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10대 건설사 중 1조원 이상 정비사업을 수주한 곳은 총 7개사다. 이 중 2조원이 넘는 곳도 3개사나 된다. 현재 업계 1위는 현대건설로 정비사업 수주금액이 무려 4조4491억원에 달한다. 이어 롯데건설(2조6326억원)과 포스코건설(2조4082억원)이 뒤를 잇고 있다. GS건설(1조8969억원), 현대엔지니어링(1조2782억원), 대림산업(1조1356억원), 삼성물산(1조487억원) 등도 1조원을 넘겼다.
삼호와 고려개발 합병으로 탄생한 대림건설은 7월 1일 출범 직후 현재까지 1조746억원의 정비사업 수주고를 올렸고 중견건설사인 중흥건설도 총 1조 1553억원을 수주하며 대형 건설사와 실적을 나란히 했다.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 후 각종 규제 또는 조합 내홍 등으로 목표했던 착공일을 넘기는 일이 부지기수다. 사진은 삼성물산이 내년 5월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반포3주구 일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
문제는 어렵게 수주에 성공했다고 해도 정부 규제, 조합원 내홍, 인허가 일정 차질 등으로 실제 착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7년 현대건설이 수주한 서울 서초구 반포124주구 재건축 조합은 2018년부터 이주가 계획됐지만 아직까지 사업에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조합과 건설사 간 분양가 조율이 난항을 겪는데다 분양절차로 인한 소송전이 진행되면서 착공일이 기약없이 연기되고 있다.
삼성물산도 올해 5월 말 반포3주구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면서 내년 5월 착공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조합과 이주비와 공사비 상승에 대한 갈등을 불거지면서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삼성물산의 또 다른 사업장인 래미안 원베일리의 경우도 건축심의 지연으로 인해 착공이 미뤄지면서 금융비용만 500억원이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본격화되면서 정비사업에 대한 부담감이 커져 착공 지연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남 재건축 대어인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1단지 3주구에는 가구당 재건축부담금 4억200만원이 통보됐다. 정부는 용산구 한남연립 등 이미 재건축이 끝난 단지를 비롯해 전국 62개 조합에 총 2533억원의 예정 부담금을 통지한 상태다. 강남 5개 단지는 평균 4억4000만~5억2000만원의 부담금을 떠안을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의 과도한 부동산 규제도 걸림돌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전국의 착공실적은 35만1737가구다. 이는 지난해(29만1809가구) 같은 기간보다 20.5% 늘었지만 최근 5년 평균(37만8924건)과 비교하면 7.2% 줄어든 결과다. 착공으로 이어지는 인허가 실적은 더욱 줄어들었다. 올해 9월 기준 인허가가 진행된 가구수는 29만2980가구로 지난해(31만4214가구) 보다 6.8% 줄었다. 이는 5년 평균(44만1046가구) 인허가 물량보다도 33.6% 감소한 수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공사비 상승이나 조합과의 갈등으로 소송전이 진행되면서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라며 "각종 잡음으로 착공이 늦어지게 되면 건설사 교체 문제도 떠오르게 되고, 이렇게 되면 건설사가 그동안 조합에 대여하거나 지급했던 상당한 비용들을 회수하는 시기가 늦어지면서 손해가 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사업을 어렵게하는 요소인데다 정부가 정비사업 인허가 기준을 까다롭게 만들어 착공 지연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