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누군지 몰라요”…교육감 ‘깜깜이 선거’ 무관심

“지금도 누군지 몰라요”…교육감 ‘깜깜이 선거’ 무관심

“지금 교육감이 누군지도 몰랐어요." 지난 23일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20대 신 모씨는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 후보를 아냐는 기자 질문에 이 같이 답하며 “이번에는 누가 나오냐"며 오히려 되물었다. 같은 날 은평구 응암동에 사는 이 모(34세·남)씨는 “미취학 아동인 딸 1명이 있지만 솔직히 교육감 선거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고 말하더니 “앞으로는 관심을 가져보겠다"며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26일 정치권에서는 오는 6·3 전국 교육감 선거까지 8일 남았지만, 누가 출마했는지조차 모르는 '깜깜이 선거'에 대한 우려가 커지..

‘임협 타결’ 삼성전자, 성과급 후유증 극복 ‘발등의 불’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에 극적으로 합의하며 '임금협상 고비'는 넘겼지만 앞으로 후유증을 극복하는 데도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디바이스경험(DX) 직원들의 반발을 잠재우고 내부 결속력을 다지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회적 합의'도 이끌어내야 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주주들은 영업이익과 연동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소송전을 예고한 상태다. 회사 성장에 기여한 협력 업체들의 반발을 잠재우는 것도 과제다. 27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경기도 용인시 The UniverSE에서 노동조합 공동교섭단과 '2026년 임금협약 조인식'을 진행했다. 삼성전자와 공동교섭단은 지난 20일 임금협약 잠정 합의안을 극적으로 도출해냈다.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 일정을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이에 따라 22일 오후 2시부터 이날 10시까지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찬성률 73.7%로 최종 가결됐다. 투표율은 95.5%였다. 여명구 삼성전자 부사장은 “이번 임금협약 타결을 시작으로 노사가 한 마음이 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쓰겠다"며 “끝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진정성 있게 교섭에 임해준 노조와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이번 임금교섭 과정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노사가 장기간 대화와 논의를 이어간 끝에 의미 있는 합의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삼성전자 직원들의 근로조건 개선과 권익 향상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우리 경제를 뒤흔들었던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다. 다만 '정상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실정이다. 우선 내부 결속력을 다지는 작업이 필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찬반 투표에서 초기업노조와 2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투표 찬반 비율은 큰 격차를 보였다. 초기업노조에서는 80.6%(4만4606명)가 찬성한 데 비해 전삼노에서는 21.1%(1536명)만 찬성표를 던졌다. DX 직원 대부분이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합의안에 따라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직원은 1인당 최대 6억원가량을 받지만 DX 구성원은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만 받을 가능성이 높다. 노노 갈등도 예정돼 있다. 이번 임금협상 내용을 두고 회사 3대 노조인 동행노조에서는 일찍부터 반발 기류가 나타났다. 동행노조는 노사간 대화 과정에서부터 공동교섭단을 탈퇴하며 '기권표'를 던졌다. 동행노조는 찬반투표 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데 이어 향후 투표 무효 확인 소송 등 법적 대응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주주들 역시 반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이날 낮 12시 20분께 경기 수원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사전 할당하는 것은 상법상 배당 절차를 거치지 않은 위장된 위법 배당"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영업이익은 법인세 등 조세를 공제한 뒤 비로소 분배 대상이 되며 세후 단계에서도 상법 제462조 제1항이 규정한 배당가능이익 산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회사 자금의 외부 유출은 주주총회 결의 사항이지 노사 자율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주운동본부는 동행노조가 제기한 찬반투표 중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온 이후 잠정합의안 성과배분 부분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또 국민연금공단 등 기관투자자에 '스튜어드십 코드'이행을 촉구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 진행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협력 업체들과 '상생'에 대한 해법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반도체 생산 관련 일을 하는 회사 구성원들 사이에서 '성과급 투쟁'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노사가 협의해 협력업체와 상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일부 관계자들이 강경 투쟁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어 보인다. 사측은 일단 향후 5년간 총 5조원을 만들어 '상생 및 건전한 생태계 조성'과 '미래 인재 육성'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사장단은 이날 노사 임금협상 최종 타결 관련 입장문을 내고 “삼성의 성장과 성과가 저희 임직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선순환될 수 있도록 사회적 책임도 더 강화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장단은 “2·3차 중심의 중소 협력사 지원과 산업재해기금 조성, 취약계층과 영세자영업자를 위한 포용적 금융 확대, 인공지능(AI) 인재 육성을 위한 산학협력, 청소년 교육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기여 방식은 이사회와 준법감시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사전투표 코앞인데…‘부산 북구갑·경기 평택을’ 단일화 난항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사전투표(29~30일)를 앞두고 주요 격전지인 부산 북구갑과 경기 평택을에서 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단일화 성사 여부가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한동훈 무소속 부산 북구갑 후보와 조국 조국혁신당 경기 평택을 후보의 정치적 시험대라는 평가도 나온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부산 북구갑과 경기 평택을 등 진영 내 후보 단일화 협상 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전투표 전 단일화를 마무리해야 투표용지의 사퇴 후보 이름 옆에 '사퇴' 표기 인쇄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사전투표 하루 전인 28일을 '단일화 데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양측 진영 모두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서 단일화 무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부산 북구갑에서는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와 한동훈 후보 간 보수 단일화 문제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박민식 후보는 지난 25일 한동훈 후보와의 보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단일화는 확고부동하게 없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정정당당한 태도도 아닐뿐더러, 북구 주민들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정치공학적 셈법에 불과하다"며 완주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한동훈 후보는 “단일화하자고 압박한 적 없다"며 “결국 민주당을 제대로 이길 후보는 한동훈뿐"이라고 맞받았다. 경기 평택을에서도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 간 진보 진영 단일화가 난망한 상태다. 조 후보가 김 후보의 차명 대부업 의혹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양측 간 충돌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 후보 측은 차명 대부업 의혹이 제기된 김 후보가 완주할 경우, 진보 진영 전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민주당에 “결자해지"를 요구했다. 기존의 단일화 가능성 언급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실상 김 후보의 사퇴를 촉구한 것이다. 또 김 후보를 향해 “차명 사채업자"라고 비판하며 윤리감찰도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김 후보 관련 의혹이 후보를 중간에 그만두게 할 만한 사항은 아니다"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단일화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후보 간 우열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한쪽이 버티기 어려울 정도의 경쟁력 차이가 나타나야 협상이 속도를 낼 수 있지만, 현재로선 팽팽한 신경전만 이어지는 형국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단순한 후보 경쟁을 넘어 향후 정치 주도권과 차기 대권 구도까지 맞물려 있는 만큼 한동훈·조국 후보 모두 쉽게 양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동훈 후보 사례가 지난 2024년 총선 당시 경기 화성을에서 당선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사례와 유사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 시절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뒤 개혁신당을 창당해 제3지대 후보로 경기 화성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높은 인지도와 강성 지지층, 지역 밀착 전략이 승리 요인으로 꼽혔다. 한 후보 역시 국민의힘 대표 출신으로 현 지도부와 충돌 끝에 당에서 제명된 뒤 무소속 출마를 택했다. 높은 대중 인지도와 중장년층 중심 지지세, 지역 밀착 행보를 바탕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단일화가 최종 무산되더라도 부산 북구갑과 경기 평택을 모두 혼전 양상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선거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부산 북구갑의 경우 초접전 양상이다. 여론조사 회사 한국갤럽이 세계일보 의뢰로 지난 21~22일 실시해 24일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5%, 한동훈 무소속 후보는 36%의 지지를 얻어 오차범위(±4.4%포인트)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는 19%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부산 북구갑 유권자 502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경기 평택을 역시 '1강 없는 혼전' 구도로 흐르고 있다.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가 선두권에서 경쟁하는 가운데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도 추격권에 있다는 평가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6~18일 평택을 지역구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김용남 후보 31%, 조국 후보 27%, 유의동 후보 17%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재보궐선거는 단순한 지역 승패를 넘어 차기 주자들의 정치적 생존 가능성과 확장성을 가늠할 시험대로도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이번 선거 결과가 곧바로 정치 생명의 종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한동훈 후보의 경우 무소속 신분으로 지역 밀착 행보를 이어오며 유권자들과 정치적 유대감을 형성한 점이 큰 자산이 됐다"며 “한동훈 후보 입장에서 당선이 최상의 시나리오겠지만, 떨어지더라도 부산 북구갑에서 2년 후 총선을 통해 재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국 후보가 낙선할 경우에는 한동훈 후보보다 쓰라린 패배가 될 것"이라면서도 “조국혁신당 소속 12명의 국회의원이 있는 만큼 향후 총선 승리를 위한 재정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합치면 ‘지역 소멸’ 해결될까…선거 화두 된 ‘행정통합’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치열한 선거전이 충청권과 호남권, 영남권의 '행정통합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당 지역의 지자체장 후보를 중심으로 통합논의 주도권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표면적인 통합을 넘어 인구 유입의 실질적 매개를 포함한 구체적인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국회 주도로 급물살을 탔던 행정통합 문제가 선거철과 맞물리며 주요 정략적 현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당장에 오는 7월 출범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초대 수장으로 누가 뽑힐지 관심이 쏠린다. 해당 지역 여·야 지자체장 후보들은 수도권 일극 체제 해소·지방 소멸 대응 등 대승적 관점에 공감하고 있지만, 방식 등 각론에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앞서 시·군 단위의 기초자치단체 통합 사례는 있었지만, 광역자치단체 통합형 지방정부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최초다. 정치권에서 광역지자체 중심의 행정구역 통합에 초점을 맞춘 배경에는 '수도권 집중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있다. 초광역화를 통한 중복 인프라 제거 등 행정 효율성 제고는 물론, 수백만 명의 인구 수를 보유한 광역시 특성상 규모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지역 경쟁력을 높이기 용이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시장 후보·이정현 국민의힘 후보는 핵심 공약으로 '청년이 모이는 도시'로의 전환에 교집합을 이룬다. 통합특별시의 경우, 정부가 4년 간 20조원의 예산을 지원하는데, 이를 활용한 두 후보 간 공약 내용에 따라 표심도 판가름 날 전망이다. '압도적 성장'을 강조하는 민 후보는 통합특별시라는 큰 그릇 속 '분권형 특별시'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광주권·서부권·동부권·중남권 4개 권역으로 쪼갠 뒤, AI·재생에너지·미래차·반도체·바이오·K-푸드·문화관광 산업 등 권역별 특성을 살린 신성장 벨트를 구축한다는 포부다. 이 후보는 '단군 이래 최대 기회'를 강조하며 20조원을 들여 항공우주·AI에너지 등 10개 유력 분야, 대기업 10곳을 유치한다는 비전을 밝혔다. 동시에 과거 예산·인사·인허가·보조금 등 운영 전반을 점검해 지역 발전을 막는 비효율 구조 개혁을 추진한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위한 특별법도 지방선거 전 국회 처리가 무산되면서 민선 9기 단체장의 과제로 남았다.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여·야 주요 후보들은 행정통합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방식에선 저마다 의견이 다르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는 2년 내 행정통합을 마무리하고, 향후 총선 때 통합단체장을 선출하는 계획을 밝히는 등 속도감 있는 재추진을 강조하고 있다. 당선 직후 경북도와 통합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추후 주민 투표를 통한 의견 수렴을 거쳐 통합특별법 제정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는 “대구·경북의 생존이 달린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를 방해하며 발목을 잡았다"며 민주당이 행정통합에 제동을 건 데 대해 집중 공세를 쏟고 있다. 그는 같은 당 이철우 경북지사 후보와 수차례 접촉하며 'TK 공동비전'까지 선포하는 등 통합특별법 국회 통과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은 민주당의 '메가시티 복원론'과 국민의힘의 '행정통합론'으로 충돌하고 있다. 지난 5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는 봉하마을에서 같은 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와 만나 '부·울·경 해양수도 메가시티(특별연합) 복원'을 공통 공약으로 선포했다. 앞서 2022년 지방선거에서 부·울·경 시도지사가 야권 소속으로 변경됨에 따라, 무산된 특별지자체 구성을 되살리겠다는 복안이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특별연합이 아닌 '부·경 행정통합'을 전면에 내걸었다. 메가시티가 기존 지자체를 유지한채 특별지방자치단체를 별도 마련하는 광역연합형이라면, 행정통합은 기존 지자체를 합쳐 광역지자체로 새롭게 만드는 데 차이점을 둔다. 국회 문턱에서 표류 중인 대전시·충남 행정통합 작업에 대한 잡음도 계속되고 있다. 당초 7월 출범이 목표였으나, 마지노선으로 통하던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도 통합법안 처리가 무산돼 여·야 간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간판만 바꾸는 형식적인 수준을 넘어, 재정·권한 이양 등 지역 경쟁력을 효과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비효율적 행정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단순한 시·도 행정 통합은 지역 살리기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며 “인구 감소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인구를 유입할 수 있는 시설은 결국 산업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서 교수는 “행정체계를 사문화 체계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비등한 이원화 체계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르포] “선거 특수요? 옛말이죠”…현수막 골목, ‘대목’이 사라졌다

27일 80여 개 인쇄소가 밀집한 서울 중구 충무로 인형동 1가 일대. 이 골목은 선거철만 되면 현수막과 포스터를 뽑아내는 기계 소리가 밤낮으로 이어지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날 찾은 상가 곳곳에 슬레이트가 쳐진 채 문을 닫은 곳과 공실이 대부분이었고, '임대문의' 현수막만 몇 장 붙어 있었다. 골목 안쪽 인쇄 공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열다섯 평 남짓한 공간에 인쇄기계 3대가 놓여 있었다. 작동 중인 기계는 한 대뿐이었다. 출력 중인 현수막이 기계 하부를 스치는 소리, 기계가 덜커덕거리는 소리, 한쪽 낡은 나무 작업대 앞에서 재봉틀을 돌리는 소리만 들릴 뿐 공장 안은 적막했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인쇄업체를 운영해온 사장 윤주철(68)씨는 “원래 여기가 다 인쇄 사무실이었는데, 지금은 60퍼센트나 남아있으려나. 20년 사이 거의 다 망해서 나갔다"며 “이건 사실상 사양산업"이라고 잘라 말했다. 6·3 지방선거를 7일 앞두고 찾은 충무로 인쇄골목은 선거 특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침체에 빠져 있었다. 업계에서는 매년 선거철을 '대목'으로 여겨왔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그 공식이 깨진 지 오래다. 인쇄 수요 자체가 쪼그라들었다. 후보와 정당들이 수천만 원을 들여 현수막과 포스터를 찍어내는 대신 유튜브와 SNS로 공약을 알리는 방식이 굳어진 탓이다. 대형 현수막 업체 부사장 김모(63)씨는 “요즘은 휴대폰으로 홍보를 많이 하니까 현수막을 안 하려 한다"며 “전에는 선거만 되면 공장이 모자라 다른 공장까지 빌려 돌렸는데 지금은 있는 공장이 겨우 돌아간다"고 했다. 인근에 있는 한 인쇄업체사장도 “인쇄업이 디지털·온라인 쪽으로 빠지면서 필드에서 직접 물건을 만들어내는 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의 판세도 현수막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창환 장안대 정치학과 교수는 “선거 결과가 어느 정도 예측되는 선거가 많다 보니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현수막으로 선거 운동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 안 하는 것"이라며 “지방선거 경쟁률이 낮아진 영향도 있고, 군소 정당 후보가 많지 않은 것도 원인"이라고 했다. 남은 일감마저 대형 업체로 집중되면서 영세 인쇄소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정치권 인맥을 갖춘 업체나 초저가 공장형 업체가 선거 물량을 독식하고, 일반 영세 업체들은 선거철에도 한두 건 겨우 받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을지로에서 인쇄업을 40년째 해온 인쇄업체 사장 김모(68)씨는 “15년 전에는 국회의원 후보 한 분을 맡아 선거 인쇄물을 다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들어오지 않는다"며 “지난 선거 때는 아예 주문을 못 받았고 이번에 시의원·구의원 건 두 개 겨우 했다"고 했다. 을지로에 있는 인쇄업체 사장도 “선거 때 작은 업체에서 밤새 작업해봤자 몇 장이나 하겠냐"며 “하룻밤에 수백 장 하는 큰 업체들이 있으니 일감이 안 넘어온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가 압박까지 가중되고 있다. 현수막 원단은 폴리프로필렌(PP)·폴리에틸렌(PE) 등을 원료로 하는데, 나프타 수급 불안정 탓에 가로 5m·세로 90㎝ 기준 원단 단가가 기존 6만 원 선에서 8만~9만 원까지 뛰었다. 제작비가 올랐지만 판매 단가는 제자리여서 사실상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34년째 인쇄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9)씨는 “원래 현수막은 마진을 10~20퍼센트밖에 못 보는데 나프타 값이 20~30퍼센트 뛰면 원자재 값에서 마진이 사라진다"고 했다. 을지로 토박이로 35년째 현대광고기획을 운영하는 정모(65)씨도 “원자재 값은 올라도 물건 값은 못 올려 마진을 거의 못 본다"고 푸념했다. 단가를 올리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온라인 대형 업체의 저단가 공세다. 인쇄업 40년 경력의 인쇄업체 사장 오모(71)씨는 “미터당 7000~8000원은 받아야 운영이 되는데 지금은 5000원밖에 못 하니 운영 자체가 안 된다"며 “온라인 업체가 다 죽여놓은 것"이라고 했다. 31년째 인쇄업체를 운영하는 조모(68)씨도 “마진을 생각하면 미터당 만 원은 받아야 하는데 그나마 8000원 겨우 받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인쇄업체 관계자는 “원래 미터당 4000원인데 계속 그 값으로 받고 있다"고 했다. 5년 새 매출이 30~40퍼센트 줄었다는 조씨는 “전에는 영업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어서 일감을 물고 왔는데 지금은 그런 중간 업자도 없다"며 “지금 을지로는 옛날 을지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박서현 인턴기자

“증시 불장인데 왜 줄었나”…순대외금융자산 1300억달러 증발

국내 증시 강세로 외국인 보유 주식 가치가 급증하면서 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 규모가 두 분기 연속 축소됐다. 지난해 처음 달성했던 '순대외금융자산 1조달러 국가' 지위도 유지하지 못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순대외금융자산은 7536억달러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8857억달러)보다 1321억달러 감소한 규모다. 감소 폭은 역대 두 번째 수준이다. 순대외금융자산은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에서 대외금융부채를 제외한 수치다. 이번 감소는 해외로 나간 자산 증가세가 둔화된 반면 외국인의 국내 투자 가치가 크게 불어난 영향이 컸다. 실제 1분기 말 대외금융자산은 2조8826억달러로 전 분기 대비 150억달러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해외 직접투자는 증가 흐름을 이어갔지만 글로벌 증시 조정과 금리 상승 여파로 해외 증권자산 평가액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금융자산은 주가 상승 영향으로 크게 늘었다. 1분기 말 대외금융부채는 2조1290억달러로 전 분기보다 1471억달러 증가했다. 특히 외국인의 증권투자 잔액은 1조4729억달러로 1083억달러 급증했다. 외국인 순매도 기조가 이어졌음에도 국내 증시 상승으로 주식 평가액이 확대된 결과다. 우리나라는 2024년 4분기 순대외금융자산이 사상 처음 1조달러를 돌파했지만, 이후 감소세로 전환되며 약 1년 만에 다시 1조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다만 한국은행은 해외 자산 자체는 여전히 증가 흐름을 유지하고 있고, 기업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도 긍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대외건전성 지표는 일부 악화했지만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1분기 말 기준 대외채권은 1조1399억달러로 직전 분기보다 33억달러 줄었고, 대외채무는 7744억달러로 42억달러 증가했다. 이에 따라 순대외채권은 3655억달러로 76억달러 감소했다. 준비자산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43.3%로 전 분기보다 1.4%포인트 상승했고, 전체 대외채무 가운데 단기외채 비중도 23.7%로 0.4%포인트 높아졌다. 다만 당국은 단기외채 증가를 과도하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 과정에서 발생한 원화예수금과 미지급금 증가가 단기외채 확대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이는 구조적으로 일시적 성격이 강한 자금이라는 의미다. 정부도 단기 순대외채권 규모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단기외채 비중 역시 과거와 비교하면 안정적인 수준이라며 급격한 자금 유출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와 주요국 통화정책, 지정학적 변수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외환, 대외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이슈&인사이트] ‘삼전닉스’ 성과급 사태가 남긴 것

이강윤 정치평론가 대통령까지 참전하는 등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갈등과 사회적 논란이 뜨거웠다(삼성전자는 노조원 찬반 투표중). 성과급 찬-반 논거는 사회적 공공성과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몇 가지 숙제를 드러냈다. 성과급 찬성론의 핵심은 정당한 보상과 경쟁력 강화다. 초과이익의 기여도 별 배분은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라는 주장이다. 성과급이 내수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선순환에 기여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반면, 반대론은 산업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한다. 반도체는 불황과 호황 주기가 뚜렷한 고변동성 산업이므로 호황기 수익을 성과급으로 소진하기보다 R&D-시설투자 재원으로 유보해 장기적 경쟁력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또, 대기업이 이익을 독식하면 중소협력업체들과의 격차가 심화돼 후방산업생태계가 부실해지고, 주주 가치가 훼손된다는 점도 강조한다. 찬성론은 사회적 연대 관점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극단적 심화와 사회적 위화감 조성이다. 둘째, 산업생태계의 낙수효과 차단이다. 대기업의 초과이익은 낙후된 환경을 감내한 협력업체들의 희생 위에서 가능했다. 이익을 대기업 임직원만 독식한다면 협력업체에 돌아갈 단가 인상이나 기술지원재원이 줄어들어, 결국 경제의 허리인 중소기업을 고사시키고 국민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 반면, 노조의 성과급요구를 집단이기주의나 투자방해요인으로 몰아부치는 비판론 역시 다음 두 가지 점에서 보듯 자본편향적이며 현실을 왜곡하는 한계를 가진다. 첫째, 노동가치의 정당한 대우와 소득주도성장 기여에 대한 부정이다. 비판론은 기업이익을 자본과 주주의 전유물로만 취급하며 노동생산성의 가치를 과소평가한다. 노동자가 성과를 보상받아 가계소득이 늘어나면 세수증대와 내수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둘째, 경영적 책임전가의 오류 문제가 지적될 수 있다. 중소기업과의 격차나 투자재원부족의 책임을 노조의 성과급 요구 탓으로 돌리는 건 경영진과 정부의 정책적 태만을 은폐하는 논리로 사용되기 쉽다. 협력사 상생과 미래투자는 경영전략으로 풀어야 할 숙제이지 노동자에개 희생을 강요할 명분이 될 수 없다. 이상에서 보듯, 성과급 논란은 분배정의와 성장잠재력의 균형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다. 국민 전체가 상생하는 경제를 위해서는 노동자의 정당한 보상권리를 인정하되, 초과이익의 일부를 '사회연대기금'이나 '상생기금'으로 출연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절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노사 모두 공공성이라는 열린 시야를 가질 때 비로소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물을 떠난 물고기는 없기 때문이다. 1인당 성과급이 6억원 선이 아니라 6천만원 정도였다면 아마 이렇게 뜨겁게 달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성과급 논란과 진통을 금액으로 치환하면 문제는 제 자리고 논란은 도돌이표다. 삼전닉스는 현재 세계 1류 회사들이지만, 대한민국 경제생태계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영위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 회사 직원들 노력으로만 커온 게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성과급 성격과 국민경제 순환고리 차원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음지전 양지변'은 경제활동의 오랜 경험치이자 경험칙임을 논란 참여자 모두가 인식해야 할 것이다. bienns@ekn.co.kr

[기획]전국 1위가 만든 변화…봉화군, ‘에너지 자립 농촌’ 새 시대 연다

태양광 보급 전국 최고…산간 농촌의 대전환 시작되다 봉화=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 북부 산간지역인 봉화군이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새로운 성공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지역소멸 위기라는 농촌의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 지방 소도시가 오히려 에너지 전환 시대를 선도하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봉화군은 최근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 분석 결과, 인구 대비 자가용 태양광 보급률에서 전국 군 단위 지자체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경북 도내 1위를 넘어 전국 82개 군 지역 중 최고 수준의 성과를 거두며 명실상부한 '에너지 자립 선도 도시'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특히 이번 성과는 단순히 발전 설비 숫자를 늘린 결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외부 대기업 중심의 무분별한 개발이 아니라 군민들이 직접 주택 지붕과 유휴 공간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고 전기료 절감 혜택을 체감하는 '생활 밀착형 에너지 복지 정책'이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6년간 318억 투입…“군민이 체감하는 에너지 복지" 완성 봉화군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군 전역을 대상으로 촘촘하게 추진된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사업'이다. 군은 지난 2021년 봉화읍을 시작으로 물야면과 춘양면, 봉성면과 법전면, 명호면과 상운면, 소천면과 석포면, 재산면까지 단계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왔다. 현재는 사실상 전 행정구역을 대상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 체계를 구축했거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6년 동안 투입된 사업비만 318억 원에 달하며, 누적 보급 규모는 3천200여 개소를 넘어섰다. 농촌지역 특성상 난방비와 전기료 부담이 큰 주민들에게는 실질적인 생활비 절감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민 만족도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향후 사업 신청 접수 과정에서는 1천200개소가 넘는 신청이 한꺼번에 몰리며 주민들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봉화군은 재정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도 에너지 복지 체감도를 더욱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지역에서는 “예전에는 태양광을 일부 농가만 설치하는 시설 정도로 인식했지만, 이제는 생활비를 줄이고 에너지 부담을 덜어주는 현실적인 정책으로 자리잡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풍력·양수발전까지…대규모 에너지 인프라 구축 가속 봉화군은 소규모 생활형 태양광 보급을 넘어 대규모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석포면 오미산 일대에 조성된 대형 풍력발전단지다. 국내 육상 풍력 가운데 최대 규모 수준인 60MW급 설비가 상업 운전에 들어가면서 연간 봉화군 전체 전력 사용량의 상당 부분을 청정에너지로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소천면 일원에는 약 1조 7천억 원 규모의 양수발전소 유치까지 확정됐다. 500MW급 대형 국책사업인 양수발전소는 향후 국가 전력 안정성 확보와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봉화군은 단순히 발전시설만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과 기업, 지자체가 함께 이익을 공유하는 '주민참여형 상생 모델'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반복됐던 외부 자본 중심 개발 갈등과 달리, 주민들이 사업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혜택을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 봉화군 에너지 정책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꼽힌다. ▲“전기 생산이 곧 마을 소득"… 햇빛소득마을 본격 추진 봉화군은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가 주민이 직접 에너지 생산의 주체가 되는 '햇빛소득마을' 사업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단순한 전기 생산 개념을 넘어 마을 공동체가 발전 수익을 공유하며 새로운 농촌 소득 모델을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군은 입지 조건과 주민 참여 가능성, 전력 계통 연계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경쟁력 있는 마을을 우선 선정하고 사업 준비에 들어갔다. 특히 마을 단위 수익 구조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경우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봉화군은 주민 설명회와 컨설팅, 사업계획 수립 지원 등을 통해 단순한 공모사업이 아니라 실제 지속 가능한 농촌 에너지 모델로 안착시킨다는 계획이다. ▲농사와 발전을 함께… 영농형 태양광 미래 가능성 주목 봉화군은 농림축산식품부 정책과 연계한 영농형 태양광 사업에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사를 지으면서 동시에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미래 농촌 에너지 전환의 핵심 모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농지 훼손 우려와 제도적 보완 과제도 있는 만큼 봉화군은 실증 연구와 현장 검토를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미 태양광 보급 정책을 통해 주민 신뢰도를 확보한 만큼 향후 영농형 태양광 분야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안팎에서는 봉화군 사례가 단순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넘어 지방소멸 대응 전략과 농촌 미래산업 모델까지 함께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선 8기 성과 넘어 민선 9기 미래 비전으로" 봉화군의 이번 성과는 단기간에 만들어진 결과물이 아니다.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고민하며 주민 참여형 에너지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온 민선 8기의 정책 방향이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군비를 과감히 투입하면서도 주민 체감형 복지 정책으로 접근한 점이 정책 성공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봉화군은 앞으로도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태양광 보급 확대와 햇빛소득마을, 영농형 태양광 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대한민국 대표 에너지 자립 농촌 모델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군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성원이 있었기에 전국 최고 수준의 성과를 만들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정책의 지속성과 내실을 바탕으로 봉화군을 대한민국 미래형 농촌 에너지 정책의 대표 모델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중 붕괴…사망자 3명으로 늘어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공사 현장에서 구조물이 붕괴해 작업자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26일 오후 2시32분께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작업 중 상판 일부가 무너져 아래에서 작업하던 차량과 작업자 등을 덮쳤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3명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2명은 50대·60대 남성으로 철거 작업 관계자로 전해졌다. 50대 남성 1명은 차에 깔렸다가 구조된 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부상자 3명은 30대·40대·50대로 허리나 머리, 갈비뼈 등을 다쳤다. 사고는 이날 새벽 슬라브 절단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2.9㎝ 규모 단차 침하 현상을 점검하기 위해 정밀 안전진단을 진행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운 서대문소방서 재난안전과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공사를 중단하고 오후 2시 안전점검을 위해 '거더' 사이로 들어갔다가 거더가 붕괴한 것 같다"며 말했다. 거더는 교량 상판을 지지하는 보 형태 구조물이다. 소방당국은 사건 접수 6분 만에 선착대를 현장에 보냈고, 오후 2시 49분에 대응1단계를 발령해 소방차 16대와 인력 62명을 투입했다. 경찰 30여명도 출동해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현장 통제에 나섰다. 이번 사고로 서울역∼신촌역 구간 전차선 단전이 발생하면서 해당 구간 열차 운행도 한때 중단되는 등 교통 차질이 빚어졌다. 1966년 건설된 서소문 고가차도는 충정로역과 시청역을 연결하는 길이 335m, 폭 14.9m 규모 구조물이다.2019년 3월 콘크리트 조각이 도로 위로 떨어지는 등 안전 문제가 불거진 이후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 판정을 받아 철거가 결정됐다. 철거 공사는 지난해 8월 시작됐으며 올해 6월 초 완료 예정이었다. 서울시는 기존 고가차도 철거 이후 2028년 2월 준공 목표로 새 고가차도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김소희 국힘 의원 “재생에너지 만능주의 안돼…원전 등 에너지 믹스 필요”[창간기획]

글로벌 패권 경쟁의 중심축이 '에너지'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은 기후 정책을 자국의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를 지키는 핵심 카드로 활용하는 추세다. 반면 대한민국 정치권의 에너지 논의는 여전히 진영 논리와 '재생에너지 확대만이 정답'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갇혀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4일 본지는 창간 37주년을 맞아 국민의힘 1호 기후에너지 전문가이자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기후특위) 야당 간사로 활동 중인 김소희 의원을 만났다. 김 의원은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등을 역임하며 오랜 기간 현장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인물로, 보수 정당 내에서는 드물게 기후 의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주목받고 있다. 이날 김 의원은 “한국은 국토 면적이 좁고 제조업 비중이 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중요하다"며 “특정 에너지원에만 의존하는 '재생에너지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원전과 해상풍력, 수소 등을 유연하게 조합하는 '현실적인 에너지 믹스'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그동안 진보 진영의 의제로 여겨졌던 '기후'를 보수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내가 2년 동안 했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웃음). 우리 당은 전통적으로 안보나 외교 같은 이슈를 중요하게 다뤄왔기 때문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에너지 문제가 지금처럼 국민적 관심을 받은 적이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 정부도 기후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지도부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당내에서도 이 분야에 대해 목소리를 낼 사람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있는 것 같다. 기후·에너지 문제는 공부가 많이 필요한 분야인 만큼 저를 믿고 맡겨주시는 부분도 있다고 본다." -최근 '보수기후환경네트워크'를 출범했다. 이를 통해 만들고 싶은 변화는 무엇인가. “보수 정당에서 기후·에너지 전문가로 비례대표에 들어온 것은 제가 처음이다. 민주당에 기후 의제의 주도권을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지난해 영국 보수당 의원들이 찾아와 관련 네트워크를 소개해준 것도 계기가 됐다. 우리도 이런 조직을 만들고, 각국의 보수·우파 진영과 연대하면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먼저 논의했다. 아무래도 젊은 세대 의원들이 기후 대응 문제에 더 민감하고,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생각도 강하다. 관련 상임위 의원들도 한 명씩은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했고, 4월 22일 지구의 날에 맞춰 출범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은 기후 정책을 단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한국 정치권은 이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나. “제대로 대응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후 정책은 환경 문제이면서 동시에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 문제인데, 국내 논의는 여전히 '기후 대응=재생에너지 확대'로 단순화돼 있다. 한국은 국토 면적이 좁고 제조업 비중이 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중요한 나라다. 원전, LNG, 재생에너지, 수소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재생에너지에만 치우치면 전기요금과 산업 경쟁력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석탄을 줄이는 방향은 맞지만, 대체 수단은 현실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기후 정책에는 균형감과 유연성이 필요하다." -AI·데이터센터·반도체 산업 확대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금의 전력 수급 구조로 이를 감당할 수 있다고 보나. “감당할 수 있도록 원전을 지속적으로 늘려가야 한다는 게 제 오래된 생각이다. 원전 비중을 35%에서 45% 정도까지 꾸준히 올리면 전력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재생에너지로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예컨대 대만도 TSMC 반도체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LNG를 늘리고 있다. 지진 위험성 때문에 원전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산업을 살리기 위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한국 보고 원전을 늘릴 수 있어 부럽다고 하더라." -최근 원자력계에서는 12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이 추가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저는 대형 원전 4기, SMR 2기 정도는 추가돼야 한다고 본다. 원전 외에도 진정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해상풍력에 더 집중해야 한다. 지금처럼 태양광 중심으로만 접근해서는 발전량을 급격히 늘리기 어렵다. 해상풍력은 터빈을 제외하더라도 타워, 선박 등 우리 산업 구조와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반면 태양광은 부지와 패널 중심이라 국내 산업에 주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탄소중립기본법 개정과 관련해서 헌재 결정과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에도 국회 입법이 더디다는 비판이 있다. “솔직히 이런 입법은 빨리 안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산업, 경제랑 연결된 중차대한 문제를 졸속으로 결정해야 할 이유가 없다. 2035년까지 우리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다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이후에 다시 해도 된다. 우리 입장은 우선 2030년 목표 달성 상황부터 보자는 것이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의 약 1.5% 수준이다. 우리만 무리하게 줄인다고 기후 피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후 대응도 결국 국가의 경제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충분한 재력은 산업이 돌아갈 때 만들어진다. 산업이 버틸 수 있는 속도로 감축해야 한다. 유럽, 미국, 중국, 일본도 결국 자국 산업과 국익을 고려하며 움직이고 있다." -현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수소 정책이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로 만들지만, 한국은 아직 이를 충분히 생산할 만큼 재생에너지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 그래서 2030년 이후에는 그린수소로 가더라도, 그전까지는 천연가스를 활용한 수소도 필요하다. 그런데 현 정부는 천연가스로 수소를 만들 때 온실가스가 나온다는 이유로 이를 부정적으로 본다. '재생에너지로 만드는 수소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시장이 열리지 않는다. 기술 개발과 실증을 위해 2030년까지 시간을 주기로 했다면 그에 맞게 시장을 열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들은 버티지 못하고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에서 현 정부의 융통성이 부족하다고 본다." -끝으로 에너지경제신문 창간기념일을 맞아 독자들에게 한 말씀. “에너지경제신문은 에너지와 경제를 함께 다루는 드문 매체다. 기후 대응 시대에 기후변화 문제는 곧 에너지 문제이고, 에너지는 우리 경제와 직결된다. 그런 점에서 '에너지경제'라는 제호가 갖는 의미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본다. 기후 대응과 에너지 전환, 산업 경쟁력이 함께 논의돼야 하는 시대인 만큼 에너지경제신문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 김소희 의원 프로필 ▲1998년 덕성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2008년 영국 소아스런던대학교 개발학 석사 ▲2010년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 사무국장 ▲2014년 사단법인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부회장 ▲2016년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2020년 서울대학교 농생명과학대학원 경제학 박사 수료 ▲2022년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국제협력분과 민간위원 ▲2024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의원(원내부대표) ▲제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간사 ▲제22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위원 김나현 기자 knh@ekn.kr, 이동윤 인턴기자

“당신들이 살던 때와 지금은 다르다”…2030 ‘무당층’의 고백

26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무교로 서울시일자리센터 입구에는 '채용중심 취업지원 프로그램', '생성형 AI 활용 교육', '청년취업사관학교' 안내문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복도에는 이력서와 노트북, 포트폴리오를 든 청년들이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곧 토익학원에 가야 한다"며 연신 시간을 확인하던 대학생 이모(24)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대학 4학년인 그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토익 준비를 병행 중이다. 지지 정당을 묻자 “청년 공약이 제 일상과 연결된다는 느낌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경남 진주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자취 중인 취업준비생 김모(27)씨도 사정은 비슷했다. 카페 아르바이트를 주 4일 하며 사무·마케팅 직무 취업을 준비한 지 1년 반째다. 월세 55만원에 식비·교통비·자격증 응시료까지 더하면 매달 최소 130만원이 빠져나간다. 김씨는 “알바를 늘리면 생활비는 되는데 자기소개서 쓸 시간이 없어진다"며 “지금은 진보냐 보수냐보다 월세가 더 크게 느껴진다"는 말이 돌아왔다. 이날 센터에서 만난 청년 가운데 지지 정당을 확정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6·3 지방선거가 8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들에게 선거는 아직 삶을 바꿀 수 있는 통로라기보다 멀리 있는 정치 일정에 가까웠다. 본지가 2030 청년 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 인터뷰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응답자 가운데 지지 정당이 없거나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한 청년은 26명, 70.3%에 달했다. 반면 투표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는 36명으로 97.3%였다. 투표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줄 정당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청년들이 지지 정당을 정하지 못한 이유는 단순한 정치 무관심이 아니었다. 생활비 부담이 커졌다는 응답자가 33명, 89.2%였다. 월세를 제외한 한 달 생활비가 50만~80만원이라는 응답이 19명으로 가장 많았고, 80만~100만원 8명, 100만~150만원 6명 순이었다. 가장 부담되는 지출은 식비(24명)였고, 여가·문화비(13명), 교통비(12명)가 뒤를 이었다. 무당층인 이유로는 '이념 싸움이 피로해서'가 15명(40.5%)으로 가장 많았고, '기존 정당 모두에 실망해서' 11명, '청년 공약이 체감되지 않아서' 9명 순이었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직장인 문모(23)씨는 “월급은 크게 오르지 않는데 식비, 주거비, 교통비 같은 기본 생활비는 계속 올라 부담이 커졌다"며 “청년 공약이라고 하지만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대책은 없고 절차도 너무 복잡하다"고 했다. 그는 “단순한 보여주기식 공약보다 청년들이 '열심히 살면 미래가 나아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사는 취업준비생 홍모(24)씨는 경제적 독립을 위해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풀타임으로 일한다. 앞뒤 출퇴근에만 두 시간이 더 걸린다. 취업 준비 7개월 차인 그는 “월세 지원 확대나 취업 준비 비용 공약이 나오면 마음이 움직일 것 같다"며 “취업 준비를 위한 생계 유지비 마련이 취업 준비에 부담을 주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재직 3년 차인 서울 용산구의 직장인 조모(27)씨는 “근로소득이 청년 지원 기준에서 조금씩 초과돼 대부분의 혜택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실제 체감 생활은 결코 여유롭지 않다"며 “열심히 일하며 세금을 내는 청년들이 오히려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했다. 청년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공약은 '청년 일자리 확대'가 24명(64.9%)으로 압도적 1위였다. 이어 전세사기·주거 불안 대책(17명), 생활비·물가 지원(14명), 청년 월세 지원(11명) 순이었다. 반면 여야 청년 공약에 대한 체감도는 낮았다. '별로 체감되지 않는다'가 17명, '전혀 체감되지 않는다'가 2명으로 전체의 51.4%가 체감도가 낮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대상 조건이 너무 제한적이라서'와 '취업·주거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서'가 각각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 광진구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김모(25)씨는 월세와 관리비로 67만원을 낸다. 그는 “학교에 다니면서 알바를 하는데 월급을 받으면 30만~40만원으로 생활해야 해 죽을 맛"이라며 “청년 공약을 하는 건 좋은데 어느 당이든 공약했으면 지켜야 한다. 지키지도 않을 거면 내놓지도 마라. 당신들이 살았을 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했다. 취업준비 5개월 차인 이모(25)씨는 “청년은 공약용 표어로만 남아있다"고 했다. 취업준비 1년 차인 장모(29)씨도 “이념 싸움이 피곤하다. 민생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흠 잡기가 많다"며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2030 무당층이 느는 이유로 정치권이 청년의 삶을 오랫동안 외면해 온 데서 찾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에게 청년실업을 비롯해 새로운 바람과 갈망이 있는데 여야 어느 쪽도 이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며 “정년 연장 등 기성세대 중심의 정책을 펴는 것으로 청년들은 받아들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민의힘의 경우 계엄 이후 젊은 남성들이 보수 정당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도 무당층 증가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젊은 남성들이 정치적 방향을 잃어버리는 현상이 두드러졌다"며 “미래 불확실성과 경제 불안이 정치 무관심을 키울 수 있지만, 반대로 정치 참여를 자극하는 효과도 있어 단정적 해석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이 청년의 관심을 살 수 있는 일자리, 경제 등 실질적인 이슈를 많이 제시하고 혜택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이예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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