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변 바다가 육상과 해상을 통해 유입되는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해 심각하게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잇따라 발표된 국내외 연구 결과는 이 문제가 단순한 국내 연안 관리 차원을 넘어, 동북아시아 전체가 구조적으로 맞물린 해양 환경 위기를 맞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하천을 통한 대규모 육상 유입과 양식·어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해상 유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오염의 규모와 양상이 점점 복잡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국내 연안 부유 쓰레기, 10개 중 9개가 플라스틱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위해성분석센터 심원준 박사 연구팀은 지난달 국제학술지 '환경 오염(Environmental Pollution)'에 발표한 논문에서 국내 연안의 부유 쓰레기 평균 밀도를 ㎢당 181개로 추산했다. 연구팀은 파도와 기포의 간섭이 적은 뱃머리 쪽에서 육안과 망원경을 사용해 선박의 항로 상에서 정해진 유효 관측 폭(선박 높이에 따라 10~50m) 내에 존재하는 쓰레기를 식별하고 그 유형과 크기·색상 등을 기록했다. 눈에 보이는 쓰레기 가운데 플라스틱 쓰레기의 비중이 92%를 차지해 해양 부유 쓰레기 문제의 실체가 사실상 플라스틱 오염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역별로는 서해의 오염 밀도가 ㎢당 251개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서해가 대규모 강 하구와 인접해 있고, 조차가 크며, 연안 양식과 항만 활동이 집중된 지리적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서해의 경우 해안에서는 ㎢ 당 244개가 관찰됐고, 먼바다에서도 256개나 관찰됐다. 반면 동해는 상대적으로 하천 유입이 적고 수심이 깊어 평균 밀도가 ㎢당 81개로 낮았지만, 완전히 안전한 해역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남해는 206개였다. ◇강 하구와 양식장, 유입의 두 축 플라스틱 쓰레기의 주요 유입 경로는 크게 강 하구를 통한 육상 기원과, 양식·어업 활동을 통한 해상 기원으로 나뉜다. 육상 기원의 경우 한강·금강·영산강 등 국내 주요 하천뿐 아니라, 중국 양쯔강(장강)과 같은 초대형 하천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수자원수력과학연구원 소속 연구팀이 지난달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양쯔강에서만 매년 약 5200조(兆)개에 이르는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바다로 유입된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5㎜보다 작은 플라스틱을 말한다. 이를 무게로 환산하면 약 9200톤에 이르는데, 단일 하천(강)임에도 전 지구적 해양 플라스틱 순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다. 이러한 미세플라스틱과 대형 플라스틱이 서해에 유입되면 해류를 타고 한반도 연안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해상 기원 오염은 남해에서 두드러진다. 국내 양식장의 약 46%가 남해 연안에 집중돼 있는데,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발포 폴리스티렌(EPS) 부표와 각종 어구가 주요 오염원으로 지목된다. 파손되거나 방치된 부표는 쉽게 잘게 부서져 중·소형 플라스틱 조각과 미세플라스틱으로 전환된다. ◇플라스틱 '작을수록 더 위험' KIOST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부유 플라스틱 가운데 크기가 2.5~20㎝ 범위의 중형 조각이 전체의 72%를 차지했다. 색상은 백색이 59%로 가장 많았으며, 이는 EPS 부표와 포장재 파편의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재질별로는 스티로폼 파편이 27%, 필름형 플라스틱이 16%를 차지했다. 중국 시안교통대학교 연구팀이 이달 초 '해양 과학 프런티어즈 (Frontiers in Marine 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동아시아 해역에서 미세플라스틱의 경우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300㎛(마이크로미터) 미만의 작은 입자들이 다량 검출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소형 미세플라스틱이 표면적 대비 부피 비율이 커 유해 화학물질을 흡착하기 쉽고, 생물체에 섭취될 가능성도 높아 생태계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플라스틱의 분포와 밀도는 수문학적 요인과 기상 조건에 크게 좌우된다. 강우량이 많은 시기에는 하천 유량이 증가하면서 육상에 축적돼 있던 플라스틱이 한꺼번에 바다로 유입되고, 해류를 따라 더 먼 해역까지 확산된다. 실제로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가 통과한 직후 실시한 KOIST 조사에서는 연안 부유 쓰레기 밀도가 평상시 대비 수십 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극한 기상 현상이 앞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더 잦아질 경우,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생태계는 물론 사람도 피해 이들 논문에서는 플라스틱 오염이 해양 생태계 전반에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피해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플랑크톤과 조개류, 작은 물고기 등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면 물리적 장(腸) 폐쇄, 섭식 효율 저하, 성장 및 생식 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플라스틱은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OPs)과 중금속을 흡착·운반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먹이사슬을 통해 생물 농축이 일어나 인간을 포함한 상위 포식자에게까지 독성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양 생물이 대형 플라스틱 쓰레기에 얽히는 사고와 어구 손실 등은 어업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나아가 관광·양식업 피해까지 포함하면 경제적 손실 규모는 연간 수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경 넘는 문제, 책임도 넘어야 한다" 동북아 해양에서 중국의 플라스틱 쓰레기는 한반도로, 한반도 플라스틱 쓰레기는 일본 해안으로 떠내려간다는 말이 있다. 논문에서 전문가들은 한반도 주변 해역의 플라스틱 문제를 국경을 초월한 복합 환경 위기로 규정했다. 개별 국가의 수거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과학적 감시와 정책적 대응, 국제적 책임 분담이 동시에 작동해야 실질적인 개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중국 시안교통대 연구팀은 논문에서 한·중·일 3국 간 해양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사법 협력 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화학적 지문 분석과 해양 표류 모델링을 결합해 국가별 오염 기여도를 산출하고, 이를 토대로 '시장 점유율 책임(market-share liability)' 원칙을 적용해 비례적 책임을 묻는 방안을 제시했다. KIOST 연구팀도 과학적 추적과 책임 논의와 함께, 집중호우 시 강 하구 차단·수거 시설 운영, 친환경 부표 보급 확대 등 현장 중심의 예방·대응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해양 플라스틱 문제 해결은 국가 내 관리 강화로 플라스틱 쓰레기의 해양 유입을 예방하는 '씨줄'과 바다로 들어온 플라스틱 쓰레기는 국가 간 책임 공유를 통해 해결하는 '날줄'이 서로 잘 짜여야 한다는 얘기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