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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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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성과 없이 변죽만 요란했던 탄소중립 시나리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7.18 09:50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에교협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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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에교협 공동대표


요란했던 탄소중립의 광풍이 잦아들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국가의 명운을 걸겠다고 내놓았던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미완성의 미래 기술에 대한 환상으로 가득 채워진 공상소설일 뿐이다. 물론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 사회의 절박한 노력을 외면해버릴 수는 없다. 그렇다고 1위부터 20위까지의 기업을 무작정 포기해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안전과 환경도 중요하지만 경제와 안보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절박한 현실이다.

지난 2년 동안의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한 경기 침체와 정부의 적극적인 탈원전·탈석탄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기 중의 온실가스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기상청의 국립기상과학원이 지난주 내놓은 ‘2021 지구대기 감시 보고서’에 따르면 그렇다.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와 메테인(메탄) 농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지구 전체의 평균치를 훌쩍 넘어서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구촌의 다른 지역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확인된 증가 속도도 걱정해야 한다.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고, 산업현장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영향에서도 자유로운 안면도·고산(제주도)·울릉도·독도의 사정이 그렇다.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는 우리의 탄소중립 노력으로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아무리 적극적으로 노력을 하더라도 지구 전체의 온실가스 농도가 줄어들지 않는 한 우리나라 기후의 급속한 아열대화는 필연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우리가 2020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10번째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미국·유럽연합(EU)·인도·러시아·일본·이란·독일·사우디 아라비아가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쏟아내고 있다. 우리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전 세계 배출량의 1.72%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남보다 앞장서서 막춤을 출 이유가 없다.

더욱이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고 우리가 기후 위기에 대한 걱정에서 자유로워지는 것도 아니다. 이미 지구의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09도나 올라갔고 해수면도 0.2m나 높아졌다. 기후 위기는 먼 훗날에 일어날 남의 일이 아니라 이미 우리 코앞에서 맹렬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실 문제가 돼버렸다. 실제로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그리고 갈팡질팡하는 장마가 바로 기후 위기의 절박한 현실이다.

자연의 거대한 변화에 순응(純增)하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극한 기상에 의한 자연재해에 더욱 확실하고 항구적으로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도로·교량·제방·방파제·발전소 등 사회기반시설의 안전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홍수·가뭄에 취약한 4대강 ‘재자연화’의 환상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탄소중립을 핑계로 산림청이 맹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볼썽 사나운 싹쓸이 벌목 정책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지난 5년 동안 무분별하게 설치해놓은 태양광·풍력시설의 안전도 반복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원전은 위험하고, 석탄은 더러워서 포기해야 한다는 반(反)기술적인 패배주의는 확실하게 버려야 한다. 사실 완벽하게 안전하고, 깨끗한 기술은 꿈속에서만 가능한 환상일 뿐이다. 위험할 수 있는 원전을 최대한 안전하게 활용하고, 더러울 수 있는 석탄을 최대한 깨끗하게 활용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제도를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충분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개발도상국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도 중요하다. 개발도상국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석탄화력과 같은 ‘사다리’를 함부로 걷어차 버리는 횡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일찍부터 폭염이 시작된 올 여름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이미 최대 전력수요가 사상 최고치인 92.99GW를 기록했다. 8월 둘째 주로 예상했던 정점 전망치가 한 달 이상 빗나가 버린 것이다.

우선 전력 대란의 위기를 피하기 위한 비상 대책이 필요하다. 본격적인 상업 운전을 앞두고 있는 신한울 1호기와 시운전 중인 강릉안인석탄화력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영혼을 버리고 탈원전·탈석탄에 매달렸던 산업부·환경부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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