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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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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근로시간 제도 경직적…글로벌 기준에 맞게 개선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8.04 11:23

전경련,한국과 미국 등 선진 5개국 근로시간 제도 비교 분석 결과



"법정근로시간,연장근로,탄력근로 등 모두 지나치게 경직적 운용"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 우리나라의 근로시간 제도가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5개국(G5)에 비해 경직적이어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한국과 G5의 근로시간 제도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1일과 1주 단위로 겹겹이 규제하고 있고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의 단위 기간도 가장 짧은 데다 다양한 근로시간 적용의 예외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전경련

▲주요 국가의 법정 근로시간 제도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전경련에 따르면 한국은 법정근로시간을 1일 8시간, 1주 40시간 등 이중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과 영국은 1주단위 근로시간만, 독일은 1일단위 근로시간만 제한을 두고 있다.

연장 근로시간도 한국은 주 단위로 제한하고 있는데 비해 미국은 연장근로 제한이 없고, 일본과 프랑스는 월 또는 연간 기준으로 규정해 연장근로의 탄력성을 높였다.

연장근로수당도 한국은 50% 수준으로,일본·프랑스(25∼50%)에 비중이 비슷하거나 높다. 독일과 영국은 노사 간 단체협약으로 이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의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 단위 기간도 최장 6개월로 가장 짧다. 미국·일본·독일·영국은 1년, 프랑스는 3년까지 각각 가능하다. 선택적 근로시간 단위 기간 역시 한국은 원칙적으로 1개월(신상품·신기술 연구개발 업무만 3개월)이지만 일본은 3개월, 미국·독일·영국·프랑스는 노사 합의에 따라 기간을 정할 수 있다.

전경련은 미국·일본·독일·영국에서는 한국에 없는 다양한 근로시간에 대한 규제 예외 제도를 둬 각 업무 특성에 맞게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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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근로시간 적용 예외 제도. 자료=전경련

미국·일본은 근로시간에 비례해 업무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고소득 전문직은 근로시간 규제를 제외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연장근로시간을 저축했다가 휴가나 휴식이 필요할 때 자유롭게 쓰는 ‘근로시간 계좌제’가 있다. 2018년 기준 500인 이상 사업장의 85%가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기업은 경기변동과 외부 수요에 맞춰 근로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노동자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독일은 업무가 있을 때마다 노동자를 호출해 일을 시키는 호출유연근로 제도도 있으며, 2017년 기준 전체 노동자의 15.3%가 이에 해당할 정도로 활용률이 높다.

영국에도 이와 유사한 ‘0시간 근로계약’이 있어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간호사, 교사, 행정업무, 청소노동자, 아이 돌봄 등 다양한 직종에서 활용 중이다. 이러한 제도는 독일·영국 외에도 아일랜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웨덴 등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전경련은 근로시간 위반 처벌 수준도 한국이 가장 높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근로시간 위반시 2년 이하 징역형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반면 미국은 처벌 규정이 아예 없고 프랑스는 벌금형만 있다. 독일은 원칙적으로 벌금형이지만 고의·반복적으로 위반한 경우에만 징역형을 부과하고 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현재 한국의 근로시간 제도는 과거 산업화 시대의 집단적이고 획일적인 근무 방식에 적합한 것으로 창의성과 다양성이 중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맞지 않는 낡은 틀"이라며 "선진국의 제도를 참고해 근로시간 유연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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