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인기 점포보다 유행 타지 않는 스타벅스 스페셜스토어 만들 것”

“반짝 인기 점포보다 유행 타지 않는 스타벅스 스페셜스토어 만들 것”

“고풍스러운 고택, 전통시장, 반려동물 동반 등 이색적인 공간의 정체성을 강조해 고객 경험을 극대화한 스타벅스의 스페셜스토어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겠습니다." 국내 주요 지역의 랜드마크, 고택·전통시장 등 자연경관과 이색 장소만의 특색을 담은 스타벅스 점포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겉보기에 대규모 카페에 그치지 않고, 점포 디자인부터 특화 메뉴까지 일반 매장과 차별화한 이른바 '스페셜스토어' 매장들이다. 신용아 스타벅스코리아 스토어전략팀 팀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쉽게 식어버리는 트렌디한 매장보다 타임리스(timeless, 유..

[기자의 눈] 바이오벤처 모험투자 활성화 물꼬 터야

최근 중국 정부는 바이오벤처 육성을 위한 주목할만한 정책을 발표했다. 바이오제약, 인공지능(AI), 우주항공 등 미래산업 분야에서 현재 아직 수익성이 없는 기술 스타트업이라도 성장 잠재력과 기술개발 진전이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미국 나스닥에 해당하는 중국 상하이 '스타 마켓'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는 아직 실제 수익이 나지 않고 있더라도 모험자본을 유치해 미래산업 분야의 혁신기업을 다수 육성하고 중국의 미래산업 분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이 제도를 통해 상장하는 스타트업은 '과학기술혁신성장층'이라는 신설 경로를 통해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 있으며 연간 순수익 1억위안 이상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이 성장층을 벗어나 기존 정규 상장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현재 매출이나 수익이 없어도 기술 우수성이 입증되면 스타트업이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다. 2005년 도입된 이 제도를 통해 다수의 바이오제약 스타트업이 상장에 성공했지만, 이 제도는 매출은 상장 후 5년,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은 3년간만 상장유지조건 적용을 유예해 준다. 바이오신약 1개 개발에 10년 가량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상장 3~5년 후에 매출과 수익이 본궤도에 오르기는 어려우며 이때문에 많은 바이오 스타트업이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 본업인 신약개발을 제쳐두고 건기식, 물티슈 등 당장 매출이 발생하는 사업에 매달리기도 한다.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들은 최근 미국에서 열린 '바이오 USA'에 역대 최다 규모로 참가해 우리 기술력을 알리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돌아왔다. 한국바이오협회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운영한 한국관에만 총 51개 바이오제약 벤처기업이 참가해 총 450여건의 상담을 현장에서 진행하는 등 성과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은 물론 미국, 일본 등 바이오제약 강국들은 정부가 나서서 바이오헬스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일본 경제재정정책위원회(CEFP)는 의료 스타트업에 대한 통합지원을 담당하는 후생노동성 의료혁신지원실(MEDISO)을 강화해 헬스케어 스타트업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바이오제약 산업이 후발주자에서 선도주자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보다 과감하고 긴 안목의 제도 및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2명] ▲김명진 1급 교수실장 ▲조완수 1급 울산본부장 [6명] ▲박정원 2급 연구기획부장 ▲박종호 2급 재난안전처 재난안전부장 ▲배재영 2급 제주본부장 ▲송제웅 2급 경기북부지사장 ▲이용석 2급 인천본부 검사2부장 ▲최성준 2급 서울남부지사장 [17명] ▲강운성 3급 전북본부 검사1부장 ▲곽은성 3급 충북본부 검사2부장 ▲김완구 3급 강원광역본부 검사1부장 ▲김현미 3급 충남본부 화학물질검사진단부장 ▲김현준 3급 대전광역본부 검사2부장 ▲두성숙 3급 안전정책처 국제협력부장안정진 3급 경기서부지사 검사2부장 ▲윤혜진 3급 경기광역본부 안전지원부장 ▲이기영 3급 경기북부지사 검사1부장 ▲이동욱 3급 재난안전처 사고조사부장 ▲이세나 3급 경영지원처 운영지원부장 ▲이세정 3급 경기서부지사 검사1부장 ▲이용희 3급 강원광역본부 검사2부장 ▲정연규 3급 경영지원처 재무관리부장 ▲최대원 3급 부산북부지사 검사부장 ▲하상준 3급 충남본부 검사1부장 ▲한현미 3급 기획조정실 성과평가부장 (이상 25명, 2025. 7. 1.부)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이슈&인사이트] 이란 때리고 금리 내리는 미국, 우리는 준비됐나

트럼프는 이란의 항복을 주장하면서 2주간의 유예 기간을 주겠다고 말한 이틀만에 이란 핵 저장시설 3곳을 B-2 폭격기를 동원해 'bunker buster' 폭탄을 투하했고 이란은 이스라엘과 휴전을 선언한 상태다. 이란 국민들의 속내도 이제 평화다.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의 영향이 줄어들 거고 이란의 정치 지형은 바뀔 것이다. 이번 미국의 이란 핵 시설 폭격에서 보듯이 트럼프가 주장하는 상호관세 협상의 모범 답안을 세계각국에 제시했다. 이란처럼 핵 협상 테이블에 순순히 나오면 트럼프는 이를 응징하고 중국처럼 맞불 관세에 더불어 희토류를 가지고 미국에 맞짱을 뜨면 트럼프가 물러날 수 있다는(TACO) 힌트를 각국은 얻게 되었다. 방위비 증가에 반발한 일본도 이와 같은 전략을 지금 쓰는 게 확실하다. 우리도 상호관세와 방위비 증가에 대비해 우리만의 무기인 조선과 HBM을 가지고 강하게 트럼프 정부에 맞서야 우리 국익을 지키게 될 것이다. 한 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얘기까지 나오면서 상승했던 유가는 이란-이스라엘 휴전 소식으로 다시 60달러대로 급격히 하락했다. 승기를 잡은 트럼프는 유가를 내리라면서 에너지부에 당장 시추를 지시했다. 유가가 트럼프의 바람대로 급격히 하락한다면 관세의 최대 걸림돌인 인플레가 수그러들 것이고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인플레는 크게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미국 장기채 금리는 하락할 것이고 달러도 약세로 갈 것이다. 거기에 더해 스테이블 코인과 SLR(법정 유동성 비율) 규제를 완화하면서 미 국채의 수요를 증가시킬 계획을 시행할 수 있게 되었다. 스테이블 코인이 활성화되면 미국 단기 채권을 담보로 해야 하니 단기 국채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이는 단기 금리를 내리며 달러 약세를 자극하고 긍극적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미국 달러의 사용을 증가시켜 달러 패권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같은 맥락으로 SLR의 규제 완화는 미국 시중은행들의 미국 국채 수요를 증가시키게 되고 특히 10년 이상의 장기채 수요도 늘어나 미국 채권의 프레미엄, 즉 장기금리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번 6월 FOMC에서 연준 위원들 간에 분열의 조짐이 나타났다. 올해 3 번의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사람의 늘어났고 그 주장에 앞장선 사람이 바로 월러 이사다. 매파의 선봉이었고 차기 연준의장 후보로 강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이다. 파월은 저항하고 있지만 트럼프와 의회의 정치적 공세를 이겨 내기 쉽지 않을 거다. 월가에서는 벌써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래서 유럽중앙은행은 지난 6월 초 금리 인하가 거의 끝나간다고 시사했던 라가르드 총재의 말을 뒤집고 ECB 부총재는 추가 금리 인하를 일본은행 총재도 금리인하 시사 발언을 하고 있다. 무역 분쟁, 관세 분쟁 등으로 인한 성장 둔화 우려를 해소를 위해 그동안 각국은 금리를 내린 건데 미국이 채권 수요를 통해 금리를 내린다면 우리도 추가 금리 인하를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서울을 중심으로 치솟는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크지만 이재명 정부의 금융시장 부양 기대로 오르는 코스피 시장에는 금상첨화가 될 전망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로 원화 가치 상승 또한 예견된다. 연내 한차례의 추가 금리 인하와 원화 강세 가능성은 열어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화 절상의 속도 및 크기는 다른 국가들과 보조를 맞춰야 할 같다. 최용

[EE칼럼] ESG의 이면과 한국의 전략적 선택

최근 몇 년 사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전 세계 기업과 투자자들의 핵심 화두가 되었지만, 이제는 그 이면을 냉정하게 들여다볼 시점이 되었다. ESG는 한때 “지속가능성에 대한 약속"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상황에 따라 취사선택되는 조건부 전략으로 변질되고 있다. 시장성과 수익성, 그리고 효율성이 ESG 원칙을 압도하는 순간, 기업과 금융기관은 주저 없이 기존의 입장을 철회하거나 후퇴한다. 최근 미국에서 벌어지는 사례들은 ESG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명확히 보여준다. 첫째, 미국의 주요 은행들이 탄소 감축 목표에서 급속히 후퇴하고 있다.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시티, 모건스탠리 등은 2025년 들어 Net-Zero Banking Alliance(NZBA)에서 잇달아 탈퇴하거나, 기후 목표를 1.5℃에서 “파리협정 이하" 수준으로 완화하는 등 ESG 약속을 대폭 후퇴시켰다. 이들은 “정책 변화"와 “고객 전환의 어려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이유로 들며, 사실상 수익성과 실현 가능성을 ESG보다 우선시한 것이다. 둘째, ESG를 앞세운 펀드가 실제로는 탄소 집약적 기업에 투자하는 사례도 있다. JP모건의 '지속가능' 펀드가 약 2억 파운드(약 3000억 원)를 전 세계의 에너지 및 실물 자산 거래 1 등기업인 글렌코어(Glencore)에 투자한 것이 대표적이다. 글렌코어(Glencore)는 환경 규제 위반 이력까지 있는 기업으로, 이는 '지속가능성'이라는 이름 아래 실질적 ESG 원칙은 무시된 사례다.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는 ESG 전략에 따라 사우디의 아람코(Saudi Aramco)와 셰브론(Chevron) 같은 고탄소 기업을 '기후 솔루션' 투자처로 분류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탈석유·탈가스의 흐름과는 명백히 반대되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CalPERS는 “전환기 투자"라는 프레임을 적용해 정당화하고 있다. 이는 ESG를 투자 수익과 리스크 헤지 수단으로 재정의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더 중요한 흐름은 정부 차원에서도 ESG에 대한 유연한 조정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 및 주 정부는 에너지 비용 상승이 경제성과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하며, 최근 에너지 관련 규제들을 적극 재검토하고 있다. 여러 주는 기후변화, ESG, 환경정의, 탄소세 및 벌금 등과 관련한 각종 규제 중 이념 중심의 비현실적 정책들을 식별하고, 위헌적이거나 과도한 조치들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ESG를 무조건 지키는 이상적 규범이 아닌, 경제·안보 현실과 조화되는 실용적 정책 프레임으로 재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친환경을 주도적으로 외치던 EU도 옴니버스 패키지를 통하여 지속가능실사 지침을 연기하거나 유예하고 있으며 탄소국경조정 대상 기업을 대폭 면제해주는 등 실사구시의 자세로 경제가 우선임을 새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은 어떤 전략을 선택해야 하는가? ESG를 우선하면서 기업의 활동을 제약하고 비용을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환경규제 위주의 탄소중립 정책의 결말은 제조업 경쟁력 하락과 국민 비용 증가만이 남을 것이다. 물론 탄소중립과 녹색 전환은 시대적 과제이며 이를 외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술적·지리적 제약, 불리한 자연조건, 높은 전환 비용을 고려할 때, 무리한 선언보다는 실현 가능성과 경쟁력을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는 에너지 안보와 산업 기반을 위협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점진적이고 유연한 정책 조정을 검토해야 하며, 기업은 실효성 있는 ESG 실행 방안을 스스로 설계해 나가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영리하고 현실적인 전략을 통해 ESG와 생존을 동시에 추구해야 할 때다. 조홍종

[기자의 눈] MG손보 계약 받는 5대 손보…‘당근’은 없나

노동조합이 정상 매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으나, 가교보험사를 통한 MG손해보험 계약 이전이라는 방향성은 흔들리지 않을 공산이 크다. 상대적으로 노동자 친화적인 새 정부가 출범했으나, 지금까지 여러차례 매각이 불발되는 과정에서 매력도가 낮아진 탓이다.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결정타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관련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기본자본 킥스 도입이라는 '후속타자'가 타석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같은 국면에서 MG손보의 계약을 받게 되면 장·단기적인 악영향을 피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MG손보가 장기보험을 다수 들고 있는 점도 악재다. 당국이 리첸트화재를 정리했던 방식을 들고 나왔지만, 단기계약이 많았던 당시 보다 더 큰 충격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현장에서는 원치 않는 부담을 떠안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센티브가 과도하면 특혜 논란이 발생할 수 있지만, 주가와 킥스 비율 하락을 비롯한 부작용이 발생하면 회사가 감당해야 때문이다. 계약을 받는 일명 '빅5(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KB손해보험·현대해상)'도 일반·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 등 손보업계가 직면한 악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업무상 배임 논란도 빚어질 수 있다. '계약을 적정하게 분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사실상 다른 회사에 더 많은 부실계약이 이전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볼 수 있다. 업계에서 거론되는 기준은 킥스 비율과 당기순이익 등이다. 일부 기업은 개선됐으나, 업계 전체적으로는 수치가 악화되고 있어 여유가 있는 쪽에 몰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좋은 성과를 낸 것이 페널티를 초래하는 원인이 되는게 맞냐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결국 보상을 장담할 수 없기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무작위 분배 방식도 지양할 필요가 있다. 특정 상품을 적게 취급하는 회사에 해당 상품군이 몰리는 등 경영방침을 훼손하는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교보험사를 통한 계약 이전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최근 정권을 막론하고 '민관 원팀'이 대두되고 있지만, 이번 사태에서는 기업들을 '관치'의 대상으로 본 것 아니냐는 것이다. MG손보가 끝이 아닌 '스노우볼'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확산되는 것도 당국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한다. 당국이 이제부터라도 기업들이 받는 타격을 최소화하고 다시금 밸류업에 나설 수 있도록 허심탄회한 소통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이상호 칼럼] 이스라엘의 이란 선제공격으로 보는 한국의 억지력 확보 고민

이스라엘이 지난 13일 이란을 선제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이란·이스라엘 간 충돌에 대해 일방적으로 “완전한 완전한 정전(complete and total ceasefire)이 발효됐다"고 선언 했지만 정전의 실효성은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최초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대규모 공격이었다. 선제공격이란 “적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명백한 증거에 근거하여 개시하는 공격"으로 이스라엘이 먼저 방어적인 차원에서 공격했다는 의미다. 이스라엘의 공격 명분은 이란의 핵 개발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국제원자력기구(IAEA)까지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 비준수' 결의를 채택하면서 이스라엘 공격이 정당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스라엘은 1980년에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자력발전소를 공습하여 이라크의 핵 개발을 원천 봉쇄한 바 있다. 2007년에는 시리아가 건설 중이던 원자로를 폭격하여 시리아의 핵 보유를 막았다. 이스라엘은 주변국의 핵 보유를 적극적으로 억제하여 국가의 안보를 지키는 적극적인 '예방적 자위권(preventive self-defense)' 기반 선제공격을 시행해 왔다. 공격이 적극적인 방어라는 믿음이다. 한국의 경우, 1994년 북한 핵 위기 때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 영변 핵 시설 폭격을 고려했음에도 실제로 공격을 감행하지 않은 이유는 한국 정부와 합의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한국은 북한 비핵화를 기대하면서 1991년 채택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원칙을 고수하며 북한에 대한 유화정책을 유지했다. 이 결과 현재 북한은 50여 개의 핵탄두를 확보한 명실공히 핵보유국이 되었다. 북한을 설득하고 믿으면서 핵 보유를 막으려고 했던 한국은 여전히 핵보유국이 되는 길을 가지 않았다. 북한 핵 공격을 막기 위해 한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한다는 선택은 거의 하기 불가능한 대안이다. 더군다나 북한을 존중·신뢰하고,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전쟁보다 낫다는 기조에서 북한에 대한 강공이나 압박보다 대화 혹은 평화적 접근을 강조하는 진보 정부에서는 상상조차 불가능한 개념이라고 봐야 한다. 물론 핵 보유가 국가 간 전쟁을 막아주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재래식 전쟁은 한다. 인도-파키스탄은 둘 다 핵을 보유했지만, 계속 군사적으로 충돌했다. 지난 5월에도 양국은 전면전 수준은 아니지만, 치열한 격전을 벌여 1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19년 충돌에서는 300명 이상의 인명이 희생되었다. 한쪽이 핵이 없어도 전쟁은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것이다. 작은 분쟁과 전쟁 발생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래도 핵 보유의 의미는 비록 적대국 간 군사 충돌이 있더라도 이게 핵의 공포 때문에 핵을 터트리는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믿음에 기반을 둔다. 한국은 현재 미국에 제공하는 핵우산, 소위 '확장억제력'에 의지해 재래식 군사력으로 북한을 억제하고 있다. 원론적으로, 굳이 한국이 값비싸고 보관도 어려우며 국제사회 제재를 초래할 수 있는 핵을 무리하게 보유하는 것보다 미국의 핵 억제력을 잘 활용한다면 한국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분명하지만 문제는 미국이 핵 보복을 보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주한미군 감축이나 임무 조정 등의 논란이 확산하면서 미국의 핵우산을 더 확신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한국이 핵 개발을 추진할 가능성과 명분을 주는 동기가 된다. 이상호

[EE칼럼] 빅테크의 원자력 선택

최근 미국 전력시장에 큰 변화가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과 동시에 에너지 위기를 선포하였다. 파리기후협약으로부터 탈퇴를 선언했고 IRA (인플레이션감소법안)도 폐지될 전망이다. 2024년 10월 구글(Google)이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개발사인 카이로스파워로부터 전력을 공급받기로 하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같은 시기 거대 유통기업인 미국의 아마존(사)가 SMR 개발사인 X-energy에 5억 달러의 지분투자를 하기로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12월에는 페이스북의 후신인 메타(Meta)가 원자력 전기 4기가와트(GW) 공급자를 구한다는 공모가 나왔고 올해 4월에는 Equinix(사)가 오클로(Oklo)로부터 500메가와트(MW)의 전력구매에 대해 사전계약을 맺었다는 뉴스가 나온다. 해설없이 팩트만 전달된 위의 뉴스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눈에 뜨이는 것은 이들 빅테크 기업이 몇 년전까지 RE100을 한다던 기업이었다. RE100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하자는 비정부기구(NGO)의 캠페인이다. 탈원전 정부에서 이를 강조했던 것은 이것이 유일하게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근거로 사용하기에 적절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캠페인이 이산화탄소 배출저감을 위한 캠페인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은 오해다. 이 캠페인은 수소연소와 같은 다른 배출저감 방식은 인정하지 않고 재생에너지 보급만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목표인 캠페인이다. 아무튼 빅테크 기업의 최근 행보는 RE100이 인정하지 않는 원자력으로 지향점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RE100이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7월 미국 에너지부는 AI 데이터센터에 전력공급이라는 7쪽 분량의 간단한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이는 일반적 검색엔진으로 찾을 수도 있고 내려받을 수도 있다. 여기서 주장하는 것은 AI 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전력은 탄력성(Flexibility)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주문에 따라서 전력수요가 급격히 증가 또는 감소한다. 따라서 이에 전력도 따라주어야 하는데 재생에너지는 이러한 탄력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것이다. 두 번째 주목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기업이 가장 고민해야 할 것은 '제품을 어떻게 잘 만들것인가'이다. 그런데 지금 이 기업들은 '전력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물론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발생한 일이다. 우리로 치면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어떻게 잘 만들 것이냐가 아니고 전력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에 대해서 보도자료를 발표한 것과 같다. 최근에 하이퍼 스케일 컴퍼니(Hyper Scale Company)라는 표현이 나온다. 즉 엄청난 전력을 필요로 하는 회사를 말한다. 미국 에너지부는 이러한 하이퍼 스케일 컴퍼니에 대해 기존의 인프라로 전력을 공급하기 어려우니 자구책을 찾으라는 권고를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빅테크 기업이 전력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매우 특이한 뉴스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사)가 컨스털레이션이라는 전력회사로부터 전력구매계약을 맺기로 했는데 TMI-1호기를 되살려서 그 전력을 공급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TMI-1호기는 1979년 사고가 발생했던 TMI-2호기로부터 불과 100미터 떨어진 원전이다. 사고나 사고의 영향은 없었지만 경제성이 나빴기 때문에 세워두었던 원자로이다. 이 원자로를 수리해서 다시 가동하고 그 전력을 마이크로소프트가 사기로 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원자로를 수리해서 가동하는데 160억 달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신규원전 건설에 100억 달러 정도가 들어가는데 그보다 많은 돈을 들여서 수리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나오는 전력의 평준화발전단가도 메가와트시당 100달러로 엄청나게 높다. 2023년 아이다호에 건설하려던 NuScale SMR의 건설이 취소되었던 이유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었고 그 때의 가격은 메가와트시당 89달러였다. 불과 2년 만에 시장이 달라진 것이다. 우리나라도 삼성전자 평택공장과 SK하이닉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각각 원전 7-10기분의 전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이 전기가격이 몇 배가 되더라도 우선 확보하려는 다급한 상황을 목도할 때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또 전통적인 전력인프라가 이런 전기를 공급하지 못할 전망이라면 자구책을 찾을 필요도 있다. 정범진

[인터뷰] “보험설계사, 새 시대에 맞는 역할 정립 필요”

“보험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설계사가 상품을 판매하고 가입시키는 '셀러'였다면, 이제는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고 보험료가 저렴한 상품, 재무건전성도 안전한 회사를 찾아주는 '파인더'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박선샘 굿리치 서울1본부 AM지점장은 지난 22일 서울 을지로의 한 카페에서 본지를 만나 “전국민의 97%가 보험가입자고, '상품이 필요하니까 보험료를 내고 있다'고 말하는데도 업계의 이미지가 좋지 않은 상황이 아쉽다"고 말했다. 고객이 가입한 상품이 좋지 않아서 개선 방안을 찾아주는 것보다 '리모델링을 위한 리모델링'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오른 보험료 때문에 가입자가 어려움을 겪는 등의 문제를 해소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예전에 나온 상품이 모두 좋지 않은 것은 아닌 만큼 설계사 본인에게 이득이 되지 않더라도 '좋은건 좋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영업신조를 가진 인재들을 중심으로 조직을 꾸려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설계사가 많아지면 업계의 신뢰도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박 지점장은 다수의 경제 방송에서 보험 전문 패널로 출연한 90년대생의 '젊은피'로, 보험금 청구를 비롯한 개인 영업활동 뿐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매크로 경제 환경, 금융당국의 기조, 제도 변화 등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며 일과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간병인·장기요양보험이 각광 받고, 중입자치료 등 신기술의 등장으로 진단비 보다는 치료비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부연했다. 7년간 고객들과 만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점을 묻는 질문에는 “진심이 닿지 않을 때"라고 답변했다. 고객의 병력과 가족력 등을 토대로 보장범위와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고객에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데 보험료를 높이기 위한 '상술'로 보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박 지점장은 소비자의 역할도 주문했다. 특히 “정 때문에 보험을 가입하는건 정말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를 소비자가 떠안아야 하므로 상품에 대해 자세히 따져봐야 한다는 이유다. 설계사가 환급이라는 명목으로 적립보험료를 임의로 넣으면 소비자가 아닌 설계사에게 이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본인이 보험산업에 진입한 계기도 공부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상품과 회사에 대해 알아보고 적합한 상품을 찾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고객들의 상품을 (재)설계하면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에서 보람을 찾는다는 점도 언급했다. 대형 보험사로 첫걸음을 시작했다가 법인보험대리점(GA)로 옮긴 이유도 여기에서 찾았다. 자신이 속한 회사의 상품만 판매하는 전속설계사 보다 여러 곳의 상품을 제시할 수 있는 GA가 설계사라는 직업을 갖게 된 '초심'과 더 맞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전속설계사가 육군이 강력한 군대라면 GA는 육·해·공군을 모두 보유한 군대라고 비유했다. 치아보험, 태아·어린이보험, 여성보험 등 특정 상품군에서 강점을 보이는 기업의 보험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에서 추진해온 정책들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교통사고·도수치료 등과 관련한 일명 '나이롱 환자'를 잡겠다는 취지에는 동감하면서도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기준을 잘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지점장은 “보험 판매 수수료를 최대 7년간 분할 지급받는 개편안이 업계에서 많은 지탄을 받고 있는 것이 맞다"며 “보험계약 유지율 향상을 비롯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형 GA 보다 중·소형 GA가 받는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견해도 드러냈다. 그러나 일종의 '필터' 역할을 수행하는 제도로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설계사의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을 뿐더러 최근 보험사와 GA들이 영업력 확장 등을 위해 설계인력을 대폭 늘리면서 발생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40만명대 초반이었던 설계사수는 2022년부터 3년간 연평균 7% 이상 증가했고, 지난해 47만2000명을 기록했다. 전속설계사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GA 소속 설계사가 10년 전보다 대폭 불어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정부와 국회를 향해 현장을 믿고 현재의 기조를 유지해달라는 당부도 했다. 설계사 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과잉청구를 지양하는 등 문화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지점장은 “젊은층 뿐 아니라 고령의 금융소비자들도 최근 많이 '똑똑'해졌으나, 시장의 성숙을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더욱 현명해져야 한다"며 “보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입으로, 전문상담사와 여러차례 만나보는 등 크로스체크가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기자의 눈] “충실하게 지갑 열어야”…‘통 큰’ 빚 탕감에 난감한 은행권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영화 '부당거래'에 등장해 유명해진 대사다. 이는 최근 새 정부의 '빚탕감 정책'을 접한 한 은행권 관계자의 입에서도 나온 문장이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의 뚜껑을 열면서 '배드뱅크' 추진 방향도 윤곽이 잡혔다.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채무 탕감 대상은 113만명으로 7년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장기연체채권을 금융권에서 일괄 매입해 소각할 방침이다. 이번 원금 감면 대상엔 취약계층에서 저소득층으로 기준이 확대됐고, 지원 기간도 늘려 코로나 이후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10만명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문제는 16조원 규모의 채무 탕감을 위해 필요한 예산 8000억원 중 정부가 4000억원을 부담하고 금융권이 나머지를 분담하는 방식을 취한다는 점이다. 은행권은 최소 3000억원 이상 지원하게 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은 금융 소외계층을 통 크게 돕는다는 취지는 좋지만, 정부가 '통 큰 지원'을 외치고 뒷감당은 은행권 주머니를 통해 메우려 한다는 목소리다. 한 관계자는 “말이 협의지, 실질적인 부담을 떠안는 건 금융권이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의 상생금융 요구에 지난해 4조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하기도 했던 은행권은 이자수익 감소와 연체율 상승으로 건전성 부담이 높은 업황 속 사실상 강제적인 자금출연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은행권의 마음이 무거운건, 재정적 부담은 차치하더라도 정책의 실효성에 물음표가 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번 정책으로 인해 시장에서 '빚을 안 갚은 사람이 혜택을 보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의 정책을 소개하는 다수의 유튜브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선 “모든 정부가 빚 탕감을 해주는데 이걸 놓치고 받지 않으면 바보"라는 식으로 광고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앞서 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에서 탕감한 취약계층 대출 원리금이 최소 18조원에 달했지만 가계 평균 신용대출액은 오히려 증가했다. 은행권에선 “지원 규모도 부담이지만 정부의 명분 좋은 요구에 충실하게 지갑을 열어야 하는 형국이 될 때가 있다"며 “은행의 재원 충당이 사실상 명령처럼 작동하고, 공적 재원을 통한 빚 탕감은 어느새 당연해진데 반해 정책 성과는 좀처럼 느끼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재정적자 3% 이내 관리'라는 재정준칙이 사실상 무너진 상황에서 정부 지원이 계속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는 재원을 충당하는쪽도, 도움을 받는쪽도 정책 효과와 형평성에 공감할 수 있도록 부담 주체에 대한 논의나 성실상환자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도 보다 깊게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이슈&인사이트] ‘전범’ 네타냐후는 왜 아직도 자유로운가

이스라엘과 이란의 공중전으로 인해 양국에서 희생자와 피난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지난 6월 15일, 프랑스 일간지 에 유력 이란인들의 시국 성명이 실렸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 나르게스 모하마디와 시린 에바디,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와 모하마드 라술로프, 여성 인권운동가, 법학자, 정권의 탄압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까지. 이란의 양심이라 할 이들이 함께 서명했다. “두 나라(이란, 이스라엘)에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 학살 중단을 요청한다. 우리는 이란의 영토 보전과 국민이 진정한 주권 아래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천명한다. 하지만 지금 이슬람 공화국이 추진 중인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이스라엘 정권과의 파괴적인 전쟁은 이란 국민의 이익에도, 인류 전체의 이익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이 갈등은 단지 사회 기반시설을 파괴하고 민간인의 생명을 앗아가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자체로 인류 문명의 토대를 위협하는 중대한 위협이다."그들은 자국 이란 정권의 핵무기 야망을 정면으로 부정했고, 민간인 살상과 기반시설 파괴에 반대하며, 평화적 이행을 요구했다. 그리고 이스라엘과 이란 양국 모두에게, 인류 문명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무차별 폭력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한가지 질문이 남는다. 이스라엘에는 왜 이런 성명이 나오지 않는가. 이스라엘에도 반전(反戰) 지식인과 시민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는 세계 언론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것은 단순한 편집의 문제만은 아니다. 누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누구의 고통을 외면할 것인가. 국제 정치의 '선택된 윤리'가 여전히 작동 중이라는 뜻이다. 2023년 11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학살을 이유로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에 대해 전범 혐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는 단 한 번도 체포되지 않았다. ICC에는 군대가 없다. 체포는, 네타냐후가 방문하는 국가들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 동맹국들은 그 어떤 협조도 하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전쟁을 지휘하며 민간인을 죽음으로 내몬다. 국제법은 있지만, 정의는 없다. 힘의 논리 앞에서 법은 침묵한다. 지난 6월 11일, 그는 부패 혐의로 이스라엘 법정에 섰다. 검찰의 추궁은 날카로웠고, 일각에선 실각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그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다시, 전쟁을 연장했다. 팔레스타인들을 상대로 민족학살인 제노사이드를 자행해온 그는 이번에는 이란 핵·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을 지시하며 전면전을 확대하며 개선장군처럼 행동하고 있다. 미국 내 일부 유대인 지지층의 함께 환호와 함께 지지율도 상승하는 모양새다. 그는 자신이 직면한 정치 위기를 국가 안보 위협을 강조하며. 특히 이란 핵 위협과의 대립 구도를 통해 국내 정치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전쟁은 유용한 도구다. 그것은 독재자들이 오래전부터 써온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참여연대도 네타냐후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전범으로 고발한 적이 있으나, 그후 수사진행은 오리무중이다. 참여연대는 네타냐후가 저지른 가자지구 폭격, 인도적 봉쇄, 민간인 학살 등을 명백한 국제인도법 위반이라 보았다.한국 시민사회는 침묵하지 않았다. 국제 정의의 실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는 태도 속에서, 그들은 책임을 선택했다. 그러나 정작 국제기구들은 침묵했다. 유엔은 결의안을 내고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고, ICC는 스스로를 집행하지 못하는 이름뿐인 재판소로 전락했다. 서방 정치권은 네타냐후의 방패막이다. 정의는 누구에게만 작동하고, 누구에겐 멈추는가. 국제법은 왜 이렇게도 비겁하고 무력한가. 성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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