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용인 반도체 산단에 20GW 전력 공급…정부·전남광주·삼성·SK·한전 맞손

호남·용인 반도체 산단에 20GW 전력 공급…정부·전남광주·삼성·SK·한전 맞손

정부가 호남권과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 필요한 20기가와트(GW) 이상의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송전망 확충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호남에는 2029년부터 우선 3GW를 공급하고 용인에는 2041년까지 송전망과 3GW 규모 LNG 발전소 등을 활용해 전력 공급을 확대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경인건설본부에서 '호남권·용인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전력공급 협약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협약에는 기후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국전력공사가 참여했다...

세계수소엑스포 2026, 11월 킨텍스서 개막…글로벌 수소산업 한자리에

아시아 최대 규모 수소 행사인 '세계수소엑스포(WHE)'가 오는 11월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킨텍스에서 열린다. WHE 2026 조직위원회는 제5회 수소의 날(11월 2일)을 계기로 행사를 개최해 정부의 수소산업 육성 의지를 알리고, 프로젝트 개발·투자와 수요·공급 연계, 금융·기술 협력 등 비즈니스 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개막식에서는 국내 주요 수소기업 등이 참여해 '수소산업 도약 공동선언'을 발표한다. 컨퍼런스는 글로벌 수소산업 전망과 주요국 정책을 비롯해 생산, 운송·저장, 교역, 국제표준 등 주요 현안을 다룬다. 4일 'Leadership & Market Insight'에서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EU, 일본, 호주, 독일 등의 정부·기업 관계자가 수소 정책과 산업 동향을 공유한다. 4~6일 진행되는 'Hydrogen Deep Dive'에서는 프로젝트 투자, 저탄소 전원을 활용한 청정수소, 수소 교역, 그린암모니아, 국제표준 등 5개 분야를 논의한다. 5일 'Country Day'에서는 중국과 캐나다 등 주요 수소 생산국의 정책과 산업 동향, 공급망 협력 방안을 살펴본다. 킨텍스 제2전시장 7·8홀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는 캐나다·일본·중국·체코 등 약 20개국 200여개 기업이 참가해 수소 생산부터 저장·운송, 활용까지 밸류체인 전반의 기술과 제품을 선보인다. 글로벌 B2B 상담회와 투자설명회, 국내외 기업 간 1대1 매칭도 진행한다. 이와 함께 '수소경제 정책 전문위원회 총괄 회의', KOTRA와 공동 주관하는 'H2 비즈니스 파트너십 페어', 수소 분야 혁신기술과 우수기업을 발굴하는 'H2 Innovation Award' 등도 개최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한전, 올해 2분기 영업익 1조1286억원…전년比 47.2%↓

한국전력이 지난 2분기 석탄 발전량 확대와 유연탄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부진한 영업 실적을 냈다. 한국전력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1조128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7.2% 줄었다고 12일 공시했다. 매출은 21조9189억원으로 0.1%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76.4% 감소한 2775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누계 매출은 46조3173억원으로 0.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조9127억원으로 16.6%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21% 줄어든 2조7965억원이다. 올해 상반기 실적에 관해 한국전력은 “전력 판매량이 소폭 감소하고 국제 유연탄 가격이 상승해 전력 생산을 위한 연료비가 증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판매 단가가 킬로와트시(kWh)당 167.6원으로 비슷했지만 판매량이 266.7테라와트시(TWh)로 0.6% 줄면서 전체 매출도 소폭 줄었다. 반면 연료비는 석탄발전 출력제한을 상향하면서 석탄 발전량 증가한 영향으로 8.8% 증가한 10조1429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민간 발전사에서 구입한 전력 비용이 17조2069억원으로 0.9% 감소했다. 연료 가격도 유연탄은 톤당 128.2달러로 24.3% 상승했고, 액화천연가스(LNG)느, 939.4원으로 10.3% 하락했다. 다만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연료비 급등 여파로 6월 말 연결 기준 약 211조원의 부채와 133조원의 차입금이 남아 하루 115억원 수준의 이자비용 부담이 발생했다. 지난해 말보다는 4억원 낮아졌다. 이에 한전은 비상경영체계 강화 고강도 긴축 경영 등 지속적인 자구노력과 재정건전화 계획으로 대응해 상반기 누계 1조4000억원의 재무개선 실적을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계통운영방안 개선을 통한 송전 제약을 완화하고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며 구입전력비를 절감했다. 이에 더해 예산절감 노력을 강화해 약 6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한전은 하반기에도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 기조에 따라 전기요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되, 차입금 상환과 필수 설비투자 재원 마련 등이 재무에 미칠 영향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구입전력비 절감을 위한 전력시장 제도 개선과 고강도 자구 노력을 추진하는 동시에 지난 4월 개편한 계절별·시간대별 요금제를 통해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를 유도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육성에 필수적인 국가 전력망을 적기에 구축하고, 전력 설비와 망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전력공급 체계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기후위기 속 ‘생각하는 힘’ 키운다…현장 맞춤형 에너지 교육 눈길

기후위기 속 에너지 전환이 인류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미래세대가 에너지와 기후변화를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현장 밀착형 교육'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이 12일 재단 회의실에서 '2026년 에너지 소양 교육 교사연구회 중간 워크숍'을 열고 상반기 연구 성과를 점검했다.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한 '에너지 소양 교육 교사연구회'는 전국 초·중등 교원으로 구성된 20개 연구회가 참여해 학교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수업 모델과 교수·학습자료를 직접 개발하는 사업이다. 교사들은 실전 수업 경험을 바탕으로, 단순 지식 전달을 넘어 학생 중심의 탐구형 교육과정을 구축하는 데 주력해 왔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신영준 경인교대 교수의 '국가 교육과정과 에너지 교육' 특강과 함께, 개발 중인 교수·학습자료에 대한 전문가 컨설팅이 진행됐다. 참가 교사들은 교육과정과의 연계성,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 설계, 현장 적용 가능성을 다각도로 검토받으며 교재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어 진행된 발표 및 토론 자리에서는 초·중등 교육 및 교과 구분 없이 현장에서 겪은 어려움과 개선방안을 공유하며, 미래세대를 위한 에너지 교육의 구체적인 확산 방안을 모색했다. 이주수 재단 대표이사는 “교사들이 현장에서 직접 고민하고 연구한 성과가 실제 수업으로 이어져, 미래세대가 에너지를 보다 쉽고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며 “우수한 교육 자료가 전국 학교 현장에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재단은 이번 워크숍에서 수렴된 전문가 의견과 피드백을 반영해 교수·학습 자료를 최종 보완하고, 하반기 중 실제 교육 현장에 보급해 에너지 교육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내일날씨] 수도권·충남 체감 33도 무더위…동해안·경남 곳곳 비

오는 13일 수도권과 충남권,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무더위가 이어지겠고, 동해안과 경상권에는 비가 내리겠다. 12일 기상청에 따르면 내일(13일) 수도권과 충남,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안팎으로 올라 무덥겠다. 동해안과 경상권에는 비 소식이 있다. 강원 동해안·산지와 경북 동해안·북동산지에는 비가 이어지겠고, 오후부터 밤 사이에는 경남 남해안·동부 내륙에도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예상 강수량은 울릉도·독도 30~80㎜, 강원 동해안·산지 20~60㎜, 경북 동해안·북동산지 20~60㎜, 경남 남해안·경남 동부 내륙 10~40㎜다. 충청 내륙과 전북 동부, 경상 내륙에는 낮부터 저녁 사이 소나기가 내리겠다. 소나기에 의한 예상 강수량은 대구·경북 내륙, 경남 중·서부 내륙 5~40㎜, 대전·세종·충남 내륙, 충북, 전북 동부 5~20㎜다. 아침 최저기온은 19~24도, 낮 최고기온은 27~34도로 예보됐다. 한편,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가뭄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 가뭄 단계(관심-주의-경계-심각) 중 경남 밀양·양산·창녕, 전북 정읍 등 10곳은 '경계', 경북 안동·상주·포항 등 15곳은 '주의' 단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경남 거제도 '관심' 단계로 들어섰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호남·용인 반도체 산단에 20GW 전력 공급…정부·전남광주·삼성·SK·한전 맞손

정부가 호남권과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 필요한 20기가와트(GW) 이상의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송전망 확충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호남에는 2029년부터 우선 3GW를 공급하고 용인에는 2041년까지 송전망과 3GW 규모 LNG 발전소 등을 활용해 전력 공급을 확대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경인건설본부에서 '호남권·용인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전력공급 협약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협약에는 기후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국전력공사가 참여했다. 이번에 체결된 협약은 호남권 반도체 산단 1건과 용인 국가산단·일반산단 2건 등 총 3건이다.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에 맞춰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 일정에 필요한 전력공급 계획을 구체화한 것이다. 호남권 산단에서는 6GW 이상의 전력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오는 2029년부터 1단계 전력공급설비를 통해 약 3GW를 우선 공급한 뒤 추가 설비를 구축해 공급 규모를 6GW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1단계에서는 신장성-신광주 송전선로에서 분기해 산단으로 연결되는 선로를 구축하고 산단 내 변전소 1곳을 신설한다. 2단계에서는 변전소 1곳을 추가하고 송전선로도 확충한다. 구체적인 2단계 공급선로는 추가 기술검토와 기업·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결정한다. 1단계 전력공급설비 비용은 공공과 민간이 사용 비중에 따라 나눠 부담한다. 민간 분담금 일부에는 지난 11일 시행된 반도체특별법을 근거로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국가재정 지원도 추진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송·변전설비 구축에 필요한 인허가 기간 단축에 협조하기로 했다. 용인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에서는 2041년까지 14GW 이상의 전력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 일정에 맞춰 기존 송전망 증설과 신규 송전선로, LNG 발전소 등을 단계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용인 국가산단은 6개 팹에 2041년까지 순차적으로 전력을 공급한다. 2032년까지 산단 인근 단거리 송전선로와 산단 내 1GW급 LNG 발전소 3기를 구축해 초기 수요에 대응한다. LNG 발전소는 노후 석탄발전 대체 물량을 활용한다. 이후 2035년까지 기존 송전선로 용량을 늘리고 최종적으로 동해안과 중부권 발전력을 끌어오는 공급선로를 구축할 방침이다. 용인 일반산단은 지난 7월 준공된 신안성변전소와 동용인변전소를 연결하는 송전선로를 통해 초기 전력을 공급한다. 이어 2031~2032년 산단 인근 송전선로와 동해안 공급선로를 조기 구축해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대응한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은 신속한 전력공급"이라며 “신규 산단 건설에 맞춰 전력이 적기에 공급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은 “특별시는 전력망 구축 행정절차를 최대한 앞당기고, 기반시설도 기업 투자 일정에 맞춰 차질없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파주시, 공공 태양광 전력 직접 공급…RE100 시세보다 13% 낮췄다

파주시가 공공 태양광 발전사업을 개발해 기업에게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용 전기를 시세보다 약 13% 저렴하게 공급한다. 공공이 부지를 개발해 여러 기업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직접 공급하는 사업으로, 향후 재생에너지 확대에 있어 모범 사례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12일 파주시는 경기 파주 문산정수장에서 '파주 공공 재생에너지 1호 발전소' 준공식을 개최했다. 해당 발전소의 설비용량은 1.1메가와트(㎿)이며, 사업비 16억6100만원이 투입됐다. 지난해 12월 착공해 이달 완공됐으며, 태양광 모듈은 국산인 HD현대에너지솔루션 제품을 사용했다. 문산정수장은 하루 최대 9만6000톤의 수돗물을 파주시에 공급하는 대표적인 공공 상수도 시설이다. 이번 사업은 기존 공공기관 태양광 사업이 생산 전력을 한국전력공사에 판매하던 방식과 달리, 지방정부가 생산한 전력을 지역 기업에 직접 공급해 RE100 이행 실적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파주시가 사업을 총괄하고 파주도시공사가 발전 사업자로 나섰으며, 관내 중소기업 7개사(△한울생약 △신도산업 주식회사 △선일금고제작 △씨.앤.씨 △삼성특수브레이크 △주식회사 현진 △스페이스톡)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어 킬로와트시(㎾h)당 130원에 전력을 공급한다. 이는 국내 직접PPA 거래 가격 중 전국 최저 수준으로, 30년간 고정 가격으로 공급되어 참여 기업들의 가격 변동 리스크를 크게 줄였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르면 현재 태양광은 ㎾h당 약 1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와 비교하면 파주시의 공급가(130원)는 약 20원(13%) 더 저렴한 수준이다. 파주시는 국·공유지를 활용해 부지 확보 비용과 행정 절차 등 구조적 비용을 축소했기에 이러한 요금 책정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공공에서 충분히 저렴하게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사례를 만들었다"며 “이윤 창출보다는 관내 중소기업과의 상생과 기업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모델로 삼겠다"고 밝혔다. 파주시는 이번 1호 발전소를 시작으로 도로 비탈면, 자전거 도로 등 활용도가 낮은 공공 부지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2·3·4호 발전소를 순차적으로 확대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2호기는 시내 자전거 도로 인근에 1㎿ 규모로 착공에 들어갔다. 손배찬 파주시장은 “오늘을 기점으로 파주시가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RE100 정책을 본격 추진하게 됐다"며 “공공 부지를 활용해 생산한 전력을 관내 기업에 직접 공급하는 '에너지 지산지소'를 실현하고, 2·3·4호 발전소도 차근차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공이 재생에너지를 생산·제공해 기업 성장을 돕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기업하기 좋은 친환경 파주를 만드는 데 함께 힘쓰겠다"고 전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EE칼럼] 에너지전환시대에 천연가스개발이 중요한 이유

기록적인 여름 폭염과 같은 이상기온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모든 것이 기후변화 탓이라고 이야기한다. 기후변화의 주원인은 이산화탄소 방출이다. 이산화탄소의 대부분은 인류의 주요 에너지원인 화석연료로부터 시작된다. 현재 화석연료가 일차에너지의 80%를 담당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 에너지전환이다.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의 생산과 활용을 늘려야 한다.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 지구적인 노력은 아직 큰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인구가 많고 산업 규모가 큰 미국, 중국, 인도 등 전 세계 탄소 방출이 많은 국가의 획기적 변화 없이는 지구의 탄소중립은 요원한 것이 사실이며 현실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탄소증립이 훨씬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 탄소배출의 2% 미만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은 어떻게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는 것이 현명한 대안이 될까? 4차산업 시대로 들어서면서 생산 자동화와 인공지능을 위한 데이터센터 등 에너지의 수요가 급증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전력의 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하여 바야흐로 전기의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많은 국가는 신재생과 원자력을 활용하여 전력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력의 60%를 석탄과 천연가스가 차지하고 있다. 즉, 완벽한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기존의 전력 생산을 신재생, 원자력, 수소 등과 같은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바꿔야 하고 동시에 늘어날 전력수요도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에너지전환의 길이 멀고 험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2050년까지 남은 25년간 탄소중립 목표와 에너지전환을 계획대로 추진하고 달성할 수 있을까? 화석연료가 전체 에너지원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또한 전력 생산의 35%를 석탄이, 27%를 LNG가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에너지원 공급 현실과 에너지 인프라 전환 및 건설 기간 등을 고려하면 에너지전환 목표 달성은 불가능해 보인다. 미래 에너지원인 수소에너지도 현재는 90% 이상을 대부분을 석탄과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에 기반하여 생산하고 있다. 문제는 계획 자체보다는 실효성 있는 탄소중립 정책의 실행에 필요한데 그 실천은 큰 희생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감내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망 확보가 더 아프게 다가오는 우리에게 미래의 에너지전환은 그냥 나중 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다가오는 “전기의 시대"에 늘어나는 전력을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원자력과 천연가스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현실적인 탄소중립 정책을 위해서는 탄소배출이 많은 석탄을 대신해 탄소배출이 60% 수준인 천연가스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력과 달리 천연가스는 일차에너지원으로서 냉난방에도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천연가스는 수소의 생산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다만 수소 생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지층에 주입하여 저장 격리하는 이산화탄소 지중저장(CCS) 분야가 연계되는 것이 중요하다. 전 세계 탄소중립의 늦은 속도와 큰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지금의 에너지전환 시대에는 천연가스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 탄소중립 정책이 본래 시간표대로 수행되더라도 에너지전환의 가교 에너지원으로서 천연가스의 역할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며 수소에너지 시대에 접어들어서도 CCS 기술과 연계되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만약 탄소중립이 우리의 청사진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늦어진다면 천연가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생산이 완료된 가스전은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천연 가스전은 자체로 탄소중립이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불확실한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시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천연가스와 이를 활용한 수소 생산과 CCS 분야를 연계한 적극적인 정책이 추진되면 에너지 신산업화 뿐만 아니라 국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국내 가스전 개발과 그 활용인 CCS가 중요한 이유이다. bienns@ekn.kr

마르는 지구, 빈곤해지는 식탁…2050년 ‘식량 재난’ 온다

전 세계가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반도 남부 지방은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며 농작물 피해가 속출하고 있고, 유럽과 미국의 주요 강들 역시 역대 최저 수위를 경신하며 물류와 전력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의 빈도와 강도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식량 위기'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 국내외 가뭄 상황 '심각'… 강물 마르고 댐 바닥 드러내 국내 상황은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재난 수준에 도달했다. 경남 18개 시군의 농업용수 평균 저수율은 35%로 평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9.4%에 불과하다. 특히 경남 밀양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농업용수 가뭄 '심각' 단계에 진입했고, 백안저수지의 경우 저수율이 1.2%까지 추락했다. 호남평야의 젖줄인 섬진강댐 저수율은 19.5%까지 떨어지며 가뭄 '경계' 단계에 접어들었다. 급기야 지난 11일에는 경남 지역에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됐다. 소방청은 전국 소방력을 투입해 경남지역에 농업·생활용수 공급을 지원하기로 했다. 가뭄으로 국가소방동원령이 선포된 것은 지난해 8월 강릉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해외 상황은 더욱 처참하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유럽의 다뉴브강은 독일에서 흑해까지 10개국을 관통하는 구간 대부분에서 역대 최저 수위를 기록하고 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수자원 당국은 다뉴브강 수위가 종전 최저치보다 10㎝ 더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원전 냉각수 확보에 비상이 걸려 루마니아는 다뉴브강 암반을 폭파해 물길을 바꾸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시행했다. 미국에서도 최대 저수지인 미드호의 수위가 1040.5피트로 1937년 댐 조성 이래 약 9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 기후변화가 부른 '복합 재난'… 2050년 식량 안보 위협 문제는 이러한 가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쪽에서는 폭우가 내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폭염과 가뭄이 나타나는 극단적인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기후변화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학계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잦은 가뭄이 향후 글로벌 식량 공급망을 파괴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미국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 지구환경과학부 연구진은 지난해 12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서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가 98억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가뭄이 식량 안보의 주요 동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2050년까지 전 세계 62개국이 10% 이상의 농작물 손실을 경험하고, 24개국에서는 그 손실이 20%를 넘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대두(콩)는 특정 국가에서 최대 92.7%까지 생산량이 감소할 수 있는 가장 취약한 작물로 꼽혔다. 이탈리아 토리노 공과대학과 미국 델라웨어대학 연구팀은 지난 5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연구를 통해 역사적 극한 기후 상황에서 전 세계 천수답(비에 의존하는 논) 생산 손실이 10.1%에 달하고, 이는 21억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칼로리를 상실하는 것이라고 추산했다. 또 인도 간디나가르 기술연구소(IITGN) 연구팀은 최근 '커뮤니케이션즈 지구 및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한 논문에서 중등도 가뭄 발생 시 주요 농업 지역의 작황 실패 확률이 25% 이상에 이르고, 옥수수와 대두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 40~50%까지 치솟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가뭄은 식량의 '양'뿐만 아니라 '질'까지 떨어뜨린다. 캐나다 캘거리 대학 생물과학부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셀(Cell)'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가뭄 스트레스를 받는 식물은 철분 흡수 능력을 스스로 차단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가뭄이 농작물의 수확량 감소뿐 아니라 철분 함량 등 영양학적 질을 떨어뜨려 인간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 “비만 기다리는 시대 끝났다"… 선제적 대책 절실 전문가들은 단순한 기술적 해결을 넘어 통합적인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환경공학부 감종훈 교수는 지난 2월 한 인터뷰에서 “재난 대응은 수자원 확보라는 기술적 해결을 넘어 대중의 인식과 소통을 고려해야 한다"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회적 반응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여름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던 강원도 강릉을 비롯해 국내 지자체들은 대체 수원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강릉시는 연곡 지하수 저류 댐 설치 등 대체 수원 마련을 통해 실효적인 가뭄 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통영 욕지도에서도 내년 완공을 목표로 62억 원을 투입해 지하수 저류 댐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관개 시설 확대와 기후 내성 작물로의 전환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속 가능한 관개 확대와 작물 전환을 결합할 경우 가뭄으로 인한 손실의 62%를 방지하면서도 생산량을 14%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도 정부의 경우 가뭄 취약 지역 농민들에게 콩류, 수수 등 물을 적게 필요로 하는 내한 작물로 재배 작물을 변경할 것을 공식 주문하고 나서고 있다. 가뭄은 이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류가 직면한 이 거대한 마름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학계, 그리고 시민 모두의 선제적이고 통합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불 끄기 넘어 일상 전체로”…에너지 실천, 청소년들 앞장선다

기후위기 속 청소년들이 에너지를 책임 있게 쓰고 행동하는 데 직접 앞장서겠다고 나섰다. 단순히 불을 끄는 절약을 넘어 물과 음식, 교통, 인터넷 등 일상 전체가 에너지와 직결되어 있음을 깨닫고 주체적인 변화를 이끌기 시작한 것이다. 김정호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과 사단법인 에코나우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 주최한 '2026 대한민국 청소년 에너지행동 포럼'이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공모전을 통해 수집한 미래세대의 에너지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청소년과 전문가, 정책 관계자가 함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에너지행동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포럼에서는 지난 6월 5일 환경의 날부터 진행된 공모전에서 전국 초·중·고교생 4954명의 참가자들의 응답을 분석한 '미래세대 에너지행동 인식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발표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에너지 문제에서 가장 크게 공감한 대목은 보이지 않는 '디지털 에너지'였다. 전체 응답자의 64.3%가 '당연하게 누려온 스마트폰, 인터넷 등 디지털 환경 역시 에너지를 통해 유지되고 있었다'는 사실에 가장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적은 비용에 익숙해져 책임 없이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었다'와 '물과 음식, 교통 등 모든 일상에 막대한 에너지가 쓰인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이는 청소년들이 단순히 에너지를 얼마나 사용하느냐의 문제를 넘어 에너지의 가치와 환경적 영향까지 함께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소년들이 직접 선택하고 약속한 '실천 에너지 행동 TOP 5'로는 △전기 절약(안 쓰는 플러그 뽑기, 불 끄기, 적정 냉방 온도 준수) △친환경 소비(배달 음식 줄이기, 일회용품 자제, 친환경 제품 구매) △물 절약(양치 컵 사용, 샤워 시간 단축) △친환경 이동(대중교통 및 자전거 이용) △자원 순환(올바른 분리배출, 다회용품 사용) 등이 꼽혔다. 행사 관계자는 “기후 변화에 대한 불안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낄 때 찾아오지만, 이번 공모전을 통해 청소년들은 무력감을 행동으로 바꿨다"며 “작지만 실천하는 경험이 대한민국을 지속 가능한 내일로 바꾸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청소년과 교사 대표단은 기성세대와 국회를 향해 '2026 대한민국 청소년 에너지행동 선언문'을 공식 발표했다. 청소년들은 선언문을 통해 △에너지가 일상과 연결되어 있음을 기억할 것 △에너지의 소중함과 환경적 영향을 생각하며 책임 있게 사용할 것 △청소년 4954명의 다짐을 계기로 대한민국 모두가 에너지행동에 동참하도록 앞장설 것 △용기를 내어 에너지에 대한 목소리를 사회에 전달할 것 등을 다짐했다. 하지원 에코나우 대표는 최근 청소년들이 이끌어낸 기후 헌법소원 판결을 언급하며 “청소년의 목소리가 사회와 제도를 바꾸는 큰 파도를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포럼은 청소년들의 다짐으로 대한민국 전체의 생활 방식을 바꿔나가는 중요한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울진·경주 원전 13기·12.8GW 발전 인프라 강점 수도권은 '추론', 발전지역은 '학습'…AI 연산의 공간분업 구상 100~300MW 실증 거쳐 1GW급 AI 학습캠퍼스로 단계적 확대 포항·구미 제조업, 대구·경산 R&D 연계하면 광역 AI 산업벨트 가능 관건은 전력망·통신·냉각·부지와 장기 연산수요 확보 안동=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인공지능(AI) 경쟁의 무게중심이 '기술'에서 '인프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더 크고 정교한 AI 모델을 개발하려면 막대한 연산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센터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은 이제 국가 AI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최대 원전 집적지역 가운데 하나인 경북 동해안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그동안 울진과 경주의 원전은 수도권과 산업도시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기지라는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발상을 바꿀 수 있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막대한 전력을 먼 곳으로 보내는 대신,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AI 학습시설을 발전지역 가까이 배치하는 방식이다. 경북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이 12일 'CEO Briefing' 제767호를 통해 제안한 '경북 원전벨트의 국가 AI 학습거점 전환'이 주목받는 이유다. 핵심은 단순히 데이터센터 한두 곳을 경북에 유치하자는 데 있지 않다. 울진·경주의 원전과 포항·구미의 제조업, 대구·경산의 연구개발(R&D) 및 인력 기반을 연결해 경북을 국가 AI 인프라의 한 축으로 재편하자는 구상이다. ▲AI 데이터센터 경쟁, 결국 '전력 확보전' 정부는 AI 데이터센터(AIDC)를 국가 성장의 핵심 기반시설로 보고 대규모 민관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계획상 AIDC 규모는 1단계 8.4GW에서 장기적으로 18.4GW까지 확대된다. 문제는 전력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지속적으로 소비한다. AI 모델이 대형화되고 고성능 가속기 사용이 늘어날수록 필요한 전력도 급격히 증가한다. 특히 데이터센터가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되면 '어디서 전력을 생산할 것인가'뿐 아니라 '그 전력을 어떻게 데이터센터까지 보낼 것인가'라는 문제가 동시에 발생한다. 발전설비만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 데이터센터까지 전기를 전달하려면 송·배전망과 변전시설을 함께 확충해야 한다. 송전망은 단기간에 건설할 수 있는 시설도 아니다. 대규모 투자와 긴 사업기간이 필요하고 노선과 입지를 둘러싼 지역사회 갈등 가능성도 존재한다. 결국 AI 시대의 전력정책은 하나의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데이터센터가 있는 곳으로 계속 전력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전력이 풍부한 곳으로 이동 가능한 연산기능을 옮길 것인가.' ▲울진·경주 원전 13기·12.8GW…경북이 가진 결정적 자산 경북이 AI 학습거점 후보지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인 발전 인프라다. 울진 한울·신한울과 경주 월성·신월성에는 모두 13기의 원전이 운영되고 있으며 설비용량은 12.8GW에 달한다. 산업화 시대에 이러한 발전능력은 국가 산업단지와 대도시에 전력을 공급하는 에너지 자산이었다. 그러나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는 AI 시대에는 첨단산업을 유치하는 입지 경쟁력으로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 연산이라고 해서 모두 소비자 가까이에서 이뤄질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AI 연산은 크게 '학습(training)'과 '추론(inference)'으로 나눌 수 있다. 이용자의 질문에 AI가 즉시 답하거나 실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론은 통신 지연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수도권이나 대도시 등 수요처와 가까운 곳이 유리하다. 반면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AI 모델을 처음 훈련하거나 다시 학습시키는 작업은 상대적으로 입지 선택의 폭이 넓다. 초대형 AI 모델 학습에서는 소비자와의 물리적 거리보다 대규모 전력 확보와 연산설비의 안정적 운영이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경북연구원이 제시한 국가 차원의 'AI 연산 공간분업' 구상이 여기서 출발한다. 서울·수도권과 대구·부산 등 대규모 수요지역에는 추론과 서비스 기능을 배치하고,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대규모 학습·재학습 기능은 발전지역인 경북 동해안에 두자는 것이다. 쉽게 말해 '수요지에서는 AI를 쓰고, 발전지에서는 AI를 키우는' 구조다.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낼까, AI를 발전소 옆으로 가져올까 이 구상이 현실화되면 국가 전력정책에도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다. 현재 전력 시스템은 발전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과 대규모 산업지역으로 장거리 송전하는 구조가 기본이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가 대규모로 늘어나면 전력 소비 역시 급증한다. 발전설비 확충과 함께 송전망을 추가로 건설해야 하는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모든 전력수요를 기존 소비지역에서 충당하는 대신 '장소 이동이 가능한 전력수요'를 발전지역으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대표적인 대상이 AI 학습이다. 대규모 AI 학습시설을 원전 인근에 배치하면 발전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가까운 곳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자원으로 활용하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이는 지역경제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경북 동해안이 단순히 전기를 생산해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전력 생산지역'에서 벗어나, 생산한 전력을 활용해 AI라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AI 생산지역'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전력의 생산지가 곧 첨단산업의 입지가 되는 셈이다. ▲중국은 이미 연산기능을 동·서로 나눴다 해외에서는 전력과 데이터센터 입지를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접근하는 움직임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의 '동수서산(東數西算)'이다. 데이터와 디지털 서비스 수요가 집중된 동부지역에서 발생하는 연산 가운데 실시간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작업을 전력과 토지 여건이 좋은 서부지역으로 보내 처리하는 국가 프로젝트다. 데이터가 풍부한 동부와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서부를 연결해 국가 차원의 연산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여기서 더 나아가 전원과 전력망, 연산부하, 저장장치를 함께 설계하는 이른바 '원망하저(源網荷儲)' 방식도 추진하고 있다. 발전과 송전, 소비, 저장을 각각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해 운영하는 개념이다. 미국에서도 원전과 AI 데이터센터를 연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안정적인 대규모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 전력구매계약을 활용하거나 AI 연산시설과 발전원을 직접 연계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세계 AI 인프라 경쟁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확보를 넘어 '어디서, 어떤 전력으로 AI를 학습시킬 것인가'​를 결정하는 단계로 확대되고 있다. ▲울진·경주에서 포항·구미까지…'경북 AI 산업벨트' 가능성 경북의 강점은 원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울진과 경주의 발전기반을 남쪽과 서쪽으로 연결하면 포항의 철강·소재·이차전지 산업, 구미의 반도체·전력기기 산업과 맞닿는다. 여기에 대구·경산이 보유한 대학과 연구기관, 전문인력까지 연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AI 학습캠퍼스는 단순히 데이터센터 한 곳을 유치하는 사업과는 다른 파급효과를 낼 수 있다. 초대형 데이터센터에는 안정적인 전력공급 설비와 변압기·전력기기, 냉각시스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이 필요하다. AI 연산에는 고성능 반도체와 서버, 네트워크 장비가 필수다. 여기에 데이터센터에서 확보한 AI 연산능력을 철강·소재·이차전지·전자산업에 접목하면 산업용 AI 실증으로 영역을 확대할 수도 있다. 이를 공간적으로 연결하면 역할 분담도 가능하다. 울진·경주가 '전력과 연산', 포항·구미가 '산업과 제조', 대구·경산이 '연구개발과 인력'​을 담당하는 광역 AI 산업생태계다. 이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경북 동해안 원전벨트는 기존 에너지산업에 AI와 반도체, 전력기기, 첨단 제조업을 결합한 새로운 산업축으로 변화할 수 있다. ▲처음부터 1GW는 아니다…100~300MW부터 사업성 검증 다만 대규모 발전설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사업에서는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 규모와 변전소 여건, 초고속 통신망, 부지, 냉각용수, 재해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간기업의 장기적인 연산수요다. 수조원대 투자가 필요한 대규모 AI 인프라는 시설을 건설하는 것보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사용할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사업성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경북연구원이 처음부터 1GW급 시설을 건설하기보다 단계적 접근을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 전력과 통신, 부지 등 조건을 갖춘 후보지역을 선정한 뒤 100~300MW 규모의 독립형 AI 학습모듈을 구축해 전력품질과 연산성능, 냉각효율, 경제성을 검증한다. 사업성이 확인되면 500MW급으로 확대하고 최종적으로 1GW급 AI 학습캠퍼스로 성장시키는 방식이다. 캠퍼스에는 원전과 공용 전력계통뿐 아니라 지정 변전소, 다층형 ESS, AI 학습모듈, 냉각·용수시설 등을 구축하고 이를 하나의 통합운영플랫폼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전력 공급량과 AI 가속기 이용률, 학습작업, 냉각부하를 동시에 관리해 기존 데이터센터와 차별화된 대규모 AI 학습기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원전지역'에서 'AI 생산지역'으로…남은 과제는 구상의 규모가 큰 만큼 경북만의 사업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AI 데이터센터에는 막대한 투자비가 필요하고 발전·송전·변전·통신 등 국가 기반시설과도 직접 연결된다. 따라서 정부와 전력기관, 경상북도, 민간 데이터센터 사업자, AI 기업이 참여하는 공동 추진체계를 구축하고 후보지역별 전력 공급능력과 부지, 통신, 냉각 여건, 장기 연산수요를 동시에 검증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핵심은 '누가 사용할 것인가'다. AI 기업과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사업자 등이 장기간 사용할 연산수요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전력이 풍부해도 대규모 투자를 끌어내기 어렵다. 반대로 안정적인 전력과 대규모 부지, 고성능 통신망에 장기 연산수요까지 확보한다면 경북은 국내 AI 인프라의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경북 입장에서도 목표를 AI 데이터센터 한두 곳을 유치하는 수준에 둘 필요는 없다. 원전과 전력망, ESS,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고 이를 기반으로 전력기기와 냉각산업, AI 반도체, 산업용 AI까지 실증하고 사업화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더 큰 그림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공장과 항만, 도로가 도시와 지역의 경쟁력을 결정했다. AI 시대에는 전력과 데이터센터, 반도체, 통신망이 새로운 산업지도를 그릴 가능성이 크다. 경북에는 이미 그 출발점이 될 12.8GW 규모의 원전 발전기반이 존재한다. 이제 관건은 이 전력을 단순히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데 머물 것인지, 경북 안에서 새로운 산업과 부가가치로 전환할 것인지다. 울진과 경주의 원전벨트에서 AI를 학습시키고, 포항·구미의 제조업에 AI를 접목하며, 대구·경산의 연구개발 역량과 인재를 연결하는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경북의 산업지도 역시 달라질 수 있다. 경북 원전벨트가 국가 AI 인프라 경쟁의 새로운 무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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