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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사, 노조원 사임 논란…노동계 "자격유지 필요" vs 산업계 "탈퇴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8.03 16:41

- 노동계 "‘직원’, ‘임원’ 이중 지위 못 가지면 권한 제한돼 제도 무력화"



- 산업계 "공공기관 개혁·구조조정 어려워져 결국 방만경영 심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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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국회에서 개최된 ‘사측 거수기 노동이사, 누더기 노동이사제,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참석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경제계와 노동계가 공공기관 대상 노동이사제 시행을 하루 앞둔 3일 노동이사의 노동조합원 자격 유지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

노동계는 노동이사가 노동조합원 자격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권한을 제한 당하는 ‘반쪽 임원’으로 활동, 관련 제도 자체를 사실상 무력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제계는 노동이사가 노동조합원 자격까지 가져 임원·직원 이중지위를 얻게 되면 노조 권한을 과도하게 만들어 결국 공공기관 방만경영을 심화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정의당 주최로 열린 ‘사측 거수기 노동이사, 누더기 노동이사제,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 참석, "공운법(공공기관운영법)에는 노동이사가 노동조합원의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으나 지난 6월 3일 개정된 경영지침 제47조의4 제2항에서 ‘노동이사로 임명되는 사람이 노조법상 노동조합의 조합원인 경우에는 그 자격 또는 직을 탈퇴하거나 사임해야 한다’고 규정했다"며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노동이사가 노동조합을 탈퇴하도록 강제한다면 그 지위가 불명확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제47조의12에서 ‘노동이사는 임원추천위원회의 위원이 될 수 없다’고 명확하게 규정했다"며 "‘직원’과 ‘임원’의 이중적 지위를 통하여 유효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행해야 할 노동이사가 오히려 양쪽 지위의 어느 한쪽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에 모두 권한을 제한당해, 사실상 제도가 무력화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이사제는 법 개정에 따라 4일부터 공공기관 총 131곳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동서·중부·서부·남부·남동발전, 한국마사회,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관은 앞으로 과반 노조가 있는 경우 노조 대표가 2명 이내의 후보자를 임원추천위원회에 추천, 1명의 노동이사를 반드시 뽑아야 한다. 과반 노조가 없으면 근로자 전체 투표로 2명 이내의 후보자를 추천한다. 국책은행과 국책연구원 등 기타공공기관 220곳은 제외됐다.

공기업 위주인 에너지업계에서는 노조의 힘이 갈수록 더 세지고 민간기업과 대비해 처우가 좋은 공공기관에서 노조가 지나친 권한을 갖게 될 경우 공기업 방만경영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석탄발전하는 한전 발전자회사의 경우, 노동자 권한이 강화되면 탈석탄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막기 위해 투쟁을 강화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정부의 에너지 정책 계획·의지와 상관없이 노동자 권익을 우선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당연히 전기요금 체계, 전력시장 구조 개편도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간 경제계도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노동이사제는 해외에서도 기업의 혁신 저해, 외국인 투자 기피, 이사회의 의사결정 지연, 주주 이익 침해 등의 이유로 비판이 많은 제도"라며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향후 민간기업에 대한 도입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동이사제란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 경영에 참여하는 제도다.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였다.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2020년 11월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합의한 사안이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은 지난 1월 국회 문턱을 넘었다. 당시 대선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말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법 개정 작업이 급물살을 탔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토론회에서 "공공기관은 국민의 것이니 정부에서 임명한 간부들과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이사가 돼 도덕적 해이를 제재할 필요가 있다"며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에 노동이사가 있었다면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노동이사제 시행으로 4일 이후 131개 공공기관은 노동이사를 1명씩 선임해야 한다. 그러나 노동계는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경영지침으로 노동이사의 조합원자격 유지와 노동이사의 권한 축소 등 노동이사제가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기업들은 구조조정 차질, 경제계도 이 제도가 민간기업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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