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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은 잦아들고 다른 쪽은 꿈틀댄다…대비되는 與野 비주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14 15:58

與 안철수 ‘회피’ 천하람·‘무응답’ 황교안·‘공격’



野 ‘인적 쇄신론’ 부상…‘비명계’ 모임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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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안철수·황교안·천하람 국민의힘 전 당대표 후보들이 3·8 전당대회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윤수현 기자] 여야 비주류 인물들이 상반되는 행보를 보이면서 온도차를 나타내고 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집권 국민의힘에선 3·8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안철수·천하람·황교안 당권 도전 낙선 후보자들이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의 국회 부결 이후 가시화한 비이재명(비명)계 인물들의 행보가 두드러져 대조를 보이는 모습이다.


◇ 與 안철수 ‘회피’·천하람 ‘무응답’·황교안 ‘공격’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서 맞붙었던 김기현 대표와 황교안 전 대표는 이날 오찬 회동을 가졌다. 전날에는 안철수 의원과 만났다.

김기현 신임 대표가 이들을 상대로 ‘연포탕’(연대·포용·탕평) 기조를 원칙 삼아 ‘원팀’ 구성에 나섰다.

하지만 지도부와 다른 뜻을 나타내거나 당직 제안을 고사하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안 의원은 전날 김 대표와 만나 당 화합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힘을 합치겠다면서도 숙고할 시간을 갖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안 의원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 당분간 숙고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김 대표가 제안한 당내 과학기술 분야 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고사했다.

그는 "서울시장 보궐 선거, 곧이어 대통령 선거, 선거는 아니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전당대회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정치하면서 지난 2년간 가장 많은 선거를 해 많이 지쳤다"며 "힘을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대표는 "본인이 그간 서울시장, 이어지는 대통령 선거, 본인 의원 선거, 전당대회를 연속해서 하느라 많이 지쳐서 재충전한 다음 구체적으로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를 존중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날 부산·울산·경남(PK)을 시작으로 일주일 동안 전국을 돌며 낙선 인사 겸 당원 만남을 이어간 뒤 당분간 휴식기에 돌입할 전망이다.

‘개혁 보수’를 외치며 등장했던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당 대표 후보였던 천 위원장에게도 회동을 제안했지만 천 위원장이 에둘러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위원장은 당내 화합과 관련해 지도부의 입장이 정리되면 회동을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황 전 대표도 당분간 비주류로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황 전 대표는 다만 전대 관련 부정 경선 의혹을 주장하고 있다.

황 전 대표는 전날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경선과정에서 나온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자료들을 보고드려야 할 시간"이라며 모바일 투표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표적인 비주류로 꼽히는 이준석 전 당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도 목소리를 낮췄다.

우선 친윤석열(친윤)계 일색으로 지도부와 핵심 당직이 채워지면서 비주류 활동 공간이 급격히 좁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 전 대표의 경우 지난 전대에서 측근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인사들이 전원 낙선하면서 ‘정치적 부활’을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 전 의원도 현재로선 선명한 비주류 행보를 나타내기 쉽지 않은 것으로 관측됐다. 비록 친윤 일색 지도부에 대한 구색 맞추기로 평가받지만 한 때 유 전 의원 자신의 계파로 분류된 강대식 의원(대구 동을)이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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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고민정 민주당 의원과 강훈식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 野 ‘인적 쇄신론’ 부상…원내 ‘비명계’ 모임 활발


야당 민주당에선 여당과 달리 비주류로 칭해지는 ‘비명계’ 움직임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국회의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때 무더기 이탈표 사태가 빚어진데 이어 전 경기도청 비서실장까지 사망하면서 ‘반(反) 이재명’ 전선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분위기다.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포함한 당내 인적 구성을 대대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인적 쇄신’ 요구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당내에서 이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잠정 중단됐던 민주당 내 비명계 의원 모임도 활동이 재개됐다.

비명계 의원들의 공부모임인 ‘민주당의길’은 이날 ‘대선 1년 대한민국과 민주당’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민주당의 길’은 매주 화요일 정례 토론회와 만찬을 가져왔다.

하지만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때 무더기 이탈표 발생으로 당 내홍이 표면화하자 2주 동안 토론회 개최를 2회 중단했다.

일각에서 이번 모임 개최가 이 대표 책임론 확산의 도화선 역할을 할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당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친문재인(친문)계로 분류되는 최고위원 고민정 의원(서울 광진구 을)도 이 대표가 총선까지 당대표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사실상 불분명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고 의원은 전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당내에서 이재명 대표의 거취 결단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이 대표를 지키자는 의견과 이 대표로는 선거가 어렵다는 의견이 지금 있다"며 "늦여름, 초가을 정도 되면 총선을 몇 달 앞으로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당도 총선 전략을 무엇으로 짜야 할 것인지를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총선 공천 실무 등을 맡는 사무총장 등 당내 주요 당직 교체를 통한 ‘인적 쇄신’ 요구도 공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최대 모임으로 친이재명계와 비명계가 함께 참여하고 있는 ‘더좋은미래’ 소속 강훈식 의원(충남 아산시 을)은 그동안 비명계에 대한 이 대표의 ‘공천 학살’ 가능성이 언급됐던 만큼 공천 정당성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비명계의 지분을 보장해달라는 뜻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전날 YTN 라디오에서 "인적 혁신이나 우리 노선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당 전략기획위원장, 사무총장 등 당내 혁신 움직임에 특정 당직이 거론되는 데 대해 "전략기획위원장의 인터뷰를 봤더니 스스로도 그걸 인정하고 있더라"며 "교체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렇게 말씀하고 있는 걸 봐서는 그 공간까지도 열어놓은 것 아닌가 본다"고 말했다.

비명계가 당직 인선 쇄신을 요구하는 데에는 궁극적으로 이 대표의 사퇴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현실적으로 이 대표가 버티고 있는 한 당직을 개편한다고 하더라도 비명계로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비명계의 불만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올해 하반기 이 대표의 거취 결단을 공개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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