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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태양광 발전,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태양광 발전,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중동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요즘 에너지 안보와 자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때 우리 경제에 위기 경보를 울리며 배럴 당 150달러까지 올라갔던 두바이유가는 아직도 10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수입 유가가 연평균 86달러이던 2023년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액은 250조원을 넘었다. 다행히 지난해에는 유가가 60달러대에서 유지되어 연간 수입액은 170조원 수준이었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올해는 250조원을 넘어 300조원에 이를 수도 있다. 지난달 초 유럽의 태양광 단체인 '솔라 파워 유럽'은 중동전쟁으로 유럽의 가스..

[EE칼럼] 5월 이후 국제원유시장은 어디로?

5월 이후 국제원유시장은 어디로?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거의 모든 전문 기관과 전문가들의 예측과 다르게 중동사태가 두 달이 넘게 지속되고 있다. 국제적인 전문 기관도 예측하지 못한 수준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잘못된 예측을 하였다. 특히 사태 장기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는 에너지 무역 역사상 최초로 일어났기에 전쟁 발발 시점에서의 예측들이 큰 오차로 빗나갔다. 4월 말에 발간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단기에너지예측(Short-Term Energy 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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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그들이 전쟁광이 된 이유

그들이 전쟁광이 된 이유

그들은 왜 끊임없이 적을 만들고, 위기를 확대하며, 전쟁의 언어를 반복하는가. 정말로 세계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해서일까. 아니면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서일까. 오늘날의 국제정치는 점점 더 불길한 역설을 드러낸다. 전쟁이 국가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지도자 개인의 권력을 연장하는 장치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베냐민 네탄야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라는 세 인물을 보면, 전쟁은 더 이상 '예외적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정치적 존속 조건에 가까워 보인다. 트럼프에게 위기는 언제나 정치적 연료였다...

[이슈&인사이트] 중금리 대출 확대와 국민경제의 선순환

중금리 대출 확대와 국민경제의 선순환

최근 금융위원회는 중·저신용 계층을 위한 중금리 대출 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이번 대책은 정책금융기관과 민간 금융회사의 협력을 기반으로 중금리 대출의 공급 기반을 확충하고, 보증 연계 및 인센티브 구조를 통해 금융회사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신용평가체계의 고도화를 병행하여 기존의 정형화된 신용 평점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보다 정교한 위험 기반 접근을 도입하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는 단순한 대출 확대 정책이 아니라, 제도권 금융 내에서 '중간 신용계층'을 흡수하고 금융시장 구조를 정상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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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헌의 체인지] 거대해진 쿠팡, 작아진 정부… 플랫폼 권력의 역전

한때 미국의 혁신 아이콘으로 불렸던 엔론은 정계와 규제기관 주변에 막강한 인맥망을 구축했다. 전직 관료와 정치권 인사들이 기업 자문과 로비 창구로 줄줄이 이동했고, 엔론은 이를 기반으로 시장 규제를 피해가며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결과는 파국이었다. 회계조작과 권력 유착 의혹이 터지자 세계 최강 기업이라던 엔론은 순식간에 붕괴했고, 미국 사회는 “기업이 권력과 결합하면 결국 시장 전체가 무너진다"는 교훈을 얻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쿠팡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도 그 불안감이 스며들고 있다. 쿠팡은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글로벌 기업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현실은 명확하다. 쿠팡의 핵심 시장은 한국이다. 한국 소비자의 클릭이 매출이 되고, 한국 자영업자의 입점이 플랫폼을 키웠으며, 한국 물류노동자의 희생이 로켓배송 신화를 만들었다. 쿠팡은 한국 시장에서 성장한 기업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책임과 윤리 앞에서는 지나치게 미국식 기업 논리 뒤에 숨는다는 비판이 거세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관 중심의 대관·자문 구조다. 쿠팡은 그동안 검찰·경찰·공정거래 분야 출신의 전직 고위 인사들을 다수 영입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기업이 법률 전문가를 채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문제는 그 규모와 방식, 그리고 시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와 플랫폼 규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전직 고위 공직자 출신들이 대거 포진하는 모습은 국민에게도 강한 의구심을 남긴다. '기업 방어를 위한 전관 네트워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쿠팡은 자체브랜드(PB) 상품 우대 및 검색 알고리즘 운영 문제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아왔다. 소비자들은 플랫폼을 중립적인 시장으로 믿고 이용하지만, 특정 상품 노출 방식과 리뷰 운영 구조를 둘러싼 논란은 “플랫폼 권력이 공정한 경쟁 질서를 흔든다"는 우려를 키웠다. 여기에 입점업체 수수료 갈등, 물류센터 노동환경 문제, 배송기사 과로 논란까지 겹치며 쿠팡은 단순한 유통회사를 넘어 한국 사회의 공공성과 충돌하는 거대 플랫폼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쿠팡은 사회적 책임보다 방어 논리 구축에 더 능숙해 보인다. 미국 정치권에서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막대한 로비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현실이다. 미국의 정치자금, 로비 활동, 기업·단체의 정치권 지출 내역 등을 추적·공개하는 대표적인 비영리 감시기관인 OpenSecrets 에 따르면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로비 지출은 해마다 수천억 원대에 달한다. 쿠팡 역시 미국 기업이라는 지위를 활용해 글로벌 네트워크와 대외 대응력을 강화해왔다.지금도 진행중이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한국 사회에까지 그대로 투영된다는 점이다. 한국은 미국처럼 로비 활동이 제도적으로 투명하게 공개되는 구조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직 검찰·경찰·경제관료 출신 인사들의 기업행은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국민 입장에서는 “과거 공직에서 쌓은 영향력과 인맥이 지금은 거대 플랫폼의 이해를 위해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게 된다. 특히 쿠팡처럼 한국 시장 의존도가 절대적인 기업일수록 이런 의혹은 더욱 치명적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쿠팡이 보여주는 몰지각하고 뻔뻔한 태도다. 노동환경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혁신 과정의 불가피한 비용"처럼 접근했고, 플랫폼 공정성 문제에서는 “시장 경쟁의 결과"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시장이란 강한 기업이 약한 참여자를 배려할 때 지속가능해지는 것이다. 수많은 소상공인과 입점업체가 대기업 쿠팡의 플랫폼 의존 구조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데, 오직 성장과 속도만 강조한다면 결국 사회적 반발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세계는 이미 이런 사례를 여럿 경험했다. 세계적인 자동차사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세계적 신뢰를 잃었고, 한때 실리콘밸리의 혁신 신화로 불렸던 테라노스는 정관계 유명 인사들을 전면에 세워 혁신 이미지를 구축했지만 거대한 허상이 드러나며 붕괴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였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보다 권력과 이미지 관리에 집착하기 시작했다는 대목이다. 쿠팡도 예외일 수 없다. 한국 소비자 덕분에 성장한 기업이라면 당연히 한국 사회의 상식과 윤리를 먼저 존중해야 한다. 전관 인맥과 대관 조직으로 비판을 관리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소비자 신뢰는 빠르게 흔들린다. 기업의 힘이 커질수록 더 투명해야 하고, 더 낮은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지금 쿠팡은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비난이 만만찮다. 정치권과 정부도 자유로울수 없다. 플랫폼 기업의 전관 영입 현황 공개, 로비 활동 투명성 강화, 공정거래 감시 확대 같은 제도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국민의 감시다. 편리함에만 익숙해지는 순간 쿠팡처럼 거대 플랫폼은 공공질서 위에서 군림하기 시작한다. 쿠팡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한국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답게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것인가, 아니면 전관과 대관 네트워크에 기대어 비판을 관리하는 기업으로 남을 것인가. 선택은 쿠팡의 몫이지만 한국 국민은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기자의 눈] 코스피 8000, 한국 증시의 새 가격표

코스피 지수가 8000포인트를 눈앞에 두고 있다. 쉴 새 없이 오른 지수를 두고 과열이라는 우려와 버블 논쟁이 하루를 멀다 하고 제기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한국 증시는 왜 그동안 이렇게 싸게 거래됐는가. 코스피 7000은 단순한 주가 상승이 아니라, 오랫동안 한국 증시에 붙어 있던 할인율을 다시 계산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역사적으로 증시는 가격보다 인식이 바뀔 때 대전환이 일어났다. 1980년대 일본 증시는 제조업 경쟁력과 금융 완화가 결합하면서 세계 자본의 상상력을 빨아들였다. 문제는 그 상상력이 기업의 실제 이익보다 부동산과 금융자산 가격을 더 빨리 밀어 올렸다는 데 있었다. 반대로 2010년대 미국 증시는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혜택만 받은 것이 아니었다.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현금 흐름과 시장 지배력을 증명하면서 미국 주식에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했다. 두 사례의 차이는 분명하다. 일본은 자산 가격이 먼저 달렸고, 미국은 기업의 수익성이 가격을 따라잡았다. 지금 고공행진하는 코스피의 의미도 여기서 갈린다. 한국 증시는 오랫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에 갇혀 있었다. 낮은 배당, 취약한 주주환원, 지배주주 중심의 의사결정, 경기민감 업종의 높은 비중, 지정학적 리스크가 한국 기업의 이익에 낮은 가격표를 붙였다. 같은 돈을 벌어도 한국 기업은 미국 기업보다 싸게 거래됐다. 투자자는 한국 기업의 능력을 의심했다기보다, 그 이익이 주주에게 얼마나 돌아올지를 의심했다. 최근의 상승장은 이 의심이 일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인공지능 반도체 사이클은 한국 기업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으로 다시 끌어올렸다. 동시에 주주환원 확대, 자사주 소각, 배당정책 개선, 자본시장 제도 개편 논의가 맞물리며 한국 증시를 바라보는 할인율 자체가 낮아지고 있다. 코스피 7800은 그래서 경기 회복의 결과만이 아니다. 한국 기업 이익에 적용되던 '불신의 비용'이 줄어드는 과정이다. 하지만 재평가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시장이 붙인 새 가격표가 유지되려면 기업도 그에 맞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반도체 대형주 몇 종목의 이익만으로는 부족하다. 주주환원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규칙이 돼야 하고, 자본 배분은 지배주주가 아니라 전체 주주의 이익을 기준으로 설명돼야 한다. AI 반도체의 온기가 소재·부품·장비, 전력기기, 금융, 소비, 서비스업으로 번져야 한다. 투자자가 경계할 것도 이 지점이다. 코스피 8000 이후의 위험은 단순히 조정이 오는 데 있지 않다. 더 큰 위험은 시장이 한국 증시에 새 가격표를 붙였는데, 기업과 제도가 그 가격을 정당화하지 못하는 경우다. 그때 실망은 빠르게 할인으로 돌아간다. 한국 증시는 지금 비싸졌느냐 싸냐의 논쟁을 넘어섰다. 이제 시장은 묻고 있다. 한국 기업은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자격을 지속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최태현 기자 cth@ekn.kr

[이슈&인사이트] 그들이 전쟁광이 된 이유

그들은 왜 끊임없이 적을 만들고, 위기를 확대하며, 전쟁의 언어를 반복하는가. 정말로 세계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해서일까. 아니면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서일까. 오늘날의 국제정치는 점점 더 불길한 역설을 드러낸다. 전쟁이 국가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지도자 개인의 권력을 연장하는 장치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베냐민 네탄야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라는 세 인물을 보면, 전쟁은 더 이상 '예외적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정치적 존속 조건에 가까워 보인다. 트럼프에게 위기는 언제나 정치적 연료였다. 그는 미국 사회 내부의 분열을 치유하기보다 끊임없이 증폭시켰다. 이민자, 중국, 이란, 팔레스타인 시위대, 언론, 대학, 국제기구. 언제나 새로운 적이 필요했다. 평화로운 사회는 트럼프식 정치에 불리하다. 사회가 안정될수록 그의 과장된 위기 담론은 힘을 잃는다. 트럼프가 지배하는 오늘의 미국은 더 이상 규범을 제공하는 나라가 아니다. 미국은 규칙을 설계하는 척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그 규칙을 파괴하는 국가가 되었다. 자유를 말하면서 감시를 확대하고,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경제적·군사적 위계를 강요한다. 트럼프의 정치적 생존은 법적·도덕적 위기와 깊이 얽혀 있다. 성추문, 기업 회계 문제, 선거 개입 의혹, 의회 폭동 책임 논란, 그리고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앱스타인과의 관계 의혹까지, 이 모든 것은 트럼프에게 “정치적 패배 = 법적 책임"이라는 등식을 만든다. 권력을 잃는 순간, 그는 단지 전직 대통령이 아니라 수많은 조사와 재판 앞에 놓인다. 그래서 트럼프의 정치에는 늘 비상상태가 필요하다. 전쟁은 그 비상상태를 가장 강력하게 유지하는 수단이다. 그 과정에서 미국은 점점 더 쇠락의 징후를 드러낸다. 한때 미국은 세계 질서를 조직하는 국가였지만, 이제는 자신이 만든 질서를 스스로 불신한다. 국제법은 선택적으로 적용되고, 제재는 보편 원칙이 아니라 지정학적 무기로 사용된다. 동맹은 협력 관계가 아니라 공급망과 군사체계 안의 종속적 위치로 재배치된다. 네타냐후의 경우는 더욱 노골적이다. 그는 이미 오랫동안 부패 혐의와 사법 리스크에 시달려 왔다. 뇌물 수수, 언론 거래, 권력 남용 의혹은 단순한 정치 공세 수준을 넘어 이스라엘 사회 내부에서도 심각한 균열을 만들었다. 실제로 전쟁 이전 이스라엘에서는 네타냐후의 사법 개혁 강행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고, 군 내부와 정보기관 출신 인사들까지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전쟁은 모든 것을 바꾸었다. 가자지구 전쟁 이후 네타냐후는 다시 '국가 안보의 지도자'로 자신을 재포장할 수 있었다. 내부 비판은 “전시 상황에서의 분열 조장"으로 취급되기 시작했고, 사법 위기는 국가 생존 담론 뒤로 밀려났다. 그는 끊임없이 “이스라엘은 포위되어 있다"는 공포를 강조하며 장기 전쟁 상태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위험한 점은, 전쟁이 더 이상 군사적 목적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 지도자의 생존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젤렌스키 역시 완전히 예외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우크라이나는 실제 침략을 당한 피해 국가이며, 러시아의 군사행동은 국제법적으로 중대한 문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젤렌스키 체제 역시 전쟁을 통해 정치적 정당성을 유지하는 구조 속으로 들어갔다. 전시 체제는 비판 세력을 약화시키고, 선거를 연기하며, 국가 권력을 대통령 중심으로 집중시킨다. 야당 활동 제한, 언론 통제 강화, 강한 국가주의 동원은 “국가 생존"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된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평화는 오히려 권력에 위험한 요소가 된다. 왜냐하면 전쟁이 끝나는 순간, 경제 붕괴와 부패 문제, 징집 피로감, 서방 의존 구조, 재건 과정의 이해관계 충돌 같은 현실이 한꺼번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결국 세 사람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딜레마에 갇혀 있다. 트럼프는 권력을 잃으면 법적·정치적 붕괴 위험에 직면한다. 네타냐후는 전쟁이 멈추면 사법 위기와 책임 추궁이 다시 시작된다. 젤렌스키는 평화 이후의 정치적 현실을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전쟁은 단순한 외교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시간을 연장하는 장치가 된다. 과거의 전쟁은 국가 간 충돌이었다면, 지금의 전쟁은 점점 지도자 개인의 생존과 결합되고 있다. 권력은 위기를 먹고 자라며, 위기가 사라지는 순간 권력도 흔들린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미국이라는 근원적 모순덩어리가 놓여있다. 민주주의를 말하면서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자유를 외치면서 감시를 확대하며,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군사주의를 세계 경제의 핵심 엔진으로 삼아온 체제가 미국인 것이다. 선거철이다. 아직도 미국과 이스라엘을 짝사랑하며, 특히 '미국적인 것'에 환장하는 정치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바보야, 이제 정신차려!" ekn@ekn.kr

[EE칼럼] 태양광 발전,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중동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요즘 에너지 안보와 자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때 우리 경제에 위기 경보를 울리며 배럴 당 150달러까지 올라갔던 두바이유가는 아직도 10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수입 유가가 연평균 86달러이던 2023년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액은 250조원을 넘었다. 다행히 지난해에는 유가가 60달러대에서 유지되어 연간 수입액은 170조원 수준이었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올해는 250조원을 넘어 300조원에 이를 수도 있다. 지난달 초 유럽의 태양광 단체인 '솔라 파워 유럽'은 중동전쟁으로 유럽의 가스 수입가격이 올라가면서 3월 한달간 유럽연합이 태양광 발전으로 얻은 효과가 37억7천만유로(6조5천억원)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립 에너지에 대한 요구는 유럽에서 태양광 발전의 붐을 다시 일으켰고 그 결과 이번 중동전쟁의 영향을 완화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자립에너지인 재생에너지 보급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까지 100GW의 재생에너지 발전을 설치하겠다는 목표를 선언하였다. 이 중 90GW를 태양광 발전이 담당해주어야 한다. 2025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태양광 발전 설치 용량은 약 30GW이다. 지난해 새로 설치된 태양광 발전은 약 3.9GW.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 4GW를 갓 넘어섰던 신규 설치용량은 윤석열 정부에서 2.7GW까지 하락한 뒤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중이다. 2030년의 90GW 목표를 달성하려면 연 평균 10GW가 새로 설치되어야 한다. 그래서 정부도 올해 목표를 7.5GW로 잡고 있다. 그런데 올해 4월까지 설치된 용량은 1.3GW에 불과하다. 이 추세로 하면 연간 4GW 설치 수준을 회복할 수는 있겠지만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햇빛소득마을은 태양광 발전 보급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한 축이 되고 있다. 마을의 공유시설이나 공공 부지에 마을 발전소를 설치하고 그 수익을 주민 복지를 위해 사용함으로써 주민들의 태양광 발전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그 성과에는 한계가 있다. 한 마을에서 1MW를 설치한다 해도 2,500개 마을이 참여해야 2.5GW에 불과하다. 태양광 발전의 설치에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와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정책이 따라주어야 한다. 현 RPS 제도에 참여한 태양광 발전 설비의 규모를 살펴보면 2025년 현재 100kW미만이 45.2%, 100~1MW가 35.4%, 1MW 이상이 19.4%를 차지하고 있다. 즉, 1MW 이상의 대규모 설치는 20%에 불과하고 80%는 소규모 태양광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이 태양광 발전 산업의 특성이다. 벼농사와 같이 다수의 소생산자가 참여하는 산업인 것이다. 해안을 간척한 현대의 서산농장과 같은 대농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전국에 산재한 소농이 있어 쌀의 자급이 가능한 것이다. 태양광 발전에서도 새만금에 투자하기로 한 현대는 상당한 규모의 설치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그 만한 입지를 구하기는 쉽지가 않다. 곳곳에서 소생자가 참여하여야 태양광 발전의 설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며 우리는 에너지 자립에 한걸음 다가가게 될 것이다. 어떤 산업에 민간의 참여와 투자를 유인하려면 그럴 만한 산업의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핵심적인 것은 안정적인 수익과 사업 참여의 용이함이다. 수익이 불안하다면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또한 기업조직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소생산자 개인이 전업 혹은 부업으로 참여하는 것이라면 사업 추진과 발전소 운영이 그리 어렵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올해 안에 현 RPS제도를 폐지하고 입찰시장으로 개편한다면서 소규모 태양광 발전에 대해서는 별도의 입찰 시장을 설치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올 뿐 공식적으로 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즉 태양광 발전 사업이 수익이 날지 어떨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입찰이란 구매와 판매 양측에게 모두 비용을 발생시키는 방법이다. 부업으로 참여하는 개인이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번거로운 절차를 익히고 매일 시간을 낸다는 것이 그 수익에 비해 치러야만 할 비용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농협에서 벼를 수매하듯이 한전에서 기준가격으로 구매할 수는 없는 것일까?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하면 기준가격을 따로 정할 필요도 없고 그냥 시장가격으로 구매하면 될 일이다. 게다가 전력망 운영의 안정성을 내세워 발전사업자에게 출력조정기를 설치하게 하고 보상 없이 한전에서 전기를 받아주지 않을 수도 있다. 망 운영자 입장에서 출력조정을 할 수는 있다. 그렇다면 화력발전이나 원전처럼 보상이 이루어지는 것이 합리적이다. 시동을 걸고 있는 햇빛소득마을이 성공적으로 확대되어 가기를 기원하며, 2030년 90GW 태양광 발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근본적인 산업활성화 대책이 세워지기를 바란다. bienns@ekn.kr

[기자의 눈] 금융상품 설계, ‘관치 금리’ 대신 시장에 맡겨야

금융권을 가리키는 정부의 표현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대통령은 '이자장사'에 이어 '잔인한 금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정책실장은 사자성어를 동원해 금융사들이 고신용자와 취약차주를 가르는 성벽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포용금융을 확대하라는 메세지를 던지는 셈이다. 고신용자에게 가산금리를 붙이고, 중신용자 대상 사잇돌대출을 늘리는 등 실제적인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저하되고, 청년 세대가 집을 구하는 난이도가 극악으로 치달은 상황을 해소하려는 취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자영업으로 뛰어드는 시기가 다가온 것도 금융권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로서는 수백만명에 달하는 금융소비자들이 금리 장벽에 막혀 창업의 기회를 놓치는 것을 지나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의 질서를 교란하는 정책은 결국 부작용을 낳는다. 이미 신용점수를 낮추는 방안이 온·오프라인에서 공유되는 촌극이 빚어졌다. 신용점수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가 이후 금융정책이 정상화되면 피해를 입을 수 있음에도 대출 거절 등 자신 보다 신용점수가 낮은 차주 보다 손해를 보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고신용자에게 가장 낮은 이자율이 적용되는 것은 인류의 역사를 거쳐 형성된 '집단지성'이다. 모든 금융소비자는 금융사에 지불하는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것을 선호한다. 차주들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사가 이자율을 높이면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는 뜻이다. 저신용자 대상 금리가 높은 이유는 건전성 관리다. 다른 고객에게 상환 리스크가 전이되는 것을 최소화하려면 누군가 돈을 갚지 못해도 다른 차주들에게 받은 이자로 상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억지로 뜯어고치려고 하면 금융기관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취약차주들은 '부메랑'을 맞는다. 금융기관은 고객의 돈을 기반으로 영업을 하고, 시장에서 평가 받는 기업이다. 위험이 여전한데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품이라면 판매를 줄인다. 이것마저 개입하려고 하면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된다. 2금융은 고사하고 대부업도 이용하지 못하게 된 차주들이 불법사금융으로 쫓겨난 이유다. 신용평가에 '감성'을 녹이라는 주문은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공산이 크다. 상환 능력에 대한 담보가 아니라 '스토리텔링'이 대출 여부·규모를 좌우하면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업의 뿌리가 흔들릴 위험성이 있다. 동산과 부동산을 막론하고 치솟은 가격, 전기요금·인건비 부담 등으로 무거워진 구민의 어깨를 가볍게 할 책임을 금융사에게 돌리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데스크칼럼]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환상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한 마리도 못 잡는다"는 속담이 있다. 욕심을 부려 동시에 두 가지 일을 처리하려다가 결국 둘 다 이루지 못하고 실패하는 상황을 뜻한다. 이재명 정부의 산업과 기후와 에너지 정책을 보고 있노라면 이 속담이 절로 떠오른다. 이재명 정부는 핵심 국정과제로 AI 3대 강국과 탄소중립을 정했다. 그러나 두 과제는 서로 상반되는 특징을 갖고 있어 절대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 AI는 엄청난 전력을 필요로 한다. 대표적으로 미국 수도 워싱턴DC와 인접한 버지니아주는 최근 6년간(2019~2025) 신규 전력수요가 3000만MWh 증가했다. 1.4GW급 원전 3기 분량이다. 대부분의 신규 수요는 데이터센터 증설 때문이다. 이 많은 양의 전력을 24시간 끊김없이 공급할 수 있는 발전원은 원전, 석탄, 가스밖에 없으며, 이를 짧은 기간 안에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가스밖에 없다. 미국은 가스발전 건설에 주저함이 없다. 미국은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있지만, 이것도 모자라다며 더 많은 시추와 생산을 장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 “드릴, 베이비, 드릴"을 외친 것도 이 때문이다. 드릴은 시추를 뜻한다. 미국은 이 덕분에 현재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AI 강대국이 되고 있다. 세계 AI 서비스 가운데 이용률이 가장 높은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퍼플렉시티 등은 모두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다. 막대한 AI용 전력을 공급하려면 탄소 배출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AI를 얻기 위해 탄소중립을 포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파리기후협약부터 재탈퇴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도 AI 3대 강국을 위해 중요한 입법이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특별법안이 지난 7일 국회를 통과했다. 당초 법안에는 AIDC 사업자가 직접 전력을 사용할 수 있는 대상에 재생에너지와 LNG가 포함됐다. 하지만 결국 LNG는 빠졌다. 전력산업을 총괄하는 기후에너지부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후부는 LNG를 허용할 경우 탄소중립이 저해될 수 있다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서 AIDC 사업자들은 전력을 한전으로부터 공급받거나, 재생에너지로만 공급해야 한다. 한전이 공급한다면 새 발전소를 짓고 전력망도 구축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추세를 봤을 때 과연 어느 세월에 이걸 다 할 수 있을까. 사업자가 직접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면 수백MW 규모의 태양광, 풍력을 구축해야 하는데, 과연 어느 지역에서 이게 가능할까. AI 사업자 입장에서 봤을 때 미국은 AI 천국, 한국은 AI 지옥이나 다름없다. 어느 사업자가 AI 지옥에 오려 하겠는가. 이래놓고 AI 3대 강국을 꿈꾸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재명 정부는 AI 3대 강국을 잡던지, 아니면 AI를 포기하고 탄소중립을 잡던지 선택을 해야 한다. 이제 정부는 솔직해져야 한다. AI 3대 강국이라는 비전이 진심이라면, 탄소 배출 증가를 감수하더라도 LNG나 원전 같은 현실적인 에너지 믹스를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 반대로 탄소중립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면, AI 강국 목표는 불가능함을 자인해야 한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실익 없는 명분 싸움을 멈추고, 대한민국 경제의 백년대계를 위한 '고통스러운 선택'을 내릴 시점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E칼럼] 5월 이후 국제원유시장은 어디로?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거의 모든 전문 기관과 전문가들의 예측과 다르게 중동사태가 두 달이 넘게 지속되고 있다. 국제적인 전문 기관도 예측하지 못한 수준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잘못된 예측을 하였다. 특히 사태 장기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는 에너지 무역 역사상 최초로 일어났기에 전쟁 발발 시점에서의 예측들이 큰 오차로 빗나갔다. 4월 말에 발간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단기에너지예측(Short-Term Energy Outlook) 보고서의 국제시장가격 전망치 역시 이란 사태가 시작된 직후인 3월 초의 보고서 내용과 사뭇 달라져 있다. EIA는 Brent시장 원유가격을 기준으로 하여 올해 2분기까지 배럴당 100달러보다 높은 가격이 유지될 것으로, 그리고 3분기 이후에 가서야 90달러 이하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였다. 3월 초 예측에서는 Brent시장 원유가격이 2026년 평균으로 하여 79달러일 것으로 예측하였으나 이번 보고서에서는 96달러로 보고 있다. 22%나 올린 것이다. 또한 OPEC+의 원유생산량의 예측치가 3월 보고서에 비하여 5% 줄어들었으며, 세계 원유비축량의 예측치는 기존에는 2%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였다가 오히려 0.3%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변경하였다. 이번 이란 사태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바로 원유 비축 부문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2025년도에 전 세계 원유비축량이 많이 증가하였기에 이란 사태 이전에는 2026년에 대하여 낮은 원유 가격과 높은 원유 비축 물량을 예상하였었다. 그러나 사태의 장기화로 수요국의 원유 비축 물량은 줄어들고 있지만 생산국, 특히 걸프만 주변 중동 산유국의 원유 비축 물량은 사상 최대로 치솟았다. 이는 원유가 지질구조의 문제로 일단 생산을 시작하면 생산량의 조절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생산량을 잘못 조절하면 매장된 유전의 지질구조에 영향을 주게 되어 생산량을 원래대로 늘릴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 수송도 어렵고 생산량 조절도 어렵게 되자 중동 산유국들이 생산한 원유를 모두 자국의 비축시설 안에 비축하고 있으며 이미 거의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UAE 등이 우리나라의 원유 비축기지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마도 이번 사태가 종료되고 나면 수요국 모구 원유 비축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동시에 산유국들도 수요국 주변에 일종의 중간 비축기지를 운영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한편 국제원유시장의 선물가격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시장 참가자들은 아직도 이란 사태가 조만간 끝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란을 제외하면 중동 산유국 원유 생산시설의 대규모 파괴가 없어 실질적인 수급에는 크게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천연가스는 카타르 일부 액화시설의 파괴로 상당 기간 차질이 예상된다. 전문가들도 시장가격이 본질적인 수급 상황보다 지엽적인 보도로 인한 심리적인 요인, 그리고 재무적인 이익을 노리는 투기로 인하여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멀게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던 4년 전부터, 가깝게는 2월 말에 시작된 이번 이란 사태로 인하여 전쟁의 참상이 매우 심각함을 다시 한번 깊이 깨닫게 되었고,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 안보는 물론 에너지 사용 구조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함을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천연가스 수급에 문제를 야기하며 주로 난방용 연료에 그 피해가 집중되었다면 이번 이란 사태는 원유의 수급에 문제가 나타났는데 이는 다시 다양한 석유제품의 수급 문제로도 이어졌으며 피해도 주로 제품 수급 부분에 집중되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석유제품 가격의 상승은 앞으로 소비자물가를 상당 기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여 년간 시행된 에너지정책이 주로 연료 부분에 맞추어져 있었기에 원료 부문에 대한 정책이 매우 적었고, COVID-19 사태 이후 일회용품이 크게 늘어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일회용품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와 원료 부분에의 효과적인 대체제를 마련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요구된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 규모의 정유산업 및 석유화학산업을 가지고 있어 정말로 다양한 석유제품을 그동안 편하고 손쉽게 사용하고 있었음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관련 산업계의 구조조정 과정에도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겠다. 한편 EIA는 2027년 중반에 가서야 국제원유가격이 70달러 선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하여 2027년에는 미국 원유생산량이 일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였으나 OPEC의 원유생산량은 그러나 사태 이전에 예측한 수치와 큰 변화 없이 유지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휴전 협정이 진행됨에 따라 국제원유시장이 안정되어 가고 있어 응급처방으로 시행하고 있는 시책들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을 시기가 빨리 도래하기를 희망하여 본다. bienns@ekn.kr

[김병헌의 체인지] 장동혁, 선거 2주 전 사퇴가 해법

권력은 버티는 자의 것이 아니라, 물러날 줄 아는 자의 것이다. 고대 로마의 독재관 루키우스 퀸크티우스 킨키나투스는 전쟁이 끝나자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고 밭으로 돌아갔다. 중국 고사성어 '공성신퇴(功成身退)' 역시 같은 맥락이다. 공을 이루었으면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는 뜻이다. 권력의 미학은 집착이 아니라 절제에서 완성된다. 지금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현재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은 단순한 지지율 하락이 아니다.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 지형은 이미 고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이재명 정부와 여당은 안정적 1지대를 형성하고 있고, 무당층은 여전히 유동적이지만 결정적 순간에는 정권 견제보다는 안정 선택으로 기우는 경향을 보인다. 문제는 국민의힘이다. 반사이익을 흡수해야 할 제1야당이 오히려 '제3지대'로 밀려났다는 점에서 구조적 위기가 아니라 리더십 위기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특히 최근의 일련의 행보들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신뢰 훼손의 축적이었다. 외교 일정 논란, 메시지 혼선, 공천 갈등은 각각 따로 보면 봉합 가능한 사안이지만, 유권자의 시선에서는 하나의 흐름으로 읽힌다. 정치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은 실수가 아니라 반복되는 불신이다. 이 지점에서 지도자의 존재는 '리스크 관리'가 아니라 '리스크 자체'로 전환된다. 특히 '불신'의 결은 단순한 호감도 하락과 다르다. 유권자들이 체감하는 것은 말과 행동의 불일치, 해명의 지연, 그리고 상황이 바뀔 때마다 설명이 달라지는 '일관성의 붕괴'다. 외교 일정과 관련한 사실관계 혼선은 단발성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후 이어진 메시지 관리 실패와 인사·공천 과정에서의 불투명성은 '혹시 또?'라는 의심을 누적시켰다. 정치에서 신뢰는 한 번 무너지면 사건 하나가 아니라 모든 사안을 의심하게 만드는 렌즈가 된다. 지금 당내외에서 제기되는 문제 제기는 개별 사안의 옳고 그름을 넘어, 지도부의 판단을 더 이상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정서로 확장되고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후보 개인의 경쟁력과 지역 이슈는 가려지고, 선거는 결국 '대표 리스크에 대한 찬반투표'로 단순화된다. 이 지점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국면이다. 선거를 앞두고 대표가 물러나는 것은 분명 쉬운 선택이 아니다. 조직 결속, 선거 지휘 체계, 책임 공백 등 현실적 부담이 크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버티면 회복된다'는 일반적인 정치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여론조사 격차는 고착화되고, 후보 개인 경쟁력마저 대표 리스크에 잠식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이는 이미 일부 지역에서 감지되는 흐름이다. 따라서 사퇴 시점은 늦었지만 여전히 유효한 '전략적 카드'로 남아 있다. 가장 적절한 시점은 투표일 약 2주 전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유권자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다. 둘째, 사퇴 효과가 선거일까지 유지될 수 있는 마지막 타이밍이다. 셋째, 후보 교체가 아닌 '프레임 전환'에 집중할 수 있는 현실적 마지노선이다. 이 시점의 사퇴는 패배를 인정하는 행위가 아니라, 선거 구도를 재편하려는 마지막 승부수다. 사퇴 이후의 행보는 더욱 중요하다. 단순한 퇴장이 아니라 '정치적 재설정'이어야 한다. 첫째, 공개적인 책임 선언이 필요하다. 변명 없는 사과와 함께 선거 패배 가능성까지도 자신이 감당하겠다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 둘째, 현장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뒤에서 조율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험지에서 후보들과 함께 뛰며 책임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셋째, 당 혁신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인적 쇄신, 공천 시스템 개선, 노선 재정립 등 구체적 방향 없이 복귀를 모색하는 것은 정치적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다. 너무 이른 결단은 오해를 낳고, 너무 늦은 결단은 무의미해진다. 지금은 이미 늦은 감이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패배는 구조가 아니라 선택이 된다. 보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고, 그 책임은 가장 위에 있는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자리를 지킬 것인가, 아니면 판을 살릴 것인가. 역사에 남는 정치인은 대개 후자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이야말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기자의 눈] ‘고육지책’ 냈건만…5부제 할인, 소비자도 업계도 계륵 취급

이달 중 '차량 5부제' 참여 차량에 대한 자동차보험료 할인 특약이 시행된다. 정부가 차량 운행 축소와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기 위해 보험업계와 논의 끝에 내놓은 방책이다. 보험사들은 본격적인 특약 상품 출시 이전인 다음 주(11일부터) 특약 가입 신청을 우선 접수한다. 현재 업계는 정식 출시와 가입 절차에 대비하며 상품 개발과 전산 구축 등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시행을 준비 중인 업계도, 특약 출시를 기다리는 소비자도 이를 크게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낮은 할인율과 실효성 문제 등에 가로막혀서다. 특약에 따른 자동차보험료 할인 폭은 연간 2% 수준이 유력한 가운데 평균 자동차 보험료(70만원)에 따른 예상 환급금은 연 1만원대에 그친다. 가입자들은 매주 차량 운행 제한이라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데 반해, 1년 동안 이를 지켜내도 약 1만4000원 내외의 낮은 환급금이 주어진다. 이마저도 중동사태가 빠르게 종식될 경우 할인기간 1년을 채우지 못해 환급금이 커피 한 잔 가격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차량 5부제에 참여할 실질적인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는 시각이 대다수다. 업계는 업계대로 수익성과 손해율 악화에 한숨을 쉬고 있다. 매년 수천억씩 자동차보험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2300억원 가량의 추가 환급금 지출에 운영 비용까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할인 금액은 5부제 참여 기간에 따라 계산될 전망이다. 기존 자동차보험 계약 만기 시점에 특약에 따른 할인 금액이 환급되는 방식이다. 업계에선 1700만대의 차주가 특약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운영 부담과 확인 과정상 형평성도 지적하고 있다. 운행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인력 투입과 시스템 운영에 지속적인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운행기록 검증 절차가 보조적으로 도입되지만 개별 보험사가 운행기록 앱과 주행거리 특약 정보 등을 활용하더라도 5부제 준수 여부를 정확히 가려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한다. 일각에선 정부의 '에너지 절약' 지령 아래 속전속결로 진행하다보니 체계와 실효성이 부족한 정책이 추진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의도가 좋은 정책이 수없이 쏟아지더라도 준비가 미비한 정책은 비용과 피로감만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하는 시점이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이슈&인사이트] 중금리 대출 확대와 국민경제의 선순환

최근 금융위원회는 중·저신용 계층을 위한 중금리 대출 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이번 대책은 정책금융기관과 민간 금융회사의 협력을 기반으로 중금리 대출의 공급 기반을 확충하고, 보증 연계 및 인센티브 구조를 통해 금융회사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신용평가체계의 고도화를 병행하여 기존의 정형화된 신용 평점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보다 정교한 위험 기반 접근을 도입하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는 단순한 대출 확대 정책이 아니라, 제도권 금융 내에서 '중간 신용계층'을 흡수하고 금융시장 구조를 정상화하려는 전략적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중금리 대출 확대는 여러 긍정적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가계의 이자 부담 완화를 통해 소비 여력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 고금리 대출에 의존하던 차주들이 중금리 대출로 전환할 경우 평균 차입 비용이 하락하게 되고, 이는 고신용자 대비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중·저 신용 계층의 소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거시경제적으로 이는 내수 진작 및 경기 안정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경로로 작용한다. 둘째, 금융 포용(financial inclusion)의 실질적 진전이다. 기존에는 신용도가 낮다는 이유로 제도권 금융 접근이 제한되었던 계층이 합리적인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면서, 금융의 분배적 기능과 사회적 안전망이 강화된다. 이는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경제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구조적 효과를 지닌다. 셋째, 비제도권 금융 및 불법 사금융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점도 중요한 성과로 평가된다. 중금리 대출 시장이 충분히 형성될 경우, 이는 고금리 대출과 저금리 대출 사이의 '완충지대(buffer zone)'로 기능하며, 금융 취약계층이 비제도적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것을 방지한다. 넷째, 금융산업의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금융회사는 보다 정교한 리스크 기반 가격결정(risk-based pricing)을 구현해야 하며, 이는 자연스럽게 신용평가모형, 데이터 활용, 핀테크 기술의 발전을 촉진한다. 미국 사례는 상기 중금리 대출 정책 방향의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대표적 참고 사례이다. 미국에서는 커뮤니티 은행과 핀테크 기업이 협력하여 중금리 대출 시장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왔다. 특히, 렌딩과 같은 플랫폼 기반 금융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대안 데이터(예: 소득 흐름, 소비 패턴, 비금융 정보)를 활용한 신용평가가 활성화되었다. 이는 전통적 신용평가로 포착되지 않던 차주들의 상환 능력을 보다 정밀하게 반영하는 데 기여했다. 또한, 규제 측면에서도 과도한 금리 통제보다는 투명성 제고와 경쟁 촉진에 방점을 두었으며, 결국, 중금리 대출은 금융 포용을 확대하는 동시에 시장 기반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는 국내의 금융 정책 설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물론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보완 과제가 병행되어야 한다. 우선, 중금리 대출의 금리 범위와 정책 기준을 시장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기준금리 및 조달 비용이 변동하는 환경에서 경직된 금리 기준은 금융회사의 참여를 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중금리 대출의 금리 구간을 일정한 고정값이 아니라, 기준금리, 신용스프레드, 기대손실률 등을 반영한 '연동형 밴드'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기준금리 + 일정 스프레드 범위'와 같은 방식으로 상·하한을 조정하면 시장금리 변화에 자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리스크 기반 가격결정이 가능해져 공급 유인이 유지된다. 둘째, 신용평가 인프라의 획기적 개선이 요구된다. 비금융 데이터 및 대안 정보의 활용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데이터 결합 및 활용에 대한 규제 합리화를 통해 평가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통신 요금 납부, 공과금, 플랫폼 거래내역, 소득 흐름, 고용 형태, 심지어는 사업자 매출 데이터와 같은 비금융·대안정보를 체계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데이터가 단편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표준화된 형태로 결합·분석되어 예측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데이터 결합을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정비하고, 안전한 데이터 결합을 지원하는 인프라(예: 데이터 전문기관, 가명정보 활용 체계)를 더욱 활성화시켜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금융당국의 중금리 대출 확대 정책은 단순한 서민금융 지원을 넘어 국민경제의 질적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 결정이다. 금융 접근성 개선은 소비 확대, 창업 및 경제활동 참여 증가로 이어지며, 이는 다시 경제 전반의 활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것이다. 향후 금융당국은 중금리 대출의 공급 확대 뿐 아니라,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혁신, 규제 체계의 정교화, 시장 참여 유인 설계 등을 통해 중금리 대출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bienns@ek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