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전력은 국가안보”…대통령실, 전력계통 안정 직접 챙긴다

“AI 시대 전력은 국가안보”…대통령실, 전력계통 안정 직접 챙긴다

대통령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전력계통 운영의 핵심 기관인 전력거래소를 직접 방문하면서 정부의 에너지 정책 무게중심이 '탄소중립'에서 '전력·AI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력거래소는 27일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전남 나주 중앙전력관제센터를 찾아 봄철 전력수급 안정화 대책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문에는 대통령실 이유진 기후에너지환경비서관과 기후에너지환경부 이재식 전력망정책관도 함께 참석했다. 특히 대통령실 AI 정책을 총괄하는 수석이 전력계통 운영 현장을 직접 찾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바이와알이·한국제지, 경북지역 육상풍력 추가 개발 나서

재생에너지전문기업 바이와알이가 한국제지와 경북지역에 육상풍력발전 사업을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다. 바이와알이는 지난 25일 한국제지와 경북지역 2단계 풍력사업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양사가 앞서 협력해 온 60메가와트(MW)급 육상풍력사업에 이은 후속 단계로, 약 40MW 규모의 추가 풍력단지를 공동 개발하기 위해 추진됐다. 사업은 약 1200억원 규모로 추진되며 한국제지는 본 사업을 위해 토지를 제공하고 바이와알이는 사업개발부터 건설 및 운영까지 전 과정을 총괄할 예정이다. 이번 협약에 따라 바이와알이는 기존 1단계 사업과 기존 개발중인 사업을 포함해 경북지역 내 약 240MW 규모의 육상풍력 사업권을 확보하게 됐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재벌승계지도] 재산분할·자사주 등 ‘지분 변수’…최태원 “승계계획 다 있다”

SK그룹은 자타공인 국내를 대표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모범생'이다. 일찍부터 지주사 체제의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성했다. 환경·지역사회 등에 기여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매년 성적표를 발표하고 있다. '돈만 벌어서는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이 철저히 투영된 결과다. 또한, SK는 지분 측면에서 '최태원 체제'가 안정화돼 있는 상태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부회장) 등 가족간 계열사 분리도 깔끔하게 매듭지었다. 최태원 회장의 세 자녀는 회사 안팎에서 자신들만의 경험을 쌓아 나가고 있다. 다만,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이 변수다. 비록 전 부인 노소영씨에게 약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을 선고한 항소심이 지난해 10월 대법원으로부터 원심파기 및 서울고법 환송 판결을 받았지만, 여전히 재산분할 액수 크기에 따라 SK그룹 지배체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규정한 개정 상법 시행 이후 지주사 SK㈜의 자사주 비중이 상당히 높은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재계는 중장기적으로 SK그룹 총수 일가가 사촌 등 가족들을 아우르는 '협력경영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본다. 이 과정에서 중간지주사 숫자를 줄이는 등 일정 수준 조직 개편도 뒤따를 전망이다. SK그룹 총수일가는 SK㈜ 지분을 확보해 계열사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SK㈜는 공정거래법상 SK그룹의 지주회사다. SK㈜ 최대주주는 최태원 회장(17.9%)이다. 특수관계인을 모두 포함하면 지분율이 25.41%가 된다. 주요 주주는 최태원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6.66%) 정도다. 최태원 회장의 큰아버지인 고(故) 최종건 창업회장 자손들도 20명 이상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지분율은 0.01~0.02% 수준에 불과하다. 이밖에 국민연금공단이 SK㈜ 주식 7.75%를 들고 있다. 자사주 비중도 24.8%에 이른다. 주요 계열사는 그 아래로 가지처럼 뻗어 있다. SK㈜가 △SK스퀘어(32.14%) △SK이노베이션(51.09%) △SK텔레콤(30.57%) △SKC(40.64%) 같은 핵심 계열사 및 중간지주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SK네트웍스(43.90%), SK바이오팜(64.02%), SK에코플랜트(63.17%) 등도 SK(주) 지배력 아래에 있다. 그룹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SK하이닉스 최대주주는 SK스퀘어(20.07%)다. 국민연금공단 지분(7.35%)과 자사주(5.09%)도 있다. SK스퀘어는 이밖에 SK플래닛(86.26%), 티맵모빌리티(60.09%), 11번가(80.26%) 등도 거느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아래로는 에너지·배터리 계열사들이 자리잡고 있다. 차세대 성장 동력인 SK온(100%), SK에너지(100%), SK지오센트릭(100%), SK어스온(100%), SK아이이테크놀로지(53.35%) 등 지분을 보유 중이다. SKC는 SK넥실리스(100%)와 SK엔펄스(99.05%) 같은 회사 주식을 지니고 있다. SK텔레콤 자회사로는 SK브로드밴드(100%), SK텔링크(100%) 등이 있다. '사촌경영'의 끈도 탄탄하다. SK그룹의 또 다른 축인 SK디스커버리는 최창원 부회장이 맡고 있다. 최창원 부회장은 최종건 창업회장의 아들이자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SK디스커버리 지분은 최창원 부회장(41.69%)을 중심으로 특수관계인들이 51%를 들고 있다. SK디스커버리는 SK㈜를 중심으로 한 지주사 체제에 편입되지 않았다. 최태원 회장 지분율도 0.12%에 불과하다. 그룹 지주사인 SK㈜가 SK디스커버리와 별도로 독립돼 있다는 뜻이다.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40.79%), SK가스(72.08%) 등을 지배한다. SK케미칼은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 66.37%를 들고 있다. 지분상으로는 거의 엮여있지 않지만 이들은 'SK' 브랜드를 함께 사용하며 계열사처럼 운영된다. 여기에 최창원 부회장은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는 등 그룹 전체 '2인자' 역할을 맡고 있다. 법적으로는 '남남'이지만 브랜드·거버넌스는 '한 울타리'에 들어간 모양새다. SK그룹은 최근 지배구조 일부를 개편했다. 지난해 11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법인을 출범시킨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통해 자산 규모 100조원이 넘는 민간 에너지 회사로 닻을 올리게 됐다. SK E&S는 SK이노베이션 내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운영된다. SK㈜는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 지분 매각 작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말 이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두산을 선정하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거래 대상 주식은 SK㈜가 보유한 70.6%다. 나머지 29.4%는 최태원 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 전반도 손본다. SK디스커버리, SK이노베이션, SK에코플랜트를 중심으로 각 계열사가 따로 전개하던 사업을 매각 또는 통합해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이를 위해 SK디스커버리가 지닌 SK이터닉스 경영권을 팔고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안 등을 추진 중이다. 사촌 경영인 간 따로 전개하던 사업을 최태원 회장에게 집중시키며 중복사업을 정리하는 성격도 있다. SK그룹 지배구조 '옥에 티'는 SK하이닉스가 지주사의 손자회사 자리에 있다는 점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 체제에서 증손회사를 두려면 손자회사가 해당 기업 지분 100%를 보유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총수 일가의 과도한 지배 확장을 막기 위한 구조 규제다. 반도체 설비 투자 비용이 수백조원 규모로 커진 현재 상황에서는 오히려 투자 장애 요인으로 전락했다. SK하이닉스가 사업에 투자를 하려 해도 외부 자본을 참여시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이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정부 역시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주회사의 지분 규정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보유해야 하는 증손회사의 의무 보유 지분율을 현행 100%에서 50%로 낮추는 내용 등이 거론된다. 수혜를 받는 기업이 사실상 SK그룹뿐이라 실제 법 개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자본시장은 SK그룹 중간지주회사인 SK스퀘어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21년 기존 SK텔레콤이 인적분할해 탄생했다. 통신 사업 중심의 존속 회사는 SK텔레콤으로 남고 투자 사업 중심의 신설 회사는 SK스퀘어로 나뉜 것이다. 인적분할 당시부터 SK하이닉스의 투자 여력을 끌어올리는 차원에서 SK㈜와 SK스퀘어가 하나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시장 안팎에서 나왔다. SK스퀘어 측이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SK㈜와 합병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고려한 적도 없다"고 선언했지만 합병 가능성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전히 진행형인 노소영 관장과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소송은 SK그룹 '최태원 체제'를 흔들 수 있는 대형변수다. 지난해 대법원 항고심 선고로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은 마무리됐지만 파기환송된 재산분할 건은 지난달에 서울고등법원에서 재심리에 들어간 상태다. 2022년 1심은 재산분할액을 665억원으로, 2024년 2심은 1심보다 20배 이상인 1조3808억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재산분할액에 대해 파기 판결하고, 서울고법으로 환송조치했다. 결국 파기환송심의 최대 관심사는 재산분할 최종금액의 크기다. 2월 23일 종가 기준 SK㈜의 시가총액은 약 27조원이며,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1297만5472주의 가치는 총 4조8300억원 수준이다. 파기환송 결정으로 최태원 회장이 현재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은 맞지만, 파기환송심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총수일가의 이혼소송 리스크를 유리하게 해소하더라도 SK㈜는 자사주 문제를 고민해야 할 처지다. SK㈜는 자사주를 24.8% 확보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외 특별한 주주가 없어 경영권에 위협을 받지 않겠지만 총수일가 지분율이 25.41%로 압도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SK그룹은 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에게 경영권 위협을 당했던 '트라우마'를 잊지 않고 있다. 승계 측면에서 보면 SK그룹은 다른 대기업과 비교해 이변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창업주 시절 '형제경영'과 현재 '사촌경영'을 지나 중장기적으로는 '가족경영' 체제를 더욱 단단하게 가져갈 전망이다.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회장을 축으로 지분이 계속 아래로 내려가는 구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사람은 지분 관계가 거의 엮여 있지 않음에도 SK그룹 전체를 함께 지휘하고 있다. 현재까지 분쟁을 일으킬 여지가 있는 다른 사람은 없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도와준 친척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SK㈜ 등 주식을 나눠주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30대 시절이던 1998년부터 SK그룹을 이끌어왔다. 중간 중간 고비가 있을 때 여동생인 최기원 이사장은 최태원 회장의 든든한 우군 역할을 해왔다. 다른 동생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은 보유주식 대부분을 팔아 현금화했다. 지금은 SK스퀘어를 이끌며 전문경영인 역할에 매진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슬하에 세 자녀를 뒀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경험을 쌓아나가고 있지만 SK㈜를 비롯한 주력사 지분은 거의 확보하지 않았다.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본부장은 2023년 그룹 최연소로 임원이 된 후 경영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최근 미국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날 때 동행하는 등 존재감을 점차 발산해나가고 있다. 향후 그룹의 바이오 신사업 분야에서 영향력을 보다 확장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차녀 최민정씨는 주로 독자 노선을 걸었다. 해군 장교 임관, SK하이닉스 근무, 미국 스타트업 창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쌓아가고 있다. 장남 최인근씨는 SK E&S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로 이직한 상태다. SK그룹이 'ESG 모범생'으로 분류되는 만큼 이들이 일감몰아주기나 계열사 '꼼수 합병' 등 우회적인 경로로 자산을 늘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다른 총수 일가 자녀들과 비교하면 배당 수입이 상대적으로 적어 각종 보수 등을 통해 증여·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태원 회장 입장에서 보면 이혼소송 불확실성만 제거하면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재산이 늘어날 여지가 더 많다. 두산과 협상 중인 SK실트론 매각 작업 역시 최태원 회장이 '실탄'을 상당 수준 챙길 수 있는 딜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번 협상에서 최태원 회장 보유 지분은 팔리지 않는다. 회사 가치가 높아지면 경영권과 직접 연결되지 않은 개인 주식은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 철학'에 주목하고 있다. 최 회장은 그동안 ESG, 사회적 가치 등의 중요성을 공식석상에서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이를 종합하면 시장과 여론의 기대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가족경영' 기틀을 다지고 나아가 일부 계열사에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한때 최태원 회장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수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지주사인 SK㈜가 갑자기 '투자전문 자회사'가 되겠다고 선언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던 시기다. 당시 SK㈜는 정기주주총회 이후 '파이낸셜 스토리'를 발표하며 '주가 200만원, 기업가치 140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거래가가 20만원대에 머물렀던 때다. 통상 대기업 총수 일가는 상속세 부담 등을 고려해 지주사 주가가 낮은 상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최태원 회장이 특정인에게 그룹 지배권을 통째로 넘기지 않기 위해 SK㈜ 주가를 높이고 싶었던 거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23년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나만의 승계 계획이 있지만 아직 공개할 시점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AI 시대 전력은 국가안보”…대통령실, 전력계통 안정 직접 챙긴다

대통령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전력계통 운영의 핵심 기관인 전력거래소를 직접 방문하면서 정부의 에너지 정책 무게중심이 '탄소중립'에서 '전력·AI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력거래소는 27일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전남 나주 중앙전력관제센터를 찾아 봄철 전력수급 안정화 대책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문에는 대통령실 이유진 기후에너지환경비서관과 기후에너지환경부 이재식 전력망정책관도 함께 참석했다. 특히 대통령실 AI 정책을 총괄하는 수석이 전력계통 운영 현장을 직접 찾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전력망을 단순한 에너지 문제가 아닌 AI 시대 국가 핵심 인프라로 인식하기 시작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8일부터 6월 14일까지 107일간 봄철 전력수급 안정화 대책을 시행한다. 봄철은 냉·난방 수요가 줄어 전력 수요는 낮아지는 반면 태양광 발전량은 증가하는 '저수요·고발전' 구조가 나타나는 시기로, 공급 과잉과 계통 불안정 가능성이 동시에 커지는 시기다. 실제 올해 설 연휴 기간에는 역대 최저 수준의 전력수요가 기록되는 등 계통 운영 난도가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이날 하 수석은 “전력은 산업 활동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기반 인프라"라며 “지능을 생산하는 시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안정적인 전력공급은 국가 경쟁력과 기술 주권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AI 정책 총괄 인사가 전력망 운영을 직접 점검한 것은 데이터센터·AI 산업 확산에 따른 전력 인프라 중요성이 정책 최상위 의제로 올라섰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전력거래소는 대책 기간 동안 발전량 조정과 수요자원 활용, 재생에너지 연계 설비 운영 최적화 등을 통해 전력수급 균형을 관리할 계획이다. 필요 시 출력제어 등 단계적 대응도 시행한다. 최근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분산형 전원 증가로 계통 운영 복잡성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전력망 안정성이 에너지 정책의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김홍근 전력거래소 이사장 직무대행은 “설 연휴 기록적 최소 수요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했다"며 “봄철 대책기간에도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계통 안정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현장 방문의 의미를 단순한 계절 수급 점검 이상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전력정책이 요금·발전원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AI·데이터 산업 확대에 대응하는 전력망 운영 능력 자체가 국가 경쟁력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실 AI수석이 전력관제센터를 찾았다는 것은 앞으로 전력망 문제가 산업·안보·기술 정책과 직결되는 국가 핵심 의제가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력거래소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AI·데이터 기반 계통 운영 역량을 더욱 고도화하고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도 안정적인 전력망 운영 체계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대통령은 공직기강 강조하는데...전례없는 한전KPS 사태 언제까지

위법성 논란 속에 27일 소집된 한전KPS 이사회에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변경 구성안'이 또다시 보류되면서 사장 인선 문제가 장기 표류 국면에 접어들었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열린 한전KPS 이사회는 신임 대표이사 관련 임추위 변경 구성안을 논의했으나 최종 의결에 이르지 못하고 재차 보류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에 이어 동일 안건이 다시 미뤄지면서 기관 정상화 시점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대통령실이 최근 공직기강 확립과 조직 안정 강화를 강조하며 공공기관 인사 관리에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가운데, 정작 한전KPS 사장 인선 문제만 장기간 표류하며 예외적으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일부 기관에서는 신속한 면직과 인사 정리를 단행하는 것과 달리, 한전KPS에서는 이사회 보류가 반복되며 인선 절차가 사실상 멈춰선 상태가 이어지면서 공기업 인사 운영의 일관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이사회를 앞두고 허상국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와 관련된 사안이 전남 나주경찰서에 고발되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업계에 따르면 경찰은 물론 정부에서도 2024년 당시 사장 공모 절차를 담당했던 한전KPS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인사들까지 고발 대상에 포함되면서, 인선 갈등이 법적 공방 양상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신임 대표이사 임명 과정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미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 후보 선임 절차가 진행됐고, 공식적으로 내정 철회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사장 공모를 위한 임추위 구성 문제만 반복 논의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상장 공기업 이사회에서 동일 안건이 계속 보류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사회 의사결정 기능 자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감독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역할론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기후부는 해당 사안을 회사 이사회 권한 영역으로 보고 직접 개입을 자제해 왔지만, 인선 공백이 반복되자 정부 차원의 정리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 선출된 인사 문제를 언제까지 이사회 내부 갈등에 맡겨둘 것인지 의문"이라며 “산하 기관 경영 정상화를 위한 정책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부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다른 공기업 인선에도 부정적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합법적으로 주주총회를 통과한 최종후보자에 대한 인선이 반복적으로 보류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 공직 인선 전반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며 “대통령실이 공직기강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해당 기관 정상화와 공직 사회 안정을 위해 조속한 사장 임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전KPS 사장 인선 문제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정리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류진 한경협 회장 “AI 대전환기, 다함께 성장하는 길 열어야”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이 “인공지능(AI) 대전환기 우리나라가 '다함께 성장하는 길'을 열어가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류 회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경협 제65회 정기총회'에서 “창립 65주년을 맞아 올해가 대한민국 성장엔진을 본격 재점화하는 '뉴 K-인더스트리'의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류 회장은 "AI 대전환의 기회를 선점하는 '새로운 성장의 길'과 '다함께 성장하는 길'을 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경쟁력의 백년대계를 기초부터 다지기 위해 올해는 미래세대 육성에 초점을 두겠다"며 “특히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취업과 창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사각지대에 놓인 '학교 밖 청소년'과 '쉬었음 청년'까지 따뜻하게 보듬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총회에는 이장한 종근당 회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 김희용 티와이엠 회장, 우오현 SM그룹 회장, 이희범 부영그룹 회장 등 재계 주요 인사를 포함해 약 70여명이 참석했다. 한경협은 올해 4대 중점사업으로 △뉴 K-인더스트리 시대 개막 △글로벌 위상 제고 △함께하는 성장의 길 구축 △회원 서비스 강화 등을 제시했다. 참석자들은 서비스 산업 선진화를 통해 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동시에 양질의 일자리를 확충해 청년 일자리 확대에 힘쓰기로 뜻을 모았다. 갤럭시코퍼레이션, 에어버스코리아 등 20개사는 신규 회원으로 가입했다. 한경협 관계자는 “지난해 27년만에 새로운 기업이미지(CI)를 발표하는 등 조직 혁신의 기반을 닦은 데 이어 올해는 주요 기업들이 합류했다"며 “회원사의 다각적인 목소리를 정책에 실효성 있게 반영해 경제계 대표 단체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한국가스연맹 정기총회 개최…LNG 국제협력·에너지안보 활동 강화

한국가스연맹이 정기총회를 열고 올해 사업계획과 예산안을 확정하며 글로벌 LNG 협력과 에너지안보 활동 강화에 나선다. 한국가스연맹은 27일 서울 강남 그랜드 머큐어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2026년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2025년 사업실적 및 수지결산 △2026년 사업계획 및 예산 △임원 선출 안건 등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총회에서는 지난해 연맹의 주요 활동 성과가 보고됐다. 연맹은 글로벌 LNG 시장 정보 제공 확대와 회원사 협력 강화에 주력하며 간행물 구독자를 1400명 이상으로 늘리고 에너지 정보 플랫폼 기능을 강화했다. 또한 LNG 시장 전망 웨비나, 에너지안보 포럼, 국제 세미나 등을 통해 가스 산업 정책 논의와 산·학·연 협력 기반을 확대했다. 특히 국제 가스산업 협력 확대를 위해 세계가스총회(WGC) 및 국제가스연맹(IGU) 활동 참여를 강화하고 해외 가스협회와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한 점이 주요 성과로 평가됐다. LNG 국제행사 'LNG2029' 국내 유치에도 도전했으나 개최지는 호주로 결정됐다. 연맹은 올해에도 글로벌 네트워킹 확대와 LNG 국제행사 유치 기반 조성에 지속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LNG2026 및 차기 LNG 행사 참여를 통해 국제 협력 기반을 유지하고 향후 LNG2032 유치 가능성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국내 에너지안보 논의 활성화와 회원사 지원 기능 강화를 위한 세미나·포럼 운영, 국제 정책 대응 역량 확대도 주요 사업 방향으로 제시됐다. 가스업계에서는 에너지 안보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민간·공기업·학계가 참여하는 협력 플랫폼으로서 한국가스연맹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코스피 훈풍에···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주식재산 40조원 돌파

코스피 지수가 파죽지세로 오르면서 국내 주식부자 1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주식평가액도 급속히 불어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주가가 급등하면서 이 회장의 개인 주식 재산은 40조원 고지를 넘어섰다. 한국CXO연구소는 26일 종가 기준으로 '주식재산 10조원 클럽 현황'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7일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이 회장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S △삼성E&A △삼성화재 △삼성전자 우선주 등 7개의 주식종목을 보유 중이다. 전날 종가 기준 이들 주식의 가치는 40조5986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6월4일(14조2852억원) 대비 268일만에 26조3134억원가량 재산이 불어난 것이다. 이 회장이 지닌 삼성전자 지분의 가치는 21조2362억원이다. 우리나라 개인 주주 중 단일 종목에서 주식가치 20조원대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물산 평가액은 7조501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회장을 포함해 삼성 총수 일가 4명의 전체 주식재산은 91조원을 상회하며 100조원 달성을 눈앞에 뒀다.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19조2107억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16조9496억원)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14조7051억원) 등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마스크, 미세먼지 걸러내 심장병 위험 낮춘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실제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혹은 건강한 사람이 감염병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할 무렵에도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세계보건기구(WHO)도 마스크 착용에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대규모 역학·임상 연구는 이러한 논란에 분명한 과학적 답을 제시하고 있다. 마스크는 단순한 감염병 대응 수단을 넘어, 미세먼지 흡입을 물리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심혈관 질환 위험까지 낮추는 효과적인 공중보건 도구라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팬데믹이 드러낸 '자연 실험'… 미세먼지 차단 효과 입증 마스크의 환경보건적 효능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연구는 일본에서 수행된 대규모 분석이다. 구마모토 대학 의학과학연구과 이시이 마사노부 박사팀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일본 전역의 급성 심근경색 환자 27만여 명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의 사회적 변화를 일종의 '자연 실험(natural experiment)'으로 활용했다. 해당 연구는 최근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팬데믹 기간 동안 광범위하게 이뤄진 마스크 착용과 이동 감소가 개인의 미세먼지(PM2.5) 노출 양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미세먼지 농도가 ㎥당 10㎍ 증가할 때 급성 심근경색 발생 위험은 유의미하게 상승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된 시기에는 특정 유형의 심근경색 위험이 뚜렷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상동맥 폐쇄가 없는 심근경색(MINOCA)의 경우 미세먼지 노출에 따른 위험도가 팬데믹 이전 1.303에서 이후 1.230으로 유의미하게 낮아졌다. 연구팀은 일본 사회에서 법적 강제 없이도 광범위하게 마스크 착용이 이뤄졌고, 덕분에 미세먼지 흡입이 줄어 심혈관계 부담을 완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세먼지가 심장병 위험을 높이는 경로는 비교적 명확하다. 미세먼지가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유입되면 전신 염증 반응과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혈관 내피세포 기능 장애가 유발된다. 이 과정에서 활성산소(ROS)가 과도하게 생성돼 혈관 내벽을 손상시키고, 미세혈관 기능을 저하시켜 결국 급성 심근경색과 같은 치명적인 심혈관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스크는 이러한 병리적 연쇄 반응의 출발점인 '흡입 노출' 자체를 줄이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라는 것이다. ◇바이러스 차단 효과도 재확인 마스크의 효과는 환경 요인에 그치지 않는다. 호흡기 바이러스 차단 효과는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과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연구팀은 지난 2024년 11월 미국 의학협회 저널인 'JAMA 네크워크 오픈(Network Open)'에 발표한 논문에서 병원 내 마스크 착용 정책의 실효성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10개 병원에서 발생한 64만 건 이상의 입원 사례를 분석한 결과, 보편적 마스크 착용과 선제적 검사 정책을 중단했을 때 병원 내 호흡기 바이러스(코로나19, 인플루엔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률이 이전보다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대로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했을 경우 감염률은 33% 감소했다. 이는 의료 환경에서 마스크가 여전히 핵심적인 감염 차단 수단임을 보여준다. ◇“선택이 아닌 과학적 예방 수단" 이들 연구 결과는 마스크는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부터 개인과 사회를 보호할 뿐 아니라, 미세먼지라는 환경적 위험 요인으로부터 심장 건강을 지키는 실질적이고 과학적인 방어 수단이라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과거의 논란과 달리,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나 감염병이 유행하는 시기에 마스크를 착용하는 행동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 근거에 기반한 효과적인 공중보건 전략으로 재평가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이달의 인물] 융합적 사고로 미래전략 ‘담금질’…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엑시트 없는’ 승부사

고려아연은 지난해 8월 한미 정상회담 기간 중 세계 최대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핵심광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첨단 무기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에 대해 중국 의존도를 극단적으로 낮추려는 미국 정부의 '탈 중국 기조'에 완벽하게 올라탄 맞춤형 행보다. 특히 올해 2월의 쾌거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내무부와 테네시주 정부가 대규모 인프라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등 연방 인허가 일정을 대폭 단축해 주는 'FAST-41' 제도 도입 업무협약(MOU)을 전격 체결하면서 고려아연의 '크루서블 프로젝트(Crucible Project)'가 첫 수혜 대상으로 급부상했다는 점이다. 이 프로젝트는 설비 투자에만 약 66억 달러, 운영 자금 등을 합쳐 무려 74억 달러(한화 약 11조 원)가 투입되는 초대형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 구축 사업이다. 반도체용 초고순도 황산을 비롯해 AI 산업에 필수적인 13종의 핵심 광물을 미국 본토 내에서 직접 생산해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앞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워싱턴 D.C.의 유력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대담에서 “핵심 광물 이슈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라고 역설했고, 그 결과 테네시주 지역구의 마샤 블랙번 공화당 상원의원 등 미 조야의 열렬한 호응과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러한 위상 강화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최 회장이 쥔 가장 강력한 지정학적 레버리지다. 11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본과 십수 년의 긴 안목을 요구하는 인프라 투자는 현지 정부와의 끈끈한 신뢰와 뚝심 있는 리더십 없이는 추진 자체가 불가능하다. 최 회장 측은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체제에서는 결코 이러한 지정학적 혜택과 거대한 미래 기업 가치를 온전히 이어나갈 수 없다는 점을 자본 시장에 강력히 호소하며 경영권 방어의 명분을 단단히 다지고 있다. 이러한 굵직한 글로벌 성과를 가능케 한 배경에는 최 회장만의 독특한 학문적, 실무적 이력이 자리 잡고 있다. 고려아연을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으로 성장시킨 선대 경영진의 뒤를 이어 2022년 말 회장직에 오른 그는 전통적인 공학과 기술 기반의 제조업 경영자들과는 결이 다른 학문적 배경을 지녔다. 1975년 고 최기호 창업주의 장남인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과 유중근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차남으로 태어난 그는 미국 내에서도 최고 수준의 인문학적 소양을 요구하는 애머스트대학교에서 수학과 영문학을 복수 전공했다. 이후 컬럼비아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해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며 고도의 법적 사고방식까지 체화했다. 이러한 인문학·순수과학(수학), 그리고 법학을 아우르는 융합적 사고 방식은 그가 훗날 전통적인 굴뚝 산업인 제련업을 넘어 신재생 에너지와 글로벌 전략 광물 공급망 구축이라는 거시적이고도 입체적인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자양분이 됐다. 수학을 통한 정교한 재무적 분석력은 현재 사모펀드와의 복잡한 지분 및 자본 경쟁에서 수 싸움을 벌이는 토대가, 영문학과 인문학을 통한 조직 내러티브 구축 능력은 위기 속에서 임직원들을 결속시키는 무기가 됐다. 여기에 법학을 바탕으로 한 치밀한 리스크 관리 역량이 결합해 다국적 합작 투자와 글로벌 M&A를 진두지휘하는 바탕이 된 것이다. 최 회장은 “현장에 답이 있다"던 최창걸 명예회장의 경영 철학을 이어받아 최고 경영자에 오르기 전 밑바닥부터 현장 중심 실무를 거쳤다. 그는 2007년 입사 후 그룹의 심장부인 울산 온산 제련소 현장을 거쳐 고산병의 험지로 알려진 페루 파차파키 은 광산과 호주 썬메탈(SMC) 제련소 등에서 약 10년 가까운 시간을 현장 노동자들과 호흡하며 보냈다. 에어컨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척박한 오지 광산과 제련소 현장에서 쇳물을 뒤집어쓰며 체득한 경험은 엑셀 시트상의 숫자만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제조업의 본질, 즉 '사람과 안전'이라는 철학을 그의 뼛속 깊이 각인시켰다. 특히 2014년부터 2019년까지 호주 SMC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의 경험은 현재 고려아연이 생존과 도약을 위해 전사적으로 추진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미래 신사업의 직접적인 시험대이자 발원지가 됐다. 당시 그는 에너지를 막대하게 소비하는 전통적인 제련소 사업 모델에 안주하지 않고 SMC 제련소 내에 125MW급의 거대한 태양광 발전소를 전격 건설하며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가능성을 현장에서 타진했다. 글로벌 탄소 규제가 본격화되기 전 선제적으로 단행된 이 결정은 훗날 에너지 전문 자회사인 아크에너지를 통한 뉴사우스웨일스주 보우먼스크릭 풍력발전소 개발, 호주 뉴퀸즐랜드주 남반구 최대 풍력발전소(맥킨타이어) 지분 인수, 더 나아가 그린 수소와 암모니아 밸류체인 사업으로 확장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고려아연의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신재생 에너지·그린 수소 사업과 2차 전지 핵심 소재 사업, 자원 순환 사업 등 세 축으로 이뤄진다. 사진=고려아연 제공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글로벌 친환경 시대의 가혹한 생존 요구에 맞게 구체화한 전략이다. 이는 △신재생 에너지·그린 수소 사업 △2차 전지 핵심 소재 사업 △자원 순환 사업 등 세 축으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최 회장은 회장 취임 직후부터 이 세 가지 신사업 전략을 거침없는 속도감으로 밀어붙였다. 신재생 에너지는 호주를 거점으로 인프라를 구축 중이며, 2차 전지 소재 사업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탈중국 기조가 거세지는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올인원 니켈 제련소를 건설하고 켐코(KEMCO) 등 합작 회사를 설립해 황산니켈·전구체·동박 밸류체인을 완성해가고 있다. 자원 순환 사업은 세계 최대 전자 폐기물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리사이클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전자폐기물 리사이클 기업인 이그니오 홀딩스를 전격 인수했다.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굴뚝 제련 기업이었던 고려아연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친환경 핵심 소재 리딩 기업으로 완벽하게 탈바꿈시키는 거대한 실험인 셈이다. 이러한 숨 가쁜 하드웨어적 사업 재편을 관통하는 최 회장의 또 다른 경영 철학은 철저한 '사람 중심'의 소프트 파워다. 거대한 변화 앞에서 피로감과 불안감을 느낄 수 있는 임직원들을 향해 그는 평소 '회사의 자산은 결국 사람'이라는 원칙을 거듭 강조해 왔다. 신년사 등을 통해 고려아연의 도전을 '넓고 끝없는 바다를 향한 항해'로 비유하며 “각자만의 다른 이유와 계기로 모였지만 우리가 같은 꿈을 공유하고 한 방향을 바라보는 조직"이라는 서사를 부여했다. 특히 그는 “앞만 보면서 쉴 틈 없이 달려왔고 때로는 절망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우리 임직원들에게 의지하며 이겨내고 극복했다. 저는 여러분을 의지하고, 여러분은 저를 의지해 헤쳐 나가자"며 자신의 나약함마저 솔직하게 드러냈다. 최고 경영자로서의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직원들에게 의지하겠다는 그의 '취약성의 리더십'은 현재 적대적 M&A라는 절체절명의 거버넌스 위기 속에서 내부 임직원들의 동요를 막고 지역 사회의 강력한 결속력을 이끌어내는 보이지 않는 심리적 방패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최윤범 회장의 담대한 경영 스타일과 내면의 철학은 최전선에서 사모펀드 연합과 사활을 건 전면전을 치르며 남긴 언어와 현장 행보를 통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단호하게 밝힌 “우리에겐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가 없다, 그래서 힘든 길을 간다"는 발언은 자본 시장에 던지는 매우 묵직하고도 도발적인 메시지다. 이는 한정된 펀드 만기 내에 투자 기업의 자산을 매각하고 배당을 극대화하여 단기 수익률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본질과 반세기 넘게 국가 기간 산업을 이끌어온 산업 자본 고려아연의 근본적인 정체성 차이를 극명하게 찌르는 상징적인 어록이다. 수십 년을 내다보고 수조 원 단위의 막대한 자본을 선제적으로 투입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만 생존이 가능한 제련업 및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특성상 언제든 높은 가격을 부르는 곳에 지분을 넘기고 떠날 수 있는 재무적 투자자들과 달리 현 최고 경영진과 노동자들은 회사의 운명과 끝까지 함께해야 한다는 뼈저린 책임감이 녹아 있는 것이다.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현장에서의 메시지 역시 궤를 같이한다. 그는 “안전한 길에 투자를 해서 안전한 소득으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누구나 다 그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라며 “투자가 없는 기업은 미래 생존하기가 어렵다"고 역설했다. 주주 배당과 같은 단기적인 당의정에 매몰되어 본업의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는 강인한 의지다. 이러한 거시적 비전은 철저하게 현장 밀착형 행보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작년 설 연휴 직후 치열했던 임시 주주 총회가 마무리되자마자 최 회장이 가장 먼저 발걸음을 향한 곳은 여의도 금융가나 대형 로펌 회의실이 아닌 고려아연의 심장부 울산 온산제련소였다. 극도의 불확실성 속에서 현장을 찾은 그는 단기 수익성 방어를 위한 무리한 '생산 목표 달성'을 지시하는 대신 “가장 안전하고 가장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제품을 생산해 달라"고 주문했다. 안전 사고와 환경 이슈가 곧 기업 존립을 붕괴시킬 수 있는 제련업의 리스크를 환기시킴과 동시에 노조의 굳건한 신뢰를 재확인한 것이다. 그 결과 문병국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고려아연 노동조합 위원장은 투기 자본의 적대적 M&A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사측의 든든한 우군으로 나섰다. 나아가 김두겸 울산시장과 지역 상공회의소 등은 '고려아연 1인 1주 갖기 운동'을 펼치며 향토기업 지키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비단 국내뿐만이 아니다. 호주 타운즈빌의 제니 힐 전 시장 등 현지 정재계 인사들 역시 언론을 통해 “제련업 운영 경험이 전무한 자본의 인수를 우려한다"며 과거 척박한 환경에서 신재생 인프라를 구축하며 지역 고용을 창출해 낸 최 회장 체제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주주의 지분율이라는 표면적인 숫자 이상으로 근로자·지역사회·글로벌 파트너라는 강력한 '오프라인 참호'를 구축해 낸 방어전의 진수가 발휘되고 있는 셈이다. 밖으로는 미국 정치 권력의 지지를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기업 안으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진흙탕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양측은 보유한 모든 법적 논리를 동원해 상대방에게 기업 범죄의 최고봉인 업무상 배임의 치명상을 입히기 위한 십자포화식 고발전을 벌이고 있다. 최 회장 측이 영풍과 MBK 핵심 인사들을 밀실 공모에 의한 배임 혐의로 선제 고소하자 MBK 연합은 최 회장과 이사회 전원을 2조 원대 자사주 고가 매입에 따른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혐의로 맞고소했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 측은 경영권 방어의 쐐기골로 2조5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일반 공모 유상증자를 기습 발표했다가 시장의 거센 반발과 금융감독원의 자본시장법 위반 조사에 직면하며 뼈아픈 실책을 겪었다. 한편 MBK 측 역시 핵심 경영진이 과거 홈플러스 인수 과정에서 벌어진 1조 원대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 갈림길에 서면서 사모펀드의 가장 중요한 무기인 도덕성과 투명성에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을 노출한 상태다. 두 수장이 서로를 감옥으로 보내려는 아슬아슬한 '단두대 매치'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극한 대립 속에서 다가오는 3월 24일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리는 제52기 정기 주주총회는 단기적인 명운을 가를 최대 분수령이다. 이번 주총의 뇌관은 단연 기관 투자자와 소액 주주들의 표심을 겨냥한 '배당 재원(미처분 이익 잉여금)' 수 싸움이다. 영풍·MBK 연합이 3925억 원의 임의 적립금을 배당 재원으로 전환하자는 주주 제안을 던지자 고려아연 사측은 상대의 제안을 뛰어넘는 9177억 원 전환이라는 메가톤급 안건으로 맞불을 놨다. 주주 환원 이행의 실질적 능력과 진정성을 증명하겠다는 고도의 역공 전략이다. 나아가 양측 모두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 안건을 상정하며 소수 주주의 대변자임을 자처하고 있다. 최윤범 회장을 둘러싼 작금의 지형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현재 양측의 실질적인 우호 지분 격차가 크지 않은 데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MBK의 영풍 측 지분 주식 매도 청구권(콜옵션) 행사는 이 분쟁이 끝없는 장기전으로 접어들 것임을 예고한다. 이처럼 무한한 자본력의 파상공세 속에서 최 회장은 방어 전쟁에만 함몰되지 않고 자신의 시선을 외부로 돌려 국가적 혜택을 끌어내고 기업의 존재 가치를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때문에 전 세계 광물·투자 업계는 최 회장의 다음 승부수를 지켜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최윤범 회장 주요 약력 △1975년생 △고려아연 창업주 최창걸 명예회장의 차남 △美2 애머스트대학(수학과), 컬럼비아대학교 로스쿨 졸업 △미국서 변호사 활동 △2007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이사로 입사 △고려아연 상무·전무·부사장 거쳐 2019년 3월 대표이사 사장 승진 △2022년 12월 대표이사 회장 취임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후 규제, 환경 넘어 ‘통상 장벽’ 급부상···정부·기업 협력 절실”

기후 규제가 환경 영역을 넘어 '통상 장벽'으로 급부상한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점검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에너지경제신문은 26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제11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행사 주제는 '글로벌 탄소 무역 장벽과 한국 기업의 대응전략'이다. 올해는 전세계 탄소 무역 시장에 새로운 질서가 생겨난 원년이다. 그동안에는 각국이 '환경 보호'에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에는 탄소를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 전쟁'에서도 기후 관련 규제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우진 에너지경제신문 부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한국도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통상 관련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동시에 실질적으로 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장현숙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실장은 '2026년 글로벌 탄소 무역 장벽과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장 실장은 “올해는 기후 규제가 환경 영역을 넘어 통상 장벽으로 공식화한 해다. 외부적으로 드러난 변화보다 실제는 이보다 더 근본적인 것에 있다"며 “그 상징적인 사건은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이다. 작년까지는 분기별로 탄소 배출량을 보고만 하면 됐지만 올해부터는 이를 산정해 내년부터 금액을 직접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탄소는 비용이 아니라 새로운 무역 질서로 자리 잡았고 기후 대응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무역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고 밝혔다.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보호무역정책과 국내 시사점'을 주제로 마이크를 잡았다. 정 연구위원은 “미국에서 온실가스배출 규제가 근거가 사실상 없어지면서 기업들은 경영 관련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는 규제를 유지하고 EU도 마찬가지라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정 연구위원은 “트럼프 '관세 전쟁' 등 여파로 기업들이 자구적인 노력만으로는 여기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이 절실하다"며 “방향성은 한국의 산업을 보호하고 경쟁력을 제고하는 쪽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제 및 재정지원, 규제완화 등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종합 토론에서는 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가 좌장 역할을 맡았다.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 연구소장,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 센터장, 유준혁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경영자문부문 파트너, 이선경 켐토피아 상무 등이 의견을 나눴다. 정 교수는 “탄소 배출 관련 과거에는 호기심과 앞으로 미래 가능성을 가지고 논의했던 아젠다들이 지금은 국가의 중요한 전략이자 생존을 위해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이에 잘 대응한다면 국가는 나름대로 굉장한 기회를 잡을 것이고 기업은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경제신문은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를 지난 2016년부터 매년 열고 있다. 2015년 탄소배출권거래제가 실시된 이후부터 현 시점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기후환경·경제정책 변화 양상을 살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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