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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미국의 표심, 한미 에너지 협력의 조건을 다시 묻다

미국의 표심, 한미 에너지 협력의 조건을 다시 묻다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지난 3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되찾았다. 이에 더해 2010년 이후 16년 만에 주지사직도 과반을 차지했다. 생활비 부담과 이란 전쟁,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불만이 중첩되면서 미국의 정치 지형이 다시 바뀐 것이다. 내년 1월 제120대 의회가 출범하면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견제가 한층 강화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국 의회와 행정부 간의 갈등 상황 자체에 대한 우려보다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EE칼럼] 전기요금은 묶어두고 전력망은 늘리라는 모순

전기요금은 묶어두고 전력망은 늘리라는 모순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전력망 논의에서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누가 망을 소유해야 하는가에 앞서, 건설비를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부담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최근 환경계에서 회자되고 있는 송배전망을 한전에서 분리하는 방안도 이 문제를 건너뛸 수 없다. 소유구조를 바꾼다고 투자비가 사라지거나 이를 회수할 재원이 저절로 생기지는 않기 때문이다. 독일은 원칙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개별 접속비용은 발전사업자에게, 공용망 보강·확충 비용은 망 운영사업자에게 부담하도록 한다. 그러나 투자 주체와 최종 부담 주체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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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부의 쏠림의 비극

부의 쏠림의 비극

프랑스 고교생들의 시위는 교육의 문제를 사회 전체의 질문으로 끌어냈다. 교사와 학부모, 대학생이 합류했고 생활비 부담에 시달리는 시민들의 항의로 번졌다. 독일과 이탈리아에서도 교육 여건과 긴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거리에서 울려 퍼진 질문은 하나였다. 이토록 부유한 사회에서 왜 다수의 삶은 갈수록 궁색해지는가. 학생들이 요구한 것은 특혜가 아니다. 교사가 제때 수업하고, 교실이 지나치게 붐비지 않으며, 학교가 안전하고 위생적인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 간호사와 사회복지 인력이 부족하고 대학 진학 배정 체계가 불공정하..

[이슈&인사이트] 북극해 물류 혁명, 운항 기술 넘어서 규범의 리더십으로 발전해야

북극해 물류 혁명, 운항 기술 넘어서 규범의 리더십으로 발전해야

지난 8월 22일 부산항을 출항한 한국 해운회사의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PanStar Acro)호가 북극해를 거쳐 유럽에 도착한 뒤, 10월 11일 귀항하였다. 기존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항로에 비해서 운항 시간을 크게 줄이며 50일 만에 완수한 이번 왕복 항해는, 국적 선사의 실질적인 북극항로(NSR) 운항 역량을 증명하고 물류비 절감과 수송 효율성이라는 경제적 가치를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특히 북극해의 유빙과 극심한 기후 변동 속에서도 첨단 항해 기술로 안전을 확보하고 통항 절차와 운항 데이터를 축적한 경험은, 극지 항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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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부의 쏠림의 비극

프랑스 고교생들의 시위는 교육의 문제를 사회 전체의 질문으로 끌어냈다. 교사와 학부모, 대학생이 합류했고 생활비 부담에 시달리는 시민들의 항의로 번졌다. 독일과 이탈리아에서도 교육 여건과 긴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거리에서 울려 퍼진 질문은 하나였다. 이토록 부유한 사회에서 왜 다수의 삶은 갈수록 궁색해지는가. 학생들이 요구한 것은 특혜가 아니다. 교사가 제때 수업하고, 교실이 지나치게 붐비지 않으며, 학교가 안전하고 위생적인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 간호사와 사회복지 인력이 부족하고 대학 진학 배정 체계가 불공정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공부하라고 요구하는 사회가 정작 공부할 조건은 마련하지 않는 모순에 학생들은 항의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요구 앞에서 장부를 펼쳐 보이며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한다고 말한다. 교육과 의료, 돌봄에 쓸 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토마 피케티는 10월 17일자 칼럼에서 이 논리를 반박했다. “프랑스가 이토록 부유했던 적은 없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오직 분배의 문제다." 피케티에 따르면 프랑스의 공공부채는 1970년 국내총생산의 20%에서 오늘날 약 120%로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민간자산은 국내총생산의 300%에서 600%로 더 크게 불어났다. 정부는 부채를 이유로 공공투자에 여력이 없다고 말하지만, 사회에 축적된 부가 누구에게 돌아갔는지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민간자산이 늘었다고 정부 금고가 저절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집과 주식의 평가액을 당장 학교 운영비로 쓸 수도 없다. 하지만 사적으로 축적된 부에 얼마만큼 세금을 부과하고, 그 재원을 공동체와 다음 세대를 위해 어떻게 사용할지는 정치가 결정할 문제다. 이 선택을 미룬 채 “돈이 없다"고만 한다면, 정책의 책임을 피하고 긴축을 불가피한 자연현상처럼 보이게 만든다. 부유층에 세금을 거두는 대신 그들에게 돈을 빌리면 국가는 채무자가 되고 자산가는 채권자가 된다. 국가는 이자를 지급하고, 그 재원에는 노동자와 자영업자를 비롯한 시민의 세금도 들어간다. 국채 보유자는 연기금과 금융기관, 해외 투자자 등으로 다양하므로 이자가 모두 부유층의 수익으로 돌아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누구에게 얼마를 과세하고 얼마를 빌릴 것인가는 분배의 핵심 문제다. 부채 총액만 앞세우면 시민들은 자신이 누리지 못한 풍요의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국가부채가 통치의 언어가 되면 교사 충원과 병상 확대, 돌봄 인력의 처우 개선은 철없는 요구로 밀려난다.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지는 묻지 않은 채 누구의 몫을 줄일지만 논의한다. 긴축은 회계의 형식을 띠지만, 실은 사회가 감당할 희생의 순서를 정하는 정치다. 공공서비스가 줄어든 자리는 구매력이 대신한다. 학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부모는 학원을 찾고, 병원 대기가 길어지면 돈을 더 내고 빨리 치료받을 방법을 찾는다. 여유 있는 사람은 공동의 체계에서 빠져나가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나빠진 조건을 견딘다. 각자가 돈으로 문제를 해결할수록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공공의 능력은 약해진다. 한국의 교육에서도 이 과정은 낯설지 않다. 학교에서 충분히 배우지 못할 때 어떤 가정은 공교육의 개선을 요구하지만, 다른 가정은 더 비싼 과외와 유명 학원을 찾는다. 공교육의 결핍은 사교육을 살 수 있는 집에 경쟁의 기회가 된다. 부모의 지갑이 만든 격차는 아이의 능력과 노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공공서비스는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 베푸는 호의가 아니다. 가족의 재산에 따라 삶의 가능성이 결정되지 않도록 사회가 함께 마련한 기반이다. 그 기반이 약해지면 불평등은 통장 잔액의 차이를 넘어 누가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가의 차이로 번진다. 교육의 실패가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지는 까닭이다. 시위 현장의 일부 폭력만 부각하면 거리로 나온 다수의 요구는 지워진다. 프랑스에서는 시위 참가자의 폭력과 함께 경찰의 과도한 물리력 행사도 논란이 됐다. 질서를 말하려면 국가가 행사하는 힘도 엄격하게 살펴야 한다. 깨진 유리창은 눈에 띄지만, 교사 없이 지나간 학기와 치료를 미룬 병, 돌봄 때문에 포기한 일자리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공공서비스의 쇠퇴는 오랜 시간에 걸쳐 사람의 가능성을 깎아낸다. 거리에 분노가 드러났을 때는 그 손실이 이미 쌓인 뒤다. 전후 프랑스의 경험은 재건의 부담을 어떻게 나눌지 생각하게 한다. 1945년 프랑스는 전쟁으로 파괴되고 공공부채도 컸지만, 거액 자산에 부담을 지우는 국민연대세를 도입했다. 당시보다 부가 훨씬 커진 오늘, 먼저 해야 할 일은 불가능하다고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부를 공동의 필요에 어떻게 쓸지 묻는 것이다. 부의 쏠림이 낳는 가장 깊은 비극은 사람들이 서로의 삶에 책임질 이유를 잃어간다는 데 있다. 부유한 사람은 공동의 학교와 병원이 필요 없다고 여기고, 가난한 사람은 공동체가 자신을 버렸다고 느낀다. 그 사이에서 국가는 모두에게 인내를 요구한다. 하지만 인내를 요구받는 사람과 풍요를 누리는 사람이 계속 다르다면, 그 말은 얼마나 오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bienns@ekn.kr

[EE칼럼] 미국의 표심, 한미 에너지 협력의 조건을 다시 묻다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지난 3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되찾았다. 이에 더해 2010년 이후 16년 만에 주지사직도 과반을 차지했다. 생활비 부담과 이란 전쟁,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불만이 중첩되면서 미국의 정치 지형이 다시 바뀐 것이다. 내년 1월 제120대 의회가 출범하면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견제가 한층 강화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국 의회와 행정부 간의 갈등 상황 자체에 대한 우려보다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산업적 이익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구체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우선 이번 민주당의 승리가 곧바로 미국 에너지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으로 이어지리라 예측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의회 구성이 바뀌어도 대통령은 바뀌지 않는다. 민주당이 법률을 통해 정책을 수정하려 해도 대통령에게는 거부권이 남아 있다. 따라서 화석연료 중심의 정책이 곧바로 폐기되거나 과거의 친환경 지원 정책이 단시간 내에 복원되리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예산과 지원 조건을 둘러싼 협상이 복잡해지고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다. 텍사스주와 조지아주에서는 신규 데이터센터 개발의 일시 중단을 공약으로 내건 민주당 후보들이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했다. 공화당 소속 텍사스 주지사도 선거 전에 데이터센터 관련 허가 중단을 지시했다는 점에서, 지역의 반발은 정당을 가리지 않는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첨단 산업의 성장을 지지하는 것과, 그에 수반되는 전력·용수 수요 증가와 기반시설·환경 부담을 지역 주민들이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국가 경쟁력이라는 명분만으로 지역의 우려까지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러한 지역 내에서의 갈등은 백악관의 투자 독려만으로 풀리기 어렵다. 미국에서는 소매 전기요금 결정에 주 규제기관의 역할이 크다. 연방정부가 사업을 지원하더라도 현지의 전력 조달 조건과 비용 분담 문제가 주민들이 납득할 수준으로 해소되지 않으면 실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한국 기업 역시 대미 투자 규모를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에서 필요한 전력과 용수, 기반시설을 어떤 조건으로 확보하고 그 비용은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 법적 분쟁의 소지는 없는지 미리 살펴야 한다. 정부의 협력 상대도 백악관을 넘어 의회와 주정부, 지역사회로 넓힐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런 리스크들이 가시화되었다고 해서 한미 간 에너지 관련 협력의 동력이 모두 약해질 것이라고 보는 것도 과한 판단일 것이다. 원자력의 경우에는 미국 정치권에서 이미 초당적 협력의 기반이 어느 정도 다져진 분야다. 미국의 원자력 개발과 규제 체계 개선을 지원하는 'ADVANCE 법'은 2024년 양당의 폭넓은 지지로 제정됐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제조업 경쟁력, 지역의 일자리를 공통분모로 삼는다면 관련 협력은 이어갈 여지가 있을 것이다. 다만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은 이유로 위로부터의 정치적 의지가 개별 사업의 실현가능성과 경제성을 모두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국의 제조·건설 역량을 활용하더라도 금융 조달과 인허가, 공사 지연에 따른 법적 및 경제적 책임을 미리 구체화하고 리스크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바라보는 기준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지난달 이 지면에서 공급망과 운송 경로 다변화의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높은 초기 투자비와 건설 지연의 리스크 등도 고려하면서 우리 기업의 참여 범위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썼다. 이 기준이 미국의 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이유는 없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고 해서 사업성을 희생시켜서도 안 되겠지만, 민주당이 승리했다고 해서 이 사업의 전략적 가치까지 사라졌다고 볼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적 환경이 변할수록 한국이 얻을 이익과 부담할 위험을 우리 스스로 명확히 정리하고, 그에 입각한 협상을 진행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필자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한미 에너지 협력을 위축시키기보다, 정치적 변화에도 지속할 수 있는 협력의 조건을 만드는 데 정부와 산업계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본다. 미국의 연방의회 선거는 2년마다 치러지지만, 에너지 협력은 수십 년을 내다봐야 한다.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드러난 미국의 표심을 면밀히 읽되, 한국의 에너지 전략까지 그때그때의 정치적 변화에 휩쓸려 좌충우돌해서는 안 될 것이다. bienns@ekn.kr

[기자의 눈] 항공보안공단, 재원 없는 통합은 개혁이 아니다

비행기를 타려면 누구나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가방 속 위험물을 찾아내는 장비와 화면을 판독하는 인력, 공항의 출입을 통제하는 경비가 함께 움직여야 항공기를 지킬 수 있다. 이 업무는 승객이 줄어도 멈출 수 없다. 항공 보안에는 꾸준히 지출할 돈이 필요하다. 정부가 추진 방향을 제시한 가칭 항공보안공단은 이 업무를 전문 기관에 모으려는 구상이다. 지난 9월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공공 기관 기능 개혁 추진 방안'에 따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의 보안 담당 부서를 분리하고, 두 자회사인 인천국제공항보안·한국공항보안과 함께 통합하는 방식이다. 공항공사 전체를 합치는 것과는 구별되는 기능 개편이다.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는 타당하다. 문제는 조직을 합치는 것만으로 현장을 유지할 돈과 책임까지 정리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인력을 어디에 배치할지 못지않게 장비는 누가 보유하고, 교체 비용은 누가 부담하며, 투자 지연에는 누가 책임질지 정해야 한다. 이 답을 뒤로 미룬 통합은 개혁이라 부르기 어렵다. 현재 공항 보안에 드는 비용은 공항공사와 자회사에 나뉘어 있다. 현장 인력 운영비는 보안 자회사에, 검색 시설과 장비에 대한 투자비는 공항공사에 반영되는 구조다. 자회사 운영비만 합산해서는 공항 보안에 필요한 전체 비용을 알 수 없다. 양쪽의 지출을 함께 파악하고 내부 거래의 중복을 걷어내야 실제 원가가 드러난다. 공단에 인력을 옮겨 놓고 장비를 바꿀 때마다 공항공사와 예산 협의를 다시 해야 한다면 현장은 기관 사이의 결정을 기다리게 된다. 업무와 예산의 권한이 어긋난 상태에서는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정부는 조직도에 선을 긋는 것으로 통합을 완성했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돈을 마련하는 방식도 함께 바꿔야 한다. 공항은 항공기 운항과 여객 시설 이용에 따른 수입뿐 아니라 면세점과 상업 시설의 임대 수입으로 운영비를 충당한다. 상업 수익은 중요한 재원이지만 여객과 소비가 줄면 흔들릴 수 있다. 반면 검색과 경비, 장비 정비에 필요한 지출은 계속된다. 쇼핑 매출의 부침에 필수 보안 투자가 좌우되는 구조를 새 공단에 그대로 넘겨서는 안 된다. 공항 이용료를 올리는 것만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일반 이용료는 공항 시설의 운영과 유지·보수 등 여러 용도에 쓰인다. 수입이 늘었다고 그만큼 보안 장비와 교육에 투자된다는 보장은 없다. 안전을 이유로 추가 부담을 요구하려면 어떤 비용이 부족하고, 더 걷은 돈을 어디에 쓸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안전'이라는 말이 사용처에 대한 질문을 막는 명분이 돼서는 안 된다. 해법으로 검토할 수 있는 것이 공항 보안 수수료다. 검색 인력과 장비 등 보안 서비스에 필요한 비용을 따로 산정해 걷는 방식이다. 명칭만 새로 붙여서는 소용없다. 법률에 사용 범위를 정하고 다른 사업과 분리된 계정으로 관리해야 한다. 확보한 재원을 정해진 목적에만 쓰도록 하는 '목적 구속성'이 필요하다. 이용자에게 약속한 곳에 돈을 쓰라는 최소한의 원칙이다. 새 수수료를 만든다면 기존 이용료에 들어 있던 보안 비용부터 정리해야 한다. 같은 서비스에 대해 기존 요금과 새 수수료를 함께 받는 중복 청구는 막아야 한다. 필요한 원가도 밝히지 않은 채 징수 항목만 늘리는 것은 재원 개혁이 아니라 부담의 추가다. 그 부담을 승객에게만 몰아서도 안 된다. 승객과 수하물의 위험물을 걸러내는 공항 검색망은 항공사의 항공기와 승무원도 보호한다. 항공사가 얻는 편익에 맞는 분담 책임을 논의해야 한다. 항공사가 자체 수행하는 화물 검색 등과 공항의 공통 검색망을 구분하고, 이미 부담한 비용을 확인한 뒤 몫을 정하는 것이 순서다. 정부도 자신의 몫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국가 안보 차원의 업무에는 국가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 공단을 만든다는 이유로 국가가 맡을 비용까지 여객의 항공기 탑승권에 얹어서는 안 된다. 항공사에 부과한 비용이 운임을 통해 승객에게 다시 돌아오는지도 살펴야 한다. 납부자의 이름만 나눠 놓고 실제 부담을 승객에게 집중시키는 제도는 공정하지 않다. 돈을 걷을 권한에는 결과를 설명할 의무가 따른다. 장비가 안정적으로 가동되는지, 인력 교육은 충실한지, 검색의 정확성을 유지하면서 대기를 줄였는지 검증해야 한다. 보안상 민감한 정보는 보호하되 예산과 투자 실적까지 비공개 뒤에 숨겨서는 안 된다. 정부가 내놓아야 할 것은 공단의 이름과 출범 일정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 원가와 국가와 이용자의 분담 기준, 재원의 사용 제한, 집행을 검증할 장치까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 이 설계 없이 현판만 덜렁 내건다면 조직 개편 비용만 더한 채 현장의 문제는 남을 수 있다. 여객기에 오를 탑승객들에게 다음 청구서를 내밀기 전에 정부부터 자신의 책임을 확정해야 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이슈&인사이트] 북극해 물류 혁명, 운항 기술 넘어서 규범의 리더십으로 발전해야

지난 8월 22일 부산항을 출항한 한국 해운회사의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PanStar Acro)호가 북극해를 거쳐 유럽에 도착한 뒤, 10월 11일 귀항하였다. 기존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항로에 비해서 운항 시간을 크게 줄이며 50일 만에 완수한 이번 왕복 항해는, 국적 선사의 실질적인 북극항로(NSR) 운항 역량을 증명하고 물류비 절감과 수송 효율성이라는 경제적 가치를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특히 북극해의 유빙과 극심한 기후 변동 속에서도 첨단 항해 기술로 안전을 확보하고 통항 절차와 운항 데이터를 축적한 경험은, 극지 항해의 기술적 실현 가능성도 명확히 보여준 것이었다. 장기적으로 이번 항해는 한국이 북극항로의 수동적 이용국 수준을 넘어서 관련 산업까지 주도할 기반을 마련하고, 새로운 해양 물류 거점으로 거듭날 가능성도 보였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팬스타 아크로호의 북극항로 운항이 입증한 이러한 가능성은, 북극의 자원 보유국인 러시아와 신흥 물동량 거점인 동남아시아를 잇는 운송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 확보와 새로운 물류 수송관 구축을 추진하는 ASEAN, 그리고 북극권 개발과 항로 활성화를 도모하는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북극항로는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핵심 공급망으로 거론되는 것이다. 러시아산 천연자원이 북극항로를 통해서 동남아시아로 수출되는 최근 사례들은, 동북아시아의 해양 관문에 적절하게 위치한 한국이 러시아의 북극항로와 ASEAN의 남방 물류망을 중계·연결하는 최적의 지리적·산업적 거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항해로 입증된 한국의 해운 역량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시적 지정학 지형과 결합하며,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북극항로의 상용화 이면에는 다층적 관할권(Multiple Jurisdictions)과 복합적 해사 규제라는 법적 위험도 있다. 영해에서의 외국 선박이 가지는 무해통항권과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의 자유항행권이 UN해양법협약(UNCLOS)에 근거하여 보장되지만, 연안국인 러시아는 주요 해협에 직선기선을 적용하며 넓은 해역을 자국 내수로 편입시키고 사전 통항 허가제 및 쇄빙선·도선사 강제 탑승을 요구하며 관할권을 행사한다. UNCLOS 제234조(결빙해역)가 연안국의 환경오염 예방 권한을 정당화하지만, 유럽사법재판소(ECJ)의 Bosphorus Queen 판결 등으로 확인된 강제 집행에서의 '명백한 객관적 증거'와 '비례성의 원칙' 준수 원칙이 있고, 심지어 기후변화로 인한 해빙 감소는 제234조의 전제 조건 자체를 재검토하게 만든다. 만약 한국 선사 소속인 파나마 국적의 선박이 러시아 연안을 항해하고 유럽에 입항한 경우와 같이 다국의 연관성이 있는 항해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관할권 충돌과 억류 위험 등 복잡한 권리관계가 발생하며, 국제해사기구(IMO)의 극지해역 운항선박 안전기준(Polar Code) 준수 의무와 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 부속서에 따른 중유(HFO) 사용·운송 금지 및 블랙카본 규제는 선사에 무과실 손해배상책임과 고가의 친환경 연료 전환이라는 법적·경제적 부담을 준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깊어진 대러시아 경제제재와 해상운송계약상의 위험 분담 미비는, 상업적 운항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국영 쇄빙선사(Atomflot) 및 주요 북극 항만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여 통항료 및 쇄빙 지원금 송금 과정에서 경제제재 위반의 위험이 발생하고, 이는 글로벌 재보험사들의 담보 제공 거부나 추가 보험료 부과로 이어진다. 또한 해빙으로 인한 지연손해, 항로 변경 권한, 제재 위반 경우의 불가항력 인정 여부, 위성 통신 장애 발생의 경우 화물 손해의 면책 범위 등을 명시한 특약 없이 기존 표준 약관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장기적인 다국적 소송으로 확대되어 선사 전체가 마비될 위험도 크다. 따라서 한국은 팬스타 아크로호의 시범 항해를 계기로 단기적 북극항로 항해 성공을 넘어서, 법률서비스 지원체계와 정교한 계약 약관의 정립 등으로 중립적 중견국으로서 능동적 '규범 촉진자(Enabler)'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한국은 앞으로 북극항로 출항 전부터 해역별 법적 지위와 제재 위반 여부를 검증하고, 유연한 자금 결제 및 민·관 합동 법률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조선·해운 강국이자 북극항로 핵심 이용자로서, 친환경 쇄빙선 기술과 디지털 해빙 정보 분석 체계를 공유하는 협력 플랫폼을 주도할 수 있다. 한국이 보편적 국제법 원칙에 부합하는 포용적 북극 규범 제정을 이끌고 법적 예측가능성을 확보해 나갈 때, 불확실성이 높은 북극해 무대에서 지속가능한 해상교통 질서를 주도하는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김봉철

[EE칼럼] 전기요금은 묶어두고 전력망은 늘리라는 모순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전력망 논의에서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누가 망을 소유해야 하는가에 앞서, 건설비를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부담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최근 환경계에서 회자되고 있는 송배전망을 한전에서 분리하는 방안도 이 문제를 건너뛸 수 없다. 소유구조를 바꾼다고 투자비가 사라지거나 이를 회수할 재원이 저절로 생기지는 않기 때문이다. 독일은 원칙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개별 접속비용은 발전사업자에게, 공용망 보강·확충 비용은 망 운영사업자에게 부담하도록 한다. 그러나 투자 주체와 최종 부담 주체는 다르다. 규제기관이 비용의 적정성과 효율성을 심사해 망 요금으로 거둘 수 있는 수입의 상한을 정하면, 사업자는 망 이용 요금을 통해 이를 회수한다. 이 요금은 가정과 기업의 전기요금에 포함된다. 독일도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재정을 투입하지만, 이는 비용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부담의 방식을 바꾸는 조치다. 핵심은 투자 의무와 비용 회수 체계의 연결이다. 한국도 적정 원가와 적정 투자보수를 포함한 총괄 원가 보상을 요금 산정의 원칙으로 한다. 다만 한전은 전기요금과 송배전설비 이용 요금을 독자적으로 바꿀 수 없고 정부 인가를 받아야 한다. 망 건설비는 자산으로 계상되고 감가상각비의 요금 반영 등을 통해 장기간 회수된다. 따라서 차입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비용 회수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투자를 확대하면 자금조달 부담과 금융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한전도 요금 조정 지연이 망 확충과 설비 유지·보수의 재원 확보를 어렵게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한전이 투자 규모와 속도를 신중하게 판단한다고 이를 곧바로 공익에 반하는 조직의 사익 추구라고 규정하기는 어렵다. 재무 건전성은 조직의 존속과 관련된 이해이지만,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기도 하다. 조직의 이해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것이 공익에 배치된다는 판단은 다르다. 비용 회수의 제약을 조직 이기주의로만 설명하면 제도의 문제를 공기업의 태도 문제로 바꾸어 놓게 된다. 여기에 전기요금의 정치경제학이 맞물린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반감이 정치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을 흔히 '전기세'라고 부를 만큼, 요금은 정부가 정한다는 인식이 오래 굳어 있다. 그러다 보니 요금 인상은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나 집권당 지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정부에 요금 조정을 늦출 유인을 제공한다. 전력망 투자의 편익은 중장기적으로 나타나지만, 요금 인상의 부담은 다음 달 고지서에 드러난다. 투자 필요성에 대한 경제적 판단과 요금 결정의 정치적 판단이 어긋날 수 있는 이유다. 물론 망 투자가 늘어날 때마다 요금을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구매전력비 감소나 판매 수입 증가로 일부 부담을 흡수할 수도 있다. 문제는 기존요금 수입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비용이 발생하는데도 요금 조정이나 대체 재원 마련을 유보한 채 투자만 요구하는 상황이다. 그사이의 재무적 부담은 한전에 누적될 수 있다. 부족한 재원을 차입으로 메우고 회수가 계속 지연되면 미래의 요금이나 재정지원에 대한 압력으로 남는다. 따라서 공용망 확충 요구는 비용 배분의 문제와 분리할 수 없다. 에너지 전환의 사회적 편익을 고려해 비용을 넓게 분담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필요성을 주장한다면 편익뿐 아니라 소비자가 부담할 비용도 함께 설명해야 한다. 소유권 분리 역시 독립적인 해답이 아니다. 별도 송전회사라도 투자비 회수가 불확실하면 자금조달이 어렵고, 현행 소유구조에서도 회수 체계의 개선은 검토할 수 있다. 조직도를 바꾸는 것과 투자 여건을 개선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이는 한전의 모든 판단을 정당화하거나 비용을 무조건 소비자에게 넘기자는 뜻이 아니다. 투자의 필요성과 효율성을 검증하고, 재생에너지 보급계획과 계통 계획을 연계해야 한다. 사업자·소비자·재정 사이의 분담 원칙과 중장기 회수 체계를 마련하고 취약계층은 별도로 보호해야 한다. 요금을 억제한다면 재원 부족을 보완할 방안도 함께 결정해야 한다. 투자비 회수 방안은 미룬 채 전력망만 늘리라는 요구의 모순을 풀지 않는 한, 망의 주인을 바꾸는 것만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bienns@ekn.kr

[기자의 눈] 석화 구조조정, 선발대가 손해볼 일 없어야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올해 3분기 성적표가 속속 공개되고 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4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반면, 대한유화는 44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중동전쟁에 따른 일시적 호황이 잦아들면서 같은 업황 속에서도 기업별 수익성은 엇갈렸다. 실적만큼이나 엇갈리는 것이 구조조정 속도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는 대산 사업재편을 통해 연간 110만톤(t) 규모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줄이기로 했다. 여수에서도 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DL케미칼 등이 여천NCC 2·3공장 가동 중단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울산의 에쓰오일·SK지오센트릭·대한유화 간 사업재편 논의는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온도차가 구조조정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기업이 막대한 비용을 감수해 공급과잉을 완화하면 그에 따른 시황 개선 효과는 경쟁사에도 돌아간다. 반대로 감축 규모가 충분하지 않고 공급과잉 해소 효과가 미미하다면, 먼저 구조조정에 나선 기업들만 비용을 떠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느 쪽이든 기업들의 자발적인 구조조정 참여를 저해할 수 있는 셈이다. 가장 먼저 사업재편에 나선 기업들조차 수혜를 쉬이 예단할 수 없다는 점은 이 같은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HD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국내에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상황으로, 수급 환경이 향후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현 시점에는 어느 시점에 정상적인 공급 수요 상황으로 돌아설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조정에 선제적으로 호응한 기업조차 그 효과가 언제 나타날지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선발대가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사이 후발대는 실익을 가늠할 무형의 이익(시간)을 누리는 꼴이 됐다. 정부는 그간 국내 석유화학 구조조정 작업에 있어 '무임승차 불용'이라는 단호한 의지를 표명해왔다. 그러나 대산과 여수의 사업재편이 구체화하는 동안 울산에서는 여전히 기업 간 이해관계 조율이 과제로 남아 있다. 구조조정 참여 여부에 따른 부담과 혜택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다면, 정부의 경고는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물론 기업별 설비 경쟁력과 경영 여건이 다른 만큼 일률적인 감축을 강요할 수는 없다.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처럼 신규 고효율 설비에 대한 투자까지 무조건 구조조정의 걸림돌로 규정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선제적으로 결단한 기업이 비용과 불확실성을 떠안고, 관망하는 기업이 시간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방치해서도 안 된다. 정부가 증명해야 할 것은 구조조정의 당위성이 아니다. 먼저 움직이는 기업이 불리하지 않도록 만드는 정책의 실행력이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이슈&인사이트] 821조 예산을 읽는 국민계정의 문법

11월 2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821조 원의 2027년도 예산안을 설명했다. 올해 본예산 728조 원에서 또 한 번 크게 늘어난 숫자다. 이런 수치를 마주할 때 우리는 흔히 “나라 곳간이 비는 것 아니냐"는 걱정부터 하지만, 정작 그 돈이 경제 전체의 어디로 흘러 무엇과 연결되는지는 잘 설명되지 않는다. 오늘은 거시경제학이 오래전부터 써온 가장 기본적인 문법, 바로 국민계정(national accounts)의 눈으로 이 예산을 읽어보고자 한다. 출발점은 단순한 상식 하나다. 한 나라가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소득보다 더 많이 쓰면, 그 차액은 어디선가 빌려올 수밖에 없다. 가계도 그렇고 나라도 그렇다. 거시경제학은 이 '쓴 것'을 흡수(absorption)라고 부른다. 소비와 투자를 모두 합한, 한 나라가 한 해에 실제로 흡수한 자원의 총량이다. 그리고 이 흡수가 국민소득을 넘어서는 그만큼이 바로 경상수지 적자로 나타난다. 식으로 쓰면 '경상수지 적자 = 국내흡수 − 국민소득'이라는 한 줄이다. 복잡해 보이지만 뜻은 명료하다. 경상수지란 결국 우리가 번 것보다 많이 썼는가, 적게 썼는가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큰 폭의 경상흑자를 내고 있다는 말은, 거울에 비친 모습으로 바꾸면, 우리가 버는 것보다 덜 쓰고 그 차액을 해외에 빌려주고 있다는 뜻이 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예산 이야기와 만난다. 국민계정 항등식은 경제를 민간과 정부로 나누어 다시 쓸 수 있다. 그러면 '민간투자 = 민간저축 + 정부수지 + 경상수지 적자'라는 관계가 드러난다. 이 식이 품은 메시지는 묵직하다. 정부의 수지가 나빠지는 것, 즉 정부가 저축보다 더 많이 쓰는 것은 공짜로 일어나지 않는다. 반드시 셋 중 하나로 상쇄되어야 한다. 민간의 투자가 줄어들거나, 민간의 저축이 늘거나, 아니면 경상수지 흑자가 줄고 적자가 커지거나다. 이것은 어떤 정치적 주장이 아니라, 회계적으로 반드시 성립하는 항등식이다. 821조라는 확장예산이 던지는 진짜 질문은 “재정이 건전한가"라는 추상적 물음이 아니라, “그 적자의 청구서를 민간투자가 받을 것인가, 민간저축이 받을 것인가, 아니면 경상수지가 받을 것인가"라는 구체적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다행히 지금 우리 경제에는 그 청구서를 받아낼 완충판이 있다. 반도체가 이끄는 사상 최대의 수출과 그로 인한 대규모 경상흑자다. 민간이 버는 것보다 훨씬 덜 쓰며 쌓아 올린 이 거대한 저축이, 정부의 확장재정을 떠받치는 바닥이 되어주고 있다. 앞의 항등식으로 말하면, 늘어난 정부지출이 아직은 두터운 민간저축과 경상흑자에 흡수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역대 최대 예산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경상수지의 변화를 읽을 때는 그것이 '흡수'가 늘어서인지 '소득'이 줄어서인지를 반드시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경상흑자는 소득, 즉 반도체 수출이 워낙 크게 늘어난 데서 온다. 이것은 바람직한 흑자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이 소득의 원천이 지나치게 한 곳에 쏠려 있다는 데 있다. 만약 반도체 경기가 꺾여 수출이라는 소득이 얇아지는데, 흡수 쪽에서는 민간소비와 정부지출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항등식은 냉정하게 작동한다. 소득이 줄어든 만큼 경상흑자가 쪼그라들고, 그래도 재정적자가 계속 벌어진다면 그 간극은 결국 경상수지 적자로, 혹은 민간투자의 위축으로 메워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득의 완충판은 영원하지 않은 것이다. 지금의 흑자가 두터울 때 재정의 씀씀이가 어떤 성격인지가 바로 이러한 이유로 중요한 것이다. 같은 재정적자라도 그 돈이 미래의 소득을 키우는 투자에 쓰였는가, 아니면 당장의 소비를 늘리는 데 쓰였는가에 따라 항등식이 주는 함의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미래의 생산능력을, 또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투자라면, 지금의 적자는 내일의 더 큰 소득으로 돌아와 스스로 청구서를 갚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반대로 당장의 소비를 메우는 지출이라면, 그것은 민간저축을 당겨쓰거나 경상흑자를 깎아내는 순수한 비용으로만 남게 된다. 821조 원을 평가하는 올바른 자리는 '총액이 크다, 작다'의 다툼이 아니라, 바로 이 '성격'을 따지는 자리여야 한다. 국민계정은 뭔가 화려한 이론이 아니다. 번 만큼 쓰고, 덜 쓰면 남고, 더 쓰면 빌린다는, 가계부의 상식을 나라 단위로 옮겨놓은 회계의 문법일 뿐이다. 그러나 바로 그 단순함 때문에 이 문법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역대 최대의 예산과 역대 최대의 경상흑자가 하나의 항등식 안에서 서로를 나란히 마주 보고 있다. 흑자라는 완충판이 두터운 지금, “늘어난 정부의 씀씀이는 내일의 소득을 키우는 투자인가, 아니면 오늘의 소비를 당겨쓰는 순수한 비용인가"가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이 될 것이다. 그 답에 따라 지금의 현재 역대급 재정흑자가 미래의 축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아니면 어려운 시기를 더욱 어렵게 하는 청구서로 돌아올지가 달려있다. bienns@ekn.kr

[EE칼럼] 남북관계 경색, 지역 단위 기후협력으로 길을 찾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이란 전쟁과 사우디아라비아·후티 간 무력충돌이 국제사회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지역 분쟁이 주변국과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얽히며 확전 위험을 높이는 상황이다. 에너지 시설과 수송로에 대한 공격은 주민의 생존을 위협하고 세계경제에도 충격을 전한다. 이러한 정세 속에서 한반도의 긴장을 낮추기 위한 노력은 더욱 절실하다. 남북과 북미 관계가 국제적 대립에 휩쓸리지 않도록 협력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같은 민족으로서 한반도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고 함께 살아갈 조건을 마련하는 것은 남과 북의 책임이다. 외부 여건의 변화만 기다리기보다 당사자가 먼저 가능성을 찾고 제안하는 주도성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협력 방식도 돌아볼 때다. 2016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2020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정치·군사적 갈등이 경제협력과 대화의 통로를 함께 닫아버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다양한 민간 교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협력의 기대는 큰 합의와 상징적인 사업에 집중됐다. 큰 합의를 추구하면서도 주민 생활에서 편익을 확인하고 관계를 이어갈 기반을 두텁게 만들어야 한다. 기후·에너지 문제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남북 관계 개선과 탄소중립은 모두 당위와 높은 목표만으로 국민 지지를 지속하기는 어렵다. 겨울철 난방과 연료 부담, 식수와 주거환경처럼 주민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과제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유엔의 과거 북한 지원 자료에도 농촌의 에너지 자립을 위한 태양광과 바이오가스, 태양열 온수 등의 활용 경험이 제시돼 있다. 난방 개선은 효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분야다. 남쪽에서는 에너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단열·창호·바닥공사와 보일러 교체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북쪽의 주택과 연료 사정에 맞게 발전시킬 수 있다. 성과도 설치 대수에 그치지 않고 주민이 얼마나 따뜻하게 지내는지, 연료 부담이 줄었는지, 고장에 대응할 수 있는지로 확인해야 한다. 바이오매스 난방은 남북이 함께 발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협력 분야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청정개발체제에서도 재생 가능한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난방의 온실가스 감축 방법론을 마련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목재 연료와 고효율 보일러를 결합하는 방식뿐 아니라 히트펌프와 태양광, 에너지자립형 분산 전원 시스템도 지역의 기후와 전력 공급 여건에 맞춰 활용할 수 있다. 기술 도입과 함께 연료·설비 관리, 공동시설의 운영과 비용 분담 등 주민 수용성 과제도 풀어야 한다. 이는 남쪽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남과 북의 경제 구조와 발전 수준 차이는 사업의 어려움을 높이지만 서로 다른 필요와 역량을 연결할 여지도 제공한다. 현지에서 쉽게 수리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기술을 조정하고 운영 경험을 나눈다면 양쪽 주민의 생활을 개선할 수 있다. 기업에도 제품과 서비스를 발전시키는 기회가 된다. 그 과정에서 얻은 해법은 남쪽의 에너지 취약가구와 농산어촌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의 관심 있는 기초지자체가 참여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자체의 주거복지·에너지 사업 경험에 기업의 기술과 시민사회의 관계망을 연결할 수 있다. 이를 구체화하려면 남북 지자체 간 직접 교류 채널도 단계적으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지역별 수요를 확인하고 사업을 함께 설계하며 운영 경험을 나누는 창구다. 이러한 관계가 축적돼야 일회성 지원을 넘어 지속적인 협력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제재와 법규 검토는 실행을 위한 준비에 포함돼야 한다. 기후협력이라고 자동 허용되지는 않지만 인도적 사업의 개별 제재 면제 통로는 존재한다. 경기도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추진한 북한 개풍양묘장 복구·개선사업에서는 산림 복원과 주민 식량안보를 위한 태양광·배터리 등의 반입에 유엔 제재 면제가 승인됐다. 제재 아래에서도 협력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사례이다. 기후협력이 안보 갈등을 단번에 풀 수는 없다. 그러나 주민의 필요를 함께 확인하고 해결 방법을 협의하는 과정은 대화의 접점이 될 수 있다. 지방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실행 가능한 사업과 교류 방식을 함께 찾아볼 때다. 주민이 체감하는 효과를 지속하는 경험에서 신뢰를 쌓고, 한반도의 미래를 열어갈 길을 지역의 협력에서부터 찾아보자. bienns@ekn.kr

[이슈&인사이트] 반도체의 두 얼굴

지난달 26일 코스피는 5,469로 마감했다. 코스피 5,500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 4월 이후 여섯 달 만이다. 6월과 7월 한때 9,100선을 넘보며 “만스피"라는 말이 돌던 지수를 떠올리면, 올 한 해 인공지능과 반도체가 쌓아 올린 탑이 불과 몇 달 만에 크게 흔들린 셈이다. 그런데 같은 날 외환시장의 풍경은 정반대였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23원으로, 주요 교역국 통화와 비교할 때 우리 원화의 가치는 약 2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불과 넉 달 전 1,600원에 육박하여 필자가 우려하던 바로 그 환율이다. 이제 그림이 바뀌어 한쪽에서는 주가가 급락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원화가 초강세를 보이는 상전벽해가 불과 넉 달 만에 펼쳐진 것이다. 우리가 아는 상식에 따르면 주가와 원화 가치는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주가가 무너지면 외국인이 자금을 회수하고, 그 과정에서 원화를 팔아 달러로 바꾸니 원/달러 환율은 오르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지난 26일 하루에만 7천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그런데도 원화 강세는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올해 들어 주가지수와 원화 가치라는 두 지표의 방향이 계속 엇갈리는 기묘한 현상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 답은 이미 우리가 아는 단어에 있다. 반도체다. 지금 증시를 끌어내리는 힘도, 원화 가치를 떠받치는 힘도 모두 같은 요소에서 나온다. 먼저 환율을 보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앞세운 반도체 수출은 여전히 사상 최대 수준을 이어가고, 그렇게 벌어들인 달러가 경상수지 흑자로 쌓인다. 수출 대기업들이 이 달러를 시장에 내다 팔고, 매파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한국은행이 그 흐름에 더욱 힘을 보태는 형국이다. 그런데 바로 그 반도체가 증시에서는 정반대의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전 세계를 휩쓴 인공지능 투자 열풍의 수익성에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하면서다. 미국에서는 거대 인공지능 기업의 매출 규모를 둘러싼 논란과 데이터센터 업체의 신용위기, 빅테크의 투자 부담이 잇따라 불거졌다. 여기에 중국 메모리 기업이 차세대 제품 양산 계획을 내놓으며 공급과잉 공포가 시장 전반에 번졌다. 인공지능이라는 날개를 달고 가장 높이 날아오르던 반도체주가, 그 꿈이 흔들리며 가장 깊이 추락한 것이다. 한국경제의 입장에서는 반도체가 정말 든든한 보험과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이것은 안도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두려워할 일이 아닌가 싶다. 바로 그 반도체가 흔들리는 순간 주가는 추락하고, 원화 가치마저 동시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시장의 우려로 남아 있는 반도체 공급과잉이 현실화하면 수출 단가가 하락하고, 이를 선반영해 온 증시의 회복은 더욱 더뎌질 수 있다. 동시에 원화 가치를 떠받치던 경상수지 흑자도 줄어들게 된다. 지금까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던 두 시장이, 그때는 나란히 아래를 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두려움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화려한 성적표 위에서 짙어지고 있다. 바로 이번 주, SK하이닉스는 28일 3분기 영업이익 83조 원대를, 삼성전자는 29일 107조 원대를 발표하며 나란히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전대미문의 실적이다. 그러나 시장이 바라보는 곳은 이 빛나는 지난 성적표가 아니라, 그 이익을 떠받친 메모리 가격이 과연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가라는 물음인 듯하다. 사상 최대 실적에 증시는 다시 크게 반등했지만, 이것이 추세적인 회복의 시작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물론 이는 며칠 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 원화의 강세는 튼튼한 경제구조의 증거라기보다, 소수의 반도체 품목에 과도하게 기댄 우리 경제의 민낯일 수 있다. 여기에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드는 국제유가와 20여 년 만의 고점에 올라선 미국 국채금리까지 더해지면, 에너지를 수입하고 반도체를 수출하는 우리 경제에 그 그림자는 더욱 짙게 드리울 수 있다. 주가가 부진한데 원화만 홀로 빛나는 지금, 많은 이들이 원화 강세에서 위안을 찾기 쉽다. 그러나 필자는 그 빛이 반도체라는 하나의 횃불에서 나온 것이라면, 그 뒤에 드리운 그림자까지 함께 살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조용히 생각하게 된다. 주가와 원화 가치가 다시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될 때, 부디 함께 웃는 얼굴이기를 바랄 뿐이다. bienns@ekn.kr

[기자의 눈] 올리브영 강세, 차별화에 달렸다

분홍색 매장 바로 옆 분홍색 점포. 지난 1일 서울 홍대 상권을 거닐다 발견한 풍경이다. 앞서 9월 문을 연 코랄빛 외관의 '무신사 뷰티 홍대'에서 걸어서 1분도 채 안 되는 곳에 핫핑크색 올리브영 매장이 연내 개장을 목표로 준비 작업에 한창이었다. 주목할 점은 두드러지는 상징색이 분홍 계열로 겹친다는 것이다. 무신사는 2024년부터 주황색·분홍색의 중간색 격인 코랄 색상을 주요 오프라인 공간·행사에 적용해 왔다. 올리브영은 1999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1호점을 개점한 당시부터 올리브그린색과 코랄색을 대표색으로 사용해왔다. 일각에서는 위치상 바로 옆 건물인 데다, 같은 계열·고채도 디자인으로 시선을 끌면서 견제성 출점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리브영은 지난달 16일 개점한 홍대L7점을 포함해 이미 홍대 상권에서 점포 9곳을 운영하고 있다. 홍대타운점 등 다층 구조의 대규모 타운형 매장까지 갖추고 있지만 해당 상권 점포 가운데, 이번 점포와 같이 아예 외관 전체가 분홍색 계열로 꾸며진 건물은 없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스킨케어 중심인 기존 매장들과 달리 이곳은 색조 특화 점포로 가장 어울리는 핑크 색상을 골랐다"며 “매장 입지 등 상권 특성 등을 고려해 외관부터 눈에 띄어야 하다보니 강렬한 핫핑크색을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업체는 또 다른 핵심 관광상권인 서울 성수동에서도 주도권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중 무신사 뷰티는 기존 무신사 스탠다드 성수점이 위치한 연무장길에 '무신사 뷰티 성수점'을 연다. 올리브영은 지도상 해당 매장에서 도보 1분 거리에 위치한 맞은편 코너 건물에 들어설 예정으로,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업계는 랄라블라·롭스 등 헬스앤뷰티(H&B) 업계 경쟁사가 사라진 뒤 올리브영이 강세를 보이던 가운데 가운데, 무신사 뷰티가 대안 채널로 급부상했다고 설명한다. 매장 수 기준 단순 규모 비교로는 올리브영의 접근성이 우세하다. 전국 1360곳의 점포를 보유한 올리브영과 달리 무신사는 이제 막 뷰티 특화 매장을 넓히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1600여곳의 거점을 갖춘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가 올리브영에게 더 위협적일 것이다. 다만, 올리브영도 안심할 순 없다. 가장 유행에 민감한 품목을 취급하는 만큼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지가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무신사·다이소 등 후발주자들도 약국 연계형 공간·5000원 이하 저가 화장품 등 올리브영에서 찾아볼 수 없는 방식으로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