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여전히 원픽, 바벨 전략으로 변동성 방어”…신한운용 김정현 그룹장[ETF 딥다이버]

“반도체는 여전히 원픽, 바벨 전략으로 변동성 방어”…신한운용 김정현 그룹장[ETF 딥다이버]

코스피 지수가 6000선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6월 말부터 이어진 조정 국면이 길어지는 모양새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그룹장은 지금 국면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변수로 미국 국채 금리를 꼽았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는 굳건하지만, 최근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빅테크 기업은 자기자본이 아닌 회사채를 발행해 데이터센터를 짓고 반도체를 사들이는 만큼, 금리가 계속 높은 상태를 유지하면 투자 속도가 예상보다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7월 말~8월 초 실적..

[기자의 눈] ‘스타플레이어’ 한동훈, 국민의힘은 어떻게 할 것인가

요즘 정치권에서 유독 홀로 눈길을 사로잡는 정치인이 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다. 거대 정당이라는 울타리도, 자신을 지켜줄 제도적 방패도 없지만 인사 청문 정국에서 여권과 정면으로 맞붙으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문득 리오넬 메시가 떠오른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결승 무대까지 이끈 메시처럼, 팀 전체보다 한 명의 선수가 유독 크게 보이는 순간이 있다. 지금의 한동훈 의원이 그렇다. 한 의원에게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도 겹쳐 보인다. 노 전 대통령 역시 초선 시절 5공 청문회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거침없는 질문과 추궁을 이어가며 대중적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거대 정치세력의 중심에 있어서가 아니라 '싸우는 정치인'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만들어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 의원의 최근 행보에 대해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의혹을 직접 파고들어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있다"며 “정치인이 인사 검증의 길을 열어주는 것은 박수를 받을 일"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그의 공세가 곧바로 의혹의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검사 출신이라는 강점을 앞세워 여권을 정면 겨냥하고, '대여 저격수'라는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문제는 국민의힘이다. 한 의원의 공세가 반갑기는 하면서도, 그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복당과 당내 주도권을 둘러싼 셈법은 복잡해진다. 이를 두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과 맞서 싸우려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밥그릇 싸움이 웬 말이냐"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 이후 보수는 여전히 재건의 길 위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소속으로도 여권을 상대로 선명한 메시지를 내는 '스타플레이어'가 나타났다면, 보수 진영이 고민해야 할 것은 견제가 아니라 활용법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한 의원을 둘러싼 당내 세력 계산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그를 배척할 경쟁자로 볼 것인가, 보수의 귀중한 자산으로 안을 것인가다. 메시가 그라운드에서, 노무현이 청문회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듯 한 의원 역시 스스로 만든 무대에서 존재감을 입증하고 있다. 이제 그를 팀 밖에 세워둘지, 다시 그라운드 안으로 불러들여 핵심 공격수로 쓸지는 온전히 국민의힘의 선택에 달렸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이슈&인사이트] 대미 투자, 전략적으로 하자

미・중 갈등 속에 중국의 대미 수출과 무역흑자는 줄어들지만, 중국은 동남아와 EU 시장에 대한 수출을 대폭 확대하면서 대체시장을 찾았다. 중국은 관세가 낮은 국가를 경유하여 미국에 수출하는 우회 수출로 미국에 대한 수출을 어느 정도 유지하였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인플레이션에 직면하게 되자, 결국 소비자물가에 민감한 품목의 관세를 다시 낮추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여전히 중국산 태양광 제품, 전기차 및 배터리, 반도체, 철강 및 알루미늄 등 핵심 전략 품목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였다.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조치는 단순히 중국산 제품의 수입을 줄이기 위한 목적을 넘어 미국에서 이 제품들을 생산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의 제조업이 단순 노동집약적 제조업을 넘어 첨단 제조업으로 발전하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제조업이 급속도로 약화하면서 무기 제조나 군함 건조・수리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가 안보까지 타격을 주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감수하더라도 미국 제조업 특히 첨단 제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마침 피지컬 AI가 발전하면서 로봇 제조가 활성화할 경우 미국에서도 저렴하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미・중 갈등과 미국 정부의 제조업 부흥 정책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는 더 이상 미중 갈등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 상황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다. 한・미 관세 합의와 투자협정에 따라 우리나라가 향후 10년간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하였다. 또한 미국은 관세를 무기로 반도체와 같이 전략적으로 자국에 필요한 업종이나 품목의 투자를 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전략적으로 대미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냉정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우리나라 기업이 개별적으로 투자하는 것과 한・미 투자협정에 따라 투자하는 것을 긴밀하게 연결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400억 달러 이상 투입하여 첨단 파운드리 팹 2곳과 첨단 패키징 R&D 및 제조라인을 구축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라피엣에 40억 달러 이상 투입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 및 R&D 시설을 착공하였다. 그럼에도 베선트 미 상무부 장관은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으면 반도체에 고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 1억 달러를 들여 미 필리 조선소 지분을 100% 인수했고, HD현대중공업도 미 해군 함정 MRO 사업 자격(MSRA)을 획득하고 미 현지 방산 업체 및 조선 파트너들과 협력을 타진하며 미국 시장 공급망 편입을 추진 중이다. 그 외에도 HD현대일렉트릭의 앨라바마주 변압기 투자, 효성중공업의 테네시주 멤피스 변압기 투자 등 전력 관련 투자가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확정적이라고 거론되는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 1호는 기존 투자나 투자 예정인 건과 별개로 논의되고 있다. 정부와 국내 기업 간에 충분한 소통을 통해 한・미 투자협정과 연계하여 전략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업은 정부와 소통 없이 투자할 경우 향후 기업의 투자 여력이 약화하여 더 이상 한・미 투자협정 관련 투자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적으로도 기업은 기업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투자하면 과잉투자가 이루어져 국내에 투자할 여력을 잃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bienns@ekn.kr

[EE칼럼] 정치와 규제가 합작한 한전의 부실

한전이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에 25조 원어치의 전기요금을 선납해 달라고 제안했다. 삼성전자 20조 원, SK 하이닉스 5조 원에 달하는 전기요금은 작년 기준으로 5년 치에 해당한다. 지난 7월 재정부 국고실장과 국채정책과장이 한전과 삼성전자 그리고 SK 하이닉스의 고위관계자를 만나 논의하였고 청와대에도 관련 보고가 이뤄졌다고 한다.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미납 전기요금을 나중에 내는 경우는 있어도 미래의 전기요금을 선납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전력을 얼마나 썼는지 계량을 한 다음 그 값을 치르는 것인데 얼마나 쓸지도 모르면서 미리 돈부터 내라는 것이다. 양사도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5년 후까지 지속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연한 결론이다. 어쩌다 한국의 대표 공기업 한전이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한전은 상반기 기준 210조 7,160억 원의 부채를 갖고 있다. 하루 이자 비용이 115억 원, 1년이면 4조 2천억 원에 달한다. 작년 기준으로 한전의 총괄원가는 120조 원 정도 되는데 이 중에서 구입전력비용이 82조 원에 가깝다. 전력망을 건설하는 데에 73조 원 정도 써야 한다. 당연히 쓸 돈이 모자란다. 그래서 사채를 발행하지만 이 또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2배 이내로 제한되어 있다. 그런데 2022년에 이를 5배까지 늘려주는 정부의 특례를 한전법을 개정해서 통과시켰다. 이 특례도 2027년말 종료된다. 이제 돈 꾸기도 어려워졌다. 공기업 중 가장 뛰어난 인재와 경쟁력을 가진 한전이 왜 이렇게 적자와 부채의 수렁에 빠졌을까? 한마디로 그 원인은 정부의 지나친 요금규제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전기요금은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제4조(공공요금 및 수수료의 결정)에 따른 공공요금으로 규정되어 재정경제부의 협의와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사실상 전기요금은 대통령이 결정한다고 보아야 한다. 한국은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같은 전국 선거를 때론 매년 또는 격년, 적어도 3년에 한 번씩은 치른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는 웬만해서는 전기요금을 인상하려고 하지 않는다. 역대 한전 사장들이 두부값이 콩값보다 싸다는 식으로 전기요금이 원가에 터무니없이 못 미친다고 하소연하였으나 정치권은 여지없이 전기요금을 동결하거나 도저히 채산성을 마치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하게 인상하곤 하였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을 무시하고 한전의 전기요금을 동결하였던 정치권의 무책임은 회복하기 어려운 한전의 부실을 초래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은 그렇다고 치자. 공기업 운영과 경제정책을 맡은 재정경제부 엘리트 관료들이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가격 규제를 정당화하고 대표적 공기업을 부실에 빠뜨리는 것을 보면 공무원들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유야 어떻든 한전의 이와 같은 부실은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엘리트 관료들이 국민경제보다는 부처 이기주의와 관료 권한을 더 중요시한다는 반증이다. 9월 초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 공공기관 DIET 2026」에 따르면 정부는 석탄공사를 청산하기로 하였다. 석탄 수요의 감소와 함께 2025년 말 기준 부채가 2조5천9백억 원이고 연간 750억 원 이상의 이자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석탄산업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석탄공사는 청산하면서 이보다 부채는 81배 이상, 연간 이자 비용은 56배가 넘는 한전에 대해서는 왜 한마디 언급도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 발전소로부터 전기 살 돈과 전력망 깔 돈 그리고 빚과 이자를 갚을 돈이 없어서 반도체 경기 호황으로 돈 벌고 있는 국내 1·2위 재벌에게 5년 치 전기요금을 미리 달라고 구걸하는 한전의 모습은 너무 안타깝다. 한전의 부실 재정은 정치와 공무원들의 규제가 합작한 전형적인 인기영합주의의 비극이다. 조성봉

[특별기고] 대미 원전투자, 두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정부의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전략투자 사업에서 미국 원전 건설이 핵심 과제로 급부상했다. 구상 단계를 넘어 구체적인 협상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미국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업의 급속한 성장에 대응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수십 년간 신규 원전 건설이 정체되면서 이를 뒷받침할 공급망과 전문인력, 건설 역량이 충분하지 않다. 한국은 원전을 계획된 기간과 예산 안에서 건설할 수 있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설계, 주기기 제작, 시공, 시운전과 운영에 이르는 전 주기 공급망을 갖추고 있으며 국내외에서 풍부한 건설·운영 경험도 축적했다. 미국에는 원전산업을 신속히 재건할 역량이 필요하고, 한국에는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다. 대미 원전투자는 양국의 필요와 강점을 결합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그러나 투자의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그 조건과 구조다. 한국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면서도 우리 원전산업의 참여와 미래 시장 진출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성공적인 전략투자라고 하기 어렵다. 대미 원전투자는 다음 두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추진돼야 한다. 첫째, 미국 원전사업에 한국 원전산업의 실질적인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한국의 자금이 미국 원전사업에 투입된다면 사업 여건과 기업별 경쟁력에 따라 설계, 기자재 제작, 시공, 사업관리 등의 분야에서 투자 규모와 산업적 기여에 걸맞은 역할과 사업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검증된 공급망과 건설 역량을 활용해 미국 원전사업의 일정 지연과 비용 상승 위험을 낮추는 길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사업 발굴과 선정 단계부터 양국 기업이 함께 참여하고, 한국 기업의 참여 범위와 합리적인 수익 구조, 그에 따르는 책임과 권한을 정부 간 협의와 사업 계약을 통해 명확히 해야 한다. 미국의 원전산업 기반을 확충하는 동시에 한국의 공급망과 전문인력도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협력이 지속될 수 있다. 둘째, 대미 원전투자의 일부는 한국이 개발한 APR1400의 미국 내 건설로 이어져야 한다. APR1400은 국내외에서 건설·운영 경험을 축적했으며, 이미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설계인증을 취득해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갖추고 있다. APR1400의 미국 건설은 한국의 투자에 대한 단순한 반대급부가 아니라, 미국이 검증된 노형과 공급망이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확보해 원전 건설의 속도와 실행력을 높이는 방안이다. 이는 미국 노형과 APR1400 가운데 하나만을 선택하자는 뜻이 아니다. 사업 여건에 따라 미국 노형 사업에서 양국 기업이 협력하는 한편, APR1400을 적용한 사업도 병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두 노형이 각자의 경쟁력을 발휘하며 함께 추진된다면, 미국은 원전사업의 선택지를 넓히고 한국은 새로운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양국 원전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상호 호혜적 협력은 이러한 구조에서 가능하다. 대미 원전투자는 미국의 원전산업 재건과 한국 원전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함께 이루는 산업전략이 돼야 한다. 한국 원전산업의 실질적인 참여와 APR1400의 미국 내 건설이 함께 실현된다면, 미국은 원전 확대에 필요한 공급망과 건설 역량을 확보하고 한국은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다. 나아가 양국이 이러한 협력을 바탕으로 세계 원전시장에 공동 진출한다면, 대미 원전투자는 한미 산업협력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이 될 것이다. chyybh@ekn.kr

[기자의 눈] 지지율에 흔들려선 안 될 에너지·환경 정책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정부의 에너지·환경 정책도 조급해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에너지·환경 정책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분야가 아니다. 한번 정한 방향이 향후 10년, 20년의 국가 기반을 좌우한다. 특히 정부가 미국과의 대미 투자 협상을 서두르는 듯 싶다. 원전 수출과 맞물려 웨스팅하우스 지분 투자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원전 업계에서는 신중론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투자를 끌어내야 할 이유가 있는 만큼 우리가 급한 모습을 보일수록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원전 산업의 미래와 수십조원의 투자가 걸린 문제라면 더욱 냉정한 손익 계산이 필요하다. 투자 주체로 거론되는 한국전력의 재무 사정이 녹록지 않다. 반도체 산업단지와 데이터센터 등 메가프로젝트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전력수요 전망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지난해 12월 수립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 4월 처음 공개된 수요 전망에서는 2040년 최대전력을 최대 138.2기가와트(GW)로 내다봤다. 그 후 메가프로젝트가 발표되면서 지난달 2040년 최대전력 수요를 165GW로 수정했다. 한 국가의 전력수요 전망치를 4개월 만에 바꿀 만큼 메가프로젝트가 갑작스럽게 나타났다는 증거다. 여기에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화석연료 발전을 줄이는 동시에 메가프로젝트를 감당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최근 12차 전기본 논의에서는 2040년 재생에너지 설비를 자가용 태양광까지 포함해 총 236GW로 확대하는 전망까지 제시됐다. 지금 재생에너지 용량 37GW보다 6배 넘게 많아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다. 물은 얼마나 필요한지도 잘 모른다. 정부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신규댐 가운데 5곳을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그런데 정작 앞으로 데이터센터가 얼마나 많은 물을 필요로 할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영산강 수계가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에 물을 공급할 만큼 수질에는 문제가 없는지도 논란거리다. 전기는 계획이라도 나왔는데 물은 이제 제대로 계산해봐야 한다. 이 외에도 대통령 공약인 '햇빛소득마을', 공기업 통폐합 등 쏟아지는 정책들이 너무 많다. 기자 입장에서야 정책이 쏟아지면 쓸 기사가 많아져서 좋지만 요즘은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정책들이 하나의 전략 안에서 맞물려 움직이는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는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동해 심해 석유·가스 탐사·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반전을 노렸다. 결과적으로 그 조급함은 국내외 자원개발 정책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정부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고 싶어진다. 그러나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정책일수록 때로는 속도를 늦출 용기가 필요하다. 에너지·환경 정책의 시계는 5년인 정권의 시간보다 훨씬 길다. 정책의 속도가 대통령의 지지율 그래프에 너무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슈&인사이트] 성장으로 빚을 갚는다는 약속, 그 청구서는 누가 받는가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의 화법은 일관된다. “40조 달러라는 숫자에 마법 같은 것은 없다. 우리는 성장을 통해 빚에서 벗어날 수 있다." G20에서도 CNBC 인터뷰에서도 반복된 이 말은 사실상 미국 재정 전략의 선언문이다. 증세도, 지출 삭감을 통한 긴축도 아니다. 관세 수입과 국채 바이백으로 당장의 불을 끄면서, AI가 만들어낼 생산성으로 부채의 절대액이 아니라 GDP 대비 비중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도 이 그림 안에서 움직인다. 인플레이션이 3%대 중반을 웃도는데도 시장은 그에게서 금리 인하 신호를 기대하고, 재무부는 장기금리를 억누르기 위해 채권 시장에 이례적으로 개입한다. 월가에서 “스스로 한계를 설정한 자멸적 전략"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문제는 이 성장 서사가 현실화되기까지의 시차다. AI 투자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세수를 늘리기까지는 최소 몇 년이 걸리지만, 청구서는 지금 날아오고 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중동發 지정학적 긴장 때문이고, 미 국채 금리가 들썩이는 것은 AI 데이터센터에 투입되는 천문학적 자금 수요와 재정 적자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겹친 결과다. 경제의 온기가 서민 가계에 닿기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기름값과 대출금리, 카드 리볼빙 이자는 지금 청구서로 날아든다. 성장의 과실은 AI 관련주와 부동산을 가진 자산가에게 먼저 쌓이고, 고금리·고물가의 부담은 임금노동자와 무주택 서민에게 먼저 전가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이를 “부자를 위한 정책"으로 단정하는 것도 성급하다. 폴 크루그먼도 최근 장기금리 급등 원인을 행정부 실책보다 AI 붐에 따른 자금 수요 급증에서 찾았다. 지금의 고금리는 워싱턴이 서민을 버리기로 “선택"한 결과라기보다, 세계적으로 동시에 벌어지는 기술 투자 붐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만든 구조적 국면에 가깝다는 것이다. 다만 그 국면 속에서 증세 대신 성장을 택한 것은 고통 분담 방식을 선택한 것이기도 하다. 증세는 자산가에게 더 크게 작용하는 반면, 고금리·고물가는 서민에게 더 크게 작용한다. 성장론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행 과정의 고통 배분이 역진적이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15일 상원 표결을 국가부채 해법으로 곧장 연결 짓는 것도 성급하다. 이날 상원이 다루는 클래리티법(CLARITY Act)은 부채 감축 법안이 아니라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과 SEC·CFTC 감독 권한을 정리하는 시장구조 법안이다. 다만 통과되면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커지면서 발행사들이 준비자산으로 단기 국채를 대거 사들여, 결과적으로 국채 수요를 늘려 금리에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 나온 분석이다. 부채를 “해결"한다기보다 국채를 소화할 매수 주체를 늘리는 간접 경로에 가깝다. 그마저도 15일은 법안 가결이 아니라 본회의 토론 개시 여부를 정하는 절차적 표결(클로처)이며, 60표를 채우려면 민주당 의원 최소 7명이 필요하고 트럼프 일가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둘러싼 협상이 막판까지 꼬여 있어 통과 자체가 불투명하다. 결국 미국이 걷는 길은 확실하지만 값비싼 증세 대신, 불확실하지만 부담 적은 성장 처방이다. 그 선택이 틀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효과를 내기까지의 시차 동안 발생하는 고통을 자산을 가진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이 똑같이 나눠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짚어야 한다. 서민들이 이 시기를 버텨낼 수 있느냐는, AI가 약속대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속도와 정부가 그 충격을 얼마나 흡수해주느냐는 두 변수의 경주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도 AI 성장을 선택하면서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된다. 성장의 청구서는 일단 서민에게 먼저 날라 올 거다. bienns@ekn.kr

[EE칼럼] 부족한 것은 kW가 아니라 km다

지난 20여년간 선진국의 전력수요 곡선은 지루할 만큼 평평했다. 에너지효율 향상과 경제구조 변화가 성장분을 상쇄했다. 지금은 AI 데이터센터와 전기화를 통한 탄소중립이 가속화되면서 전력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발전소를 지어도 전기를 보낼 길이 없다. 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가 동시에 늘어난 지금, 전력 시스템의 병목은 발전이 아니라 전력망으로 옮겨갔다. 이것은 한 나라의 사정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 유럽에서 거의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로렌스버클리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 전력망 접속 대기열에는 8,244개 사업, 2,061GW가 걸려 있다. 이는 미국 전체 전력설비 용량의 두 배에 가깝다. 접속신청부터 준공까지 소요기간은 2008년 22개월에서 지난해 61개월로 늘었다. 그사이 345kV 이상 송전선 신설은 2013년 약 6,400km에서 2025년 약 646km로 쪼그라들었다. 필요량은 연 8,000km로 추산된다. 송전 관련 투자비가 사상 최고수준인 연 250억 달러를 넘겼지만, 90% 이상이 신뢰도 개선과 노후설비 교체 사업에 들어갔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장거리 송전망을 못 짓는 것이다. 유럽도 비슷한 상황이다. 영국은 2025년 풍력 출력제어와 대체발전에 약 14억 파운드를 썼다. 올해는 8월 초에 이미 10억 파운드를 넘겼다. 출력제어의 98%가 스코틀랜드에서 발생했다. 북부 스코틀랜드에서만 8.8TWh가 생산되지 못했고, 생산될 수 있었던 풍력 발전량 중 61%만이 실제로 전력망에 공급되었다. 2025년 독일은 예비발전소와 출력제어 보상을 포함한 계통혼잡관리 비용으로 30.7억 유로를 지출했다. 독일 남북을 잇는 700km, 4GW급 직류선로 쥐드링크는 당초 2022년 준공 예정이었다. 현재 목표는 2028년 말이다. 2015년 정치적 타협으로 지중화가 결정되면서 계획을 다시 짜야 했고 수십억 유로가 추가됐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유럽 전력망 패키지(European Grids Package)'는 물량과 속도를 내걸었다. 2040년까지 필요한 전력망 투자규모를 1조 2,000억 유로로 잡고, 인허가 간소화와 국가간 전력망 연결사업 우선지원, 금융 및 투자 지원 등의 방안을 담았다. 한국도 이미 그 벽에 부딪혔다. 동해안 지역 발전설비는 17.8GW인데 수도권으로 보낼 송전용량은 14.5GW에 그친다. 이를 풀 열쇠인 동해안~수도권 500kV 초고압직류송전망(HVDC) 건설사업은 당초 목표보다 수년째 밀리고 있다. 송전선로가 지나는 지역의 주민 반발과 지방자치단체 인허가 갈등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쪽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전은 2024년 광주·전남 103개, 전북 61개, 동해안 25개, 제주 16개 등 205개 변전소를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해 신규 접속을 제한했다.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지난해 9월 시행되면서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가 생기고, 인허가 의제가 18개에서 35개로 늘었다. 허수 물량 7GW 중 2GW를 회수해 재배분했다. 제주는 올해 계통관리변전소에서 해제되기도 했다.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를 지난해 0.1GW에서 2030년 12GW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서남해 재생에너지를 실어 나를 서해안 HVDC 1단계 사업은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태양광은 1~2년, LNG 복합발전소는 3~4년이면 상업운전에 들어간다. 송전선 하나를 놓는 데는 10년이 넘게 걸린다. 전력망 건설이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주민 수용성이다. 송전 설비는 사회가 합의해야 지어진다.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 햇빛소득마을처럼 계통소득마을 사업을 추진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송전망이 마을의 지속가능한 수익원이 되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 일회성 지원사업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주민 복지와 공동체 사업에 활용하는 것이다. 지금은 전기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전기를 보내는 길이 부족하다. 전기 생산은 바닷가와 비수도권에서 이루어지고, 수요는 수도권과 첨단산업 클러스터에 몰려 있다. 전력망 병목은 산업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제약하는 구조적 리스크가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반도체도 AI도 재생에너지도 같은 지점에서 멈춰 설 것이다. 막힌 길을 뚫어낼 열쇠는 혁신적인 기술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이익을 공유하는 사회적 혁신에 있다. bienns@ekn.co.kr

[기자의 눈] ATM 줄이는 은행, 금융 접근성은 누가 지키나

현금 사용이 줄고 모바일뱅킹이 일상화되면서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러나 ATM이 줄어들수록 고령층과 디지털 금융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금융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금융 접근성을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금융권의 책임도 커지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용률이 낮은 ATM을 유지하는 비용을 줄이고 디지털 금융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현금 사용 감소와 비대면 금융 확산이라는 변화 속에서 오프라인 채널을 효율화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모든 금융 소비자가 디지털 금융에 익숙한 것은 아니다. 실제 ATM 감소세는 뚜렷하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말 2만9321개였던 전국 은행 ATM은 올해 6월 말 2만4711개로 3년 반 만에 4610개, 15.7% 줄었다. 은행 영업점 역시 같은 기간 5657개에서 5381개로 276개 감소했다. 특히 지역별 감소폭을 보면 금융 접근성 문제를 단순히 은행의 점포 효율화로만 보기 어렵다. 울산의 ATM은 21.5%, 경남은 20.8%, 제주도는 18.2% 줄었다.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ATM이 더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인구와 거래량이 적은 지역일수록 은행이 오프라인 채널을 유지할 유인이 작기 때문이다. 문제는 ATM이 단순히 현금을 인출하는 기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으로 대부분의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소비자에게는 ATM 한 곳이 사라지는 것이 큰 불편이 아닐 수 있다. 반면 디지털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나 현금 사용이 필요한 소상공인에게 ATM은 여전히 중요한 금융 인프라다. 특히 지방에서는 ATM 하나가 사라질 때 이를 대신할 시설을 찾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은행에 모든 ATM과 영업점을 과거처럼 유지하라고 요구하기도 어렵다. 이용률이 낮은 시설까지 일률적으로 유지하면 은행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결국 금융서비스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은행의 효율화를 막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융 접근성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다. 금융위원회도 금융 접근성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우체국을 통한 은행대리업을 시범 운영하고 은행권 공동 ATM 확대를 추진하는 등 대체 금융채널 마련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은행이 줄인 금융 인프라를 공공 영역이 어디까지 대신할 것인지, 공동 ATM을 어느 지역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앞으로는 ATM의 절대적인 숫자보다 지역별 금융 접근성을 기준으로 시설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고령층 비중과 인구 규모, 주변 대체 금융채널의 유무 등을 고려해 금융 취약지역을 정하고 최소한의 금융서비스 접근성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은행별로 따로 ATM을 유지하기보다 금융권이 공동으로 비용을 부담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디지털 금융으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그렇다고 그 변화의 비용을 금융 취약계층에 일방적으로 떠넘겨서는 안 된다. 은행의 효율성과 금융의 공공성이 충돌하지 않도록 사라지는 ATM의 빈자리를 누가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마련해야 할 때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에경 초대석] 승수언 인슐레이션코리아 사장 “자재 산업, 엔지니어링 결합해야 경쟁력 생겨”

“속도가 빠른 인공지능(AI) 전환과 달리, 물리적인 특성을 구현하는 자재 산업은 사업화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소재와 자재 자체만 공급하는 데서 나아가 설계와 시공, 품질 보증(개런티)에 이르는 엔지니어링까지 고객에게 제공해야 자재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승수언 인슐레이션코리아 사장은 11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옥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며 자재 산업에 관한 시각을 묻는 기자에게 이 같이 설명했다. 인슐레이션코리아는 특수 내화·내열·보냉·안전 분야에서 쌓아온 기술력·엔지니어링 경험을 토대로 플랜트 열효율·설비 최적화·산업 안전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내열·내화 엔지니어링에서 출발해 가열로·열관리 솔루션, 화재·폭발·열폭주 방지 솔루션까지 범위를 확장했다. 캐나다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승 사장은 미국 발전 분야 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있다가 1989년 일본의 세계적인 내화 자재 기업 이소라이트의 한국지사장을 맡았다. 이를 계기로 승 사장은 우연히 내열·내화 자재 산업에 뛰어들게 됐다. 이후 2008년 자재 공급 뿐만 아니라 중화학 산업에 필요한 열관리·화재 안전 솔루션을 제공하는 엔지니어링 기업 인슐레이션코리아를 설립했다. 승 사장은 “과거에는 수요 기업들이 내화·내열 자재를 구매한 뒤 시공을 다른 데다 맡기다 보니 실제 플랜트에서 내화·내열 성능에 문제가 생기면 수요 기업 입장에서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거나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어려웠다"며 “(자재 공급부터 엔지니어링까지 제공하는) 우리 회사가 문제 해결에 대한 책임까지 지니게 되면서 (수요 기업 입장에서) 편리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LG화학·롯데케미칼·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정유 기업들의 공장에 인슐레이션코리아의 솔루션이 적용돼왔다. 테크닙 에너지(Technip Energies), 러머스 테크놀로지(Lummus Technology), KBR, 하티(Heurty) 등 글로벌 기업들이 주관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해왔다. 서울 신천동 롯데월드타워의 유리 천장 곳곳과 당인동 서울복합화력발전소에도 건식 내화피복 보드 '타이카라이트'를 공급하기도 했다. 앞으로 '열을 막는 산업'을 넘어 '열을 관리하는 산업'을 준비하고, 에너지 효율과 설비 수명, 산업안전까지 함께 관리하는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 산업'에서 미래 성장의 답을 찾겠다는 것이 승 사장의 생각이다. 다음은 승 사장과의 일문일답. - 2008년 인슐레이션코리아 설립 계기와 당시 특수자재 시장에서 발견한 가능성은? ▲회사를 설립하기 전 19년 동안, 이소라이트(Isolite)의 한국지사장으로 일했다. 3박 4일 동안 이소라이트의 일본 공장을 방문했을 때 인연을 맺었던 한 임직원이 1989년 처음 지사장 자리를 제안했다. 이곳의 특수 세라믹이 철강사나 유리공장에서 쓰일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봤다. 지사장으로 오며 황무지를 개척하는 느낌으로 일을 시작했다. 국내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현장을 수없이 다녔다. 한국의 중화학 산업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지만, 가열로나 고온 반응로 내부에 사용되는 핵심 내화물과 단열재는 해외 의존도가 높았고 단순 자재 공급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고객사의 엔지니어들이 공정 온도와 조건에 가장 적합한 자재 뿐만 아니라 설계와 시공까지 함께 책임져줄 수 없냐고 물었지만, 당시 나는 외국계 자재회사의 지사장이라 자재를 국내 현장에 맞게 직접 설계하고 시공하고 사후관리까지 책임지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자재와 시공이 분리돼 발생하는 산업 현장의 어려움과 고성능 특수자재의 높은 해외 의존도를 보며 (엔지니어링 수행이 가능한 법인 형태의) 인슐레이션코리아를 직접 설립했다. -1989년 자재 시장에 처음 뛰어든 뒤 기업들의 어떤 불편함을 목격하고 해결해보자고 결심했는지? ▲내화재와 단열재는 자재 자체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열팽창이나 열충격, 화학적 침식 등 자재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설계와 시공에 반영해야 제 성능을 낼 수 있다. 그런데 당시 자재업체는 자재를 공급하고 시공업체는 도면에 따라 공사를 하는 식으로 업무가 나뉘어 있었다. 자재 선정이나 시공에 문제가 발생하면 생산을 중단한 뒤 긴급 정비를 해야 했다. 그 부담은 고객사의 엔지니어와 현장 근로자들이 감당해야 했다. 고성능 특수자재의 높은 해외 의존도도 문제였다. 당시 특수 내화재와 고온 단열재 분야는 일본과 유럽, 미국 등 해외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산업에서 고객이 긴급하게 자재를 필요로 하는데 공급 일정 때문에 설비 정비가 늦어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 역시 답답했다. 그래서 자재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가 설계와 시공까지 책임지고, 국내 산업현장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기술 파트너가 되겠다는 문제의식을 가졌다. -인슐레이션코리아만의 경쟁력은? ▲한마디로 '현장을 깊이 이해하는 기술력'과 자재부터 설계·시공·검사·유지관리까지 연결하는 '원-스톱 서비스 역량'이다. 나는 직원들에게 “좋은 자재를 파는 회사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회사는 다르다"고 말한다. 인슐레이션코리아가 시장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로 전문 엔지니어링 역량과 원스톱 통합 서비스, 오랜 현장 경험과 신뢰 등 세 가지를 꼽는다. -시장에서 인정받은 자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친환경 건식 내화피복 보드인 타이카라이트, 화재와 폭발로부터 인명과 핵심 설비를 보호하는 방호패널 '듀라스틸(Durasteel)'은 산업현장에서 오랫동안 사용해 온 방식의 불편과 한계를 새 자재와 공법으로 해결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화재 시 철골 구조물은 일정 시간 동안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내화피복을 해야 한다. 근데 '뿜칠'이라 불리는 기존의 습식 내화피복 공법은 현장에서 여러 공정을 거쳐야 하고 비산먼지와 오염물질을 발생시킨다. 온·습도 등의 영향도 받고, 건조시간이 별도로 필요해 다른 공정과의 간섭이나 전체 공사기간 관리도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내화성능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현장 시공을 더 깨끗하고 빠르게, 품질을 더 일정하게 만들 수 없을지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규산칼슘 기반의 건식 내화보드 시스템이었다. 공장에서 일정한 품질로 생산한 규산칼슘 보드를 현장에서 건식으로 조립·시공해 품질 편차를 줄인다. 별도의 건조 시간이 거의 필요하지 않아 다른 공정과 병행하기에도 유리하다. 물론 철골기둥과 철골보의 다양한 구조에 대해 1~3시간까지 내화인정을 확보하고 있다. 아울러 영국 기업과 세운 합작 법인을 통해 공급하는 듀라스틸은 두께 200~450mm의 기존 철근콘크리트 방호벽을 대체할 수 있다. 8.5mm의 섬유강화 시멘트와 0.5mm의 철판을 시멘트 층 양쪽에 결합한 고성능 복합패널과 이를 지지하는 구조체로 구성된다. 전체 방호벽 두께가 100~150mm로 설치 공간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설치와 유지보수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최대 2bar의 폭발하중을 견디고 최대 4시간의 내화성능을 갖췄으며, 로이드 선급 등의 인증도 확보했다. -가열로가 초고온과 고응력에도 견디도록 특수 합금 공급과 상태 정밀 진단을 하는 래디언트 코일 사업도 엔지니어링 사업 경쟁력까지 키운 결과인지? ▲석유화학 고온 설비의 내화 라이닝 설계와 시공을 하며 설비 문제를 해결하다보니 가열로의 성능과 수명을 결정하는 핵심 영역까지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가열로 전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내화 라이닝 뿐 아니라 실제 공정이 이뤄지는 코일과 튜브까지 이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국내 고객들이 해외 전문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납기가 길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글로벌 주조 전문기업인 얀타이 마노아(Yantai Manoir)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특수합금 래디언트 코일과 튜브를 국내 고객에게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현재 국내 주요 석유화학·정유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가열로 내부의 코일은 장기간 고온에 노출되면서 침탄, 팽창과 변형, 구부러짐 등 다양한 형태의 열화가 발생한다. 그래서 코일·튜브 공급에 그치지 않고 코일 상태와 수명, 정비·교체 시기 판단이 고객에게 더 중요하다. 이에 스마트 진단 로봇에 기반한 3D 비파괴 정밀진단 기술을 결합했다. 열화 상태를 진단하고 수명을 예측해 최적의 정비와 교체 시점을 제안하는 것이다. -첨단 산업 분야에서 인슐레이션코리아가 주목하는 자재 수요는? ▲인슐레이션코리아의 뿌리는 여전히 중화학 플랜트의 열관리지만, '극한의 온도 환경에서 열을 얼마나 정밀하게 다스릴 것인가'라는 질문은 산업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첨단 분야로 계속 확장되고 있다. 이에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의 열폭주 차단, 수소에너지 분야 열관리, 방산·우주항공과 미래 모빌리티의 극한환경 열관리 분야를 주목하고 있다. 인슐레이션코리아가 공급하는 실썸(Siltherm) 미세다공성 자재는 나노(nano)급 실리카를 기반으로 얇은 두께에서도 높은 단열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배터리 셀 간 열전이를 억제하고 열폭주 확산을 제어하는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수소산업에는 액화수소를 저장하고 운송하기 위한 섭씨 영하 253도(℃)의 초저온 영역과 수백 도의 고온에서 운전되는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와 고체산화물전해조(SOEC) 같은 에너지 시스템이 존재해 열관리 기업의 입장에서 매우 흥미롭다. 최근에는 삼성E&A의 SOEC와 에이치엔파워(HnPower)의 SOFC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특수 단열과 케이싱(casing) 설계 등을 수행했고, 액화수소 저장과 운송 분야에서는 보관 용기를 감싸는 특수소재 '라이달'을 미국 기업과 제휴해 공급 중이다. 방산과 우주항공 분야 역시 경량화와 함께 초고온·초저온, 화재·폭발 등 극한환경에서의 열관리와 방호 기술이 중요해 가능성을 보고 있다. -열관리 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이 업계에 몸담은 36년 동안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열관리가 더 이상 단순한 '부수적인 설비 공사'가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적 의사결정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에너지 비용과 탄소중립, 노후 설비의 수명 연장, 그리고 강화되는 산업안전 기준까지 기업 경영의 중요한 과제들이 모두 열관리와 연결돼 있다. 열손실은 곧 에너지와 비용의 손실이고 불필요한 탄소 배출을 초래한다. 설비의 열화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갑작스러운 가동 중단이나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배터리 열폭주나 산업시설의 화재·폭발처럼 과거와는 다른 형태의 위험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열관리 산업이 △고성능·친환경 자재를 통한 에너지 효율 향상 △데이터 기반의 설비 진단과 예지보전 △열관리와 산업안전의 결합 등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앞으로의 열관리 산업은 단순히 '열을 막는 산업'에서 '열을 관리하는 산업'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 에너지 효율과 설비 수명, 산업안전까지 함께 관리하는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 산업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3년 'IK 드림재단'을 설립해 국내외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 제도를 운영해온 계기가 있는지? ▲캐나다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 밤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도너츠를 판매하는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주간보다 급여를 더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그 시간대에 일을 했다. 낮 시간에 잠을 자기 위해 집을 은박지로 감싸기도 했다. 그 시기를 지나며 나중에 성공하게 되면 공부하는데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럴 것이란 확신도 들었다. 사회 공헌 방향을 고민할 때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 가장 오래 남는다고 생각하고, 국내외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학교에 재학하는 외국인 유학생도 선발한다. 올해까지 총 24회에 걸쳐 총 461명의 국내외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앞으로 매년 1000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할 수 있는 규모로 키우고자 한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E칼럼] 공공기관 통폐합...산업 전략 기회로 삼아야

정부는 3일 공공기관 109개 감축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 기능 개혁 추진 방향 (안)"을 발표했다. 감축이 현실화하면 전체 공공기관은 현재 524개에서 415개로 줄어든다. 이재명 정부가 보수 정권도 시도조차 하지 못한 대대적인 공공기관 통폐합에 나선 이유는 분명하다. 지역·부처 간 이해관계에 따라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기관들이 공공부문의 효율성을 떨어트린다는 판단에서다. 서로 비슷한 기능을 하는 기관이 경쟁적으로 신설되다 보니 정부 재정 부담만 늘어났다. 이번 발표의 최대 관심은 에너지 공기업 통폐합의 중심인 한국남동발전 포함 발전 5사 통합과 석유·가스공사 통합이다. 특히 에너지 공기업 개편안의 핵심은 흩어진 자원개발과 발전 기능을 각각 하나로 묶어 “규모의 경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발전사는 2001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쪼갰지만 25년 만에 통합 절차를 밟게 됐다. 정부의 “2024 탈석탄" 로드맵에 맞춰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 인적. 물적 역량을 결집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개별 발전사가 대형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면 평균 부채 비율이 급증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따라서 정부는 연구개발비, 대형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묶어 투자 효율성을 높이려면 통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발전사 통합을 통해 재무구조로 투자 여력을 확보해 에너지 대전환과 탄소중립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또 하나의 이슈는 역대 정부에서 여러번 추진했으나 매번 무산된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통합이다. 정부는 두 공사를 합쳐 “에너지자원공사(가칭)"를 세우고 에너지 공급망 위기를 전략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탐사. 개발 역량과 구매력을 모아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글로벌 에너지기업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취지다. 전국 공공기관 재무구조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기재부 발표에 따르면 2020년 542조 원이던 공공기관 부채는 2025년 769조 원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공공기관 인건비 예산은 29조 6000억 원에서 37조 7,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더 이상 방치할 수준을 넘어섰다. 현재 시점에서 정부의 공공기관 통폐합은 단순한 기관 숫자 줄이기가 아니라 공공부문의 기능과 국가 전략을 다시 설계하는 구조 개혁으로 평가하는데 맞다. 현재 공공기관의 가장 큰 문제는 기관 수가 많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기능이 지나치게 잘게 쪼개져 있다. 특히 에너지·자원 분야에서는 한국전력을 포함 발전 5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 그리고 각종 연구, 지원기관 등이 각각의 영역에서 활동하면서 국가 에너지·자원 안보라는 큰 그림을 누가 책임지는가가 불분명한 문제가 있다. 따라서 이번 개혁을 단순한 예산 절감이 아니라 국가 전략 기능 중심의 재편으로 추진한다면 상당한 의미와 성과를 낼 수 있다. 정부도 이번 109개 기관 감축을 전략적 구조 개혁, 유사·중복 기능 일원화, 자회사, 소규모 기관 통합의 세 유형으로 구분했다. 그러나 가장 큰 위험은 통폐합 숫자 경쟁이다. 즉 109개를 줄였다는 숫자가 개혁의 성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A 기관과 B 기관을 합쳐서 기관 숫자는 1개 줄였는데 본부는 그대로 있고, 인력도 그대로이고, 자회사도 그대로이고, 업무도 그대로이고, 임원 자리만 늘어난다면 그것은 통폐합이 아니라 간판을 바꾼 것과 불과하다. 따라서 성공 여부는 기관 몇 개를 없애느냐가 아니라 통합 이후 국가적 성과가 얼마나 커졌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특히 발전사 통합은 매우 중요한 시험대이다. 단순히 5개 발전사를 하나로 합치는 방식은 위험하다. 먼저 통합의 목표를 정해야 한다. 한국발전을 발전회사->종합에너지기업->글로벌 에너지기업으로 발전시키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LNG, 원전 연계, 재생에너지, ESS, SMR, 수소, 해외 발전사업, 핵심광물과 에너지자원까지 연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5개 발전사를 합쳐 놓고 거대한 국내 발전회사 하나를 만드는데 그칠 수 있다. 그리고 자원.에너지 공기업 통합은 더 신중해야 한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하나의 에너지자원공사(가칭)로 통합하는 방안은 상당히 의미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조직 통합보다 기능 통합이다. 한국은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히려 해외 자원개발, 에너지안보, 핵심광물, 공급망, 트레이딩을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일본처럼 자원은 부족하지만, 경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자원개발, 에너지, 핵심광물, 공급망을 분절해서 관리해서는 중국·미국·일본과 경쟁하기 어렵다. 따라서 에너지->자원개발->핵심광물->소재.배터리->전력->산업을 하나의 공급망으로 연결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공공기관 통폐합은 조직 개편이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 전략을 다시 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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