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도 않는 공보물, 외벽 덮는 현수막”…지선이 남긴 ‘환경 청구서’

“읽지도 않는 공보물, 외벽 덮는 현수막”…지선이 남긴 ‘환경 청구서’

28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오피스텔. 지난 25일 배달된 선거 공보물이 이틀이 지나도록 우편함에 그대로 꽂혀 있었다. 216세대 규모의 이 건물에서 오후 2시 기준 106개의 공보물 봉투가 수거되지 않은 채였다. 우편함 한쪽에는 봉투째 쌓인 공보물 19개가 별도로 방치돼 있었다. 건물 관리인은 “선거공보물이라 함부로 버리기도 애매하다"며 “언제 다 치울지 아직 결정 못 했다"고 했다. 같은날 강서구 화곡역 인근 '화곡빌딩' 외벽에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현수막이 6층부터 9층까지 4개 층을 뒤덮고 있었다. 맞은편 빌딩..

“GTX·서소문·굿당·칸쿤”…‘네거티브’로 끝난 서울시장 첫 TV토론회

28일 오후 11시에 열린 6·3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자 첫 TV토론회에서 여야 후보들은 '주거 공급 실적', 'GTX 철근 누락 은폐' 등을 주제로 상대를 향해 공세를 퍼부었다. 특히 서소문·수서 공사 현장 사망 사고가 토론 직전 발생한 탓에 '안전 행정 실패' 공방이 시작부터 나왔고, '반칙' '거짓말' '유착' 등 거친 표현이 난무하는 격렬한 네거티브전이 이어졌다. 권영국 정의당 후보는 시작 발언부터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정조준했다. 권 후보는 “서소문 고가차도, 수서역 부근 공사 현장 등 서울시에서 이번 주에만 노동자 6명이 작업 중 목숨을 잃었다"며 “오세훈 후보는 무슨 낯으로 이 자리에 서 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GTX 철근 누락을 서울시가 보고받고도 5개월이나 숨겼다. 알고도 묵인했다면 범죄, 정말 몰랐다면 심각한 문제"라며 “어느 쪽이든 서울시장 자격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오 후보는 주도권 토론에서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선거 운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이어 “철도공단과 국토교통부가 보강 작업을 통해 안전하다고 인지하고 5월 4일부터 90여 회 시험 운행을 마쳤다"며 “선거전이 불리해지자 민주당이 주도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권 후보는 “거짓말이면 당선 무효가 된다. 보고를 받았느냐, 안 받았느냐"고 재차 압박했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주도권 토론에서 GTX 철근 누락 관련 문제를 재차 꺼냈다. 정 후보는 “서울시 담당 본부장은 중대 과실이 아니라며 보고도 안 했다고 하는데, 국토부 국장은 이 사실을 듣자마자 장관과 차관에게 대면 보고했다"며 “6개월 가까이 보고가 안 된 것은 큰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담당 본부장 판단처럼 일반적인 부실 시공이냐, 중대한 부실 시공이냐"고 따져 물었다. 오 후보가 “보완 가능하냐, 시험 운행을 할 정도로 안전하냐가 핵심"이라며 답변을 피하자, 정 후보는 “명확하게 말씀을 못하는 게 안전 불감증"이라며 “오세훈 후보는 아직도 삼성역 현장에 가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에 오 후보는 “지금 자꾸 그것을 선거용 소재로 쓰고 있기 때문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90회 시험 운행까지 마친 상태"라고 맞받았다. 주거 안정 대책을 주제로 한 주도권 토론에서 양 후보는 공급 실적을 두고 정면 충돌했다. 정 후보는 “오세훈 후보가 취임 후 매년 8만 호씩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착공 기준 실제 공급은 3만 9000호에 그쳤다"며 “본인 약속의 절반도 못 지키면서 왜 전임자와 정부 탓을 하느냐"고 몰아붙였다. 이에 오 후보는 “박원순 전 시장이 재건축·재개발 구역 389곳을 해제해 놓고 떠났기 때문에 지금 그것을 원상복귀하고 있는 것"이라며 “신속통합기획으로 구역 지정에 5년 걸리던 것을 2년 6개월로 단축하는 어려운 일을 해냈다"고 반박했다. 정 후보가 “공공 재개발, 도심공공복합사업, 리모델링 등 세 가지 사업은 왜 외면했느냐"고 재차 추궁하자, 오 후보는 “리모델링은 재건축이 인기를 끄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위축된 것"이라며 “일정 물량은 진도가 나가고 있다"고 했다. 오 후보는 정 후보를 향해 성동구청장 재임 시절 '아기씨 굿당' 토지 기부채납 의혹을 집중 공략했다. 해당 의혹은 정 후보가 성동구청장 재임 당시 행당7구역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48억원 규모의 이른바 '굿당 건물'을 신축한 뒤 이를 기부채납 받기로 해놓고, 완공 이후에는 건물 대신 현금 기부채납을 요구해 재개발 조합 측에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다. 오 후보는 “200억원으로 추정되는 아기씨 굿당 땅을 구청에서 조합의 기부채납으로 안내했다는데 조합장이 배임으로 구속돼야 하는 상황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행당 7구역 어린이집 문제도 거론하며 “공무원 실수로 17억원을 반환하면서 7000만 원을 이자로 물었는데 해당 공무원을 징계했느냐"고 압박했다. 정 후보는 “아기씨 굿당 결정은 2008년 한나라당 구청장 시절에 이뤄진 것"이라며 “제가 취임 후 기부채납이 불가하다는 점을 분명히 설명했고 조합과 해당 측이 진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덮개공원 문제에 대해선 “서울시가 조합에 허가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요구해 놓고 같은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맞섰다. 오 후보가 거듭 징계 여부를 물어붙이자 정 후보는 “반칙하지 마십시오. 제 시간"이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오 후보는 “틀린 내용을 말씀하시는 것 아닙니까"라며 말을 끊었다. 정 후보가 “왜 끊고 반칙을 하십니까"라고 항의하는 사이 오 후보는 “앞에서 다 거짓말을 해 놓고"라고 받아쳤고, 결국 사회자가 직접 개입해 토론을 중단시켜야 했다. 또 김정철 개혁신당 후보는 주도권 토론에서 '칸쿤 해외 출장' 논란도 꺼내들었다. 이에 정 후보는 “자원봉사센터장은 기부하며 활동하는 이사들이며 계약 절차는 법에 따라 정확하게 진행됐다"고 반박하면서 “재탕 삼탕이고 주제와 관계없는 흑색선전"이라고 맞섰다. 이어 “네거티브를 중단하고 정책 선거를 하자고 요청했는데, 한편으로는 정책 선거를 하자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네거티브를 하는 것은 시정돼야 한다"고 했다. 이에 김 후보는 “토론 기회가 오늘 하루밖에 없고 내일이 사전 선거일"이라며 “정책 토론을 하고 싶었지만 TV 토론 제안을 계속 회피한 것은 정 후보"라고 받아쳤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박서현 인턴기자

카카오 노조, 6월 파업 예고…카카오 “비상대응체계 마련”

사측과 교섭이 결렬된 카카오 노조(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크루유니언)가 오는 6월 파업을 예고했다. 28일 카카오 노조는 별도의 입장문에서 “전날 카카오 법인의 2026년 임금협약 교섭에 대해 노동위원회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졌다"며 “지금의 갈등은 단순한 숫자의 차이가 아니라 회사와 구성원 사이의 신뢰가 얼마나 무너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의 가치가 정당하게 존중받고, 회사의 성과가 함께 일한 구성원들과 공정하게 나누어질 수 있도록 조합원들과 함께 6월 파업 투쟁을 본격적으로 준비해나갈 것"이라며 “다만 조정중지 결정 이후에도 대화의 가능성을 완전히 단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파업 투쟁에 관한 구체적인 일정은 별도의 채널을 통해 말씀드릴 것"이라며 “다시 사랑받는 카카오가 될 수 있도록 노조도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이번 입장문에서도 노조가 단순히 임금 인상만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반복되어 온 불투명한 성과보상 구조를 개선하고, 회사의 성장과 성과가 실제로 일한 구성원들에게도 합리적으로 분배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자고 요구해왔다"며 “또 일방적인 조직 운영과 불안정한 의사결정으로 인해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 역시 함께 제안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지속적으로 '경영쇄신'을 이야기해왔지만, 진정한 쇄신은 비용 절감이나 조직 재편이 아니라 구성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카카오 본사 노조가 파업을 예고하면서 카카오의 서비스에도 일부 차질이 예상된다. 카카오 창사 이래 본사 차원의 실제 파업이 이루어진 경우는 없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아직 파업 일정이나 규모 등을 알지 못해 답변하기 어렵다"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서비스 안정성을 유지하고 고객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비상대응 체계를 갖추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사내 공지를 통해 “여러 우려와 불확실성을 빠르게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점,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서로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차이를 대화로 풀어가며 다시 하나의 카카오로 힘을 모아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BTS 바가지 요금 ‘꼼짝마’…신고 시 과징금 최대 10% 포상금

정부가 6월 방탄소년단(BTS) 공연을 앞두고 부산 등 인근 지역 내 대체 숙박시설을 운영하기로 했다. 숙박 바가지 요금을 막기 위해 교회·템플스테이 등 종교시설, 대학교, 공공기관 연수원, 청소년 수련시설 등을 관광객들에게 유·무상 숙소로 제공한다. 바가지요금이 적발된 숙박업체에는 호텔업 등급 평가에서 감점을 최대 10점에서 30점으로 올려 패널티도 강화된다. 재정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지역 바가지요금 근절 관련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이 같이 발표했다. 정부는 6월 12∼13일 BTS 공연을 앞두고 부산과 양산, 창원 등 인근 지역에 현재까지 1300개 규모의 대체 숙박시설을 확보했다. 이용 가능 시설과 예약 방법은 '비짓부산'과 한국관광공사 '비짓코리아' 누리집을 통해 안내할 예정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최 준비 현황을 보고받을 때 “BTS 공연 관련 숙박비 바가지 때문에 부산 이미지가 나빠져 개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BTS의 부산 공연을 앞두고 일부 숙박업소 1박 요금이 90만원에서 200만원 이상 오른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부산시는 '공정숙박 챌린지' 등 캠페인을 통해 민간 업소에 정상가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독려하기로 했다. 관내 외국인 거주자의 홈스테이 활용 방안도 검토한다. 또 부산 인근 지역으로 이동하는 야간열차와 부산-서울 간 심야버스 증편 등 교통편 확대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바가지 요금 관련 단속과 제재도 강화된다. 오는 29일과 다음 달 8~9일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합동 특별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공연장 인근 숙박업소의 운영 실태와 위생 상태, 가격 담합 여부 등을 집중 점검한다. 위반 행위 적발 시 시정명령과 영업정지 등 즉각적인 제재 절차에 착수할 방침이다. 바가지요금으로 소비자 피해가 인정된 숙박업체에는 호텔업 등급 평가 감점이 현행 최대 10점에서 최대 30점 수준으로 늘어난다. 부산시는 다음 달 15일까지 부산역과 서면, 공연장, 관광지 등을 중심으로 숙박업 특별기획수사를 진행한다. 미신고 숙박업 영업행위와 숙박요금 게시·준수 의무 위반, 위생기준 위반 등이 적발되면 형사 입건과 행정처분 등 엄중 조치할 계획이다. 소비자 피해 신고 체계도 강화된다. 지역번호 120과 관광불편신고센터 1330으로 접수된 예약 취소 등 피해 사례는 부산시 등 지방정부에 즉시 공유해 현장 점검에 활용한다. 국세청과도 조세탈루 여부를 조사할 수 있도록 협업 체계를 구축한다. 정부는 신고 활성화를 위해 신고포상금 지급 한도도 폐지하기로 했다. 과징금의 최대 10%를 포상금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개정도 추진한다. 공정위는 한국소비자원, 부산소비자단체협의회 등과 함께 29일부터 '소비자 피해예방주의보'를 발령한다. 이 기간 바가지요금 등 소비자 주요 피해 사례와 대응 요령을 안내한다. 정부는 숙박업 시기별 요금 상한을 자율적으로 사전 신고·공개하는 '바가지 안심가격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가격 미표시·허위표시 등에 대한 제재 강화, 일방적 예약 취소 제재 규정 신설 등 관련 법령 개정도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읽지도 않는 공보물, 외벽 덮는 현수막”…지선이 남긴 ‘환경 청구서’

28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오피스텔. 지난 25일 배달된 선거 공보물이 이틀이 지나도록 우편함에 그대로 꽂혀 있었다. 216세대 규모의 이 건물에서 오후 2시 기준 106개의 공보물 봉투가 수거되지 않은 채였다. 우편함 한쪽에는 봉투째 쌓인 공보물 19개가 별도로 방치돼 있었다. 건물 관리인은 “선거공보물이라 함부로 버리기도 애매하다"며 “언제 다 치울지 아직 결정 못 했다"고 했다. 같은날 강서구 화곡역 인근 '화곡빌딩' 외벽에는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현수막이 6층부터 9층까지 4개 층을 뒤덮고 있었다. 맞은편 빌딩 4층엔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 현수막이 창문 두 개를 가린 채 걸려 있었다. 이날 오후 3시 10분부터 30분간 화곡역 사거리 신호등 4개 방향을 오간 보행자 760명 중 오세훈 현수막 쪽으로 시선을 준 사람은 7명에 그쳤다. 정원오 현수막을 본 시민은 단 3명이었다. 발산동에 사는 김모(30)씨는 “현수막 지금 처음 봤다. 나무에 가려져 눈에 잘 안 띈다"고 했다. 우장산동에 사는 최모(62)씨는 “오세훈, 정원오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냐. 굳이 저렇게 크게 붙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6·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읽히지도 않는 공보물과 건물 외벽을 뒤덮는 초대형 현수막이 전국 곳곳에 쏟아지고 있다. 이번 선거 최종 등록 후보자는 총 7829명으로 저마다 얼굴을 알리기 위한 홍보물 경쟁이 불붙은 결과다. 일각에서는 “선거가 끝나면 이 모든 것이 환경 청구서로 돌아온다"고 경고했다. 이번 6·3 지방선거 공보물은 24일까지 발송돼 각 가정에 배달됐다. 서울 지역의 경우 한 세대에 배달된 공보물만 34개에 달했다. 서울시장 후보 공보물이 최대 6장(정원오·오세훈), 강서구청장 6장(진교훈·김진선), 교육감 후보 공보물이 최대 6장(한만중·조전혁·정근식)씩 들어 있었다. 거대 정당 후보는 고급 용지로 최대 분량을 채웠지만, 군소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은 흑백 단면이나 명함 크기로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전국 단위로 보면 2022년 지방선거에서 사용된 공보물은 5억 8000만 부로, 한데 모으면 여의도 면적의 10배(2.9㎢)에 달했다. 한 환경 전문가는 “이번 선거도 규모는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 공보물을 제대로 읽는 유권자는 드물다. 서대문구에 사는 강승민(27)씨는 “19대 대선부터 수많은 공보물을 받았지만 한 번도 뜯어본 적 없다"며 “바로 버릴 때도 있고, 관리인이 수거하실 때까지 우편함에 꽂아둔 적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올해 2~3월 유권자 68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종이 공보물 활용 방식을 묻는 질문에 '대충 훑어봄'이 52.2%로 가장 많았다. '봉투째 버린다'는 응답도 18.8%, '읽지 않음'도 17.5%였다. 자세히 읽는다는 응답은 11.4%에 불과했다. 또 초대형 현수막이 선거운동 기간 전국 곳곳에 내걸리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사무소와 선거연락소에 설치하는 현수막의 규격과 수량에 별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이 빈틈을 파고들듯 후보들은 도심 건물 외벽을 통째로 활용하고 있다.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부산 북구갑에서는 총 9층짜리 건물 1층에 선거사무실을 차린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는 6~8층 외벽을 현수막으로 뒤덮었다. 같은 건물 3~5층은 정명희 후보 현수막이 차지하며 9층 건물 전체가 사실상 선거 광고판으로 변했다. 하정우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6층짜리 건물의 3~5층을 현수막으로 덮었다. 캠프들도 딜레마를 인정한다. 한 지역 선거 캠프 관계자는 “SNS나 유튜브는 실제 유권자가 아닌 사람이 볼 가능성도 크고, 각 집으로 들어가는 공보물을 얼마나 많이 보겠냐 싶지만 후보자 입장에서는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며 “현수막이 도로 미관을 해치고 환경파괴 우려도 있지만, 이렇게라도 후보와 공약을 알릴 기회가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 허용된 분량 안에서는 안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선거가 끝난 뒤다. 지난해 전국 폐현수막 발생량은 4971t으로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553t은 재활용되지 못했다. 현수막은 폴리에스테르 합성섬유가 주성분이어서 매립해도 잘 썩지 않고, 소각 시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을 배출한다. 재활용 비용이 소각비보다 최대 3배 이상 비싸 실제로는 소각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상태가 나쁜 것들은 소각 처리한다. 매립은 환경적으로 좋지 않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종이 공보물의 환경 비용도 만만치 않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공보물·투표용지·벽보 인쇄에 쓰인 종이만 1만 2853t이었다. 종이 1t 생산에 30년생 나무 17그루가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선거 한 번에 나무 21만여 그루가 사라진 셈이다. 특히 공보물에 쓰이는 코팅 종이는 재활용이 어려워 대부분 일반 폐기물로 처리된다. 여기에 종잇값·인쇄비·우편 배달 비용에 수작업 포장 인건비까지 합치면 수천억 원대의 세금이 투입된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 없이는 이 구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세계 최고인 한국에서 국민 세금으로 현수막을 이렇게 남발하는 게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국회가 작심하고 합의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친환경 현수막'이란 없다. 피해가 덜할 뿐이지, 안 만드는 것만큼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은 없다"며 현수막 허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낭비되는 현수막과 공보물에 대한 고민 없이 지나치게 관행적으로 행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하며, “공보물 재질을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바꾸고, 필요한 유권자만 선별적으로 받을 수 있는 맞춤형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이동윤 인턴기자

“재산 5억6천만원 누락 의혹”…서울시의원 후보 간 고발전 격화

박상혁 개혁신당 서울시의원 후보는 김지훈 국민의힘 서울시의원 후보가 서초구의원 재직 당시 배우자 재산 5억6천여만원을 신고하지 않았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박 후보는 28일 서울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가 재산신고 과정에서 배우자의 재산을 3차례나 고의로 누락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후보에 따르면, 김 후보가 누락한 재산은 현재 거주 중인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 전세금과 배우자의 예금, 가상자산 등을 포함해 5억6천여만원 규모다. 박 후보는 “김 후보는 서초구의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배우자 재산을 고의로 은폐·누락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김 후보가 2023년 12월 31일, 2024년 12월 31일, 2025년 12월 31일 등 총 3차례 공직자 재산신고 때 배우자 재산 신고를 누락했다고 지적했다. 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박 후보는 “김 후보가 5억6천여만원을 어디에서 충당했는지 의문"이라며 “증여라면 증여세를 납부했는지, 축의금이라면 재산신고를 했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김 후보를 공직자윤리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초경찰서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투표 ‘D-6’ 여론조사 ‘깜깜이 기간’ 시작…막판 표심 향방은?

6·3 지방선거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이른바 '깜깜이 기간'이 시작됐다. 실투표 전 실시하는 여론조사 결과는 유권자 표심이 어떤지 볼 수 있는 상징적 지표로 평가 받는다. 각 진보·보수 진영 캠프의 기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주요 격전지별 여·야 후보들도 막판 판세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 본투표일 6일 전인 28일부터 선거 당일 오후 6시까지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된다. 이 기간은 표심 왜곡 등 선거의 공정성을 위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마련됐다. 상대적으로 가장 최근에 조사된 여론조사 결과는 본투표 전 민심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그만큼 이번 선거에서도 핵심 격전지 위주로 민심이 어디로 흐를지 블랙아웃 기간 전 투표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는 오차범위 밖에서 민주당이 우세하고, 대구시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강세를 나타냈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에서는 여야 간 접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24~25일 뉴스핌·리얼미터가 실시한 서울시장 지지도 조사 결과, 정원오 민주당 후보는 48.8%,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41.4%였다. 두 후보 간 격차는 7.4%p로 오차범위 밖에서 정 후보가 앞섰다. KBS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지난 21~25일 부산시장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재수 민주당 후보는 46%,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는 34%로, 전 후보가 12p%의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섰다. 대구시장 후보 지지도에 대한 CBS·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는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50.1%, 김부겸 민주당 후보가 41.1%로 집계됐다. 두 후보의 격차는 9.0%p로 추 후보가 오차범위(±3.1%p) 밖에서 앞섰다. 부산 북갑 재선거 지지도 조사에서는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38.2%로 우세했다. 뒤이어 하정우 민주당 후보는 34%,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가 23.3% 순으로 집계됐다. 기사에 인용된 뉴스핌·리얼미터 조사는 5월 24~25일 서울시 성인 803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조사방식을 통해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였다. 부산시장 지지후보에 대한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는 5월 21~25일 부산시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면접을 통해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였다. CBS 의뢰로 KSOI가 5월 24~25일 대구 거주 성인 1001명에게 실시한 대구시장 후보 지지도 조사는 무선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였다. 부산 북갑 재선거 지지도 조사(부산일보·에이스리서치)는 5월 23~24일 부산시 북구 갑 선거구에 거주하는 성인 502명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방법은 무선전화면접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직전 2022년 지방선거를 돌이켜보면 깜깜이 기간 여론조사 결과와 당선 결과가 들어맞는 일부 사례가 있었다.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19.8%포인트(p)차로 제치며 당선됐다. 6·1 본투표 전 20%p 격차를 유지하던 각종 여론조사 결과들과 큰 차이가 없던 셈이다. 유권자 최다 지역인 경기지사 선거에서도 김동연 민주당 후보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0.15%p차로 따돌리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블랙아웃 직전 여론조사에서도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는데, 실제 투표에서도 초박빙 양상을 벌이며 예측이 적중한 경우였다. 물론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지선 결과와 크게 빗나가면서 흑역사를 썼던 때도 있었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때, 오세훈 한나라당(국민의 힘 전신) 후보가 압승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한명숙 후보와 0.6%p 차이로 당선됐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등록·공개 시스템이 체계화되기 전인 터라 당시 주요 언론사들의 여론조사를 분석해보면, 오 후보가 10%p 중후반대로 크게 앞설 것으로 예측됐으나 실제론 근소차로 간신히 따돌린 사례였다. 표심 향방이 불확실한 가운데 주요 여·야 후보들은 막바지 민심잡기에 한창이다.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8일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는 나란히 군위군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예정지에 동시 출격해 관련 공약 발표에 나섰다. 광역단체장·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동시 진행되는 부산에서는 전·현직 대통령이 방문해 대리 유세전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지난 26일 이재명 대통령은 부산 자갈치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직접 소통에 나섰고, 다음 날 박근혜 전 대통령은 기장시장에 들러 보수층 결집에 나섰다. 최대 격전지인 서울에서는 서소문 고가 붕괴 사고 등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선거 유세도 잠정 중단된 분위기다. 여·야 서울시장 후보들은 선거 운동을 멈추는 대신, 사고 현장에 방문하거나 희생자 추모에 집중하고 있다.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사전투표를 앞두고 개인적으로 표심 가닥은 잡혔다고 판단되나, 일부 지역에서 변수가 남아 있다"며 “대구의 경우 박 전 대통령 등판과 함께 보수층 결집을 통해 1%라도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 투표율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부산 북갑은 변수로 보수 단일화가 남아있다"며 “만일 한동훈 무소속 후보쪽으로 단일화가 진행되면 하정우 민주당 후보 입장에선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선거의 여왕’ 박근혜 등판…국힘 뒤집기 성공할까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다시 선거 유세 전면에 섰다. 박 전 대통령은 28일 강원도 원주와 횡성 지역을 찾아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 등과 동행하며 지지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2017년 탄핵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본격적인 공개 선거 지원에 나선 박 전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선거 막판 보수층 결집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중도층 반발과 과거 탄핵 정국 재소환 가능성을 거론하며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찾은 원주 중앙시장 일대는 이른 시간부터 시민들과 지지자들로 북적였다. 시장 입구와 골목 곳곳에는 휴대전화를 든 시민들이 몰렸고 경찰과 경호 인력은 안전사고에 대비해 이동 동선을 통제했다. 시장을 찾은 일부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박 전 대통령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이날 지원 유세에는 김진태 강원도지사 후보를 비롯해 원강수 원주시장 후보, 강원지역 국회의원, 광역·기초의원 후보자와 지지자 등이 총출동했다. 붉은색 상의를 입은 지지자들과 시민들은 “박근혜"를 연호하며 손을 흔들었다. 일부 지지자들과 상인들은 지나가는 박 전 대통령을 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앞으로도 강원도가 계속 발전하려면 김진태 후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원주 시민 여러분, 강원도민 여러분 부디 많은 도움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횡성으로 이동해 추가 유세 일정에 나섰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대구·충북·대전·경남·울산·부산 등을 잇달아 방문하며 보수층 결집을 위한 지방선거 지원 유세 행보를 이어왔다. 이번 일정은 선거 막판 보수 표심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국민의힘 전략의 상징적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주요 격전지 판세가 당초 예상보다 접전 양상으로 흐르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전통 보수층 투표율이 승부를 가를 핵심 변수라는 판단이 강해진 분위기다. 정치권에선 박 전 대통령의 잇단 지원 유세 행보가 보수 지지층 재결집의 계기가 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충분히 보수 결집을 이뤄낼 수 있는 상징성이 있다고 본다. 결집이라는 것은 결국 투표장에 가게 만드는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은 보수층을 투표장으로 움직이게 할 정도의 인물"이라고 말했다. '선거의 여왕'을 통한 반전 계기를 마련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과거 2004년 총선과 2006년 지방선거, 2012년 총선 등에서 보수 진영 승리를 이끌며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얻은 바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한 지지층의 높은 관심과 상징성이 여전히 확인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탄핵 이후 공개 정치 행보를 자제해왔던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유세 현장에 등장한 것 자체가 전통 보수층에는 강한 결집 메시지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장을 가득 채운 열기와 별개로 이른바 '박근혜 효과'의 실질적 파급력을 둘러싼 냉정한 평가도 동시에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행보가 보수 진영 내부 결집에는 일정 부분 효과를 낼 수 있겠지만, 선거 전체 판세를 뒤흔들 만한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된 전직 대통령이라는 정치적 상징성을 동시에 안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지난 2017년 대통령직에서 파면됐고, 이후 뇌물 및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징역 22년형이 확정됐다. 2021년 특별사면·복권이 이뤄졌지만, 정치권에서는 탄핵이라는 역사적 상징성이 여전히 유권자 인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특히 강성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팬덤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그 영향력이 과거처럼 중도층과 청년층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이날 유세 현장 역시 중장년층 이상 지지자 비중이 높았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인물들에 대한 사회적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특히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가 현재까지 형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박 전 대통령의 공개 정치 행보가 일부 유권자들에게 탄핵 정국을 다시 상기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를 겨냥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총괄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27일 박 전 대통령의 지원 유세에 대해 “탄핵당한 대통령이 지금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돌아다니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방문이 실질적인 표심 변화보다는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전직 대통령'에 대한 상징적 환영 성격이 강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치 환경 자체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는 점 역시 변수로 꼽힌다. 최근 유권자들은 특정 정치인 개인의 상징성보다 민생·경제·후보 경쟁력 등을 보다 복합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정치적 충성도보다 실용성과 정책 경쟁력을 중시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의구심을 품는 시각도 존재한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대구·경북 등에서는 일부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전국적인 선거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2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의 지방선거 지원 유세와 관련해 “선거판을 변화시킬 역량을 발휘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이동윤·박서현 인턴기자

[박영범의 세무칼럼] 주가조작의 끝은 세무조사다

2009년 개봉한 주식 범죄 영화 '작전'에서 조폭 출신의 벤처기업 사냥꾼 황종구는 “대한민국 경제는 내가 돌리는 거야"라며 호기롭게 외친다. 평범한 개미투자자 강현수를 비롯한 작전 세력이 600억 원 규모의 주가조작을 기획했던 이 이야기는 스크린 속 상상으로만 남지 않았다. 2025년 대한민국 주식시장 코스닥에 스스로를 “영화 의 주인공"이라 부르며 판을 짠 실사판 작전 세력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결말은 영화보다 훨씬 씁쓸하고 가혹했다. 새롭게 도입된 '리니언시(자진신고)' 제도로 인해 철석같이 믿었던 동료의 배신을 겪고, 검찰의 구속을 넘어 국세청의 전방위적인 세무조사까지 마주하게 된 대한민국 '리니언시 1호' 주가조작 사건의 전모를 파헤쳐 본다. 이번 사건의 총책 A(구속)는 기업사냥 전문가로 통하며, 영화 속 황종구처럼 작전의 전체적인 판을 짰다. 그는 현직 증권사 부장이었던 B(구속)를 포섭해 실행력을 갖추었고, 재력가 C(구속)와 전주(錢主) D로부터 작전에 필요한 현금 30억 원을 끌어모았다. 이들은 철저하게 역할을 분담하여 기획과 실행을 담당하는 'OO 팀'과 자금 조달 및 바람잡이를 맡은 'O 패밀리'라는 두 개의 조직으로 움직였다. 이들이 먹잇감으로 삼은 곳은 코스닥 상장사 '가' 기업이었다. 이곳은 최대 주주 지분율이 45%로 높아 시중에 유통되는 물량이 적은 전형적인 '품절주'였다. 게다가 총책 A는 2대 주주의 보유 주식 17%에 대한 매수 권한(속칭 '모찌')까지 미리 확보해 두었다. 즉, 유통 물량을 완벽히 통제해 적은 자금과 거래량만으로도 주가를 쉽게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범행의 시작은 대담했다. 재력가 C와 전주 D는 시세조종에 쓸 현금 30억 원을 여행용 캐리어에 꽉꽉 채워 담아, 수십 개의 차명 계좌 및 대포 폰과 함께 선수 B가 일하는 증권사 사무실로 직접 배달했다.준비를 마친 이들은 2025년 1월 14일, 전일 종가 1,926원이던 주가를 단숨에 상한가인 2,490원으로 끌어올리며 작전의 서막을 열었다. 이후 거래량을 평소의 400배까지 폭증시키며 집중적인 통정매매(서로 짜고 치는 매매)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총책 C는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시장에 허위 호재를 퍼뜨리는 속칭 '펄 붙이기' 작업으로 개미투자자들을 유혹했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주가를 7,000원 이상으로 띄운 뒤, 고점에서 개미들에게 차명 주식을 모두 떠넘기고 수익을 반씩 나누는 것이었다. 실제로 주가는 한때 장중 4,105원까지 폭등하며 이들의 탐욕을 채워주는 듯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범죄 카르텔은 2025년 3월 14일, 공범 중 한 명의 '배신'으로 주가가 갑자기 하한가로 곤두박질치며 흔들리기 시작한다. 다급해진 이들은 무너진 주가를 살리기 위해 전직 축구선수 출신의 시세조종 선수 F를 긴급 영입해 2차 주가 부양을 시도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의 숨통을 끊어놓은 결정타는 2024년 1월 새로 도입된 '시세조종 리니언시(자진신고자 형벌 감면) 제도'였다. 주가조작은 철저한 점조직 형태로 이루어져 내부 고발 없이는 적발이 매우 어려운데, 이 제도가 시행되자마자 대검찰청에 '1호 자수자'가 등장한다. 공범의 자수를 단서로 수사에 착수한 서울남부지검 합동수사부는 불과 2개월여 만에 작전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배신과 역습을 거듭했던 것처럼, 현실에서도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조직원들이 서로를 밀고하며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결국 이들이 차명 계좌로 굴린 289억 원 규모의 거래와 부당이득 14억 원은 백일하에 드러났고, 총책 3인방은 줄줄이 구속되었다.주가조작 세력에 대한 검찰의 수사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주가조작 세력의 범죄 수익을 뿌리째 뽑으려는 국세청의 전방위적인 세무조사가 시작되었다. 최근 국세청은 “코스피 7,000시대, 코리아 프리미엄 안착"을 목표로 내걸고, 주가조작 세력을 포함한 불공정 탈세자 31명에 대해 전격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이들이 벌어들인 '검은돈'을 추적하며 한층 교묘해진 '터널링(Tunneling, 회사 이익을 빼돌리는 행위)'과 '자산 편취' 수법을 정밀하게 조사하고 있다. 주가조작으로 얻은 이익을 합법적인 이익으로 위장하기 위해 사주 배우자 명의의 유령 회사를 세워 일감을 몰아주거나, 회사의 공금을 사주 일가의 고액 급여로 둔갑시켜 사적으로 유용하는 행위 등이 주요 적발 대상이다. 국세청은 부당이득은 물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탈루 세액을 끝까지 추징하고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을 밝혔다. 과거의 주가조작이 단순히 솜방망이 형사 처벌이나 벌금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검찰의 신속한 구속 수사, 리니언시 제도로 인한 조직의 내부 와해, 그리고 국세청의 전방위적 세무조사와 세금 추징이라는 '삼중 철퇴'가 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신설된 범죄수익환수부를 통해 범행에 사용된 종잣돈까지 끝까지 추적해 동결하고 있으며, 국세청은 불공정 자본 거래를 시장 질서 파괴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한 세무조사로 돈줄을 완전히 옥죄고 있다. 영화 의 결말은 주인공의 통쾌한 한탕이었을지 모르나, 현실판 작전 세력이 마주한 마무리는 차가운 구치소와 텅 빈 통장뿐이다. 서민 투자자들의 피눈물을 쥐어짜 낸 범죄는 반드시 패가망신으로 이어진다는 평범한 진리가 사법당국과 과세당국의 흔들림 없는 공조를 통해 명백히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ekn@ekn.kr

‘경기 선두’ 추미애…남은 보수끼리 ‘진흙탕’ 싸움 [6·3 격전지 분석]

6·3 지방선거 격전지 중 하나로 꼽혔던 경기도지사 선거가 추미애 민주당 후보의 독주 구도로 굳어지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와 조응천 개혁신당 후보가 단일화는커녕 고발전까지 벌이며 '진흙탕 싸움'에 빠진 모습이다. 28일 정치권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판세를 뒤집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에는 추미애·양향자·조응천·홍성규·김현욱 후보 등 총 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지지율을 고려하면 선거 구도는 사실상 추미애·양향자·조응천 후보의 3자 대결로 압축된다. 여론조사에서는 추 후보가 오차범위 밖 선두를 달리고 있다. 양 후보와 조 후보의 지지율을 합쳐도 추 후보의 지지율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14~15일 경기도 거주 18세 이상 802명을 대상으로 무선 100% ARS 방식으로 경기지사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추 후보는 47.9%, 양 후보는 33.8%, 조 후보는 5.5%로 집계됐다. 추 후보는 양 후보를 14.1%포인트 앞서며 오차범위 밖 우위를 보였다. 응답률은 7.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추 후보는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원팀 기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앞서 추 후보는 지난 21일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성남 분당에서 출정식을 열고 “유능한 대통령 밑에서 경기도 문제를 풀려면 추진력의 추미애를 활용해 달라"고 호소했다. 중진 정치인으로서의 경력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공보물에 '입법·사법·행정을 모두 경험한 후보'라고 적고, 법무부 장관 시절 사진과 함께 전 새천년민주당 지방자치위원장부터 6선 국회의원까지의 이력을 부각했다. 양 후보는 '반도체 전문가' 이미지를 앞세우고 있다. 1985년 광주여상 졸업 후 삼성전자 메모리 설계실 연구원 보조로 입사한 그는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출신 여성 임원을 지낸 이력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양 후보는 지난 26일 “제가 정치하는 이유는 반도체 패권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라며 “지사가 되면 돈 버는 경기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추 후보를 향해서는 “첨단산업 생태계를 잘 모르는 법률기술자"라고 직격했다. 조 후보는 '양당 구도 타파'를 내세우고 있다. 그는 지난 21일 출정식에서 “제3정당의 입장에서는 언제나 두 개의 거악과 맞서 싸워야 한다"며 “이번 선거에서 저는 한쪽으로는 '추미애'라는 후보와, 다른 한쪽으로는 '장동혁'이라는 후보와 맞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지사는 이 대통령이 대권 주자로 부상하는 발판이 됐던 자리라는 점에서 정치적 상징성이 크다. 당초 추 후보와 양 후보의 여성 후보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지만, 선거 막판까지 판세를 뒤흔들 만한 변수가 나오지 않으면서 '1강·1중·1약' 구도가 유지되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경기도는 인구분포를 봤을 때 보수가 상당히 어려울 수밖에 없는 곳"이라며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높은 4050 세대가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후보 간 인지도 차이도 판세를 가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요한 여론조사공정 대표는 “보수 진영의 지지율이 치고 올라오지 못하는 건 양향자·조응천 후보 자체의 인지도가 낮기 때문"이라며 “국민의힘은 반도체 때문에 양향자 후보를 내보낸 것으로 보이지만 추미애 후보의 인지도와는 상대가 안 된다"고 분석했다. 보수 진영의 단일화 가능성도 사실상 멀어진 분위기다. 양 후보의 박사 학위 표기를 둘러싼 공방이 고발전으로 번지면서 양측 갈등은 '진흙탕 싸움'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조 후보 측은 양 후보의 'AI전략경영 박사' 표기를 허위 학력 공표라고 주장하며 선관위 이의제기와 수사기관 고발에 나섰다. 반면 양 후보 측은 세부 전공을 표기한 것일 뿐이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두 후보 간 싸움은 보수 결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단일화를 하면 해볼 만하다는 여론이 생기기도 전에 서로 물어뜯는 모습은 결집을 깨뜨리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박서현 인턴기자

[속보] 한은, 올해 물가 전망 2.7%로 높여…성장률 2.6%로 ↑

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7%로 상향 조정했다. 한은은 28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연 후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2월에 발표한 전망치는 2.2%로 이보다 0.5%포인트(p) 높아졌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 영향이 반영됐다.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3%로 제시했다. 기존(2.0%) 대비 0.3%p 상승한 수치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0%에서 2.6%로 올려 잡았다. 내년 성장률은 2.1%로 전망했다. 기존 1.8% 보다 0.3%p 올라갔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