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종문 교수 “HBM 16단 쌓아도 역부족...AI 메모리 승부처는 ‘계층 설계’

[인터뷰] 진종문 교수 “HBM 16단 쌓아도 역부족...AI 메모리 승부처는 ‘계층 설계’

AI 메모리의 대명사로 떠오른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두고 벌써 '한계론'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최근 “GPU-HBM 조합만으로는 앞으로의 AI 워크로드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를 보완할 기술로 PIM(프로세싱 인 메모리), HBF(고대역폭플래시), KV 캐시 분산 배치 기술인 SALT-KV를 잇달아 제시했다. 삼성전자도 zHBM·zNAND 등 메모리의 물리적 배치를 바꾸는 '3D 구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HBM 한 종류의 성능 경쟁을 넘어 여러 메모리를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AI 메모리 시장의 다음 승부..

[김병헌의 체인지] 지지의 힘과 통치의 책임 사이

이재명 대통령의 SNS가 여권 내부 갈등의 한복판에 섰다. 극단주의를 경계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소환했던 대통령은 지난 9일 한층 날 선 메시지를 내놨다. 능력도 없이 자리를 요구하고 뜻대로 되지 않자 개혁을 명분으로 내부를 공격한다는 취지였다.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의 기고문까지 공유하며 동지를 향한 공격의 위험성을 환기했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이견이 이제 개혁의 주도권과 대통령의 인사권을 둘러싼 충돌로 번진 셈이다.유시민 작가는 지지자들이 기대한 것은 개혁의 '증축'인데 대통령은 '재건축'을 추진한다고 비판했다. 추미애 경기지사는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선에 거듭 반발했고, 조국혁신당도 수사·기소 분리의 방향을 놓고 이견을 드러냈다. 대통령은 개혁의 이름으로 인사와 수사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경계했다. 한때 같은 목표를 향해 손잡았던 이들이 이제 서로에게 개혁의 정당성을 묻는다. 이 갈등을 친명과 반명, 강경과 온건의 싸움으로만 보면 본질을 놓친다. 쟁점은 김 후보자 한 사람을 넘어선다. 새 수사기관에 어떤 권한을 주고, 누가 통제하며, 잘못된 수사에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과 그 인사가 적절하다는 판단은 별개다. 반대하는 쪽 역시 과거 경력에 대한 불신을 넘어 후보자의 구체적인 부적격 사유를 제시해야 한다. 미국의 링컨은 1860년 대선에서 경쟁했던 윌리엄 수어드를 국무장관으로 기용했다. 경쟁자를 제거하는 대신 국정의 동반자로 끌어들였다.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는 1995년 럭비 월드컵에서 과거 백인 지배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나타났다. 오랜 차별에 분노한 지지자들에게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두 지도자는 지지층의 감정만 좇지 않고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반면 닉슨 미국 대통령은 정적을 위협으로 여기며 권력 방어에 몰두하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났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당내 이견을 배신으로 몰아붙이는 정치가 내부 견제를 약화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패의 원인을 한 가지로 돌릴 수는 없지만, 반대 의견을 차단한 권력은 스스로 오류를 발견할 기회까지 잃기 쉽다. 이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지지층과의 결별도, 강경파에 대한 굴복도 아니다. 개혁을 요구하는 이들에게는 수사권 통제와 피해자 구제, 기관 간 책임 분담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김 후보자를 적임자로 판단했다면 경력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뒷받침할 검증 결과로 설득해야 한다. 임명 이후 문제가 드러나면 책임지겠다는 약속도 필요하다. 인사권은 물론 그 결과까지 대통령의 몫이다. 반발하는 지지 세력에도 책임이 따른다. 개혁의 후퇴를 비판할 자유는 있다. 그러나 인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동지를 배신자로 몰거나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확산시켜서는 안 된다. 대통령 역시 자신에게 불편한 목소리까지 극단주의로 단정해서는 곤란하다. 비판의 근거를 따지고 수용할 것은 받아들이되 최종 결정은 스스로 내려야 한다. 설득 없는 결단은 독선이 되고, 결단 없는 경청은 우유부단이 된다. SNS의 속도와 국정의 속도도 구별해야 한다. 대통령이 댓글마다 반박하고 논쟁마다 직접 나서면 장관과 여당이 감당해야 할 책임마저 대통령에게 쏠린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하루의 화제를 장악하는 것과 나라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다르다. 검찰개혁의 성적표는 SNS의 찬반 숫자가 아니라 수사 공백을 줄이고 국민의 권리를 얼마나 보호했는지로 작성돼야 한다. 여당도 대통령의 방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지층의 요구를 정책으로 다듬고 대통령의 판단에 이견이 있다면 공개적으로 토론해야 한다. 당이 침묵하면 갈등은 대통령에게 집중되고, 당이 강경파의 목소리만 대변하면 국정의 균형이 무너진다. 대통령과 여당의 건강한 긴장도 민주주의의 자산이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모든 갈등을 없애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지지자에게는 때로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반대자에게는 틀렸다는 증거보다 옳다는 근거를 먼저 제시하며, 잘못된 결정은 고칠 줄 아는 리더십을 기대한다. 민생과 경제, 외교와 안보의 성과로 신뢰를 쌓는 대통령을 바란다.지지자는 대통령을 당선시키나 대통령의 성공을 결정하는 것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까지 책임지는 통치의 능력이다.

[기자의 눈] 공모주는 묶어도, 투자자의 마음은 못 묶는다

금융당국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기관투자자의 장기보유를 유도하고 있다. 일정 기간 공모주를 팔지 않겠다고 약속한 기관에 더 많은 물량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오는 11월에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시행도 예정돼 있다. 기관투자자는 공모주 일부를 사전에 배정받는 대신 해당 물량을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보유하게 된다. 상장 직후 매도 물량이 쏟아지는 것을 막고 중장기 투자자금을 유치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최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기관투자자가 주식을 오래 보유하도록 만드는 것과 중장기 투자자로 만드는 것은 같은 일일까. 숫자만 보면 정책의 효과는 뚜렷하다. 지난해 7월 의무보유확약 우선배정제도가 도입된 이후 기관투자자의 확약 참여가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신규 상장기업의 평균 의무보유확약비율은 46.32%로 지난해 같은 기간 7.06%보다 6배 이상 높아졌다. 공모주 배정 과정에서 의무보유 여부가 기관투자자의 중요한 고려 사항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하지만 확약 참여가 늘었다고 기관투자자의 투자전략까지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만난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일반 IPO 펀드의 운용 전략이 여전히 상장 초기 매도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공모주를 더 많이 배정받기 위해 의무보유를 약속하는 것과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장기간 투자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기관투자자에게 무작정 장기보유를 요구할 수는 없다. IPO 펀드 역시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줘야 한다. 상장 초기 주가가 크게 올랐다면 차익을 실현하는 것도 합리적인 투자 판단이다. 기업의 성장 전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주식을 계속 보유할 이유도 줄어든다. 이처럼 기관투자자가 주식을 얼마나 오래 보유할지는 의무보유확약 여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확약에 참여할 때는 공모주 배정 혜택이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수 있지만, 확약 기간이 끝난 뒤에는 기업의 실적과 성장 전망이 투자 판단의 기준이 된다.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높아졌다는 사실과 장기투자자가 늘어났다는 평가는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의무보유확약 확대와 코너스톤 투자자 도입은 IPO 시장의 단기 수급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시도다. 그러나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것과 계속 보유할 이유를 만드는 것은 다르다. 제도는 매도 시점을 늦출 수 있지만 투자자의 판단까지 바꿀 수는 없다. 확약이 끝난 뒤에도 투자자를 붙잡아두는 것은 결국 기업의 가치다. 김태환 기자 kth@ekn.kr

[데스크 칼럼] 강남 아파트 가격 하락, 부동산 정책 성공 아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강남 3구 집값이 약세를 보이는 반면 강북 및 외곽 지역 집값이 오르는 현상에 대해 “강남은 내리고 외곽은 살짝 오르는 일종의 '평탄화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하게 현 부동산 시장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는 표현으로 읽힐 수 있지만 앞뒤 맥락은 전혀 다르다. 해당 이슈를 이 대통령에게 질의한 기자는 “강남 3구 등의 집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강북 지역 집값은 빠르게 오르고 있어서 중산층과 서민들이 입는 타격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그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분명하게 대통령에게 따져 물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은 “강남은 내리고, 강북과 외곽은 오르는 평탄화 작업이 진행 중"이라면서 “과거엔 강남 집값이 높고, 다은 지역 집값은 싼 수직적 구조"였다고 부연했다. 부동산 시장의 '평탄화' 현상이 과거와는 다른, 긍정적인 현상이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통령의 언사다. 더군다나 이 대통령은 해당 질문의 가장 핵심 내용, 즉 강북 및 외곽 지역 집값 상승으로 인해 중산층과 서민들이 입는 타격이 크다는 기자의 비판에 대해선 그 어떠한 입장 표명이나 사과도 없이, “부동산 정책은 효과를 보기 어렵지만, 이 정부는 반드시 부동산 시장을 바로 잡겠다"고 답했다. 이전부터 자신에게 부동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들어올 때마다 끊임없이 되풀이 했던 말을 이번에도 다시 내뱉었다. 무엇보다 '평탄화'라는 용어를 쓴 것 자체가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 상황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들린다. 강남 집값이 주춤하고, 강북은 오르는 최근의 흐름에 대해 이 대통령이 직접 자기 입으로 '평탄화'라는 용어를 말하기 전까지 여론이나 시장 일각에선 그 누구도 이런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작금의 주택시장 상황은 '평탄화'라는 긍정적인 표현으로 정의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기자회견장에서 대통령은 강남의 집값 하락과 강북의 집값 상승 현상을 시장이 '평탄화' 되는 과정으로 설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 간담회 후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는 대통령의 '평탄화' 워딩에 대해 현실을 외면하고, 실정을 감추려는 실언이라는 비판으로 가득 찼다. 강남 아파트 시세가 5억원 하락하고, 강북 아파트 가격이 5억원 오르는 현재 시장 상황은 '평탄화'라는 나이브한 현실 인식으로 포장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반포나 압구정의 50억짜리 아파트가 45억원에 팔린다고 해도 중산층과 서민 등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 느끼는 주택시장 안정 효과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강북구나 노원구의 10억원 아파트가 15억에 실거래 되는 것은 대다수 국민들의 주거 안정을 크게 뒤흔드는 일이다.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등 서울 강남 3구의 아파트 세대 수는 총 30만호 정도로 전체 서울 세대 수의 450만호에 6%에 불과한 수준이고, 전국 2450만 세대의 1.2%에 불과한 극히 미미한 숫자다.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채 1% 남짓한 강남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두고 '평탄화'라는 용어를 사용해가면서 마치 과거에 없던 현상이 생겼다고 단언하는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우려스럽다. 그리고 이렇게 부동산 시장을 잘못 바라보는 이 대통령의 태도는 결국 또 다시 부동산 정책의 실정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인터뷰] 이광재 “정치인 평가할 ‘성적표’ 만들어 고성방가 정치 끝내야”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이광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7일 국회 본관 예결위원장실에서 진행된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기술혁명이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과 세계 질서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플랫폼을 새로운 '디지털 경제 영토'"로 규정한 그는 “여의도가 아직 충분히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보기술(IT) 혁명 당시 빌 게이츠와 앨빈 토플러 등을 직접 만나며 변화에 대응했던 사례를 언급하면서 “지금은 젠슨 황(엔비디아 CEO) 같은 세계적인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통령과 장관, 국회로 초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당장 특정 분야부터 제로베이스 예산을 적용하기에는 이르다면서도 국가의 돈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시스템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가 제시한 '네 개의 돈주머니'는 △약 820조원의 예산 △1500조원 규모의 연기금 △3500조원 규모의 국공유 자산 △금융시장에서 움직이는 자금이다. 지금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각 부처가 서로의 장부를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예산을 편성하지만,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예산만 써야 하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기금이 해외 부동산을 사는 것과 국내 주거 문제 해결에 활용하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국가 목표에 더 도움이 되는지 함께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공유 자산 역시 마찬가지다. 이 위원장은 “하남에만 800만평이 넘는 국공유 자산이 있다"며 “이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국가자산기본법과 전자적 통합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청년 자립기금과 아동 자립기금, 국민성장펀드, 국부펀드 등도 재정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을 활용해 국가 자금을 운용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이 위원장의 구상이다. 이 위원장이 그리고 있는 방향은 '돈을 쓰는 국가'에서 '돈을 벌어 국민의 삶을 안심시키는 국가'로의 전환이다. AI가 발전할수록 대기업과 자본이 AI를 통해 소득을 가져가고 노동소득의 비중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출생한 아이에게 1억원을 국부펀드 형태로 지급하고 연 7% 수익률을 가정하면 20세에 3억8600만원으로 늘릴 수 있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1억원은 청년 시기의 도전 자금으로 활용하고 나머지를 장기 운용해 노후자금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AI 시대에는 이런 자산 형성 구조가 필요하며 현재 약 25조원에 달하는 기초연금 지출과도 연결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주요 문답. ◇ 연평균 40조 불용액…투자심사부터 AI로 ―매년 반복되는 예산 불용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엄격한 투자심사가 필요하다. 이월금은 다음 해에 쓸 수 있지만 연평균 40조 원가량 발생하는 불용액이 심각한 문제다. 단년도 회계 방식의 구조적 한계도 있으나, 애초 사업 계획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거나 급하게 추진된 사업에서 불용액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와 기초자치단체 단계부터 투자심사를 전면 강화해야 한다." ―투자심사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는데. “AI가 투자심사와 사업평가에 큰 강점을 보일 수 있다. 국회가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구축 중이지만 아직 성능에 한계가 있어 내부 데이터를 학습시키며 활용도를 높이는 중이다. 예산 심사와 투자심사에 AI를 적용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으며, 올해 실제 예산 심사 과정에서 시범 활용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 AI 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하드웨어와 반도체 산업 지원을 넘어 서비스 영역 등 다양한 분야를 살펴야 한다. 현재 AI 관련 예산이 36조 원에 이르지만 연구개발(R&D) 사업의 성공률이 지나치게 높게 잡혀 있다. 성공률이 98%인 R&D는 존재하기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의 성공률을 참고해 실패 가능성이 있는 미지의 영역에도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특별히 집중해서 주목하는 AI 분야가 있다면. “생활 속 AI 서비스 분야다. 반도체와 하드웨어는 대기업이 상당 부분 주도할 수 있으므로, 정부는 젊은 창업자들이 영상편집, 사진, 웹툰, 드라마 등 다양한 실생활 AI 서비스를 만들도록 집중 지원해야 한다. 의료와 교육 분야에서도 API를 개방해 AI 개인 주치의나 AI 교사 같은 혁신 서비스를 창출하도록 국가 차원의 선택과 투자가 시급하다. 세계적 핵심 기술을 확보함과 동시에 한국이 직접 경쟁력을 가지는 AI 서비스 생태계를 넓혀야 한다." ―AI와 클라우드 이용료를 '디지털 임대료'라고 표현했다. “기업이 클라우드 비용을 내고 개인도 AI 서비스 이용을 위해 지속해서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이 외국 플랫폼에 계속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상황을 그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정부와 민간이 적극 협력해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우리가 세계 시장에서 주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야 한다." ◇ 정치인도 성적표 받아야…국민 삶의 질로 평가 ―4년 만에 국회로 돌아온 소감은. “정치가 과거보다 더 나빠졌다고 체감한다. 정치인들이 국가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뚜렷한 목표와 계획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 경쟁보다는 언론의 주목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말과 행동에 치우치는 경향이 심해졌다." 이 위원장은 지난 6·3 보궐선거 당시 하남갑 공천을 받아 당선돼 국회에 다시 입성했다. 그는 “이전 지역구였던 태백·영월·평창·정선이 정겨운 시골이었고, 원주가 활력의 기업도시였다면 하남은 그 둘을 섞어놓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e메일 아이디는 'hanamkap'이다. ―정치를 바꿀 구체적인 해법이 있나. “정치인에게 국민 삶의 질 성적표를 매겨야 한다. 일자리·소득·주거·보육·교육·의료·문화·생활환경·공동체·불평등과 사회이동성 등을 객관적 지표로 만들어 광역단체와 234개 지방정부의 삶의 질을 매년 또는 6개월마다 낱낱이 평가하는 구상이다. 과거 지역별 대학 진학률을 투명하게 공개해 교육당국의 자발적 경쟁을 유도했던 경험처럼, 삶의 질 지표를 예산 배분과 정치인 평가에 직결시켜야 한다. 이젠 고성방가 정치를 끝내야 한다." ―국회의원 평가 기준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뜻인가. “법안 발의 수보다 지역 주민의 실제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지역구는 표를 얻는 공간을 넘어 정치인이 땀 흘려 성과를 내는 실무 현장이 되어야 한다. 기업 실적을 철저히 평가하듯 정치인도 지역 일자리·소득·주거·교육·의료 등에서 도출한 구체적인 결과물로 심판받아야 마땅하다." ◇ “검찰개혁 논쟁보다 일자리·주거에 집중을" ― 검찰개혁을 둘러싼 당내 강경파와 온건파 간 갈등을 어떻게 보나. “정치권 내부의 정쟁보다 정부 여당이 국민에게 보여줄 실질적 성과 창출에 집중해야 한다. 국민에겐 당내 옳고 그름의 논쟁보다 일자리·주거·노후 불안 같은 현실적인 민생 문제가 훨씬 더 절실하다."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청문회를 통해 투명하게 판단하면 된다. 프랑스의 드골 전 대통령이 이념 성향이 확연히 다른 앙드레 말로를 문화부 장관으로 기용해 문화 전성기를 이끌었고, 사르트르를 품었던 역사적 용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링컨의 사례처럼 정치에서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하는 것 자체는 나쁜 현상이 아니다. 상대를 비판하기는 무척 쉬우나 대안을 제시하려면 열 배 이상의 공부가 필요하다.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 가능성을 인정하고 국민 삶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 정치적 오류를 끊임없이 수정해 나가는 용기가 지금 정치권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 이광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프로필 △1965년 강원 평창 출생 △원주고-연세대 법학과 △노무현 국회의원 비서관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 기획팀장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 △17~18대 국회의원(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 △제35대 강원도지사 △21대 국회의원(강원 원주시갑·민주당)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제35대 국회사무총장 △22대 국회의원(경기 하남갑·보궐선거) △제22대 국회 후반기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대담=최경호 정치경제부장 squeeze@ekn.kr 정리=이상무 기자 rokmc@ekn.kr

[기자의 눈] 18명 설문으로 만든 ‘이재명 정부 AI 실패론’

지난 4월 산업통상부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한 인공지능(AI) 활용 교육이 열렸다. 참석자는 20여 명. 교육 도중 설문을 돌렸고 18명이 답했다. 전원이 챗GPT와 제미나이 등 상용 AI를 사용한다고 했다. 산업부 직원 약 1250명 가운데 18명이 응답한 조사였다. 이 설문이 지난달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실의 보도자료에 등장했다. 제목부터 이재명 정부의 'AI 100조 투자·한국형 챗GPT' 공약을 겨냥했다. 산업부 공무원들이 164억원을 투입한 정부 AI를 외면하고 해외 AI에 의존한다는 내용이었다. 정부 AI를 자주 이용한다는 응답은 0%, 해외 AI를 사용한다는 응답은 100%라고 했다. 숫자는 틀리지 않았다. 문제는 그 숫자가 설명하는 범위다. 점심시간 교육에 참석한 직원들의 응답으로 산업부 전체의 AI 이용 실태를 판단할 수는 없다. 직급이나 연령 등을 고려한 표본조사도 아니었다. 의원실이 이런 한계를 몰랐던 것도 아니다. 응답자 수를 묻자 “18명이요"라고 답했다. “AI 쓰는 사람들을 샘플링해서 조사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원 보고서에는 그런 표본 추출 과정이 없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 설문을 두고 “한마디로 의미가 없는 설문"이라고 했다. 의원실 보도자료에는 정보 유출 우려도 담겼다. 해외 AI 사용이 국가 안보 측면에서 위험하다는 주장이었다. 실제 유출 사례를 확인했느냐고 묻자 의원실은 “일반적인 차원"의 지적이라고 했다. 164억원도 산업부에 별도로 투입된 예산이 아니라 범정부 AI 공통기반 전체 사업비다. 산업부의 책임도 있다. 대표성을 갖추지 못한 설문을 공식 연구용역 보고서에 싣고 '정량적 근거'라고 평가했다. 담당자가 뒤늦게 “구색 맞추기 식"이었다고 설명한들 달라질 것은 없다. 그러나 국회는 정부가 내놓은 자료의 허점을 검증하는 곳이다. 이번에는 정반대였다. 의원실은 조사 규모를 알고도 100%라는 비율을 앞세웠다. 여기에 범정부 사업비와 확인되지 않은 정보 유출 우려를 더해 이재명 정부의 AI 정책을 비판했다. 각각의 사실이 뒷받침하는 범위를 넘어선 결론이었다. 정부 AI의 활용도가 낮다면 원인을 조사하면 된다. 보안이 걱정된다면 실제 위반 사례와 관리 실태를 확인하면 된다. 국정감사에서 따져볼 사안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번 보도자료는 확인된 사실보다 결론이 앞섰다. 산업부가 만든 부실한 자료를 국회가 걸러내지 못한 것이 아니다. 그 자료의 한계를 알고도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근거로 삼았다는 점이 더 심각하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EE칼럼] 알래스카 LNG, 부담을 지렛대로 바꾸려면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이달 6일에도 상업적 합리성을 전제로 검토에 착수한 단계이며, 투자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발표의 의미를 둘러싼 논란과 별개로, 이 시점에서 한국이 이 사업을 어떤 전략적 관점에서 다룰 것인지 근본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지난해 2월, 트럼프 재집권 직후 이 지면을 통해 알래스카가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지평이 될 수 있다고 쓴 바 있다. 필자가 이렇게 주장한 이유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같은 동맹국이자 동아시아의 이른바 에너지 '큰손' 중 하나인 국가에 내밀 청구서에서 알래스카 가스가 빠질 수는 없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요컨대 예상되는 투자 요구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기보다, 한국의 이익을 확보할 협력의 조건을 미리 준비하자는 취지였다. 필자는 지금도 한국이 이 사업의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본다. 워싱턴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에너지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북극 지역에 장기적인 경제적 발판을 마련하며, 우리 산업의 활동 범위를 넓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알래스카 LNG의 직접적인 가치는 공급원뿐 아니라 운송 경로를 다변화하는 데 있다. 북부 노스슬로프의 천연가스를 가스관으로 남부 니키스키까지 옮겨 액화한 뒤 북태평양을 통해 동아시아로 운송하는 구상이다. 이 경로로 한국에 LNG를 도입하면 호르무즈 해협이나 말라카 해협과 같은 초크 포인트를 거칠 필요가 없다. 북극항로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로도 아니다. 북극권 자원을 태평양으로 연결하지만, 북극해를 통과하는 항로 개발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은 에너지 안보와 해양 안보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한국에 특히 의미가 있다. 공급국을 바꾸더라도 지정학적 해상 요충지를 지나야 한다면 위험 분산에는 한계가 있다. 이란 전쟁 이후의 호르무즈 해협 불안정은, 1970년대 석유 위기가 드러냈던 중동발 충격에 대한 취약성이 한국과 같은 에너지 수입국에게 여전히 심각한 도전임을 다시 확인해 줬다. 반면 알래스카는 기존 조달 경로와 다른 선택지를 제공한다. 특정 지역의 불안이 수입 차질로 이어질 때 활용할 수 있는 대안적 선택지를 확보해 두는 것은, 평상시의 가격 비교만으로 충분히 평가하기 어려운 가치다. 더 넓은 차원에서는 한국의 북극 전략과 연결할 필요가 있다. 북극은 자원과 항로,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중첩되는 공간이며, 극궤도 위성의 지상지원 등 우주활동과도 연결되는 전략적 공간이다.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을 선언하는 것과 실제 사업을 통해 경제적으로 연루되는 기제를 구축하는 것은 다른 얘기다. 알래스카의 에너지 기반 시설에 참여하면서 현지 주요 행위자들과의 협력, 인력 교류, 운송과 물류의 경험을 축적한다면 북극권에서 한국의 경제적 활동 기반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한미일 협력을 구체화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미국의 자원과 한국·일본의 수요를 연결하고, 세 나라의 금융과 제조업, 운송 역량을 결합하는 구상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본 최대 발전기업이자 주요 LNG 구매자인 JERA도 지난해 9월 알래스카 LNG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의향서를 체결했다. 이것이 곧 삼국 공동투자의 확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일이 각자 미국과 협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성 평가와 수요 전망을 공유하며 투자와 구매, 운송에서 협력할 방안을 논의함으로써 대미 레버리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산업적 기회 역시 가스 수입에 한정되지 않는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알래스카 LNG 사업을 주도하는 개발사 글렌파네는 지난해 12월 강재 공급과 LNG 장기 도입, 투자 참여를 포함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발표했다. 이는 에너지 인프라 건설과 철강산업의 연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의 참여를 플랜트 건설과 기자재, LNG 운반선과 해운 서비스까지 연결할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나아가 부산·울산·여수·광양 등 국내 항만과 에너지 기반시설을 활용한 저장·운송·거래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해외 사업의 성과가 국내 산업과 지역의 기회로 돌아오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러한 가능성이 높은 초기 투자비와 건설 지연의 위험을 완전히 상쇄해 주지는 않는다. 전략적 가치가 있다는 이유로 어떤 조건의 투자라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위험을 확인하는 데서 멈추기보다 리스크를 줄여 사업을 성립시키고, 그 성과가 국내 경제에도 돌아오도록 조건을 만드는 전략이 절실하다. 미국 측의 위험 분담, 장기 도입가격과 물량, 우리 기업의 참여 범위를 구체화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부담을 지렛대로 바꾸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실행 방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bienns@ekn.kr

[이슈&인사이트] 미국 중간선거와 그 결과

꼭 한 달 뒤면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알게 된다. 중간선거란 임기 4년인 대통령 선거의 딱 2년 만에, 임기 2년인 하원의원 435명 전부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선거다. 물론 중간선거는 임기 6년인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약 1/3씩 나누어 뽑는데 이번에는 상원의석 35개가 해당한다. 이름대로 중간선거는 대통령의 중간평가 성격이 매우 강하다. 첫 번째 임기의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직후 최고를 기록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지지율의 하락을 피할 수 없다. 2년 만에 맞이하는 중간선거에서 상원이나 하원 또는 양원 모두에서 점차 다수당의 지위를 빼앗기는 경향이 있다. 보통의 경우에는 재선에 성공하여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할 때도 양원에서는 대통령 소속 정당이 다수당이 아닐 가능성이 꽤 높다. 이러한 경향은 두 번째 중간선거에서 더 강해지고 8년 차 선거에서는 대통령은 물론 양원 모두 주인이 교체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른바 '퐁당퐁당' 대통령이다. 1885년부터 4년, 그리고 4년을 쉰 뒤 1893년부터 다시 4년 대통령을 역임한 클리블랜드 이후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사례이다. 트럼프는 2017년부터 4년 재임한 뒤 바이든에게 자리를 내주었지만 2015년부터 두 번째 임기를 보내는 중이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임기 초를 제외하고는 30% 초반대를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지지율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트럼프의 변덕스럽고 좌충우돌하며 독불장군 리더십 스타일이 기본이다. 거래적 외교로 동맹의 지지도 떨어지고 미국의 위상도 낮아졌다. 관세 폭탄의 부메랑이 트럼프의 표밭에 집중적으로 돌아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끝이 안 보이는데 이란과 교전을 시작해 미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이다. 선거에 유리한 것이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본전이 떨어지는데 그나마 30% 초반대 지지율은 마가세력(Make America Great Again)의 콘크리트 지지층 덕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의 권위있는 선거분석 업체가 이구동성으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우세를 점치고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럴수록 트럼프의 선택은 외통수로 몰리는 중이다. 국내적으로는 현금살포 포퓰리즘이다.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는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이기면 모든 미국 성인에게 5,000불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지난달 30일부터는 오바마 케어 건강보험 가입자 약 100만 명에게 500불짜리 수표를 우송했다. 과거 건강보험 가입 과정에서 부과된 잘못된 수수료를 돌려준다는 이유다. 또 노인 의료보험 메디케어 가입자 가운데 약 2,000만 명에게는 이달 중으로 90불 수표를 준다고 한다. 이 2,000만 명은 대대로 투표 참여가 높은 연령대이다. 아주 대놓고 돈으로 표를 사는 중이다. 국제적으로는 관세 추가 부과 압박이다. 최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에 우리나라가 540억 불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그러고선 한국이 합의하지 않는다면 두 배로 올리겠다고 덧붙였다. 공화당이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 외국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하여 압박을 가하고 만약 해당 지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두 배, 세 배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는 중이다. 9월 24일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무소속 전당대회가 열렸다. 양당제가 확고한 미국 정치에서 제3지대가 조직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약 150개 선거구에서 220명의 무소속 후보가 출마했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서 미국 유권자의 45%가 무당파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 양당 외의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는 약 3%에 그쳤다. 트럼프 시대에 확산된 정치적 혐오감과 경제적 불황이 이번 중간선거에는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궁금하다. bienns@ekn.co.kr

[기자의 눈] 공급 책임자의 대출규제론, 실행력으로 답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주택 조기 대량 공급을 지시했다. 미분양 우려로 착공을 망설이는 사업장을 위해 LH가 미분양분을 임대용으로 매입하도록 매수 확약도 지시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공급계획을 실제 주택으로 연결하는 LH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성훈 LH 사장의 대출규제 발언은 공급 책임자의 인식을 돌아보게 한다. 이 사장은 지난달 30일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주택시장 안정 대책을 묻는 질문에 공급에는 시차가 있다며 대출규제 필요성을 언급했다. 주무부처와 논의한 내용은 아니라는 설명을 덧붙였지만,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좁힐 수 있다는 반발이 뒤따랐다. 주택 건설에 시간이 걸리고 과도한 차입을 경계해야 한다는 진단은 타당하다. 그러나 공급을 책임지는 기관의 수장이라면 그 시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부터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공급이 늦어지는 동안 대출을 더 조여야 한다는 주장은 자칫 기다림의 비용을 실수요자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투기적 수요를 키울 수 있지만 자산이 부족한 청년에게는 내 집 마련의 수단이기도 하다. 대출 축소가 가격 안정에 미칠 효과와 무주택자의 구매 여력 감소를 함께 따져야 한다. 현금이 충분한 매수자와 소득으로 원리금을 갚는 실수요자를 구분하지 않으면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는 설명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공공기관 수장의 발언은 개인 의견이라는 단서만으로 무게가 줄어들지 않는다. 시장에서는 추가 규제의 신호로 읽힐 수 있다. 발언만으로 가격과 거래가 움직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정책 방향에 대한 혼선을 키울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 공급 확대와 실수요자 보호를 어떻게 병행할 것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LH가 답해야 할 핵심은 공급의 실행력이다. 후보지 선정과 지구 지정, 인허가와 착공은 각각 다른 단계다. 인허가를 받아도 사업비를 조달하지 못하면 공사는 시작되지 않는다. 매수 확약 역시 대상과 가격, 품질 기준이 구체화돼야 작동한다. 공공이 위험을 인수하는 만큼 임대 수요와 입지를 따져 사업자의 손실을 대신 떠안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서울시의 공조도 실행으로 평가해야 한다. 홍지선 국토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30일 공급 협력을 약속했다. 이제는 사업별 합의 내용과 처리 기한을 제시할 차례다. 용산처럼 쟁점이 많은 곳은 부지별 반환·정화 현황과 기반시설 조건을 구분하고, 추진 가능한 사업부터 진행해야 한다. 사업별 당초 일정과 현재 단계, 지연 사유를 공개하는 것도 중요하다. 입주까지 기다려야 하는 세입자에게는 공공임대와 주거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공급 속도를 높이더라도 안전과 품질을 양보해서는 안 된다. LH 사장의 리더십은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말보다 공급을 앞당기는 성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국민이 기다리는 것은 더 큰 공급 숫자나 더 강한 대출규제가 아니다.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들어가 살 집과 믿을 수 있는 입주 일정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이슈&인사이트] 경찰 개혁 - 후버 FBI 국장을 생각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찰의 뼈를 깎는 내부 자정과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총리실 산하 경찰 개혁 기구와 더불어민주당 경찰 개혁추진단을 통해 조직 쇄신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고심은 취임 후 경찰청장을 600일 넘게 공석으로 하는 데서 엿볼 수 있다. 검찰 공화국은 해체되는 반면 경찰 공화국이 탄생할 것 같은 국민의 우려가 있다. 2,300여 명에 불과한 검사들의 검찰 공화국의 권력 남용도 문제였는데, 만일 13만여 명의 경찰이 직권을 남용하는 경찰 공화국이 탄생한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최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과 제주 실종 신고 허위 종결 사건에서 보여준 증조가 국민적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여기서 타산지석의 하나로 존 에드거 후버 FBI 국장을 생각한다. 후버는 미국 FBI 초대 국장으로, 1924년부터 1972년까지 총 48년에 걸쳐 재임했으며, 재임 중 8명의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을 거쳐 갔다. 이는 미국 내 유명인과 정치인에 대한 약점을 죄다 조사하고 다녔고 정치적 파워가 극에 달해서 그 막강한 권력의 미국 대통령조차도 그를 해임할 수가 없었다. 혹여 정치권에서 퇴진 요구가 있으면 조용히 정계 인물들 관련 비밀 파일을 빌미로 협박을 일삼았다. 후버는 새로운 대통령들이 자신의 FBI 국장 지위와 권력을 인정하는 조건으로 대통령의 정적들 비리와 불륜 증거를 주기적으로 넘겨주었다. 인권 운동가들의 대다수는 후버를 사탄 취급할 정도로 반(反) 인권의 상징이라는 극단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미쏘 냉전 시기에 FBI의 위상을 현재의 위치로 만든 사람으로 평가된다. 그가 죽은 후 FBI 국장의 재임 기간 상한이 10년으로 제한되었다. 미국의 경찰 공화국 예방을 위한 노력은 우리 정부의 경찰 개혁의 지침이 될 것이다. 미국에는 경찰로 분류되는 공무원의 수가 1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의 권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한 핵심은 상급 기관이 하급 경찰을 일률적으로 지휘하는 피라미드식 조직이 아니다. 권력은 집중에서 나오기 때문에, 수직적 조직이 아니라 수평적 조직으로 분산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FBI가 뉴욕시 경찰을 지휘하지 않는다. 연방 정부 경찰은 법무부 소속이다. 각각 법적으로 부여된 관할권과 권한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활동한다. 연방법 위반, 테러, 방첩, 조직범죄, 주요 사이버범죄 등을 다루는 FBI, 불법 마약 관련 범죄를 다루는 DEA, 총기·폭발물·방화·밀수 등을 다루는 ATF, 연방법원 관련 업무, 연방 도피범 추적, 증인 보호 등을 다루는 U.S. Marshals Service, 대통령 등 주요 인사 경호와 위조지폐·금융 범죄 수사를 다루는 Secret Service, 국경·출입국 및 이민 관련 법 집행을 다루는 CBP / ICE로 나눈다. 각 주(state)에는 자체적인 주 소속 경찰이 있다. 명칭도 주마다 다르고 조직과 권한도 다르다. 주 소속 경찰은 고속도로 순찰, 교통법 집행, 광역 수사, 지방경찰 지원 등의 역할을 한다. 예로서 버클리 대학은 앨러미다 카운티, 버클리시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이다. 주립대학이기 때문에 버클리시 경찰(150명 내외) 과 별도로 60명 정도의 캘리포니아주 소속 경찰이 관장한다. 주 밑에 있는 카운티에는 보안관(Sheriff)이 있다. 보안관은 한국 경찰과 달리 주민 선거로 선출된다. 카운티 밑에 있는 시티에는 시티 경찰이 있다. 정리하면, 미국의 경찰 체계는 연방 정부에 법무부 소관의 연방경찰, 주 소속의 주 경찰, 카운티 소속의 보안관, 시티 소속의 시티 경찰과 각종 특수업무의 특수 경찰이 있지만 서로의 지배구조는 없다. 미국 경찰의 핵심은 “하나의 경찰"의 아니고 철저한 분권의 수평적 분권 체계다. 한국도 “견제와 균형", “수평적 분권"이 없으면 13만 경찰의 폭주를 막을 길이 없다. 검찰의 보완 수사권 폐지로 경찰의 수사 권한과 책임이 커졌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경찰도 예외일 수 없다. 경찰 개혁을 논의하면서 후버 FBI 국장을 상기하는 이유다. bienns@ekn.kr

[EE칼럼] 수소경제의 다음 시장, 군용 에너지에 주목하자

지난 8월 14일 육군과 산업통상부, 현대차그룹이 첨단기술 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력 대상에는 수소 모빌리티와 인프라의 활용 논의도 포함됐다. 무엇보다 군용 에너지는 수소산업이 활용 범위를 넓혀갈 수 있는 분야다. 특히 잠수함에서 축적한 경험을 차량과 기지 전원으로 확장한다면 군의 에너지 전환과 수소산업의 성장을 함께 추진할 수 있다. 군용 차량·항공기와 야전 발전기가 오랫동안 유류에 의존해 온 데는 이유가 있다. 석유계 연료는 작은 부피에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고 급유도 빠르다. 여러 장비가 공통 연료를 사용하면 저장과 수송이 단순해진다. 그러나 연료를 계속 운반하고 보급로를 지켜야 하는 부담은 남는다. 공급시설이나 수송망이 끊기면 장비의 성능과 관계없이 임무가 멈출 수 있다. 군이 에너지 공급을 다변화하고 보급 부담을 줄일 방법을 찾는 배경이다. 외국군은 이에 대응해 에너지전략을 세우고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영국 국방성은 작전에너지전략에서 공급 다변화와 새로운 에너지 기술의 군사적 활용을 검토하며 수소를 선택지에 포함했다. 미국에서는 육군 연구기관 등이 재난지원 차량 H2Rescue의 개발과 실종에 참여했다. 미 육군에 따르면 이 시제차는 2023년 실증에서 왕복 약 290km를 주행한 뒤 25kW의 전력을 72시간 공급했다. 현장까지 이동한 차량이 도착 후에는 전기를 공급하는 장비로도 쓰인 것이다. 우리군은 잠수함에서 수소를 활용해 왔다. 손원일급과 장보고-Ⅲ급 잠수함은 외부 공기 없이 전력을 생산하는 공기 불효추진체계에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한다. 이때 연료전지는 디젤발전기·배터리와 함께 잠수함의 전력체계를 구성한다. 이를 통해 수중에서 필요한 전력을 공급해 잠항 시간을 늘려준다. 지상에서는 기아가 수소 동력 경전술 차량(ATV)을 개발했다. 현대차그룹은 이 차량이 2025년 5월 군과 함께 시험평가를 마쳤다고 밝혔다. 군이 수소에서 기대할 수 있는 가치는 소음을 줄이면서 임무에 필요한 전력을 오래 공급하는 데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하며, 내연기관보다 소음과 진동을 줄일 수 있다. 정숙성은 배터리 전기구동도 가진 장점이다. 수소는 보급체계를 갖춘 곳에서 연료를 보충하며 장시간 전력을 공급하는 데 강점을 찾을 수 있다. 정차 중 통신·감시장비를 가동하거나 정전 때 기지의 필수시설에 전력을 공급하는 용도가 그 예다. 전력과 물, 수전해·저장설비를 갖춘 기지에서는 수소를 미리 만들어 저장할 수도 있다. 저장한 수소는 연료전지를 통해 비상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군의 수요는 수소산업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수 있다. 차량과 전원장비를 지속적으로 운용하려면 수소 공급·충전·저장시설과 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잠수함 연료전지의 예비품 공급계약은 후속 군수지원 시장이 이미 존재함을 보여준다. 여러 용도에서 성능과 운용성을 검증하고 정식 조달을 확대한다면 대규모 군사용 시장으로 성장할 잠재성이 있다. 군의 엄격한 운용 조건에 맞춰 제품을 개선하면서 기업의 기술과 정비 역량도 높일 수 있다. 이 가능성을 실현하려면 장비와 공급체계를 함께 검증해야 한다. 수소의 생산·저장·수송·충전에 드는 비용과 정비 부담을 따져야 한다. 저장용기와 보조설비를 포함한 전체 장비의 무게와 부피도 중요하다. 특히 같은 임무 조건에서 디젤·배터리·하이브리드 방식과 성능·총비용을 비교해야 한다. 공급거점 인근의 이동형 전원이나 기지 비상 전원부터 실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적용 범위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군용 수소를 국가 수소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 군의 수요와 적용 우선순위를 담아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산업통상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방부·방위사업청이 공동 실행 과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군은 임무와 성능 기준을 제시하고, 관계부처는 기술개발과 공급 인프라를 연계해 지원해야 한다. 실증 결과를 후속 예산과 조달 판단에 연결하는 절차도 갖춰야 한다. 군의 수요를 개발·실증·조달로 이어주는 범부처 협력이 수소산업의 새로운 시장을 여는 기반이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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