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 학장 |
현대차 노사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내년에 국내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는 데 합의했다는 기사가 며칠전 실렸다. 국내에 현대차 공장이 들어서는 건 1996년 아산공장 건설 이후 29년 만이다.
이 뉴스가 필자에게 강하게 다가 온 것은 오래 전에 ‘정주영 창업론’ 수강 학생들과 현대차 견학을 간 기억 때문이다. 울산의 현대차 부지는 매우 넓어서 버스를 타고 투어를 하는데, 각 공장별로 승용차 조립생산 능력이 연간 25만대 내외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현대차의 판매대수는 450만대에 육박했다. 따라서 이러한 판매대수를 맞추려면 얼추 잡아도 생산공장이 20개는 있어야 할 것으로 짐작된다. 실제 현대차의 생산공장은 모두 20개로 국내 9개, 해외 11개이다.
수년전 박병원 전 경총회장이 한 강연에서 현대자동차가 국내에 공장을 마지막으로 설립한 게 언제인지 아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난데없이 무슨 소리인가 했지만 현대자동차가 국내에 생산공장을 설립한 것이 1996년부터 가동한 아산공장이 마지막이라는 말을 듣고 무릎을 쳤다.
우리나라 제조업 일자리는 1991년을 피크로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가격경쟁력 저하를 돌파하기 위해 대기업의 제조공장들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도 동반해서 나갔기 때문이다. 해외에 제조기반을 둔 수출기반형 경제성장이 국내경기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극히 제한되었기에 내수경기가 부진한지 이미 오래 되었다.
일자리 부족은 자영업시장의 포화를 가져 왔고, 코로나19는 명동의 점포 공실율 50%가 말해 주듯이 자영업 시장을 황폐화시켰다. 그리고 IMF 사태 이후 20여년이 지났으나, 청년들의 취업난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전망도 불투명하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아버지 세대와는 달리 입학할 때부터 취업 걱정으로 학점과 자격증에 매달리느라 청춘의 낭만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문은 매우 좁다.
일본은 우리와 사정이 다른 것 같다. 코로나 직전에 일본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한국인 교수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반 수 이상의 대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제대로 수업을 듣지 않고 딴전을 피우며 우리 학생들처럼 학점에 목을 매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의 베이비 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의 은퇴로 기업에 일할 사람이 부족해서 졸업만 하면 기업에서 모셔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0∼50대의 총인구 대비 연령대별 인구비중을 비교해 보면 한국은 일본보다 무려 11%나 비중이 초과하고 있어 공급이 수요를 크게 초과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청년(19~29세) 고용률은 43.5%로 전체 고용률 66.8%에 비해 크게 낮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청년 고용률인 53.9%에 비해도 낮다. 인구구조가 현재의 일본처럼 변화하면 청년실업 해소에 도움이 되겠지만 이를 앉아서 기다리기에는 요원하다.
이제는 ‘창업’이 국내 일자리 창출의 마지막 활로이자 청년 실업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을 공표하고, 창업이 인생실패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 아니라 젊을 때 한번쯤 해 봄 직하며, 설령 도전이 실패해도 이를 바탕으로 취업을 쉽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청년들이 가지도록 해야 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생전에 "천재 한 명이 20만 명을 먹여 살린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제는 글로벌 유니콘 기업 하나가 2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생각으로 스타트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창업 했다가 실패하면 취업도 못하고 평생 낙오자로 살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창업에 선뜻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청년이 벤처 창업을 시도했다가 실패를 하더라도 사업에 재도전을 하거나, 창업경험이 있는 청년들이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창업 생태계를 풍요롭게 만들어야 청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100만 명이 창업에 도전을 하다가 실패해도, 하던 일과 연관된 일자리를 다시 구할 수 있다면 우수한 인재들이 창업에 나서기 쉬운 풍토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는 일자리 창출과 함께 경제 성장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