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감독원 추진에 발전업계 긴장 “AI 감시·출력제어 규제 부담 커질 것”

전력감독원 추진에 발전업계 긴장 “AI 감시·출력제어 규제 부담 커질 것”

전력감독원 신설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발전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계통 운영 복잡성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독립 감독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AI 기반 시장 감시와 출력제어 관리 강화, 이중 보고 체계 등으로 사업자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정치권, 전력업계 안팎에서는 전력감독원 신설을 전제로 한 전기사업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 정책실장·비서실장 라인에서도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로..

[인터뷰]“반도체 다음은 에너지…LNG를 AI·수소경제 잇는 ‘시스템 산업’으로 키워야”

“반도체 다음으로 치고 나가야 할 산업은 에너지다. 지금 액화천연가스(LNG)를 단순한 발전 연료 정도로만 바라보면 한국은 앞으로 올 거대한 에너지 산업 전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김창규 민간LNG산업협회 부회장은 최근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더 이상 단순한 연료 산업이 아니라 국가 간 협력과 서비스 역량이 결합된 '시스템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부회장은 한국이 LNG를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LNG는 제조업 관점이 아닌 서비스 산업으로 접근해 PPL(민관 협력)과 G2G(정부 간 협력)를 결합한 수출 전략으로 키워야 한다"며 “에너지 산업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움직여야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이다. 지금처럼 내수 중심 구조에 머물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현재 국내 LNG 산업이 지나치게 내수 중심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LNG 산업 규모가 크지 않은데도 민간과 공공이 따로 움직이고 있다"며 “국내 시장 안에서 경쟁만 할 것이 아니라 벙커링·트레이딩·터미널 운영·해외 인프라 사업 등 글로벌 비즈니스 관점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LNG를 이미 전략 산업으로 보고, 글로벌 LNG 시장 지배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며 “전 세계 LNG 시장이 지정학·안보·산업 전략과 연결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국내 규제와 경쟁만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부회장은 LNG를 AI 시대 핵심 인프라와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석탄발전을 LNG 발전으로 전환하면 부지 면적을 약 40% 줄일 수 있고, 데이터센터와 연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가능하다"며 “LNG 냉열을 데이터센터 냉각에 활용하는 방식은 AI 인프라와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연결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AI 데이터센터 경쟁은 결국 안정적 전력 확보 경쟁"이라며 “재생에너지 단독으로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고 LNG 발전이 상당 기간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NG 산업을 미래 수소경제의 '파운데이션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김 부회장은 “지금 LNG 인프라와 글로벌 공급망을 잘 구축해 놓으면 향후 에너지원이 탄소(Carbon) 중심에서 수소(Hydrogen) 중심으로 전환될 때 그 시스템 자체를 한국이 선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LNG 시대의 인프라·터미널·저장·운송 시스템은 향후 수소경제로 상당 부분 전환 활용이 가능하다"며 “LNG 산업을 단순 화석연료 산업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차세대 에너지 플랫폼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한국의 LNG 역량이 세계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일본 다음 수준의 LNG 구매력과 인프라 운영 경험을 갖고 있고, 가스공사와 민간 기업들의 실무 노하우도 상당하다"며 “필리핀·태국·방글라데시 등 신흥국들은 지금 LNG 인프라 구축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한국은 이런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 도시가스·LNG 기업들이 포화된 내수시장만 바라볼 게 아니라 해외 도시가스 시스템과 LNG 발전 사업까지 패키지로 진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최근 국내 에너지 정책 흐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전 세계 주요국들은 에너지 안보와 산업 패권 경쟁 차원에서 LNG와 가스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데 한국만 여전히 탄소중립 논리에 지나치게 매몰돼 있다"며 “현실적으로 LNG 발전의 대체 수단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LNG 투자를 위축시키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석탄발전을 LNG로 전환하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탄소 감축 효과는 상당하다"며 “동남아·아프리카 지역 석탄발전을 LNG 기반으로 전환하는 사업은 기후 대응과 산업 수출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도 지나친 탈탄소 정책 이후 산업 경쟁력 약화와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며 “한국은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말고 현실적 에너지 안보와 산업 전략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삼성전자 노사 협상 여전히 평행선…‘긴급조정권’ 발동 전망도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면서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에 재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양측이 결국 접점을 찾지 못해 총파업 진행 가능성이 높아지면 정부가 나서 예외적 조정 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긴급조정권은 쟁의 행위가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 경제를 해할 우려가 있을 때 파업 금지 등을 고용노동부 장관이 명령할 수 있는 제도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에 근거한다. 12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협상 사후조정 마지막 날인 이날 오후 5시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후조정은 조정이 종료된 뒤 노동쟁의 해결을 위해 노사 동의 아래 다시 실시하는 절차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중재자 역할을 맡아 전날부터 교섭이 펼쳐졌다. 전날 1차 회의는 오전 10시부터 11시간 30분가량 이어졌다. 이날 2차 회의도 심야까지 결론을 도출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노조는 사회적 비난 여론 등에 개의치 않고 자신들의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은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회의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조합원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내기 위해 그것만 바라보고 활동 중"이라고 언급했다. 전날에는 “영업이익 15%의 성과급 지급 및 상한 폐지 제도화를 계속 말하고 있다"며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는) 입장이 없으면 조정이 안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더욱 강경한 발언을 했다. 사측 대표 교섭위원인 김형로 삼성전자 부사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은 채 회의장에 들어섰다. 양측은 성과급 재원 기준 및 명문화 등 핵심 쟁점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측은 특별 포상을 통해 업계 최고 대우를 약속하고 있다. 대신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제도화는 시간을 두고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으 없애고 영업이익 15%를 무조건 자신들에게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날 노사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사후조정 절차가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 중노위가 양측에 절충 가능한 조정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진 상태에서 노조가 이를 받아들일지가 사실상 합의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정한 총파업 개시 일자는 오는 21일이다. 노사가 결국 접점을 찾지 못하고 고용부 장관이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면 30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된다. 중노위 조정 및 중재 절차가 다시 진행된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사례는 과거 네 차례 있었다.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 2005년 7월과 12월 아시아나항공 및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등이다. 관건은 고용부가 삼성전자의 파업을 '국가 경제를 해할' 수준의 심각한 사안이라고 판단할지 여부다. 증권가에서는 총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0조~30조원가량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노조가 예고한 기간 동안에만 파업이 벌어지고 이후 설비를 복구하는 시간을 계산한 금액이다. 이럴 경우 영업이익 감소액은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라인은 한 번 멈추면 재가동 후 수율을 정상화하는 데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수주가 걸린다는 특징이 있다. 가동 중단 시 라인에 깔려 있던 수만 장의 웨이퍼를 전량 폐기해야 할 수도 있는데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 회사 입장에서 가장 큰 걱정거리는 고객사들이 삼성전자의 '공급 안전성'에 의구심을 가지게 되는 신뢰 하락이다. 이는 경쟁사에 점유율을 뺏기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에 가장 심각한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7~28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3%는 삼성전자의 파업 관련 '무리한 요구 및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로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정당한 권리 행사 및 보상 요구로 적절하다'는 응답은 18.5%에 그쳤다.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펼쳐졌다. 무선(100%)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4.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12분 생존 골드타임”…극한 호우시 ‘긴급재난문자’ 발송

올여름부터 시간당 100mm 이상의 극한 호우가 예상될 경우 시민들에게 호우 발생 12분 전에 '재난성 호우 긴급재난문자(CBS)'가 발송된다. 기후위기로 갈수록 심해지는 집중호우와 폭염에 대응하기 위해 호우·폭염 특보 체계를 전면 개편됐다. 기상청과 행정안전부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동 정책설명회를 열고 '2026년 여름철 자연재난 종합대책 및 방재기상대책'을 발표했다. 새 체계는 다음달 1일부터 시범 운영된다. 최근 이상 기후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시간당 100mm 이상 집중호우 발생 빈도는 1970년대 대비 약 3배 증가했고 폭염과 열대야 일수 역시 2~3배 늘었다. 지난해 여름철 강수량은 평년보다 15% 적었지만 시간당 100mm 이상의 극한 호우는 16차례 발생했다. 이날 경남 남해군 이동면 일대에는 올해 첫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지난해 첫 발송일인 5월 16일보다 4일 빨라진 것으로, 5월부터 이른 극한 호우가 발생하고 있다. 새롭게 편성된 CBS는 시간당 85mm 이상이면서 동시에 15분 강수량 25mm 이상이 관측되거나, 시간당 100mm 이상 호우가 예상·관측될 경우 발송된다. 기존 호우 긴급재난문자보다 한층 강화된 최고 수준 경보다. 읍·면·동 단위로 발송돼 주민들에게 즉각적인 대피 필요성을 알리게 된다. 연혁진 기상청 예보국장은 “시간당 85mm와 동시에 15분 25mm 이상 강수가 확인될 경우 실제 시간당 100mm 도달 전 평균 12분 정도의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금 즉시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재난성 CBS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시간당 100mm 이상 폭우에서는 인명피해 발생률이 97%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단순 사후 경보를 넘어 사전 대비까지 가능하도록 '5단계 호우 대응체계'도 처음 가동한다. 호우 발생 2~3일 전 제공되는 '호우 발생가능성 정보'를 시작으로 △호우예비특보 △호우주의보 △호우경보 △긴급재난문자로 이어지는 단계별 대응 체계다. 수도권에서는 호우특보 해제 예상 시점을 안내하는 '호우특보 해제 예고제'도 시범 운영된다. 폭염 대응 체계도 강화된다. 정부는 기존 폭염경보보다 높은 단계인 '폭염중대경보'를 신설했다. 일최고체감온도 38℃(도) 또는 일최고기온 39도 이상이 하루 이상 예상될 경우 발령된다. 밤 최저기온이 일정 기준 이상 유지될 경우 발표되는 '열대야주의보'도 함께 시범 운영된다. 연 국장은 “체감온도 38도는 온열질환자가 급증하는 임계 온도를 고려해 설정한 기준"이라며 “38도 이상에서는 외부 기온이 체온보다 높아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폭염중대경보 발령 시에는 '멈춤·이동·확인' 행동 수칙이 안내되고 고용노동부와 협업해 옥외 작업 중지도 적극 권고할 방침이다. 현장 대응 체계도 대폭 강화된다. 행안부는 올해부터 읍면동장이 직접 대피 명령을 내리는 체계를 운영한다. 전국 모든 시군구에서 약 9만4000명의 '주민 대피 지원단'이 운영된다. 특히 고령자 등 자력 대피가 어려운 주민들을 대상으로 1대1 매칭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김용균 행안부 자연재난실장은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읍면동장 주도의 신속한 대피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김하연·이현진 인턴기자

신규 댐 대신 ‘숨은 물그릇’ 활용…홍수조절 용량 최대 10% 확대

정부가 신규 댐을 건설하기 보다 기존 농업용 저수지와 수력·양수발전댐의 '숨은 물그릇'을 최대한 활용해 여름철 홍수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기후변화로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지는 상황에서 기존 시설 운영 방식을 바꿔 홍수조절 능력을 최대 10%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1차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여름철 홍수대책'을 보고했다. 이번 대책은 신규 댐 건설이 아닌 물그릇 확보와 인공지능(AI)·디지털트윈(DT) 기반 예측 체계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우선 농업용 저수지와 발전댐, 하굿둑 등을 활용해 기존보다 추가 홍수조절용량을 확보하기로 했다. 전체 홍수조절용량은 기존 108억2000만톤에서 118억6000만톤으로 최대 9.6%(10억4000만톤) 늘어난다. 이는 한탄강댐 약 3개 규모의 홍수조절 효과와 비슷한 수준으로 신규 댐 건설 없이 약 4조원의 예산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기후부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업해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농업용 저수지의 활용 범위를 확대한다.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는 범위에서 사전 방류 등을 실시해 홍수조절용량을 기존 6억4000만톤에서 최대 10억6000만톤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금강·영산강·낙동강 하굿둑과 아산만 방조제 역시 운영 기준을 조정해 추가로 1억5000만톤 규모의 물그릇을 확보한다. 기후부는 지역별 강우 상황과 상류 댐 방류 현황 등을 종합 분석해 홍수 위험이 커질 경우 사전 방류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또 홍수통제소의 수문 방류 승인 대상을 기존 38곳에서 58곳으로 확대해 저수지·하굿둑·댐을 연계한 통합 대응 체계도 강화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운영하는 수력발전댐과 양수발전댐도 홍수 대응에 적극 활용된다. 수력발전댐의 홍수조절용량은 기존 3억8000만톤에서 최대 8억5000만톤 수준으로 확대된다. 강우 예보 시 미리 수위를 낮추는 방식으로 추가 물그릇을 확보하는 구조다. 양수발전댐은 강우 예보 전에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으로 끌어올리는 방식 등을 통해 총 3000만톤 규모의 추가 홍수조절용량을 확보한다. 정부는 AI 기반 예측 체계도 강화한다. 올해 처음 도입되는 도시침수예보는 서울 강남역과 신대방역 일대 등 6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시행된다. 침수 범위와 수심을 사전에 예측해 '침수주의보'와 '침수경보'를 발령하고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소방당국이 출입 통제와 차수판 설치 등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AI 홍수예보 시스템도 고도화된다. 레이더 기반 초단기 강수예측 모델의 적용 범위를 남한 내륙에서 한반도 전체로 확대하고, 해상도 역시 8㎞에서 1㎞ 수준으로 세분화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홍수특보 발령 시간을 앞당기고 주민 대피 시간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홍수 위험 지역과 하천·하수도 시설에 대한 집중 점검도 병행한다. 기존 안전안내문자로 발송되던 홍수 '심각' 단계 정보는 최대 음량으로 전달되는 긴급재난문자로 격상해 발송한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기존 댐과 저수지, 하굿둑을 최대한 활용해 홍수 대응 능력을 높이는 것은 수조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는 사례"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일본시장 진출 지름길”…RX Japan, 산업별 1:1 맞춤형 전시 전략 공개

한국과 일본은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으며, 이를 탈피하고자 재생에너지 등 대체 에너지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관련 산업이 비슷해 서로 경쟁도 하지만, 협력할 부분도 많다. 일본 최대 전시회 주최사 RX Japan은 오는 6월 서울과 부산에서 일본 시장 진출에 대한 상담을 지원하는 '세미나 & 1:1 맞춤 상담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세미나 & 1:1 맞춤 상담회'는 서울에서는 4년 연속 개최되며, 올해 처음으로 부산에서도 열린다. 참가 기업은 세미나를 통해 일본 전시회 활용 전략을 개요 중심으로 이해하고, 희망 시 1:1 상담으로 보다 구체적인 실무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이번 세미나와 상담회는 한국 기업이 일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전시회에 참가할 때 반드시 짚어야 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했다. RX Japan의 전시 전문팀이 전시 목적 설정부터 전시회 선택, 참가 방향성까지 전반적인 흐름을 안내해 참가 기업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판단 기준을 마련하도록 돕는다. 서울 세미나는 △반도체·전자 △고기능 소재 △제조업(기계요소)·스마트 팩토리 △건축 △코스메틱 △패션·생활잡화 △농업·식품 △자동차 △IT·AI·XR·DX △제약·바이오 △교육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군을 설명한다. 이를 통해 참가 기업이 자사 제품·서비스와 연관된 산업 세션을 선택해 전시 활용 전략의 큰 흐름을 이해하고, 이후 1:1 상담으로 보다 구체적인 논의로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서울 세미나는 6월 16일부터 18일까지 잠실 롯데월드타워 SKY31에서 열린다. 부산 세미나는 서울 세미나에서 다루는 12개 산업군을 한 자리에서 폭넓게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자, 제조, IT, 에너지, 소비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전시회 정보를 한 번에 접할 수 있어 기업들은 자사 비즈니스에 적합한 일본 전시회 참가 방향성을 효율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부산 세미나는 6월 15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다. 세미나 이후에는 1:1 상담회를 통해 관심 산업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각 산업군의 담당자와 현장에서 직접 만날 수 있기에 당일 충분한 상담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이후 커뮤니케이션으로 자연스럽게 이어나갈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인 전시 검토와 정보 수집의 출발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RX Japan은 에너지 분야의 전시회에 강점이 있다. 회사는 지난 3월 17~1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스마트 에너지 위크 2026'을 개최했다. 이 전시회는 재생에너지 등 대체에너지와 탄소중립에 관한 솔루션을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올해는 수소를 핵심으로 잡으며, 전시회 구성도 크게 △태양광•풍력•에너지저장장치(ESS) △수소차•수소 활용 기술로 했다. 전시장을 총괄한 오가사하라 노리히로(Ogasahara Norihiro) RX Japan 사무국장은 일본 에너지 정책의 특징을 “재생에너지와 수소를 함께 가져가는 통합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전시회에는 지난해에 빠졌던 현대자동차가 다시 참가했다. 현대차는 지난 4월 일본 시장에 수소차 넥쏘를 출시하며 일본 수소시장 공략에 나섰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전력감독원 추진에 발전업계 긴장 “AI 감시·출력제어 규제 부담 커질 것”

전력감독원 신설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발전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계통 운영 복잡성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독립 감독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AI 기반 시장 감시와 출력제어 관리 강화, 이중 보고 체계 등으로 사업자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정치권, 전력업계 안팎에서는 전력감독원 신설을 전제로 한 전기사업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 정책실장·비서실장 라인에서도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로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실제 출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대응"…전력거래소 이중 역할 한계 지적 정부는 현재 전력시장 구조가 재생에너지 확대 추세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전력거래소가 발전사업자와 판매사업자(한전 등) 사이에서 공정한 전력 도매 거래가 이뤄지도록 돕고, 실시간 전력수급 균형과 계통 운영을 통해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 기관이다. 주요 역할은 전력시장 운영, 전력계통 운영, 실시간 급전, 전력수급계획 수립 지원 등이다. 즉, 시장 운영자이자, 감시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이중 역할' 구조로는 독립적 감독 기능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기에 계통 운영, 출력제어, 시장 감시 관련 규정이 기관별로 분산돼 있어 중재 기능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실제로 전력감독원과 유사한 감독기구 신설 논의는 2013년과 2021년에도 추진됐지만, 기존 조직 반발과 기획재정부 반대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현재 국회에는 6개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공통적으로 전기위원회 권한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감독기구 신설 여부와 권한 범위는 법안마다 차이가 크다. 업계에서는 특히 허성무 의원안과 서왕진 의원안을 핵심 법안으로 보고 있다. 서왕진 의원안은 감독원 권한과 정부 기속 조항을 대폭 강화한 강경 모델에 가깝다. 반면 허성무 의원안은 현실적인 구조라는 평가를 받지만 감독 권한 자체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안팎에서는 전력감독원을 금융감독원과 유사한 '무자본 특수법인' 형태로 설계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조직 규모는 약 130명 수준이 검토된다. 이 가운데 약 30명은 한전과 전력거래소 인력을 차출하고, 나머지 100명 안팎은 신규 박사급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방향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내부에서도 이미 파견 및 전출 대상 검토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향후 발전공기업 통폐합이 현실화될 경우 시장운영·정산·계통 관련 조직 일부가 감독원으로 흡수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발전업계 “AI 감시·출력제어 규제 부담 커질 것", “한전 재무 정상화는 긍정적" 발전업계는 감독원 출범 이후 직접적인 규제 대상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큰 만큼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AI 기반 시장 감시 시스템 구축, 실시간 데이터 제출 의무, 출력제어 이행 여부 감시, 운전방식 관련 규제 등이 강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거래소와 감독원에 동시에 보고해야 하는 '이중 보고 체계'가 만들어질 경우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장기적으로는 전기사업자 분담금 부과 등을 통해 사업자의 비용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 정책 방향이 점차 공기업 중심으로 회귀하는 분위기"라며 “민간 역할 축소와 규제 강화가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감독원 신설이 반드시 부정적인 영향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송·변전망 건설 지연이나 발전제약 문제에 대해 독립적인 검증 기능이 강화될 경우 시장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평가다. 또한 요금 결정 구조의 독립성이 강화되면 한전 재무건전성과 정산 안정성이 개선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장기적으로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가 정상화될 경우 발전기 가동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일부 존재한다. ◇“시장 효율화냐, 관치 강화냐 갈림길" 결국 전력감독원은 향후 국내 전력시장이 '독립적 규율 체계'로 진화할지, 아니면 정부 개입이 더욱 강해지는 '관치형 시장'으로 이동할지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감시 강화 자체는 필요하지만, 감독과 규제가 동시에 강화될 경우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며 “전력감독원이 시장 안정 장치가 될지, 또 다른 규제기관이 될지는 향후 설계 방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가스산업의 디지털전환… AI 비서가 서류 요약부터 사고 예측까지

가스 공공기관들이 잇따라 사내 전용 생성형 AI모델을 도입함에 따라 업무효율이 수직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공급, 건설 등에서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으로 산업 전반의 효율이 높아지고, 안전 분야에서도 사전예측 및 빠른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도입하기 시작한 사내 전용 생성형 AI 모델인 '업무 Mate'를 최근 오픈하고 직원 교육을 통해 본격적인 사용에 들어갔다. 가스공사 AI 모델은 내부망에서도 내외부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구축됐다. 직원이 필요한 기능을 직접 선택하는 과정을 통해 내부 업무 자료는 보안이 강화된 '사내 전용 모델'로, 최신 기술 트렌드와 방대한 외부 자료 분석이 필요한 분야는 '민간 상용 모델'로 이원화해 처리한다. 이번에 오픈한 사내 전용 AI 모델은 직원들이 민간 상용 AI의 범용적인 기능(문서 작성·요약·번역)과 함께 공사 내부 지식 기반의 AI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가스공사 업무를 8개 분야로 분류해 약 1만3000 건의 내부 문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특히 SAP 설비관리시스템과 연계한 자연어 기반 검색 기능을 개발해 현장의 설비 운영 및 정비 업무 편의성을 대폭 높였다. SAP은 많은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재무, 회계 등 비즈니스 솔루션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기존 범용 AI 서비스로는 대응하기 어려웠던 사내 지식 기반의 맞춤형 업무 지원이 가능해졌다. 부서별로 축적된 매뉴얼 등 혼재된 내부 지식을 AI와 연계함으로써 직원들의 정보 탐색 시간을 단축하고 업무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가스공사는 향후 생산, 공급, 건설 등 공사 핵심 업무 전반으로 AI 적용을 확대해 업무 자동화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지원 역량을 단계적으로 높여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생성형 AI 시스템 2단계 사업을 추진해 단순 질의응답 수준을 넘어 AI가 스스로 업무 맥락을 이해하고 필요한 절차를 지원하는 '에이전트 기반 AI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가스산업의 안전을 총괄하는 한국가스안전공사(사장 박경국)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지능형 기술문서 검색·분석 시스템인 'SAGA(Safety AI Governance Agent)'를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 안전관리 체계 고도화에 나섰다. SAGA의 가장 큰 특징은 텍스트 데이터뿐만 아니라 시각 정보까지 읽어내는 '멀티모달(Multimodal)' 이미지 분석 기능의 구현이다. 기존 시스템이 핵심어 중심의 문서 찾기에 그쳤다면, SAGA는 현장 점검원이 촬영한 설비 사진이나 현장의 상황이 담긴 이미지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관련 기술기준(KGS 코드)과 대조 분석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미세한 규격 오류나 안전 보완 사항을 AI가 선제적으로 포착함으로써 현장 점검의 정밀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다. 생성형 AI의 고질적 문제인 정보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고도화된 검색 증강 생성(RAG) 기술이 적용되었다. AI가 답변을 생성할 때 반드시 공사 내 공식 기술기준과 사내 규정을 참조하도록 설계됐으며, 모든 답변에는 참조한 원문의 링크를 페이지 단위로 직접 제공해 100% 교차 검증을 지원한다. 또한, 사용자의 복잡한 질문 의도를 분석해 최적의 검색 전략(탑다운/바텀업)을 설정하는 '쿼리 라우팅' 기술을 통해 답변의 신뢰성을 극대화했다. ​SAGA의 목표는 단순 기술문서 검색을 넘어, 지능형 위험분석 기술과 진단·검사 기술의 자동화 그리고 보고서 생성 자동화 등을 통한 안전관리 기술의 AI 고도화에 있다. 따라서 공사는 향후 분석 영역을 법령, MSDS 등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사고 위험이 드러나는 지점을 정밀히 예측하고 대응하는 지능형 안전관리 체계의 표준을 완성해 나갈 방침이다. 이번 기술 개발은 단순히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 지난 50여 년간 축적한 가스 안전 데이터를 자산화하고 이를 과학적 행정에 활용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E칼럼] AI와 전력, 그리고 국가 전략의 재편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필자는 지난 4월부터 스탠포드대학교 프리먼 스포글리 국제학 연구소(FSI, The Freeman Spogli Institute for International Studies at Stanford) 산하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APARC, The Shorenstein Asia-Pacific Research Center)에 머물며, 다양한 학제 간 세미나와 토론에 참여할 기회를 가졌다. 경제, 기술, 안보를 넘나드는 논의 속에서 가장 중요한 시대적 흐름을 하나 꼽으라면 역시 인공지능(AI)이다. AI는 이미 선택의 문제가 아니며, AI를 얼마나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되었다는 현실을 새삼 절감하게 되었다. AI 시대의 국가 경쟁력을 가름하는 요소로는 인재, 첨단 반도체, 효율적인 거버넌스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요소로 전력을 꼽을 수밖에 없다. AI 경쟁은 결국 전력 경쟁이다.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고, 알고리즘을 훈련시키며, 산업은 물론 국가 경영 전반에 AI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양의 전력을, 적절한 가격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전력 공급이 늦어질수록 기술 격차는 그대로 산업 격차로 이어진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에너지 안보의 의미도 빠르게 재정의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더해 중동에서의 긴장까지 고조되면서, 에너지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는 다시 전면에 부상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둘러싸고 특정 전력원(源)에 대한 찬반이 비교적 명확하게 갈렸던 것은 이미 과거의 일이 되었다. 그러나 화석연료의 지정학적 위험성이 커지면서 에너지 전환 자체가 에너지 안보와 맞물리게 된 것도 사실이다. 스탠포드대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州)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최첨단을 걷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캘리포니아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혁신 역량과 높은 환경 의식을 동시에 갖춘 지역이다. 경제 규모만 보더라도 일본을 넘어설 정도로 세계 상위권 규모를 자랑하는 데다가 경제 성장률 역시 미국 전체 성장률보다 높다. 이러한 캘리포니아의 전력 구성에서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청정에너지 비중이 60%에 다다를 정도로 크게 확대되었다. 다만 이러한 캘리포니아 모델을 모든 국가가 그대로 따를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후나 지리와 같은 자연 조건, 산업 구조, 정책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한편 스탠포드대에서도 단연코 가장 빈번하게 논의되는 중국은 나름의 방식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유기업(SOE)과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가 유기적으로 연계된 구조 속에서 AI 발전에 국가적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물론 첨단 반도체와 GPU 확보라는 제약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중국의 AI 발전 속도와 규모는 이미 글로벌 경쟁 구도를 재편할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발전 설비용량과 발전량은 모두 2023년에 이미 미국의 2배 이상이 되었다. 전력산업과 관련된 투자도 2024년 기준으로 글로벌 투자액 전체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6%(3,383억 달러)였는데 반해, 중국의 비중은 39%(8,184억 달러)에 달했다. 석탄 비중이 여전히 높지만 빠르게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면서 배터리와 신에너지 분야도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한국은 제조업 중심 경제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동시에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이러한 조건에서 AI 시대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 투자만으로는 부족하다. 전력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설계,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 그리고 산업 정책과 에너지 정책의 통합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다. AI 시대의 경쟁은 선형적이지 않다. 일정 시점을 넘어서면 격차는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다. 전력 공급이 늦어질수록, 그리고 정책 대응이 지체될수록 한국이 직면하게 될 비용은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은 개별 기업이나 특정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전략적 방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에너지와 AI, 그리고 산업 정책을 하나의 축으로 묶는 '국가 대계'와 이를 뒷받침할 사회적 합의, 그리고 일관성 있는 추진력이 요구된다. bienns@ekn.kr

물티슈의 불편한 진실…“안 풀리고, 안 썩고, 일부는 생태 독성까지”

우리 일상에서 가장 흔한 생활용품 가운데 하나인 물티슈가 심각한 환경 문제의 원인일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물에 잘 풀리지 않아 하수관을 막고, 토양에서도 쉽게 분해되지 않는 데다, 일부 제품은 수생 생물에 치명적인 독성을 보인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강원대 환경공학과 박정안 교수팀이 최근 '한국물환경학회'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 '시중 물티슈의 물 풀림성, 생분해성 및 급성 독성 비교 평가'를 통해 확인됐다. 연구팀은 국내에서 시판 중인 15종의 물티슈를 대상으로 물속 분해 특성, 토양 생분해성, 수생 생태 독성을 종합 분석했다. 물티슈를 생분해성 제품군, 청소용, 미용용, 유아용, 일반용 등 5개 그룹으로 나눠 실제 환경 조건에 가까운 실험을 진행했다. ◇물에 풀리지 않고 토양에서도 사라지지 않아 가장 먼저 확인된 문제는 물에 잘 풀리지 않는 구조였다. 국제표준 시험방법(ISO 12625-17)에 따라 실시한 물 풀림성 시험 결과, 상당수 제품은 600초 동안 강하게 섞어도 10% 이하의 낮은 분해율을 보였다. 특히 일반 물티슈와 유아용 제품 상당수는 거의 형태가 유지됐다. 이는 소비자가 변기에 버렸을 때 하수관 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잔존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이 제품의 주원료가 종이가 아니라 폴리에스터(PES)와 폴리프로필렌(PP) 같은 합성 고분자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면(Cotton) 기반 일부 생분해성 제품은 상대적으로 물에 잘 풀렸다. 그러나 '생분해성' 표시가 붙은 제품 가운데서도 물에 거의 풀리지 않는 사례가 발견됐다. 연구진은 친환경 마케팅 문구만으로 제품의 실제 분해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토양 분해 실험 결과도 비슷했다. 42일 동안 토양에 매립한 뒤 무게 감소율을 측정한 결과, 면과 셀룰로오스 기반 제품은 최대 80~90% 이상 분해됐지만, 합성섬유 기반 제품은 형태가 거의 유지됐다. 특히 PE와 PP 제품은 초기 상태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낮은 분해성을 보였다. 전자현미경 분석에서도 셀룰로오스 섬유는 미생물 작용으로 표면이 붕괴된 반면, 합성섬유는 매끄러운 표면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연구진은 이들 소재가 장기간 토양에 잔류하며 미세플라스틱 발생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생분해성'도 안심할 수 없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받은 결과는 급성 독성 시험이었다. 연구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라 큰물벼룩(Daphnia magna)을 이용해 물티슈 추출액의 독성을 측정했다. 그 결과 일부 미용용 물티슈와 생분해성 물티슈의 추출액에서는 24~48시간 내 100% 폐사했다. 연구진은 제품에 포함된 리모넨(Limonene)과 오렌지 오일 같은 향료 성분이 주요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COSAR 예측에서도 리모넨은 조사된 성분 가운데 가장 높은 생태 독성을 보였다. ECOSAR 예측은 미국 환경보호청(US EPA)의 화학물질 생태독성 예측 프로그램을 활용한 독성 추정 분석을 말한다. 화학물질의 분자 구조를 입력하면 컴퓨터가 “이 물질이 수생 생물에 어느 정도 독성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가"를 예측해주는 모델이다. 반면 실험 대상이었던 일부 유아용 물티슈는 전체 농도에서 치사율 0%를 기록했다. 독성 차이는 원단이 아니라 첨가 성분 조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생분해성'이라는 표시가 반드시 생태 안전성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원단이 잘 썩더라도 액상 성분에 포함된 향료나 방부제가 수생 생물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번 논문에서 “물티슈의 환경 위해성을 평가할 때 섬유 소재뿐 아니라 화학 첨가물까지 통합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플라스틱 기반 물티슈의 변기 투입 금지, 제품 성분 표시 강화, 실질적인 생분해 인증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규제의 사각지대 이번 강원대 연구는 그동안 '편리한 생활용품'으로만 인식됐던 물티슈가 사실상 플라스틱 폐기물이자 잠재적 생태 독성 물질일 수 있음을 처음으로 국내에서 체계적으로 입증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물티슈가 단순한 생활용품을 넘어 하수 인프라와 생태계에 부담을 주는 환경 문제라는 점을 과학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1월 발간한 '물티슈 환경문제 해소를 위한 입법적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변기에 버려진 물티슈는 하수관 내 기름때와 결합해 거대한 덩어리인 팻버그(Fatberg)를 형성한다. 이로 인해 전국 하수처리장에서 걸러지는 협잡물의 약 80~90%가 물티슈 계열이며, 긴급 준설과 펌프 수리 등에 연간 10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서는 2019~2022년 약 32만 톤의 일회용 물티슈가 소비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평균 약 8만 톤 수준이다. 이는 연간 200억~320억 장으로,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1.3장꼴이다. 그러나 국내 제도는 아직 이런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물티슈는 화장품법상 인체 세정용 화장품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플라스틱 함유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처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에 따른 규제를 받지 않는다. 폐기물부담금 부과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이 같은 규제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월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과 국민의힘 김기웅 의원이 각각 물티슈를 환경 규제 체계 안으로 편입하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물티슈를 '환경 위해 우려 제품' 또는 '일회용 합성수지 제품'으로 지정해 제조·수입업체에 폐기물 처리 비용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개정안에 대해 신중론을 펴고 있다. 주무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환경 위해 우려 제품이라고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할 수 있다"는 점과 “물티슈를 규제 대상으로 지정할 경우 제조업체 브랜드 이미지 하락과 업계 타격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규제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환경 피해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산업계 부담을 이유로 규제 확대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셈이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탈플라스틱 정책 기조와 배치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영국, 판매 금지 추진…소비자가 나서야 반면 해외 주요국은 훨씬 적극적이다. 영국은 플라스틱 함유 물티슈를 하수 인프라와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오염원으로 규정하고, 올 연말 웨일스 지역을 시작으로 제조 및 판매 금지 조치를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영국 정부 조사에서는 국민 대다수가 판매 제한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은 생산자책임제와 경고 표시 의무를 강화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일리노이, 미시간 등 미국과 캐나다 일부 지역도 '변기에 버려도 된다'는 허위성 광고를 제한하는 등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국제사회가 물티슈를 더 이상 단순 생활용품이 아닌 환경 위해 제품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국제 흐름에 맞춰 단계적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의료·돌봄 등 필수 사용 영역은 예외로 두더라도, 일반 소비재 물티슈는 플라스틱 함유 여부를 명확히 표시하고 생산자 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선택도 중요하다. 규제가 늦어지는 동안 소비자가 먼저 나서 실천할 수도 있다. △물티슈를 변기에 버리지 않는 것 △'생분해성' 표시만 믿지 않고 성분표를 확인하는 것 △가능하면 손수건과 행주 같은 다회용 대체품을 사용하는 것 등이 현실적인 대응책으로 꼽힌다. 작은 생활 습관 하나가 하수 인프라 부담을 줄이고, 미세플라스틱 발생을 막고, 수생 생태계를 보호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인터뷰] ‘환경 노벨상’ 김보림의 탄식 “국회, 기후위기 해결 의지 있나”

“국회가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 숙의결과를)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깎아내리고 있다. 시민들은 기후위기에 당장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결과를 내놨는데 결정은 또 다시 소수 의사결정권자의 몫이 됐다."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지난 8일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회 기후특위 공론화위원회의 숙의 결과가 실제 입법 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는 환경·시민단체가 제기한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한 위헌소송에서 일부 원고 승소판결을 냈다. 헌재는 법에 2050년 탄소중립 목표는 존재하지만 2031~2049년 중간 감축 목표가 없어 이것이 미래 세대의 환경권,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김 활동가는 청소년기후행동과 함께 4년 반 동안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이어간 끝에 아시아 최초로 정부의 미온적인 기후 대응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재 판결을 끌어냈다. 그는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20일 '환경 노벨상'으로 불리는 '2026 골드만 환경상'을 수상했다. 한국인 수상은 1995년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이후 31년 만이다. 골드만 환경상은 1989년 미국의 자선가 리처드와 로다 골드만 부부가 제정한 상으로, 국제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환경상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매년 전 세계 6개 지역에서 풀뿌리 환경운동가를 선정하며, 수상자에게는 각각 20만 달러(약 3억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국회 기후특위는 위헌 판결에 따른 후속 조치로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시민 319명을 대상으로 숙의 과정을 진행했다. 그 결과, 77.9%의 동의로 2031~2049년 기간 동안 초기에 더 빠르게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도출됐다. 하지만 야당인 국민의힘과 일부 정부 부처에서는 이같은 숙의 결과에 반대 입장을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말 종료되는 국회 기후특위가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활동을 끝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목표에 대해 구체적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활동가는 이런 국회의 모습에 무척 실망하고 있다. 헌재 판결 이후에도 정치권의 대응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환경권이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점은 인정됐지만, 결국 다시 국회의 자발성에만 기대는 구조가 됐다"며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너무 포괄적이라 국회가 책임을 다하지 않아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 활동가가 기후 문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계기는 2018년 기록적인 폭염이었다. 당시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오래된 주택에서 선풍기만으로 여름을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111년 만의 폭염으로 새벽에도 숨이 막힐 정도의 더위가 이어졌고, 함께 살던 어머니의 건강까지 걱정해야 했다. 이후 비슷한 환경의 노후 주택에서 중년 여성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는 기사를 접한 뒤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개인의 작은 실천만으로는 가족의 안전조차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청소년들과 함께 '청소년기후행동'을 조직해 거리와 국회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단순한 캠페인과 요구만으로는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결국 사법의 영역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정부의 자발성에 기대는 것은 우리의 안전을 담보해주지 못한다고 느꼈다"며 “실질적인 법적 강제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후소송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소송 과정은 쉽지 않았다. 당시 함께 활동하던 청소년은 30여 명 수준이었지만, 그는 기후위기가 미래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더 다양한 세대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전국을 돌며 원고인들을 모집했지만 소송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시선이 많았고, 법조계 내부에서도 청소년이 원고 자격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보여주기식 퍼포먼스가 아니라 실제 판결을 끌어내고 싶었다"며 “동료들과 변호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돌아봤다. 김 활동가는 자신을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취약성에 대한 감각'을 꼽았다. 활동을 이어오며 기후위기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소득 수준과 주거 환경에 따라 누군가의 생존을 위협하는 불평등의 문제라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는 것이다. 그는 “위험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계속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골드만 환경상 상금 7만5000달러(약 3억원)는 청소년·청년 기후운동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쓰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청소년·청년들이 환경운동을 중간에 그만두는 걸 봤다"며 “사람들이 계속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운동이 더 커질 수 있도록 돕는 데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기후위기 속에서도 누구나 안전할 권리를 당연하게 누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이어 “전문가나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시민들이 자기 삶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주체가 되기를 바란다"고 시민들의 참여도 당부했다. 김하연·이현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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