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추경 7번 편성’ 안도걸 의원, “초과 세수 20조원…경제성장률 하락 방어”

[인터뷰] ‘추경 7번 편성’ 안도걸 의원, “초과 세수 20조원…경제성장률 하락 방어”

두바이유가 기준 배럴당 100달러를 뚫은 지난 10일, 여의도에서 가장 바쁜 의원 중 한 명이 움직였다. 기재부 차관 출신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동남갑)이다. 코로나 1기 때 예산실장·차관으로 7번의 추경을 직접 설계한 그는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터지자마자 당내 중동사태 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는 “추경 예산 편성만 7번 해봤다. 역사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저보다 추경을 많이 편성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대통령 발언과 법안 발의 사이, 그 간격이 유독 짧은 의원으로 유명하다...

[데스크 칼럼] 석유 최고가격제는 독배(毒杯)다

정부가 중동 전쟁으로 급등한 기름값을 잡기 위해 지난 13일 도입한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 열흘을 맞았다. 효과는 확실해 보인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시행 전날일 12일 리터당 1899원에서 22일 현재에는 1820원으로 내렸고, 같은 기간 경유 판매가격은 1919원에서 1817원으로 휘발유보다 더 내렸다. 유권자들은 “역시 일 잘하는 이재명 정부"라며 내려간 기름값에 환호한다. 환호는 지지율로 이어진다.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3월 3주차 주간 집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62.2%로 3주 연속 상승했다. 그러나 시장 가격을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최고가격제는 심각한 시장 부작용을 불러 올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소비 절약 유인을 소멸시킨다는 점이다. 가격은 시장에서 수급을 조절하는 가장 강력한 신호등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가격 상승을 통해 자연스럽게 소비 감소를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가격을 누르면 소비자는 위기 상황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이전과 다름없는 소비 행태를 유지한다. 이는 실제 데이터로 확인된다. 한국도로공사 자료에 따르면 토요일 기준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부터 신갈JC까지 통행량을 보면 전쟁 전인 2월 21일 9만1242대에서 3월 7일 9만2066대, 14일 9만5669대, 21일 9만8679대로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통행량이 더 늘었다. 정유사의 손실 보전금액도 눈 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석유사업법의 최고가격제 조항에는 “정부가 사업자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최고액정산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크게 오른 국제가격 대비 국내 시장에는 제한된 가격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그만큼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싱가포르 거래기준 휘발유(옥탄가 92RON) 가격은 배럴당 12일 130달러에서 20일 151달러로, 같은 기간 경유(황함량 0.001%) 가격은 195달러에서 223달러로 크게 올랐다. 여기에 함께 고려해야 하는 원달러 환율도 같은 기간 1467원에서 1499원으로 올랐다. 손실액을 리터당 100원으로 가정하고, 소비량을 지난해 3월 기준으로 계산하면 대략적인 정유사의 한달간 손실액은 휘발유 1328억원(소비량 13억2752만리터), 경유는 2086억원(20억8579만리터)으로, 총 3414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대략적인 추정치이지만, 그만큼 정부의 손실 보전액이 상당할 것임을 가늠할 수 있다. 가짜석유 유통도 우려된다. 기본적으로 가짜석유 원료인 용제나 등유는 원가가 휘발유와 경유보다 비싸다. 그럼에도 가짜석유에 동원되는 이유는 유류세만큼 이득을 편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류세는 리터당 보통휘발유 694원, 경유 476원이다. 유류세 인하 정책은 그만큼 편취 이득이 줄어들지만, 최고가격제는 유류세가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가짜석유 업자한테는 더 좋은 기회가 된다. 6월 지방선거가 세 달도 남지 않은 지금,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들한테 인기 있는 정책을 쓰고 싶어할 것이다. 하지만 석유 최고가격제는 석유 수급 위기, 정부 재정부담, 가짜석유 유통을 부추길 수 있는 독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중동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를 정도로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는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전체적으로 이익이 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1970년 석유사업법 제정때 만들어졌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는 점도 곱씹어 봐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 조사는 이달 16일부터 20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응답률 5.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p다. 정당 지지도 조사는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했다. 응답률 5.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두 조사 모두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기자의 눈] 금융당국, 목적 없는 지배구조 개선...아집버려라

금융당국이 작년 말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가 시간이 갈수록 명분도, 목적도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이달 12일 최고경영자(CEO) 경영승계절차의 공정성·투명성 제고, 이사회 독립성 및 다양성 강화 등을 뼈대로 한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하겠다고 공지했다가, 4시간여만에 돌연 취소한 것을 두고 숱한 뒷말이 나온다. 당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바젤은행감독위원회 최고위급 회의와 유럽 금융감독당국 최고위급 면담을 위해 스위스, 독일 출장 중이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그간 금융지주 지배구조에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이 원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금융위가 이를 기습 발표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번 건은 금융위와 금감원 간에 불화설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됐다. 또한 금융위가 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배구조 개선에 얼마나 마음이 급한지를 보여주는 방증으로 평가된다. 이미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를 향해 칼을 빼들기 전부터 지배구조 개선의 명분과 타당성이 없다는 이야기가 숱하게 나왔다. 금감원은 올해 1월 8대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관련 특별점검을 실시했는데, 해당 검사에서 어떠한 문제점을 발견했는지는 베일에 싸여있다. 이찬진 원장이 지난달 시중은행장과 만난 자리에서 “은행권이 먼저 지배구조 혁신에 과감히 나서달라"고 당부한 것도 실체가 모호하다. 은행권이 어떤 이유로, 어떤 방법으로 지배구조를 혁신해야 하는지 세부적인 메시지는 쏙 빠져있다. 이 원장의 발언은 지금까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금융당국의 의중을 금융사가 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센스있게 이행하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대상이 불분명한 금융당국의 칼날은, 금융시장 혼란으로 귀결된다. KB금융지주,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만 해도, 금융시장 환경 변화와 시대에 맞춰 지배구조도 끊임없이 발전돼야 한다는 기본원칙은 공감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금 금융지주사에 보여줘야 할 건 으름장이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타당성이다. '지배구조 개선'의 목적이, 정부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꽂는 식의 불순한 의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EE칼럼] 다시 생각해 보는 자연독점사업자의 의무

자연독점산업을 경쟁에 맡기게 되면 여러 사업자가 나누어서 생산하게 되어 평균생산비가 올라가고 이에 따라 가격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는 자연독점 사업의 경우 독점사업자를 지정하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독점사업자로 지정되고 나면 독점의 횡포를 부릴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즉, 가격을 높게 받고 품질에는 신경을 쓰지 않으며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수준도 떨어질 수 있다. 게다가 공급하기 어려운 곳에 있는 소비자에게는 여러 핑계를 대며 공급을 거절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정부는 자연독점사업의 경우 가격 규제와 보편적 공급의무를 부과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자연독점 규제는 진입 규제, 가격 규제, 보편적 공급의무의 세 가지 규제가 하나의 묶음으로 규정되게 마련이다. 에너지 분야에 있어서 이와 같은 자연독점 규제가 가장 강하게 나타나 있는 법은 전기사업법, 도시가스사업법 그리고 집단에너지사업법이다. 일반적으로 독점사업자 외에는 진입을 금지하는 진입 규제 규정은 사업에 대한 허가제(전기사업법 제7조, 도시가스사업법 제3조, 집단에너지사업법 제9조)를 통하여 나타나 있다. 가격 규제는 전기사업법에서는 전기의 공급약관(제16조)으로, 도시가스사업법과 집단에너지사업법에서는 공급규정(각각 제20조 및 제17조)으로 규정된다. 보편적 공급은 공급의무라는 표현(전기사업법 제14조, 도시가스사업법 제19조, 집단에너지사업법 제16조)으로 규정되어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막강한 자연독점 사업자는 바로 한전이다. 발전자회사 6개를 통하여 발전설비 60% 가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송배전과 판매에 있어서는 사실상의 순수 독점사업자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엄청난 진입 규제로 보호받고 있는 한전에 대하여 정부는 제대로 가격 규제와 공급의무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지는 자성해 봐야 한다. 가격 규제 측면에서는 지금까지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규제를 했다고 판단된다. 이 때문에 한전은 제대로 그 원가를 보상받지 못했다. 그 결과가 200조 원이 넘는 한전 부채다. 그러나 2022년의 러-우 전쟁 발발 이후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을 뒤늦게 반영하기 위해 정부가 2024년 하반기에 올린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 특히 2천7백만이 넘는 주택용 수용가 대신 전체 수용가의 1.7% 수준의 산업용 수용가를 대상으로 급하게 올린 산업용 요금은 지나치게 정치적인 결정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공급의무 측면에서도 정부의 규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 가장 심각한 결과는 만성적인 송전망 공사의 지연이다. 물론 지역주민과 지자체의 반대가 심각했다는 이유를 들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정부는 독점사업자가 제대로 의무를 이행하도록 규제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진입 규제는 한전이란 독점사업자가 누릴 수 있는 특혜이다. 그렇지만 이런 특혜는 그냥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엄격한 가격 규제와 공급의무가 특혜를 누리는 사업자가 감당해야 할 몫인 것이다. 전력이 모자랐던 2010-2013년 기간 동안 정부와 한전은 민간사업자들에게 석탄발전소를 빨리 지어달라고 5, 6차 전기본을 통해 부탁하다시피 하였다. 그리고 2019년까지는 동해안에서 백두대간을 넘어오는 송전망을 준공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이 송전망 공사는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가동률 저하로 엄청난 손해를 보고 있는 민간사업자들을 위해 전기사업법을 개정하여 송전제약 지역에 대해 PPA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지만 아직 정부는 관련 고시조차 제정하지 않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가 심사 중인 'AI 데이터센터 특별법'에 있어서도 가장 핵심 쟁점은 전력 직접거래와 PPA 허용 여부인데 담당부처는 한전의 독점사업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에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전이 자신에게 주어진 공급의무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할 때는 진입 규제를 완화하고 경쟁을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ekn@ekn.kr

[인터뷰] “공주,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김정섭 “지금이 방향 바꿀 전환점”

공주=에너지경제신문 김은지 기자 공주 인구가 9만 명대로 내려앉았다. 더불어민주당 김정섭 공주시장 예비후보는 이를 두고 “지금 공주는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가 더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민선7기 경험을 바탕으로 재도전에 나선 그는 세종 행정수도 완성 국면을 '공주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규정하며 출마 의지를 밝혔다. 김정섭 예비후보는 2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민선7기 4년 동안 추진했던 일들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며 “그 아쉬움이 책무감으로 이어져 시장직 이후 지난 4년간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현장을 누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공주 상황을 '비상한 시기'로 규정했다. “공주 인구가 9만 명대로 떨어졌고, 행정수도 완성, 광역행정 통합, 공주대 통합 문제까지 겹쳐 있다"며 “이 시기에 어떤 리더십이 도시를 이끌 것인지가 향후 4년을 좌우한다"고 김 예비후보는 강조했다. 김 예비후보는 공주의 가장 큰 문제로 '도시 활력 저하'를 지목했다. “공직사회와 시민사회, 지역경제 전반이 침체돼 있다"며 이를 '서서히 끓는 물 속의 개구리'에 비유했다. 이는 위기가 점진적으로 진행될 경우 시민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서서히 나빠지면 위기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며 “인구 감소와 상권 침체, 소득 감소도 같은 흐름에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특히 세종과 인접 도시와의 격차를 짚었다. “세종과 천안·아산이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공주는 상대적으로 위축된 분위기와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며 “이 흐름을 반전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그는 말했다. 이어 “이럴 때는 시장이 직접 위기를 선언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며 “그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도시 전체가 무기력해진다"고 지적했다. 민선7기 시장 경험은 이번 선거의 강점으로 제시했다. 김 예비후보는 “지방행정은 재정이 현장에서 집행되고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구조"라며 “실질적 효과가 있는 사업과 형식적 사업을 구분할 수 있는 경험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불필요한 사업을 걸러내고 재정을 효과가 나는 곳에 집중할 수 있는 판단력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선거 패배에 대해서는 중앙 정치 상황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는 대선 직후 치러지면서 전국 정치 흐름이 그대로 반영됐다"며 “민주당의 전국적 패배가 지방선거 결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제는 이재명 정부와 시정 성과를 비교할 수 있는 조건이 됐다"며 “균형발전과 행정수도 완성, 지역경제 정책과 발맞춘 시정을 보여줄 수 있는 선거"라고 말했다. 또 “이재명 정부가 수도권 기능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공주도 이에 맞춰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약의 핵심 축은 '세종 연계 전략'이다. 그는 “행정수도 완성은 사실상 수도 이전에 준하는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중앙기관과 국회, 연구기관, 방문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공주는 이 수요를 선제적으로 받아낼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송선·동현지구 신도시(1만7000명 규모) △동현지구 스마트 창조도시 확장 △임대형 공공청사 조성 구상 등을 제시했다. 특히 “서울에 밀집한 전국 단위 협회·조합·중앙단체를 유치할 수 있도록 공간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세종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하는 수요를 공주가 흡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단된 사업 재추진 의지도 밝혔다. “송선·동현지구 신도시는 속도가 중요한 사업인데 지연된 부분이 있다"며 “주거 수요를 선점하지 못하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계룡산 도자문화단지는 공주의 역사적 자산을 산업과 관광으로 연결하는 사업으로 반드시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 공약으로는 원도심 활성화 전략 전환을 제시했다. “카페·갤러리 중심에서 벗어나 콘텐츠 기업과 지식·창의 산업을 유치해야 한다"며 “청년 일자리와 산업 생태계를 동시에 구축하겠다"고 그는 밝혔다. 또 '4도3촌' 워케이션 도시 구상도 내놨다. “수도권에서 1시간 거리라는 강점을 활용해 일과 휴식이 결합된 체류형 도시로 전환해야 한다"며 “단순 관광이 아닌 생산과 소비가 함께 이루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장기 체류 수요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예비후보는 이번 선거의 의미를 '연결의 정치'로 설명했다. “같은 예산이라도 방향에 따라 도시의 미래는 달라진다"며 “중앙정부와 어떻게 연결해 기회를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와 발맞춰 공주에 더 많은 기회를 끌어오겠다"고 강조했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기자의 눈] 에너지 위기 극복, 국민 협조도 필요하다

선박이 통과하는 좌우 폭의 실제 길이가 3㎞에 불과한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사태'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공급망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초기인 이달 초까지만 해도 2주 정도면 끝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이란의 거센 반격에 따른 전쟁 장기화 흐름과 맞물려 호르무즈 해협 봉쇄사태도 길어지면서 원유를 비롯한 주요 국제 원자재의 수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중동발 원유 운반선이 다음주까지만 들어오는 상황에 급기야 우리 정부와 정유사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가 나서 아랍에미리트(UAE)산 원유 2400만톤을 긴급 확보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석유화학(석화)업계도 나프타 수급 차질에 '공급 불가항력(Force Majeure)' 가능성을 고객사에 알리고 있으며, 정부는 나프타를 경제안보 품목으로 지정했다. 석화사들이 생산하는 플라스틱은 산업용 소재로 안 쓰이는 데가 없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생산원가를 자극할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생각지 못한 데서도 중동발 불씨가 튀고 있다. 반도체는 생산 과정에 쓰이는 헬륨의 절반 가까이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조선사들은 선박 용접을 위해 에틸렌을 가져다 쓰고 있어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가뜩이나 1400원대 후반에 고착화된 고환율에 원유수급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물가에 상승 압력까지 가중됐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1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원유 수급 차질의 직격타를 받는 석유제품의 생산비가 6.30%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화학제품과 고무·플라스틱 제품의 생산비용 증가폭은 각각 1.59%, 0.46%다.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원유 수급 등 현안을 한국 혼자서 해결하기 어렵고,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 수호를 위한 군사지원을 요구하는 '다국적 해법'도 현재까지 호응이 적다는 점이다. 그만큼 원유 수급 위기가 지속될 수밖에 없고 경제와 기업에 피해를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국가들이 액화천연가스(LNG) 수급 걱정을 했던 때처럼 한국도 '혹독한 쇼크'를 맞이할 지도 모른다. 주유소 휘발유·경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넘어 비축유 방출, 대체원유 물량 확보, 차량 5부제 등 정부의 비상대책 못지 않게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기자의 눈] 김천시의회 청렴도 5등급…책임 없는 권력의 민낮

김천=에너지경제신문 윤성원기자 김천시의회가 국민권익위원회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최하위인 5등급을 받았다. 숫자 하나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단순한 점수표가 아니라 의회가 시민 신뢰를 얼마나 잃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장'이다. 문제는 결과보다 이후 대응이다. 누가 책임지는지,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의장은 의회 운영의 방향과 책임을 지는 자리다. 상임위원회는 행정을 견제하고 정책을 검증하는 핵심 기구다. 사무국은 이를 뒷받침하며 내부 통제와 관리 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이번 결과는 이 세 축이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의장은 리더십을 입증하지 못했고, 상임위원회는 견제 기능을 충분히 수행했는지 의문이 남으며, 사무국 역시 실질적인 통제 장치로 기능했는지 되묻게 된다. 결국 책임은 특정 개인이 아니라 '책임지지 않는 구조' 그 자체에 있다. 더 우려되는 점은 지금이다. 청렴도 최하위라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부에서 위기의식이 얼마나 공유되고 있는지조차 불분명하다. 일부에서는 정치 행보가 거론되고, 일부에서는 책임론이 흐려진 채 일상이 유지되는 모습도 감지된다. 시민 눈높이에서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지방의회는 권한을 가진 조직이다. 예산을 심의하고 정책을 결정하며 지역의 방향을 좌우한다. 그 권한의 정당성은 오직 시민 신뢰에서 나온다. 청렴도 5등급은 “지금 방식으로는 신뢰를 유지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다. 이제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구조다. 보여주기식 개선이 아니라 누가 책임지고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다. 책임 없는 권력은 반복된다. 그리고 반복된 불신은 결국 의회를 무너뜨린다. 김천시의회가 지금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다음 평가에서도 같은 결과를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윤성원 기자 won56789@ekn.kr

[이슈&인사이트] 지진조기경보의 경제사회적 가치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약 2만 2천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였고, 40만 채 이상의 가옥이 소실되거나 파손되었다. 전체 경제 피해액만도 약 2300조 원에 이른다. 이렇듯 단 한 번의 지진으로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지진으로 발생하는 강한 땅의 흔들림을 견딜 수 있도록 건물과 시설물을 튼튼하게 짓는 것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 왔다. 그러나 건물을 단순히 더 튼튼하게 짓는 것이 지진 재해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진 규모가 1 증가하면 방출되는 에너지는 약 32배 커진다. 다시 말해, 지진 규모가 0.2 증가할 때마다 에너지는 약 두 배씩 증가한다. 즉, 규모 6.2의 지진은 규모 6.0의 지진보다 두 배 많은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는 건축물을 두 배 더 강하게 만든다 하더라도, 기존 건축물이 견딜 수 있는 지진 규모보다 규모 0.2 정도 더 큰 지진에 대응하는 수준에 불과함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어느 정도 규모의 지진까지를 고려해야 하는지도 중요한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지진 규모가 커질수록 발생 주기는 길어진다. 수천 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지진을, 사용 기간이 100년 내외인 건축물 설계에 반영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따라서 건축물의 중요도와 사용 연한을 고려하여 내진 성능을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발생 주기가 긴 대규모 지진이 공교롭게도 오늘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내진 설계만으로는 지진 재해를 완벽하게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딜레마를 보완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지진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그 대표적인 기술이 바로 지진조기경보이다. 지진조기경보는 지진 발생 초기, 지진계에 기록된 지진파형을 바탕으로 수 초 이내에 지진의 위치와 규모를 추정하고, 지역별 예상 피해 정보를 신속하게 전파하는 시스템이다. 지진계의 고른 분포와 충분한 밀도는 신속한 지진 탐지와 정확한 정보 산출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지진파가 도달하기 전, 수 초에서 수십 초의 귀중한 대응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경보를 받은 시민들은 강한 흔들림이 도달하기 전에 자신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후 진동이 약해지면 안전한 장소로 대피할 수 있다. 이러한 대응 과정은 이어지는 큰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16년 경주지진 예에서 보듯이, 규모 5.1의 지진이 먼저 발생하고, 약 48분 뒤 더 큰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하였다. 이처럼 하나의 지진이 더 큰 지진의 전조 역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진조기경보를 통한 신속한 대응과 대피는 후속 지진 피해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지진조기경보는 경제·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강한 지진동이 도달하기 전에 엘리베이터를 정지시키거나, 철도·공장·전력 시설 등 주요 산업 시스템의 가동을 사전에 중단함으로써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특히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일본은 지진조기경보를 활용하여 고속열차를 감속하거나 정지시켜, 열차 탈선과 같은 대형 사고를 예방하고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줄인 바 있다. 이처럼 몇 초의 시간 차이는 대형 시설이나 인구 밀집 지역에서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러한 피해 감소는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 감소뿐 아니라, 의료비 절감, 생산성 손실 감소 등 사회적 비용 절감으로도 이어진다. 특히 현대 산업 구조의 특성상 이러한 영향은 한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 결국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은 단순한 재난 알림 기술을 넘어, 지진 위험을 관리하고 경제적 손실을 줄이며 사회적 회복력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상청 주관으로 2017년부터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관측 기술과 데이터 처리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지진조기경보의 정확성과 활용 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피할 수 없는 지진이라도 우리의 대응에 따라 피해의 크기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EE칼럼] 다시,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충남 공주시에서 관광버스 22대가 올라왔다. 예산, 금산, 홍성, 당진 주민들도 뒤를 따랐다. 전북, 경기, 광주에서도 사람들이 모였다. 전국 100여 개 단체 5,000명이 광장을 채웠고, 무대 위에서는 삭발식이 거행되었다. 마이크 없이도 한 말이 퍼졌다. “밀양이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 이들이 반대한 것은 반도체가 아니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전북 14개, 충남 15개 시군구를 관통하는 345kV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이 추진 중이다. 전북에서만 627km 노선이다. 완전 가동 시 필요한 전력은 최대 15GW, 원전 10기에 맞먹는 규모다. 경제적 이익은 수도권과 대기업에 귀속되고, 송전탑은 농촌 논밭 위에 세워진다. “에너지 식민지"라는 말은 감정적 수사가 아니라 구조의 정확한 묘사다. 같은 날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SNS에 정반대 방향의 글을 올렸다. “국가 전략산업이 불확실성 속에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이 직접 추진 의지를 천명해 달라." 두 메시지는 모두 대통령을 향했지만, 요구의 방향은 정확히 달랐다. 갈등의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다. 한편 SK하이닉스는 바로 그 시점에 21조 6,000억 원 추가 투자를 공시했다. 이미 투자된 돈이 많다는 사실은 재검토를 더 어렵게 만들고, 주민들을 더 조급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갈등을 찬반의 문제로 보면 해법이 없다.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 순서가 틀렸다. 산단 입지 확정, 전력 수요 산출, 송전 경로 결정,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이 순서가 모두 끝난 뒤에야 주민 설명회가 열렸다. 공주시 주민이 “입지선정위원회는 이미 결정된 노선을 정하는 요식 행위"라고 말한 것은 정확하다. 밀양도 그랬다. 2005년 계획 이후 10년간 이어진 갈등, 수천억 원의 추가 공사비, 노인들의 분신 그 모든 것의 뿌리는 기술의 실패가 아니라 절차적 배제였다. 지금 충남과 전북에서 그 경로가 반복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송전망 국민펀드는 이 맥락에서 주목할 만한 시도다. 한전 적자와 전력망 투자 재원 부족을 보완하면서, 주민을 보상 수령자가 아닌 투자자로 전환하겠다는 발상 자체는 옳다. 그러나 순서가 잘못되면 또 다른 실패가 된다. 사업에 대한 이해와 학습 없이 제공되는 금전은 결국 “돈으로 무마하려 한다"는 불신만 키운다. 광화문 집회의 진짜 요구는 사업 철회가 아니었다. “우리를 처음부터 참여시켜 달라." 이것이 핵심이다. 그러므로 순서는 이래야 한다. 먼저 실질적 권한을 가진 사회적 대화 기구를 구성한다. 경과 지자체 대표, 주민 대표, 한전, 기후에너지환경부, 갈등 전문가가 함께 노선 대안과 분산에너지 도입 규모를 논의하되, 실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야 한다. 이미 결정된 것을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함께 설계하는 자리여야 한다. 그 과정이 선행될 때 비로소 주민들은 사업을 강요된 인프라가 아닌 함께 만든 인프라로 인식한다. 그 다음, 국민펀드를 지역 우선 구조로 설계한다. 경과 지역 주민에게 우선 투자권을 부여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에 연동된 20~30년 연금형 이자소득을 지급한다. 단기 보상금이 아니라 장기 투자 구조다. 기초 지자체에서 광역, 전국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맞다. 주민이 학습하고, 스스로 투자 여부를 판단하고, 이해당사자가 되는 과정이 선행될 때 비로소 펀드는 “돈 봉투"가 아닌 신뢰의 매개가 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정확한 숫자를 제공해야 한다. 대통령께서 “생산된 전기를 외지로 보내는 것은 원시적 방법"이라 했다면, 분산에너지로 장거리 송전 의존도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을 공개해야 한다. 용인 산단 인근의 지붕 태양광과 수요반응(DR)·ESS를 조합하면 345kV 회선 수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그 숫자가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 올라올 때 선언은 비로소 신뢰가 된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과 지역 공동체 수용성은 양자택일이 아니다. 대화 없는 보상은 실패하고, 참여 없는 소득은 신뢰를 만들지 못한다. 순서를 바로잡으면 두 가지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밀양이 남긴 교훈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광화문의 5,000명은 그 교훈을 다시 되새길 기회를 정부에 주고 있다. ekn@ekn.kr

[이슈&인사이트] “전쟁의 이유는 누구의 것 : 호르무즈 앞에서의 선택”

전쟁은 언제나 '명분'이라는 얼굴을 쓰고 다가온다. 그러나 그 얼굴이 얼마나 자주 거짓이었는지, 우리는 이미 수없이 경험해왔다. 지금 중동을 둘러싼 긴장 역시 다르지 않다. 네타냐후의 정권 연장 계산과, 엡스타인 파일 공개 등으로 정치적 궁지에 몰린 트럼프의 공명심이 겹치면서,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금 전쟁의 무대로 호명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그 바다에 우리의 젊은이들이 가야 하는가. 강대국은 자신들이 아쉬우면 언제나 동맹을 말한다. 그러나 그 동맹이 과연 대등했는지, 우리는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정 국가의 전략적 이해를 위해 다른 나라의 청년들이 위험에 내몰리는 구조는 정상적인 국제 질서라고 보기 어렵다. “파병하라"는 요구는 외교의 언어가 아니다. 그것은 사실상 압박이며, 선택지를 좁히는 방식이다. 결국 판단은 우리 사회의 몫이다. 국익이라는 이름이 아무리 거창하더라도, 그것이 국민의 생명과 바꿀 만큼 절박한 것인지 우리는 끝까지 따져 물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의 관문이다. 그래서 늘 긴장의 중심에 놓여왔다. 그러나 그 긴장은 바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 바다를 둘러싼 힘의 정치, 그리고 각국 권력의 이해관계가 얽혀 만들어낸 결과다. 바다는 죄가 없다. 죄가 있다면, 그 바다를 전쟁의 이유로 삼는 정치적 계산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세계 질서 유지"라는 이름 아래 그 갈등에 개입할 것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한다. 명분 없는 개입은 질서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혼란을 확대하는 선택이다. 촛불 이후, 우리 사회는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권력이 국민 위에 설 수 없다는 사실을, 시민의 힘으로 증명해낸 기억을 가지고 있다. 촛불은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국가의 정당성은 시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선언이었다. 이 원칙은 외교와 전쟁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전쟁, 명분이 불분명한 파병, 외부 압력에 의해 내려진 결정... 이 모든 것은 촛불이 거부했던 방식이다. 선례는 반복된다. 파병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반드시 선례가 된다. “그때도 했으니 이번에도 가능하다"는 논리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지금의 선택은 단순한 정책이 아니다. 앞으로의 기준을 만드는 결정이다.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하고, 그래서 더 단호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구호가 아니다. 냉정하고 성숙한 시민의 판단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 판단을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전쟁은 정치가 결정하지만, 그 대가는 시민이 감당한다. 그렇다면 시민은 침묵할 수 없다.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이 전쟁은 정당한가. 이 파병은 불가피한가. 이 선택은 우리의 미래를 위한 것인가. 그리고 아니라면, 분명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젊은이들은 숫자가 아니다. 그들의 삶은 전략적 계산의 일부가 아니다. 명분 없는 전쟁에 그들을 보내는 순간, 국가는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게 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죄가 없다. 그 바다는 그저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촛불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있는 원칙이라는 것을. 그래서 다시 말한다. 일어나라. 그리고 다시 묻자. 정말 이 전쟁에 우리가 있어야 하는가. 외교는 감정이 아니라 원칙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관련 당사국들에 조기 종전을 촉구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선택을 떠받치는 힘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깨어 있는 시민의식이다. 이재명 정부의 결정은 이같은 시민의식의 결의에서 가늠되어야 한다. ekn@ekn.kr

[EE칼럼] 이란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전격 공습하며 중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체포에 놀랐던 세계는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지도부가 하루 만에 제거된 것에 경악했다. 이후 세계는 중동 석유와 가스가 움직이는 호르무즈로 옮겨갔고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배럴당 60달러로 올해를 시작한 브렌트유는 전쟁 이후 최대 120달러 가까이 급등했다 9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유럽 TTF 가스 가격은 단 2일 만에 100% 가까이 급등한 60유로 수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카타르 최대 LNG 시설 라스라판은 이란 공격으로 LNG 생산을 중단했고 마지막 레드라인이던 해수 담수화시설 쌍방 공격으로 공격 대상은 제한이 없어졌다. 전쟁은 온통 석유와 천연가스에 집중되어 있지만 호르무즈 봉쇄 일주일 만에 세계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빠르게 깨닫기 시작했다. 천연가스 생산이 중단되면서 카타르 LNG를 공급받지 못하는 인도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국가의 비료생산이 줄어들거나 공장 가동 중단 위험에 빠졌다. 몬순 시즌이 시작되는 6월까지 비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면 이 지역 식량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다. 인도는 세계 최대 쌀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며 설탕, 밀, 면화 2위 생산국이다. 카타르를 비롯한 중동은 세계 2위 비료 수출국이며, 반도체 생산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세계 2위 헬륨 생산국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나프타 운송이 차질을 빚을 경우 여수·울산 등 국내 석유화학 단지 가동률이 낮아지고 이는 곧 반도체 공정용 소재 공급 지연으로 이어진다. 중동산 중질유 부족은 한국의 석유화학산업에 치명타를 주고 황산 부족을 야기해 구리, 코발트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망과 전기차 생산에 차질을 줄 것이다. 전 세계 공급량의 8%를 차지하는 연간 620만 톤의 중동 알루미늄 제련소 공급 중단은 전쟁이 끝나도 정상화까지 최대 1년이 걸린다. 이란 전쟁이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에너지 '전환' 시대엔 화석연료를 악마화하며 마치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이 없이도 아무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을 것처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이란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탄화수소 수송로가 막히자 산업을 움직이는 동력, 식량 공급에 필수적인 비료, 반도체 산업을 움직이는 헬륨,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송전선과 재생에너지에 필요한 핵심 광물까지 우리 삶에 필수적인 거의 모든 것들의 움직임이 멈추고 있으며 가격의 기록적 상승을 목격하고 있다. 이는 이미 2021년 유럽발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서 일어났던 현상이었지만 많은 이들이 이를 간과했다. 이란 전쟁 이후 세계는 다시 에너지 안보 전략을 다듬을 것이며 한국 역시 이번 기회에 값비싼 교훈을 얻을 것이다. 첫째, 이제 에너지 믹스를 결정할 때 반드시 지정학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이는 수십 년간 막대한 의존을 했던 중동 비중 감소와 미국 비중 증대를 의미한다. 둘째, 무리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중단하고 기저 발전에 필요한 안정적이고 저렴한 연료 조달에 힘써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중국의 시큐리티 위안이며 이의 확장은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 공멸과 중국 지정학적 가치 상승에만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 자국 에너지 지배를 동맹국이 정면으로 훼손하는 일이다. 전력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서는 원전과 석탄 발전 가동을 이 기간 동안만이라도 최대로 올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안보의 가장 최우선은 수입선 다변화가 아닌 국내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이다. 이미 유럽은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을 선택했지만 다시 러시아에게 손짓하고 있다. 이들이 북해 등 역내 개발을 꾸준히 했더라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키지 못했고 미국이 무리한 관세정책으로 에너지 수입을 강요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IEA는 2050년까지 석유 수요에 정점이 없다고 말했다. 가장 좋은 수입 다변화 정책은 에너지 자립이며 에너지 주권 확립은 역설적으로 중동과 미국 탄화수소 의존도를 줄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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