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론에 ‘지지 맞불’…장동혁 당권 다지기, 국힘엔 악재 되나

퇴진론에 ‘지지 맞불’…장동혁 당권 다지기, 국힘엔 악재 되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향한 퇴진론이 공개적인 당원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장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도 맞불 서명에 나서면서 장 대표 사퇴 요구가 당내 주류 여론으로 확산되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 속 장 대표는 당 혁신안과 조직 정비, 청년층 공략 등을 동시에 꺼내 들며 임기 후반기 당권 다지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가 퇴진론을 버티는 데 성공할 경우 당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당대표의 생존과 당의 경쟁력 회복은 별개의 문제인 만큼, 지도부 책임론이 해소되지 않은..

‘청년 고용절벽’ 취업자만 4년째 감소…정부 일자리 대책 “허송세월”

청년 취업자가 19만명 넘게 줄면서 4년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고용률은 27개월째 하락한 동시에 실업률은 5년여 만에 최대 폭 증가하며 청년 '고용절벽'이 보다 가팔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 불확실성 속에 폭염까지 겹쳐 당분간 청년층 중심의 고용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의 청년 일자리 회복 방안 발표도 미뤄지면서 보다 양질의 구체화된 일자리 대책 마련에 나서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취업자는 2913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8000명 증가했다. 반면, 15~29세 청년층만 보면 취업자 수가 19만1000명 줄어 2022년 11월 이후 45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연령대별로도 20대 취업자가 20만4000명,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60세 이상은 23만1000명 늘었다. 정부의 고령층 대상 공공 근로 등 단기 일자리가 노동 시장을 채우고, 청년이 갈 만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실제 업종별로 보면 일자리 주력 업종인 제조업이 6만8000명 줄면서 25개월째. 건설업은 5만7000명 줄며 27개월째 감소세가 지속됐다. 고용률과 실업률 지표도 유독 청년층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7월 고용률은 63.3%로 전년 대비 0.1%포인트(p) 하락했는데,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4.2%로 1.6%p 떨어졌다. 2024년 5월 이후 27개월째 하락세를 보였다. 실업률은 2.6%로 전년 보다 0.2%p 올랐는데, 청년층 실업률은 6.8%로 1.3%p 상승했다. 증가 폭만 보면 2021년 1월(1.8%p) 이후 5년 6개월 만에 가장 컸다. 공공 인턴 등 단기 일자리가 다수인데다 노동시장으로 나와 구직활동하는 청년들이 많아지면서 실업자로 분류된 청년의 수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빈현준 데이터처 사회통계국장은 “국세청 체납관리단, 농지조사원, 공공 인턴 등 채용 과정에서 실업률이 상승한 영향으로 보인다"며 “신규 구인 인원도 4개월 연속 증가하는 등 청년층의 구직활동이 늘어난 점도 실업률 상승에 영향을 줬다"고 진단했다. 산업 구조상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가 많지 않고, 기업의 경력직 수시 채용으로 신규 채용이 줄어든 점도 청년 고용 부진의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김태웅 재정경제부 인력정책과장은 “자동화, 인공지능(AI) 전환 등 산업 구조상 일자리 창출 여력이 크지 않고, 청년의 선호도 높은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최근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현상도 청년 일자리의 악순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일 재경부 1차관도 이날 일자리 전담반을 열어 “중동 지역 긴장 등 불확실성 지속, 최근 폭염으로 기상여건 악화 등이 고용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향후 일자리 전망에 우려를 나타냈다. 청년층 중심의 일자리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정부는 이번 주 예고했던 청년 일자리 회복 방안 발표를 돌연 취소했다. 지난 11일 국무회의 보고 예정이었던 방안에는 첨단산업·청년 선호 분야 인력 20만명 양성, 민간·공공 일자리와 창업 등 30만개 창출 등이 담길 예정이었다. 청년 일자리 대책으로는 구체성이 떨어지고, 여전히 공공 근로 등 정부 주도의 단기 일자리란 지적에 방안을 재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재경부 관계자는 “청년 일자리 회복 방안 발표는 관계부처와 예산 조정 등 협의가 더 필요해 연기된 것"이라며 “부처 간 총력 대응해 일자리 방안도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이슈&인사이트] 금리인상기 취약 차주 악순환, 부분보증·대환 대출이 끊어야 한다

최근 금리인상기에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청년과 중저신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청년층 대상 정책 서민금융인 '햇살론유스'의 대위변제 건수는 불과 몇 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했고, 중저신용자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4년 만에 최고치 수준에 도달했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취약차주의 이자부담 증가는 개인별 어려움을 넘어 국민경제 전반의 불안 요인으로 비화되고 있다. 우선 현재 국면의 특징은 '이자비용 쇼크'가 취약층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다중채무이면서 저소득·저신용인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 증가폭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자 부담 증가는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소비 여력 축소를 통해 민간소비를 위축시키는 채널로 작동한다. 청년층과 자영업자, 중저신용자를 중심으로 소비가 줄어들면, 이들 계층을 상대로 하는 시장의 매출 감소가 다시 이어지고, 해당 과정에서 소득·고용·투자가 함께 위축되는 악순환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자 부담 증가는 개별 차주의 상환능력을 떨어뜨려, 금융권 자산건전성에도 부담을 준다. 중저신용자의 연체율 상승은 은행·카드사·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이 보수적으로 신용을 공급하도록 유도하고, 자연스럽게 대출 문턱은 높아진다. 위험가중치가 높은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자금공급이 제한되면, 경기 둔화기에 필요한 운전자금·생존자금조차 제때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가계·기업의 부실화 → 금융권의 대출 축소와 금리 프리미엄 확대 → 취약 차주와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애로 심화 → 경기 위축의 재확대라는 금융·실물의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정부의 정책금융 역할은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특히, 국민경제 전체 관점에서 보면, 고금리 부담을 민간이 단독으로 떠안도록 방치하는 것보다, 정책금융을 통해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합리적으로 분담하는 것이 경기 안정과 재정 건전성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정책금융이 일부 재정부담을 늘릴 수 있지만, 중소기업·취 약가계의 연쇄부실과 실업·파산 증가, 사회복지 지출 급증을 감안하면, 정부의 선제적 개입이 사회 전체 비용을 줄이는 투자로 기능할 수 있다. 선진국의 정책금융 사례를 보면, 정부가 직접 '저금리 대출'을 공급하는 방식보다 부분보증(partial guarantee)을 통해 민간금융을 견인하는 방식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부분보증은 정부나 공공보증기관이 대출원금의 50~80% 정도를 보증하고, 나머지 리스크는 민간 금융기관이 부담하는 구조이다. 해당 모델은 세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정부가 전액보증을 하지 않음으로써 도덕적 해이와 무분별한 대출을 줄일 수 있다. 둘째, 민간은행이 보증부 여신에 대해 금리를 낮추고 심사를 효율화함으로써, 중소기업·취약차주에 대한 자금공급을 확대할 유인이 생긴다. 셋째, 재정 입장에서는 직접대출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재정 투입으로 많은 민간자금을 레버리지 효과처럼 끌어올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중소기업 금융지원에 부분보증을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주·연방정부는 중소기업 대출에 대해 일정 비율의 보증을 제공함으로써, 은행이 리스크 부담을 줄이고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도록 유도해 왔다. 세계은행(WB)의 부분보증 프로그램도 국가나 공기업의 채무에 대해 일부를 보증함으로써 시장에서 장기·저금리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표 사례이다. 부분보증 제도는 신용보증기금·지역신용보증재단 등 우리 제도와도 유사한 점이 많지만, 보증비율·위험공유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함으로써 민간금융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끌어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서민·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정책금융 3종 세트(근로자햇살론, 햇살론15, 징검다리론 등)와 신용보증기금·지역신보를 통한 저금리 대환 보증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갈아타게 해주는 정책자금 대환대출은 고금리 대출을 저리의 정책자금으로 전환하며 월 이자를 줄여주는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럼에도 여전히 취약 청년·중저신용자의 이자부담 완화라는 관점에서 정책금융은 한 걸음 나갈 필요가 있다. 첫째, 부분보증의 적극적 확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중저신용 청년·자영업자에 대해 일정 금액까지는 정부가 60~70% 수준의 부분보증을 제공하고, 나머지 리스크를 은행이 부담하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보증부 대출에 대해서는 금리를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고, 대위변제율·연체율에 따라 보증비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식으로 위험·유인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둘째, 저금리 대환 대출의 제도적 정착이 중요하다. 현재 일부 정책자금으로 고금리 사업자 대출을 저금리로 갈아타게 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나, 이를 청년층·중저신용 근로자·다중채무자에게 체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청년층 정책서민금융과 연계하여, 일정 기간 성실 상환 실적을 쌓은 경우 고금리 신용대출을 저금리 정책자금으로 대환해 주는 제도를 설계할 수 있다. 결국 금리인상기는 단순히 '통화긴축'의 시간이 아니라, 민간부채 구조를 재점검하고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정책금융의 시험대이다. 특히, 청년·중저신용자의 이자 부담을 합리적으로 분담하는 것은 거시경제 안정과 금융시스템 건전성 제고에 기여하는 방안이다. bienns@ekn.kr

[EE칼럼] 에너지전환시대에 천연가스개발이 중요한 이유

기록적인 여름 폭염과 같은 이상기온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모든 것이 기후변화 탓이라고 이야기한다. 기후변화의 주원인은 이산화탄소 방출이다. 이산화탄소의 대부분은 인류의 주요 에너지원인 화석연료로부터 시작된다. 현재 화석연료가 일차에너지의 80%를 담당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 에너지전환이다.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의 생산과 활용을 늘려야 한다.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 지구적인 노력은 아직 큰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인구가 많고 산업 규모가 큰 미국, 중국, 인도 등 전 세계 탄소 방출이 많은 국가의 획기적 변화 없이는 지구의 탄소중립은 요원한 것이 사실이며 현실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탄소증립이 훨씬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 탄소배출의 2% 미만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은 어떻게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는 것이 현명한 대안이 될까? 4차산업 시대로 들어서면서 생산 자동화와 인공지능을 위한 데이터센터 등 에너지의 수요가 급증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전력의 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하여 바야흐로 전기의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많은 국가는 신재생과 원자력을 활용하여 전력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력의 60%를 석탄과 천연가스가 차지하고 있다. 즉, 완벽한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기존의 전력 생산을 신재생, 원자력, 수소 등과 같은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바꿔야 하고 동시에 늘어날 전력수요도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에너지전환의 길이 멀고 험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2050년까지 남은 25년간 탄소중립 목표와 에너지전환을 계획대로 추진하고 달성할 수 있을까? 화석연료가 전체 에너지원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또한 전력 생산의 35%를 석탄이, 27%를 LNG가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에너지원 공급 현실과 에너지 인프라 전환 및 건설 기간 등을 고려하면 에너지전환 목표 달성은 불가능해 보인다. 미래 에너지원인 수소에너지도 현재는 90% 이상을 대부분을 석탄과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에 기반하여 생산하고 있다. 문제는 계획 자체보다는 실효성 있는 탄소중립 정책의 실행에 필요한데 그 실천은 큰 희생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감내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망 확보가 더 아프게 다가오는 우리에게 미래의 에너지전환은 그냥 나중 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다가오는 “전기의 시대"에 늘어나는 전력을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원자력과 천연가스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현실적인 탄소중립 정책을 위해서는 탄소배출이 많은 석탄을 대신해 탄소배출이 60% 수준인 천연가스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력과 달리 천연가스는 일차에너지원으로서 냉난방에도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천연가스는 수소의 생산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다만 수소 생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지층에 주입하여 저장 격리하는 이산화탄소 지중저장(CCS) 분야가 연계되는 것이 중요하다. 전 세계 탄소중립의 늦은 속도와 큰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지금의 에너지전환 시대에는 천연가스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 탄소중립 정책이 본래 시간표대로 수행되더라도 에너지전환의 가교 에너지원으로서 천연가스의 역할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며 수소에너지 시대에 접어들어서도 CCS 기술과 연계되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만약 탄소중립이 우리의 청사진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늦어진다면 천연가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생산이 완료된 가스전은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천연 가스전은 자체로 탄소중립이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불확실한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시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천연가스와 이를 활용한 수소 생산과 CCS 분야를 연계한 적극적인 정책이 추진되면 에너지 신산업화 뿐만 아니라 국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국내 가스전 개발과 그 활용인 CCS가 중요한 이유이다. bienns@ekn.kr

울진·경주 원전 13기·12.8GW 발전 인프라 강점 수도권은 '추론', 발전지역은 '학습'…AI 연산의 공간분업 구상 100~300MW 실증 거쳐 1GW급 AI 학습캠퍼스로 단계적 확대 포항·구미 제조업, 대구·경산 R&D 연계하면 광역 AI 산업벨트 가능 관건은 전력망·통신·냉각·부지와 장기 연산수요 확보 안동=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인공지능(AI) 경쟁의 무게중심이 '기술'에서 '인프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더 크고 정교한 AI 모델을 개발하려면 막대한 연산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센터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은 이제 국가 AI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최대 원전 집적지역 가운데 하나인 경북 동해안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그동안 울진과 경주의 원전은 수도권과 산업도시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기지라는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발상을 바꿀 수 있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막대한 전력을 먼 곳으로 보내는 대신,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AI 학습시설을 발전지역 가까이 배치하는 방식이다. 경북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이 12일 'CEO Briefing' 제767호를 통해 제안한 '경북 원전벨트의 국가 AI 학습거점 전환'이 주목받는 이유다. 핵심은 단순히 데이터센터 한두 곳을 경북에 유치하자는 데 있지 않다. 울진·경주의 원전과 포항·구미의 제조업, 대구·경산의 연구개발(R&D) 및 인력 기반을 연결해 경북을 국가 AI 인프라의 한 축으로 재편하자는 구상이다. ▲AI 데이터센터 경쟁, 결국 '전력 확보전' 정부는 AI 데이터센터(AIDC)를 국가 성장의 핵심 기반시설로 보고 대규모 민관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계획상 AIDC 규모는 1단계 8.4GW에서 장기적으로 18.4GW까지 확대된다. 문제는 전력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지속적으로 소비한다. AI 모델이 대형화되고 고성능 가속기 사용이 늘어날수록 필요한 전력도 급격히 증가한다. 특히 데이터센터가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되면 '어디서 전력을 생산할 것인가'뿐 아니라 '그 전력을 어떻게 데이터센터까지 보낼 것인가'라는 문제가 동시에 발생한다. 발전설비만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 데이터센터까지 전기를 전달하려면 송·배전망과 변전시설을 함께 확충해야 한다. 송전망은 단기간에 건설할 수 있는 시설도 아니다. 대규모 투자와 긴 사업기간이 필요하고 노선과 입지를 둘러싼 지역사회 갈등 가능성도 존재한다. 결국 AI 시대의 전력정책은 하나의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데이터센터가 있는 곳으로 계속 전력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전력이 풍부한 곳으로 이동 가능한 연산기능을 옮길 것인가.' ▲울진·경주 원전 13기·12.8GW…경북이 가진 결정적 자산 경북이 AI 학습거점 후보지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인 발전 인프라다. 울진 한울·신한울과 경주 월성·신월성에는 모두 13기의 원전이 운영되고 있으며 설비용량은 12.8GW에 달한다. 산업화 시대에 이러한 발전능력은 국가 산업단지와 대도시에 전력을 공급하는 에너지 자산이었다. 그러나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는 AI 시대에는 첨단산업을 유치하는 입지 경쟁력으로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 연산이라고 해서 모두 소비자 가까이에서 이뤄질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AI 연산은 크게 '학습(training)'과 '추론(inference)'으로 나눌 수 있다. 이용자의 질문에 AI가 즉시 답하거나 실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론은 통신 지연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수도권이나 대도시 등 수요처와 가까운 곳이 유리하다. 반면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AI 모델을 처음 훈련하거나 다시 학습시키는 작업은 상대적으로 입지 선택의 폭이 넓다. 초대형 AI 모델 학습에서는 소비자와의 물리적 거리보다 대규모 전력 확보와 연산설비의 안정적 운영이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경북연구원이 제시한 국가 차원의 'AI 연산 공간분업' 구상이 여기서 출발한다. 서울·수도권과 대구·부산 등 대규모 수요지역에는 추론과 서비스 기능을 배치하고,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대규모 학습·재학습 기능은 발전지역인 경북 동해안에 두자는 것이다. 쉽게 말해 '수요지에서는 AI를 쓰고, 발전지에서는 AI를 키우는' 구조다.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낼까, AI를 발전소 옆으로 가져올까 이 구상이 현실화되면 국가 전력정책에도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다. 현재 전력 시스템은 발전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과 대규모 산업지역으로 장거리 송전하는 구조가 기본이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가 대규모로 늘어나면 전력 소비 역시 급증한다. 발전설비 확충과 함께 송전망을 추가로 건설해야 하는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모든 전력수요를 기존 소비지역에서 충당하는 대신 '장소 이동이 가능한 전력수요'를 발전지역으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대표적인 대상이 AI 학습이다. 대규모 AI 학습시설을 원전 인근에 배치하면 발전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가까운 곳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자원으로 활용하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이는 지역경제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경북 동해안이 단순히 전기를 생산해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전력 생산지역'에서 벗어나, 생산한 전력을 활용해 AI라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AI 생산지역'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전력의 생산지가 곧 첨단산업의 입지가 되는 셈이다. ▲중국은 이미 연산기능을 동·서로 나눴다 해외에서는 전력과 데이터센터 입지를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접근하는 움직임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의 '동수서산(東數西算)'이다. 데이터와 디지털 서비스 수요가 집중된 동부지역에서 발생하는 연산 가운데 실시간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작업을 전력과 토지 여건이 좋은 서부지역으로 보내 처리하는 국가 프로젝트다. 데이터가 풍부한 동부와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서부를 연결해 국가 차원의 연산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여기서 더 나아가 전원과 전력망, 연산부하, 저장장치를 함께 설계하는 이른바 '원망하저(源網荷儲)' 방식도 추진하고 있다. 발전과 송전, 소비, 저장을 각각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해 운영하는 개념이다. 미국에서도 원전과 AI 데이터센터를 연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안정적인 대규모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 전력구매계약을 활용하거나 AI 연산시설과 발전원을 직접 연계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세계 AI 인프라 경쟁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확보를 넘어 '어디서, 어떤 전력으로 AI를 학습시킬 것인가'​를 결정하는 단계로 확대되고 있다. ▲울진·경주에서 포항·구미까지…'경북 AI 산업벨트' 가능성 경북의 강점은 원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울진과 경주의 발전기반을 남쪽과 서쪽으로 연결하면 포항의 철강·소재·이차전지 산업, 구미의 반도체·전력기기 산업과 맞닿는다. 여기에 대구·경산이 보유한 대학과 연구기관, 전문인력까지 연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AI 학습캠퍼스는 단순히 데이터센터 한 곳을 유치하는 사업과는 다른 파급효과를 낼 수 있다. 초대형 데이터센터에는 안정적인 전력공급 설비와 변압기·전력기기, 냉각시스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이 필요하다. AI 연산에는 고성능 반도체와 서버, 네트워크 장비가 필수다. 여기에 데이터센터에서 확보한 AI 연산능력을 철강·소재·이차전지·전자산업에 접목하면 산업용 AI 실증으로 영역을 확대할 수도 있다. 이를 공간적으로 연결하면 역할 분담도 가능하다. 울진·경주가 '전력과 연산', 포항·구미가 '산업과 제조', 대구·경산이 '연구개발과 인력'​을 담당하는 광역 AI 산업생태계다. 이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경북 동해안 원전벨트는 기존 에너지산업에 AI와 반도체, 전력기기, 첨단 제조업을 결합한 새로운 산업축으로 변화할 수 있다. ▲처음부터 1GW는 아니다…100~300MW부터 사업성 검증 다만 대규모 발전설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사업에서는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 규모와 변전소 여건, 초고속 통신망, 부지, 냉각용수, 재해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간기업의 장기적인 연산수요다. 수조원대 투자가 필요한 대규모 AI 인프라는 시설을 건설하는 것보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사용할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사업성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경북연구원이 처음부터 1GW급 시설을 건설하기보다 단계적 접근을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 전력과 통신, 부지 등 조건을 갖춘 후보지역을 선정한 뒤 100~300MW 규모의 독립형 AI 학습모듈을 구축해 전력품질과 연산성능, 냉각효율, 경제성을 검증한다. 사업성이 확인되면 500MW급으로 확대하고 최종적으로 1GW급 AI 학습캠퍼스로 성장시키는 방식이다. 캠퍼스에는 원전과 공용 전력계통뿐 아니라 지정 변전소, 다층형 ESS, AI 학습모듈, 냉각·용수시설 등을 구축하고 이를 하나의 통합운영플랫폼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전력 공급량과 AI 가속기 이용률, 학습작업, 냉각부하를 동시에 관리해 기존 데이터센터와 차별화된 대규모 AI 학습기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원전지역'에서 'AI 생산지역'으로…남은 과제는 구상의 규모가 큰 만큼 경북만의 사업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AI 데이터센터에는 막대한 투자비가 필요하고 발전·송전·변전·통신 등 국가 기반시설과도 직접 연결된다. 따라서 정부와 전력기관, 경상북도, 민간 데이터센터 사업자, AI 기업이 참여하는 공동 추진체계를 구축하고 후보지역별 전력 공급능력과 부지, 통신, 냉각 여건, 장기 연산수요를 동시에 검증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핵심은 '누가 사용할 것인가'다. AI 기업과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사업자 등이 장기간 사용할 연산수요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전력이 풍부해도 대규모 투자를 끌어내기 어렵다. 반대로 안정적인 전력과 대규모 부지, 고성능 통신망에 장기 연산수요까지 확보한다면 경북은 국내 AI 인프라의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경북 입장에서도 목표를 AI 데이터센터 한두 곳을 유치하는 수준에 둘 필요는 없다. 원전과 전력망, ESS,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고 이를 기반으로 전력기기와 냉각산업, AI 반도체, 산업용 AI까지 실증하고 사업화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더 큰 그림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공장과 항만, 도로가 도시와 지역의 경쟁력을 결정했다. AI 시대에는 전력과 데이터센터, 반도체, 통신망이 새로운 산업지도를 그릴 가능성이 크다. 경북에는 이미 그 출발점이 될 12.8GW 규모의 원전 발전기반이 존재한다. 이제 관건은 이 전력을 단순히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데 머물 것인지, 경북 안에서 새로운 산업과 부가가치로 전환할 것인지다. 울진과 경주의 원전벨트에서 AI를 학습시키고, 포항·구미의 제조업에 AI를 접목하며, 대구·경산의 연구개발 역량과 인재를 연결하는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경북의 산업지도 역시 달라질 수 있다. 경북 원전벨트가 국가 AI 인프라 경쟁의 새로운 무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김정관 장관 “호남 반도체 공장 앞당긴다…2029년 1차 완공”

정부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광주 군 공항을 지정한 가운데 오는 2029년까지 1차 반도체 생산공장(팹)을 설립할 계획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2029년 반도체 팹 1차 완공을 목표로 국토교통부와 함께 국가 산업단지(산단) 조성 및 수립 계획 등을 빠른 속도로 추진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날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2차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지정된 광주 군 공항의 기능을 2028년 중순까지 다른 군 공항으로 임시 배치하고, 무안 군 공항 착공도 동시에 진행한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호남에 각각 반도체 팹 2기씩, 총 4기를 짓는 대규모 투자를 추진 중이다. 김 장관은 “중앙과 지방정부, 기업이 협력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조속한 가동을 목표로 부지·인프라 확보를 위한 조치를 점검 중"이라며 “기후에너지환경부 중심으로 1단계 지중선로 공사 기간도 단축하는 등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심 인프라인 전력·용수는 지역 내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열병합·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안정적 전력 공급을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로또복권 5000원 당첨금도 ‘휴대폰 앱’ 자동 지급…8월 18일부터

앞으로 종이 로또복권 구매 시 당첨 여부는 휴대폰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확인하고, 당첨금도 앱을 통해 자동 지급받는다. 기획예산처 복권위원회는 간편결제 앱(페이코) 시스템을 구축해 이달 18일부터 본격 운영한다. 복권위는 11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복권의 발행·관리 및 판매에 관한 지침 개정안' 등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복권 판매 관련 대국민 서비스 향상과 판매점 지원을 위한 과제들을 제도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오는 18일부터 판매점에서 구매한 종이 로또복권을 휴대폰 간편결제 앱에 등록하면, 정기적으로 당첨 알림을 받게 된다. 등록 후에도 찾아가지 않은 당첨금은 지급 기한 당일에 자동 입금된다. 현재 로또 판매점에서 구매한 종이 복권의 경우 인터넷 구매와 달리 신원 확인이 불가능하다. 당첨자가 직접 당첨금을 찾아가지 않아 소멸시효가 만료돼 기금으로 환수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복권위에 따르면 로또복권의 미수령 당첨금은 지난해 기준 581억원에 달한다. 찾아가지 않은 당첨금 대다수가 4등(5만원)과 5등(5000원)이었다. 로또 복권 당첨금은 지급 개시일부터 1년 안에 수령하지 않으면 전액 복권 기금으로 귀속된다. 복권위는 “이번 간편결제 앱 구축으로 적은 금액이라도 끝까지 찾아드릴 수 있는 수단을 마련했다"며 “복권에 대한 신뢰가 크게 높아질 것"이고 설명했다. 아울러, 복권위는 전국 9500여개 로또 판매점의 위치, 실시간 영업 정보도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을 통해 제공한다. 복권 판매점 매출 증대를 위해 기업 경품용 연금복권 교환권도 5000원 이하 소액으로 시범 도입한다. 다만, 청소년 구매는 제한된다. 로또복권 판매액은 지난 2002년 12월 첫 출시됐던 해 1조원 미만에서 2025년 7조700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복권 판매점도 2002년 5100여개에서 지난해 9500여개로 확대됐다. 복권위는 복권의 양적 성장에 걸맞는 대국민 서비스 향상 노력과 함께 복권 발행·판매제도에 대해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복권 기금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판매점 현수막, 복권 봉투, QR코드 화면 등에 해당 지역 기금 사업을 적극 홍보하기로 했다. 조용범 기획처 차관은 “제도 개편으로 복권 구매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취약계층 위주로 구성된 판매점의 매출 향상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들의 의견을 소중히 듣고 지속적인 혁신을 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이슈&인사이트] 소상공인∙중소기업 정책, ‘모두 살리기’에서 구조전환으로

한국의 소상공인·중소기업 문제를 대기업이나 플랫폼의 탐욕, 자영업자의 준비 부족과 같은 특정 주체의 잘못으로만 설명해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 문제의 본질은 일자리와 사회안전망의 부족이 생계형 창업을 늘리고, 정책자금과 보증이 수익성이 낮은 사업의 퇴출을 지연시키며, 정작 성장하는 기업에는 지원이 끊기는 구조에 있다. 따라서 정책의 원칙부터 바뀌어야 한다. 모든 사업체를 끝까지 살리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사업체는 성장시키고 실패한 사람은 끝까지 보호해야 한다. 사업체의 생존과 사업자의 생존을 같은 것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소상공인 정책은 경영이 어려워질 때마다 대출을 늘리고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그러나 시장 수요와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은 사업에 자금을 계속 공급하면 폐업을 막는 것이 아니라 부채를 키우고 실패 시점을 늦출 뿐이다. 정부는 기업을 성장형, 회복형, 사업전환형, 신속정리형으로 구분해 지원해야 한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는 생산성 향상과 시장개척을 집중 지원하고, 일시적 위기 기업에는 조건부 회복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기존 사업의 전망이 어두운 기업에는 업종전환과 인수·합병을 지원하고, 회복 가능성이 낮은 사업은 추가대출보다 조기 폐업과 채무조정을 유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누가 손해를 보고 누가 혜택을 받는지도 숨겨서는 안 된다. 일률적인 보조금과 반복적인 정책자금이 줄어들면 기존 수혜기업과 지원기관은 손실을 본다. 과밀업종에 대한 보증을 축소하면 신규 창업 희망자의 자금조달도 어려워질 수 있다. 플랫폼과 프랜차이즈 본부에 거래조건 공개를 요구하면 이들의 비용 부담도 커진다. 반면 생산성이 높은 기업과 근로자, 과도한 경쟁에서 벗어나는 기존 상인, 부실지원 비용을 부담해 온 납세자는 이익을 얻는다. 구조개혁이 지속되려면 손실을 보는 주체에게도 전환기간과 합리적인 보상이 제공돼야 한다. 지원금을 하루아침에 끊는 대신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줄이고, 폐업자에게는 채무조정과 재취업 훈련, 한시적 소득지원을 결합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가장 어려운 결정은 “모든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는 약속을 포기하는 것이다. 폐업이 늘면 정책 실패로 비칠 수 있고, 지원을 줄이면 즉각적인 반발도 발생한다. 하지만 회복 가능성이 없는 사업을 부채로 연명시키는 것이야말로 사업자와 가족에게 더 큰 손실을 남긴다. 폐업 자체를 실패로 볼 것이 아니라, 폐업 이후 부채가 얼마나 줄었는지, 재취업과 경제활동 복귀가 얼마나 빨랐는지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중소기업 정책도 작은 규모를 유지하도록 보호하는 방식에서 성장과 졸업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는 기업이 규모 기준을 넘더라도 원칙적으로 5년간 중소기업 지위와 주요 세제 혜택을 유예받기 때문에 지원이 즉시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예기간이 끝난 뒤에는 중소기업 전용 금융·세제·연구개발 지원의 자격과 우대 수준이 제도별로 크게 달라져 성장기업이 새로운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 따라서 현행 5년의 졸업 유예에 그칠 것이 아니라, 유예 종료 이후에도 주요 지원을 일정 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중견기업 지원체계로 자연스럽게 연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다. 선거 때마다 보조금과 채무조정 기준이 달라지면 기업은 투자보다 정책 변화에 의존하게 된다. 정부는 향후 10년 동안 유지할 구조전환 계획을 법제화하고, 세제·보증·규제 변경은 원칙적으로 사전에 예고해야 한다. 재난지원과 긴급금융도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매출감소, 연체율, 고용감소 등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자동으로 시작되고 종료돼야 한다. 소상공인·중소기업 정책의 목표는 기업 수를 무조건 유지하는 데 있지 않다. 경쟁력 있는 기업은 더 크게 성장하고, 한계기업은 부채가 커지기 전에 전환하거나 정리하며, 실패한 사업자는 다시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정책은 '작은 기업이라는 지위'를 보호하는 데서 벗어나, 사람은 보호하고 기업은 성장·전환·퇴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bienns@ekn.kr

[김병헌의 체인지] 돈은 넘치는데 지방은 마른다…이상한 유동성의 역설

주식시장이 춤을 춘다. 하루는 환호하고 다음 날은 공포에 빠진다. 집값도 심상치 않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은 다시 들썩이는데 지방에서는 미분양 아파트가 쌓인다. 같은 대한민국인데 한쪽에서는 돈이 넘쳐 자산가격을 걱정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돈이 돌지 않아 상가가 문을 닫는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단순한 '돈의 부족'이 아니다. 돈이 어디로 흘러가느냐의 문제다. 정부는 경기를 살리겠다며 재정을 풀었다. 추경을 편성하고 각종 지원책도 내놨다. 경기 하강기에 재정이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풀린 돈이 정부가 원하는 곳으로만 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해외에는 이미 값비싼 교훈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미국에서는 저금리와 과도한 신용 공급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었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믿음 아래 대출이 급증했고, 집값이 꺾이자 부실은 금융회사로 번져 결국 세계경제를 뒤흔들었다.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1980년대 후반 넘치는 유동성이 주식과 부동산으로 몰리며 자산가격이 폭등했다. 뒤늦게 긴축에 들어가자 거품이 터졌고 일본 경제는 오랜 후유증을 겪었다. 지금 한국도 서울만 보면 과열이지만 지방으로 내려가면 풍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건설경기 침체와 미분양, 자영업 부진, 인구 감소가 겹친 지역이 적지 않다. 소비가 줄어 상인이 어렵고 기업 투자가 줄어 일자리가 부족해진다. 청년이 떠나니 소비와 주택 수요가 다시 감소하는 악순환이다. 수도권의 자산시장 과열만 보고 전국에 똑같은 긴축 처방을 내리면 지방에는 독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지방경기를 살리겠다고 전국에 돈을 똑같이 풀면 그 돈이 다시 수도권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필요한 것은 '선택적 유동성'이다. 갈 곳 없는 돈이 자산시장으로 몰리는 통로는 좁히고 기업 투자와 지방경제, 주택 공급과 기술혁신으로 흐르는 통로는 넓혀야 한다. 부동산 정책부터 전국 단일 처방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도권 과열지역에서는 투기성 대출과 과도한 레버리지를 관리해야 한다. 동시에 공급이 부족한 곳에는 실제 주택이 나올 수 있도록 인허가와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세금으로 가격을 누르는 데 매달리기보다 공급이라는 정공법도 병행해야 한다. 특히 지방은 방향이 달라야 한다. 악성 미분양 해소와 건설사업 정상화,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묶은 별도의 처방이 필요하다.산업과 일자리, 교육, 의료, 교통이 함께 움직여야 지방 부동산도 살아난다. 재정도 달라져야 한다. 경기부양의 중심이 현금성 지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정부 돈이 한 번 소비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업 투자와 고용을 만들고 다시 소득과 세수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 AI와 반도체, 에너지, 바이오 같은 미래산업뿐 아니라 지방 산업단지와 중소기업 설비투자, 관광 인프라, 노후 도심 재생에도 자금이 흘러야 한다. 돈의 양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돈의 목적지를 바꾸는 정책이 필요하다. 금융정책도 마찬가지다. 실수요자와 정상적인 기업 대출까지 무차별적으로 조이면 경기의 숨통부터 막힌다. 빚을 내 자산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돈과 생산시설을 짓고 사람을 고용하기 위한 돈을 똑같이 취급해서는 안 된다. 선택지가 '긴축이냐 부양이냐'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 집값이 오른다고 지방의 돈줄까지 막아서는 안 되고, 지방이 어렵다고 전국에 유동성을 뿌려 수도권 자산가격을 다시 밀어 올려서도 안 된다. 재정과 금융, 부동산 정책을 전국 평균이라는 숫자 하나에 맞추는 시대는 끝내야 한다. 지금 시장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돈도, 무조건적인 긴축도 아니다. 돈이 생산적인 곳으로 흐르게 만드는 정교한 수도관이다. 자산시장으로 달려가는 돈은 조절하고 지방과 기업, 일자리와 주택 공급으로 가는 길은 터주는 것이다. 그것이 자산시장 안정과 경기 회복을 동시에 잡을 현실적인 해법이다. 정부가 시장을 이길 필요는 없다. 시장과 싸워서도 안 된다. 해야 할 일은 시장의 돈이 투기가 아니라 생산으로, 수도권 쏠림이 아니라 지역의 성장으로 흘러가도록 길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질문부터 바꿔야 한다. 어디에는 돈을 잠그고, 어디에는 돈이 돌게 할 것인가로. 한국 경제는 지금 여기에 답해야 한다.

김천 김밥, 전국 CU 간다…‘고추잡채김밥’ 금상

144개 팀 경쟁 뚫고 김천 대표 김밥 선정 김천쌀·지례흑돼지 활용…10월 축제서 첫선 뒤 상품화 김천=에너지경제신문 윤성원기자 김천의 지역 농특산물을 품은 김밥이 전국 편의점 시장에 도전한다. 10일 김천시는 지난 8일 김천시보건소 영양조리실에서 '2026 김천김밥쿡킹대회'를 열고 문찬희·김지혜 팀의 '고추잡채김밥'​을 금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대회에는 '김천김밥, K-푸드의 중심에 서다'를 주제로 전국에서 144개 팀이 참가했다. 조리·외식·유통·음식개발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위생과 완성도, 맛·영양, 창의성·상품성 등을 평가해 7개 팀을 본선에 올렸다. 금상을 차지한 고추잡채김밥은 김천 쌀과 지례 흑돼지를 주재료로 사용해 매운맛과 감칠맛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심사위원단은 지역 농축산물 활용도와 맛은 물론 실제 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는 경쟁력을 높게 평가했다. 금상 수상팀에는 상금 200만원과 상장이 수여됐다. 은상은 정지헌·정지혜 팀의 '호두품은 흑돼지 석쇠불고기 김밥', 동상은 최성빈·신재혁 팀의 '추풍령 흑돼지 카츠김밥'​이 각각 차지했다. '벚꽃김밥' 등 나머지 4개 팀은 입선에 선정됐다. 이번 대회의 핵심은 경연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 상품화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금상 수상작은 오는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직지문화공원과 사명대사공원 일원에서 열리는 '2026 김천김밥축제'​에서 방문객들에게 처음 공개된다. 축제가 끝난 뒤에는 전국 CU 편의점을 통해 정식 상품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본선 진출팀 가운데 3개 팀 안팎에는 축제장에서 직접 김밥을 판매할 기회도 제공된다. 김천시는 김밥을 단순한 축제 먹거리가 아니라 지역 농특산물과 관광을 결합한 대표 콘텐츠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김천 쌀과 지례 흑돼지 등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 개발을 통해 농가 판로 확대와 지역 브랜드 홍보 효과도 노리고 있다. 박미정 김천시 관광정책과장은 “전국에서 많은 팀이 참여하며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며 “이번 열기를 10월 김천김밥축제까지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천시는 올해 축제에서 주문·결제 시스템을 전면 개선하고 행사 공간과 체험 콘텐츠도 확대할 계획이다. '김천 하면 김밥'이라는 도시 이미지를 전국적인 관광·먹거리 브랜드로 정착시킬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윤성원 기자 won56789@ekn.kr

구미 푸드축제 앞두고 ‘맛의 승부’ 미쉐린 경력 셰프들이 구미 맛집 손봤다…

구미푸드페스티벌 로컬맛집 21개 팀 메뉴 컨설팅 맛·비주얼·가격부터 대량조리·위생까지 집중 점검 지역 농축산물 살린 '구미만의 맛' 발굴 구미=에너지경제신문 윤성원기자 오는 10월 열리는 '2026 구미푸드페스티벌'을 앞두고 구미지역 맛집들이 국내외 유명 레스토랑 경력을 갖춘 셰프들로부터 메뉴의 맛과 상품성을 집중 점검받았다. 구미시는 10일 구미대학교 창의관 조리실습실에서 푸드페스티벌 로컬맛집존 참여업소를 대상으로 메뉴 컨설팅을 실시했다. 전체 참여업소 41곳 가운데 컨설팅을 신청한 21개 팀이 이날 축제에서 실제 판매할 메뉴를 직접 조리해 선보였다. 전문 셰프들은 각 메뉴를 시식한 뒤 맛과 조리법은 물론 음식의 비주얼과 판매가격 적정성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앞서 제시된 평가사항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도 함께 점검해 업소별 맞춤형 보완책을 제시했다. 단순한 '맛 평가'에 그치지 않았다. 축제 현장에는 짧은 시간에 많은 주문이 몰리는 만큼 대량으로 조리해도 맛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과 조리시간 단축, 위생관리, 음식 제공 방식 등 실제 영업 현장에서 필요한 부분까지 집중적으로 다뤘다. 특히 구미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을 활용해 지역색을 살리는 메뉴 구성과 기존 업소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다른 음식점과 차별화할 수 있는 상품 개발 방안도 논의됐다. 컨설팅에는 각 분야에서 현장 경험을 쌓은 셰프들이 참여했다. 한식은 대한민국 조리기능장이자 경일대학교 식품학부 교수인 손정희 셰프가 맡았다. 양식 분야에는 미국 요리학교 CIA를 졸업하고 뉴욕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르 베르나르댕'에서 근무한 임용빈 신세계 조리팀장이 참여했다. 중식 분야는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셰프스테이블' 근무 경력과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이연복의 후계자를 찾습니다' 우승 경력을 지닌 임승환 셰프가 자문을 맡았다. 구미시는 이날 제시된 개선사항을 축제 전까지 실제 판매 메뉴에 반영해 로컬맛집존의 맛과 상품성, 현장 운영 완성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2026 구미푸드페스티벌'은 오는 10월 17~18일 이틀간 구미 송정맛길에서 열린다. 올해 행사에는 지역 음식점들의 대표 메뉴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로컬맛집존을 비롯해 최신 푸드테크 기술을 직접 보고 체험하는 '푸드테크&체험존' 등 다양한 콘텐츠가 마련된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지역 업소가 가진 고유한 맛과 장점에 전문 셰프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더해졌다"며 “구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차별화된 음식을 선보여 구미푸드페스티벌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식축제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윤성원 기자 won56789@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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