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코레일) 관계자들이 지난 10일 서울 노량진역 인근 자갈이 유실된 선로를 보수작업 하는 모습. 사진=한국철도 |
22일 한국철도(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10일 선로의 호우피해를 점검하던 서울 영등포시설사업소 소속 시설관리원이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하수관의 파손으로 노량진역 인근 선로의 자갈이 유실된 현장을 발견하고, 신속하게 열차 운행 중지와 함께 긴급복구 작업을 펼쳐 별다른 사고 없이 4시간만에 열차를 정상운행시킨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또한, 폭우예보가 있었던 지난 8일 밤부터 24시간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해 노량진역 자갈 유실 현장 외에도 △경기도 중부내륙선 부발~가남역 구간 토사 유입 △강원도 정선선 정선~아우라지역 구간 비탈사면 붕괴 △충남 장항선 광천-청소역 구간 선로 자갈 유실 등을 피해 현장을 조기 발견해 사고를 예방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한국철도가 운영하는 수도권 지하철 1호선 구간도 영등포역, 오류동역, 금천구청역 등 일부 구간 운행 중단·지연이 있었으나, 집중호우 규모를 감안하면 큰 피해는 없어 안도감을 주었다.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서울 지하철 1~8호선도 기록적인 폭우에 비하면 피해 규모가 최소한도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운영하는 278개 역 중 7호선 이수역과 2호선 신대방역, 7호선 천왕~광명사거리 구간을 제외하면 지난 폭우 기간 동안 지하철이 모두 정상운행됐다. 2호선 신대방역도 역 자체 문제보다는 인근 도림천의 범람에 따른 예방 조치로 무정차를 시행한 정도였다.
서울 강남구 강남역 사거리 지상은 물바다가 됐고, 관악구 도림천은 범람해 하천변 건물 지하가 침수 피해를 당했지만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강남역은 물론 광주도시철도공사 컨소시엄이 운영하는 신림선 경전철은 침수 피해 없이 정상운행을 지켜냈다는 설명이다.
특히 개통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림선은 도림천 아래로 운행함에도 물 피해가 없었다는 점에서 배수시설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덕분에 폭우로 지상 교통이 마비돼 발이 묶인 시민들은 지하철로 발길을 돌려 폭우가 내리기 시작한 8일 밤 9시부터 영업종료시까지 서울교통공사의 수송인원은 전 주 같은 요일 동시간대보다 12.4% 많은 79만1550명의 수송인원을 기록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강남역 일대 지상에 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고 신속히 차수판을 설치해 노면수의 지하철 역사 유입을 막았다"며 "강수량이 많았던 이수역, 상도역, 복정역 등도 환풍구 비닐막 설치, 집수정 유입구 이물질 제거 등 일부 직원이 몸살로 앓아누울 정도로 직원들이 열차 선로로 빗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데 힘썼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배수용량을 넘는 폭우에도 지하철 역사와 지하철로가 침수되지 않은 이유로 철도·지하철 운영사들의 신속한 대응 외에 우리나라의 우수한 지하구조물 방수설계·시공 기술을 꼽았다.
우리나라는 국내 콘크리트 구조물의 방수·누수 기술 표준이 국제표준(콘크리트 구조물 누수균열 보수지침·ISO TR 16475)으로 등록돼 있을 정도로 콘크리트 구조물 방수 소재·시공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건설방수학회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건축학부)는 "지하철 역사와 터널 등 지하 콘크리트 구조물을 둘러싸는 방수 조치는 물론 환기구·차수문 등 지상에서 빗물이 유입될 수 있는 부분도 모두 설계 단계부터 침수에 대비해 만들어 이번 폭우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오 교수는 국내에 노후화된 철도·지하철 시설이 많고 집중호우 등 기상이변이 잦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하철 시설의 누수 부분과 지상 노면수 유입 부분의 보강과 유지보수에 보다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