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본 사람’만 믿는 이재명식 실용…여의도서 막히는 ‘행정가’ 마이웨이

‘써본 사람’만 믿는 이재명식 실용…여의도서 막히는 ‘행정가’ 마이웨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단행한 6개 부처 개각을 두고 정치권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실무 능력을 중시하는 '성남·경기식' 인사 스타일을 중앙 정부에도 그대로 이식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정무직 장관 후보자들의 과거 행보가 야당의 집중 타깃이 되면서 인사청문회 정국의 험로가 예상된다. 이 대통령이 내정한 기획재정부 이형일, 국토교통부 홍지선 장관 후보자는 해당 부처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로,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고려한 포석으로 읽힌다. 실무 경험이 풍부한 관료를 중용해 당면한 민생 경제 현안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보궐 99.9%” 김민석 공세에…오세훈이 꺼내든 ‘86조원’ 승부수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당의 사법 리스크 압박에도 정쟁 대신 정책과 법리 대응을 통해 정국 돌파에 나선 모습이다. 보궐선거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고 정책 성과와 당을 뛰어넘는 개인 지지율로 사면초가의 난국을 헤쳐 나가겠다는 셈법으로 풀이된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조기 보궐선거 공세에 대한 오 시장의 답은 86조원대 시정 청사진이었다. 오 시장은 전날(10일) 서울시청에서 2030년까지 총 86조1000억원을 투입해 서울을 세계 3대 도시로 끌어올리겠다는 최상위 전략인 'G3 서울플랜'을 전격 발표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같은 날 유튜브 채널 '민주당티비'에서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99.99% 있다고 본다"며 압박 수위를 올린 직후 나온 행보였다. 오 시장은 G3 서울플랜 시민보고회에서 “지금 서울 앞에 놓인 과제들은 결코 쉽지 않다"면서 인공지능(AI) 전환과 기후위기, 인구구조 변화, 글로벌 인재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100대 핵심과제를 제시하며 “선언이 아닌 성과로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사법 리스크 공세를 높이던 김민석 대표조차 이날 충북도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 시장의 1심 판결 이후 G3 플랜에서 담고 있는 좋은 내용들도 많이 있다"며 “그러한 노력은 평가한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여당의 사법 리스크 공세에 직접 맞대응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기보다 흔들림 없이 시정을 챙기는 '일하는 행정가' 이미지를 각인해 사법 리스크 프레임을 무력화하겠다는 전략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오 시장의 이러한 면모는 소셜미디어(SNS) 활동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당내 현안이나 중앙 정치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던 오 시장은 지난 7월 22일 1심 당선무효형 선고 이후 메시지의 방향을 정밀하게 다듬은 모습이다. 과도한 정치적 언사를 자제하는 대신 서울시와 관련된 정책적 사안이나 민생 행정에만 메시지를 집중하며 일하는 시장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고 있다. 지난 두 달 동안 오 시장이 SNS에서 대정부 공세를 높이던 사안은 정부의 주거 및 부동산 정책에 집중됐다. 사법 리스크 속에서 보여준 오 시장의 차별화된 정책 행보는 지지율 지표 변화로 입증됐다. 오 시장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날 발표한 8월 광역단체장 정당지표 상대지수 조사에서 120.8점으로 전국 16개 시·도 광역단체장 중 1위를 기록했다. 상대지수가 100을 넘으면 단체장 개인의 직무수행 평가가 소속 정당의 지역 지지율보다 높다는 의미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천지일보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범야권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해 같은 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오 시장은 17.1%로 선두권을 차지했다. 이어 한동훈 무소속 의원(16.8%),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13.4%), 이진숙 의원(9.6%), 김태규 의원(2.7%) 순이었다. 이와 관련, 오 시장 측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오 시장이 시정을 잘 끌고 가고 있다고 평가받는 건 부동산 문제에서 중앙 정부와 대립하는 모습이었다"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오 시장이 지난 5년간 해왔던 민간 중심 공급 등의 성과와 대비되면서 시민들이 정책적 효능감을 갖게 된거 같다"고 말했다. 정책 성과와 지지율 상승세에 더해 오 시장 측은 진행 중인 항소심 등 사법 리스크 대응에서도 법리적 무죄 입증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7월 22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후원자를 통해 비용을 대납하게 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당선무효형인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오 시장 측 변호인단은 1심 판단의 전제부터 오판이라고 지적한다. 1심 재판부는 오 시장이 2021년 1월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여론조사를 요청했다고 판단했지만, 오 시장 측은 통화 가능 시간대에 현장 방문 등의 공개 일정과 명씨 진술의 번복을 근거로 '직접적 물증 부재'와 '진술 신빙성 결여'를 주장했다. 재판부조차 명씨 진술을 온전히 믿기 어렵다면서도 일부만 취사선택해 유죄 판단에 활용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유죄로 인정된 여론조사 결과가 가장 먼저 전달된 상대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며, 이를 전달받은 사실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 측은 지난달 21일부터 진행된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은 직접 증거가 없고 명씨의 일방 진술과 주변 정황만을 근거로 유죄를 내렸다는 허점을 집중 공략해 오 시장의 무죄를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향후 판결에서)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며 “직접적인 물증 증거 하나 없이 명태균의 말 한마디만 믿고서는 저렇게 1심 판결을 내렸다. 법조인들도 1심 판결에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는 만큼 법리 중심으로 객관적 진실들이 바로잡힐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리얼미터 조사는 7월 28~31일과 8월 28~3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만4400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임의걸기(RDD) 자동응답전화 방식으로 실시, 광역단체별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3%p이며, 응답률은 3.4%다. 코리아정보리서치-천지일보 여론조사는 무선 RDD 자동응답 방식(100%)으로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며, 응답률은 3.6%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신교근 기자 shin1948@ekn.kr

‘써본 사람’만 믿는 이재명식 실용…여의도서 막히는 ‘행정가’ 마이웨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단행한 6개 부처 개각을 두고 정치권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실무 능력을 중시하는 '성남·경기식' 인사 스타일을 중앙 정부에도 그대로 이식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정무직 장관 후보자들의 과거 행보가 야당의 집중 타깃이 되면서 인사청문회 정국의 험로가 예상된다. 이 대통령이 내정한 기획재정부 이형일, 국토교통부 홍지선 장관 후보자는 해당 부처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로,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고려한 포석으로 읽힌다. 실무 경험이 풍부한 관료를 중용해 당면한 민생 경제 현안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이는 이 대통령이 과거 지자체장 시절부터 보여온 '일 잘하는 사람을 다시 쓴다'는 인사 원칙과도 맥을 같이 한다. 반면 정치인 출신 후보자들을 향한 시선은 차갑다. 특히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승원 의원과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인 용혜인 의원을 두고 야당은 거세게 반발해 고발전까지 이어졌다. 민주당 소속인 김승원 후보자는 그간 검찰 개혁 등 사법 제도를 두고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온 인물이다. 김 후보자가 지휘권 불행사 카드를 꺼내 들며 진화에 나섰지만, 야권은 송곳 검증을 예고한 상태다. 용혜인 후보자의 경우 '상징성'과 '경험'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청년 세대와 여성을 대표한다는 상징성은 인정받지만, 행정 경험이 전무한 30대 현역 의원이 거대 부처를 장악하고 정책을 이끌어갈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특혜·공정성 논란이 확산하면서 청년층의 실제 요구와 괴리가 있는 인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논란의 기저에는 이 대통령 특유의 '성남·경기식' 인사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본인이 직접 업무를 맡겨보고 역량을 확인한 인물을 중용하는 '성과 중심적 회전무대' 방식의 용인술을 고수해 왔다. 실무 분야에서는 전문 관료를 통해 행정의 안정성을 꾀하되, 정무적 판단이나 개혁 동력이 필요한 자리에는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공유하는 측근을 배치해 국정 장악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실제로 이번 개각에서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처럼 여야 대립이 첨예한 부처에 정치인 출신을 내정한 것은 정책적 전문성보다는 정무적 돌파력에 방점을 찍은 결과로 풀이된다. 대통령이 신뢰하는 '내 사람'을 통해 국정 현안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인사 메커니즘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지자체장 시절에는 임명권자의 결단과 내부 발탁만으로도 충분한 동력을 얻을 수 있었으나, 중앙부처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라는 엄격한 검증대와 국민적 여론의 향배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인사일수록 야당의 견제 심리는 강해질 수밖에 없으며 과거의 정치적 발언이나 행보 하나하나가 국정 운영 전체의 부담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박충권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1일 논평에서 “이 역대급 막장 인사에 김현지 실장이 개입했다면, 청와대는 진상을 조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단행된 개각이 국정 쇄신의 신호탄이 되기보다 정쟁의 소용돌이로 빠져드는 형국은 청와대로서도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김승원 후보자의 정치적 선명성과 용혜인 후보자의 자격 논란이 청문회 정국을 압도하면, 관료 출신 후보자들을 통해 보여주려 했던 '실용주의' 기조마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한정된 범위 내의 인재 풀과 정무적 판단 부족이 청문회 전부터 인사 논란을 낳고 있다"며 “후보자 낙마까지 이어질 경우 실제 인사를 누가 주도했는지를 둘러싼 논쟁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연임 안 한다” 대신 “임기는 제한”…李 ‘모호한 선 긋기’, 왜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개헌과 연임 논란을 둘러싸고 직접적인 '연임 불가' 선언 대신 현행 헌법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입장을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는 사실상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야권에서는 대통령 본인의 정치적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말 돌리기'라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연임 논란을 종식하기보다 개헌 논의와 자신의 임기 문제를 분리하려는 정치적 대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동포 오찬 간담회에서 해외 순방 일정을 취임 초 집중적으로 잡은 이유를 설명하며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정상외교의 효과를 임기 초부터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설명이었지만, 최근 정치권에서 개헌과 대통령 연임 문제가 계속 거론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해석이 뒤따랐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10일 MBC라디오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연임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다만 성 수석은 “대통령이 연임하지 않겠다고 해서 대통령 연임이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 헌법에 이미 금지돼 있는 것"이라며 현행 헌법에 따른 임기 제한을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정작 자신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연임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니라 왜 이렇게 해외순방을 자주 다니느냐고 질문하니까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 있다'고 답변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말 돌리기를 언제까지 듣고 있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결국 같은 발언을 놓고 청와대는 '현행 헌법상 연임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밝힌 것'이라고 해석하는 반면, 야권은 '대통령 본인의 정치적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이라고 맞서는 형국이다. 현행 헌법상 대통령 임기는 5년 단임이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개정 당시 대통령에게 효력이 없다는 규정도 있다. 법률적 차원에서만 보면 이 대통령의 현 임기가 끝난 뒤 다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현행 헌법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현행 헌법상 불가능하다'는 설명과 '대통령 본인이 다시 출마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성격이 다르다. 전자가 현재의 헌법 질서를 설명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대통령 자신의 정치적 선택을 명시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 문제와 관련해 앞서서도 직접적인 연임 포기 선언에는 선을 그어왔다. 지난 4일 청와대 시민사회 간담회에서 '연임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어떠냐'는 취지의 질문에 “도둑질은 안 하겠다고 하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인데 그런 말을 굳이 해야 하나"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프랑스 발언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연임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지도 않았지만, 반대로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담은 '연임하지 않겠다'는 표현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 같은 발언 방식에 대해 “두 가지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며 “실제로 연임에 대한 생각이 여전히 있거나, 반대로 이 문제를 통해 야당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해석만으로 이 대통령에게 실제 연임 의도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재까지 공개된 발언만으로는 이 대통령의 개인적인 의도를 확인하기 어렵고, 현행 헌법상 임기 제한을 강조했다는 사실 자체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번 발언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이 대통령이 개헌 자체에 대한 찬반이나 자신의 연임 여부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현행 헌법'을 기준으로 답했다는 점이다. 개헌을 통해 대통령 4년 중임제 등 권력구조를 변경하는 문제와 현직 대통령인 이 대통령의 재출마 여부는 제도적으로 별개의 사안이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이 개헌 논의와 자신의 임기 문제를 직접 연결할 경우 개헌 논의가 '이재명 대통령의 연임을 위한 개헌'이라는 프레임으로 좁혀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현행 헌법에 따른 임기 제한을 강조하면 개헌 논의 자체와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일정 부분 분리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연임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이 반드시 연임 의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오히려 개헌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자신의 임기 문제와 연결되는 것을 피하면서 정치적 부담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본지에 “어떤 논쟁이 있을 때 마침표를 찍는 게 대통령"이라며 “갈등을 끝낼 의지가 있다면 '내 임기 동안에는 하지 않겠다'고 직접적으로 밝힐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여지를 주는 이유가 무엇인지가 쟁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권이 요구하는 것도 법률적 설명이 아니라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밝히라는 것"이라며 “현행 헌법상 임기가 제한돼 있다는 사실은 정치권 모두가 알고 있는 만큼 대통령의 직접적인 확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대통령 입장에서 자신의 연임 여부를 지금 명확하게 선언하는 것이 반드시 정치적으로 유리한 것도 아니다. 이 대통령이 “다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직접 밝힐 경우 연임 논란 자체는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여권 내부의 관심이 차기 구도로 빠르게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임기 초반부터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종착점을 명확히 선언하면 여권 내에서는 차기 주자와 후계 구도에 대한 논의가 예상보다 일찍 시작될 수 있다. 아직 상당한 임기가 남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차기 경쟁을 조기에 촉발할 정치적 유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결국 현재까지 이 대통령의 발언만으로 연임 의사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 대통령이 두 차례에 걸쳐 '연임하지 않겠다'는 직접적인 표현보다 현행 헌법과 임기 제한을 강조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개헌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이 같은 입장 차이는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향후 쟁점은 이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와 차기 구도에 대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정치적 입장을 확정할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정부, KDI도 “고물가·고용 부진” 경고음…경기 회복세 발목 잡나

최근 중동 정세 악화와 추석 수요 증가에 따른 고물가, 청년층 등 고용 부진이 경기 회복세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경고성 진단이 잇달아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이어 정부도 경기 회복 흐름 속 3%대로 치솟은 물가 상승률, 청년층 등 고용 여건 둔화가 민생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공통된 평가를 내놨다. 재정경제부는 11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9월호에서 수출 증가, 내수 개선세 등을 들어 “견조한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 취약계층·부문의 어려운 고용 여건 등 민생 부담이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KDI 모두 최근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동시에 고물가와 고용 부진이 경기 개선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는데다 추석을 앞두고 3%대로 오른 소비자물가가 민생 경제를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유가는 두바이유와 브렌트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등이 배럴당 90 달러 선을 넘어 100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임홍기 재경부 경제분석과장은 “국제유가 상승에 석유류 물가가 14.2% 상승했지만 석유 최고가격제 영향으로 증가세는 둔화됐다"며 “중동전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대외 여건이 미칠 영향에 상당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KDI도 최근 국제유가 오름세로 향후 석유류 가격의 상방 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덩달아 국내 물가도 들썩이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7월(2.8%)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2.6%에서 3.4%로 올랐다. 김미루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와 KDI는 노동시장 또한 청년층 중심으로 고용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8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8만4000명 증가했지만 15~29세 청년층은 14만3000명 줄었다. 청년층 취업자 감소세도 지난 2022년 11월부터 4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8월 전체 고용률도 63.3%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4.1%로 1.0%포인트(p) 떨어졌다. 전체 실업률도 2.0%로 전년과 동일했지만 청년층 실업률은 5.4%로 0.5%p 상승했다. 김 부장은 “전체 취업자 증가세에도 청년층의 고용률 하락세, 실업률 상승세 등으로 고용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점이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와 KDI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큰 폭의 증가세로 전체 경기 개선세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봤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 등으로 설비투자는 1년 전보다 24.9% 증가했다. 8월 수출도 반도체·컴퓨터·화장품 확대 등으로 전년대비 68.7% 급증했다. 일평균 수출액은 44억7000만달러로 72.5% 늘었고, 무역수지는 347억5000만 달러 흑자를 봤다. 정부는 탄탄한 성장 흐름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면서도 중동 정세 불안과 함께 추석을 앞두고 고물가, 고용 부진에 경각심을 드러냈다. 임 과장은 “중동전쟁, 미국 관세부과 조치 관련 불확실성이 다소 확대됐다"며 “중동전쟁 영향 최소화를 위해 주요 품목 수급관리에 만전을 기하면서 성수품 물가안정 등 추석 민생안정대책의 주요 정책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주병기 공정위원장, 가맹점주단체 최소 30명 “낮추는 안 검토”…“소규모 협의 목소리도”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가맹점주 사업자 단체 등록을 위한 10% 이상, 최소 30명 가입 요건 완화를 검토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가맹점주들은 가맹본부와 거래조건 협의를 위한 단체 등록 문턱이 너무 높다고 주장해 왔다. 주 위원장은 11일 서울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 가맹본부와 간담회를 열어 “소규모 가맹점주들에게 등록 요건이 가중된다는 우려가 있어 하한을 낮추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가맹본부의 성실한 협의 의무 이행을 위한 가맹점 사업자 단체 등록 요건 등을 담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입법·행정 예고했다. 개정안은 오는 12월 31일 시행 예정이다. 개정 가맹사업법에 따라 가맹점주 단체가 등록 후 거래조건 변경 등 협의를 요청하면 가맹본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다. 다만, 가맹점주들이 사업자 단체로 등록하려면 전체 사업자의 10% 이상이면서 최소 30명이 가입하거나, 가입자가 1000명 이상이어야 가능하다. 가맹점주가 30명 이하인 소규모 브랜드의 경우 하한 요건에 막혀 단체 등록을 할 수 없어 목소리를 내지 못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주 위원장은 소규모 가맹점주들도 단체 등록이 가능하도록 최소 30명이 가입해야 하는 기준을 더 낮추는 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가맹본부 측은 단체 등록 비율을 최소 30%에서 40%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표성이 낮은 단체가 난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나명석 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은 이날 “10%만으로 협의를 하게 하면 본사와 점주 모두 의미 없는 협의에 힘과 시간, 비용을 쏟게 될 뿐"이라며 “10%를 유지하려면 대표성 있는 비율의 동의를 받게 하거나 협의 창구를 정리하는 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가맹사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상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현실적인 부작용과 대안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으로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김병헌의 체인지] 벌써 ‘레임덕’이라는 말이 흘러나오는 이유

대통령의 집무실에는 문이 많다. 그 문을 통과하려는 사람도 많다. 칭찬을 들고 오는 사람, 좋은 숫자를 들고 오는 사람, 대통령의 생각이 옳았다는 보고서를 들고 오는 사람들이다.정작 대통령에게 필요한 사람은 따로 있다.“대통령님, 그건 아닙니다." 이 말을 들고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강한 대통령이다. 판단이 빠르고 결정하면 밀어붙인다. 디테일까지 직접 챙기는 '일잘러' 이미지도 두드러진다. 여당의 의석도 든든하고 뚜렷한 2인자도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마음먹으면 정책을 움직일 힘이 충분하다.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권력이 강할수록 대통령에게 “아닙니다"라고 말하기 어려워지 때문이다.처음에는 참모가 반대한다. 대통령이 듣지 않으면 다음에는 표현을 순화한다. 그래도 소용없으면 보고서에서 빼버린다. 결국 대통령 책상에는 좋은 뉴스만 올라온다. 현장에는 빨간불이 켜졌는데 대통령 보고서는 초록색이다. 지지율도 계속 빠지는 추세로 돌아선지 꽤 됐다. 권력의 위기는 여기서 시작된다.최근 정치권 일부에서 벌써 '레임덕'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집권 초반의 대통령에게는 지나치게 빠른 표현이 분명한데도 그렇다. 더구나 대통령의 권력 자체가 약해진 것도 아닌데…. 레임덕을 단순히 권력이 빠져나가는 현상으로만 보면 중요한 것을 놓친다. 진짜 위험은 국민의 목소리가 대통령에게 도착하지 않는 순간부터이다. 인사도 그래서 중요하다. 첫 조각에서 이재명 정부는 외교·안보와 산업·과학 분야 등에 경험과 실무 능력을 갖춘 인사를 배치하며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진영보다 능력을 보겠다는 기대도 있었다. 그 초심이 필요하다. 최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에서 청와대가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야당이 왜 공격하느냐가 아니다.왜 이 사람이어야 하는가. 장관 후보라면 세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분야에서 무엇을 해봤는가.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가. 대통령에게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충성은 능력을 대신할 수 없다. 유명세도 성과를 대신할 수 없다. 대통령과 가깝다는 것이 국가의 일을 맡길 자격증일 수도 없다. 특히 지금은 더욱 그렇다. 반도체가 경제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반도체의 봄이 대한민국 전체의 봄은 아니다. 서울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산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온도는 다르다. 청년은 일자리와 집값을 걱정하고 지방은 사람이 사라지는 것을 걱정한다.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좋은 숫자를 설명해 줄 사람이 아니다. 숫자 밖의 국민을 보여줄 사람이다.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오면 “그런데 왜 골목은 춥습니까"라고 물을 사람, 부동산 대책이 나왔을 때 “정책은 맞지만 현장에서는 작동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할 사람, 대통령이 아끼는 사람이라도 자격이 부족하면 “이번 인사는 접으셔야 합니다"라고 말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대통령도 달라져야 한다. 잘못된 정책을 고치는 것을 패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인사를 철회하는 것도 굴복이 아니다. 방향이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체면 때문에 계속 달리는 것이 더 위험하다. 자동차가 시속 50㎞로 달릴 때는 엔진이 중요하다. 200㎞로 달릴 때는 브레이크가 더 중요하다.이재명 대통령에게 성능이 뛰어난 엔진은 이미 있다. 추진력도 있고 권력도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브레이크다. 정치에서 가장 좋은 브레이크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다.자신과 생각이 다른 유능한 사람을 쓰고, 그 사람이 반대할 자유를 주는 것. 대통령이 말해온 '통합'도 거기서 시작될 수 있다.통합은 여야 인사 몇 명을 섞어 사진을 찍는 일이 아니다.나와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이다.권력은 대통령에게 사람을 고를 힘을 준다. 그러나 좋은 대통령은 그 힘으로 자신에게 좋은 사람만 고르지 않는다. 나라에 필요한 사람을 고른다.그리고 그들에게 말할 자리를 내준다.“대통령님, 아닙니다." 그 한마디가 대통령의 귀에 계속 들리는 정부라면 아직 건강하다. 대통령의 귀가 열려 있는 동안 권력은 쉽게 늙지 않는다.레임덕은 권력이 약해질 때가 아니라, 대통령이 쓴소리를 듣지 않기 시작할 때 문앞에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낸다.

[김한성의 AI시대] 똑똑해진 AI, 이제 무엇을 맡길 것인가

김한성 투비유니콘 최고철학책임자(CPO) 9월 들어 주요 AI 기업들의 발표를 보면, 우리가 AI에 맡길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오픈AI는 GPT-6 Astra가 컴퓨터와 브라우저를 사용해 작업을 수행하고, 새로 주어진 조건에 맞춰 다음 단계를 조정하는 능력을 강조했다. 앤트로픽은 Claude Fable 5.1의 장시간 문제 해결을, 구글은 Gemini 3.8 Flash의 여러 단계에 걸친 추론과 반복적인 도구 활용을 앞세웠다. 개발사들의 자체 발표라는 한계는 있지만 변화의 방향은 눈여겨볼 만하다. 경쟁의 기준이 '얼마나 잘 답하는가'에서 '얼마나 복잡한 일을 해내는가'로 넓어지고 있다. 그 바탕에는 여러 일에 두루 쓰이도록 학습한 '파운데이션 모델'의 발전이 있다. 지시를 이해하고 문제를 푸는 능력에 검색·계산 도구와 실행 환경이 결합하면서, 중간 결과를 확인하고 다음 행동을 이어가는 일이 가능해지고 있다. 주목할 것은 하나의 목적을 향해 서로 다른 일을 연결해 가는 AI의 능력이다. 다만 성능 시험이나 시연에서 높은 성능을 보였다고 현실의 업무까지 사람의 감독 없이 끝낼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업무에는 빠진 정보나 서로 충돌하는 조건이 있고, 잘못된 선택의 결과를 누군가 감당해야 한다. 가족여행을 준비한다고 하자. “부모님이 오래 걷지 않으면서 예산에 맞는 여행을 계획해 달라"는 부탁에는 여러 일이 담겨 있다. 관광지를 찾고 이동시간을 계산하며 숙소의 위치와 가격을 비교해야 한다. 지도상 가까운 숙소라도 가는 길에 계단이나 가파른 언덕이 있다면 부모님께는 불편할 수 있다. 가격을 낮추려고 이동 횟수를 늘려도 여행의 목적과 어긋난다. 예약 단계에서는 취소 조건을 확인하고 결제 여부도 물어야 한다. '오래 걷지 않기'를 '한 번에 15분 이내로 걷고 중간에 쉬기'처럼 구체화하면 비교 기준도 선명해진다. 하나의 부탁 안에 성격이 다른 작업과 판단이 들어 있는 셈이다. 이런 작업 배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개념이 '에이전틱 라우팅'이다. 작업의 성격과 진행 상황에 따라 어떤 AI 모델이나 도구로 처리를 이어갈지 선택하는 방식이다. 최신 정보는 검색으로 확인하고 비용은 계산 도구로 따지는 식이다. 실제 업무에서는 각 결과를 연결하고, 중요한 결정은 사람에게 넘기는 절차도 필요하다. 예산 안에서 보행 조건을 충족할 숙소를 찾지 못했다면, AI가 조건을 슬쩍 바꾸기보다 예산을 늘릴지 여행지를 바꿀지 물어야 한다. 어느 한 모델이 똑똑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적절한 곳에 일을 맡기면서 처음의 목적과 조건을 유지해야 한다. 물론 모든 일에 여러 모델과 도구를 동원할 필요는 없다. 간단한 일은 정해진 절차만으로 충분할 수 있다. 작업에 맞는 복잡성을 선택하는 것도 설계의 일부다. AI를 고르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답변 가격이 싸더라도 오류를 고치느라 여러 번 다시 시키고 사람이 오래 검토해야 한다면 전체 비용은 커진다. 보고서 초안을 빨리 받았어도 출처와 수치를 다시 확인하느라 반나절을 썼다면 그 시간까지 비용에 넣어야 한다. 복잡한 과제를 풀면서 추론과 도구 사용을 반복해 이용료가 늘 수도 있다. 성능 향상이 곧바로 작업당 비용 감소를 뜻하지는 않는다. 처리 속도와 이용료뿐 아니라 원하는 수준까지 일을 끝냈는지, 재작업과 검토에 시간이 얼마나 들었는지를 함께 따져야 한다. 싼 답변과 싼 업무 완료는 같은 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일을 배분하는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여행자에게 편안한 일정과 서비스 제공자에게 수수료를 많이 남기는 일정은 다를 수 있다. 일을 배분하고 결과를 선택하는 과정에는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라는 가치 판단이 들어간다. 학교와 일터, 공공서비스에서도 비용 절감 때문에 특정 이용자의 서비스 품질이 낮아지지는 않는지 살펴야 한다. 예컨대 설명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사람에게도 짧은 자동 응답만 제공한다면, 처리 건수가 늘어도 좋은 서비스라고 하기 어렵다. '무엇을 맡길 것인가'만큼 '어떤 기준으로 맡길 것인가'가 중요하다. 개인은 원하는 결과와 지켜야 할 조건을 분명히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조직은 무엇을 성공으로 볼지 정하고, 어느 단계에서 사람의 판단을 구할지도 정해야 한다. 어디서 잘못됐으며 왜 수정했는지 기록하면 다음 업무의 기준도 고칠 수 있다. 사람의 승인을 마지막에 한 번 받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판단 근거를 확인할 수 있고, 검토할 시간과 수정하거나 중단할 권한이 있어야 승인이 제 역할을 한다. 완성된 결과만 보여 주며 승인 버튼을 누르게 해서는 어떤 조건이 빠졌는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이용자에게도 자신에게 적용된 기준을 이해하고 잘못된 결과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할 통로가 필요하다. AI는 개인과 작은 조직에도 시간과 비용 때문에 미뤘던 일을 시도할 기회를 넓혀 준다. 자료 조사와 계산, 문서 작성의 부담이 줄면 혼자 감당하기 어려웠던 일도 시작할 수 있다. 그 가능성을 누리려면 다음번 부탁에서 세 가지를 분명히 해보자. 무엇을 이루려는가, 무엇은 양보할 수 없는가, 무엇을 확인해야 일이 끝났다고 할 수 있는가. 가족여행의 목적은 정교한 일정표를 받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부모님이 실제로 무리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AI의 성과도 우리가 바라던 현실의 변화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갔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bienns@ekn.kr

구미시 농특산물, 수도권 넘어 해외시장 노크

로컬푸드 페스타에 40개 농가·업체 참여…142개 품목 선봬 농협경제지주와 쌀 구매협약…6개국 바이어 수출상담도 구미=에너지경제신문 윤성원기자 구미시가 지역 농특산물의 소비시장을 수도권으로 넓히고 해외 판로까지 동시에 공략하고 나섰다. 단순한 직거래 장터를 넘어 대량 소비처 확보와 수출 상담까지 연계하면서 지역 농식품 유통망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10일 구미시는 9~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2026 구미 로컬푸드 페스타'에 지역 40개 농가와 업체가 참여해 농·축산물과 가공식품 등 142개 품목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올해로 3회째인 행사는 '구미가 키움! 구미(口味)가 당김!'을 슬로건으로 열렸다. 행사장에는 51개 부스가 마련돼 구미한우와 쌀, 멜론, 밀가리 등 지역 대표 농축산물을 비롯해 냉동김밥, 구슬떡볶이, 김치 등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 'G푸드'가 판매됐다. 추석을 앞두고 농특산물 소비가 늘어나는 시기를 겨냥해 가격 할인도 진행했다. 구미한우는 최대 29%, G푸드 제품은 최대 55% 할인해 수도권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했다. 행사 현장에서는 구미 출신 개그맨 이선민이 구미시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이 씨는 농특산물 깜짝 경매와 판매부스 인터뷰 등에 참여해 지역 농식품 홍보에 나섰다. 이번 행사의 무게중심은 현장 판매보다 '지속 가능한 판로 확보'에 실렸다. 구미시는 행사 기간 농협중앙회 경제지주와 쌀 구매협약을 체결했다. 재경구미시향우회와도 구미 농특산물 소비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수도권 주요 기업과 기관, 단체, 출향인을 대상으로 명절 선물과 대량 구매 수요를 발굴하고 사전 예약과 현장 주문을 병행해 고정 거래처 확보에도 나섰다.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한 수출상담회도 함께 열렸다. 미국과 캐나다, 일본, 멕시코, 과테말라, 말레이시아 등 6개국 바이어와 지역 14개 업체가 참여해 1대 1 상담을 진행했다. 참여 업체들은 제품 특성과 가격 경쟁력 등을 설명하며 수출 가능성을 타진했다. 구미시는 이번 상담을 계기로 지역 농식품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농산물뿐 아니라 쌀·밀 등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의 수출 기반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행사장에서는 농특산물 판매 외에 관광과 고향사랑기부제, 귀농·귀촌 정책 등을 알리는 홍보 공간도 운영됐다. 구매 인증과 SNS 참여 이벤트를 통해 지역 농식품 판매와 도시 브랜드 홍보를 연계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좋은 농특산물을 생산하는 것만큼 안정적인 소비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장의 구매가 재구매로, 첫 만남이 새로운 판로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구미시는 앞으로 수도권 직거래와 기업·기관 단체구매, 온라인 유통, 해외 수출상담을 연계해 지역 농특산물의 국내외 판로를 확대할 계획이다. 윤성원 기자 won56789@ekn.kr

김천김밥축제, 서울서 ‘환승 없이’축제장까지…카카오 T 셔틀 달린다

잠실·사당·서울역서 축제장 직행…수도권 관광객 유치·교통혼잡 해소 '두 토끼' 10월 23~25일 직지문화공원·사명대사공원 일원…60여 종 김밥 한자리에 김천=에너지경제신문 윤성원기자 김천 대표 먹거리 축제로 자리 잡은 '2026 김천김밥축제'가 수도권 관광객 공략에 나선다. 서울 주요 거점에서 축제장까지 환승 없이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카카오 T 셔틀'을 처음 도입하면서다. 10일 김천시는 오는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직지문화공원과 사명대사공원 일원에서 열리는 김천김밥축제 기간에 카카오모빌리티와 협업해 수도권 직행 셔틀버스를 운행한다고 밝혔다. 셔틀버스는 서울 잠실역과 사당역, 서울역 등 주요 거점에서 출발해 김천김밥축제 행사장까지 직통으로 운행된다. 기존에는 수도권 관광객이 KTX나 고속버스를 이용한 뒤 다시 축제장까지 별도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했지만, 셔틀 도입으로 장거리 이동 과정의 불편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김천시는 이번 서비스가 관광객 편의뿐 아니라 축제 기간 개인 차량 이용을 분산해 행사장 주변 교통혼잡과 주차난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셔틀 이용객은 '카카오 T' 애플리케이션의 '셔틀' 메뉴에서 원하는 날짜와 출발지를 선택해 사전 예약하면 된다. 이용객에게는 김천김밥축제 공식 캐릭터인 '꼬달이' 키링도 제공된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김천김밥축제는 단순한 지역 먹거리 행사를 넘어 전국 단위 관광형 축제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김천시는 특히 수도권과 외지 관광객 유입을 확대하기 위해 교통 접근성을 축제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판단하고 있다. 배낙호 김천시장은 “올해 김밥축제에는 전국 각지에서 더 많은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카카오모빌리티와의 협업을 통해 수도권 방문객들이 장거리 이동 부담을 덜고 편리하게 김천을 찾아 축제를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축제 콘텐츠도 한층 확대된다. 행사장에는 김밥공장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이색 김밥과 김밥쿡킹대회 수상작 등 60여 종 이상의 김밥이 선보인다. 먹거리뿐 아니라 김밥을 소재로 한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김밥아트 전시·체험, 김밥열차, 공식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꼬달이 굿즈샵' 등 가족 단위 관광객과 젊은 층을 겨냥한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김천시는 '김밥'이라는 대중적인 먹거리에 지역 관광자원을 결합한 축제 전략에 수도권 직행 교통망까지 더하면서 체류형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동시에 노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 처음 도입되는 '카카오 T 셔틀'이 실제 수도권 관광객 증가로 이어질 경우 김천김밥축제가 지역 축제를 넘어 전국적인 먹거리 관광축제로 성장하는 데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성원 기자 won56789@ekn.kr

AI로 백신 만든다…전남광주, 국비 50억 확보

전남광주=에너지경제신문 문남석기자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백신 제조 및 품질관리 기술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산업통상부가 주관한 2026년 바이오헬스 분야 연구개발 공모사업에 GC녹십자가 주관하는 'AI 활용 백신 제조변동성 제어 및 지능형 품질관리시스템 개발사업'이 선정돼 국비 50억 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국가첨단전략산업 바이오 특화단지 지원과제인 이번 사업은 총 76억 원 규모로 2030년까지 5년간 추진된다. GC녹십자를 주관기관으로 국립목포대학교, 대구가톨릭대학교, 전남바이오진흥원이 공동 연구기관으로 참여한다. 사업의 핵심은 GC녹십자 화순공장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지질나노입자(LNP)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생산 기반을 활용해 백신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동성을 AI로 분석하고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있다. 이를 바탕으로 품질을 실시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추진한다. GC녹십자는 mRNA-LNP 백신 원료의약품(DS)부터 완제의약품(DP)까지 제조 데이터를 제공하고, 시범 생산과 GMP 규모 생산 실증을 통해 공정 재현성을 검증한다. 국립목포대학교와 대구가톨릭대학교는 공정 조건 변화에 따른 데이터를 확보해 AI 모델의 학습과 검증을 담당하며, 전남바이오진흥원은 정제 공정 예측모델 구축에 필요한 제조·분석 데이터를 확보할 예정이다. 서형빈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전략산업국장은 “이번 공모사업 선정으로 화순 바이오 특화단지의 AI 기반 바이오의약품 제조혁신 역량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인공지능 전환(AX)에 대응해 관련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전남광주의 AI 바이오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화순 바이오 특화단지에 구축된 화순전남대병원과 국가면역치료혁신센터, 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 미생물실증지원센터, KTR 헬스케어연구소, 세계보건기구(WHO)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 등 바이오 전주기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 바이오 산업 생태계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차세대 항암 면역치료 원천기술 개발(300억 원) ▲mRNA 백신 실증 지원(430억 원) ▲바이오헬스 융복합 지식산업센터 건립(397억 원) ▲펩타이드 첨단신약 원천기술 개발 플랫폼 구축(440억 원) ▲바이오 스케일업 프로젝트(38억 원) 등 관련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전남광주=에너지경제신문 문남석기자 전남광주특별시가 미래차 시장의 핵심으로 꼽히는 다목적차량(PBV)의 전기차 전환을 뒷받침할 성능평가 기반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10일 광주미래차모빌리티진흥원에서 '미래차 탑재모듈 상용화 기반구축 제1차 운영위원회'를 열고 사업 시행 방향과 기관별 역할을 공유했다. '미래차 탑재모듈 상용화 기반구축'은 산업통상부의 '2026년도 자동차 분야 신규 기반조성 사업' 공모에 맞춰 추진하는 사업으로, 전기차 플랫폼과 몸체(어퍼바디)가 결합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전력공급 안전성과 차량 주행 안정성, 통신 탑재모듈 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사업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진행되며 국비 80억 원과 시비 35억 원 등 총 115억 원이 투입된다. 광주미래차모빌리티진흥원이 사업을 총괄하고 한국자동차연구원 등이 참여기관으로 공동 수행하며, 약 50개 다목적차량 제조기업이 수혜 대상이다. 특히 빛그린국가산단에 있는 기존 건물과 166종의 장비를 연계 활용하면서 전력공급·주행 안정성 검증시스템과 차량용 통신 탑재모듈 성능 검증시스템 등 핵심 성능평가 장비 2종을 단계적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구축된 기반은 지역 자동차 부품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에도 활용된다. 설계·해석부터 시제품 제작, 시험평가·인증, 기술컨설팅, 지식재산권 확보, 판로 개척까지 전기차 플랫폼과 관련한 전주기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날 운영위원회에서는 1차년도 사업계획과 사업비 집행계획을 비롯해 기업 지원을 위한 수혜기업 모집 방안 등을 논의했으며, 사업을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한 별도 지침도 마련했다. 회의에는 김혁진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자동차산업기반실장, 성백섭 조선대학교 교수, 조동민 광주테크노파크 책임, 정상호 광주과학기술원 박사 등이 참석해 사업 추진 방향을 함께 논의했다. 이동현 미래차산업과장은 “다목적차량은 물류, 배송, 의료,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한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으로, 전기차로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 사업을 통해 지역 기업들이 실질적인 지원을 받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문남석 기자 ans720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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