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하드리마’(왼쪽)와 셀트리온의 ‘유플라이마. 사진=각사 |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를 미국에 출시한지 한 달을 맞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각각 현지 시장 안착을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두 회사는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교차투여 승인 획득, 현지 공급처 확보 등에 나란히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가격 등 세부 전략에서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3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시밀러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하드리마’(개발명 SB5)가 오리지널 의약품인 휴미라와의 상호교환성(교차투여) 글로벌 임상 시험에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고 2일 밝혔다.
상호교환성은 오리지널 의약품을 투여하던 환자에게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대체 투여해도 좋다는 의미로, 품목 허가와 별도로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 승인을 받으면 신규 환자 외에 바이오시밀러로 갈아타려는 기존 환자까지 고객층을 대폭 넓힐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상호교환성 승인을 받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베링거인겔하임의 ‘실테조’ 뿐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번 1차 평가지표 충족을 계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상호교환성 승인을 위한 후속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초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동시에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를 미국에 출시한 셀트리온 역시 휴미라와의 상호교환성 확보를 위한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며 내년 하반기에 상호교환성 승인을 획득한다는 목표이다.
두 회사는 품질 면에서도 각각 오리지널을 뛰어넘는 최고의 품질임을 자부하며 이를 알리는데 애쓰고 있다. 두 회사 제품 모두 환자 편의성이 높은 고농도 제형으로, 특히 셀트리온의 유플라이마는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구연산염(시트르산염)을 제거한 동시에, 오리지널 대비 2배 이상 긴 유효기간으로 상온에서 최대 30일 동안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미국 출시에 앞서 유럽 등 전 세계 24개국 5100여명의 류마티스·건선·소화기질환 환자들에게 처방해 온 데이터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있다.
에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는 류마티스관절염, 크론병 등 다양한 질환에 쓰인다는 장점 덕분에 코로나 팬데믹 기간 백신을 제외하고 10년 넘게 세계 매출 1위 의약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기준 휴미라의 글로벌 매출은 27조원, 그 중 미국시장 규모만 24조원에 이른다.
다만, 우리나라와 달리 사보험과 공보험이 병행 운용되고 있는 미국 의약품 시장의 특성을 감안, 두 회사는 가격 책정 등 세부 전략에서 서로 다른 전략을 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지 파트너사 ‘오가논’을 통해 현지 유통 중인 반면, 셀트리온은 판매전문 계열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통해 현지에서 직접 판매 중이다.
특히,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하드리마의 도매가격을 오리지널 의약품인 휴미라 가격보다 85%나 낮게 책정한 ‘저가 전략’(2회 접종 기준 약 136만원)을 취한 반면, 셀트리온은 유플라이마 가격을 휴미라 대비 5%만 낮춘 ‘고가 전략’(2회 접종 기준 약 860만원)을 선택했다.
이는 우리나라에 없는 민간업체인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를 가급적 많이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약가책정·약가협상 등을 담당하는 PBM를 확보해 이들의 처방약 목록에 등재돼야 실제 현지 약국 등에서 판매가 가능해진다.
업계는 고가전략을 쓰면 PBM에게 보다 많은 리베이트(제약사가 제공하는 판매액의 일부. 국내에서는 불법이나 미국에서는 허용됨)를 줄 수 있어 보다 많은 PBM을 확보할 수 있는 반면, 저가전략을 쓰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메디케이드 등 공보험을 통한 판로 확대의 장점이 있다고 보고, 각각의 전략이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두 회사의 상반된 선택에 대한 향후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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