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여론조사] 李 대통령 지지율 54.1%…4주 만에 반등

[에너지경제 여론조사] 李 대통령 지지율 54.1%…4주 만에 반등

1월 첫째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54.1%를 기록해 전주 대비 0.9%p(포인트) 올랐다. 3주 연속 소폭 하락하다가 다시 반등한 모양새다. 공천헌금 등 부정적 이슈가 있었지만 코스피 지수 상승·수출 사상 최초 7000억달러 돌파 등 경제 호조로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작년 12월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공휴일을 뺀 나흘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0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54.1%로 집계됐다. 매우 잘함..

“국고보조사업 예산, 아낀 만큼 더 쓰게 해준다”

지방자치단체가 국고보조사업 예산을 절감하면 집행 과정에서 자율성이 확대된다. 상습적으로 임금이 밀린 사업주는 각종 보조사업에서 참여를 배제하고 수급도 제한된다. 기획예산처는 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을 각 부처에 통보했다. 우선 지자체가 자체 노력으로 국고보조사업 예산을 절감하면 그 집행 잔액을 다른 사업에 사용할 수 있는 범위를 국가재정운용계획상 동일 부문에서 동일 분야로 확대하고 신규사업도 단년도 한시적인 경우에는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범위 기준인 '집행 잔액이 소액인 경우'도 현행 50만원 미만에서 500만원 미만으로 상향됐다. 지자체의 '자체노력으로 예산을 절감한 경우'에 대한 예시를 집행지침에 세부적으로 명시함으로써 절감액 사용요건에 해당하는 지 여부에 대한 해석의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 국고보조사업 예산 절감액 활용 가능성을 제고했다. 정부는 지자체의 예산 절감 유인을 제고하고 국고보조사업 예산집행 과정에서 지자체의 자율성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취약계층 근로자와 저연차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된다. 각종 보조사업에서 상습체불사업주의 참여를 배제하고 보조사업 수급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해 국고보조사업 집행과정에서도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원거리 근무지 파견·발령자에 대한 이전비 지급 및 관사 배정 등에 있어서 고연차 직원에게 유리하게 집행되던 관행 등을 개선하기 위해 저연차 직원이 불합리하게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지침에 반영했다. 아울러 정부와 공공기관의 재정 집행에 대한 책임성과 효과성도 강화된다. 당직 제도 개편 방침에 맞춰 당직비 예산을 효율화하고 정부 출연기관의 결산잉여금의 퇴직급여충당금 적립 비율을 70%에서 80%로 상향해 결산잉여금을 기관이 자체적으로 임의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할 계획이다. 정책 목적을 달성했거나 사업 여건 변화 등으로 집행이 곤란한 출자금 및 사업출연금은 집행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별도 지침을 마련하게 하는 등 처리 방안을 구체화했다. 수입대체경비는 초과 수입 발생 시 그 초과 수입과 직접 연계되고 수입대체경비 사업의 목적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초과 지출을 할 수 있도록 해 관리를 강화한다. 기획처는 “정부가 지속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집행 과정에서 비효율을 최소화하고, 예산이 정책 목적에 맞게 집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李 대통령 “韓·中, 새 항로로 가야…AI·K콘텐츠로 정체 돌파”

지난 4일부터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한·중은 같은 바다를, 같은 방향을 향해 함께 항해하는 배"라며 “이제 새로운 항로를 향해 가야 한다"고 5일 밝혔다. 인공지능(AI)과 K콘텐츠를 축으로 한 전방위 산업 협력을 통해 3000억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는 한·중 교역의 '정체 국면'을 돌파하자는 구상이다. 미·중 패권 경쟁과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중 경제 협력의 방향 전환을 공식화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 조어대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포럼 사전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같은 파도를 넘고, 또 서로의 움직임을 의식하면서 협력과 경쟁을 병행하며 성공적인 항해를 이어왔다"며 “산업 공급망의 연계를 통해 서로의 발전을 도우며 글로벌 경제를 선도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글로벌 환경 변화에 대해서는 분명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 글로벌 경제·통상 환경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이 정해진 항로를 그대로 따라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기술은 빠르게 방향을 바꾸고 있고, 공급망은 조류처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길은 끝내 찾아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한·중 교역 구조의 한계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한중 교역은 3000억불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며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해법으로는 미래 기술과 문화 산업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AI라는 미래 기술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협력도 가능하고, 또 함께해야 한다"며 “인공지능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에서 협력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뷰티와 문화 콘텐츠에 대해서도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한·중 관계의 기조에 대해서는 '공통점의 확장'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차이점을 찾자면 끝없이 멀어질 것이고, 같은 점을 찾아내면 끝없이 가까워질 것"이라며 “오늘 이 자리가 우리가 함께 새롭게 찾아 나갈 항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우호적 관계의 새로운 출발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한·중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규정한 시진핑의 발언을 인용하며 “가까운 이웃으로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우호적 관계를 경제적 측면에서도 만들어가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중국 측도 협력 확대 의지를 분명히 했다. 허리펑 중국 국무원 경제담당 부총리는 “중한 관계가 시대 발전에 흐름에 맞춰 양국 국민 이익에 부합하고 세계 평화와 안정 발전 번영에 기여하며, 국제협력의 본보기가 됐다"며 “대표자들이 깊이 있게 교류하고 협력 잠재력을 발굴해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방중에는 200여 명 규모의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했다. 주요 그룹 총수를 중심으로 한 한국 경제사절단의 중국 방문은 6년여 만이다. 주요 그룹 총수를 주축으로 한 방중 경제사절단은 이날 간담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해 포스코·GS·CJ·LS 등 주요 그룹 수장과 콘텐츠·게임·패션 업계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중국 측에서도 중국무역촉진위원회(CCPIT)를 비롯해 에너지·금융·정보통신·배터리 분야 핵심 기업 경영진이 참석했으며, 전기차 배터리 기업 CATL, 텐센트, ZTE 등의 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절단은 한중 정상회담 일정과 연계해 비즈니스 포럼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해 일대일 상담회, 라운드테이블, 벤처·스타트업 서밋 등을 잇따라 진행한다. 핵심 광물과 디지털 경제, 친환경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기업 간 양해각서(MOU) 체결도 추진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이슈&인사이트]2026년  ‘K자 지갑’의 한국: 금리·부채·초저가가 변수

2025년 한국의 소비지표는 '회복'과 '불안'이 교차하는 장면을 반복했다. 하지만 경제는 “그 반등이 체질 개선인가, 착시인가"를 묻는다. 심리지표가 개선되더라도 실질 구매력은 별개다. 체감경기가 '바닥 탈출'에 성공해도, 가계와 자영업, 유통 생태계의 비용구조가 그대로라면 회복은 이어지지 않는다. 2026년 한국경제를 관통할 키워드는 결국 하나로 수렴한다. 가계·기업의 현금흐름과 비용 구조의 충돌이다. 이 충돌은 세 갈래로 전개된다. 금융·부동산: 주거비·부채 압력 속 소비 양극화(=K자 지갑) 2026년 한국 소비의 첫 키워드는 '가처분소득의 양극화'다. 고금리의 충격은 이미 지나갔다고 말하기 어렵다. 문제는 '수준'보다 '기간'이다. 금리가 내려가더라도, 누적된 이자 부담은 가계 현금흐름을 압박한다. 전세·월세 구조 변화, 주거비 부담의 고착화가 겹치면 소비는 더 경직된다. 자산가격 상승의 혜택을 본 계층은 소비를 유지하거나 프리미엄으로 이동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계층은 지출을 방어한다. 총소비가 늘기보다 소비의 구성이 바뀐다. 필수재 비중이 높아지고, 대체재·가성비 소비가 강화된다. 한쪽은 브랜드와 경험을 사고, 다른 한쪽은 할인·묶음·최저가를 탐색한다. 2026년 소비는 '증가'보다 '양극화된 재편'이 먼저 온다. 기업·자영업: 대위변제율 쇼크, '금융 연착륙'의 골든타임 두 번째 키워드는 '재무적 임계점'이다. 경기 회복이 통계에 잡히는 것과 현장 체력이 살아나는 것은 시차가 있다. 그 시차 동안 가장 먼저 터지는 것은 매출이 아니라 부채다. 금리 부담이 길어질수록 “버티는 힘"은 소진되고, 연체와 폐업은 늘어난다. 이때 위험 신호가 보증기관의 대위변제율이다. 보증기관이 빚을 대신 갚는 비중이 높아진다는 건, 개별 사업자의 실패가 누적되어 지역·금융 시스템의 건전성 문제로 전이될 수 있음을 뜻한다. 2026년의 정책 목표는 무조건적인 구조조정보다는 '질서 있는 연착륙'이어야 한다. 핵심은 “살릴 기업을 살리는 것"이다. 소비심리가 개선될 때, 그 심리가 실제 매출로 이어질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고금리 악성부채를 저금리 대환으로 전환하는 장치를 확대해, 일시적 유동성 위기의 충격을 줄이고 흑자 도산을 막아야 한다. 지금은 응급처치가 아니라 금리 구조를 바꾸는 처방이 필요한 구간이다. 유통·산업: 초저가·플랫폼 경쟁의 일상화, 수익성 붕괴의 시작 세 번째 키워드는 '가격 하한선의 붕괴'다. 2026년은 C-커머스의 공세, 플랫폼 지배력이 가격 경쟁을 넘어 유통 생태계의 비용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소비자는 이미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더 싸도 된다"는 학습을 끝냈다. 이 환경에서 단기 쿠폰·판촉은 '진통제'일 뿐이다. 소비자는 동일 예산으로 효용을 극대화하는 체리피킹을 일상화한다. 그때 살아남는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 플랫폼 종속을 줄이는 자체 브랜딩·직접 고객 기반(D2C) 역량. 둘째, 오프라인만이 제공하는 즉시성·체험·신뢰. 셋째, 출혈경쟁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마진 구조. 이 세 가지를 확보하지 못한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은 빨라질 것이다. 2026년의 유통 전쟁은 매출 경쟁이 아니라 수익성 전쟁이다. 소비자는 더 똑똑해지고, 공급자의 생존 경쟁은 더 거칠어진다. 맺음말: 2026년은 '회복'이 아니라 '룰 체인지'의 해 2026년 한국경제의 핵심 질문은 “얼마나 더 소비할까"가 아니다. 누가, 무엇을, 어떤 구조에서 소비할 것인가다. 가계는 이자와 주거비가 지갑을 누르고, 자영업은 대위변제율이 임계점을 알리며, 유통은 초저가와 플랫폼이 마진 구조를 흔든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낙관론도 비관론도 아니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하다. 한국의 소비는 K자형으로 재편되고, 정책의 역할은 '연착륙의 시간'을 확보하며, 산업은 '가격'이 아니라 '수익성'으로 승부를 다시 짜야 한다. 2026년은 소비가 단순히 회복되는 해가 아니라, 경제의 룰이 바뀌는 해다. 박주영

[김한성의 AI시대] 2026년, AI 거버넌스는 통제가 아니라 공존의 기술이다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보고서를 대신 써주고, 상담을 도와주며, 복잡한 판단을 정리해 주는 일은 이미 일상속으로 들어왔다. 그런데도 2026년을 막들어선 지금, AI 논의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는데 우리가 AI를 대하는 태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요한 질문은 의의로 간단하다. “AI는 무엇인가?"가 아니라, “AI와 우리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AI는 인간처럼 말한다. 질문을 이해하고, 맥락을 읽고, 때로는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한 답을 내놓는다. 이런 점에서 AI는 우리와 매우 가깝다. 그러나 동시에 AI는 의도를 갖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 스스로 목적을 세우지 않고, 결과에 대해 도덕적 판단을 하지도 않는다. 이 점에서 AI는 분명히 우리와 다르다. 이 '가깝지만 다른 존재'라는 특성 때문에 AI는 늘 두 가지 극단 사이를 오간다. 너무 믿어서 모든 판단을 맡기거나, 반대로 아무 책임 없는 도구처럼 써버리는 것이다. 이 모순을 이해하지 못하면, AI에 대한 논의는 낙관과 공포를 오가는 감정 싸움에 머물수 밖에 없다. 이제 이 문제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이 지점에서 뜻밖의 인물이 떠오른다. 침팬지 연구로 유명한 제인 구달이다. 침팬지는 인간과 유전적으로 매우 가깝다. 도구를 사용하고, 무리를 이루고 나름의 사회적 위계도 갖으며, 배운 행동을 서로에게 전한다. 기쁨과 분노 같은 감정도 분명히 드러낸다. 멀리서 보면 인간과 꽤 닮아 보인다. 그러나 침팬지는 인간이 아니다. 추상적이고 명문화된 법적 체계를 갖지 못하며, 행동에 대한 '자기 성찰적 책임'도 지지도 않는다. 제인 구달의 중요한 통찰은 바로 이 지점을 놓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는 침팬지를 인간처럼 대하지도 않았고, 단순한 실험 대상으로 취급하지도 않았다. 대신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자율성). 언제 개입해야 하는가 (책임). 얼마만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가 (존중). 여기서 핵심은 통제냐 방임이 아니었다. 침팬지를 “객체'가 아닌 '주체'로 대우하며 관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였다. 제인 구달의 질문은 우리가 AI를 '단순한 소프트웨어'를 넘어 '자율성을 가진 에이전트'를 설계할 때 반드시 답해야 하는 질문들과 맞닿아 있다. 이 관점에서 각국의 AI 정책을 바라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보인다. 한국, EU, 미국, 중국, 일본의 접근 방식은 제각각이다. 규제의 강도도, 표현 방식도 다르다. 하지만 한 가지 점에서는 모두 닮아 있다. 어느 나라도 AI를 그냥 놔두지 않으며, 그렇다고 사람과 똑같이 취급하지도 않는다. 자율성과 영향력을 인정하되, 규칙과 책임의 틀 안에 두려 한다. 한국은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를 중심으로 AI를 국정 차원의 문제로 다룬다. 기술, 산업뿐 아니라 윤리와 안전을 함께 논의하고 조정하며, AI를 단순한 기술정책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관계 문제로 바라본다. EU는 AI 법을 통해 고위험 AI에 대한 책임과 감독을 명확히 한다. 인간의 개입과 기록을 요구함으로써, AI와 인간 사이의 경계를 법으로 그어 놓는다. 미국은 표준과 안전 기준, 인프라 투자를 통해 AI를 국가운영 능력의 일부로 흡수하여. 강한 단일 규제보다는 실질적 관리에 초점을 둔다. 한편 중국은 등록과 책임을 통해 AI를 예측 가능한 질서 안에 두려한다. 일본은 강한 규제 보다는 가이드라인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AI가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한다. 이들 정책은 방식은 달라도 결국 같은 질문에 대한 서로 다른 답이다. “이 가깝지만 다른 존재를 사회 안에서 어디에 둘 것인가?" 각국의 AI 거버넌스는 제인 구달의 태도를 각자의 제도와 문화로 옮겨놓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 흐름 속에서 AI와 공존하기 위한 원칙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첫째, AI를 사람처럼 대하기 보다 명확한 역할을 맡겨야 한다. 둘째, 결과만 보지 말고 왜 그런 판단이 나왔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셋째, 스스로 움직이는 기능이 강할수록 승인과 기록은 더 분명해야 한다. 넷째, AI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숨기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정확도보다 책임질 수 있는 구조인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 원칙들은 AI를 두려워하자는 말도, 무작정 믿자는 말도 아니다. AI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거리와 질서를 정하자는 제안이다. 결국 AI 거버넌스란 기술을 얼마나 세게 붙잡아 둘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오래전부터 '자신과 닮았지만 다른 존재와 함께 살아오며 익혀 온 방식을, 오늘의 기술 환경에 맞추어 다시 다듬는 과정에 가깝다. AI는 스스로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라기보다, 우리가 타자와 어떤 거리에서 관계를 맺어 왔는지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래서 2026년의 AI 논의는 새로운 기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사회가 언제나 반복해 온 '공존의 질문'을 다시 한번 눈앞에 펼쳐 보이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김한성

재계 키워드의 전환…작년 ‘위기 극복’서 올해 ‘AI로 혁신’

재계 주요 기업들이 새해 경영 키워드로 '인공지능(AI)'을 꼽고 있다. 주요 기업 총수·최고경영자(CEO)들이 신년사를 통해 한결같이 AI 역량 강화를 언급하며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각종 불확실성 속 '위기 극복'에 방점이 찍혔던 지난해와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AI라는 거대한 변화의 바람을 타고 글로벌 시장의 거친 파도를 거침없이 헤쳐 나가자"는 메시지를 임직원들에게 전했다. 최 회장은 “AI는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온 현실이 됐다"며 “AI 시대는 이제 막이 오른 단계일 뿐이며 앞으로의 시장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고 기회도 무한할 것이다. 우리가 가진 능력에 대한 자부심과 확신으로 더 큰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신년사 화두 역시 AI였다.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삼성전자는 로직부터, 메모리, 파운드리, 선단 패키징까지 '원스톱 설루션'이 가능한 세계 유일의 반도체 회사"라며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전례 없는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며 고객들과 함께 AI 시대를 선도하자"고 말했다. 이를 위해 최신 기술과 양질의 데이터를 활용해 반도체에 특화된 AI 설루션을 개발하고 기술 혁신을 이뤄내자고 독려했다. 노태문 DX부문장(사장)은 “모든 디바이스와 서비스 생태계에 AI 기술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AI 전환기를 이끄는 선도기업으로 도약하자"고 밝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변화의 뒤를 쫓는 수동적인 태도로는 성장할 수 없다. 변화의 흐름을 예상하고 전략과 업무 방식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며 “강력한 도구인 AI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재화하고 그 잠재력을 활용해 변화를 선도하자"고 역설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역시 올해 주요 과제로 'AI·방산 등 핵심 사업 분야의 미래 선도기술 확보'를 들었다. 김 회장은 이와 함께 '한미 조선 산업 분야 협력을 책임지는 실행력'과 '상생 경영과 안전 최우선 원칙'의 중요성도 구성원들과 공유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현재 그룹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AI, 자율운항, 연료전지, 전기추진, 배터리팩, 로봇, 소형모듈원자로(SMR), 해상풍력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원천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고 이를 상용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올해 사업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AI를 활용한 경쟁력 확보를 주문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전사적 역량을 모아 '인공지능 전환'(AX, AI Transformation)을 가속하자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올해 주요 경영 방침으로 '재무적 탄력성 확보', '신사업 안정화'와 함께 'AI 혁신 기반 구축'을 꼽았다. 재계 주요 기업들이 'AI 삼매경'에 빠진 것은 그만큼 관련 산업 변화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2년 생성형 AI모델이 등장한 이후 최근 들어서는 음성, 이미지, 추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인재 육성·영입에 총력을 기울이는 수준을 넘어 AI를 생산성 향상 수단으로까지 활용하고 있다. 반도체 등 관련 공급망에 포함된 업종의 경우 이익 극대화를 위한 작업에 전사적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작년 신년사와 비교해봐도 AI 변화의 속도를 체감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대선 이후 관세에 대한 불안, 전세계적으로 펼쳐진 지정학적 리스크 등 여파로 대부분 '위기 극복'을 화두로 제시했었다. 올해 신년사에서 '혁신'과 '도전'을 강조한 곳들도 많았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변곡점에서는 지금까지의 성공방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는 신년 메시지를 냈다. 구 회장은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자 기회"라며 “10년 후 고객을 미소 짓게 할 가치를 선택하고 여기에 우리의 오늘을 온전히 집중하는 혁신이야말로 LG가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새해 중점 추진 과제 중 첫 번째로 작업장 안전 관리 문화 정착을 꼽고 “작업 현장의 안전이 생산·판매·공기·납기·이익보다도 최우선의 가치임을 다시 한번 마음 깊이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최근 2∼3년간 그룹의 혁신적 결단들은 다시 한 번 성장하기 위한 치밀한 준비였다"며 “모든 준비를 마쳤으니 2026년 우리는 높게 날아오를 것"이라며 본업 경쟁력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빠른 실행이 곧 경쟁력"이라며 “K-트렌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실행을 가속화해달라"는 목소리를 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팀 스피릿'을 진심으로 실천해 '백년효성'으로 나아가자"며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불확실성 속 선제적 행동과 실천이 중요하다"며 “시대 전환을 주도하는 의지와 행동을 보이자"고 구성원들을 독려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주유소 기름값 4주 연속 하락세…다음주도 떨어질까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주간 평균 가격이 4주 연속 떨어졌다. 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2월 다섯째 주(12월 28일∼1월 1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지난주보다 L당 5.4원 내린 1729.9원이었다. 지역별로 가격이 가장 높은 서울은 전주보다 6.5원 하락한 1789.6원, 가격이 가장 낮은 대구는 7.8원 내린 1698.8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상표별 가격은 SK에너지 주유소가 L당 평균 1737.7원으로 가장 높았고, 알뜰주유소가 1708.2원으로 가장 낮았다.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주 대비 8.6원 하락한 1633.1원을 기록했다. 이번 주 국제유가는 2026년 세계 석유 시장이 공급 과잉일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작용하며 하락했으나, 지정학적 긴장에 대한 리스크 경계가 하락 폭을 제한했다. 수입 원유 가격 기준인 두바이유는 지난주보다 0.5달러 내린 61.5달러였다. 국제 휘발유 가격은 1.6달러 하락한 71.7달러, 국제 자동차용 경유는 0.4달러 내린 79.8달러로 집계됐다. 국제유가 변동은 통상 2∼3주가량 차이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작년 11월 온라인 쇼핑 ‘역대 최대’ 24조 돌파…“쿠팡 사태 미반영”

작년 11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24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배달 활성화, 온라인 장보기 확산, 여행 수요 회복 등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작년 11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4조1613억원으로 1년 전보다 6.8% 증가했다. 2017년 1월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월간 거래액이 24조원을 넘어선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상품군별로는 음식서비스(13.7%), 음·식료품(10.1%), 여행 및 교통서비스(8.5%) 등에서 증가했다. 음식서비스의 경우 거래액이 3조495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7%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배달앱 활성화와 업체들의 '무료배달' 마케팅 등이 겹쳐 거래액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온라인 장보기 확산에 힘입어 음·식료품 거래액도 1년 새 10.1% 증가했다. 국내외 여행 수요 회복과 하반기 '숙박세일 페스타' 등의 영향으로 여행 및 교통서비스 거래액도 전년보다 8.5% 늘었다. 반면 쇼핑몰별 프로모션 행사가 줄어들면서 가전·전자(―4.9%) 등 일부 품목에서는 거래액이 감소했다. 유형별로는 모바일쇼핑 거래액이 18조5941억원으로 1년 전보다 7.9% 증가했다. 역시 역대 최대치다. 전체 온라인쇼핑 중 비중이 77.0%로 전년 동월(76.1%)보다 0.9%포인트 상승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재경부·기획처 공식 출범…기재부 18년만 역사 속으로

기획재정부에서 분리된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2일 공식 출범했다. 지난 2008년 기재부로 통합된 이후 18년 만에 재경부와 기획처가 다시 분리되면서 기재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재경부는 이날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현판식을 열었다. 재경부는 경제정책의 수립·조정과 화폐·외환·국고·정부회계, 세제, 국제금융, 공공기관 관리, 경제협력 및 국유재산 관련 사무를 담당한다. 조직은 2차관 6실장 체제로 기존 기재부 기능과 비교하면 차관 한자리에 실장 세 명이 늘어났다. 당초 정부조직 개편 과정에서 검토됐던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 이관이 무산되면서 예산 기능만 분리돼 나간 구조가 됐다. 이에 따라 내부에서는 조직 위상과 역할 축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예산이라는 핵심 수단 없이도 부처 간 경제정책 조정 기능을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를 놓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구 부총리는 올해부터 부총리와 기획처 장관, 금융위원장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를 가동해 정책 조율과 추진력을 보완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구 부총리는 출범식에서 “잠재성장률 반등과 경제 대도약이라는 쉽지 않지만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가 있다"며 “회복에 주력했던 지난해와 달리 2026년은 본격적인 성장을 견인하는 해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처는 이날 김민석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세종청사 5동에서 현판식을 가졌다. 기획처는 부산으로 이전한 해양수산부가 사용하던 청사 5동에 입주했다. 기획처는 중장기 국가전략 및 재정정책 수립을 비롯해 예산·기금의 편성·집행·성과관리, 민간투자, 국가채무 관련 사무를 관장한다. 국무총리실 산하 조직인 기획처는 당분간 장관 공석 상태로 운영된다. 초대 기획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 전 의원을 둘러싸고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에 대한 폭언논란이 불거지면서 국회 인사청문회가 최대 관문으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이재명 정부 내각에 참여한 점을 문제 삼아 이 후보자를 제명하고 강도 높은 검증을 예고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도부 차원에서 진정성 있는 사과로 정리될 사안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공개적인 사퇴 요구가 제기되는 등 여론의 향배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기획처는 장관이 공식 임명될 때까지 임기근 차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며 인사청문 일정 등을 고려하면 장관 공백은 한 달 넘게 이어질 전망이다. 김 총리는 현판식에서 “기획처는 미래 사회 변화 대응을 위한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 수립, 예산 편성 등 국정운영의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며 “그 역할과 책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막중하다"고 밝혔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코레일 개혁]② 낙하산·자리나눠 갖기…“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국민의 발이 되는 철도 서비스를 운영·관장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은 국민 실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공기업이다. 매일 수백만명의 승객과 엄청난 양의 화물을 실어나르는 국가 교통 물류의 핵심인 철도 운행을 담당한다. 효율과 속도도 중요하며, 정시성·안정성·무사고 등이 핵심이다. 그만큼 전문성있는 경영과 군더더기없는 조직·인력 관리가 필수다. 그러나 코레일은 오히려 아무런 전문성없는 정치권의 낙하산 '둥지'가 된 지 오래다. 같은 일을 하는 조직을 여러곳 만들어 비효율적인 운영으로 예산을 낭비하는 것은 물론 고액의 연봉을 받는 경영진·관리직들의 '철밥통'이 됐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올해 10월말 기준 코레일 임직원 수는 총 3만2693명에 달한다. 대한민국 공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다. 2위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임직원 수가 같은 시기 2만1257명인 것에 비해도 1.5배나 된다. 매년 채용 규모도 공기업 중 최대로 선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2243명을 채용했고, 하반기에도 1200명을 뽑아 2025년에만 3400명 이상의 신규 인력을 고용했다. 공공기관 채용 인원 중 최대 규모다. 그만큼 국민 가계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가장 크다. 직원 수 1위 공기업을 지휘하는 코레일 사장 역시 그 권한이 막강하다. 우리나라 철도 운영의 전반적인 사항은 물론 3만명 이상 직원들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 코레일 사장이다. 그만큼 코레일 사장은 철도 서비스에 관해서 전문적인 노하우와 식견이 요구되는 자리다. 하지만 정작 현실은 정반대다. 2004년 철도청이 코레일로 공기업 전환 된 이후 현재까지 21년간 11명(대행 제외)의 사장이 코레일을 거쳐갔다. 이들 사장 중에서 코레일의 전신인 철도청을 포함해 현업 근무 이력이 있는 사장은 초대 사장인 신광순 사장, 6대 최연혜 사장, 11대 사장인 한문희 사장 등 세 명에 불과하다. 철도 관련 전문 커리어를 갖춘 인사로 범위를 넓히면 1997년 철도기술연구원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해 2021년 철도기술연구원장을 역임하는 등 철도 관련 연구소에서 20년 이상 몸 담은 10대 나희승 사장의 사례가 있지만 이를 포함해도 사장 취임 전 철도 업무 이력을 갖춘 코레일 사장은 네 명 뿐이다. 나머지 7명의 사장은 모두 당시 정부 여당 등 정치권 인사나 상위기관이자 주무기관인 국토교통부 출신 관료가 코레일 사장으로 임명된 경우였다. 2대 이철 사장, 3대 강경호 사장, 4대 허준영 사장, 5대 정창영 사장, 8대 오영식 사장 등 5명의 사장이 당시 정부 여당에서 내려보낸 '낙하산' 인사들이다. 7대 홍순만 사장과 9대 손병석 사장은 국토교통부 출신 낙하산이었다.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 인사들은 출신 인사들은 코레일 사장을 역임하면서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 강원랜드 비리 의혹으로 구속돼 사장직을 상실한 경우도 있었고 무리한 민영화 시도, 노조와의 갈등, 미숙한 철도 정책 운영, 철도 인재 사고 등 비전문가 사장 행보 아래 코레일 조직 자체가 흔들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국내 최대 공기업의 수장인 코레일 사장 자리가 정부 여당 관계자를 대상으로 논공행상에 따른 '보은성 인사'로 주어지는 자리거나, 국토교통부 출신 고위 관료가 현직에서 퇴임한 후 맡는 '보험성 인사' 자리로 여겨지면서 빚어진 결과다. 3만 이상의 직원 인사권을 쥐고 있어 유무형상 누리는 권한은 막강하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 '꿀보직 낙하산 자리'가 경영 부실과 비효율로 이어졌다. 실제로 코레일은 2015년 흑자를 마지막으로 2016년부터 현재까지 10년간 '만성적자' 상태에 놓여있다. 이 기간 사장직을 역임한 12명(대행 6명 포함)의 사장 중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경질되거나 경영 부실 책임에 대한 비판을 받은 사장은 1명 뿐이다. 국토부 출신 관료 인사로 2021년 1조원 이상 적자를 내고 스스로 사의를 표명한 9대 손병석 사장이다. 이명박 정부 등에서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의도적으로 진행한 자회사 분할도 큰 문제다. 코레일 산하에는 코레일유통, 코레일네트웍스, 코레일관광개발, 코레일로지스, 코레일테크 등 무려 5개의 자회사가 있다. 업무를 통합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조직들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통합이 사실상 확정된 SRT도 민영화·분리 매각을 전제로 만들어져 고비용·비효율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특히 '낙하산 둥지'로 자리잡았다. 현재 사장 자리가 공석인 코레일관광개발을 제외하고, 나머지 4개 계열사 가운데 두 곳이 지난 정부 코드인사거나, 코레일 퇴직자가 사장으로 다시 취임했다. 박정현 코레일유통 사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총리실 공보실장을 역임한 언론인 출신 사장으로, 현 야권 인사로 분류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 정국에서 권한이 정지돼 있던 올해 2월에 사장으로 취임했다. 정권 교체를 앞두고 임기 막바지에 '알박기 낙하산' 인사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전찬호 코레일네트웍스 사장은 윤석열 정부 시기인 2023년 12월 사장으로 취임했다. 코레일 출신이지만 2022년 코레일에서 퇴직한 후 다음 해 다시 계열사 사장으로 부임한 경우다. '퇴직자 자리 나눠주기'로 해석되는 인사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코레일이 정말로 적자 상태를 벗어나 경영 효율화를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이제 더 이상 외부 정치권의 힘 있는 인사나 고위 관료 출신이 아닌 전문 경영인이 수장을 맡아야 한다"며 “하지만 항상 코레일 사장이라는 자리가 철도 서비스 향상보다는 정치적인 이슈를 더 우선시 하는 자리다 보니 전문성 없는 인사들이 사장을 맡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특히 코레일은 국가기관산업인 철도를 관장하는 대한민국 핵심 공기업인만큼, 더욱 더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꾸준하게 경영 효율화를 추진할 수 있는 관련 전문가들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이창용 “1400원대 환율, 펀더멘탈과 큰 괴리…해외투자 영향 재검토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고환율과 관련해 1400원대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국민연금과 거주자의 해외투자 확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이 총재는 2일 신년사를 통해 “환율의 적정 수준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1400원대 후반의 환율은 펀더멘탈과 괴리가 큰 수준"이라며 “한·미 성장률 및 금리 격차,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이 (고환율의) 주요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이후 달러화 움직임 보다 원화 절하폭이 상대적으로 커진 원인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난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가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을 초래, 단기적으로 환율 상승에 압력을 가했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이 일련의 단기적 조치들을 병행한 까닭이라는 것이다. 외환시장에서 점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국민경제에 주는 영향을 연금의 장기수익률 보호와 함께 재검토할 필요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규모와 시기 및 환헤지 운용전략 등이 국내외 시장에 '지나치게' 투명하게 드러나면서 환율 절하 기대가 '일방통행'이 됐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경제주체들의 투자 결정이 각자의 합리적 기대와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서도 이같은 흐름이 우리 경제 성장과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어떠한 영향력을 끼치는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시적 영향을 조율 가능한 범정부적 체계가 없이는 외환시장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도 국민연금이 달러를 정해진 계획에 따라 기계적으로 매입하고 외환당국은 환율을 관리하기 위해 달러를 매도해야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건복지부가 전략적 환헤지의 탄력적 대응을 위한 기획단을 꾸리고, 정부부처·국민연금·한은이 국민연금 해외투자의 뉴프레임워크 구축에 대한 논의를 통해 개선책이 마련되길 바라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올해도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 중앙은행의 책임과 각오를 다시 다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글로벌 통상환경·통화정책 불확실성 △대미 투자협정 △주요국 재정 건전성과 국채시장 여건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기대 조정 가능성 등이 포함된다. 대규모 대미 투자 자금이 원화 약세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연간 200억달러는 최대치로, 실제 투자 규모는 외환시장 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매년 기계적으로 200억달러가 유출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는 “정부와 함께 외환시장 안정을 훼손하는 어떠한 결정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금고지기'의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지난해와 같은 2.1% 수준으로 내다봤다. 다만 고환율 지속되면 물가 상승압력이 커질 수 있어 유통구조 개선과 수입개방 확대를 비롯한 구조개혁 노력으로 물가수준을 낮춰야 한다고 설파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1.8%로 지난해 대비 0.8%포인트(p)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반도체 경기 등 대내외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일명 'K자형 회복'이 지속가능하고 완전한 회복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준금리 외에 다른 통화신용정책 수단을 강화하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힌 까닭이다. 금융중개지원대출 제도가 지방 중소기업 등 취약부문에 선별적·한시적 지원을 강화할 수 있도록 재정비하고, 대출제도의 유동성 안전판 역할도 확대한다. '은행 대출채권 적격담보 시스템'은 올해부터 가동된다. 이 총재는 부서간 유기적 협력 등 지난 3년간 추진한 조직문화 개선 노력을 치하했다. 한은 자료 인용 보도가 전년 대비 11% 가량 증가하고,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11만명을 넘어선 점도 높게 평가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