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울 3호기 운영허가 불발…한수원·원자력硏 과징금

새울 3호기 운영허가 불발…한수원·원자력硏 과징금

1400MW 용량의 새울 3호기 운영허가가 연기됐다. 원안위에서 대부분의 운영에 관한 심의 및 검사를 통과했지만, 사고관리계획서의 추가 보고를 이유로 재심의하기로 한 것이다. 한수원과 원자력연구원은 운영 및 건설허가변경을 받지 않고 이를 이행해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최원호)는 지난 19일 제227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서 새울 3호기 운영허가 심의를 했으나, 추후 재상정하기로 했다. 새울 3호기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에 건설된 원전으로, 시설용량은 1400MWe이다. 신형경수로 1400(APR1..

[기자의 눈] 재생에너지·히트펌프 보급 목표, 연연하지 말았으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용량을 100기가와트(GW), 재생열에너지인 공기열 히트펌프를 2035년까지 350만대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목표는 경제성보다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우선 고려해 설정됐다.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용량은 약 35GW 수준이고 히트펌프 보급 대수 역시 40만대가 채 되지 않는다. 각각 5년 안에 약 3배, 10년 안에 9배 가까이 늘려야 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이 분야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억' 소리가 나올 만한 수치로 실현 가능성에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기자 입장에서 정부가 제시한 정책 목표가 달성되지 못할 경우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목표 수치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정책 실패라고 보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기술 발전에 따라 보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시장과 환경을 조성해 주는 일이다. 실제로 기후부는 재생에너지 단가 목표를 태양광은 2030년 킬로와트시(kWh)당 80원, 육상풍력은 150원, 해상풍력은 2035년까지 150원 이하로 제시했다. 비록 히트펌프는 목표 단가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보급이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 보급 확대와 단가 인하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계획이겠지만 정책의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보급 숫자보다 단가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재생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에서 경매제도로 전환된다. RPS가 대규모 발전사에 재생에너지 설치를 강제해 왔다면 경매제도는 발전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해 단가를 낮추는데 초점을 맞춘 제도다. 재생열에너지는 발전과 달리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청정열에너지공급의무화 제도로 출발한다. 내년 청정열에너지법이 통과되면 RPS처럼 대규모 열생산 사업자에게 청정열 생산 시설 설치를 의무적으로 부여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이 두 제도가 재생에너지 시장을 형성하고 합리적인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작동해야 한다. 기업들이 태양광 셀, 풍력 터빈, 히트펌프의 효율 향상 기술에 꾸준히 투자할 수 있도록 명확한 수요 신호를 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시에 국민에게는 전기요금과 난방요금 측면에서 합리적인 수준의 부담을 제시해야 한다. 일정 수준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겠지만 가계와 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부담이 전가된다면 기후 정책은 정치적 역풍을 피하기 어렵다. 기후 정책의 지속 가능성은 경제적 수용성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경제 기반을 훼손하면서까지 추진되는 기후 정책은 후손들에게 부담을 전가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시점 자체를 늦출 위험도 안고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단독] 녹사평역 유류 오염, 미군기지가 원인…24년만에 입증

지난 2001년 초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지하수가 대량의 유류에 의해 오염된 사실이 알려졌다. 서울시는 2001년 2~3월 녹사평역 지하철역 집수정과 터널 내 맨홀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했고, 부근의 유류취급소에 대한 자료를 수집에 들어갔다. 조사 결과, 녹사평역으로부터 남서쪽 방향의 약 120m 거리 미군 용산기지 내에 있는 유류 저장 시설을 비롯해 녹사평역 주변 유류 시설, 주유소 등이 원인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오염 원인과 정화 책임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됐다. 오염이 미군기지 내부에서 비롯됐다는 강력한 정황과 여러 전문가·시민단체의 주장은 존재하지만, 정부 간 공식 인식 차, 공개 자료 제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정보 공유 제한 등으로 인해 공식 결론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다. 이런 가운데 20여 년 만에 녹사평역 지하수 오염이 미군 기지에서 시작됐음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증거가 공개됐다. 고려대 환경지구환경과학과 윤성택 교수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유순영 박사 등은 녹사평역 지하수의 복합 오염 실체와 미군 기지의 책임을 첨단 과학 기법으로 규명한 논문을 최근 국제학술지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지하수(Groundwater for Sustainable Development)'에 발표했다. ◇첨단 '환경 감식' 기법이 찾아낸 미군 기지의 오염 지문 연구팀은 오염원을 추적하기 위해 단순 농도 측정을 넘어 유류 지문법(Oil fingerprinting)과 화합물별 안정동위원소 분석(CSIA) 등 이른바 '환경 과학 수사' 기법을 총동원했다. 조사 결과, 녹사평역 인근 지하수에서 발견된 유류 성분은 기지 내 보급되었던 등유(kerosene), 휘발유(gasoline), 항공유(JP-8)의 화학적 특성과 정확히 일치했다. 오염이 발견된 녹사평역 인근 미군 기지 내부에 등유, 휘발유, 항공유(JP-8), 디젤 등을 저장하는 8개의 지상 저장 탱크(AST)와 4개의 지하 저장 탱크(UST)가 존재했는데, 연구팀은 지하수에서 검출된 유류 유형(휘발유 및 등유)이 기지 내에서 사용 및 저장된 유류의 종류와 일치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화합물별 안정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오염물질이 시간이 흐르며 어떻게 변했는지 추적한 결과, 미군 기지로부터의 거리와 지하수 흐름에 따라 오염의 시기와 종류가 뚜렷하게 구분됨이 확인됐다. 이는 오염원이 기지 외부의 다른 시설이 아닌, 기지 내부 유류 저장 시설에서 시작돼 외부로 확산됐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다. ◇기지 내 저장 탱크 및 배관 결함이 낳은 '확실한 증거' 연구는 기지 내 설치된 지상 저장 탱크(AST)와 지하 저장 탱크(UST),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배관망을 오염의 발원지로 지목했다. 실제로 과거 기록에 따르면, 1998년(유출량 7560L)과 2007년(유출량 2268L), 2015년 등 기지 내부에서 발생한 수차례의 대규모 누출 사고가 이번 연구의 데이터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녹사평역 주변 오염은 자정 작용이 진행 중인 구역(제1구역)과 고농도 벤젠이 여전히 잔류하는 구역(제2구역)으로 나뉜다. 연구팀은 제1구역괴 제2구역 모두의 오염 원인이 인근 미군 기지라는 점을 과학적 증거와 역사적 기록을 통해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제1구역은 2004년 이전 기지 내부에서 누출된 등유나 디젤 같은 중간 유분에 의한 '오래된 오염'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는 1998년 11월과 12월에 기지 내 지하철역 인근에서 발생한 대규모 유류 누출 사고 기록과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제2구역의 고농도 벤젠 오염은 2004년 이후, 특히 2007년 10월경 기지 남쪽에서 발생한 누출 사고에서 기인한 휘발유와 같은 경질 유분 오염 탓임이 밝혀졌다. ◇심각한 벤젠 오염과 한강 유출 위험 경고 특히 남쪽 제2구역의 벤젠 농도는 지하수 수질 기준(0.015 ㎎/L)을 최대 1170배 이상 초과할 정도로 극히 위험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기지 내부에서 누출되어 잔류하던 유류가 지하수 유동 방향을 따라 기지 외부(녹사평역 주변)로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으며, 논문 또한 이러한 지하수 흐름과 오염 확산 패턴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녹사평역 일대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발암물질이 수십만 톤에 달할 수 있으며, 이를 방치할 경우 30~40년 후에는 한강으로 유출돼 서울시 전체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도 제기된 바 있다. 또한 서울시는 유류 오염 외에도 기지 주변 지하수에서 과불화화합물(PFOS, PFOA)과 같은 또 다른 발암물질의 검출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추가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법원은 이미 2006년부터 이어진 수차례의 소송에서 “주한미군이 관리하는 유류 저장 탱크와 배관의 보존·관리상 과실로 인해 유류가 지속적으로 유출되어 서울시 부지를 오염시켰다"고 판단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해 왔다. ◇근본적 정화 대책 마련 시급 이번 논문은 이러한 법적 판단을 넘어, 화학적 분석을 통해 미군 기지의 책임을 다시 한번 과학적으로 쐐기를 박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논문은 첨단 환경 감식 기법(유류 지문법, 안정동위원소 분석 등)을 통해 발견된 화학적 '지문'이 미군 기지의 유류 저장 이력 및 누출 사고 기록과 정확히 일치함을 보여줌으로써, 두 구역 모두 미군 기지가 명백한 오염원임을 확증하고 있다. 서울시는 2001년부터 양수 처리 기술을 동원해 벤젠 농도를 과거 대비 약 40% 감소시켰으나, 여전히 기준치를 수천 배 웃도는 지점이 존재한다. 연구팀은 “자연적인 분해를 기대하기 어려운 고농도 구역에 대해 즉각적이고 공격적인 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미군에 정화 책임을 명확히 묻지 못한다면 이는 시민의 건강권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며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미군 측에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근본적인 원인 조사와 정화 비용 분담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신년사] 구광모 LG그룹 회장 “지금까지 성공방식 넘어 새로운 혁신으로 도약해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지금까지 성공방식을 넘어 새로운 혁신으로 도약하자"는 메시지를 남겼다. 구 회장은 22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내년 신년사 영상을 국내외 구성원에게 전했다. LG그룹은 구성원들이 한 해를 차분히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할 수 있도록 2022년 신년사부터 연초가 아닌 연말에 하고 있다. 구 회장은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변곡점에서는 지금까지의 성공방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LG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미래를 꿈꾸고 이를 현실로 만들며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우리의 노력 못지않게 세상의 변화도 더 빨라지고 있다"며 “기술의 패러다임과 경쟁의 룰은 바뀌고 고객의 기대는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혁신은 오늘의 고객 삶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미래 고객에게 필요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도 변해야 하며 '선택과 집중'이 그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구 회장은 “먼저 고객의 마음에 닿을 하나의 핵심가치를 선택해야 한다"며 “하나의 핵심가치를 명확히 할 때 비로소 혁신의 방향성을 세우고 힘을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택한 그곳에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수준까지 파고들어야 한다"며 “그 치열한 집중이 고객이 '정말 다르다'고 느끼는 경험을 만들고 세상의 눈높이를 바꾸는 탁월한 가치를 완성하게 된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우리는 지금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변곡점에 서 있으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자 기회"라며 “10년 후 고객을 미소 짓게 할 가치를 선택하고 여기에 우리의 오늘을 온전히 집중하는 혁신이야말로 LG가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구 회장은 취임 이듬해인 2019년의 신년사에서 '고객'을 LG가 나아갈 핵심 방향임을 강조한 후 해마다 신년사를 통해 고객가치 경영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진화·발전시키고 있다. 2019년에는 LG만의 고객가치를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감동을 주는 것', '남보다 앞서 주는 것', '한두 차례가 아닌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으로 정의하고 2020년에는 고객 페인 포인트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2021년에는 고객 초세분화를 통해 고객을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집중해 달라고 했으며 2022년에는 한 번 경험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가치 있는 고객경험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2023년에는 '내가 만드는 고객가치'를 화두로 제시하며, 모든 구성원이 LG의 주인공이 돼 고객감동을 키워가자고 했다. 작년에는 LG가 시장을 주도하는 최고의 고객경험 혁신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차별적 고객가치에 대한 몰입'을 강조했다. 올해는 LG의 창업초기부터 이어 온 '도전과 변화의 DNA'로 미래의 고객에게 꼭 필요하고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드리자고 제안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한전, 내년 1분기 전기요금 연료비조정단가 유지

한국전력공사가 내년 1분기(1∼3월) 전기요금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다. 한국전력은 내년 1분기에 적용할 연료비 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단기적인 에너지 가격 변동을 반영하는 연료비 조정요금의 기준이 바로 '연료비 조정단가'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최근 3개월간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변동 상황을 종합해 ㎾h당 ±5원 범위에서 결정된다. 현재는 최대치인 '+5원'이 적용되고 있다. 연료비 조정요금을 현재 수준으로 동결하고, 이 밖의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등도 따로 손대지 않기로 하면서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은 동결된다. 한전은 “내년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의 경우 한전의 재무 상황과 연료비 조정요금 미조정액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해 올해 4분기와 동일하게 ㎾h당 +5원을 계속 적용할 것을 정부로부터 통보받았다"며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도 철저히 이행해 달라고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새울 3호기 운영허가 불발…한수원·원자력硏 과징금

1400MW 용량의 새울 3호기 운영허가가 연기됐다. 원안위에서 대부분의 운영에 관한 심의 및 검사를 통과했지만, 사고관리계획서의 추가 보고를 이유로 재심의하기로 한 것이다. 한수원과 원자력연구원은 운영 및 건설허가변경을 받지 않고 이를 이행해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최원호)는 지난 19일 제227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서 새울 3호기 운영허가 심의를 했으나, 추후 재상정하기로 했다. 새울 3호기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에 건설된 원전으로, 시설용량은 1400MWe이다. 신형경수로 1400(APR1400)을 사용했다. 이는 국내에서 5번째로 운영허가가 신청됐다. 2016년 6월 착공돼 내년 2월 완공 예정이다. 종합설계는 한국전력기술, 원전연료 공급은 한전원자력연료, 주기기 공급은 두산에너빌리티, 주설비 시공은 삼성·두산·한화가 맡았다. 원안위는 새울 3호기에 대해 운영 기술, 최종 안전성 분석, 사고 관리 계획, 운전에 관한 품질 보증, 방사선 환경 영향 평가, 원자로 및 관계시설 해체 계획 등을 심의한 결과 대부분 이상 없음을 확인했다. 또한 원자로시설의 공사 및 성능에 대한 각 공정별 사용전검사를 통해 구조물 등의 검사, 설치 검사, 상온 기능 검사, 수압 시험 및 고온 기능 검사를 수행해 이상 없음을 확인했다. 다만 원안위원들은 사고관리계획서의 구체적인 사고 경위 및 평가 결과에 대해 자료 보완 요청을 했으며, 이를 통해 운영허가에 대한 심의를 추후 재상정하기로 했다. 한수원과 원자력연구원은 원자력안전법에 의거한 운영변경허가 및 건설변경허가 위반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원안위는 한수원에 대해 △운영변경허가를 받지 않고 밸브를 교체한 한빛 5호기에 대해 과징금 6억원 △기술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앵커를 사용한 6개 호기에 대해 과징금 72억1250만원 △액·기체폐기물 배출 시 방사능 감시를 미수행한 월성 2호기 및 한빛 6호기에 대해 과징금 26억4000만원 등 총 104억525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원자력연구원에 대해서는 기장연구로 일부 시설을 건설변경허가를 받지 않고 변경된 설계로 시공한 사안에 대해 6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E칼럼] 미래 전장의 승패, 배터리가 아닌 원자력에 달렸다

SF 영화를 보면 레이저 광선이 적의 미사일을 격추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던 이 레이저 무기가 최근 이스라엘의 아이언 빔이나 미국의 함정 탑재 레이저처럼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이 첨단 무기들이 실전에서 위력을 발휘하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가 하나 있다. 바로 막대한 양의 전기를 끊김 없이 공급해 줄 강력한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일이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원자력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많은 사람이 소형모듈원자로(SMR)를 그 해답으로 꼽는다. SMR은 대형 원전보다 훨씬 안전하면서도 활용도가 높아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SMR 하나만으로는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빈틈을 채워줄 주인공이 바로 초소형모듈원자로(MMR)이다. MMR은 쉽게 말해 트럭에 싣고 다닐 수 있는 움직이는 발전소다. SMR보다 훨씬 작게 만들어져 공장에서 완제품으로 찍어낸 뒤 트럭이나 수송기로 필요한 곳 어디든 배달할 수 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깊은 산속 오지나 고립된 섬, 재난으로 모든 게 파괴된 현장에도 즉시 전력을 공급한다. 기존의 덩치 큰 발전소는 꿈도 꾸지 못했던 장소에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은 MMR이 가진 독보적 능력이다. MMR은 우리 군의 전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K-국방의 핵심 열쇠가 된다. 앞서 언급한 레이저 요격 무기가 제 역할을 하려면 순간적으로 엄청난 전기를 쏟아부어야 한다. 디젤 발전기나 배터리로는 이 막대한 전력을 감당하기 어렵지만, MMR은 연료 교체 없이 수년 동안 거뜬히 가동된다. 적의 공격으로 국가 전력망이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우리 군의 지휘부와 작전 기지를 지켜줄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준다. 미국은 이미 MMR의 군사적 가치를 인식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국방부의 '프로젝트 펠레(Project Pele)'다. 과거 전쟁에서 미군은 디젤 연료를 싣고 가던 수송 부대가 적의 공격을 받아서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프로젝트 펠레는 이 위험한 연료 수송 작전을 이동형 원자로로 대체해 병사들의 목숨을 구하려는 시도다. 미국은 MMR을 단순한 기계 장치가 아니라 전장에 나간 젊은이들을 보호하는 필수 안보 자산으로 여긴다. 우리가 이 좋은 기술을 국방에 활용하려면 먼저 외교적 매듭을 풀어야 한다. 현재 우리가 맺고 있는 「한‧미 원자력협정」은 원자력을 군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막고 있다. MMR을 군사 기지의 전력원으로 쓰는 것은 핵무기를 만드는 것과는 전혀 다른 비폭발적(Non-explosive) 이용이다. 시대가 변하고 안보 환경이 달라진 만큼 우리도 족쇄를 풀고 당당하게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기술 활용을 가로막는 또 다른 벽인 규제 체계도 안보 현실에 맞게 뜯어고쳐야 한다. 지금의 원자력 규제는 일반 대중의 안전과 투명성을 최우선으로 하기에 검증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군사 작전에 쓰일 MMR은 적보다 앞서나가는 신속성과 보안이 생명이다. 미국이 지난 60년 동안 일반 원전과 군사용 원전의 규제를 완전히 분리해서 운영해 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도 미국의 방식처럼 군사 안보용 MMR만큼은 별도의 트랙을 만들어 규제 절차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군사용 규제를 따로 만든다고 해서 안전을 포기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MMR은 기술적으로 대형 원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위험도가 낮다. 출력이 매우 낮을뿐더러 사고가 나더라도 외부 전원이나 사람의 조작 없이 스스로 식어서 멈추는 피동형 안전 개념이 적용된다. 위험도가 현저히 낮은 기술에 대형 원전에나 적용할 법한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며 발목을 잡는 것은 과학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결국 SMR과 MMR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날게 할 두 개의 날개와 같다. SMR이 기후위기를 막고 국가 산업을 이끄는 주력 함대라면, MMR은 험지와 전방을 누비며 안보를 지키는 특수부대다. 이 두 날개가 튼튼하다면 우리나라는 진정한 에너지 강국이자 안보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다. 레이저 무기를 움직일 심장이 없다면 그 무기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SMR과 MMR이 서로를 보완하며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도록 낡은 규제와 협정을 과감히 혁신하는 일을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 문주현

LG그룹, 연말 이웃사랑성금 120억원 기부

LG그룹은 지난 18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연말 이웃사랑성금 전달식을 갖고 12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LG그룹의 연말 기부는 올해로 26년째다. 누적 성금은 2500억원을 넘었다. 계열사 임직원들도 다양한 기부 활동을 이어가며 사회적 책임에 함께하고 있다. LG전자는 임직원의 기부 의사를 수렴해 '기부 키오스크'를 운영 중이다. 일종의 '디지털 기부 모금함'이다. 임직원은 사원증을 키오스크에 접촉하는 것만으로 손쉽게 기부할 수 있다. 기부금은 지역사회 취약계층 지원, 아동·청소년 교육, 장애인 복지 등에 사용된다. LG디스플레이는 저소득 가구 아동들이 희망하는 선물을 임직원들이 직접 전달하는 '크리스마스 산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파주·구미 사업장 인근 동절기 취약 계층에는 기부금을 전달했다. LG화학도 임직원들과 함께 여수·청주 사업장 인근 보육원 아동 100여명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하는 '기부위크'를 펼쳤다. 임직원들은 자율적 참여 기금을 통해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에 월동물품을 지원했다. LG유플러스는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전국 직영 매장에서 '구세군 QR코드 자선냄비'를 운영하고 있다.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은 자선냄비에 부착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편리하게 기부할 수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어려운 이웃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기업의 책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기후 신호등] 미세플라스틱 수프가 된 바다…태풍이 도로 뱉어낸다

전 세계 해양이 플라스틱 혹은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됐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 최근 이 문제를 다루는 연구 결과가 여러 저널을 통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들 논문은 이미 알려진 것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고 전하고 있다. 특히 바다에 들어간 플라스틱이 기후변화에 휩싸이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전 지구적 압력: 플라스틱 오염과 기후 변화의 연대 플라스틱 오염과 인위적인 기후 변화는 지구 생태계에 가해지는 수많은 압력 중 잠재적으로 가장 시급한 위협으로 간주된다. 특히 이들이 '공동 스트레스 요인(joint stressors)'으로서 함께 발생할 때 그 위험이 증폭된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공중보건대학원 연구팀은 지난달 '프론티어스(Frontiers)'란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플라스틱과 기후변화, 이 두 가지 문제는 유한 자원의 과소비라는 동일한 근본 원인을 공유하며, 20세기에 화석 연료 소비와 함께 등장한 새로운 종류의 스트레스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플라스틱은 탄소 기반의 폴리머로 구성된 복잡한 물질이다. 내구성·유연성·발수성 등 고유한 특성 덕분에 현대 사회의 기본 요소이자 상징적인 물질이 됐다.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 200만톤 미만에서 2023년에는 4억톤 이상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하다. 매년 약 2200만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바다 등 자연환경으로 유입되고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환경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고, 느린 환경적 풍화 과정을 거치며 큰 플라스틱(5㎜ 초과)에서 미세플라스틱(MPs, 5㎜ 미만) 및 나노플라스틱(NPs, 1㎛ 미만)으로 파편화된다. 이러한 작은 입자들은 육상·대기·수생 환경 전반에 걸쳐 어디나 존재하는 오염원이다. 2019년에만 도로 교통, 가정용 직물, 폐수 슬러지 등 주요 출처를 통해 약 270만톤의 미세플라스틱이 환경으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기후 변화: 플라스틱 오염을 악화시킨다. 기온 상승, 자외선 강도 증가, 습도 증가와 같은 온난화 조건은 산화·광분해·가수분해를 통해 폴리머의 분해를 가속화하고 풍화를 심화시킨다. 실제로 기온이 10°C 상승하면 플라스틱 분해 속도가 두 배가 될 수 있다. 이는 플라스틱이 잘 깨지도록 만들고, 표면 균열을 가속화해 미세플라스틱 방출을 촉진한다. 또한, 플라스틱 생산 과정에서 색상·유연성·발수성 등을 위해 화학 물질을 첨가하는데, 이들 물질은 발암 물질이거나 신경 독성 물질, 내분비 교란 물질일 수도 있고, 이 가운데 많은 수가 독성이 강한 물질이기도 하다. 플라스틱이 풍화되면 화학 첨가제가 더 많이 녹아나오게 된다. 아울러 미세플라스틱은 환경에 존재하는 다른 독성 물질을 쉽게 흡착하기도 한다. 기후 변화에 따른 극심한 폭풍과 홍수는 플라스틱 잔해의 이동과 파편화를 극적으로 증폭시키는 주요한 경로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매립지나 노천 쓰레기장에 쌓이는데, 이 시설들은 도시 중심부 근처의 저지대나 홍수 평원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 홍수나 침식에 매우 취약하다. 방글라데시와 같이 인구 밀도가 높고 저지대인 지역에서는 홍수 시 플라스틱 이동이 40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장기간에 걸쳐 해빙(바다얼음)이 형성되는 동안 해수면의 인공 입자들이 모이고 농축되기 때문에, 해빙은 미세플라스틱을 오랜 시간 저장고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해 얼음이 녹으면서, 이 저장소는 미세플라스틱의 주요 오염원으로 바뀔 수도 있다. ◇심해 퇴적물로의 미세플라스틱 운반 경로 최근 유럽의 연합 연구팀은 '해양 오염 회보(Marine Pollution Bulletin)'에 발표한 논문에서 바다 밑바닥에 쌓이는 쓰레기 문제를 짚었다. 연구팀은 “해저는 해양 쓰레기의 궁극적인 저장소인데, 미세플라스틱은 복잡한 물리적, 생물학적 메카니즘을 커져 심해 퇴적물까지 도달한다"고 지적했다. 독일 헬름홀츠 환경 연구 센터는 '환경 과학 기술(Environmne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북태평양 해수에서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당 8∼2600개 범위로 관찰됐다"고 밝혔다. 표층의 플라스틱 농도가 높은 지점(hotspots)과 수층 전체 깊이별 평균 농도가 높은 지점 사이에 높은 상관관계가 있었다. 이러한 분석은, 표층에 떠 있던 플라스틱 잔해가 풍화나 생물학적 과정을 거쳐 아래로 침강하는 “낙진(fallout)" 가설을 뒷받침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원래 해수보다 밀도가 낮아 부력을 갖는 폴리에틸렌(PE)이나 폴리프로필렌(PP) 같은 미세플라스틱은 밀도가 증가해야 심해로 침강할 수 있다. 이러한 밀도 증가는 생물학적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먼저 미생물이나 조류가 플라스틱 표면에 부착해 생물막을 형성하면 입자의 부피 밀도가 높아져 침강이 시작된다. 또, 미세플라스틱이 해양 응집체(marine snow)나 동물성 플랑크톤이 배설한 분변 펠릿(fecal pellets)에 통합되면 밀도가 증가하고 침강 속도가 빨라져 심해로 운반된다. ◇수층 내에서의 복잡한 이동 경로 일본 규슈대학 응용역학연구소 연구팀은 '환경 과학 기술'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북서 태평양에서 작은 미세플라스틱(SMPs, 10−300 µm)을 조사한 결과, 미세플라스틱이 밀도에 따라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먼저 '약한 침강' 경로다. 밀도가 해수와 거의 중립에 가까워져 약하게 침강하는 SMP는 해수면에서 노출되는 등밀도면(isopycnal surface)을 따라 잠입해 표층 바로 아래 '아(亞)표층'에 축적된다 두번째는 '강한 침강'이다. 해수보다 밀도가 훨씬 무거워져 강하게 침강하는 SMP는 해수면과 연결되지 않은 고립된 영역인 중층수 아래의 깊은 층으로 운반된다. 이 외에도 유럽팀의 논문에 따르면, '해저 협곡(육지의 계곡처럼 해저에 깊게 패여 형성된 골짜기 지형)'이 플라스틱과 육상 쓰레기의 상당량을 심해로 운반하는 주요 통로 역할을 한다. ◇생태계 영향: 복합 스트레스와 저서 생물 교란의 역할 미세플라스틱 오염과 기후 변화 스트레스 요인이 결합했을 때, 육상 및 수생 생태계에서 상호작용 효과가 발생한다. 이는 먹이 사슬의 더 높은 영양 단계에서 더욱 강력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높은 수온에서 미세플라스틱 오염에 노출된 물벼룩(Daphnia magna)의 사망률이 증가하고 번식력이 감소했다. 담수 어류의 경우, 나노플라스틱과 온도가 상승작용을 일으켰는데, 독성을 증가되면서 DNA 손상이나 뇌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닷물을 걸러서 먹이를 먹는바다의 홍합은 미세플라스틱 오염과 해양 산성화가 결합했을 때 소화 효소 활동이 현저히 저해됐다. 먹이 사슬 상위에 위치하며 크기가 크고 수명이 긴 수생 생물종은 이러한 복합 스트레스 요인에 가장 취약했다. 미세플라스틱은 해저 퇴적물에 최종적으로 저장되는데, 여기서 바닥에서 사는 저서생물과 미세플라스틱의 상호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저서생물은 퇴적물에서 먹이를 구하는 과정에서 퇴적물을 교란하게 된다. 저서생물의 교란 활동은 미세플라스틱을 더 깊은 퇴적층으로 이동시켜 장기적으로 격리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동시에 저서생물의 교란활동은 생물학적 재부유(resuspension) 및 재분배를 통해 저서 생물들의 미세플라스틱 노출 위험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중국 난카이대학 연구팀은 '환경 과학 기술'에 발표한 논문에서 “저서 생물 중에서도 굴과 같은 여과 섭식종은 이동성 포식자(게·새우)보다 미세플라스틱을 훨씬 더 많이 축적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태풍은 미세플라스틱을 다시 육지로 보낸다 중국 노팅엄 닝보대학 연구팀은 동중국에서 2023~2024년 세 번의 태풍(Doksuri, Gaemi, Bebinca)이 발생하는 동안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MP) 침적 샘플을 수집, 태풍이 대기 MP 오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이 연구는 '환경 과학 기술'에 논문으로 발표됐다. 연구 결과, 태풍 기간 동안 MP 침적률이 ㎡당 하루에 6291~1만2722 개로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비(非)태풍 기간 대비 최고 2배가 넘는 수치다. 이러한 침적 수준은 상하이의 4배, 런던의 16배 수준이었다. 태풍이 지나간 후에는 48~779 개/m²/일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태풍 기간에는 플라스틱 성분이 다양해졌다. 비태풍 기간의 4~5종류에 비해 9종류나 됐다. PET와 PVC와 같은 고밀도 폴리머를 포함해 작은 크기의 미세플라스틱(

[여헌우의 산업돋보기] 고려아연 美 제련소 투자 ‘빛’인가 ‘빚’인가

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에 11조원 규모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짓기로 한 결정은 한국 제조 기업이 글로벌 공급망 '심장부'로 걸어 들어가는 파격적인 행보로 평가받는다. 미국 내 핵심 자산 확보라는 장밋빛 전망과 함께 천문학적 투자비에 따른 재무 부담과 기술력 재현 가능성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영풍과 경영권 분쟁 국면이라는 측면을 배제하더라도 업계에서 고려아연의 결단이 '빛'이 될지 '빚'으로 전락할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간다.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테네시주에 11조원 규모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하기로 의결했다. 이를 위해 설립하는 현지 합작법인(JV)에는 미국 국방부(전쟁부)와 상무부 및 기업도 함께 참여한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빅딜'을 놓고 대한민국 제련 기술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핵심 인프라로 격상되는 과정이라고 해석한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그 자체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이 단순한 제조 기업을 넘어 글로벌 경제 안보의 '전략 자산급 기업'으로 도약할 발판을 놨다는 기대도 나온다. 최근 글로벌 제련 시장을 꿰뚫는 키워드는 '중국의 압도적 점유율'과 '서구권의 제조 역량 공동화'다. 중국은 아연, 납(연), 갈륨, 게르마늄 등 핵심 광물의 제련 및 정련 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들은 해당 분야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50~80%에 달한다고 추정한다. 이에 맞서는 고려아연은 기술력으로 글로벌 탑티어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회사다. 단일 제련소 기준으로 세계 1위의 아연·연 생산 능력을 갖췄다. 특히 '헤마타이트 공법'은 세계 최고 수준 실력을 지니고 있다. 아연 제련 과정에서 철을 경제적으로 분리하고 남은 찌꺼기에서 금, 은, 인듐 등을 추가로 뽑아내는 기술이다. 특히 중국을 제외한다면 고려아연은 서방 진영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고품질 금속을 대량 공급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고려아연의 이번 투자는 앞선 두 가지 키워드를 한 번에 관통하는 결정이다. 기술력은 앞섰지만 '물량 공세'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었는데, 서구권에서 존재감을 공고히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에 단순히 공장을 짓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금속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라는 분석도 가능해 보인다. 미국은 1970년대 이후 아연 제련소를 만든 적이 없다. 고려아연의 테네시 제련소는 미국 땅에서 광석을 직접 녹여 순수 금속을 뽑아내는 수십 년 만의 첫 대형 기지가 된다. 미국은 첨단 무기나 반도체 제작에 필요한 인듐, 갈륨, 안티몬 등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대신 고려아연에 의존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려아연이 테네시 제련소에서 생산할 핵심 품목은 총 13종이다. 이 중 11개가 미국 정부가 지정한 '핵심 광물'이다. 반도체·방산·인공지능(AI) 등 산업의 필수 소재들이다. 구체적으로 아연, 연, 구리 등은 자동차·건설·전기차 배터리 부품 기초 소재로 쓰인다. 안티모니, 게르마늄, 갈륨, 인듐, 비스무트 등은 반도체, AI, 양자컴퓨팅, 첨단 무기 체계의 필수 소재다. 금, 은, 팔라듐, 텔루륨은 정밀 전자 부품 및 차세대 태양광 패널에 사용된다. 제련소가 들어서는 테네시는 미국 남동부에 위치했다. 현지 60여곳을 후보지로 놓고 검토한 끝에 제련에 필요한 용수·전력 등을 쉽게 조달할 수 있고 물류 접근성이 양호한 테네시주를 선택했다고 고려아연 측은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테네시주에 있는 기존 니어스타(Nyrstar) 제련소 부지를 인수한 뒤 이를 활용해 기반 시설을 재구축하고 첨단 공정 기술을 적용해 제련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의 결정을 두고 시장은 아직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 유상증자를 결정해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내부 문제를 제외하고 산업적 측면만 놓고서도 일각에서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가는 투자 발표 직후 급등했지만 이후 곧바로 급락해 오히려 하락 반전한 상황이다. 포인트는 '재무 부담'이다. 자금조달 방식이 복잡하고 규모가 커 무리한 투자가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고려아연이 밝힌 예상 투입 금액은 약 11조원이다.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 및 미국 내 전략 투자자가 출자한 합작법인인 '크루서블 JV'를 통해 약 2조8600억원을 조달하고, 고려아연은 약 8600억원을 직접 투자하기로 했다. 나머지 소요 자금은 미국 정부의 정책금융 지원 및 보조금 프로그램, 재무 투자자 대출 등을 더해 충당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사업 운영 주체인 크루서블 메탈즈가 미국 제련소 설립을 추진할 수 있도록 미국의 정책금융 지원 대출 및 재무 투자자 대출 규모가 최대 6조921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상무부는 '칩스법'에 따라 최대 약 3000억원 규모 보조금을 줄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17일 리포트를 통해 “(고려아연의 이번 투자가) 사업경쟁력은 제고되나 재무부담 가중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미국 현지 제련소 확보를 통해 글로벌 1위 비철금속 제련 사업자로서의 시장지위가 공고해지는 가운데 희소금속 생산량 증대에 따른 미국 안보 공급망 편입이 중장기 사업경쟁력 및 수익성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한신평의 의견이다. 다만 투자 규모를 감안하면 재무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신평은 “미국 합작법인의 동사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비 일부인 2조8500억원을 충당했으나 나머지 투자 자금 대부분은 고려아연이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손자회사가 조달해 연결기준 차입 규모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려아연은 최근 순차입금 증가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연결 기준 조정순차입금을 보면 2023년 말 -1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조4000억원, 올해 9월 3조7000억원으로 뛰었다. '이그니오 사례' 역시 주목받는다. 고려아연은 지난 2022년 미국 폐기물 재활용 업체 '이그니오'를 약 5800억원에 인수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회사 매출이 미비하고 자본잠식 상태였다며 '고가 매수'라는 주장이 나온다. 11조원 규모 대형 투자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을 보수적으로 만들 수 있는 셈이다. 고려아연 측은 “단독 재원만으로는 부담이 큰 이번 프로젝트에서 외부 자금이 적극적으로 조달되면서 차입 비중이 크게 줄고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프로젝트와 투자 협력은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 측의 지속적이고도 공고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했던 구조"라며 “미국 현지 핵심광물 공급을 확보하려는 미국과 해당 사업을 확대하려는 고려아연에 각각 안정성을 확보해줄 최적의 선택지였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은 이와 별도로 2029년까지 울산 등 국내에 총 1조5000억원 규모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연구개발(R&D)을 비롯해 전략광물 생산, 자원순환, 환경·안전 인프라 등 전반에 걸쳐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산업적으로 '기술 이식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국내 공장 노하우를 미국에 적용해야 하는데 다른 업종 대비 어려움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련 기술에서 숨은 핵심은 '얼마나 오래 멈추지 않고 돌리느냐'는 것이다. 산업 특성상 자동으로 처리하는 것보다 숙련된 인력이 많은 게 중요하다"며 “현지에 숙련 인력을 보내고 설비를 최신화 한다 해도 국내 공장과 같은 수준으로 초기 가동 안정화가 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현재 영풍과 겪고 있는 경영권 분쟁은 고려아연 미국 투자의 '연속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악재로 분류된다. 제련은 고정비 구조가 크기 때문에 장기 운영 계획이 필수적인데 자칫 '리더십'을 잃으면 사업 자체가 표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향후 인허가 및 제련소 건설 공정 등 사업 절차가 계획대로 이루어지는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제련소 건설 투자가 집행되는 2027~2029년 본격적인 차입금 및 금융비용 증가가 예상돼 고려아연이 기존 사업의 현금창출력 개선 등으로 재무부담 확대 폭을 통제할 수 있는지를 눈여겨보고 있다. 고려아연은 본업에서 확실한 경쟁력은 확보한 모습이다. iM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고려아연은 올해 4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며 “환율 상승 및 아연·구리·귀금속 가격 강세, 아연·연 판매량 증가, 전분기 인식한 일회성 비용 지출 효과 소멸 등으로 별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고려아연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23년 9조7045억원, 지난해 12조529억원으로 상승 추세다. 올해는 16조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6599억원, 7235억원, 1조1000억원 이상 등으로 뛸 전망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기후변화 외면한 ‘MAGA’ 미국을 다시 가난하게 만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라는 구호를 앞세워 경제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기후 위기 증거를 '사기'라고 폄훼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비용이 큰 규제로 간주해 완화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트럼프의 노선은, 최근 축적되고 있는 경제학 연구에 비추어 볼 때 오히려 미국 경제를 구조적으로 약화시키는 선택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기후위기를 방치하는 정책은 'MAGA'가 아니라 'MAPA(Make America Poorer Again, 미국을 다시 가난하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이미 미국을 가난하게 만들고 있다 기후변화의 경제적 피해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다. 최근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된 미국 애리조나대학 경제학과 데릭 르무안 교수의 연구 결과는 기후변화가 이미 미국 경제에 실질적인 소득 손실을 초래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이 연구는 2000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전역의 카운티 자료를 활용해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일일 기온 분포를 어떻게 바꾸었고, 그 변화가 소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정밀하게 추적했다. 가장 단순하게, 특정 지역의 해당 연도 기온 변화만을 고려할 경우에도 기후변화는 미국의 연간 소득을 약 0.32% 감소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수치는 기후변화의 본질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결과다. 기후변화는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현상이 아니라, 시간적으로 지속되고 공간적으로 전국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르무안 교수의 연구가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이른바 '전체 계산(full calculation)'이다. 이는 현재의 기온 변화뿐 아니라 과거 수년간 누적된 기온 변화, 그리고 다른 지역의 기온 변화가 무역과 가격, 투자 경로를 통해 미치는 영향까지 모두 반영하는 분석 방법이다. 이 방식으로 계산할 경우, 2000~2019년 기간 동안 기후변화로 인해 미국의 국가 소득은 평균적으로 약 1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신뢰구간을 고려하더라도 최소 2%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한 환경 비용이 아니라, 무역 정책이나 조세 개편, 대규모 이민 정책 변화에 버금가는 거시경제적 충격이다. 다시 말해, 기후변화는 이미 미국 경제의 성장 경로 자체를 낮추고 있으며, 이를 외면하는 것은 '경제 우선' 전략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피해는 왜 전국으로 확산되는가 기후변화의 경제적 피해가 이처럼 큰 이유는 미국 경제가 촘촘한 무역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한 지역의 폭염이나 이상 기후는 그 지역의 생산성만 떨어뜨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농산물 가격, 에너지 비용, 제조업 공급망을 통해 다른 지역의 소득과 투자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구 결과는 이러한 일반균형 효과가 매우 중요하며, 특히 무역을 통한 가격 경로가 피해 확산의 핵심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기후변화를 방치할 경우, 경제적 손실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실질적인 완화와 적응 노력이 없는 온실가스 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2100년까지 전 세계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최대 20~24%까지 감소할 수 있다. 이는 케임브리지대와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진이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 온라인 학술지(PLOS) '기후(Climate)'에 발표한 국가별 거시경제 분석 결과다. 특히 화석연료 확대와 정책 후퇴를 가정한 시나리오에서는, 연간 기온 상승이 장기간 누적되면서 성장률 자체가 훼손된다. 이는 일부 부문에서의 적응으로 상쇄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경제의 장기 잠재력을 갉아먹는 구조적 손실이다. 미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MAGA를 원한다면, 기후정책이 필요하다 흥미로운 점은 적극적인 기후 완화 정책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 비용'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파리 기후협정 목표에 부합해 연간 기온 상승 폭을 낮출 경우, 장기적으로는 소득 손실을 크게 줄이거나 일부 시나리오에서는 순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제시된다. 이는 기후정책이 곧 성장정책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선택은 분명하다. 기후위기를 외면한 채 단기적 규제 완화와 화석연료 확대에 매달리는 전략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보다는, 이미 시작된 '미국을 다시 가난하게' 만드는 경로를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진정한 의미의 MAGA를 원한다면, 기후변화를 비용이 아닌 경제 전략의 핵심 변수로 인식하는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환경을 위한 선택이기 이전에, 미국 경제의 장기적 번영을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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