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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화석연료 공급망의 취약성과 에너지 전환

화석연료 공급망의 취약성과 에너지 전환

최근 중동 분쟁이 재차 격화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와 LNG 대부분을 의존하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직접적이고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전환을 적극 추진한 유럽 국가들과 달리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국가일수록 4년 만에 다시 찾아온 타국 주도의 전쟁, 특히 석유와 가스를 둘러싼 에너지 전쟁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약 4분의 3이 순 화석연료 수입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지역 분쟁을...

[EE칼럼] 비축유 208일의 의미와 나프타 비축 과제

비축유 208일의 의미와 나프타 비축 과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 세계 에너지 안보의 급소가 됐다. 일부 선박 통항이 재개됐지만 전체 물동량은 전쟁 전보다 크게 줄어든 상태이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회원국들과 함께 사상 최대 규모인 4억 배럴 비축유 반출을 결정했다. 한국도 2,246만 배럴 방출에 참여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 가장 자주 호출되는 숫자가 “208일"이다. 그러나 이 숫자를 곧바로 “한국 경제가 208일 버틴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비축유 규모는 얼마나 쌓아두었느냐의 문제이고, 비축일수는 그 물량이 며칠 분이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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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범의 세무칼럼] 제과점인가 카페인가… 가업상속공제 둘러싼 업종 판정 전쟁

[박영범의 세무칼럼] 제과점인가 카페인가… 가업상속공제 둘러싼 업종 판정 전쟁

우리 경제의 눈부신 성장을 이끌어온 창업 세대의 고령화로, 안정적인 가업승계는 중소·중견 기업 창업주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가업승계'란 기업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상속이나 증여를 통하여 그 기업의 소유권 또는 경영권을 승계자에게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업승계 지원제도에는 가업상속공제가 대표적이다. 이는 창업주의 사망 시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가업 영위 기간에 따라 10년 이상은 300억 원, 20년 이상은 400억 원, 30년 이상은 600억 원 한도로 공제해 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3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으로 가업상속...

[이슈&인사이트] 중동 사태와 우리나라의 대응방안

중동 사태와 우리나라의 대응방안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화력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반격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란은 다양한 유형의 미사일과 드론 등을 동원하여 중동 지역 내 미군기지와 이스라엘을 타격할 뿐만 아니라 걸프 국가의 석유 및 가스 시설, 심지어 식수원인 담수화 시설까지 타격하였다. 중동 사태가 악화하면서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게 되었다. 우선 안정적인 원유 수급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의 전체 원유 수입 중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70%를 상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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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범의 세무칼럼] 제과점인가 카페인가… 가업상속공제 둘러싼 업종 판정 전쟁

우리 경제의 눈부신 성장을 이끌어온 창업 세대의 고령화로, 안정적인 가업승계는 중소·중견 기업 창업주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가업승계'란 기업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상속이나 증여를 통하여 그 기업의 소유권 또는 경영권을 승계자에게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업승계 지원제도에는 가업상속공제가 대표적이다. 이는 창업주의 사망 시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가업 영위 기간에 따라 10년 이상은 300억 원, 20년 이상은 400억 원, 30년 이상은 600억 원 한도로 공제해 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3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으로 가업상속 재산만 700억 원이며, 상속인은 자녀 1명이고 가업상속공제와 일괄공제만 있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아니면 납부할 상속세는 332억 원으로 상속재산의 절반에 달하지만, 가업상속공제 600억 원을 모두 공제받는다면 상속세는 41억 원으로 상속재산의 5%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생전에는 가업승계 자녀에게 600억 원을 한도로 10억 원 공제 후, 120억 원까지는 10%, 120억 원 초과분은 20%의 증여세율을 적용하는 가업승계 증여세 특례 제도가 있다. 주식 증여재산 가액이 70억 원이면 일반적인 증여 세액은 29억 원이지만, 특례 적용 대상인 경우 증여세 6억 원만 내고 상속인끼리 생전에 다툼 없이 주식을 증여받아 안정적으로 가업승계를 할 수 있다.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은 대부분 제조업, 건설업, 도소매업, 사회 복지, 서비스업, 광업 등이 해당한다. 그중 음식점 및 주점업 내 음식점업에 해당하는 제과점인 대형 베이커리를 차려 놓고, 실제로는 음료점업에 해당하는 커피전문점인 카페를 운영하며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업종 기준 허점을 노린 수도권 대형 베이커리 카페에 대하여 국세청은 3월부터 전수 확인 조사에 들어갔다.이는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악용하여 수백억 원대의 부동산을 세금 없이 물려주려는 소위 '꼼수 상속'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해당 업종으로 가업승계를 준비 중인 사업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가장 큰 쟁점은 해당 사업장이 '제과점'인가 '커피 전문점'인가 하는 것이다. 세법상 음식점업에 속하는 제과점업은 가업상속공제 대상이지만, 음식점업이 아닌 비알코올 음료점 커피전문점은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많은 자산가가 이를 악용해 실제로는 커피 판매가 주력임에도 사업자등록만 제과점으로 해두는 경우가 많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제과 시설 없이 케이크 완제품만 매입하거나, 음료 원재료 매입 비중이 월등히 높은 경우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또한 커피의 마진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구매액 비중이 비슷하더라도 매출액 비중에서 음료가 월등히 높다면 이는 제과점이 아닌 카페로 간주해 공제 혜택이 부인될 수 있다. 따라서 사업자는 실제 제조 공정과 매출 구성을 자세히 따져 '주된 사업'의 실질을 입증해야 한다. 두 번째 검증 포인트는 가업상속 재산에 포함되는 '사업용 자산'의 범위다. 교외형 베이커리 카페는 넓은 부지를 자랑하는데, 이 부지 내에 사업주 일가가 거주하는 전원주택이 포함된 경우가 빈번해 주의가 필요하다. 가업상속공제의 핵심 요건 중 하나는 피상속인(부모)이 10년 이상 계속하여 경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세청은 다른 사업을 영위하거나 은퇴한 70~80대 고령의 부모를 바지 사장(명의상 대표)으로 앉히고, 실제로는 자녀가 운영하는지를 현장 검증한다. 국세청은 대형 베이커리 카페 실태조사 결과를 반영하여, 가업상속공제가 편법 상속·증여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공제 요건에 대한 사전·사후 검증을 강화하고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대형 베이커리 카페에 대한 가업상속공제 신청 시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된 혐의점은 더욱 면밀히 살피고, 공제를 적용한 이후에는 업종 및 고용 유지, 자산 처분 제한 등의 사후관리 요건 이행 여부를 철저히 검증할 예정이다. 또한 실태조사 과정에서 창업 자금 증여, 자금 출처 부족 등 탈세 혐의가 확인될 때는 엄정하게 세무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가업승계를 준비 중이라면 '절세 혜택'뿐만 아니라 ①업종의 실질(제조 여부) ②자산의 업무 연관성 ③경영의 진정성이라는 3대 요건을 유지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제 '형식'만 갖춘 절세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실질'을 갖춘 진정한 가업승계만이 국세청의 현미경 검증을 통과할 수 있다. ekn@ekn.kr

[EE칼럼] 화석연료 공급망의 취약성과 에너지 전환

최근 중동 분쟁이 재차 격화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와 LNG 대부분을 의존하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직접적이고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전환을 적극 추진한 유럽 국가들과 달리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국가일수록 4년 만에 다시 찾아온 타국 주도의 전쟁, 특히 석유와 가스를 둘러싼 에너지 전쟁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약 4분의 3이 순 화석연료 수입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구조적인 에너지 안보 위기임을 분명히 드러낸다. 1970년대 오일쇼크로부터 걸프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이번 중동 분쟁에 이르기까지, 화석연료 공급망의 취약성은 수차례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는 매번 단기적 대응에 머무를 뿐,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미뤄왔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와 영국 엠버(Ember)의 최신 자료는 에너지 전환의 속도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2024년 전 세계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은 585GW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 2025년에는 태양광·풍력 만으로 814GW(태양광 647GWdc-AC환산 시 498GW, 풍력 167GW)가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태양광·풍력만으로 지난해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을 크게 넘어서는 것은 물론, 2025년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생산한 전력량만 연간 약 1,046TWh로 추산되어 카타르 LNG 연간 수출량의 1.8배를 대체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은 2025년 한 해 태양광 315GW(전 세계 절반 이상), 풍력 119GW(70% 이상)를 설치하며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 20년 전 1GW 태양광 설비를 추가하는 데 1년이 걸렸던 것이 이제는 반나절 만에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한국의 에너지 전환 성적은 여전히 초라하다.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1995년 97.7%에서 2024년 93.7%로 30년 동안 4%밖에 줄지 않았고, 석유 의존도 역시 2015년 38.4%에서 2024년 37.6%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2025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점유율은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 10.9%(Ember 기준 9.8%)로 OECD 최하위이며, OECD 평균(36.8%)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태양광·풍력 발전량 점유율도 7.4%로 OECD 평균(20.4%)의 절반 이하다. 2025년 재생에너지 점유율 증가 폭도 OECD+중국·인도·브라질 평균 1.3%에 비해 한국은 0.4%에 그쳐 OECD 평균과의 간극을 좁히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엠버 보고서 '전기 기술 혁명(Electrotech Revolution)'은 물리학·경제·지정학의 삼중 축으로 글로벌 에너지 수요의 75% 이상을 전기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제시하고 있다. 에너지의 93.7%를 해외에 의존하는 한국에 이는 위기이자 기회다. 화석연료 수입을 약 70% 줄일 수 있는 기술적·경제적 기반이 이미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이를 실천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화·전력 소비 절감을 병행해 2017년 644TWh였던 발전량을 2025년 500TWh로 22.3% 줄였으며, 지난 3월에는 '화석연료 수입 대폭 감축을 위한 80억 유로 규모 기후 패키지'를 추가로 발표했다. 영국은 풍력·태양광 15GW 신규 설비를 통해 LNG 수입을 대체하는 효과를 거두었고, 특히 지난 3월 25일에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중동 분쟁으로 인한 전력 가격 충격을 상당 부분 완화했다. 영국 NESO에 따르면, 수요일 정오 무렵 태양광과 풍력 설비는 약 34GW를 생산했고, 가스 발전량은 1GW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2024년 4월 이후 최저치이며, 전체 전력 믹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단 2.4%에 불과했다(석탄 발전은 2024년에 모두 폐쇄). 유럽연합 REPowerEU 정책은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45%에서 19%로 낮췄고, 스페인은 3월 14일 주말 전기 가격이 MWh당 14유로까지 떨어졌지만, 이탈리아·독일·프랑스에서는 100유로 수준이었다. 이는 스페인이 지난 8년간 재생에너지 보급과 전력망 투자에 적극 나선 결과다. 호주는 2005년 90%에 달하던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지난 2월 50% 이하로 떨어졌으며, 인도는 태양광·풍력 보급 확대 덕분에 2025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이 0.7%에 그치며 2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파키스탄 역시 태양광 발전 점유율이 10년 만에 0%에서 25%로 급증했다. 이번 사태로 주요국들은 화석연료와의 결별을 서두르고 있다. 화석연료 공급망의 취약성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한국 정부는 이번 중동 분쟁을 계기로 “에너지 전환이 곧 에너지 안보"라는 인식 아래, 재생에너지 전환, 전기화, 에너지 효율화를 국가 최우선 전략으로 삼아 과감하고 체계적인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기고] 미래 전력시장에 적합한 SMR 유연성 고도화 전략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은 에너지 분야에서 요즘 매우 뜨거운 주제 중의 하나이다. 높은 안전성을 바탕으로 전력이나 에너지 수요지 인근에서 바로 필요한 형태의 에너지를 원자력 에너지를 이용해 공급하는 SMR 기술은 미국을 필두로 여러 나라에서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도 혁신형 SMR이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2035년에 SMR을 이용해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반영됐다. SMR은 태생적으로 유연전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며 거기에 적합하게 개발되고 있다. 부하추종 능력은 우리나라에서 개발 중인 혁신형 SMR의 경우 20%에서 100%까지 분당 5% 수준의 출력변화가 가능하며, 이는 현재 석탄화력발전소를 대체하기에 무리가 없다. 하지만 간헐성이 있는 재생에너지가 증가하고 에너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미래에는 충분하지 않다. 이런 미래를 대비하는 사례로 빌게이츠 설립회사인 TerraPower에서 개발한 Natrium SMR이 있다. 이 SMR은 올해에 미국에서 건설인허가를 받았는데, 우리나라에서 개발 중인 혁신형 SMR보다 두 배 가까이 빠른 분당 10% 출력변화가 가능하며, 출력변화도 30%에서 150%까지 가능하다. 이런 급격하면서도 광범위한 출력변화가 가능한 이유는 Natrium 원자로는 에너지저장 장치를 원자로와 발전기 사이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Natrium 원자로는 에너지저장을 전기로 하는 것이 아니라 원자로의 열을 저장하기 때문에 원자로의 안전성과 운전성을 함께 높이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우리나라에서 개발 중인 혁신형 SMR을 비롯해 앞으로 건설될 대형 원자력 발전소도 원자로 노심의 출력만으로 미래 전력시장에서 충분한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원자로는 제어봉을 이용한 부하추종 운전을 실시할 경우 혁신형 SMR과 같이 분당 수 % 정도의 운전만 가능하며, 부하추종 운전을 시행할 때마다 원자력발전소의 기기 교체 시기가 앞당겨져서 경제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따라서 에너지저장장치, 특히 열이나 기계적 에너지를 저장하는 설비와 원자력발전소를 연계하는 기술 개발이 원자력의 무탄소 유연전원 역할을 위해서는 특히 더 필요하다. 현재 혁신형 SMR이나 대형 원자력발전소에 액화공기 에너지저장 기술을 연계하는 방법은 이런 문제에 적합한 솔루션이다. 이 기술은 전력시장에서 에너지가 과잉 공급될 경우 SMR에서 만들어진 증기로 발전을 하지 않고 별도의 증기터빈을 이용해 액화공기 생산을 통해 에너지를 저장한다. 이 기술의 장점은 다시 전력시장에 전력을 공급할 때 저온 가스터빈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응답속도가 분당 10% 이상으로 매우 빠른 응답속도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SMR도 전력거래소의 자동제어에 의한 출력조절이 원자로 운전과 관련된 안전법 때문에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기술은 그것을 가능하게 바꾸어 준다. 즉, 원자로 출력변화 없이 생산된 증기를 이용해 액화공기 에너지저장 장치가 원자로 대신 부하변동에 대응하기 때문에 전력거래소의 자동제어가 가능해진다. 이는 무탄소 에너지의 중요한 축인 원자력에너지의 자동제어가 가능해짐을 의미한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무탄소 유연전원이 시장에서 점점 필요해지는 시점에 원자력과 같은 경직성 전원도 새로운 에너지 기술과 접목해 가스터빈 수준의 유연전원으로 변모가 가능하다. 이런 기술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제안됐으며 앞으로 더 적극적인 개발을 통해 상용화까지 갈 수 있게 하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정익

[기자의 눈] 한국 TV산업, 흠집내기보다 응원이 필요한 이유

“경쟁을 두려워해선 나아갈 수 없다", “최상의 솔루션을 선보이기 위해 멈추지 않겠다." 최근 LG전자의 TV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나온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다. 중국 제조사의 거센 공세 속에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LG전자의 '정면 돌파' 의지를 확연하게 읽을 수 있었다. 냉정하게 보면 현재 LG전자의 TV사업 환경은 녹록지 않다. TCL·하이센스 같은 중국 가전업체들은 초대형·초저가 전략을 앞세워 글로벌 TV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며 점유율 상위권(출하량 기준)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미니 발광다이오드(LED)를 기반으로 한 '가성비 프리미엄' 공세까지 더해지며 국내 가전사와 매출 기준 점유율 격차도 빠르게 좁히고 있다. 이는 LG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TV시장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 역시 중국의 거센 추격과 가격경쟁 압박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른바 K-TV산업 전반이 구조적 도전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주목해야 할 점은 삼성·LG의 K-가전이 위기를 회피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경쟁을 필연으로 받아들이고 기술 혁신으로 정면 대응에 나서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공개된 LG 올레드 에보(W6)가 상징적인 사례로, 9㎜대 두께에 모든 부품을 내장한 무선 월페이퍼 TV, 4K·165Hz 영상과 오디오를 지연 없이 전송하는 무선 기술,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개인화 콘텐츠 기능까지 더해졌다. TV는 여전히 국내 전자산업의 핵심축이며, 디스플레이·부품·콘텐츠로 이어지는 거대 생태계를 떠받치는 기반산업이다. 특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쌓아온 기술 리더십은 여전히 견고하다.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 20년 연속 1위', 'OLED 시장 13년 연속 1위'의 성과를 거뒀다. 안타까운 점은 시장에서 '중국 약진'과 '한국 위기'만을 부각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냉정한 진단과 비판은 필요하지만, 과도한 위기 담론은 글로벌 선도산업의 사기와 도전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생존게임에 내몰린 한국 TV기업에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비관론이 아니라 기술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력에 대한 균형 잡힌 평가다. 무한경쟁을 피하지 않고 부단한 혁신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에 응원의 박수를 보낼 때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이슈&인사이트] 중동 사태와 우리나라의 대응방안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화력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반격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란은 다양한 유형의 미사일과 드론 등을 동원하여 중동 지역 내 미군기지와 이스라엘을 타격할 뿐만 아니라 걸프 국가의 석유 및 가스 시설, 심지어 식수원인 담수화 시설까지 타격하였다. 중동 사태가 악화하면서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게 되었다. 우선 안정적인 원유 수급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의 전체 원유 수입 중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70%를 상회하며, 그중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비중이 65%에 달한다. 원유 수송이 어려워지면서 국제유가는 두바이유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었으며 심지어 150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또한 카타르는 가스관이 이란의 공격을 받아 LNG 공급을 정상화하는데 최대 5년이 걸릴 전망이며 불가항력을 선언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카타르에서 14%의 LNG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그만큼 현물 구매 부담 커질 전망이다. 국내 휘발유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는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였고 유류세 인하를 검토 중에 있다. 유류세 인하는 결국 정부의 세수입을 감소시키고 전기, 가스 요금 동결은 한전,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 부채를 증가시키게 된다. 또한 원유나 가스 외에도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헬륨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카타르산 헬륨 수입 비중은 65% 정도인데, 장기간 수입이 어려워지면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삼성전자가 헬륨 재사용을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그 외에 요소 공급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과거 중국이 요소 수출을 통제하여 운송용 차량이 타격을 입은 정도는 아니더라도 농업용 요소 비료 생산이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직접적인 중동 수출이 원활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원유와 관련된 석유화학, 자동차 등 산업의 대외 수출 전반에 타격이 올 수 있다. 이 경우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어야 할 수 있다. 한편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면서 수입 물가가 상승하여 국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뉴욕 증시가 하락하면서 코스피도 급락하는 등 불안정성이 심화하고 있다. 그 동안 증시 상승의 한 동력이었던 외국인투자자들이 주식을 팔면서 환율 불안정은 더 심화할 수 있다. 결국 경기둔화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타파하기 위해 동맹국에 군대 파견을 요청하였다. 한편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트럼프 정부는 인도에 한시적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허용하고 심지어 이란산 원유 제재를 30일간 면제하기로 하였다.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 일부 국가가 이란과 협상하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도 하였다. 정부는 엄중한 상황에서 신중한 선택과 대안을 찾아가야 할 시점이다. 호르무즈 항해를 위해 군사력을 파견할 경우 이란의 적으로 간주되어 통항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여타 걸프국과 이란의 원유를 가져오는 것을 장담할 수 없다. 정부는 일본이 이란과 협상을 통해 일본 선박의 통과를 보장받으려는 노력을 참고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제재가 느슨해진 시점에 러시아와 원유 수입 협의를 진행하고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원유를 수입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구기보

[EE칼럼] 비축유 208일의 의미와 나프타 비축 과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 세계 에너지 안보의 급소가 됐다. 일부 선박 통항이 재개됐지만 전체 물동량은 전쟁 전보다 크게 줄어든 상태이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회원국들과 함께 사상 최대 규모인 4억 배럴 비축유 반출을 결정했다. 한국도 2,246만 배럴 방출에 참여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 가장 자주 호출되는 숫자가 “208일"이다. 그러나 이 숫자를 곧바로 “한국 경제가 208일 버틴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비축유 규모는 얼마나 쌓아두었느냐의 문제이고, 비축일수는 그 물량이 며칠 분이냐의 문제다. 같은 재고도 무엇을 하루 기준 유량으로 잡느냐에 따라 비축일수는 크게 달라진다. 실제로 정부 설명과 해외 보도도 208일이 곧바로 체감할 수 있는 생존 일수는 아니라고 짚고 있다. 한국이 2002년 이후 하루 기준 유량을 하루 평균 소비량에서 하루 평균 순수입량으로 바꾼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국제 기준이 묻는 것은 “평소 얼마나 쓰느냐"보다 “외부에서 석유가 끊기면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이기 때문이다. IEA가 회원국에 요구하는 90일 비축 기준 역시 순수입을 기준으로 한 비상 대응 능력을 본다. 하지만, 한국의 비축 일수 논쟁에서 더 본질적인 변수는 나프타다. 나프타는 휘발유·경유 같은 최종 연료가 아니라 석유화학 원료다. 그런데 한국처럼 나프타 수입 비중이 큰 나라에서는 나프타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같은 재고도 전혀 다른 비축일수로 보일 수 있다. 특히, IEA에 보고할 때 적용되는 기준처럼 수입 나프타가 원유와 석유제품 하루 평균 순수입량 계산 과정에서 사실상 양쪽에서 두 번 다 빠지는, 이른바 '이중 공제' 구조가 생기면 숫자는 실제보다 더 넉넉해 보이게 된다. 결국 IEA 기준으로 208일은 연료 공급의 비상 지표로는 의미가 있어도, 석유화학 공장까지 정상 가동되는 산업 안보의 숫자로 읽기는 어렵다. 반대로 정부가 민간 의무 비축분을 제외하고, 실제 전략비축유 규모를 짤 때 더 현실적으로 붙들어온 기준은 60일이다. 요지는 단순하다. 외부로부터 석유 유입이 끊겨도 원유와 제품을 합쳐 한국 경제가 60일은 지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 전략비축 약 1억 배럴은 정책 설계상 약 “110일짜리 창고"가 아니라 “60일짜리 비상 버팀목"으로 이해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제도도 원유 45일분과 석유제품 15일분을 합쳐 60일을 맞추는 방식으로 짜여 왔다. 문제는 이 60일 체계에서도 나프타를 제품으로 따로 쌓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의 방식은 원유 비축 속에 나프타 생산분이 들어 있다고 보고, 원유를 더 보유하는 방식으로 나프타 약 10~11일분을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구조다. 평상시에는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위기 국면에서 원유 속에 “들어 있는" 나프타와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제품 나프타는 대응 속도도 기능도 다르다. 더욱이 지금은 그 한계가 현실이 되고 있다. 한국은 원유의 약 70%, 수입 나프타의 54%가 호르무즈를 통과한다. 실제로 나프타 조달 차질로 국내 나프타 분해 공정(NCC) 가동이 중단되는 사례까지 나왔다. 한국처럼 석유화학산업 비중이 큰 나라에서 물어야 할 질문은 “주유소가 얼마나 버티느냐"만이 아니다. “석유화학 공장이 얼마나 버티느냐"가 함께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이제는 나프타 제품 비축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다. 한국은 그동안 나프타를 원유 속 간접 비축으로 처리해 왔지만, 그것만으로는 산업 안보를 설명하기 어렵다. 더구나 나프타는 정제공정에서 휘발유 생산과 맞물려 운용되는 경질유분이어서, 저장과 운용의 실무적 가능성 자체가 없는 것도 아니다. 원유 총량만 보는 비축 정책에서 벗어나, 연료 안보와 산업 안보를 함께 보는 나프타 비축 체계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 208일이라는 숫자의 안도감보다 중요한 것은, 위기 때 실제로 돌아가는 경제를 기준으로 한 비축이다. ekn@ekn.kr

[기자의 눈] 에너지 절약 정책,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이번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에 대비해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 절약 방안을 보면 국민에게 불친절하다. 차량 5부제, 대중교통 이용하기,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 타기, 샤워 시간 줄이기 등 모두 생활에 제약을 거는 방안들이다. 요즘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서 전기차·휴대폰은 낮 시간에 충전하기, 세탁기·청소기는 주말에 사용하기 등이 새롭게 등장했다. 해가 쨍쨍한 낮 시간과 산업용 전력 수요가 적은 주말에 태양광 전력이 남으니 이때 전기를 써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린 날에는 적용되기 어렵다. 낮 시간도 오후 3~4시 이후부터는 효과가 떨어진다. 전력시장 원리를 아는 전문가들은 이해하겠지만 일반인에게는 낯설다. 동기부여가 생길 턱이 없다. 중동 전쟁이 악화되면서 자원안보 위기 경보가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계로 격상되면 민간에 차량 5부제 도입이 검토되는 등 일상생활에 대한 제약은 더 커질 전망이다. 2주 단위로 재산정되는 석유 최고가격제도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 영향은 비교적 늦게 나타나겠지만 오는 6월부터가 걱정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4월 16일부터 산업용 요금에 적용하는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 개편안'이 힌트가 될 수 있다. 계시별 요금제는 이번 중동 전쟁과는 별개로 태양광 발전 확대에 따라 도입됐다. 평일과 주말 낮 시간대 전기요금을 낮추고 평일 저녁 시간에는 높였다. 태양광 발전이 활발한 시간대에 전기 소비를 유도해 화석연료 발전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계시별 요금제는 현재 산업용에만 적용되고 가정용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계시별 요금제는 경직된 전기요금 체계에 그나마 유연성을 부여했다. 그러나 더 재미있는 요금제가 나올 수 있음에도 못하는 점은 아쉽다. 우리나라 전력 소매시장은 개방된 여러 선진국과 달리 한국전력의 독점 구조로 인해 다양한 요금제가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다. 예컨대 오후 1시에 태양광 전력이 급증하면 전력도매가격이 '0원'까지 떨어지며 가격 편차가 킬로와트시(kWh)당 100원 이상 벌어진다. 올해 안에 제도 개편이 이뤄지면 마이너스 전력도매가격도 나오게 된다. 전력시장이 좀 더 유연하다면 할인 수준이 아니라 오후 1시 무료 전기요금제가 출시되는 것도 가능한 이야기다. 낮에 태양광 전기를 공짜로 쓰고 저녁에는 절약하면서 국민이 보다 즐겁게 에너지 절약에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공급체계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경직된 전력시장으로는 추진하기 어렵다. 무조건 아끼라는 식의 에너지 절약 정책도 한계가 분명하다. 가격과 인센티브를 통해 소비를 유도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슈&인사이트] 중동 패권 이란으로 넘어가나

나쁜 사람이 있듯이 나쁜 국가 지도자도 있다. 국제적으로 나쁜 국가 지도자는 무력을 사용하여 국제 평화를 깨뜨리고 자국의 국력을 약화시키는 사람이다.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사회주의나 권위주의 국가를 제외하고 민주주의 체제 국가에서 나쁜 지도자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권좌에서 밀리면 정치생명이 끝나고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급습 이래 장기적인 전쟁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나아가 네타냐후는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였다. 이란의 암살 시도에 복수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한다. 조 켄트 국가대테러센터 국장은“이란은 즉각적인 위협이 아니며, 이 전쟁은 이스라엘 로비에 의한 것"이라 폭로하고 전격 사퇴했다. 이란 최고지도자가 피살됐지만 당초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 목표로 제시했던 이슬람 신정 체제가 무너질 조짐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호전적인 혁명수비대가 권력의 중심축을 장악하고 만만치 않은 반격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 대사관을 공격하고 미군 기지를 초토화시키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있다. 피해가 커지고 전쟁 장기화에 초조해진 트럼프는 조속히 전쟁에서 발을 빼려고 협상을 서두르고 있으나 이란은 사과와 배상금 지불, 재발 방지 등을 조건으로 내세우며 버티고 있다. 트럼프는 발전소를 쓸어버리겠다고 위협하면서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이 순순히 응하지 않자 병력을 증파하여 이란 원유 수출 전진기지인 하르그섬 등에 대해 공격할 태세를 보이고, 한편으로 발전소 공격 시한을 5일에서 또다시 10일간 연장하였다. 그런데, 하르그섬은 페르시아만 깊숙이 위치해 있어 미군 함정이 좁은 호르무즈 해협을 뚫고 진격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설령 점령한다 해도 미사일과 드론 공격은 물론 대공포 공격도 쉽게 받게 되어 미군이 총알받이가 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자 원유 가격이 치솟아 에너지 위기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항행 정상화를 위해 동맹국들에게 유조선 호위 작전에 동참할 것을 요구해왔으나, 동맹국들은 군사 지원에 선을 그었다. 대신 '호르무즈 해협 관련 정상 공동성명'을 통해 이란의 공격을 규탄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 중요성을 강조했으나, 군사 자산 지원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빠지면서 원칙적 입장을 밝힌 수준에 그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안전 통과 비용'을 부과하는 법안 검토에 착수하여 '테헤란 톨게이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시스템이 현실화되면 연간 1000억 달러(약 150조 원) 이상의 수입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란으로서는 호르무즈 해협도 통제하고 돈도 버는 꿩 먹고 알 먹는 셈이 된다. 이에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거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참관국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란은 “비적대적(nonhostile) 선박은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 일본은 이란과 접촉하여 원유 선박 운항에 협조를 구하고 있는 데, 어쩔 수 없이 이란의 갈라치기에 순응하는 모양새다. 물론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26척 선박이 페르시아만에 묶어 있는 우리나라도 시급히 방법을 찾아야 하는 처지에 몰려있다. 주한 이란대사가 “한국은 비적대국가에 들어간다"고 하였지만, 미국 기업과 거래하거나 미국 자본이 투자된 페르시아만 유전 및 에너지 시설을 이용하는 한국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격을 당한 이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네타냐후의 술책에 말려들어 트럼프가 벌집을 들쑤신 결과는 심각하다. 이제 후티 반군도 가세하여 벌떼들의 반격은 더 거세지고 있다. 이번에 미군이 떠나면 다시 중동에 와서 이란을 공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주요 에너지 운송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페르시아만 주도권이 완전히 이란으로 넘어가게 되고 중동 패권도 이란으로 넘어가게 생겼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두 나쁜 지도자가 만든 업보다. 이강국

[EE칼럼] 재생에너지만으로 호르무즈 사태를 막을 수 있는가?

호르무즈 해협이 막혔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전 세계 석유 수송의 핵심 통로가 봉쇄된 지 한 달이 넘었다. 브렌트유는 110불을 넘었고, 천연가스 동북아 현물가격 지수인 JKM도 2배가 넘게 오르고 있고 항공유 폭등으로 항공권 가격이 치솟고 있다. 각종 운송비 인상으로 물류비가 오르고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가격 인상이 비료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농상물 가격까지 올라붙어서 모든 생필품과 서비스 요금도 오를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원유 수입의 70%, LNG의 20%가 이 좁은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는 사실이 에너지 안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하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는 재생에너지 가속패달을 밟아서 에너지 안보를 지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증설로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 이런 사태에 대비하겠다는 것이 골자인데, 비오고 구름끼면 발전할 수 없는 태양광 패널과 언제 불지 언제 안불지 모르는 풍력 터빈이 24시간 돌아가야 하는 정유 공장의 휘발유와 경유를 대체하고, 석유화학 원료를 공급하며, 선박과 항공기를 띄울 수 있는가? 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중에서 일부 전력 부문을 담당할 수 있을 뿐 총체적인 에너지 안보의 본질적 해법이 될 수 없다. 일부 전기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대처하는 방안은 현실적일 수 있다. 하지만 전력 전체 계통으로 놓고 보면 해가 지면 멈추고 바람이 그치면 서는 간헐적 발전원을 배터리로 보완하는 방식으로 5-6배 정도 물량을 늘리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근본적으로 기후 여건에 따라 급변하는 에너지원으로 24시간 돌아가야 하는 반도체 공장과 제철소의 에너지 목숨을 맡기겠다는 것은 아직은 무모한 도박이다. 독일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독일은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일변도 정책을 추진하면서 러시아에 천연가스 수입의 50%를 의존했다. 에너지 안보라는 개념 자체가 실종된 상태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맞이한 결과,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참담한 대가를 치렀다. 메르츠 총리가 경제기후행동부를 실패한 조직이라 선언하고 해체하고 경제에너지부로 회귀한 것은 뒤늦은 반성이었고 독일 출신 유럽 집행위원장인 폰데어라이언도 메르켈의 탈원전은 전략적 실수라고 반성했다. 다른 나라 어디에도 송전망을 연결할 수 없는 독립계통인 한국의 현실을 가만해보면 우리의 롤모델은 유럽 11개국과 송전망이 연결된 독일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에너지 안보는 낭만이 아니라 냉정한 현실이고 정권을 뛰어넘은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공급원의 전방위적 다변화이다. 중동 편중에서 탈피해 미국, 캐나다, 호주 등으로 원유·LNG 도입선을 분산하고, 장기 계약을 통해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공급망 다변화에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둘째, 지분물량 확보를 위한 해외 투자 확대와 상사 기능의 확대이다. 우리 기업의 해외직접 투자나 지분 물량을 늘려서 언제든지 수급이 가능해야 하고 상사 기능을 육성하여 글로벌 네트워크를 재빠르게 활용해야 한다. 안정적 공급은 에너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원자재, 소재, 부품까지의 공급망 관리가 핵심이다. 셋째, 기저 전원에 대한 새로운 인식 전환이다. 원자력 발전을 미리 확대하고 정비해서 기저전원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금 인식해야 한다. 유럽의 원전 회귀는 필연적인 선택이며 심지어 독일 및 유럽은 생존을 위해 석탄발전까지 돌리면서 친환경보다 에너지 안보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우리도 현재 존재하는 석탄 발전기는 적극 유지하고 활용하면 전력가격 인상을 억제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재생에너지 확대가 에너지 안보의 대안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해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위중한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친환경이라는 구호가 아니라 당장 내일 공장을 돌리고 국민의 에너지 가격 안정을 지킬 수 있는 냉철한 에너지 전략이다. 미래 세대에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기 전에, 먼저 불이 꺼지지 않는 나라를 물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조홍종

[기자의 눈] 中자동차, 가성비보다 ‘고객 신뢰’가 먼저다

중국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의 한국 상륙을 앞두고 긍정과 부정의 엇갈린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소비자들의 '중국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 해소가 흥행의 관건이라는 지적이 높다. 이같은 중국산 평가절하의 인식이 존재하지만 국내 시장의 분위기는 과거와 확연히 달라지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단순한 가성비를 넘어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의 확산으로 상품성과 함께 합리적인 가격까지 갖춰진다면 더 이상 중국산에 대한 거부감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커 역시 이런 한국시장의 변화를 기회로 삼고 있다. 지커는 지난해 한국법인 지커코리아를 설립하고 한국 진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빠르면 오는 5월 공식 출시와 함께 국내 시장에 첫발을 내디딜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커코리아는 속도보다 완성도를 택한 분위기다. 무리한 일정으로 시장에 진입하기보다 상품 경쟁력과 서비스 인프라를 충분히 갖춘 뒤 안정적으로 브랜드를 안착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지커의 한국 첫 출시 차량으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7X'가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전기차 브랜드를 넘어 '프리미엄 그 이상'을 추구하는 지커가 △우아함(Elegance)을 강조한 디자인 △전기차에 최적화된 첨단기술 △가족 친화적 감성 등을 브랜드 핵심 가치로 내세워 한국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동시에 중국 제품들이 전매특허로 내세우는 합리적인 가격을 강조하는 '가심비'까지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커 7X는 유럽에서 5만 2990유로(약 9228만원)~6만 2990유로(약 1억 969만원)에 팔리고 있지만 한국에선 5000만~60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게다가 최근 고유가 여파로 친환경차에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 역시 지커에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산' 우려에도 지난해 한국시장에 안착한 비야디(BYD) 사례는 지커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중국산'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어내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결국 지커코리아가 한국 소비자에 성능 믿음과 고객소통 진정성을 얼마나 빨리 심어주느냐에 따라 브랜드 신뢰 구축 및 시장 안착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한국시장의 중국산 포용 여부는 중국산 브랜드의 진정성에 달려 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