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11차와 완전히 다를 것” 기후부, 12차 전기본 대수정 예고…SMR·원전->전력망·유연성 자원

[분석] “11차와 완전히 다를 것” 기후부, 12차 전기본 대수정 예고…SMR·원전->전력망·유연성 자원

이재명 정부의 첫 에너지계획인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기조는 전력망 확충·수요관리·유연성 자원 확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등 발전설비 중심이었던 윤석열 정부의 11차 전기본과는 명확히 다른 정책 기조다. 신설 기후부는 11차 계획의 근본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12차 계획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음을 암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정책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9일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1차 총괄위원회(비공개)를 개최하며 본격적인 수립 작업에 착수했다. 기후부 내부와 에너지업계에서는..

“韓 탄소중립 전략 ‘규제→기술개발 지원’ 패러다임 바꿔야”

우리나라 탄소중립 전략 무게추르 현행 규제 중심에서 기술개발 지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서울대학교는 10일 상의회관에서 '제8회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를 공동으로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이날 세미나는 '새정부의 탄소중립·에너지 정책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열렸다. 구체적인 탄소중립 이행 방법론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 관계자, 기업, 학계, 시민단체 등 각계 주요인사 400여명이 참석했다. 첫 세션에서 전문가들은 규제 중심의 탄소 감축체계가 가진 한계를 지적했다. 산업 전환을 뒷받침할 탄소중립 혁신기술 개발 정책의 필요성과 구체적 추진방안을 논의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부문 탄소중립 정책은 한국 산업이 어떤 구조로 성장할 것인지에 대한 장기 비전과 사회적 공감대가 전제돼야 한다"며 “규제 강화만으로는 기업 활동 위축 위험이 있는 만큼 산업 성장을 견인할 혁신기술 개발 중심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일본은 GX(Green Transformation) 전략을 통해 산업·에너지·기술 정책을 통합하고, 성장·탈탄소·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추진하는 종합 패키지를 운영 중이다. 20조엔 규모 GX 경제이행채 발행, 탄소가격제 도입, 전환금융 활성화, 세제·보조금 지원 등 정부 정책 지원과 금융·인센티브를 결합해 기업의 탈탄소 투자와 기술 개발을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조홍종 단국대학교 교수는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난감축산업은 기존 기술만으로는 감축에 한계가 있어 과학적 감축 로드맵과 대규모 기술개발 투자가 필수"라며 “일본처럼 정부가 명확한 중장기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재정 지원을 통해 민간 투자를 촉진하는 혁신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환경단체를 대표해 참석한 최창민 플랜1.5 정책활동가는 “기업의 과도한 온실가스 배출은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 위반과 국제적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가는 기업이 1.5℃ 목표에 부합하도록 법적 수준의 감축 조치를 요구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후테크의 역할과 과제가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우리 경제가 에너지 다소비 산업 중심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기술혁신 없이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데 공감했다. 이를 위해 △실증 지원 확대 △민간투자 유인 △규제 합리화 △인력·인프라 기반 강화 등 통합적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후테크 스타트업 대표 기업으로 참석한 이칠환 ㈜빈센 대표이사는 “과도한 사전 규제와 부처 간 분절된 절차가 기후테크의 시장 확산을 늦추고 있다"며 “규제 샌드박스 확대, 실증특례 허용, 인허가 절차 표준화 등 혁신 친화적 규제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규제 중심 접근만으로는 산업 전환을 충분히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을 높이고 기술혁신과 금융, 인력 등 전환의 핵심 요소를 통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12차 전기본 예측] “재생에너지 변동 구간은 LNG가 메운다”…김성환의 달라진 인식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재생에너지 출력이 부족한 구간은 LNG의 기동성으로 보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수차례 언급하면서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미칠 정책적 함의에 시선이 쏠린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석탄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핵심 기조로 제시해왔지만, 전력계통의 실시간 운용이라는 '현장의 물리법칙' 앞에서는 LNG 발전의 단기 대체 불가성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겨울철 태양광 이용률 저하, 적설·한파 시 전력수요 급증 등 계통 리스크가 병존하는 상황에서, LNG 발전의 비중과 역할이 당분간 축소되기 어렵다는 신호가 명확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지난 5일 열린 회의에서 기후부는 올해 겨울 최대 전력수요를 88.8~94.5GW로 전망했다. 상한치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 피크(2022년)에 근접한다. 문제는 피크 시간대가 기존 저녁 시간에서 오전 9시·오후 5시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태양광 확대 이후 '출력 공백 구간'이 뚜렷해진 결과다. 눈이 내릴 경우 태양광 출력은 급락하고, 난방 수요는 급증한다. 이 취약 시간을 메우는 전원은 사실상 LNG가 유일하다. 김성환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석탄발전은 세계적 추세상 단계적으로 감축할 수밖에 없고, 재생에너지 출력이 부족한 시간대는 LNG의 기동성으로 보완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원전은 기저부하, 재생은 변동성 전원인 만큼 그 변동 구간을 LNG가 메우는 믹스가 불가피하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이 회의에서 앞선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도 “LNG발전은 그 자체로 석탄발전에 비해서 탄소배출이 적고 기동성이 매우 높아 태양광이나 풍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떄 비상용 전원으로 의미가 있다" 발언한 바 있다. 이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식적으로 “향후 몇 년간 LNG는 필수 전원"이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지난 겨울철 수급대책 회의에는 민간 LNG 발전 3사(GS EPS, SK E&S, 포스코인터내셔널)가 처음으로 겨울철 전력대책 회의에 참가했다는 점에서도 LNG발전 축소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정부는 회의에서 민간 LNG 설비가 현재 7.9GW, 국가 전체 발전설비의 약 40%를 담당하는 핵심 전원임을 공식 확인했다. 특히 고단가 발전기라도 '첨두·비상 전원'으로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는 점도 재차 강조됐다. 민간 발전사들은 △전력수급의 유연성 확보에 LNG가 기여하는 구조적 불가피성 △LNG 발전의 경제성 개선 필요 △정책 수립 시 민간 비중 반영 등을 건의했다. 정부가 그동안 재생에너지·원전 중심의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민간 LNG 섹터를 직접 호출하여 의견을 들었다는 것 자체가 정책 지형의 변화를 시사한다는 평가다. 현재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2차 전기본 작업을 막 시작한 단계다. 새 정부는 석탄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계통·시장 개편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전력계통 현실을 감안하면 LNG를 당장 후순위로 밀어낼 수 없다는 점이 이번 회의에서 확인됐다. 업계는 물론 기후부에서도 석탄은 확실히 줄어들지만 LNG는 '대체 전원'이 없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탄발전 53기 중 최대 17기를 겨울철 가동정지하며, 나머지도 80% 출력상한을 두는 등 석탄 감축 기조는 이미 실행 단계에 들어갔다. 반면 LNG는 △빠른 기동성 △계통 안정 △피크 보완 △첨두 수요 대응 등에서 대체 가능한 전원이 없는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출력 공백'이 커지고, LNG는 그 구간을 메우는 유일한 전원으로 작동한다. 특히 겨울철 태양광 의존도가 낮아 LNG 사용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당장 12차 전기본에 LNG 비중 축소가 담기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12차 전기본 초기 방향은 탈석탄 중심이지, LNG 축소는 아니다"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장관의 최근 발언들은 그 해석에 무게를 더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LNG 역할을 인정했다는 건 매우 중요한 시그널"이라며 “12차 전기본에서 LNG 비중을 급격히 줄이는 내용이 담기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최근 발전업계에서는 △석탄 감축 확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무탄소전원 중심 계획이 가속화되면서 LNG 비중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그러나 이번 회의를 통해 정부는 △단기 계통운영 △겨울철 안정성 △재생에너지 변동 구간에서는 LNG가 사실상 필수 전원임을 공식 확인했다. 따라서 업계가 우려하던 'LNG 역할 급감' 시나리오는 최소 중기(2030년까지)에는 현실성이 낮아진 셈이다. 김성환 장관의 이번 발언은 △재생에너지 간헐성 관리 △석탄 감축 △원전 기저전원이라는 구조 속에서 LNG가 전력 믹스의 '완충·조정 전원'으로서 전략적 중요성을 유지할 것임을 공식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 기조는 바뀌되, 물리적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라며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어떤 형태로 담기든 LNG의 역할과 비중은 단기간 내 크게 축소되기는 어려운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감사원, ‘한수원·웨스팅하우스 비밀협정’ 공익감사 사실상 종결… 시민단체 “면죄부 결정” 반발

감사원이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공사·웨스팅하우스(WEC) 간 '불공정 비밀협정' 의혹과 관련해 시민 813명이 제기한 공익감사 청구를 사실상 종결 처리했다. 시민단체는 “감사원이 핵심 쟁점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면죄부를 줬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감사원은 12월 5일, 지난 9월 19일 접수된 공익감사 청구에 대한 검토 결과를 공개하며 “본 사안은 외교·국가 정책적 요소가 포함돼 감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위법·부당함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시민들이 제기한 핵심 의혹 대부분을 감사 진행 없이 종료 처리했다. 시민단체가 제기한 감사 청구는 △비밀협정 체결 과정의 적정성 △국민 이익 및 경제성 검토 여부 △향후 원전 건설사업과의 연계성 등을 중심으로 한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 같은 경위·절차적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나 사실확인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번 협정이 “한·미 간 정책적·외교적 성격을 띠고 있어 감사권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밝히며, 관련 문서와 협정 내용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채 종결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국민 혈세가 투입될 수 있는 초대형 사업임에도 외교 사안을 이유로 면밀한 검증을 포기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시민단체는 이번 협정에 포함된 이른바 '굴욕 조항' 논란이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제기되고 있음에도 감사원이 이를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단체 측은 “협정 당사자들이 기밀을 이유로 사실을 숨기고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까지 감사 불가 입장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보호막을 제공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 알권리를 제한하고, 향후 대규모 재정 손실 가능성이 있는 사안에 대해 정부 견제 기능을 스스로 포기한 결정"이라며 “감사원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감사 청구는 윤석열 정부 시절 체결된 한수원·한전·웨스팅하우스 간 비밀협정이 국내 원전산업에 불리한 조건을 담고 있다는 문제 제기에서 출발했다. 시민단체들은 향후 후속 대응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며, 국회 차원의 검증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1월 16일 한수원과 한전은 미국 원자로 설계업체인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에 합의하고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 10월 한수원을 상대로 원자로 설계 기술인 APR1400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주장하며 미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한수원이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인 2024년 8월엔 체코 반독점 당국에 진정을 냈다. 이후 계엄사태로 대통령까지 탄핵되고, 체코 당국의 최종 계약 발표가 늦어지면서 초조해진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 전격적으로 지재권 분쟁에 합의했고, 올해 6월 체코와 최종 계약이 체결했다. 하지만 합의 내용이 속속 공개되면서 한수원에 불리하게 체결됐다는 문제가 불거졌다. 웨스팅하우스가 한국형 원전(APR1400)에 대해 광범위한 지적재산권(IP)을 주장할 수 있는 구조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한국이 제3국에 원전을 수출할 때 미국 측의 사전 동의 또는 로열티 지급이 필요해져, 사실상 독자 수출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한 비밀 유지 범위가 매우 넓고 기간도 장기적이며, 분쟁 발생 시 미국 법을 우선 적용하도록 한 조항 등도 포함돼 한국 기업에 불리한 조건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체결 과정에서 이러한 조항들이 국내 원전 산업의 수출 경쟁력·경제성에 미칠 영향을 정부와 한수원이 충분히 검토했는지 불투명하다는 점이 시민사회 감시의 핵심 문제로 지적돼 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비밀협정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앞으로 불필요한 분쟁 없이 한미간 공조를 통해 세계 원전시장 진출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반대쪽에서는 한국 원전 산업이 해외시장에서 주도권을 잃고 사실상 하도급화될 위험이 있다며 '굴욕 협정'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남북 경협은 재개돼야 한다

북한은 1984년 외국인 투자 촉진을 위해 합영법 제정 이후 지속적으로 경제 발전을 위한 자구적 조치를 취해 왔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때는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을 통해 유엔 대북 제재가 해제될 수 있다는 기대로 남북 간 교류가 활발히 진행될 것처럼 보였다.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이루고 통일에 이러야 한다는 민족적 당위성의 문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순수한 투자 측면에서 북한은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투자처이자 혁신적인 이머징 마켓이 될 수 있다. 북한은 다른 이머징 마켓들이 가지고 있는 저렴한 노동력과 임대료라는 장점 외에도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고 인구의 대부분이 중고등 교육 이상을 수료하여 양질의 노동력 공급이 용이하다는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북한은 2,500만의 북한 시장 뿐만 아니라 1억 4천만 명에 이르는 중국 동북 3성(요녕. 길림. 흑룡강성) 시장 및 러시아 연해주, 중앙아시아 시장 등으로 진출하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추진했던 “한반도 신경제지도"에는 중국 동북러시아 극동지역의 적극적인 협력을 얻어 남북 경제 공동체를 구현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구상이 있었다. 과거 우리 기업들의 북한 투자 방식은 주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방식은 북한 투자가 다시 재기될 경우 다수의 기업들이 동일하게 채택할 방식으로예상된다. 그러나 남북 관계 악화 시 지난 5.24조치와 같은 전면적인 교류 금지 조치가 다시 취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 대비하여 우리 기업들은 중국에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한 후 북한에 투자하는 아웃 바운드 업무를 포함한 북한 투자 방식 등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남과 북한 사이의 특수성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어져 북한이 남한 기업들에게 다른 외국 투자자들보다 더 많은 투자 혜택을 부여하는 상황도 가정해 볼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남한 기업들이 투자하는 경우 일반적인 외국인 투자법이 아닌 북남경제협력법이라는 별도의 법률을 적용했다. 또한 우리 기업들이 주로 진출할 지하자원 개발에 대해선 더 많은 혜택을 부여하는 상황도 생각해 볼 수 있고, 실제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추진했던 황해도 연안군 정촌 흑연광산 개발은 북한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좋은 성과를 냈다. 이런 사례를 볼 때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특구에 북한은 남한에 외국인 투자법 외 별도의 혜택을 부여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외국 기업의 북한 투자 시 직접 투자보다는 이미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고 국제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한국에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한 후 이를 통해 북한에 투자하는 인바운드 업무를 포함한 북한 투자자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투자하는 경우 한국 기업과 동일하게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만약 남북 간 교류가 재개되거나, 아니면 북미 간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유엔 제재가 해제된다면 우리 정부는 어떤 협력 사업을 진행할 지 생각해야 한다. 남북 교류가 잘 진행되었던 2006년 6월 남과 북은 "남북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에 관한 합의“를 체결했다. 북한의 아연, 마그네사이트 등 남북이 합의한 광물 및 광산에 대해 남북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사업이었다. 남과 북은 합의에 따라 2007년 7~12월까지 6개월간 북한 함경남도 단천지역 3개 광산(검덕 아연, 대흥 및 룡양 마그네사이트 광산)에 대해 3차례 공동조사를 했다. 남과 북 교류가 재개된다면 이것부터 복원해야 한다. 그리고 2011년 11월 필자가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개발지원 본부장(실무단장)으로 북한을 방문해 북한 민족경제협력련합회 산하 명지총회사로부터 북한산 희토류 샘플 4개를 받았는데 이는 희토류 개발을 남한과 같이 하자는 의미였다. 그 날 광물자원공사와 북한 명지총회사는 “남북 자원개발 합의서"를 체결했다. 주요 내용은 북측에 부존되어 있는 광물 중에서 “희토류, 흑연, 마그네사이트, 연아연, 석회석, 석탄, 철광석" 등 7가지 광물과 북측에서 제공하는 광물(광산)을 공동 개발하기 위해 적극 협력키로 했다.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합의 사항은 이행되지 못했다. 결론은 이재명 정부의 실용 정책이 북한과의 교류 협력에도 적용되었으면 한다, 아울러 이를 잘 실행할 수 있는 통일부 산하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의 업무가 강화돼야 한다. 2007년 설립된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는 북한 지하자원넷을 통해 지속적으로 북한의 지하자원 관련 각종 현황 정보를 모니터링하여 제공하고 있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어떤 일이 잘 되기를 원한다면 그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일을 부탁하라"라는 말이 있다. 강천구

낙월해상풍력, 착공 1년 9개월만 첫 상업운전 개시

영광 앞바다에 365MW 규모의 해상풍력 사업을 진행 중인 낙월해상풍력발전이 첫 전력 생산을 시작했다고 시행사인 낙월블루하트가 10일 밝혔다. 해당 사업은 2023년 12월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에서 선정됐고 지난해 3월 착공됐디. 낙월해상풍력은 지난 2일 변전소의 계량기 봉인을 완료하고, 한국전력거래소로부터 '최초 전력거래 개시 승인 확인서'를 발급받아 첫 호기의 상업 발전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전남 영광군 계마항에서 약 20㎞ 떨어진 해상에 전체 364.8메가와트(MW) 규모로 5.7㎿ 풍력발전기 총 64기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지난달 말 기준 7기의 터빈 설치를 마쳤고 내년 6월까지 64기의 설치 및 상업 발전을 순차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명운산업개발이 태국 에너지기업 비그림파워(B.Grimm Power)와 함께 추진해 2019년 1월에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했으며 이듬해 12월 환경영향평가를 받았다. 2023년 12월 정부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에서 선정된 후 지난해 2월 한국남부발전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국내에서 준공돼 운영 중인 해상풍력단지 전체 규모는 352㎿로, 낙월해상풍력사업이 내년에 최종 준공되면 국내 해상풍력 발전 용량은 716.8㎿로 두 배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또 약 25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연간 900기가와트시(GWh)의 전력을 생산하게 되며 연간 약 43만t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된다. 낙월블루하트 관계자는 “이번 사업에는 100여개 이상의 국내 기업들이 참여하고 전체 투자비의 70% 이상이 국내 기업에 돌아가는 등 초기 단계인 국내 해상풍력 공급망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LG상남언론재단 이사장에 이준희 전 한국일보 사장

LG상남언론재단은 신임 이사장에 이준희 한국일보 전 사장을 선임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이사장은 한국일보에서 편집국장과 주필,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2019년부터 LG상남언론재단 이사로 활동해왔다. 재단은 이와 함께 신임 이사로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조정 SBS 논설위원, 이진우 매일경제 기획실장을 각각 선임했다. 신임 감사 자리는 변영훈 삼정KPMG 감사부문 대표가 맡기로 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12차 전기본 예측] 기후부 “해상풍력, 여건상 2030년까지 3GW”…전기본 수정 불가피

정부가 항만과 설치선박 여건을 고려할 때 203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을 3기가와트(GW) 보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시한 2030년 해상풍력 보급목표 14.3GW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의 현실적 진단을 고려할 때 앞으로 수립될 12차 전기본에서 해상풍력 보급계획 수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10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범정부 해상풍력 보급 가속 전담반(TF)' 2차 회의를 열고 '해상풍력 기반시설(인프라) 확충 및 보급 계획'을 발표한다. 계획에서는 현재 상황에 대해 “항만과 설치선박의 해상공사 공급 능력이 각각 연간 0.6GW, 1.0GW에 불과하다"며 “여건을 고려할 때 2030년까지 3GW 보급만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즉 설치선박이 추가로 확보되더라도 해상풍력 지원 항만이 사실상 목포신항이 유일해 연간 공급능력 0.6GW가 해상풍력 보급의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정부가 11차 전기본에서 제시한 해상풍력 보급목표 14.3GW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지난 11월 기준 상업 운전 중인 해상풍력 설비는 총 0.35GW로 2030년까지 누적 3.35GW 수준이 한계로 전망된다. 11차 전기본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감축하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수립됐다. 해상풍력 보급이 11차 전기본 목표보다 약 10GW가량 부족할 경우 이를 태양광이나 육상풍력 등 다른 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 계획은 기존 항만 기능 조정과 신규 지원부두 개발을 병행해 2030년에는 연간 4GW 보급 능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2035년까지 해상풍력 누적 보급량을 25GW 이상으로 확대하고, 발전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2030년 250원 이하, 2035년 150원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사실상 2030년 해상풍력 보급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라며 “2035년까지 kWh당 150원 이하로 단가를 낮추겠다는 계획은 부유식 해상풍력을 사실상 배제하겠다는 말로 사업자들에게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업계 우려가 큰 만큼 2030년까지 15MW급 설치선박 4척 이상을 확보하고 미래에너지펀드 등을 통한 금융 지원과 보증·융자 한도 확대도 검토한다. 핵심 인허가인 군작전성 협의를 정비해 발전사업이 허가된 모든 단지를 대상으로 검토를 실시한다. 내년 경쟁입찰은 군 작전성 검토를 사전에 마친 이후 추진해 사업 불확실성을 줄일 계획이다. 경쟁률은 2대 1 이상으로 유도해 발전단가 인하를 추진한다. 아울러 2035년까지의 장기 보급 입찰 로드맵을 내년 상반기 중 제시하고 국장급 전담 조직인 '해상풍력발전추진단'을 신설해 사업 추진 체계를 강화한다. 내년 3월 해상풍력 특별법 시행에 맞춰 계획입지 제도를 본격 도입하고 2029년부터 입찰을 진행해 평균 10년 이상 걸리던 사업기간을 6.5년 이내로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20MW급 국산 터빈 기술개발과 100MW급 부유식 실증시설 구축, 지역사회와 수익을 공유하는 '바람소득 모델'을 통해 산업 경쟁력과 수용성도 동시에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겨울 냉기 땅속 저장 ‘21세기 석빙고’…데이터센터 냉각 에너지 절약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자율주행, 암호화폐 산업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전 세계적인 기후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은 국가 단위 전력 소비에 맞먹는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에너지 중에서도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 에너지는 전체 전력 사용량의 30~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이 같은 구조는 전력망 부담과 탄소 배출 증가라는 이중의 문제를 동시에 키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하 지층을 '냉기 저장고'로 활용하는 저류층 지열 에너지 저장(reservoir thermal energy storage, RTES) 기술이 데이터센터 냉각의 새로운 기후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국제 학술지에 연이어 발표된 세 편의 연구는 RTES가 전력 소비 대폭 절감, 탄소 배출 감축, 물 사용 절약, 폭염 대응력 확보까지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기술임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핵심은 '겨울 냉기의 저장'…물 절약 효과도 RTES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 중 하나는 이 기술이 '지열'을 직접 냉각에 활용한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다르다. RTES는 땅속의 뜨거운 열을 활용하는 기술이 아니라, '차가운 에너지'를 지하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겨울이나 야간처럼 외부 기온이 낮을 때 드라이 쿨러를 이용해 물을 차갑게 식힌 뒤, 이를 기수 또는 염수 대수층에 주입해 저장한다. 이 지층은 물의 이동 속도가 느리고 화학적으로 안정적이어서 냉기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 여름철이 되면 저장된 차가운 물을 다시 끌어올려 데이터센터에서 보내오는 뜨거워진 냉각수의 열을 흡수하게 된다. 열을 머금은 물은 다시 지하로 보내져 다음 겨울까지 보관된다. 이 과정에서 냉각기는 거의 가동하지 않게 된다. 이 때문에 RTES는 폭염 속에서도 냉각 효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구조를 갖는다. RTES가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물 사용량 절감 효과다. 기존 냉각탑 방식은 대량의 물을 증발시켜 열을 식히지만, RTES와 드라이 쿨러 조합은 현장에서 물을 거의 소비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물 부족 지역에서도 안정적인 데이터센터 운영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RTES가 인공지능과 데이터 산업의 확대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속에서, 전력망 안정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드문 기술이라고 평가한다. 겨울의 냉기를 저장해 여름의 폭염에 대응하는 구조는 기후변화 시대에 특히 강점을 갖는다. ◇5MW 데이터센터 실증…냉각 비용 3분의 1로 감소 RTES의 경제성과 기술적 가능성을 가장 먼저 정밀하게 입증한 연구는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 오현준 박사 연구팀이 국제 저널인 '용용 에너지(Applied Energy)'에 발표한 논문이다. 이 연구는 냉각 부하 5M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RTES를 적용했을 때의 연중 성능과 20년 수명 주기 경제성을 종합 분석했다. 연구팀은 기존 냉각기와 드라이 쿨러를 사용하는 기준 시나리오와 RTES 적용 시나리오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기존 냉각기의 냉각 평준화 비용(LCOC) 은 전력 1MWh당 약 15달러였지만, RTES를 적용하면 약 5달러 수준으로 3분의 1까지 떨어졌다. RTES는 압축기 기반 냉각기와 달리 순환 펌프와 드라이 쿨러만으로 냉각이 가능해 전력 소모가 극히 적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 피크 시간대 성능계수(COP) 는 기존 냉각기가 2.4 수준인 반면, RTES는 16.5에 달해 효율이 약 7배 높게 나타났다. RTES에 열 회수 시스템까지 결합할 경우, 연간 전력 소비량은 최대 78.2% 감소하고, 연간 약 1488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중소 규모 데이터센터 한 곳만으로도 상당한 기후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70MW 초대형 센터와 암호화폐 채굴에도 적용 가능 RTES는 중소형 데이터센터에만 국한된 기술은 아니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연구팀은 최근 '청정 에너지 및 에너지 저장 저널 (Journal of Clean Energy and Energy Storage)'에 발표한 논문에서 70MW 초대형 데이터센터와 30MW 암호화폐 채굴 시설에 RTES를 적용하고 그에 대한 기술·경제성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이 연구에서 RTES 적용 시 냉각 평준화 비용은 70MW급 센터가 11.9달러/MWh, 30MW 암호화폐 센터가 14.8달러/MWh로 분석됐다. RTES는 전체 냉각 부하의 최대 60%까지 공급했고, 나머지는 드라이 쿨러가 담당했다. 특히 암호화폐 채굴 장비의 작동 온도를 기존 70~75도에서 20~25도 수준으로 낮추면, 장비 효율 향상으로 추가 전력 사용량이 18~28% 더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RTES는 폭염으로 인해 냉각 시스템이 불안정해지는 이른바 '열 폭풍'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냉각을 유지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제공하는 기술로 평가됐다. ◇“AI 시대, 데이터센터도 기후 인프라가 된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를 통해 RTES가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냉각 시스템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연구팀은 논문에서 “데이터센터 냉각을 통해 흡수된 열은 다른 곳을 난방하는 데 활용될 잠재력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RTES는 단순한 냉각 설비를 넘어, 에너지 저장 기술이자 기후 적응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이 뿌리를 내린다면 데이터센터는 앞으로 AI와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에너지 전환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반 시설로도 활용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데이터 산업과 탄소중립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과제를 동시에 풀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수자원공사 발표 미래 기술 로드맵, 국민 건강 위협하는 녹조는 외면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지난 8일 '미래 물 기술 20선' 로드맵을 발표했으나, 정작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녹조(조류) 독소 대응 기술은 외면해 논란이 되고 있다. K-water는 기술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안전(Safe)·건강(Healthy)·지능(Intelligent)·친환경(Net-zero)·참여(Engage)'를 5대 가치로 내걸고 2035년까지 20개 핵심 물 기술의 실용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이후 10여 년 째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녹조 대응 기술의 개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녹조 독소, 단순 환경문제 아닌 '국민 건강 위협' 녹조는 단순한 수질 미관 문제가 아니라 인체에 치명적인 독소를 동반하는 심각한 보건 문제로 등장했다. 녹조를 유발하는 남세균(cyanobacteria)은 마이크로시스틴(MC-LR)과 같은 독성 물질을 생성하는데, 이 물질은 간 독성, 신경 독성, 생식 독성, 발암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독소는 물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미세 입자 형태로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유입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됐다. 최근 경희대 의대 연구팀은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낮은 농도의 MC에 반복 노출된 경우에도 심각한 간 손상으로 폐사에 이르렀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호흡기를 통해 유입된 독소가 폐보다 간에 더 빠르게 축적돼 괴사성 손상을 유발했다는 점은 충격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낙동강 인근 지역에서는 2021년 이후 환경단체 조사에서 아파트 실내 공기, 농산물, 민물고기, 주민의 비강(콧속) 등 다양한 경로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되면서 일상적 노출 가능성이 현실화됐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여는 것조차 불안하다"는 호소도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인체 위해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먹는 물 기준(1ppb) 외에 공기 중 노출이나 레저·생활 환경에서의 관리 기준이 사실상 부재하다. 전문가들은 공기·물·식품 등을 통한 노출을 관리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지만, 정부는 그동안 공기 중 녹조 독소 검출 여부를 두고 환경단체와 공방을 벌이며 소극적인 대응에 머물러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상수원과 친수활동 구간에 대한 녹조 독소 관리기준안을 마련했지만, 낙동강네트워크와 환경운동연합은 이 수치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터무니없이 느슨하게 설정됐다고 비판했다. ◇ 매년 수십 억 원 '임시방편'…근본 해법은 빠졌다 녹조 문제가 반복되면서 K-water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조류 제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K-water는 댐과 저수지, 4대강 보 등에서 조류 제거선 임차·운영에만 약 40억 원을 투입했다. 또, 수거한 조류 바이오매스 처리 비용으로도 8800만 원을 추가로 지출했다. 이 가운데 4대강 보만 따지만, 조류제거선 운영비 15억원, 바이오매스 처리 비용 1500만원이 들어갔다. 이처럼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조류 제거선을 운영하지만 녹조를 억제하는 데 뚜렷한 개선 효과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낙동강 물금·매리지점은 2025년에만 약 194일 동안 조류경보가 이어졌고, 이로 인해 수질이 일시적으로 상수원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악화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사실상 상시 재난에 가까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water가 이번에 발표한 '미래 물 기술 20선'에는 녹조 독소의 정밀 탐지, 근본적 저감, 독소 무해화를 위한 전용 기술 개발 로드맵이 포함되지 않았다. K-water는 '건강한 물' 분야에서 '합성생물학 기반 차세대 환경오염물질 관리 기술'을 제시하며 난분해성 오염물질 탐지·제거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 역시 과불화화합물(PFAS) 등 신종 화학물질 오염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녹조 발생 예방 문제를 직접 겨냥한 기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 “현실의 위협 외면한 채 미래 기술만 강조" K-water는 이번 로드맵을 통해 “물 기술 혁신으로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깨끗한 물 혜택을 누리는 밝은 미래(SHINE)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극한호우·가뭄 대응 기술, 초지능 기반 상수도 자율 운영, 로봇 기반 물환경 디지털 트윈 등 다양한 첨단 기술 개발 계획도 함께 제시했다. 그러나 정작 현재 진행형으로 국민의 호흡기, 피부, 식수 안전을 위협하는 '녹조 독소'라는 실질적 위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기술 비전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녹조 독소 문제가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매년 수십억 원을 들여 조류를 걷어내는 단기 대응은 계속하면서도, 독소 발생 자체를 줄이거나 무해화할 수 있는 장기적인 기술 개발 계획이 부재한 것은 '임시 처방과 근본 대책의 괴리'라는 지적이다. 당장의 녹조는 치우고 있지만, 왜 녹조가 반복되는지, 독소를 어떻게 제거할지에 대한 구조적인 해법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녹조를 예방하기 위해 채택한 '4대강 자연성 회복' 국정과제와도 방향성에서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대강 자연성 회복은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시한 환경 분야 첫번째 공약이기도 했다. 현재 환경부는 환경단체와 녹조 에어로졸 피해 실태에 대한 공동조사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K-water 연구원 관계자는 “녹조 문제에 관한 연구 주제 한 가지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도자료와 함께 K-water 연구원이 이날 공개한 28쪽짜리 설명 책자 어디에도 '녹조'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은 “4대강 녹조는 보 수문을 열면 해결된다 하더라도 대청호 등 큰 댐의 녹조를 예방하고 제어하는 연구는 필수적인데, 20개 연구 과제 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녹조 독소는 국민 보건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K-water가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녹조를 제어할 수 있는 연구개발 전략과 기술 로드맵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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