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Energy&Enviro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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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지속적 원전 수출의 성공 조건

[EE칼럼] 지속적 원전 수출의 성공 조건

올해는 을사년(乙巳年)이다. 청색을 뜻하는'을(乙)'과 뱀을 의미하는 '사(巳)'를 합하여 '청사(靑蛇)의 해'라고 한다. '다산·재물·치유'를 상징한단다. 그러나 우리는 을사년이라면 우선 120년 전 일제가 강제로 저지른 을사늑약(勒約)이 먼저 생각난다. 그때처럼 지금 우리나라의 운명은 풍전등화라는 우려 때문이다. 대통령 구속-기소에다 무주공항 참사까지 겹쳐 온 나라는 어수선하다. 이러니 우리 사회공동체의 존재 이유인 국리민복 증강 기반이 무너지는 듯하다. 원화 환율은 급변하고 소비 심리와 기업 체감 경기는 코로나 사태 이후 최악..

[EE칼럼]에너지전환 정책과 보상은 별개의 문제다

[EE칼럼]에너지전환 정책과 보상은 별개의 문제다

산업부가 올해 1분기까지 '석탄발전 전환 로드맵'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 전환 로드맵에는 발전 5사의 재편 방향은 물론 기존 석탄발전 인프라 활용계획, 석탄발전 폐지에 따른 지역경제와 일자리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담길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발전소 소재 지자체와 관계부처도 이 로드맵 수립에 참여할 계획이다. 정부는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발전 5사 석탄화력의 75%를 폐지하고 LNG와 양수 등 대체 발전설비를 건설하며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와 함께 수소 및 암모니아 등 무탄소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탄소중립..

이슈&인사이트

[Issue&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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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범의 세무칼럼]우리나라도 세금 한 푼 안 내는 조세피난처가 있다

[박영범의 세무칼럼]우리나라도 세금 한 푼 안 내는 조세피난처가 있다

조세회피처는 수입이나 소득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조세를 부과하지 않는 국가나 지역을 말한다.조세회피처에서는 세금이 없거나, 외국환관리법·회사법 등 규제가 적고, 모든 금융거래의 익명성을 보장하므로 기업이나 개인이 탈세와 돈세탁용 자금 거래의 온상으로 카리브해 연안과 중남미 국가에 페이퍼 컴퍼니를 두고 운용하고 있다. 국세청과 관세청은 말레이시아 라부안,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케이맨 제도 등에 있는 외국 법인과 거래하거나 금융거래하면 역외 탈세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7월 국세청은 소프트웨어 개발업을 하는 내국법인..

[이슈&인사이트] 산업안전, 이대로는 안 된다

[이슈&인사이트] 산업안전, 이대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산업안전수준이 경제수준과 달리 낮은 이유는 뭘까. 산업안전 행정인원·예산과 학자 수가 산재예방 선진국보다 훨씬 많고 기업도 예전보다 많은 안전투자를 하고 있는데도 왜 그 수준이 올라가지 않는 걸까. 아니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법제의 엉성함, 행정과 법원의 비전문성과 무책임, 학계의 무능이 주된 원인인 것 같다. 법제의 예측가능성과 이행가능성이 결여된 상태에서는 수범자의 규범의식이 높을 수 없다. 어떤 조직이든 내부규칙이 애매하고 비현실적인 내용이 많으면 준수하는 척만 할 뿐 위반이 만연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데스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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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外憂內患…트럼프노믹스와 계엄노믹스의 간극

국어(國語) 진어(晉語)편. 복잡한 내외 정치 관계에 휘말린 진나라(晉)는 화평을 배신한 정나라(鄭)를 정벌하려 들었다. 그러자 초나라(楚)가 지원군을 보내 언릉에서 진나라와 맞섰다. 진나라 사섭(士燮)은 싸우지 않을 것을 주장하며 “제후(諸侯)로 있는 사람이 반란하면 이것을 토벌하고, 공격을 당하면 이를 구해야 한다. 나라는 이로써 혼란해진다. 따라서 제후는 어려움의 근본"이라고 입을 뗀다. 이어 사섭은 “성인은 안으로부터의 근심도, 밖으로부터의 재난도 능히 견디지만(唯聖人能外內無患) 성인이 아닌 우리들에게는 밖으로부터의 재난이 없으면 반드시 안으로부터 일어나는 근심이 있다(自非聖人 外寧必有內憂). 초나라와 정나라는 놔두자. 밖으로부터의 근심을 내버려두지 않겠는가"라고 조언한다. 초나라의 위협(외부 위협)이 약해지면 제후가 반란을 일으키는 내부 정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의미다. 사섭의 말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진은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지만, 진나라 내부 정쟁이 심화하면서 조, 위, 한 세 가문이 진나라로부터 독립한다. 사섭 말에서 유래된 사자성어가 내우외환(內憂外患)이다. 우(憂)는 '항상 마음 속에 담고 있는 근심'이다. '우려'에 이 자를 쓴다. 환(患)도 근심이다. 환은 '어떤 일에 대한 근심'이다. '환란'과 같이 일어나는 사건·사고에 대한 근심에 환을 쓴다. 한국은 지금 내외발 근심과 걱정에 둘러싸여 있다. 안(內)으로는 12.3 계엄에서 시작된 근심이오, 밖(外)으로는 트럼프2.0이 가져올 걱정이다. 모두 한국인의 삶에 직접적인 우환이다. 이를 보면 외우내환이다. 성어 배열을 뒤집어 쓴 이유가 있다. 내외 근심의 양상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12.3 계엄은 이미 사건으로 일어났다. 군 수뇌부가 줄줄이 구속되고 대통령은 탄핵 심판을 앞두고 있다. 급기야 대통령을 체포해 서울구치소에 수감했다. 탄핵을 둘러싸고 국론은 찬반으로 나뉘었다.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갈라진 국론을 두고 논박이 뒤엉켰다. 민주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일으킨 계엄은 정당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친위쿠데타로 영구집권을 획책했다는 반박이 이어졌다. 연말 이후 연초까지 모든 이슈는 '계엄'이었다. 여야 협치나 민생이란 단어는 한가한 사람들의 사치스런 말로 치부됐다. 그래서 계엄은 '환'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재집권했다. 조 바이든이 형성했던 거의 모든 정책을 뒤집을 태세다. 관세 장벽을 높이고 자국 이익 중심주의를 천명했다. 세계 경제를 이끌던 비교우위론은 순진한 학자들의 옛말로 치부하려 한다. 지원금을 준다며 꼬드겨 한국의 반도체 기업을 유치했던 미국의 정책도 변화할 전망이다. 트럼프는 주한 미군을 운영하기 위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9배 가량 올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또 남한을 배제하고 김정은과 직거래를 틀 마음도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의 그 모든 공언이 한국 경제에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어디로 얼만큼 튈지 모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래서 트럼프 2.0은 '우'다. 환은 우보다 직접적이어서 충격도 강하다. 계엄으로 나라가 부서질 것처럼 보인다. 대통령은 사법 일정에 따라 탄핵 심판의 수순을 밟을 것이고, 여야는 서둘러 조기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계엄은 위험의 잠재성을 이미 보였다. 한국 경제에 이미 선반영됐다. 그러니 '환'은 이미 지나간 근심이다. 우가 더 걱정이다. 트럼프는 많은 위험을 아직 시전하지 않았다. 그 크기와 폭이 얼마나 될지 가늠할 수 없다. 트럼프의 말이 으름장이 될 지, 실제 대한국 정책에 반영을 할 지 알 수 없다. 무섭게 다가오는 회색코뿔소다. 위험인 건 맞는데, 한국을 들이받을지 빗겨 나갈지 단언할 수 없다. 그것이 더욱 두럽다. 다가오지 않은 근심, 트럼프2.0은 '우'다. 내환은 연일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자극을 준다. 그러나 이미 역치를 넘는 극단의 충격을 받은 국민이다. 내환에 면역마저 생겼다. 이제 왠만한 자극에는 꿈쩍도 하지 않을 정도다. 외우는 심각한 위험이지만 큰 자극으로 느끼지는 않는다. '그래서 트럼프가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를 어느 언론도 단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막상 트럼프의 행정 지시가 떨어지고서야 부랴부랴 대응할 참이다. 내환은 커보이고 외우는 작아 보인다. 그 시각적 간극은 심리적 상상에 불과하다. 보이는 것과 달리 간극은 서로 맞닿아있다. 오히려 외우가 크고, 내환은 작을 수 있다. 그래서 외우내환이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박영범의 세무칼럼]우리나라도 세금 한 푼 안 내는 조세피난처가 있다

조세회피처는 수입이나 소득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조세를 부과하지 않는 국가나 지역을 말한다.조세회피처에서는 세금이 없거나, 외국환관리법·회사법 등 규제가 적고, 모든 금융거래의 익명성을 보장하므로 기업이나 개인이 탈세와 돈세탁용 자금 거래의 온상으로 카리브해 연안과 중남미 국가에 페이퍼 컴퍼니를 두고 운용하고 있다. 국세청과 관세청은 말레이시아 라부안,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케이맨 제도 등에 있는 외국 법인과 거래하거나 금융거래하면 역외 탈세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7월 국세청은 소프트웨어 개발업을 하는 내국법인 대표자가 해외 고객사(가상자산 발행사 등)에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개발 대금 일부를 법정 통화가 아닌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받으면서 자기 명의의 조세회피처 펀드 계좌에 몰래 유출하여 사용하다 추징당하였다. 심지어 일부 조세회피처 국가에서 일정 금액 이상을 현지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시민권을 주는 황금비자 제도를 이용해 조세회피처의 국적을 취득한 후, 조세피난처 계좌에 숨겨둔 금융 재산으로 호화 생활을 하는 사업자도 있었다. 그런데 국내에도 사업장 소재지에 따라 100% 세금을 안내는 조세회피처가 있다. 유명 청년 유튜버 A 씨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외 지역에 창업하면 5년간 소득세 100%를 감면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실제 사업장은 서울이지만 가짜 사업장인 용인에 있는 공유오피스에 사업자등록을 하였다. 3년간 수십억 원 수입을 얻으면서도 청년창업 감면을 적용받아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것 같아 이를 수상하게 여긴 주변인의 제보로 관할 세무서는 현장 확인하였다.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는 공유오피스는 천여 개의 사업자가 등록되어 있으며, 현장 확인 결과 별도로 분리된 사무공간 없이 호수만 구분되어 있고 주소 세탁을 위해 우편물 수령만 가능한 월 2만 원 월세만 내는 장소였음을 확인하였다. 현장 확인한 세무서는 사업자등록을 한 사무실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업자등록은 직권 폐업 조치하고 감면받은 소득세 및 가산세 수억 원을 추징하였다.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 제도는 청년 창업을 유도하고 사업 초기 세 부담 경감을 통해 성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최초로 소득이 발생한 해부터 5년간 법인세·소득세 50%∼100% 감면하고 있다. 감면 대상은 제조업·건설업 등 총 18개 업종이며,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청년(15∼34세) 여부에 따라 감면율을 차등 적용한다. 그런데 일부 유튜버·통신판매업자 등은 청년(만 15∼34세)이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외에서 창업 시, 5년간 법인세 및 소득세 100% 창업중소기업 감면율을 적용받기 위해, 실제는 서울에서 사업을 하면서 용인·송도 등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외 지역 공유오피스에 허위 사업자등록을 하는 사업장 소재지 세탁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 용인에 소재한 400평대 공유오피스에는 1,400여 개의 사업자가 입주(한 명당 약 0.3평)하고 있었으며, 송도에 소재한 400평대 공유오피스에도 1,300여 개의 사업자가 입주(한 명당 0.3평)하여 국내판 조세회피처로 악용하고 있다. 국세청은 역외 탈세 국제거래조사국처럼 공유오피스 세원 관리 T/F를 구성하여 용인·송도 등 해당 지역 공유오피스에 입주한 무늬만 지방 사업자 중 실사업 여부가 의심되는 사업자를 정밀 검증하여, 허위 사업장은 직권 폐업 조치하고 부당감면 사업자는 감면 세액을 추징하고 있다. 해외 조세회피처럼 국내도 지역에 따른 조세감면 제도를 교묘하게 악용하여 법인세와 소득세를 탈세하는 조세회피처가 있다. 박영범

[EE칼럼] 지속적 원전 수출의 성공 조건

올해는 을사년(乙巳年)이다. 청색을 뜻하는'을(乙)'과 뱀을 의미하는 '사(巳)'를 합하여 '청사(靑蛇)의 해'라고 한다. '다산·재물·치유'를 상징한단다. 그러나 우리는 을사년이라면 우선 120년 전 일제가 강제로 저지른 을사늑약(勒約)이 먼저 생각난다. 그때처럼 지금 우리나라의 운명은 풍전등화라는 우려 때문이다. 대통령 구속-기소에다 무주공항 참사까지 겹쳐 온 나라는 어수선하다. 이러니 우리 사회공동체의 존재 이유인 국리민복 증강 기반이 무너지는 듯하다. 원화 환율은 급변하고 소비 심리와 기업 체감 경기는 코로나 사태 이후 최악이다. 이 모두가 지나고 보면 허망하게 끝날 정쟁(政爭)의 승리에만 몰두하는 망라한 정치권 탓이 가장 크단다. 이런 정치권의 피해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귀결된다. 우리 정치 불확실성은 경제사회 시스템에 추가적 압박을 가할 것'으로 AP통신과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들이 보고 있다. 올해 잠재성장의 상당 부분(년 0.2%p)이 훼손될 것 같다. 정치권 관련 '이슈'에 관여를 꺼리는 우리 재계(대한상공회의소 등)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에 따른 관세 인상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AI의 빠른 기술적 변화 등을 걱정하고 있다. 이에 2차 대전 이후의 호혜적 다자(多者) 협력 체재가 끝나가는 상황에서 1) 다양한 해외 투자와 국제연대, 2) 소프트파워 등 대체 성장 모델 모색, 3) 해외 이민자 유입(500만 명 수준)을 통한 인구절벽 극복 등이 필요하단다. 이 밖에 에너지 조달과 관련 대책으로는; 97% 에너지 수입 의존국인 우리는 AI체재 유지-발전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 등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중앙집중식 전력체계에서 분산 전원 체재로의 일 부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암울한 여건에 한 줄기 희망이 보인다. 총사업비 20조 원대 '체코'원전 '두코바니' 사업의 최종계약 가능성이 바로 그것이다. 한전과 그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지난 1월17일자로 '웨스팅하우스'와 지재권 분쟁을 종료하였기 때문이다.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력 강화에도 합의했다. 그간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체코에 공급하려는 최신 한국형 원전 APR1400 모델이 자사의 원천 기술에 기반한 것이라며 한수원의 독자적인 수출에 제동을 걸어왔다. 반면 우리는 APR1400의 국산화에 성공으로 독자 수출에 문제가 없다고 하여 왔다. 그간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지재권 분쟁은 오는 3월이 시한인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최종계약에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번 합의를 계기로 한국과 미국 정부 당국은 '수백억 달러 상당의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최고 수준의 비확산 기준을 준수할 수 있는 매우 경쟁력 있는 대안'이라고 평가하였다. 특히 그간 중국과 러시아의 세계원전 시장장악 가능성을 우려해온 미국 서방권은 큰 전략적 성과를 거둔 셈이다. 그러나 이번 원전 수출을 위한 한-미 간 협상 결과는 관련 당사자들의 유-불리 여부는 결국 검증되기 마련이다. 특히 우리나라에 불리한 내용이 많을 수 있다는 의혹이 일부 계층에서 표출되고 있다. 당사자들 간 '비밀유지 협약'에 따라 아직 그 세부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유럽 원전 수주는 '웨스팅하우스'가 전담하고, 우리 기업들은 중동·동남아 지역진출을 담당할 것이란다. 오는 3월이 시한인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최종계약을 앞둔 한국 측으로서는 국내 정치여건 혼돈의 악영향이 겹친 상황에서 한-미 관련자 분쟁 해결은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이었다. 따라서 시간적 여유가 없고 협상 여건마저 약화 되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양보가 불가피하였을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원전 사업 경쟁력은 지난 50년간 정부 지원에 따른 것이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전체 발전량의 40% 수준을 원전에 우선 배정했다. 기기/부품 생산의 전 주기적 구축 지원도 있었다. 연구개발(R&D) 투자도 비교적 충분했고 미국 스리마일, 일본 후쿠시마 등 원전사고에 따른 악영향도 차단됐다. 이에 따라 세계 수준의 경제적 기기조립 및 시공능력(On Time On Budget) 확보가 가능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이 바로 그 산물이다. 건설단가(㎾당 1,500달러 수준)는 중국보다도 낮고 선진 경쟁국들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장기 특혜 성장은 항상 비효율을 동반한다. 원전폐기물 처리와 사고 복구 비용, 품질관리 미흡과 전력 시스템 왜곡 등 모든 외부효과를 반영하면 원전의 경제성이 당연히 저하된다. 사실 지금 세계 신규 발전설비의 절반 이상이 신재생이지만, 우리의 경우 일사 조건 등 자연환경과 토지 확보, 설비 수입 비용 등에서 불리한 점이 많아 신재생 주도 시대가 세계 추세에 비해 늦을 것 같다. 그래서 특정 발전원의 압도적 우세는 당분간 없을 것 같다. 이런 점에서 탈원전 논란이 원숙한 에너지환경정책으로 전환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 원전 업계는 무조건적 원전 수출 지원만을 요구하고 있다. 집단이기주의로 오해받을 수 있다. 더욱이 우리 경수로기술의 경제성 확보는 길지 않을 수 있다. 미국 등에서 안전성과 경제성을 두루 갖춘 소형-모듈형 원자로 실용화가 급진전하고 있다. 이 기술은 저성장-분산전력 시장에 적합하고 신재생과의 공생도 가능하다. 더욱이 우리는 원전 수출에 필수적인 금융조달 능력이 부족하다. 결정적 약점이다. UAE 원전 수출의 경우 지급보증능력 부족으로 최종계약이 5년쯤 지연됐다. 우리 대신 UAE 재무부가 자국 원전회사에 지급 보증을 했다. 우리는 이득 감소를 수용했다. 예컨대 기대 투자수익률이 16%에서 10.5%로 줄었다는 분석(최기련 2018)결과도 있다. 환율 변동, 안전기준 변화 등으로 원전 수출 위험의 가변성이 커질 수 있다. '남지 않는' 원전 수출은 하지 말아야 한다. 정상적 금융조달과 미래기술 확보가 가능한 경우에만 원전 수출을 지원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중국에 대응해 우리 원전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미국과의 전략적 연대를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미국의 금융 능력과 미래기술 확보가 긴요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성장쇠퇴기에 접어든 기존 원전의 수출 이득 감축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새로운 이득 창출 전략 도입이 불가피하다. 원전 수출은 항상 '남는 장사'가 아니다. 지속 가능한 이득 창출 시스템 없이는 대폭적인 원전 수출 지원은 불가능하다. 관련 경제주체들의 미래지향적 개혁조치가 필요한 때다. . 최기련

[기자의 눈] 환경부와 산하기관, 위상 오를수록 책임 통감해야

기후환경부는 환경부의 새 이름 후보다. 환경부 위상은 나날이 오르고 부총리급 부처로 인정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위상이 오를수록 책임도 함께 커진다. 환경만 신경 쓰고 있으면 위에서 알아서 조정해주던 시절은 끝났다. 이제는 경제도 신경 쓰며 알아서 권한을 조정할 줄 알아야 한다. 환경부 산하기관들도 마음가짐을 다잡아야 한다. 그러나 에너지 산업을 함께 취재하는 입장에서 보면 아직 의아할 때가 많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난해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달성을 눈앞에 뒀다고 홍보했다. 수자원공사는 국가 소유의 댐과 저수지 등을 통해 물 관리를 하고 이를 통해 대규모 수력발전을 하는 공기업이다. 발전 규모는 원전 1개 수준인 1082메가와트(MW)이다. 수자원공사의 'RE100 달성 눈앞' 홍보는 옛날처럼 국토교통부 소속이라면 어느정도 이해가 가지만, 지금은 환경부 소속이다. 환경부는 산업계에 재생에너지를 쓰라고 독려하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수자원공사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자기가 사용하면서 우리는 RE100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할 게 아니다. 지금도 물량을 조금씩을 풀고 있지만, RE100 압박에 시달리는 수출기업들에 좀 더 빠르게 공급할 필요가 있다. 환경부가 추진 중인 총 14개의 기후대응댐은 목적이 여럿 있어 보인다.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 용수 공급도 해야 하고 댐 인근에 파크골프장도 지어 지역 경제도 부흥시켜야 한다. 기후대응댐보다는 사실상 경제부흥댐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환경부가 기업들엔 '그린워싱(가짜환경주의)' 못하게 해놓고 기후라는 이름으로 댐 건설을 추진하는 게 적절한가 싶다. 한국환경공단은 존재감을 잘 모르겠다. 온실가스 감축사업은 한국에너지공단에서도 맡고 있고, 탄소배출권 제도는 한국거래소가 주도하고 있다. 환경공단은 올해 1079억원 규모로 '탄소중립설비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에너지업계에서는 뒷말이 나온다. 탄소 다배출 태양광 모듈의 참여를 허용한 점이 불만이라고 한다. 에너지공단은 '신재생에너지 금융 지원'사업을 통해 탄소인증제 등급을 받은 태양광 모듈만 참여를 허용한다. 환경공단의 지원사업은 탄소인증제 등급이 없는 중국산 태양광 모듈도 마구 들어올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자가소비형 재생에너지 설비에 인증서를 발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이 당장은 필요 없는 탄소감축 실적을 인증서 교환을 통해 대기업에 팔 수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이 이같이 탄소감축 실적을 대기업에 이전하고 인정받을 제도가 없다고 한다. 환경공단이 제도 도입에 맞춰서 마련해줘야 할 텐데 늦은 모양이다. 환경부의 전기차와 충전기 보급 목표는 계속 미달인데 뾰족한 대책이 없어 보인다. 계속 이 추세로 간다면 자동차 산업 진흥을 관리하는 산업부가 맡아서 업계와 정부의 소통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이 낫지 않나 싶다. 환경부와 산하기관들은 좀 더 산업에 진심으로 다가가야 한다. 산업계의 환경 부담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없으면 부총리급 기후환경부는 존재할 수 없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슈&인사이트] 산업안전, 이대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산업안전수준이 경제수준과 달리 낮은 이유는 뭘까. 산업안전 행정인원·예산과 학자 수가 산재예방 선진국보다 훨씬 많고 기업도 예전보다 많은 안전투자를 하고 있는데도 왜 그 수준이 올라가지 않는 걸까. 아니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법제의 엉성함, 행정과 법원의 비전문성과 무책임, 학계의 무능이 주된 원인인 것 같다. 법제의 예측가능성과 이행가능성이 결여된 상태에서는 수범자의 규범의식이 높을 수 없다. 어떤 조직이든 내부규칙이 애매하고 비현실적인 내용이 많으면 준수하는 척만 할 뿐 위반이 만연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산업안전법제가 재해예방에 기여하지 못하면서 기업에 불필요하게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고용노동부는 결함투성이 법제를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고도 정비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아무런 법적 근거 없는 지침으로 자의적인 법해석과 집행을 일삼고 있다. 산업안전에 전문성도 진정성도 없다 보니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 얼렁뚱땅 넘기려고만 하고 문제해결에는 관심이 없다. 준법의지가 강한 기업조차 매우 혼란스럽고 법규를 지키기 어렵다는 지적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엄벌만능주의는 교리인 양 떠받든다. 법의 모호성과 공포분위기에 편승하여 퇴직 후 일자리를 얻는 데 혈안이 된 공무원으로 가득하다. 산업안전에 역기능을 초래하고 있는 건 법원도 행정기관 못지않다. 치밀한 논거 제시는 선출된 권력이 아닌 법원에 헌법이 부과한 의무임에도, 전문성과 신중함보다는 휴리스틱과 감성으로 접근하는 판사들이 적지 많다. 수사기관의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는지 확인하거나 면밀히 논증하는 일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다. 증거와 법리보다는 선입관과 이념에 따른 판결과 심지어 법창조(입법)까지 버젓이 하는 판결까지 나오고 있다. '엄벌이 곧 정의'라는 도그마에 사로잡혀 유죄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검찰이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판사도 적지 않다. '닥치고' 유죄 판결로 기업이 실질적 예방보다는 서류작업에 매몰되는 부작용마저 야기하고 있다. 조잡한 판결의 바탕에는 판사의 산업안전에 대한 전문성 부족과 오만하고 무책임한 자세가 자리 잡고 있다. 플라톤은 지위와 능력의 불균형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갈파했다. 안전학계는 이 불균형이 가장 심한 집단이다. 학문의 견인은커녕 안전에 관한 기본지식도 없고 변변한 논문 한 편과 책 한 권 저술하지 못하는 사람 일색이다. 학문을 단순히 생계수단으로 삼을 뿐 학자로서의 전문적 권위와 양심은 찾아보기 어렵다. 안전에 관한 연구뿐만 아니라 강의와 심사·자문이 엉성할 수밖에 없다. 학회는 친목단체와 다를 바 없고 학위 남발하는 교수가 넘쳐난 지 오래다. 이들로부터 과연 배울 게 있을지 의문스럽다. 존재감이 없는 정도를 넘어 학문 발전에 큰 걸림돌인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안전학계는 없느니만 못하다는 지적까지 나올까. 현재와 같은 산업안전 환경에선 안전관리 가성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조차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예측하기 어렵고 적발 일변도의 아마추어 행정이 전횡하는 상태에서 수준 높은 산업안전은 기대난망이다. 안전 일류기업이 나오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실질적 안전을 위해서는 진정성과 헌신이 전제돼야 한다. 공포감에 기댄 처벌 위주의 법제와 법집행 환경에서는 겉멋과 형식이 판을 치고 진정성과 헌신이 들어설 여지는 비좁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법원, 학계는 우리 사회로부터 중요한 지위를 부여받았다. 그런 만큼 산업안전에서도 그 지위에 걸맞은 능력을 당연히 지녀야 한다. 이때 비로소 우리나라도 산업안전 선진국에 성큼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정진우

[기자의 눈] 배달앱 상생안, 시행 첫걸음이 중요하다

'배달앱 상생' 논란이 새해 들어서도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배달앱 업체와 배달앱 입점사업자 간 적정 수준의 중개수수료율 책정을 놓고 배달앱 상생협의체가 몇 차례 우여곡절을 거쳐 극적으로 합의에 성공해 배달의민족·쿠팡이츠가 당장 2월에 상생안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상생안 내용에 반발해 온 프랜차이즈업계와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상생안 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며, 최근엔 아예 배달앱 상생안을 백지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배달앱 상생협의체의 상생안은 배달앱 중개수수료를 입접업체 거래액에 따라 2~7.8%로 차등 부과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배달 매출 비중이 높은 프랜차이즈 업계는 다른 입접업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납부하는 구조라며 기존 수수료 체계와 다를 바 없다며 강하게 반대하며, '수수료 5% 상한제'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다만, 수수료 5% 상한을 강제시행한다면 배달앱들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중개수수료를 제외한 다른 비용을 인상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달앱 상생안은 프랜차이즈업계의 반대 말고도 '이중가격제' 문제를 안고 있다. 이중가격제는 배달음식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높게 책정하는 것이다. 이미 배스킨라빈스·KFC·맥도날드 등이 운영하고 있으며, 비프랜차이즈 매장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반면에 인상된 비용이 구매자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점에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고, 동시에 합의안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근거로 작용했다. 배달앱 상생안 개선은 정부나 정치권의 추가 개입을 의미한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상생협의체를 통해 배달앱 상생안 도출에 개입했고, 배달앱업체와 입점업체의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서 힘겹게 합의안을 만들어냈다. 합의안이 시행도 되기 전에 다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업계 일각에선 “이러면 누가 상생에 나서려고 하겠나"며 볼멘소리를 내놓고 있다. 물론 현재의 배달앱 상생안이 이해관계가 제각각인 모든 입접업체의 애로를 해소할 수 있는 완전무결한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10여 차례 난항을 뚫고 어렵사리 합의를 이뤄낸 상생안을 일단 시행하면서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도 '배달앱 상생'으로 가는 여정이 늦지 않다고 본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EE칼럼]에너지전환 정책과 보상은 별개의 문제다

산업부가 올해 1분기까지 '석탄발전 전환 로드맵'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 전환 로드맵에는 발전 5사의 재편 방향은 물론 기존 석탄발전 인프라 활용계획, 석탄발전 폐지에 따른 지역경제와 일자리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담길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발전소 소재 지자체와 관계부처도 이 로드맵 수립에 참여할 계획이다. 정부는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발전 5사 석탄화력의 75%를 폐지하고 LNG와 양수 등 대체 발전설비를 건설하며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와 함께 수소 및 암모니아 등 무탄소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전환 정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겠지만 석탄발전 폐지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지자체와 지역 국회의원들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 발표된 국토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의 석탄발전 폐지가 현실화된다면 실업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근로자와 주민이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되어 소비 위축, 재정여건 악화 등 지역경제가 침체된다는 분석을 내어 놓았다. 그런데 정부의 에너지전환과 지역경제 활성화는 '정책적' 차원으로 수행되는 것이지만 '법적'으로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발전 5사와 한전 그리고 그 주주의 이해이다. 발전 5사의 석탄발전 설비는 사실상 발전 5사 수입의 주원천이다. 전력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민간을 포함한 석탄발전의 거래금액은 25조 원을 넘는다. 민간 석탄발전은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발전 5사 수입의 상당 부분이 석탄발전에 근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엄청난 수익의 원천인 석탄발전을 에너지전환 정책이란 명목으로 보상도 하지 않고 폐지할 수는 없다. 공기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따져 보면 허점이 많다. 주지하다시피 한전은 상장회사이다. 그리고 한전은 발전 5사의 지분을 100% 갖고 있다. 따라서 한전의 주주는 한전 및 발전 5사 자산의 주인이다. 한전의 주주에는 정부도 있지만 일반 민간 주주도 있고, 여기에는 외국인도 포함되어 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맡은 국민연금도 주주이다. 그런데 한전과 발전 5사의 손해는 말할 것도 없고 민간 주주, 외국인, 국민연금 등의 손해에 대해서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고 에너지전환 정책의 일환으로 석탄발전을 폐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독일 정부는 원전 폐쇄를 보상하기 위해 25억 유로(약 3조 8천억 원)를 보상하기로 합의하였다. 또한 2020년에 독일 의회는 '석탄발전 조기 폐쇄법'을 통과시켰고 이를 유럽연합 위원회가 2023년 승인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독일 전력회사 RWE가 26억 유로(약 3조 9천억 원)를 보상받는 등 총 43억 유로(6조4천5백억 원)가 석탄발전 폐지에 대한 보상으로 지불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는 1990년대에 시행된 전력산업 경쟁체제의 도입을 위해 기존 발전설비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즉, 원가보상 규제대상인 기존 발전설비가 경쟁시장의 도입에 따라 회수할 수 없게 된 좌초비용(Stranded Costs)을 보상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에너지산업은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사업인데 정부의 정책변화에 따라 수익성이 그때그때 바뀌게 될 때 정부가 이를 나 몰라라 하면 이미 건설한 에너지설비의 주인이 입게 될 손해는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수시로 변하는 정책에 따라 정부의 신뢰성이 무너진다면 누구도 에너지설비를 책임지고 건설하거나 자금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밸류업(Value-Up)'이란 기치로 상장회사가 주주들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지킬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상장된 공기업 주주의 이해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장 대기업에 대해서만 주주 이익을 보호하겠다고 하면 누가 이런 '밸류업' 정책을 신뢰하겠는가? 에너지전환 정책과 보상은 별개의 문제다. 조성봉

[이슈&인사이트] 윤석열과 마크롱, 배신 정치의 닮은 꼴인가?

윤석열의 '종말'을 지켜보면서 지구 반대편의 마크롱을 떠올려본다. 두 사람은 여러모로 닮아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아내의 적극적인 '조언'을 받아 대통령이 되었다. 윤석열은 52살 때에 결혼한 12살 아래의 아내 김건희가 논문표절, 주가조작, 뇌물수수. 장모 최모씨 구속 등 온갖 비난을 샀으나 '윤건희 공동정권'이라는 말이 나올만큼 그녀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고, 마크롱은 30살 때 24살이나 많은 친구의 엄마 브리지트와 사랑에 빠져 그녀와 결혼한 뒤 그녀의 내조에 상당부분 의존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황의 시대에 가장 성업하는 직업이 이혼 전문 변호사들이라 할 만큼, 배우자 불신의 시대에 두 사람은 아내의 말을 잘 듣는 '상남자'의 진면목을 보여준다(적어도 외형은 그렇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은 은혜를 원수로 갚은 '배신의 화신'이었다는 점이 비슷하다. 자신을 요직에 임명한 진보좌파 정권의 뒤통수를 치고 뛰쳐나가, 자유주의를 주창하며 자신을 대선 후보로 만들어준 우파 보수당까지도 궤멸시키고 극우로 돌아선 과정이 희한하게 비슷하다. 3년 전, TV 대선토론 때마다 손바닥에 굵은 펜으로 임금왕(王)를 쓰고 나온 윤석열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 아무런 논의나 토론도 없이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붙어있는 경복궁 뒤편의 청와대를 떠나,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고, 관저를 한남동으로 옮긴 뒤 많은 무리수(? )를 두었다. 재직 2년 6개월, 그는 자신이 26년 동안 재직했던 검찰의 후배들을 동원해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라이벌이나, 심지어 자신을 등용한 인사들을 괴롭히는데 몰두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한미일 안보동맹이라는 미명아래 남북관계를 파탄냈고, 미국을 대신하여 중국을 악마화하고, 숭미친일 굴종외교로 미국과 일본을 즐겁게 했다는 야당측 공격을 받았다. 또 국가보훈부, 독립기념관, 진실화해위원회, 심지어 인권위원회 등 국가기관에 노골적인 친일 사관 논란을 야기한 인사들을 기용했다. 그런 그가 스스로의 함정에 빠져, 반란수괴 혐의로 감옥살이 운명이지만, 태극기와 성조기, 이스라엘기를 앞세운 극우 시위대는 법원을 부수는 폭동을 일으키며 그의 부활을 주장하고 있다. 지구 반대편의 프랑스에서는 잇단 선거에서 패배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다수당인 야당과 충돌하며 윤석열의 실패를 연상시킨다. 사상 최저치의 지지율로 유럽의회 선거와 총선에서 연이어 패배한 마크롱은 소수당 전락 이후 자신이 내세운 후보의 총리 임명이 무산되자 2017년 대선에서 자신의 당선을 결정적으로 도왔던 정치인 프랑수아 바이루의 총리임명을 강행했다. 프랑스에서 대통령의 집권당이 총선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하면 야당에 총리직을 내주고, 내각 구성권을 양보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마크롱은 고집을 부린다. 과거 미테랑 좌파 대통령은 총선 패배후 우파 시라크를, 시라크 우파 대통령은 좌파 조스팽을 총리로 임명하고, 내각 구성권을 넘긴 적이 있다. 집권당은 소수당으로 전락했으나 비교적인 국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동거정부(Cohabitation) 덕택이었다. 하지만 마크롱은 선례를 무시했다. 마크롱은 자신의 국정 비전에 비협조적인 좌파 연합에 맞서, 극우와 중도좌파 사이를 오가며 사탕발림을 하고 있다. 극우를 설득할 때는 안보법이나 반이민법을 미끼로 삼고, 중도좌파를 대상으로는 비례대표제 도입을 약속하거나 국회 표결 없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법률 조항을 제안한다. 야당과의 실랑이에 지친 마크롱은 불과 1년 전에 엘리제궁에서 부부끼리 만난 윤석열의 구속뉴스를 접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적어도 난 후진국형 쿠데타는 일으키지 않아.' 성일권

[기자의 눈] 오늘이 급한 소상공인에게 한 달 뒤는 멀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개최한 새해 첫 소상공인 현장 간담회 현장을 취재하다가 신용 취약 소상공인을 위해 마련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저신용자 직접대출 정책자금이 6일 신청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조기마감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조기마감에 대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관련 커뮤니티를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상황이 심각했다. 경영난 악화로 오매불망 정책자금 대출 신청만을 기다렸는데 손이 느려 신청을 못했다는 후기부터, 상황이 정말 어려운데 이런 정책자금이 있는 줄 이제야 알았다는 게시글 등이 불만들이 가득차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궁금증은 딱 하나였다. 다음 신청은 또 언제 받느냐는 것이었다. 소진공 관계자에게 물으니 일단 오는 4월로 계획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해당 내용을 비교적 짧은 기사로 작성한 후 송고했는데, 직후부터 소상공인들의 메일이 쏟아졌다. 상황이 너무 어렵다고 한탄하는 내용부터 4월에 또 신청을 받는 게 정말 확실하냐고 묻는 메일까지. 한 소상공인은 실제 대출 실행은 언제 받을 수 있는지 취재해달라는 문의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한 소상공인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가슴에 꽂혔다. 운이 좋게 대출 신청에는 성공했으나, 실제 대출 실행이 언제 이루어질지 몰라 가슴만 졸이고 있다는 사연이었다. 내용을 살펴보니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했다. '저신용 소상공인 자금'은 신용은 낮지만 사업성과 경쟁력이 있는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자금이다. 문제는 이 정책자금 신청부터 실 집행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이 정책자금은 대출 비율이나 연체, 세금 체납 등을 대출 제한 사항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정책자금을 신청한 소상공인은 다른 대출을 알아볼 수도 없고 연체를 할 수조차 없다고 한다. 희망을 붙잡기 위해 신청한 정책자금이 도리어 저신용 소상공인의 신용을 더 떨어트릴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소상공인 지원 최전선에서 고생했던 소진공의 애로사항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긴 설 연휴까지 낀 1월은 소상공인에게 너무나도 힘든 시기다. 대출의 실제 집행까지 설 연휴 전에 처리되는 것은 어렵다 하더라도, 승인 가부 정도는 다른 어떤 정책자금보다 빨리 안내하는 정책의 세밀함을 보여주는 게 바로 민생정책의 기본이 아닐까 싶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EE칼럼]프레임 씌우기

광고와 홍보 등의 영역에서 사용되던 '프레임'이라는 단어는 이제 일상용어가 되었다. 우리가 화랑에서 유화를 감상한다면 액자가 중요한가 아니면 그림 자체가 중요한가? 당연히 그림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액자에 주목하도록 하는 것이 프레임 전쟁이다. 2017년 탈원전 정책의 선언되었을 때, 신고리5·6호기와 신한울3·4호기의 건설을 중지시켰다. 각각 30%와 10% 정도의 건설이 진행된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국민적 반발이 일어나자 신고리5·6호기 건설재개 여부에 대해서 공론화에 붙였다. 이때 건설중단을 주장하는 측이 제시한 프레임이 '밀집'이었다. 고리부지의 4개호기과 신고리부지의 6개호기를 합치면 고리에 10기의 원전이 서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세계 최고의 밀집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고리와 신고리는 '고리'라는 단어만 같이 쓸 뿐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항공사진으로 보면 3-4 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그 사이에 작은 구릉과 도랑도 지나간다. 그런데 '밀집'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고 나자 아무도 실제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그야말로 '밀집'이라는 단어에 꽂혔다. 2023년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에 대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커졌을 때, '후쿠시마 오염수'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염수를 처리하고 희석하여 배출기준치 이하 농도의 처리수를 만들고 이를 방류하는 것이었다.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가 과학적으로 맞는 표현이었지만 반대하는 사람들은 '오염수'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를 고집하였다. 이 단어가 더 친숙하고 널리 사용됨으로써 오해가 확산되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해서도 유사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여년간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하면서 처음으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공개하였다. 초안을 공개하고 이를 국회에 보고하고 공청회에서 논의하였던 것인데 그 이전 단계로 실무안이 공개된 것이다. 공개해놓고 분위기를 봐서 조정을 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야권은 '원전비중이 너무 많다.'는 프레임을 걸었다. 산업부는 신규원전 건설을 1기 줄이고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태양광 발전을 그 2배정도 늘리는 조정안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사람들은 프레임의 마법에 걸려서 신규원전 건설이 당초에 얼마였고 재생에너지 건설이 얼마였는지 보는 대신에 '원전비중이 많다'는 것을 그대로 믿는 듯하다. 제11차 전력수급계획 실무안에서 신규원전 건설은 4.9 기가와트(GW)였다. 대형 원전 3기와 SMR 1세트인 셈이다. 재생에너지는 72GW를 건설하는 계획이다. 재생에너지가 14배 많다. 기존에 건설된 것을 포함하여 보아도 마찬가지다. 2038년 설비비중이 원전이 36.6GW, 재생에너지가 119.5GW가 되는 것에 원전비중이 높은가? 비중이 높거나 낮다는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신규발전의 양 또는 설비용량 어느 쪽으로 보다도 원전비중이 높다는 판단을 하기 어렵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전력공급의 원칙 가운데 무엇을 가장 중시할 것인가이다. 전력공급의 안정성, 가격, 이산화탄소 배출저감. 이 세가지 원칙 가운데 어떤 것이 얼마나 우선이고 또 다른 원칙을 어떻게 잘 섞어서 최적안을 만들어내는가 이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이산화탄소 배출저감도 원칙이 아닌 듯하다. 원전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떄문이다. 그 자리에 재생에너지보급이라는 프레임이 걸린 것이다. RE100이나 여러 가지 환경관련 지표는 같은 오류를 보이고 있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하자는 RE100의 뜻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하자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재생에너지를 보급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이산화탄소배출저감의 프레임이 씌워진 것이다. 전체에너지 가운데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따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무탄소전원의 비중을 따지는 것이 맞다. 현재 수준의 재생에너지 보급으로도 한전의 적자가 늘어나고 있고 전기요금은 치솟고 있다. 최근 현대제철은 전기요금떄문에 미국으로 이전을 발표한 바 있다. 원전 10기분의 전기를 필요로 하는 삼성전자, 7기분의 전기를 필요로 하는 SK하이닉스 등은 전기요금이 2배로 뛰었다. 흑자를 보기 어려운 구조로 가는 것이다. 전력공급의 다른 원칙인 안정적 공급과 가격은 완벽히 무시되고 있는 듯하다. 당초안인 재생에너지 72GW도 제대로 건설할 수 없을 것이고 전력공급의 차질을 예상하던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그런데 프레임씌우기를 잘하는 비전문가가 압도하는 듯하다. 정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