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李대통령 “규제 과감히 정비…韓, 매력적 투자처로 거듭날 것”

[APEC] 李대통령 “규제 과감히 정비…韓, 매력적 투자처로 거듭날 것”

이재명 대통령은 31일 “대한민국이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실용적 시장주의에 기반한 규제 혁신과 미래 산업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오찬 행사에서 “협력과 연대를 선도하며 번영의 시대를 열어갈 대한민국의 방향은 분명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를 만들겠다고 국민께 약속했다"며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정비하고..

[경주 APEC] “‘치맥 회동’ 저도 있었어야…李대통령 말에 젠슨 황 대답은?

이재명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31일 접견은 전날 서울 강남의 '치맥 회동'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온 듯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번 만남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을 계기로 마련됐다. 이 대통령은 젠슨 황 CEO를 맞이하자마자 “반갑다. 삼성역에서 나온 장면을 너무 관심 있게 봤다"고 인사하며 먼저 화제를 꺼냈다. 이는 전날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에서 열린 젠슨 황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치맥 회동'을 언급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도 “하도 유명인이셔서 제가 뉴스에서 거의 매일 보다시피 한다"며 “어제는 치킨 드시는 것도 온 국민이 함께 지켜봤다. 더구나 골든벨까지 울리셨더라"고 말해 현장 분위기를 웃음으로 물들였다. 젠슨 황 CEO가 배석한 재계 총수들을 가리키며 “제 치맥 동료분들"이라고 농담하자,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모두 골든벨 받는 상황이 되길 바란다"고 유쾌하게 화답했다. 이에 이재용 회장도 “삼성과 엔비디아는 25년 넘게 함께 일한 친구 관계"라며 “생전 처음으로 젠슨이 시켜서 골든벨을 울렸다"고 덧붙여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 대통령은 “저도 그 자리에 있었어야 한다"고 말했고, 젠슨 황은 “다음에 합류하시라"고 제안하며 다시 한번 웃음이 터졌다. 대통령은 이어 엔비디아의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 후 이 회장을 향해 “아주 훌륭한 친구를 두셨다"고 말해 훈훈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젠슨 황의 딸을 향해 “딸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너무 젊어 보이신다"고 말하며 칭찬을 건넸다. 이에 젠슨 황이 “올해 34살"이라고 소개하자, 이 대통령은 “그러시구나. 우리나라에서는 나이가 비밀이다"고 받아쳐 또다시 웃음을 이끌었다. 젠슨 황은 “죄송하다. 제가 지어낸 숫자"라고 재치 있게 응수하며 자리의 온도를 높였다. 접견 말미에 기념사진 촬영이 진행되자, 이 대통령은 “다시 한번 친한 척하며 찍도록 하자"며 참석자들에게 포즈를 유도했다. 이날 접견 내내 웃음과 대화가 오갔고, 젠슨 황 CEO와 재계 총수들, 그리고 대통령 모두 밝은 표정으로 자리를 마무리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경주 APEC] 李 대통령, IMF 총재 접견…“코스피 4000, 한국경제 빠르게 회복”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접견하고 한국 경제의 회복세와 향후 성장 전망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계기로 경주를 방문한 게오르기에바 총재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등이 배석했다. 이 대통령은 접견에서 “새 정부 출범 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신속히 해소되면서 한국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4000포인트를 넘어서는 등 국내외 투자자들도 한국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속한 추경 집행 등을 통해 민간 소비 심리가 개선되는 등 경기가 활력을 찾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최근 한국의 소비·수출 등 여러 지표를 볼 때 한국경제가 회복세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내년에는 한국이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의 거시경제 안정성과 정책 추진 속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AI와 디지털 기술의 변화를 가속화해 AI 대전환과 초혁신경제를 구현함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자본이 기업투자와 산업혁신 등 생산적 금융으로 이어지도록 금융·외환시장 선진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면서도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성과 중심으로 재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IMF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며 “한국도 경제 발전 경험을 토대로 저소득·취약국가 지원을 위한 IMF의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에 감사를 표하며, “IMF는 앞으로도 글로벌 거시경제 안정과 포용적 성장 촉진을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화답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경주 APEC] 李대통령, 젠슨 황 접견…GPU 26만장 도입해 ‘아태 AI 허브’ 구축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했다. 이 대통령의 황 CEO 접견은 지난 8월 워싱턴DC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행사 이후 두 달 만이다. 이날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접견에는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 네이버 이해진 의장 등이 함께했다. 이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AI 수도'로 거듭나는 것이 대한민국의 목표"라며 “최근 블랙록이나 오픈AI 같은 글로벌 기업들도 한국을 아태 지역 AI 허브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에 동참하기로 했다. 엔비디아와도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엔비디아가 AI 혁신의 속도를 담당하고 있다면, 한국은 그 속도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최적의 파트너"라며 “양측의 협력이 한국을 넘어 국제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접견에서는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 도입을 포함한 AI 컴퓨팅 인프라 확충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이번 협력 규모는 최대 14조원 규모다.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클라우드는 각 기관별로 5만~6만개의 GPU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한국 내 AI GPU 보유량은 기존 6만5000개에서 30만개 이상으로 늘어난다. 엔비디아는 한국을 아시아의 핵심 AI 인프라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엔비디아는 “새로운 블랙웰 인프라로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AI 리더로 도약할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가 공급할 GPU는 최신형 'GB200 그레이스 블랙웰'과 'RTX 6000 시리즈'로, 업계에서는 GB200의 단가(3만~4만달러)를 감안할 때 총 공급액이 10조~14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협력으로 한국은 '소버린 AI(주권형 AI)' 구축 속도를 앞당기며, 글로벌 AI 생태계의 주요 축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4대 그룹은 엔비디아의 하드웨어뿐 아니라 '옴니버스', '쿠다(CUDA)-X', '네모 트론(NeMo Tron)'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AI 팩토리 구축에 나선다. AI 팩토리는 단순한 데이터센터가 아닌, 지능(Intelligence)을 생산하는 공간이다. 엔비디아는 이를 “21세기의 전기"에 비유하며, AI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로 정의하고 있다. 또 삼성·SK·현대차·네이버 등 주요 기업들도 '피지컬 AI'를 중심으로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피지컬 AI는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 현실 공간에서 인간처럼 시각과 언어를 인식하고 물리적 행동을 수행하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은 엔비디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국내 피지컬 AI 역량 고도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경주APEC] 李대통령 “규제 과감히 정비…韓, 매력적 투자처로 거듭날 것”

이재명 대통령은 31일 “대한민국이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실용적 시장주의에 기반한 규제 혁신과 미래 산업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오찬 행사에서 “협력과 연대를 선도하며 번영의 시대를 열어갈 대한민국의 방향은 분명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를 만들겠다고 국민께 약속했다"며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정비하고 미래 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노력은 국내적으로, 또 국제적으로 병행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글로벌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더욱 신뢰받는 경제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올해 APEC 의장국으로서 서비스, 디지털 경제, 투자 활성화, 구조개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간 합의된 사항들의 이행을 점검하고 변화된 환경을 반영한 새로운 행동계획을 마련했다"며 “이런 노력이 모여 한국 경제는 성장과 도약을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경주는 천년 전에도 연결과 혁신의 도시였다"며 “중세 아랍 지리학자 알 이드리시가 경주를 '황금의 도시'로 묘사했듯, 번영과 성장은 끊임없는 연결과 혁신의 토대 위에 세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아태 지역의 번영과 미래 또한 여러 기업인의 도전정신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며 “여러분이 두려움 없이 더 많이 교류하고 거듭 혁신할 수 있도록 저와 APEC 지도자들은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병헌의 체인지] 협상은 끝났지만 계산은 시작됐다

교착 상태였던 협상이 한순간에 움직였다. 한·미 정상의 건배는 단순한 의례가 아니라 긴 인내의 결실이었다. 외환시장 불안, 산업계의 긴장, 여야의 정치 공방 속에서 한 줄기 돌파구가 열린 것이다. 3 5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숫자와 함께, 우리는 보호무역의 높은 벽을 넘어 또 한 번의 '경제 안보의 줄타기'를 완성해냈다. 그러나 “극적 타결"이라는 말이 끝을 뜻하지 않는다. 이제 본격 시작이다. 협상의 핵심은 단순한 관세율 조정이 아니다. 협상 테이블 위에 오른 것은 우리의 외환 안정, 산업 구조, 대미 투자, 나아가 미래의 기술 주권이었다. 미국은 '전액 현금 투자'를 요구했지만 최종 합의안은 3 500억 달러 중 2 000억 달러 현금, 1 500억 달러 조선업 협력으로 정리됐다. 현금은 연간 200억 달러 한도,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포함됐다. 여기에 투자 손실 방지를 위한 공동위원회 구성, 상업적 합리성 검증, 20년 원리금 회수 조건이 붙었다. '협상'이 아니라 '공학' 수준의 계산이 들어간 타결에 가깝다. 조선업 협력 사업 1 500억 달러는 단순한 산업 지원이 아니다. 미국이 필요로 하는 해양운송·방위 인프라 분야를 한국이 맡아 공동 개발하는 구조다. 현금은 줄이되 산업 동맹을 강화한 것이다. 협상단의 세밀한 전략이 돋보였다. 달러를 지키면서 신산업의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지만 최종합의까지 멀었다. 구체적인 프로젝트 구성, 수익 배분 비율, 원금 보전 방식은 모두 추후 세부 협의로 남았기 때문이다. 완성본이 아니라 '설계도'만 마무리됐다. 추가 협의의 세부 쟁점은 다섯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연간 투자 시기 조정 조건이 있다. 외환시장이 요동칠 때 투자 일정을 얼마나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공동위원회의 구성 방식. 투자 대상을 결정할 실질적 권한이 한·미 어느 쪽에 있느냐는 협상의 핵심 줄기다. 원리금 상환 비율 문제도 상존한다. 20년 안에 회수되지 않을 경우 수익 배분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이 조항은 향후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또 조선업 협력 사업의 보증 구조도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가 보증을 얼마나 떠안고, 민간 기업이 어느 수준까지 참여할지가 시장 신뢰를 좌우한다. 마지막으로 환율 급등 시 긴급 중단 메커니즘이 남아있다. 자본 유출이 현실화될 경우 투자 집행을 얼마나 신속히 제어할 수 있느냐는 외환 방어의 결정적 변수다. 이번 협상의 숨은 뇌관이 이 다섯 축이며 타결의 완성도를 결정할 잔여 과제다. 겉으로는 합의의 틀이 갖춰졌지만, 세부 내용은 이제부터다. 외환·산업·통상·금융이 교차하는 다층 협상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그럼에도 이번 타결이 던지는 의미는 분명하다. 미국 주도의 보호무역주의 속에서도 한국은 자유무역의 잔존 공간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상호 관세율을 15%로 맞춘 것은 일본·EU와 동일한 수준이며, 이는 우리 수출 경쟁력의 방어선이기도 하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25%→15%로 하향되면서 현대자동차·기아 등 주요 수출기업은 숨통을 틔웠다. '15%'는 동시에 새로운 시험대다. 한국 제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10%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세 부담은 여전히 버겁다. 미국 현지 생산이 늘면 국내 투자 여력이 줄고, 일자리의 국내 유지율은 떨어진다. 외교적 성공의 협상일지언정, 산업의 현장은 더 팽팽해질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일본과 EU의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 일본은 인프라 중심의 '제로 리스크 투자', 즉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정부 보증형 프로젝트만 합의했다. 반면 한국은 산업 협력과 시장 개방을 병행했다. 일본은 방어형, 한국은 진출형 모델이다. EU 역시 미국과의 협상에서 관세 상쇄 대신 기술 공동표준 제안을 통해 산업 주도권을 확보했다. 한국은 이번에 자금과 기술, 외교를 동시에 걸었다. 그만큼 리스크와 보상이 모두 크다. 결국 문제는 타결이 아니라 지속성이다. 합의가 단기적 안정을 주는 대신 중장기 부담으로 돌아오지 않으려면, 다음 세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첫째, 달러 유동성 방어선 구축이다. 미국 투자 집행이 시작되면 환율은 즉각 반응할 것이다.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보다 장기 스왑라인 확충 등 구조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산업 리디자인이다. 대미 투자로 빠져나갈 자본만큼 국내 산업에 신산업 펀드를 유입해야 한다. 조선, 반도체, 배터리, AI, 항공 등 핵심 전략산업의 내수 생태계도 단단히 세워야 한다. 셋째, 통상외교의 다변화 속도전이 더욱 절실해졌다. 미국에만 시선을 고정하면 일본·EU, 나아가 아세안 시장의 경쟁력이 무너진다. 시대엔 한발 빠른 다변화가 생존 전략이다. 주목할 것은 반도체 부문의 불확실성이다. 정부는 “우리 측은 반도체 관세에서도 경쟁국인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측 발표는 조금 온도가 달랐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번 합의에 반도체 관세 조정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SNS를 통해 주장했다. 명시적 품목관세 인하는 반도체에 대해 아직 잠정적이며, 품목별 리스크도 여전히 남아 있다. 자동차 관세 인하는 구체화됐지만 “언제부터 적용하느냐"가 정부 절차에 달려 있다는 보완도 존재한다. 양국 발표 간의 차이는 단순한 어휘 차이가 아니다. 이는 산업계에 '신뢰의 시계'를 맞추는 문제다. 미국이 세부 문서 서명 전까지는 관세 부과 조정, 프로젝트 선정, 수익구조 변화 가능성 등을 열어두었음을 의미한다. 반도체가 품목관세 테이블 위에 올라갔다는 사실만으로 호재라 할 수 있지만, 그만큼의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협상 타결은 이제 첫 페이지다. 외환·산업·무역·기술이 교차하는 다층 협상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녹록치 않다. 환율을 지키고, 산업을 재편하며, 통상외교를 재구성해야 한다. 새로운 출발선 위에 서 있는 지금, 한국 경제는 이제부터다.극적인 타결보다 더 어려운 것이, 냉정한 지속임을 알아야 한다.

예상 못한 韓-美 ‘깜짝 합의’…“명분 주고 실리 챙겼다”

“명분을 주고 실리를 취했다." 지난 29일 한국과 미국 정상간 한미 관세협상 세부 합의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평가다. 어차피 미국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작된 협상이다. 한국 입장에선 잘해도 손해, 못하면 '괴멸'인 사면초가 상황이었다. 미국에게 지난 8월 합의했던 금액은 유지해 '명분'을 주는 대신 연 200억 달러 씩 10년간 분할 투자 등 외환시장 보호책을 따냈고 농업 등 민감 분야도 지킬 수 있게 됐다. 일본보다도 좋은 조건이어서 국내외에서도 한국 정부의 외교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아직도 일부 세부 사항을 놓고 양측의 이견이 나오고 표현이 모호한 부분이 있어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은 한계다. 30일 정재계·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한미 관세협상에서 한국이 거둔 가장 큰 성과는 외환시장의 안전장치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한미 양측은 지난 8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3500억달러 대미 투자의 세부 내용을 놓고 협상해 왔지만 교착 상태에 빠져 있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3500억 달러를 전액 현금으로 선불 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국은 외환보유고(약 4200억달러)의 80%에 해당하는 돈을 한꺼번에 줄 수도 없고 준다고 해도 국가 부도에 처한다며 반발해왔다. 양측은 두달여 간의 협상 끝에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연간 최대 200억달러씩 10년간 2000억 달러를 투자하고 나머지 1500억 달러는 조선업 협력(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을 위한 '직접 투자+선박금융 등 간접 투자'를 병행하기로 조율했다. 투자도 한꺼번이 아니라 사업이 진척되는 대로 돈을 보내는 캐피탈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합의했다. 외환 시장이 불안할 때 연간 투자 규모와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정부는 실제 150억~200억 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연간 투자액을 외화 자산 운용 수익, 국책은행의 정부 보증채 발행 등을 통해 국내 외환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초 3500억 달러 투자라는 규모는 지켜 미국의 체면을 살려주는 대신 우리나라의 존망이 달려 있는 외환 시장의 안전성을 보장받는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다. 연간 200억 달러는 최근 한국은행이 '외환 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고 조달할 수 있는 최대 규모'라고 밝힌 액수와 동일하다. 지난 10여년간의 연평균 대중, 대미 무역 흑자 규모, 해외 투자금액과도 비슷하다. 대미 투자금 회수의 안전판을 강화한 것도 이번 협상의 성과다. 일본은 투자처를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하도록 했지만, 우리나라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기로 했다. 즉 미국 상무부 장관이 투자위원회 위원장을 맡되, 한국 산업통상부 장관이 협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상호 합의하에 투자처를 선정하는 구조다. 투자기간도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로 한정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빠른 시일내 송금해야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10년으로 상대적으로 길게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앞으로 약 3년 남아 정치적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마스가를 위한 조선 협력 방식도 부담이 큰 직접 투자 외에 간접 투자도 병행하기로 합의한 것도 나름 성과다. 미국 선사가 새 선박을 발주할 때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선박 금융을 대주는 것을 투자 금액에 포함시킨 것이다. 외환시장의 부담을 더는 한편 우리나라 조선사가 미국 선사의 선박을 수주할 경우 투자금이 결국 우리 조선사로 향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양보한 것도 있다. 투자 수익 분배 방식에서 한국은 당초 투자금 회수 전까지 9대1의 배분 비율을 요구했지만 일본과 같은 5대5로 합의했다. 또 필요성이 제기된 '한미간 통화 스와프'도 장기 분납에 따라 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합의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 개막 직전까지도 모든 국내외 전문가들이 '어렵다'고 전망한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전쟁'과 관련 자국 내에서 물가 인상 등에 따라 큰 반발이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이번 순방에서 성과가 필요했다. 우리나라도 장기간 표류할 경우 경제적·안보적 불확실성이 고조돼 협상을 조기 타결하는 게 이득인 상황이었다. 전문가들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커다란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게 됐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우리 정부가 협상의 틈을 잘 파고들어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을) 넘길 수도 있다는 버티기 전략을 펼친 것이 통한 것 같다"면서 “가만히 놔두면 쌓여야 할 외환 보유고 운용 수익이 빠져나가게 된 것이니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줬을 때를 생각하면 피해를 최소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신들도 비슷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가 “이번 협정이 한국 정부에 큰 안도감을 줄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중요한 외교 정책상 승리(major foreign policy win)"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다만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표현이 모호한데다 구체적인 투자처 결정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조율할 지는 과제다. 양측의 합의안이 최종 명문화되지 않아 일부 항목을 둘러 싸고 '연장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SNS에서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 “한국이 시장 100% 완전 개방에 동의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반도체는 대만 수준의 조건을 보장받았으며,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국내 한 전문가는 “반도체 관세를 일본·유럽연합(EU)과 같은 최대 15%로 확약받지 못했는데 대만은 아직 협상 중인 상황으로 이번 협상의 가장 아쉬운 대목"이라며 “현재 철강, 알루미늄의 미국 관세율이 50%인데, 이로 인해 대미 철강 수출이 올 상반기 11%나 줄어들어는데도 관련 언급이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또 연간 30조원 가량의 자금을 외환시장에서 조달할 경우 중장기적인 환율 인상 압력이 될 수 밖에 없다. 국민의힘 등 야당이 '굴욕협상', '국익훼손'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국회의 승인을 받는 것도 과제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반도체 부활’ 삼성전자, 내년 HBM4로 ‘대반격’

삼성전자 반도체가 올해 3분기 7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메모리사업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회복에 힘입어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전 세계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HBM뿐 아니라 전 제품군에 걸친 '메모리 초호황(슈퍼사이클)'이 시작되면서, 내년에 사상 최대 실적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30일 올해 3분기 매출 86조1000억원, 영업이익 12조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매출 33조1000억원, 영업이익 7조원을 챙겼다. 직전 2분기 4000억원에 그쳤던 DS 부문 영업이익을 18배 가량 크게 늘리며 '화려한 반도체 부활'을 알렸다. 반도체 실적 개선을 이끈 원동력은 HBM 사업 정상화와 범용 D램 가격 상승이었다. 삼성전자는 “HBM3E(5세대) 판매 확대와 DDR5·서버용 SSD 수요 강세로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성능 논란으로 한동안 품질 테스트 벽을 넘지 못했던 HBM3E 제품도 엔비디아에 공급을 개시, 경쟁력 회복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HBM 수요가 공급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모든 고객사에 HBM3E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엔비디아에도 납품을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미 AMD의 AI 칩에 HBM3E 12단 제품을 공급 중이며, 브로드컴·아마존·구글 등 주요 빅테크의 자체 AI 칩 개발 움직임에 맞춰 고객사 다변화도 추진하고 있다고 삼성은 덧붙여 말했다. AI 인프라 확대로 HBM 수요가 급증하자 일반 메모리 공급이 줄면서 전체 메모리 가격이 상승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특히, 지난 9월 들어 범용 D램 DDR4 가격이 DDR5를 앞지르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고, 낸드 시장도 공급난으로 가격 상승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범용 메모리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로선 수익 개선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시스템LSI·파운드리 부문에서도 영업 손실이 완화됐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적자가 올해 3분기 약 1조원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도 콘퍼런스 콜에서 “2나노(나노미터) 대형 고객 수주 등 선단공정을 중심으로 역대 최대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며 “원가 절감과 가동률 개선으로 적자 폭이 대폭 축소됐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2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 양산을 시작했으며, 내년 초 출시될 갤럭시 S26 시리즈에 탑재를 확정했다. 시스템LSI 매출 확대와 파운드리 공장 가동률 상승, 스마트폰 사업부의 비용 절감이 맞물리며 '일석삼조'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내년 HBM4(6세대) 양산에 집중하며 '반격'을 예고했다. AI 투자 확대로 반도체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6세대 10나노급(1c) D램 생산 확대에도 속도를 낸다. HBM4는 업계 유일하게 1c D램 공정과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동시에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콘퍼런스 콜을 통해 “HBM4 개발을 이미 완료해 모든 고객사에 샘플을 출하했으며, 고객 일정에 맞춰 양산 준비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어 “GPU 성능 경쟁이 심화되면서 고객사들이 더 높은 사양을 요구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초기 단계부터 이를 반영해 11Gbps 이상 성능을 저전력으로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3분기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폴더블 스마트폰 신모델 출시 효과와 견조한 플래그십 판매로 매출 48조4000억원, 영업이익 3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신제품 대응과 플래그십 수요 강세로 영업이익 1조2000억원을 달성했다. 하만은 비자 오디오 제품 판매 호조와 전장 사업 확대로 4000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반면 TV(VD)와 생활가전 부문은 경쟁 심화와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1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경주APEC] 트럼프 “韓 핵 추진 잠수함 승인”…상업적 핵 이용 급물살 타나?

지난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요청한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루만에 전격 '승인'했다. 우리나라의 핵연료 재처리 기술 보유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이 뒤따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핵 관련 기술 개발에서 나아가 핵보유까지 우리나라의 핵 관련 안보 지형이 급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핵 대응과 한·미동맹 현대화, 조선·원자력 산업에 파급을 줄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체류 중이던 3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미 군사동맹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한국이 현재 보유한 기동성이 떨어지는 구식 디젤잠수함 대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 허용을 요청한 지 하루 만에 나온 발표다. 핵추진잠수함 개발에는 소형 원자로와 농축우라늄 연료 등 핵심 기술이 필요한데, 미국은 과거 핵확산 우려로 한국의 저농축 우라늄 지원 요청을 거절해온 만큼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은 파격적 조치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적대국이 핵무기로 공격해와도 '최후의 보복'을 가할 수 있는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할 수 있는 길이 열였다. 특히 우리나라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는 북핵 대응이라는 안보적 필요와 한미동맹 현대화라는 전략적 구상, 나아가 조선·원자력 산업 협력과 대중 견제까지 맞물린 다층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평가다. 이미 수십개의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은 올해 5000t급 구축함 '최현호', '강건호'를 진수했으며, 자체 핵잠 건조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핵잠은 핵무기를 탑재하는 전략핵잠수함(SSBN)이 아니라 원자력을 동력으로 쓰며 재래식 탄두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싣는 공격형 잠수함(SSN)으로, 기존 디젤잠보다 잠항·작전 능력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또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한미동맹 현대화'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료 공급을 허용해주시면 저희가 저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 한반도 해역의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공감을 표하고 후속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위성락 안보실장이 전날 전했다. 한미간 조선 협력에도 큰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핵추진 잠수함을 바로 여기 훌륭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며 “미국의 조선업은 곧 대대적인 부활(Big Comeback)을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리조선소는 한미 조선협력의 상징적 거점으로 꼽힌다. 한화그룹이 지난해 12월 인수한 미국 내 조선소로, 지난 8월에는 양국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의 일환으로 50억달러(약 7조원) 추가 투자 계획도 발표됐다. 그러나 지난 14일 중국 상무부가 필리조선소를 포함한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5곳을 제재 목록에 올리며 한미 협력에 강력한 견제구를 던진 바 있다. 또 한반도의 안보 상황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 핵추진 잠수함은 북한의 핵 능력에 대응할 핵심 전력이 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수십 발의 핵폭탄을 실전 배치했으며, 중국과 러시아의 핵잠도 동해와 남중국해에서 은밀히 활동 중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상대국 핵추진 잠수함 출항 시 즉각 공격형 핵잠으로 추적·감시에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작전 능력이 비약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는 평가다. 우리나라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이 성사될 경우, 한미동맹의 위상을 높이는 전기가 되는 동시에 '동맹 현대화'를 내세운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비롯해 더 많은 역할을 한국에 요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운용을 위해선 핵연료 확보가 선결 과제인데, 이를 위해 원자력협정 개정과 핵 연료 재처리 기술 보유가 필수다. 우리나라는 원자력협정에 따라 미 측의 서면 협의 없이는 농축 우라늄(농축도 20% 미만)을 직접 생산할 수 없다. 한·미는 지난 8월 정상회담 전후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의견을 같이했으며,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실질적 협의가 진척되도록 지시해 달라"며 원자력협정 개정 작업의 조속한 착수를 강조했다. 핵 연료 재처리를 통한 농축 우라늄 기술 확보는 군사용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큰 의미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원전에서 사용하고 있는 핵연료들은 현재 모두 수입품인데, 이를 국산화할 경우 막대한 돈을 절약할 수 있다.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게 되면 잠수함뿐 아니라 LNG 운반선·쇄빙선·극지 탐사선·해양플랜트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돼 관련 산업 생태계에 광범위한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민간 선박에 저농축 우라늄을 적용한 추진 체계가 먼저 상용화돼야 하고, 그다음에 파생적으로 핵추진잠수함 등 군사적·비군사적 적용이 따라와야 현실성이 있다"면서 “핵잠수함 확보가 목적이라면 몇 척을 왜 필요한지, 어떤 용도로 쓸 것인지 등 기본적 개념 정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경주 APEC] 트럼프-시진핑 “무역전쟁 봉합”…관세 인하·희토류 합의

글로벌 G2인 미국과 중국이 30일 부산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무역 전쟁의 '봉합'을 합의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유예하고 합성마약 펜타닐 차단에 협력하는 대신 미국은 관세 일부를 인하해주기로 합의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오전 12시 50분부터 부산 김해국제공항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의전시설 '나루마래'에서 약 1시간 40분 동한 회담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두 정상이 단독 회담을 가진 것은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인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년 4개월 만이다.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펜타닐의 미국 유입 방지를 위한 많은 노력을 하기로 했다"며 “(중국에 부과한) '펜타닐 관세'를 20%에서 10%로 10%포인트(p) 인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이후 중국이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합성 마약 펜타닐의 원료를 공급해 캐나다와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대량 유입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2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미국산 대두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고, 미국이 해당 관세를 철회하기 전까지 수입을 재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이날 협상에서 중국은 대두를 비롯한 미국산 농산물을 즉시 수입하기로 약속했다. 특히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을 유지하기로 했다. 최근 발표한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겠다는 것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우리는 희토류에 대한 중국의 수출 통제에 집중했으며, 중국이 공급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로 올해 내내 이어져온 미·중 무역 전쟁이 봉합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멋진(amazing) 회담이었다", “10점 만점에 12점이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대중 관세는 47%로 낮아졌다"며 “우리는 거의 모든 것에서 매우 수용 가능한 형태로 합의를 했다. 많은 결정이 이뤄졌고 남은 것이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관심을 모았던 대만 문제는 회담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양국 정상이 종전을 위한 협력에 뜻을 모았다. 양국 정상은 또 내년 초 재회를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이에 맞춰 시 주석도 미국을 답방하기로 했다. 시 주석의 방미는 플로리다주 트럼프 소유 리조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을 마친 뒤 곧바로 김해공항에 대기 중이던 전용기에 올라 귀국했다. 반면 시 주석은 의전 차량을 타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로 이동했다. 시 주석은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국빈 방문하며, 이재명 대통령과 다음달 1일 회담할 예정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박영범의 세무칼럼] 국세청 모범납세자가 되려면

배우 지진희, 박하선, 이동욱, 박보영 그리고 (주)정현프랜트, (주)탑선, (주)지아이티, (주)부성티에프시, (주)케이비아이텍, (주)성진화학의 공통점은 올해 3월3일 제59회 납세자의 날에 모범납세자상을 받은 납세자이다. 감성코퍼레이선(주), 에스제이듀코(주), 삼진은박, 동산산업(주), (주)이삭, 대한숯툴포장(주), (주)아이드림, (주)대명유통, (주)리베라관광개발, 대원산업(주)도 성실 납세로 모범납세자상을 받았다. 모범납세자는 납세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여 성숙한 납세 문화를 조성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나눔과 상생의 문화 확산에 이바지한 자로 매년 3월 3일 납세자의 날에 포상 또는 표창을 받은 자를 말한다.모범납세자 표창을 받으면 선정일로부터 3년간(지방국세청장 표창, 세무서장 표창은 선정일로부터 2년간) 세무조사를 유예하고, 관세청도 선정일로부터 1년간 관세조사를 유예하고, 순환 조사 대상인 대법인은 우대 기간 내 정기 세무조사 착수 예정이면 조사 시기를 선택할 수 있는데 예전처럼 세무조사를 면제하는 혜택은 없다. 또한 선정 일부터 1년간 업무상 목적으로 철도 이용할 때 승차율에 따라 주중 철도 운임 10%~30% 할인을 제공하고, 선정 일부터 1년간(국세청장 표창 이상) 지방자치단체 공영주차장 · 국립공원 주차장을 무료 이용하며, 소속 임직원을 포함하여 협약된 병원에서 비급여 항목 및 건강검진 등 의료비 할인을 제공하고, 협약된 금융기관에서 대출금리 낮추며, 신용보증기금·SGI서울보증·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보증 한도 우대 및 보증 보험료 할인하며, 국방부·방위청 적격 심사할 때 가점을 부여하는 다양한 혜택이 있다. 모범납세자가 되려면 5년 이상 계속 사업을 영위하고 최근 사업연도의 납부세액이 5천만 원 이상인 법인사업자, 5년 이상 계속 납세 이력이 있고 최근 과세기간의 납부세액이 5백만 원 이상인 개인사업자이지만, 중소·소상공인 사업자로 장기 사업자는 납부세액 기준이 없으며, 40세 미만 10년, 40세 이상 20년 장기 근속한 근로자도 납세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면 모범납세자가 될 수 있다. 모범납세자는 세무서에서 대상자를 찾아서 추천하지만, 국세청 홈택스(hometax.go.kr)를 통하여 연중 수시로 자신을 직접 추천하거나 타인이 상시 추천할 수 있는 국민추천제로 매년 10월31일까지 대상자를 추천하면 이듬해 3월 3일 납세자의 날에 수상받는 모범납세자 선정 대상이 된다. 모범납세자 추천자 중에 정부포상 업무 지침에 따른 추천 제한 기준에 해당하거나, 조세범으로 처벌받은 자, 개별 세법에 따른 과태료 처분을 받은 자, 체납 중 이거나 (사업장, 대표자 모두 포함), 분식회계 기업으로 적발되었거나 통보된 사업자, 신용카드·현금 영수증 미가맹했거나 발급 거부 등 명령 사항 위반으로 일정 횟수 이상 신고 되어 행정지도 받은 자, 증빙·기장에 의하여 신고하지 않은 간편장부 신고자와 추계 결정한 자, 세금탈루 혐의가 있어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자 또는 수입금액 누락·가공원가·가공비용 계상 등으로 신고·납부가 불성실한 자, 그리고 사치·향락·퇴폐 조장 업소, 수사 중이거나 각종 언론보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는 제외한다. 모법납세자에게는 표창장과 함께 모범납세자 증명을 발급하고, 사무실 등에 진열할 수 있는 상징 패를 신청받아 증정하며, 납부 내역 증명에 모범납세자를 표기하여 발행한다. 국세청은 모범납세자에 대한 우대 혜택 부여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여 모범납세자 우대 혜택을 제공받는 후 2년∼3년 동안 사후 검증을 하고 부적격 사유를 확인한 모범납세자는 혜택을 취소한다. 모범납세자 우대 기간에 국세 체납이 있거나, 가짜 세금계산서 교부・수취와 관련하여 경정처분, 조세범 처벌, 수입금액 적출 비율이 일정 비율 이상, 소득금액 적출 비율이 일정 비율 이상, 원천징수 불이행 세액이 일정 비율 이상, 신용카드·현금 영수증 사업자가 지켜야 할 사항 등 고시 위반, 체납처분 면탈자, 명의 위장 이력, 장려금 부정수급 협조, 성실신고 확인서 미제출자, 사업용 계좌 관련 가산세를 부과받거나 낸 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는 모범납세자 선정을 취소하며 우대 혜택을 배제하고 모범납세자 상징 패와 모범납세자 주차 스티커를 환수한다. 모범납세자로 자긍심을 가지고 싶거나 주위의 모범납세자가 있다면 국세청 홈택스에 모범납세자 대상자로 추천하자. 박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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