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Energy&Environment]

더보기 +
[장박원 칼럼] 탄소크레딧과 비트코인

[장박원 칼럼] 탄소크레딧과 비트코인

'총·균·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는 2016년 발간한 '나와 세계'라는 책에서 이런 경고를 했다. “기후변화는 앞으로 10년 안에 우리 모두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사건이 될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미치는 영향은 무척 복잡해서 단지 '지구온난화'라는 명칭만으로는 부적절하다. 대기가 뜨거워지면 전 지역이 더워져야 하지만 모순되게도 일부 지역은 더 차가워진다. 폭풍과 홍수의 빈도가 증가하고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많아진다. 지금의 보수적인 예측보다 지구가 훨씬 빠른 속도로 뜨거워질 가능성은 무척 높..

[EE칼럼] 황해의 위기, 미세먼지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

[EE칼럼] 황해의 위기, 미세먼지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

얼마전 우연히 다롄, 칭다오 등 중국 해안가에서의 끔찍한 오염상태를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악취는 물론이고 기형적인 물고기들이 떠다니며 모래사장마저 거품처럼 끈적해진 상태였다. 얼마 깊지도 넓지도 않은 황해를 사이에 두고 지척에서 한국은 해산물와 소금 등을 조달하고 있다. 다행히 남쪽에서 올라오는 해류가 한반도 해안가를 먼저 타고 북상해 발해만을 거쳐 중국 해안으로 남하하기에 크게 체감 못하는거 같다. 하지만 해류에 희석되어 봐야 이 좁은 황해 내에선 거기가 거기일 뿐이다. 한국 정부는 나름 연안 환경 관리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이슈&인사이트

[Issue&Insight]

더보기 +
[이슈&인사이트] AI 예술, 가치를 묻다

[이슈&인사이트] AI 예술, 가치를 묻다

인공지능(AI)이 예술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AI가 만든 그림이 미술관에 전시되고, AI가 작곡한 음악이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우리는 전에 없던 질문에 직면하게 되었다. AI 예술은 인간 예술과 어떻게 다른 가치를 지니며, 우리는 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단순히 기술적인 완성도나 새로움을 넘어, AI 예술이 인간에게 감동을 주고 영감을 줄 수 있을까? 아니면, 예술계의 기존 질서를 흔들고 새로운 비평적 담론을 형성할 수 있을까? AI 창작물을 평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EE칼럼] AI 강국의 조건

[EE칼럼] AI 강국의 조건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AI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미국은 이미 OpenAI, 구글 등을 앞세워 플랫폼 우위를 굳혔고, 중국은 국가 주도 투자를 가속화했다. 유럽은 세계 최초의 AI법을 제정해 규제 표준을 선점했다. 한국은 어디에 서 있는가. 지난 수년간 정치 및 정책 공백이 길어지는 동안 실리콘밸리에서는 매주 새로운 AI 스타트업이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고, 바이두와 알리바바는 차세대 AI 모델을 경쟁적으로 발표했다. 이전 정부가 공언한 '5년간 16조원 AI 펀드'와 '2027년 세계 3위' 목표는 아직..

데스크 칼럼

더보기 +
[기자의 눈] 또 흔들리는 킥스 정책, 지속가능한 솔루션 나올까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과 함께 2023년 도입된 신지급여력제도(K-ICS·비율) 관련 정책이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업계의 혼란과 피로도 누적되고 있다. 규제 충족을 위해 전력질주하는 와중에 종목이 마라톤으로 바뀌는 식이기 때문이다. 킥스 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것으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여력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해당 제도가 도입된 이후 보험사들은 후순위채를 비롯한 보완자본을 천문학적인 규모로 발행했다. 기존 제도 보다 강화된 자본규제에 빠르게 맞추기 위함이었다. 그럼에도 최대 10년간 활용 가능한 경과조치까지 동원됐다. 2018년 시가기준 지급여력제도 초기 버전을 내놓은 이후 매년 수정안을 발표하고 10번의 영향평가를 거쳐 시행했음에도 현장에서 소화하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1년여만에 '자본의 질'을 언급하며 기본자본 기준 도입을 검토하면서 심각해졌다. 보완자본의 본질이 부채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기본자본을 많이 보유할수록 건전성이 높아지는 것은 맞지만, 이자비용을 감수하면서 만들어 놓은 수치의 의미가 퇴색됐기 때문이다. 기본자본을 늘리기 어렵다는 '집단지성'을 충분히 고려했냐는 토로도 곳곳에서 나왔다. 당국 스스로가 4년 연속 자동차보험료 인하 등으로 보험수익 확대를 어렵게 만든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로 다수의 보험사가 투자수익도 늘리기 어렵게된 탓이다. 해외 사례(50~70%)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로드맵도 부족했다는 평가다. 대형사 위주로 적용하는 케이스를 들여온다고 해도 대형사 구분이 나라 마다 같은지, 그 기준이 합리적인지 등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보험사 중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마이너스인 곳도 있는 만큼 시행 가능 여부부터 살펴봤어야 한다는 지적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를 중심으로 나온 보험계약마진(CSM)을 기본자본에 포함하는 솔루션은 난국 돌파를 위한 아이디어다. 이는 예상 보험금 등을 보험수익으로 인식 가능한 IFRS17의 특성을 활용한 것으로, 연착륙을 도울 수 있다. 일각에서는 관련 정책이 '샤워실의 바보'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 교수의 비유로, 샤워실에서 튼 물이 차갑다고 수도꼭지를 돌려 뜨거운 물을 맞은 사람이 다시금 찬물로 급하게 돌리는 행동을 들어 섣부른 정부 개입이 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한국사회 특유의 '빨리빨리' 대신 실질적 소통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정책을 수립하는 흐름이 정착될 필요가 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이슈&인사이트] AI 예술, 가치를 묻다

인공지능(AI)이 예술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AI가 만든 그림이 미술관에 전시되고, AI가 작곡한 음악이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우리는 전에 없던 질문에 직면하게 되었다. AI 예술은 인간 예술과 어떻게 다른 가치를 지니며, 우리는 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단순히 기술적인 완성도나 새로움을 넘어, AI 예술이 인간에게 감동을 주고 영감을 줄 수 있을까? 아니면, 예술계의 기존 질서를 흔들고 새로운 비평적 담론을 형성할 수 있을까? AI 창작물을 평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전통적인 예술 평가 기준은 작가의 감정, 경험, 철학, 그리고 작품에 쏟는 노력과 고뇌, 성장 과정 등 '인간적인 요소'에 큰 비중을 둔다. 하지만 AI는 감정을 느끼거나 고뇌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인간적인 깊이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실제로 AI가 만든 그림은 기술적으로는 훌륭하지만,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깊은 감동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AI는 기존 데이터를 조합하고 변형하여 전에 없던 독창적인 스타일을 창조하기도 한다. 엉뚱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인간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새로움'은 AI 창작물의 중요한 가치 평가 요소가 될 수 있다. AI가 창조한 독특한 스타일과 새로운 시각은 예술의 지평을 넓히고,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새로운 비평적 담론을 형성하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 AI 창작물을 평가할 때는 결과물뿐만 아니라,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AI가 데이터를 학습하고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과정, 사용자와 상호 작용하며 창작물을 발전시키는 과정 등은 인간의 창작 활동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AI의 끊임없는 학습과 진화는 그 자체로 예술적인 가치를 지닐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인간의 의도와 개입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AI 창작물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 다른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정도, 새로운 기술 개발에 기여하는 정도 등도 가치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있다. AI가 만든 그림이 디자인 분야에 활용되거나, AI가 작곡한 음악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데 기여한다면, 그 가치는 높게 평가될 수있다. 또한, AI 예술이 새로운 비평적 담론을 형성하거나, 예술계의 기존 권력 구조에 도전하는 측면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AI 창작물을 평가할 때는 저작권 침해, 데이터 편향, 알고리즘 차별 등 윤리적인 문제도 꼼꼼히 고려해야 한다. AI가 학습 데이터를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특정 인종이나 성별에 대한 편향된 시각을 드러낸다면, 그 가치는 훼손될 수 있다. 더욱이, AI 예술은 일자리 감소, 예술시장 양극화 심화, 예술의 상업화 가속화 등 사회경제적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AI 창작물의 가치 평가는 아직 명확한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영역이다. 하지만 '인간성'과 '새로움'이라는 두 가지 기준을 중심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AI 창작물을 평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AI가 예술의 영역에 가져올 긍정적인 변화를 수용하고, 동시에 윤리적,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AI 창작물에 대한 가치 평가는 기술 발전과 함께 계속 진화해나갈 것이다. AI와 인간이 함께 만들어갈 예술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AI 예술이 인간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는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까? 아니면, 예술의 가치를 훼손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까? 열린 마음으로 건설적인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우리가 맞이할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다.

[EE칼럼] AI 강국의 조건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AI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미국은 이미 OpenAI, 구글 등을 앞세워 플랫폼 우위를 굳혔고, 중국은 국가 주도 투자를 가속화했다. 유럽은 세계 최초의 AI법을 제정해 규제 표준을 선점했다. 한국은 어디에 서 있는가. 지난 수년간 정치 및 정책 공백이 길어지는 동안 실리콘밸리에서는 매주 새로운 AI 스타트업이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고, 바이두와 알리바바는 차세대 AI 모델을 경쟁적으로 발표했다. 이전 정부가 공언한 '5년간 16조원 AI 펀드'와 '2027년 세계 3위' 목표는 아직 가시적인 이행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왜 속도를 잃었을까. 그러나 앞서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보다 더 시급한 것은 우리가 정말 AI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보자. 현재 AI 경쟁은 단순한 기술 개발 경쟁이 아니다. 이는 국가의 인지적 역량과 사회적 지혜를 총동원하는 문명적 전환이다. 마치 산업혁명 시대에 증기기관을 도입하는 것과 전체 사회 시스템을 공장제로 바꾸는 것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던 것처럼 말이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AI 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는 AI의 하드웨어 기반일 뿐이다. 진짜 경쟁력은 그 위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 즉 AI 모델을 설계하고 훈련시킬 수 있는 인재(AI Talents)와 데이터(AI Data)에서 나온다. 여기서 첫 번째 현실적 장벽으로 '심각한 AI 인재 부족'이다. 앞서 있는 미국과 비교하더라도 그 격차가 상당한 가운데, 더 심각한 점은 2024년 연구개발 예산 삭감의 여파로 최고 수준의 AI 인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혁신 파이프라인이 흔들리고 있다. 국제 연구 협력은 줄어들고, 벤처 투자도 감소하며, STEM 전공 졸업생들은 창업이나 R&D보다 의대나 해외 이민을 선호하고 있다. 두 번째는 '데이터의 질적 한계'이다. AI 성능은 학습 데이터 품질에 수렴한다. 중국이 14억 인구의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국 언어에 특화된 AI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우리도 한국어와 한국 문화의 미묘한 맥락을 이해하는 AI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보유한 고품질 한국어 데이터셋은 흩어져 있고 체계적인 도메인 온톨로지도 부족하다. 이 처럼 인재와 데이터라는 두 핵심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바로 여기서 한국만의 독특한 기회가 보인다. 우리는 동서양 문화의 교차점에 위치해 있다. 서구의 개인주의적 혁신 문화와 동양의 집단주의적 협력 문화를 모두 이해하는 '문화적 실리콘'은 AI 개발에서 편향 최소화라는 강력한 자산이 될 수 있다. 또한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카카오브레인의 연구 성과, 그리고 특히 최근 LG AI연구원의 '엑사원' 같은 하이브리드 모델은 한국어 기반 AI 및 범용 AI 경쟁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개별 기업의 분전만으로는 세계 톱티어를 추적하기 어렵다. 국가 차원의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AI 인재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단순히 AI 학과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들이 한국에서 연구하고 싶어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한국은 'K-문화'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글로벌 표준으로 삼을 만한 규제는 없다. 이른바 'K-규제'는 AI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돕기에는 부족하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 AI 산업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AI 특별구역'을 지정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적극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연구소들과 공동 협력하며, 글로벌 AI 인재들에게 연구비, 생활비, 영주권 패키지를 제공하는 파격적 정책이 필요하다. 싱가포르가 금융 허브로 성장한 것처럼, 한국을 아시아의 AI 허브로 만드는 전략이다. 데이터 문제도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한류 콘텐츠, K-팝, 웹툰, 게임 등 우리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문화 콘텐츠들을 AI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AI는 단순히 기술적으로 우수한 것을 넘어서 한국의 문화적 감수성을 이해하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게 된다. 나아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AI 생태계 조성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AI를 도구가 아닌 파트너로 인식하는 사회적 전환(Social Transformation, SX)이다. AI는 일자리를 빼앗는 경쟁자가 아니라 인간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최고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의사가 AI와 함께 희귀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교사가 AI를 활용해 모든 학생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며, 예술가가 AI의 영감으로 상상조차 못 했던 작품을 창작한다. 이는 단순한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온정과 지혜를 한 단계 끌어 올리는 일이다. 이런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 단순 암기 중심의 교육에서 창의적 사고와 협업 능력을 기르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초등학교부터 AI와 대화하기, AI의 답변을 비판적으로 검증하기, AI와 팀 프로젝트 수행하기 등을 가르치는 AI 리터러시 커리큘럼이 필수다. 결국 AI 강국이 되는 것은 기술 개발을 넘어선 사회 전체의 혁신이다. 이는 마치 스마트폰이 단순히 통신 기기를 바꾼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방식 자체를 바꾼 것과 같다. AI 강국은 AI 기술을 가진 나라가 아니라, AI와 함께 사는 법을 먼저 터득한 나라다. 한국은 이미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다. 1960년대 농업국에서 2000년대 IT 강국으로 변신한 것처럼, 우리는 빠른 변화에 적응하고 위기를 기회를 만드는 DNA를 가지고 있다. 이제 그 DNA를 AI 시대에 맞게 활성화할 때다. 기술에 맞춰 사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가치와 꿈에 맞춰 AI를 설계할 때, 한국은 진정한 AI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김한성

[EE칼럼] AI 강국의 조건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AI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미국은 이미 OpenAI, 구글 등을 앞세워 플랫폼 우위를 굳혔고, 중국은 국가 주도 투자를 가속화했다. 유럽은 세계 최초의 AI법을 제정해 규제 표준을 선점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매주 새로운 AI 스타트업이 수십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고, 바이두와 알리바바는 차세대 AI 모델을 경쟁적으로 발표했다. 한국은 이전 정부가 공언한 '5년간 16조원 AI 펀드'와 '2027년 세계 3위' 목표는 아직 가시적인 이행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왜 속도를 잃었을까. 현재 AI 경쟁은 단순한 기술 개발 경쟁이 아니다. 이는 국가의 인지적 역량과 사회적 지혜를 총동원하는 문명적 전환이다. 마치 산업혁명 시대에 증기기관을 도입하는 것과 전체 사회 시스템을 공장제로 바꾸는 것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던 것처럼 말이다. 여기서 한국만의 독특한 기회가 보인다. 우리는 동서양 문화의 교차점에 위치해 있다. 서구의 개인주의적 혁신 문화와 동양의 집단주의적 협력 문화를 모두 이해하는 '문화적 실리콘'은 AI 개발에서 편향 최소화라는 강력한 자산이 될 수 있다. 또한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카카오브레인의 연구 성과, 그리고 특히 최근 LG AI연구원의 '엑사원' 같은 하이브리드 모델은 한국어 기반 AI 및 범용 AI 경쟁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개별 기업의 분전만으로는 세계 톱티어를 추적하기 어렵다. 국가 차원의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AI 인재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들이 한국에서 연구하고 싶어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한국은 'K-문화'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글로벌 표준으로 삼을 만한 규제는 없다. 이른바 'K-규제'는 AI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돕기에는 부족하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 AI 산업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AI 특별구역'을 지정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적극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연구소들과 공동 협력하며, 글로벌 AI 인재들에게 연구비, 생활비, 영주권 패키지를 제공하는 파격적 정책이 필요하다. 싱가포르가 금융 허브로 성장한 것처럼, 한국을 아시아의 AI 허브로 만드는 전략이다. 데이터 문제도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한류 콘텐츠, K-팝, 웹툰, 게임 등 우리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문화 콘텐츠들을 AI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AI는 단순히 기술적으로 우수한 것을 넘어서 한국의 문화적 감수성을 이해하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게 된다. 나아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AI 생태계 조성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AI를 도구가 아닌 파트너로 인식하는 사회적 전환(Social Transformation, SX)이다. 이런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 단순 암기 중심의 교육에서 창의적 사고와 협업 능력을 기르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초등학교부터 AI와 대화하기, AI의 답변을 비판적으로 검증하기, AI와 팀 프로젝트 수행하기 등을 가르치는 AI 리터러시 커리큘럼이 필수다. 결국 AI 강국이 되는 것은 기술 개발을 넘어선 사회 전체의 혁신이다. 이는 마치 스마트폰이 단순히 통신 기기를 바꾼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방식 자체를 바꾼 것과 같다. AI 강국은 AI 기술을 가진 나라가 아니라, AI와 함께 사는 법을 먼저 터득한 나라다. 한국은 이미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다. 1960년대 농업국에서 2000년대 IT 강국으로 변신한 것처럼, 우리는 빠른 변화에 적응하고 위기를 기회를 만드는 DNA를 가지고 있다. 이제 그 DNA를 AI 시대에 맞게 활성화할 때다. 기술에 맞춰 사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가치와 꿈에 맞춰 AI를 설계할 때, 한국은 진정한 AI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김한성

[장박원 칼럼] 탄소크레딧과 비트코인

'총·균·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는 2016년 발간한 '나와 세계'라는 책에서 이런 경고를 했다. “기후변화는 앞으로 10년 안에 우리 모두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사건이 될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미치는 영향은 무척 복잡해서 단지 '지구온난화'라는 명칭만으로는 부적절하다. 대기가 뜨거워지면 전 지역이 더워져야 하지만 모순되게도 일부 지역은 더 차가워진다. 폭풍과 홍수의 빈도가 증가하고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많아진다. 지금의 보수적인 예측보다 지구가 훨씬 빠른 속도로 뜨거워질 가능성은 무척 높다." 지난주 많은 사상자와 이재민 등 우리나라에 큰 상처를 남긴 극단적 폭우는 다이아몬드 교수의 예언이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시켜준다. 예전에는 없었던 폭우와 폭염, 폭한과 폭설 등 극한의 이상기후는 이제 일상이 됐다. 세계 곳곳에서 기후 재난은 해마다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무력하기만 하다. 현재로서는 대응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21세기 인류는 조상들이 상상할 수 없었던 각종 호사를 누리고 있다. 비행기를 타고 하루 안에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여행할 수 있고, 어떤 복잡한 문제도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으면 순식간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 풍부한 식량과 높아진 위생 수준, 의학의 발달로 평균 수명도 비약적으로 늘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치명적인 독소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탄소'다. 인간이 더 멀리 여행하고, 더 편리한 생활에 빠져들수록 탄소 배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탄소를 직접 배출하는 화석 연료 사용이 급증하며 지구는 급속히 뜨거워졌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인류에 대한 '탄소의 복수'는 더 빨라질 것이다. 몇 년 안에 우리가 예상치 못한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환경 파괴로 인해 발생하는 재난 영화들은 이를 경고하고 있다. 삶의 터전을 스스로 파괴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은 끊임없이 반복돼왔다. 인류 최초 문명 발상지로 알려진 메소포타미아 지역만 해도 그렇다. 그곳은 한때 삼림이 울창했다. 하지만 마구잡이 벌목으로 결국 사막이 되고 말았다. 탄소 배출로 똑같은 비극이 지구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파국을 막으려는 노력이 없는 건 아니다. 각국은 2015년 12월 채택된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탄소 감축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미국 등 일부 국가가 퇴행적 행태를 보이고 있으나 탄소 배출을 줄이는 일은 거스를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으로서는 만만치 않은 목표다.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조선 등 주력 산업이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악조건을 극복해야 할 이재명 정부는 고민이 많을 것이다. 산업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고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탄소 배출을 감축하려면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정부는 배출권거래제 강화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스위스 사례를 소개하며 배출권거래제의 실효성을 높이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는 미미한 편이다. 배출권 가격이 너무 싼 데다 탄소가 돈이 된다는 인식이 낮은 탓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탄소 배출량 중 가격이 책정된 비중이 30%에 육박했다. 인증된 배출권인 '탄소크레딧' 수요도 전년 대비 3배 넘게 늘었다고 한다. 탄소배출권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김재민 지역경제녹색얼라이언스 대표는 “경제 성장과 탄소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탄소크레딧에 금융 이익을 연계시켜야 한다"며 “이는 탄소가 돈이 된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인류의 생존이 달린 '탄소 감축'에 성공하려면 탄소크레딧도 비트코인 같이 투자 가치가 있는 자산이 돼야 한다. 그렇게 되면 배출권 가격이 오르면서 탄소 저감 기술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 것이다. 지구를 구하는 일도 규제보다는 시장이 더 잘할 수 있다. 장박원 기자 jangbak@ekn.kr

[기자의눈] 집값은 잡았지만, 실수요는 놓쳤다

이재명 정부가 6·27 규제 시행을 통해 집권 초기부터 천명했던 '집값 잡기'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금융권은 6억원 이상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부터 전세대출도 신용대출도 일제히 문고리를 걸어 잠궜다. 갑작스런 발표와 시행으로 인해 대출을 계획 중이던 수 많은 사람들이 돌연 자금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규제 이후 3주 남짓한 시간 동안 어느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수천만원 단위의 계약금을 날린 이야기부터 이사 계획을 다시 짜거나 대출이 가능한 동네를 알아보기 위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는 불만이 가득찼다. 은행권에서도 혼선은 이어졌다. 6·27 규제의 시행 시점이 익일로 발표되면서 전산에 적용될 시간조차 확보되지 않아 비대면 대출 영업이 문을 닫아야 했다. 당시 상황을 두고 한 은행권 관계자는 “서류 양식을 준비할 시간조차 없었다. 정확한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기다리는 와중 규제는 이미 시행된 상황이었기에 영업점이 혼란 그 자체였다"고 회고했다. 은행권은 전산 작업을 마친 일주일 정도가 지난 뒤에서야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접수를 속속 재개했다. 발빠른 시행은 동시에 맹점을 낳기도 했다. 전세퇴거자금대출은 은행마다 해석 차이로 사실상 올스톱되면서 대책 시행 이후 93% 급감했다. 규제 예외 대상에 대해 '불분명한 기준'이 제시되자 은행이 대출을 내 줄수도, 안 내줄수도 없는 상태가 된 까닭이다. 이 역시 원인은 '성급한 시행'이었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당국이 시차를 두고 조건을 새롭게 추가하자 혼선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대책 시행 후 전세퇴거자금대출 규제의 예외 기준이 '임대차 계약일'이라고 밝혔다가 사흘 뒤 '주택 소유권 취득일'이라는 조건을 추가했다. 이 조건에 대해선 이를 '계약날짜'로 간주할지, '등기접수일'로 해석할지 또 다른 혼란이 생겨났다. 당국이 세부 안을 검토하는 지금도 서민의 발이 묶인 채 시간이 흐르고 있다. 갑작스레 축소된 정책대출로 인해 계획을 수정하게 된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들도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당국은 이번 규제에서 정책대출도 예고 없이 연간 공급계획 대비 25%를 감축했다. 신용대출이 나오지 않아 급전이 필요한 중·저신용자는 고금리 대출로 발을 돌리고 있다. 일각에선 당국이 일단 밀어붙이고, 금융사가 속도에 발을 맞추다 스텝이 꼬이는 모양새가 거듭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당국의 추진력에 함께 시름하는 건 실수요자들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우산이 작은 중·저신용자들은 어떤 유예나 보호장치 없이 고스란히 규제라는 비를 함께 맞으며 서 있다. 목표를 위한 과감한 결단과 빠른 시행도 중요하지만, 당초 목표인 '집값 안정화'가 원래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도 살펴보며 가야한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이슈&인사이트] K-City Gas-SPC, 자율 안전관리의 초석 될 것

도시가스사업은 '안전을 서비스한다'는 사업 철학 아래, 사업 초기부터 안전관리에 막대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가스 사고는 현격히 감소했으며, 현재는 유틸리티업종 중에서도 안전사고 발생률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안전은 안전할 때 더욱 집중하고 투자해야 한다. 도시가스업계는 ICT를 기반으로 하는 통합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여 디지털 전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안전분야에서 도시가스업계가 공통 적용할 수 있는 '특성 데이터 표준화' 방안을 마련하고, '평가 툴'을 개발하였다. 모든 도시가스사는 공급시설의 안전분야 특성 데이터를 수집, 관리하고 있으나 위험성평가는 대규모 또는 사업 역량이 있는 기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미국에서 중저압 배관(Distribution Line)에 적용 중인 DIMP(Distribution Integrity Management Program)를 벤치마킹하여, 전국 도시가스사에 공통으로 적용 가능한 특성 데이터의 표준화 방향을 DIMP 기반으로 설정하였다. 표준화는 다음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설계되었다. 첫째, 평가체계의 객관성 확보를 통해 과학적이고 신뢰성 있는 평가가 가능해야 하며, 둘째, 용이성을 고려해 모든 도시가스사가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셋째, 기존에 구축된 평가체계와의 연계성을 유지함으로써 현실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다. 표준화 대상은 크게 배관, 정압기 및 밸브 세 부문으로 나누었다. 배관 부문은 공통 위험요인을 설계/환경, 제3자, 부식, 운전/보수 및 응력/설비결함 5개로 설정하였다. 그 아래에 17개의 위험인자(sub-factor)를 설정하고 가중치를 반영하여 요인별 위험 점수를 산정토록 했다. 밸브 부문은 3개의 공통 위험요인과 10개의 위험인자, 정압기 부문은 4개 요인과 15개 위험인자를 각각 설정하여 배관과 같은 방법으로 평가토록 하였다. 이렇게 도출된 총 42개 위험인자별로 내용 설명, 선정 목적, 대응 및 완화 방안, 배점, 위험 메트릭스를 나타내는 '위험인자 정의서'를 만들었다. 그리고 정의서에 따라 회사별로 수집, 관리하는 특성 데이터를 입력하여 결과 값을 구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K-City Gas-SPC'를 개발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도시가스업계가 최초로 모든 회사가 공통으로 위험성을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는 평가 툴이다. 아울러 이 프로그램 운영 전반(데이터 입력, 데이터 평가, 해석 등)에 대한 이용자 측면의 표준 매뉴얼을 준비하여 운영 효율성과 실용성을 높였다. 이번에 개발한 안전분야 특성 데이터의 표준화와 평가 툴은 도시가스사업의 자율안전관리체계에 있어 획기적인 진전을 이룬 프로젝트로 평가되며, 주요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도시가스업계의 안전 수준을 상향 업그레이드 하였다는 점이다. 특히 아직까지 위험성평가를 하지 않던 회사들은 표준화된 위험성평가 툴을 활용하여 체계적인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으며, 선도 업체와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점에 의의가 있다. 둘째, 위험성평가 방법의 표준화로 도시가스업계의 안전관리가 대외적으로 신뢰성을 한층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시스템 구비로 제도개선 기반을 구축함과 동시에 자율안전관리로 가는 초석을 마련하였다. 마지막으로, 예지보전시스템(predictivce maintenance) 확충으로 향후 경영전략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과제는 안전관리 빅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 관리하여 위험성평가 결과에 대한 치밀한 내부 검증 과정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후에는 보완 과정을 거쳐, 제3자 검증을 통해 위험도 기반 안전관리체계로 전환하면 제도개선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K-City Gas-SPC가 도시가스산업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혁신적으로 선도하고, 자율안전관리의 실현에 기여하는 핵심 도구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정희용

[이슈&인사이트] 장(長), 능력보다는 품성이다

이강윤 정치평론가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의 세기 못잖게 바람의 방향이 중요하다. 아무리 세게 틀어도 바람이 자신에게 오지 않으면 더울 수 밖에 없다. 117년만의 최고 기록이었다는 올 여름 폭염은 고통이자 형벌이다. 정책도 에어컨 바람의 방향과 매우 흡사하다. 꼭 필요한 사람/곳에 1차적으로, 바로, 가 닿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구두 위를 긁는 격이다. 빈곤층/서민대중의 이익이나 관점, 정서에서 벗어나면 그 정부는 시민의 정부, 국민주권정부가 아니다. 그런 정부는 실패할 수 밖에 없고 실패가 마땅하다. 멀리서 찾을 것 없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그래서 수감됐다. 어느 정권이든 명심해야 할 게 서민대중의 이익과 관점, 정서다. 이걸 놓치면 누구든 언제든 어디서든 반드시 망한다. 수 없이 망해왔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처럼 그런 정권은 바로 망하는 게 정의다. 이런 평범한 진리를 동서고금 역사가 줄곧 증언하고 있는데 자주 잊는다. 특히 집권 초기에는 더 잘 잊는다. 가장 강한 도취가 권력이라잖던가. 능력은 시간을 두고 겪어봐야 알 수 있고 관점에 따라 그 평가나 가치도 달라진다. 그러나 품성은 바로 알 수 있다. 지나온 행적은 지우거나 고치지 못한다. 품성은 언행의 누적이자 총합이다. 능력은 향상될 수 있지만, 장년기 이후 품성은 고쳐지기 힘들다. 품성이 바뀌길 기대하느니 낙타가 바늘 귀를 통과하는 게 빠르다. 장(長)의 역할은 본인이 이것저것 열심히 일하는 게 아니다. 혼자 열심히 일하는 걸 솔선수범이라고 생각하던데들, 틀렸다. 장은 구성원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데에 그 가치가 있다. 장의 능력은 거기서 판가름난다. 이력서나 경력증명서는 자신이 그간 지나온 것을 입증하는 것이지 사람을 움직이게 한 것, 즉 감동이나 리더십 여부의 물증은 아니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능력이나 힘은 거쳐온 자리의 명칭이 아니라 품성에서 나온다. 그래서 장(長)은 능력보다는 품성이다. 간판주의-능력주의를 표방했던 박근혜-윤석열정부 꼴이 어땠나, 결국 어떻게 됐나. “우리는 그들과 본 판이 다르다"고? 다를 수도 있겠고 다르기를 바란다만, 사람의 본능이나 욕망은 사실 거기서 거기다. 그들도 처음에는 “우리는 다르다"고 말하고 철석같이 다짐했다. 큰 소리도 쳤고. 새 정부 장관급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다. “점퍼 색 교체, 의자 주인 교체가 아니라 세력을 교체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벌써 나온다. 혁명이 아니었으니 그런 비판은 당연하기도 하고, 하나마나한 소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비판의 행간에는 실망과 회의가 담겨있다는 걸 아프게 깨달아야 한다. 실패에서 배우는 게 중요하다. 실패하지 않는 것이 곧 성공은 아니지만, 정권의 기회는 단 한 번뿐이므로 성공하려면 최소한 실패는 말아야 한다. 박근혜-윤석열의 실패에는 추산 불가능할 정도의 막대한 국민 돈과 시간이 들어갔다. 그들의 실패는 우리 모두의 실패이자 영원히 회수불가능한 매몰비용이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은 낭비를 넘어 죄악이다. 박수칠 때 겸손하고 성찰해야 한다. 아첨꾼이자 수다맨이고 노욕 그 자체인 모 씨가 늘 말하지 않던가. “골프와 정치는 고개 처들면 망한다"고. 그 이 말 중 그거 하나는 딱 맞는 말이다. 대개의 경우, 인사가 지지층 분화/이탈의 시작이자 정권의 한계가 명확해지는 순간이고, 향후가 대강 그려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 “점퍼 교체가 아니라 세력 교체"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이 말이 계속 나오면 정권의 성공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인사가 만사이자 망사다. 이강윤

[기자의눈] 건설업 온열질환 대책, ‘1보 전진’ 있었지만

지난 7일 경북 구미시의 낮 기온이 섭씨 37.2도까지 치솟았다. 이로 인해 이날 아파트 공사장에 첫 출근한 베트남 국적의 20대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이후 정부와 대형 건설사들이 뒤늦게나마 폭염 대응에 나선 모습은 다행이지만, 중소 현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년간 폭염으로 인한 산업재해 사망자 29명 중 20명이 건설업에서 발생했다. 건설노조가 지난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폭염에 본인이나 동료가 실신하거나 이상 증세를 보인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56.6%에 달했다.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는 '대책은 있으나 강제성이 없어 무용지물'이라는 응답이 61.2%, '1군 대형사 위주로만 적용돼 중소규모 현장은 사실상 무방비'라는 응답이 42.4%를 차지했다. 설문대로라면 '머슴 노름도 대감집에서 하라'는 말이 실감난다. 실제로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은 물론 현대건설·포스코이앤씨 등 대형사들도 폭염 시 휴식시간과 냉방장치 등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불신은 있다. 건설노조는 “실제 현장을 가보면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홍보하는 것만큼 현장에서 구현되는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꼬집는다. 문제의 핵심은 폭염 대책 시행이 결국 건설사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고용노동부가 지난 17일부터 체감온도 33도 이상 시,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의무화한 것은 반가운 조치다. 지침을 위반해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는 것이다. 이제야 건설현장 폭염 대책의 시행이 제대로 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중소규모 현장은 여전히 사각지대가 될 전망이다. 인력·예산의 한계, 다단계 하도급 구조 등으로 인해 안전 지침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전체 추락사고의 42.7%가 공사비 50억원 미만의 소규모 현장에서 발생했다. 반면 공사비 1000억원 이상 대형 현장은 18.8%에 그쳤다. 영세한 중소 건설사들은 공사비가 빠듯해 근로 환경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열악한 여건이라 해도, 누구도 생계를 위해 목숨을 담보로 일해서는 안 된다. 실효성 있는 단속과 현장 중심의 관리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법은 또다시 종이조각에 불과하게 된다. 누구도 더 이상 일하다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지금보다 훨씬 더 철저한 단속과 관리가 필요하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EE칼럼] 황해의 위기, 미세먼지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

얼마전 우연히 다롄, 칭다오 등 중국 해안가에서의 끔찍한 오염상태를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악취는 물론이고 기형적인 물고기들이 떠다니며 모래사장마저 거품처럼 끈적해진 상태였다. 얼마 깊지도 넓지도 않은 황해를 사이에 두고 지척에서 한국은 해산물와 소금 등을 조달하고 있다. 다행히 남쪽에서 올라오는 해류가 한반도 해안가를 먼저 타고 북상해 발해만을 거쳐 중국 해안으로 남하하기에 크게 체감 못하는거 같다. 하지만 해류에 희석되어 봐야 이 좁은 황해 내에선 거기가 거기일 뿐이다. 한국 정부는 나름 연안 환경 관리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왔다. 대표적인 정책은 연안오염총량관리제로, 특정 연안에 흘러드는 오염 부하량을 해당 해역의 환경 수용능력 이내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는 분기별로 연안 수질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각 지자체에 생활하수와 산업폐수 등의 총 배출허용량을 할당하여 관리하고 있다. 아울러 지자체들은 지역 개발계획을 수립할 때 환경개선 사업과 연계하여 오염물질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바다 건너 중국은 이와 관련해서는 그냥 손 놓고 있는 듯하다. 동부 연안에 거대한 공업 지대를 형성했고, 이에 따른 폐수와 폐기물이 상당 부분 황해로 흘러들고 있다. 그 결과 황해의 오염 수준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수준으로, IUCN(국제자연보전연맹)은 황해 생태계를 멸종위기 등급으로 분류할 정도다. 중국 당국은 늘 그렇듯 공식적으로는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중앙정부의 표면적 스탠스와는 달리 정작 해안 지방정부들은 투자 유치를 위해 환경 단속을 소홀히 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산둥성 연안에서는 질소 비료와 하수로 인한 대규모 녹조 현상이 빈발하고, 그 중 일부는 해류를 타고 내려와 한반도 서남해안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된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언제나 그렇듯이 한국이 제기한 문제를 정치적 의도로 몰아가거나 지나친 반응으로 깎아내리곤 한다. 이런 중국의 태도는 자국 연안 개발에만 매몰될 뿐, 이웃 국가가 겪는 피해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관심한 그들의 속내를 드러낸다. 중국이 경제적 성장가도를 달리는 동안 황해는 마치 중국만을 위한 거대한 폐수 처리장으로 전락해 버렸다. 이와 비슷한 이슈로는 중국발 미세먼지를 들 수 있다. 대기와 해양과 같이 여러 나라가 공유하는 자원을 둘러싼 오염 문제는 전형적인 “공유지의 비극" 양상을 띤다. 한국과 중국 정부 모두 미세먼지 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했지만, 중국은 자국도 피해자 라거나 한국 내부 배출 탓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책임을 분산시켰다. 그 사이 한국은 수동적으로 실내공기청정기 보급이나 비상저감조치 같은 자학적 자구책에 기댈 뿐, 근본 원인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미세먼지와 황해 오염은 본질적으로 분명한 차이가 있다. 미세먼지는 국경을 넘어 공기 중에서 끊임없이 섞이고 이동하기 때문에 어느 국가의 배출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정확히 수치로 잡아내기가 사실상 어렵다. 중국에서 배출한 미세먼지 비율이 크다고 짐작은 할 수 있으나, 특정 배출원을 정확히 지목하여 책임을 묻기엔 한계가 명백하다. 이에 반해 황해의 해양오염은 과학적이고 명확한 물리·화학적 증거를 제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바닷물과 퇴적물에서 오염물질 농도를 분석하면 오염의 진원지와 그 기여도를 비교적 정확히 밝혀낼 수 있다. 실제로 황해의 퇴적물과 해수 내 중금속이나 영양염 농도를 측정한 결과, 중국 연안에서 유입되는 하천 부근이 압도적으로 높은 오염 수치를 나타냈고, 한국 연안으로 다가올수록 농도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이는 중국의 육상 배출원이 황해 오염의 결정적 원인이라는 것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근거다. 미세먼지처럼 복잡한 모델과 추정에 의존할 필요 없이, 비교적 단순하고 명료한 수질 데이터를 근거로 중국발 오염 책임을 피할 수 없도록 압박할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다. 이 명확성은 향후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중국의 책임을 묻고 대응책을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인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 중국이 민감해한다고 해서 우리 정부가 늘 저자세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한국 국민의 생존권과 직결된 중대한 국가 이익으로서, 중국이 그토록 강조하는 “핵심 이익"에 해당되는 사안이다. 환경 피해에 대한 책임과 배상은 국제적으로 널리 인정된 '오염자 부담 원칙(Polluter Pays Principle)'을 엄중히 적용하면 된다. 이미 국제법적 틀에서도 초국경 환경 피해를 야기한 국가의 책임이 명백히 규정되어 있다. 1972년 스톡홀름 선언과 1992년 리우 선언에서 분명히 밝힌 바와 같이, 어느 나라도 자국 관할에서 발생한 활동으로 인해 타국 환경에 피해를 주어선 안 된다. 국제사법재판소(ICJ) 역시 국경을 초월한 환경 피해 방지 의무를 수차례 재확인했다. 한국 정부는 한중 환경장관 회담이나 한중해양협력협의회 등 공식적인 외교 채널에서 황해 오염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삼고, 공동 모니터링 체계 구축과 구체적 오염 저감 목표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간 정부 차원에선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해왔지만 이재명 정부는, 최근 이슈가 된 중국의 불법 구조물 이슈와 함께 새 정부 들어서는 대로 시급히 대응해야 한다. 더 이상 중국의 눈치를 살피며 미온적인 접근으로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유종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