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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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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發電 신기술 대외종속 벗어나려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3.23 10:00

김병한 이앤씨코리아 대표

김병한

▲김병한 이앤씨코리아 대표

국내 발전설비 분야는 40여년전쯤 과거에는 국산화가 최대의 국가적 과제였다. 지난 1978년 열린 경제장관협의회에서 "한전은 발전소 건설에 있어서 국산화를 촉진하기 위하여 세계 유명업체와 기술제휴한 국내업체를 계약자로 하여 분할발주방식으로 경쟁입찰에 부친다"고 결정하고 국산화에 박차를 가했다.

이런 정책 추진에 힘입어 1980년대 이후에 건설된 삼천포화력 1,2호기는 국산화율 54%, 보령화력 1,2호기는 66%라는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형 500㎿ 표준석탄화력발전소가 태동하게 됐고, 성능과 운영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널리 인정받았다. 한국형 표준석탄화력 20여기 이상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면서 전력계통도 크게 안정되어 국가경쟁력 제고와 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후에는 용량이 800㎿ 이상으로 격상되고 1000㎿급 초초임계압발전소가 국산화 개발되면서 설계, 제작, 건설, 운영의 발전기술까지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원자력발전소는 1978년 4월 고리원자력 1호기 준공 이후,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차세대 원전인 APR 1400 모델을 신고리 3호기에 적용하여 2016년 12월부터 상업운전에 돌입했다. UAE 바라크에도 한국형 원전을 수출하여 우리나라의 원전 기술의 우수성을 드높이는 계기가 됐다.

독자적인 정비기술을 확보하기 위하여 일찌기 1977년 8월에 한전 내에 보수전담 부서를 조직했으며 1984년에는 한국전력보수(주)를 출범시켰다. 또한 민간정비회사도 육성하여 현재는 한전 KPS와 함께 많은 민간 정비회사들까지도 해외시장에 진출하기에 부족함이 없게 됐다. 우리가 오늘날 발전소 정비기술에서 세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할 수 있게 된 것이 이런 다방면의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최근 들어 발전산업의 환경과 지형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기후 환경과 안전에 대한 이슈가 글로벌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고,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상기후에 대한 우려와 방사능 오염에 대한 인식이 증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에너지전환 정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탈석탄과 탈원전에 대한 요구가 국내외적으로 높아지면서 가스 복합발전과 신재생 발전의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가스터빈과 풍력발전의 핵심설비들은 상대적으로 기술자립이 이루어지지 않은 분야이다. 특히 최신 고효율 가스터빈은 선진 제작회사들이 기술 장벽을 높이고 있으며 현재의 국내기술로는 따라잡기 어려운 실정이다. 가스터빈 핵심 부품의 설계 및 제작 기술은 물론이고 정비 기술 분야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유사하게 발생되고 있다. 최신 기종은 설비점검을 위한 분해까지도 선진 제작사의 기술자와 특수한 분해용 장비가 있어야만 가능한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 해외기술자들이 분해, 점검, 조립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차단하는 경우까지도 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그동안 각고의 노력으로 이룩한 발전기술의 국산화가 다시 40년 전의 기술종속 시대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고 있다.

국가 기간산업을 해외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불행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와 발전 산업계 모두 전략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주도하는 연구개발 체계를 구축하여 특단의 연구개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설계, 제작, 운영 기술의 국산화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장시간 운전하여 실전 경험을 확보하는 것도 시급하다. 기존에 축적되어 있는 화력발전 운영기술과 융합하면 기동성과 운영성에서 최고 수준을 확보할 수 있고, 세계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우리의 첨단 기술인 4차 산업 기술과 융합하면 새로운 우수한 발전기술이 탄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관련 산업계도 각자 역할을 분담하여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필요가 있다. 설계 및 제작사는 설비 국산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발전회사는 국산 설비의 운영 최적화와 운영 경험을 축적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공공 부문은 최신 설비의 정비기술 국산화에 초점을 맞추고, 민간업계는 정비기술의 경쟁력 확보에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발전설비 핵심 기술의 국산화는 참으로 어려운 과제이지만 투자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국내 기반산업이 활성화되고 고부가산업의 해외 진출의 길도 열릴 수 있다. 이를 위해 관련업계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맡은 소임을 다하는 최선의 노력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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