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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빅테크의 원자력 선택

[EE칼럼] 빅테크의 원자력 선택

최근 미국 전력시장에 큰 변화가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과 동시에 에너지 위기를 선포하였다. 파리기후협약으로부터 탈퇴를 선언했고 IRA (인플레이션감소법안)도 폐지될 전망이다. 2024년 10월 구글(Google)이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개발사인 카이로스파워로부터 전력을 공급받기로 하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같은 시기 거대 유통기업인 미국의 아마존(사)가 SMR 개발사인 X-energy에 5억 달러의 지분투자를 하기로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12월에는 페이스북의 후신인 메타(Meta)가 원자력 전기 4기가..

[EE칼럼] 신재생 에너지 시대와 국제 갈등

[EE칼럼] 신재생 에너지 시대와 국제 갈등

이재명 정부는 전임 정부들과 달리 에너지 정책 개편과 보완을 국정 주요과제 중의 하나로 미리 제시하였다. 잠재성장률 3%라는 경제목표 달성을 위한 것이다. 그 추진전략으로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투자와 산업 구조 혁신 등을 강조했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기후 위기대응이라는 글로벌 큰 흐름에 따라 신재생 에너지 중심사회로 전환과 함께 적절한 수준의 원전 활용이 주요 내용이다. 신재생 에너지 증대에 중점을 두는 가운데 기존 원전 활용과 원전 국제경쟁력 복원 등을 고려하는 실용성을 강조한다. 에너지 수입 대체, RE100(신재생 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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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칼럼] 이스라엘의 이란 선제공격으로 보는 한국의 억지력 확보 고민

[이상호 칼럼] 이스라엘의 이란 선제공격으로 보는 한국의 억지력 확보 고민

이스라엘이 지난 13일 이란을 선제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이란·이스라엘 간 충돌에 대해 일방적으로 “완전한 완전한 정전(complete and total ceasefire)이 발효됐다"고 선언 했지만 정전의 실효성은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최초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대규모 공격이었다. 선제공격이란 “적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명백한 증거에 근거하여 개시하는 공격"으로 이스라엘이 먼저 방어적인 차원에서 공격했다는 의미다. 이스라엘의 공격 명분은 이란의 핵 개발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국제원자력기구(..

[이슈&인사이트] ‘전범’ 네타냐후는 왜 아직도 자유로운가

[이슈&인사이트] ‘전범’ 네타냐후는 왜 아직도 자유로운가

이스라엘과 이란의 공중전으로 인해 양국에서 희생자와 피난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지난 6월 15일, 프랑스 일간지 에 유력 이란인들의 시국 성명이 실렸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 나르게스 모하마디와 시린 에바디,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와 모하마드 라술로프, 여성 인권운동가, 법학자, 정권의 탄압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까지. 이란의 양심이라 할 이들이 함께 서명했다. “두 나라(이란, 이스라엘)에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 학살 중단을 요청한다. 우리는 이란의 영토 보전과 국민이 진정한 주권 아래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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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MG손보 계약 받는 5대 손보…‘당근’은 없나

노동조합이 정상 매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으나, 가교보험사를 통한 MG손해보험 계약 이전이라는 방향성은 흔들리지 않을 공산이 크다. 상대적으로 노동자 친화적인 새 정부가 출범했으나, 지금까지 여러차례 매각이 불발되는 과정에서 매력도가 낮아진 탓이다.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결정타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관련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기본자본 킥스 도입이라는 '후속타자'가 타석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같은 국면에서 MG손보의 계약을 받게 되면 장·단기적인 악영향을 피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MG손보가 장기보험을 다수 들고 있는 점도 악재다. 당국이 리첸트화재를 정리했던 방식을 들고 나왔지만, 단기계약이 많았던 당시 보다 더 큰 충격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현장에서는 원치 않는 부담을 떠안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센티브가 과도하면 특혜 논란이 발생할 수 있지만, 주가와 킥스 비율 하락을 비롯한 부작용이 발생하면 회사가 감당해야 때문이다. 계약을 받는 일명 '빅5(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KB손해보험·현대해상)'도 일반·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 등 손보업계가 직면한 악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업무상 배임 논란도 빚어질 수 있다. '계약을 적정하게 분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사실상 다른 회사에 더 많은 부실계약이 이전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볼 수 있다. 업계에서 거론되는 기준은 킥스 비율과 당기순이익 등이다. 일부 기업은 개선됐으나, 업계 전체적으로는 수치가 악화되고 있어 여유가 있는 쪽에 몰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좋은 성과를 낸 것이 페널티를 초래하는 원인이 되는게 맞냐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결국 보상을 장담할 수 없기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무작위 분배 방식도 지양할 필요가 있다. 특정 상품을 적게 취급하는 회사에 해당 상품군이 몰리는 등 경영방침을 훼손하는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교보험사를 통한 계약 이전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최근 정권을 막론하고 '민관 원팀'이 대두되고 있지만, 이번 사태에서는 기업들을 '관치'의 대상으로 본 것 아니냐는 것이다. MG손보가 끝이 아닌 '스노우볼'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확산되는 것도 당국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한다. 당국이 이제부터라도 기업들이 받는 타격을 최소화하고 다시금 밸류업에 나설 수 있도록 허심탄회한 소통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이상호 칼럼] 이스라엘의 이란 선제공격으로 보는 한국의 억지력 확보 고민

이스라엘이 지난 13일 이란을 선제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이란·이스라엘 간 충돌에 대해 일방적으로 “완전한 완전한 정전(complete and total ceasefire)이 발효됐다"고 선언 했지만 정전의 실효성은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최초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대규모 공격이었다. 선제공격이란 “적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명백한 증거에 근거하여 개시하는 공격"으로 이스라엘이 먼저 방어적인 차원에서 공격했다는 의미다. 이스라엘의 공격 명분은 이란의 핵 개발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국제원자력기구(IAEA)까지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 비준수' 결의를 채택하면서 이스라엘 공격이 정당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스라엘은 1980년에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자력발전소를 공습하여 이라크의 핵 개발을 원천 봉쇄한 바 있다. 2007년에는 시리아가 건설 중이던 원자로를 폭격하여 시리아의 핵 보유를 막았다. 이스라엘은 주변국의 핵 보유를 적극적으로 억제하여 국가의 안보를 지키는 적극적인 '예방적 자위권(preventive self-defense)' 기반 선제공격을 시행해 왔다. 공격이 적극적인 방어라는 믿음이다. 한국의 경우, 1994년 북한 핵 위기 때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 영변 핵 시설 폭격을 고려했음에도 실제로 공격을 감행하지 않은 이유는 한국 정부와 합의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한국은 북한 비핵화를 기대하면서 1991년 채택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원칙을 고수하며 북한에 대한 유화정책을 유지했다. 이 결과 현재 북한은 50여 개의 핵탄두를 확보한 명실공히 핵보유국이 되었다. 북한을 설득하고 믿으면서 핵 보유를 막으려고 했던 한국은 여전히 핵보유국이 되는 길을 가지 않았다. 북한 핵 공격을 막기 위해 한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한다는 선택은 거의 하기 불가능한 대안이다. 더군다나 북한을 존중·신뢰하고,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전쟁보다 낫다는 기조에서 북한에 대한 강공이나 압박보다 대화 혹은 평화적 접근을 강조하는 진보 정부에서는 상상조차 불가능한 개념이라고 봐야 한다. 물론 핵 보유가 국가 간 전쟁을 막아주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재래식 전쟁은 한다. 인도-파키스탄은 둘 다 핵을 보유했지만, 계속 군사적으로 충돌했다. 지난 5월에도 양국은 전면전 수준은 아니지만, 치열한 격전을 벌여 1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19년 충돌에서는 300명 이상의 인명이 희생되었다. 한쪽이 핵이 없어도 전쟁은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것이다. 작은 분쟁과 전쟁 발생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래도 핵 보유의 의미는 비록 적대국 간 군사 충돌이 있더라도 이게 핵의 공포 때문에 핵을 터트리는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믿음에 기반을 둔다. 한국은 현재 미국에 제공하는 핵우산, 소위 '확장억제력'에 의지해 재래식 군사력으로 북한을 억제하고 있다. 원론적으로, 굳이 한국이 값비싸고 보관도 어려우며 국제사회 제재를 초래할 수 있는 핵을 무리하게 보유하는 것보다 미국의 핵 억제력을 잘 활용한다면 한국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분명하지만 문제는 미국이 핵 보복을 보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주한미군 감축이나 임무 조정 등의 논란이 확산하면서 미국의 핵우산을 더 확신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한국이 핵 개발을 추진할 가능성과 명분을 주는 동기가 된다. 이상호

[EE칼럼] 빅테크의 원자력 선택

최근 미국 전력시장에 큰 변화가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과 동시에 에너지 위기를 선포하였다. 파리기후협약으로부터 탈퇴를 선언했고 IRA (인플레이션감소법안)도 폐지될 전망이다. 2024년 10월 구글(Google)이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개발사인 카이로스파워로부터 전력을 공급받기로 하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같은 시기 거대 유통기업인 미국의 아마존(사)가 SMR 개발사인 X-energy에 5억 달러의 지분투자를 하기로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12월에는 페이스북의 후신인 메타(Meta)가 원자력 전기 4기가와트(GW) 공급자를 구한다는 공모가 나왔고 올해 4월에는 Equinix(사)가 오클로(Oklo)로부터 500메가와트(MW)의 전력구매에 대해 사전계약을 맺었다는 뉴스가 나온다. 해설없이 팩트만 전달된 위의 뉴스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눈에 뜨이는 것은 이들 빅테크 기업이 몇 년전까지 RE100을 한다던 기업이었다. RE100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하자는 비정부기구(NGO)의 캠페인이다. 탈원전 정부에서 이를 강조했던 것은 이것이 유일하게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근거로 사용하기에 적절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캠페인이 이산화탄소 배출저감을 위한 캠페인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은 오해다. 이 캠페인은 수소연소와 같은 다른 배출저감 방식은 인정하지 않고 재생에너지 보급만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목표인 캠페인이다. 아무튼 빅테크 기업의 최근 행보는 RE100이 인정하지 않는 원자력으로 지향점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RE100이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7월 미국 에너지부는 AI 데이터센터에 전력공급이라는 7쪽 분량의 간단한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이는 일반적 검색엔진으로 찾을 수도 있고 내려받을 수도 있다. 여기서 주장하는 것은 AI 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전력은 탄력성(Flexibility)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주문에 따라서 전력수요가 급격히 증가 또는 감소한다. 따라서 이에 전력도 따라주어야 하는데 재생에너지는 이러한 탄력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것이다. 두 번째 주목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기업이 가장 고민해야 할 것은 '제품을 어떻게 잘 만들것인가'이다. 그런데 지금 이 기업들은 '전력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물론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발생한 일이다. 우리로 치면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어떻게 잘 만들 것이냐가 아니고 전력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에 대해서 보도자료를 발표한 것과 같다. 최근에 하이퍼 스케일 컴퍼니(Hyper Scale Company)라는 표현이 나온다. 즉 엄청난 전력을 필요로 하는 회사를 말한다. 미국 에너지부는 이러한 하이퍼 스케일 컴퍼니에 대해 기존의 인프라로 전력을 공급하기 어려우니 자구책을 찾으라는 권고를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빅테크 기업이 전력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매우 특이한 뉴스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사)가 컨스털레이션이라는 전력회사로부터 전력구매계약을 맺기로 했는데 TMI-1호기를 되살려서 그 전력을 공급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TMI-1호기는 1979년 사고가 발생했던 TMI-2호기로부터 불과 100미터 떨어진 원전이다. 사고나 사고의 영향은 없었지만 경제성이 나빴기 때문에 세워두었던 원자로이다. 이 원자로를 수리해서 다시 가동하고 그 전력을 마이크로소프트가 사기로 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원자로를 수리해서 가동하는데 160억 달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신규원전 건설에 100억 달러 정도가 들어가는데 그보다 많은 돈을 들여서 수리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나오는 전력의 평준화발전단가도 메가와트시당 100달러로 엄청나게 높다. 2023년 아이다호에 건설하려던 NuScale SMR의 건설이 취소되었던 이유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었고 그 때의 가격은 메가와트시당 89달러였다. 불과 2년 만에 시장이 달라진 것이다. 우리나라도 삼성전자 평택공장과 SK하이닉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각각 원전 7-10기분의 전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이 전기가격이 몇 배가 되더라도 우선 확보하려는 다급한 상황을 목도할 때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또 전통적인 전력인프라가 이런 전기를 공급하지 못할 전망이라면 자구책을 찾을 필요도 있다. 정범진

[기자의 눈] “충실하게 지갑 열어야”…‘통 큰’ 빚 탕감에 난감한 은행권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영화 '부당거래'에 등장해 유명해진 대사다. 이는 최근 새 정부의 '빚탕감 정책'을 접한 한 은행권 관계자의 입에서도 나온 문장이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의 뚜껑을 열면서 '배드뱅크' 추진 방향도 윤곽이 잡혔다.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채무 탕감 대상은 113만명으로 7년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장기연체채권을 금융권에서 일괄 매입해 소각할 방침이다. 이번 원금 감면 대상엔 취약계층에서 저소득층으로 기준이 확대됐고, 지원 기간도 늘려 코로나 이후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10만명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문제는 16조원 규모의 채무 탕감을 위해 필요한 예산 8000억원 중 정부가 4000억원을 부담하고 금융권이 나머지를 분담하는 방식을 취한다는 점이다. 은행권은 최소 3000억원 이상 지원하게 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은 금융 소외계층을 통 크게 돕는다는 취지는 좋지만, 정부가 '통 큰 지원'을 외치고 뒷감당은 은행권 주머니를 통해 메우려 한다는 목소리다. 한 관계자는 “말이 협의지, 실질적인 부담을 떠안는 건 금융권이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의 상생금융 요구에 지난해 4조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하기도 했던 은행권은 이자수익 감소와 연체율 상승으로 건전성 부담이 높은 업황 속 사실상 강제적인 자금출연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은행권의 마음이 무거운건, 재정적 부담은 차치하더라도 정책의 실효성에 물음표가 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번 정책으로 인해 시장에서 '빚을 안 갚은 사람이 혜택을 보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의 정책을 소개하는 다수의 유튜브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선 “모든 정부가 빚 탕감을 해주는데 이걸 놓치고 받지 않으면 바보"라는 식으로 광고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앞서 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에서 탕감한 취약계층 대출 원리금이 최소 18조원에 달했지만 가계 평균 신용대출액은 오히려 증가했다. 은행권에선 “지원 규모도 부담이지만 정부의 명분 좋은 요구에 충실하게 지갑을 열어야 하는 형국이 될 때가 있다"며 “은행의 재원 충당이 사실상 명령처럼 작동하고, 공적 재원을 통한 빚 탕감은 어느새 당연해진데 반해 정책 성과는 좀처럼 느끼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재정적자 3% 이내 관리'라는 재정준칙이 사실상 무너진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 계속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는 재원을 충당하는쪽도, 도움을 받는쪽도 정책 효과와 형평성에 공감할 수 있도록 부담 주체에 대한 논의나 성실상환자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도 보다 깊게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이슈&인사이트] ‘전범’ 네타냐후는 왜 아직도 자유로운가

이스라엘과 이란의 공중전으로 인해 양국에서 희생자와 피난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지난 6월 15일, 프랑스 일간지 에 유력 이란인들의 시국 성명이 실렸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 나르게스 모하마디와 시린 에바디,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와 모하마드 라술로프, 여성 인권운동가, 법학자, 정권의 탄압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까지. 이란의 양심이라 할 이들이 함께 서명했다. “두 나라(이란, 이스라엘)에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 학살 중단을 요청한다. 우리는 이란의 영토 보전과 국민이 진정한 주권 아래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천명한다. 하지만 지금 이슬람 공화국이 추진 중인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이스라엘 정권과의 파괴적인 전쟁은 이란 국민의 이익에도, 인류 전체의 이익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이 갈등은 단지 사회 기반시설을 파괴하고 민간인의 생명을 앗아가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자체로 인류 문명의 토대를 위협하는 중대한 위협이다."그들은 자국 이란 정권의 핵무기 야망을 정면으로 부정했고, 민간인 살상과 기반시설 파괴에 반대하며, 평화적 이행을 요구했다. 그리고 이스라엘과 이란 양국 모두에게, 인류 문명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무차별 폭력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한가지 질문이 남는다. 이스라엘에는 왜 이런 성명이 나오지 않는가. 이스라엘에도 반전(反戰) 지식인과 시민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는 세계 언론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것은 단순한 편집의 문제만은 아니다. 누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누구의 고통을 외면할 것인가. 국제 정치의 '선택된 윤리'가 여전히 작동 중이라는 뜻이다. 2023년 11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학살을 이유로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에 대해 전범 혐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는 단 한 번도 체포되지 않았다. ICC에는 군대가 없다. 체포는, 네타냐후가 방문하는 국가들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 동맹국들은 그 어떤 협조도 하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전쟁을 지휘하며 민간인을 죽음으로 내몬다. 국제법은 있지만, 정의는 없다. 힘의 논리 앞에서 법은 침묵한다. 지난 6월 11일, 그는 부패 혐의로 이스라엘 법정에 섰다. 검찰의 추궁은 날카로웠고, 일각에선 실각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그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다시, 전쟁을 연장했다. 팔레스타인들을 상대로 민족학살인 제노사이드를 자행해온 그는 이번에는 이란 핵·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을 지시하며 전면전을 확대하며 개선장군처럼 행동하고 있다. 미국 내 일부 유대인 지지층의 함께 환호와 함께 지지율도 상승하는 모양새다. 그는 자신이 직면한 정치 위기를 국가 안보 위협을 강조하며. 특히 이란 핵 위협과의 대립 구도를 통해 국내 정치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전쟁은 유용한 도구다. 그것은 독재자들이 오래전부터 써온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참여연대도 네타냐후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전범으로 고발한 적이 있으나, 그후 수사진행은 오리무중이다. 참여연대는 네타냐후가 저지른 가자지구 폭격, 인도적 봉쇄, 민간인 학살 등을 명백한 국제인도법 위반이라 보았다.한국 시민사회는 침묵하지 않았다. 국제 정의의 실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는 태도 속에서, 그들은 책임을 선택했다. 그러나 정작 국제기구들은 침묵했다. 유엔은 결의안을 내고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고, ICC는 스스로를 집행하지 못하는 이름뿐인 재판소로 전락했다. 서방 정치권은 네타냐후의 방패막이다. 정의는 누구에게만 작동하고, 누구에겐 멈추는가. 국제법은 왜 이렇게도 비겁하고 무력한가. 성일권

[EE칼럼] 신재생 에너지 시대와 국제 갈등

이재명 정부는 전임 정부들과 달리 에너지 정책 개편과 보완을 국정 주요과제 중의 하나로 미리 제시하였다. 잠재성장률 3%라는 경제목표 달성을 위한 것이다. 그 추진전략으로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투자와 산업 구조 혁신 등을 강조했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기후 위기대응이라는 글로벌 큰 흐름에 따라 신재생 에너지 중심사회로 전환과 함께 적절한 수준의 원전 활용이 주요 내용이다. 신재생 에너지 증대에 중점을 두는 가운데 기존 원전 활용과 원전 국제경쟁력 복원 등을 고려하는 실용성을 강조한다. 에너지 수입 대체, RE100(신재생 위주 기업운영)과 에너지고속도로 건설 등을 새로 제시하였다. 관세 전쟁, 우크라이나와 중동 분쟁과 물가와 환율 불안에 따른 올해 잠재성장률이 1%를 밑도는 우리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지난 30년간(1994~2024년) 우리 잠재성장률이 6%p(포인트) 하락했다. OECD는 내년 우리 잠재성장률을 1.98%로 제시하였다. 주목할 사실은 이재명 정부 출범 바로 직전인 지난 5월 우리 수입물가지수(한은 발표)는 전달 대비 3.7% 내렸다는 점이다. 우리 주종 수입원유인 '두바이'유 가격도 5.9% 내렸다. 그러나 이달 들어 '두바이'유 가격은 약 16%나 올랐다. 급변하는 대내외여건 아래 효율적 에너지전략 수립이 다급한 연유이다. 그나마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적인 '원전 르네상스' 바람이 불고 있는 점은 다행스럽다. 원전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산업의 뒤를 이을 우리 수출 주력 상품로 간주 된다. 최근 26조 규모의 체코 원전 수주를 매듭지었다. 이제 원전과 함께 청정 기술에너지원을 구성할 신재생 에너지에 관심을 키울 때이다. 저성장의 그늘, 원전 르네상스의 부상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세계 에너지 부문 투자 330억 달러 가운데 2/3인 220억 달러가 청정에너지 부문으로 예측한 바 있다. 아직 상대적으로 미(未)성숙 기술/산업에 기반한 신재생 등 청정에너지 부문은 최근의 경제 불안정성 증대와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도 이런 관심을 받는 것이 특기할 만하다. 이에 반해 석유 등 화석 연료 부문 투자는 6% 줄었다. 지난 2016년 '코로나' 위기 이래 가장 크다. 따라서 화석 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 경쟁이 당분간 세계 에너지 시장변화를 좌우할 것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당위론 접근만이 아니다. 새로운 에너지 질서 등장이다. 새로운 지정학적 긴장을 예고하기도 한다.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신재생/청정기술 에너지로의 전환은 단순한 기술 변화만은 아니다. 새로운 차원의 세계적 갈등을 촉발할 수 있는 지정학적 경제사회 구조 재편이다. 녹색 기술과 핵심원료광물 확보 경쟁, 기술과 자원에 대한 접근 분쟁, 그리고 글로벌 공급체인 변화와 경제력 재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알력과 분쟁 소지를 내포하고 있다, 결국 청정/녹색/ 신재생 에너지로 지구를 치유하려는 시도는 인류문명 진전에의 새로운 해결과제가 될 소지가 보인다. 이를 효율적 해결과제 처리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향후 국가발전의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청정에너지 투자, 세계가 주목하다 이러한 정책설정의 기반인 국제석유 시장의 안정추세가 최근 급변하고 있다. 예의 주시하여야 할 것 같다. 지난 13일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개시 이래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있다. 6월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7월물 선물 가격은 74달러 수준에 거래되었다. 주간 기준으로 WTI 가격은 13% 상승해 지난 2월 11일(73.32달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으로도 약 19% 올랐다. 여기다 이란의 원유/가스 생산과 수출기지까지 피해를 받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의 수출통로로 전 세계 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난다. 국내로 들어오는 중동산 원유도 이 해협을 통과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하면 유가는 120달러/배럴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극단적 가능성은 적다고들 한다. 중국 등 이란 석유 수입국들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질서를 좌우하는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글로벌 석유 시장이 OPEC+ 증산, 글로벌 관세 전쟁 등에 따라 공급 걱정은 당분간 적을 것 같다. 따라서 이번 이란-이스라엘 갈등이 완화되면 빠르게 하향-안정세로 진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신재생에너지가 불러올 새로운 지정학 여기서 우리는 인류문명 발전과정에서 에너지의 역할 변화를 간략히 살펴보자.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에너지가 세계 문명기반이 되어온 지난 두(20-21) 세기는 비약적 경제개발과 함께 전쟁 등 세계 갈등도 빈번하였다. 화석에너지와 그 활용체제 확보 경쟁이 그 주요 원인이었다. 1991년 걸프전, 2003년 이라크 전쟁, 그리고 러시아의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제약 등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따라서 화석에너지는 경제사회성장뿐 아니라 군사전략, 동맹 확대/유지, 그리고 전략적 무기 그 자체로 활용되어왔다. 이에 반해 신-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지정학적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왔다. 신-재생에너지는 세계 각지에 분산되어 있고, 지역에너지로서의 생산과 활용이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의 전략 무기화는 더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 않다는 사실이 점차 밝혀지고 있다. 신재생의 청정화와 지속 가능성 확보에도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화석 연료가 지역편중 분포된 것과 마찬가지로, 신-재생 청정/녹색 전략에 필요한 원자재와 기술도 불균등하게 분포된 점에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에너지 부문은 어디서나 갈등을 유발하게 마련이다. 화석연료의 그림자와 그 전략적 유산 이러한 의미에서 에너지와 국가 산업전략 간에 역사적 변화추이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영국의 저명한 경제지인 The Economist는 6월호에 '세계는 제조업 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라는 기사를 게재하였다. 그 주 내용은 '모든 정부의 제조업에 대한 집착은 근거 없는 믿음을 기반으로 하며, 결국 자멸한다.'라고 요약된다. 제조업 육성은 다양한 정치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주로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를 되살리고 세계적 차원에서 산업 중심지로서 잃어버린 영광회복이 목표이다. 이에 반해 개발도상국들은 일자리와 함께 경제성장 동력 확보를 도모한다. 결국 산업(특히 제조업) 생산 역량과 그 파급효과가 국가발전의 중심이다. 특히 지금은 중국의 막강한 제조업 비중과 역할이 모방과 답습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 사례에서 제조업을 육성하면 성장, 고용, 사회 유연성 등의 국가목표 동시 달성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갖게 한다. 중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질서 형성의 두 주역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조업 신화는 현대 경제의 본질에 대한 일련의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Economist지는 설파하고 있다. 주로 제조업 고용행태 변화에 대한 오해 부족 때문이다. 시장경제체재에서 제조업은 경쟁력 유지를 위해 언제나 자동화, 고부가가치화, 집적화 등으로 잘 훈련된 고품질 노동력을 선호한다. 저학력 도시 노동자, 도시로의 이주 농촌 노동자들에 대한 양질의 일자리 제공 기회는 점차 소멸하고 있다. 2024년 세계제조업 일자리는 2013년 대비 6%에 해당하는 2천만 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제조업 생산액은 5% 증가했다. 현재 생산현장의 양질 일자리는 기술자와 엔지니어 중심이며, 단순 노동자는 아니다. 미국 제조업 일자리 중 생산직은 3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이들은 대부분 학위가 없는 근로자(속칭 Lunch-pail Joes:도시락 지참 노동자)들이다. 미국의 무역 적자를 해소할 만큼을 미국 내로의 제조업 환류 조치를 감행해도, 고작 1%의 신규 생산직 고용만 늘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제조업은 단순 노동자에게 건설업 등 다른 산업보다 더 나은 보수를 못 준다. 제조업 생산성 증가율이 서비스업보다 낮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인식오류는 제조업이 경제성장에 필수적이라는 믿음이다. 인도의 제조업 비중은 GDP 대비 정부 목표치인 25%보다 약 10%포인트 낮지만, 인도 경제는 지금 고속성장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주요 제조업 부문을 장악했음에도 최근 성장률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과 안보, 제조업 회귀의 함정 그렇다면 '우크라이나'와 중동 등지의 전쟁과 미-중 갈등을 겪는 서방 선진국들이 안보를 위해 제조업을 되살려야 한다는 명제(Agenda)는 타당한가? 미국 '트럼프'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캠페인 같은 국수주의적 접근에 대한 정당성 논란이다. 우선 해외 공급에 대한 의존위험이라는 점에는 설득력은 있다. '코로나 위기'시기에 일정 수준 공급망 불안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중국의 희토류 정제 독점은 최근 글로벌 자동차 생산에 제약이 되며, 미-중 관세 협상의 관건이 되고 있다. 따라서 서방이 무기와 탄약을 비축하고, 핵심 인프라를 동맹국으로부터 조달하며, 군함과 같이 오랜 생산준비 기간이 필요한 것들의 미리 확보는 타당하다는 믿음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극도로 전문화된 세계에서 일반적인 제조업 육성은 전시 비상역량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토마호크 미사일을 만드는 것과 테슬라를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오히려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느 국가나 드론 등 다양한 무기를 빠르게 혁신하고 대량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미국, 독일, 일본, 한국 시장경제 체제 민주국가들은 각기 경쟁력이 입증된 다변화된 공급망구성을 통해 첨단 고부가 가치 부문에서 중국을 압도하고 있다. 이 경우 단일 국가 공급망보다 위기에 대한 회복잠재력이 더 크다. 따라서 동맹국 간 개방적 협력과 규제철폐로 큰 경제 블록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녹색 전환의 과제와 국제 협력 이제 마지막으로 우리는 새롭고 다변화된 에너지 공급망인 신재생/녹색 에너지 산업의 글로벌 공급체계와 개별 국가들의 유효 대응체제를 알아보자.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은 깨끗하고 지속 가능한 지구 문명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혁신기술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권력을 재분배하고 경쟁을 유발하며, 자칫하면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 핵심 자원 확보 경쟁과 기술 보호주의, 지정학적 갈등, 인프라 경쟁 등에 따라 기존의 세계 긴장을 더욱 증폭시킬 위험도 있다. 국가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갈등 요인들을 예상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전략적 비축, 다각화된 공급망, 공정한 채굴 관행, 그리고 기술 및 표준에 대한 다자간 공조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녹색-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자연환경에 대한 착취가 아닌 더 나은 가치 있는 전환을 유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재생/녹색 에너지 시대는 에너지 갈등의 종식이 아니라 오히려 녹색 시대로의 전환과정의 새로운 미진함과 부작용만을 남길 수 있다. 최기련

[기자의 눈] 부동산 시장, ‘폭탄’보다 절제가 약이다

“정책이 또 바뀌기 전에 사야 하나요."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7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시장엔 다시 불안이 번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36% 상승했다. 2018년 9월 이후 최대폭이다. 상승은 벌써 20주째다. 아직 폭등은 아니지만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이런 상황이 반복될 때마다 정부는 규제 강화나 완화, 공급 계획 발표, 금융 조치 등 다양한 대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시장은 더 요동쳤고, 집값은 내려가지 않았다. 사람들은 온갖 규제와 대책에도 지금 사지 않으면 손해를 보고 자산 시장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두려움에 '영끌', '패닉바잉'에 매달렸다. 역대 정부의 어떤 '부동산 대책'도 시장을 이기진 못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반응하는 건 부동산 대책의 강도보다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이라고 지적한다. 억눌렸던 실수요가 분출되는 상황에서 성급한 개입은 오히려 불안을 키울 수 있다. 장기적인 정책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실천해 나가는 것만이 시장의 안정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말폭탄'보다는 조용한 가운데 실천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 들어 집값을 잡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감이 확산돼 있다. 역대 진보 정권에 들어서면 집값이 급등했던 사례에 따른 불안이기도 하다. 주택의 공공성만 강조하고 투자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부정하면서 시장을 통제하려고만 했던 부작용이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장에서 수요자들에게 공급 신호를 확실히 주고, 재건축 등 구조적 요소를 손보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지금은 집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약으로 내세운 4기 신도시 정책을 구체화해 도심 수요를 분산시키고, 단기 처방보다 시장 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 조세 체계에 대한 비판도 있다. 현재의 보유세와 거래세 구조가 “팔지도, 사지도 못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특히 거래세를 낮춰야 시장 흐름이 정상화될 수 있다. 공급이나 금융 규제 같은 기술적 해법도 중요하지만, 지금처럼 시장이 예민할 때는 정부의 방향성과 메시지가 더 큰 신호가 된다. 신뢰가 없다면 어떤 정책도 반쪽짜리에 그친다. 정부가 반드시 나서야 할 땐 확실히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말을 아끼는 것이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이슈&인사이트] 정책이 최고의 정치다

이강윤 정치평론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에,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문두에 적는다. 모든 정부는 성공해야 한다. 왜냐하면 주권자인 국민의 시간과 돈(세금)을 임기 동안 전유할 전폭적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을 획득한다는 것은 물적 자원 배분권과 인사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진영이 어떠하든 합법적으로 집권한 모든 정부는 성공 의무를 갖고 있다. 정부의 실패는 국민 실패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어떤 정부건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며 공동 선 증대라는 목표 아래 국가를 경영한다는 전제하에서 하는 말이다. 나치나 무솔리니, 일본 제국주의 정권을 비판하는 이유는 그들이 합리적이지도 않았고 공동 선과 대척점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는 명백히 실패했다. 윤 정부 3년은 분열과 대립의 악순환에 빠졌고 계엄이라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변을 일으켰다. 국민 저항에 직면했고 결국 탄핵돼 오명의 종지부를 찍었다. 집권 기간은 3년이 채 안됐지만 각종 정책의 후과는 만만치 않을 것이고, 그 매몰비용은 추산이 어려울 정도로 막대하다. 계엄내란을 극복하고 새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는 같은 경험을 이미 8년 전에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촛불정부가 들어섰다. 각종 논란과 격렬한 분열 과정을 거친 끝에 문재인 정부의 요직이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적으로 돌아서며 반대당으로 갔고 집권했다. 인수위 과정 없이 바로 시작한 문재인 정부의 성과와 한계를 우리는 함께 목격하고 경험했다. 비슷한 경로를 밟고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야당도 윤석열계엄내란에 공동책임이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사과와 함께 정치적으로 확실히 결별해야 한다. 친윤 친한 반이…같은 말들로 정치를 더 이상 찢어발기듯 분열시키고 대립해서는 안된다. 같이 망하는 길이다. 윤 정부 3년은 극한대립의 확대재생산만 있었다는 점에서 정치사상 가장 퇴행적인 시기이고, 분열과 대립으로 인한 국가적 손해가 극에 달한 기간이었다. 이재명 정부에 당부한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새 정부의 성공은 대통령 자신이나 민주당의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것이므로 궁극적으로는 국민통합적 견지에서 모든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다음 네 가지 사안에 새 정부가 주춧돌 하나라도 제대로 놓기를 간절히 바란다. 양극화 완화, 저출생 탈출, 공교육 소생, 기후위기 대응 이 네 가지가 그것이다. 이 중에 단 하나라도 개혁이나 탈출의 주춧돌을 놓지 못한다면 우리는 소멸할 수밖에 없다. 어느 한 정부가 몇 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게 결코 아니다. 그래서 주춧돌을, 주춧돌이라도 놓아달라는 것이다. 정책 역량으로 새 정부의 존재 이유와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입증할 때이다. “아, 정권이 바뀌었구나. 확실히 변화하고 있구나"라고 실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새 정부가 외치는 국민주권과 국민통합이 의미를 획득하고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그간 정치권과 사회가 무조건 반대와 진영 대결에 쏟던 에너지를 국가적 난제 해결에 돌리게 함으로써 위기도 벗어나고 정치도 정상화시키는 데 명운을 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적대적 공생관계였던 양당 대결의 판박이밖에 되지 않는다.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나라로 나아가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새 정부에 달려 있다. 새 정부는 이러한 역사적 의미와 책무를 지니고 태어났다. 가장 어려운 일을 떠맡은 정부로 기록될 것이다. 우선, 계엄내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야당이 크게 바뀌어야 하고, 여당과 새 정부도 대립적 관점과 정치논리에서 벗어나 새 질서를 주도해나가야 한다. 그게 진정한 국정운영이고 정치의 정상화다. 책무가 큰 만큼 성공도 클 것이다. 정책이 최고의 정치다. 이강윤

[EE칼럼] 에너지안보와 기후위기 대응의 양날개 :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화

오늘날 우리는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기후위기에 맞서야 하는 이중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에너지안보는 국가의 경제적, 사회적, 군사적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충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는 일이다. 에너지 공급이 끊기는 순간, 공장은 멎고 불빛은 사라지며 도시 전체가 멈춰 선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이 기후위기를 초래함에 따라, 에너지안보의 위협 범위가 환경적 측면까지 확대되었다. 에너지 시스템이 물리적 공급 중단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국제 에너지시장의 불안정, 정치적 지렛대로 사용 가능성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더욱 취약해 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처럼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하는 국가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기후위기 또한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전 지구적 과제이다. 파리협정은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전 세계가 함께 노력할 것을 촉구하며, 모든 국가가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설정하고 5년마다 상향을 검토하는 구속력 있는 체제를 마련했다. 우리나라 역시 2050년 탄소중립 로드맵과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통해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에너지안보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복합적인 위기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핵심적인 수단이 바로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화이다. 이 둘은 단순히 개별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통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 구축에 기여한다. 먼저, 재생에너지는 에너지안보를 강화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태양광, 풍력 등 자연에서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춰 국제유가 변동성 및 자원부국들의 정치적 지렛대 행사로부터 발생하는 경제적, 정치적 취약성을 감소시킨다. 또한, 재생에너지는 온실가스 배출이 없어 탄소 저감의 핵심 열쇠로 작용한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서로 다른 재생에너지를 결합하는 방식 등을 통해 안정성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다음으로, 에너지효율화는 '지속가능한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의 첫 번째 연료'로 불릴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일한 에너지를 투입하여 더 많은 서비스나 생산량을 얻거나,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에너지효율화는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 온실가스를 감축할 뿐만 아니라, 가계와 기업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경제적 이점도 제공한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제로에너지 건축물, 가전기기 효율기준 강화, 자동차 연비기준 강화 등 에너지효율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화가 서로를 보완하며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에너지효율화는 전체 에너지 수요를 줄여 재생에너지 발전의 필요 용량을 감소시키고, 간헐성 문제를 완화하여 전체 시스템의 안정성과 경제성을 높인다. 즉, 에너지효율화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시 발생하는 제약을 극복하고, 궁극적으로 더 높은 재생에너지 비중 달성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촉매제 역할을 한다.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동시에 에너지효율화를 통해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 덴마크는 기후‧에너지‧유틸리티부 산하의 에너지청(DEA)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을 통합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덴마크는 세계 최고의 재생에너지 강국이며,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70% 감축하고자, 전력 소비 전체(100%)와 총 에너지 소비의 5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목표를 수립했다. 또한, 전력, 열, 수송 등 다양한 에너지 부문을 연계하는 '섹터 커플링(Sector Coupling)'과 같은 통합적 접근법을 적극 추진하여 에너지안보와 기후위기 대응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새는 양날개가 있어야 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화는 서로의 한계를 보완하고 강점을 극대화하여, 에너지안보 강화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상호보완적 관계를 형성한다. 재생에너지가 친환경적이고 자립적인 에너지원을 공급한다면, 에너지효율화는 그 에너지를 낭비 없이 사용하는 방식을 제공한다. 이들을 통합적으로 활용할 때, 에너지 공급과 소비 전반에서 구조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박성우

기후경제 언박싱 ④ RE100은 불가능한가?

기후와 에너지는 인류의 삶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합리적인 접근보다 이념적 선입견이 앞서거나, 정보는 넘치지만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기후와 에너지, 그리고 경제에 관한 정확한 사실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을 취재해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RE100은 사실 불가능한 것이다. 그 자체는 좋은 구호이긴 하나 상당한 시간이 지나기 전에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에 가능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5월 23일 대선 후보 TV토론)" 최근 대선 토론 때마다 RE100은 논란이 되었다. 2022년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RE100이 뭐죠?"라고 물었다가 '기후에너지 문제를 모른다'는 비판을 받았다. 2025년 대선 토론에서는 RE100을 놓고 후보들은 물론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이 논평을 내며 논쟁을 벌였다. RE100은 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자로, 기업들이 사용하는 전기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자는 캠페인이다. 이에 대해 우리 기업들의 수출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주장과,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렵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실제로는 어떤지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에너지정책학)와 10년간 현장에서 기업들에게 재생에너지를 판매해온 김승희 KEI컨설팅 매니저의 자문을 받아 살펴본다. RE100은 영국에 기반을 둔 단체 '클라이밋그룹(Climate Group)'과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Carbon Disclosure Project)가 2014년 시작한 캠페인이다. 구글, 애플, 마이크포소프트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협력업체들에게도 RE100을 요구하면서 민간 캠페인임에도 불구하고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이상준 교수는 “온실가스 감축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다. RE100은 그 중 일부인 기업이 쓰는 전기만을 떼어내 단순한 목표, 알기 쉬운 이행점검 등을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RE100에는 현재 445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대표적인 기업 36곳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2030년까지 기업이 쓰는 전기의 60%, 2040년에는 90%, 2050년에는 100%의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 5월 클라이밋그룹이 발표한 〈2024 RE100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회원사들이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있다. 작년에는 세계 424개 기업이 평균 53%의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했다. 그 중에서도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는 이미 99.8%, 애플은 98%, 인텔 97% 나이키 96%, UBS 82%, 로열필립스 99.2%, 뉴발란스는 90% 등 이미 연도별 목표를 초과 달성했고, 2050년 목표인 100%에 거의 도달했다. 반면에 한국 기업들은 삼성전자 31%, 삼성화재 4%, SK하이닉스 30%, SK홀딩스 18%, 현대차 13% 수준에 불과하다. 김승희 매니저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은 데이터센터도 포함되기 때문에 사용하는 전기량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도 이미 거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한국은 전기를 많이 쓰는 제조업이 많아서 RE100이 어려운 게 아니라는 얘기다. 김 매니저는 “RE100 연차 보고서를 보면 한국이 재생에너지를 가장 구하기 어려운 나라로 꼽힌다. 한국은 제조업이 많아서 RE100 달성이 어려운 게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부족해서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에도 제조업체들이 많지만 그 지역들은 재생에너지를 구하기가 쉬워서 RE100을 달성하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협력업체들에게도 RE100을 요구하는데, 한국 기업들에게 불이익은 없을까? “RE100은 기업들에게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되는 요소"라는데 두 전문가의 의견이 일치했다. 글로벌 RE100에 가입한 한국 대기업은 36개지만, 한국 정부가 국내 여건에 맞춰 운영하고 있는 K-RE100에는 현재 1천여 개 기업이 가입돼 있다. 삼성전자나 현대차가 부품 공급업체들에 RE100을 요구하면 협력업체들도 이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매니저는 “RE100은 단순히 대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중견 중소기업들이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유럽 자동차업체 BMW, 볼보, 다임러벤츠의 경우 부품 공급업체들에게 RE100을 요구하고 있다.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면 구매량을 줄이거나, 다음 입찰에 참여하지 말라는 통보를 하기도 했다. 실제로 일부 회사는 탄소 감축을 하지 못해 공급망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다만 RE100이 기업 경쟁력의 결정적인 요소라고 보기는 어렵다. 유럽의 전기차 배터리업체 노스볼트(Northvolt)는 RE100에 모범적인 회사였지만 최근 파산했다. 이상준 교수는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RE100만 잘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대부분 RE100은 권고 사항이지 강제 조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RE100을 안한다고 수출기업이 당장 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 경쟁력에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한국 기업들은 왜 그렇게 RE100에 뒤쳐졌나? 두 사람은 ① RE100용 물량이 적고 ②비싸다고 했다. RE100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재생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수력, 바이오매스, 지열(地熱), 조력(潮力)의 6가지다. 그러나 한국에는 지열, 조력이 거의 없고 수력발전이나 바이오매스는 RE100 조건을 맞추기 어려워 사실상 한국에서는 태양광과 풍력이 전부다. 현재 한국에는 태양광과 풍력을 합해 30여 기가와트(GW)의 설비용량이 있고, 이들이 연간 45~50 테라와트시(TWh)의 전력량을 생산한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반도체 제조 등에 쓰는 전기 사용량만 연간 20TWh 정도다. 기업들의 수요에 비해 재생에너지 생산량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가격 또한 일반 전기료보다 비싸다. 한전의 산업용 전기는 1kWh에 180원 정도인데,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는 210원/kWh 수준이다. 해상 풍력은 300원/kWh 안팎으로 훨씬 비싸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태양광과 풍력으로 만든 전기가 한화로 70원/kWh 정도인데 비하면 엄청나게 비싼 가격이다. 한국 기업들이 RE100을 맞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재명 대통령은 RE100 산업단지를 전국에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두 사람은 RE100 산업단지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폐지하고 입찰제로 가는 것을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RPS는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기 위해 2012년 정부가 도입한 제도다. 대규모 발전사업자는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동안 재생에너지를 보급하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하루빨리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 두 전문가의 얘기다. 첫째 RPS 때문에 재생에너지가 발전 공기업으로만 흘러가고 민간 기업들이 살 수가 없다. 둘째 현재 RPS 제도에서는 재생에너지 가격을 낮춰 경제성을 높일 유인이 적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재생에너지가 원전이나 다른 발전원보다 값이 싸져서 경제성이 높은데 반해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김승희 매니저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가뜩이나 없는 자원을 놓고 RPS라는 정부 수요와 민간의 전력구매계약(PPA) 수요가 서로 경쟁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들의 RE100을 지원해주려면 RPS를 폐지해야 한다. 정부가 사주는 물량을 줄이고 민간이 살 수 있는 숨통을 열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준 교수는 “RPS 제도가 10여 년 간 재생에너지 물량 확대에 기여한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제는 물량에만 집중하던 시스템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가 경제적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아지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또 하나의 사실이 있다. RE100은 실시간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받는 게 아니다. 실제로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사기도 하지만, 보통은 사용한 전력량만큼의 재생에너지 인증서(REC)를 구매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첫째 전기에는 꼬리표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과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보통 직접 연결되기보다 기존 전력망으로 연결된다. 그런데 전선 안에는 재생에너지 뿐 아니라 원전, 석탄, 천연가스(LNG) 등이 만든 전기가 다 섞여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만 분리해낼 수 없다. 두 번째는 재생에너지의 한계 때문이다. 재생에너지는 환경에 따라 전력생산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업의 전력사용량과 실시간으로 일치시킬 수가 없다. 태양과 바람이 없을 때는 전기를 생산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공장을 멈출 수는 없다. 따라서 물리적 전기는 기존처럼 공급받되, 해당 전기가 재생에너지로 생산됐다는 인증서를 사게 된다. RE100은 '내가 사용하는 전기가 어디선가 생산된 재생에너지라고 치자'라고 하는 셈이다. 한국은 RE100도 쫓아가기 바쁜 상황이지만, RE100은 한계가 있다. RE100은 전기를 많이 사용하고 세계적 영향력이 큰 대기업들만 회원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우주의 별처럼 많은 글로벌 기업들 가운데 11년이 넘도록 400여개만 회원이 되었다. 새로 들어갈 만한 대기업도 별로 없다. RE100이 더 확대되는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또한 산업현장에서 전기는 온실가스 배출의 일부에 불과하다.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은 전기도 많이 사용하지만 제조공정 자체에서 어마어마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따라서 RE100은 중요한 이니셔티브이지만 기후변화 대응에서는 일부 분야에 그칠 수밖에 없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RE100이 실시간 재생에너지가 아니라는 점도 한계다. 그래서 클라이밋그룹은 2021년 더 야심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4/7 CFE(Carbon Free Electricity)로, 매일 24시간, 주 7일 실시간으로 무탄소 전기를 달성하자는 더 강력한 프로젝트다. 구글, 아스트라제네카, 슈리시멘트, 보다폰 등이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는 재생에너지 뿐 아니라 원자력 발전과 탄소 포집 및 저장(CCS) 설비를 갖춘 화력발전도 포함시켰다. 24/7 CFE는 RE100보다 훨씬 어려운 과제여서 현실적으로 원전을 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승희 매니저는 “재생에너지 시설이 늘어날수록 LNG발전소, 양수, ESS 등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전원이 같이 늘어나게 된다. 저는 재생에너지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현실적으로 재생에너지만으로 데이터센터에 물리적 전기를 100% 공급할 수 없다. 데이터센터는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필요한데 지금은 세계 어디서도 재생에너지만으로 그것을 실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RE100 자체는 한계가 많지만, '재생에너지를 통해 탄소를 줄여야 한다'는 국제적인 흐름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RE100이 민간 캠페인이라면, 이를 법적으로 제도화한 것이 탄소국경조정제도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RE100을 달성했다. 따라서 'RE100은 불가능하다'는 말은 틀렸다. RE100은 기업들의 경쟁력을 구성하는 요소가 되었다. 한국도 재생에너지 제도와 시장을 개편해 기업들이 RE100을 달성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신연수 기자 ysshin@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