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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이 210명 이겼다…美 역사상 첫 하원의장 해임 가능했던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0.04 08:49
Congress McCarthy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AP/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공화당 하원 리더였던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자당 극소수 강경파에 의해 축출되면서 미국 역사상 초유의 하원의장 해임 사태가 벌어졌다.

당초 예상과 달리 매카시 전 의장이 생환에 실패, 하원의장이 공석이 되면서 내년도 예산안과 국방수권법(NDAA·국방예산법) 처리 등 중요한 의사일정을 앞둔 미국 의회가 당분간 사실상 마비되게 됐다.

특히 공화당이 아주 일부의 반란 만으로도 하원의장을 손쉽게 해임할 수 있는 취약한 구조를 노출하면서 차기 하원의장 선출은 물론 국정 운영 협상도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하원의장 해임결의안 전격 통과에는 민주당 전원 찬성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전체 221명 공화당 소속 가운데 투표에 참여한 218명 중 찬성표는 8표에 그쳤다.

해임 결의안을 제출한 맷 게이츠 하원의원(플로리다) 외에 앤디 빅스(애리조나)·밥 굿(버지니아) 하원의원 등이 그들이다.

해임결의안 투표를 막기 위해 진행됐던 절차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이 11명이었다는 점에서 실제 해임 결의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 숫자는 다소 준 측면도 있다.

또 표결 전에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투표에 불참하거나 기권표를 행사할 경우 매카시 전 의장이 공화당 내 지지표만으로도 자력 생존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언론에서 나오기도 했다.

매카시 전 하원의장도 표결 전 민주당과 별도 거래는 없다면서 "나는 살아남을 것"이라고 결과를 자신했었다.

그러나 해임 결의안 표결에 참여한 민주당 의원들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찬성표를 던지면서 예상외 상황이 펼쳐졌다.

이를 두고 매카시 전 의장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지시하는 등 민주당과 각을 세운 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매카시 전 의장이 연방 정부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를 피하기 위해 임시예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5월 합의를 뒤집는 예산안을 추진한 것 등도 민주당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하원의장 해임결의안 제출 사유와 비교할 때 매우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게이츠 의원은 매카시 전 의장이 민주당 예산과 정책을 유지한 임시예산안을 민주당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처리했다면서 해임결의안을 추진했다.

결과적으로 하원의장 해임은 민주당표 예산에 대한 대폭 삭감과 주요 정책 폐기를 요구하는 공화당 강경파와, 공화당 내분을 부추기는 민주당이 사실상 손을 잡으면서 가능했던 것이다.

실제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표결 전 "하원 공화당의 내전을 종식하는 것은 하원 공화당의 책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원 공화당 내전은 곧 하원과 미국 의회가 대혼란에 빠지게 됐다는 의미기도 하다.

일단 공화당 패트릭 맥헨리 금융위원장이 임시 하원의장을 맡게 됐으나 권한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특히 문제는 연초와 같은 하원의장 선출 혼란이 또 연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초유의 하원의장 해임 사태를 주도한 공화당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는 연초에도 매카시 의장에 반대하면서 하원의장 선출을 지연시킨 바 있다.

매카시 전 의장은 강경파에 하원의장 해임결의안 제출 기준을 1명으로 낮추는 등의 양보 끝에 15차례 투표를 거쳐 하원 의사봉을 쥘 수 있었다.

이번에는 하원 의장 해임으로 공화당 강경파의 힘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다수당인 공화당 차원의 하원의장 선출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공화당의 의석(221명)이 민주당(212명)보다 근소한 우위이기 때문에 일부 이탈표가 발생할 경우 연초와 같은 재투표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해임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젠 키건스 하원의원(공화·버지니아)은 "우리가 한 모든 좋은 일들이 소수에 의해 탈선할 수 있다"면서 "매우 좌절스럽다"고 말했다.

AP 등 미국 언론들은 공화당 내 유력한 하원의장 후보자가 없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의석 구조상 공화당 내 누가 하원의장이 돼도 민주당이나 바이든 정부와 협상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당장 11월 중순 임시예산안 종료에 맞춰 본 예산 협상에 나서야 하지만, 정부 지출 대폭 삭감 등에 대한 요구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강경파가 언제든 또 반란을 시도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임시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빠진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으나 이 논의 역시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강경파는 우크라이나보다 미국 남부 국경 강화가 먼저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

미국 국방 정책·예산을 담은 국방수권법(NDAA·국방예산법) 처리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미국이 직면한 시급한 도전 과제는 (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하원이 조속히 의장을 선출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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