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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부존자원 없는 나라의 필수전략, 에너지절약

부존자원 없는 나라의 필수전략, 에너지절약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해 본 전문가들은 에너지절약 정책이 국내 에너지정책 입안 과정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나름 수십 년간 전해져 왔던 에너지정책 수립 과정에서 에너지절약 정책은 가장 앞서 적용되던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이란 사태로 갑자기, 그리고 허겁지겁 에너지절약 정책이 등장하고 있다. 에너지정책 수립 과정의 첫 순서는 먼저 미래의 에너지 수요를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여 예측하는 것이다. 미래 에너지 수..

[EE칼럼] 석유공급 위기가 몰고 올 에너지전환 정책의 방향은?

석유공급 위기가 몰고 올 에너지전환 정책의 방향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닫혀버린 호르무즈 해협으로 인해 세계 석유 공급망이 한달이 넘게 흔들리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석유제품 가격은 치솟고 있고 산업의 쌀인 석유 나프타의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즉, 석유화학 산업의 기초 원료 부족으로 에틸렌 생산 차질, 플라스틱·섬유·가전·자동차 등 연관 산업 전반의 제품 생산 중단 및 가격 폭등을 초래하여 다른 산업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은 국내 정유공장에서 하루 280만 배럴의 원유를 소비하고 있고 연간 약 10억 배럴 소비하고 있으며 전량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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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새로운 중앙아시아가 온다

새로운 중앙아시아가 온다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중앙아시아의 현대 지정학적 구조는 단순한 강대국 경쟁의 장에 머물지 않고 점차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러시아의 전통적 안보 영향력이 여전히 중요하지만,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려고 다양한 협력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의 진출은 군사력이나 부채 기반 개발이 아니라 '소프트 거버넌스'의 수출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신북방정책'과 'K-실크로드 전략' 등은 단순한 외교적 제스처를 넘어, 도시 및 산업 전환을 위한 기술...

[이슈&인사이트] 인공지능(AI) 기본법의 미비점과 세부적 보완 필요성

인공지능(AI) 기본법의 미비점과 세부적 보완 필요성

유럽연합에 이어 포괄적인 인공지능 기본법을 제정하려는 우리정부는 한편으로는 막 새싹을 틔우고 있는 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 우려와 막강한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의 고삐가 풀릴까 경계하는 입장 사이에서 어렵게 중심을 잡으려 노력해 왔다. 인공지능 관련 산업 생태계가 도약할 수 있는 자양분을 제공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였지만, 인공지능 기본법의 조문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제어하기 위한 많은 고민의 흔적도 엿보인다. 이런 고난의 결과물임에도 인공지능 영역에서는 시시각각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다 보니 새로운 제도의 시행과 더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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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비공개’ 고수하는 삼천당제약, 상장사 본분 다해야

지난 보름간 삼천당제약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120만원을 두드리던 코스닥 황제주는 이 기간 50만원짜리 의혹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논란은 어느 하나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은 채 시장의 따가운 눈총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건 핵심 기술에 대한 '대만 특허'라도 확보했다는 점이다. 대만 특허청(TIPO)의 두 차례 거절 통지에도 수정 보완을 거쳐 결국 특허 등록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 기술(PCT 'WO2025/255759 A1')은 국제출원(PCT) 단계에서도 '신규성·진보성 없음' 지적을 6번이나 받았지만, 대만에서와 같이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국 특허청의 심사를 뚫어낼 것이라는 희망이 생긴다. 문제는 삼천당제약의 '전략적 비공개' 태도다. 지난달 4일 통지된 TIPO의 특허 등록 결정을 지난 8일에야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미 한차례 어긋난 시장과의 신뢰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개최한 간담회에서조차 주요 사안들에 대해 비공개 입장을 고수했으니 시장의 의구심만 증폭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지난주 주가급락 사태의 근본적 원인인 '미국 계약규모 15조원' 논란 역시 정보 비공개에서 비롯됐다. 당장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독점 구조로 폐쇄적인 미국 의약품 시장에서 10년간 15조원이라는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현지 유통파트너사의 경우만 봐도 '구속력 있는' 바인딩 조약에 따라 계약이 해지될 경우 파트너사에 위약금이 발생하는지 여부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 밖에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 주성분) 제네릭과 인슐린의 실질적 약효를 파악할 수 있는 약동학(PK) 역시 비공개돼 시장의 의심을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자사 핵심 기술이 글로벌 경쟁사에 조기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삼천당제약의 해명처럼 비공개 전략은 분명한 이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의심으로 단기간 폭락 수준의 주가 변동을 겪고 있는 기업이 취하기 적절한 전략인지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삼천당제약이 전략을 이유로 비공개 입장을 고수할 때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건 다름아닌 주주들이기 때문이다. 온갖 의혹으로 주주·기업 가치가 훼손된 상황에서 구체적인 근거 없이 “성과를 통해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겠다"는 것은 정치적 수사(修辭)에 가깝다. 코스닥 상장사로서 투명하고 책임감있는 소통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데스크 칼럼] 한은 새수장 신현송, 위기 겹친 경제 속 역할 무겁다

국회가 오는 15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연다. 이미 1800건이 넘는 자료 요구가 쏟아지면서 검증 강도는 예사롭지 않다. 가족의 국적 관련 문제와 신 후보자의 해외 자산 비중 등도 주요 쟁점으로 거론된다.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당연한 절차다. 다만 지금의 경제 여건을 감안하면 청문회가 본질을 벗어난 '신상 공방'으로 흐르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통화정책의 연속성과 시장 신뢰가 중요한 시점일수록, 검증의 초점 역시 정책 역량과 판단 능력에 맞춰져야 한다. 대외 환경은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다. 중동발 지정학적 긴장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군사적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주요국 통화정책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되는 흐름이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출렁일 때마다 물가와 성장 전망이 함께 흔들리는 취약한 경제 기반 역시 재확인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장마저 전쟁 여파가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성장 둔화를 압박할 수 있다고 경고할 정도로, 상황은 기존 경기 사이클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위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국면에서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신 후보자의 개인사가 아닌 통화정책을 운용할 실질적 역량이다. 신 후보자는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을 지낸 거시경제·국제금융 분야의 학자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사전에 경고한 이력도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과의 네트워크와 글로벌 자금 흐름에 대한 이해 역시 강점으로 거론된다. 관건은 이러한 경력이 실제 정책 판단과 위기 대응 능력으로 얼마나 이어지느냐다. 향후 통화정책 환경은 쉽게 방향을 정하기 어려운 조건에 놓여 있다. 전쟁과 원자재 가격 상승은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지만, 금리를 인상할 경우 경기 둔화와 금융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가계부채 규모를 감안하면 금리 변화는 소비 위축과 금융 안정 문제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금리를 낮추면 성장 방어에는 도움이 되지만 물가와 환율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 자본 유출입 변동성이 커질 경우 외환시장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어느 선택도 비용을 수반하는 구조다. 이럴수록 중앙은행 수장의 '메시지 관리'는 정책 수단만큼 중요해진다. 시장은 정책 방향뿐 아니라 발언의 뉘앙스, 타이밍, 맥락까지 읽어내며 선제적으로 반응한다.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는 등 외환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신 후보자가 환율 수준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취지로 한 발언은 잘못된 신호로 읽힐 가능성을 키운다. 달러 유동성이 과거보다 양호하다는 인식 역시 타당한 측면이 있지만, 전달 방식에 따라 시장에는 경계심이 부족하다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특히 외환시장은 기대와 심리가 크게 작용하는 영역이어서 표현 하나가 방향성을 오해하게 만들 수 있다. 통화당국 수장의 한마디가 금리 경로, 환율 전망, 자금 흐름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인 만큼,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정교함은 피할 수 없는 조건이라는 의미다. 향후에는 메시지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보다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임 이창용 총재가 구조개혁 의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중앙은행의 역할을 확장해온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구조개혁은 통화정책의 효과를 높이고 금리 정책의 부담을 분산시키는 핵심 장치다. 노동·산업 구조 개선과 생산성 제고 없이는 금리 정책만으로 물가와 성장을 동시에 관리하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중앙은행이 직접 정책을 집행하지 않더라도, 중장기 리스크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은 중요하다. 이번 신 후보자 청문회가 가려야 할 것은 명확하다. 물가와 성장, 환율 변수가 얽힌 여건에서 균형 잡힌 통화정책을 설계할 수 있는지, 그리고 시장과 신뢰를 바탕으로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지다. 검증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놓이느냐에 따라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신상 논란에 매몰될 여유는 지금 우리 경제에 없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EE칼럼] 부존자원 없는 나라의 필수전략, 에너지절약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해 본 전문가들은 에너지절약 정책이 국내 에너지정책 입안 과정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나름 수십 년간 전해져 왔던 에너지정책 수립 과정에서 에너지절약 정책은 가장 앞서 적용되던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이란 사태로 갑자기, 그리고 허겁지겁 에너지절약 정책이 등장하고 있다. 에너지정책 수립 과정의 첫 순서는 먼저 미래의 에너지 수요를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여 예측하는 것이다. 미래 에너지 수요 예측치에 대한 나름의 합의가 이루어지면 다음은 이제 여러 정책과 방안을 적용해 보는 순서인데, 전통적으로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효율 증대나 에너지절약을 위한 정부 계획, 현행법으로는 '에너지이용합리화기본계획'을 가장 먼저 적용하였다. 이를 통해 절약과 이용합리화를 수행하여 줄일 수 있는 수요량을 빼고 남게 되는 수요 예측치를 목표로 하여 에너지 공급 정책과 방안을 도출하는 순서를 거쳐 정책을 완성하여 왔다. 우리나라가 이와 같이 에너지이용합리화 정책과 방안을 에너지 공급 정책과 방안에 앞서 적용하여 온 이유는, 당연히 한반도에 부존된 에너지원이 그 수요에 비하여 양과 종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과, 1970~80년대 1, 2차 석유 위기를 겪은 이후부터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이 가장 중요한 이슈라는데 나름 전 국민이 동의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고유가와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서 정책 수립의 이행 순서에 변화가 생겼다. 공급 정책이 수요예측 바로 다음으로 순서를 당겨 나타났다. 에너지전환정책, 해외자원개발정책, 재생에너지공급정책, 원자력공급정책 등이 그들이다. 사실 정책의 우선순위는 정부의 정책 목표에 따라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의 와중에 에너지절약 정책의 순서가 아주 뒤로 밀려버린 것이다. 에너지 효율 지표를 주요 국가들과 비교하여 보면 그 영향이 확실히 드러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에너지 효율의 대표적인 지표로 사용하는 에너지집약도(에너지사용량을 GDP로 나눈 수치) 추이를 보면 우리나라는 1980년 이래 지난 40여 년 내내 일본 등 주요국에 크게 뒤처져 있다. 우리의 에너지집약도는 1980년 0.27에서 2022년 0.16으로 개선되었으나 같은 기간 동안 일본은 1980년 0.15에서 2022년 0.08로, 독일은 0.19에서 0.08로, 영국은 0.15에서 0.05로 더 크게 개선되었다. (아래 표 참조) 더 큰 문제는 미국에도 추월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1980년에 0.26으로 우리와 비슷하던 미국은 지난 40년 동안 우리를 앞질러서 2022년에는 0.10을 달성하였다. 미국이 이제 우리나라가 아니고 일본과 유럽 국가들에 가까운 효율을 보이는 것이다. 에너지집약도 지표를 구성하는 두 변수 중 분모인 GDP가 지난 40년 동안 엄청나게 커졌는데도 효율 지표가 좋아지지 않은 것은 정책 우선순위 변화의 영향이 없다고 반박하기 어렵다. 에너지효율화 정책 우수국가인 독일의 정책을 살펴보면 나름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독일의 대표적인 산업부문 에너지절약 정책은 LEEN (learning energy efficiency network)이다. 21세기 들어서 시작하였으며 이미 독일 내 2천여 개의 중견, 중소기업이 해당 정책의 혜택을 받고 에너지를 절감하고 있다. 지역별로 연합체를 만들어 대학, 정부, 연구소가 도움을 주고 서로 절약하는 노하우를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일본, 영국 등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나라는 모두 진짜로 에너지를 적게 쓰는 쪽으로 산업을 발전시키는 에너지 효율화 정책을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추진해 왔다. 에너지 가격을 요금으로 묶어 두는 정책이나 단기적인 캠페인형 정책이 아니고 말이다. 그렇기에 독일은 제조업의 비중이 높아도 한국의 두 배 이상의 에너지 효율을 달성하고 있다. 이는 일본, 영국 등도 마찬가지이다. 에너지사용량이 줄어들면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도 따라올 것이며 재생에너지 보급 역시 늘어남을 이들은 잘 알고 있다. 무역수지가 좋아지고 경제가 에너지 위기에 강해지는 효과는 덤으로 얻고 말이다. 이번 이란 사태는 에너지절약 정책이 다시 한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돌려놓을 기회이다. 국민들이 모두 에너지 효율화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을 때 산업현장의 에너지 효율화 향상 방안을 추진하고 또한 효율화 투자를 지원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국민과 기업이 실제로 절약과 효율화에 나서게 하는 인센티브를 강화하여 동참을 유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허은녕

[기자의 눈] 유통가 AI전환, 대체자 아닌 조력자 만들어야

유통업계가 운영 효율 개선의 해법을 기술 혁신에서 찾고 있다. 인공지능 전환(AX)·자동화 로봇을 통해 전통 방식에서 벗어난 커머스 체계·물류 솔루션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대화형 인터페이스 기반의 AI 에이전트의 등장은 초개인화된 고객 경험을 구현하는 목표 달성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전통 유통업체부터 네이버·11번가 등 온라인 플랫폼까지 AI커머스를 혁신 생태계의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 AI 비서에게 구매 단계를 외주화해 발견형 쇼핑 경험을 극대화한다는 취지지만, 소비 과정에서 오는 우연한 발견을 추구하는 고객에게 호응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AI가 상품 탐색·가격 비교 과정을 압축해 '선택하는 고생'을 줄여줄 수 있지만, 동시에 '선택의 폭'까지 축소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데이터의 함정이다.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대다수 유통업체들은 고객의 과거 구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장 적합한 상품을 추천해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를 '취향 큐레이션'이라며 전문화된 콘텐츠로 선보이고 있지만, 핵심 경쟁력은 틈새·비주류 브랜드 등 얼마나 다양한 상품을 보여줄 수 있는지 여부에 갈릴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에서 기본값이 된 또 다른 전략 키워드는 물류 자동화다. 컬리·쿠팡 등 자체 물류센터를 갖춘 주요 이커머스들은 이미 AI 자동화 기술 기반의 물류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롯데쇼핑도 연내 가동 목표로 영국 리테일 테크 기업 '오카도'의 물류 자동화 시스템을 이식한 스마트 물류 인프라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비용 절감 등 자동화 장비의 장점은 뚜렷하나 현실적으로 완전 자동화까지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무거운 상품을 대량 적재하는 데 용이하지만 상품 피킹·검수 등 세밀함을 요구하는 작업에서 사람 손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인공지능 전환은 경기 침체 등 성장판이 닫힌 유통업계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유통 공룡들이 기존 유통업의 한계를 깨고 수요 예측·재고 관리·물류·고객 관리(CS) 등 전 영역에 걸쳐 새롭게 사업 구조를 짜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 과정에서 급격한 기술 변화가 불가피해보이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고, 직원과 협력할 수 있는 조력자로서의 혁신 방향성이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EE칼럼] 석유공급 위기가 몰고 올 에너지전환 정책의 방향은?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닫혀버린 호르무즈 해협으로 인해 세계 석유 공급망이 한달이 넘게 흔들리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석유제품 가격은 치솟고 있고 산업의 쌀인 석유 나프타의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즉, 석유화학 산업의 기초 원료 부족으로 에틸렌 생산 차질, 플라스틱·섬유·가전·자동차 등 연관 산업 전반의 제품 생산 중단 및 가격 폭등을 초래하여 다른 산업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은 국내 정유공장에서 하루 280만 배럴의 원유를 소비하고 있고 연간 약 10억 배럴 소비하고 있으며 전량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이 중 70% 이상을 중동 지역의 중질유를 수입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양은 전 세계 하루 원유 생산량의 15% 정도인 1500만 배럴 규모인 점을 고려하면 비산유국인 한국이 받는 충격은 구조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이런 공급망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는 대책에는 무엇이 있을까? 석유가스의 안정적 공급을 늘려야 할까? 진행되고 있는 에너지전환을 가속화하여 탈석유 시대를 앞당겨야 할까? 과연 정답은 있을까? 이에 대한 정답을 찾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의 에너지원 구성과 미래 에너지전환에 대한 합리적인 전망을 이해하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위주의 에너지전환은 언제쯤 이루어질 것인지? 에너지전환이 이루어지면 정말 화석연료는 필요가 없는 것인지? 즉, 에너지전환의 시기와 규모에 대한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전망에 기반한 미래 에너지원 수요공급 구성이 필요하다. 한국의 최종 소비 에너지원을 살펴보면 24년 말 기준으로 석유 47%, 전기 22%, 석탄 14%, 가스 12%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국내 전력 생산의 60%는 석탄과 천연가스로부터 생산되고 있다. 만약, 신재생에너지로부터 모든 전력을 생산하더라도 에너지 소비의 20%를 담당하는 것에 불과하다. 만약에 신재생에너지가 모든 에너지원을 대체하려면 100% 전기화 되어야 한다. 동시에 에너지사용의 전기화 비율을 높여야 하는 일이 여전히 남아있다. 2050년 한국의 탄소중립 계획에 따르면 전기화 목표는 45%로 설정되어 있고 현 수준의 2배로 늘려야 한다는 의미이다. 현재의 60%인 화석연료의 전력 생산량도 줄여야 하고 동시에 신재생으로부터의 전력생산은 획기적으로 늘려야 에너지 소비의 45%를 전기로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석유는 전력 생산에 미미한 수준을 담담하고 있다는 점도 신재생에너지가 석유공급 위기를 전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현재로서는 탈석탄도 버거운 형편인데 탈석유는 더욱 힘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문제는 석유가스가 언제까지 필요하게 될까 이다. 2050년엔 석유가스가 사용되지 않을까? 참으로 예상하기 어렵다. 각국이 제시한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전환에 기반하는 에너지원 구성 예측은 전망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희망에 가깝다. 너무나 많은 가정과 대규모 투자가 따라와야 하고 전 세계 합의해서 일사분란하게 추진해도 될까말까한 계획이다.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석유는 연료와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 탄소배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미국, 인도가 탄소배출 감축이 어렵다는 점, 에너지 생산설비의 수명이 길다는 점을 고려하면 에너지전환이 지금의 희망보다는 어렵고 훨씬 천천히 다가올 것이라 점은 분명해 보인다. 석유가스시대가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 인정하기 싫지만 현실일 것이다. 이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한국의 에너지원 공급망 안정화는 어떻게 해야할까? 기존의 자원안보 특별법을 좀 더 실행력 있게 다듬어서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가격의 정상화를 통해 국내 수요를 관리하고 국내 비축과 해외 도입선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성공적이고 효율적인 해외자원개발 추진을 통해 10%인 자원개발률을 40% 수준으로 높여야 하고 또한 자원안보의 최선책인 국내 자원개발을 정권의 교체에 무관하게 중단없이 지속해야 한다. 그래야 희망이 보인다. ekn@ekn.kr

[이슈&인사이트] 새로운 중앙아시아가 온다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중앙아시아의 현대 지정학적 구조는 단순한 강대국 경쟁의 장에 머물지 않고 점차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러시아의 전통적 안보 영향력이 여전히 중요하지만,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려고 다양한 협력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의 진출은 군사력이나 부채 기반 개발이 아니라 '소프트 거버넌스'의 수출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신북방정책'과 'K-실크로드 전략' 등은 단순한 외교적 제스처를 넘어, 도시 및 산업 전환을 위한 기술 협력 파트너십 구축을 의미한다. 한국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단순한 하드웨어 제공자가 아니라, 모델을 제안하며 새로운 발전 경로를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한국의 중앙아시아 전략은 기존의 자원외교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기술 플러스(Technology-Plus)' 프레임워크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자원 확보와 디지털 인프라를 결합하는 미래 지향적 전략으로, 공적개발원조(ODA)를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2026년 약 24억 6천만 달러 규모의 ODA 예산은 이러한 전략을 뒷받침하는 재정적 기반이다.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 같은 준정부 기관은 정부 정책과 민간 기업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데, 정부 간 협력(G2G)으로 스마트시티 설계 단계부터 단순한 인프라 건설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한국형 기술 표준을 대상국에 심는다. 카자흐스탄은 이러한 한국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알마티 인근의 알라타우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약 8만 8천 헥타르 규모의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도시 개발이 아니라 '중앙회랑(Middle Corridor)' 물류 네트워크의 핵심 거점으로 설계되었다. 한국은 지능형 교통 시스템(ITS) 구축과 디지털 행정 시스템을 도입하여 카자흐스탄이 내륙국에서 '연결국(land-linked state)'으로 전환하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협력은 2026년 고위급 물류 통합 논의로 더욱 깊어졌고, 스마트시티는 유라시아 공급망의 핵심 노드로 발전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협력은 물류 중심의 카자흐스탄과 달리 인간 중심적 도시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 타슈켄트(New Tashkent)' 프로젝트는 보건의료, 에너지, 도시 인프라를 포괄하는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이며, 한국은 의료 스마트시티 구축과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 도입에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약 50억 달러 규모의 의료 스마트시티 투자와 현대로템의 고속철 사업은 산업과 기술 협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사례이다. 녹색 수소와 친환경 난방 시스템 도입은 탈탄소 도시 전환을 촉진하며, 이는 지속가능성과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투르크메니스탄과 키르기스스탄에서는 더욱 특화된 형태의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아르카닥 스마트시티는 국제 전시회 수상을 통해 한국 기술의 상징적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았으며, 폐쇄적인 시장에 진입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스마트 빌리지' 모델을 통해서 농촌과 산악 지역에 적합한 기술 적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약 5억 달러 규모의 경제개발협력기금(EDCF)은 이러한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한국 기술이 대도시뿐만 아니라 지역 단위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중앙아시아를 향한 한국의 이러한 전략에는 여러 도전 과제가 존재한다. 가장 큰 장애물은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와의 경쟁으로, 비교적 저렴한 중국 기술이 이미 해당 지역에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제도적 미비함도 스마트시티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데이터 관리, 개인정보 보호, 디지털 규제 등 법·제도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을 경우, 스마트시티는 고립된 기술적 성과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한국은 단순한 기술 제공을 넘어, 관련 법제도 구축과 인력 양성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접근으로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 올해 9월에는 서울에서 한국과 중앙아시아 국가 정상들이 모여 협력과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핵심 광물 공급망, 에너지,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K-실크로드' 협력 모델을 강화할 계획이다. 따라서 이번 가을은 한국이 새로운 모습의 중앙아시아를 맞이하고, 그들에게 기술·제도·가치가 결합한 한국형 모델에 기반한 미래 협력의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비록 지정학적 경쟁과 제도적 한계가 존재하지만, 최근 한국이 주도하는 디지털 협력 기반은 이미 구축되고 있으며, 이는 중앙아시아가 21세기 글로벌 경제에서 자율적인 위치를 확립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새로운 중앙아시아가 우리에게 달려오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김봉철

[기자의 눈] 민형배 의원의 발자취

광주=에너지경제신문 문승용 기자 정치인의 말은 쉽게 소비되지만, 기록은 오래 남는다. 민형배 의원의 정치 이력은 그 기록이 어떻게 쌓이고, 또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보여준다. '공정'과 '원칙'을 강조해 왔지만, 실제 국면마다 구호와 달랐다. 2020년 광주 광산을 국회의원 경선부터 보자. 당시 민 의원은 상대 후보 측의 권리당원 명부 과다 조회를 문제 삼아 재경선을 요구했다. 중앙당이 허용한 범위 내 행위였음에도 이를 '불법'으로 규정했고, 결국 상대 후보는 감점을 받고 경선은 뒤집혔다. 정치권에서는 “초유의 재경선"이라는 평가와 함께 '멀리건'이라는 조롱이 따라붙었다. 공정을 내세웠지만, 결과는 정치적 반전이었다. 그러나 4년 뒤, 같은 '명부'는 전혀 다른 위치에 놓였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민 의원 측이 지역위원장 시절 교부받은 권리당원 명부를 보유한 채 선거 과정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당시 캠프 관계자는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당원 명부는 선거 활용이 금지된 사항이다. 과거 상대의 '과다 조회'는 불법이었고, 자신의 캠프에서 '보유와 활용'은 관행으로 설명했다. 공천 과정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반복됐다. 경선 대진표 구성과 컷오프 과정에서 특정 후보 배제 의혹이 불거졌다. 여론조사 상위권이 아닌 하위권 후보가 결선에 오르면서 “차라리 단수공천하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일부 후보들은 삭발과 단식으로 반발하며 공정성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여기에 선출직 공직자들의 문자 발송, SNS 홍보, 응답 인증 요구 등 '줄 세우기' 방식이 더해지며 경선 중립 원칙 훼손 논란으로 번졌다. 공정 경쟁은 구호에 그쳤고 현장에서는 구태정치가 되살아났다. 녹취로 공개된 '전화기 털어라' 발언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단순한 표현을 넘어 연락처 확보와 조직 동원을 전제로 한 선거 전략으로 읽혔고, 일부 발언은 향후 공적 사업과 연계될 수 있다는 해석까지 낳았다. 선거와 권한이 뒤섞였다는 의심이 제기된 이유다. 특히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대통령 팔이' 논란도 빼놓기 어렵다. 특정 대통령과의 관계를 강조하거나, 출마 및 정치 행보를 대통령과 연결 짓는 발언이 이어지며 정치적 권위를 차용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로 관련 발언은 공천 개입설로 번졌다. 메시지 관리에서도 일관성 문제는 드러난다. 가짜뉴스 척결을 강조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캠프 홍보물에서는 특정 지역 수치만 부각해 전체 판세를 왜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불리한 정보는 줄이고, 유리한 정보는 키우는 방식은 낯설지 않지만, '공정'을 내세운 정치인에게는 더 큰 모순으로 기억됐고, 이기면 장땡이라는 삼류 정치의 표본을 실천했다. 측근 인사 문제도 비슷하다. 비위 전력이 있는 인사를 재기용한 것을 두고 인사 책임 논란이 이어졌지만, 해명은 충분한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결국 민형배 정치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원칙의 부재'가 아니라 '선택적 적용'이다. 같은 사안도 시기와 위치에 따라 다른 기준이 적용됐고, 그 방향은 대부분 정치적 이익과 맞닿아 있었다. 정치는 누구나 유리함을 추구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내세운 기준이 자신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가다. 과거 상대에게 들이댄 잣대가 지금도 유효한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순간 '공정'은 구호로, '원칙'은 전략으로 남는다. 유권자는 점점 말을 믿지 않는다. 대신 반복된 흠결을 기억한다. 결국에는 무엇을 말했는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승리해왔는가를 평가한다. 문승용 기자 symnews@ekn.kr

[기자의눈] 전쟁보다 무서운 건 국장의 체질

전쟁은 중동에서 벌어졌다. 비명을 가장 크게 지른 시장은 국장이다. 중동 전쟁이 벌어진 뒤 8일까지 코스피가 하루 5% 이상 오르내린 날은 27거래일 동안 9거래일이다. 매수·매도 사이드카는 10번 울렸다. 코스피가 8% 이상 급락해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도 두 번 발동했다. 로이터는 한국 증시를 이번 전쟁 국면에서 가장 변동성이 큰 시장으로 지목했다. 글로벌 증시는 같은 악재를 겪었지만, 한국 증시만큼 진폭이 크진 않았다. 전쟁 직후 이틀간 일본 닛케이와 대만 증시는 각각 4%대 하락했다. 코스피는 이틀간 19% 가까이 하락했다. 전쟁 이후 미국 S&P500은 2% 이상 등락률을 보인 날이 하루뿐이다. 미국과 이란이 2주간 조건부 휴전에 합의했다. 코스피는 다시 6000선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휴전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돌아봐야 할 건 왜 한국 증시는 중동 전쟁 뉴스 한 줄에 이렇게까지 크게 흔들렸느냐다. 시장에선 '가장 많이 오른 시장에서 가장 먼저 차익실현이 일어났다'고 본다. 코스피는 전쟁 전까지 1년간 100% 넘게 올랐다. 연초 이후에도 주요국 대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많이 오른 시장일수록 악재가 닥쳤을 때 되돌림 폭도 크다. 한국 증시 특유의 반도체 편중 구조도 낙폭을 키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초대형주에 외국인 매도가 집중되자 지수 전체가 통째로 흔들렸다. 지수는 커졌지만 충격을 분산할 내부 체력은 그만큼 두터워지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은 원유의 70%를 중동 지역에 의존한다. 전쟁이 유가 급등으로 이어지면 곧바로 물가와 기업 비용, 환율 불안이 동시에 자극된다. 주가 하락 위험에 환차손 위험까지 겹치니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순서였다. 이번 장세는 국장이 지정학 리스크 자체보다 에너지와 환율, 특정 업종 쏠림에 더 취약한 시장이라는 사실을 다시 보여줬다. 외부 충격은 피할 수 없다. 충격을 키우는 시장 구조는 바꿀 수 있다. 외국인 자금 이탈 때 완충 역할을 할 연금·보험 등 장기 자금을 더 두텁게 만들어야 한다. 환율 급등이 곧장 주가 폭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외환·채권·주식시장을 함께 보는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결국 국장 체질 개선은 주가를 억지로 끌어올리는 일이 아니다. 전쟁 같은 충격이 와도 시장이 이를 흡수할 수 있는 복원력을 키우는 일이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이슈&인사이트] 인공지능(AI) 기본법의 미비점과 세부적 보완 필요성

유럽연합에 이어 포괄적인 인공지능 기본법을 제정하려는 우리정부는 한편으로는 막 새싹을 틔우고 있는 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 우려와 막강한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의 고삐가 풀릴까 경계하는 입장 사이에서 어렵게 중심을 잡으려 노력해 왔다. 인공지능 관련 산업 생태계가 도약할 수 있는 자양분을 제공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였지만, 인공지능 기본법의 조문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제어하기 위한 많은 고민의 흔적도 엿보인다. 이런 고난의 결과물임에도 인공지능 영역에서는 시시각각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다 보니 새로운 제도의 시행과 더불어 여전히 보완이 요구된다. 인공지능 기본법 시행에 맞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마련한 인공지능 기본법 지원데스크에는 최근까지 550여 건 이상의 상담이 접수됐는데 과반수가 투명성 표시 의무 관련 내용이고, 고영향 인공지능 해당 여부가 그다음을 차지했다고 한다. 인공지능 기본법 시행에 따른 책임 부담에 대한 관련 업계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이다. 실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문서를 작성하는 시스템 설계와 구축을 자문하다 보니 일단 이 시스템을 운용하는 주체가 인공지능 기본법에서 정의된 인공지능 사업자인지, 아니면 이용자인지부터 명확하지 않다. 시스템을 운용하는 주체가 작성된 문서를 시스템에 접속한 이용자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모호한 지위에 있는 경우 규제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결론을 내리면서도 파운데이션 모델로 구축된 시스템에서 나오는 생성물만 제공하는데 이용자 아닌 인공지능 이용사업자로 보아야 하는지 여전히 확신이 들지 않는다. 이런 혼란은 인공지능 기본법의 초안이 논의된 이후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세계적 거대 기술기업들의 파운데이션 모델 성능이 압도적으로 향상돼 인공지능 산업 생태계가 변화했기 때문에 생겨났다. 이런 변화를 수용해 EU 인공지능 법은 Distributor와 Deployer 개념을 구분해 각자 역할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게 했는데, 우리는 Deployer에 해당하는 역할을 모두 이용자에 포함하여 구분이 어렵게 규정하였다. 정부의 가이드라인 역시 인공지능 개발사업자가 제공한 인공지능을 이용해 인공지능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면 인공지능 이용사업자라면서도 인공지능 생성물만을 제공하면 단순 이용자로 본다고 설명해 더욱 혼란을 일으킨다. 인공지능 이용사업자인지, 아니면 이용자인지가 중요한 이유는 그 생성물에 대한 책임의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용사업자라면 당장 상담이 집중되고 있는 표시의무, 고영향 인공지능 해당 여부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입법 과정에서 규제의 대상인 이용사업자의 범위를 축소해 인공지능을 이용한 콘텐츠 제작자 등 산업을 육성하려는 취지가 반영되었다고도 하나, 법 시행 직후 주무 부처에서 Deployer 개념을 신설하는 법률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혼란을 초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만일 인공지능 이용사업자에 해당한다고 하면 생성물에 어떤 방식으로 표시할지도 정해야 한다. 가시적 방법만이 아니라 비가시적 방법인 기계 판독형 방식도 허용되는데 이미지나 동영상의 경우 딥페이크의 가능성이 있어 가시적 방법이 더 우선할 것이지만, 문서를 생성물로 하는 경우 텍스트에 머리말이나 워터마크, 메타데이터로 표시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인공지능 생성물 표시도 여러 연구에서 지적된 것처럼 다양한 기술적 방법으로 표시 자체를 삭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보안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글로벌 기술 표준인 C2PA 방식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이 작성한 문서라는 것이 알려지면 그 신뢰성이 낮아진다고 판단하는 경우 이용자가 인공지능 생성물이라는 표시를 삭제할 가능성도 있다. 가이드라인에는 기계가 판독할 수 있는 방식만을 사용하는 경우 이용자에게 최소 1회 이상 별도의 안내 문구나 음성 고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어 비가시성 워터마크로는 충분한 안전장치가 될 수 없음을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고 보인다. 결국 시스템 외부로 다운로드나 공유될 수 있는 인공지능 생성물은 해당 단계에서의 인공지능 사업자의 표시의무 이행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이용 단계까지 인공지능 생성물이란 표시를 보장해 주지는 못하는 것이다. 고영향 인공지능에 관해서도 인간이 최종 의사결정을 하도록 제도를 구축하면 위험도가 낮아진다고 하지만, 현재 전장에서 활용되는 인공지능의 사례를 보면 오히려 인간이 인공지능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완벽한 제도는 원래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이 계속 등장함에 따라 법제도 역시 적절히 변화에 대응해야 하고, 달성될 수는 없는 목표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과정이 바로 우리가 가야 할 미래일 수밖에 없다. 양희철

[EE칼럼] 자원 안보 시대, 한국과 캐나다의 전략적 연결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미국·이스라엘 대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 에너지 질서는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화석연료가 재부상하고,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전력 수요 확대가 촉발된 것에 더해, 에너지 및 자원 공급망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마저 높아지면서 에너지 안보와 에너지 전환에 대한 인식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저탄소 에너지원으로의 에너지 전환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환경적 차원을 넘어서서 디지털 혁명과 맞물리며 산업 정책적 성격을 띠게 되었고, 이제 전쟁 국면으로 인해 에너지 안보와도 결합하였다. 이는 한국과 같은 제조업 중심의 에너지 다소비 국가에게는 미래 산업 전략과 직결되는 사안이자,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 속에서 경제 안보의 핵심 과제가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핵심광물(critical minerals)'이 있다. 지난 3월 27~28일 양일간 서울에서 열린 한국-캐나다 포럼에서 필자는 이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디지털 산업까지—거의 모든 미래 산업은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과 같은 핵심광물에 의존한다. 핵심광물은 단순한 원자재가 아니다. 공급망을 통제함으로써 산업을 좌우할 수 있는 '지정학적 자산'이다. 한국의 현실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제시하는 한국의 연간 에너지 수입액은 2024년 기준으로 약 226조 원, 광물 수입은 약 33조 원으로, 이를 합치면 약 260조 원에 달한다. 이는 한국 전체 수입액의 약 30%에 해당한다. 호르무즈 사태가 불러온 나비효과를 떠올리면, 석유·가스보다 더 지역 편중이 심한 핵심광물 공급 구조는 훨씬 더 큰 경각심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코발트 생산은 콩고민주공화국(DRC)에 집중되어 있으며, 니켈은 인도네시아, 리튬은 호주와 남미에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핵심광물의 정제·가공은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인데,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흑연 하나만 보더라도 98%가 중국에서 가공된다. 이러한 구조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울 수밖에 없다. 중동에서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에너지 가격이 흔들리는 것처럼, 핵심광물 역시 언제든지 자원 안보를 위협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결국 에너지 안보와 자원 안보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그 본질은 결국 지정학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원 빈국이자 섬과 같은 지리적 구조에 처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분명하다.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여기서 캐나다의 전략적 가치를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캐나다는 단순한 자원 공급국이 아니다. '신뢰 가능한 공급망'을 제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캐나다는 리튬, 니켈, 코발트, 희토류 등 다양한 핵심광물을 보유한 자원 부국이다. 동시에 G7 국가로서 안정적인 제도와 높은 환경·사회 기준을 갖춘 국가이기도 하다. 반면 한국은 배터리, 전기차, 소재 가공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즉, 양국은 구조적으로 보완적인 관계다. 한쪽은 자원과 생산 생태계를, 다른 한쪽은 기술과 산업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조합은 단순한 교역 관계를 넘어,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는다. 더 중요한 점은 지정학적 환경이다. 한국과 캐나다는 서로 간의 국제정치적 갈등이 발생하기 힘든 거리로 떨어져 있지만, 열린 바다인 북태평양을 통해 교역이 이루어지므로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주요 초크포인트(chokepoint)가 부재하다는 이점이 있다. 이미 한국과 캐나다 관계는 2022년 이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었지만, 이를 기반으로 양국 간 협력은 더욱 견고해질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한국과 캐나다 간에는 단순 에너지 및 자원 교역을 넘어 공동 투자로 전환하여 이익 배분 구조를 제도화하고, 배터리와 전기차를 중심으로 밸류체인을 통합하며, 이를 뒷받침할 금융을 포함한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에너지 전환의 시대는 동시에 자원 안보의 시대다. 그리고 이 새로운 질서 속에서, 한국과 캐나다 간 협력의 전략적 중요성이 재확인되고 있다. ekn@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