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Energy&Environment]

더보기 +
[EE칼럼] 파키스탄의 태양광 붐을 바라보며

파키스탄의 태양광 붐을 바라보며

불과 몇 년 전까지 파키스탄의 여름은 어둠과 무더위의 계절이었다. 만성적인 전력난으로 하루에도 몇 시간씩 전기가 끊기는 순환 단전이 일상이었고, 섭씨 4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도 선풍기조차 돌리지 못하는 서민들은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최근 파키스탄의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구글 어스로 들여다보면 대도시의 주택과 상가 옥상부터 한적한 농가 지붕까지, 어디서나 반짝이는 태양광 패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튜브가 미디어 권력을 개인에게 넘긴 것처럼, 파키스탄에서 태양광은 전력 생산 권력을 소비자에게 넘겼다. 흥미로운..

[EE칼럼] 전기요금 논쟁을 넘어: 전력망 공공화와 ISO 분리의 과제

전기요금 논쟁을 넘어: 전력망 공공화와 ISO 분리의 과제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제안한 '국민펀드 방식의 전력망 건설 및 공공화' 구상은, 전력 인프라를 어떻게 만들고 누가 그 비용을 감당할 것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한전은 국가 신용을 등에 업고 3~4% 수준의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데, 민간 자금을 끌어와 과연 7~9%의 수익을 줄 수 있느냐 반문한다.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해야 하는 구조라면, 장기적으로 그 비용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비판은 현행 한전 체제를 놓고 보면 설득력이 크다. 한..

이슈&인사이트

[Issue&Insight]

더보기 +
[이슈&인사이트] 발트 3국과 한국: 안보·방산·디지털 협력의 전략적 가능성

발트 3국과 한국: 안보·방산·디지털 협력의 전략적 가능성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HUFS-Jean Monnet EU Centre 소장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는 흔히 '발트 3국'으로 불린다. 이들 국가는 1990년대 소련 붕괴와 함께 독립한 이후 유럽 통합 체제에 편입되었으며, 2004년 EU와 NATO에 동시 가입함으로써 '탈러시아화(de-Russification)' 그리고 '유럽화(Europeanization)'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이후 발트 3국은 에너지 자립, 디지털 전환, 안보 기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축적하며 EU 내부에서의...

[이슈&인사이트]2026년  ‘K자 지갑’의 한국: 금리·부채·초저가가 변수

2026년 ‘K자 지갑’의 한국: 금리·부채·초저가가 변수

2025년 한국의 소비지표는 '회복'과 '불안'이 교차하는 장면을 반복했다. 하지만 경제는 “그 반등이 체질 개선인가, 착시인가"를 묻는다. 심리지표가 개선되더라도 실질 구매력은 별개다. 체감경기가 '바닥 탈출'에 성공해도, 가계와 자영업, 유통 생태계의 비용구조가 그대로라면 회복은 이어지지 않는다. 2026년 한국경제를 관통할 키워드는 결국 하나로 수렴한다. 가계·기업의 현금흐름과 비용 구조의 충돌이다. 이 충돌은 세 갈래로 전개된다. 금융·부동산: 주거비·부채 압력 속 소비 양극화(=K자 지갑) 2026년 한국 소비의 첫 키워드..

데스크 칼럼

더보기 +
[이슈&인사이트] 발트 3국과 한국: 안보·방산·디지털 협력의 전략적 가능성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HUFS-Jean Monnet EU Centre 소장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는 흔히 '발트 3국'으로 불린다. 이들 국가는 1990년대 소련 붕괴와 함께 독립한 이후 유럽 통합 체제에 편입되었으며, 2004년 EU와 NATO에 동시 가입함으로써 '탈러시아화(de-Russification)' 그리고 '유럽화(Europeanization)'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이후 발트 3국은 에너지 자립, 디지털 전환, 안보 기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축적하며 EU 내부에서의 영향력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왔다. 인구와 경제 규모 면에서는 EU 내 소국에 속하지만, 정치적 안정성, 제도 개혁 성과, 그리고 전략적 지정학적 위치를 바탕으로 오늘날 EU와 NATO의 전략적 중심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정치적 측면에서 발트 3국은 민주주의 제도의 정착, 부패 방지, 언론의 자유 보장 등에서 유럽에서 모범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들 국가가 EU 가치 체계의 핵심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지정학적으로 발트 3국은 NATO의 동부 전선에 위치하며 러시아와 직접 국경을 접하고 있다. 특히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위치한 수왈키 갭(Suwalki Gap)은 러시아의 칼리닌그라드(Kaliningrad)와 벨라루스(Belarus) 사이를 잇는 전략적 회랑으로, 이 지역이 차단된다면 발트 3국은 EU 및 NATO로부터 지상 연결이 단절되는 위험에 직면한다. 이러한 안보 환경에서 발트 3국은 NATO 사이버방위협력센터 유치, 공중감시 체계 참여 등 적극적인 기여를 통해 단순한 안보 수요국을 넘어 안보 제공국이자 기여국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는 전략적 자율성과 집단안보를 동시에 추구하는 EU의 안보 기조와도 부합한다. 경제·기술 분야에서도 유럽에서 발트 3국의 역할은 두드러진다. Rail Baltica, Baltic Connector 등 탈러시아·친유럽형 초국경 인프라 및 에너지 연계망 구축을 통해 EU의 구조적 통합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전자정부, e-Residency와 같은 디지털 정부 프로그램을 통해 디지털 전환과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했으며, 이는 EU의 디지털 주권 전략 수립에 있어 제도적 참고 모델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발트 3국이 더 이상 EU의 단순한 수혜국이 아니라, 정책 형성과 집행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핵심 행위자로 전환되었음을 증명한다. 발트 3국의 위상 변화는 한국과의 전략적 협력 가능성을 확대한다. 발트 3국은 NATO 무기체계와의 상호운용성 확보를 핵심 과제로 설정하며, 이미 폴란드와 북유럽 국가들에 도입되어 성능과 신뢰성이 입증된 한국의 무기체계에 관심을 보인다. 실제로 에스토니아는 한국산 K9 자주포를 이미 도입한 바 있으며, 이를 계기로 발트 3국은 한국의 무기체계가 자국군 현대화와 NATO 신속대응군 운용을 위한 고기동·정밀 타격 전력 확보에 있어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한국 방산기업의 발트 지역 진출 가능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유럽방위기금(EDF) 참여를 기반으로 한 공동 기술 개발, 현지 생산, 기술 이전과 같은 중·장기적 파트너십 모델로의 확장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발트 3국 모두 전투기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공군 전력 전반에 대한 구조적 보완 필요성을 의미하며, 이 분야에서 한국과의 장기적 협력 여지가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이버 안보와 디지털 분야에서도 협력 잠재력이 크다. 한국은 AI 기반 전자정부, 디지털 보안, 정보 인프라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발트 3국은 디지털 주권과 사이버 방어 전략의 실증적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양측은 플랫폼 연계, 제3국 공동 진출, NATO 사이버 훈련 참여 등을 통해 디지털 협력 외교의 다자화를 추진할 수 있다. 한편, Rail Baltica 프로젝트는 한국의 스마트 인프라, 물류 자동화, 방산 수출망 구축 기술과 결합할 수 있는 전략적 접점으로, 디지털 물류 체계와 군사 기동성 강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협력 모델을 창출할 가능성을 지닌다. 김봉철

[EE칼럼] 파키스탄의 태양광 붐을 바라보며

불과 몇 년 전까지 파키스탄의 여름은 어둠과 무더위의 계절이었다. 만성적인 전력난으로 하루에도 몇 시간씩 전기가 끊기는 순환 단전이 일상이었고, 섭씨 4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도 선풍기조차 돌리지 못하는 서민들은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최근 파키스탄의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구글 어스로 들여다보면 대도시의 주택과 상가 옥상부터 한적한 농가 지붕까지, 어디서나 반짝이는 태양광 패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튜브가 미디어 권력을 개인에게 넘긴 것처럼, 파키스탄에서 태양광은 전력 생산 권력을 소비자에게 넘겼다. 흥미로운 점은 이 거대한 변화를 이끈 주체가 정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오히려 거액의 차관을 들여 대규모 화력발전소와 수력발전소를 지어놓고 국민들에게 이 전기를 쓰라고 강요하는 처지다. 그러나 국민들은 비싸고 불안정한 국가의 전기를 거부하고 있다. 중국에서 수입한 태양광 패널 용량이 2022년 3.3GW에서 2024년 17GW로 급증했다. 2025년 상반기의 태양광 패널 수입량은 2024년 전체 수입량에 거의 육박하며, 세계 3위의 태양광 패널 수입국이 되었다. 국가 경제는 위기 상황인데, 국민들은 각자 자기 집 지붕 위에 작은 발전소를 세우며 스스로 에너지 자립에 나서고 있다. 국민 주도형 에너지 혁명이 들불처럼 번진 것이다. 가난한 나라로 치부되던 파키스탄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 동력은 역설적이게도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었다. 러-우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 미국 달러 대비 파키스탄 루피화 가치 하락, 국제통화기금(IMF) 지침에 따른 정부 보조금 종료가 맞물리며 전기 요금이 2021년 이후 150% 이상 급등했다. 여기에 고질적인 정전까지 겹치자, 국민들은 국가가 공급하는 비싸고 불안정한 전기에 의존하는 대신 스스로 전기를 생산하는 길을 택했다. 마침 중국발 태양광 패널 가격 하락이 맞물리며, 태양광은 파키스탄인들에게 가장 저렴한 생존 도구가 되었다. 파키스탄의 사례는 우리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먼저 가격 신호(Price signal)가 소비자 행동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도구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정부의 보조금보다 강력한 것은 시장 가격의 힘이다. 우리도 전력 시장의 가격 구조를 유연화하여 재생에너지 보급의 자생적 동력을 키워야 한다. 이를 미루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청구서를 떠넘기는 일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 취약계층의 주거지 태양광 설치나 기업의 에너지 효율화 지원과 같은 정교한 연착륙 전략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파키스탄의 태양광 붐을 통해 분산형 전원의 강력한 잠재력도 확인할 수 있다. 파키스탄은 주택과 공장 지붕 등 수요지 인근에 설치한 소규모 태양광들이 전력난을 해소하는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송전망 건설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면서도 탄소중립에 다가갈 수 있는 분산형 전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전력망의 안정성과 지능화도 필요하다. 파키스탄은 태양광 발전이 국가 전체 전력의 약 25%를 담당하며 석탄, 가스보다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로 인해 낮 시간대 전력망 수요가 '0' 이하로 떨어지는 현상을 겪고 있다. 개인이 생산한 전기는 넘쳐나는데, 전력 시스템은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역시 이미 제주도와 호남 지역에서 출력 제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태양광을 늘리는 동시에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확충하고 전력망을 지능화하는 등 전력 시스템의 현대화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책의 일관성과 정교한 제도 설계의 중요성이다. 최근 파키스탄 정부는 세수 확보를 위해 수입 태양광 패널에 세금을 부과하거나 넷미터링(남는 태양광 전기를 되파는 제도) 혜택을 줄이려다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한 번 불붙은 민간의 수요를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로 꺾으려 할 때 어떤 혼란이 오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교한 제도 설계와 흔들리지 않는 정책 일관성을 유지해야만 기업과 가계가 안심하고 장기적인 투자를 결심할 수 있다. 박성우

[기자의 눈] 유통산업발전법, 발전 아닌 퇴보

유통 시장의 내부 병폐를 수면 위로 드러낸 홈플러스 사태가 해를 넘겨 올해까지 이어지게 됐다. 사모펀드(PEF)의 투기적 운영 방식·출혈 경쟁 속 대형마트 산업의 경쟁력 상실 등 수많은 문제를 떠안은 채 존속과 청산의 갈림길에 놓였다. 사실상 인가 전 인수합병(M&A)에 실패하며 홈플러스는 부실 점포 정리·인력 구조조정과 별개로 핵심 사업부인 슈퍼마켓(SSM)만 떼어 팔아 살 길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다만, 관문인 채권자들의 동의를 넘더라도 매각 자체의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SSM에 해당하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국 단위의 물류망을 기반으로 퀵커머스 인프라로서 인수 매력도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정부 규제 아래에 놓인 SSM 사업 특성상 굳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인수 의사를 드러낼 업체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근본적 원인으로 유통산업발전법을 지목한다. 2012년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SSM은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금지가 적용된다. 매월 2회 의무휴업일 규제를 받고, 휴무·휴업 기간 온라인 배송 금지는 물론 전통시장 반경 1㎞ 내 출점도 제한된다. 특히, 유통산업발전법은 골목상권·전통시장 보호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온라인 플랫폼에 수요 쏠림을 가져왔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10년 이상 대형마트 등에 규제를 적용하는 사이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새벽 배송 등 배송 경쟁력을 독점하게 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도 국내 대형마트 2위 사업자라는 지위에도 매각 난항을 겪는 홈플러스 처지가 온라인 시장 중심으로 재편된 유통시장 환경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한다. 한 기업구조조정 관련 전문가는 “펀드 속성은 저평가 받은 기업을 싸게 사서 이윤을 남겨 파는 것이 목적인데, 당초 홈플러스는 매각가 7조원이라는 덩어리부터 너무 컸다"면서 “인수 후 상장시킬 만한 성장 모먼트도 없었고, 비대면 쇼핑 시대가 찾아오며 오프라인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이 부분을 생각하지 못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도 패인"이라고 꼬집었다. 규제의 역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유통산업발전법의 일몰 기한을 오는 2029년 11월까지 4년 더 연장했다. 최근 몇 년 간 온·오프라인 간 경쟁 구도로 시장 전환이 가속화됐지만, 여전히 대형마트와 소상공인 대립이라는 구시대적 관점에 머무르고 있다. 지금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이 형성된 상황에서 이젠 시대착오적인 규제 의지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보여야 할 때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오천피’에 가려진 진실

연초부터 '국장'(국내 주식시장)이 불타오르고 있다. 하지만 주식 투자로 돈을 버는 사람보다 '불장'에도 자산 증식에서 소외된 이들이 더 많다. 서민들은 높은 물가에 생활비도 빠듯하다. 이들에게 주식 투자를 하라고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뻔하다. “지금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데 주식에 투자할 돈이 어디 있냐!" 이재명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코리아 프리미엄(한국 증시 고평가)'으로 바꿔 오천피 시대를 열겠다고 한다. 새해 들어 코스피 지수는 파죽지세로 오르고 있다. 6일에는 4500을 돌파하며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승세라면 '오천피' 달성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국장'에 대한 기대감은 작년 말부터 형성됐다. 본지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9~30일 실시한 현안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 절반 가까이(48.7%)가 올해 안에 코스피 지수의 5000 돌파 가능성에 대해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증권사들도 올해 코스피 상단을 5000선 위로 열어놓고 있다. 주요 상장사 실적 전망이 괜찮은 데다 정부의 증시 부양책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지수를 끌어올릴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국내 주식시장으로 투자금이 들어오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주가 상승이 궁극적으로 빈부 격차를 심화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경제학자인 모리구치 지아키 히토쓰바시대 교수가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최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증시 부양책으로 상위 0.01%의 소득 점유율이 10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 1.19%에서 2023년 2.28%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1만~2만대였던 닛케이225 평균 주가(닛케이지수)도 5만대로 급등했다. 주식을 포함한 자산 소득을 빼면 2023년 상위 0.01%의 소득 점유율은 0.82%로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는 주가 상승이 빈부 격차를 확대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국내 증시는 장밋빛이지만 실물 경제는 살얼음판이다. 작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7000억 달러를 돌파했으나 그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지 않고 있다. 수출 증가와 '불장' 모두 반도체가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극소소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조업체는 혹한기를 겪고 있다. 기업들은 올해 실적 전망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관세율 상승, 고환율 등 곳곳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하게 오른 물가는 서민들의 삶을 더욱 옥죄고 있다. 외식은 언감생심이고 마트나 시장에 나가기가 무서울 정도다. 지갑은 갈수록 얇아지고 있다. 물가 오른만큼 임금이 인상되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실직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다. 고용 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늘어나는 건 고령층을 위한 임시 일자리 뿐이다. 사회에 첫발을 떼야 하는 20대와 우리 사회의 허리 역할을 하는 30~40대를 위한 좋은 일자리는 사실상 줄고 있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현재 경기가 좋지 않고 전망도 불투명하다 보니 기업들이 사람을 뽑지 않기 때문이다. 내수 침체 장기화로 소상공인 폐업이 늘고 있는 것 역시 고용 한파의 원인이다. 작년 한 해 문을 닫은 소상공인은 100만 명이 넘는다. 그 결과 고용 시장엔 찬바람만 불고 있다.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그냥 쉬는 청년은 계속 늘고 있다. 구직 활동을 포기한 20대와 30대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각각 41만 명과 33만 명에 달했다. 한창 일해야 할 청년 74만 명이 취업을 포기했다는 건 우리 경제 전체로 봐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재명 정부와 여당은 코스피 지수 5000 달성 가능성에 환호할 때가 아니다. '오천피'에 가려진 현실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 '불장'에 집착하다가는 더 큰 것을 놓칠 수 있다. 지금은 증시 부양책에 앞서 주식 투자는커녕 하루하루 살기 바쁜 서민들과 가난한 청년들이 좌절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장박원 편집국장 jangbak@ekn.kr

[EE칼럼] 전기요금 논쟁을 넘어: 전력망 공공화와 ISO 분리의 과제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제안한 '국민펀드 방식의 전력망 건설 및 공공화' 구상은, 전력 인프라를 어떻게 만들고 누가 그 비용을 감당할 것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한전은 국가 신용을 등에 업고 3~4% 수준의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데, 민간 자금을 끌어와 과연 7~9%의 수익을 줄 수 있느냐 반문한다.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해야 하는 구조라면, 장기적으로 그 비용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비판은 현행 한전 체제를 놓고 보면 설득력이 크다. 한전이 송전망을 운영하면서 발전과 판매까지 함께 맡고 있는 상황에서, 여기에 국민펀드 방식의 자금 조달을 덧붙인다면 비효율은 중첩될 수밖에 없다. 하나의 사업자가 네트워크 운영과 경쟁 영역을 동시에 쥔 채 민간 자본의 수익 요구까지 떠안는 구조에서는 당연하다. 이런 조건이라면 국민펀드는 '대안'이 아니라 또 하나의 부담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고, 그 귀결은 전기요금 인상이나 재무 구조 악화라는 익숙한 결말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대통령의 화두는 단순한 금융 기법이나 재무 부담을 피하기 위한 장치로만 폄하할게 아니라, 전력망이라는 인프라를 어떤 성격의 자산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곱 씹어 볼 필요도 있다. 이렇게 보면 '국민펀드'라는 표현 자체는 다소 거칠고 부정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 깔린 문제의식까지 함께 보아야 한다. 전력망이라는 공공 인프라의 비용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단기 수익이 아니라 장기 안정성을 전제로 한 자금 조달은 가능한지, 배당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공채나 준조세적 방식은 제도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그 안에 섞여 있다. 이는 한전의 부채를 감추기 위한 우회로라기보다, 전력망을 경쟁의 논리에서 한 발 떼어내 공공성과 중립성을 강화하려는 제도 전환의 출발점으로 읽힐 여지도 있다. 송전망을 한전의 사업 영역에서 분리해 공익성과 중립성을 핵심 원리로 하는 독립적 운영 체계로 재편할 경우, 대통령의 화두는 더 이상 금융 수단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쟁에 머물지 않는다. 이를 의도했든 안했든 상관없이 말이다. 논의의 초점을 '송전망 운영자 ISO (Independent System Operator)의 분리'라는 방향으로 옮기면, 시야는 한층 넓어진다. 송전망을 특정 사업자의 이해관계로부터 떼어내면, 발전과 소매 부문은 비로소 동일한 규칙 아래에서 경쟁할 수 있는 공간을 갖게 된다. 전력망은 더 이상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경쟁이 가능해지는 전제가 된다. 미국의 ISO 모델에서 송전망은 어느 한쪽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공공적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발전과 소매시장은 그 위에서 가격과 효율, 서비스 품질을 놓고 경쟁한다. 이때 송전망을 운영하는 조직은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 비영리 형태로 설계되고, 중립성과 독립성이 운영의 핵심 원칙으로 자리 잡는다. 연방 규제기관의 감독 아래에서 계통 운영과 시장 관리가 이루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논의를 한국에 대입해 보면, 방향은 단순해진다. 송전망 운영은 완전 비영리·중립적 ISO로 분리해 공공재로 관리하고, 발전과 소매는 시장에 맡기는 것이다. 송전망은 계통 안정성과 차별 없는 접속, 장기 투자라는 공익 기능에 집중하고, 발전과 판매는 동일한 조건 아래에서 가격과 효율, 위험 관리 능력으로 경쟁하게 한다. 중요한 것은 공공성과 효율성을 한 조직 안에서 절충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역할을 분리해 각 영역에 가장 적합한 원리가 작동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문제는 지금의 전력산업 구조가 이 구분을 허용하지 못한 데 있다. ㈜한국전력은 정부가 51%의 지분을 보유한 공기업이지만, 실제로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성격이 뒤섞인 반민반관(半官半民) 구조에 머물러 있다. 그러니 전력망 건설과 운영, 재원조달과 같은 공공영역이 전력 도소매 시장에서의 가격 설정과 뒤엉켜 서로가 영향을 주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있다. 결국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거대공룡을 기능별 분리를 통해 정리하는 데서 출발한다. 먼저 ㈜한국전력은 상장폐지하고, 정부가 보유한 지분에 해당하는 기능만을 분리해 정부 지분 100%의 전력망 운영 전담 공사, 가칭 '한국전력공사(ISO)'로 스핀오프한다. 이 기관은 현재의 한국전력거래소가 수행하던 계통·시장 운영 관련 기능과 합치거나 수족이 되어 줄 수 있다. 비영리 특수법인으로서 송전망 운영과 계통 안정, 접속과 혼잡 관리, 장기 송전 투자 등 공공재적 기능에 역할을 한정한다. 반대로 발전과 판매 부문은 완전히 분리해 민영 경쟁 영역으로 넘긴다. 공익성과 효율성은 제로섬의 관계가 아니다. 역할을 분명히 나누는 구조 개편을 통해 두 가치는 충분히 동시에 실현될 수 있다. 발전자회사 통합에 그치는 개편으로는 부족하다. 다른 분야에서 그러했듯, 전력 부문에서도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백 년을 내다보는 정책적 결단이 내려지길 기대한다. 유종민

[기자의 눈] 머니무브의 그늘…‘단기 차입–장기 운용’의 위험한 균형

2026년을 기점으로 은행서 자본시장으로 '머니무브'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정책 목표에 힘입어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생산적 금융을 활성화하겠다는 정책 취지는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자금이 몰리는 속도가 커지는 만큼 리스크 관리 체계가 따라가고 있는지 우려스럽다. 핵심은 증권사의 자금조달 구조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증권사의 자금조달 가운데 만기 1년 미만 단기자금 비중은 86.2%에 달한다. 이는 2014년보다 11%포인트나 더 높아진 수치다. 대형사와 중형사 모두 단기 편중이 커졌다. 은행처럼 안정적인 예금 기반이 없는 증권사가 단기 조달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단기 편중이 IMA·발행어음 확대 국면에서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발행 절차가 간단하고 금리가 낮은 환매조건부채권(RP), 전자단기사채 등 단기 수단은 자금 유입이 늘어날수록 활용도가 높아진다. 그러나 단기 차입으로 조달한 자금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장기 채권처럼 만기가 긴 자산에 운용하는 '만기 불일치 전략'은 차환 실패 시 유동성 위기로 직결된다. 신용평가사들은 단기자금 의존도가 높을수록 증권사의 신용도 평가가 약화하고 시장 충격이 발생할 경우 차환 비용 급등이나 차환 자체가 막힐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2024년 중소형 증권사의 차입부채 중 RP 비중은 52%에 달해, 특정 조달 수단에 문제가 생길 경우 대체 수단이 거의 없는 구조다. 이는 개별 회사 리스크를 넘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은행과 달리 증권사는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현재 일부 증권사에 적용되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은 단기 유동성 관리에는 효과적이지만, 만기 구조 자체를 장기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자금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규제 공백이 방치된다면, '생산적 금융'이라는 명분 아래 단기 차입과 장기 운용의 위험한 균형이 확대될 수 있다. 머니무브는 방향보다 속도와 관리가 중요하다. 증권사로 자금이 이동한 자금이 쌓이는 구조가 시스템 리스크로 변질되지 않도록 제도적 안전판을 병행해야 한다. NSFR 단계적 도입이나 조달 수단 다변화 없이 IMA·발행어음만 키운다면, 생산적 금융은커녕 다음 위기의 씨앗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기자의 눈] 초고환율 우려, ‘음모론’ 취급이 능사인가

2026년 새해가 밝았으나, 올해 원/달러 환율이 어느정도 수준에서 형성될 것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은 여전하다. 전문가들과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조사도 이뤄지고 있다. '붕당'은 크게 2곳으로 나뉘는 모양새다. 여러가지 변수가 있지만 결국 안정화된다는 '낙관론', 1500원도 뚫을 수 있다는 '비관론'이 맞서고 있다. 외환당국을 비롯한 정부 측은 안정화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신년사를 통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1.8%)이 전년 대비 0.8%포인트(p) 상승할 것으로 보고, 외국에 빌려준 돈이 빌린 돈 보다 많은 순대외채권국인 만큼 1400원대 후반의 환율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과 비교하면 높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다수의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 1400원대 초중반을 점치는 것도 당국에 힘을 싣는 요소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기준금리를 내렸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이 추가적인 인하를 주문하는 까닭이다. 한은은 반대되는 주장을 펴는 측을 향해 '음모론'이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총재는 2일 시무식 후 기자들을 만나 “유독 국내 유튜버들이 원화가 휴지 조각이 될 것이라는 공포심을 조장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실제로 △환율이 1500원을 넘으면 집값이 더욱 뛴다 △1500원도 끝이 아니다 △1500원대 빛날 자산 등을 주제로 영상을 올린 유튜브 채널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이 주목하는 요소 중 하나는 달러가치다. 지난해초 110에 달하던 달러인덱스가 98.42까지 떨어진 상황에서도 환율이 높은데 반등하면 그 후폭풍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과거 사례를 보면 달러인덱스 10포인트 상승시 환율이 8~12% 가량 뛰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기준으로는 5포인트 상승시 1500원대에 진입하고 10포인트가 오르면 1600원에 가까워진다. 고환율을 넘어 초고환율이 된다는 주장을 기우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국민연금과의 환헤지 규모를 늘리는 등 당국의 개입이 지속적으로 이뤄졌음에도 지난해 환율이 1439.0원으로 마감되면서 '동메달'을 기록한 것도 비관론이 성행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외환위기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이전 사례와 달리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당국의 개입 여력이 줄어들면 환율 방어 난이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글로벌 금융/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만큼 서학개미의 뒤를 잇는 '빌런'을 찾는것 보다는 환율 안정을 위한 시그널을 일관되게 제공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른 조치지만, 광의통화(M2)에서 ETF를 제외한 수치를 들어 통화량 증가가 환율에 영향을 크게 주지 않았다는 발언이 왜 도마에 오르는지 숙고하고 시장과 투명하게 소통하는 2026년이 되리라는 믿음도 가져본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이슈&인사이트]2026년  ‘K자 지갑’의 한국: 금리·부채·초저가가 변수

2025년 한국의 소비지표는 '회복'과 '불안'이 교차하는 장면을 반복했다. 하지만 경제는 “그 반등이 체질 개선인가, 착시인가"를 묻는다. 심리지표가 개선되더라도 실질 구매력은 별개다. 체감경기가 '바닥 탈출'에 성공해도, 가계와 자영업, 유통 생태계의 비용구조가 그대로라면 회복은 이어지지 않는다. 2026년 한국경제를 관통할 키워드는 결국 하나로 수렴한다. 가계·기업의 현금흐름과 비용 구조의 충돌이다. 이 충돌은 세 갈래로 전개된다. 금융·부동산: 주거비·부채 압력 속 소비 양극화(=K자 지갑) 2026년 한국 소비의 첫 키워드는 '가처분소득의 양극화'다. 고금리의 충격은 이미 지나갔다고 말하기 어렵다. 문제는 '수준'보다 '기간'이다. 금리가 내려가더라도, 누적된 이자 부담은 가계 현금흐름을 압박한다. 전세·월세 구조 변화, 주거비 부담의 고착화가 겹치면 소비는 더 경직된다. 자산가격 상승의 혜택을 본 계층은 소비를 유지하거나 프리미엄으로 이동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계층은 지출을 방어한다. 총소비가 늘기보다 소비의 구성이 바뀐다. 필수재 비중이 높아지고, 대체재·가성비 소비가 강화된다. 한쪽은 브랜드와 경험을 사고, 다른 한쪽은 할인·묶음·최저가를 탐색한다. 2026년 소비는 '증가'보다 '양극화된 재편'이 먼저 온다. 기업·자영업: 대위변제율 쇼크, '금융 연착륙'의 골든타임 두 번째 키워드는 '재무적 임계점'이다. 경기 회복이 통계에 잡히는 것과 현장 체력이 살아나는 것은 시차가 있다. 그 시차 동안 가장 먼저 터지는 것은 매출이 아니라 부채다. 금리 부담이 길어질수록 “버티는 힘"은 소진되고, 연체와 폐업은 늘어난다. 이때 위험 신호가 보증기관의 대위변제율이다. 보증기관이 빚을 대신 갚는 비중이 높아진다는 건, 개별 사업자의 실패가 누적되어 지역·금융 시스템의 건전성 문제로 전이될 수 있음을 뜻한다. 2026년의 정책 목표는 무조건적인 구조조정보다는 '질서 있는 연착륙'이어야 한다. 핵심은 “살릴 기업을 살리는 것"이다. 소비심리가 개선될 때, 그 심리가 실제 매출로 이어질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고금리 악성부채를 저금리 대환으로 전환하는 장치를 확대해, 일시적 유동성 위기의 충격을 줄이고 흑자 도산을 막아야 한다. 지금은 응급처치가 아니라 금리 구조를 바꾸는 처방이 필요한 구간이다. 유통·산업: 초저가·플랫폼 경쟁의 일상화, 수익성 붕괴의 시작 세 번째 키워드는 '가격 하한선의 붕괴'다. 2026년은 C-커머스의 공세, 플랫폼 지배력이 가격 경쟁을 넘어 유통 생태계의 비용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소비자는 이미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더 싸도 된다"는 학습을 끝냈다. 이 환경에서 단기 쿠폰·판촉은 '진통제'일 뿐이다. 소비자는 동일 예산으로 효용을 극대화하는 체리피킹을 일상화한다. 그때 살아남는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 플랫폼 종속을 줄이는 자체 브랜딩·직접 고객 기반(D2C) 역량. 둘째, 오프라인만이 제공하는 즉시성·체험·신뢰. 셋째, 출혈경쟁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마진 구조. 이 세 가지를 확보하지 못한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은 빨라질 것이다. 2026년의 유통 전쟁은 매출 경쟁이 아니라 수익성 전쟁이다. 소비자는 더 똑똑해지고, 공급자의 생존 경쟁은 더 거칠어진다. 맺음말: 2026년은 '회복'이 아니라 '룰 체인지'의 해 2026년 한국경제의 핵심 질문은 “얼마나 더 소비할까"가 아니다. 누가, 무엇을, 어떤 구조에서 소비할 것인가다. 가계는 이자와 주거비가 지갑을 누르고, 자영업은 대위변제율이 임계점을 알리며, 유통은 초저가와 플랫폼이 마진 구조를 흔든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낙관론도 비관론도 아니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하다. 한국의 소비는 K자형으로 재편되고, 정책의 역할은 '연착륙의 시간'을 확보하며, 산업은 '가격'이 아니라 '수익성'으로 승부를 다시 짜야 한다. 2026년은 소비가 단순히 회복되는 해가 아니라, 경제의 룰이 바뀌는 해다. 박주영

[EE칼럼] 베네수엘라 공습 이후, 한국의 에너지 전략은 안전한가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2026년 새해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라는 충격적인 소식과 함께 시작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말부터 베네수엘라를 오가는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한 압박을 가했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유조선이 미군에 의해 압수되기도 했다. 그러다 새해 첫 토요일 새벽 2시경(현지시각) 미국이 결국 '확고한 결의(Absolute Resolve)'라는 작전명에 따라 주요 시설에 대한 공습을 단행하였고, 불과 몇 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의 SNS인 트루스 소셜을 통해 마두로 대통령과 영부인을 국외로 이송하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공개하였던 것이다. 물론 이번 작전의 명분은 베네수엘라가 마약 수출을 통해 미국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지만, 이를 통해 전 세계는 에너지와 안보가 여전히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과 마두로 대통령 신병 확보는 단순한 군사 행동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나타난 서반구(West Hemisphere)에서 중국 영향력 견제와 미국의 에너지 패권 유지 전략의 연장선에서 읽을 수 있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매장량은 약 3,030억 배럴 정도로 전 세계 매장량의 17%를 차지할 정도의 압도적인 규모다. 그러나 미국과의 대립과 국제 제재 속에 생산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생산량은 2024년 기준으로 하루 85만여 배럴 정도에 머물러 세계 주요 산유국 반열에서는 한참 뒤로 밀려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사회주의 정권이 강탈해 간 미국의 석유 시설을 되찾겠다"며 “우리(미국)가 안전하고 적절하며 현명한 (정권) 이양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가 나라(베네수엘라)를 운영(run)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역에서의 석유를 둘러싼 영향력 변화는 글로벌 석유 공급은 물론 이를 둘러싼 지정학에도 모두 큰 의미를 갖는다. 다만 이번 사건이 국제 유가에 미친 영향은 지금까지는 제한적이며, 향후 유가 전망에 대해서도 급등할 것이라는 관측과 그렇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는 최근 글로벌 석유 시장이 구조적으로 공급 과잉 국면에 놓인 측면이 있기에, 단기적 지정학 충격이 곧바로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지 않는 환경이 형성돼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석유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재확인됐지만, 시장은 이를 이미 상당 부분 가격에 내재화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한편 이러한 현실은 작년 브라질 벨렘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의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COP30에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은 끝내 합의문에 명시되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의 반대뿐 아니라, 성장과 에너지 접근성을 중시하는 개발도상국들의 반발 역시 컸다. 이는 탈(脫)화석연료가 기술적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경제·발전 단계가 얽힌 복합적 과제임을 다시 한번 드러낸 장면이었다. 결국 에너지 전환은 더 이상 직선적인 경로를 따르지 않으리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했다. 이처럼 석유 패권을 놓지 않으려는 강대국의 움직임과 에너지 전환의 현실적 제약이 동시에 나타나는 국제 환경 속에서, 한국은 다음 두 가지 구조적 조건을 거듭 상기해야 한다. 첫째, 한국은 에너지 '섬'이라는 점이다. 유럽연합(EU)처럼 국가 간 전력·에너지망을 통해 충격을 분산시킬 수 있는 구조가 아닌 한국은, 에너지 안보의 부담을 사실상 홀로 감당해야 한다. 둘째, 한국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수출 중심 경제 구조란 점이다. 따라서 정부의 역할은 외부에서 발생하는 충격이 국내 경제와 산업을 직격하지 않도록 완충 장치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지난해 이재명 정부는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 조정하며 국제적 기후 대응 노력에 부응하려 하고 있다. 이는 분명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동시에, 석유와 가스를 둘러싼 미국과 주요 산유국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전략적 움직임 역시 냉정하게 관찰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서반구에서 미국이 에너지와 안보를 결합해 영향력 회복에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중국 외교 또한 에너지·공급망·안보 환경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며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완벽한 균형을 잡기 어려운 시대다. 그러나 한국 같은 구조적 제약이 큰 국가일수록, 에너지 전략은 이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불확실한 국제정세 속에서 충격을 관리할 수 있는 국가 역량을 갖추는 데 맞춰져야만 할 것이다. 임은정

[데스크 칼럼] 청와대는 에너지경제의 취재를 허하라

취임 7개월을 넘긴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양호하다. 6개월차에서 50~60%대로 역대 대통령 중 3위를 차지할 정도다. 최근 가장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국민과의 소통'이다. 지난 1일 MBC가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긍정적인 성과로 전체 응답자의 25%가 '국민과의 소통 강화 및 국정 투명성'을 꼽아 1위를 기록했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말 7일간 진행된 '업무보고 생중계'가 큰 호응을 받았다. 취임 후 기자회견도 여러 차례 진행했다. 해박한 지식과 국정 파악 능력을 바탕으로 각본없이 기자회견에 임해 까다로운 질문에도 스스럼없이 답해 안정감을 줬다. 도어 스테핑을 몇달 만에 폐지하고 짜여진 각본으로 기자회견을 하던 시절보다 진일보했다. 문제는 이같이 호평받는 이재명표 '소통'에도 심각한 결점이 있다는 것이다.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 한다. 팩트 체크와 '쓴소리'가 없는 직접 소통은 한계가 있다. 국민들과의 거리가 줄어들지는 몰라도 선전·선동, 포퓰리즘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즉각적인 피드백이 오더라도 그것이 여론을 대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반면 언론을 통한 소통은 다양한 견해가 수렴되고 팩트에 대한 교차 검증, 반론 제시 등이 가능하다. 권력 감시자(watch-dog) 역할을 수행하는 언론을 통해 민주적 견제와 균형에 기여할 수 있다. 이같은 '일방통행식 소통'의 문제는 특히 청와대 출입기자 등록 문제에서 드러난다. 에너지경제신문처럼 수십년의 역사를 통해 역할과 위상을 굳힌 언론 매체들이 거부당하고 있다. “기자실에 자리가 없다", “검토 중이다"라는 얘기만 7개월째 하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친여 성향 1인 유튜브 매체 3곳만 골라서 받은 것은 도대체 뭔가. 윤석열 정부 시절 극우 매체 몇 곳을 새로 출입시키고 비판 언론을 배제해 비난받았던 것을 벌써 잊었나. 청와대의 이런 관행은 다른 정부 기관들과 비교해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대부분 부처들은 기자단에 가입되지 않은 매체들에게도 최소한 대변인실·브리핑룸 출입은 허용한다. 특히 국회는 아무리 영세 매체라고 하더라도 몇가지 기준을 충족하면 정기 출입증을 주고 나중엔 고정 좌석까지 배정한다. 그러나 청와대는 관행과 장소 협소·보안 등을 이유로 미등록사들에게 모든 취재 편의 제공을 거부하고 출입 자체를 봉쇄하고 있다. 과거 청와대 출입 기자증 자체가 '권력'이어서 관리가 필요했던 때가 있긴 했다. 2010년 쯤 한 매체 기자가 청와대 출입기자증을 룸살롱에 맡겨 놓고 술을 먹었다가 발칵 뒤집혔었다. 덕분에 모든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출입증을 새로 발급받아야 했다. 그러나 술값 외상이 가능했던 '청와대 출입기자증'은 사라진지 오래다. 현 여당 의원들은 지난해만 해도 국회에서 불손한 태도를 보이는 전임 정부 장관들에게 “국민들을 대표해서 질문하니 예의를 갖추라"고 호통을 쳤다. 맞는 말이다. 대신 청와대 취재를 기존 등록·입맛에 맞는 매체들에게만 허용하는 관행도 되돌아 봤으면 좋겠다. 모든 언론의 뒤에는 권력이 싫든 좋든 국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언론은 창이다. 그 창을 통해 청와대를 들여다 볼 권리와 자유는 모든 국민과 언론들에게 동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국회처럼 일정 자격을 갖춘 모든 매체들에게 취재를 허하라.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