 긴장시키면서도 국민이 알아들을 수 있는 질문 한두 개를 만드는 것이다. 국감은 행정부를 감시하는 국회의 핵심 기능이다. 동시에 의원 개인에게는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을 수 있는 큰 무대다. 최근 5년간 주목받은 의원들의 사례를 보면 국감 스타들은 '자료·질문·후속조치' 과정에서 차별화를 이룬다. 파급력 센 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짧은 질문으로 바꾸고, 답변을 법과 예산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출발점은 자료다. 2023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과 관련한 자료를 토대로 남한강휴게소 운영권 특혜 의혹 등을 잇따라 제기했다. 같은 상임위 한준호 민주당 의원도 양평고속도로 노선 검증으로 이름을 알렸다. 탄탄한 논리와 선명한 전달력이 돋보인 질의라는 평가다. 물증의 힘은 2024년 국감에서도 확인됐다. 민형배 의원은 안세영 선수가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보낸 13장 분량의 건의문 전문을 공개했다. 구두질의에 그치지 않고 당사자의 목소리가 담긴 문건을 제시하면서 협회 운영 관행을 따져 물을 근거가 마련됐다. 국감 자료에는 수백 페이지의 표와 기관별 답변이 쌓인다. 의원이 찾아야 할 것은 기존 설명과 맞지 않는 숫자 한두 개다. 보좌진은 몇 달 전부터 전년도 지적 사항, 감사원 자료, 부처 통계, 공공기관 경영공시, 예산서와 결산서를 겹쳐 본다. 한 의원실 보좌진은 “기관이 제출한 자료만 보면 놓치는 부분이 생긴다"며 “현장 제보와 기관 자료를 대조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좋은 자료는 피감기관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기도, 문제없다고 답하기도 어려운 숫자를 담고 있다. ◇질문은 짧고 숫자는 정확해야 자료 확보 다음은 질문 설계로 빌드업이 이어진다. 의원에게 주어진 시간은 제한돼 있다. 질문이 길어지면 답변 시간이 늘고, 질문이 많아지면 한 가지 쟁점도 끝까지 파고들기 어렵다. 그래서 준비된 의원들은 질문을 쪼갠다. “이 자료가 맞습니까." “그렇다면 이 수치는 왜 다릅니까." “지난해 국감에서는 이렇게 답변했는데 올해 자료는 왜 바뀌었습니까." 상대의 답변을 다음 질문의 근거로 삼는 방식이다. 2025년 국감에서는 기획재정위원회 김태년 민주당 의원이 입법과 예산을 함께 짚으며 주목받았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한미 관세 협상과 부동산 대책을 사전에 준비한 자료로 파고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장을 지켜본 매체들은 두 의원의 공통점으로 철저한 준비와 구체적인 정책 질의를 꼽았다. 언변도 평가 요소다. 국감에서 말 잘하는 의원은 질문이 짧고 숫자가 정확하다. 답변자가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하면 질문으로 끊고, 필요한 답을 받은 뒤 다음 자료를 제시한다. 상대가 인정해야 할 대목에서는 충분히 기다린다. 시청자가 30초 안에 이해할 수 있는 구조가 큰 동작이나 목소리보다 오래 남는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복잡한 정책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소품과 시각자료도 활용된다. 2021년 경기도 대상 국토위 국감에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비판하며 양의 탈을 쓴 강아지 인형 '대동이'를 들고 나왔다. 노회찬 전 의원이 국감장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누워 수용 면적의 실태를 보여준 장면도 지금까지 회자된다. 2020년에는 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자율주행 로봇을 시연한 질의가 나왔다. 세 번째 요소는 후속 조치다. 국감 당일 보도되는 자료는 수없이 많지만 몇 달 뒤에도 기억되는 국감에는 대개 후속 조치가 따라붙는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2023년 국감에서 연구·개발 이권 카르텔,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접속 문제,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코로나19 재난지원금 환수 문제 등을 다뤘다. 이 의원은 재난지원금 환수 면제를 위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개정안은 그해 12월 본회의를 통과했다. ◇잘못 인정하는 답변 유도가 중요 국감에서 가장 강한 질문은 잘못을 인정하는 답변을 받아내는 질문이다. 2024년 국감에서 국정감사NGO모니터단 우수의원으로 선정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사고 463건을 분석해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부동산 대출과 전월세 대출, 소비자 보호 문제도 함께 제기했다. 사례를 나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금융사고를 유형별로 분류해 정책 문제로 연결한 점이 눈에 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러면 어떻게 고치겠느냐"는 답변까지 끌어내는 질문이 성과로 남는다. 화제성만 좇은 질의는 역풍을 낳는다. 2024년 국감에서는 일부 의원의 막말과 비속어가 논란이 됐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질의의 적시성·실효성·충실성·공익성·공정성을 평가 기준으로 제시하고, 중복 질의와 막말·고성·시간 미준수를 감점 요소로 삼았다. 같은 자료에서는 일부 상임위원장의 발언 시간이 의원 평균 질의 시간의 5배를 넘긴 사례도 지적됐다. 2025년에는 '쇼츠 국감'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현장을 영상화한 매체들은 고성과 정쟁, 보여주기식 질의를 비판하면서 준비된 자료와 정책 대안을 제시한 의원들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내렸다. 국감장에서 피감기관장을 윽박지르는 장면은 짧은 영상으로 만들기 쉽다. 그러나 소리를 빼고 질문 내용만 보면 무엇을 지적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 뚜렷한 근거 없이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내거나 국감과 무관한 소품을 들고 나오는 행태도 여론의 역풍을 맞기 쉽다. 국감은 생중계되고, 발언은 영상과 기사로 남는다. 상대를 몰아세우는 데 성공해도 자료와 정책 대안이 보이지 않으면 '송곳 질의'보다 '고성 국감'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증인의 허점을 논리적으로 짚고 차분하게 답을 끌어낸 질의는 오래 남는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국감장에 서는 조희대가 두려운 사람들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정치권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再)제청 요구를 거부하며 정부와 정면으로 충돌한 조 대법원장이 국정감사 일반증인으로 채택되면서다. 2023년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여야의 폭넓은 동의를 받았던 인물이 3년 만에 정치권 공방의 한가운데 서게 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조 대법원장을 오는 6일 열리는 대법원 국정감사 일반증인으로 채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를 조 대법원장이 거부한 경위 등을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조 대법원장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은 3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 당시 조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특위 심사경과보고서는 여야 합의로 채택됐다. 본회의에서도 임명동의안은 출석 의원 292명 가운데 찬성 264명, 반대 18명, 기권 10명으로 가결됐다. 특히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에서도 조 후보자의 개인 신상과 관련한 특별한 문제 제기는 많지 않았다. 진성준 당시 민주당 청문특위 야당 간사는 본회의 심사경과보고에서 “고위공직 후보자에게 흔히 보이는 개인 신상 관련 도덕성 등의 문제 제기가 거의 없었다"며 대법원장으로서 직무를 무난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조 대법원장은 정치권의 첨예한 공방보다는 사법부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는 법관 출신 인사로 인식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정반대다. 갈등의 중심에는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문제가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8월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제청했지만, 청와대가 재제청을 요청하면서 충돌이 시작됐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22일 청와대의 재제청 요청 문서에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적시되지 않았다며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의 인식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판단 과정과 재제청 거부 경위를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와 과거 행적 등을 문제 삼으며 탄핵론까지 띄웠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서영교 의원은 최근 채널A 유튜브에 나와 “불법 비상계엄 당시 대법원장 지시로 긴급비상대책회의를 했다는 것, 이재명 대선 후보 파기환송 과정에서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대선에 끼어든 모습, 대법관을 200일 넘게 공석으로 만들어 놓은 것 등이 엄청난 헌법 위반이고 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조 대법원장의 탄핵 사유가 충분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법원장을 일반증인으로 불러 세우는 것 자체가 사법부 독립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28일 출근길에 재제청 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국정감사 등을 통해서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증인으로 채택됐다고 해서 실제 출석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조 대법원장이 직접 출석 여부를 밝히지 않은 만큼 오는 6일 증인석에 앉을지는 아직 변수로 남아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공세가 반드시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우려도 나온다. 입법부가 사법부를 압박하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정권에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조 대법원장의 존재감만 키워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본지에 “조 대법원장의 출석 자체가 보수·중도층에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국감에서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 거부 근거 등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한다면, 이재명 정부에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반대로 조 대법원장이 답변 과정에서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정부·여당에 오히려 힘이 실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재제청 거부의 법적 근거와 그에 따른 대법원의 판단 과정이 핵심 쟁점인 만큼, 조 대법원장의 설명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023년 여야의 폭넓은 동의를 받으며 대법원장에 오른 조 대법원장이 3년 만에 정부와 사법부의 권한 충돌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조 대법원장의 일거수일투족에 국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신임 靑정책실장에 하준경…경제정책 기조 유지에 방점

청와대 신임 정책실장에 하준경 경제성장수석이 임명됐다. 김용범 전 정책실장이 사퇴한 지 한 달 만이다. 경제성장수석을 맡아온 하 신임 실장이 정책실장으로 승진하면서 이재명 정부가 기존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1일 브리핑에서 하 신임 실장의 인선을 발표하며 “공정 성장과 양극화 해소 등을 성장 전략에 결합해온 대표적 학자"라고 소개했다. 이어 “앞으로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을 두루 아우르며 국민의 삶과 직결된 분야에서 정책 변화를 만들어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전북 전주 출신인 하 신임 실장은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를 거쳐 지난 대선 경선 때부터 이 대통령의 경제 참모로 활동해왔다. 이후 청와대 경제성장수석을 맡아 경제정책 전반을 조율해왔다. 이번 인선은 최근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부동산 정책을 비롯한 경제정책이 지목되는 상황에서도 정책 라인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경제성장수석을 맡았던 하 신임 실장을 정책실장으로 승진시킨 것은 기존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임 경제성장수석에는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이 임명됐다. 전남 해남 출신인 문 신임 수석은 행정고시 38회로 공직에 입문해 산업부 대변인과 차관 등을 지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비서실 평화외교특별보좌관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국방정책특별보좌관에 김병주 민주당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재정경제부 제1차관에는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국토교통부 제2차관에는 정의경 국토교통부 국토도시실장이 각각 발탁됐다. 지방시대위원장에는 충남 부여 출신의 박정현 부여군수가 임명됐다. 성 수석은 “개혁의 실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며, 국민 통합으로 미래 세대의 길을 열어야 한다"며 “이재명 정부는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어 가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달러 어디에 쌓아두나 했더니”...기업예금 1000억달러 돌파

기업이 보유한 달러예금이 사상 처음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수출기업의 달러 유입에 증권사 투자자예탁금까지 더해진 데다 원화 강세를 예상한 기업들의 달러 매수 수요가 겹치면서 외화예금 잔액도 역대 최대치를 다시 썼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거주자 외화예금은 1406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한 달 전보다 122억8000만달러 늘어난 규모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2년 6월 이후 가장 많았다. 증가액은 7월의 150억1000만달러보다는 줄었지만 2개월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기업의 달러 보유액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8월 말 기업의 달러예금은 1056억4000만달러로 전월보다 99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기업 달러예금이 1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개월 연속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운 가운데 증가 폭은 7월의 101억1000만달러에서 소폭 축소됐다. 전체 외화예금 가운데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달러예금 잔액은 1199억1000만달러로 한 달 새 109억9000만달러 늘었다. 3개월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이다. 증가액은 전월 111억2000만달러보다 다소 감소했다. 달러예금 확대에는 수출기업의 외화 유입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은 대기업의 수출 등 경상대금 수취가 늘어난 데다 증권사를 통한 투자자예탁금이 들어온 점을 배경으로 꼽았다.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달러를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도 증가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봤다. 개인보다 기업의 외화자금 증가가 더욱 가팔랐다. 8월 말 기업 전체 외화예금은 1234억9000만달러로 전월보다 87억8000만달러 증가했다. 개인예금도 171억2000만달러로 12억2000만달러 늘었다. 통화별로 보면 유로화와 엔화예금도 증가했다. 유로화예금은 91억6000만달러로 11억달러 늘어나면서 지난 2월 말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유로화예금 증가는 경상대금 수취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엔화예금은 89억4000만달러로 한 달 전보다 3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역시 2월 말 이후 최대 수준이다. 다만 증가액은 7월의 15억달러와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한국은행은 증권사 투자자예탁금 유입이 엔화예금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은행별로는 국내은행에 맡겨둔 거주자 외화예금이 1108억6000만달러로 한 달 새 78억8000만달러 증가했다. 외국은행 국내 지점의 외화예금도 297억6000만달러로 21억2000만달러 늘었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국내 기업과 내국인은 물론 국내에 6개월 이상 머문 외국인과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 등이 국내 금융기관에 맡긴 외화예금을 의미한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대미투자 ‘안전장치’ 원리금 회수까지 수익 5대 5…관세 상한선 15% 재확인

정부가 대미투자 프로젝트 투자금 관련 원리금을 전부 회수할 때까지 한국과 미국의 5대 5 수익배분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후 우리 측 원리금 회수가 끝나면, 미국 정부가 수익의 90%를 갖게 된다. 양국은 향후 대미투자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사업이 추가되거나 비용이 늘어도 연간 200억달러, 총 2000억달러를 넘지 않는다는 점도 합의했다. 정부는 이번 대미투자로 합의된 15% 관세 부과 상한선을 넘지 않겠다는 미국 측 입장도 다시 확인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부는 양국이 지난해 말 체결한 양해각서(MOU)에서 합의한 대미투자 구조와 투자자 보호 안전장치로 특수목적법인(SPV) 운영 계약에 반영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양국은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로 223억달러 규모의 텍사스 가스복합화력 발전소 사업을 확정했다. 후속 프로젝트로는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로 해당 사업 모두 우산형 투자목적회사(I-SPV)가 자금 조달과 수익 배분을 통합 관리하게 된다. 우산형은 특수목적법인(SPV)을 둬 특정 사업에서 손실이 생기더라도 다른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전체 투자의 수익률을 보존하는 방식을 말한다. 앞서 미국은 기존 합의와 달리 프로젝트별 개별 정산을 요구해 왔다. 반면, 정부는 원리금 회수 가능성이 적다는 점을 들어 미국 측과 우산형 방식에 합의했다. 이번 협상으로 우리 측이 전체 프로젝트 투자금에 대한 총 원리금을 모두 회수할 때까지 양국은 5대 5, 즉 50%씩 수익을 나눠 갖는다. 이후, 원리금 회수가 끝나면 미국 측이 수익의 90%를 가져간다. 또, 개별 사업의 원리금뿐만 아니라 전체 사업의 투자 원리금도 모두 돌려받을 때까지 5대 5의 수익배분이 유지된다는 게 산업부 설명이다. 앞서 미국은 20년까지 수익을 5대 5로 나누고, 이후 미국 90%, 한국 10%를 가져가는 방식을 요구했었다. 우리 측은 20년 내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모든 손실을 떠안게 돼 우산형 방식을 통한 수익 배분 구조를 관철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대미투자 사업의 상업적 합리성도 충분한 것으로 판단했다. 예컨대, 1호 사업인 텍사스 가스복합화력 발전 건설의 경우 향후 20년간 430억∼450억달러를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양국은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나빠지거나 공사비가 20%를 넘을 경우 협의를 통해 사업계획과 예산을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사업성이 떨어지면 5대 5 배분이 아니라 우리 측에 수익의 80∼90%를 요구할 수 있도록 배분 비율을 재협의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대미투자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사업이 추가되거나 비용이 늘어도 연간 200억달러, 총 2000억달러를 넘지 않도록 투자 한도를 명문화했다. 지난해 한국은 조선 분야 1500억달러, 전략적 투자 사업 2000억 달러 포함 총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미국이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조건이었다. 김 장관은 “미국 측으로부터 2000억 달러 한도를 넘기지 않는다는 점, 관세율을 15%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 정부가 지난 2월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 후 무역법 301조를 활용,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15% 관세율이 넘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무역법 301조에 근거, 한국 포함 중국과 유럽연합(EU), 일본, 인도 등 16개 경제권을 대상으로 과잉생산 및 강제노동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지난 7월 한국에 12.5%의 강제노동관세를 적용했다. 조만간 발표될 과잉생산 조사 결과에 따라 관세가 추가되면 양국이 합의했던 15% 수준을 넘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이번 대미투자를 통해 미국의 추가 관세 방침 등 통상 압박에 대응하고, 15% 관세 상한선도 지켜낸다는 방침이다. 김 장관은 “사업성이 떨어지면 돈을 안 대고 나와야 하지만 문제는 양해각서(MOU)상 사업에서 철수하면 미국이 관세를 올리는 등 보복하게 돼 있다"며 “더 이상 불리한 통상규제가 우리에게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김지용에 갇힌’ 李 정면돌파 나서나

중대범죄수사청이 조직의 수장이 없는 상태에서 2일 출범한다. 이른바 개문발차다. 임명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이 여권 강경파 반대 속에서 장고를 거듭하면서다. 연이은 개각 인사 낙마로 정치적 부담이 커진 이 대통령이 강경파 반발이 최소화할 수 있는 시점에 중수청장을 임명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李 “김지용이 친윤 검사? 허위 주장"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새벽 자신의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에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에 관한 글을 연달아 올렸다. 여권 내 강경파와 강성 지지층의 김 후보자 반대 기류에 정면돌파를 시도한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는 한 네티즌의 글을 공유하며 “검사 출신이라고 다 버리자면 박은정(조국혁신당) 의원도, 임은정 검사장도 이성윤(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다 검사 출신인데 그분들은 어찌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중수청이 제 기능을 못하면 나라의 질서와 국민의 안전이 어찌 되겠나. 검찰개혁의 목표가 검찰에 대한 복수를 하자거나 검찰을 망가뜨리자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중요 수사기구 책임자에 수사전문가인 전직 검사를 검사 출신이라는 이유로 쓰지 말라고 하면 이것은 중수청을 망치자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가 '친윤(친윤석열) 검사'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 대해 친윤 검사라는 등의 반대 주장이 있어 장시간 추가 검증을 한 결과 대체로 사실이 아니거나 심지어 터무니없는 허위 주장으로 판명됐다"고 일축했다. 김 후보자 추천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는 대통령이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 아니고 독립적인 추천위원회가 4명의 후보를 추천한 뒤 행정안전부 장관이 김 후보자를 제청했다"며 “협의 과정에서는 추천된 4인 중 김지용 후보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일부 문제점이 있더라도 법에 의한 추천 절차를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김 후보자를 배제하면 남은 3인의 피추천자 중 누군가로 교체해야 하는데 재제청을 할 사유인지, 남은 3인의 후보가 김 후보자를 대체할 만한지는 여전히 고민과 판단의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국힘 “행안위원장 김어준, 간사는 추미애냐"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8일 검사장 출신인 김지용 변호사를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이에 추미애 경기지사는 같은 달 12일 “왜 이들(내란) 세력에 업혀서 전전긍긍하는 것이냐"며 공개적으로 반발했고, 검찰개혁 강경파인 김용민 민주당 의원과 조국혁신당은 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이 대통령이 여권 내 강경파 반대 등으로 김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을 3주 넘게 국회로 보내지 않자, 야당은 새로운 형사사법체계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이 대통령이 하루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수표동 중수청 앞에서 열린 현장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이 당내 반발 눈치 보느라 국회에 인사청문 요청안조차 보내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안전보다 지지층의 심기가 더 중요하느냐"며 “새로운 인물을 찾아서 임명하는 것이 더 빠르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야당 간사인 강명구 의원도 “도대체 인사청문회를 국회 행안위가 하는 건가, 민주당 강경파가 하는 건가. 야당 행안위 간사가 강명구인가, 추미애인가. 행안위원장이 김어준이냐"며 “김어준과 추미애 허락받는다고 이렇게 늦어지는 건가. 이것은 대통령께서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중수청장 임명 너무 늦출 수 없을 것" 정치권에서는 법무부 장관·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낙마에 이어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사의를 표명하면서 인사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느낀 이 대통령이 결국 김 후보자 임명 강행에 나서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대통령이 여기서 물러나면 인사가 엉망이 돼버린다"며 “이번에 중수청장은 임명 수순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마냥 시간을 늦출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교근 기자 shin1948@ekn.kr

[이슈&인사이트] 건배는 끝났고, 경쟁은 계속된다

건배사는 대개 지루하다. 우정과 협력을 말하고 서로의 건강을 빈다. 그러나 9월 24일 백악관 만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0년이 넘는 미·중 관계를 몇 분의 연설에 담았다. 조지 워싱턴이 구입한 중국 도자기에서 시작해 제2차 세계대전의 험프 항로, 마오쩌둥과 리처드 닉슨의 관계 정상화, 중국 사막에 나무를 심은 미국인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날 낮 협상장에 놓였던 관세와 반도체, 희토류는 이 역사에서 빠져 있었다. 시진핑이 고른 첫 단어는 중추절이었다. 워싱턴에서 만찬이 열린 24일 밤, 베이징은 이미 가족이 다시 모이는 명절을 맞고 있었다. 그는 두 나라의 관계도 그렇게 한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역사를 어디서 시작하느냐에 따라 식탁의 풍경은 달라진다. 2018년에서 시작하면 무역전쟁이다. 시진핑은 더 먼 과거의 도자기와 교역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외교의 건배사는 역사를 편집하는 일이기도 하다. 연설의 끝에서는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자신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나란히 놓았다. 두 목표가 서로를 북돋울 수 있다고도 했다. 상대의 구호를 반박하는 대신 옆자리를 내준 셈이다. 그러나 두 나라가 바라는 '다시'가 언제까지 같은 식탁에 앉아 있을 수 있을까. 이 물음의 답은 건배사보다 산업정책에 가까이 있다. 미국의 대중국 전략은 한때 중국을 세계경제에 편입하면 경제뿐 아니라 정치도 변하리라는 기대에 기초했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은 그 기대의 정점이었다. 이후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트럼프 1기의 관세와 기술 제재,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수출통제를 거치며 워싱턴의 무게중심은 관여에서 경쟁으로 옮겨갔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중국의 기술적·군사적 부상을 견제하려는 방향은 이어졌다. 트럼프 2기가 그 경쟁을 멈춘 것은 아니다. 다만 모든 거래를 끊는 대신,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에는 장벽을 세우고 나머지 교역은 관리하려 한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미·중 무역위원회를 통해 안보상 민감하지 않은 상품의 교역을 논의하면서도 경제·국가안보를 위한 관세는 계속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봉쇄를 포기했다기보다 압박과 거래를 함께 쓰는 쪽으로 전술을 조정한 것이다. 중국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냉전기의 소련과 달리 중국은 세계 제조업과 공급망 깊숙이 들어와 있다. 미국이 첨단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면 중국은 핵심광물과 제조업 공급망을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다. 미국의 기술통제가 중국에 비용을 안기듯, 중국의 수출제한도 미국과 동맹국에 비용을 안긴다. 서로를 밀어붙일 수는 있어도 그 충격에서 자신만 벗어날 수는 없다. 두 나라가 거듭 협상장으로 돌아오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백악관의 건배와 협상장의 긴장은 모순되지 않는다. 두 정상은 경쟁을 끝낸 것이 아니라 경쟁의 비용을 관리하려 했다. 미국은 중국과 대화하는 동시에 반도체와 인공지능, 조선과 핵심광물에서 자국의 우위를 지키려 한다. 중국 역시 관계를 안정시키는 동안 기술자립과 공급망의 영향력을 키우려 한다. 악수는 화해의 결론이 아니라, 계속될 경쟁을 다루는 방식이다. 한국에도 기회와 부담이 함께 온다. 미국이 전략산업에서 중국 의존을 줄이려 할수록 한국의 반도체와 조선, 배터리와 방산 역량은 중요해진다. 그러나 그 가치는 미국 내 투자 요구와 공급망 재편 비용을 동반한다. 중국 시장과 소재 공급망도 하루아침에 지울 수 없다. 미·중 경쟁이 길어질수록 한국은 더 필요해지는 동시에 더 어려운 선택을 요구받는다. 시진핑은 건배사에서 두 나라의 오랜 우정을 말했다. 그러나 한국이 주목해야 할 것은 잔을 든 손보다 협상장에 남은 계산서다. 어느 쪽 잔에 먼저 부딪칠지 묻기 전에, 두 나라 모두 쉽게 빼놓을 수 없는 산업과 외교의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건배는 끝났다. 복잡한 계산은 이제부터다. 성일권

차기 대통령감은? 한동훈 18.1%·김민석 15.2%·오세훈 10.5%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선두권에 올랐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일 나왔다. 한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선두를 달렸다. 여론조사 전문회사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달 28~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한 의원은 18.1%,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2%로 조사됐다. 한 의원과 김 대표 간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2.9%p였다.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10.5%),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10.2%),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8.1%),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7.9%),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6.3%),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5.6%), 추미애 경기지사(3.2%),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2.0%) 순으로 나타났다. '없음'은 6.8%, '잘 모르겠다'는 3.7%, 기타는 2.5%였다. 범야권 인사 5명(한 의원·오 시장·장 대표·이진숙 의원·이준석 의원)의 지지율 합계는 48.9%로 범여권 인사 5명(김 대표·강 실장·정 전 대표·조 원장·추 지사)의 지지율 합(38.2%)보다 10.7%p 높았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김 대표가 31.2%로 압도적 선두였다. 이어 강 실장(13.8%), 정 전 대표(11.9%), 조 원장(8.0%), 한 의원(5.6%), 추 지사(5.3%) 등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한 의원이 32.6%로 선두를 달렸다. 이어 장 대표(25.2%), 오 시장(17.0%), 이진숙 의원(15.4%) 등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 중 19.3%를 차지한 무당층에서도 한 의원이 25.0%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어 오 시장(15.2%), 김 대표(10.4%), 이진숙 의원(9.7%), 강 실장(6.9%), 장 대표(4.5%) 등으로 나타났다.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설문지를 이용한 ARS 조사(무선 RDD 100%)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3.1%p이며, 응답률은 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신교근 기자 shin1948@ekn.kr

[EE칼럼] “한전 전력망 25조 선납, 깔세인가?”

얼마전 한국전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앞으로 5년 치 전기요금 총 25조원을 미리 받아 전력망을 건설하려 했던 사안을 다시 되짚어보자. 사실 본 사안의 핵심은 사실 돈의 규모나 업황의 문제이기 전에 '권리'의 문제다. 돈은 대라면서 망에 대한 권리 (재산권)는 주지 않기에, 애초에 받을 수 없는 제안이었다. 부채에 허덕이는 (주)한국전력 입장에선 전력망을 제때 깔아보려고 짜낸 고육지책이란건 안다. 하지만, 전력망의 소유권과 운영권은 전혀 포기 않으면서, 수십조원의 자금조달 위험과 건설 부담은 통째로 민간에 넘기겠다는 시도이다. '민영화'라는 말이 나올 틈은 원천 봉쇄해 두고 돈만 끌어오겠다는 건데, 경제학적으로 당연히 유인 불합치(incentive incompatibility)가 발생하게 된다. 왜 선납은 기형적인가. 정상적인 인프라 투자를 떠올려 보자. 투자자가 돈을 대면 그 대가로 무언가가 남아야 한다. 재무제표에 자산(asset)이 잡히고, 감가상각이 되고, 장기 운영권이나 배당·리스료 같은 수익 흐름이 따라온다. 반면 선납은 어떤가. 25조원을 넣어도 장부에는 '선급금'이라는 채권 한 줄이 남을 뿐이다. 송전탑 한 기, 변전소 한 곳도 내 것이 아니다. 자본은 잔뜩 묶이는데 생산적 자산은 커녕 경비처리 하나도 못하는 구조다. 부동산 거래에서 속칭 '깔세'라고 월세를 한꺼번에 내는 선례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걸 투자라 부르긴 어렵다. 깔세 세입자는 흔히 계약 상 매우 열등한 위치인 경우가 많으며, 여튼 뭔가가 아쉬워서 담보 없이 집주인에 목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이자를 쳐주지 않았느냐고? 국고채 2년물보다 조금 높은 금리를 얹어 반기마다 요금에서 깎아 주겠다는 조건이 붙긴 했다. 하지만 그 이자로 무엇을 담보받는가. 지자체 인허가가 막히고 주민 반발로 공기가 밀려도, 전력이 제때 들어온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권리는 제로에 가깝고 위험은 사실상 무한대인 비대칭 계약이다. 반도체 경기의 사이클과 글로벌 설비투자 경쟁을 감안하면, 이런 계약에 도장을 찍는 경영진은 주주 앞에서 배임 시비를 각오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전과 정부는 왜 BTO(수익형)나 BTL(임대형) 같은 정통 민자 방식을 놔두고 이런 우회로를 찾았을까. 답은 뻔하다. '전력망 민영화'라는 프레임이 무섭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노조가 이 네 글자를 꺼내는 순간 논의는 산으로 간다. 그래서 망 소유권은 성역으로 남겨두고 돈만 끌어올 궁리를 한 것이다.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한 전력망 특별법 개정안도 같은 뿌리다. 민간이 송전망을 짓되 준공과 동시에 소유권을 한전에 넘기고, 투자 원금과 약정 수익을 나중에 정산받는 BT(Build-Transfer) 방식이다. 정부 스스로 “민간은 정산만 받을 뿐 운영권은 없다"고 못 박았다. 건설 위험은 지고, 자산은 못 갖고, 돈은 나중에 받는다. 과연 연기금이든 인프라펀드든 대형 외국계 자본이든, 소유도 운영도 없는 사업에 대규모 자본을 장기간 묶어둘까 싶다. 해법은 어렵지 않다. 자본이 흐르게 하려면 정당한 반대급부, 곧 재산권(property rights)을 제도로 인정하면 된다. 첫째, BTL 방식의 도입이다. 민간이 망을 짓고 소유하되, 한전이나 정부가 이를 장기 임차해 확정된 시설임대료를 지급하는 구조다. 운영과 급전은 지금처럼 한전이 맡는다. 민간에는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이 생기고, 그 현금흐름이 자산으로 잡히니 금융투자자(FI)가 붙게 된다. 학교와 군 관사, 하수관거를 이미 이 방식으로 지어 왔다. 유독 전선만 안 될 이유가 없다. 둘째, 대형 첨단 산단에 한해 발전소와 공장을 잇는 전용 사설 송전망의 민간 소유와 직접 급전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다. 전국 계통을 쪼개자는 게 아니다. 수용가가 제 돈으로 짓고 제 책임으로 관리하는 “전용선"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반도체 단지 하나 때문에 나라 전력망 전체가흔들릴 일은 없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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