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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가짜 우클릭 에너지정책

[EE칼럼]가짜 우클릭 에너지정책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였다. '잘사니즘'이라는 깃발을 걸고 작심한 정책이라고 하기에는 달라진 것이 너무 없다. 물론 잘살게 될 것 같지도 않다. 이전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에 포장지만 바꾼 것이 아닌가 싶다. 적어도 에너지 부문에서는 그렇다. 우선 그는 “에너지 공급은 안정성, 친환경성, 경제성이 핵심"이라고 하였다. 지난 정부에서는 '안전과 깨끗'이 '안정성과 경제성' 보다 중요하다고 본 것이므로 적어도 문구상으로는 정상에 가까워진 것 같이 보인다. '안전과 깨끗'이 중요하다면 에너지가...

[EE칼럼] 중국 자원 무기화에 맞설려면 자급률 높여야 한다

[EE칼럼] 중국 자원 무기화에 맞설려면 자급률 높여야 한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4일 텅스텐, 몰리브덴,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등 5개 광물 품목 수출 통제를 단행 했다. 수출 통제 5개 광물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 주로 사용되는 합금 및 화학물 25개 제품 및 관련 기술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 2일에는 중국의 “수출금지.기술 제한 목록"의 조정을 입법 예고했다. 수출제한 목록에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포함 LMFP(리튬 망간 인산철) 배터리 등 배터리 양극제 제조 기술이 포함 되었으며 리튬 추출 기술도 수출 제한에 추가키로 했다. 일본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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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범의 세무칼럼]가짜 연구 자료 만들어 세금 환급해 줄게요

[박영범의 세무칼럼]가짜 연구 자료 만들어 세금 환급해 줄게요

연구·인력 개발비 세액공제 제도는 기업의 연구·인력개발을 촉진하여 기술 축적 및 우수 인력 확보 등 기업의 대외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 연구·인력개발비 중 일부 비용에 대한 법인세·소득세를 공제하고 있다. 세법상 “연구개발"과“인력개발"의 정의에 부합하는 활동을 위해 지출한 비용 중 세법에서 정하는 비용에 대해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를 인정한다.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2023년에는 약 5만 5천여 개 기업이 약 4.6조 원의 세금을 공제받았고, 2021년 약 2.7조 원 대비 약 70% 증가하였다....

[이슈&인사이트] 양수겸장(兩手兼將)을 노리는 트럼프의 관세정책

[이슈&인사이트] 양수겸장(兩手兼將)을 노리는 트럼프의 관세정책

트럼프가 취임 즉시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관세를 25%를 부과하였다가 한 달 유예를 하였고 중국에는 추가관세 10%를 부과하였다. 또한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였고 그 결과는 4월 2일날 나온다. 상호관세는 우리처럼 미국과 FTA 협정을 맺은 국가도 예외가 없다. 세계는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트럼프가 관세라는 무기를 가지고 세계를 상대로 장기를 두고 있다. 그는 지금 양수겸장을 부른 상태라 할 수 있다. 그가 관세를 통해 얻으려는 것은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와 재정안정을 통한 감세재원 마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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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범의 세무칼럼]가짜 연구 자료 만들어 세금 환급해 줄게요

연구·인력 개발비 세액공제 제도는 기업의 연구·인력개발을 촉진하여 기술 축적 및 우수 인력 확보 등 기업의 대외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 연구·인력개발비 중 일부 비용에 대한 법인세·소득세를 공제하고 있다. 세법상 “연구개발"과“인력개발"의 정의에 부합하는 활동을 위해 지출한 비용 중 세법에서 정하는 비용에 대해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를 인정한다.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2023년에는 약 5만 5천여 개 기업이 약 4.6조 원의 세금을 공제받았고, 2021년 약 2.7조 원 대비 약 70% 증가하였다. 국세청은 2020년부터 연구・인력 개발비 세액공제 사전심사 제도를 통해 기업이 연구개발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를 지원하는 동시에 부당한 R&D 세액공제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고 있다. 2023년에는 R&D 컨설팅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기업에 대해 연구개발 활동 수행 여부를 집중적으로 검증하였으며, 그 결과 771개 법인에 대해 144억 원의 세액을 추징하여 추징 세액이 '21년의 27억 원 대비 5.3배 이상 증가하였다. 병・의원, 학원, 호프집, 택시업체 등이 연구소 인정기관으로부터 연구소를 인정받아 실제로 연구개발 활동은 하지 않으면서 R&D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려고 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탈세를 위해 불법 R&D 브로커에게 연구소 설립·인정, 연구 노트 작성 등을 의뢰하여 연구개발을 한 것처럼 꾸민 후 부당하게 R&D 세액공제를 받으려는 기업도 다수 확인하였다. 치과 기공업을 하는 B·C·D·E 기업은 신고 시 자체 연구개발 활동에 지출한 인건비 수억 원에 관해 연구·인력 개발비 세액공제 수천만 원을 신청하였다. 그런데 4개 업체 모두 연구개발 활동 여부가 불분명하고 동일한 컨설팅 업체와 거래한 것을 확인하는 등 불법 R&D 브로커를 통해 실질적인 연구개발 활동 없이, 모두 타사의 논문, 특허 등을 단순 인용·복제한 것으로 확인하여 인건비 수억 원 비용 전액 부인하고 수천만 원 공제 세액을 추징하였다. 고용증대 세액공제 제도는 상시근로자 수가 전년에 비해 증가하면 최대 3년간 상시근로자 증가 인원 1명당 일정 금액(400만 원~1,200만 원)을 공제하는 제도이다.공제 대상은 호텔업·주점업 등 소비성 서비스업이 아닌 기업으로 상시근로자 수가 직전 연도에 비해 증가한 기업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용증대 세액공제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2023년에는 약 2.9조 원의 세금을 공제받아 2021년 대비 공제 세액은 1.6배, 공제 건수는 1.8배 이상 증가하였다.고용증대 세액공제의 경우 최초 공제 후 2년 이내에 상시근로자 수가 감소하면 감소한 인원만큼 공제받은 세액을 추징하고, 소비성 서비스업 등 일부 업종은 감면받지 못한다. 그런데 수수료만 챙기는 데 급급한 세무대리 업체에 의한 기획성 경정청구가 급증하면서 허위로 작성된 근로계약서를 제출하여 부당하게 환급 신청하는 경우가 있다. 서울시 서초구에 소재한 FF 세무법인은 경영컨설팅 명목으로 ㈜ BB 산업에 접근하여 고용증대 세액공제를 받게 해 줄 테니 환급 세액의 30%를 수수료로 지급해 줄 것을 제안하였다. 경정청구를 수임한 FF 세무법인은 '21년 상시근로자 수가 증가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20년에 근로기간을 1년 이상으로 계약한 근로계약서를 근로기간 1년 미만으로 위조하여 '20년 상시근로자 수를 감소시키는 등 가짜 근로계약서를 제출하여 '21년 고용증대 세액공제 수천만 원을 경정 청구하였다. 국세청은 경정청구 거부처분 후 가짜 근로계약서를 제출한 세무법인을 세무사법(탈세 상담 등의 금지) 위반으로 세무사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절대로 가짜로 연구 자료와 고용 자료를 만들어 세금을 탈세하는 일이 없어야겠다. 박영범

[EE칼럼]가짜 우클릭 에너지정책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였다. '잘사니즘'이라는 깃발을 걸고 작심한 정책이라고 하기에는 달라진 것이 너무 없다. 물론 잘살게 될 것 같지도 않다. 이전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에 포장지만 바꾼 것이 아닌가 싶다. 적어도 에너지 부문에서는 그렇다. 우선 그는 “에너지 공급은 안정성, 친환경성, 경제성이 핵심"이라고 하였다. 지난 정부에서는 '안전과 깨끗'이 '안정성과 경제성' 보다 중요하다고 본 것이므로 적어도 문구상으로는 정상에 가까워진 것 같이 보인다. '안전과 깨끗'이 중요하다면 에너지가 끊기는 것보다 우선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에너지 정책은 문재인 정부를 제외하고는 '안정적 공급과 사회적 비용 최소화'가 원칙 아닌 적이 없었다. '안전과 깨끗'이라는 얼토당토한 원칙을 내세웠던 것은 참으로 기발(?)하였다. 우선 안전하고 꺠끗하지 않으면 허가를 받을 수 없는 것이고 그 깨끗이 친환경을 의미하는 것이었다면 원자력을 배제할 이유는 없었다. 안전과 친환경은 별개의 차원인데 그걸 같은 잣대로 측정할 이유도 없다. 문제는 여전히 친환경이라는 원칙이 경제성의 앞에 놓인 것이다. 친환경이니 지속가능성이니 하는 측정되지 않는 모호한 원칙은 무도하게 휘두르면 제왕의 칼이 되는 것이다. 친환경을 위해서 경제성을 얼마나 희생해도 좋은지 알 수 없다. 전기요금이 지금의 3배 또는 5배가 되더라도 친환경적이어야 하는지 혹은 2배 정도가 한계인지가 언급되고 있지 않다. 재생에너지를 늘리자는 주장은 전기요금이 지금의 3배 또는 5배가 되어야 하는 주장이다. 경제성을 끝에 슬그머니 넣어놨지만 결국 대표연설에서는 “석탄 비중은 최소화하고 LNG 비중도 줄여가되, 재생에너지를 신속히 늘려야 합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원자력에 대한 언급은 여전히 없다. 에너지공급의 안정성에 대해서도 재생에너지는 연료를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에너지 안보적 측면에서 좋다고 생각하는 수준으로 보인다. 물론 그 정의가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에너지 안보가 다르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아무리 에너지 위기가 와도 부자나라는 필요한 만큼을 확보한다. 다만 비싸지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는 필요한 만큼을 확보하지 못한다. 우리에게 에너지 위기는 가격이 높아지는 것이지 부족이 아니다. 그런데 재생에너지는 애초에 비싸기 때문에 기술개발을 통해서 싸지기 전에 이를 확대하는 것은 에너지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다. 즉 고장난 풍력발전기는 외국에서 부품이 들어오고 기술진이 방문해야 고칠 수 있다. 이미 고치는 비용이 더 들어서 방치되고 있는 풍력발전기가 있고 수명이 남아있음에도 전력생산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 태양광 패널도 넘쳐난다. 정책을 수립하기 전에 발이 땅에 붙어 있어야 타당한 정책이 나오지 않을까? “전력생산지의 전력요금을 낮춰서 바람과 태양이 풍부한 신안, 영광 등 서남해안 소멸위기 지역들을 에너지산업 중심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라고 했지만 재생에너지 전기요금이 원자력발전보다 5배 이상 높은데 어떻게 전력요금을 낮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미 재생에너지 단지가 조성된 지역에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봐야 할 것이다.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해야 합니다."고 했는데 결국 송전망을 확충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국가의 인프라로 중요하다. 문제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력망에 투자할 여력이 발생하지 않는 다는 것이 2020년 캘리포니아 정전과 2021년 텍사스 정전의 교훈이다. 전기요금을 마구 올릴 수는 없고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주고나면 결국 어디선가 돈을 아껴야 하는데 그게 전력망을 확충하거나 보강하지 못하는 것이다. 값비싼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서 에너지 고속도로를 만드는 것은 넘쳐나는 돈이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한국전력공사는 빚투성이이고 빚을 내어 이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정책이 이행된다면 국민이 내야하는 전력요금은 얼마가 될까? 그것이 우리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까? 수출경쟁력은 어떻고 또 전력사용이 높은 산업이 외국으로 이전하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이번에 발표된 에너지 정책으로 볼 때, 더불어민주당은 수권정당이 되기 싫은 듯하다. 젊은이들은 국채를 발행하여 마구 퍼쓰고 뿌려준다고 표를 주지 않는다. 25만 원을 줄 것이 아니라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주식시장이 살아나고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그 불씨가 값싼 에너지이다. 정범진

[기자의 눈] 소액주주의 유상증자 반대, 기업은 귀 기울여야 한다

누구도 타인을 위한 '현금인출기' 역할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최근 차바이오텍, 티웨이항공, 고려아연, 현대차증권, 테라사이언스, 이수페타시스 등 여러 기업이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기업은 성장과 확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하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대도 단순한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나름의 합리적 근거를 갖추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유상증자에 반대하는 원인은 기업에 따라 다르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분이 희석되면서 주주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유상증자는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 추가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기존 주주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 보유 지분율이 낮아진다. 이는 향후 배당과 의결권 행사에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조달한 자금이 계열사 지원에 활용될 경우, 주주들은 자본 이득을 누리지 못한 채 지분 희석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소액주주들이 반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유상증자의 필요성을 느낄 수 없는 상황이다. 고려아연과 현대차증권의 유상증자 계획에 주주들은 '왜 지금 유상증자가 필요한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반발했다. 기업의 재무상태는 유상증자 반대의 핵심 논거 중 하나다. 현대차증권은 재무적으로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상증자를 추진했다는 지적을 계속해서 받아왔다. 기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면, 기존 현금흐름과 자금 운용 계획을 명확하게 공개하고, 주주들에게 설득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재무적으로 여유가 있는 기업이 단순히 대규모 투자를 이유로 유상증자를 추진할 경우, 주주들의 반발은 더욱 거셀 수밖에 없다. 소액주주들의 유상증자 반대는 단순한 불만 표출이 아니다. 이는 기업 경영진에게 보다 투명하고 신중한 의사결정을 요구하는 일종의 견제다. 기업이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주주의 신뢰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또 주주 신뢰를 잃으면 향후 기업의 다른 경영 활동에서도 주주들의 협력을 얻기 어렵다. 기업의 성장과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유상증자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소액주주와의 소통이 부실한 상태에서 일방적인 결정을 내린다면, 이는 결국 기업의 평판과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상증자의 필요성과 그 효과를 주주에게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소액주주의 의견을 검토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소통과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애초에 주주 반대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업은 주주와 소통을 지나칠 정도로 많이 해야 한다. 어쩌면 '과한 소통'이 기업과 주주의 '의견 일치'를 이끌어내는 가장 편한 방법일 수 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기자의 눈] 반년 가까이 지속되는 후판 협상…경쟁력 고민은 뒷전

“차라리 정부에서 나서 조정자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후판 협상이 반 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지만 출구가 없다는 목소리다. 철강·조선업계가 각자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는 다소 엇나간 의견마저도 힘을 얻고 있다. 후판은 두께 6mm의 두꺼운 철판으로 주로 선박 건조에 쓰이는 철강재다.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철강과 조선업계 사이에서 진행되는 후판 가격 협상이 갈수록 장기화되는 추세다. 현재 철강업계의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경기 둔화, 중국산 철강 제품의 밀어내기 공세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탓에 후판 가격 인상이 필요불가결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조선업계가 불황을 겪던 시절, 상생 차원에서 후판 가격을 낮춰 줬던 만큼 이제는 조선업계가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조선업계는 3~4년 동안 지속된 장기 불황의 터널을 지나 겨우 수익성 회복을 시작하는 시점이라 원가 절감이 간절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최근 국내 철강사의 후판보다 훨씬 값싼 중국산 후판이라는 대체제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 국산 후판의 가격이 인상될 경우 그만큼 중국산 후판을 많이 활용할 수밖에 없어 후판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실익이 없다는 주장이다. 양 측의 입장의 옳고 그름도 중요한 문제이나 결국 이번 가격 협상의 본질은 '경쟁력'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철강·조선업계 모두 가격을 제외한 다른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한 탓에 사활을 걸고 가격 협상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조선업계는 대규모 수주 성공으로 눈에 띄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글로벌 무대에서 위상은 더 이상 과거처럼 압도적이지 않다. 지난해 9월 20일 기준으로 8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의 수주 집계를 살펴보면 중국 조선사가 70%를 차지했으나 국내 조선사는 25%를 수주하는데 그쳤다. 지난 2011년 국내 조선사는 8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의 75%를 수주에 성공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3년 만에 점유율이 완전히 역전된 셈이다. 압도적이었던 기술 경쟁력이 점차 따라잡히는 상황에 국내 조선업계도 원가 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에 집중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이와 유사한 문제를 더욱 가혹하게 체험하고 있다. 중국 철강사들이 글로벌 수출처를 가져가는 것을 넘어 국내 시장까지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후판 수입은 지난해 상반기 68만8000t(톤)으로 2023년 상반기보다 12% 늘었다. 안방마저 내주고 있을 정도로 경쟁력이 흔들린 상황이기에 가격만큼은 유리한 구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가격이 이토록 중요해진 상황에서 양 측에 상생을 강조하더라도 우이독경(牛耳讀經)에 그칠 뿐이다. 가격 협상에 사활이 걸린 상황이라 상생은 자연스레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양 측이 가격 협상을 반 년 가까이 지속할 정도로 치열하게 하는 만큼 다른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크게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이 아쉽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이슈&인사이트] 양수겸장(兩手兼將)을 노리는 트럼프의 관세정책

트럼프가 취임 즉시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관세를 25%를 부과하였다가 한 달 유예를 하였고 중국에는 추가관세 10%를 부과하였다. 또한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였고 그 결과는 4월 2일날 나온다. 상호관세는 우리처럼 미국과 FTA 협정을 맺은 국가도 예외가 없다. 세계는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트럼프가 관세라는 무기를 가지고 세계를 상대로 장기를 두고 있다. 그는 지금 양수겸장을 부른 상태라 할 수 있다. 그가 관세를 통해 얻으려는 것은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와 재정안정을 통한 감세재원 마련일 거다. 다만 미국에 수입되는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인플레가 나타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인플레를 다른 곳으로 전가하면 문제가 없을 거라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월 300만원 소득자에게 물가가 올라 줄어든 구매력 부족분을 관세로 충당하여 개인들에게 감세를 해 주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기에다 10년물 국채의 상승을 막아 금리 인하를 유도하고 에너지 가격을 낮춰 물가를 내리겠다는 전술도 함께 내놓았다. 일본의 YCC 전략처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를 현 상태 이하로 잡아 놓으면 미 연준이 금리를 인하 안 해도 금리 안정을 가져와 궁극적으로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연준의 CFPB 담당자인 마이클 바를 자진 사퇴시켰고 금융기관들의 규제완화 즉 투자은행들의 국채 10년물 국채 투자 금액을 늘려줘 수요의 증가로 국채 금리를 고정 또는 하락시킬 수 있다는 거다. 또 다른 방법은 에너지 가격을 낮춰 인플레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말처럼 “drill, baby, drill!" 셰일가스 생산을 증가해 유가를 낮추는 게 1차 방안이었고 중동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켜 공급 리스크를 줄이는 게 2차 방안이다. 벌써 이스라엘 하마스 휴전은 이끌어 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또는 휴전 협상이 시작되었다. 러-우가 휴전을 한다면 에너지와 식량의 공급망이 살아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되고 러시아에 대한 규제(sanction)를 풀어줘 러시아 오일이 다시 전세계에 풀린다면 오일 공급이 늘어나 유가는 내리게 되고 OPEC도 유가를 내리게 될 거라는 것이 트럼프 정부의 생각이다. 정리하면 관세를 부과해도 감세, 금리 안정, 그리고 에너지가격 하락을 통해 실질소득 증가의 효과가 나타날 수가 있기에 트럼프는 자신 있게 관세를 몰아 부치고 있다. 거기에 이민자가 줄어들면 미국 시민들의 실업률은 감소하고 생산 시설의 리쇼어링 후 AI가 생산력을 대체한다면 미국의 블루칼라 소득이 살아날 것이기에 자기는 American Dream을 부활시켜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MAGA) 대통령으로 링컨과 레이건 같은 반열에 오를 거고 노벨 평화상까지 받을 거라는 생각에 관세정책을 강하게 밀어 부치고 있다. 관세에 대한 또 다른 접근은 상호관세를 통한 각국의 관세 인하를 유도하는 것이다. 모든 나라에게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이니 각국이 알아서 3월말까지 미국과 수출국 두 나라가 부과하는 관세 중 낮은 관세를 선택해 미국에 통보하라는 힌트를 주었다. 이렇게 되면 물가가 알아서 빠지니 유가의 하락과 동시에 인플레를 내릴 수 있다. 이는 관세 부과에 대한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우리나라다. 트럼프 1기때 그가 물러나면서 말한 2가지 후회는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더 강력한 입장을 취하지 못한 것과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을 더 올리지 못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우리는 상호관세율도 협상해야 하고 방위비 협상도 해야 한다. 헌재의 탄핵 결정이 빨리 나야 하는 이유다. 최용

[EE칼럼] 중국 자원 무기화에 맞설려면 자급률 높여야 한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4일 텅스텐, 몰리브덴,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등 5개 광물 품목 수출 통제를 단행 했다. 수출 통제 5개 광물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 주로 사용되는 합금 및 화학물 25개 제품 및 관련 기술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 2일에는 중국의 “수출금지.기술 제한 목록"의 조정을 입법 예고했다. 수출제한 목록에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포함 LMFP(리튬 망간 인산철) 배터리 등 배터리 양극제 제조 기술이 포함 되었으며 리튬 추출 기술도 수출 제한에 추가키로 했다. 일본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2023년 기준 전 세계 리튬 배터리 부품의 80% 이상을 생산했으며 양극재는 89.4%, 음극재는 93.5%를 생산했다. 또한 2023년 12월 2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희토류 추출.정제.가공기술의 수출 금지 항목에는 희토류 추출과 분리기술을 포함해 희토류 광물 및 합금재료 생산기술, 사미륨 코발트, 네오디뮴, 세륨 자석 제조기술, 희토류 붕산 칼륨 제조 기술 등이 있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는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최근 미국을 포함 우리나라와 주요국이 직면한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중국은 이미 전 세계 광물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특히 미국에 대한 중요 금속광물 판매 조치에 들어갔다. 판매 금속광물 소재들은 반도체, 이차전지, 인공지능(AI), 항공우주 산업 등 미래 기술개발에 필수적 요소이다. 중국의 움직임은 전 세계 자원 공급망을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 두려는 의도가 내포하고 있다. 중국은 수출금지 조치를 넘어 다른 국가의 핵심광물을 장악하려고 하고 있다. 또한 해외 기지화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수 년새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는 니켈 원광의 제련.가공 과정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니켈은 이차전지 양극재의 핵심 재료이다. 중국은 지난 2022년 니켈의 공급망 장악을 위해 가격 폭락을 주도했다. 전 세계 니켈 사업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고 가장 큰 타격은 호주 몫이었다. 가격 붕괴는 니켈 광산 다수의 폐쇄를 초래했고 관련 기업 등이 줄도산하면서 실적자가 급증했다. 이후 호주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니켈을 포함한 각종 광물 시장의 외국인 투자 감시를 강화하는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에 필수적인 리튬. 니켈을 비롯한 중요 광물시장을 장악하려는 중국의 시도를 무력화하려는 조치는 비단 호주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등 주요국들도 대책 마련에 착수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입법화한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을 다음달 7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공급망 3법( 공급망기본법, 소부장특별법, 자원안보법)의 마지막 퍼즐로 불린 이 법은 지난 2021년 중국발 요소수 사태 이후 자원 공급망을 내실 있게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추진돼 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이 되어 “자원안보협의회"를 만들어 5년 마다 자원안보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기업의 공급망 분석과 정부 진단을 포함한 조기경보 체계를 가동해 핵심광물의 수급 상황도 관리키로 했다. 또한, 비상시 민간기업도 한시적으로 핵심 자원을 비축 하도록해 민간의 협조 범위도 확대 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자원 무기화 전략을 좌시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 된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는 미국과 동맹국의 경제안보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기술적 종속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우리 정부는 중국의 자원 무기화라는 심각한 도전에서 미국 정부와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이는 한미동맹의 경제안보 협력 강화와 직결된 문제이다. 즉 양국 모두의 전략적 이익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이 이런 도전을 극복하려면 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해 중국의 의존도를 줄여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공급망에서 더욱 끈끈하게 연결해 서로 “윈윈"하는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한국의 해외 투자액 가운데 미국 투자는 162억 7300만 달러로 전체의 35%를 차지했다. 특히 이차전지의 경우 국내 배터리 3사가 미국에 조 단위 투자를 하면서 현지 공장을 조성, 가동하기 위해 국내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의 대미 수출이 덩달아 늘어났다. 따라서 미국의 관세 정책을 우리가 잘 대응한다면 미국 산업에 우리 기업의 진출이 보다 늘어나고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리고 호주, 베트남, 필리핀 등 광물이 풍부한 국가들과도 협력하여 공급망 다변화 및 광물 자급률 향상에도 힘써야 한다. 한편으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축이 되어 국내 금속광산 재개발과 재자원화 산업 육성, 희소금속 부존 파악, 광산물 소재. 가공 핵심 기술개발, 인력양성 등의 정책을 통해 국내 광업 경쟁력을 강화하므로써 공급망 자립을 구축하는데 보템이 되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강천구

[이슈&인사이트]백화점의 미래: 시간과 추억을 파는 장소

백화점은 단순히 많은 상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다. 사실상 수백 개의 전문 부티크를 한 곳에 모아 놓은 거대한 복합 상업 공간이다. 상품이 귀하던 시절, 백화점은 압도적인 쇼핑 환경과 편리함의 상징이었으며, 백화점이라는 이름만으로도 품질과 신뢰를 보장하는 새로운 유통 포맷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고, 백화점 또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이제 백화점은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혁신을 모색해야 할 때다. 오늘날 소비자가 쇼핑에서 얻는 가치는 크게 실용가치와 경험가치로 나뉜다. 실용가치는 상품 구매의 효율성과 편리함을 의미하며, 이는 온라인 유통이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영역이다.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상품을 비교하고, 빠르게 배송받을 수 있는 세상에서, 오프라인 매장이 실용가치를 내세워 경쟁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반면에 경험가치는 구매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적 만족, 즐거움, 그리고 체험의 즐거움을 포함한다. 경험가치는 온라인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며, 오프라인 유통이 앞으로도 주력해야 할 방향이다. 특히, 소비자들이 쇼핑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을 넘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거나 감각적 자극을 느끼는 데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유통은 어떤 방식으로 경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까? 그 답은 레저산업에서 찾을 수 있다. 레저산업은 본질적으로 서비스 경험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비자들이 레저 활동에 참여할 때 느끼는 만족감은 물건을 구매할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는 단순히 소비 행위를 넘어, '행복한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백화점은 오랜 기간 축적된 서비스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고객 응대, 공간 구성, 편의시설 운영 등 서비스 역량은 이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만약 백화점이 이러한 서비스 경험을 레저산업에 접목한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백화점 내부에 테마파크, 예술 전시 공간, 요리 교실, 혹은 웰니스 센터와 같은 경험 중심의 콘텐츠를 추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소비자들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목적지'로 백화점을 탈바꿈시킬 수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경험 중심의 변화를 통해 성공한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몰 오브 아메리카'는 테마파크와 쇼핑 공간을 결합한 성공적인 예다. 이곳은 단순히 쇼핑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방문객들에게 독특한 경험과 추억을 제공한다. 쇼핑몰 안에 대규모 놀이공원과 수족관, 공연장 등을 결합하여 방문객들에게 쇼핑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며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백화점이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하는 추세다. 예를 들어, 스타필드 는 쇼핑뿐만 아니라 영화, 서점, 카페, 체육 시설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며 단순한 소비 공간을 넘어 문화와 여가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백화점은 여전히 전통적인 판매 중심의 구조에 머물러 있다. 백화점이 쇼핑에 레저산업을 접목하는 것을 본격화한다면, 이는 기존 쇼핑 경험을 확장하고, 고객에게 물리적 상품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백화점의 미래는 쇼핑 공간의 혁신에 달려 있다. 상품 진열 중심의 공간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과 행복한 시간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변모해야 한다. 백화점은 더 이상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닌, '시간과 추억을 파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박주영

[EE칼럼] 알래스카,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지평 될 수도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지난 5일(현지 시간) 워싱턴에 위치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회복력 있는 동맹 간 에너지 협력' 회의가 열렸다. 필자도 발제자 중 한 사람으로 참석한 이 회의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동북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과 함께 한국, 미국, 일본 간 에너지 분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특히,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인 알래스카의 댄 설리번(Dan Sullivan) 의원이 기조연설을 통해 알래스카 자원 개발이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과의 에너지 협력 강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상기 회의 직후인 6일부터는 트럼프 대통령과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 간 정상회담이 있었다. 이시바 총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이어 두 번째로 트럼프 대통령이 가진 정상회담의 주인공이 되었는데, 양 정상이 '미·일 황금시대'를 열어가자고 한 이 자리에서도 알래스카 자원 개발이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등장했다. 일본은 약 440억 달러(한화 약 62조 원) 규모의 알래스카 가스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할 의사를 밝히며 이를 미국으로부터의 관세 압박에 대한 방패로 삼으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알래스카 가스는 관세 전쟁에서의 방패, 그 이상의 지정학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알래스카는 미국 에너지 자원의 보고 중 하나이다. 하지만 환경 보호 및 기후변화 대응 기조 속에서 그 잠재력은 봉인되어 왔고, 바이든 행정부 역시 다양한 행정명령을 통해 알래스카의 개발을 제한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을 계기로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 첫 날 행정명령을 통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의 진전을 위한 노력을 지원하고, 알래스카 국립석유보호구역(NPR-A: National Petroleum Reserve of Alaska) 및 주 내 다른 지역의 자원 제한 문제를 해결하며, 북극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ANWR: Arctic National Wildlife Refuge)에서 불법적으로 취소된 석유 및 가스 임대 계약을 복원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을 사인했다. 이미 트럼프 취임 직전인 1월 10일, 알래스카주의 알래스카가스라인개발공사(AGDC: Alaska Gasline Development Corporation)는 LNG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개발 업체인 글렌판(Glenfarne)과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었는데, 트럼프의 행정명령을 계기로 알래스카의 가스 개발 및 수출 프로젝트는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이나 일본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 한국이나 일본 모두 에너지 공급에 있어 절대적인 부분을 수입한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중 상당 부분을 중동에서 공급받아 왔다. 그러나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은 한국과 일본에게는 지속적인 고민거리였다. 1970년대 발생한 두 차례의 석유 위기는 한국과 일본이 모두 탈(脫) 중동산 석유·에너지 다변화를 위해 가스와 원자력에너지의 사용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가스는 파이프라인으로 도입하는 것이 상식이었으나, 1969년 11월 4일, 일본이 알래스카로부터 LNG를 도입한 것이 세계 최초의 LNG 사업이 되었으며, 대륙으로부터의 파이프라인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한국과 일본은 LNG 시장에 있어서 줄곧 높은 지위를 차지해 왔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 이에 더해 최근에는 탈 러시아산 가스를 지향하는 유럽 국가들이 LNG 수입을 늘리면서 글로벌 LNG 시장의 규모도 커지고 경쟁도 치열해졌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이 도입하고 있는 사할린산(産) LNG 계약도 순차적으로 만료될 예정이니 만큼, 향후 10년 내에 이를 대체할 공급원을 마련할 필요도 커진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알래스카는 안전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으로 각광 받을 가능성이 있다. 중동 지역에 비해 운송 기간이 절반 내지 3분의 1 가량으로 줄어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운송로 상 호르무즈 해협이나, 말라카 해협 같은 초크포인트(choke points)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적절한 가격에 도입할 수만 있다면 이를 가공하여 동남아시아와 같은 신흥국 시장에 되파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알래스카의 광활한 대지에서 시작되는 가스 개발이 한미일 삼각 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마침 19-20일 동안 대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한 민간 경제사절단이 워싱턴을 방문하여 미국 정부와의 통상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니 만큼, 알래스카 가스 개발에 대해서도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하는 바이다. 임은정

[기자의 눈] ‘한국형 AI’의 개념·방향성 재점검할 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말에서 따온 이 문장은 우리 고유 개성이 세계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표현을 함축한다. 오랜 기간 민족의 자긍심을 고취시켜온 가치는 이른바 'K-○○'로 치환돼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K-팝(POP)과 K-콘텐츠는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국제적 위상과 품격을 높였다. 이제 K-게임, K-반도체, K-푸드, K-스포츠, K-문학 등으로 외연을 넓히는 모습이다. 알고리즘은 자연스럽게 봉준호 감독과 한강 작가, 손흥민 선수, 불고기 등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한국적(K) 인공지능(AI)의 정의는 아직 명확히 내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 떠나서 추상성을 물성으로 변환할 수 있는 큰 틀이 없다. 최근 국회 문턱을 넘은 AI 기본법엔 '한국형 AI'의 개념과 기준이 명시적으로 포함돼 있지 않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경쟁력 제고 방안을 모색해 오고 있지만, '가장 한국적인' AI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적은 없다. 그렇다 보니 기업의 구상에 따라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한국어를 가장 잘 아는, 한국인의 감정을 가장 섬세히 고려한, 한국 문화·법규 등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하는, 한국인의 일상에 가장 최적화된… 일견 엇비슷한 듯 보여도 추구하는 결과값은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다른 국가와의 차별점을 설명하기 힘들다. 이를 뒷받침해야 할 기능 구성은 전체적으로 대동소이한 탓이다. 우리나라 정체성을 가장 정확히 반영한 대표주자를 떠올리기 어려운 건 이 때문이다. 대중은 '한국적이어서 믿을 수 있는' 게 아닌 '성능 좋은' AI를 찾게 되고, 국내 기업의 AI를 사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자체 모델과 외부 모델을 동시 활용하는 '오케스트레이션'이 주류가 된 양상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합종연횡을 통한 비용 절감·기능 고도화로 해석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빅테크의 AI를 활용한 앱 서비스를 개발하는 수준에 그칠 뿐이란 비판도 적잖다. 이는 AI 개발 방향이 성과와 편의에 치우쳐진 결과다. AI에 대한 철학을 정립하면서 개발이 이뤄져야 하는데, '일단 하고 보자'는 생각에 준비 없이 진행되다 보니 갈피를 못 잡게 된 것이다. 독자적 경쟁력을 확보하기보단 빅테크의 움직임에 편승한 모양새가 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밀려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K-콘텐츠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독창적인 매력에 진정성을 더했기 때문이다. 세계에 'K-AI'를 새기기 위해 우리나라가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짚어봐야 할 시점이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을까'보다도 '한국만의 AI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궁리해야 한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기자의 눈] BYD부터 딥시크까지… ‘반중 감정’ 아닌 ‘기술’이 필요

자동차부터 AI까지 중국 기업들의 파죽지세가 연일 들려오는 가운데 우리 기업, 정부는 뚜렷한 대비책보단 '반중감정'을 활용한 민심잡기 수준의 대응책만 내놓고 있다. 우리 국민 뼛속 깊이 박힌 중국 제품에 대한 불신을 통해 내수 시장을 아직까진 지키고 있지만, 이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아무리 막아도 싸고 좋은 제품은 시장에서 승리하기 마련이다. 최근 중국 기업들은 산업 전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특히 한국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자동차, AI 쪽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전기차 브랜드 BYD와 최근 AI 시장을 뜨겁게 달군 딥시크다. 전기차 브랜드 BYD는 지난해에도 친환경차 판매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미국에 발을 들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테슬라, 현대차 등 유려한 기업들을 제치고 달성한 성과다. 이들의 경쟁력은 단연 가격이다. 100만명이 넘는 직원, 정부의 든든한 지원, 완벽하게 지은 자동화 공장까지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갖춰졌다. BYD는 지난 1월 한국 진출을 공식화했고 2000만원대 전기차 아토3 출시를 확정했다. 딥시크는 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소비자들이 흔히 알고 있는 오픈AI의 '챗gpt'와 유사한 기술이다. 딥시크가 주목받은 것은 약 80억원이라는 파격적인 개발비용 때문이다. 오픈AI 등 기존 업계에선 수천억원을 투자해 만들던 것을 이들은 10분의 1 수준의 금액을 투자해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처럼 중국 기업들이 최첨단 기술 공세를 퍼붓고 있는데 한국 업계는 '중국은 위험해'란 감정으로 방어에만 급급하다. BYD 전기차에 대해 소비자 및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산을 어떻게 믿냐, 목숨걸고 타다 죽을 일 있냐 등 추상적인 반응만 보이고 있다. BYD의 배터리 기술이 한국 기업보다 뛰어나고, 이미 이들이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는 사실은 흐린 눈으로 보고 있다. 딥시크는 정부가 나서서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다며 서비스를 제한했다. 우리 기술이 더 뛰어나고 우리가 먼저 개발했다면 국가적으로 나서서 이런 제한을 걸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중국을 넘기 위해선 한국 사회 전체의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 “BYD 전기차는 못미더워", “딥시크 쓰면 개인정보 다 털려" 같은 회피적인 태세를 취할 때가 아니라, “BYD, 딥시크보다 더 경쟁력 있는 기술을 만들어야 해"라는 혁신적인 자세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기업의 적극적인 R&D, 소비자들의 깨어있는 인식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이찬우 기자 lcw@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