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생·총선…민주당 ‘김민석호’ 출범, 최우선 과제는

통합·민생·총선…민주당 ‘김민석호’ 출범, 최우선 과제는

더불어민주당이 김민석 신임 당대표를 중심으로 한 '김민석 체제'로 전환했다. 김 대표는 8·17 전당대회(전대)에서 정청래 후보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며 당권을 거머쥐었지만, 전대 과정에서 양측의 경쟁이 치열하게 이어진 만큼 출범과 동시에 '당내 통합'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특히 김 대표가 전대에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정 후보 측 당원과 당내 세력을 얼마나 끌어안느냐가 새 지도부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집권여당 대표로서 이재명 정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개혁입법과 민생정책에서 어떤 성과를 만들어낼지, 2028..

미국의 '과잉 생산' 등 추가 관세 결정 전인 이달 내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에너지 분야인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 유력 사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예정에 없이 긴급 미국을 찾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미국과 합의한 15% 이내 상호관세 관철을 위해 이달 말 대미 투자 발표를 목표로 막판 조율에 나섰다. 18일 산업부에 따르면 김 장관은 이번 방미 기간 하워드 러트닉 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과 만나 대미 투자 프로젝트, 관세 문제 등을 논의한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도착한 김 장관은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 관련 “8월 말 발표를 목표로 어떻게 해서든 해결해 보려고 왔다"고 밝혔다. 그는 “막판이 되면서 실무적으로 다양한 구체적인 쟁점들이 나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해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미국의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3500억 달러 중 1500억 달러는 조선 협력에 투자하기로 했다. 현재 양국은 나머지 2000억 달러의 투자 이행 방안을 놓고 협의 중이다. 정부는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로 텍사스주 엔시날에 약 6.4기가와트(GW) 규모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투자 프로젝트 선정 시 '상업적 합리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 등 미국 내 전력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발전소 건설은 안정적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력 사업으로 급부상했다. 정부는 아직 사업 내용과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김 장관이 미국 정부와 막판 조율을 밝힌 만큼 이달 내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메모리 반도체 투자를 대미투자 1호 사업으로 요구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산업부는 이날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대미 전략투자 1호 후보 프로젝트로 반도체를 논의 중이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관세 협의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미국의 추가 관세 결정 전에 대미 투자 1호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달 한국 포함 주요 60개국에 강제노동 관련 12.5%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수입 금지 조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현재 USTR은 과잉생산 관련 조사도 진행 중이다. 상대 교역국의 제조업 등 산업별 보조금과 수출 확대를 위한 지원으로 미국 산업이 피해를 본 점이 입증되면 이를 '과잉생산'으로 규정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도다. 이번 달 발표가 예정돼 있는데 조사 결과에 따라 강제노동 12.5%에 이어 관세가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한국산 제품에 적용되는 관세가 양국 합의 수준인 15%를 넘어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더구나, 미국 정부는 우리 정부의 대미 투자 지연을 이유로 관세 인상을 압박해 왔다. 지난주 미국 상무부는 “투자를 서두르지 않으면 합의된 상호관세(15%)를 인상하겠다"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정부가 이달 말 대미 투자 발표를 목표로 막판 협의에 나선 것도 미국의 추가 관세 압박 등 통상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미 투자 프로젝트 발표 전에 추가 관세가 먼저 발표되면 협의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미국이 지난해 관세율 15% 상한 합의를 지키겠다고 했지만 예단하지 않고 협의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의 공백으로 통상 협상 과정에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여 본부장의 경질 관련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한미 관세 협상과는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현재 산업부는 박정성 통상차관보 주재로 비상 업무 체계를 가동 중이다. 김 장관은 “여 본부장이 비관세 분야와 자유무역협정(FTA) 쪽을 많이 챙겨왔지만 (개인이) 다 챙긴 것은 아니다"며 “협상은 개인이 아닌 전체 조직이 같이하는 것이어서 공백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與 “용산 어린이정원에 청년임대”…오세훈 반대에도 특별법 처리 수순

8·13 주택 공급대책의 후속 논의가 용산공원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용산공원 부지 일부에 청년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다. 서울시는 용산공원 조성 과정에서 지켜온 공원 보존 원칙을 뒤집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캠프킴 등 복합시설조성지구의 고밀 개발을 위해 공원·녹지 관련 기준을 완화하고, 용산 어린이정원 부지 등에 청년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용산공원은 전체 면적이 약 300만㎡(약 90만7000평)인 대규모 도심 공원녹지로, 특별법에 근거해 관리되는 국가공원이어서 주택을 지으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도심 핵심 지역에 주택 공급을 늘려 청년층의 주거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도시정비법·공공주택법 등과 함께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을 20일 본회의 처리 대상 법안으로 거론했다. 서울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용산공원 특별법을 제정한 것은 노무현 정부였고, 문재인 정부 때도 공원 본체 보존 원칙은 지켜졌다"며 “이제 와서 공원에 주택을 짓겠다는 것은 20년간 이어져 온 국가적 개발 철학을 스스로 뒤집는 일"이라고 말했다. 용산공원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시각차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용산공원 본체는 개발하지 않고 역사·생태·문화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도심 내 가용 부지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개정안 처리 예정일인 20일에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회동도 예정돼 있다. 주택 공급 확대와 용산공원 보존을 놓고 양측의 입장이 맞서는 상황에서 국회가 법 개정에 나서면서 회동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윤덕 장관은 지난 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용산 어린이정원을 활용한 주택 공급 방안에 관한 질문에 “어린이정원이라고 하면 좁은 개념이고 용산공원 전체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토 대상 부지를 어린이정원으로 한정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복권기금, 성과따라 지급 “취약계층 지원”…35% 의무배분 폐지

앞으로 복권 수익금은 12% 가량의 지방자치단체, 제주도 배분금을 뺀 나머지는 성과와 사업 수요에 따라 쓰이게 된다. 이를 통해 취약계층 복지나 재난 지원 등 공익사업에 복권 수익금이 활용될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기획예산처는 18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36차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복권 및 복권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라 복권 수익금의 35%를 기존 복권발행기관 등에 의무적으로 나눠주던 법정배분 제도가 20여년 만에 바뀐다. 지난 2004년 복권법이 제정될 당시 정부는 복권발행기관의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복권 수익금의 35%를 10개 기금·기관 등에 의무 배분했다. 이후, 각 기관의 재정 상태나 사업 수요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재정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10개 법정배분 대상 중 지자체와 제주도를 제외한 8개 기금·기관에 대한 법정 배분을 폐지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진흥기금과 국민체육진흥기금, 근로복지진흥기금, 중소벤처기업창업 및 진흥기금, 국가유산보호기금,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산림환경기능증진자금,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등 8개 기관의 사업은 공익사업으로 전환된다. 앞으로 8개 기관들은 수익금을 자동으로 지급받지 않고, 다른 공익사업처럼 사업 필요성과 성과 등을 평가받아 재원을 배분받는다. 다만, 지자체와 제주도는 지방재정의 자율성 보장을 위해 각각 약 6%, 총 12% 수준의 기존 법정 배분이 유지된다. 기획처에 따르면 올해 복권기금 사업 규모는 총 3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5% 증가했다. 이 중 35%인 약 1조1000억원은 10개 기관에 배분된다. 나머지 약 2조3000억원은 저소득층의 주거나 복지 지원 등 공익사업에 쓰인다. 기획처 관계자는 “지금까지 법정배분에 따라 사업의 성과가 낮더라도 정해진 금액을 지급해야 했다"며 “앞으로 성과와 수요가 높은 사업 쪽으로 탄력적 배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처는 이번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정기국회 내 통과를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97개국 3,403편 몰린 AI 영상 공모전…해외 출품 1년 새 20배 이상 증가- 구미·포항·경산 산업 강점 결합…AI·VFX·게임 잇는 '산업형 영상제'로 차별화- 1500억 원 펀드 투자상담·글로벌 바이어 수출상담까지…창작에서 비즈니스로 확장-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인공지능(AI)이 영상 제작의 문법을 바꾸고 있다. 시나리오와 이미지 생성에서 영상·음향 제작, 시각효과(VFX)에 이르기까지 AI 활용 영역이 빠르게 넓어지면서 콘텐츠 산업의 진입 장벽도 낮아지고 있다.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춘 개인과 기업이 세계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 셈이다. 경상북도는 이 같은 산업 변화에서 지역의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찾고 있다. 단순히 AI를 활용한 작품을 감상하는 영화제를 개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창작자와 기업, 대학, 투자자, 해외 바이어를 하나로 연결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 중심에 '경북 국제 AI·메타버스 영상제'가 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영상제는 이제 경북이 추진하는 AI·가상융합 콘텐츠산업 전략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무대로 변하고 있다. 특히 구미·포항·경산의 서로 다른 산업적 강점을 AI라는 하나의 축으로 묶어 '지역에서 창작하고, 투자받고,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경북도는 18일 도청 다목적홀에서 시·군 관계자와 영상제 조직위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는 9월 3일부터 5일까지 열리는 '2026 경북 국제 AI·메타버스 영상제'의 주요 프로그램과 중장기 발전 전략을 공개했다. ▲ 1075편에서 3403편으로…숫자로 확인된 '글로벌 확장성' 영상제의 성장 가능성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지표는 공모전이다. 올해 AI 영상 공모전에는 세계 97개국에서 3403편이 접수됐다. 지난해 1075편과 비교하면 출품 규모가 3배 이상으로 커졌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해외 참가다. 지난해 72편에 그쳤던 해외 출품작은 올해 1,587편으로 급증했다. 1년 만에 2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는 경북의 영상제가 국내 중심의 지역 행사에서 벗어나 해외 창작자들이 직접 작품을 출품하는 국제 AI 콘텐츠 무대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북도는 그동안 '메타버스 수도 경북'을 목표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해외 기관과 협력망을 확대해 왔다. 이러한 네트워크가 공모전 참여 증가로 연결되면서 영상제의 국제화 전략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올해 심사를 맡은 양경미 집행위원장은 3,403편의 작품을 심사한 결과 AI 영상이 단순한 기술적 실험을 넘어 새로운 창작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경북도의 목표는 더 크다. 현재 미국·중국·일본 등을 중심으로 구축된 협력망을 유럽 등으로 확대해 장기적으로 세계 150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국제 AI 콘텐츠 행사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구미는 AI, 포항은 VFX, 경산은 게임…도시 자체가 '콘텐츠 클러스터' 올해 영상제에서 주목할 또 하나의 변화는 개최 도시별 산업 특성을 더욱 분명하게 살렸다는 점이다. 행사는 9월 3일부터 5일까지 구미·포항·경산에서 펼쳐진다. 같은 행사를 여러 지역에서 나눠 개최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도시가 보유한 산업적 자산을 AI 콘텐츠와 결합하는 형태다. 구미에서는 AI와 가상융합산업을 중심으로 기업과 인재의 접점을 넓힌다. 제조업 기반이 탄탄한 지역 특성을 활용해 첨단기술과 콘텐츠의 융합 가능성을 찾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한다. 포항은 영화·광고 등 영상 콘텐츠에 활용되는 AI와 VFX 분야에 집중한다. 이를 지역의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확장해 새로운 거점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경산은 게임산업을 전면에 내세운다. 지역 게임기업과 대학, 청년 인재를 AI 기술과 연결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을 키운다. 어린이부터 시니어까지 다양한 세대가 AI를 활용해 자신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콘텐츠로 표현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결국 세 도시를 연결하는 공통분모는 AI지만 각 지역의 산업 기반에 따라 서로 다른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는 셈이다. ▲ '상을 주는 영화제'에서 '돈과 시장을 연결하는 산업 플랫폼'으로 경북도가 영상제의 차별화 전략으로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산업화'다. 우수 작품을 선정하고 시상한 뒤 행사가 끝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발굴된 기업과 창작자가 실제 투자와 제작, 해외 진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단계를 연결한다. 구미에서는 AI 영상 공모전 본선 진출작 39편을 대상으로 총 1억 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대상에는 2,000만 원을 수여하고 우수 작품의 해외시장 진출도 지원한다. 포항에서 열리는 'AI 아트테크 어워즈'는 지난해 5월 이후 공개된 영화·드라마·광고 등의 우수 작품과 제작진, 배우를 선정해 총 1800만 원을 시상한다. 특히 수상 제작사에 문경 버추얼스튜디오 이용 기회를 제공한다. 수상이라는 일회성 성과를 실제 콘텐츠 제작으로 연결하겠다는 취지다. 경산의 '미니게임 콘테스트'에서는 우수 8개 팀에 총 1500만 원의 상금을 지급한다. 올해 처음 마련된 행사임에도 90개 기업이 참가하면서 게임산업 분야의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 여기에 기업의 실질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투자와 수출 프로그램이 더해진다. AI 혁신기업의 기술·투자 발표회와 함께 K-컬처 콘텐츠 제작사를 대상으로 한 1500억 원 규모 펀드 투자 상담회가 마련된다. 경북 게임기업 수출상담회에는 중국 바이트댄스와 일본 세가 등을 포함해 해외 바이어 20개사가 참가할 예정이다. '작품 출품→수상→투자→제작→수출'로 이어지는 구조를 영상제 안에서 구현하겠다는 것이 경북도의 전략이다. ▲첨단기업 34곳 한자리에…관람객도 AI 산업 직접 체험 산업 전시 기능도 강화된다. 올해 'AI 첨단기업 전시관'에는 34개 기업이 참여한다. 지난해 23개사에서 11개사가 늘었다. 도내 기업 10개사를 비롯해 수도권 AI 기업들도 참가해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인다. 영상제를 기업 간 기술 교류의 장이자 일반 관람객에게는 최신 AI 기술을 직접 확인하는 체험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게임 분야에서는 도내 기업 12개사와 지역 4개 대학이 함께 전시·체험관을 운영한다. 단순 게임 체험에 머물지 않고 관련 교육과 진로 탐색까지 연결해 청소년과 대학생이 콘텐츠 산업을 미래 직업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지역 대학에서 인재를 육성하고, 지역 기업이 이들을 채용하거나 함께 사업을 추진하며, 성장한 기업이 다시 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경우 영상제의 경제적 효과 역시 행사 기간을 넘어설 수 있다. ▲'아바타 2'부터 '오징어 게임'까지…세계 콘텐츠 기술 경북으로 글로벌 콘텐츠 제작 현장을 경험한 전문가들도 경북을 찾는다. 영화 '아바타 2'의 시각효과 기술을 담당한 최병국 KAIST 박사를 비롯해 '오징어 게임', '호프' 등 주요 작품의 비주얼 제작에 참여한 웨스트월드 손승현 대표, 류춘강 베이징 게임산업협회 회장 등 AI·VFX·게임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제작 현장에서 AI와 첨단 시각기술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경험을 공유하고 콘텐츠 산업의 변화와 향후 시장 방향을 짚는다. 영상제가 해외 작품을 불러오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글로벌 기술과 인적 네트워크가 경북 기업·인재와 만나는 접점으로 기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관객을 위한 콘텐츠도 놓치지 않았다. 행사 기간 총 23차례에 걸쳐 작품 상영과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026 AI 영상 공모전 수상작을 비롯해 SIGGRAPH 애니메이션 수상작과 국내외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작품 등을 선보이며 창작자와 관객이 함께 소통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결국 관건은 '축제 이후'…경북에 산업이 남아야 한다 경북도가 그리고 있는 영상제의 최종 목적지는 관람객 숫자나 출품작 증가에만 있지 않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기업과 인재, 기술과 투자가 지역에 남는 산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공모전에서 발굴한 창작자와 기업에 투자·제작·해외 진출 기회를 연계하고 지역 대학과 기업을 중심으로 현장형 전문인력 양성을 확대한다. 문경 버추얼스튜디오와 같은 지역 콘텐츠 제작 기반에 AI·VFX 기술을 접목하고 산학연 공동 연구개발(R&D)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영상제를 통해 세계적인 작품과 인재를 경북으로 끌어들이고, 지역 기업이 이들과 협력해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며, 그 결과물이 다시 세계시장으로 나가는 구조가 정착한다면 경북은 수도권 중심의 국내 콘텐츠 산업 지형에서도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올해 새롭게 구성한 조직위원회도 이러한 산업화와 국제화를 뒷받침한다. 경북도는 세이버파트너스 김세연 대표를 조직위원장으로 위촉하고 양경미 한국영상콘텐츠학회 회장을 집행위원장, 노희영 식음연구소 대표이사를 고문, 배우 원기준을 대외협력위원장으로 각각 위촉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출범 3년 만에 97개국에서 3403편이 출품되는 등 경북 국제 AI·메타버스 영상제가 독보적인 AI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AI 영상제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또 영상제를 경북의 K-컬처를 세계에 알리는 창구로 활용하는 동시에 AI·가상융합산업 생태계를 국내 최고 수준으로 조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AI 콘텐츠 시장을 둘러싼 세계 각국과 도시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기술과 자본이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에서 경북의 도전은 결국 '지역에서도 세계적인 콘텐츠 기업과 창작자를 키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97개국 3403편이라는 숫자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출발점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국제행사의 외형적 성장세를 지역 기업의 매출과 투자, 청년 일자리, 콘텐츠 제작과 수출이라는 실질적인 산업 성과로 연결하는 일이다. 오는 9월 열리는 세 번째 영상제는 그래서 단순한 문화행사를 넘어선다. AI라는 새로운 창작 도구를 앞세워 경북이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한국 경제 이 정도였어?”...무디스, 韓 성장률 전망 1.8→3.5%

한국 경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예상보다 강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5%까지 끌어올렸다. 불과 반년 전 1.8%로 예상했던 것과 비교하면 전망치를 두 배 가까이 높인 셈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무디스는 최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정기 검토를 마친 뒤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5%로 제시했다. 내년 성장률은 2.7%로 전망했다. 무디스의 전망은 국내외 주요 기관 가운데서도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국제금융센터가 지난달 말 집계한 8개 주요 투자은행(IB)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 평균은 3.2%로, 무디스 전망보다 0.3%포인트 낮았다. 무디스가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올해 들어 빠르게 달라졌다. 지난 2월 국가신용등급 보고서에서는 올해 성장률을 1.8%로 예상했지만 5월 글로벌 경제 전망에서 이를 2.5%로 높였고, 이후 석 달 만에 다시 1.0%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전망을 크게 끌어올린 배경에는 반도체 수출 호조가 자리 잡고 있다. 무디스는 인공지능(AI) 확산 등에 따른 칩 수요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한국의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를 단기간에 대체할 수 있는 공급업체가 많지 않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에 따라 현재의 반도체 상승 사이클이 최소 2027년 중반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수출 증가세도 이 같은 판단을 뒷받침하고 있다. 올해 1~7월 상품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늘었다. 무디스는 이 같은 수출 확대가 강력한 반도체 업황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정책 역시 한국 경제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됐다. 무디스는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주목하면서 정부가 수도권에 집중된 경제 구조를 완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무디스의 판단이다. 기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 방향이 비교적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성장 전망 개선은 재정 상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무디스는 세입 증가와 경기 회복이 이어질 경우 한국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기존 예상보다 양호하게 유지될 수 있다고 봤다. 올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당초 목표보다 0.1%포인트 개선된 3.8%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부담 확대 가능성을 경계했다. 고령화에 따른 의무지출 증가를 비롯해 국방·안보 분야의 비용,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투자 확대 등이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구조적인 정책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무디스가 한국에 부여한 국가신용등급은 Aa2다. 무디스는 한국의 신용도가 정책 대응 능력과 경제적 기반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정부부채 증가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장기적인 재정 부담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고 있다. 다만 이번 보고서 자체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새롭게 결정하는 절차는 아니라고 무디스는 설명했다. 향후 신용등급 조정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암시한 자료도 아니라는 점도 함께 밝혔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김병헌의 체인지] 김민석의 시간…국민은 성과를 본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당선 일성으로 내놓은 말은 '통합'과 '일하는 민주당'이었다. 지금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말이다. 그래서 첫 임무는 분명하다. 당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국민은 민주당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지켜볼 것이다. 이른바 '명청 갈등'을 둘러싸고 노정됐던 균열부터 정리해야 한다. 승리한 쪽이 자리를 독점하고 다른 목소리를 밀어내는 것은 통합이 아니다. 주요 당직과 정책 결정에 계파가 아니라 능력과 성과를 기준으로 사람을 써야 한다. 하나의 당은 구호가 아니라 인사와 행동으로 만들어진다. 대통령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거리를 두거나 무조건 맞추는 것이 아닌 집권여당 대표다운 관계를 만드는 일이다. 정부가 옳은 방향으로 갈 때는 강하게 밀어주고 민심과 어긋날 때는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직언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실 역시 여당을 정책 전달 창구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대통령실과 정부, 민주당이 충분히 토론하되 결정된 정책에서는 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개헌 논쟁도 있겠지만 지금은 헌법보다 민생의 시간이 먼저이다. 김민석 지도부가 당장 책상 위에 올려야 할 것도 반도체와 AI, 부동산 안정,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와 민생 회복​이다. 특히 반도체는 시간이 곧 경쟁력이다. 서남권 반도체 산업 육성이든 기존 클러스터의 경쟁력 강화든 지역 배분의 정치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투자할 전력과 용수, 부지와 교통망을 확보하고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지방정부가 인허가를 풀며 국회가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해야 한다. AI도 마찬가지다. 'AI 강국'이라는 구호만으로 기업과 일자리는 생기지 않는다.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GPU와 컴퓨팅 인프라, 연구인력과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여기에 지역 대학과 산업단지, 연구기관까지 연결한다면 침체된 지역경제를 다시 뛰게 할 성장축이 된다고 믿는다. 여기서 집권 여당의 역할은 정책의 속도를 높이는 일이다. 부처마다 말이 다르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책임을 떠넘기며 규제 하나를 푸는 데 몇 년씩 걸린다면 세계의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김민석 지도부가 정부에 요구해야 할 것은 실행 일정표다. 핵심 사업마다 책임자를 정하고 3개월, 6개월, 1년 단위의 결과로 평가받게 해야 한다. 미국 반도체 산업정책의 예를 봐도 중앙정부 지원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연방정부와 주·지방정부, 기업과 대학이 인프라와 인력 양성을 함께 추진할 때 투자가 공장과 일자리로 연결된다. 우리 정치권도 '어느 지역에 무엇을 주느냐'보다 누가 더 빨리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내느냐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부동산은 더욱 절박하다. 집값은 국민의 삶이다. 필요한 곳에는 공급을 늘리고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는 지키되 투기적 수요에는 일관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청년과 신혼부부가 감당할 수 있는 주택을 늘리고 재건축·재개발과 공공주택 역시 이념보다 실제 공급 효과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지역경제도 대형 개발계획 몇 개로 살아나지 않는다. 지방에 기업이 가려면 사람이 함께 내려가 살 수 있어야 한다. 일자리뿐 아니라 주택과 학교, 병원, 교통과 문화시설이 갖춰져야 젊은 인재가 머문다. 서남권 반도체 구상 역시 산업·주거·교육·교통을 묶는 종합적인 지역발전 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이 역시 여당이 선도적으로 정부를 이끌고 힘을 모아야 속도가 붙는다. 야당과의 협치도 빼놓을 수 없다. 반도체·AI·전력망·지역균형발전은 한 정권의 임기만 보고 추진할 사업이 아니다. 김 대표가 먼저 야당 대표를 만나고, 야당의 합리적인 제안이라면 정부 정책에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협치는 약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정책을 오래 가게 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이제 민주당은 남 탓할 여유가 없다. 대통령도 민주당이고 국회 다수당도 민주당이며 새 지도부까지 출범했다. 국민이 보고 싶은 것은 전당대회 승자의 환호가 아니다. 장바구니 물가가 안정되고 집 걱정이 줄며, 지역에 기업이 들어오고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가 생기는 변화다. 이제 실행의 시간이다. 김민석 체제와 이재명 정부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결국 민생의 성과로 결정될 것이다.

[이슈&인사이트] ‘나쁜 뉴스’의 역설, 그리고 시장 금리의 현실

2주 전 미국 8월 비농업 고용보고서는 신규 고용이 14만 2천 명 증가에 그치며 시장 예상치(약16만 명)를 23,000명 하회했다. 실업률도 4.3%에서 4.4%로 상승하면서 고용 시장의 냉각이 뚜렷해졌다. 그러나 월가는 이 '나쁜 뉴스'를 반기는 중이다. 약한 고용이 연준의 추가 긴축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식 시장은 오히려 상승했다. 이른바 '나쁜 뉴스=좋은 뉴스' 공식이 다시 작동한 것이다. 시장의 논리는 고용 둔화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물가 압력을 낮춰 연준이 금리 동결에 더 쉽게 동의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지난 주 인플레이션 지표도 시장의 기대를 확인해 주었다. 8월 CPI는 전월 대비 0.1% 상승에 그쳐 예상치(0.2%)를 밑돌았고, PPI 역시 전월 대비 0.0%로 예상치(0.2%)를 크게 하회하며 물가 상승 압력이 전방위적으로 둔화되고 있음을 증명했다. 여기에 어제 발표된 8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로 예상치(+0.1%)를 훌쩍 벗어난 부진을 기록했다. 미국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라는 미국 경제의 마지막 버팀목까지 흔들리는 신호였지만, 시장은 또다시 '나쁜 뉴스'를 반기며 금리 동결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여기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아이러니가 있다. 같은 날 발표된 미시간대 9월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는 67.2로 전월(70.3)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런데 이 지표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향후 1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율'이다. 소비 심리는 나빠졌지만, 소비자들은 오히려 향후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거다. 시장은 '경기가 나쁘니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논리에 열광하는 반면, 실제 소비자들은 '물가는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지갑을 닫고 있으며 여전히 K자 성장으로 소비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이러한 시장의 금리 동결 낙관론이 시중 장기 금리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6% 중반대를 유지하며 좀처럼 하락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단기 금리 선물 시장이 9월과 11월 금리 동결을 확실시하는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장기 금리는 시장의 기대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일본의 사례와 매우 흡사하다. 일본은 최근 몇 달간 '금리 인상을 검토 중'이라는 신호를 던지며 엔화 약세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시장은 말뿐인 일본의 행동에 쉽게 납득하지 않았다. 결국 미·일 재무당국이 공동 환율 개입이라는 강수를 두며 엔화 가치를 방어했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고, 시장은 일본은행이 실제 금리 인상이라는 행동으로 나서기 전까지는 다시 엔화 약세와 금리 상승 압력이 재현될 것이라고 경계하고 있다. 미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시장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것처럼 공포 마케팅을 하지만, 막상 행동으로 나서지 않는 '워시'의 모호한 커뮤니케이션에 점점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워시 의장이 이번 달 말 잭슨홀 미팅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전임 파월 의장이 '데이터 의존적'이라는 원론적 발언에 그쳤던 것과 달리, 워시 의장은 시장의 기대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그의 행보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결국 시장이 진정한 안심을 얻기 위해서는 연준의 '말'이 아닌 '행동'이 필요하다. 금리 동결이라는 기대가 현실로 확인되기 전까지, 그리고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기 전까지, 장기 금리의 높은 벽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 달 말 잭슨홀에서 위시의 발언이 중요하고 궁금한 이유다. bienns@ekn.kr

[EE칼럼] 타당성이 아니라 시급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미국-이란 전쟁이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미사일과 드론이 날아다니고 탱크가 부서지고 건물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온실가스가 얼마나 나올지?' 또는 '드론의 에너지 효율등급은 얼마일지?'를 궁금해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차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전투에서 살아남느냐 죽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시장에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에너지 수요에 비해서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가 적었다. 민영화된 시장에서 민간 발전사업자는 설비를 늘이기 보다는 이미 보유한 설비의 이용률을 높이는 쪽이 유리했다. 전력이 부족하면 부족할수록 그들이 생산하는 전력은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었다. 국가적으로 적절한 에너지 믹스를 고려하기 보다는 제 살 깎아먹기가 되더라도 보조금을 잔뜩 받을 수 있는 발전원을 마구잡이로 지어서 배를 불리는 것이 권장되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ChatGPT의 등장이 갑자기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수요를 예고하였다. 또 대규모 전력을 요구하는 하이퍼스케일 컴퍼니가 여기저기서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샘 올트만에 따르면 대형 AI 데이터센터는 5 GW(기가와트) 즉 원전 5기분의 전력을 요구한다. 삼성전자의 제2공장도 10-15 GW의 전력을 필요로 한다. 이런 막대한 전기를 갑자기 필요로 한다면 전력회사가 이를 공급할 수 있을까? 그래서 BYONG(Bring Your Own New Generators)이라는 표현이 탄생했다. 대규모 전력을 요구하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발전기를 구하라는 얘기다. 즉 자구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의 기업이 소형모듈형원자로(SMR)에 투자하고 완성되지도 않은 SMR에 대해 개발사와 PPA(전력구매계약)을 통해 선투자를 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삼성전자가 반도체에 얇은 선을 그리기 위해서는 덴마크 ASML사의 노광장비를 사용한다. 이는 그야말로 최첨단이기 때문에 얇은 선을 그릴 수 있지만 에너지 효율이 높지는 않다. 그 자체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이를 냉각하기 위해 에너지가 또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노광장비는 시간이 지나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발전할까 아니면 에너지를 지금보다 더 사용하더라도 더 얇은 선을 그을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할까? 당연히 후자이다. 지금 첨단산업은 전시상황이나 다름이 없다. 어느 회사가 얼마나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성공하느냐에 사활이 달린 것이다. 더 얇은 선을 그을 수만 있다면 이들 쓰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전력설비는 가속적으로 늘어나야 할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든든한 한국전력이 있어서 다행이지만 과연 200조원의 부채를 가진 한국전력이 신규발전소를 건설하고 송배전망을 확충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 산업이 요구하는 전력량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또한 호남 반도체 등 메가 프로젝트의 성패는 전력설비가 공장보다 더 먼저 준공되어야 하는 시간의 문제도 가지고 있기 떄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전력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위기의식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제때에 용수문제와 전력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와 발전설비를 줄이는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석탄발전소가 가스발전소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더 높은 것 같지도 않다. 가스발전소의 간접배출분을 포함하여 비교한다면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또한 이란전쟁으로 인하여 가스공급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는 석탄이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고 있는 것도 잊고 있었던 긍정적 측면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월성1호기의 경제적 타당성이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감사원 보고서는 이미 알려진 바가 있다. 이후 이의 유효성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원점 근처에서 돌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 타당성이 중요한가 시급성이 중요한가? 미국도 경제성이 없어서 폐쇄되었던 TMI-1호기와 Palisade 원전을 보수하여 재가동하기로 결정하고 있지 않은가? 탄소중립계획에 따라서 폐기하기로 하였던 석탄발전소를 폐기해야 할까?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기하기로 결정했던 월성1호기도 폐기해야 할까? 이것은 혹시 전쟁터에서 '친환경 탱크'가 아니면 타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은 아닐까? 컨트롤 타워가 없는 상태에서 같은 문제를 제각각 다른 차원으로 문제를 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bienns@ekn.kr

[특집] 렛츠런파크 영천, 17년 기다림 끝 위용 드러내......지역경제 새 성장판 연다

금호읍·청통면 일대 65만㎡ 1단계 사업 마무리…총사업비 3057억원 투입 9월 국내 첫 '권역형 순회경마' 시작…관광·일자리·세수 확충 등 지역경제 파급효과 기대 영천=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경북 영천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기대를 모아온 '렛츠런파크 영천(영천경마공원)'이 2009년 후보지 선정 이후 17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지역 관광산업과 말산업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 지방재정 확충, 주변 상권 활성화까지 견인할 새로운 경제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천시 금호읍과 청통면 일대 65만㎡, 약 20만평 규모의 부지에 조성 중인 렛츠런파크 영천은 총사업비 3057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로, 이 가운데 1857억원을 투입한 1단계 건설사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시설 시운전과 경주 운영체계 점검 등 오는 9월 정식 개장을 위한 막바지 준비가 속도를 내고 있다. 영천경마공원은 단순히 경주마가 달리고 경마를 즐기는 기존 개념의 경마공원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기대가 크다. 경마와 말산업을 중심으로 가족 단위 관광과 휴식, 친환경 수변공원,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한 공간에 담아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이용하는 복합레저공간으로 조성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009년 후보지 선정 이후 각종 행정절차와 사업 여건 변화 등을 거치며 오랜 기간 사업을 기다려온 지역 주민들에게 이번 개장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영천의 미래를 바꿀 대형 프로젝트로 기대를 모았던 사업이 17년 만에 현실화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경마공원 개장을 계기로 관광객 유입과 소비 증가, 고용 확대 등 실질적인 경제 효과가 지역 곳곳으로 확산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옥의 아름다움 담은 관람대…영천의 새 랜드마크 렛츠런파크 영천의 중심에는 한옥의 건축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대형 관람대가 자리한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된 관람대는 최대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계획됐으며, 특히 한옥을 모티브로 한 계단식 외관을 적용해 다른 경마공원과 차별화된 독창적인 이미지를 구현했다. 거대한 건축물의 웅장함에 전통적인 선과 공간미를 접목하면서 향후 영천을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관람대 후면에는 경주를 앞둔 말들의 상태와 움직임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는 예시장과 전용 발코니가 마련됐다. 관람객들이 단순히 경주 결과만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출전을 준비하는 경주마의 움직임과 상태까지 직접 확인하면서 경마의 전 과정을 하나의 볼거리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경주로 안쪽은 또 다른 공원이다. 넓은 공간에 수변공원과 잔디공원을 조성하고 들잔디를 심어 탁 트인 초원의 경관을 연출했으며,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경마가 없는 날에도 산책과 휴식,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자연친화적인 공간으로 꾸몄다. 경마공원이 특정 이용객만 찾는 시설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벗고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시민공원과 관광시설의 기능을 함께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주차공간 역시 1746대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마련됐으며 태양광 가림막을 설치해 이용객 편의와 친환경 에너지 생산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노렸다. 대규모 관광객 방문에 대비한 기반시설이면서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까지 반영한 셈이다. ◇국내 경마 역사 새로 쓸 '권역형 순회경마' 렛츠런파크 영천 개장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 경마 역사상 처음으로 '권역형 순회경마(Circuit Racing)'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과천과 제주, 부산경남 등 기존 경마공원에서는 경주마들이 소속 경마장에서 훈련하고 해당 경마장에서 경주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영천에서는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훈련받은 경주마들이 경마 일정에 맞춰 영천으로 이동해 경주를 펼치는 방식이 도입된다. 영천 개장 이후 12주 동안 모두 72개 경주가 예정돼 있어 부산경남과 영천을 연결하는 새로운 경마 운영체계가 본격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미국과 일본, 홍콩 등 경마 선진국에서는 이미 여러 경마장을 오가며 경주를 치르는 방식이 보편화돼 있다. 서로 다른 경주로와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만큼 경주마의 적응력을 높일 수 있고 경주로 특성에 따른 다양한 변수가 발생해 경주의 박진감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영천경마공원 개장은 국내에 네 번째 경마공원이 하나 더 생긴다는 의미를 넘어 국내 경마산업의 운영체계를 한 단계 변화시키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전 최우선 경주로…1천~2천m 8개 거리 운영 경주로에는 경주마와 기수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은 설계가 적용됐다. 총 2면으로 구성된 경주로는 1000m부터 2000m까지 모두 8개의 서로 다른 경주거리를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돼 다양한 경주 편성이 가능하다. 특히 출발 직후 말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충돌 위험을 낮추기 위해 출발 지점에서 150m 이상의 직선구간을 확보했다. 초반 자리싸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가능성을 줄이는 동시에 경주마들이 충분한 거리를 달린 뒤 코너에 진입하도록 해 경주의 공정성과 안전성을 함께 높인 것이다. 경주마가 머무르는 마사지역 역시 단순한 대기공간이 아닌 경주마의 건강과 경기력을 관리하는 전문시설로 꾸며졌다. 약 170평 규모의 운동공간 4곳과 사료창고를 마련했으며 진료 및 시료채취 공간을 경주 출전공간과 가까운 곳에 배치해 경주 전후 건강관리와 검사 과정의 효율성을 높였다. 말을 관리하는 사람을 위한 공간도 빼놓지 않았다. 기수와 조교사, 말관리사 등 마필 관계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샤워실과 식당, 휴게시설을 갖춘 커뮤니티센터를 별도로 조성해 종사자들의 근무환경과 복지도 강화했다. ◇경주마 수송도 '컨디션 관리'…동물복지 강화 권역형 순회경마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는 부산경남과 영천을 오가는 경주마의 안전한 수송이다. 한국마사회는 국제경마연맹의 말 수송 복지 기준을 반영해 경주마의 이동을 단순한 운송 과정이 아니라 경기력을 좌우할 수 있는 전문적인 '컨디션 관리' 과정으로 접근하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그동안 미국 브리더스컵과 두바이 월드컵 등 해외 원정경주를 통해 축적한 경주마 수송 경험과 말 생산·육성 과정에서 쌓은 전문 인력의 노하우도 영천 순회경마에 활용된다. 이를 위해 13.5톤급 최신식 무진동 전용 수송차량 13대를 마련했으며 차량에는 시스템 에어컨과 자동 환풍기, 경주마의 체격에 따라 공간을 조절할 수 있는 가변형 칸막이, 이동 과정의 충격을 줄이는 특수 고무바닥재 등이 적용됐다. 차량의 위치와 이동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GPS 시스템을 비롯해 경주마의 정서적 안정을 돕기 위한 음악 송출 시스템까지 도입하는 등 경주마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순회경마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만큼 향후 경주마의 이동시간과 피로도, 수송 뒤 회복 상태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안정적인 운영모델을 정착시키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1조8000억원 경제효과 기대…지역 상권 '들썩' 지역사회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렛츠런파크 영천이 가져올 경제적 파급효과다. 영천시와 경북도는 경마공원 개장과 부대시설 조성·운영 등에 따른 경제유발효과가 1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직·간접적으로 연평균 300여명의 일자리가 유지되고 장기 운영 과정에서는 약 7500명의 누적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마공원을 찾는 관광객들이 영천에서 음식과 숙박, 쇼핑, 관광 등을 함께 이용할 경우 경제적 효과는 경마공원 울타리를 넘어 전통시장과 음식점, 숙박업소, 농특산물 판매점 등 지역 곳곳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관광객을 단순 방문객으로 머물게 하지 않고 지역에서 하루 이상 체류하도록 만드는 관광상품 개발 여부가 경마공원 경제효과를 극대화하는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천에는 보현산을 비롯해 보현산댐과 와인터널 등 기존 관광자원이 있고 포도와 복숭아를 비롯한 지역 농특산물과 말산업 기반도 갖춰져 있어 경마공원과 지역 관광자원을 하나의 관광동선으로 묶는다면 체류형 관광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도시철도 연장·하이패스IC…접근성 개선도 기대 경마공원 개장에 맞물린 교통 인프라 확충도 영천의 변화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영천 연장사업과 금호·대창 하이패스IC 등 광역교통망 개선사업이 추진되면서 향후 대구와 경산을 비롯한 인접 지역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영천을 찾는 방문객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통망 확충은 경마공원만을 위한 기반시설에 그치지 않고 영천 전체의 생활권과 경제권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대구.경산과의 접근시간이 단축되고 광역 교통망이 개선되면 관광객 유입은 물론 기업 활동과 물류, 정주여건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렛츠런파크 영천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핵심 거점' 역할을 하고 개선된 교통망이 이들을 영천 곳곳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레저세 확충·지역사회 공헌…상생 모델 구축 지방재정 확충도 빼놓을 수 없는 기대효과다. 경마공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경우 레저세를 통한 지방세수 확대가 기대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경북도와 영천시의 재정 기반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마사회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을 운영하며 축적한 지역 상생 경험을 영천에 적용해 경마공원을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상생 플랫폼'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자체와 협력해 지역 현안을 발굴하고 해결하는 지역 문제 해결형 사회공헌사업을 비롯해 말의 공감 능력을 활용한 힐링 프로그램 등 영천만의 특색 있는 사회공헌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장애 아동이나 정서적 치유가 필요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힐링 승마 프로그램 등은 말산업이라는 렛츠런파크만의 자원을 활용해 지역사회와 접점을 넓힐 수 있는 대표적인 사업으로 꼽힌다. 경마공원이 경주가 있는 날에만 사람이 몰리는 시설에 그치지 않고 평상시에도 시민들이 산책과 휴식, 체험을 위해 찾고 취약계층과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생활 속 공간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이 한국마사회의 구상이다. ◇17년 기다림 끝 '출발선'…성패는 지역과의 연결에 2009년 후보지 선정에서 2026년 개장까지 걸린 시간은 17년이다. 지역사회가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만큼 렛츠런파크 영천의 진정한 성패는 화려한 시설이나 경주 규모보다는 개장 이후 지역사회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광객이 경마공원만 둘러보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영천의 관광지를 방문하고 지역 음식점에서 식사하며 전통시장과 농특산물 판매장을 찾고 숙박까지 이어지도록 만드는 관광 생태계를 구축해야 당초 기대했던 경제효과를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경마공원과 지역 상권을 연결하는 관광상품 개발, 지역 농특산물 판매 확대, 시민 참여 프로그램 발굴, 안정적인 지역 일자리 확보와 함께 순회경마에 따른 경주마 안전 및 동물복지 관리도 개장 이후 지속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그럼에도 렛츠런파크 영천이 가진 잠재력은 적지 않다. 경마와 말산업이라는 차별화된 콘텐츠에 대규모 수변공원과 가족형 레저시설, 관광과 친환경 공간을 결합하고 여기에 광역교통망 개선과 지역 관광자원까지 유기적으로 연결할 경우 영천이 영남권을 대표하는 새로운 체류형 관광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이 지난 20년간 증명해 온 지역 상생의 힘을 영천에서도 보여줄 준비가 됐다"며 “렛츠런파크 영천은 경마를 시행하는 장소를 넘어 영천시민의 자부심이 되고 지역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따뜻한 성공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7년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출발선에 선 렛츠런파크 영천. 힘차게 경주로를 질주할 경주마의 발굽 소리가 지역 상권과 관광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경제의 발굽 소리'로 이어질 수 있을지, 오는 9월 문을 여는 렛츠런파크 영천에 지역사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손중모 기자 jmson220@ekn.kr

의무조달로 장애인 일자리 지키는 美 ‘어빌리티원’ [장애인, 일자리로 세상을 만나다⑦]

장애인에게 절실한, 최상의 복지는 결국 일자리다. 일은 생계를 넘어 스스로 삶을 꾸리고 사회와 연결되는 가장 단단한 기반이다. 그러나 제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이 일하는 장애인의 현실을 찾았다. 지속 가능한 장애인 고용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①출근, 세상에 내딛는 첫 발걸음 ②직장, 인생에서 얻은 유일한 배울 기회 ③가족, 직장인 아들…돌봄받다 돌봄으로 ④회사, 장애인과 일하는 이유…지속해야 할 이유 ⑤일터, 끊어진 일감 앞에 연이어 휴업 ⑥제도, 장애인 일자리 지탱할 우선구매 제도 '유명무실' ⑦외국, 우선구매 제도 철저…'살 품목'부터 정해 ⑧지금, 방치된 우선구매제도 개정안…숫자놀음 벗어난 개혁 필요 한국은 공공기관 10곳 중 4곳이 중증장애인생산품 의무구매비율을 채우지 않고 있다. 법정 구매비율을 채우지 않아도 국가가 기관에 제재를 가할 수단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장애인 일자리를 공공조달과 어떻게 연결하고 있을까. 이 국내외 전문가 3명을 통해 미국 '어빌리티원' 프로그램의 운영 방식을 살펴봤다. 현행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 제7조는 공공기관이 구매계획과 전년도 실적을 제출하도록 한다. 법정 구매목표도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중증장애인생산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만든 장치다. 현재 구매목표 비율은 총구매액의 1.1%다. 다만 목표에 미달했을 때 적용되는 조치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 제7조 제8항은 전년도 구매실적이 법정 비율에 미달하면 해당 공공기관장에게 시정을 요구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목표 이행을 강제할 제재 수단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나운환 대구대학교 직업재활학과 명예교수 겸 한국장애인재활협회장은 “입법 이후에도 우선구매 목표율을 넘지 못하는 기관이 있지만 제재가 없다"며 “법에는 반드시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매 방식도 공공기관의 선택에 맡겨져 있다. 법 제7조 제4항은 중증장애인생산품을 분리해 발주할 수 있도록 한다. 제5항도 수의계약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두 조항 모두 '할 수 있다'고 명시할 뿐, 반드시 시행하도록 하지는 않는다. 실제 구매 방식은 공공기관의 선택에 맡겨지는 셈이다. 나 교수는 이런 구조에서는 우선구매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입찰해 싼 물건만 구매하면 된다"며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우선구매가 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의 집행을 조정할 기구도 약화됐다. 기존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촉진위원회는 부처별 구매 품목과 계획을 심의·의결했다. 하지만 2024년 정부의 위원회 통폐합에 따라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로 통합됐다. 나 교수는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는 의결기구가 아니라 심의기구이고, 장애 관련 부처 중심으로 참여하는 위원회"라며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위원회가 통폐합되면서 유명무실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토레 히세니 미국 시러큐스대학교 법학과 조교수는 이 같은 비율 중심 방식이 수요 예측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계약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제도는 이와 달리 구매 대상과 이행에 무게를 둔다. 반드시 구매해야 할 제품과 서비스를 미리 정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지정된 품목은 실제 구매로 이어져야 한다. 히세니 교수는 “재비츠-와그너-오데이법에 따라 연방기관은 조달목록에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지정 비영리기관에서 구매해야 한다"며 “이러한 구조는 연방정부의 구매를 지정 비영리기관의 일감과 직접 연결해 장애인 일자리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조달규정(FAR·Federal Acquisition Regulation) 제8.704조는 이러한 구매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조달목록(Procurement List)에 오른 제품과 서비스는 '의무공급원(Mandatory Source)'으로 지정된다. ​연방기관은 이를 지정된 장애인 고용 비영리기관에서 구매해야 한다. 이처럼 의무구매는 장애인 일자리의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어빌리티원의 핵심 장치다. 어빌리티원은 1938년 제정된 와그너-오데이법(Wagner-O'Day Act)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에는 시각장애인이 생산한 제품을 연방정부가 구매하도록 했다. 1971년 법 개정을 통해 대상이 중증장애인까지 확대됐다. 장애인 고용 비영리기관이 연방정부에 제공할 수 있는 범위도 제품에서 서비스까지 넓어졌다. 명칭도 재비츠-와그너-오데이법(Javits-Wagner-O'Day Act)으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은 일반기업 제품이 더 저렴하거나 경쟁입찰이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공급업체를 바꿀 수 없다. 필요한 수량이나 납기를 맞추기 어렵거나 경제적인 생산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구매예외를 받아 일반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다. 이때도 예외가 적용되는 물량과 기간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프로그램의 경제적 효과도 확인됐다. 2023년 매서매티카의 '사회경제적 영향 분석 평가 보고서'(Socioeconomic Impact Analysis Evaluation Report)에 따르면 어빌리티원 프로그램은 운영비 1달러당 평균 2.66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어빌리티원위원회가 현재 밝힌 프로그램 참여 장애인은 약 4만1000명이다. 장애인 고용의 안정성을 높이는 또 다른 요인은 중개기관의 역할이다. 중앙 비영리기관인 소스아메리카(SourceAmerica)와 미국시각장애인산업단체(NIB·National Industries for the Blind)는 연방정부와 약 500개의 비영리기관 사이를 잇는다. 히세니 교수는 “두 기관이 계약이 진행되도록 연결하고, 계약을 협상하며, 기술지원을 제공한다"며 “비영리기관에 보조금이나 역량 강화 지원을 제공하고, 인력개발 기회도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역할이 중증장애인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요소라고 짚었다. 소스아메리카는 약 500개 비영리기관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5만9400명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3만7400명 이상이 어빌리티원 계약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한다. NIB도 전국 약 100개 비영리기관과 연계돼 있다. 2024회계연도에는 NIB와 연계 기관에서 시각장애인 5142명을 고용했다. 새 일자리도 268개 만들었다. 한국에도 비슷한 역할을 맡는 기관은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우선구매지원부는 중증장애인생산품의 계약을 대행하고 공공기관의 구매 실적을 관리한다. 생산시설의 판로 개척과 우선구매 마케팅도 지원한다. 다만 국내 전문가는 이 같은 기능을 지역 단위의 수요 조율과 물류·유통까지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생산시설 대부분이 소규모기 때문에 생산뿐 아니라 계약과 보관, 배송까지 직접 맡기 어렵다는 이유다. 나운환 교수는 “소규모 사업장이 공공기관과 계약하고 물건을 보관해 직접 유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생산시설은 물건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별도의 체계가 계약과 보관, 납품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에서 공공기관이 어떤 물건을 얼마나 살지 조율하고 물류와 유통, 계약 대행까지 맡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어빌리티원은 정부 수요를 새로운 장애인 일감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어빌리티원위원회는 연방정부가 구매하는 제품과 서비스 가운데 장애인 고용 비영리기관이 공급하기 적합한 품목을 찾아 조달목록에 추가한다. 소스아메리카와 NIB도 연방기관의 조달 수요와 비영리기관의 생산능력을 파악해 새로운 품목을 위원회에 제안한다. 그 결과 일감도 특정 품목에 머물지 않는다. 히세니 교수는 “어빌리티원 계약은 특정 분야에만 집중되지 않고 매우 폭넓게 구성돼 있다"며 “청소·시설관리, 식품, IT, 시설 운영, 제조, 창고 관리 등 다양한 계약과 일자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다양성은 장애인들이 서로 다른 숙련 수준에서 자신이 추구할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경로나 최소한의 선택지를 만든다는 점에서 유익하다"고 말했다. 서인환 장애인인권센터 이사장은 국내 우선구매 품목이 일부 전통적인 분야에 머무는 구조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 이사장은 “새로운 직종이 계속 나오고 노동시장이 바뀌는데 계속 복사용지나 화장지를 만드는 것으로 경쟁할 수 있느냐"며 “장애인 기업도 태양열 에너지나 컴퓨터 프로그램 등 여러 특성을 가지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이사장은 건별 계약 중심의 구매 방식도 고용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오늘 납품했다고 다음에도 납품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새로운 수요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장애인 고용기관의 일감으로 연결하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재와 함께 제도에 참여할 유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 이사장은 “법으로 강제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며 “했을 때 이점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제도적으로 이점을 줘야 자발적으로 굴러갈 수 있는데, 강제만 하면 오히려 하지 않으려는 저항감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정원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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