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탄소중립’ 대신 ‘기후위기대응’일까? 이창훈 위원장에게 직접 물었다[창간 인터뷰]

왜 ‘탄소중립’ 대신 ‘기후위기대응’일까? 이창훈 위원장에게 직접 물었다[창간 인터뷰]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제안하는 방식으로 기후정책이 수립되도록 할 것이다." 이창훈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민간위원장은 취임 한달을 맞아 지난 15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기후위원회는 지난 1월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확대 개편됐다. 기존 탄녹위가 온실가스 감축과 녹색산업 육성 등 경제·산업 중심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면 새 기후위는 기후재난 대응과 기후적응까지 포괄하는 조직으로 역할이 확대됐다. 이 위원장은 기후위원회 명칭 변경 배경에 대해 “기존 탄소중립이라는 표현 자체가 온실가스 감축 중심..

[기자의 눈] 포용금융의 진짜 과제

이재명 정부에서 금융권은 '포용금융'이란 과제에 또다시 직면했다.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고신용자에게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저신용자에게는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문제다. 다른 하나는 그동안 소외됐던 중·저신용자를 금융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일이다. 먼저 첫 번째 과제는 현실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현재 금융권의 신용평가모형은 차주의 상환 능력과 부도 위험을 반영해 설계된다. 위험이 높은 차주에게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금융시장의 기본 원리에 가깝다. 이를 거꾸로 적용하면 신용사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시장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은행권도 난색을 보인다.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는 금융의 기본 속성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위험이 큰 차주에게 낮은 금리를 적용하면 좋은 신용을 유지할 유인이 사라지고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다. 지금의 신용평가체제는 이같은 우려와 시행착오를 거친 뒤 구축된 결과물이다. 이를 한순간에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두 번째 과제인 중저신용자 확대에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특히 금융 이력이 부족해 금융권 밖에 머물렀던 '씬파일러(thin filer)'를 금융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은행권에서 사용한 금융 데이터에서 나아가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하는 대안신용평가모형이 주목받는다. 소비 내역, 통신비나 세금 등 각종 납부 내역, 플랫폼 활동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하면 그동안 소외됐던 계층의 상환 능력을 보다 더 세밀하게 판단할 수 있다. 첫 번째 과제를 100% 실현할 수는 없더라도 신용평가모형의 정교함을 높이면 고신용자와 저신용자의 금리 격차를 줄이는 효과도 낼 수 있다. 다만 정부가 요구하는 포용금융이 신용평가체제 개편만으로 완성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포용금융은 단순히 대출 문턱을 낮추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고, 이들이 안정적으로 금융 시스템 안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모든 과정이 포함돼야 한다. 최근 만난 한 은행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은 방향이 분명하지만 포용금융이야말로 더욱 어렵고 복잡하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요구하고 또 금융사들이 실천해야 하는 포용금융의 의미를 되짚어봐야 할 때다. 정부와 금융권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왜 ‘탄소중립’ 대신 ‘기후위기대응’일까? 이창훈 위원장에게 직접 물었다[창간 인터뷰]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제안하는 방식으로 기후정책이 수립되도록 할 것이다." 이창훈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민간위원장은 취임 한달을 맞아 지난 15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기후위원회는 지난 1월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확대 개편됐다. 기존 탄녹위가 온실가스 감축과 녹색산업 육성 등 경제·산업 중심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면 새 기후위는 기후재난 대응과 기후적응까지 포괄하는 조직으로 역할이 확대됐다. 이 위원장은 기후위원회 명칭 변경 배경에 대해 “기존 탄소중립이라는 표현 자체가 온실가스 감축 중심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기후위기가 현실화된 상황"이라며 “단순한 감축뿐 아니라 적응도 굉장히 중요한 현안이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개편의 핵심 변화로 시민 참여 확대를 꼽았다. 기후위원회는 시민들이 직접 정책 의제를 정하고 토론하는 '기후시민회의'를 새롭게 운영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기후시민회의는 장기적으로 운영되는 시민의회 모델에 가깝다"며 “시민들이 의제를 스스로 정하고 학습과 토론을 거쳐 정책 제안을 만드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후시민회의는 단순히 200명의 공론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 공론화 모델로 확장하려 한다"며 “학교나 단체에서도 모의 기후시민회의 형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자료와 프로그램 제공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정부 부처는 사업을 추진하는 역할이고 위원회는 그 사업과 계획이 제대로 수립되고 이행되는지를 점검하는 역할"이라며 “기후 관련 정책들을 사전에 모니터링하고 사후에도 모니터링하는 것이 위원회의 핵심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창훈 위원장과 일문일답. -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로 명칭이 변경됐다. 명칭 변경에는 어떤 의미가 담겼는가. ▲ 원래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였는데, 이번에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로 바뀌게 됐다. 가장 큰 변화는 기존의 감축 중심 기조에서 조금 더 확대된 개념으로 전환된 데 있다고 본다. 탄소중립이라는 표현 자체가 온실가스 감축 중심 개념이었다면, 녹색성장은 그 과정에서 경제도 후퇴하지 않도록 기회를 만들자는 의미가 강했다. 즉 탄소중립녹색성장은 감축 중심적 성격이 매우 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기후위기가 현실화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단순한 감축뿐 아니라 적응도 굉장히 중요한 현안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이름을 기후위기대응위원회로 바꾸지 않았나 생각한다. 감축뿐 아니라 적응을 부각시키고 지금의 위기 상황 자체를 표현하기 위해 '위기'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본다. - 기후위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정부와 협력을 넘어 견제하는 역할도 해야 하지 않나. ▲ 위원회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정부를 지원하는 역할도 있지만 일정 부분 긴장 관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민간위원들에게도 이야기했는데 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모니터링'이라고 본다. 모니터링은 사전 모니터링과 사후 모니터링으로 나눌 수 있다. 사전적으로는 탄소중립 기본계획이나 온실가스 감축·적응 관련 주요 계획들을 심의한다. 결국 정책이 제대로 수립됐는지를 검토하는 기능이다. 사후적으로는 계획이 실제로 잘 이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한다. 예를 들어 연도별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는지를 이행점검하는 것이 위원회의 고유 업무다. 결국 기후 관련 정책들을 사전과 사후에도 모니터링하는 것이 핵심 기능이다. 정부 부처는 사업을 추진하는 역할이고 위원회는 그 사업과 계획이 제대로 수립되고 이행되는지를 점검하다 보니 어느 정도 긴장 관계는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정부 들어 법 개정으로 이행점검 기능도 강화됐다. 위원회에서 이행점검 결과에 대해 의견을 내면, 각 부처는 3개월 내 답변을 해야 한다. 그런 부분들이 이번 정부 들어 보다 강화된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 기후위원회 내에 시민회의가 운영된다고 들었다. ▲탄녹위 시절에도 민간위원들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기후시민회의'라는 형태가 새롭게 도입된 것이 특징이다. 국회 공론화위원장을 맡았을 때의 공론화위원회는는 공론조사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 기후시민회의는 장기적으로 운영되는 시민의회 모델에 가깝다. 시민들이 의제를 스스로 정하고 해당 의제에 대해 학습과 토론을 거쳐 정책 제안을 만드는 방식이다. 즉 기존 정책 의사결정 구조 안에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도입했다고 보면 된다. 현재 200명 규모로 운영된다. 다만 중간 탈락 가능성을 고려해 약 10%를 추가 모집해 총 220명 정도를 모집했다. 또 하나 특징은 기존 공론화와 달리 시민들이 운영 구조까지 직접 결정한다는 점이다. 국회 공론화 때는 공론화위원회가 절차와 발표자, 전문가 선정 등을 모두 결정했는데 이번에는 시민들이 그런 부분도 상당 부분 직접 결정하도록 설계했다. 200명 중 약 20명을 기획참여단으로 구성해 의제 선정, 강연자 선정, 학습 과정 설계 등 전체 프로세스를 관리하도록 했다. 물론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외부 자문단 약 10명을 별도로 둬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 시민회의 임기는 어떻게 되는가. ▲ 올해부터 매년 순환형으로 할 계획이다. 원래 임기는 2년인데 올해는 롤링 방식으로 운영하려 한다. 올해 200명 중 100명은 올해까지만 활동하고 나머지 100명은 내년까지 활동한다. 내년에 새롭게 100명을 추가 선발해 항상 신규 100명, 2년차 100명 구조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기후시민회의에서 나온 정책 제안은 위원회가 정부에 전달하고 정부 부처는 3개월 내 답변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정책으로 최대한 수용하도록 유도하려 한다. - 미래세대 소송에 따른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개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현재 국회에서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다. 다만 아직 최종 결정이 난 상황은 아니다. 핵심 쟁점은 감축 경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이다. 선형적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초기 감축을 더 강화하는 방식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다. 가급적이면 상반기 국회 내에 정리가 되면 좋겠지만 현재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다. 지방선거 일정 등 여러 변수도 있어서 시간이 다소 걸릴 가능성이 있다. - 공론화 조사 결과에서는 초기에 더 빠르게 감축하는 경로(오목형)가 우세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공론화 질의문에서 위헌소지가 있는 나중에 더 많이 감축하는 경로(볼록형)을 넣어 질타를 받기도 하지 않았나. ▲공론화 과정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시민들에게 열어놓고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사실 위로 볼록한 감축 경로는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와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많았다. 그런데도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뒀다. 결과는 굉장히 놀라웠다. 위로 볼록형은 2%밖에 나오지 않았고, 오목형이 78%, 선형이 20%였다. 300명의 시민 참여단뿐 아니라 별도로 운영했던 40명의 미래세대 그룹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결국 시민들은 최소한 선형보다는 더 적극적인 감축을 원한다는 의미라고 본다. 물론 최종 결정은 입법권자인 국회의 몫이지만 국민들이 생각하는 방향성은 분명하게 나타났다고 본다. -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목표 설정 자체에만 지나치게 몰입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아무리 좋은 목표를 세워도 달성하지 못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달성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 임기가 2030년에 끝나기 때문에, 2030년 목표를 실제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하다. 정부 정책 수단은 크게 세 가지다. 규제 정책, 지원 정책, 홍보·소통·교육 정책이다. 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에는 배출권거래제를 보다 엄격히 운영해 감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 동시에 산업 기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감축 기술 개발 지원이나 재정 지원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시민 참여도 굉장히 중요하다. 시민들이 저탄소 제품을 구매하거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기업에 강한 시그널이 되고 실제 감축 효과도 있다. 현재 국민들은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는 간극이 있다. 이 간극을 줄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과제다. 기후시민회의 역시 단순히 200명의 공론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 공론화 모델로 확장하려 한다. 학교나 단체에서도 축약형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자료와 프로그램을 제공하려 한다. 예를 들어 중·고등학교에서 모의로 기후시민회의 형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좋은 정책 제안 공모전까지 연결하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 - 온실가스 감축에서 지방자치단체 역할이 중요하다. 지자체하고는 어떻게 협력할 계획인가. ▲온실가스 감축에서 상당 부분은 지자체 역할이다. 산업·발전 부문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 단위 정책이 많다. 지자체의 역량이라는 건 인력과 예산, 전문성인데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예산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하라고만 할 수는 없어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탄소중립지원센터 예산 같은 경우에도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올해 하반기에는 이런 부분을 좀 더 들여다볼 생각이다. -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재생에너지는 가장 큰 이슈라고 생각한다. 최근 에너지 위기를 겪으면서 국민들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커진 것 같다. 특히 이번 위기에서 가장 혜택을 본 나라가 중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태양광·풍력을 대규모로 확대했거 배터리 산업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화석연료 의존 리스크를 줄였을 뿐 아니라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큰 이득을 봤다. 우리도 하루빨리 보다 신속하게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그중 영농형 태양광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30년까지 100기가와트(GW), 2050년까지 400GW 수준 태양광을 확대하려면 결국 영농형 태양광 비중이 절반 이상은 돼야 한다. 다행히 최근 입법으로 영농형 태양광 관련 입지 규제와 이격거리 규제 등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 2024년부터 논의됐던 내용이 2년 만에 정리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은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전문위원회도 별도로 구성해 집중적으로 다루려 한다. 고용노동부는 고용 문제, 산업통상부는 산업 전환 문제를 다루지만 지역 전체 전환 문제는 개별 부처가 해결하기 어렵다. 특구 지정 등은 기후위원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석탄발전 지역 노동자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 여성·고령 노동자들은 전직이 쉽지 않다. 한국노총 사무총장도 기후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자리 전환을 신경 써서 추진하려 한다. 독일처럼 탈석탄위원회를 통해 장기 전환계획을 만든 사례도 참고하고 있다. - 탄소배출 저감과 기후 적응 중 어느 쪽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보는가. ▲개인적으로는 감축 정책을 오래 해왔기 때문에 감축이 조금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민들이 실제 체감하는 것은 적응 정책이다. 폭염, 산불, 건강 리스크 같은 문제는 국민들이 몸으로 체험한다. 문제는 적응 정책이 감축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점이다. 감축은 온실가스라는 단일 지표와 명확한 목표가 있다. 하지만 적응은 가뭄, 산불, 건강, 산업 리스크 등 목표 자체가 다목적이고 정량화도 어렵다. 국제적으로도 적응 목표를 설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는 한국환경연구원과 국립환경과학원에 각각 기후위기적응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과학원은 데이터와 정보 관리 중심이고 연구원은 정책과 적응대책 수립·평가 등을 담당한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후위기는 이미 현실화됐고 지구온난화 추세를 되돌리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도 굉장히 어렵다. 기업뿐 아니라 국민들도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목표 달성이 어렵고 더 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들께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시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동참해주셨으면 좋겠다. 다만 국민들에게만 요구할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먼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기후 실천을 보다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시스템과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다회용컵·다회용기 시스템 같은 것들도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 이창훈 위원장 프로필 △1967년 광주 △상문고 △서울대 경영학과 △독일 브레멘대 경제학 석·박사 △2022년~2025년 제13대 한국환경연구원 원장 △ 2026년~ 제4대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민간위원장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슈&인사이트] ‘삼전닉스’ 성과급 사태가 남긴 것

이강윤 정치평론가 대통령까지 참전하는 등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갈등과 사회적 논란이 뜨거웠다(삼성전자는 노조원 찬반 투표중). 성과급 찬-반 논거는 사회적 공공성과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몇 가지 숙제를 드러냈다. 성과급 찬성론의 핵심은 정당한 보상과 경쟁력 강화다. 초과이익의 기여도 별 배분은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라는 주장이다. 성과급이 내수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선순환에 기여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반면, 반대론은 산업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한다. 반도체는 불황과 호황 주기가 뚜렷한 고변동성 산업이므로 호황기 수익을 성과급으로 소진하기보다 R&D-시설투자 재원으로 유보해 장기적 경쟁력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또, 대기업이 이익을 독식하면 중소협력업체들과의 격차가 심화돼 후방산업생태계가 부실해지고, 주주 가치가 훼손된다는 점도 강조한다. 찬성론은 사회적 연대 관점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극단적 심화와 사회적 위화감 조성이다. 둘째, 산업생태계의 낙수효과 차단이다. 대기업의 초과이익은 낙후된 환경을 감내한 협력업체들의 희생 위에서 가능했다. 이익을 대기업 임직원만 독식한다면 협력업체에 돌아갈 단가 인상이나 기술지원재원이 줄어들어, 결국 경제의 허리인 중소기업을 고사시키고 국민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 반면, 노조의 성과급요구를 집단이기주의나 투자방해요인으로 몰아부치는 비판론 역시 다음 두 가지 점에서 보듯 자본편향적이며 현실을 왜곡하는 한계를 가진다. 첫째, 노동가치의 정당한 대우와 소득주도성장 기여에 대한 부정이다. 비판론은 기업이익을 자본과 주주의 전유물로만 취급하며 노동생산성의 가치를 과소평가한다. 노동자가 성과를 보상받아 가계소득이 늘어나면 세수증대와 내수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둘째, 경영적 책임전가의 오류 문제가 지적될 수 있다. 중소기업과의 격차나 투자재원부족의 책임을 노조의 성과급 요구 탓으로 돌리는 건 경영진과 정부의 정책적 태만을 은폐하는 논리로 사용되기 쉽다. 협력사 상생과 미래투자는 경영전략으로 풀어야 할 숙제이지 노동자에개 희생을 강요할 명분이 될 수 없다. 이상에서 보듯, 성과급 논란은 분배정의와 성장잠재력의 균형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다. 국민 전체가 상생하는 경제를 위해서는 노동자의 정당한 보상권리를 인정하되, 초과이익의 일부를 '사회연대기금'이나 '상생기금'으로 출연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절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노사 모두 공공성이라는 열린 시야를 가질 때 비로소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물을 떠난 물고기는 없기 때문이다. 1인당 성과급이 6억원 선이 아니라 6천만원 정도였다면 아마 이렇게 뜨겁게 달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성과급 논란과 진통을 금액으로 치환하면 문제는 제 자리고 논란은 도돌이표다. 삼전닉스는 현재 세계 1류 회사들이지만, 대한민국 경제생태계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영위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 회사 직원들 노력으로만 커온 게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성과급 성격과 국민경제 순환고리 차원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음지전 양지변'은 경제활동의 오랜 경험치이자 경험칙임을 논란 참여자 모두가 인식해야 할 것이다. bienns@ekn.co.kr

[EE칼럼] 데이터센터 시대, 그리드 운영의 새로운 해법 AI

최근 유럽 송전계통운영자(ENTSO-E)가 발표한 보고서(“Data centres and the power system: expected trends, challenges and opportunities")는 우리에게 새로운 계통운영의 시사점을 던진다. 2025년부터 2030년 사이 유럽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50% 이상 폭증할 전망이며, 그 부하는 기존 SCADA 시스템이 감지조차 할 수 없는 속도와 주파수 변동을 일으길 것으로 예측된다. UPS 기반 전원 구조는 경미한 계통 외란에도 수백 메가와트를 순식간에 차단해 버릴수 있다. 한 마디로, 인공지능(AI)이 만들어 낸 전력 수요가 지금의 계통 전체의 신뢰도를 해치고 시스템의 큰 리스크로 전이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이 지점에서 AI와 전력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해결 방법은, 하나는 수요적으로 데이터센터 입지를 규제해 버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급 측면에서 재생에너지 침투 속도를 늦춰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수적 해결책은 AX(AI Transformation)와 GX(Green Transformation)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놓쳐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계통운영의 가장 큰 리스크가 재생에너지와 AI 데이터센터라면, 그 리스크의 해법도 우리는 AI에서 찾아야 한다. ENTSO-E가 지적한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관측 불가능성이다. 기존 감시·제어 시스템은 초 단위 평균값을 본다. 그러나 AI 워크로드가 만들어 내는 부하 변동은 밀리초 단위에서 일어난다. 보지 못하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 해법은 PMU(Phasor Measurement Unit, 위상측정장치)의 고해상도 데이터를 머신러닝 기반 동적 안정도 평가 모델로 실시간 해석하는 것이다. 이미 학계와 산업계에서 딥러닝이 과도 안정도·전압 안정도 평가에서 전통적 수치해석을 수십 배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되고 있다. AI 부하는 AI로만 감시할 수 있다. AI는 '시간-전력 격차(Time-to-Power Gap)'를 메우는 핵심 도구다. 데이터센터의 접속 대기 기간이 길게는 10년을 넘는다는 것은, 송전 인프라 확충 속도가 전력 수요 증가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송전망을 새로 깔지 않고도 가용 용량을 늘리는 길은 있다. AI 기반 동적 송전용량 산정(Dynamic Line Rating), 조류 최적화, 혼잡 예측이 그것이다. 동일한 구리선에서 10~30%의 추가 용량을 끌어내는 이 기술들은 신규 송전선 건설에 드는 수조 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데이터센터 접속을 앞당길 수 있다. ENTSO-E 보고서의 가장 통찰력 있는 대목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전자기기·배터리·냉각 인프라·제어 가능한 IT 워크로드가 능동적 계통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구글이 이미 두 건의 전력회사 계약을 통해 자사 데이터센터의 AI 학습 부하를 수요반응(DR) 자원으로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상징적 사건이다. AI 학습은 추론과 달리 시간적 유연성이 크다. 이 유연성을 가상발전소(VPP) 플랫폼이 실시간으로 조율할 때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부하가 아니라 움직이는 발전소가 된다. AI 데이터센터 자체가 발전소이자 유연한 전력 운영 시스템 조절자가 되는 것이고 그 조율의 두뇌가 바로 AI다. 수도권 데이터센터 집중 규제와 지역 이전 등 분산자원화로 대응하는 우리의 접근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진정한 해법은 그리드 운영 그 자체를 AI로 재설계하는 것이다. 한전과 전력거래소의 운영시스템에 머신러닝 기반 안정도 평가, 동적 송전용량 산정, 데이터센터 유연성 통합 플랫폼이 내장되어야 한다. ENTSO-E는 보고서 말미에 “다음 용량의 파도가 그리드에 도달하기 전에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 제도의 핵심 엔진은 단연 AI다. AI가 만든 문제는 AI로 풀어야 하며 AI만이 AI로 인한 전력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이 AI 데이터센터 시대 그리드 운영의 새로운 문법이다. 조홍종

[기자의 눈] 李정부, 은행 잡지 말고 ‘복지 창의성’ 발휘하라

올해 4월 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가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게 1억원을 기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기안84는 서대문구청에서 폐지 줍는 어르신 가운데 소득이 적은 분,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분 등 100분을 추려 이야기를 나누고 100만원을 전달했다고 한다. 기안84에게 100만원을 전달받은 한 어르신은 “내 일생에 100만원이라는 말은 듣기 힘들다. 감사하다. 제일 먼저 갈비를 먹고 싶다"고 말했다. 기안84의 선행과, 갈비를 먹고 싶다는 어르신의 발언은, 현 정부의 핵심 과제인 '기본금융'을 떠올리게 한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한국 금융의 신용대출 시스템을 비롯한 금융의 구조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틈만 나면 은행권의 '이자장사'를 비판하고 있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신용등급을 두고 “금융이 설계한 보이지 않는 계급장"이라고 지적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연일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포용금융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부의 인식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정부는 '금융'으로 취약계층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데 어떠한 노력을 다했나. 정책서민금융 금리를 기존 15.9%에서 한 자릿수대로 인하하는 게 진정 '사람 살리는 금융'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최대 연 19.4%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청년미래적금'은 왜 청년들의 몫이어야만 하는가. 폐지 줍는 어르신들이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정책금융상품은 왜 만들지 못하는가. 청년미래적금처럼 폐지 줍는 어르신들이 한 달에 1만원만 저축하면 은행별 우대금리, 정부 기여금, 비과세 혜택을 더해 목돈을 만들 수 있는 상품이 있다면, “갈비 먹고 싶다"는 어르신들의 한을 풀어드릴 수 있지 않을까. 금융당국이 다음달 출범시키는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은 기존에 가동 중인 포용금융과 시작부터 달라야 한다. 저금리 생계자금 대출, 소액대출은 대출 의존도를 높이고, 빚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놓인 서민, 취약계층이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자생할 수 있도록 금융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온 힘을 다해야 한다. 공적인 책임은 하나은행, 우리은행과 같은 시중은행이 아닌 정부와 금융당국의 몫이다. 현 금융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은행이 아닌, 천편일률적인 상품으로 취약계층을 빚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하는 정부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이슈&인사이트] 스타벅스, 정용진 사과는 불필요하다

2024년 세월호 참사 10주년에 맞춰 출시된 스타벅스 코리아의 '사이렌 클래식 머그' 이벤트와 2026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진행된 '탱크데이' 마케팅을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의 과거 극우적 행보와 연결지어 일각에서 '도그 휘슬(Dog Whistle)'로 보는 모양이다. 가능한 얘기다. 한국 소비자에게 생소할지 모르지만 현대 마케팅 이론에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이란 것이 있다. 기업이 환경, 인권, 정치 등 민감한 사회적 의제에 적극적으로 특정한 입장을 밝히고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정치적 중립하는 게 일반적이라면, 자사의 가치관을 명확히 함으로써 신념을 공유하는 소비자를 강력한 팬덤으로 확보하려는 취지다. 물건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가치 또한 팔겠다는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미식축구 선수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나이키나, 환경 보호를 위해 정치적 로비도 서슴지 않는 파타고니아가 대표적이다. '브랜드 액티비즘'은 개념상 진보ㆍ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기업이 보수적 가치나 나아가 극우 성향을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삼고자 한다면 그것은 기업의 자유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보여준 방식은 '브랜드 액티비즘'보다는 '도그 휘슬'에 가까워 보인다. 대중 앞에서는 중립적인 척하면서, 뒤로는 음습한 코드를 심어 특정 비극을 냉소하고 조롱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일자마자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관계자를 중징계하며 고개를 숙인 것도 비굴해 보인다. 신념의 표출이 아니라 야비한 '증오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반증이다. 진정으로 우파 혹은 극우의 가치를 지향한다면 차라리 비겁한 암호 놀이를 멈추고 당당하게 극우 기업임을 표명해야 한다. 구차하게 사과할 필요도 없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자신들의 왜곡된 시각을 공식 경영철학으로 내걸고, 이에 따른 시장의 평가, 나아가 사회적 단죄를 정직하게 감내하면 될 일이다. 신념을 밝힐 용기는 없으면서 약자나 역사의 상처를 조롱거리로 소비하는 음지의 놀이문화를 기업 마케팅에 슬그머니 이식하는 행태는 가장 저질스러운 장사치에서나 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SNS를 통해 “대한민국 공동체와 기본적 인권, 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라고 직격한 것은 그러므로 국가 지도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정당한 비판이었다. 5·18 민주화운동과 세월호 참사는 정파적 사안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합의한 헌법적 가치이자 보편적 인권의 문제다. 이것을 조롱과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반역사적 행태에 대해 국가 원수가 분노를 표하고 도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부 부처 차원에서 스타벅스 모바일 상품권 제공을 중단하는 등 불매 방침을 선언한 것은 부적절한 처사다. 정부는 시장을 규율하고 정책을 집행하는 주체이지, 감정에 따라 불매운동을 주도하는 소비자가 아니다. 정부는 반역사적 행태를 날카롭게 비판하되, 실질적인 행정적 처벌이나 규제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공정하게 집행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 행정부의 역할을 해야지 소비자로 처신하면 안 된다. 구매를 거부하고 기업을 퇴출하는 시장의 영역은 시장의 주인인 소비자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기업도 상품화 과정에서 당연히 정치적 목소리를 담을 수 있다. 그러나 정직하게 광장으로 나와야 한다. 안타깝게도 스타벅스 코리아의 이번 사건은 혐오와 보편적 인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담았기에 '브랜드 액티비즘'이라 하기도 힘들다. 결국 이 모든 사달은 정 회장의 천둥벌거숭이 행태에서 비롯한 만큼 정 회장이 물러나는 게 회사로선 최선이다. 그럴 리 없으니 차선은 소비자에서 찾아야 하나? 다행히 한국에서 발에 치이는 게 커피숍이다. bienns@ekn.co.kr

[데스크 칼럼] 정용진 회장, 조직 DNA ‘재 각인’이 필요하다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스타벅스 불매 인증과 구매 인증이 경쟁적으로 올라오고, 오프라인에서는 시민단체의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이 사태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태 발생 당일인 18일 '저질 장사치'라고 표현한데 이어 23일에는 2년 전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사이렌 머그잔'을 출시한 것을 거론하며 '악질 장사치'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에 동조해 행정안전부 장관은 각종 국민참여 설문조사와 공모전 등에 스타벅스 상품권을 활용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국방부는 스타벅스와 체결한 격오지 부대 방문 음료 지원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법무부는 검찰청에 스타벅스 구매 내역을 점검하도록 했고, 국가보훈부는 당분간 스타벅스 상품권을 사용하지 말라는 내부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6.3 지방선거를 앞둔 정당들과 후보들이 이번 이슈를 선거에 이용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중앙정부부처들이 특정 기업 불매에 나선 것은 공공행정에서 형평성, 일관성, 예측가능성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과도해 보인다. 앞으로 민주주의 역사와 사회적 가치를 가볍게 여기는 사건, 국가적 비극을 폄훼하는 사건이 또 발생하면, 그때마다 해당 기업을 모두 불매할 것인가. 불매의 판단 기준은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 행정부가 갈등의 중재자가 아닌 갈등의 증폭자가 돼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이 모든 사태의 발단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에서 비롯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경영학에서는 기업이나 조직의 '관성적 행동'을 설명할 때 '임프린팅(각인효과)'이라는 개념을 쓴다. 초기 창업기나 CEO 교체기와 같은 '민감한 시기'에 창업주나 교체된 CEO의 개인적 성향이 조직의 문화, 전략, 관행에 마치 '도장'처럼 새겨져 이후 시간이 지나고 외부 환경이 변화돼도 초기에 새겨진 창업주(CEO)의 DNA가 사라지지 않고 지속된다는 개념이다. 정용진 회장은 신세계그룹 부회장 시절이던 2021~2022년 사이에 수차례에 걸쳐 자신의 SNS에 '멸공' 등 자신의 개인적 성향을 드러내는 게시물을 수 차례 올렸다. 이후 2024년 신세계그룹 회장에 오른 이후에는 SNS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과거 게시물을 삭제하기까지 했지만, 이미 80만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인 정 회장의 성향은 널리 알려진 상태다. 문제는 정 회장이 외부로 드러낸 개인적 성향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은 외부 팬들이나 소비자, 투자자보다 내부 조직 구성원이라는 점이다. 그룹 오너의 의중을 다른 직원보다 더 빠르게 간파해 더 충실하게 이행하고자 직원들간 경쟁을 벌이는 상황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정 회장이 자신의 SNS 활동을 두고 개인적인 일상이라거나 팬들과의 소통이라고만 여겼다면 이를 조직 내부 구성원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간과한 경솔한 행동이었다고밖에 할 수 없다. 지난 18일 최측근 중 한 명이던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해임하고 당시 사태에 대해 격노했다는 정 회장은 26일 신세계그룹 차원에서 진행한 진상조사 결과와 함께 직접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다. 정 회장이 이번 사태를 온전히 수습하고자 한다면 그룹 내에 어떤 과거의 각인이 남아있는지 파악하고 '재각인(Re-imprinting)'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김성환 장관 “기후·에너지 통합은 시대적 소명…‘전기국가’로 대전환 선도”[창간 인터뷰]

“환경과 에너지가 별개라는 기존 패러다임 자체가 더 이상 적절하지 않고 함께 가야할 분야다." “조직 내 환경과 에너지가 융합될 수 있도록 인사교류 확대 등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재임 1주년을 두 달 앞두고 지난 19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환경과 에너지가 분리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지난해 7월 이재명 정부의 환경부 장관으로 취임한 후 3개월 뒤 기후부 출범에 따라 초대 기후부 장관이 됐다. 기후부 출범 직전까지도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분야를 합치는 것을 두고 산업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 등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돼왔다. 그러나 그는 기후위기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전 세계가 탄소감축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확대하는 시대에 환경과 에너지는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후부 내 환경과 에너지 분야가 융합될 수 있도록 인사 교류를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 장관은 이를 바탕으로 2030년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보급 목표 달성과 열 분야 전기화를 위한 히트펌프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화석연료인 나프타로 만드는 플라스틱 의존도를 줄이고 폭염, 홍수, 녹조 등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현상들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후 적응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성환 장관과 일문일답. - 환경부 장관 취임 이후 약 10개월,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이후 7개월이 지났다. 소회를 말해달라. ▲여러 현장을 다니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기후위기가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폭염과 집중호우 같은 기후재난은 이미 국민 일상이 됐고 산업 현장에서도 재생에너지 확보와 탄소중립 대응이 생존 문제가 되고 있다. 환경부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된 것도 이런 시대 변화를 반영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제 기후위기 대응은 경제·에너지·안보까지 연결된 국가 핵심 전략이 됐다. 이재명 정부의 초대 기후부 장관이라는 중책에 대한 책임감도 굉장히 크다. - 대통령도 에너지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 대통령께서도 국무회의에서 '잠잘 생각하지 말고 일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상황은 절박하다. 실제로 세계는 이미 재생에너지·탄소중립 중심으로 질서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우리가 머뭇거리면 미래 경쟁력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크다. 앞으로 태양광·풍력·에너지저장장치(ESS) 같은 미래 산업을 키우고 에너지 대전환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 경쟁력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이지만 대한민국이 석유국가에서 전기국가로, 화석연료 중심 사회를 넘어 탈탄소 녹색문명으로의 대전환을 선도하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다. - 기후부가 기존 환경과 에너지 기능을 통합하면서 물과 기름이 합쳐졌다고 할 정도로 정책 조율이 잘 안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 환경과 에너지가 별개라는 기존 패러다임 자체가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 화석연료 중심 성장 과정에서 자연 파괴와 기후위기가 심화됐고 이제 환경과 에너지는 분리할 수 없는 분야가 됐다. 지난해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 과정에서도 과거처럼 갈등보다는 같은 테이블에서 다양한 이행 경로를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조직이 융화되는 과정에서 초창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발생하는 만큼 각 조직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융합을 추진하고 있다. 혼합배치를 위한 부처 내 인사 교류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각 구성원이 기후·환경·에너지를 아우른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구체적으로 어떤 걸 하고 있는가. ▲ 장·차관 및 과장급 간부 100여명이 참여하는 1박 2일 '간부 소통 워크숍'을 개최해 환경과 에너지 분야 간의 협업 및 팀워크를 강화했다. 부서 내 협업을 이끌고 업무 노하우 등을 공유한 직원을 선정·포상하는 '행복한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행복한 조직이 정책 성과를 낸다'는 인식하에 조직 내 행복 에너지를 확산시켜 직원들이 즐겁게 소통하는 하나의 기후부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 - 미국·이란 갈등 이후 화석연료 의존 구조 취약성이 다시 드러났다. 재생에너지 100GW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과제는 무엇인가. ▲ 단기적으로는 신속한 설치와 다양한 입지 활용이 가능한 태양광 중심 보급 확대가 중요하다. 올해 9월 재생에너지법 시행에 따라 이격거리 규제를 완화하고 계통여유지역 중심 대형 프로젝트를 발굴할 계획이다. 산업단지 지붕형 태양광과 영농형·수상형 등 활용 입지를 다각화하겠다. 또 '공공기관 K-RE100'을 통해 공공 유휴부지 활용을 늘리고 주민참여형 사업인 햇빛소득마을도 확대할 예정이다. 안타까운 영덕 노후 풍력설비 화재와 같은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육상풍력은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해상풍력은 특별법 기반 계획입지와 일괄 인허가를 통해 사업 기간을 단축해 나가겠다. -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국산화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 현재 중국이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제조업 경쟁력이 뛰어나므로 기술혁신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고효율·친환경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정부는 텐덤셀 상용화 같은 핵심 기술 연구개발(R&D)을 적극 지원하고 정책금융 확대와 탄소검증제 고도화 등을 통해 국내 산업 생태계 회복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공공주도 사업과 금융 지원을 통해 공급망을 확대하고 핵심 기자재 기술개발을 통해 재생에너지 기술주권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 열 분야 전기화와 히트펌프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무엇인가. 청정열의무화제도의 방향은 어떤가. ▲ 열 분야 전기화는 단순히 난방 기기를 교체하는 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에너지 구조를 화석연료 중심에서 전기 중심으로 바꾸는 대전환 프로젝트다. 정부는 히트펌프 초기 설치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공기열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는 제도 기반도 마련했다. 또 가정용 히트펌프 전기요금 체계를 마련해 장기적인 경제성을 보장하도록 했다. 재생열 이용 의무화 제도는 업계가 차세대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를 주저 없이 실행할 수 있는 강력한 투자 유인책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 국회에서는 탄소중립법에 2031~2049년 감축 경로를 담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환경단체들은 초기에 감축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정부는 지난해 11월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 수준으로 국제사회에 제출했다. 향후 감축 경로 역시 이를 기반으로 논의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맞게 미래 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넘기지 않는 형태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국회 주도로 진행된 공론화에서 시민대표단의 77.9%가 조기에 감축하는 오목한 경로를 선택한 바 있기도 하다. 현재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으며, 국회 기후특위 법안심사를 거치고 있다. 정부도 관련 논의를 뒷받침하고 있는바 헌재 결정·공론화 결과 등을 충분히 고려한 입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 탄소배출 및 환경오염의 주 원인인 폐플라스틱 문제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 기후부는 지난달 28일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나프타로 만드는 플라스틱을 감축할 계획이다.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은 줄이고 불가피하게 사용되는 플라스틱은 재생원료로 대체하는 순환경제 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재활용 사각지대에 놓여 단순 소각되던 의류, 일회용 플라스틱컵 등에 대한 재활용 체계부터 구축해 나가겠다. 우선 경찰청과 협력해 경찰복을 수거해 재생 폴리에스터를 추출하거나 충전재·보온재 등으로 사용하고 향후 군복 등 대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폐기물부담금 대상인 일회용컵은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에 편입해 동일한 재질 용기와 함께 재활용되도록 관리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일회용품이 많이 사용되는 다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다회용기 전환을 가속화하겠다. 장례식장은 전국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시설부터 협약을 체결해 다회용기로 전환하고 이행 결과를 토대로 민간 시설에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다회용기를 아직 사용하지 않는 사업장 내 구내식당·카페, 스포츠경기장, 공공기관 인근 카페 등에도 다회용기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겠다. - 4대강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한 취수구 개선사업도 관심이 크다. ▲ 이번 달부터 녹조 계절관리제를 처음 시행하고 있다. 녹조 발생 전 배출원 관리를 강화해 녹조 심화 시에는 물 흐름 개선 등을 통해 신속히 대응하는 제도다. 보와 관련해서는 유역민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취·양수장 개선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개선 대상 180곳 가운데 19곳이 완료됐으며 2028년까지 시설 개선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와의 협업을 통해 취·양수장 시설 개선 추진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고 인·허가 절차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다각적으로 협력하겠다. 사업에 있어 수자원공사·농어촌공사와 같은 전문기관 위·수탁을 확대하고 기술자문단 운영 등을 통해 설계·공사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신속히 해소하고 있다. 사업에 대한 지역 주민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주민설명회와 간담회도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 - 기후적응 측면에서 중점적으로 보는 분야는 무엇인가. ▲ 기후위기의 근본적 해결은 온실가스 감축이지만 국민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기후적응 정책 역시 매우 중요하다. 기후부는 지난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가 기후위기 적극 대응 대책'을 수립했다. 홍수·가뭄, 폭염·한파 등 국민들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문을 중심으로 핵심 정책과제를 선정했다. 앞으로도 국민들이 삶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 기상청 전망에 따르면 올해 여름도 평년보다 더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민분들이 폭염에도 충분히 쉬실 수 있도록 '우리동네 쉼터'를 조성하고 취약계층의 냉방비 지원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를 오는 7월부터 지급할 계획이다. 폭염 시 야외 근로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기후보험 도입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다가오는 홍수기에 대비해 지난 12일에는 '2026년 여름철 홍수대책'도 발표했다. 농업용 저수지 등 숨은 물그릇을 찾아 전년 대비 홍수조절용량을 최대 10억4000만톤 추가로 확보하고 AI 홍수예보 및 도시침수 예보를 통해 정확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또 제방 붕괴 위험이 높은 취약구간과 하천·하수도에 대한 안전점검과 보수·보강 등 선제적인 관리도 강화할 예정이다. 기후부는 기업들의 기후공시 의무화에 대비해서는 기업의 미래 기후위험을 예측하고 온도 상승 등의 물리적 리스크, 탄소배출권 비용 증가 등 전환 리스크가 기업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와 분석 도구 등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우리 산업계가 기후위기에 대응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지원하겠다. ■ 김성환 장관 프로필 ◇약력 △1965년 전남 여수 출생 △연세대 법학 학사 졸업·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 △2010∼2018년 제 9~10대 노원구 구청장 △2018∼2020년 제20대 국회의원(서울 노원구병) △2020∼2024년 21대 국회의원(서울 노원구병)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서울 노원구을) △2025년 07~09월 환경부 장관 △ 2025년 10월~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김성우 시평] 환경과 안보가 끌고 경제가 밀어야 하는 이유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에너지 전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는 세가지로, 환경(탈탄소), 안보(안정성), 경제(수익성)을 꼽는다. 탄소배출을 줄여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시작된 에너지 전환은 방향 제시에는 성공했으나 기후변화를 멈추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그 속도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 여기에 반복되는 전쟁이 '안보'를 위협하면서 보다 안정적 에너지로의 전환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전쟁은 과거 오일쇼크와는 차원이 다른 에너지 및 산업의 복합 위기로, 이러한 복합적 안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로의 전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태양광발전소와 배터리를 결합해 에너지를 자국내에서 생산하면, LNG·석유 등 연료 가격 변동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 안보는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필요성을 과거 여느 때 보다 부각시킴과 동시에, 화석연료 발전소처럼 전력 공급 안정성이 뛰어난 자산들의 필요성도 부각시키고 있다. 여기서 수익성 중심의 '경제'라는 요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 기고문에서 필자가 지속가능한 전환을 위해서는 기술가격과 금리의 조건이 필수라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무리 친환경/국내산 에너지라도 너무 비싸면 전환에 한계가 있고, 반대의 경우라면 정책과 별개로 시장에서 알아서 확산되기 마련이다. 청정에너지가 정부 정책 방향과 달리 시장에서 확산되고 있는 미국을 예로 들어 보자. 작년 한 해 동안 청정에너지 축소와 화석연료 확대 정책에 집중해 온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들어서는 자동차나 발전소 그리고 공장의 탄소 배출 제한의 근거로 삼아 왔던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 조차도 폐기하고 환경보호청(EPA) 내년 예산을 52% 삭감해 제안하는 등 반기후 정책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발전소 투자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이 발표한 공식 전망에 따르면, 2026년 새롭게 설치되는 발전소 계획용량은 총 86GW인데, 그 중 93%가 태양광(51%), 풍력(14%), 에너지저장장치(24%)이다. 이는 저렴하고 빠르게 공급 가능한 에너지를 시장에서 요구한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의 경우는 정책 방향까지 에너지 전환을 거들다 보니 수출 확대로 연결되는 모양새다. 10년 전부터 에너지자급률 제고를 목표로 원자력 및 재생에너지 등 자국내 자원과 역량을 결집하고 전기차 보급 등 수송부문의 에너지 전환을 꾸준히 추진한 결과, 금번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가격 상승에 영향을 덜 받는다. 뿐만 아니라 국내시장 실적을 바탕으로 에너지전환 기술의(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 재생너지설비 등) 수출도 늘고 있다. 2025년 중국은, 전기차의 경우 전세계 생산량의 3/4에 육박하고, 리튬 이온 배터리는 전세계 제조용량의 80%, 태양광 패널은 88%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사태 이후 주유소 제품가격이 올라가자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에너지 국산화를 위해 에너지저장장치와 재생에너지가 확산되는 등 글로벌 에너지전환 수요가 급증하면서 중국의 수출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도 에너지전환 기술의 가격 경쟁력, 즉 경제성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에너지수입 의존도가 84%를 넘어 에너지자립 기반이 취약한 한국은, 역으로 말하자면 에너지 전환을 위한 국내시장 잠재력이 크다. 이와 더불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간 제품 포트폴리오가 갖추어져 있고 고밀도 기술력을 장착한 배터리 제조기업들을 포함해 원자력/재생에너지/전력기기 등 에너지전환 산업생태계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 이에 국내 시장과 산업을 활용해 (가격경쟁력 포함) 수출경쟁력 확보로 연계해야 한다. 국내 시장에서 육성되지 않은 기술을 수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에 에너지자급률 제고를 위한 국내 에너지전환 시장 확대 정책을,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수출 정책과도 연결하는 종합적 장기 산업 정책이 절실하다. 가장 극심한 기상이변의 예보와 중동사태의 복합 여파의 예고 속에서 올 여름을 초조하게 마주하고 있다. 이러한 초조함은 앞으로도 반복될 확률이 높기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은 지속가능해야 한다. 환경과 안보라는 요소가 끌고 경제라는 요소가 밀어야 하는 이유다. ekn@ekn.kr

[이슈&인사이트] AI 투자 랠리, 채권시장 불안 넘을 수 있나

지난 15일 세계 주식시장이 일제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의 코스피도 6%가 넘는 하락을 기록했다. 그 중심에 금리 인상이라는 이슈가 부상했다. 채권 시장의 소리 없는 외침을 주식 투자자들이 이제야 듣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채권 시장의 약세(금리 상승)에도 주식과 채권은 디커플링이 유지되었다. 금리 시장은 미국-이란의 충돌로 유가가 상승하자 인플레이션 우려를 반영해 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전쟁 중에도 주식 시장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식 시장의 강세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AI 산업의 핑크 빛 전망과 전쟁 이후 재건을 기대하는 주식들을 중심으로 전쟁 이후 인플레이션이 높게 유지가 된다고 해도 이 주식들이 인플레이션 헤지를 할 거라는 인식으로 강세를 이어왔다.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AI를 위해 빅테크 기업들이 엄청난 설비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감한 설비 투자는 성장을 지지하면서 주가를 끌어 올리고 금리나 물가가 높더라도 그런 우려를 상쇄할 수 있고도 남을 정도의 기세가 있었기에 전쟁 이슈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의 강세를 이끌어 가는 동인이었다. 채권 시장에서는 이런 요인들이 모두 반대로 작용하고 있다. 전쟁 이후에도 인플레가 꺾이지 않을 거라 두려워하고 있다. 새로 임기를 시작한 캐빈 워시의 어설픈 통화 완화에 대한 두려움, 즉 인플레이션이 통제가 되지 않는 환경에서 금리가 낮아지는 게 장기 채권을 중심으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 지출이다. 성장을 방어하기 위해 채권 발행의 증가하고 있다. 채권 공급의 증가와 함께 금리가 뛰는 문제를 만들게 된다. AI의 설비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회사들이 유보된 현금을 통해 설비 투자를 늘려왔지만 이제는 돈을 빌려서 투자를 하는 순간이 도래했다. 재정 지출이 늘어나면서 국채 공급의 증가로 채권 시장에 부담을 주는데 빅테크마저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국가와 빅테크가 시중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형국이 되고 있다. 게다가 역설적이지만 설비 투자로 강한 성장이 나오게 되면 경기 과열에 대한 우려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물가도 높고 성장도 강하다. 그럼 채권 금리에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써 지는 거다. 전쟁 이후에도 AI 산업에 대한 빅테크들의 투자와 AI가 인픞레이션을 만회하는 성장을 만들 수 있다는 이유로 주식 시장은 미국과 이란의 충돌에도 불구하고 큰 폭으로 상승하였지만 채권 금리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평가에 상위에 올려 놓으면서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은 물가 상승 압력 때문에 금리를 올리고 재정 지출을 늘린다고 한다. 호주와 노르웨이는 이미 금리를 인상했고 ECB도 6월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영국은 규모 없이 쓴 재정이 문제가 되어 스타머 정권이 불안한 상태다. 길트 금리도 상승 중이다. 미국 국채 10년 금리는 마지노 선인 4.5%를 넘어 4.6%까지 뛰어올랐다, 경기 둔화 우려로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까지 모으면서 1년 전에 2.6%까지 낮춰졌던 한국 국고채 10년 금리는 지금 4.2%를 넘어섰다. 한은도 7월에는 25bp 금리를 인상할 거라는 게 다수의 생각이고 연말에는 3%까지 올라갈 거라 예상하고 있다. 그럼 주식 시장은 좋은데 채권 시장은 나쁘니 채권 시장에서 돈이 빠져서 주식으로 이동하는 일을 상상할 수 있을 거다. 그럼 채권 시장의 약세(금리 상승)가 더 심해지고 결국은 높아진 채권 금리가 주식 시장의 상승에 발을 걸 것이다. 그러한 징조가 나왔기에 주식 시장이 서서히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채권 시장의 추이를 봐야 할 시점이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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