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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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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노후 대비 연금과 함께 근육도 저축하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4.20 09:53

방준석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대한약국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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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석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대한약국학회 회장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노인이 겪는 4가지 고통(4苦)이 있다. 질병(病苦), 가난(貧苦), 외로움(孤獨苦), 그리고 할 일이 없는 것(無爲苦)이다. 이 같은 고령기의 고통에 대비하려면 연금과 건강이 긴요하다. 이 중 연금은 국가, 기업, 개인이 준비하되 다양한 금융상품과 제도를 이용할 수 있지만 건강관리는 전적으로 개인이 책임져야 할 영역이다. 노화나 건강관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특정 국가·지역에서 태어난 인구의 예상 수명인 이른바 ‘기대수명’이다. 0세부터 계산한다고 해서 ‘0세 기대여명’ 이라고 부르는 데 기대여명은 특정 나이까지 생존한 사람이 앞으로 더 생존하리라고 기대되는 평균나이를 말한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21년 기준 여자 86.6세, 남자 80.6세로 성별간 격차는 2년 연속 6년이다. 기대수명에 남녀간 차이를 보인 원인으로 1990년에는 교통사고,간·뇌혈관 질환, 간암 순이었고, 2000년에는 간질환, 폐암, 교통사고, 간암, 뇌혈관질환 순, 2010년에는 폐암, 간암, 극단적 선택, 뇌혈관 질환, 심장질환이었다가 2020년에는 폐암, 폐렴, 심장질환, 극단적 선택과 간암 순으로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 출생일 나이와 실제 건강 나이에 차이가 존재하기에 고령화된 국가일수록 기대수명이나 기대여명 보다는 건강수명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 금연과 금주는 평균수명이나 건강수명에 바람직한 차이를 보장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공하는 도구로 측정했을 때 건강나이가 주민등록 나이보다 높게 나오면 나쁜 습관을 교정해 건강수명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민등록 나이는 45세지만 지속적인 흡연과 음주습관으로 혈당이나 혈압까지 비정상이라면 실제 건강나이는 50대로 사망위험도 50대와 동일하다는 의미다. 건강나이가 주민등록 나이보다 2~6세 많으면 사망위험은 1.2배, 7세 이상 많으면 1.35배가 높아진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연금수령 시점을 62세에서 2년 연기하려는 정부의 개혁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우리나라도 연금 수령시점은 늦추고, 수령액은 낮추고, 납입액은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고령사회에 대한 이른바 가성비를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이며 근본적인 대안이 있다. 바로 좋은 습관을 길러서 건강 나이를 낮추고, ‘근감소증’ 등을 예방하는 등 노쇠(frailty)증상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선진국들은 국가 노인복지사업의 일환으로 노인 운동증진정책을 중시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100세 시대에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근육의 양과 질이라는 의미다.

노인일수록 근육이 건강해야 면역력도 강해지고 활력이 넘치며 장수한다. 반면 근육량이 줄어들면 체력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이고 보행속도와 균형감각도 떨어져 낙상이나 골절위험이 커지고,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도 높아진다. 더구나 근육은 혈압과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므로 심혈관 질환과 당뇨병을 개선시킨다. 실제로 근감소증을 가진 남성 노인은 사망 또는 요양병원에 입원할 확률이 5배 높고, 여성 노인도 2배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과거에는 노인의 근육량을 늘려주는 운동을 권장했지만 지금 선진국들은 근육의 질,즉 근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인운동에 ‘속도’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근육의 파워를 높이려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노인운동의 지침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노인 비율이 증가하면 노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관점과 대응방안도 바뀌어야 한다. 노인은 사회적 약자로 부양과 돌봄의 대상이지만, 인구의 3분의1 정도까지 다수집단이 되면 약자의 혜택은 줄어들고 책임과 의무를 지는 기간이 길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개인별 노후생활의 60%는 국가가 책임져준다는 기대가 강한 편이다. 하지만 오늘부터 당장 연금과 더불어 좋은 건강습관과 근육저축을 시작하자. 이것이 고령세대와 젊은 세대 모두를 위해서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사회복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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