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차지호 민주당 의원, “UN AI 허브, 빅테크 이전 신호탄 될 것”

[단독] 차지호 민주당 의원, “UN AI 허브, 빅테크 이전 신호탄 될 것”

세계보건기구(WHO)·국제노동기구(ILO) 등 UN 6개 기구가 한 지붕 아래 모이는 건 “일하면서 한 번도 못 봤다"는 말이 나올 만큼 드문 일이다. 그 기구를 하나의 연대체로 묶은 건 유럽도, 미국도 아닌 한국이었다. 민주당 차지호 의원(경기 오산·초선)이 그 중심에 있었다. 그가 구상한 '글로벌 AI 허브' 프로젝트는 지난달 유엔 6개 기구와의 협력 의향서(MOU) 체결로 첫 번째 결실을 맺었다. 블랙록 자본 유치, UN 총회 비전 선포에 이은 UN 플랫폼 유치의 첫 단추가 꿰어진 것이다. 반년 남짓한 시간에 이 판이 짜였다...

송호성 기아 사장, 장애인 고용촉진 공로 고용부장관상

송호성 기아 사장이 장애인 고용 확대와 차별 없는 근무 환경 조성에 기여한 공로로 고용노동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16일 기아는 '2026 장애인 고용촉진대회'에서 송 사장이 장애인에게 실질적인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고 안정적인 근무 여건을 마련한 점을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임금, 업무, 복지 등 전반에 걸쳐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차별 없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오고 있는 기아는 채용 단계에서 장애인 지원자에게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을 벗어나 2024년 장애인 특별채용 전형을 신설해 지원자들이 동등한 기준에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지난해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이음'을 설립해 지속가능한 장애인 고용 기반도 강화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인터뷰] “미래 항공우주 인재 키우고, 탄소규제 해법 제시하겠다”

우주항공청 개청과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의 도래, 그리고 미래 항공 모빌리티(UAM)와 탄소 중립이 급부상하며 항공우주 산업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기술의 경이로운 진보만큼이나 이를 빈틈없이 뒷받침하고 산업의 토대를 다질 정교한 '정책과 법률'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대두되는 시점이다. 이같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에너지경제신문은 지난 3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소재 에너지경제신문 본사에서 대한민국 항공우주정책 연구 산실인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정책대학원 이재완 원장과 인터뷰를 갖고 학계와 산업계가 추진해 나갈 항공우주정책의 과제와 비전을 경청했다. 고려대학교와 미국 버지니아대학교에서 법학 석·박사를 취득한 이 원장은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부와 각국 주한대사 및 영사,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이사회 대표 및 산하 위원회 의장, 대한민국 대사 등을 두루 역임한 항공법 전문가이다. 한국항공대학교 초빙교수를 거쳐 올해 3월 4일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을 맡았다. 인터뷰에서 이 원장은 항공우주산업의 중요성, 항공우주정책대학원의 역할부터 국내 지속가능 항공유(SAF) 의무화·국제항공 탄소상쇄제도(CORSIA) 도입에 따른 규제당국과 기업 간 현실적 딜레마까지 전반적인 산업 및 정책 현안에 대해 입체적이면서 심도 깊은 통찰력으로 해법을 제시했다. 다음은 이재완 원장과의 일문일답 내용. -산업 지형이 급변하는 이 시기에 항공우주정책대학원이 담당해야 할 핵심 임무는 무엇인가. ▲항공우주정책대학원은 출범한 지 2년 된 조직으로, 기존 법학과에서 배울 수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정책적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됐다. 우리의 임무는 모빌리티 공학과 정비 분야 등 기술적 강점이 좋은 법과 정책 환경 속에서 더욱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현업에 종사하는 실무자들이 정책적인 마인드를 갖추고 업무에 임할 때 항공 분야 전체가 더욱 빛날 수 있다. 따라서 현실에 기반한 감각을 갖추고 실무자가 직접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전수하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전통 법학이나 공학 중심 대학원과 비교할 때, 융합적 커리큘럼의 강점과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가. ▲철저히 현실 국제 사회의 논의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대사로 2년 7개월간 근무하며 느낀 것은 그곳이 글로벌 항공 규범이 형성되는 핵심 무대라는 사실이다. 대학원에서는 일반적인 공법뿐만 아니라 국제 연합(UN)이나 탄소 배출 등 현재 ICAO가 중점적으로 다루는 살아있는 이슈들이 어떤 방향으로 결론 나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강의한다. 우리 대학원에서는 모듈화된 정책에 대한 체계적 이해와 타국과의 비교 분석을 통해 한국이 어느 위치에 서 있고 어떤 정책을 펴야 하는지 실질적인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차별점이다. -대학원 차원에서 우수한 국제 항공우주 기관과의 협력과 네트워크 구축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정책 기능은 대학원의 수업만으로 온전히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학 내 설치된 '항공우주법 연구소'와 연계해 시너지를 내려 한다. 궁극적으로는 캐나다 맥길(McGill) 대학교·네덜란드 라이덴(Leiden) 대학교 등 유수한 해외 항공우주 연구소들과 MOU 등 협력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당장 이들과 동일한 선상에 서기는 어렵겠지만 현재 한국의 국력과 ICAO 내 위상을 감안할 때 충분히 가능한 목표다. 공동 세미나와 인력 파견·교류를 통해 국제 항공 우주 규범을 선제적으로 만들어내고 ICAO 정책 수립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자 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에서 한국항공대의 관련 역량은 어느 정도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하는가. ▲국내에서는 의심의 여지 없이 본교 학부·대학원이 최고 수준이다. 아시아 전역으로 시야를 넓히면 싱가포르의 경우 항공 산업을 국가 최우선 정책으로 삼아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어 상당히 앞서 있고, 일본엔 항공 우주 정책에 특화된 전문대학원이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8위의 항공 운송 대국으로 성장했고, 많은 개발도상국이 한국식 경제 발전과 항공 산업 성장 모델을 배우고 싶어 한다. 정부 차원의 순수 연구 단체 지원과 조직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약점은 존재하지만 그간 쌓아온 국력과 국제적 위상을 고려하면 역내 항공 정책을 연구하고 리딩하는 데에 매우 우수한 역량과 여건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방산·우주 기업과의 네트워크 구축 및 인재 공급 방안은 무엇인가. ▲기존 항공 분야의 경우 이미 국토부와 여러 항공사 간의 네트워크가 단단하게 구축돼 있다. 정책대학원은 공학 중심이 아닌 정책 중심이므로 이에 특화된 새로운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우주 정책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 영입을 추진 중이다. 원생들이 현장감을 잃지 않도록 우주 경제·정책 일반 등에 관한 실질적인 과목을 제공하며, 우주 산업이 방산 분야와도 직결되는 만큼 학계·정부·기업 3자 간의 긴밀한 교류를 통해 공동 연구와 세미나를 기획할 예정이다. -룰 세팅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글로벌 협상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교육적 노력은. ▲진정한 국제적 감각과 협상력은 국제 규범의 토대인 ICAO 부속서(Annex)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에서 출발한다. 항공 정책의 펀더멘털은 결국 이 부속서에서 나온다. 부속서의 방대한 양 때문에 국내에서는 이를 제대로 강독하는 경우가 드물었으나, 지난 학기부터 사고 조사(Annex 13), 환경 보호(Annex 16), 항공 규칙(Annex 2) 등을 직접 원생들과 함께 분석하며 교육하고 있다. 외교관 시절 사고 조사 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체득한 사실은 ICAO 이사국 활동을 열심히 하기 위해서는 대사 혼자만의 역량으로는 부족하며 방대한 이슈를 지식적으로 뒷받침해 줄 두터운 서포팅 인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정책 지식으로 무장한 이들 인재가 정부를 서포트할 때 비로소 한국이 국제 사회의 중요한 이슈를 선점하고 주도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의 핵심 목표인 ICAO 이사국 파트 2(2그룹) 진입과 관련한 대학원의 커리큘럼은. ▲ICAO 이사회 회의는 연간 약 18주에 달하며, 그 의제는 개인이 모두 추적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하고 다양하다. 테크니컬한 규칙뿐만 아니라 △환경 문제 △항공 분쟁 △재정 △UN 텍스트 전반을 아우르는 일종의 정치적·행정적 영역까지 포괄한다. 항공 지식만으로는 탄소 배출 같은 거시적 이슈를 이해하고 방어할 수 없다. 한국이 명실상부한 항공 강국으로 자리 잡으려면 이러한 다방면의 이슈를 지식적으로 서포팅해 줄 연구 기관이 필요하다. 대학원 강의와 연구소의 기능 연계를 통해 핵심 이슈들을 심층 연구하고 학생들의 역량을 배양시켜 국가의 정책적 입장을 선제적으로 제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본 대학원이 현재 예의주시하며 파고드는 항공 우주 정책 및 법률적 쟁점은 무엇인가. ▲크게 법적 '펀더멘털 재정립'과 당면한 '현실 과제' 두 가지로 압축된다.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현행 항공안전법상 우주선을 항공기로 분류하는 체계의 정합성 문제와 권고적 효력으로만 치부되는 ICAO 부속서의 실질적인 국내법적 지위·효력 문제를 객관적으로 규명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현실적으로 가장 뜨거운 쟁점은 차세대 모빌리티인 UAM과 탄소 배출(지속 가능성) 문제다. 이 두 사안은 항공업계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안이다. 특히 UAM은 기술적 '브레이크스루'를 약속하지만 감항성·항공 종사자 자격 증명 체계 마련 등 숱한 안전성 이슈가 미해결 상태이므로 이에 대한 선제적 연구와 정부 정책 제안을 중점적으로 검토 중이다. -재학 중 산업 현장의 실무 데이터를 다루거나, 정부 정책 연구 용역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는가. ▲본 대학원은 직장인이 다수인 특수대학원의 성격을 띠고 있어 풀타임 대학원처럼 정규 수업 내에서 거대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제약이 따른다. 이러한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대학 내 '항공우주법연구소'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연구소가 UAM 안전성 등 현안과 관련해 스타트업 등 산업계와 공동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관심 있는 석·박사 원생들이 연구소의 일원으로 직접 참여하는 구조를 구상 중이다. -본 대학원에 비전공자가 진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고유한 경쟁력은 무엇인가. ▲항공은 닫혀 있는 하나의 사일로(Silo)가 아니라 철저히 융합된 거대한 종합 학문이다. ICAO의 회의 테이블만 보더라도 외교관·관제사·공학자 등 수많은 이력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항공 분야에서 가장 치명적인 사고 원인으로 꼽히는 '휴먼 에러'는 기계 공학적 결함이 아니라 조종사 등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소양과 철학적 이해를 요구한다. 또한 2014년 우크라이나 상공 말레이시아 항공기(MH17) 피격 사건을 ICAO에서 다룰 때 단순한 항공 기술 지식이 아닌 외교 동향 파악과 국제법 지식이 사태 해결의 결정적 열쇠로 작용했다. 비전공자 특유의 이질적인 학문적 시각과 입체적 경험은 항공의 복합성을 풀어내고 폭넓게 융합하는 데 오히려 더 날카로운 무기가 된다. -과정을 마친 졸업생들이 향후 어느 분야로 진출해 어떤 청사진을 그리기를 기대하는가. ▲졸업생 다수는 국토부 등 정부 조직이나 방산업체, 그리고 주요 항공사와 같은 산업계 핵심 진영으로 진출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항공 안전 규제를 논하고 제도를 다듬는 이유는 항공 운송·우주 산업 자체를 성장시키기 위한 지지대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이들이 대학원에서 다진 정책적 기본기를 토대로 항공 경영과 공학을 유기적으로 조화시켜 대한민국 항공 우주 산업이 팽창하고 나아가 국가 경제 발전을 획기적으로 견인할 수 있는 탁월한 정책적 토대를 설계하길 바란다. -학술지 발간이나 해외 학술대회 참여 등 원생들을 위한 인프라와 실질적 지원 체계가 마련돼 있는가. ▲아직 출범 초기라 체계를 갖춰나가는 중이지만 올 하반기에 국내에서 매우 명망 높은 항공우주정책법학회와 연계해 대규모 조인트 세미나를 개최할 확고한 계획이 있다. 이를 통해 원생들에게 실질적인 학술 발표 기회를 부여할 것이다. 인프라가 본 궤도에 오르면 라이덴이나 맥길 대학 등 해외 유수 연구소와 공동으로 국제 세미나를 열고, 한두 달가량 원생들이 현지 연구실에서 강의를 듣고 연구 시스템을 피부로 느끼는 교류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이다. -해외 대학원 교환 학생·이수 학점 상호 인정 제도도 고려해 볼 수 있는가. ▲맥길이나 라이덴 대학의 항공 관련 학위 과정은 기본적으로 정규 로스쿨 산하에 있어 전면적인 학점 교환에는 기술적 검토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규 파견이 아닌 단기간 방문해 특정 과목을 이수하고 이를 양 기관의 MOU 하에 우리 대학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형태의 협력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며 도입이 타당하다. -항공우주 산업의 정책 전문가를 고민하는 예비 지원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제언이 있다면. ▲항공우주산업은 인류의 명백한 '미래' 그 자체다. 이 거대한 미래의 도래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자신의 역량으로 직접 제도를 설계해 나가는 위대한 꿈을 꾸고 싶은 분들은 주저 없이 본 대학원으로 와달라. 항공 기술의 발전사를 깊이 있게 탐구하고 그것이 실생활에 얼마나 혁명적인 도움을 주는지 깨우치며, 산업에 실제적인 기여를 남기는 역군으로 성장하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다. -늘어나는 수요에 대비해 전임 교원 등 교수진 확충 계획이 있는가. ▲현재 전임 교원 2명에 조만간 합류할 분까지 초빙 교원이 3명이 되며, 이외에도 다수의 외래 강사진이 포진해 있다. 대학 본부와의 장기적 조율이 전제돼야 하지만 원생 규모가 확장되고 대학원 기능이 고도화됨에 따라 학생 밀착 관리를 위한 전임 교원 충원은 당연한 수순이자 필수 요소다. 특히 폭발적으로 팽창하는 우주 경제 및 산업 분야에 깊은 통찰을 지닌 특화된 전담 교원을 충원하는 것이 학교의 장기적 발전을 이끄는 거대한 동력이 될 것이다. -EU나 미국 등 주요국의 정책과 비교해 한국의 제도가 시급하게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탄소 배출 저감은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주요국이 주도하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이며, 2050년 탄소 중립 달성 결의안은 항공 역사상 유례없는 중대 사안이다. 당면한 첫 번째 미싱 링크는 SAF 생산을 뒷받침할 원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고 청정 항공유를 공급할 생태계 구축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심각한 문제는 2035년까지 무조건 병행해야 하는 국제항공탄소상쇄제도(CORSIA)와 지속가능항공유(SAF) 정책 간의 유기적인 결합, 즉 '정합성'이 결여돼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탄소 배출 기본 계획에는 SAF 도입과 항공기 운항 효율성 증진에만 매몰돼 정작 재무 타격이 큰 CORSIA 관련 대응책이 전무한 실정이어서 두 제도를 통합적으로 아우르는 종합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공급망이 성숙하지 않은 가운데 합리적인 의무 부과·기준 설정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2030년까지 SAF 등 대체재를 활용해 탄소 배출 5% 감축'이라는 국제 사회의 원칙은 항공 이사국이자 선도국을 지향하는 한국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목표다. 그러나 중동발 위기로 원유 수급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해 있고,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항공 연료 체계를 뜯어고치는 것은 천문학적 비용과 산업 경쟁력의 명운이 걸린 구조적 대변혁이다. 섣부른 독자적 의무 기준 강행보다는 규제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 주요국들의 적응 동향과 속도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그 보조에 발맞춰 유연하게 제도의 수위를 조절하는 전략적 접근이 가장 현실적이다. -탄소 저감 비용의 소비자 전가에 대한 반발을 잠재우고 충격을 완화할 방안은 무엇인가. ▲섣부른 티켓 가격 설정 논의에 앞서 가장 절실한 것은 대국민 홍보 작업이다. 소비자가 탑승하는 항공기에서 뿜어내는 탄소가 대기 중에 오랜 기간 머물며 기후 위기에 얼마나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는지, 이를 줄이기 위한 비용 지불이 왜 전 지구적으로 불가피한 희생인지 납득시키지 못하면 강력한 조세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제도 도입의 충격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정부가 초기 단계에 직간접적인 보조를 하거나 기금을 조성하는 등 정부 차원의 재정 분담 논의가 반드시 병행돼야만 한다. -SAF 의무 미이행과 관련, 고의적인 기피와 공급 부족에 따른 불가피한 미이행을 구분해 과징금 등의 제재 수용성을 높일 수 있겠는가. ▲제도의 원활한 이행은 상당히 험난할 것이다. 아직 SAF 원료 수급망과 분배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은 불확실한 초기 단계에서 기업이 맞닥뜨린 불가피성과 고의성을 가려내 책임을 묻고 제재를 가하는 건 탁상공론이다. SAF 사용은 ICAO 차원의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 이를 국내법으로 무리하게 강행 규정화해 처벌 위주로 밀어붙이면 산업계의 수용성은 곤두박질칠 것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내딛는 기업들에게 당장 족쇄를 채우기보다는 최소 1~3년 정도는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적응 유예 기간을 부여하고, 과도기 중 제도의 맹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해외 선진국의 적용 관행을 참고해 제재의 강도를 다듬어 나가는 입법적 유연함이 요구된다. -항공사 재무 부담 경감 차원에서 실효성있는 예산 지원 체계나 유인책은 어떻게 설계돼야 하는가. ▲정책 당국으로서도 해법을 찾기 힘든 난제일 것이다. 규제에 순응하는 기업에게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직접적인 현금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WTO 규정 등 국제 통상 규범에 정면으로 위배될 소지가 농후해 채택하기 극도로 어렵다. 국토부가 대안으로 검토하는 '배출권 인증 전문 기구 설립 지원' 등 간접 지원책 역시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눈앞에 닥친 수십억 원의 과징금이라는 거대한 채찍을 기꺼이 감내할 만한 강력한 카운터 밸런싱 수단이 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배출량 관리의 신뢰성 담보와 관련, 완전 독립 형태의 별도 전담 기구 신설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12개나 되는 국내 항공사들이 제출하는 수십만 건의 운항 연료 데이터와 상쇄 처리 내역을 취합해 빈틈없이 검증하고 ICAO에 허위 없이 보고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막대한 업무량을 동반하는 전문적인 집행 과업이다. 한국교통연구원과 같은 기존 기관의 본질은 정책 '연구'다. 따라서 조직의 외형이 방대하지 않더라도 환경·탄소 배출 규제 메커니즘을 꿰뚫고 있는 실무자와 전문 회계 감사 인력, 통합 웹 시스템 관리자가 유기적으로 포진된 별도의 상설 전문 검증 조직을 구축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마땅하다. -기후 외교와 항공 정책 분야의 리더십을 주도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법은 무엇인가.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협력 모델에 화력을 집중해야 한다. 환경 분야의 기여와 더불어 한국이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한 UAM 운항 표준화 이슈나 뼈아픈 과거 대형 항공 사고들을 통해 축적한 세계구급의 사고 조사 기법 등 핵심 고유 의제들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이러한 이슈들을 타국에 앞서 ICAO 무대에 끊임없이 제안하고 공론화시켜 글로벌 항공 규범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자처할 때 진정한 파트 2 리더십의 입지가 확고해질 것이다. -한국이 벤치마킹할 만한 모범 사례를 보유한 해외 국가는 어디라고 판단하는가. ▲특정 단일 국가의 체계를 정답으로 꼽기는 무척 조심스럽다. EU가 이 분야의 선구자로서 대단히 촘촘하고 강제력 높은 법령 체계를 선제적으로 완비해 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 미국의 행보는 다르다. 포괄적이고 거창한 별도의 탄소 전담 법령 신설에 매달리기보다는 SAF 혼합 비율이라는 뚜렷한 목표 수치를 설정해 산업의 체질을 실용적으로 견인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EU식 강공법 수용이 우리 실정에 부합할지는 면밀히 따져봐야 하므로 각기 다른 장단점을 지닌 주요국들의 법체계와 접근법을 다각도로 해체해 분석한 뒤 최적의 요소를 취합하는 입법적 묘미가 필요하다. -제도의 안착을 위해 가장 시급히 조치해야 할 치명적인 법적 공백은 어떤 조항인가. ▲한국의 법률 체계는 뼈대가 철저히 CORSIA 중심으로만 제정돼 있으며, 정작 가장 중요한 대체 수단인 SAF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는 하위 행정 규칙인 '훈령' 수준으로 격하시켜 누락해 버렸다. ICAO는 부속서 16을 제정할 때 SAF를 별개의 독립된 제도가 아니라 CORSIA라는 커다란 틀 안에서 탄소 상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하위 수단의 하나로 규정하고 유기적으로 묶어뒀다. 조속한 개정 입법을 통해 SAF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끌어올리고, 두 제도를 분리된 별개의 덩어리가 아닌 일원화된 단일 탄소 관리 시스템으로 조화롭게 통제하는 뼈대 수술이 가장 시급하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자의 눈] ‘발암물질’ 위 용산… 유엔사 부지, 누구 위한 ‘정화’인가

서울 용산의 핵심 입지로 꼽히는 유엔사 부지(더 파크사이드 서울)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취재 중 접한 환경 분야 전문가와 복수의 시민사회 관계자들은 이 부지가 오염 이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사업은 속도를 내고 있다. 토지 매입가만 1조원을 넘고 전체 사업비 역시 10조원대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2017년 일레븐건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1조552억원에 매입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부지는 과거 정화 이력 자체가 논란의 출발점이다. 국방부는 과거 정화 완료를 밝힌 바 있지만, 이후 개발 과정에서 실시된 조사에서 석유계총탄화수소(TPH) 등 오염물질이 다시 확인되며 '부실 정화' 논란이 불거졌다. 여기에 2023년 공사 과정에서 추가 오염이 확인됐음에도 시공사가 이를 약 40일 뒤에야 신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체 없는 신고' 의무 위반 여부와 함께 행정 절차의 적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식 정밀조사명령 없이 업체 측 보고를 토대로 정화가 진행된 점은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키우는 대목이다. 기자가 포착 한 위험 요소 중 하나는 '오염 증기 침입(Vapor Intrusion)'이다. 토양이나 지하수에 남아 있는 유류 성분이 휘발성 물질 형태로 기화돼 건물의 균열이나 지하 공간을 통해 실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용산 미군기지 주변 일부 지역에서는 벤젠 등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크게 초과해 검출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단순히 토양이나 지하수 일부 항목이 기준을 충족했다는 결과만으로 주거 안전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복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이다. 환경영향평가 이후 진행된 후속 조사와 검증 결과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으면서 안전성 판단의 근거가 제한적으로만 공유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과거 미국의 '러브캐널' 참사는 폐기물 매립지 위에 세워진 주택가에서 암 발병률이 폭증했던 비극이다. 정화 완료 20년이 2024년 조사에서도 여전히 휘발성 오염물질이 검출되어 주거지 개발이 제한되고 있다. 정보공개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깜깜이 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장 공석 기간(2020~2021년) 중 이루어진 '속전속결 심의' 등 정황상 의심스러운 대목도 적지 않다. 본질은 '시민의 안전'이다. 십조 원대 규모의 개발 사업에 매몰되어 1군 발암물질인 벤젠과 TPH의 위험성을 외면한다면, 용산은 안식처가 아닌 '제2의 러브캐널'이라는 비극의 선례가 될 것이다. 서울시와 용산구청은 지금이라도 사후환경영향조사 결과를 전면 공개하고, 독립적인 검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신율의 정치 내시경] 절박함은 국민의힘에 없고, 전략은 민주당에 있다

절박한 정당은 전략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2021년의 국민의힘이 그러했다. 2021년 6월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자들은 당 대표로 이준석을 선택함으로써 우리나라 정당사상 최연소 당 대표를 탄생시켰다. 2021년 당시 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고, 그렇기 때문에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크지 않았다. 상황이 이랬으니 정권을 되찾아 오겠다는 절박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그 절박감이 최연소 당 대표 선출로 표출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절박함이 이변을 만들고, 이변이 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당시 국민의힘은 입증한 셈이다. 그런데 이 정도의 절박함을 최근 국민의힘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절박함이 있어야 이변을 일으킬 전략적 사고가 작동하는 법인데, 지금의 국민의힘에서는 그러한 전략적 선택의 가능성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오히려 전략적 사고는 민주당에서 포착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발 빠르게 서울시장 후보와 경기도지사 후보를 선출했다. 서울시장 후보에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경기도지사 후보에는 추미애 의원이 각각 선출됐다. 이들의 선출을 후보의 특성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서울시장 후보로는 실무형 인사를, 경기도지사 후보로는 이념 지향형 인사를 택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 당원들이 이러한 선택을 한 이유는 서울과 경기 지역 유권자들의 성향이 다르다는 점을 간파했기 때문일 수 있다. 서울은 부산과 함께 가장 많은 스윙 보터가 거주하는 지역이다. 스윙 보터가 다수 거주한다는 사실은 그만큼 중도층의 영향력이 다른 지역에 비해 강하다는 뜻이다. 이런 지역에서는 특정 이념이나 진영에 지나치게 경도된 인사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게 나타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놓고 반발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서울시장을 역임한 인물들은 서울이 어느 정도로 중도 성향을 선호하는지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지역에서는 이념 지향형 후보보다 실용주의적 실무형 후보가 훨씬 유리하다. 더구나 국민의힘 소속 현직 시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도전하는 측은 실용주의에 입각한 실무형 후보를 내세워야 승산을 높일 수 있다. 왜냐하면 서울의 경우 현직 시장이 재선에 도전했을 때 패배한 사례가 단 한 차례도 없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즉, 현직 시장의 이른바 '현역 프리미엄'이 매우 강하게 작동하는 곳이 서울이라는 것인데, 이런 경우 서울시장을 탈환하려는 측은 서울 시민들의 정치 성향에 부합하는 인사를 후보로 내세워야만 하는 것이다. 반면 경기도는 사정이 다르다. 경기도는 최근 들어 일종의 '민주당 아성'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이런 지역에서는 민주당 노선을 강하게 대변하는 인사가 후보가 되더라도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세간에서는 서울은 '명픽(이재명 대통령이 선택한 인사)', 경기도는 '청픽(정청래 대표가 선택한 인사)'이라고 주장하는데, 호사가들은 그렇게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필자는 이를 민주당 지지층의 전략적 선택의 결과라고 판단한다. 이번 지방 선거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고 볼 수 있지만, 특정 지역의 정치적 성향을 도외시한 공천을 한다면, 아무리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더라도 여권이 승리를 장담하기는 힘들게 된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서울과 경기 지역의 공천은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의 전략적 선택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절박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민주당이 오히려 전략적 선택을 하지만, 정작 절박해야 할 국민의힘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동물원을 탈출한 '늑구'보다도 국민의힘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신율

[EE칼럼] 한국 배터리 성장은 기술로 승부해야 한다

중동전쟁으로 고유가 국면이 접어들자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이 조기에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배터리 전문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침투율(신차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29%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전쟁 전 1월 예상했던 27% 보다 2% 포인트 올라간 것이다. 내년에는 전기차 침투율이 더 높아져 35%, 2028년 41%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예상보다 전기차 수요 확대가 커진 결과다. 현재 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의 배터리 효율. 안전 등을 이유로 보조금을 깍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기준이 된다. 에너지 밀도 기준이 도입되면 LFP(리튬인산철)배터리를 사용하는 중국산 전기차의 실구매가 상승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LFP배터리는 가격이 저렴하지만 에너지를 담는 효율(에너지 밀도)이 낮고 삼원계 배터리는 가격은 비싸지만 효율은 높다. 국산 차량은 LFP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은 삼원계(리튬.니켈.코발트) 배터리를 주로 적용하는 만큼 보조금 산정에서 유리하다. 가격 격차 축소와 함께 배터리 안전성과 사후관리 경쟁력까지 반영된다면 국산 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의 과잉 설비 및 저가 경쟁 문제를 해결하고 해당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개입을 시작했다. 중국 구조조정의 기준은 품질과 기술이며 이를 기반으로 수출 및 가격 규제, 수요 유지, 확대 정책이 결합되어 정책 기조가 양적 팽창에서 질적 성장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저효율, 저성능 제품의 생산 능력을 퇴출하고 고성능, 고품질 제품 중심의 산업 재편을 촉진하는 한편, 무질서한 수출과 출현 경쟁을 억제하여 시장 질서를 정비하고자 하는 것이다. 동시에 세제 지원과 인프라 구축, 정부 조달 확대 등을 통한 수요 유지.확대 정책을 병행하면서 구조조정의 충격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업계에서는 가격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및 차세대 기술 중심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해외로는 단순한 수출 위주의 전략을 넘어 생산, 공급망, 판매, 서비스를 통합한 현지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우리 기업은 중저가 영역에서 중국과의 경쟁 부담이 일부 완화될 수 있지만 고성능 제품과 기술 표준 분야의 경쟁은 심화될 것이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과의 협력 또는 디커플링 전략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중국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질의 자산과 기술, 인력을 선별적으로 인수, 제휴함으로써 기술 및 원가 경쟁력을 보완할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배터리 제조사 및 소재관련 기업이 여럿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기업이 에코프로 그룹 계열사인 에코프로 이노베이션이다. 에코프로 이노베이션이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용 황화리튬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R&D)에 착수했다. 목표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배터리 대비 폭발 위험을 줄이고 에너지 밀도와 주행거리를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배터리로 통한다. 기술의 핵심은 폐도가니 재활용을 통해 리튬을 회수하고 초미세 분쇄 기술로 황화리튬을 생산하는 것이다. 에코프로가 추진해 온 폐도가니 재활용 프로젝트는 양극재 소성 과정에서 리튬 노출로 변질된 도가니를 분말 수준으로 미세하게 파쇄한 뒤 이 과정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이다. 여기서 나온 리튬을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황화리튬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미세 분쇄 공정이 필수적이다. 고체 전해질은 전극 사이를 이동하며 리튬 이온의 이온 반도체 역할을 하는데 기존 액체 전해질보다 입자 간 거리가 훨씬 짧기 때문에 더 작은 입도(입자 크기)가 요구된다. 에코프로 이노베이션은 이러한 기술적 특성을 충족하기 위해 연구개발 전담팀을 중심으로 황화리튬 생산 공정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중국의 기술력 추격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한국 배터리가 성장하기 위해선 전기차를 중심으로 배터리 수요가 다시 회복되는 2~3년 뒤 수요를 선점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업계 흐름은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 대신 나트륨을 활용한 신배터리 연구에서부터 더 안전하고 에너지 밀도가 높은 전고체 배터리 등 경쟁이 치열하다. 지금은 비싼 가격이 문제로 꼽히지만 신배터리가 상용화되면 가격 또한 보편화될 수 있다. 기술 경쟁의 또 다른 한 축은 다각화이다. 배터리 수요가 로봇과 데이터 센터, 드론 등으로 확산되는 흐름에 누가 더 빠르게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다. 따라서 선제적 투자를 통한 기술 확보 없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배터리 시장 트렌트에 대응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강천구

[기자의 눈] 포스코의 하청 직고용 결단이 주목받는 이유

국내 제조업의 원청과 하청 생산구조가 등장한 시기에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자리잡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은 규모가 큰 특성상 원·하청 분업구조가 불가피하지만 '위험의 외주화' 같은 부작용도 나타났다. 정착된 지 30년이 됐지만 워낙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터라 갈등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 원청의 교섭 범위를 하청 노동자까지 확대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도 이같은 원·하청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할 '마스터 키'가 될 수 없다고 본다. 이런 국내 상황에서 철강 1위 기업 포스코가 생산 조업과 직접 관련된 협력사 직원 7000여명을 직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아 크게 주목받고 있다. 다른 기업들이 별도 자회사를 세워 협력사 직원을 고용했던 선례에 비춰 보면 이 같은 결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부터 노조의 교섭 요구 사실을 지체 없이 공고했고, 이달에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민간 1호 분리교섭 기업'이 된 점도 겹쳐 주목도가 더 높아졌다. 또한, 포스코를 상대로 하청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2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도 16일 나와 어느 때보다 포스코에 시선이 쏠릴 전망이다. 포스코의 전례 없는 결단 앞에 놓인 길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포스코 노조는 사전 협의가 없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상급단체별 노조 간에도 정규직 복지가 축소된다는 우려부터 정규직 전환 범위가 좁다는 지적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직고용 시 어느 직급과 연봉 체계를 적용할 것인지 놓고도 의견 차이가 예상된다. 정규직 전환 문제는 노-노 갈등을 수반해 왔다는 점에서 노조측 반응을 가볍게 넘기기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개별기업의 직고용 결단이 원·하청 문제의 마스터 키는 아니다. 반대 목소리가 예상보다 크기에 당혹스러운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를 풀려면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상 포스코의 직고용이 국내 첫 사례인 만큼 논의 과정 하나 하나가 다른 업계와 노조에 '시금석' 역할을 할 것이다. 포스코의 결정을 계기로 표면에 드러난 원·하청의 갈등 실타래를 하나 둘 풀어나가는 지혜를 모아야 하고, 무엇보다 과도한 평가절하 대신 직고용 문제를 어떻게 연착륙시킬 것인지를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할 때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이슈&인사이트] 삼성전자에 사회적 배당을 요구한다

최근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우리 사회에 논란이 일고 있다. 보상 요구안에 따르면 계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반도체 부문 노동자 1인당 최대 6억 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노동의 가치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며, 기업이 거둔 이윤을 노동자가 나누는 것은 건강한 자본주의를 위해 바람직한 모습이다. 하지만 노조의 이번 요구안은 과했다. 과해도 너무 과했다. 물론 협상수단으로 들고 나왔겠지만 국민과 사회의 지지와 후원을 받는 건강한 노조가 되는 데엔 분명한 전략적 실수다. 심각한 상대적 박탈감과 산업 생태계의 불균형이라는 과제를 언론은 지적한다. 특히 주주 배당과 관련하여 “배당의 몇 배" 운운하며 과도함을 지적하는 관점이 많다. 또한 R&D 등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 여력을 갉아먹는다는 지적도 있다. 가능한 비판이지만 여기에 빠진 게 있다. 삼성전자가 거둔 천문학적 이윤이 오로지 주주와 노동자, 그리고 기업만의 전유물인가? 경제학과 사회학의 관점에서 기업의 성장은 진공 상태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우뚝 서기까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공동체가 지불한 비용은 막대하다. 일례로 1990년대 초, 기술적 불확실성이 컸던 CDMA 방식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할 때 우리 국민은 기꺼이 테스트베드가 되어 주었다. 정부의 대규모 R&D 지원,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천문학적인 인프라 투자,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적 자부심을 바탕으로 한 우수 인재의 결집이 있었기에 오늘의 삼성이 존재한다. 삼성의 이윤 속에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기여가 녹아 있다. 시민이 낸 세금으로 닦인 도로를 이용해 물류가 이뤄지고, 공적 교육 시스템이 길러낸 인재를 활용하며, 국가가 보증한 법적·경제적 안정성 속에서 영업 활동을 영위한다. 기업의 성공은 사회의 공통부 위에서 피어난 꽃이다. 그 공통부를 똑같이 활용해 다른 탁월한 결과를 낸 것은 삼성의 역량이지만 삼성이 그런 방식으로 국가와 사회에 빚지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따라서 기업의 초과 이윤 중 일부는 이 유무형의 자원을 제공한 사회 공동체의 몫, 즉 사회의 지분으로 환원되어야 마땅하다. 세금을 내고 있지 않느냐고? 턱 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 기업들은 그동안 사회공헌 기금(Social Fund)이라는 이름으로 이윤 혹은 이익의 일부를 환원했다. 기금은 대개 기업의 선의에 기반한 시혜의 성격이 짙으며, 경기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따라서 사회적 배당(Social Dividend)이 필요하다. 간단하게 말해 사회적 배당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기업 성장을 가능케 한 공통 자산의 '공동 주주'라는 권리에 기반한다. 노사가 또 주주가 이익의 분배를 놓고 갈등하며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는 대신, 이익의 일정 비율을 사회적 배당으로 설정하여 시민에게 직접 혹은 보편적 복지 재원으로 돌려주는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결코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니다.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2022년 지분 100%를 환경 재단과 신탁에 기부하며 “이제 우리의 유일한 주주는 지구"라고 선언했다. 지분 변동과 별개로 창립 이래 매년 이익이 아닌 매출액의 1%를 환경 단체에 기부하는 '1% for the Planet'을 실천하고 있다. 스위스의 유통 기업 미그로 또한 정관을 통해 매출액의 1%를 문화 및 사회 사업에 투입하는 '미그로 문화 퍼센트'를 실천한다. 국민기업 삼성은, 주주와 노동자 외에 사회라는 핵심 이해관계자를 고려해야 한다. 시혜가 아니라 의무로 인식해야 하며 주주와 노동자 또한 사회적 배당을 인정해야 한다. 삼성이 사회적 배당을 가장 먼저 실천한 초일류 기업이 되기를 희망하고 또한 강력히 요구한다. bienns@ekn.co.kr

[EE칼럼] 오만과 편견, 그리고 오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이란 핵무장 저지를 명분으로 전쟁 개시를 선언했다. 그는 이미 작년 1월 20일 두 번째 임기 시작 직후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세계 최대 석유·천연가스 생산국이자 에너지 순(順) 수출국인 미국의 비상사태 선포는 생뚱맞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 조처가 유전, 정유시설 등 화석연료 인프라 개발촉진을 유발할 것이라고 했다. 신속한 석유·가스 시추 허용과 각종 규제 대폭 완화를 위한 '미국 에너지 잠재력 해방'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도 시사했다. 그리고 금년 2월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이 돌아왔다.'라고 공언하였다. 석유 시추 허가 55% 급증, '아름답고 깨끗한 석탄'의 부흥, 원자력 부흥, 전기차 의무화 중단 등을 주요성과로 제시하였다. 전임 정부의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전환 정책을 뒤집고 다시 화석연료 중심 체제로 회귀한 셈이다. 에너지를 인류 공영의 기반이라기보다 특정 권력자의 '오만한(arrogant)' 국제질서 장악 수단으로 전락한 셈이다. 미국 여론은 딱히 호의적이라고만 할 수 없는 것 같다. 미국 성인 27%만이 이란 공습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로이터·입소스)도 있다. 지지 거부 응답은 43%, 잘 모른다는 응답은 30%이란다. 당연히 트럼프에 대한 국제사회의 호응이 호의적이지만은 아니다. 유럽(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와 일본, 호주, 한국 등 전통적 미국 동맹국마저 갈수록 소극적이다. 근본적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무역과 상호 공영을 통해 성공적인 경제 성장을 추구하여온 '브래튼우즈' 체제의 훼손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체제는 미국 달러 가치를 금(1온스당 35달러)가격과 연계하고 다른 국가의 통화가치를 달러에 고정하는 '조정 가능한 고정환율제'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1971년 닉슨 대통령의 금태환(金兌換) 정지로 변동환율 체제로 전환되었다. 이후 미국 주도 세계질서체제가 약화 되었다. 약소국과 민간인 보호를 위한 국제 규범도 약화 되었다. 사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수단 내전, 미국-이스라엘과 중동 각국 간의 분쟁으로 지속적으로 약화하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MAGA)'의 강화 움직임과 함께 '오만한' 접근책에 대한 반감 고조는 세계공영체재의 균열을 심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파키스탄' 등 인접국들과 UN 등 국제기구들의 권유와 중재 노력에 따라 일정 기간 휴전과 뒤이은 종전 협상은 진전될 것 같다. 상호이익 균형점에서 합의를 위한 노력은 지속할 것 같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의 정상화도 기대된다. 전쟁이나 국가개입에 따른 폐해 대비는 거의 불가능하거나 매우 큰 비용을 수반한다. 따라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공급탄력성 제고는 항상 긴요하다. 여기서 우리는 석유 등 에너지 시장의 정상화 논리를 고찰할 필요가 있다. 경제사회 효율성은 생산 가능 곡선에서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 종식되는 단계에서부터 유발된다고 한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1970년대의 두 차례 석유파동 학습이 유용할 것이다. 1973년 10월부터의 1차 파동, 1978년에서 1981년 초까지 이란혁명으로 인한 2차 파동 그리고 두 파동 간의 중간 기간을 포함하면 대략 13배($3→$39) 올랐다. 그러나 두 차례 파동 지속기간은 각기 3년 이내이어서 그 폐해는 신속하게 복구하였다. 우리나라는 매우 특이하게 전화위복의 계기를 맞이하였다. 석유파동 기간 중 건설수출. 설비산업 육성, 건설 진흥, 에너지 이용 합리화 강화 등 새로운 성장 계기를 마련하였다. 개도국 중 유일하게 선진국 진입 계기를 마련했지만 에너지 상황이 닥치면 대부분의 후발 개도국들은 주요 생산요소 석유 가격 급등으로 구조적 위기상태에 빠진다. 그들은 선진경제 진입을 위한 우회로(迂廻路;Detour) 선택에 장애를 겪는다. 당연히 글로벌 시장경제 효율성은 퇴보한다. 후발국들의 선진경제체제 진입에 필요한 각종 장애 요인 제거/예방은 더 많은 사회비용을 초래하는 논리적 모순(아이러니)이 우려된다. 대부분 예상치 못한 시장변동이나 정치권 무능력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한 것이다. 우리는 현안 에너지 문제 분석/검증과정에서 인접국이자 세계 1위 에너지소비국인 중국의 여건변화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 중국이 서방에 대한 전략자산(희귀광물 등)과 핵심부품(태양광 패널 등)의 공급통제와 관련 상품이나 부품 대량구매를 통한 시장통제 능력 과시는 우려스럽다. 사실 여건변화에 대응한 공급망 조정작업에서 혜택보다 비용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런 모든 제약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의 글로벌 공급체계의 상호 의존도는 증가하고 있다. 비용증가는 당연하다. 이에 합리적 수준에서의 비용상승 제어가 글로벌 차원 주요 해결과제 중 하나이다. 특히 에너지-환경-기술개발 등 공급망 결정에 새로운 요인일수록 산업성숙도와 국제적 연대가 미진하고 공공영역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책기획과 초기 평가과정에서 장기적 정책 안목에서 진중한 경쟁력 평가가 필요하다. 관료주의 폐해와 정부 실패 보완이 그 성공 관건이다. 끝으로 시장 결함보완은 관련 전문가들의 영역이자 책임이라는 점을 새삼 강조한다. ekn@ekn.co.kr

[기자의 눈] 코스닥, ‘백화점’ 되려면 주총장의 민주주의부터 살아야

“코스닥은 쳐다도 보지 마세요. 사기꾼들이 많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 몸담은 한 전문가가 던진 말이다. 뼈아프지만, 반박하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도 같은 맥락의 일침을 날렸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29일 자신의 엑스(X) 계정에 증시를 '백화점'에 빗대며 “상품 가치가 없는 썩은 상품, 가짜 상품이 많으면 누가 가겠느냐"고 지적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코스닥 상장폐지 기준을 전면 강화하며 시장 정화에 나섰다. 방향은 옳다. 그러나 상장폐지 기준만 손질한다고 코스닥이 백화점이 될 수 있을까. 기자는 코스닥 상장사 주주총회 현장을 여러 차례 지켜봤다. 규모가 크지 않은 회사들이었다. 그곳에서 목격한 장면은 씁쓸했다. 회사 측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관을 변경하는 안건을 상정하면, 소액주주들은 거세게 반발한다. 위임장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의결 과정의 편법을 강하게 의심한다. 돌아오는 답변은 언제나 한결같다. “법대로 하십시오." 그리고 안건은 통과된다. 소액주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소송뿐이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을 감내하며 법정 싸움에 나서는 개인 투자자는 드물다. 회사는 그 사실을 안다. ACT(액트) 같은 주주행동 플랫폼을 통해 조직적으로 대응할 경우 간혹 성과를 거두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극히 예외적인 사례에 그친다. 문제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코스닥 시장의 신뢰 위기는 단순히 부실 기업의 존재 때문만이 아니다. 멀쩡히 상장돼 있는 기업조차 주주를 파트너가 아닌 귀찮은 존재로 대하는 문화, 그리고 그것을 사실상 방치하는 제도적 허술함이 누적된 결과다. 상장폐지 기준을 높이는 것은 '썩은 상품'을 걸러내는 일이다. 그러나 진열대에 남아 있는 상품들이 소비자, 즉 주주를 기만해도 별다른 제재가 없다면 백화점의 신뢰는 회복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진정으로 코스닥을 신뢰받는 시장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주주총회 의결 과정의 투명성 강화와 소액주주 보호 실효성 제고를 다음 과제로 삼아야 한다. 시장은 숫자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신뢰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신뢰는 가장 작은 주주가 보호받는다고 느낄 때 비로소 쌓이기 시작한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EE칼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

4월이다. 영어로 April(에이프릴) 이라고 하는 어원은 '열다(open)'라는 의미의 라틴어 동사 아페리레(aperire)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모든 만물이 겨울을 지난 후에 꽃이며, 대지가 다 열리고 있으니 '열리다'라는 말은 참 잘 맞는 말이다. 4월이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말이 서양의 시인 티에스 엘리엇(T.S. Eliot)이 말한 '4월은 잔인한 계절'이라는 말일 것이다. 황무지라는 5부작 시에서 1부의 죽은 자의 매장에서 나오는 말이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이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 주었다. ....." 왜 잔인하다고 했는지는 해석이 다소 분분하지만 아무튼 현재 시점으로 보면 4월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간의 전쟁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에너지 문제로 고통받는 잔인한 계절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한국같이 중동 석유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잔인하게 느껴진다. 아 참! 한가롭게 시 감상에 젖어있을 여유는 없다. 이란 사태로 또 다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예컨대 카타르의 LNG 시설이 폭격되는 순간 한국에게는 직격탄이 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태리, 태국, 인도네시아, 일본, 독일 등이 폐쇄하기로 한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하거나 석탄 생산을 늘리고 있다. 유럽 연합, 톡일, 스페인, 포르투칼 같이 신재생 에너지 비중이 높은 국가는 이란 전쟁의 가격 충격에 상대적으로 충격이 적었다고 한다. 석탄 발전관련한 것은 단기적인 에너지 위기 대응 목적이라고 본다.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다. 에너지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 정부는 공공 기관 차량 5부제 의무화, 공영주차장 5부제, 기존 80퍼센트 수준의 석탄 발전 출력 제한 완화, 원전 4기의 재가동, 석유화학에서는 나프타 수출 제한 조치, 기업의 출퇴근 시간 조정, 그리고 전국 5156개 사업장 중에서 석유 소비의 약 92%를 사용한 50개 기업에 대해서 석유사용 절감 계획을 제출하도록 하였다. 절약 목표를 달성하면 에너지 절약 설비 시설 투자에 대한 자금지원 등을 고려 중에 있다. 기존에 많이 해오던 식상한 조치들이다. 좀 더 장기적이고, 혁신적인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절약하는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유가 보조금 지원으로 유가 상한제를 하는 것은 이해는 되지만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가뜩이나 국가 부채가 매년 늘어나는 상황에서 재정 적자는 어찌하라는 것인가. 적절한 빠른 시기에 전기요금을 현실화하여 절약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소재 부품 안보도 생각해야 한다.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은 맞는데 리튬, 태양광 소재, 부품 관련 안보도 중요하다. 이것이 안된 상황에서 태양광만 늘리다고 능사가 아니다. 중국기업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다. 그러니 국산기술과 소재부품 등을 반드시 고려한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 보급 정책이 필요하다. 바이오매스 에너지, 수열 에너지, 양수발전, 중력에너지 등등을 더 적극적으로 포함해야 한다. 세 번째는 매일 매년 시행하는 에너지 절약 정책이 중요하다. 에너지 위기라고 잠깐 하다가, 끝나면 다시 돌아가는 도돌이표 정책으로는 안된다. 근본적인 정책과 외국으로부터의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하는 에너지 외교 안보 정책이 있어야 하지만 다양한 공급선부터 확보해야 한다. 민관이 공동으로 에너지 개발도 적극하도록 해야 한다. 4월의 뜻이 '열리다'라고 하였듯이 정부, 기업, 시민들은 열린 생각, 열린 마음, 열린 정책. 모든것이 열려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폐쇄하는 마음으로는 나라의 발전은 없다. 잔인한 계절은 아니다. 아름다운 계절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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