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의 확연히 달라진 원전 기조…“여론조사는 명분 쌓기용”

李정부의 확연히 달라진 원전 기조…“여론조사는 명분 쌓기용”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추진한 신규 원전 건설 관련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앞둔 가운데,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결론을 정해놓고 명분 쌓기용 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여론조사가 정책 판단의 출발점이라기보다, 사실상 반원전 성향이던 정부와 여당이 방향 전환에 따른 정치적·행정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면피용 절차'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의구심의 배경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여론조사를 의뢰받은 갤럽이 별도의 신규 원전 관련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응답자의 과반 이상이 신규 원전 건설에 찬성하는 결과가 나왔..

김소희 의원 “공기열 히트펌프 무차별적인 재생에너지 인정 중단해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기열 히트펌프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도록 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하자 반발했다. 김 의원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업계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공기열 히트펌프는 전기를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설비이고 특히 혹한기에는 다량의 전력 소모가 필요하다"며 “아직 재생에너지 비중이 10% 수준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전력 소비를 크게 늘리는 설비 보급을 무작정 밀어붙이는 것은 저탄소 전환이 아니라 오히려 배출 증가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위험이 뻔히 보이는데도 정부는 일단 재생에너지로 인정하고 올해에만 145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으며 2035년까지 350만대를 보급하겠다는 정량 목표부터 제시했다"며 “기후부의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에는 1800건이 넘는 반대 의견이 제출됐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15일 효율이 높은 공기열 히트펌프만 재생에너지로 인정하고 지원하도록 하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그는 “탄소중립은 검증되지도 않은 수단을 하나 늘린다고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부에 즉각 무차별적인 재생에너지 인정과 보급 확대를 중단하고 실제 운전 조건을 반영한 최소한의 성능 기준부터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국민 80% ‘원전 필요’, 신규 원전 찬성도 70% 육박

정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원전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으며, 신규 원전 건설도 필요하다는 응답이 반대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번 여론조사와 앞서 진행한 전문가 토론회 의견을 토대로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원전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원전을 둘러싼 논의가 이념적 대립에서 현실적 선택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21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한국갤럽과 리얼미터를 통해 실시한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두 차례의 정책토론회 결과와 함께 향후 신규 원전 추진 방안을 종합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사에서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갤럽 89.5%, 리얼미터 82.0%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을 묻는 질문에는 갤럽 60.1%, 리얼미터 60.5%가 '안전하다'고 답했다. '신규 원전 계획 추진'을 묻는 질문에는 갤럽 69.6%, 리얼미터 61.9%가 '추진돼야 한다'고 답했다. '향후 확대가 필요한 발전원' 질문에는 재생에너지가 1위(갤럽 48.9%, 리얼미터 43.1%), 원자력이 2위(갤럽 38%, 리얼미터 41.9%)로 나왔다. '확대 필요 이유' 질문에는 친환경이 1위(갤럽 32.4%, 리얼미터 33.4%), 미래세대가 2위(갤럽 25.6%, 리얼미터 20.1%)로 나왔다. 이처럼 원전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나온 것은 전력 수요 환경의 급격한 변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공지능(AI) 및 데이터센터 확산과 반도체 산업 중심의 성장 전략으로 대규모 상시 전력에 대한 필요성이 널리 알려짐에 따라 국민들이 이에 가장 적합한 발전원으로 원전을 꼽고 있다는 해석이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여전히 가장 높았지만, 간헐성과 계통 부담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이를 단독 대안으로 삼기 어렵다는 현실도 여론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AI·반도체 시대에는 전력의 '친환경성' 못지않게 '안정성'이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외 환경 변화도 원전 인식 전환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UAE와 터키 등지에서 원전 수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외교 행보를 이어가면서, 원전이 국내 갈등의 대상이 아니라 전략적 수출 산업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과의 소형모듈원자로(SMR) 협력 필요성도 더해졌다. 글로벌 원전 시장이 대형 원전과 SMR 투트랙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원전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중장기 수출 경쟁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정책 판단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여론조사를 정부가 설계했다는 점에서 정부도 원전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싶어 하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00GW로 보급하겠다고 밝혔지만, 필수 기반인 송전망 확충이 지역 갈등과 인허가 문제로 지연되고 있어 현실적 제약이 크다. 여기에 산업용 전기요금의 잇따른 인상으로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경제적,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기후부는 이번 여론조사가 정책 방향을 단정하는 근거는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사회적 수용성을 점검하는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업계에서는 “원전 필요성에 대한 80% 이상 공감대는 정부가 신규 원전 추진을 재검토하거나 속도를 조정할 수 있는 정치적·사회적 명분을 확보했다는 의미"라는 해석도 나온다. 결국 이번 여론조사는 원전 정책을 둘러싼 논의가 '찬반 대결'에서 '현실적 선택'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가 이를 어떻게 제11차 전기본의 후속 정책으로 구체화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환경단체에서는 이번 여론조사가 결과를 정해놓고 명분을 마련하기 위한 형식에 지나지 않았다고비판하고 있다. 탈핵시민행동 유에스더 집행위원은 “신규 원전 설치와 관련된 결정을 제대로 된 공론조사가 아닌,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로 인해 원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앞세운 인기투표 형식으로 여론조사가 진행된 것은 문제"라며 “신규 원전이 어느 지역에 들어설 것인지, 구체적인 부지도 모른 채 답을 유도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2개 기관을 통해 전국 만18세이상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한국갤럽은 12~16일간 전화 조사로 1519명, 리얼미터는 14~16일간 ARS(자동응답시스템) 조사로 1505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북극항로, 종전 러시아, 미국의 亞 피봇…한국, 지정학 저주 벗어날 절호의 기회 잡아야”

“북극항로는 우리나라가 지정학적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해양수산부 자문위원장)는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경기 용인정 국회의원)이 주최, 에너지경제신문 주관으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 세미나에서 북극항로가 우리나라의 역사를 바꿀 전환점임을 강조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해빙이 진행되면서 기존 동북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항로 외에도 북극을 경유해 유럽으로 이동할 수 있는 새로운 항로가 열리고 있다. 동북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항로의 거리는 약 2만2000km이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약 1만5000km로 줄일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 새로운 항로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미국은 이들의 북극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그린란드 합병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처럼 패권국 간 신항로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북극항로의 새로운 중간 거점으로 확고한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위해 아시아로 오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과의 관계 개선이 어려워 동진하고 있다"며 “남북을 잇는 북극항로가 녹아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 세 가지 환경이 동시에 맞물리며 우리에게는 지정학적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박노벽 전 주러시아·주우크라이나 대사는 “전쟁 이전 러시아 에너지 수출의 핵심은 유럽이었지만, 현재는 사실상 봉쇄된 상태이다. 러시아는 에너지 수출의 방향을 아시아로 돌릴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였다"며 최근 러시아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 전략 2050'에서도 북극 지역과 극동 지역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언주 의원은 “북극은 더 이상 먼 변방이 아니라 자원·항로·안보가 교차하는 신패권의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며 “북극항로는 대한민국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새로운 경제 성장의 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서는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제시됐다. 김병구 울산항만공사 북극항로 TF 팀장은 울산항이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해 연간 총 물동량 2억 톤, 이 가운데 액화천연가스(LNG) 등 액체화물만 1억6000만 톤을 처리하는 동북아 최대 액체화물 항만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항만이 북극항로의 주요 중간 거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LNG를 유연하게 사고파는 '트레이딩'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부산·울산항이 중간 허브가 되려면 해당 항만에서 LNG를 실시간 가격과 수급 상황에 따라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북극항로가 아직 여름철에만 이용 가능하고 사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극복해야 할 점도 많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범주 KEI컨설팅 전무는 “국내 LNG 시장은 플레이어 수가 적고 유연성이 낮아 트레이더가 반입한 물량을 국내에서 자유롭게 처분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시장과 제도가 개선된다면 가격 투명성 확보와 인프라 활용률 제고, LNG 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북극항로를 통한 에너지 안보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안보정책연구실장도 “한국가스공사뿐 아니라 직수입자에게도 가스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트레이딩이 활성화 될 수 있다"며 “북극항로에서는 보험료가 수에즈 운하 대비 2~3배 높게 책정되고 있고, 극지 운항을 위한 강화 설비로 인해 선박 건조비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사고가 발생할 경우 법적 리스크도 매우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북극항로 세미나] 김태유 교수 “이 대통령의 핵추진잠수함 구상, 북극항로 대비한 해양민족 선언으로 이해해야”

“북극항로는 단순한 해상 지름길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어떤 국가로 살아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전략적 분기점이다. 에너지 수송로와 해상 교통로를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전략 자산이 필수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핵추진잠수함 보유 구상은 단순한 군사력 강화가 아니라,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 시대를 대비한 해양민족 선언으로 이해해야 한다"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는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 세미나 기조강연을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제 질서에 대한 거시적 진단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21세기 세계는 더 이상 규범과 협력의 시대가 아니라, 강대국 간 생존 경쟁이 전면화된 각자도생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이러한 환경에서 국가는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구조를 갖추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강대국의 공통점을 '해양 접근성'에서 찾았다. 김 교수는 “영국, 미국, 일본 모두 해양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세력을 확장한 국가들"이라며 “반대로 대륙에 갇힌 국가는 외교·안보·경제에서 늘 구조적 제약을 안고 살아왔다"고 설명했다. 북극항로는 한국이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라는 것이 김 교수의 판단이다. 김 교수는 북극항로의 핵심 가치를 에너지 안보에서 찾았다. 그는 “북극에는 천연가스와 원유, LNG뿐 아니라 향후 수소·암모니아 등 미래 에너지 자원이 대규모로 매장돼 있다"며 “이 자원을 누가, 어떤 경로로, 어떤 조건으로 가져오느냐가 향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의 에너지 구조를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구조 중 하나"로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특정 해협과 항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며 “북극항로는 이러한 병목을 분산시키는 전략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해 온 핵추진잠수함 보유 구상을 북극항로 전략과 직접 연결지어 평가했다. 그는 “북극항로가 현실화되는 시대에는 단순한 상선 운항 능력만으로는 국가 이익을 지킬 수 없다. 에너지 수송로와 해상 교통로를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전략 자산이 필수"라며 “핵추진잠수함은 장기간 잠항과 광역 작전이 가능해 북극해와 같은 극지 환경에서 에너지 수송로를 감시·보호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 대통령의 핵추진잠수함 보유 구상은 단순한 군사력 강화가 아니라,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 시대를 대비한 해양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이 북극항로를 활용하려면 외교·산업 정책뿐 아니라 해양 안보 전략까지 함께 설계돼야 한다"며 “핵추진잠수함 논의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한국이 북극항로 경쟁에서 결코 불리한 국가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LNG 운반선과 쇄빙 LNG선 건조 능력을 갖춘 나라"라며 “조선·플랜트·해양엔지니어링 역량을 결합하면 단순 통과국이 아니라 북극 에너지 물류 체계의 핵심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울산·여수 등 동남권 항만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허브 구상도 제시됐다. 김 교수는 “북극에서 들어온 에너지를 저장·재기화·혼합·재수출하는 구조를 만든다면 한국은 단순 소비국이 아니라 에너지 흐름을 조정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며 “이는 에너지 가격 안정과 제조업 경쟁력 유지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안보적 의미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해상 교통로는 곧 국력"이라며 “말라카 해협이나 호르무즈 해협에 문제가 생기면 한국 경제는 즉각 흔들린다"고 말했다. 그는 “북극항로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동시에,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키우는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이후의 짧은 전환기를 한국의 사실상 유일한 전략적 기회로 규정했다. 김 교수는 “전쟁이 끝난 직후가 러시아와의 협력 창이 가장 넓게 열리는 시점"이라며 “이 시기를 놓치면 러시아는 다시 중국 중심의 에너지·물류 질서로 깊이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 역시 전쟁 이후 에너지·자원 개발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자본과 기술, 해양·조선 역량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은 북극 LNG 운반선, 해양플랜트, 항만 인프라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이 시점에서의 협력은 단순한 양자 거래가 아니라, 한국이 북극항로와 에너지 물류 체계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라며 “정치적 부담만을 이유로 기회를 외면할 경우,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모두에서 중장기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원전이냐 재생이냐 같은 에너지원 논쟁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어떻게 확보하고, 어떻게 운송하고, 어떻게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할 것인지라는 더 큰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극항로는 해양국가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한 첫 관문이며, 이제는 국가 전략 차원에서 다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북극항로 세미나] “지정학적 이점과 기술력 결합해 대항해 중심 국가로 세워야”

북극항로가 차세대 글로벌 물류·에너지 축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항로 개척만으로 기회가 자동으로 열리지는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 최고 수준의 액체화물 인프라와 친환경 연료 공급 역량을 갖춘 울산항 등 국내 항만은 북극항로를 준비하고 있지만 액화천연가스(LNG) 거래 구조와 시장·제도는 여전히 경직돼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북극항로를 실질적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항만 경쟁력 강화에 더해 시장 개방과 제도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과 에너지경제신문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 세미나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임종순 서울여대 행정학과 교수(좌장)는 북극항로와 LNG 허브 구축을 단순한 경제 논리를 넘어선 '지정학 프로젝트'로 해석했다. 그는 “북극항로는 강대국 간 긴장을 완화하고 인류 번영을 이끄는 위대한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며 “지정학적 이점과 한국의 기술력을 결합해 대한민국을 대항해 중심 국가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구 울산항만공사 북극항로 TF 팀장은 울산항이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국내 최적의 항만이라고 강조했다. 울산항은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해 S-OIL,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주요 정유·에너지 기업이 밀집한 산업 거점이자 세계 4대 액체화물 상업용 탱크터미널 클러스터를 갖춘 에너지 중심 항만이다. 울산항은 연간 총 물동량 2억 톤, 이 중 액체화물만 1억6000만 톤을 처리하는 동북아 최대 액체화물 항만이다. 김 팀장은 “이미 구축된 인프라만으로도 북극항로 개척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특히 LNG, 메탄올 등 친환경 에너지와 석유·천연가스를 저장하는 상업용 탱크터미널의 경우, 국내 저장시설의 50% 이상이 울산항에 집중돼 있다. 상업용 탱크터미널은 컨테이너가 아닌 액체 화물을 취급한다는 점만 다를 뿐 기능적으로는 컨테이너 터미널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는 울산항은 이미 북극항로 운항 경험도 축적했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2016년부터 2024년까지 북동항로와 북서항로를 포함해 총 17회의 북극항로 상업 운항이 이뤄졌으며 누적 물동량은 5만5388톤에 달한다"고 밝혔다. 울산 소재 제지 기업들이 캐나다에서 목재 펄프를 북서항로를 통해 정기적으로 수입하고 있는 사례는 울산항이 북극항로의 실질적 기·종점 항만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울산항의 또 다른 강점으로는 친환경 선박 연료 공급 역량이 꼽혔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 해운 부문 탄소중립을 목표로 각종 규제와 제도를 도입하면서, 글로벌 해운시장은 친환경 연료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의 99.7%가 해운에 의존하는 만큼, 항만의 연료 경쟁력은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울산항은 지난 2023년 정부로부터 국내 유일의 친환경 선박 연료 공급 거점 항만으로 지정됐으며, 이를 계기로 관련 투자가 본격화됐다. 특히 세계 최초로 그린 메탄올을 선박 연료로 공급한 항만이기도 하다. 김 팀장은 “그린 메탄올 공급 실적은 울산항이 친환경 에너지 벙커링 표준과 산업을 선도하는 항만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며 “북극항로를 통과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친환경 연료를 공급하는 벙커링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벙커링 표준 절차 연구개발, 민관 합작 벙커링 기업 설립 등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토론에서는 북극항로의 구조적 한계도 분명히 지적됐다. 북극항로의 기회를 잡고 부산과 울산항이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가스를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는 사업자인 '트레이더'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안보정책연구실장은 북극항로가 기후 변화로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구조적 제약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서 북극항로 개척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여름철에만 제한적으로 이용 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를 상시적·지속적으로 활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북극항로는 금융·보험 측면에서도 부담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 실장은 “보험료가 수에즈 운하 대비 2~3배 높게 책정되고 있고, 극지 운항을 위한 강화 설비로 인해 선박 건조비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사고가 발생할 경우 법적 리스크도 매우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점에서 북극항로는 약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극항로를 기존 항로를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공급망 다변화 차원의 '플랜 B'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기후 변화 속도, 금융·보험 인프라, 지정학적 안정성 등은 결국 타이밍의 문제"라며 “타이밍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준비로는 제도 개혁을 꼽았다. 그는 “트레이더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제3자 접근, 판매 제한 등 제도적 장벽을 풀어야 한다"며 “가스공사뿐 아니라 직수입자에게도 가스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트레이더를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산업통상부는 북극항로를 단순한 물류 효율화 수단이 아닌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전략 자산으로 평가하며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북극항로 세미나] 김범조 KEI컨설팅 전무 “LNG는 이미 ‘유연 상품’…관건은 韓 시장·제도 전환”

우리나라가 북극항로의 핵심 거점으로 발전하려면 물동량 확보뿐만 아니라 시장 제도와 여건에 대한 개편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범조 KEI컨설팅 전무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 세미나에서 “액화천연가스(LNG)는 더 이상 도착지가 고정된 경직적 상품이 아니다"며 “스팟(현물) 비중 확대와 계약 구조 변화로 항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크게 커졌다"고 밝혔다. 김 전무에 따르면 과거 LNG는 장기계약 중심, 도착지 제한이 강한 절대 계약 구조였지만, 셰일가스 생산 확대 이후 계약 유연성이 빠르게 높아졌다. 실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다수의 LNG선이 시장 상황에 따라 항로와 목적지를 바꾼 바 있다. 공급 주체 역시 국영 가스전이나 메이저 국제석유회사(IOC) 중심에서 벗어나 여러 가스전을 조합해 최적 공급을 설계하는 트레이더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LNG 가격 체계도 전통적인 유가연동(JCC)에서 벗어나 아시아 LNG 현물가격(JKM), 유럽 가스 허브가격(TTF) 등을 결합한 복합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김 전무는 “2010년대 중반부터 논의되던 LNG 상품의 변화가 이제서야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문제는 여건만으로 자동 성공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극항로 성공 조건으로 △물리적 인프라 △시장 형성 △제도적 지원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물리적 인프라 측면에서 한국은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가스공사가 단일 기업 기준 세계 최대 저장용량을 보유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LNG 저장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국 터미널이 배관망으로 연결돼 있어 저장·이송·벙커링 활용이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천연가스 수요 감소로 저장시설 이용률이 떨어질 가능성은 극복할 과제로 꼽았다. 가스공사 저장용량은 1216만㎘, 민간 저장용량은 193만㎘로 국가 전체적으로는 1409만㎘이다. 또한 국내 천연가스 주배관은 5346㎞로 끝과 끝이 서로 연결된 환상망 구조로 설계돼 있어, 주입과 사용이 어디서든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가장 큰 한계로는 시장이 지목됐다. 김 전무는 “국내 LNG 시장은 플레이어 수가 적고 유연성이 낮다"며 “트레이더가 반입한 물량을 국내에서 자유롭게 처분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2017년 도시가스사업법 개정 이후 반출입 규제가 강화되며 직수입 물량조차 용도별로 엄격히 관리되는 점이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반출입 제도 개선과 트레이더의 국내 활동 여건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안정적 수급 관리라는 도시가스사업법의 철학을 유지하되 LNG 상품 시장의 경쟁과 유연성을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대한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 전무는 “시장과 제도가 개선된다면 가격 투명성 확보, 인프라 활용률 제고, LNG 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북극항로를 통한 에너지 안보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중동·호주·미국에 더해 북극까지 공급원이 다변화되는 것은 한국에 분명한 전략적 기회"라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북극항로 세미나] 진수남 가스기술공사 사장직무대행 “국제질서와 산업전략 함께 고민할 때”

진수남 한국가스기술공사 사장직무대행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 세미나에 참석, 환영사로 북극항로 논의가 단순한 물류 차원을 넘어 국제 질서와 산업 전략을 함께 고민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극항로는 가능성의 영역을 지나 이제는 현실적 선택과 판단을 요구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며 “이는 국가 간 협력과 책임, 전략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의 통찰이 논의를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며 이번 논의가 관점 제시에 그치지 않고 정책과 전략, 실행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북극항로 세미나] 박노벽 전 대사 “러시아는 유럽을 잃었다…북극 에너지의 방향은 아시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극 에너지는 유럽이 아닌 아시아를 향할 것이며, 한국은 그 흐름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박노벽 전 주러시아·주우크라이나 대사는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 세미나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질서를 “미·중·러 3각 경쟁이 본격화된 전환기"로 규정하며, 북극항로와 에너지 질서가 어떻게 재편될지를 외교·안보 관점에서 설명했다. 박 전 대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순한 영토 분쟁이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의 주도권을 둘러싼 전략적 충돌"이라며 “현재의 전쟁 양상은 미·러 대립을 넘어,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러시아의 위치를 재조정하려는 움직임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의 대러 전략을 '이중 구조'로 분석했다. 미국은 한편으로 러시아에 대해 에너지 제재와 금융 압박으로 전쟁 자금줄을 차단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종전 이후 러시아를 다시 세계 경제 질서로 편입시킬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사는 “이 과정에서 에너지 분야가 가장 중요한 지렛대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입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유럽 시장의 상실이다. 박 전 대사는 “전쟁 이전 러시아 에너지 수출의 핵심은 유럽이었지만, 현재는 사실상 봉쇄된 상태"라며 “러시아는 에너지 수출의 방향을 아시아로 돌릴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가 최근 발표한 '에너지 전략 2050'을 언급하며, 북극 지역과 극동 지역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사는 “전쟁 이전에는 시장 주도형 전략이었지만, 전쟁 이후에는 국가 주도형 전략으로 전환됐다"며 “다만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는 다시 해외 자본과 기술 없이는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인도에 대한 러시아의 의존도 역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전 대사는 “중국은 러시아를 전략적 동반자라기보다 종속 변수로 다루고 있으며, 가스 가격과 투자 조건에서 매우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역시 미국의 제재 변수와 외교적 균형 전략으로 인해 러시아 에너지 수입 확대에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현실적으로 기대를 거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이라는 분석이다. 박 전 대사는 “한국과 일본은 기술력, 금융 역량, 조선·플랜트 능력을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국가"라며 “특히 야말(Yamal) 등 북극 LNG 프로젝트는 한국의 쇄빙 LNG선과 플랜트 기술 없이는 추진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러한 기회가 자동으로 주어지지는 않는다고 경고했다. 박 전 대사는 “러시아의 에너지 전략은 여전히 국가 안보 논리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며 “정치·외교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전략과 민관 협력 구조가 없다면, 한국은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극항로는 에너지, 외교, 안보가 동시에 맞물린 공간"이라며 “종전 이후 질서 재편 국면에서 한국이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느냐가 향후 수십 년 에너지 안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북극항로 세미나] 이언주 의원 “북극항로, 에너지 안보 강화 韓 성장전략 새 축 부상”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경기 용인정 국회의원)은 북극항로에 대해서 “북극은 더 이상 먼 변방이 아니라 자원·항로·안보가 교차하는 신패권의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며 “북극항로는 대한민국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새로운 경제 성장의 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주최, 에너지경제신문 주관으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북극항로와 에너지 안보의 기회(강대국 대한민국을 향한 해양민족 선언)' 세미나에 참석, 축사를 통해 북극항로 개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최근 국제 정세 변화를 언급하며 북극의 전략적 가치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의 전략적 가치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가능성과 제재 환경 변화 논의가 맞물리면서 북극항로와 에너지 공급망을 둘러싼 국제 질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극항로는 단순히 운송 거리를 줄이는 지름길이 아니라 에너지 조달 비용을 낮추고 공급망 안정성을 높여 우리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러시아와 북미 지역의 액화천연가스(LNG)와 천연가스, 향후 수소·암모니아 등 청정에너지가 북극항로를 통해 아시아로 본격 유입될 경우, 한국이 에너지 수입국을 넘어 에너지 물류와 거래의 중심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의원은 한국이 북극항로 시대를 현실적인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충분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부산·울산·여수를 중심으로 한 항만 인프라와 LNG 저장·재기화, 벙커링 역량,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을 연계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는 북극항로에서 실질적인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에서도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며, 북극항로가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책임 있게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히트펌프 보급,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가야 의미 있어”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 대응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화석연료를 직접 태우는 대신 외부의 열을 옮겨 난방하는 '히트펌프'가 탄소 중립을 위한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2050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건물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 보급 확대를 둘러싼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를 비롯해 히트펌프를 적극적으로 보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에너지 효율이나 높은 초기 비용 등을 들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장 21일에도 국회에서는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의원(국민의 힘) 주최로 '공기열 히트펌프, 과연 재생에너지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고, 정부의 급속한 보급 확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 압도적인 탄소 저감 효과와 에너지 효율 히트펌프는 투입된 전기 에너지보다 몇 배 많은 열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고효율 장치다. 전기에너지를 투입해 차가운 장소에서 따뜻한 장소로 열 에너지를 강제로 이동시킨다. 여름철 실내를 식히는 에어컨을 반대 방향으로 트는 것과 같은 원리다.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실외기를 실내에 두는 셈이다. 히트펌프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성능 계수(COP)는 보통 3.0 이상으로, 전기 1kWh를 투입해 3kWh 이상의 열을 생산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이미 존재하는 공기·지열·수열 등의 열원을 활용해 난방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소속 최준영 수석연구원과 이기원 주임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대한설비공학회(Korean Journal of Air-Conditioning and Refrigeration Engineering)'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단독주택 난방 시스템을 고효율 히트펌프로 전면 전환할 경우 국가 전체로 연간 약 364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 단독주택 난방 및 급탕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6%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의 기후 특성과 실질적인 가동 효율의 과제 하지만 한국의 뚜렷한 사계절과 혹독한 겨울 기온은 히트펌프 보급의 기술적 장벽이 되기도 한다. 대전대 신우철 교수팀은 충남 공주의 단독주택에서 1년간 실측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히트펌프의 실제 운영 효율을 분석, 지난해 12월 국제 학술지 '에너지스(Energies)'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히트펌프의 연간 평균 COP는 난방 시 2.27, 급탕 시 2.06을 기록했다.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카탈로그상 성능보다 효율이 약 18%가량 저하되는 현상도 확인됐다. 이 연구는 현재 한국의 전력 생산 방식이 여전히 탄소 집약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비율이 낮아 전력의 탄소 배출계수가 높은 현재 상황에서는 히트펌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콘덴싱 가스보일러보다 약 8.6% 높게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히트펌프가 진정한 친환경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의 탈탄소화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한편, 농업 분야에서는 뚜렷한 성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충남대 정선옥 교수팀이 지난해 '정밀농업과학기술(Precision Agriculture Science and Technology)'에 발표한 실증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 온실에 고온수 공기열 히트펌프를 적용했을 때 기존 경유 보일러 대비 운영비를 약 67% 절감할 수 있었다. ◇초기 비용과 제도적 개선: 보급 확대를 위한 열쇠 경제성 측면에서는 저렴한 운영비에도 불구하고 매우 비싼 초기 설치비가 걸림돌이다. 기존 콘덴싱 보일러는 설치비가 100만 원 이하인 반면, 공기열 히트펌프는 축열조와 제어반을 포함해 약 140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기후부에서는 국비로 560만 원, 지방비로 280만 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경우에도 가구당 약 560만 원의 자기부담금이 발생한다. 기존 가스보일러 설치비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히트펌프를 가동할 경우 월 평균 전기 사용량이 누진제 최고 구간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정부는 누진제가 없는 전용 요금제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효율이 높은 히트펌프 기술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효율 표준을 강화하고, 계절성능지수(SPF)를 향상시킴으로써 장기적으로 가계의 난방비 부담을 가스 대비 15~20%가량 절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PF는 특정 기간(주로 난방 시즌 전체) 동안 히트펌프가 공급한 총 열에너지와 이때 소비된 총 전기 에너지의 비율을 나타낸다. COP는 특정 순간의 효율인 반면, SPF는 한 시즌(수개월) 동안의 장기적인 평균 효율을 말한다. 카탈로그상의 COP는 주로 히트펌프 단품의 성능에 집중하지만, SPF는 순환 펌프와 보조 가열기 등 시스템 전체를 고려한 포괄적인 지표다. 히트펌프의 경제성과 탄소 저감 효과를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는 단순 COP보다는 실제 기후 조건과 시스템 손실이 반영된 SPF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정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증 안 된 채 보급확대, 탈탄소에 역행" 이날 국회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에 나선 홍희기 경희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히트펌프 보급이 늘어나는 추세인 것은 맞지만, 10kW 수준의 소규모 설비가 주종"이라며 “유럽도 빠르게 늘다가 최근 다소 주춤한 상태"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히트펌프를 전면적으로 허용할 경우 탄소중립정책에 역행할 수도 있다"면서 “COP가 너무 낮으면 가스보일러보다 탄소 배출량 많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전면적으로 가스 보일러를 대체할 경우 전기 소비량이 급증해 전력망이 붕괴 우려가 있고, 대기업이 시장을 독과점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임용훈 숙명여대 기계시스템학부 교수는 “히터펌프를 겨울철에 사용하다 보면 급탕(더운물) 사용에서 병목 현상이 생길 수 있다"면서 “축열조와 급탕부스터, 전기보일러 등을 추가 설치할 경우 자부담이 늘어나면서 시장에서 수용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10% 수준이어서 유럽보다 COP 기준이 더 높아야 한다"면서 “이론적 수치로 COP 기준을 정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광범위하게 측정한 다음에 그것을 바탕으로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융합과 미래의 방향성 히트펌프 보급을 확대하려면 기술 개발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지능형 제어'와 '에너지 기술 융합' 등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대 남유진 교수팀이 지난달 학술지 '에너지 전환 및 관리: X(Energy Conversion and Management: X)'에 발표한 연구는 태양광 열(PVT) 시스템과 히트펌프를 결합하고 딥러닝(DNN)으로 제어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제시했다. 이 시스템은 실시간 수요에 따라 유량을 조절하여 기존 방식보다 에너지 소비를 2.8% 줄이고 시스템 COP를 5% 향상시켰다. 히트펌프는 단순히 열을 내는 기기를 넘어 전력망의 안정성을 돕는 '유연성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2025년 스위스 취리히공대(ETH Zurich) 보고서 등에 따르면, 스마트 제어가 적용된 히트펌프는 전력 피크 수요를 최대 90%까지 줄이거나 전력 수입을 20% 감소시키는 등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수 있다. 홍희기 교수도 “공기열 히트펌프만 할 것이 아니라 지열과 수열, 태양열 등과 공생체계(하이브리드)로 하자"고 제안했다. 이슬기 산업연구원 박사는 토론회에서 “히트펌프의 성능은 설치 단계의 정격 성능 외에도 실제 운전 환경에서 얼마나 저하가 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면서 “냉매를 친환경적인 것으로 대체하는 문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히트펌프 보급은 필요하지만 철저한 준비를 한국도 히트펌프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데는 전문가들도 동의한다. 건물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이 국가 전체의 약 25%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히트펌프는 가스보일러를 대체할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의 전력 믹스나 겨울철 저온 환경에서의 효율 저하와 같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개발 등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력망 문제를 해결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 기후부가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 대 보급을 목표로 설정한 만큼 ▶초기 설치비 지원 확대 ▶누진제 없는 전용 요금제 마련 ▶신축 및 기존 건물에 적합한 표준 설계 기준 확립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병철 기후부 열산업혁신과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상업용 건물 시스템에어컨은 지원 대상이 아니고 공기로 물을 데우는 방식의 히트펌프만 보급대상"이라고 분명히했다. 권 과장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기준을 정할 터인데, 김소희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마찬가지로 정부에서도 유럽연합(EU)의 재생에너지 인정 기준인 SPF 2.875보다 높은 수치로 정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는 (겨울이 따뜻한) 제주도와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예산 범위 내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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