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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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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세도 건보료에 가는데" 직장인 4월 월급 홀쭉, 정부 지갑은 꽁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4.26 09:49
출근길 승객 과밀 현상 빚어진 김포골드라인 열차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 열차가 출근하는 직장인 등으로 가득 차 있다.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매년 진행되는 4월 직장가입자 대상 건강보험료 정산이 실시 중인 가운데 정부가 가입자에게 줘야 할 지원금은 제대로 주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과 보건복지부는 매년 4월 직장가입자 보험료 연말정산을 통해 4월분 보험료 추가 부과 또는 반환하는 절차를 실시한다.

전년도 보수총액을 기준으로 우선 부과한 그해 보험료와 실제로 받은 보수총액으로 산정한 확정 보험료 차액을 그다음 해 4월분 보험료에 반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직장인이 전년도 월급 등이 오르거나 호봉승급, 승진으로 소득이 늘었으면 더 걷지 못한 건보료를 추가로 징수한다. 반대로 임금이 깎여 소득이 줄어들었으면 더 많이 거뒀던 건보료를 돌려준다.

통상 물가 상승·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라 임금이 오르기 때문에 돌려받기 보다는 더 내는 부분이 크다.

2022년의 경우 2021년도 보수가 늘어난 965만명은 1인당 평균 20만원을 추가로 납부했다. 반면 보수가 줄어든 310만명은 1인당 평균 8만 8000원을 돌려받았다.

물론 정산보험료는 그해 내야 했던 건보료를 다음 연도 4월까지 유예했다가 나중에 내는 것이다. 때문에 보험료를 일률적으로 올리는 건보료 인상과는 다르다.

그렇지만 연말정산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건보료를 정산하다 보니, 추가로 정산보험료를 내야 하는 직장인 처지에서는 마치 보험료가 오른 인상을 받게 된다. 그렇다 보니 매년 4월이면 ‘건보료 폭탄’ 논란이 벌어지곤 한다.

올해는 작년에 보수가 늘어난 1011만명이 1인당 평균 약 21만원 건보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 반면 보수가 줄어든 301만명은 1인당 평균 약 10만원 보험료를 돌려받는다. 보수 변동이 없는 287만명은 별도로 정산하지 않는다.

최근 들어 정산보험료는 증가세를 보인다.

직장 건강보험료 연도별 정산현황을 보면, 정산보험료의 경우 2020년분 2조 1495억원, 2021년분 3조 3254억원, 2022년분 3조 7170억원 등으로 늘었다.

정산을 거쳐 추가로 보험료를 더 걷은 만큼 건보 곳간은 더 넉넉해졌지만, 직장인 호주머니는 가벼워졌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작년까지 2년 연속 건보재정이 흑자를 기록하면서 누적 적립금은 23조 8701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급여비 기준 3.4개월분에 해당한다.

이렇게 건보 가입자한테는 보험료 납부 의무를 부과하면서, 정작 정부는 꼼수로 법을 회피해 가입자에게 줘야 할 국고지원금을 해마다 축소하고 있다.

건강보험법·건강증진법에 따르면, 정부는 2007년부터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일반회계에서 14%, 담뱃세(담배부담금)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6%를 각각 충당해 건강보험에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껏 정부는 이런 지원 규정을 지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보험료 예상 수입액을 연례적으로 적게 산정하는 방법으로 일방적으로 지원 규모를 줄인 것이다.

매년 예산편성 때 건강보험 지원 규모를 추계하면서 보험료 예상 수입액을 산정하는 3가지 핵심 변수인 보험료 인상률과 가입자 증가율, 가입자 소득 증가율 등을 모두 반영하지 않고 보험료 인상률만 반영해 과소 추계하는 식이다.

그간 보건의료시민단체는 물론 국회 등에서 건보에 대한 국고지원을 정상화하라고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해마다 법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일은 반복됐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시절에 평균 지원 규모는 16.4%와 15.3%, 14% 등으로 오히려 갈수록 떨어졌다.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 보다는 이 비율을 올렸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임기 첫해부터 건보 재정 법정 국가지원 규정을 지키지 못했다.

2023년도 건보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금은 10조 9702억 4700만원으로 건보 국고지원 비율로 따지면 건보료 예상 수입액 14.4%에 그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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