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칭찬한 ‘일잘러’ 정원오…모교 후배들에 비결 공개하다

李 대통령 칭찬한 ‘일잘러’ 정원오…모교 후배들에 비결 공개하다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라는 칭찬을 받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 지난 15일 모교인 서울시립대 후배들에게 비결을 공개했다. 평범한 일에도 정성을 다해야 하며, “민원은 정책의 보물"이라는 신념으로 시민들의 수많은 문자·전화를 일일이 차분하게 응대했다. 이는 스마트쉼터 등 수많은 정책·행정 아이디어로 이어졌고 “성동에 살아요"라는 말이 자랑이 되는 시민들의 '효능감'으로 돌아왔다. 불법점포·하천 정비·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대책 등 이해관계나 의견이 엇갈리는 현안을 풀 때는 끝까지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 밀어부치..

李 대통령 칭찬한 ‘일잘러’ 정원오…모교 후배들에 비결 공개하다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라는 칭찬을 받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 지난 15일 모교인 서울시립대 후배들에게 비결을 공개했다. 평범한 일에도 정성을 다해야 하며, “민원은 정책의 보물"이라는 신념으로 시민들의 수많은 문자·전화를 일일이 차분하게 응대했다. 이는 스마트쉼터 등 수많은 정책·행정 아이디어로 이어졌고 “성동에 살아요"라는 말이 자랑이 되는 시민들의 '효능감'으로 돌아왔다. 불법점포·하천 정비·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대책 등 이해관계나 의견이 엇갈리는 현안을 풀 때는 끝까지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 밀어부치지 않고 합의로 해결하면서 수십년간 풀리지 않던 숙제들을 해결해냈다. 정 구청장은 지난 1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서울시립대 법학관 대강의실에서 후배·동문·일반시민 등 400여명이 좌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특강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 구청장은 우선 '유능한 지방정부'에 대해 “주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지방 정부"라며 “감동은 입소문으로 퍼지는 데 그냥 잘하는 정도로는 안 되고 마음을 얻어야 입소문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평범한 일도 정성을 다하면 명품이 된다"면서 자신의 행정 사례를 소개했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때 생활지원 물품의 경우 다른 지자체들은 종류가 몇가지 안 되고 배송도 갈수록 늦어져 주민들을 실망시켰다. 하지만 성동구는 선택형 5종 세트를 세심하게 골라 보냈고, 민간 협업을 통해 신청 다음날 곧바로 배송했다. 이는 주민들의 자발적 후기와 소셜미디어(SNS) 공유 등 '입소문'으로 퍼져나갔다. 정 구청장의 전매 특허인 '24시간 휴대폰 문자 민원 접수'도 대표적 사례다. 그는 “민원은 정책의 출발점이고 정책의 보물창고"라면서 “직접 문자를 받고 응답하면서 '전례가 없다, 예산이 없다'는 말을 금지시켰다. 대상포진 무료 접종 제안 등 민원이 들어오면 연구하고 조례를 만들고 예산을 따내서 정책화시키는 데 총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낙후된 준공업지역이었던 성수동을 세계적인 '핫플레이스'로 변신하게 만든 것도 '정성을 다해 명품을 만든' 사례다. 정 구청장은 “기업이 있는 곳에 사람이 가는 게 아니라, 사람이 있는 곳에 기업이 온다는 것을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면서 “붉은 벽돌 건물들을 보존하고 로컬 크리에이터들을 중심에 세웠으며, 행정은 조연에 그치고 시민과 지역이 주연을 맡게 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국내외 관광객이 급증해 지난해에만 약 3000만명(외국인 300만명)이 성수동을 찾았고, 올해는 그 두 배 이상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역 숙원사업의 경우 '현장 행정·민주적 합의'를 원칙으로 수십년째 해결되지 않았던 도로 확장, 악취 하천 정비, 불법 점포 정비,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정차역 유치 등을 해결했다. 그는 “끝까지 설득해서 이해관계자들이 합의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밀어붙이지 않고 합의로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정 구청장은 성동구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생활밀착 행정 혁신 사례들도 소개했다. 주민들의 민원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한 결과 ▲스마트 횡단보도 ▲스마트 쉼터 ▲공공시설 무료 셔틀버스(성공버스) ▲음압기술 적용 흡연부스 ▲어린이 등하교 동행 서비스 ▲방문 진료 주치의 제도 등을 전국 최초로 시행했다. 이것들은 전국적인 모범사례가 됐고, 유엔(UN) 공공행정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사회적 약자·노동자들을 배려하는 데에도 앞장섰다. 필수노동자 처우 개선 조례나 반지하 주거 환경 전수 개선에 나서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경력단절 여성을 '경력보유 여성'으로 개념 전환해 아예 법제화하는데 토대를 제공했다. 정 구청장은 “민주주의는 다수결이 아니라 합의가 원칙, 다수결은 최후의 수단으로 반대자도 끝까지 설득하고 이해까지 이끌어내야 지속 가능하다"면서 “권력은 저울추처럼 균형을 잡는 것으로 가장 불편한 곳, 외면받는 곳을 개선하면 삶의 질이 크게 상승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능한 지방정부는 정성과 성과, 시민 신뢰, 합의와 균형, 생활 속 문제 해결로 만들어진다"면서 “감동이 쌓이면 입소문이 되고, 입소문은 행정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 구청장은 최근 주민 지지율이 92.9%에 이를 정도로 높은 효능감을 준 행정가로 주목받았다. 이 대통령이 지난 4일 SNS에 “저도 명함을 못 내밀겠다"며 일을 잘한다고 극찬했다. 이후 일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내 서울시장 후보군 중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5일엔 현직인 오세훈 서울시장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햇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李 대통령 “햇빛·풍력연금 신안군처럼…송전망 확충 국민펀드 검토”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전남 신안군의 재생에너지 사업을 두고 모범적 사례라고 평가하며 “신안군 담당 국장이 엄청 똑똑한 것 같다"며 “데려다 쓰든지 하는 것도 검토해보라"고 말했다. '햇빛 연금·바람 연금'으로 불리는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이익공유 제도의 전국 확산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성과를 만들어낸 실무 공무원을 제도 확산의 핵심 인물로 직접 지목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사회연대경제 관련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신안군 사례를 거론했다. 그는 “신안군 내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려면 주민 몫으로 30%가량 의무 할당하고 있지 않느냐"며 “아주 모범적 형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의 군은 전부 인구소멸 위험지역인데 신안군은 햇빛 연금 때문에 인구가 몇 년째 늘고 있다"며 “이것을 전국적으로 확산 속도를 빨리하면 좋겠다"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신안군의 재생에너지 사업이 주민 수용성 측면에서 성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체계적으로 대규모 사업을 하는 데다 주민 몫도 확실하기 때문에 저항 없이 햇빛 연금이 정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나가다 우연히 (인터뷰를) 봤는데, 신안군의 담당 국장이 엄청 똑똑한 것 같다"며 “데려다 쓰든지 하는 것도 검토해보라"고 했다. 기후부가 보고한 사업 확산 계획을 두고는 속도 조절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리가 3만 8000개인데 2030년까지 500개를 하겠다는 것이냐. 쪼잔하게 왜 그러느냐"고 농반진반으로 지적했다. 그는 “남는 게 확실하지 않으냐"며 “재생에너지는 부족하고 수입은 대체해야 하고, 공기와 햇빛은 무한하고, 동네에는 공용지부터 하다못해 도로, 공터, 하천, 논둑, 밭둑 등 노는 묵은 땅이 엄청 많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부족 사태가 곧 벌어질 텐데, 빨리 개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송전 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국민 참여형 투자 방식도 제안했다. 그는 “송전 시스템도 구매가 보장되는 것 아니냐. 그것을 왜 한국전력이 빚 내서 할 생각을 하느냐. 민간자본, 국민에게 투자하게 해 주시라"며 “국민은 투자할 데가 없어서 미국까지 가는데, 민간 자금을 모아 대규모 송전시설을 건설하면 수익이 보장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자칫 민영화 논란으로 확산할 수 있어 그동안 못 했다"고 설명하자, 이 대통령은 “민영화라는 건 특정 사업자에 특혜를 주니 문제인 것이지, 국민 모두에게 기회를 주는 펀드 형태는 다르다"며 “완벽한 공공화"라고 선을 그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유동성 단일 해석은 무리”...집값·환율 상승, 한은의 진단은

한국은행이 최근 시중에 돈이 과도하게 풀리면서 수도권 집값과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일부 시각에 대해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자산 가격과 환율 변동을 단일 요인으로 단정하는 것은 현실을 과도하게 단순화한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한은은 16일 공개한 블로그 자료를 통해 최근 나타난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과 환율 급등 현상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통화량 증가만으로 현재의 시장 흐름을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통화정책 수단만으로 국내 유동성을 완벽히 제어하는 것도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통화량 지표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는 접근은 현재의 통화정책 운영 체계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유동성은 협의 통화(M1)를 비롯해 광의 통화(M2), 금융기관 유동성(Lf), 광의 유동성(L) 등 여러 지표로 나뉘어 측정된다. 한은은 최근 유동성 증가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지난 9월 기준 M2는 전년 대비 8.5% 늘었고, Lf와 L도 각각 8.0%, 7.2% 증가했다. 10월에도 증가 흐름은 이어져 M2는 8.7%, Lf는 7.8%, L은 7.1% 확대됐다. 이 같은 유동성 확대 배경으로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민간 신용에 반영된 점과 함께, 경상수지 흑자 폭 확대에 따른 해외 유동성 유입이 지목됐다. 여기에 정부 재정 지출 증가로 국채 발행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한은은 이러한 증가세가 이례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과거 금리 인하기와 비교하면 이번 인하기 동안의 M2 누적 증가율은 8.7%로, 2012년보다는 높지만 2014년이나 2019년 당시보다는 낮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미국과 비교해도 유동성 증가 속도가 과도하게 빠르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놨다.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 3월을 기준으로 보면, 이후 한국과 미국의 M2 누적 증가율은 각각 49.8%와 43.7%로 큰 차이가 없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특히 한은은 최근 M2 통계 증가의 상당 부분이 기존 통계 범위 밖에 있던 자금이 상장지수펀드(ETF) 등 수익증권 형태로 유입되면서 발생한 '구성 변화'에 따른 착시 효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에 풀렸던 유동성이 새롭게 창출된 것이 아니라, 통계상 M2로 편입되는 금융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환율 상승의 원인 역시 유동성보다는 외환 수급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10월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 규모는 1171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크게 웃돌았다. 여기에 수출 기업들이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보유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외환 수급 불균형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한은의 실증 분석 결과 올해 9∼11월 원·달러 환율이 약 65원 상승한 가운데 이 중 약 3분의 2는 외환 수급 등 국내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됐다.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역시 시중 유동성 증가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와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로 인한 특정지역 수요 집중이 집값 상승의 핵심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강남 3구 등 핵심 지역에서 현금 거래 비중이 높아진 점에 대해서도 신규로 풀린 유동성보다는 과거에 축적된 자금이 수익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한은은 자산 가격과 환율 상승의 책임을 유동성 하나로 돌릴 경우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중 자금이 부동산이나 외환시장에 쏠리기보다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가도록 하기 위해 국내외 투자자 신뢰를 높이는 자본시장 제도 개선 등 정책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고온 초전도자석 5년내 실용화…초혁신경제 15대 프로젝트 선정 완료

초전도체와 K-바이오, K-디지털헬스케어, K-콘텐츠를 4대 핵심 축으로 한 '초혁신경제' 전환이 본격화된다. 정부는 초혁신경제 전환을 이끌 15대 선도 프로젝트 선정을 마치고 최대 5년내 실용화 등을 목표로 집중 연구개발(R&D) 및 투자에 나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정부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겸 성장전략 TF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초혁신 15대 선도프로젝트' 네 번째 추진계획을 확정했다. 정부는 앞서 ▲9월 1차로 전력반도체, LNG 화물창, 그래핀, 특수탄소강, K-식품 ▲10월 2차로 스마트 농·수산업, 초고해상도 위성 개발·활용, AI 바이오 오픈 생태계 구축, K-뷰티 ▲11월 3차로 차세대 태양광·전력망, 해상풍력·HVDC(초고압직류송전), 그린수소·SMR(소형모듈원전) 등을 차례로 발표한 바 있다. 우선 초전도체 분야에서 핵심부품·장비를 소형화·고성능화할 수 있는 고온 초전도자석 원천기술을 고도화 하기로 했다. 초전도체는 특정 온도 이하로 냉각될 때 전기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물질로 고온 초전도자석은 저온 초전도(-268℃)보다 높은 온도(-196℃)에서 초전도 현상이 발생해 냉각 비용과 크기·무게를 낮출 수 있는 장치다. 의료(암 치료 가속기), 에너지(핵융합), 교통(항공기) 등 응용 분야를 중심으로 실용화 기술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 5년내에 응용 분야별 프로토타입을 개발해 산업․기술혁신을 이끌 계획이다. 고온초전도자석 실용화 기술개발 80억원(신규), 고온초전도마그넷 기술개발 93억원, 핵융합로용 고온초전도 도체 기술개발 22억원, 초전도 도체 시험설비 구축 120억원 등이 내년도 예산에 반영됐다. K-바이오 분야에서는 기존 기술 이전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상업화 모델로의 전환을 지원한다. 임상3상 파이프라인(후보 물질) 중 글로벌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대상으로 1500억원 규모의 '임상3상 특화펀드' 등을 활용해 대규모 자금을 공급한다. 이를 위한 정부 출자금 600억원이 내년 예산에 반영됐다. 인허가 컨설팅, 마케팅·인력 고도화 등 전 주기 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정부는 바이오 헬스 핵심 인재 11만명을 오는 2027년까지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K-글로벌 백신 펀드(200억원), 의사·과학자 도약 프로그램(96억원), 구조 기반 AI 신약 개발(24억원), K-바이오 헬스 글로벌 진출(245억원) 등의 내년도 사업예산도 포함됐다. K-디지털헬스케어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의료시스템의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해외 인수 병원 등 글로벌 거점을 활용한 새로운 수출 모델을 구축·확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특히 새로운 수출모델에서 중소·벤처기업이 해외 거점을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 서비스 등의 테스트베드(시험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다인종 기반 임상 데이터를 확보해 식품의약국(FDA) 등 해외 인허가와 수출을 지원한다. 내년 1분기까지 추진단을 통해 사업 계획을 구체화하고 정책 지원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K-콘텐츠는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에 대응해 산업성장기반 강화 및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전방위적 지원을 추진한다.4300억원 규모로 출자하는 K-콘텐츠 정책 펀드를 통해 대작 지적재산(IP) 확보를 지원하고 AI 기반의 콘텐츠 제작 지원을 확대한다. 특히 영상·음악·게임 분야 관련 법규를 정비하고, 웹툰 콘텐츠 제작과 관련해 소득·법인세 세액공제를 신설한다. 정부는 이같은 프로젝트들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창출될 수 있도록 재정·세제·금융·인력·규제 등 패키지 지원에 힘쓸 계획이다. 향후 5년을 우리 경제의 골든타임으로 삼아 민관합동추진단 및 관계부처 협업을 통해 프로젝트의 가시적 성과 창출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이슈&인사이트] 연준의 ‘스텔스 QE’와 한국은행의 딜레마

2025년 12월 10일, 우리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또다시 밤잠을 설쳐야 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사실상 마지막 임기 중 열린 이번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전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린 '슈퍼 위크'의 정점이었다.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는 3.75~4.00%에서 3.50~3.75%로 25bp(0.25%포인트) 인하되었다. 하지만 이날의 진짜 주인공은 금리인하가 아니었다. 3명의 위원이 반대표를 던지는 이례적인 내부분열 속에서, 연준이 조용히 꺼내든 '준비금 관리 매입(Reserve Management Purchases, RMP)'이라는 낯선 카드가 등장한 것이다. 연준은 12월 12일부터 매월 400억 달러 규모의 단기 국채(T-bills)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였던 200억~300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것은 양적 완화(QE)가 아니다"라고 수차례 강변했다. 과거 금융위기 당시 장기국채나 모기지담보증권(MBS)을 사들여 장기 금리를 끌어내리던 것과는 달리, 단기 자금시장의 유동성을 충분한(ample)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기술적 관리'일 뿐이라는 논지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연준이 매월 400억 달러어치의 국채를 민간에서 사들이면, 그만큼 민간의 무위험 자산(국채) 비중은 줄고 현금(지급준비금)은 늘어난다. 넘쳐나는 현금을 쥔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주식이나 회사채 등 위험 자산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포트폴리오 재조정 효과'이며, 사실상의 양적완화다. 실제로 FOMC 발표 직후 미국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시장이 이를 '유동성 파티의 재개'로 받아들였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연준의 이와 같은 '스텔스 돈 풀기'는 한국은행에 양날의 검이다. 우선 긍정적인 측면은 한미 금리 역전폭의 축소다. 미국의 금리 인하로 양국 간 금리차는 기존 1.50%포인트에서 1.25%포인트(미국 상단 3.75% - 한국 2.50%)로 줄어들었다. 1,400원대 중반에 고착화된 환율과 자본유출 압력에 시달리던 한국은행으로서는 숨통이 트이는 반가운 소식이다. 또한 연준이 공급한 막대한 달러 유동성이 글로벌 자산시장을 타고 일부 국내증시로 유입된다면, 환율안정과 자산가격 부양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을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 현재 우리나라 유동성 상황은 녹록지 않다. 2025년 9월 기준 광의통화(M2)는 전년 대비 8.5%나 급증하며 사상 최대인 4,430조 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12월 초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금융시장안정을 위해 한국은행이 '무제한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을 선언하며 단기유동성을 대거 공급하고 있다. 이미 내부에 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외부발 유동성까지 더해질 경우, 물가불안과 부동산 재과열을 자극할 위험이 크다. 이번 FOMC에서 연준은 2026년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2.3%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반면 한국은행이 제시한 한국의 2026년 성장률 전망은 1.8%에 그친다. 성장률 역전은 통화가치 차별화로 이어진다. 미국경제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미국 예외주의(US Exceptionalism)'가 지속되는 한 연준이 돈을 풀어도 달러약세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미국 자산시장의 활황은 국내 투자자들의 '서학개미' 행렬을 가속화해, 무역수지 흑자로 벌어들인 달러가 다시 금융계정을 통해 빠져나가는 구조적 환율상승 압력을 부추길 것이다. 결국 미연준의 돈풀기가 우리 경제에 '약'이 되게 하려면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수적이다. 첫째,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 연준이 내린다고 해서 섣불리 따라 내렸다간, 좁혀진 금리차가 다시 무색해지고 집값 불안만 키울 수 있다. 현재의 2.50% 금리를 당분간 유지하며, RP 매입 등 미세 조정을 통해 필요한 곳에만 유동성을 공급하는 '핀셋 지원'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둘째, 환율 방어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2026년 1월부터 도입되는 원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KRW FX Bonds)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를 통해 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를 구조적으로 유도하여, 단순히 달러를 팔아 환율을 막는 소극적 개입에서 벗어나 원화수요 자체를 늘리는 적극적 전략으로 선회해야 한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효과와 연계하여 원화자산의 매력도를 높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셋째, 과잉유동성이 부동산이 아닌 생산적 부문으로 흐르도록 물꼬를 터줘야 한다. 가계대출에 대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엄격히 적용하는 한편, AI나 반도체 등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기업금융 지원은 확대해야 한다. 2025년의 끝자락, 파월의 임기내 마지막 실질적인 FOMC회의에서 연준은 다시 유동성의 수도꼭지를 틀었다. 이것이 우리 경제에 단비가 될지 아니면 인플레이션과 투기라는 홍수가 될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대응에 달려 있다고 본다. 돈잔치라는 환상에 취하기보다, 그 뒤에 날아들 수 있는 청구서를 대비하는 냉철한 현실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수현

‘자사주 소각 의무화’ 숨 고르기…민주당, 기존 물량 1년 유예

더불어민주당이 기업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에 대해서는 1년간 처분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등 지도부는 1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기중앙회와의 '중소기업 입법과제 타운홀 미팅'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이날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3차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기존에 보유 중인 자사주의 경우 최소 1년간의 처분 유예 기간을 주실 것을 중소기업계를 대표해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아마 기존 보유 자사주에는 1년 정도 처분 유예 기간이 주어질 것"이라며 “다만 1년이 아니라 더 보유하려고 하면 주총 특별결의를 통해 그 목적에 맞게끔 보유하도록 주주들로부터 동의받는 방식을 취하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한 정책위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생협력법의 처리 상황도 설명했다. 그는 “대·중소기업 간 기술 탈취를 근절하고, 피해 기업에 대한 조사와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한국형 증거 개시 제도', '법원의 자료 제출 명령' 등을 담은 상생협력법이 국회 산업위를 여야 합의로 통과해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법과 관련해 변호사의 비밀 유지권을 담은 변호사법이 같이 개정돼야 한다"며 “변호사법도 법사위에서 논의 중이어서 이 두 법안은 1월 중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청래 대표는 철강업계 지원 성과도 언급했다. 그는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분야에서 중국 저가품에 대한 대응이 상당히 어려워졌다고 한다"며 “이와 관련해 컬러강판 도금 부착량 테스트 방법 신설, KS 인증심사기준 개선, 자동차부품 중소기업 관세 대응 연계 지원 등으로 철강업계에서 한시름 덜게 됐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중소기업중앙회는 민주당에 제도 개선 과제를 공식 건의했다. 중소기업계는 투자 촉진과 규제 혁신, 성장 지원을 주제로 △67개 법정기금의 벤처·스타트업 투자 의무화 △국민성장펀드와 코스닥 활성화 펀드 연계 △인공지능(AI) 학습·분석용 데이터 활용 책임 완화 제도 △고객 기반 금융 AI 서비스 개발을 위한 제도 개선 △혁신형 연구·개발(R&D) 세액공제 확대 등을 요청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이번 정부에서 중소기업 규제가 확실히 개선되고,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도록 민주당 차원에서 입법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민주당에서 정청래 대표와 한정애 정책위의장, 권칠승 중소기업특별위원장, 김원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 등이 참석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석화 재편 D-15…대산 이어 여수도 가닥, 울산만 남았다

에틸렌 생산능력 감축 논의를 가로막던 여천NCC의 원료공급가격 문제가 풀리면서 전남 여수 석유화학산업단지의 '빅딜 2호' 탄생이 임박했다는 기대가 나온다. 충남 대산 석화산단에서 롯데와 HD현대가 자구안을 가장 먼저 내놓은 이후 채권단 실사 과정을 밟는 데 이어 사업 재편에 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다만, 울산 석화산단은 각자 생산효율 극대화 방안을 마련하는 움직임을 보여 석화 재편의 마지막 걸림돌로 꼽힌다. 14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여천NCC가 생산한 기초 유분에 대한 장기 원료 공급계약안을 마련하고 막바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에 올해 초부터 2027년 말까지 공급하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 NCC(나프타 분해설비)를 대상으로 계약을 맺었다. 국제 시장지표와 원가에 기반한 포뮬라(계산식)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한화와 DL 측이 의뢰한 외부 컨설팅 결과를 거쳐 마련됐다. 국내 석화사들은 전남 여수와 충남 대산, 울산 등 석화 산단 3곳을 중심으로 전체 에틸렌 생산 능력을 연간 270만~370만톤 감축하기로 자율협약을 맺고 기업별로 구조재편안을 논의해 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말 여수 석화산단을 찾아 연말로 다가온 자구안 제출 시한을 강조한 바 있다. 여천NCC는 다운스트림 계열 화학제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기초 유분을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에 공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원료가격 갱신을 두고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부딪히며 지난해부터 공급에 차질을 빚었고, 석화 구조개편 논의 실마리도 잘 못 풀었다. 하지만 연료 공급계약 체결을 완료하면서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연말까지 사업재편 자구안을 마련하고 산업통상부에 제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DL케미칼은 이날 별도 입장문을 내고 “에틸렌 등 주요 제품 포뮬러에서 시황 리스크와 자구 노력 달성 부족 상황을 대비해 NCC 원가 반영 비중을 보다 과감하게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 50만톤 규모의 3공장이 아닌 90만톤 공장 1기(1공장 또는 2공장)를 가동 중단(셧다운)한 후 공급량 조절을 통해 이익을 높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화솔루션도 산단 단위로 사업 재편안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제안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최대한 빠른 사업재편을 통해 여천NCC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여수 산단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 간 사업 재편안 마련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LG화학과 GS칼텍스는 각각 연간 208만톤과 9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NCC를 가지고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30일 내놓은 '주주가치 제고 이행 현황' 자료를 통해 “구조적 수익성 제고를 위해 자구책과 더불어 정유사와 협업 기반 상호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업 재편안 마련 속도가 가장 빠른 충남 대산 석화산단의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자구안을 이미 산업통상부에 제출한 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심사와 채권단의 금융 지원을 위한 실사 과정을 밟고 있다. 두 석화사는 에틸렌 연산 110만톤 규모의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을 HD현대케미칼에 인수합병 형식으로 넘긴 뒤,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HD현대케미칼 지분을 기존 60%, 40%에서 절반씩으로 조정하는 내용으로 자구책을 마련했다. HD현대케미칼의 재무 건전성을 키우기 위해 유상증자 형식으로 각각 4000억원씩 출자하겠다는 계획도 채권단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화산업 재편의 마지막 퍼즐로는 울산이 꼽히고 있다. 국내 주요 석화단지 3곳 가운데 에틸렌 생산 설비 규모가 약 170만톤으로 가장 작지만, 에쓰오일이 내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에틸렌 연산 180만톤 규모로 건설 중인 샤힌 프로젝트를 구조재편 대상에 포함할지를 못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원유 정제부터 기초유분 생산, 고분자 화합물 제조까지 생산설비를 공정 하나로 통합한 공장이다. 에쓰오일 측은 샤힌 프로젝트가 국내 석화 산업의 생산 효율과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정부 정책 취지와 부합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SK지오센트릭은 SK가스와 손을 잡고 자체 NCC 경쟁력을 제고를 목표로 나프타 뿐만 아니라 에탄으로도 에틸렌을 생산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대한유화는 올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30%대에 그치는 등 재무 건전성이 양호해 사업 재편을 통한 구조 개선이 시급하지 않은 상황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통일교 의혹’에…與 2차특검 딜레마·野 ‘쌍특검’ 공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의혹이 본격 수사 국면에 들어서면서 연말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민주당은 2차 종합특검 추진을 고수하면서도 통일교 특검 요구에는 선을 긋고 있다. 국민의힘은 두 특검을 모두 하자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통일교 게이트' 관련 의혹으로 입건된 정치인은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롯해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 총 3명이다.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특별전담수사팀은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아 전 전 장관 등에게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해 입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지목된 정치인들은 모두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에 12·3 비상계엄 등과 관련한 '2차 종합특검' 을 추진하던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통일교 의혹을 제외한 채 2차 특검을 강행하기도 어렵고, 반대로 통일교 특검 요구를 수용할 경우 지방선거에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특검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런 입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담수사팀을 꾸린 경찰이 먼저 수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취지다. 또 이번 의혹의 '진원지'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만으로 특검을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민주당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종료 이후 2차 종합특검 추진 자체의 방향성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1차 특검에서 미진한 부분이 수도 없이 많다"며 “2차 종합특검의 수사 범위를 어떻게 할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좀더 세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통일교와 정치권의 유착 의혹이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한 상황에서 해당 사안을 제외하고 2차 특검 논의를 이어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엄정 수사'를 지시한 바 있다. 통일교 특검을 수용할 경우 내란 청산 동력이 약화되고 정부 초기 성과가 희석돼 지방선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통일교 특검을 거부해도 부담인 만큼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중기 특검이 2010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로 1억원 이상 수익을 올렸다는 의혹까지 다시 꺼내들며 공세 강도를 높였다. 통일교 특검에 더해 민 특검에 대한 특검까지 추진하겠다는 '쌍특검'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범야권 의석을 모두 더해도 민주당 동의 없이는 법안 처리가 불가능하지만, 일각에서 특검이 윤영호 전 본부장의 진술을 청취하고도 수사나 사건 이첩을 지연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국민의힘은 여론전을 통해 민주당을 압박해 특검 수용을 관철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은 통일교 게이트 특검은 거부하고 자신들의 2차 특검은 기어이 추진하겠다고 한다"며 “자신들의 범죄는 덮어놓고 내란몰이와 정치보복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혁신당과의 공조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누구라도 뜻을 함께하는 사람은 같이 가는 게 좋겠다"고 밝히며, 개혁신당과의 논의를 거쳐 이번 주 중·후반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개혁신당은 통일교 특검 문제 앞에서는 국민의힘과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협공을 펼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과) 최대한 단일 (특검) 법안을 낼 수 있게 하겠다"며 “천하람 원내대표가 내일 해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면 바로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통일교 파문은 내년 지방선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주당의 유력 부산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전재수 전 장관이 이번 의혹으로 오히려 리스크 요인이 됐기 때문이다. 신동욱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서 “정치적 환경이 급변하고 통일교 게이트가 상당히 파문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이게 꼭 부산시장 문제에 국한되겠느냐는 얘기들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특정 종교 단체와 정치인의 불법적 연루 의혹에 대해 여야, 지위고하와 관계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도 14일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이건 특정 종교에 대한 문제도 아니고, 여야에 대한 문제도 아니다"라며 “국가 운영 원칙에 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재계 3·4세 경영 전면배치…신성장동력 발굴 진두지휘

재계 총수 일가 3·4세들이 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주요 기업 경영 전면에 속속 나서고 있다. 롯데·HD현대·GS·CJ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세대교체 바람의 결과이다. 이들은 국내외 복합위기 상황을 '신성장동력 발굴'과 '혁신 경영'으로 돌파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짊어진 동시에 세습 경영자가 안고 있는 경력·성과 미검증 부분을 자력 극복해야 한다는 이중 과제도 안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올해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부사장)의 역할을 대폭 확대했다. 신 부사장은 앞으로 박제임스 대표와 함께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 대표를 맡기로 했다. 그룹 지주사 롯데지주에 신설되는 전략컨트롤 조직도 이끌게 된다. HD현대는 지난 10월 사장단 인사를 통해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아들인 정기선 수석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정 회장은 HD현대·HD한국조선해양 대표에 더해 내년부터는 HD현대사이트솔루션 공동 대표도 맡기로 했다. GS그룹에서도 총수 3·4세 경영인이 전면에 배치된다. 지난달 인사를 통해 허용수 GS에너지 사장과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이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허용수 부회장은 고(故) 허완구 ㈜승산 회장의 아들이다. 허세홍 부회장은 GS칼텍스 회장을 지낸 허동수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승진한 홍순기 ㈜GS 부회장과 함께 '3인 부회장 체제'를 구축해 허태수 회장을 보필하게 된다. CJ그룹의 경우, 4세인 이선호 CJ 미래기획실장(경영리더)의 영향력이 커졌다. 올해 인사를 통해 상위조직인 미래기획그룹까지 이끄는 방향으로 역할이 확대된 것이다.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의 장남인 구동휘 LS MnM 대표는 사장으로 명함을 바꿨다. 이밖에 농심에서 총수 3세 신상열 전무가 부사장으로 영전했다.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부사장은 앞으로 회사 글로벌·미래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삼양식품 3세 경영인 전병우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전무 자리에 올랐고, SPC그룹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사장 역시 부회장으로, 차남 허희수 부사장은 사장 자리를 차지했다. 재계는 3·4세 경영인의 경영 전면 부상과 관련해 이들이 지나치게 '고속 승진'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해 과도한 의미 부여를 피하는 분위기다. 창업주나 2세들이 밑바닥부터 사업을 배우며 실력을 쌓아왔다는 점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신유열 롯데 부사장은 1986년생이다. 일본 노무라 증권 등에서 경험을 쌓다 2020년 일본 롯데에 입사했다. 곧바로 본부장·기획부장 등 직함을 달았고, 2023년에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 역할을 맡으며 경영 보폭을 넓혔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은 코로나19 대응 실패, 유통 부문 혁신 부재, 화학업종 불황 등을 만나 힘든 시기를 보냈다. 올해 인사에서 전체 CEO의 3분의 1 수준인 20명을 물갈이해야 했을 정도다. 1982년생 정기선 HD현대 회장 역시 본격적으로 회사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다. 수석부장으로 입사하고 1년만인 2014년 상무를 달았다. 2018년부터 현대중공업 부사장, 2021년부터 HD현대 사장을 맡았다. CJ 4세 이선호 경영리더는 1990년생이다. 2013년 입사해 2022년 임원 자리에 오른 뒤 경영 수업을 받아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1982년생 구동휘 LS MnM 사장은 2013년 LS일렉트릭에 차장으로 입사해 6년만인 2019년 임원을 달았다. 신상열 농심 전무는 1993년생으로 지난해 11월 임원이 된 뒤 1년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1994년생인 전병우 삼양식품 COO는 2019년 입사 뒤 1년만에 임원에 오른 뒤 2023년 상무, 올해 전무를 달며 초고속 승진한 케이스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100대 그룹 총수일가 경영인들은 임원 승진 이후 회장에 오르기까지 '평균 17년 11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세보다 3·4세로 갈수록 임원 진입 연령이 낮아지고 승진 속도도 빨라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리더스인덱스는 지적했다. 또한, 재직 중인 총수일가 임원들은 평균 29.4세에 입사해 약 5년 2개월 뒤인 34.9세에 임원을 달았다. 이후 7년 10개월 거쳐 42.7세에 사장으로 승진하는 경영 계승 코스를 밟았다. 입사와 동시에 임원으로 출발한 인원도 28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실력으로 리더 자리를 차지한 전문경영인들과는 분명히 다른 양상이다. 최근 효성그룹 첫 전문경영인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김규영 HS효성 회장은 1972년 동양나이론에 입사해 53년간 회사를 성장시켜왔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권오갑 HD현대 명예회장도 1978년 평사원으로 입사해 40여년만인 2019년 회장 자리에 올랐다. 문제는 최근 재계 주요 기업들을 둘러싼 글로벌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해외에선 미국발 '관세전쟁'의 후폭풍이 계속 불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국내도 고환율 장기화로 수출·수입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고, 인공지능(AI) 혁명 등 미래기술 전환의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 이같은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속승진의 재계 '젊은 리더'의 경영진 발탁은 기업의 본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미래성장 분야에서 새로운 동력을 발굴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과업 달성을 의미한다. 경험이 부족한 재계 3·4세가 '신성장동력 발굴' 특명을 받고 있는 현상에 대해 재계는 기대와 걱정이 혼재하는 분위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영 능력 입증이 아니라 관련 경험 자체가 없는 직원이 총수 일가라는 이유로 고속 승진하는 관행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총수 일가 세대교체는) AI 시대 도래가 전문경영인 '관록의 가치'를 약화시킨 측면도 있다"며 “과거에는 오랜 경험과 축적된 통찰이 강점이었지만 최근에는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읽고 실행하는 젊은 임원들이 더 적합하다는 인식도 확산됐다"고 진단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일 못한다”…코레일·도공·인천공항, 李 대통령 질타에 ‘곤혹’

이재명 대통령이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인 코레일과 한국도로공사, 인천국제공사 등에 대해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 문제를 질타했다. 공교롭게도 대부분 전임 정권 시절 임명된 사장들이 아직 재임 중인 곳이라 해당 기관 관계자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15일 대통령실과 국토부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국토교통부 업무보고를 가졌다. 이 자리엔 김윤덕 국토부 장관을 비롯해 국토부 산하 주요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인천국제공항공사(인천공항), 한국도로공사 등의 기관장들이 참석했다. 특히 이날 업무보고 결과 본청인 국토부보다 산하 기관인 코레일, 인천공항, 도로공사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 공기업들은 각각 철도와 항공, 도로라는 전 국민이 매일 이용하는 핵심 교통 수단을 관장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대국민 교통 서비스를 수행해 국민 생활 전반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 공기업의 경영 행태에 대해 비판적인 지적과 함께 추후 개혁을 요구하면서 해당 공기업들은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우선 이 대통령은 코레일의 방만 경영에 대해 지적했다. 코레일은 철도차량 제작업체인 다원시스와 2018∼2019년 철도차량 총 358칸을 2022∼2023년까지 납품하는 6720억원 규모의 1·2차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210칸의 납품이 최대 3년 가까이 지연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계약금의 절반 이상에 달하는 4000억원이 이미 다원시스 측에 선급금으로 지급된 상태다. 다원시스는 10월 국감에서 이 같은 사실을 지적받자 11월에 1000억원을 빌려 철도차량 제작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 재원이 부실 기업에 제대로 된 감사 없이 흘러들어간데 대해 이 대통령은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통령은 “국감을 통해 국회에서 납품 지연에 대한 지적이 들어오자 (다원시스가) 뒤늦게 (철도차량 제작) 작업을 한 것이 아니냐"며 “이건 대규모 사기 사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어떻게 선급금을 60%를 주느냐. 선급금으로 받아 간 것조차도 수천억인데 그 돈이 없어서 1000억을 빌려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질타한 뒤 “대규모 사기 사건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선급금을 최대 20% 이상 못 넘게 하거나 필요한 경우 승인을 받도록 하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코레일은 역사 관리, 주차장 관리, 직원 관리 등 산하 수많은 서비스 업무 산하 자회사들을 둔 사실에 대해서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비판 받았다. 이 대통령은 코레일 산하 업무 자회사들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코레일 및 산하 조직 개편을 지시했다. 도로공사도 강하게 지적을 받았다. 도로공사는 이미 지난 9월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통해 도로 청소 상태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제기한 바 있다. 이날도 이 대통령은 함진규 도로공사 사장에게 “지난번에도 한번 도로 청소에 대해 지적했는데, (도로 청소 문제가) 잘 해결됐는가"라고 물었다. 함 사장은 “경주 APEC때도 전국 도로를 차질 없이 청소했다"고 답했다. 전국 고속도로의 휴게소 비싼 물가 문제도 또 거론됐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에게 업무보고를 받던 이 대통령은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 질이 형편없이 낮은데 가격은 너무 비싸다는 비판이 많다"며 “휴게소 단가 문제를 명확히 파악하고, 휴게소 관리를 전담하는 조직을 새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시했다. 주요 수입원인 고속도로 휴게소 관리 업무가 다른 곳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만큼 공사 입장에선 조직 전체가 흔들릴만큼 난처한 형국에 처한 상황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외화 불법 반출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의 질책을 받고 진땀을 흘렸다.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 자리에 참석한 이학재 인천공항 사장에게 “1만달러 이상은 해외로 가지고 나가지 못하게 돼 있는데, 수만달러를 100달러짜리로 책갈피처럼 (책에) 끼워서 (해외로) 나가면 안 걸린다는 데 실제 그러냐"고 물었다. 이에 이 사장이 이런 사례를 세관에 적발했다고 답변하자 이 대통령은 “옆으로 새지 말라"며 질문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고, 이 사장이 해당 문제가 공사 업무 소관이 아니고, 실무적인 사안은 잘 모르겠다고 답하자 “참 말이 기십시다"라며 언제 사장으로 취임했는지 물었다. 이 사장은 2023년 6월에 3년 임기로 취임했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3년씩이나 됐는데 아직도 업무 파악이 제대로 안 된 느낌"이라고 쏘아붙였다. 철도, 도로, 항공 등 대국민 교통 서비스 공기업들이 이 대통령으로부터 외부로 공개된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강한 질책을 받으면서 교통 관련 공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이 해당 공기업들을 대상으로 전반적인 실태 조사와 조직 개편 등을 지시하면서 해당 공기업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 개혁의 막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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