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륜차 배송대행업체 ‘바로고’ 배달 기사가 상품을 배달하고 있다. |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이륜차 배달 대행업체 바로고는 지난 10일 8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에는 SK텔레콤 계열의 쇼핑몰 11번가와 CJ그룹이 사업 연계를 목적으로 한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에 따라 바로고는 11번가, CJ와 함께 도심 거점 물류센터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MFC는 도심 한복판에 만드는 소규모 물류센터다. 일반적인 물류센터가 장소 비용 때문에 도심 외곽에 만들지만 비용이 적게 드는 대신 배송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도심 곳곳에 소규모로 만드는 MFC는 상품을 빠르게 배송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상품 주문후 당일 빠르면 1~2시간 내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전날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상품을 갖다주는 쿠팡 ‘로켓배송’보다 빠른 셈이다.
11번가는 바로고와 연계해 당일 배송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11번가 측은 "이륜배송 시장을 타깃으로 투자를 마무리했다"며 "바로고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 활용해 관련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CJ그룹도 가정 간편식 등 식품으로 향후 당일 배송 품목을 확대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바로고는 지난해 CJ올리브영과 계약을 맺고 화장품 당일 배송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도입한 올리브영 근거리 배송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긍정적인 만큼 CJ가 바로고와 연계한 배송 품목을 확대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GS리테일과 합병을 앞둔 GS홈쇼핑은 물류 전문 스타트업 메쉬코리아의 지분 19.53%를 취득하며 네이버에 이어 2대주주가 됐다. 메쉬코리아가 운영중인 배달대행업체 ‘부릉’은 생각대로, 바로고와 시장을 3등분하고 있다.
최근 기업들의 ‘이륜배송’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오토바이 배송이 라스트 마일 서비스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토바이 배송은 근거리 배송이 가능해 상품을 1~2시간 내로 배달할 수 있다. 다만 크기가 큰 상품은 싣을 수 없는 만큼 배송 품목은 제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도 기업들의 이륜차 배송 실험이 확산되는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생활습관)이 변화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거리두기로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며 배달 서비스 수요가 기존보다 더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전 유통학회장인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옛날에는 소비자들이 발품을 팔고와서 밥도먹고 물건도 샀지만 코로나로 지금은 모든 것을 배달로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최근 배송대행 투자는 라스트마일 서비스가 필요한 소비자들의 생활습관의 변화에 기인한 것"이라며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라스트 마일 서비스에 미리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있는데, 아웃소싱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이륜차가 시장의 핵심 기능이 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를 하며 앞으로 직접 관련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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