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 후보 출마 도운 의혹 부산시의원 윤리위 제소

개혁신당 후보 출마 도운 의혹 부산시의원 윤리위 제소

부산=에너지경제신문 조탁만 기자 국민의힘 부산시당 윤리위원회에 금정구 재선인 A 부산시의원에 대한 징계 제소 신청서가 접수됐다. 2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신청인은 지난달 27일 부산시당 윤리위원회에 A 시의원에 대한 징계 제소장을 제출했다. 지방선거 과정에서 개혁신당 후보 출마를 권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신청인은 제소장에서 당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에 따른 '당에 유해한 행위'와 '당헌·당규 및 윤리규칙 위반'을 징계 사유로 적시했다. 그러면서 “A 시의원이 국민의힘 소속 현역 지방의원 신분으로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희대, 대법관 ‘동시 제청’한다는데…5개월째 ‘노태악 후임’ 인선 못한 내막

오는 9월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 인선 작업이 본격화한다. 5개월 넘게 멈춰 서 있는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인선과 맞물려 조희대 대법원장이 두 자리를 한꺼번에 채우는 '동시 제청' 카드를 꺼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는 4일 회의를 열고 이 대법관의 후임 후보 28명 중 3명 이상을 조 대법원장에게 추천한다. 이후 조 대법원장이 최종 1명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게 된다. 당면한 과제는 반년 가까이 표류 중인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인선이다. 앞서 추천위는 지난 1월 노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윤성식·김민기·박순영·손봉기 등 4명의 후보를 추천했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은 6개월 넘게 최종 제청을 미루고 있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김민기 서울고법 판사를 낙점한 반면, 조 대법원장은 다른 후보를 염두에 두면서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추천위가 후보를 추린 뒤에도 대법원장이 반년째 제청을 미루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조 대법원장이 지난달 신임 법원행정처장에 호남 출신인 노경필 대법관을 임명한 것을 두고 청와대를 향한 일종의 '유화적 시그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대법원이 각자 원하는 인사를 한 명씩 가져가는 식의 절충안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법부를 향한 외부의 정치적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최근 “대법관 제청을 마냥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대법관 인선이 청와대와 사법부 간의 협상 여부에만 매몰되면서, 정작 중요한 구성의 다양성은 논의에서 밀려났다는 점이다.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의 최종 판결을 내리고 법 해석의 방향을 정하는 대법원의 특성상 다양한 경력과 배경을 가진 인물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흥구 대법관의 경우 재직 중 노동 사건과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장에 관심을 쏟았고,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유죄 판결 경험을 토대로 사회적 갈등을 소수자 시각에서 바라봤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번 후임 후보군을 보면 이런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전체 28명의 후보 중 법관 출신이 27명에 달하고, 여성은 단 2명에 불과하다. 노동 분야 전문성을 갖춘 인사도 극소수에 그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헌법이 보장한 대법원장의 제청권에 청와대와 여당이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대법관 공백 사태라는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은 정치적 외풍에 흔들려 절충안이라는 명목으로 정치적 거래에 타협할 것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이 정한 원칙에 따라 소신 있게 제청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대법관 추천 구조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천위를 실질화하고 추천 이후 제청·임명 기한을 법에 명시하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4일 추천위가 이흥구 대법관 후임 후보군을 확정한 뒤, 조 대법원장이 교착 상태에 빠진 노 전 대법관 후임까지 묶어 제청하는 결단을 내릴지 법조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이슈&인사이트] 유럽의 반이민·반난민 정서 확산의 교훈

전 세계적으로 반이민, 반난민 정서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불법 이민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유럽에서도 이민자들의 범죄와 난동·테러 행위가 급증하며 반이민 정서가 급증하고 있다. 유럽 이민 역사는 나라마다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유럽이 대규모 이민을 수용한 가장 큰 공통의 이유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초래된 인력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전쟁 때문에 일할 수 있는 남성 노동인구가 말 그대로 '증발'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제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수많은 노동 가능한 연령대 남성을 잃었다. 영국은 이에 전쟁 피해 복구와 경제 활성화를 염두에 두고 인도, 파키스탄, 카리브해 및 아프리카 영연방 식민지 출신 인력을 대량 수용했다. 프랑스는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식민지를 본국과 같다고 보는 프랑스식 '내선일체' 정서가 있었다. 일제가 식민지 조선을 대했던 시각과 유사하다. 프랑스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들 지역 인력의 이주를 적극 장려했고, 여타 아프리카 지역 식민지 출신에도 문호를 활짝 개방했다. 제2차대전에서 850만 명의 인명 손실을 본 독일은 남성 노동 인력 절대 부족 사태 수습을 위해 터키 등지에서 무슬림 이민자를 대규모로 받아들였다. 다른 나라에도 독일로 이민을 적극 장려했다. 1960년대 독일에 간 한국 광부와 간호사도 서독의 인력 부족을 메꾸기 위해서였다. 유럽은 2015년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인도주의적 이유로 약 120만 명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기 전까지 이민에 크게 부정적이지는 않았다. 같은 시기에 더 풍요로운 삶을 기회를 원하는 아프리카 지역 경제 난민이 유럽에 대규모로 유입된다. 이런 '경제 난민'의 대열에 중동, 인도, 중국 출신도 합류했다. 짧은 시간 동안 유럽의 문화와 생활 양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수백만 명의 불법 이민자와 난민이 유입되면서 유럽인과 이들 사이 '문화적 충돌'이 발생했다. 이민과 난민은 유럽 경제 부흥에 중요한 기둥이지만, 이로 발생하는 혼란과 충돌, 사회적 비용 급증으로 갈등이 폭발했다. 이런 현상은 포용적이고 관용적이었던 유럽 국가의 정치 지형을 바꿔 놓았다. 2020년 영국이 브렉시트(Brexit)를 단행한 이유도 유럽연합의 이민 정책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무솔리니 사상을 추종하는 극우 정당 출신 멜로니가 총리가 되었고,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이민을 반대하는 극우파 정당이 정권 쟁취에 근접했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유럽의 이민과 난민 정책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부작용이 많지만, 이민자가 제공하는 저렴한 노동력이라는 꿀단지를 못 버리고 있다. 이민을 줄이겠다던 멜로니의 이탈리아는 아프리카 등지에서 유입되는 불법 이민을 묵인하고 있다. 스페인은 아예 불법 이민과 난민을 환영한다고 나섰다. 이민이 싫어서 브렉시트를 단행한 영국은 오히려 비유럽권 이민을 대규모로 수용하는 모순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불법 이민과 난민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피해를 줄이겠다고 권력을 잡은 집단이 자신 권력 연장에 불리한 국가 경제 침체를 피하려고 이를 몰래 묵인하는 자가당착적 기만이 더 큰 혼란을 초래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이민과 난민의 정착이 쉽지 않은 나라로 알려졌다. 한국인도 이를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정부도 정식 이민과 난민 수용 모두 엄격히 통제한다. 그럼에도 현재 한국 체류 외국인은 280만 명이고, 이 중 40만 명이 불법체류자이다. 현재의 인구구조를 보면 한국은 이민 없이 성장은커녕 현상 유지도 힘든 상황이다. 이제 한국 경제는 외국인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도 이민 문제에 대해 보다 확실한 정책을 수립해야 할 시기이다. 한국과 정서가 비슷한 일본도 이민과 외국인 방문객이 급증하면서 외국인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도 이렇게 될 수 있다. 한국 경제에 외국인의 참여와 기여가 계속 확대되는 현실에서 이민 문제를 방치하면 한국 사회를 분열시키는 또 다른 갈등 요소가 될 것이다. 이 문제가 시한폭탄이 되기 전에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bienns@ekn.kr

[경정] 폭염도 경기 변수… 날씨 읽으면 더 큰 재미

하남=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경정은 선수 기량과 스타트 능력, 모터 성능이 승부를 좌우하지만 경기가 펼쳐지는 수면 환경 역시 경기 흐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여름철에는 높은 기온, 습도, 바람 등 기상 조건이 평소보다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육상 스포츠와 달리 경정은 물 위에서 펼쳐지는 만큼 기온, 풍향, 풍속, 강수 여부에 따라 수면 상태가 시시각각 달라진다. 같은 선수와 같은 모터라도 당일 기상 여건에 따라 경기 양상과 선수들 대응 방식이 달라지는 이유다. 선수들은 그래서 경기 전부터 수면 상태와 바람의 방향, 기온 변화를 세심하게 살피며 그날의 경기감각을 끌어올린다. 여름철에는 선수들의 체력뿐 아니라 모터 관리도 중요한 경쟁 요소다. 경정 모터는 수냉식 엔진을 사용하는 만큼 높은 기온에선 엔진의 열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선수들은 입소 후 실시하는 공식 훈련에서 모터 반응을 꼼꼼히 점검하고, 메인니들을 조정해 연료 공급량을 최적화하며 자신에게 맞는 세팅을 찾는다. 경륜경정총괄본부 역시 계절에 맞춰 냉각 시스템을 조정하는 등 안정적인 모터 성능 유지에 힘쓰고 있다. 바람 역시 경기 흐름을 바꾸는 주요 요소다. 풍향과 풍속에 따라 스타트 이후 직선 주행과 1턴 진입에서 보트의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어 선수들은 소개항주를 통해 모터 상태와 수면 변화를 반복적으로 확인한다. 소개항주 기록은 단순히 모터의 빠르기를 보여주는 수치가 아니라 당일 기상 여건과 수면 상태, 모터 반응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지표다. 경정선수들은 이 기록을 바탕으로 마지막까지 세팅을 점검하고 경기 운영 방향을 가다듬는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시야뿐 아니라 수면 상태도 달라진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천 경기를 볼 때는 단순히 스타트보다 1턴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선회하는지, 턴 이후 얼마나 자연스럽게 재가속하는지를 살펴보면 날씨가 경기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바람이 강한 날에는 직선 주행에서 보트가 흔들림 없이 뻗어 나가는지, 선수가 변화한 수면 환경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점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경정 누리집에는 기온, 풍향, 풍속, 습도, 수온, 수위 등 경기 당시 기상 정보가 제공된다. 경기 영상을 함께 비교해 보면 같은 코스에서도 날씨에 따라 수면 움직임과 선수들의 주행 방식이 달라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정보를 함께 살펴보면 순위 결과는 물론 선수들의 판단과 경기 운영 과정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예상지 경정코리아 이서범 경주분석위원은 3일 “날씨가 승패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경정은 선수 기량과 모터 성능, 수면 환경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펼쳐지는 스포츠다. 기온과 바람, 수면 상태 등을 함께 살펴보면 선수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이해할 수 있어 경정을 더욱 흥미롭게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여름철 경정은 단순히 더위와 싸우는 경기가 아니다. 변화하는 자연환경 속에서 선수와 장비가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가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된다. 경기 결과뿐 아니라 날씨와 수면 변화를 함께 살펴본다면 경정을 보는 재미도 한층 깊어진다. 강근주 기자 kkjoo0912@ekn.kr

KTX·SRT 9월부터 하나로…운임 낮추고 좌석 늘린다

한국고속철도(KTX)와 수서고속철도(SRT)가 하나로 합쳐진다. 열차 운임은 통합 이후 3년간 SRT 수준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운임 인상이나 운행 횟수 감소 등 경쟁 체제가 사라지는 데 따른 서비스 저하 우려는 크지 않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주식회사 에스알(SR)의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9월부터 KTX와 SRT는 KTX라는 단일 명칭으로 통합 운행된다. 코레일과 SR은 준시장형 공기업이다. 두 회사 모두 정부가 지배하는 형태를 띤다. 이에 양사의 결합은 원칙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별도의 심사 없이 승인할 수 있는 간이 심사 대상이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는 고속철도가 국가 기간시설인 점과 국민 생활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심층 심사를 실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양사의 결합으로 고속철도 시장의 경쟁이 제한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철도사업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규제로 통합된 회사가 운임과 서비스를 임의로 조정하기 어려워서다. 고속철도 운임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재정경제부 장관과 협의해 상한을 정한다. 운임을 바꾸려면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신고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업계획과 철도 서비스 약관의 변경에도 국토교통부 장관의 인가 또는 신고 수리가 필요하다. 오히려 통합 이후에는 운임이 낮아지고 좌석 공급과 운행 횟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두 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국토교통부와 협의해 기업결합 이후 3년간 적용할 사업계획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운임과 좌석 공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국토교통부는 이를 '고속철도 통합 기본계획'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계획에 따르면 통합 이후 3년간 KTX 노선의 운임은 현재 SRT와 같은 수준으로 낮아진다. 동일 노선을 기준으로 KTX 운임이 SRT보다 약 10% 비싼 만큼 상대적으로 저렴한 SRT 수준에 통합 운임을 맞추는 것이다. 좌석 공급은 전체 노선을 합산했을 때 주중 1만5000석 이상, 주말 1만7000석 이상 늘어난다. 주중과 주말을 합하면 기존보다 약 6% 증가하는 수준이다. 운행 횟수도 주중에는 23회 늘어난 평균 402회, 주말에는 26회 증가한 457회로 확대될 전망이다. 마일리지 제도는 결제 금액의 5%가 적립되는 기존 KTX 방식이 유지된다. 할인제도와 정기승차권 등 나머지 서비스도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정부는 사업계획이 효과적으로 이행되는지 지속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고속철도 여객운송 시장의 공정한 질서를 확립하고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부처가 함께 3년간 운임과 좌석을 비롯한 사업 이행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통합이 코레일의 경영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운임이 인하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운임 인하로 일부 영향은 나타날 수 있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요금 인하가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적정 부채비율 안에서 관리할 수 있다"며 “앞으로 운행 확대와 평택∼오송 2복선화 등으로 좌석 공급이 늘어나면 매출도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르포] 폭염으로 뒤엉킨 복지의 사각지대를 가다

“열이 펄펄 나. 방 안에 들어가면 숨도 못 쉰다고." 2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돈의동. 건장한 성인 남성 두 명이 나란히 서면 꽉 막힐 것 같은 골목을 희뿌연 연기가 메웠다. 노후된 2~3층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 곳은 이른바 '돈의동 쪽방촌'이다. 불볕 더위가 절정에 치닫기 전인 오전부터 몇몇 주민들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신모(76) 씨는 “아침부터 너무 더워서 도저히 집에 있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새벽에 밖으로 나와 산책하다가 목욕탕으로 향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신 씨는 미세 냉각수를 내뿜는 쿨링포그를 가리키며 “이거 해놓는다고 무슨 소용이나 있겠나"라며 “해가 뜨면 방은 금세 달궈지는데 선풍기밖에 없어서 열기가 빠지지도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협소한 골목을 조금 더 깊숙히 들어가자 현관문을 열어 둔 가구들이 심심찮게 포착됐다. TV방송 프로그램 진행자 목소리가 희미하게 골목 밖으로 흘러나왔다. 방 안에서 웃옷을 벗고 선풍기 바람을 쐬던 박모(82) 씨는 “문을 열어두지 않으면 방 내부가 찜통이 된다"며 “그나마 옷을 입지 않은 상태에서 선풍기 바람을 맞아야 땀이라도 식는 정도"라고 말했다. 돈의동 쪽방촌에 7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강모(73) 씨도 반 바지만 입은 채 방 문을 열어두고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다. 2~3평 남짓한 강 씨의 방 입구에선 누렇게 변색된 제습기만 요란한 소리를 냈다.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30만 원, 그래도 이 정도면 인근에선 가장 여건이 좋은 편"이라며 멋쩍게 웃는 그의 방에도 에어컨은 없었다. 강 씨는 “서울시에서 돈의동 쪽방촌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최근들어 에어컨이 설치된 집이 많아졌다"며 “방 문이 닫혀있는 집은 전부 에어컨이 설치된 곳들"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그는 “지금 에어컨이 달려있는 방들을 보면 거의 2층"이라며 “실외기 설치가 마땅치 않은 1층 방들은 주인들이 '설치해주겠다'고 말만 해놓고 수 년째 방치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방에 밥 지을 공간이나 설비도 갖춰지지 않아 휴대용 가스버너를 이용해 요리를 하는데, 끼니를 떼우면 열기로 방이 더 달궈진다"고 했다. 실외기 설치 여건이 자아낸 이 같은 '에어컨 빈부격차'는 같은 건물 주민 간 분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건물 현관 앞에 걸터앉아 손 부채질을 하던 박모(68) 씨는 “우리 건물은 복도에 공용 에어컨밖에 없는데,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틀려고 하면 어떤 방에선 '추우니까 틀지 말라'고 한다"며 “종종 싸움이 나기 십상"이라고 불만을 토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감정이 격해진 박 씨는 “망할 놈의 여편네"라고 읊조리기도 했다. 같은 건물의 이모(78) 씨는 “이러나저러나 공용에어컨 분쟁으로 괜히 얼굴 붉히기 싫다"며 “차라리 지하철을 타고 인천이든 하남이든 정처없이 떠돌다보면 시원하기도 하고 마음도 편하다"고 했다. 서울시는 최근 돈의동 쪽방촌을 찾아 주민 공동시설인 '돈의동 쪽방상담소' 무더위심터를 비롯한 쪽방촌 현장의 냉방시설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여름철 공용에어컨 전기요금 지원(월 20만 원)·쿨링포그 탄력 운영 등 폭염 취약계층 보호에 나선 상태다. 다만 주민들 사이에선 이 같은 단기 대책보다는 개별 에어컨 설치를 지원하는 등 근본적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돈의동 쪽방촌 주민 송모(71) 씨는 “공동시설을 통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건 물론 고마운 일"이라면서도 “여기 쪽방촌 주민들 중에선 갖가지 사정으로 타인과의 접촉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아 효과는 그렇게 높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 주인들이 몇 년째 미루고 있는 가구별 에어컨 설치가 실제로 이뤄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청년공감] 새내기, 첫 등록금 내자 ‘빚’에 허덕…학자금대출의 현실

오후 수업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던 대학 신입생 최모 씨(여·19)는 스마트폰으로 학자금 대출 잔액을 확인했다. 화면에는 144만3000원이 찍혀 있었다. 건국대에 재학 중인 최씨는 첫 학기 등록금 450만원을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로 마련했다. 이후 다자녀 가구 장학금 303만원이 지급되면서 대출금 일부를 상환했지만, 여전히 144만3000원의 빚이 남아 있다. 여기에 생활비 부담도 더해졌다. 교재비를 마련하기 위해 생활비 대출 5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기숙사비 164만원은 부모가 부담했지만, 월 50만원 안팎의 생활비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현재 별다른 수입은 없다. 바쁜 학교생활로 아르바이트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고등학교 3년간 아르바이트로 모은 700만원이 있지만, 이마저도 넉 달이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씨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빚을 안게 돼 막막하다"면서도 “그래도 연 1.7%로 이자율이 낮은 편이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단국대 신입생 이모 씨(여·19)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첫 학기 등록금 379만6000원 가운데 370만원을 학자금대출로 충당했다. 이후 다자녀 장학금 246만원이 지급돼 상환 잔액은 133만2000원으로 줄었지만, 등록금 대부분을 대출에 의존해야 했다. 이씨는 “집에서 학자금을 지원받기 어려운 형편이라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월세 47만원의 고시텔에서 생활하고 있다.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하루 한 끼로 버티며 월 지출을 20만원 이하로 맞춘다. 통장에는 수능 직후 학원 아르바이트로 모은 190만원이 남아 있지만, 대학 입학 이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학교생활에 아직 적응하는 단계이고 통학시간도 길어 아르바이트까지 병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남대에 재학 중인 이모 씨(여·19)는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편이다. 등록금 450만원 전액을 학자금대출로 마련했지만 국가장학금 I유형(학생직접지원형) 335만원과 교내 장학금 100만원을 받아 현재 남은 대출 잔액은 23만원이다. 하지만 경제적 부담은 여전하다. 경기 침체로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등록금을 대출로 마련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대학 입학을 앞두고 등록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막막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피아노 학원에서 주 3~4회, 하루 4시간씩 강사 아르바이트를 하며 월 100만원가량을 번다. 부모가 기숙사비 147만원과 주당 용돈 5만원을 지원하지만, 월 생활비만 30만~40만원이 들어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 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빚을 떠안는 현실은 온라인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부모의 경제적 부담이 커진 데다 주거비와 식비까지 오르면서 등록금뿐 아니라 생활비까지 대출에 의존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학자금대출을 신청했는데 통장에 돈이 들어오니 현실감이 없다", “등록금은 해결했지만 월세와 식비, 교재비까지 생각하면 막막하다"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일부 대학생들은 “학자금대출에 생활비 대출까지 받았다", “빚이 계속 늘어나 버티기 힘들다"며 부담을 호소했다.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 디시인사이드 국가장학금 갤러리에서는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해 등록금과 생활비 모두 대출을 받아야 한다", “소득 분위 기준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박탈감이 크다", “결국 졸업과 동시에 큰 빚을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는 글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일부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5년 귀속 기준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 미상환율은 19.4%로 집계됐다. 201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청년 5명 가운데 1명은 대학 재학 중 진 학자금 빚을 졸업 후에도 갚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상환 유예 금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20년 110억원이던 상환 유예 금액은 2024년 242억원으로 4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체납자와 상환 유예자를 합하면 약 7만명의 청년이 982억원 규모의 학자금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윤호 기자·안중민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kyh81@ekn.kr

논골담길·도째비골·해랑전망대…Z세대, ‘힐링’ 묵호에 빠지다 [청년공감]

과거 석탄 수송으로 번성했다가 조용해진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 일대가 최근 젊은이들의 방문으로 들썩이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독특한 감성을 가진 여행지로 입소문이 나면서 한적했던 어촌 마을에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필자가 직접 찾은 묵호항은 한적한 어촌 마을의 고즈넉함과 청년들이 불어넣은 힙한 감성이 공존하고 있었다. 묵호의 변신이 주목받는 이유는 조용하고 아날로그적인 분위기가 그 자체로 힐링이 되기 때문이다. 어촌의 고즈넉함 속에서 젊은 층의 감성을 저격한다. 묵호역을 나서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논골담길이었다. 논골담길은 이미 Z세대의 취향을 자극하는 곳이 돼 있었다. 직접 마주한 논골담길은 알록달록한 벽화들이 색색의 지붕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산비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과 골목길, 벽화, 조형물은 부산의 감천문화마을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곳에서는 인스타그램 피드를 채울 만한 감성적인 컷들이 쏟아져 나왔다. 논골담길을 찾은 최모씨(여·21)는 “여기는 골목 구석구석이 아기자기하면서도 조용해 매력이 있다. 사진 찍기 정말 좋다"고 말했다. 골목을 더 오르자 독특한 소품 가게들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한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30)는 “고객들이 많이 찾아와 대기 줄이 생길 정도"라며 “대부분이 젊은 층이고 기념품이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묵호에 사는 이모씨(73)는 “동네에 젊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니 활력이 넘쳐서 아주 보기 좋다"고 했다. 반면 주민 한모씨(여·68)는 “조용하던 동네가 주말만 되면 차들로 붐벼 복잡하다"고 토로했다. 논골담길을 내려와 바다로 향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묵호가 뜨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탁 트인 동해바다 뷰 때문이다. 기차역 주변으로 조금만 걸으면 바다가 펼쳐지는 경관과 나만 아는 아지트를 발견한 듯한 고즈넉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서울 노량진에서 자취하는 취업 준비생 이모씨(26)는 머리를 식히려 묵호를 찾았다. 그는 카페테라스에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골목마다 벽화가 그려져 있고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여 가슴이 뚫린다"고 말했다. 경기도 동두천시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차모씨(21)는 묵호를 소개하는 온라인 영상에 끌려 이곳을 찾았다. 차씨는 “릴스를 보면서 '나도 저기서 조용히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주말 여행지로 정했다"고 말했다. 여행객들이 쓴 후기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산되며 묵호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활동하는 아이디 'KOO'는 1박2일 뚜벅이 여행기를 통해 “KTX를 타면 서울역에서 2시간 반 만에 묵호의 파란 동해바다를 마주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침에 따끈한 장칼국수를 먹고 오션뷰 카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힐링이 된다"고 했다. 그는 대중교통으로 즐기는 구체적인 코스를 공유했다. 인스타그램 매거진 아이디 'Lxxx'는 최근 유행하는 '로컬 여행 코스 공유'를 통해 묵호를 알게 됐다. 그는 “묵호는 모든 곳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접근성과 조용함, 인스타그램 감성이 적절히 섞여 있어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묵호의 또 다른 반전 매력은 도째비골과 해랑전망대다. 도째비골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산책로가 뻗어 있어 어촌 마을에 시각적인 쾌감을 더한다. 투명한 유리 바닥 아래로 치는 파도를 내려다보며 걷는 스릴도 있다. 젊은 여행객들에게 필수적인 인증샷 코스로 자리 잡았다. 코레일 강원본부에 따르면, 월간 묵호역 KTX 이용객은 2024년 12월 2만명 수준에서 올해 1월 5만명대로 크게 늘었다. 동해문화관광재단 관계자는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방문객 200만명 달성은 묵호 관광 콘텐츠의 경쟁력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스카이워크, 스카이 사이클, 자이언트 슬라이딩 같은 체험시설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수산시장으로 이어지는 도보 코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묵호엔 야시장 포장마차, 횟집, 아귀찜집, 꽃게 해장국집 등 맛집도 많다. 직접 와서 본 묵호는 인스타그램에서 본 것 이상이었다. 이상무 기자·설지민 강원대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rokmc@ekn.kr

[단독] 美연수직원 항공료 869만원 지급해놓고…“이코노미석 탔다”는 선관위 ‘황당’ 해명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직원들의 최근 5년 국외 장기연수 가족 동반 항공료가 1인당 평균 896만원에 달해 논란인 가운데, 개별 비용이 전 노선에서 시중가격을 2~5배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는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라 본인과 가족 모두 2등석(이코노미석) 실비만 지급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1인당 항공료는 대형 국적기의 비즈니스석 시세와 맞먹거나 이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30일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나타난 24명의 연수 항공료를 분석한 결과 우선 눈에 띄는 사례는 2022년 미국으로 간 A씨다. 자료상 동반가족이 없는 것으로 표기된 그는 단일 항공료로 869만9590원을 청구했다. 시중 이코노미 평균의 5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항공권 비교 플랫폼에 나오는 미주 노선 이코노미석 시중가는 통상 150만~200만원대에 형성되어 있다. 2023년 미국으로 간 B씨는 가족 2명(총 3명)을 동반하며 1297만7700원을 청구해 1인당 약 432만원을 썼다. 2022년 C씨도 가족 2명(총 3명)과 함께 1181만원을 받아 1인당 약 393만원을 기록했다. 2023년 캐나다로 연수를 간 D씨는 가족 3명을 동반(총 4명)하며 항공료로 무려 2929만9900원을 청구했다. 1인당 왕복 약 732만원이다. 현재 대한항공 등 국적기의 캐나다 왕복 이코노미 시세는 성수기에도 200만원 안팎이며, 비즈니스석 시세가 500만~600만원대다. 유럽 노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재 영국 런던이나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국적기 이코노미석은 100만원대 중후반이면 충분히 예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2022년 독일로 연수를 간 E씨는 가족 1명(총 2명)과 함께 735만5690원을 청구해 1인당 약 367만원을 썼다. 2023년 영국으로 간 F씨는 가족 3명(총 4명)을 동반하며 1195만 9660원(1인당 약 298만원)을 청구했다. 공무원 여비 지급 기준표에 따르면, 장관·차관급 등 고위 공무원(제1호)이 아닌 4~6급 이하 실무자(제2호)는 본인과 동반 가족 모두 2등석(이코노미석)을 이용해야 한다. 정부는 2018년 하반기부터 공무원 출장 시 각 부처별로 '주거래 여행사'를 선정해 항공사가 아닌 여행사를 통해 최적의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기획재정부 공무원의 저비용항공사(LCC) 이용이 0건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외항사만 이용했던 것이다. 앞서 정부는 1980년대부터 'GTR'(정부항공운송의뢰) 제도를 도입해 2018년까지 운영했다. 안정적 항공 스케줄 확보와 외화 낭비를 위한 취지였지만 시중가보다 2배 이상 비싸 일부 항공사에 혜택을 주고 세금을 낭비한다는 비판에 따라 폐지됐다. 공무원 여비 규정에는 '실비(실제 비용)를 지급한다'고 되어 있다. 선관위 장기 국외연수는 출국 일정이 미리 수개월 전 확정된다. 그럼에도 대부분 시중가와 큰 격차가 발생한 만큼, '바가지 요금'을 세금으로 청구한 것은 실비 정산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이슈&인사이트] 정부가 안전문화 조성에 걸림돌이 되어서야

세계적인 안전학자 제임스 리즌은 안전문화 요소로 공정한 문화, 보고문화, 학습문화, 유연한 문화를 꼽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피규제자의 안전문화 조성을 위해선 규제자의 안전문화 조성이 필수적이다."라고 하면서 기업의 안전문화 구축을 위해선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기업의 안전문화 조성에 올바른 역할을 하고 있을까. 리즌이 제시한 기준으로 볼 때 기대치와는 거리가 멀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공정한 문화를 위해선 허용할 수 있는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 간의 경계를 설정하고 구성원이 이를 명확히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경계가 불명확하거나 구성원에게 주지하지 않은 채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제재하는 건 불공정한 처사다. 그런데 산업안전관계법에선 주무부처조차도 답변하지 못할 정도로 의무주체 간의 역할과 책임이 착종되어 있고 [예컨대 도급인(원청), 수급인(하청) 간] 모호한 부분이 많아 기업은 행동의 경계를 설정하기 매우 어려운 상태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귀책사유를 따지지 않고 처벌할 구실을 뭐라도 찾아 어떻게든 처벌하는 수사 관행이 고착화되어 있다. 이는 안전정보를 보고하는 문화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기업에선 처벌의 빌미가 될 걸 우려해 자율적으로 문제를 찾으려 하지 않고 찾거나 알아도 보고·공유하려 하지 않는다. 진실이 덮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중대재해 원인을 기업 자체적으로 면밀히 분석·규명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는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재해조사 위축은 재해로부터 학습하고 개선할 기회의 약화로 이어져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처벌이 정의롭기 위해선 죄질과 책임에 비례해야 하는 것이 근대형법의 철칙이다. 중대재해 발생을 이유로 사고원인을 따지지 않고 강한 처벌을 당연시하는 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지언정 공정한 문화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기업 전체가 경영책임자 처벌을 회피하고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데 여념이 없다. 처벌과 직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선 개선할 여유와 생각을 갖지 못한다. 법을 준수하고 있다는 증빙자료를 작성하는 일에 매몰돼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개선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전과 비교하여 안전 개선을 위한 학습 의지가 약화되고 안전정보의 보고와 공개에 대한 방어적 자세, 비밀주의가 부쩍 강화된 모습이다. 규제기관의 전문성이 낮아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항을 지적하거나 적발을 위한 적발을 하는 행태는 유연한 문화 조성에 큰 걸림돌이다. 기업은 안전 자체보다 적발을 피하는 데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런 소모적 공방으론 기업의 안전역량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처럼 우리나라 기업은 안전문화를 조성하기에 녹록지 않은 환경에 놓여 있다. 안전문화 수준을 4단계로 전제하고 평가할 때 초대기업조차 겨우 2단계와 3단계에 걸쳐 있는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문제는 안전에 엄청난 자원을 투입하고도 안전문화 수준이 향상은커녕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되레 후퇴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다른 영역에선 일류기업이 많이 발견되는데 유독 안전 영역에서만 일류기업이 보이지 않는 것이 과연 기업만의 탓일까. 안전이 법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의 제재 일변도의 거친 행정과 전문성 태부족에 많은 원인과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안전문화를 저해하는 법정책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법정책에 일대 혁신이 없으면 앞으로도 우리나라에서 안전문화 우수기업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안전 선진국 정부처럼 우리 정부도 기업 안전문화 조성에 걸림돌이 아닌 마중물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bienns@ekn.kr

[단독] 선관위는 세금 먹는 하마?...해외연수직원 가족 항공료 1억8800만원 혈세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해외연수를 간 직원에게 가족 동반 항공료로 1인당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세금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실이 선관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2025년) 선관위 소속 국외위탁교육훈련 대상 24명 중 21명(87.5%)이 가족을 동반하고 항공료를 지원받았다. 선관위가 연수자 24명에게 지급한 항공료 총액은 2억288만2672원이다. 가족을 동반한 21명에게 지급한 액수는 1억8808만570원으로 전체의 92.7%다. 1인당 지급액은 896만원가량이다. 선관위는 이들 모두에게 1~2년치 학자금과 체재비도 별도로 지원했다. 최근 3년간 1인당 지원금액은 이전(5년간)보다 증가했다. 2023~2025년 연수를 간 13명에게 1억2497만5730원이 지급됐으며 1인당으로 나누면 961만3517원이다. 구체적으로 한 가족은 3000만원가량의 항공료를 지원받았다. 2023년 캐나다로 연수를 떠난 A씨는 가족 3명을 동반하며 본인 포함 2929만원의 출입국 항공료를 청구해 전액 지급받았다. 단순 계산으로 1인당 왕복 항공료가 730만원대에 달한다. 2023년 미국 연수자 B씨는 가족 2명과 함께 1297만원의 출입국 항공료를 받았다. 2023년 영국 연수자 C씨도 가족 3명과 떠나 1195만원을 받았다. 2024년 영국 연수자 D씨는 가족 4명과 동행해 최다 동반 인원을 기록했고, 출국항공료만 753만원을 받았다. 법령상 허용 근거는 있다. 공무원 인재개발법 시행령 제39조 3항에 따르면 국외연수자의 배우자 및 자녀 등의 왕복항공료, 의료보험료 또는 의료보조비, 생활준비금, 귀국이전비를 더하여 지급할 수 있다. 문제는 집행의 투명성이다. 인사혁신처 기준에는 '인사혁신처장이 인정하는 배우자 및 자녀'라는 요건이 있는 반면 선관위 자체 규정에는 해당 문구가 없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어떻게 예산을 사유화하고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지 보여지는 대목이다. 앞서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배우자 해외 출장비 4700만원이 논란이 되자 반납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가족 항공료 지급과 관련해 “인사혁신처의 '공무원 인재개발 업무처리지침'을 준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지침에 따라 배우자와 미혼 자녀 등을 지급 대상으로 하고, 훈련공무원과 가족이 동시에 출입국하면 훈련공무원과 같은 등급의 항공료를, 별도로 출입국하면 실비(2등석) 항공료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또 가족의 출국·귀국 항공료는 각각 한 차례로 제한한다고 했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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