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신호등] 당(唐)제국 무너뜨린 것, 반란이 아니라 ‘기후변화’였다

[기후 신호등] 당(唐)제국 무너뜨린 것, 반란이 아니라 ‘기후변화’였다

한 제국(帝國)이 무너질 때, 우리는 흔히 인간의 어리석은 선택을 떠올린다. 부패한 정치, 무능한 황제, 통제되지 않은 반란군이 역사의 주범처럼 등장한다.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은 당나라의 멸망을 전혀 다른 방향에서 다시 읽어냈다. 이 제국을 서서히 붕괴시킨 것은 사람보다 먼저 기후의 변화였다는 결론이다. 스위스 바젤대학교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중국과학원과 란저우대학교 등 국제연구팀은 최근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중국 당나라가 서기 907..

에기평, AI 연계 영농형 태양광 스마트팜 개발 추진

인공지능(AI)과 영농형 태양광을 결합한 스마트팜 기술 개발이 추진된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인공지능(AI)과 영농형 태양광을 결합한 스마트팜 기술개발 및 실증 과제를 올해 에너지기술개발사업 신규 연구개발과제로 제시했다. 영농형 태양광은 태양광 설비를 밭 위에 설치해 농사와 태양광 발전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한 설비다. 이번 과제는 고출력 양면형 실리콘 태양광 모듈을 활용해 농업 생산과 재생에너지 생산을 병행하는 영농형 태양광 시스템을 구축하고, AI 기반 통합 운영을 통해 스마트팜의 탄소배출 제로 구현을 목표로 한다. 기술개발 내용에는 양면형 결정질 실리콘 태양광 모듈과 이를 활용한 청정에너지 시스템 개발이 포함된다. 스마트팜 측면 벽면과 지붕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는 구조다. 측면 벽면용 투과형 모듈은 기존 양면형 인증 모듈을 활용하거나 개조해 개발하며 반투명 모듈 적용에 따라 작물 재배 영향 분석을 수행한다. 에너지 운영 측면에서는 온수 공급을 위한 히트펌프 연계 방안과 이산화탄소 공급 및 탄소포집 기술을 활용한 손실률 저감 방안이 포함된다. 아울러 전력구매계약(PPA) 계약,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 등을 활용한 탄소배출 제로 스마트팜 구현 방안과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하도록 요구했다. 실증은 설비용량 100킬로와트(kW) 이상 규모로 진행되며, 토마토·딸기·파프리카·엽채류·허브류 등 2개 이상 작물을 대상으로 한다. 12개월 이상 실증을 통해 태양광 시스템 투과율별 재배 품질과 수확량, 감수율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다. 태양광 모듈 비적용 대비 작물 품질 95% 이상, 감수율 95% 이상 확보를 목표로 한다. 노지농업 대비 품질과 수확량 개선 방안도 함께 제시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설치·시공·안전(전기·화재) 및 운영·유지보수(O&M)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태양광 시스템과 스마트농업 관리를 위한 AI·빅데이터 기반 최적 운영 알고리즘을 개발한다. 과제 수행 기간은 3년 이내다. 올해 기준 정부지원연구개발비는 약 35억 원 규모로 제시됐으며 주관연구개발기관은 기업으로 중소·중견기업 참여가 필수다. 에기평은 이번 품목지정을 통해 AI 연계 스마트팜의 에너지 이용 효율을 높이고 영농형 태양광 기반 탄소저감 기술의 실증 가능성을 검증하는 기술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인터뷰] 조홍종 교수 “고속도로가 한국 산업 키웠듯, 이제는 전력망이 국가경쟁력 핵심”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늘 거창한 미래 목표만 제시할 뿐, 그 목표가 어떤 가정 위에서 가능한지,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지, 이를 집행할 거버넌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점검이 전혀 없다."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 같은 구조에서는 2050 탄소중립이든, 전력수급기본계획이든 모두 선언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조 교수는 현재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전력거래소 비용평가위원 및 규칙개정위원, 전력수급계획 총괄위원 등을 역임한 에너지 및 자원 분야 전문가이다. 조 교수의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에너지 정책은 기후 목표가 아니라 국가 경제 성장과 산업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수단이어야 하며, 이를 외면한 채 규제 중심으로 흐를 경우 산업 기반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에너지가 경제를 서포트하지 못하고 기후가 앞서가면, 정책의 결과물은 규제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유럽도 이 문제를 겪은 뒤 결국 에너지와 경제를 다시 통합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특히 에너지 정책을 산업부와 기후 부처로 나눈 현 체계를 “정책적으로 심각한 미스매치"라고 평가했다. 독일의 사례를 언급하며 “한때 기후 행동 부처와 경제·에너지 부처를 분리했다가, 산업 경쟁력이 흔들리자 다시 '에너지·경제부'로 통합했다"며 “기후를 앞세운 에너지 정책은 결국 산업을 죽인다는 교훈을 이미 유럽이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부처 간 책임을 나눠 갖는 구조에서는 비용 추계도,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도 사라진다"며 “결국 국민 부담만 남게 된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의 비판이 가장 집중된 대목은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이다. 그는 전기본이 △전력 수요의 불확실성 △송전망 △전기요금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5년 뒤 전력 수요를 소수점 단위까지 단정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수요 전망과 발전설비는 범위와 변동성을 전제로 한 중장기 아웃룩(Outlook) 형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말로 계통 운영이 가능한지, 시스템의 안정화가 가능한지가 더 중요하다. 발전 비중만 정하고 송전망은 나중에 한전이 알아서 하라는 지금의 방식은 현실성이 없다"며 “발전 설비와 수요지, 송전망, 배터리를 동시에 최적화(co-optimization)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기요금 등 비용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어떤 설비를 얼마나 짓고, 송전망을 어떻게 깔면 10~15년 뒤 전기요금이 얼마가 되는지 아무도 계산하지 않는다"며 “요금 논의를 회피하는 에너지 정책은 무책임하다"고 직격했다. 조 교수는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전력 안정성을 국가 생존의 문제로 봤다. 그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정은 0.01초 단위의 주파수·전압 안정성이 요구된다"며 “24시간 재생에너지 전력만으로 이를 충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이어 “재생에너지는 백업 발전소와 송전망, 계통 안정 비용을 모두 포함한 '시스템 비용'을 봐야 한다"며 “이 비용을 외면하면 결국 전기요금 폭등이나 산업 이탈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기를 많이 쓰지 못하게 되면 제조업은 해외로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해법으로 전력망을 포함한 '국가 망 경제'의 재정립을 제시했다. 전력망·가스망·교통망은 자연독점 산업으로, 국가가 책임지고 빠르게 구축해야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초고속 인터넷망과 고속도로가 한국 산업을 키운 것처럼, 이제는 전력망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공사든 민간이든 적절한 이윤을 보장해 빠르게 건설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늦게 짓는 전력망이 가장 비싼 전력망"이라는 표현도 덧붙였다. 원전 정책을 둘러싼 공론화 방식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조 교수는 “원전은 고도의 전문 영역으로, 일반 국민이 기술적 구조와 리스크를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여론조사 방식의 공론화는 과학적 판단을 보완하기보다 정치적 면피 수단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특히 11차·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사이에 실질적인 환경 변화가 없다는 점을 들어 “아무런 전제 조건이 달라지지 않았는데 공론화를 다시 하는 것은 정책적 의미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원자력발전은 분명히 역할이 있는 만큼 전력 시스템 안에서 전문가 집단 간 치열한 토론으로 판단해야 할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마지막으로 “원전이냐 재생이냐의 이분법적 논쟁에서 벗어나 전력 시스템 전체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친환경을 하겠다면 비용 증가를 인정하고 요금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비용을 말하지 않는 에너지 정책은 공론(空論)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정책의 최종 목표는 특정 가치가 아니라 국민 편익과 국가 경쟁력"이라며 “수요자, 산업, 전력 시장 구조까지 포함한 전면적 거버넌스 개편 논의가 이제 피할 수 없는 단계에 왔다"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신규 원전 계획대로 추진…“조만간 부지 공모 착수”

정부가 계획대로 신규 대형 원자력 발전소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오는 2037~2038년 준공을 목표로 부지 선정과 건설 허가 절차가 진행된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6일 기자 브리핑을 통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신규 원전 건설은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11차 전기본상의 신규 원전은 조만간 한국수력원자력의 부지 공모를 시작으로 약 5~6개월간의 부지 평가·선정 과정을 거쳐 2030년대 초 건설 허가를 획득하고 오는 2037~2038년 준공을 목표로 관련 절차가 진행된다. 지난해 2월 확정된 11차 전기본에는 총 2.8기가와트(GW) 규모의 대형 원전 2기를 2037년과 2038년에 도입하고 2035년까지 0.7GW 규모의 SMR를 건설한다는 계획이 반영됐다. 기후부는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확정하기에 앞서 두 차례 정책 토론회와 2개 기관을 통한 여론조사를 거쳤다. 기후부 의뢰로 한국갤럽과 리얼미터가 이달 진행한 '미래 에너지 대국민 인식 조사'에서 11차 전기본상 원전 건설 계획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는 응답자는 각각 32.5%(한국갤럽)와 43.1%(리얼미터)였고, '가급적 추진돼야 한다'는 응답자는 37.0%와 18.8%였다. 10명 중 6명 이상의 응답자가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신규 원전의 필요성을 열어둔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신규 원전과 관련해 “최근의 추세를 보면 엄청난 에너지 수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가 계획도 이미 확정돼 있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정책을 마구 뒤집는 것은 정책의 안정성, 지속성 측면에서도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날 브리핑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한 것으로 읽힐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 변화의 배경을 설명해달라는 질문이 나왔다. 김 장관은 “역사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 때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영향이 컸다"며 “또 당시에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이 필요했지만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그린수소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기후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그린수소의 생산 가격이 낮아지지 않으면서 그린수소보다는 원전으로 채워나가는 것이 현실이 됐다"며 “기후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을 고려할 때 문재인 정부 때와 동일한 정책을 유지하기는 어려워진 상황으로 판단해달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곧 수립할 12차 전기본에 대해 “기후 대응을 위해 탄소 배출을 전 분야에서 감축해야 하며 특히 전력 분야의 탄소 감축을 위해 석탄·LNG 발전을 줄일 필요가 있으므로 재생에너지와 원전 중심의 전력 운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기본은 전력 수요와 이에 따른 설비 건설 계획을 담고 있으며 2년 주기로 수립된다. 이번에 수립되는 12차 전기본의 계획 기간은 2026~2040년이다. 이를 위해 기후부는 배터리와 양수발전 등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통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탄력 운전을 통해 원전의 경직성을 보완할 예정이다. 또한 제12차 전기본에는 인공지능(AI)·전기차 확대 등에 따른 전기화 수요를 예측하고, 탄소중립을 위한 발전 설비와 분산형 전력망 조성 계획을 담기로 했다. 다만 신규 원전 건설 계획에 대해 환경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이날 “정부는 지금이라도 신규 핵발전소 2기 건설 강행을 중단하고 진정한 공론화와 에너지 전환의 길로 돌아와야 한다"며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에너지고속도로의 필요성, 제주 출력제어 횟수가 말해준다

최근 RE100 산단 이전 논란과 더불어 이번 정부의 핵심 구상인 에너지고속도로 역시 덩달아 자주 언급되고 있다. 주로 지산지소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에너지고속도로를 짓기 보다는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 RE100 산단 등 더 많은 생산시설을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산지소와 지역균형발전의 필요성은 필자 역시 공감하는 부분이다. 다만 이런 논의에서 에너지고속도로가 단순한 '송전망 확대 사업'으로 비춰지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상승하는 현 시점에서 에너지고속도로의 의미는 훨씬 본질적이다. 재생에너지의 높은 변동성과 간헐성 때문에 재생에너지는 특정 지역에 고립될 때보다 오히려 전국 단위에서 실시간으로 순환될 때 더 비용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다. 단순히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연간 몇 GW인지를 따지는 '설비 용량'도 물론 중요하지만 현 시점에서의 가장 큰 병목은 재생에너지와 연결된 계통이 이를 얼마나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여부이다. 정부는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상향하며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2035년 37%로 제시했고,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 역시 2024년 누적 34GW에서 2035년 140GW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현재 많은 지역에서 계통 미비로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의 계통 접속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조치는 전력망 증축과 계통 안정화 투자이다. 재생에너지는 지역 편재성과 기후 의존성으로 인해 생산과 소비의 불일치가 빈번한데, 전력은 순간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으면 계통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이 구조적 긴장을 해소하지 못하면 잦은 출력제어는 불가피하다. 제주도는 이러한 현실을 가장 먼저 경험한 지역이다. 제주에서는 이미 2023년에 재생에너지 설비 비중이 전체 전력 설비의 40%를 넘어섰고, 일부 기간에는 전력 공급의 60% 이상을 재생에너지가 담당하기도 했다. 이렇게 높은 재생에너지 비중의 부작용으로 출력제어가 빈번히 발생했다. 실제로 제주도의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는 2021년 61회, 2022년 132회, 2023년 181회로 해마다 급증했고, 2024년에도 83회의 출력제어가 발생했다. 계통 및 유연성 자원 보강 속도가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그러나 이 흐름은 2024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급변했다. 완도–동제주 간 제3해저연계선 HVDC가 본격 운영에 들어가면서, 2025년 이후 현 시점까지 제주도의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는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제3연계선은 총 98km 구간으로 제주와 육지를 연결하는데, 앞선 두 연계선과는 달리 양방향 실시간 송전을 가능하게 했다. HVDC 개통 전에는 제주에서 육지로 송전할 수 있는 전력이 시간당 30MW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완도–동제주 HVDC가 가동된 이후에는 이 용량이 180MW까지 확대되었다. 남는 전력을 즉시 외부로 보내고, 필요 시 다시 받아오는 구조가 마련되면서 전력 수급 불균형 문제가 해소된 것이다. 동시에 제주도에만 시범적으로 도입된 재생에너지 가격입찰과 실시간 도매시장 역시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출력제어가 한번도 일어나지 않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HVDC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은 육지 계통에서는 출력제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육지 출력제어는 2023년 2회, 2024년 83회로 급증했고, 2025년에는 데이터가 공개된 5월까지 이미 90회가 발생했다. 특히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출력제어가 집중된 현상에서 육지의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 속도를 계통과 유연성 자원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재생에너지를 특정 지역에서 모두 소비하겠다는 급진적인 지산지소 접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또 비효율적이라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호남권 내 RE100 산업단지 조성을 통해 지역 내 소비로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과 계절성을 고려하면, 대규모 잉여 전력이 발생하는 시점에 지역 수요만으로 이를 흡수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재생에너지는 고립된 소비가 아닌 전국 단위 순환을 전제로 설계돼야 하고 결국 에너지고속도로는 바로 이 순환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비용 효율적인 인프라이다. 제주도에서의 실증을 통해 검증된 선택지이기도 하다. bienns@ekn.co.kr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선제적으로 행동하고 담대하게 도전하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신입 매니저 교육수료식에 참석해 '긍정의 현대정신'을 강조하며 희망찬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현대그룹에 따르면 현 회장은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사옥 내 H-스타디움에서 열린 '신입 매니저 교육수료식'에 참석해 “선제적으로 행동하고 담대하게 도전해 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현 회장은 “현대그룹이 늘 '사람의 성장'을 중심에 두고 발전해 온 만큼 여러분의 성장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며, 그룹 미래 혁신과 도약의 밑거름"이라며 격려했다. 또 “인공지능(AI)은 높은 효율로 수많은 정보를 제공하지만 마지막 판단과 실천은 온전히 여러분의 몫"이라며 구성원들의 선제적 행동과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현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 대표 등이 함께했다. △교육 성과물 발표 △우수 교육생 시상 △사령장 수여 등이 진행됐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허성 코오롱인더 사장 “현장 운영 시스템 구축이 회사 경쟁력 강화 시작점”

허성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이 “수준 높은 현장 운영 시스템 구축이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쟁력 강화의 시작점"이라는 메시지를 임직원들에게 남겼다.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따르면 허 사장은 지난 22일 대산 및 천안 공장을 찾아 새해 첫 '현장 경영'을 펼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직원 안전 및 생산 효율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 사장은 다음달 6일까지 전국 12곳의 사업장을 직접 찾아가 주요 업무 계획을 점검할 계획이다. 지난 23일에는 여수 공장을 방문해 공장별 현안 및 운영효율화(OE) 진행 사항을 살폈다. 또 임직원들에게 사업장 안전에 대한 공로로 트로피와 포상금을 수여했다. 여수 공장은 2004년 준공 이후 22년간 무재해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7월 고용노동부로부터 공정안전관리(PSM)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대상에 선정돼 고용노동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허 사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글로벌 수준의 OE 달성'을 최우선 목표로 추진해왔다. OE는 원료 조달부터 생산, 출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최고의 효율성을 갖추는 것을 뜻한다. 허 사장은 “앞으로도 정기적인 사업장 방문을 통해 안전 계획 및 생산 설비를 점검하며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안전문화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환경포커스] 발암물질 다이옥신 섭취 주의…15%는 관리 필요

인체에 오래 잔류하면서 암을 일으키는 다이옥신(dioxin) 오염도가 줄고 있으나, 한국인의 실제 노출 수준은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도 다이옥신 등 잔류성 유기 오염물질 노출을 줄이기 위한 중장기 관리 전략을 마련해 추진키로 했다. 다이옥신은 극미량으로도 인체에 심각한 독성을 유발하는 물질로, 한 번 환경에 배출되면 쉽게 분해되지 않고 생태계와 인체에 축적되는 대표적인 잔류성 오염물질(POPs)이다. 구조가 비슷한 폴리염화비페닐(Dioxin-like PCBs) 12종까지 포함하면 다이옥신 종류는 모두 222종에 이른다. ◇한국인의 다이옥신 노출 실태: 식품을 통한 만성 노출 한국인의 다이옥신 노출 수준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연세대 의대 환경공해연구소 이용진 교수(부소장)과 이동진 연구원 등이 수행했다. 이들은 최근 국제 학술지 '식품 및 화학 독성학(Food and Chemical Toxicology)'에 한국 성인의 다이옥신 노출 패턴과 식이 요인의 관련성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 성인 153명을 대상으로 식습관 설문과 혈중 다이옥신 농도 분석을 병행했다. 연구 결과, 조사 대상자의 평균 혈중 총 다이옥신 농도는 3.647 pg TEQ/g-lipid로 나타났다. 다이옥신 농도를 표시할 때 사용되는 pg(피코그램, picogram)은 1조 분의 1그램에 해당하는 극미량 단위로, 다이옥신이 극소량으로도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TEQ(Toxic Equivalency)는 여러 종류의 다이옥신과 다이옥신 유사 물질의 독성을, 가장 독성이 강한 TCDD(2,3,7,8-테트라클로로디벤조-p-다이옥신)를 기준으로 환산해 합산한 지표로, 실제 인체 위해성을 평가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통용된다. 총 다이옥신의 평균 농도는 3.647 pg TEQ/g-lipid는 인체 지방성분 1g에 들어 있는 다이옥신을 TCDD 독성으로 환산했을 때 3.647pg이 들어있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에서 측정된 최소치는 0.074pg, 최대치는 42.258 pg이었다. 이는 과거 고엽제 살포로 심각한 오염이 발생했던 베트남 일부 지역이나, 대규모 화학 공장이 밀집했던 이탈리아 브레시아 지역의 보고치(5.0~7.5 pg TEQ/g-lipid)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15%는 '위해지수' 높아 장기 관리 필요 한국의 경우 특정 산업시설에서의 고농도 노출보다는 일상적인 식품 섭취를 통한 만성적·누적 노출이 주요 경로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고등어나 갈치와 같은 어류보다 조개·굴·바지락 등 조개류(패류) 섭취가 혈중 다이옥신 유사 PCB(DL-PCBs) 농도를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는 패류가 해저 퇴적물에 축적된 다이옥신류를 여과 섭식 과정에서 효과적으로 농축하는 생태학적 특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러한 수치만으로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위해지수(hazard quotient, HQ)의 평균값은 0.54로 전반적으로는 기준치 이내였으나, 조사 대상자의 약 15%는 위해지수가 1.0을 초과해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태로 나타났다. 여성과 고령층에서 위해지수가 더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다이옥신이 체지방에 축적되는 특성상 체내 잔류 기간이 길고, 연령 증가에 따라 누적 노출량이 증가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또한 고소득층일수록 육류와 해산물 섭취 빈도가 높아 노출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 반면, 교육 수준이 높은 집단은 지방 섭취를 줄이는 식습관으로 상대적으로 노출 위험이 낮았다. ◇다이옥신의 실질적 피해: 베트남 고엽제 노출 아동 사례 다이옥신의 인체 위해성은 해외 역학 연구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일본 가나자와 의과대학 연구팀은 지난달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고엽제(Agent Orange)에 노출된 베트남 산모와 그 자녀를 장기간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주목한 물질은 TCDD다. TCDD는 고엽제 제조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생성된 불순물 형태로 포함됐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TCDD를 사람에게 발암성이 있는 물질(Group 1)로 분류하고 있다. 고엽제는 잎사귀를 말라 죽게 하는 제초제로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이 북베트남군과 베트콩을 상대로 살포했다. 미군은 초목들을 고사시킴으로써 밀림에 은신하던 베트콩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했다. 가나자와 의대 연구팀에 따르면 TCDD에 노출된 산모에게서 태어난 여아는 출생 시 머리둘레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경향을 보였으며, 이러한 초기 신체 지표 변화는 성장 과정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신경 발달 장애 위험 증가와 연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여아의 경우 복부 지방 축적이 두드러지게 증가해, 향후 비만과 대사증후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연구는 다이옥신 노출이 단순한 환경 오염 문제를 넘어, 태아기 노출을 통해 신체·신경 발달에 장기적이고 비가역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질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정부의 대응: 제4차 잔류성오염물질 관리기본계획 추진 다이옥신은 스톡홀름 협약에 따라 국제적으로 관리되는 대표적인 잔류성 오염물질(persistent organic pollutants, POPs)이다. 잔류성 오염물질은 공통적으로 강한 독성, 환경 중 잔류성, 생물 농축성, 장거리 이동성이라는 네 가지 특성을 지닌다. 다이옥신 외에도 폴리염화비페닐(PCBs), 다이옥신 유사 푸란(PCDFs), 과거 살충제로 사용된 DDT, 그리고 최근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과불화화합물(PFAS)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 물질은 체내에서 호르몬 체계를 교란해 갑상선 기능 저하, 생식 독성, 면역 기능 약화, 암 발생 위험 증가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 특히 지방 조직에 축적되는 특성으로 인해 단기간 노출보다 장기적·누적 노출의 위험성이 훨씬 크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4차 잔류성오염물질 관리기본계획(2026~2030)'을 확정·발표했다. 정부는 '사람과 생태계에 안전한 POPs 프리 사회 구현'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향후 5년간 총 377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번 계획에는 다이옥신 배출 시설에 대한 점검 강화와 노후 소각시설 개선, 신규 잔류성 오염물질에 대한 분석 기술 확보, 인체 노출 실태 조사 확대 등이 포함됐다. 특히 국제적으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PFAS에 대해서는 별도의 관리 체계를 구축해, 거품형 소화햑제에 포함된 과불화화합물 성분(PFOS·PFOA)의 단계적 퇴출을 유도하고 전국 정수장과 하천을 대상으로 오염 분포를 정밀 조사할 방침이다. 정부는 특히 인체·환경 시료에 대한 모니터링 항목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혈액·모유·식품 등을 대상으로 한 인체 노출 조사 주기를 체계화해, 취약 계층과 고노출 집단을 조기에 파악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계획을 통해 잔류성 오염물질로 인한 국민 건강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고, 장기적으로는 국제 환경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관리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데스크칼럼] 자원전쟁에 얼마나 대비하고 있나

2026년 초, 세계는 지정학적 격랑에 휩싸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마약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체포 보상금을 5000만 달러(약 700억 원)까지 두 배로 올리며 압박한 끝에, 미군 특수부대가 카라카스를 공습해 마두로를 전격 체포·압송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정학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마약과의 전쟁이 아닌,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를 장악해 미국의 에너지 패권을 강화하려는 '21세기 자원 전쟁'의 노골적인 시작으로 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미국의 석유자원 확인매장량은 688억배럴로 전세계의 4% 비중에 그친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매장량은 3038억배럴로 미국의 4배이며, 여기에 베네수엘라와 바로 붙어 있으면서 미국 석유기업들이 지배하는 가이아나의 110억배럴까지 합치면 실질적으로 미국의 통제 아래 있는 확인매장량만 3836억배럴이다. 이는 세계 합계 매장량 1조7324억배럴의 22%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체포 이후 자신의 SNS에 'FAFO' 단어가 적힌 사진을 올렸다. FAFO는 'Fuck Around and Find Out'의 앞글자를 딴 조어로, 국내에서는 흔히 “까불면 죽는다"로 해석된다. 미국은 이번 군사 행동을 통해 베네수엘라를 넘어 남미권의 석유 통제권을 손에 넣으려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여기에 이란에 대한 압박과 우군인 이스라엘 및 사우디아라비아를 통한 중동의 석유 통제권 확보, 러-우 종전 협상을 통해 러시아까지 우군으로 확보하려 하는 것이 미국이다. 미국은 석유, 가스에 이어 광물까지 자기 손아귀에 넣으려 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북극 그린란드를 무력으로라도 지배하고 싶다고 생떼를 쓰는 이유도 바로 광물 때문이다. 미국 지질조사국 조사에 따르면 그린란드에는 희토류 150만톤이 매장돼 있다. 이는 미국의 180만톤에 버금가는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여 모두 이겼으나, 유일하게 패배한 나라가 중국이다. 이 때 중국이 쓴 카드가 희토류 공급 중단이었다. 희토류는 전투기부터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우주항공 등 첨단산업에 없어서는 안될 핵심 중의 핵심광물이다. 희토류 중에 디스프로슘과 같은 중(重)희토류는 중국 생산 지배력이 90%를 넘는다. 희토류는 지질상 함유량이 매우 적어 적정량을 캐내려면 광대한 땅을 헤집어 놔야 하고, 가공 시 많은 양의 오염물질일 발생해 선진국에서는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쯤되면 트럼프가 그린란드에서 무엇을 하려는지 짐작이 간다. 이처럼 미국의 자원 통제권 확보가 노골화 될수록 세계 자원 전쟁은 더욱 확산되고 격화될 수밖에 없다. 중국도 맞불 전략으로 나올 것이고, 한때 G2였던 유럽도 지배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과거 식민지역을 중심으로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릴 것이다. 제국을 꿈꿨던 일본 역시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자원전쟁에서 한국은 과연 얼마나 대비가 돼 있나를 살펴보면 한숨이 나올 정도다. 한국광해광업공단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광물기준 해외자원개발사업 순증 수(종료와 신규의 합)는 2014년까지 349개에서 2024년에는 0을 기록했다. 신규 사업 수도 2014년까지 523개에서 2024년에는 단 7개에 그쳤다. 한마디로 광물자원 확보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석유, 가스를 100%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 안보가 가장 취약점으로 꼽힌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국내에 생산광구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는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리는 동해심해가스전 사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예산 낭비라며 사실상 이를 보류시켰다. 세계적 석유기업인 비피(BP)가 탐사자료를 분석한 뒤 매장가능성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며 가스전 개발사인 한국석유공사의 공동개발 입찰에 참여해 지난해 10월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으나, 세 달이 지난 아직까지도 정부의 최종 허가가 나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그린란드의 희토류처럼 전략 자원을 직접 확보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은 앞으로도 더욱 노골화될 것이며, 이는 세계 자원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강자만이 자원을 차지하는 약육강식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고 있는 시점에서 과연 우리나라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북반구 한파에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너지 수입 비상

동북아, 북미, 유럽 등 북반구에 최악의 한파가 동시에 몰아치면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해 가스 가격이 치솟는 등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25일 오일프라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헨리허브 거래 가격은 1월 중순까지만 해도 2달러 중반대에 머물렀으나, 이후 한파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23일 마감 기준으로는 5.2달러로 급등했다. 동북아 LNG 현물가격(JKM)도 1월 초순에 MMBtu당 9달러대를 보이다, 이후로 급등하기 시작해 23일 기준으로 11.3달러를 기록 중이다. 유럽 가스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거래 가격은 1월 초순 MWh당 27유로대를 기록하다, 이후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23일에는 40유로까지 올랐다. 이 같은 가스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북반구 한파에 따른 수요 급증 영향으로 분석된다. 미국 기상청은 현지시각 24일 서부 및 남부 일부를 제외한 미 전역에 얼음폭풍과 겨울폭풍, 극한 한파와 결빙 등의 경보를 발령했다. 미국에서 가장 추운 지역인 미네소타주는 기온이 섭씨 영하 40도 안팎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우리나라도 이달 말까지 최저 기온이 영하 7~8도까지 유지되다가 내달부터 점차 풀릴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유럽지역은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만 한파 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 지역에는 영하 20도 아래의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계약물량 비중이 80% 정도로 높아 최근 현물가격 급등세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하지만 미국 수입물량은 현지 가격을 기반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수입비용 증가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LNG 수입량은 4672만톤이다. 수입량 순으로는 호주 1468만톤, 말레이시아 752만톤, 카타르 697만톤, 미국 439만톤, 러시아 247만톤, 인도네시아 208만톤, 오만 192만톤, 페루 104만톤, 브루나이 91만톤, 트리니다드 토바고 86만톤 등이다. 현재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량은 528TWh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44TWh에 비해 18%나 적은 수준이다. 유럽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을 중단하고, 미국산으로 대체한 가운데 미국 천연가스 수출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세계 가스가격은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2025년 1~10월 LNG 수출에서 1위부터 12까지 중에 이집트(4위), 일본(9위), 한국(12위)을 제외하고는 모두 유럽국가들이다. 미국의 유럽 수출 비중은 65%에 이른다. 반대로 유럽연합(EU)의 천연가스 수입 가운데 미국 비중은 52%에 이르고, 러시아 비중은 16% 수준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여헌우의 산업돋보기] 소니의 사업전환 성공…韓 기업도 ‘체질 개선’ 서둘러야

일본 소니가 TV 사업을 사실상 접었다는 소식이 전세계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던 '소니 TV 신화'를 기억하는 이가 많아서다. 합작사를 만들어 경영권을 넘기는 주체가 중국 TCL이라는 점도 눈길을 잡는다. 브라운관(CRT) TV부터 액정표시장치(LCD) 제품까지 기술 리더십을 유지한 '전통의 강자'가 저가 공세를 퍼붓는 후발주자에게 왕좌를 내주는 모양새가 됐다. 중국과 일본이 극한 외교대립을 겪는 와중에 양국 대표 기업들이 피를 섞기로 했다는 점 역시 관전포인트다. 국내에서도 해당 뉴스 관련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초점 자체는 '소니의 몰락'에 맞춰져 있는 듯하다. 어떤 이는 소니 TV가 최고였던 어릴 적을 회상하며 세상이 변했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소니를 침몰시킨 중국 기업들의 공세를 보며 삼성·LG전자가 프리미엄 TV를 더욱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핵심을 잘못 짚었을 뿐이다. 한국은 일본·중국과 거의 대부분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나라다. 우리 입장에서는 소니가 TV를 포기하고 어떤 신사업에 신경 쓰고 있는지를 봐야한다. 소니의 시가총액은 23일 마감가 기준 22조2254억엔(약 207조원)이다. 국내 증시로 옮겨온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3위를 달리게 된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현대자동차도 이제 막 시총 100조원 고지를 넘었을 뿐이다. 소니는 지난 수십년간 주력 사업을 수차례 교체해왔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친숙한 가전·워크맨 회사였다. 소니 트리니트론 TV는 1973년 '방송 분야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미국 에미상을 받기도 했다. 인물이나 작품이 아닌 상용 제품이 에미상을 받은 첫 사례였다. 2000년대 들어서는 엔터테인먼트 분야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플레이스테이션 등 게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미디어 쪽에도 관심을 가졌다. 2010년 금융위기 전후에는 TV 사업 적자 등으로 회사가 없어질 수 있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시총이 20조원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등에 집중하고 이미지센서 경쟁력을 갈고닦았다. 2026년 현재 수익 중심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며 글로벌 종합 엔터테인먼트·테크 기업으로 거듭났다. 우리 입장에서 눈여겨봐야 할 포인트는 이미지센서 분야 영향력이다. 이미지센서는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전기 에너지로 바꾼 뒤, 이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해주는 부품이다. '디지털 시대의 필름' 또는 '전자기기의 눈'이라고 볼 수 있다. 소니의 글로벌 이미지센서 시장 점유율은 약 55%다. 삼성전자(약 15%)와 옴니비전(약 10%) 등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소니 제품은 센서와 반도체 칩을 겹쳐 쌓는 기술에서 세계 최고의 수율과 성능을 자랑한다고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디지털카메라 사업 부문을 일본 니콘에 넘겼다고 가정해보자. 회사의 경영 판단일 뿐, 삼성전자가 망하거나 과거의 영광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소니와 TCL이 합작사를 세웠다는 소식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볼 수 있다. 소니는 일찌감치 TV를 껐다. 물론 우리 입장에서 중국 TV가 '소니' 브랜드를 달고 팔린다는 점은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분야기 때문이다. 기술력 자체는 아직 최고 수준이기도 하다. 중국산 공세가 워낙 거세다 보니 생겨나는 두려움이다. '세계의 공장' 중국은 201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한국 산업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태양광, LCD 등 분야는 이미 생태계 자체를 장악했다. 한국 석유화학·철강 산업은 중국 탓에 고사 위기에 놓였다. 전기자동차와 이차전지 분야 기술력도 무시하기 힘들어졌다. TV를 비롯한 가전제품들 '저가 공세'로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고부가가치 제품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인공지능(AI) 경쟁력을 무섭게 쌓더니 이제는 반도체에서도 존재감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시작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서는 관세 장벽이 높아지며 중국 제품이 서구권에 들어가는 길이 더욱 좁아졌다. 중국산이 월마트를 점령하고 저가 가전제품들이 아마존에서 팔리던 시대는 끝났다. 덕분에 한국은 중국이 무섭게 추격해오던 다양한 전통산업 분야 '수명'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 과거와 같은 자유무역시대였다면 이미 없어졌을 산업군이 한두 개가 아니다. 우리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이차전지·철강·태양광 패널을 만드는 게 이처럼 쉬웠을 리 없다. 유럽이 중국을 견제한 덕분에 우리 기업들의 수출길이 열리고, 일본이 중국과 갈등을 겪은 덕분에 한국 기업의 몸값도 올라간다. 우리나라는 미중 무역갈등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블록화'의 최대 수혜국이다. 미국·유럽이 기술, 환경,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더 높은 진입장벽을 쌓을수록 한국에 기회가 생긴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통상 불확실성 증가가 희소식이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문제는 우리 기업들이 이같은 '특수'를 누리다 체질 개선 또는 구조조정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니가 TV를 끌 수 있도록 압박한 것은 삼성·LG전자였다. LCD TV 시대가 도래했을 때 과감한 투자와 경영 판단으로 '왕좌'를 가져왔다. 소니는 정당한 경쟁에서 패배했고, 이미지센서 등 다른 분야에서 활로를 모색해야 했다. 지금 우리는 중국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고 있다. 자유무역 무한경쟁 체제에서 중국이 더욱 고삐를 더욱 죌 경우 한국의 상당수 업종들이 고사 위기에 놓였을지 모른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나 태양광 모듈은 물론 철강·석유화학 등도 안심할 수 없다. 다행스러운 점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미래를 위한 준비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자회사 하만을 통해 독일 ZF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부를 인수했다. 동시에 전장 사업부문 경쟁력을 강화하며 새 먹거리 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SK그룹은 비핵심 계열사를 과감하게 정리하며 새로운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로봇'에 집중하고 있다.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이달 초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무대에서 주인공 역할을 했다. LG그룹은 B2B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한화는 방산·우주에서, GS·LS·두산 등은 신에너지 분야에서 금맥을 캐는 중이다. '소니식 포기' 혹은 과감한 체질 개선 작업이 경영자의 판단만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구성원들의 도움도 필수적이다. 회사가 로봇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귀족 노조'가 공장에 로봇을 들여놓을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는 게 우리나라다. AI·로봇·우주 등 신사업으로 체질 개선을 해 나가기에 아직 갈 길이 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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