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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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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식 주택공급 방안, 실현 가능성 있을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12.30 16:42

전문가들 "재건축 등 정비사업과 병행해서 다양한 수요층 고려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윤민영 기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도심 내 수십만 가구의 주택 공급을 위해 역세권, 준공업지역, 빌라촌을 공공재개발 형태로 고밀 개발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역세권이나 빌라촌의 경우 소규모 단위 정비가 가능해 난개발, 준공업지역의 경우는 관련 사례가 드물며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방안이 서울 도심 내 주택 수를 늘릴 수는 있지만 한계가 있고, 다양한 수요층을 아우르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재건축·재개발 등의 정비사업과 적절히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0일 정부와 당정에 따르면 변 장관은 설 전에 서울 도심 내 주택공급 방안을 담은 25번째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해당 방안에는 기존 아파트에 대한 정비사업 완화가 아닌, 준주거·비주거 지역의 공공재개발 방안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서 재건축과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제외하고는 주택 공급량을 대규모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정비사업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다 인근 집값을 끌어올릴 가능성 때문에 분양가상한제나 기부채납 확대 등 각종 규제가 걸려 있다. 그린벨트나 도심 유휴부지 개발 방안도 거론됐으나 교통이나 주거용도로 변경하기 위한 각종 인허가 문제 등으로 봉착 상태여서 실제 입주까지 소요되는 시일을 예측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현 정부에서는 정비사업의 대안으로 미니 재건축 형태인 가로주택정비사업과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소규모 정비사업 위주의 정책을 펼쳐왔다.

변 장관은 여기에 역세권, 빌라촌 고밀 개발과 준공업지역 개발 등을 추가해 서울에 수십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역세권과 빌라촌 고밀 개발은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소규모 형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럴 경우 오히려 난개발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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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역세권은 주택을 크게 늘릴 수 있을 만큼 부지 면적이 넓은 곳이 많지 않아 용적률을 지나치게 높여 가구수를 늘릴 경우 주차 문제, 교통난 등의 우려가 발생한다. 아울러 역세권은 공시지가가 비쌀 확률이 높기 때문에 역세권 청년주택 사례에서 보듯, 토지 소유주가 공공재개발을 한 후 기부채납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정해진 임대료 이외 옵션비용이 늘어날 수도 있다.

반대로 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개발 자체가 위축돼 실제 공급방안은 더욱 실효성이 없어진다. 건물 간격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경우가 많은 빌라촌도 고밀 개발을 할 경우 아파트 만큼 동 간 거리가 확보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준공업지역의 개발은 순환정비 방식을 도입하지만 앵커시설을 지어 공장을 이주 시켜도 인구유입을 고려해 학교나 생활 인프라 등 각종 기반시설이 부족한데다 입주까지 실제로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순환정비는 LH 등 공공기관이 시행에 참여해 상업 용도의 앵커 시설을 만들어 공장을 이전시킨 후 그 주변을 개발하고 토지주와 개발이익을 나누는 사업이다. 언뜻 보면 낙후된 공장지대를 개발하는 도시재생과 닮아있지만 현 정부 들어 도시재생으로 주택 공급량을 크게 늘린 사례는 극히 드물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식으로는 공급량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해당 방안과 정비사업을 적절히 병행하는 것이 다양한 형태의 수요층을 만족시키고 부작용도 적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최종연 대한도시정비관리협회 교육·연구원장은 "1973부터 재개발·재건축으로 현재까지 공급된 신규 주택은 100만 가구를 향해 가고 있고 이는 위례신도시의 20배에 가까운 규모"라며 "정비사업만 잘 활용해도 신도시 수준의 가구 수 공급하는 효과가 나기 때문에 당장 주택이 부족하다고 해서 소규모 단위의 개발만 하는건 상당히 근시안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서울에 역세권이 굉장히 많지만 주택을 대거 늘릴 수 있을 만큼 부지 면적이 넓은 곳은 적어서 공급량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 "과거에 영등포구 문래동, 성동구 성수동 등 공장지대 개발 사례에서 보듯이 주거지 보다는 지식산업센터나 업무중심의 시설을 늘리는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존 정비사업 외 추가적인 공급방안이라면 주택 순증 효과가 있고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 되겠지만 현재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위축돼 있는 재건축 시장을 더욱 활성화한다면 다양한 수요층을 아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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