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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의원입법과 수권정당의 길

[EE칼럼]의원입법과 수권정당의 길

국회는 법을 만든다. 법을 만드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국회의원이 발의해서 법을 만드는 경우가 있고 행정부가 발의한 법을 국회에서 의결하는 정부입법의 방식이 있다. 법률안에 대하여 국회의 심의의결을 거치고 대통령의 재가를 받는 것은 동일하다. 그러나 행정부가 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전영향평가, 다른 부처와 의견조율, 규제심사 등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당연히 완성도가 높다. 반면 의원 입법은 국회의원 몇 명이 동의해주면 이 모든 과정이 수월하게 넘어간다. 언제부터인가 의원 입법이 난립하기 시작했다. 여러...

[EE칼럼]롤러코스터 타는 봄철 날씨

[EE칼럼]롤러코스터 타는 봄철 날씨

계절적으로는 봄철이 분명한데, 요즘 외출할 때가 되면 가볍게 입어야할지 아니면 두껍게 입어야 할지 고민이 될 때가 많다. 포근해지는가 싶었던 날씨가 돌변하여 한겨울로 돌아가 버리는가 하면 바로 초여름으로 직행하는 등 종잡을 수 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지난 구정 연휴의 강한 한파 이래로 열흘이 멀다 않고 롤러코스터 날씨가 반복되고 있다. 그 탓에 중부지방에서는 만개를 앞둔 벚꽃이 강한 비바람에 낙화하면서 따스한 봄기운에 활짝 핀 벚꽃의 아름다움을 즐기려던 많은 이들은 아쉬움을 삼켜야했다. 특히 일주일 전 주말에 한반도로 유입된 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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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 내시경] 개헌의 그림자, 권력의 계산

[신율의 정치 내시경] 개헌의 그림자, 권력의 계산

우원식 국회의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당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자고 제안했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 반발이 이어지자, 우 의장은 자신의 개헌 주장을 철회했다. 그의 개헌 제안은 타당한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 1987년 개헌 당시와는 달리, 지금의 한국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고, 현행 헌법은 그러한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윤 전 대통령에 의한 '비상계엄'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권력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또한 역대 국회는 모두..

[이슈&인사이트]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이슈&인사이트]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〇〇은 누렇고, 끈적끈적한, 이제 막 발효되기 시작한 포도주처럼 담벼락을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감각적인 문장은 200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헝가리 작가 임레 케르테스의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에 나온다. (퀴즈. '〇〇'에 해당하는 단어는 무엇일까?) 20세기 소설의 이정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대낮의 반사광이 그 노란 날개를 스며들게 할 방법을 찾다가, 나비가 꽃 위에 앉듯 덧문 문살과 유리창 사이 구석진 곳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두 문장에는 직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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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의원입법과 수권정당의 길

국회는 법을 만든다. 법을 만드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국회의원이 발의해서 법을 만드는 경우가 있고 행정부가 발의한 법을 국회에서 의결하는 정부입법의 방식이 있다. 법률안에 대하여 국회의 심의의결을 거치고 대통령의 재가를 받는 것은 동일하다. 그러나 행정부가 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전영향평가, 다른 부처와 의견조율, 규제심사 등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당연히 완성도가 높다. 반면 의원 입법은 국회의원 몇 명이 동의해주면 이 모든 과정이 수월하게 넘어간다. 언제부터인가 의원 입법이 난립하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우선 비교적 간단한 법제정과정으로 인하여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용어의 정의가 불충분하거나, 앞뒤가 맞지 않거나, 행정적으로 이행하기 어려운 법안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국회의원은 법안을 만들었다는 실적은 얻을 수 있으나 이후 이행에 어려움을 낳는다. 둘째로는 국회가 만들지 않아야 할 법안이 탄생한다. 어떤 일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중요한 사항은 법으로 제정되지만 '어떻게 할 것이냐'하는 시행에 관한 사항은 정부의 시행령으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행정부가 해야 할 것까지 법으로 만들어 놓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법을 의뢰한 누군가가 있는 것으로 의심이 되기도 한다. 세 번째로는 이미 있는 법안의 조항 한 두 개를 바꾸면 되는 사항을 독립법안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이른바 법질서가 파괴된다. 관련한 법들이 모여있어도 어려운데 유사한 법안의 개수만 많아져서 옥신각신하게 된다. 예컨대 소위 '민식이법'은 도로교통법의 일부를 개정함으로써 만들 수 있는 것이지 별도의 법으로 만들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이와 같은 법안들이 난립하면서 국민은 그 모든 법을 다 읽어야 되는 상황도 생긴다. 무엇보다 나쁜 것은 당리당략 차원의 것들이 법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한시적으로 사용될 것들이고 법리에도 맞지 않은 것인데 전투적 목적으로 생성하는 것이다. 즉 국회가 정치로 해결할 것을 법으로 제정하는 것이다. 법질서가 어지러워짐은 당연하다. 원자력 분야에서도 이러한 의원 입법의 문제가 발생한다. 최근 모 의원이 '선발주 금지법'이라는 것을 발의하려고 하였다. 물론 아직까지 발의되진 않았다. 반발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선 선발주라는 것은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때 허가를 받기 전이라도 미리 주문을 넣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건설일정에 차질이 없게 부품이 조달되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법안을 준비했었던 국회의원은 이러한 선발주가 진행되면 안전규제자가 압박을 받게 되어 허가를 쉽게 내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건 안전규제자를 관리하면 될 일이지 사업자를 관리할 이유가 없었다. 더욱이 이러한 선발주를 통해서 공사 기간을 단축하는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원전건설 경쟁력의 원천인데 바로 그 부분을 못하도록 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런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방해하는 법안은 행정부가 입법했다면 법제화의 첫단계도 통과하지 못할 사안이다. 고준위폐기물법도 마찬가지이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고준위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을 법제화함으로써 장차 고준위폐기물 처분을 위한 부지선정의 투명성과 주민과의 약속을 확실히 하겠다는 것이 법률제정의 취지였다. 이 법이 있으면 고준위폐기물 처분장을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이 필수적인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원전 계속운전을 저해하는 독소조항이 슬며시 삽입되었다. 원전 계속운전이 불만이라면 이에 대한 별도의 논의의 장을 만들어서 논의해야 하는데 고준위폐기물 법안을 만들면서 그것과 관련없는 조항을 슬쩍 끼워넣은 셈이 된 것이다. 매우 치졸한 방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의원입법이 그 당이 수권정당이 되는데 도움이 되겠냐는 것이다. 대선후보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균형적 발전을 노래 부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발의되고 있는 법안은 여전히 탈원전 시대라면 적절한 법안인 것이다. 도무지 공약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든다. 수권정당이 돠고 싶다면 이에 버금가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표를 얻으려고 돈이나 뿌리는 포퓰리즘에 더 이상 속을 국민이 아니다. 트집 잡고, 끌어내리고, 국고를 나눠먹고, 평등이니 뭐니 하면서 사회적 생산성과 역동성을 파괴해서는 지지자의 박수는 받을지언정 수권정당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 정범진

[기자의 눈] 실수도 말 못하게 만드는 조직이 항공 안전을 위협한다

“아직도 현장에서는 보고하면 조직에서 문제아로 낙인 찍히거나 관리자들로부터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만연해 묻고 넘어가기도 합니다." '공정 문화(Just Culture)'라는 단어가 있다. 고위험 산업군에서 직원이 실수나 오류를 보고하더라도 처벌하기보다 학습의 기회로 삼고, 조직 전체의 안전성을 제고하려는 문화와 그에 목적을 둔 접근 방식을 의미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부속서 13을 통해 공정 문화 도입을 권장하고, 유럽항공안전청(EASA)도 고의·중과실이 아닌 이상 면책 원칙을 보장하고 있다. 과거보다 개선됐다고는 하나 국내 항공업계에서는 실수를 보고하면 인사 불이익이나 징계 우려가 여전하고, 실수와 위반의 경계가 모호해 관리자 재량에 의존하는 경향이 아직도 있다는 게 현업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때문에 현장에서는 잘못된 게 있어도 입도 뻥긋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전언이다. 가장 비근한 예로 작년 12월 29일에는 제주항공 2216편 활주로 이탈 사고를 들 수 있다. 당시 여객기는 새떼와 충돌했고, 양쪽 엔진이 먹통인 상태로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끝의 콘크리트 둔덕을 들이받고 완파돼 179명 사망·2명 중상이라는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계기 착륙 장치(ILS)는 잘 부서지는 속성을 지녀야 한다는 ICAO와 국토부 지침에도 어긋나게 콘크리트를 타설한 사람이 누구였느냐는 질타가 끊이질 않았고, 전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국토교통부와 공항공사, 무안공항 측을 변호하려는 건 아니지만 관계자들 중 그 누구라도 문제 의식을 갖고 제대로 보고했다면 책임을 면할 수 있었을까? 이처럼 희생 제물만을 찾는 데에 혈안이 된 처벌 일변도의 분위기에서는 그 어느 것도 바뀔 수가 없다. 베넷 앨런 월시 대한항공 항공안전전략실장은 “한국엔 더욱 강력한 면책 기반 자발적 보고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국내에는 아직 공정 문화가 자리잡지 못했음을 점잖은 방식으로 지적한 것인데, 이 마저도 외국인이기에 가능했던 발언이다. 분명 대한민국 항공 산업은 양적 규모 측면에서 과거에 비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냈지만 안전에 대한 시각은 성숙 단계에 접어들지 못한 듯 하다. '누가 했느냐?'는 추궁보다 '무엇이 부족했나?'와 같은 자성에 가까운 질문이 먼저 나와야 ICAO 파트 1 또는 2와 같은 항공 선진국 그룹 일원으로의 도약이 가능해지는 법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자의눈] 합성니코틴 규제, 이권 다툼에 ‘하세월’

국내에서 담배임에도 담배로 분류되지 않는 게 바로 '합성니코틴' 액상전자담배다. 기존 연초형 담배·천연니코틴 궐련형 전자담배와 달리 화학물질로 만든 합성니코틴은 현행법으로 '담배'가 아니라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공산품으로 분류돼 있는 탓에 담뱃세·부담금에서 자유롭고, 지정된 소매상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판매가 가능하다. 특히, 무인자판기·온라인몰 등에서 무분별하게 판매돼 청소년 조기흡연의 주범으로 꼽힐 만큼 부작용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합성니코틴을 법 테두리 안에 들이려는 노력이 없던 것은 아니다. 합성니코틴을 담배 원료로 포함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2016년 처음 발의됐으나 9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올해 3월에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경제소위를 열어 관련 개정안을 심사했지만 법안 통과가 불발됐다. 한 담배제조사 관계자는 “업계 출입하는 다수의 기자들이 의결된 방향으로 미리 기사까지 써둘 만큼 이번에는 통과가 유력시된다고 말이 많이 돌았다"면서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니 시장에서도 의아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3월 입법 불발이 의아함을 넘어 큰 아쉬움을 낳은 이유는 올해가 입법 공백을 메울 적기로 판단한 나름의 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합성니코틴 원액에 발암성·생식독성 등 유해물질이 상당량 존재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보건복지부의 용역 결과가 나오면서다. 그동안 규제에 소극적이던 기재부도 태도를 달리해 입법 작업에 시동을 거는 분위기였지만, 결국 무산됐다. 업계 간 의견차로 공회전을 거듭할 수밖에 없어서다. 한 액상전자담배 대표단체는 불법 합성니코틴 대상의 실태조사·단속에 무게를 두고 개정안을 반대하는 반면, 또다른 담배업계 관련 단체는 청소년 건강권 보호를 이유로 신속한 입법 과정을 촉구하고 있다. 국회와 정부 간 기싸움도 입법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거리 제한 유예기간(2년) 동안 합성니코틴 판매자들의 일반담배 판매 여부를 놓고 기재부와 국회가 이견을 보이면서 입법 논의가 중단된 것이다. 책임 소재를 떠나 하루가 멀다 하고 합성니코틴과 관련한 청소년 범죄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부모 신분증으로 꼼수 구매하는 아이들 탓으로 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같은 세태를 방치한 업계와 정부, 국회가 궁극적인 원인 제공자들이다. 개인과 집단의 이권 때문에 청소년 건강권을 계속 방치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데스크칼럼] 자원전쟁의 시작, 공급망 확보가 우선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 비중은 2023년 35.7%로, OECD 평균 28%보다 높은 수준이다. 수입까지 고려하면 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89%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을 보면 반도체, 자동차, 선박, 디스플레이, 핸드폰, 석유화학 등이다. 정부와 기업들은 수출경쟁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기술력 향상, 연구개발 확대, 핵심인재 양성, 설비 자동화 등에 힘쓴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수출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력에 매번 빠트리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원재료 공급망 확보이다. 가만 생각해보자. 반도체, 자동차, 선박, 디스플레이 등은 무엇으로 만드는가. 모두 광물로 만든다. 철광석, 알루미늄, 구리, 연, 아연 등 산업광물부터 규소, 비소, 인듐, 코발트, 티타늄, 희토류 등 핵심광물까지 모두 광물로 점철돼 있다. 우리나라는 금속광물 수요의 90%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매장량도 별로 없지만, 환경피해 우려 때문에 있던 광산들도 모두 문을 닫으면서 거의 전량을 수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원부국들이 자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자원무기화에 매우 취약하다. 현재 세계 경제시장에는 자원무기화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관세 폭탄을 부과하고 반도체 수출까지 막자, 중국 정부는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희토류 수출 통제에 나섰다. 희토류는 첨단, IT, 군수산업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광물이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45%, 생산량의 70%, 제련품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 없이는 희토류 수급이 불가능할 정도다. 희토류는 지각 내 매장량은 풍부하지만 함량이 200ppm(0.02%)에 불과해 생산 시 엄청난 환경피해가 발생하고, 이를 정제하는 과정에 유독물질인 황산이 대량 사용돼 선진국에서는 거의 생산이 불가능한 광물로 평가된다. 중국은 오히려 이러한 점을 이용해 희토류를 전략무기화하고 있다. 2010년 일본과의 센카쿠열도 영토 분쟁 때 일본에 중국 선원이 구속되자 희토류 수출을 금지시켜 곧바로 풀려나게 했다. 희토류 수출 통제는 미국한테도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미국도 인정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중국의 희토류 등 핵심광물 수출통제에 따른 미국 내 영향을 조사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소개하며 “(희토류는) 군사 인프라, 에너지 인프라, 그리고 첨단 국방시스템 및 기술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국가 안보에 필수적이다. 또한 방위산업 기반의 핵심 구성 요소이며, 제트 엔진, 미사일 유도 시스템, 첨단 컴퓨팅, 레이더 시스템, 첨단 광학, 보안 통신 장비와 같은 응용 분야에 필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미국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음을 고백한 셈이다. 이번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미국을 겨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미국과의 동맹 및 무역 관계를 고려하면 우회수출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도 충분히 타깃이 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약 60일분의 희토류를 비축하고 있을 뿐 그외에 별다른 대응방법을 갖추고 있지 않다. 비축량이 모두 소모되면 첨단산업 생산은 중단될 것이고, 수출 역시 줄게 되면서 국내 경제는 치명적 피해를 입게 된다. 원재료 공급망 리스크가 백척간두인 상황인데도 정말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공급망 리스크를 최일선에서 체크하고 대비책을 세워야 할 자원공공기관 수장에 비전문가인 언론인이 임명됐다. 그는 해당 기관의 비상임이사를 지낸 적이 있는데 이 때문에 전문가로 인정된다는 것이 해당 기관의 설명이다. 그 논리라면 그는 이전에 카지노 공기업, 케이블방송사, 금융사에서도 비상임이사를 지낸 바 있는데 그럼 그는 관광, 방송, 금융 전문가도 되는 셈이다. 누가 이를 인정하겠는가. 지금이라도 바로 세워야 한다. 첨단산업을 발전시키고 수출경쟁력을 높이고자 한다면 그 첫단계로 우선 원재료 공급망부터 확고히 다져야 한다. 적임자를 임명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E칼럼]롤러코스터 타는 봄철 날씨

계절적으로는 봄철이 분명한데, 요즘 외출할 때가 되면 가볍게 입어야할지 아니면 두껍게 입어야 할지 고민이 될 때가 많다. 포근해지는가 싶었던 날씨가 돌변하여 한겨울로 돌아가 버리는가 하면 바로 초여름으로 직행하는 등 종잡을 수 없이 변하기 때문이다. 지난 구정 연휴의 강한 한파 이래로 열흘이 멀다 않고 롤러코스터 날씨가 반복되고 있다. 그 탓에 중부지방에서는 만개를 앞둔 벚꽃이 강한 비바람에 낙화하면서 따스한 봄기운에 활짝 핀 벚꽃의 아름다움을 즐기려던 많은 이들은 아쉬움을 삼켜야했다. 특히 일주일 전 주말에 한반도로 유입된 강한 한기의 내습은 강풍과 함께 비와 눈을 동반함으로써 기상청 관측 사상 처음으로 4월 중순의 서울지방 적설을 기록하게 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양쯔강 이남에는 최악의 황사와 모래바람이 불어 닥쳤고 네이멍구 등 중국북부에는 때아닌 폭설과 시속 100km가 넘는 강풍으로 큰 피해가 발생하는 등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에 봄철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제트류 변동이 빚은 주기적 강수현상 일반적으로 봄철은 기온 등 날씨의 변화가 다른 계절에 비하여 큰데, 그 이유는 매년 이맘 때 한반도 상공을 동서로 가로질러 흐르는 제트류의 변동에서 찾을 수 있다. 제트류는 남북 간의 온도차에 의해서 중·고위도에 발생하는 강한 편서풍의 흐름인데 제트류가 흐르는 방향을 중심으로 북쪽과 남쪽에는 각각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위치한다. 제트류는 일반적으로 뱀이 기어가듯이 남북으로 사행하기도 하는데, 파동 모양의 제트류가 봄철에 한반도 상공을 지날 때, 우리나라는 제트류의 남쪽과 북쪽에 번갈아 놓이게 되면서 따뜻한 날씨와 추운 날씨를 잇달아 경험하게 된다. 또한 따뜻한 공기와 찬 공기가 만나는 곳은 대기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비나 눈이 내리기도 하는데, 이에 따라 봄철에는 기온의 변동과 더불어 매우 주기적으로 강수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가끔 제트류 파동에서 구불구불하게 남쪽으로 휘어진 부분이 지나치게 늘어나다가 본류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가면서 독립된 소용돌이로 분리된 후, 오랫동안 거의 제자리에서 맴도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소용돌이는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 고립된 저기압으로 본류인 제트류로부터 분리된 저기압이란 의미로 분리저기압이라고 하며 떨어져 나왔다고 뜻에서 절리저기압이라고도 한다. 이 저기압은 원래 북쪽의 찬 공기로부터 분리되어 남쪽으로 내려왔기 때문에 한랭저기압이라고도 한다. 한랭한 성질을 가진 분리저기압은 많은 경우 기상이변을 일으키는 주범이 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이 저기압의 상층에 위치한 매우 찬 공기가 하강기류를 유도하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지고 이로 인해 급격한 대류활동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활발한 대류활동은 천둥과 번개 그리고 강풍 등을 동반한 요란한 강수를 유발시킨다. 지난 주 초에 때늦은 추위와 더불어 적설과 강풍 등 기상이변을 일으킨 주범이 바로 이 분리저기압이다. 심해지는 봄철 변화...원인은 온난화와 PDO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영역에 대한 지난 40년 동안의 봄철 기온의 변동을 조사한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 지역 기온의 일변동이 유의미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즉, 이 지역 봄철 기온의 일변화가 과거에 비하여 최근 들어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가능성 있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 원인은 우리에게 익숙한 지구온난화이다. 지구의 온난화는 특히 저위도보다는 극지방의 기온을 더 높이는데 이로 인해 중위도 지방에서의 남북 간의 온도차이가 감소하여 제트류가 약해지면서 구불구불한 제트류 파동의 사행진폭이 커지기 때문에 분리저기압이 발생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1980년대 이후 북극지방의 기온 상승률은 전지구 평균기온 상승률의 4배에 달할 정도 매우 가파르다. 이에 따라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제트류가 한반도에 걸쳐 놓이는 봄철에 기온변동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북태평양의 중앙과 서쪽의 해면온도가 수십 년을 주기로 평년보다 높았다 낮았다를 반복하는 PDO(태평양십년진동)라는 현상이 있는데, 이 현상이 북태평양 기압계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2000년대 들어와서 현재까지는 이 지역의 해면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상태인데 이러한 해면온도의 변화가 이 지역에 기압배치를 변화시켜 봄철 한반도의 기온 변동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류가 기상위성을 활용하여 지구의 곳곳을 탐사하기 시작한 기간이 고작 PDO의 한 주기 정도 밖에 안될 정도로 짧기 때문에 관측되는 봄철 기온변동의 증가 원인에 PDO가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명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결과를 바탕으로 볼 때 기후변화와 더불어 PDO와 같은 자연적 변동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인다. 에너지 전력망과 여러 산업에 부정적 영향 봄철의 이상 한파나 난동은 여러 산업 분야에 다양한 부정적 영향을 주지만 특히 기후변동에 민감한 농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특히 개화기나 초기 과실형성기를 맞은 사과, 포도, 복숭아와 같은 과실수에게 이 시기의 이상 한파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혀 수확량 감소와 품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이른 봄의 이상 난동은 식물의 조기 발아나 개화를 유발할 수 있는데 그 후에 기온이 내려가면 싹이나 꽃이 죽어 작물에 큰 피해를 입히게 된다. 봄철의 변덕스러운 날씨는 에너지 관점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난방과 냉방 사이의 급격한 전환은 에너지 전력망에 예측 불가능한 부하를 가할 수 있다. 예견된 온난화의 가속화...국가차원의 대응은 제트류 파동에서 남쪽으로 휘어진 부분이 본류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분리저기압이 되지만, 반대로 북쪽으로 휘어진 부분이 떨어져 북상을 하면 분리고기압이 된다. 분리고기압은 분리저기압과 반대로 이상 난동과 가뭄이나 대기오염의 원인이 된다. 문제는 구불구불한 제트류 파동에서 분리저기압이나 고기압이 떨어져 나갈지 여부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떨어져 나갈지 등을 최소한 몇 주 앞서서 예측하는 것은 지구유체의 비선형성과 카오스적 성질 때문에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과학적 근거에 의해 마련된 미래 기후변화 예측 시나리오에 의하면 지구온난화는 앞으로 더욱 가속될 것이라 보며 이에 따라 봄철의 기온 변동은 앞으로도 더욱 심해지고 이상 기상현상도 더 빈번해질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개인과 사회 차원의 대비는 물론 국가 차원의 대응과 적응 정책의 적절한 수립과 집행이 필요하다.

[기고] 74년 안보 희생 대가 0원…정부, 동두천 외면

박형덕 동두천시장 동두천시에는 '육지의 섬'이라 불리는 걸산마을이 있다. 분명 대한민국 땅 위에 존재하지만 미군 기지 안에 있다는 이유로 단절된 채 살아가는 마을이다. 1951년 미군이 주둔하면서 마을 주민은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출입과 거주, 이동조차 '허락받아야 하는 삶'을 살아왔다. 도무지 지금 대한민국이라고 믿기 어려운 모습이다. 2014년, 한-미 양국은 걸산마을이 포함된 캠프 케이시 기지를 2020년경까지 반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금껏 지켜지지 않았고, 반환 시기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기지 사령부는 2022년 6월부터 신규 전입 주민에 대한 출입 패스 발급을 전면 중단했다. 주민등록은 돼있는데, 실제로는 마을에 들어갈 수조차 없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닌, 인간으로서 최소한 삶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중대한 인권 침해다. 동두천시장 취임 이후, 걸산마을 패스 문제를 비롯해 지난 74년간 국가 안보를 위해 일방적인 희생을 감내해온 동두천에 대해 정부가 마땅한 보상과 책임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속 요구해 왔다. 지역발전 범시민대책위원회와 시민도 다섯 차례에 걸쳐 대규모 궐기대회를 진행하며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 시는 전체 면적 중 42%에 해당하는 40.63㎢의 땅을 미군에 제공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주한미군과 그 가족, 관련 종사자 등 약 2만명이 거주해 경제가 활기를 띠었지만, 대규모 병력의 평택 이전 이후 미군이 급감하며 지역경제는 점점 침체됐다. 대신 지속적인 반환 요청으로 23.21㎢의 공여지를 돌려받았지만 99%가 산지여서 개발이 불가하다. 반면 평지로 활용 가치가 높은 캠프 케이시와 캠프 호비 등 17.42㎢는 반환 계획조차 없는 상태다. 개발 가능성이 높은 기지의 장기 미반환으로 동두천 경제는 붕괴 위기로 치닫고 있다. 경제적 피해 수치를 살펴보면 더욱 심각하다. 보산동과 광암동 일대 미군 관련 자영업체 중 70% 이상이 폐업했고, 공여지 반환 지연으로 인해 연간 300억원에 달하는 지방세 손실, 도시 개발 차질에 따른 매년 5278억원 규모의 경제 손실 등 누적 피해는 25조원을 넘어섰다. 이런 여파로 2024년 상반기 실업률 전국 1위, 재정 자립도는 경기도 31개 시-군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때 10만에 육박했던 인구도 현재는 8만대로 줄어들어 이제는 동두천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이에 필자는 74년간 지속된 안보 희생에 대한 최소한 보상으로 '동두천 지원 특별법' 제정을 강력히 촉구한다. 미군 기지 이전을 이유로 제정된 '미군 이전 평택 지원법'을 통해 평택은 삼성 반도체 유치, 기반 시설 조성 등 약 19조원 지원을 받아 인구 60만 도시로 성장했다. 평택 선례에 비춰볼 때, 동두천도 이에 상응하는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다행히 지난해 5월, 김성원 국회의원이 '주한미군 장기 미반환 공여구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동두천이 입은 피해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담겨 있다. 동두천 지원 특별법 제정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다. 또한 2014년, 미군의 동두천 한시 잔류 결정에 따라 정부는 그에 대한 보상으로 약 30만평 규모의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다. 그러나 조성 이후 분양과 기업 유치는 온전히 지자체 몫으로 떠넘겨진 채,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조성만 국가가 하고, 나머지는 지자체에 떠넘기는 방식이라면 과연 그것을 '국가산업단지라 부를 수 있겠는가? 이는 정부의 책임 회피이며, 사실상 보상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동두천시민과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기업 유치와 2단계 사업 추진에 있어 분명한 책임을 지고 실질적인 지원에 즉각 나서야 한다. 더불어 국제스케이트장 유치도 강력히 희망한다. 동두천 지원 특별법 제정, 국가산업단지 조성, 국제스케이트장 유치 여부는 동두천 미래를 좌우할 핵심 과제다. 이제라도 정부는 동두천의 절박한 요구에 응답하고, 정당한 보상을 시작해야 한다. 박형덕 동두천시장 kkjoo0912@ekn.kr

[신율의 정치 내시경] 개헌의 그림자, 권력의 계산

우원식 국회의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당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자고 제안했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 반발이 이어지자, 우 의장은 자신의 개헌 주장을 철회했다. 그의 개헌 제안은 타당한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 1987년 개헌 당시와는 달리, 지금의 한국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고, 현행 헌법은 그러한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윤 전 대통령에 의한 '비상계엄'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권력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또한 역대 국회는 모두 개헌 특위를 가동한 바 있기 때문에, 국회가 의지만 있다면 비교적 단시간 내에 개헌안을 마련하고 이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물론 장애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투표 절차에 있다. 현행법상 개헌 관련 국민투표는 본 투표만 할 수 있다. 따라서, 대선 투표는 사전 투표까지 실시하고, 개헌 관련 투표만 본 투표 당일에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고 현실적으로도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그 개정을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민주당이 개헌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실제로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과연 이런 이유에서 개헌에 반대했던 것일까? 다른 이유가 또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 정치사를 되짚어 보면, 개헌론이 주로 부상하는 시기는 정권 말기와 대선 시기다. 이는 거의 예외가 없는 한국 정치의 '비공식적 규칙'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경향이 반복되어 온 데에는 정치적 이유가 있다. 개헌론의 등장은 권력, 그리고 세력의 불균형과 깊은 관련이 있다. 정권 말기는 일반적으로 대통령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시기이다. 이러한 시기에 개헌론이 제기되는 이유는, 권력 말기의 레임덕 현상으로 인한 권력 누수를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대선 시기에도 개헌론이 제기되곤 하는데, 이는 대개 대선에서 열세에 놓인 쪽에서 주도한다. 레임덕 방지든, 선거 판세를 뒤집기 위한 전략이든, 공통된 점은 개헌이 이러한 정치적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카드라는 점이다. 개헌이 이처럼 효과적인 카드가 되는 이유는, 그것이 일종의 블랙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개헌 이슈가 부상하면, 다른 모든 정치적 이슈는 그 앞에서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선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후보는 자신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자신이 설정한 선거 구도도 흐트러지게 된다. 따라서 강세를 보이는 후보 입장에서는, 개헌론이 결코 반가울 리 없다. 임기 말에 레임덕에 시달리는 대통령도 개헌론을 꺼내 듦으로써, 자신의 부정적인 이미지나 책임을 일시적으로 무대 뒤로 물릴 수 있고, 이에 따라 권력 누수 현상을 일부 완화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정치적 전략을 모를 리 없는 야당은, 정권이 제기하는 개헌론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결국 선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후보나 정권 말기의 야당은 개헌론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들을 종합해 보면, 한국 정치에서 개헌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개헌이 성공하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정치인이나 정파가 등장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우리는 1987년 체제, 즉 6공화국의 틀 속에서 앞으로도 살아가야 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우리에게 하나의 비극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자신보다 국가를 앞세우는 정치인의 출현인 것이다. 신율

[EE칼럼] 트럼프의 화석연료 회귀와 한국의 선택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2025년 미국은 다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파리기후협약 탈퇴, 청정에너지 지원 자금 지급 철회, 미국산 석유·가스 개발 및 수출 확대 등,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강하게 작동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에 몰입하고 있는 와중에, G7 국가 중 최대 탄소 배출국인 미국이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상황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지형을 다시 흔들고 있다. 그 여파는 곧장 한국에도 미치고 있다. 미국은 무역 적자 해소를 명분으로 한국에게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석유 수입 확대를 사실상 요구하고 있고, 한국산 자동차·철강에 대한 통상 압박도 강화되었다. 여기에 방위비 협상과 연계된 에너지 수입 요구는 외교와 경제가 맞물린 복합적 협상으로 한국을 몰아넣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후 리더십보다는 에너지 자립과 화석연료 수출 중심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의 에너지 기업들은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을 마치 고정 수입처처럼 관리하고자 한다. 문제는 안보 측면에서 미국에 의존하는 한국이 이 흐름에 타지 않을 수도 없지만, 마냥 끌려가기만 한다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은 더욱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6월 3일 조기 대선은 한국이 에너지 안보와 에너지 전환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릴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현재 양당의 경선이 진행 중인 가운데, 각 당의 주요 예비 후보들도 저마다의 에너지 정책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나,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공존'을 핵심으로 하는 에너지 믹스 전략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소형모듈원자로(SMR)와 같은 차세대 기술을 신 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김동연 후보도 탄소중립을 성장 전략의 한 축으로 보고 SMR 활용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지사로서 그는 재생에너지의 적극 활용은 물론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2040년까지 단계적으로 전기·냉난방비 등의 공동주택 관리비를 대폭 절감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국민의힘의 홍준표 후보 역시 SMR 상용화를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SMR 상용화를 서두름으로써 에너지 안보는 물론, 기후위기 대응, 나아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국민의힘의 한동훈 후보는 '성장하는 중산층 시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에너지 물가 안정을 강조하고 있다. 한 후보는 전기·가스 요금과 관련해 “에너지 공급을 위해 안전하고 저렴한 전력원인 원전을 새로 건설하고 기존 원전은 계속 운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처럼 각 후보의 접근은 유사하면서도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에너지 안보와 에너지 전환을 정책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는 인식은 공유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대선 이후 실제 정책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화석연료를 통한 에너지 수입 압박이 본격화될 경우, 정치적 의지와 외교 전략이 함께 작동하지 않으면 한국의 에너지 정책이 크게 표류할 수도 있다.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 안보에만 국한 되는 문제는 아니다. 그것은 곧 산업정책, 무역전략, 외교 노선, 세대 정의와도 연계되는 문제다. 다가오는 6월 대선은 그런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정치적 기회를 제공한다. 정책의 지속 가능성, 사회적 공감대, 기술 혁신과 시장 유인책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대전환의 구상, 그리고 외교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통합 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임은정

[기자의 눈] 상지건설 광풍이 보여준 대선 테마주의 민낯

테마주는 미래가치를 선반영한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추상적인 가치를 선반영하기에 테마주는 비이성적인 급등세를 시현하기도 한다. 최근 상지건설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2일부터 16일까지 상지건설의 주가는 882% 치솟았다. 10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상지건설의 임무영 전 사외이사가 과거 이 대표 캠프에 합류했던 사실이 부각되면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테마주로 분류된 것이 상승 배경이다. 만약 이재명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고하면 상지건설의 가치가 급등할까? 우선, 테마주의 근원지인 임 전 이사는 상지건설의 사외이사에서 퇴임한 상황이다. 임 전 이사가 퇴임한 상황이므로 선반영될 추상적 가치도 없다. 또한 상지건설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상지건설은 지난 2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공시했는데, 주주우선공모로 진행했다. 증권사가 실권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할 때 진행하는 방식이다. 증권사가 상지건설을 바라보는 시선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기존주주들의 시선도 싸늘했다. 유증의 발행가액은 발표 전일 종가인 3860원의 30% 비싼 5000원으로 확정됐는데 이는 당시 주가가 액면가액을 하회했기 때문이다. 실적이 우수하거나 재무상태가 건전한 것도 아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88% 감소했고 그렇다고 신규분양프로제트를 진행하고 있지도 않다. 차입금의존도는 46%에 육박해 통상의 30%를 훌쩍 넘긴 상태다. 정책 기대감이 있다면 그나마 의미라도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상지건설의 '상지카일룸'과 같은 프리미엄 오피스텔을 지원하겠다고 말한 적도 없다. 사외이사가 퇴임했다는 점까지 고려할 때 대선 테마주는 상지건설의 급등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비정상적인 상승의 흔적도 있다. 초반 2연상이 이어질 당시 거래량과 거래액은 2일 약 10만건과 약 4억원, 3일에는 약 4만 건과 약 2억원에 불과했다. 최대주주는 '세력들의 놀이터'라는 키워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검찰은 최대주주인 중앙첨단소재를 대상으로 일부 주주가 시세를 조종했다고 보고, 해당 주주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달에는 최고의 껍데기(쉘)로 평가받고 있는 KT의 손자회사 '현금부자' 이니텍을 인수하기도 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최근 상지건설의 급등세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들이 상당하다. 그렇기에 금융감독원과 남부지검의 금융합수단 뿐만 아니라 시장 관계자 및 언론에서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

[이슈&인사이트]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〇〇은 누렇고, 끈적끈적한, 이제 막 발효되기 시작한 포도주처럼 담벼락을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감각적인 문장은 200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헝가리 작가 임레 케르테스의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에 나온다. (퀴즈. '〇〇'에 해당하는 단어는 무엇일까?) 20세기 소설의 이정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대낮의 반사광이 그 노란 날개를 스며들게 할 방법을 찾다가, 나비가 꽃 위에 앉듯 덧문 문살과 유리창 사이 구석진 곳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두 문장에는 직접은 아니지만 내용상 태양이 개입한다. 만일 태양이 문학에 미친 흔적만으로 글을 쓰면 아마 전집이 가능할 법하다. 21세기 들어 태양은 문학뿐 아니라 삶 전반을 장악하는 중이다.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전력 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32%였고, 그중 태양광발전이 6.9%포인트였다. 풍력 8.1%포인트, 수력은 14%포인트로 아직 태양광의 비중이 낮은 편이지만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르다. 태양광은 20년 연속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전력원이며, 최근 3년 사이 발전량이 두 배로 증가해 2024년에는 2,000TWh를 돌파했다. 기술발전과 비용하락으로 앞으로 태양광발전이 에너지 전환의 엔진 역할을 하리라는 데에 거의 이견이 없다. 이런 상황이 마뜩잖은 세력은 화석연료 진영으로, 대표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다. 그는 지난 1월 20일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발표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 행정명령에서 태양광과 풍력을 '에너지'에서 제외했다.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에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경제 안보의 기본 요건임을 강조했다. 그는 에너지가 원유, 천연가스, 석탄, 우라늄 등 11가지라고 분명하게 정의하며 태양광, 풍력 등은 여기에 포함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재생에너지가 미국 정부가 인정하는 에너지에서 제외된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8일 백악관에서 석탄 산업의 부활을 목표로 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는 정면으로 충돌하는 조치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에 따르면 석탄 발전이 현재 미국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미만으로, 2000년(50%)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석탄을 더 때서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게 트럼프 생각이다. 이런 어깃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석탄발전소가 화려하게 부활할 것 같지는 않다. 당장 미국 에너지 시장의 흐름을 보면 트럼프의 행정명령과 반대다.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가 2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4년 한 해 동안 추가된 미국 총 발전용량의 90% 이상이 태양광, 풍력, 지열, 수력,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에서 나왔다. 특히 태양광은 전체 신규 발전용량의 81% 이상을 차지하며, 2024년 12월까지 16개월 연속 가장 큰 신규 전력원의 위치를 지켰다. 2024년에 추가된 새로운 태양광 발전용량은 천연가스와 원자력을 합친 것의 거의 9배에 달한다.세계 흐름도 마찬가지다. 전기에너지 중 세계 재생에너지 비중은 2030년에 46%로 확대되고 태양광발전은 34.9%포인트를 차지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9% 미만으로 세계 평균의 3분의1에 못 미친다. 2030년 목표는 고작 20%다. 이제 곧 새 정부가 출범한다. 새 정부가 해야 할 많은 과제 중에 재생에너지 강화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이 꼭 민주주의에 국한한 게 아닐 터이니, 누가 되든 트럼프 같은 역행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한다. 퀴즈의 답은 '석양'이다. 안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