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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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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일상화] "폭우·폭염 등 대비 국가 재난시스템 전면 개편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7.18 16:05

엘니뇨 등 지구온난화 가속화…전세계 인명 피해 잇따라



유럽·미주 등 폭염에 산불…인도·일본 등 아시아권 폭우



'기후재난'으로 인명피해·식량 위기·이재민 발생 등 속출

전문가들 "전방위 리스크 재검토해 미래형 재난에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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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새벽 쏟아진 폭우로 충남 공주시 옥룡동 한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공주시/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기상이변에 따른 기후위기는 일상화한지 오래인데 위기대응이나 재난 대책은 아직도 특수상황 맞춤형에 그치고 있다."

기후 및 재난 관련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공직자들은 물론 기업, 국민들의 기후변화 대응 인식과 자세가 너무 안이하다고 한 목소리로 꼬집었다.

사회 전반적으로 위기의식이 부족하고 안전 불감증도 만연해 기상 이상에 따른 사고가 발생하면 늘 뒷북대응에 그쳐 곳곳의 참사 수준 재난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일상화한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국가 재난관리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 학계 등에 따르면 최근 국내외적으로 기상이변이 더 자주, 더 큰 규모로 발생하면서 피해 또한 참사 수준으로 속출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엘니뇨와 라니냐 등에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 현상들이 발생해 삶의 위협도 받고 있다.

폭우, 가뭄, 폭염 등으로 인명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일시적인 대응이 아닌 재난에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와 정치권 역시 기후 재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전례 없는 이상 기후에 지금까지 해온 방식으로 대응할 수 없다. 재난관리체계와 대응 방식을 근본적으로 확 바꿔야 한다"며 "평소에도 체계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디지털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범정부 차원에서 협업하고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날에도 "이런 기상이변은 늘 일상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늘 있는 것으로 알고 대처해야지, 이상 현상이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인식은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힘과 정부는 집중호우에 대응하기 위한 재난 관리 시스템을 정비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실무 당정협의회 일정과 의제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며칠째 전국을 강타한 ‘물폭탄’으로 50명 안팎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몇 년간 폭우와 태풍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 및 수도권을 강타한 물폭탄으로 지하철역 9곳에서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등이 침수돼 두 달 이상 작동하지 못했다. 당시 폭우가 극심했던 강남구와 관악구에서는 인명사고도 잇따랐다.

태풍 힌남노로 포항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이 물에 잠기면서 주민 7명이 목숨을 잃었다. 포스코 포항제출소도 침수돼 공장가동을 한 동안 못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고 복구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기상이변에 따른 재난과 피해는 우리나라 만의 문제가 아니다. 폭우·폭염·가뭄·홍수·폭설·한파·산불 등의 형태로 지구촌 구석구석을 강타하고 있다.

50도가 넘은 중국의 폭염, 세계 최대 곡창지대로 60여년만에 닥친 남미 가뭄, 미국 한파, 캐나다·호주 산불 등이 모두 기후변화 현상으로 나타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기상이변은 단순히 인명사고만 불러오는 게 아니다. 에너지·곡물 수급 등에도 영향을 미쳐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준다.

당장 에너지나 곡물의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1차적으로 해당 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이는 다시 원자재 또는 원재료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그 뿐이 아니다. 에너지의 경우 블랙아웃(대정전), 곡물은 기아(飢餓)·난민 발생에 국제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햇볕·바람 등의 양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재생에너지의 경우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력시장의 중요한 변수로 등장했다.

전력통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3일간 장마철에 태양광 시설 100개 중 98개 가동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믹스 설계의 재검토 필요성까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을 막기 위해 4대강 재정비 및 제방 점검 등 치수대책을 서두르고 산사태 예방 등을 위해 태양광의 신규 설비 불허 뿐만 아니라 기존 설비에 대한 보완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홍수·태풍 등으로 재난발생이 예상되는 지하 또는 지상 시설물 지도를 만들고 사전 재난 예방 매뉴얼 등을 점검해야 한다고 목소를 높인다.

아울러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천연가스의 겨울철 수급, 늘어나는 재생에너지의 장마철 대체 전력 마련과 글로벌 곡물시장 등에서 안정적인 수입원 확보를 위한 공급망 구축 등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모든 분야에 대해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와 리스크 요인들을 다시 분석 및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승환 연세대 교수는 "재난이란 한 번 발생했을 때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을 정도로 그 피해 규모를 감히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후위기에 따르는 재난은 ‘미래형 재난’이기 때문에 정치, 사회, 경제, 산업 등 전방위적으로 다시 재검토를 진행해 지금과 다른 미래형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에너지, SOC(사회간접자본), 금융 등 국가핵심분야를 중심으로 전체적인 기후위기에 따르는 리스크 요인을 분석해 재평가를 진행해야 한다"며 "기후위기 현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광범위하고 밀도 있게 대응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응 전략이나 시설, 설비, 투자, 자원 등을 투입하기 위한 모든 기준을 높여야 한다"며 "기후위기라고 하면 풍수해나 폭염만 떠올릴 수 있는데 감염병, 해충, 자원 고갈, 생물 다양성, 사회적 문제 등으로 뻗어나갈 가능성까지 고려해 대비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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