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전쟁에 저유가 기조 ‘흔들’…전력가격·정책에 변수 부상

美-이란 전쟁에 저유가 기조 ‘흔들’…전력가격·정책에 변수 부상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정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에너지 시장이 긴장 국면에 들어섰다. 그동안 국제 유가 안정세를 기반으로 이어졌던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드라이브와 한국전력의 실적 개선 흐름에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장 정부는 에너지 수급과 전력시장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연이어 비상 대응에 나섰다. 기후부는 이호현 제2차관 주재로 전력거래소와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발전5사·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이 참석한 '에너지상황 점검회의'를 2일 개최해 중동 정세가 국내 전력수급에 미치는 영향..

韓 대기업 중동 해외법인 140곳···“사태 장기화 대비해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에서 군사작전을 감행하며 '중동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장 수출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오일쇼크'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둬야 하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에 자리 잡은 우리 대기업의 해외법인만 140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4일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92개 국내 대기업 집단이 중동 국가에 세운 해외법인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 지역 16개국에 해외 계열사를 둔 국내 대기업은 30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중동에 만든 해외법인은 140개(10개국)였다. 작년 기준 그룹 전체 해외법인(6362개)의 2.2% 수준이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아랍에미리트(UAE)에 56개가 몰려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우리 대기업들이 38개의 법인을 세웠다. 오만(12개), 이집트(11개), 이스라엘(8개) 등에서도 주요 기업 해외법인이 운영 중이다. 전쟁 당사국인 이란에는 SK, 현대차, 중흥건설, KT&G 등이 1개씩 법인을 두고 있다. 기업별로 분류하면 삼성이 26개로 가장 많은 법인을 중동 지역에 배치했다. UAE에서만 10개, 사우디아라비아에 6개를 두고 있다. 현대차·LG·GS그룹도 각각 14개의 해외법인을 해당 지역에 만들었다. CJ그룹(8개), 한화그룹(7개), SK·KCC그룹(5개), 중흥건설그룹(4개) 등도 복수의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2023년 해당 지역 해외법인이 8개였지만 최근 들어 6개가 추가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계는 당장 이번 사태가 우리 수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중동사태 발발 직후인 지난달 28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국제유가가 10% 상승 시 수출액 감소 폭은 0.39%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선제공격과 관련 단기적으로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무협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오를 경우 우리나라 수출단가는 2.09% 상승한다. 대신 수출물량이 2.48% 감소해 전체 수출액은 0.39%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유가 상승이 수출 제품 가격에는 일부 반영되지만 글로벌 수요 둔화로 인한 수출 물량 감소 폭이 더 크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이스라엘(0.3%)과 이란(0.02%)으로 향하는 물량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대신 한국은 원유의 70.7%, 액화천연가스(LNG)의 20.4%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다. 연구기관들은 우리 기업들이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과거 사례를 보면 중동 지역에 대규모 전쟁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성장을 둔화시키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여 에너지 공급과 시장수요의 해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흔히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전과 달리 원유 해상 물동량의 대체 우회 수송 경로가 존재하고, 국내 원유 도입에서 미국산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져 앞서 오일쇼크와 같은 대규모의 경제적 충격 가능성을 높게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비관적 시나리오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설 경우 우리나라는 경제성장률 최소 0.3%포인트(p) 하락, 소비자물가 1.1%p 상승, 경상수지 260억달러 감소 등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오일쇼크 시나리오인 배럴당 150달러를 기록하게 되면 경제성장률 최소 0.8%p 하락, 소비자물가 2.9%p 상승, 경상수지 767억달러 감소의 영향이 예측된다"며 “이는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최대치로 잡아도 지난해(1.0%)와 비슷한 수준에 그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우리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를 대비한 비상 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원자재 가격 변동 리스크 축소를 위한 구매 효율성 확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과도한 원유의존도를 개선하기 위한 경제·산업 구조의 재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원유 수급 차질이 현실화되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과 물류비 부담 확대가 불가피해진다"며 “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대비한 선제적 유동성 관리와 상황에 맞는 리스크 대응 체계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세아해암학술장학재단, 과학기술인재 70명에 장학급 지급

재단법인 세아해암학술장학재단은 3일 미래 과학기술 인재 70명을 선발하고 장학금을 수여했다. 재단은 이날 서울 서교동 세아타워에서 제34기 미래 과학기술 인재 장학증서 수여식을 개최했다. 선발된 장학생에게 1인당 학기별 300만원씩 2년 동안 총 8억4000만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장학금은 등록금뿐 아니라 생활비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지급된다. 미래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할 공학·과학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1992년 설립된 세아해암학술장학재단은 지난 34년 동안 대학생과 대학원생 약 1500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해 오고 있다. 올해는 미래 첨단산업과 과학기술 혁신을 이끌어갈 핵심 인재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재단의 의지를 반영해 장학생 선발 인원의 70% 이상을 이공계(STEM) 전공자로 구성했다고 재단은 설명했다. 이순형 세아해암학술장학재단 이사장(세아그룹 회장)은 이날 수여식에 참석해 “자신의 꿈을 진지하게 붙들고 나아가는 길에는 큰 용기와 힘이 따른다"며 “장학생들이 자긍심을 갖고 목표를 향해 당당히 도전할 수 있도록 재단이 지속적이고 단계적인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美-이란 전쟁에 저유가 기조 ‘흔들’…전력가격·정책에 변수 부상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정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에너지 시장이 긴장 국면에 들어섰다. 그동안 국제 유가 안정세를 기반으로 이어졌던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드라이브와 한국전력의 실적 개선 흐름에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장 정부는 에너지 수급과 전력시장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연이어 비상 대응에 나섰다. 기후부는 이호현 제2차관 주재로 전력거래소와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발전5사·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이 참석한 '에너지상황 점검회의'를 2일 개최해 중동 정세가 국내 전력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했다고 3일 밝혔다. 기후부는 현재까지 중동 상황이 국내 전력수급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봄철 기온 상승으로 전력수요가 감소하는 시기이고, 국제 유가 상승이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3~6개월의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단기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발전공기업이 사용하는 유연탄과 직도입 LNG 가운데 중동 의존 물량이 없어 즉각적인 연료 수급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정부는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 대응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기후부는 전력공기업과 함께 에너지 비상대응반을 가동하고 중동 지역 동향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극단적 상황에 대비한 대응 계획을 점검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산업통상부 역시 장관 주재 비상 점검회의를 열고 석유·가스 수급 상황을 확인한 바 있다. 정부가 이틀 사이 연속 점검회의를 개최한 것은 이번 사태가 단순 외교·안보 이슈를 넘어 에너지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최근 국내 전력시장은 안정된 연료 가격 환경의 혜택을 받아왔다. 글로벌 공급 확대 기대 속에 국제 유가가 장기간 안정 흐름을 보이면서 한국전력의 전력구입비가 크게 낮아졌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악화됐던 재무 구조도 빠르게 회복세에 들어섰다. 시장에서는 올해 역시 연료비 안정세를 전제로 한전의 이익은 커지고 발전 공기업과 민간 발전사들의 실적은 약화될 것으로 예상해왔다. 그러나 이번 미국-이란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러한 전망에도 변수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유가 상승과 함께 전력도매가격(SMP)이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SMP 상승은 발전사 수익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전력요금 부담 확대를 우려한 정부가 SMP 상한제 등 시장 안정 조치를 다시 검토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SMP 상한제는 지난 2022년 1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약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발동됐다. SMP 상한제는 직전 3개월간 평균 SMP가 과거 10년간 월별 평균 SMP의 상위 10% 수준에 해당할 때 발동될 수 있다. 상한가는 10년 평균가의 1.5배로 정해진다. 당시 SMP 3개월 평균은 킬로와트시(kWh)당 254.8원으로 10년 평균 상위 10% 기준인 154.4원보다 무려 100.4원 높았다. 이에 따라 SMP 상한선은 160.2원으로 설정됐으며, 2022년 12월부터 2023년 2월까지 3개월간 적용됐다. SMP 상한제는 3개월을 초과해 시행할 수 없도록 제한돼 있다. 이후 2023년 4월 한 차례 더 발동된 것이 마지막이다. 이번 전쟁이 장기화되고 SMP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칠 경우, SMP 상한제가 재발동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SMP는 kWh당 90~10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이어진 저유가 환경이 전력시장 정상화의 핵심 조건이었다"며 “유가 상승이 지속되면 한전 실적 개선 속도와 전력시장 안정 흐름 모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쟁 장기화로 저유가 환경이 흔들릴 경우 에너지 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커질수록 연료 가격 영향이 적은 기저 전원의 중요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상당 기간 석탄화력발전, 대형 원전 중심의 전력 공급 구조 의존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동시에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역시 정책 추진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국제 연료 가격 상승은 화석연료 발전 비용을 끌어올리는 만큼 정부가 추진해 온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다시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연료비 변동성이 커질수록 태양광·풍력 등 연료비가 없는 전원의 경제성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기 때문이다. 다만 연료비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전력구입비 증가가 전기요금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요금 안정 사이의 정책 균형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호현 차관은 “현재 중동 정세가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며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전력공기업과 함께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당장 에너지 물량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한국 경제가 여전히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에 민감하게 노출돼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충분한 비축과 공급 다변화 정책이 단기 충격을 완화하고 있지만,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반복될 때마다 전력시장과 산업 비용 구조가 흔들리는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시적 긴장에 그칠지 혹은 장기화되면서 저유가 환경 종료의 신호탄이 될지가 향후 전력시장과 에너지 정책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지정학적 위기, 에너지 안보를 다시 묻다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지난달 18일 일본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합의한 5,500억 달러(약 800조 원) 규모 대미 투자 가운데 첫 3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오하이오주 가스 화력, 조지아주 인공 다이아몬드, 텍사스주 석유·가스 수출 항만 정비 등 에너지와 산업 인프라가 핵심이다. 일본의 이런 행보는 이미 합의된 대미 투자를 단순한 자본 이전에 그치지 않고, 자국의 에너지 안보 및 경제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그 효용성을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자국의 에너지 및 자원 부문이 가진 한계를 동맹 영토 내에서 관련 산업의 거점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보완하려는 것이다. 이는 에너지 안보와 경제 안보를 동맹의 구조 속에 편입시키려는 전략적 행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중동 정세가 급변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이 출렁이고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마저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27%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에너지 무역의 병목지점이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과 일본처럼 중동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직접적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유가 상승은 곧 물가와 제조업 비용 상승으로 연결되고, 이는 수출 경쟁력에는 물론 국민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한국이나 일본 에너지 수송의 취약성은 호르무즈 해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만 유사 사태 혹은 대만 주요 항구를 봉쇄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거나, 남중국해·동중국해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경우, 동북아 해상 교통로 역시 위험에 노출된다. 동북아시아 시장에로의 에너지 수송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말라카 해협, 남중국해, 동중국해로 이어지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해상 수송로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요컨대 중동과 동북아는 에너지 수송 네트워크로 연결된 하나의 해상 전략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일본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 결정과 최근 중동 정세를 통해 우리가 다시금 상기해야 하는 것은 에너지 안보와 지정학이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현실이다. 일본은 동맹의 내부에서 에너지 안보 및 경제 안보와 관련된 산업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한국 역시 단기적인 대응보다는 중장기적인 구조 설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에너지 안보와 해상 안보를 분리하지 않는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 이 연장선에서 해상 교통로 안정과 시장 불안 완화를 위한 정책 공조, 위기 상황에 대비한 정보 공유 체계를 한미 동맹의 틀과 연계하고, 나아가 이를 한·미·일 협력의 틀에서 추진할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또한 미국산 원유·LNG 도입 확대를 포함해 공급 구조의 분산 역시 필요하다. 특정 지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반복적으로 동일한 취약성을 노출시킨다. 이런 점에서 동맹이자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미국으로부터의 에너지 수입 확대는 에너지 안보 및 해상 안보 차원에서도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은 물론, 에너지 안보를 동맹과 연계시킴으로써 상호 보완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 아울러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수입 화석연료 의존 자체를 지속해서 낮추려는 노력 역시 멈추지 않아야 한다. 수입산 화석연료 비중을 줄이는 것은 기후변화 대응 정책일 뿐 아니라 지정학 리스크 완화 전략이기도 하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수가 된 시대에, 에너지 안보는 더 이상 수급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략의 중심 의제다. 위기에 대한 단기적 대응에만 급급한 것이 아니라, 에너지 안보를 다각도에서 바라보며 입체적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해야 한다. 임은정

“호르무즈해협 14일 이상 봉쇄 땐…세계경제, 구조전환 국면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테헤란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이후 이란군은 이에 대응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고, 아랍에미리트(UAE)의 주요 항공 허브도 운영을 중단했다. 이란 최정예 부대인 혁명수비대(IRGC)가 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에 대한 공격을 예고했다. IRGC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직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선 상태다. 이같은 봉쇄로 글로벌 시장에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아시아와 유럽의 주요 경제권의 에너지 안보가 심각한 위협에 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한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감소는 산업 정체와 국내 에너지 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14일 이상 봉쇄하는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면 세계 경제는 단기 충격을 넘어 구조적 변동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정학적 리스크 분석 기관인 '스페셜유라시아(SpecialEurasia)'는 이 기관의 공동 설립자이자 리서치 매니저인 줄리아노 비폴키 박사 명의로 2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글로벌 경제 충격'이란 보고서를 공개했다. 스페셜유라시아는 이탈리아에 기반을 둔 지정학·국제정세 분석 및 리스크 평가 기관으로 2013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2,000만 배럴 증발…에너지 시장의 '급소' 보고서에서 비폴키 박사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하루 2000만 배럴의 원유가 국제 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2026년 초 기준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여기에 더해 전 세계 LNG 공급량의 약 20%도 동시에 차단되면서 전력·철강·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 전반이 심각한 공급 불안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봉쇄가 72시간만 지속돼도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봉쇄가 14일 이상 장기화될 경우 이는 단순한 가격 급등을 넘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의 구조적 고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의 전략 비축유(SPR) 방출이 단기 완충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물류 병목과 가격 급등까지 상쇄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약 하루 700만 배럴)과 UAE의 아부다비–푸자이라 송유관(약 하루 150만 배럴)을 모두 최대치로 가동하더라도, 봉쇄로 사라지는 하루 2000만 배럴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항공·해상 물류 동시 마비…공급망 비용 폭증 에너지 충격과 함께 물류 부문도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동 내 주요 항공 허브의 운영 중단으로 서구와 아시아를 잇는 항공 화물 네트워크가 흔들리고, 고부가가치 전자제품·의약품 운송에 차질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두바이 국제공항의 기능이 제한될 경우 글로벌 환승 및 항공 물류 흐름 자체가 재편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운 부문에서는 페르시아만 항로의 전쟁 위험 보험료가 약 50% 급등하고, 일부 보험사는 보장 자체를 중단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홍해와 수에즈 운하의 병목 현상이 벌어지면 선박들은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항로를 택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운송 기간이 10~15일 늘어나며 연료비와 운임이 동시에 상승하게 된다. 보고서는 이를 “전 세계 물류 비용의 급격한 상승(precipitous increase)"으로 표현했다. 보고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80% 이상이 한국·중국·일본·인도 등 아시아 국가로 향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봉쇄가 2주를 넘길 경우 이들 국가에서는 산업 생산의 '눈에 띄는 위축(marked contraction)'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우 원유 수입량의 약 50%를 이 경로에 의존하고 있어 장기 봉쇄 시 제조업 생산 차질과 국내총생산(GDP) 성장 둔화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14일 이후에는 '충격'에서 '전환'으로 보고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14일을 넘길 경우 세계 경제가 단기 위기 대응 단계를 넘어 구조적 전환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시점부터 시장은 봉쇄를 일시적 충격이 아닌 장기 공급 단절로 인식하게 되고,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페르시아만의 신뢰성에 대한 재평가가 본격화된다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재고 확대와 공급망의 지리적 분산, 특정 항로 의존도 축소 전략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14일이 분기점으로 작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누적 공급 손실 규모다. 하루 2000만 배럴의 원유가 차단되면 2주 동안 약 2억8000만 배럴이 시장에서 사라지는데, 이는 전략비축유로도 단기간에 메우기 어려운 수준이다. 물류 측면에서도 해상 보험료와 운임이 급등하고, 유럽–아시아 노선의 우회 운항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운송 비용이 구조적으로 상승한다. 산업 현장 역시 14일을 넘기면 대응 방식이 달라진다.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운영 재고는 통상 7~14일 수준에 불과해, 이 시점을 지나면 감산을 넘어 라인 중단이나 휴업이 현실적 선택지로 떠오른다. 특히 한국·일본·중국처럼 연속 공정 비중이 높은 동아시아 제조업 국가들의 취약성이 빠르게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의 가스 위기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유럽은 전쟁 발발 후 2~3주 만에 러시아 가스 중심의 기존 에너지 체제를 포기하고 LNG 기반 구조로 전환했으며, 이후 공급 여건이 일부 개선됐음에도 과거 체제로 돌아가지 않았다. 보고서는 이 경험을 근거로 14일을 넘긴 봉쇄는 '충격'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의 시작'이며, 봉쇄 해제 이후에도 과거의 저비용·고효율 에너지·물류 시스템으로의 복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기후 리포트] 대기 중 CO2 증가, 혈액 성분 바꿔 신장결석 초래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의 급격한 상승이 인류의 혈액 화학 성분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고,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약 50년 이내에 인체의 생리적 조절 능력이 한계에 이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개별 질병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건강 기반을 흔들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온실가스 증가가 기후 시스템과 생태계, 그리고 미래세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당장 현세대의 건강까지 위협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호주 커틴대학교의 알렉산더 N. 라콤 교수와 호주 국립대학교의 필 N. 비어워스 박사가 공동으로 수행했고, 최근 국제학술지 '대기질, 대기, 건강(Air Quality, Atmosphere & Health)'에 게재됐다. ◇이산화탄소가 늘자, 혈액 속 중탄산염이 증가했다 연구진은 1999년부터 2020년까지 약 20년간 수집된 미국 국가 건강 및 영양 조사(NHANES) 자료를 활용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가 인간의 혈액 성분 변화와 어떤 연관성을 보이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대기 환경 변화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서 혈액 화학 조성의 장기적 변화를 동반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실제 분석 결과, 미국 성인의 평균 혈중 중탄산염(HCO₃⁻) 농도는 1999~2000년 약 23.8 mEq/L에서 2019~2020년 약 25.3 mEq/L로 약 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mEq/L는 혈액 1 L당 이온이 몇 밀리 당량(mili-equivalent) 들어있느냐를 나타내는 단위다. 혈액 속 이온이 '얼마나 강하게 생리 작용을 하는지'를 나타낸다. 산–염기 균형과 전해질 조절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지표다. 연구진은 중탄산염 농도 상승을 인체가 점점 더 산성화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완충 물질을 동원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질수록 인체가 흡입하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증가하고, 이는 혈액 내 이산화탄소 부하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인체는 혈액의 산성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신장을 중심으로 한 보상 기전을 작동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물질이 혈중 중탄산염이다. ◇뼈에서 빠져나오는 칼슘과 인, '조용한 대가' 문제는 이러한 보상 과정이 공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 흡수로 인해 혈액의 산성도가 높아질수록 인체는 이를 중화하기 위해 뼈에 저장된 칼슘과 인산염을 혈액으로 끌어오게 된다. 연구 결과, 같은 기간 동안 혈중 칼슘 농도는 약 2%, 인 농도는 약 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단순한 영양 섭취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기 환경 변화가 장기간 누적될 경우 인체 내부에서 뼈 대사와 무기질 균형 자체가 구조적으로 흔들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의 영향은 혈액과 장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존 연구들을 종합하면 1000ppm 미만의 비교적 낮은 농도에서도 집중력 저하, 의사 결정 능력 감소, 학습 효율 저하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이는 실내 환경에서도 충분히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정신 건강 측면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인간은 진화적으로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을 위험 신호로 감지하도록 설계돼 있어 농도가 높아질수록 불안 반응과 공황 반응이 촉진될 수 있다. 연구진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구조적으로 상승하는 사회에서는 인구 전체의 불안 수준이 만성적으로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2070년대, 인체 보상 능력의 임계점에 도달할 수 있다" 연구진은 현재의 증가 추세가 유지될 경우 2070년대 중반에는 평균 혈중 중탄산염 농도가 정상 상한선으로 여겨지는 30 mEq/L에 근접하거나 이를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이 수준에 이르면 사람의 몸은 더 이상 산-염기 불균형을 효과적으로 조절하지 못하고 만성적인 대사성 산증과 유사한 상태에 놓일 수 있다. 이 경우 수소 이온을 대신해 칼슘 이온이 과도하게 동원되는데, 이 칼슘이 탄산염 형태로 신장이나 혈관 벽에 달라붙어 신장 결석이나 혈관 석회화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연구진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환경에서 조직 석회화가 관찰된 동물 실험 결과들을 함께 제시하면서 인간에게도 장기적 노출 시 유사한 부담이 누적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신장 결석은 지난 수십 년간 증가 추세를 보여왔고, 특히 기존 위험요인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인구집단에서도 증가가 관찰되고 있다. 현재까지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가 신장 결석 증가의 직접 원인임을 입증한 단일 연구는 없지만, 생물학적 개연성과 역학적 추세는 일관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누적될 경우 신장 결석이 특정 생활습관병이 아니라 환경 노출과 연관된 보편적 건강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후 위기는 이미 우리 혈액 속에서 진행 중" 이번 연구는 기후 위기가 미래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현재 세대의 혈액과 신체 내부에서 진행 중인 변화라는 점을 과학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인류가 수백만 년의 진화 과정에서 경험하지 못한 속도로 혈액 화학 성분이 변화하고 있고,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체 항상성(일정한 상태를 지속하려는 성질) 자체에 대한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러한 변화는 눈에 띄는 증상 없이 진행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되돌리기 어려운 건강 부담으로 축적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경제계, 대미투자법 신속 처리 촉구…“경제협력 실익 실현 어려워져”

경제계가 국회에 계류 중인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3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촉구 경제계 긴급 호소문'을 발표했다. 경제6단체는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위법 판결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미국은 대체법 등을 활용해 기존 관세정책 방향은 유지하면서도 추가로 특정 국가·품목에 대해서는 선별적인 관세를 부과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도체·자동차·의약품 등 국내 주력 산업의 대미 수출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고 산업경쟁력 저하도 우려되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대미투자특별법 처리가 늦어질수록 대미 협상력은 약화되고, 한미 경제협력의 실익은 실현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6단체는 “우리 기업들이 통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대미 수출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국회가 특별위원회 활동 기한 내에 대미투자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품목별 관세와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한미 무역 합의 이전 수준인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지난 1월 밝혔다. 당시 그는 한국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최근에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과 이어진 트럼프 대통령의 거센 반발로 관세 관련 불확실성이 더 커진 상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탄소 등 기후 대응, 선택 아닌 무역경쟁력 핵심요소”

기후 규제가 환경 영역을 넘어 '통상 장벽'으로 급부상한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점검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제11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행사 주제는 '글로벌 탄소 무역 장벽과 한국 기업의 대응전략'이다. 올해는 전세계 탄소 무역 시장에 새로운 질서가 생겨난 원년이다. 그동안 각국이 '환경 보호'에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에는 탄소를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 전쟁'에서도 기후 관련 규제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우진 에너지경제신문 부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한국도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통상 관련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동시에 실질적으로 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장현숙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실장은 '2026년 글로벌 탄소 무역 장벽과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장 실장은 “올해는 기후 규제가 환경 영역을 넘어 통상 장벽으로 공식화한 해다. 외부적으로 드러난 변화보다 실제는 이보다 더 근본적인 것에 있다"며 “탄소는 비용이 아니라 새로운 무역 질서로 자리 잡았고 기후 대응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무역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보호무역정책과 국내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 “미국에서 온실가스배출 규제가 근거가 사실상 없어지면서 기업들은 경영 관련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는 규제를 유지하고 EU도 마찬가지라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이어진 종합 토론에서는 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가 좌장 역할을 맡았다.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 연구소장, 유준혁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경영자문부문 파트너, 이선경 켐토피아 상무,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 센터장 등이 의견을 나눴다. 에너지경제신문은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를 지난 2016년부터 매년 열고 있다. 2015년 탄소배출권거래제가 실시된 이후부터 현 시점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기후환경·경제정책 변화 양상을 살폈다. [관련기사 8,9면] 여헌우 기자 yes@ekn.kr

[인터배터리 2026] 차세대 제품부터 AI까지···韓 기업 ‘첨단 기술력’ 뽐낸다

'K-배터리' 기업들이 오는 11~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인터배터리 2026' 전시회에 참가해 첨단 기술력을 뽐낸다. 전고체를 비롯한 차세대 제품을 소개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미래 청사진을 제시할 방침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로보틱스, 드론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한 노력도 이어간다. 2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은 이번 행사에서 리튬인산철(LFP) 기반 ESS 설루션 'JF2 DC LINK 5.0'을 공개한다. LFP 기반 차세대 시스템과 고출력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된 배터리백업유닛(BBU) 설루션도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이들은 AI 데이터센터 등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다. 전기차 대중화를 앞당기기 위한 제품군도 소개한다. LG엔솔은 차세대 리튬망간리치(LMR) 배터리를 출격시키고 AI 기반의 전기차용 제품 진단·예측 기술도 알린다. 또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해 리튬메탈·바이폴라·소듐 전지 등 차세대 제품 개발 현황을 발표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AI 시대를 겨냥한 비전을 제시한다. 'AI의 상상, 배터리가 현실로'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초고출력·고품질 제품과 혁신 기술을 소개할 예정이다. 특히 부스 중앙에 무정전전원장치(Uninterruptible Power Supply, UPS) 및 배터리백업유닛(Battery Backup Unit, BBU)용 배터리 설루션을 전시해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백 제로화'를 뒷받침하는 초고출력 제품의 중요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삼성SDI의 UPS용 배터리인 'U8A1'은 각형 폼팩터에 리튬망간산화물(LMO) 소재를 적용한 게 특징이다. 지난해 유럽 최대 에너지 전시회 '더 스마터 E 유럽'에서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어워드 위너'(Award Winner)로 선정된 이력이 있다. 삼성SDI는 ESS용 일체형 배터리 설루션인 '삼성배터리박스(Samsung Battery Box, SBB)'의 풀 라인업도 전시한다. AI 시대의 핵심 전력 인프라로서의 사용 편의성, 화재 안전성, 장수명 등 특장점을 알릴 방침이다. 삼성SDI는 오는 2027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전고체 적용 분야를 휴머노이드, 이동형 로봇, 산업용 로봇 등 다양한 피지컬 AI로 확대하는 청사진을 제시한다. SK온 역시 글로벌 시장의 다양한 수요에 맞춘 혁신 제품과 차세대 기술을 대거 공개한다. 전기차 중심에서 ESS와 로봇 등으로 사업 무대를 넓히며 포트폴리오 확장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SK온은 ESS 안전 기술을 전면에 배치했다. 업계 최초로 전기화학 임피던스분광법(EIS) 기반 예방·진단 시스템을 접목한 컨테이너형 ESS DC 블록을 선보인다. EIS는 교류 신호로 이차전지 내부 저항과 반응 특성을 분석해 상태를 진단하는 기술이다. 이를 활용하면 기존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놓치기 쉬운 미세 결함과 열화 단계까지 조기 예측이 가능하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SK온은 2023년부터 관련 연구를 이어오며 특허도 출원해 왔다. 로봇 분야 적용 사례도 전시한다. SK온의 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가 탑재된 현대위아 물류로봇(AMR, Autonomous Mobile Robot)이 소개된다. 해당 로봇은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등 산업 현장에 적용돼 물류 자동화에 활용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전기차, ESS, 휴머노이드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는 미래 양·음극재 기술을 알린다. 원료-소재-리사이클링에 이르는 그룹 차원의 공급망 구축 성과도 발표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니켈 함량을 95% 이상으로 높인 울트라 하이니켈 양극재, 저렴한 가격과 긴 수명이 장점으로 ESS 및 엔트리급 전기차에 활용되는 LFP 양극재, 높은 에너지 밀도로 로봇 등 차세대 산업의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용 양극재와 실리콘 음극재 등을 선보인다. '인터배터리'는 국내 최대 규모 이차전지 산업 전시회다. 산업통상부가 주최하고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코엑스, 코트라 등이 공동 주관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호르무즈해협·홍해 봉쇄, 미국한테는 남의 일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됐다. 이 해협은 세계 원유, 가스 물동량의 20~25%가 통과하는 지역이며, 우리나라도 원유 수입의 70%, 가스 수입의 15%가 이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봉쇄가 단기적일 경우는 비축유와 수입선 다변화로 버틸 수 있지만, 장기화될 시에는 가격 급등은 물론 수급의 어려움까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1일 타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CG)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선언하고 모든 선박의 통행 차단에 나섰다. 에브라힘 자바리 혁명수비대 소장은 알마야딘 TV와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침공 이후에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국경을 따라 형성돼 있으며, 가장 좁은 폭은 불과 50km에 불과하다. 이 좁은 지역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의 원유와 가스가 다른 지역으로 수출되고 있다. 원유 통과물량은 일평균 2000만~2100만배럴가량으로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25%가량이다. 한국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2025년 총 원유수입량 1억3700만톤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물량은 사우디 4713만톤, UAE 1535만톤, 이라크 1550만톤, 쿠웨이트 1193만톤, 카타르 547만톤으로 69.6%나 된다. 천연가스(LNG) 수입량은 4668만톤 가운데 카타르 697만톤밖에 없어 비중은 14.9%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일본 역시 중동 석유수입 의존도는 70%가량이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이 세계 경제의 전략적 초크포인트(요충지)라는 점을 이용해 이를 봉쇄 또는 위협하는 방식으로 이스라엘 또는 서방과의 갈등에 활용해 왔다. 2차 오일쇼크가 끝난 직후인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서방이 이라크 지원에 나서자 이란이 해협 봉쇄에 나섰다. 이슬람 강경색이 짙은 이란이 이길 경우 중동 전체가 서방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서방은 함대를 파견했다. 이러한 갈등은 1984년까지 지속되면서 해협을 드나드는 유조선은 항상 피격의 위험을 안아야 했고 이로 인해 운임료는 폭등했다. 1987년 8월에는 사우디 메카에서 이란 순례자와 사우디 경찰 간 충돌이 발생해 이란 순례자 수백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란은 사우디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해협을 봉쇄했고, 이로 인해 당시 한국 동력자원부는 자가용 운행 홀짝제, 택시 운행 축소, 심야 주유소 운영 금지 등 석유 비상 통제훈련을 실시했다. 이후 이란의 해협 봉쇄 위협은 줄었으나, 2023년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이후 다시 긴장도가 높아졌다. 올해 1월 11일에는 이라크 원유를 싣고 튀르키예로 향하던 유조선이 나포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기존에는 미국도 중동으로부터 석유를 수입하면서 수입선을 지키기 위해 중동에 함대를 파견해 유조선 등을 보호했다. 하지만 이제 미국은 그럴 필요가 없다. 2016년 미국 셰일석유의 등장으로 자국 석유, 가스 생산량이 넘쳐나면서 더 이상 중동 수입에 의존할 필요가 없게 됐고 중동 함대 파견도 필요성이 사라졌다. 결국 이번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 싼 긴장도는 한껏 높아졌지만, 정작 미국은 이 해협을 보호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중동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일본, 유럽이 군사적 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이를 명분으로 함대를 계속 주둔하는 대신 천문학적 비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대책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우선 비축유를 풀어 수급 차질을 완화하고, 급히 다른 지역의 수입을 늘리는 것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정부의 석유 비축량은 1억배럴을 약간 웃돈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으로 비축일수는 120일 정도다. 여기에 민간 재고량까지 합하면 모두 210일 정도의 비축일수를 갖고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실질적 비축일수는 이보다 상당히 적을 수 있다. 지난해 국내 총 석유 소비량은 9억3157만배럴로, 일평균으로는 255만배럴이다. 이를 정부 비축량에 적용하면 비축일수는 1/3 수준인 39일로 크게 줄어든다. 결국 일상적인 석유 소비 패턴으로는 한달 반에서 두달가량밖에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중동을 대체할 수입선으로는 대표적으로 미국이 있다. 한국의 지난해 미국 원유 수입량은 2232만톤으로 전년보다 3.7% 증가했다. 이어 브라질, 호주, 멕시코, 동남아,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추가 수입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제 제재로 수입이 중단된 러시아산도 상황에 따라 수입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중동의 긴장 고조는 호르무즈 해협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유럽으로 가는 관문인 홍해 및 수에즈 운하 운항에도 영향을 미친다. 홍해의 입구는 폭이 30km로 정도로 매우 협소한데, 이 지역은 친이란파인 후티반군이 점령하고 있어 얼마든지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공격이 가능하다.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때도 후티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기도 했다. 한국 등 아시아 대부분의 선박들은 유럽으로 가기 위해 홍해를 지나 수에즈 운하를 거친다. 홍해가 막히게 되면 아프리카를 빙둘러 가야 해 그만큼 비용이 추가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는 북극항로는 이 항로를 대체할 수 있다. 기존 동북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항로는 남중국해를 거쳐 수에즈운하를 지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 약 2만2000km를 이동해야 하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약 1만5000km로 크게 단축이 가능하다. 다만 북극항로는 러시아 연안을 통과해야 해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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