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선두’ 추미애…남은 보수끼리 ‘진흙탕’ 싸움 [6·3 격전지 분석]

‘경기 선두’ 추미애…남은 보수끼리 ‘진흙탕’ 싸움 [6·3 격전지 분석]

6·3 지방선거 격전지 중 하나로 꼽혔던 경기도지사 선거가 추미애 민주당 후보의 독주 구도로 굳어지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와 조응천 개혁신당 후보가 단일화는커녕 고발전까지 벌이며 '진흙탕 싸움'에 빠진 모습이다. 28일 정치권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판세를 뒤집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에는 추미애·양향자·조응천·홍성규·김현욱 후보 등 총 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지지율을 고려하면 선거 구도는 사실상 추미애·양향자·조응천 후보의 3자 대결로 압축된다. 여론조사에서는 추 후보가 오차범위..

[박영범의 세무칼럼] 주가조작의 끝은 세무조사다

2009년 개봉한 주식 범죄 영화 '작전'에서 조폭 출신의 벤처기업 사냥꾼 황종구는 “대한민국 경제는 내가 돌리는 거야"라며 호기롭게 외친다. 평범한 개미투자자 강현수를 비롯한 작전 세력이 600억 원 규모의 주가조작을 기획했던 이 이야기는 스크린 속 상상으로만 남지 않았다. 2025년 대한민국 주식시장 코스닥에 스스로를 “영화 의 주인공"이라 부르며 판을 짠 실사판 작전 세력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결말은 영화보다 훨씬 씁쓸하고 가혹했다. 새롭게 도입된 '리니언시(자진신고)' 제도로 인해 철석같이 믿었던 동료의 배신을 겪고, 검찰의 구속을 넘어 국세청의 전방위적인 세무조사까지 마주하게 된 대한민국 '리니언시 1호' 주가조작 사건의 전모를 파헤쳐 본다. 이번 사건의 총책 A(구속)는 기업사냥 전문가로 통하며, 영화 속 황종구처럼 작전의 전체적인 판을 짰다. 그는 현직 증권사 부장이었던 B(구속)를 포섭해 실행력을 갖추었고, 재력가 C(구속)와 전주(錢主) D로부터 작전에 필요한 현금 30억 원을 끌어모았다. 이들은 철저하게 역할을 분담하여 기획과 실행을 담당하는 'OO 팀'과 자금 조달 및 바람잡이를 맡은 'O 패밀리'라는 두 개의 조직으로 움직였다. 이들이 먹잇감으로 삼은 곳은 코스닥 상장사 '가' 기업이었다. 이곳은 최대 주주 지분율이 45%로 높아 시중에 유통되는 물량이 적은 전형적인 '품절주'였다. 게다가 총책 A는 2대 주주의 보유 주식 17%에 대한 매수 권한(속칭 '모찌')까지 미리 확보해 두었다. 즉, 유통 물량을 완벽히 통제해 적은 자금과 거래량만으로도 주가를 쉽게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범행의 시작은 대담했다. 재력가 C와 전주 D는 시세조종에 쓸 현금 30억 원을 여행용 캐리어에 꽉꽉 채워 담아, 수십 개의 차명 계좌 및 대포 폰과 함께 선수 B가 일하는 증권사 사무실로 직접 배달했다.준비를 마친 이들은 2025년 1월 14일, 전일 종가 1,926원이던 주가를 단숨에 상한가인 2,490원으로 끌어올리며 작전의 서막을 열었다. 이후 거래량을 평소의 400배까지 폭증시키며 집중적인 통정매매(서로 짜고 치는 매매)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총책 C는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시장에 허위 호재를 퍼뜨리는 속칭 '펄 붙이기' 작업으로 개미투자자들을 유혹했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주가를 7,000원 이상으로 띄운 뒤, 고점에서 개미들에게 차명 주식을 모두 떠넘기고 수익을 반씩 나누는 것이었다. 실제로 주가는 한때 장중 4,105원까지 폭등하며 이들의 탐욕을 채워주는 듯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범죄 카르텔은 2025년 3월 14일, 공범 중 한 명의 '배신'으로 주가가 갑자기 하한가로 곤두박질치며 흔들리기 시작한다. 다급해진 이들은 무너진 주가를 살리기 위해 전직 축구선수 출신의 시세조종 선수 F를 긴급 영입해 2차 주가 부양을 시도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의 숨통을 끊어놓은 결정타는 2024년 1월 새로 도입된 '시세조종 리니언시(자진신고자 형벌 감면) 제도'였다. 주가조작은 철저한 점조직 형태로 이루어져 내부 고발 없이는 적발이 매우 어려운데, 이 제도가 시행되자마자 대검찰청에 '1호 자수자'가 등장한다. 공범의 자수를 단서로 수사에 착수한 서울남부지검 합동수사부는 불과 2개월여 만에 작전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배신과 역습을 거듭했던 것처럼, 현실에서도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조직원들이 서로를 밀고하며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결국 이들이 차명 계좌로 굴린 289억 원 규모의 거래와 부당이득 14억 원은 백일하에 드러났고, 총책 3인방은 줄줄이 구속되었다.주가조작 세력에 대한 검찰의 수사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주가조작 세력의 범죄 수익을 뿌리째 뽑으려는 국세청의 전방위적인 세무조사가 시작되었다. 최근 국세청은 “코스피 7,000시대, 코리아 프리미엄 안착"을 목표로 내걸고, 주가조작 세력을 포함한 불공정 탈세자 31명에 대해 전격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이들이 벌어들인 '검은돈'을 추적하며 한층 교묘해진 '터널링(Tunneling, 회사 이익을 빼돌리는 행위)'과 '자산 편취' 수법을 정밀하게 조사하고 있다. 주가조작으로 얻은 이익을 합법적인 이익으로 위장하기 위해 사주 배우자 명의의 유령 회사를 세워 일감을 몰아주거나, 회사의 공금을 사주 일가의 고액 급여로 둔갑시켜 사적으로 유용하는 행위 등이 주요 적발 대상이다. 국세청은 부당이득은 물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탈루 세액을 끝까지 추징하고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을 밝혔다. 과거의 주가조작이 단순히 솜방망이 형사 처벌이나 벌금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검찰의 신속한 구속 수사, 리니언시 제도로 인한 조직의 내부 와해, 그리고 국세청의 전방위적 세무조사와 세금 추징이라는 '삼중 철퇴'가 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신설된 범죄수익환수부를 통해 범행에 사용된 종잣돈까지 끝까지 추적해 동결하고 있으며, 국세청은 불공정 자본 거래를 시장 질서 파괴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한 세무조사로 돈줄을 완전히 옥죄고 있다. 영화 의 결말은 주인공의 통쾌한 한탕이었을지 모르나, 현실판 작전 세력이 마주한 마무리는 차가운 구치소와 텅 빈 통장뿐이다. 서민 투자자들의 피눈물을 쥐어짜 낸 범죄는 반드시 패가망신으로 이어진다는 평범한 진리가 사법당국과 과세당국의 흔들림 없는 공조를 통해 명백히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ekn@ekn.kr

[속보] 한은, 올해 물가 전망 2.7%로 높여…성장률 2.6%로 ↑

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7%로 상향 조정했다. 한은은 28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연 후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2월에 발표한 전망치는 2.2%로 이보다 0.5%포인트(p) 높아졌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 영향이 반영됐다.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3%로 제시했다. 기존(2.0%) 대비 0.3%p 상승한 수치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0%에서 2.6%로 올려 잡았다. 내년 성장률은 2.1%로 전망했다. 기존 1.8% 보다 0.3%p 올라갔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임협 타결’ 삼성전자, 성과급 후유증 극복 ‘발등의 불’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에 극적으로 합의하며 '임금협상 고비'는 넘겼지만 앞으로 후유증을 극복하는 데도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디바이스경험(DX) 직원들의 반발을 잠재우고 내부 결속력을 다지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회적 합의'도 이끌어내야 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주주들은 영업이익과 연동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소송전을 예고한 상태다. 회사 성장에 기여한 협력 업체들의 반발을 잠재우는 것도 과제다. 27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경기도 용인시 The UniverSE에서 노동조합 공동교섭단과 '2026년 임금협약 조인식'을 진행했다. 삼성전자와 공동교섭단은 지난 20일 임금협약 잠정 합의안을 극적으로 도출해냈다.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 일정을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이에 따라 22일 오후 2시부터 이날 10시까지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찬성률 73.7%로 최종 가결됐다. 투표율은 95.5%였다. 여명구 삼성전자 부사장은 “이번 임금협약 타결을 시작으로 노사가 한 마음이 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쓰겠다"며 “끝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진정성 있게 교섭에 임해준 노조와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이번 임금교섭 과정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노사가 장기간 대화와 논의를 이어간 끝에 의미 있는 합의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삼성전자 직원들의 근로조건 개선과 권익 향상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우리 경제를 뒤흔들었던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다. 다만 '정상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실정이다. 우선 내부 결속력을 다지는 작업이 필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찬반 투표에서 초기업노조와 2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투표 찬반 비율은 큰 격차를 보였다. 초기업노조에서는 80.6%(4만4606명)가 찬성한 데 비해 전삼노에서는 21.1%(1536명)만 찬성표를 던졌다. DX 직원 대부분이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합의안에 따라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직원은 1인당 최대 6억원가량을 받지만 DX 구성원은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만 받을 가능성이 높다. 노노 갈등도 예정돼 있다. 이번 임금협상 내용을 두고 회사 3대 노조인 동행노조에서는 일찍부터 반발 기류가 나타났다. 동행노조는 노사간 대화 과정에서부터 공동교섭단을 탈퇴하며 '기권표'를 던졌다. 동행노조는 찬반투표 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데 이어 향후 투표 무효 확인 소송 등 법적 대응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주주들 역시 반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이날 낮 12시 20분께 경기 수원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사전 할당하는 것은 상법상 배당 절차를 거치지 않은 위장된 위법 배당"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영업이익은 법인세 등 조세를 공제한 뒤 비로소 분배 대상이 되며 세후 단계에서도 상법 제462조 제1항이 규정한 배당가능이익 산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회사 자금의 외부 유출은 주주총회 결의 사항이지 노사 자율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주운동본부는 동행노조가 제기한 찬반투표 중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온 이후 잠정합의안 성과배분 부분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또 국민연금공단 등 기관투자자에 '스튜어드십 코드'이행을 촉구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 진행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협력 업체들과 '상생'에 대한 해법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반도체 생산 관련 일을 하는 회사 구성원들 사이에서 '성과급 투쟁'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노사가 협의해 협력업체와 상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일부 관계자들이 강경 투쟁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어 보인다. 사측은 일단 향후 5년간 총 5조원을 만들어 '상생 및 건전한 생태계 조성'과 '미래 인재 육성'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사장단은 이날 노사 임금협상 최종 타결 관련 입장문을 내고 “삼성의 성장과 성과가 저희 임직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선순환될 수 있도록 사회적 책임도 더 강화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장단은 “2·3차 중심의 중소 협력사 지원과 산업재해기금 조성, 취약계층과 영세자영업자를 위한 포용적 금융 확대, 인공지능(AI) 인재 육성을 위한 산학협력, 청소년 교육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기여 방식은 이사회와 준법감시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르포] “선거 특수요? 옛말이죠”…현수막 골목, ‘대목’이 사라졌다

27일 80여 개 인쇄소가 밀집한 서울 중구 충무로 인형동 1가 일대. 이 골목은 선거철만 되면 현수막과 포스터를 뽑아내는 기계 소리가 밤낮으로 이어지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날 찾은 상가 곳곳에 슬레이트가 쳐진 채 문을 닫은 곳과 공실이 대부분이었고, '임대문의' 현수막만 몇 장 붙어 있었다. 골목 안쪽 인쇄 공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열다섯 평 남짓한 공간에 인쇄기계 3대가 놓여 있었다. 작동 중인 기계는 한 대뿐이었다. 출력 중인 현수막이 기계 하부를 스치는 소리, 기계가 덜커덕거리는 소리, 한쪽 낡은 나무 작업대 앞에서 재봉틀을 돌리는 소리만 들릴 뿐 공장 안은 적막했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인쇄업체를 운영해온 사장 윤주철(68)씨는 “원래 여기가 다 인쇄 사무실이었는데, 지금은 60퍼센트나 남아있으려나. 20년 사이 거의 다 망해서 나갔다"며 “이건 사실상 사양산업"이라고 잘라 말했다. 6·3 지방선거를 7일 앞두고 찾은 충무로 인쇄골목은 선거 특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침체에 빠져 있었다. 업계에서는 매년 선거철을 '대목'으로 여겨왔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그 공식이 깨진 지 오래다. 인쇄 수요 자체가 쪼그라들었다. 후보와 정당들이 수천만 원을 들여 현수막과 포스터를 찍어내는 대신 유튜브와 SNS로 공약을 알리는 방식이 굳어진 탓이다. 대형 현수막 업체 부사장 김모(63)씨는 “요즘은 휴대폰으로 홍보를 많이 하니까 현수막을 안 하려 한다"며 “전에는 선거만 되면 공장이 모자라 다른 공장까지 빌려 돌렸는데 지금은 있는 공장이 겨우 돌아간다"고 했다. 인근에 있는 한 인쇄업체사장도 “인쇄업이 디지털·온라인 쪽으로 빠지면서 필드에서 직접 물건을 만들어내는 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의 판세도 현수막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창환 장안대 정치학과 교수는 “선거 결과가 어느 정도 예측되는 선거가 많다 보니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현수막으로 선거 운동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 안 하는 것"이라며 “지방선거 경쟁률이 낮아진 영향도 있고, 군소 정당 후보가 많지 않은 것도 원인"이라고 했다. 남은 일감마저 대형 업체로 집중되면서 영세 인쇄소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정치권 인맥을 갖춘 업체나 초저가 공장형 업체가 선거 물량을 독식하고, 일반 영세 업체들은 선거철에도 한두 건 겨우 받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을지로에서 인쇄업을 40년째 해온 인쇄업체 사장 김모(68)씨는 “15년 전에는 국회의원 후보 한 분을 맡아 선거 인쇄물을 다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들어오지 않는다"며 “지난 선거 때는 아예 주문을 못 받았고 이번에 시의원·구의원 건 두 개 겨우 했다"고 했다. 을지로에 있는 인쇄업체 사장도 “선거 때 작은 업체에서 밤새 작업해봤자 몇 장이나 하겠냐"며 “하룻밤에 수백 장 하는 큰 업체들이 있으니 일감이 안 넘어온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가 압박까지 가중되고 있다. 현수막 원단은 폴리프로필렌(PP)·폴리에틸렌(PE) 등을 원료로 하는데, 나프타 수급 불안정 탓에 가로 5m·세로 90㎝ 기준 원단 단가가 기존 6만 원 선에서 8만~9만 원까지 뛰었다. 제작비가 올랐지만 판매 단가는 제자리여서 사실상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34년째 인쇄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9)씨는 “원래 현수막은 마진을 10~20퍼센트밖에 못 보는데 나프타 값이 20~30퍼센트 뛰면 원자재 값에서 마진이 사라진다"고 했다. 을지로 토박이로 35년째 현대광고기획을 운영하는 정모(65)씨도 “원자재 값은 올라도 물건 값은 못 올려 마진을 거의 못 본다"고 푸념했다. 단가를 올리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온라인 대형 업체의 저단가 공세다. 인쇄업 40년 경력의 인쇄업체 사장 오모(71)씨는 “미터당 7000~8000원은 받아야 운영이 되는데 지금은 5000원밖에 못 하니 운영 자체가 안 된다"며 “온라인 업체가 다 죽여놓은 것"이라고 했다. 31년째 인쇄업체를 운영하는 조모(68)씨도 “마진을 생각하면 미터당 만 원은 받아야 하는데 그나마 8000원 겨우 받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인쇄업체 관계자는 “원래 미터당 4000원인데 계속 그 값으로 받고 있다"고 했다. 5년 새 매출이 30~40퍼센트 줄었다는 조씨는 “전에는 영업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어서 일감을 물고 왔는데 지금은 그런 중간 업자도 없다"며 “지금 을지로는 옛날 을지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박서현 인턴기자

“증시 불장인데 왜 줄었나”…순대외금융자산 1300억달러 증발

국내 증시 강세로 외국인 보유 주식 가치가 급증하면서 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 규모가 두 분기 연속 축소됐다. 지난해 처음 달성했던 '순대외금융자산 1조달러 국가' 지위도 유지하지 못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순대외금융자산은 7536억달러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8857억달러)보다 1321억달러 감소한 규모다. 감소 폭은 역대 두 번째 수준이다. 순대외금융자산은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에서 대외금융부채를 제외한 수치다. 이번 감소는 해외로 나간 자산 증가세가 둔화된 반면 외국인의 국내 투자 가치가 크게 불어난 영향이 컸다. 실제 1분기 말 대외금융자산은 2조8826억달러로 전 분기 대비 150억달러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해외 직접투자는 증가 흐름을 이어갔지만 글로벌 증시 조정과 금리 상승 여파로 해외 증권자산 평가액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금융자산은 주가 상승 영향으로 크게 늘었다. 1분기 말 대외금융부채는 2조1290억달러로 전 분기보다 1471억달러 증가했다. 특히 외국인의 증권투자 잔액은 1조4729억달러로 1083억달러 급증했다. 외국인 순매도 기조가 이어졌음에도 국내 증시 상승으로 주식 평가액이 확대된 결과다. 우리나라는 2024년 4분기 순대외금융자산이 사상 처음 1조달러를 돌파했지만, 이후 감소세로 전환되며 약 1년 만에 다시 1조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다만 한국은행은 해외 자산 자체는 여전히 증가 흐름을 유지하고 있고, 기업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도 긍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대외건전성 지표는 일부 악화했지만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1분기 말 기준 대외채권은 1조1399억달러로 직전 분기보다 33억달러 줄었고, 대외채무는 7744억달러로 42억달러 증가했다. 이에 따라 순대외채권은 3655억달러로 76억달러 감소했다. 준비자산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43.3%로 전 분기보다 1.4%포인트 상승했고, 전체 대외채무 가운데 단기외채 비중도 23.7%로 0.4%포인트 높아졌다. 다만 당국은 단기외채 증가를 과도하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 과정에서 발생한 원화예수금과 미지급금 증가가 단기외채 확대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이는 구조적으로 일시적 성격이 강한 자금이라는 의미다. 정부도 단기 순대외채권 규모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단기외채 비중 역시 과거와 비교하면 안정적인 수준이라며 급격한 자금 유출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와 주요국 통화정책, 지정학적 변수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외환, 대외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이슈&인사이트] ‘삼전닉스’ 성과급 사태가 남긴 것

이강윤 정치평론가 대통령까지 참전하는 등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갈등과 사회적 논란이 뜨거웠다(삼성전자는 노조원 찬반 투표중). 성과급 찬-반 논거는 사회적 공공성과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몇 가지 숙제를 드러냈다. 성과급 찬성론의 핵심은 정당한 보상과 경쟁력 강화다. 초과이익의 기여도 별 배분은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라는 주장이다. 성과급이 내수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선순환에 기여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반면, 반대론은 산업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한다. 반도체는 불황과 호황 주기가 뚜렷한 고변동성 산업이므로 호황기 수익을 성과급으로 소진하기보다 R&D-시설투자 재원으로 유보해 장기적 경쟁력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또, 대기업이 이익을 독식하면 중소협력업체들과의 격차가 심화돼 후방산업생태계가 부실해지고, 주주 가치가 훼손된다는 점도 강조한다. 찬성론은 사회적 연대 관점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극단적 심화와 사회적 위화감 조성이다. 둘째, 산업생태계의 낙수효과 차단이다. 대기업의 초과이익은 낙후된 환경을 감내한 협력업체들의 희생 위에서 가능했다. 이익을 대기업 임직원만 독식한다면 협력업체에 돌아갈 단가 인상이나 기술지원재원이 줄어들어, 결국 경제의 허리인 중소기업을 고사시키고 국민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 반면, 노조의 성과급요구를 집단이기주의나 투자방해요인으로 몰아부치는 비판론 역시 다음 두 가지 점에서 보듯 자본편향적이며 현실을 왜곡하는 한계를 가진다. 첫째, 노동가치의 정당한 대우와 소득주도성장 기여에 대한 부정이다. 비판론은 기업이익을 자본과 주주의 전유물로만 취급하며 노동생산성의 가치를 과소평가한다. 노동자가 성과를 보상받아 가계소득이 늘어나면 세수증대와 내수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둘째, 경영적 책임전가의 오류 문제가 지적될 수 있다. 중소기업과의 격차나 투자재원부족의 책임을 노조의 성과급 요구 탓으로 돌리는 건 경영진과 정부의 정책적 태만을 은폐하는 논리로 사용되기 쉽다. 협력사 상생과 미래투자는 경영전략으로 풀어야 할 숙제이지 노동자에개 희생을 강요할 명분이 될 수 없다. 이상에서 보듯, 성과급 논란은 분배정의와 성장잠재력의 균형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다. 국민 전체가 상생하는 경제를 위해서는 노동자의 정당한 보상권리를 인정하되, 초과이익의 일부를 '사회연대기금'이나 '상생기금'으로 출연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절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노사 모두 공공성이라는 열린 시야를 가질 때 비로소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물을 떠난 물고기는 없기 때문이다. 1인당 성과급이 6억원 선이 아니라 6천만원 정도였다면 아마 이렇게 뜨겁게 달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성과급 논란과 진통을 금액으로 치환하면 문제는 제 자리고 논란은 도돌이표다. 삼전닉스는 현재 세계 1류 회사들이지만, 대한민국 경제생태계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영위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 회사 직원들 노력으로만 커온 게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성과급 성격과 국민경제 순환고리 차원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음지전 양지변'은 경제활동의 오랜 경험치이자 경험칙임을 논란 참여자 모두가 인식해야 할 것이다. bienns@ekn.co.kr

[기획]전국 1위가 만든 변화…봉화군, ‘에너지 자립 농촌’ 새 시대 연다

태양광 보급 전국 최고…산간 농촌의 대전환 시작되다 봉화=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경북 북부 산간지역인 봉화군이 대한민국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새로운 성공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지역소멸 위기라는 농촌의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는 지방 소도시가 오히려 에너지 전환 시대를 선도하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봉화군은 최근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 분석 결과, 인구 대비 자가용 태양광 보급률에서 전국 군 단위 지자체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경북 도내 1위를 넘어 전국 82개 군 지역 중 최고 수준의 성과를 거두며 명실상부한 '에너지 자립 선도 도시'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특히 이번 성과는 단순히 발전 설비 숫자를 늘린 결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외부 대기업 중심의 무분별한 개발이 아니라 군민들이 직접 주택 지붕과 유휴 공간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고 전기료 절감 혜택을 체감하는 '생활 밀착형 에너지 복지 정책'이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6년간 318억 투입…“군민이 체감하는 에너지 복지" 완성 봉화군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군 전역을 대상으로 촘촘하게 추진된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사업'이다. 군은 지난 2021년 봉화읍을 시작으로 물야면과 춘양면, 봉성면과 법전면, 명호면과 상운면, 소천면과 석포면, 재산면까지 단계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왔다. 현재는 사실상 전 행정구역을 대상으로 신재생에너지 보급 체계를 구축했거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6년 동안 투입된 사업비만 318억 원에 달하며, 누적 보급 규모는 3천200여 개소를 넘어섰다. 농촌지역 특성상 난방비와 전기료 부담이 큰 주민들에게는 실질적인 생활비 절감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민 만족도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향후 사업 신청 접수 과정에서는 1천200개소가 넘는 신청이 한꺼번에 몰리며 주민들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봉화군은 재정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도 에너지 복지 체감도를 더욱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지역에서는 “예전에는 태양광을 일부 농가만 설치하는 시설 정도로 인식했지만, 이제는 생활비를 줄이고 에너지 부담을 덜어주는 현실적인 정책으로 자리잡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풍력·양수발전까지…대규모 에너지 인프라 구축 가속 봉화군은 소규모 생활형 태양광 보급을 넘어 대규모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석포면 오미산 일대에 조성된 대형 풍력발전단지다. 국내 육상 풍력 가운데 최대 규모 수준인 60MW급 설비가 상업 운전에 들어가면서 연간 봉화군 전체 전력 사용량의 상당 부분을 청정에너지로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소천면 일원에는 약 1조 7천억 원 규모의 양수발전소 유치까지 확정됐다. 500MW급 대형 국책사업인 양수발전소는 향후 국가 전력 안정성 확보와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봉화군은 단순히 발전시설만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과 기업, 지자체가 함께 이익을 공유하는 '주민참여형 상생 모델'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반복됐던 외부 자본 중심 개발 갈등과 달리, 주민들이 사업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혜택을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 봉화군 에너지 정책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꼽힌다. ▲“전기 생산이 곧 마을 소득"… 햇빛소득마을 본격 추진 봉화군은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가 주민이 직접 에너지 생산의 주체가 되는 '햇빛소득마을' 사업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단순한 전기 생산 개념을 넘어 마을 공동체가 발전 수익을 공유하며 새로운 농촌 소득 모델을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군은 입지 조건과 주민 참여 가능성, 전력 계통 연계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경쟁력 있는 마을을 우선 선정하고 사업 준비에 들어갔다. 특히 마을 단위 수익 구조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경우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봉화군은 주민 설명회와 컨설팅, 사업계획 수립 지원 등을 통해 단순한 공모사업이 아니라 실제 지속 가능한 농촌 에너지 모델로 안착시킨다는 계획이다. ▲농사와 발전을 함께… 영농형 태양광 미래 가능성 주목 봉화군은 농림축산식품부 정책과 연계한 영농형 태양광 사업에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사를 지으면서 동시에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미래 농촌 에너지 전환의 핵심 모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농지 훼손 우려와 제도적 보완 과제도 있는 만큼 봉화군은 실증 연구와 현장 검토를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미 태양광 보급 정책을 통해 주민 신뢰도를 확보한 만큼 향후 영농형 태양광 분야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안팎에서는 봉화군 사례가 단순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넘어 지방소멸 대응 전략과 농촌 미래산업 모델까지 함께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선 8기 성과 넘어 민선 9기 미래 비전으로" 봉화군의 이번 성과는 단기간에 만들어진 결과물이 아니다.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고민하며 주민 참여형 에너지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온 민선 8기의 정책 방향이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군비를 과감히 투입하면서도 주민 체감형 복지 정책으로 접근한 점이 정책 성공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봉화군은 앞으로도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태양광 보급 확대와 햇빛소득마을, 영농형 태양광 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대한민국 대표 에너지 자립 농촌 모델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군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성원이 있었기에 전국 최고 수준의 성과를 만들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정책의 지속성과 내실을 바탕으로 봉화군을 대한민국 미래형 농촌 에너지 정책의 대표 모델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이슈&인사이트] 스타벅스, 정용진 사과는 불필요하다

2024년 세월호 참사 10주년에 맞춰 출시된 스타벅스 코리아의 '사이렌 클래식 머그' 이벤트와 2026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진행된 '탱크데이' 마케팅을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의 과거 극우적 행보와 연결지어 일각에서 '도그 휘슬(Dog Whistle)'로 보는 모양이다. 가능한 얘기다. 한국 소비자에게 생소할지 모르지만 현대 마케팅 이론에 '브랜드 액티비즘(Brand Activism)'이란 것이 있다. 기업이 환경, 인권, 정치 등 민감한 사회적 의제에 적극적으로 특정한 입장을 밝히고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정치적 중립하는 게 일반적이라면, 자사의 가치관을 명확히 함으로써 신념을 공유하는 소비자를 강력한 팬덤으로 확보하려는 취지다. 물건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가치 또한 팔겠다는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미식축구 선수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나이키나, 환경 보호를 위해 정치적 로비도 서슴지 않는 파타고니아가 대표적이다. '브랜드 액티비즘'은 개념상 진보ㆍ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기업이 보수적 가치나 나아가 극우 성향을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삼고자 한다면 그것은 기업의 자유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보여준 방식은 '브랜드 액티비즘'보다는 '도그 휘슬'에 가까워 보인다. 대중 앞에서는 중립적인 척하면서, 뒤로는 음습한 코드를 심어 특정 비극을 냉소하고 조롱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일자마자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관계자를 중징계하며 고개를 숙인 것도 비굴해 보인다. 신념의 표출이 아니라 야비한 '증오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반증이다. 진정으로 우파 혹은 극우의 가치를 지향한다면 차라리 비겁한 암호 놀이를 멈추고 당당하게 극우 기업임을 표명해야 한다. 구차하게 사과할 필요도 없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자신들의 왜곡된 시각을 공식 경영철학으로 내걸고, 이에 따른 시장의 평가, 나아가 사회적 단죄를 정직하게 감내하면 될 일이다. 신념을 밝힐 용기는 없으면서 약자나 역사의 상처를 조롱거리로 소비하는 음지의 놀이문화를 기업 마케팅에 슬그머니 이식하는 행태는 가장 저질스러운 장사치에서나 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SNS를 통해 “대한민국 공동체와 기본적 인권, 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라고 직격한 것은 그러므로 국가 지도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정당한 비판이었다. 5·18 민주화운동과 세월호 참사는 정파적 사안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합의한 헌법적 가치이자 보편적 인권의 문제다. 이것을 조롱과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반역사적 행태에 대해 국가 원수가 분노를 표하고 도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부 부처 차원에서 스타벅스 모바일 상품권 제공을 중단하는 등 불매 방침을 선언한 것은 부적절한 처사다. 정부는 시장을 규율하고 정책을 집행하는 주체이지, 감정에 따라 불매운동을 주도하는 소비자가 아니다. 정부는 반역사적 행태를 날카롭게 비판하되, 실질적인 행정적 처벌이나 규제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공정하게 집행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 행정부의 역할을 해야지 소비자로 처신하면 안 된다. 구매를 거부하고 기업을 퇴출하는 시장의 영역은 시장의 주인인 소비자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기업도 상품화 과정에서 당연히 정치적 목소리를 담을 수 있다. 그러나 정직하게 광장으로 나와야 한다. 안타깝게도 스타벅스 코리아의 이번 사건은 혐오와 보편적 인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담았기에 '브랜드 액티비즘'이라 하기도 힘들다. 결국 이 모든 사달은 정 회장의 천둥벌거숭이 행태에서 비롯한 만큼 정 회장이 물러나는 게 회사로선 최선이다. 그럴 리 없으니 차선은 소비자에서 찾아야 하나? 다행히 한국에서 발에 치이는 게 커피숍이다. bienns@ekn.co.kr

“오르면 2배, 떨어지면 더 위험”...삼성·하이닉스 ‘레버리지’ 주의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각각 두 배로 따라가는 초고위험 투자상품이 국내 증시에 상장을 앞두면서,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 보호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오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출시되는 것과 관련해, 투자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이 상품은 기초자산의 일간 등락률을 ±2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돼, 변동성이 큰 반도체 대형주 흐름에 투자 성과가 크게 좌우되는 구조다. 당국은 이 상품이 장기 보유형 투자수단이 아니라 단기 거래를 전제로 설계된 고위험 파생 성격의 상품이라고 규정했다. 개별 기업의 실적 변화나 글로벌 반도체 업황에 따라 수익과 손실이 동시에 크게 확대될 수 있는 만큼, 투자 경험이 부족하거나 손실 감내력이 낮은 투자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상품 구성은 ETF와 ETN으로 나뉜다. 총 8개 운용사가 발행하는 상장지수펀드 16종이 포함되며, 이 가운데 대부분은 상승 방향을 추종하고 일부는 하락 방향에 베팅하는 구조다. 여기에 미래에셋증권이 발행하는 정방향 상장지수증권 2종도 함께 편입된다. 명칭 혼선을 막기 위한 규제도 적용된다. 일반 ETF와 동일한 인식이 생기지 않도록 상품명에서 'ETF' 표기를 금지하고, 대신 '단일종목'이라는 표현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구조적 위험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일별 수익률을 기준으로 배수가 적용되는 만큼 주가가 등락을 반복할 경우 실제 수익률은 단순 계산과 달라지며, 이 과정에서 자산 가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음의 복리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기초자산이 일정 기간 동안 20% 하락한 뒤 다시 20% 상승해도 원금이 회복되지 않고 손실이 남는 구조이며, 레버리지 상품에서는 이 손실 폭이 더욱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특정 종목에 투자 수요가 집중되면서 호재나 악재, 실적 발표 시점에 따라 자금이 급격히 유입·유출되는 쏠림 현상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 경우 시장 가격과 실제 가치 간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도 함께 제기됐다. 투자자 진입 요건도 강화된다. 해당 상품에 참여하려는 신규 투자자는 최소 1000만원의 기본예탁금을 맡겨야 하며, 일반 교육과 심화 교육 각 1시간씩 총 2시간의 사전 교육을 이수해야만 거래가 가능하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파업 막았더니 후폭풍”...삼성 계열사, 보상체계 흔들린다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극적으로 잠정 합의에 도달했지만, 후폭풍이 삼성그룹 계열사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반도체(DS) 부문에 신설된 '특별경영성과급' 제도가 공개되자 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삼성전기 등 주요 계열사 내부에서는 “왜 우리만 빠지느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은 이미 올해 초 2026년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노사가 지난 20일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을 골자로 한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협상판을 다시 짜야 한다"는 요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잠정합의안의 핵심은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이다.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300조원을 달성할 경우, 메모리사업부 직원(연봉 1억원 기준)은 특별경영성과급 약 5억5000만원에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을 합쳐 총 6억원 안팎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적자가 예상되는 시스템LSI·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부도 DS 공통 재원(40%) 배분 구조에 따라 특별경영성과급만으로 최소 1억6000만원을 수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공통 OPI까지 더하면 2억원을 웃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적자 부서도 억대"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계열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허탈감과 박탈감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평소 삼성전자에 비해 처우가 뒤떨어진다는 의미로 '삼성후자(後者)'라며 자조해 온 계열사 직원들의 불만이 임계점에 달한 것이다. 실제로 올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의 임금 인상률은 각각 6.2%, 4.0%, 5.9%로 삼성전자(6.2%)와 비교해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다. 성과급 산정 방식 자체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 DS부문은 OPI 제도(최대 연봉의 50%)의 산정 기준을 기존 경제적 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 10%로 바꾸기로 합의했으나, 계열사들은 여전히 EVA 기준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과거 흑자를 내고도 OPI 비율이 낮았던 계열사일수록 반발 기류가 강하다. 삼성전기의 경우 2023년 6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OPI 지급률이 연봉의 1%에 그쳤다. 신입사원 초봉 기준으로 약 50만원 수준이다. 이후 2024년과 2025년에도 OPI 지급률은 5∼6%로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올해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영업이익 1조5000억원 안팎의 최대 실적 달성이 예상되는 만큼, 성과급 확대 요구가 더욱 거셀 것으로 관측된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직격탄으로 지난해 OPI '0'을 기록한 삼성SDI도 적자 사업부까지 챙기는 삼성전자와 비교해 내부 동요가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계열사별 노사 간 성과급 제도 개편 논의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올해 하반기 성과급 대체 보상제도 도입 등을 사측과 협의할 계획이다. 삼성전기도 OPI 산정 방식을 EVA 20% 또는 영업이익 10%로 변경하기 위한 임직원 의견 수렴에 나설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삼성전자 사례가 그룹 전반의 노사 지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파업 압박을 통한 요구 관철' 사례가 이어지면서 계열사 노조들도 조직 확대와 연대 움직임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파업에 돌입한 뒤 현재 준법 투쟁을 이어가고 있고,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파업 위기를 피하기 위해 기존 3.0%였던 임금 인상률을 4.3%로 높여 교섭을 타결한 바 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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