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새마을금고 지점에 예금을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국회에는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현 행정안전부에서 금융위원회로 옮기는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사진=연합뉴스 |
<요약>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행정안전부에서 금융위원회로 옮기자는 논의가 일고 있다. 대형 대부업체에만 금융위가 감독권을 행사하는 대부업법, 주무부서와 금융위가 동시에 감독권을 행사하는 농협법, 수협법을 참고할 만하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예금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올리는 게 더 반갑다.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누가 행사할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행정안전부는 지금처럼 자신이 행사하길 바란다. 금융위원회는 괜히 맡았다가 탈이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하는 모습이다. 열쇠를 쥔 국회는 행안부에서 금융위로 감독권을 옮기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감독권 이관은 대부업 사례가 있다. 금융위는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대부업체에 대해서만 감독권을 행사한다. 중·소형 대부업체는 지자체 소관이다. 농협, 수협 사례도 있다. 주무부서(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와 금융위가 동시에 감독권을 행사한다.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손질할 때 참고할 만하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선 감독권보다 예금보호한도가 더 중요하다. 차제에 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는 문제도 진지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 처음엔 재무부가 감독권 행사
새마을금고는 1963년 경상남도 산청에 설립된 하둔신용조합을 효시로 한다. 1970년대 들어 새마을금고는 새마을운동의 역점사업으로 탄력을 받았다. 서울에선 1972년 난곡금고가 처음 설치됐다. 이로써 새마을금고는 출범 10여년 만에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추게 됐다.
1972년 정부는 신용협동조합법을 만들었다. 신협법은 신협과 새마을금고(당시 마을금고)를 대상으로 했다. 법은 84조에서 "재무부 장관은 조합 및 연합회를 감독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다만, 마을금고 및 마을금고연합회의 신용업무 이외의 업무에 관하여는 내무부 장관이 재무부 장관과 협의하여 감독한다"고 정리했다.
재무부 장관은 지금은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1998년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가 출범한 뒤 기재부에서 하던 금융 업무 일체는 금융위로 넘어왔다. 내무부 장관은 지금은 행안부 장관이다.
1983년 독자적인 새마을금고법이 제정되면서 감독권에 변화가 왔다. 제정안 34조는 "새마을금고 및 연합회는 내무부 장관이 감독한다. 다만, 신용사업에 대하여는 내무부 장관이 재무부 장관과 협의하여 감독한다"고 규정했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주 감독권이 재무부에서 내무부로 넘어갔다. 연합회는 현 새마을금고중앙회다.
새마을금고법을 만들 때 재무부와 내무부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서로 자기가 주무부서를 맡으려 했다. 신용사업은 재무부, 조직·운영·관리 등 전반적인 업무는 내무부 소관으로 하려던 조정은 실패했다. 결국 주무부서 자리는 내무부가 차지했다.
제정법의 틀은 지금도 그대로다. 다만 "신용사업과 공제사업에 대해서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금융위원회와 협의하여 감독한다"(74조)로 일부 수정됐을 뿐이다.
이처럼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둘러싼 갈등은 뿌리가 깊다. 부실 우려가 나올 때마다 논란이 되풀이된다.
◇ 금융위로 넘기라는 주장
원래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독권은 재무부, 곧 금융당국에 있었다. 그런데 새마을금고법을 따로 만들면서 감독권이 내무부, 곧 행안부로 슬쩍 넘어갔다. 따라서 감독권을 금융위로 옮기는 것은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보내는 셈이다.
새마을금고와 같은 상호금융사인 농협은행, 수협은행은 주무부서가 따로 있음에도 불금융위에 감독권을 부여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무부서인 농협법은 "금융위원회는 조합의 신용사업과 농협은행에 대하여 그 경영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감독을 하고, 그 감독에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162조 ⑤항). 물론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감독권을 행사한다(162조 ①항).
해양수산부가 주무부서인 수협법은 "금융위원회는 조합의 신용사업과 수협은행에 대하여 그 경영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감독을 하고, 그에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169조 ⑤항). 물론 해양수산부 장관도 감독권을 행사한다(169조 ①항).
신협은 재무부의 뒤를 이어 금융위가 감독권을 행사한다.
2015년 대부업법 개정은 감독권을 지자체에서 금융당국으로 옮긴 사례다. 개정안은 대형 대부업체에 대해 시·도 지사가 아니라 금융위에 등록하도록 했다(3조 ②항). 개정안은 제안 이유에서 "대부업 및 대부중개업에 대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등록·감독 체계를 구축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다만 중소 대부업체는 예전대로 지자체가 관리하도록 했다.
새마을금고는 자산이 총 260조원에 이른다. 개별 지방은행보다 훨씬 크고, 웬만한 시중은행 못지 않다. 본점수만 1300개에 가깝고, 거래자수는 2200만명에 육박한다. 덩치로 볼 때 새마을금고는 전문성을 갖춘 금융당국이 정밀하게 관찰하고 감독하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 행안부에 그냥 두라는 주장
금융위가 감독권을 행사하면 부실 금융사가 사라질까? 천만의 말씀이다. 멀리는 1990년대 말에 터진 아시아 외환위기, 가깝게는 2008년에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를 보라. 금융감독 당국이 눈에 불을 켜도 금융위기는 주기적으로 되풀이된다. 찰스 킨들버거 교수(전 MIT)는 명저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에서 금융위기를 "계속 피어 오르는 질긴 다년생화"라고 부른다.
금융당국은 2000년대 초반 신용카드 부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도 막지 못했다.
새마을금고는 금융협동조합이다. 계, 향약, 두레 등 전래의 상부상조 정신을 계승했다. 행안부는 감독권이 금융위로 넘어가면 건전성 유지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본래의 서민금융 기능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 감독권 넘기는 개정안 발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3일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신용·공제사업에 대한 감독권을 행안부에서 금융위로 넘기는 게 핵심이다. 강 의원은 개정안 제안이유에서 "건전성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해 전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이 무난하게 처리될지는 불투명하다. 주무부서인 행안부는 당연히 반발이 예상된다. 행안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선뜻 동의할지도 미지수다.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12명은 전부 민주당 소속이다.
일부 대형사에만 금융위가 감독권을 행사하는 대부업법, 주무부서 장관과 금융위원장이 동시에 감독권을 갖는 농협법·수협법은 새마을금고법을 손질할 때 참고할 만한 선례다.
◇ 예금보호한도 1억원이 더 급하다
7월 초 행안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새마을금고는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예금자보호기금이 설치돼 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자를 보호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새마을금고법은 "새마을금고중앙회에 예금자보호준비금을 설치·운영한다"고 규정한다(71조). 5000만원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은행, 증권사, 보험사, 저축은행 고객들이 받는 예금 보호 한도와 같은 액수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한도는 23년째 같은 액수다. 그동안 1인당 소득, 예금액이 몇 배로 불어난 것을 고려하면 고칠 때가 됐다. 사실 고객 입장에선 누가 감독권을 갖느냐보다 자기가 맡긴 돈을 언제든 안전하게 찾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미 한도를 높이자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여러 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예금자보호법이 바뀌면 새마을금고 등 개별법에 따라 예금자를 보호하는 다른 금융사들도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첫째가 예금보호한도 상향이고 그 다음이 감독권 이관이다.
<경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