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정훈 교수 “AI도시 결정 책임 누구…‘리빙랩’ 중요한 이유”

[인터뷰] 이정훈 교수 “AI도시 결정 책임 누구…‘리빙랩’ 중요한 이유”

“인공지능(AI)시티에서 중요한것은 시민이 직접 경험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리빙랩(Living Lab)'이 잘 만들어져야하고, 실증이나 테스트베드를 잘 디자인해서 AI가 실제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시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해야하죠." 이정훈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연구실에서 진행된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K-AI 시티를 육성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 중요한 것으로 리빙랩의 중요성을 꼽았다. 구체적인 실증경험을 통해 시민 체감도를 높이고, AI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조율하는 현..

[기자의 눈] 멈추지 않는 한은…K-인플레이션 파이터로 자리잡아야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p)씩 올렸던 한국은행이 시장을 향해 지속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한은이 4분기에도 인상을 택할 것으로 보는 모양새다. 3회 연속은 어렵다고 해도 오는 11월26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과 언론계에서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가 3.00%를 기록한 점을 들어 '고금리'라는 표현을 쓰고 있으나, 더 큰 고통이 닥쳐오는 것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을 인용했고, 22일 금융안정 상황점검을 주관한 장용성 금통위원은 물가·경기 흐름 등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시기·속도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제지표들은 한은의 방향성에 힘을 싣는다. 우선 그간 수입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꼽혔던 고환율이 안정화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상단 기준 한미 금리차가 1.00%p로 벌어지고 국제유가가 다시금 배럴당 90~100달러로 높아졌음에도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으로 형성되는 배경에는 한은의 선제적 결단이 있다. 그러나 한은법 제1조에 명시된 물가안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한국물가협회가 지난 10~11일 전국 주요 6개 도시의 전통시장에서 차례상에 올라가는 28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4인 가족 기준 30만3750원으로 전년 대비 4.1% 높아졌다. 10년전과 비교하면 과일·채소·쇠고기 등은 절반 가까이 비싸졌다. 서민경제에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눌러왔던 기준금리가 인플레이션을 야기하면서 오히려 금융소비자들의 표정을 어둡게 만든 셈이다. 미국과 유로존 뿐 아니라 초저금리 정책을 폈던 일본 마저 금리를 끌어올리는 행보가 나타나는 것도 유사한 이유다. 신 총재는 인사청문회 당시 가장 존경하는 연준 의장으로 폴 볼커를 꼽은 바 있다. 그는 개인의 총기 소지가 자유화된 미국에서 협박을 받았음에도 매파적 통화정책으로 물가안정에 성공하면서 이후 경제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인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을 압박하는 것처럼 기준금리 인상은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정책이다. 그러나 신현송호 한은과 금통위윈들이 중앙은행의 책무를 다함으로써 한은 내부에 커다랗게 새겨진 '물가안정' 석판의 빛이 발하지 않기를 기도한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EE칼럼] 사라진 태풍 – 기후변화가 보낸 위장된 평화

올여름 역시 폭염과 집중호우로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가을의 시작인 9월의 하순으로 접어든 지금까지도 낮 동안의 무더위는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정적이 하나 있다. 한반도를 찾는 대표적인 여름철 불청객인 '태풍'의 행보가 최근 3년간 극도로 조용하다는 점이다. 2023년 새만금 세계잼버리 기간 한반도를 관통했던 제6호 태풍 '카눈' 이후, 우리나라에 상륙하여 내륙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 태풍은 없었다. 평년 한 해 25.1개의 태풍이 발생하고, 그중 3.4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다. 2024년에는 26개 가운데 2개가 먼바다에서만 약하게 영향을 주었고, 2025년에는 영향 태풍이 하나도 없었다. 올해도 제6호 태풍 '장미'가 남해동부 먼바다에 태풍특보를 발효시켰을 뿐 육상에는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았다. 그렇다면 태풍 자체가 줄어든 것일까. 정반대다. 올해 9월 18일까지 발생한 태풍은 25개로 이미 평년의 연간 발생 수와 맞먹는다. 특히 8월에는 평년 5.6개의 두 배에 가까운 10개가 발생했다. 태풍 자체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한반도로 향하는 길이 막힌 것이다. 태풍은 따뜻한 바다에서 에너지를 얻지만, 진로는 철저히 북태평양 고기압을 포함한 주변 기압계에 의해 결정된다. 올여름 한반도 주변에서는 북태평양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하고 그 위로 티베트고기압까지 겹치면서 거대한 고기압 장벽, 이중 고기압이 형성됐다. 태풍은 이 견고한 장벽을 뚫지 못하고 남쪽 가장자리를 따라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서진하거나, 동쪽 가장자리를 돌아 일본 동쪽 해상으로 빠져나갔다. 7월 초부터 8월 초까지의 경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제9호, 제10호 그리고 제12호, 제13호 태풍이 잇달아 서진 또는 북서진해 중국에 상륙하여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제11호만 필리핀 동쪽 먼바다에서 발생한 지 하루 만에 소멸됐다. 한반도가 안전해서 태풍이 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기압계의 거대한 흐름이 위험을 중국 쪽으로 밀어낸 셈이다. 여기서 원인과 배경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따뜻해진 바다는 태풍이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고 강해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그러나 올해 태풍이 한반도를 비켜간 직접적인 원인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위치와 확장 양상이었다. 기후변화가 태풍의 발생 위치와 강도, 이동 경로를 복잡하게 바꾸고 있지만, 몇 해의 경로만으로 “기후변화 때문에 태풍이 오지 않는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언제, 왜, 어느 방향으로 확장했는지를 먼저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태풍이 오지 않는 현상을 마냥 기후변화가 준 따뜻한 혜택으로 반길 수 없다는 점이다. 태풍은 파괴적인 강풍과 폭우를 동반하는 복합재난인 동시에, 한반도 수자원 확보 관점에서는 가뭄을 해소하는 핵심 용수 공급원이다. 태풍 한 개가 몰고 오는 강수량은 지형적 조건이나 정체전선과의 결합 여부에 따라 다르지만, 100mm 이상, 조건이 맞으면 수백mm의 비를 공급한다. 최근 6개월간 전국 누적 강수량은 평년(981.8mm) 대비 84.8%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약 150mm에 달하는 수자원이 부족한 상태이며, 이는 대형 태풍 한 차례가 가져다줄 수 있는 수자원 양과 맞먹는다. 올여름의 용수 부족을 오롯이 태풍의 부재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으나, 태풍 실종이 장기화될 경우 가을 가뭄, 저수율 저하, 농업 및 공업용수 부족, 산불 위험 증가라는 또 다른 형태의 2차 재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9월 초 기준 전국 34개 시·군에서 이미 기상가뭄이 관측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의 재난 대응 프레임은 단선적인 '태풍의 상륙 여부'를 넘어서야 한다. 복합재난인 태풍이 접근할 때는 극한의 강풍과 폭우에 대한 방제 인프라를 철저히 가동하고, 태풍이 오지 않을 때는 가뭄과 수자원 고갈이라는 '건조한 재난'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양면적 대응 체계가 시급하다. 최근 몇 년간의 태풍 공백은 기후변화가 우리에게 준 온화한 선물이 아니다. 언제든 폭우와 가뭄이라는 양극단의 기후 위험이 교대할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다. 단 3년간의 통계에 착시되어 “한반도가 태풍 안전지대로 접어들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방심이다. 오지 않은 태풍에 안도할 것이 아니라, 그 부재가 불러올 숨은 위험까지 대비하는 통합적 안목이야말로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지혜로운 방재의 시작이다.

‘유능한 대통령’ 이젠 증명의 시간

“경제 지표는 개선된다는데 내 삶은 왜 바뀌지 않는가, 아니 왜 더 나빠지는가라는 물음에 더 적극적으로 답하지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한 말이다. 대호황을 누리는 반도체 산업의 온기를 전 국민이 느끼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대통령도 뼈저리게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윤석열 정부와 비교하면 이재명 정부의 경제 성적은 좋은 편이다. 성장률과 주가지수, 재정 상태, 고용 등 거의 모든 경제 지표가 개선됐다. 글로벌 긴축 기조와 지정학적 위험 같은 대외 변수가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는 긍정적 요소가 더 많다. 세계적으로 관세 장벽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수출은 역대 최대치를 경신 중이고 상장사 평균 실적도 나쁘지 않다. 올해 성장률은 3%를 가뿐하게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반도체 호황이 꺾이지 않는다면 당분간 성장을 이어갈 것이다. 내년 국세 수입이 올해보다 40% 넘게 늘어나며 재정 기반도 탄탄해진다. 코스피 지수는 6000 후반에서 7000 초반을 넘나들고 있다. 이처럼 지표로 나타나는 경제 상황은 좋은데 왜 국민 삶은 더 팍팍해지는 걸까? 젊은이들은 괜찮은 일자리 찾기가 힘들어지고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의 꿈은 왜 점점 멀어질까? 문을 닫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주가는 전 정부 때에 비해 두 배 이상 올랐는데 왜 대다수 투자자의 수익률은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이재명 대통령은 '민생'을 국정의 최우선에 두겠다고 했는데도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책의 우선순위가 잘못됐거나 정책이 현실과 괴리돼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 역점 사업인 3대 메가 프로젝트만 해도 그렇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에너지 산업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방향성은 맞다. 그러나 말 그대로 '메가' 프로젝트라 당장 국민 삶과는 거의 관련이 없다. 관련 지역 경제 활성화도 시간이 걸린다. 메가 프로젝트는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해 지갑이 얇아지고 집을 사려해도 대출이 막힌 서민에게는 남 일로 여겨질 뿐이다. 메가 프로젝트보다 더 급한 정책은 내수 경기 활성화다. 3대 메가 프로젝트가 수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에 수혜가 돌아가는 것이라면 내수 진작은 성장에서 소외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을 살리는 정책이다. 내수가 살아나면 고용도 늘어난다. 청년 일자리도 시급한 문제다.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는데 이런 추세를 돌릴 대책이 시급하다. 대기업은 신규 채용을 늘리고 중소기업은 처우를 개선할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 시장 현실을 외면한 정책은 국민을 화나게 만든다. 아무리 의도나 명분이 좋아도 역효과만 나면 분명 잘못된 정책이다. 서울 외곽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만 들쑤셔놓은 부동산 규제가 대표적이다. 집값을 잡겠다고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은 결과 임대 매물이 감소하면 전세금이 폭등했다. 고가 주택을 겨냥한 세금도 강남 지역에서는 급매물이 소진되며 가격이 떨어졌으나 서울 외곽 아파트 가격을 밀어 올렸다. 결국 부동산 규제가 서민이 살 수 있는 아파트 수를 줄이는 역효과를 냈다. 여론에 따라 갈지자 행보를 하는 것도 원성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임대 주택 실거주 유예기간을 연이어 연장했고,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공제를 축소하는 세제 개편안도 반발이 거세자 한 말 물러섰다. 모두 정책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행태다. 과열된 증시를 안정화해야 할 시점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도입한 것도 정부 무능을 드러낸 사례다. 정부는 뒤늦게 보안 대책을 내놓았으나 코스피가 8000 후반에서 9000 때 많은 이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큰 손실을 본 뒤였다. 결과적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친 셈이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유능한 정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이후 1년 가까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한 것도 대통령의 유능을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3개월을 지나는 동안 국민은 그걸 확인하지 못했다. 이제는 말이 아닌 성과로 유능을 증명할 시간이다. 장박원 편집국장 jangbak@ekn.kr

[기자의 눈] ‘금융사 지배구조 변화’ 흐름이 실제로 남긴 것은

KB금융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가 최근 양종희 회장 대신 이재근 이재근 KB금융 글로벌·자산관리·중소기업 부문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했다. 교체 배경을 두고선 올 들어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과 지주 CEO 연임 제한을 꾸준히 논의해왔다는 점에서 KB 회추위가 이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을 것이란 예측이 적지 않다. 아직 정식으로 개선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임에도 당국 방향성을 의식한 영역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회추위가 회장 교체의 이유로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를 들었지만, 최대 실적이라는 지표를 후순위로 둘 만큼 중대한 교체 이유는 밝히지 않았기에 이런 추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당국 입김 여부를 떠나 회추위는 이번 기회로 이사회의 독립성과 장기집권 방지 기조를 강조하는데는 성공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경영의 연속성과 안정성, 장기전략의 예측가능성이라는 또 다른 측면이 약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회장의 이사회 장악이나 장기집권 구조, 사외이사들의 거수기 논란은 충분히 경계해야 할 일인 것은 맞다. 문제는 양 회장이 재임 기간 도덕적 결함이나 금융 사고 없이 연이어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주주환원도 늘려 최선의 경영실적을 입증했단 것이다. 당국 지적은 '연임을 당연한 권리처럼 보장하지 말라'는 것인데, 연임의 당위성이 있었음에도 내쳐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실적이 연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이번 사례가 금융권에 던진 메시지는 생각보다 심플하지 않다. 연임 평가 기준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로 회장이 시험대에 오른다면 리더로서 힘을 발휘하기 어렵고, 조직의 불확실성은 커질 수 있다. 잦은 회장 교체는 지주와 연계된 수많은 계열사의 수년 단위 계획도 동시에 흔들 수 있다. 회추위는 외풍에 대해 선을 그었지만 실제 여부와 관계없이 정부의 제도와 분위기 만으로도 관치적 효과가 작용했다면 그 또한 문제다. 그 가능성을 시장이 의심하게 만드는 환경 자체가 또 다른 독립성 훼손이자 지배구조 측면에서 부작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에 필요한 건 '실적이 좋은 CEO의 연임을 막을 만큼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평가기준이 있었느냐'일지도 모른다. 금융사 이사회가 정부의 정책 방향을 과도하게 의식하지 않고 회장의 장기 집권도 막을 수 있도록 연임 절차의 제도화가 보다 예측가능하고 투명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이슈&인사이트] 이상범죄가 없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꿈꾸며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2026년 6월 말 기준)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총 287만 4,278명이다. 그리고 2026년 외국인 방문객이 2,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외국인 방문객 및 체류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치안 강국 대한민국에 대한 이미지 때문이다. 국가별 치안 지수(Safety Index) 비교에서 대한민국이 최상위권 수준이고, 특히 범죄율 지수 항목 중 '밤에 혼자 걸을 때 느끼는 안전함'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이런 치안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는 안타깝게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다. 얼마 전 제주에서 벌어진 여성 실종 사건으로 우리나라 경찰의 실종자 관리의 허술함이 드러났고, 지난 5월 광주에서 발생한 '묻지마 범죄 살인 사건의 피의자 장윤기'로 인해 이상 동기 범죄에 대한 국민 불안과 대책 마련 여론이 다시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2023년 서울 강북구 미아동 마트 살인, 2024년 전남 순천시 조례동 10대 여성 흉기 피습, 2023년 경기 성남시 서현역 흉기 난동 등은 대표적인 묻지마 범죄 사건들이다. 특히 불특정 다수를 향한, 이른바 '묻지마 범죄', 즉 이상 동기 범죄(무차별 범죄)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일반 시민뿐만 아니라 체류 외국인도 길을 가다가 자기도 모르게 살인미수 또는 살인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부추긴다. 주요 범죄 사건만 언론 보도에 나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하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상 범죄는 언론에 보도되는 것 이상으로 자주 발생한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 필자는 최근 부쩍 증가하고 있는 이상 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한 후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대안을 아래와 같이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중범죄자에 대한 정보를 일반 시민들에게 고지해야 한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을 선고받은 성범죄자의 정보는 '성범죄자 알림e' 웹을 통해 열람할 수 있고, 인근 주민에게 우편과 모바일로 고지하고 있다. 이는 범죄 예방 차원의 정보 제공이다. 그러나 일반 중범죄자의 경우 웹을 통한 신상정보 열람이나 인근 주민 대상 우편·모바일 고지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중범죄자는 무기를 쥐고 있을지 모르지만, 인근 주민은 그에 대한 정보가 없어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러한 불균형으로 인한 사건·사고는 일반 시민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피해자 가족의 행복추구권을 앗아가고 있다. 범죄 가해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일반 시민의 생명권과 행복추구권의 보장은 더더욱 중요하다. 정부와 관계 당국은 이에 대한 예방책을 조속히 마련하기 바란다. 둘째, 촘촘한 사회적 예방 및 위험군 관리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상 범죄 발생 확률이 높은 클라이언트(이상 범죄 시도자, 중증 정신 건강 장애인, 치매 노인들 등)가 지역사회 복지 시스템을 통해 전문적인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도록 지원하고, 경찰 체계와 사회복지 체계가 연계하여 위험군을 관리하고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사례별로 상호 정보를 교류하고 필요한 서비스와 자원을 발굴·개발하여 클라이언트가 이상 범죄자로 발전하지 않도록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노력이 끊임없이 요구된다. 이를 방치하는 것은 우리 주변의 선량한 시민과 그 가족을 범죄 피해자로 전락시키는 국가 폭력이다. 셋째, 지능형 AI CCTV 및 감시망 확대가 필요하다. 각 지자체와 경찰청은 이상 동기 범죄 취약 지역(공공장소, 산책로, 상가 등)뿐만 아니라 중범죄자 거주 주변 장소에 AI 기반 이상 행동 감지 CCTV를 확충하고, 순찰 사각지대와 사각 시간대가 없도록 순찰 인력을 운영하여 이상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 사후 진압형 대처에만 급급한 경찰 행정을 지양하고, 중범죄자의 이상 징후가 지능형 AI CCTV에 포착되면 즉각 출동하여 이상 범죄를 막는 범죄예방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경찰청과 중수청 그리고 법원이 연계하여 이상 범죄 근절 TFT팀을 조속히 구성해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치안 강국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지킬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고 실천해 주기를 기대한다.

[EE칼럼] 한전 사장의 역할과 자질

2023년 9월 20일, 정치인 출신 김동철 전 의원은 제22대 한전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비장한 취임사를 발표했다. 직전 해인 2022년 한전은 역대 최대인 32조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23년에도 적자가 계속되고 있었다. 이런 경영상황에서 '전력 비전문가'였던 그는 글로벌 무한경쟁과 에너지 대전환 시대에 맞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겠다며 KT와 포스코, 이탈리아 전력회사 ENEL을 소개했다. 독점 공기업에서 출발해 민영화와 시장개방, 사업구조 개편을 거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한 회사들이다. 약 100일 뒤인 2024년 1월 2일, 김 사장은 신년사에서 또 이 세 회사를 한전의 롤 모델로 들었다. “ENEL처럼 완전히 달라지겠다, 공기업 틀을 벗어나겠다"는 발언이 민영화로 해석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즉각 “한전 민영화는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김 사장 역시 사업 다각화와 해외시장 진출 사례를 소개했을 뿐이라고 물러섰다. ENEL은 과거 이탈리아의 국영 전력회사로서 시장을 독점했지만, 1999년 전력시장 개방 이후 사업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세계적인 전력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한전의 변화를 말하면서 정작 변화의 핵심인 전력시장 구조와 한전의 역할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정부와 노동조합을 설득하지 못하면서 개혁 동력도 약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기요금이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가격이 급등하면서 한전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한전은 2021년 1월 모든 용도별 전기요금을 내린 이후 같은 해 10월부터 2024년까지 모두 여덟 차례 요금을 올렸다. 김 사장 취임 이후 두 번의 인상은 산업용에만 집중됐다. 2023년 11월과 2024년 10월이다. 한전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계속 올라가면서 일부 대형 우량 수요자들은 한전을 떠나 전력거래소에서 직접 전기를 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앞으로도 이러한 '고객 이탈'은 점점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한전에게 유리한 고객은 떠나고 나머지 고객의 부담은 더 커지는 구조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비수도권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도 마찬가지다. 비수도권 요금을 낮추면서 그만큼 수도권 요금을 올리지 못하면 한전의 요금수입은 크게 줄어든다. 산업정책과 지역정책의 비용을 한전 전기요금에 얹는 방식이다. 전기요금의 정치요금화가 더 깊어지고 있다. 문제는 전기요금만이 아니다. 재생에너지와 디지털 메가트렌드로 세계 전력산업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전력시장은 한 발짝도 제대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 중심에 한전이 있다. 재생에너지는 지역 편재성과 간헐성, 변동성을 갖는다. 이를 늘리려면 발전량이 넘칠 때는 싸게 쓰고 부족할 때는 비싸게 쓰는 시간대별 가격신호가 필요하다. 저장장치와 수요반응, 분산자원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유연한 시장도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정부가 가격을 결정하고 한전이 판매를 독점하는 틀에 묶여 있다. AI, IoT와 빅데이터를 포함한 디지털 기술은 전력산업의 큰 틀을 바꿀 수 있다. 수요와 공급을 실시간 예측하고 수많은 분산자원을 연결하며 소비자가 가격에 반응하도록 만들 수 있다. 재생에너지의 약점을 보완하는 핵심 수단이다. 그러나 시장이 경직돼 있으면 아무리 좋은 기술도 수용되기 어렵다. 김동철 사장은 한전이나 전력업계에서 일한 경험이 없다. 전기에 관한 한 순백(純白)한 상태에서 사장에 취임했다. 그래서 오히려 기존 전력산업의 고정관념을 깰 수도 있었다. 실제로 그는 두 번이나 ENEL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민영화'라는 프레임이 씌워졌을 때 물러설 것이 아니라 왜 ENEL이 변했는지, 세계 전력산업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정면으로 설명했어야 했다. 전기요금도 마찬가지다. 산업용만 반복해서 올릴 것이 아니라 주택용, 일반용, 농사용을 포함해 용도별 원가와 원가회수율을 공개하고 국민을 설득했어야 했다. 정치인 출신 한전 사장이 오히려 전기요금의 정치화를 끊어냈어야 했으나 결과는 반대였다. 이렇게 된 데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김 사장이 전력산업 비전문가였고, 이슈가 발생했을 때 한전과 전력산업의 발전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자의 반응에 민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차기 한전 사장 공모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새로운 사장에게 필요한 것은 정무 감각이나 정치권과의 관계가 아니다. 재생에너지와 디지털 전환, 전력시장 개혁을 이해하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할 수 있는 사람, 한전을 ENEL처럼 세계적인 회사로 키우면서도 대한민국 전력산업의 장기적 목표를 설계하고 추진할 사람이 필요하다. 이번에는 정책과 실무에 정통한 전력 전문가가 한전 사장이 되어야 한다. bienns@ekn.kr

[데스크칼럼] 에너지 난(難)을 부추기는 정치 개입

정부와 정치권의 에너지 가격 개입이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일 0시를 기해 10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또다시 동결 조치했다. 지난 6월 말 조정된 7차 이후 네 번째 동결이다. 이로써 향후 4주간 정유사의 판매 가격 상한선은 리터(ℓ)당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묶인다. 그러나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번 동결 조치를 두고 “최고가격제를 당장 중단하거나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고가격제가 기름값을 국제 시세보다 낮게 억제해 당장의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원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치솟는 국제 유가와 반대로 기름값을 억지로 누르는 정책은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는다. 가격이 싸니 소비가 늘고, 결국 더 비싼 석유를 대량으로 수입해 와야 하는 악순환의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실제로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5~7월 국내 휘발유 출하량(소비량)은 2443만 4000배럴로, 전년 동기(2405만 7000배럴) 대비 1.6% 증가했다. 브렌트유 기준 국제 유가가 지난해 5~7월 배럴당 평균 67.8달러에서 올해 평균 90.7달러로 무려 33.8%나 폭등했으나, 오히려 소비량이 늘어난 기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전기 요금에 대한 정치적 개입은 더욱 심각한 지경이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국제 가스 가격이 10배 가까이 폭등했을 때, 유럽 전기요금도 폭등하면서 당시 유럽 서민들은 요금을 감당하지 못해 나무 땔감으로 난방을 하는 비극을 겪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전기 요금 인상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국내 전력 판매량은 2021년 533.4TWh에서 2022년 547.9TWh로 증가했다. 요금 인상 억제가 전력 소비를 더욱 부추긴 셈이다. 높은 연료가격의 부담을 떠안은 한전의 현재 총부채는 210조 원에 달하며, 연간 이자 비용만 약 4조 20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송배전망 사업자 한전은 전력망을 확충해야 하는데 현금이 부족하자 반도체 기업에 자금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하는 굴욕까지 겪어야 했다. 한국가스공사도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을 수개월째 동결한 여파로 미수금만 14조 원을 넘어섰다. 역시 현금이 부족해 수소경제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급기야 2025년 12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한국에 쓴 소리를 날렸다. IEA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전력시장 구조는 왜곡과 비효율을 초래하며, 전기요금은 IEA 평균보다 현저히 낮다. 이는 시장 기반의 가격 신호를 제한하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 때문"이라고 매섭게 꼬집었다. 인기영합주의적 에너지 가격 통제는 단기적으로는 달콤한 약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끝은 국가 에너지 안보 해체와 공기업의 부실, 그리고 결국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거대한 막대 부채뿐이다. 이제라도 에너지 가격에 대한 정치적 개입을 거두고, 시장 원리에 기반한 가격 기능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기자의 눈] SK, 직원 문화복지에 포도뮤지엄 더한 이유

'문화복지'는 좋은 말이다. 회사가 구성원의 일상에 여유를 더하고, 선택지를 넓혀주는 일처럼 들린다. 그런데 SK의 문화복지를 따라가다 보면 이상하게도 길이 자꾸 한곳으로 모인다. 포도뮤지엄, 그리고 그 연계 전시 공간인 선혜원이다. 지난달 '선혜원 아트 프로젝트 2.0 ' 사전예약 공지가 올라왔다고 한다. 최근 SK 관계자를 사석에서 만나 들은 얘기다. 모나 하툼, 최성임, 김윤수 작가의 작품을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옥 공간 '선혜원'에서 9월 2일부터 10월 31일까지 선보인다는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주관은 SK, 전시기획은 포도뮤지엄이다. 포도뮤지엄에서 지난해 8월 9일부터 이달 27일까지 열리는 전시도 그중 하나였다. 2024년 12월 “포도뮤지엄과 함께하는 제주 아트 여행", 지난해 3월 “선혜원의 시작, 소선을 가다", 지난해 8월 “선혜원 아트 프로젝트 2.0" 사전예약, 지난 2월 “포도를 따라 걷는 힐링 로드"까지, SK 구성원을 겨냥한 포도뮤지엄·선혜원 관련 사내 공지가 최소 네댓 차례 이상 반복됐다고 한다. 매번 문구는 비슷했다. “구성원 여러분을 위한 특별한 혜택", “놓치지 마세요." 내부에선 “인원이 안 채워져 임직원으로 채우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돈다. 이에 SK 측은 “포도뮤지엄과 선혜원 전시가 각각 관람객 10만 명, 2만 명에 이를 만큼 일반 관람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며, 특히 “선혜원은 SK의 대표적 헤리티지 공간으로 구성원 프로그램은 SK의 역사와 기업문화를 공유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밭을 왜 하필 이렇게 알뜰살뜰 가꾸는지는 지분 구조를 보면 짐작이 간다. SK㈜는 2019년 ㈜휘찬 지분 100%(3359억원)를 경영참가 목적으로 취득했고, 휘찬은 미술관·박물관업이 주업이다. 포도뮤지엄을 실제 운영하는 곳이 이 휘찬이고, 개관 때부터 총괄디렉터를 맡아온 이가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이다. 즉 이 공간은 “SK 100% 자회사가 직접 운영하고, 총수와 개인적 인연이 있는 인물이 계속 총괄해온 미술관"이다. 계열사가 소유하고, 그 계열사가 총수의 사적 관계에 있는 인물의 활동무대를 운영하는 밭이라면, 그곳에 임직원을 초대하는 어떤 프로그램이라면, 다른 어떤 복지보다 더 투명한 절차와 회계가 뒤따라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번 분기 공시상 계열사 간 상품·용역거래는 '해당사항 없음'으로 나온다. SK 측은 “휘찬이 SK㈜의 완전자회사이고 거래 금액도 공시 기준(50억원, 매출액 5%)에 못 미쳐 공시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포도밭은 누군가 심고, 누군가 가꾸고, 정작 수확철이 되면 다른 사람들을 불러다 열매를 따게 하는 곳이다. 씨 뿌린 사람과 수확하는 사람이 다른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런데 이 포도밭은 씨를 뿌린 곳도 SK고, 밭을 가꾸는 곳도 SK고, 수확철에 “열매가 남는다"며 사람을 불러 모으는 쪽도 SK다. 이 정도면 문화복지가 아니라, 자급자족하는 포도밭 아닌가. 김하나 기자 uno@ekn.kr

[EE칼럼] 기후관련 법안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낮에는 여전히 덥기는 하지만 그래도 맑은 가을하늘이 유난히도 반갑다. 천고마비(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 우리에는 가을을 대표하는 말 중의 하나지만 옛날 중국인들에게는 풍요로운 계절에 생산한 농산물이 북방 초원에 사는 흉노적들에게 약탈 당할수 있는 계절이라 항상 근심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기업들에게는 천고법비(하늘은 높고, 법은 살찐다)라고 할 수 있는 계절이다. 우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개정안과 「기후위기 적응 및 회복력 강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탄소중립 기본법 개정안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순 배출량 대비 53~61% 감축 범위로 명시하고, 2040년은 69% 이상 ~ 80% 수준, 2045년은 84% 이상 ~ 90%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중장기 감축목표를 설정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기후적응법에는 기후영향·취약성·위험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공간정보로 제공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으며, 향후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의 기후적응 대책과 사업이 해당 정보체계를 중심으로 연계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번째는 에너지 5법이라고 할수 있는 전기사업법·분산 에너지법·재생에너지법·전원개발촉진법·국가기간 전력망법 등의 개정안이 확정되었다. 국가기간전력망법에서는 주변의 1MW 이하 공익적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에 우선적으로 계통에 접속하는 권한을 주고 재생에너지법에서는 RPS(의무할당제)를 발전원별 정부 경쟁입찰과 장기 고정가격 전력구매계약 중심의 계약시장으로 전환한다. 2027년 1월 1일부터 신규 설비에는 REC를 발급하지 않되 기존 사업자에게는 REC를 계속 발급하지만 REC 현물시장은 2029년 12월 31일까지 운영한 다. 세 번째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 법 (소위 K-스틸법)이 마련되었다. 이법은 저탄소 철강 인증제와 특구 지정, 재생 철자원 공급망 정비 등을 포함 하고 있으며, 가장 특이한 것은 제38조항의 '공동행위 특례'다. 이 조항은 과잉 공급 상황에서 기업 간 설비 가동률 조정·감산 협의 등을 공정거래법상 담합에서 제외하는 근거를 담고 있다. 다만 수소환원제철이나 전기로 확대에 필요한 투자비를 직접 보전하는 법안은 아니다. 아마도 향후에 탄소차액 계약제를 통하여 보전할지도 모른다. 네번째는 제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되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 계획'에서는 배출허용 총량이 17% 감소되는데 이는 총 25억 3,730만 톤 정도다.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은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50%까지 확대된다. 연관해서 '한국형 탄소중립 인증제도'를 추진하여 대기업이 중소·중견 협력사의 에너지 효율 개선과 탈탄소 전환에 투자하면, 그 감축 실적을 대기업의 탄소중립 이행으로 인정해 주는 상생형 인증 모델을 구체화하겠다는 것이다. 다섯번째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다. 2035년까지 경수형 SMR 상용화를 추진하고 2030년대에는 비경수형 SMR 건설에 착수할 예정이다. 개발 초기부터 민·관이 공동 출자하는 특수목적법인(SPC) 등 사업화 전문기업을 육성하여 국제진출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과기부는 5년마다 'SMR 시스템 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정책목표, 추진 전략, 이행 방안과 함께 공급망 관련 기술 개발과 SMR 시스템 연구개발특구 지정·운영 등이 포함된다. 'SMR 시스템 개발 촉진위원회'도 구성된다. 여섯번째는 산업 그린전환 (K-GX) 촉진법과 탄소차액 계약제도(CCfD), 자발적 탄소시장 등 법·금융·시장 정책을 추진려고 한다. 탄소 다배출 산업의 기술개발과 실증을 지원하는 '산업 GX 플러스'는 2027년 산업 연구개발 신규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중복성이다. 탄소중립 산업법안(기후에너지환경부), 산업 GX 촉진법(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 탄소중립 촉진 법안(중소벤처기업부), 기후테크 법안(기후에너지환경부)등의 법들간에 상호 중복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말 에너지, 기후변화 관련 법의 홍수다. 법에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적용 된다. 너무 많은 법이 난립하면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가 어려울 수 있다. 두가지만 명심 하면 된다고 본다. 균형잡힌 규제를 해야 한다. 충분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법은 제대로 실행될 때 빛난다.

[김병헌의 체인지] 권력은 왜 민심을 늦게 듣는가

대통령이 18일 국민 앞에 섰다. 추석을 앞두고 어려운 일상을 살아가는 국민에게 송구한 마음으로 인사한다고 했다. 472일간 나름의 최선을 다해 왔으며 지위나 권력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일할 기회와 힘을 달라고 했던 초심을 잃지 않으려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걸음 더 물러섰다.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 실망과 걱정에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결론은 짧았다. “언제나 국민이 옳다." 정치인의 사과는 흔하다. 그러나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이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말하는 것은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처럼 판단과 추진력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온 지도자라면 그렇다. 적어도 이날 회견에서는 변명보다 성찰을 앞세우려는 진정성이 읽혔다. 진정성은 말만으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국정운영으로 확인될 일이지만, 민심의 경고를 공개적으로 받아들이고 자세를 낮춘 것은 의미가 크다. 눈에 띈 것은 연임 문제였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연임 가능성에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동시에 대통령 연임제 자체를 포함한 개헌 논의는 여야와 국민의 합의에 따라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권력의 오래된 역설이 숨어 있다. 힘이 없을 때 정치인은 민심을 찾아다닌다. 시장에서 손을 잡고 골목에서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나 권력을 잡으면 보고서가 민심을 대신하기 시작한다. 여론조사 숫자가 밥상머리의 한숨을 대신하고, 참모의 정리된 보고가 거리의 거친 목소리를 걸러낸다. 국민이 멀어진 것이 아니라 권력과 국민 사이에 문이 하나씩 늘어난다. 그래서 권력은 민심보다 늘 반 박자 늦기 쉽다. 개혁도 마찬가지다. 방향이 옳다고 속도까지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개혁은 자동차 경주가 아니다. 빨리 도착하는 것보다 함께 도착하는 것이 중요할 때가 있다. 개혁으로 얻는 사람이 있으면 잃는 사람도 있다. 그들의 손실과 두려움을 “개혁에 대한 저항"이라고만 부르는 순간 정책은 국민의 삶에서 멀어진다. 스웨덴은 1990년대 초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GDP가 크게 줄고 실업률이 급등하자 복지와 재정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봐야 했다. 정치적 비용이 엄청난 개혁이었다. 그런데 소수정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연금과 재정제도 같은 굵직한 개혁에 정파를 넘는 합의를 만들었다. OECD는 이런 정치적 합의가 정권이 바뀌어도 개혁이 쉽게 뒤집히지 않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다만 개혁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아픔과 상실감을 최소화하도록 더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했다. 이 대목이 앞으로 중요하다. 개혁을 멈추느냐 밀어붙이느냐의 양자택일이 아니다. 국민을 설득하면서 가느냐, 국민보다 앞서 달려가느냐의 문제다. 부동산에서는 한층 단호했다. 집값을 반드시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공급과 규제, 세제를 함께 활용하고 수도권 일극체제라는 구조적 문제까지 손보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서울을 경제수도, 세종을 행정수도로 발전시키겠다는 방향도 그 연장선이다. 부동산은 어느 정부에나 가장 까다로운 민심의 시험대였다. 집 한 채는 통계의 숫자가 아니다. 청년에게는 결혼과 독립의 출발선이고, 중년에게는 평생 모은 자산이며, 노년에게는 노후의 버팀목이다. 집값이 흔들리면 삶의 계획도 흔들린다. 그래서 “반드시 안정시키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매우 무겁다. 그만큼 정책의 일관성과 결과가 뒤따라야 한다. 국민은 정부의 설명보다 자신의 전·월세 계약서와 아파트 가격표를 먼저 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다시 초심으로 귀결된다. 대통령은 취임할 때보다 시간이 흐른 뒤 더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인다. 보고서는 두꺼워지고 의전은 촘촘해진다. 대통령을 만나는 사람들은 많아지지만 역설적으로 평범한 국민의 목소리는 더 멀어질 수 있다. 권력의 비극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고 결심해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잘 듣고 있다고 믿는 순간 시작되곤 한다. 그래서 이날 “국민이 옳다"는 말보다 더 오래 기억해야 할 말은 어쩌면 '초심'일지 모른다. 연임하지 않겠다는 선언도,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약속도,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다짐도 결국 그 초심 위에서 평가받을 것이다. 권력을 더 오래 갖는 것보다 주어진 시간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와 개혁을 얼마나 빨리 끝냈느냐보다 국민이 얼마나 함께 걸었느냐가 중요하다. 민심은 어느 날 갑자기 변하지 않는다. 작은 실망이 쌓이다 어느 날 숫자로 나타날 뿐이다. 그래서 권력이 민심을 들어야 할 때는 지지율이 떨어지고 경고등이 켜진 뒤가 아니다. 일이 잘 풀리고 박수가 클수록 작은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권력은 바로 그때 귀를 더 크게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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