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동 사태로 국내 석유류 가격이 들썩이자 정부가 이달부터 월 2000회 이상 특별 단속 등 전방위 대응에 나섰다. 일부 주유소의 과도한 가격 인상과 담합, 생필품 사재기 행위까지 감시망이 확대될 전망이다. 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재정경제부·산업통상부·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합동으로 지난 6일부터 석유 유통시장에 대한 월 2000회 이상 특별기획검사에 착수했다. 전국의 불법 석유유통 위험군 주유소가 집중 점검 대상이다. 산업부는 석유관리원과 함께 수급 상황 불일치, 과다·과소 거래, 소비자 신고가 많은 주유소 등을 고위험군으로 선정해 검사 중이다. 구체적으로 석유제품을 매점매석하거나 판매 기피 행위, 유통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석유 혼합 판매 등 불법 행위들이다. 정부 합동으로 비노출 검사 차량을 활용한 암행 점검 방식으로 월 2000회 이상 검사와 단속을 병행한다. 공정위는 중동 지역 불안에 편승해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행위와 생필품 가격 담합 등 시장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다. 현재 공정위는 전국 지방사무소 인력을 총동원해 전국 주유소 판매가격을 실시간 모니터링 중이다. 가격 담합, 비용 전가 등 시장 교란 행위 적발시 신속, 엄중하게 제재할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는 석유 외 다른 민생 밀접 품목도 집중 점검하고, 위법 행위가 포착되면 무관용 원칙으로 엄단하기로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6일 열린 국회 당정 협의회에서 “정부합동반이 주유소를 직접 방문해 점검하고, 폭리를 취하는 문제에 대해선 공정위까지 다 포함해 대응하고 있다"며 “단기간 급등한 석유 가격이 곧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석유류 관련 집중 점검에 나선 데는 업계가 중동의 정세 불안을 악용, 실제 원가가 오르기 전에 급격한 가격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우리 국민들은 휘발유 가격이 오를 때는 엄청 빨리 오르고, 내릴 때는 천천히 조금 내린다고 한다"며 “중동 사태를 이용해 돈을 축적하는 행태를 제재할 수 있는 제도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3년여 만에 리터(ℓ)당 1900원 선을 넘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2000원대를 육박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했지만,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약 2주 가량 소요된다. 유류값 폭등은 정유업계가 선제적으로 과도한 인상 가격에 나섰기 때문이란 게 정부 판단이다. 실제 국가데이터처가 6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2.4% 하락하며 작년 8월(-1.2%) 이후 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휘발유(-2.7%), 경유(-0.8%) 등이 모두 감소했다. 지표로 보면 최근 중동 사태로 나타난 석유류 가격 인상은 아직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이두원 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달 28일 중동상황 이후 최근 3∼4일동안 휘발윳값이 크게 상승했다"며 “이는 3월 물가지표(4월 발표)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산업부 주관으로 석유 최고가 지정제를 검토 중이다. 다만 석유류 가격은 지역마다 달라 전국 단위 일률 적용이 어려워 지역별·유종별로 차등을 둘 것으로 보인다. 석유 최고가 지정제가 현실화될 경우 지난 1997년 석유제품 가격 완전 자유화 이후 약 30여년 만에 다시 조치되는 사례가 된다. 1997년 이후부터 정부가 유가 안정을 위해 가격 상한을 설정한 적은 없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 5일 석유·가스에 대해 '관심' 단계의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발령했다. 특히 석유 관련 위기경보 발령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원유·가스 등 핵심자원 수급 위기 가능성이 고조된 데 따른 조치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정류업계, 주유소들이 단기간에 가격을 너무 빨리 올린 상황"이라며 “시장 상황과 국제유가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필요한 조치들을 추가로 검토,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